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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이 ‘100년 LG’를 만들기 위해 사업구조 고도화의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19일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핵심 경영인 40여 명과 만찬을 함께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주력사업을 쇄신하고 미래 성장 사업을 제대로 육성하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산업 흐름에 맞춰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주력인 가전 부문에서 초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를 확대해 수익성을 높인 것이 대표 사례다. 신성장사업으로는 자동차부품, 에너지 솔루션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LG화학, LG전자 등을 미래 자동차 핵심 부품 개발사로 키우고 친환경 에너지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영 시스템을 혁신할 것도 주문했다. 이날 만찬에 앞서 구본준 부회장은 구 회장을 대신해 처음으로 ‘글로벌 CEO 전략회의(GCC)’를 주재했다. 구 회장은 이날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LG의 시작이었다”며 초심을 강조했다. 1947년 연암 구인회 창업회장이 그룹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한 이후 국산 라디오, 전화기, 세탁기 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온 역사를 상기시킨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겪은 난관과 그때마다 얻은 교훈도 언급하며 변화를 당부했다. 구 회장은 “선배들이 솔선수범해 후배들에게 영광스러운 LG를 물려주자”고 말했다. LG의 매출은 70년 전 3억 원대에서 지난해 약 150조 원으로 50만 배 성장했다. 종업원 수는 20명에서 지난해 22만2000여 명(해외 8만5000명 포함)으로 늘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한국 정부 대표로 안호영 주미 대사가 참석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 중이어서 외교부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명의의 취임 축하 서한도 미국에 전달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윤영석, 민주당 김경협,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등 4명이 16일 취임식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여야 대선 주자 중에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유일하게 참석한다. 재계 참석자는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다. 우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추천으로 초대를 받았다. 강 회장은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자격이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제네럴에퀴티파트너스 권지훈 회장도 트럼프의 전 선거대책위원장인 폴 매너포트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 국내 대기업 회장 중 유일하게 참석할 것으로 보였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불참하기로 했다. “장시간 비행이 어렵다”는 주치의 의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미국 헤리티지재단 추천으로 취임식에 초대받았다. 그는 트럼프의 고문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이사장과 20여 년 전부터 친분을 맺고 있다.강경석 coolup@donga.com·신동진·박성민 기자}

삼성전자가 독일 아우디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사진)’를 공급한다. 삼성전자가 완성차 업체에 자체 브랜드의 시스템 반도체를 납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엑시노스 판로를 모바일에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으로 확대함에 따라 삼성전자가 전장(電裝)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프리미엄급 AP 성능 검증된 것” 18일 자동차 및 전자업계에 따르면 엑시노스는 이르면 2019년부터 아우디 차량에 탑재될 예정이다. AP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기존 갤럭시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에 납품하던 모바일 AP 브랜드다. 삼성전자는 아우디에 20나노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해 왔다. 이번에 시스템 반도체까지 납품하게 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진출의 확실한 교두보를 갖게 됐다는 평가다. 아우디에 쓰일 엑시노스 모델은 지난해 ‘갤럭시 S7’에 적용된 프리미엄급 AP ‘엑시노스8 옥타(8890)’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는 이 반도체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쓸 예정이다. 인포테인먼트는 차량 내 내비게이션 등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엑시노스는 빠른 처리 속도와 다중 지원으로 동시에 4개의 디스플레이를 구동할 수 있게 해준다. 차량용 반도체는 모바일 반도체보다 높은 신뢰성이 요구된다. 고장이 나 차량 시스템이 마비되면 탑승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AP가 아우디에 공급된다는 것은 내구성이나 구동 안정성 등 성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알폰스 팔러 아우디 인포테인먼트 개발 책임자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우수한 성능과 혁신적인 패키지 기술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 부품 공급 계약을 공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고객과의 비밀준수조항 때문에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계약 성립 자체도 비밀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자체 AP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입을 밝히고 제품의 우수성도 잠재적 고객들에게 알리는 등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 도전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의 전장사업도 속도가 붙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전장부문 강자인 미국 하만을 인수하기로 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기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적용 분야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가상현실(VR) 기기 업체인 ‘디푼’에도 엑시노스를 공급하는 등 신규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프리미엄급 반도체 시장은 본격적인 기술 경쟁이 점쳐진다. 스마트카 시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고성능화되면 반도체도 고사양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되면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AP가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프리미엄 AP 시장에서 각축을 벌였던 퀄컴 등과 전장사업에서도 최상위 반도체 기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세계 최대의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삼성 등 글로벌 브랜드 20곳과 빅데이터 정보 공유를 통한 모조품 퇴치에 나섰다. 17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삼성, 루이뷔통, 스와로브스키, 캐논 등 20개 기업과 ‘빅데이터 반위조 동맹’을 결성했다. 