‘특허 1년 지난 약값 절반 인하’ 내년 4월부터 적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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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대상 1200개 줄어… 업계 눈치보기”제약업계 “일시 생산중단-행정소송 검토”

특허가 끝나고 1년이 지난 약품의 가격을 53.55% 낮추는 조치를 내년 1월 7500개 품목에 대해 시행하기로 정부가 확정했다. 8월 정부 발표보다 대상 품목이 1200개 줄어든 대신 리베이트 처벌 수위는 높아진다.

보건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의 세부고시를 마련해 31일 입안예고했다. 이 고시는 3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내년 4월 실시된다. 평균 인하율은 14%다.

8월 복지부는 약가 인하 조치를 의약품 8700개(전체의 62%)에 적용해 2조1000억 원의 약값을 절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대상 품목을 7500개(전체의 53%)로 줄였다. 이에 따라 약값 절감비용도 1조7000억 원으로, 약 4000억 원이 줄어들게 됐다.

나머지는 당초 발표와 다르지 않다. 신약과 복제약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 인하한다. 특허기간이 끝나고 1년 동안은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 신약은 종전의 70%, 복제약은 59.5% 선에서 약가를 결정한다. 다만 한 개 품목만 건강보험에 등재된 단독 등재 의약품과 진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약품인 필수의약품 등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한 의약품을 3600개에서 4700개로 늘렸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제약업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리베이트 처벌 수위를 높여 ‘건전한 제약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우선 의료계 약계 제약계 대표가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보건의료계 대협약(MOU)’을 연말까지 체결할 방침이다. 제약업계의 자정 선언을 유도하고 자체감시체계도 마련한다. 그 대신 의약품 대금 지급을 최대 23개월까지 미루는 관행을 개선하고 수가를 현실화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자정 선언 이후에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곧바로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장기 약가 제도도 만들 계획이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장관이 바뀔 때마다,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약가 정책이 여러 가지 이름으로 등장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다. 적어도 5∼10년간 지속되는 약가 책정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정부의 고시안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반발하며 일시적 생산 중단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소속 주요 제약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하루 전인 30일 긴급회동을 갖고 “전체 제약사들이 감내할 수 있는 선은 1조 원 이내다. 2조 원이 넘는 매출 감소는 생존에 치명적”이라며 “그런데도 최근 복지부와 가진 워크숍에서 제약업계 요구사항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발효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제약업계가 이중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FTA 조항에 포함된 ‘허가-특허 연계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권을 강화해 국내 제약사들에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약협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안으로는 대폭적 약가 인하를 통해 국내 제약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밖으로는 한미 FTA로 토종 제약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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