알리바바는 동맹 회원사들에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모조품 및 판매업체 목록을 차단하고 퇴출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정보와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제시 정 알리바바 플랫폼 관리 최고책임자는 성명서에서 “모조품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데이터와 분석이다. 위조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뭉쳐야 한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이달 초 모조품 판매업체를 상대로 첫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에서 짝퉁 스와로브스키 시계를 판매한 업체 2곳을 상대로 140만 위안(약 2억4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중국 법원에 제기한 것. 이 밖에도 자체 시스템을 통해 모조품 3억8000만 개를 삭제하고 판매업체 18만 곳을 퇴출시켰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말 4년 만에 미국 정부가 뽑은 ‘악명 높은 모조품 플랫폼’ 목록에 다시 올랐다. 알리바바는 반위조 동맹을 통해 더 많은 불법 판매자를 적발할 계획이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삼성전자가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 조사에서 4년 만에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캐나다 경제전문지 코퍼레이트나이츠는 16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35위) 신한금융지주회사(40위) LG전자(65위) 등 3곳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코퍼레이트나이츠는 2005년부터 전 세계 3500여 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평가해 100대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평가 항목은 혁신 역량, 자본 건전성, 직원 신규채용 규모, 고용 안정성, 에너지·온실가스·수자원 효율성 등 12개 성과지표다. 매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다. 올해 조사에서 1위는 독일 제조업체인 지멘스가, 2위는 노르웨이 보험회사 스토레브란이 각각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처음 100대 기업에 선정된 이후 2013년을 제외하고는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나 올해는 빠졌다. 2015년에는 45위, 지난해에는 94위였다. LG전자는 2014년(82위)에 처음 포함돼 2015년 51위, 2016년 44위에 선정됐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올포원 원포올(All for one, One for all·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 조현준 신임 효성그룹 회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 본사 강당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외친 말이다. 그는 전사적인 팀워크를 강조했다. 이 말은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쓴 ‘삼총사’에서 달타냥과 삼총사가 외치는 승리의 구호다. 그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원동력은 합심 단합”이라며 “서로 믿고 의지함으로 백 년 기업의 꿈을 이루자”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조 회장은 조부이자 효성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의 기일인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선영을 방문해 추모식을 열었다. 이후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조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그룹의 ‘뿌리 정신’을 상기시켰다. 그는 “조홍제 창업주의 산업입국 정신과 조석래 전임 회장의 기술 중시 경영 철학을 계승하겠다”라고 말했다. 50년간 효성 발전을 위해 애쓴 임직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그룹 정기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뒤 국내 생산 현장을 챙겼다. 효성의 모태인 울산공장을 비롯해 구미, 창원 등 5개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보여 주기식 해외 일정 대신 품질과 기술의 승부처인 현장 챙기기가 더 중요하다며 조 회장이 먼저 제안한 아이디어다. 조 회장은 “현장에서 직접 느낀 고충과 개선점들이 기술 개발과 품질 혁신의 출발점이 된다. 작은 아이디어라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배려하고 경청하는 문화를 정착시키자”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또 고객과 협력사에 대한 경청도 강조했다. 그는 고객을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스승”으로, 협력사는 “우리 역량을 높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소중한 파트너”로 표현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에어컨을 켠다. 별다른 설정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가 앉은 소파 쪽으로 바람이 집중된다. 사람이 오랜 기간 머물렀던 공간을 에어컨이 기억하고 스스로 냉기를 보낸 것이다. LG전자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LG트윈타워에서 인공지능(AI)을 처음 탑재한 ‘휘센 듀얼 에어컨’을 선보였다.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딥러닝 기술인 ‘딥 싱큐’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올해를 AI 가전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 주인 습관 이해하는 똑똑한 에어컨 AI 에어컨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의 생활 습관을 분석하는 ‘학습 기능’이다. 에어컨에는 이미 50만 가지의 실내 구조 모양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가 저장돼 있다. 에어컨은 처음 설치되면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DB 내에서 가까운 실내 구조부터 파악해 ‘주인집 모양’으로 설정한다. 에어컨에 탑재된 인체감지 카메라는 사람이 가장 자주 머무는 공간을 정확하게 찾아낸다. 직전 2주 동안 촬영한 결과로 오늘 냉기를 보낼 곳을 스스로 결정하는 식이다. 전작이었던 2016년형 에어컨은 인체감지 카메라로 앞에 있는 사람을 구별해 그쪽으로 바람을 보냈다. 1년 사이 확실히 똑똑해졌다. 소형 가전에서는 지난해부터 말귀를 알아듣는 스피커 등 AI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에어컨 같은 대형 가전에 AI 기능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AI 기능은 전력 소비도 줄여준다. 주된 사용 공간에만 바람을 집중시켜 실내 전체를 냉방시킬 때보다 최대 20.5%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 실내 온도와 습도가 적정한 수준이 되면 에어컨은 스스로 직접 송풍에서 간접 송풍으로 전환한다. 공기청정과 제습 기능을 모두 갖춘 건 일종의 보너스다. 실내 공기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PM1.0 센서를 탑재했다. 이 센서는 지름 1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의 극초미세먼지를 감지할 수 있다. 제습 기능으로는 하루 100L까지 습기를 없앨 수 있다. 2017년형 휘센 듀얼 에어컨은 기존 골드 실버 화이트에 로맨틱 로즈, 로맨틱 오션, 크리미 스노 등 세 가지 색상을 추가했다. 출하가는 200만∼620만 원이다. ○ “음성인식 에어컨도 내년쯤 출시” LG전자는 이날 출시한 딥러닝 기반의 첫 에어컨을 필두로 AI 제품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 2017’에서도 가정용 및 상업용 AI 로봇들을 처음 선보였다. 아마존의 음성비서 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한 냉장고도 전시했다. 송 사장은 “음성인식 기능이 간단한 명령 수행을 넘어 AI와 연계해 소비자가 제품을 원하는 상태로 구동시킬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이런 기술을 통해 내년쯤에는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된 에어컨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자체 기술만 고집하지 않고 외부기술 활용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송 사장은 “AI 기술과 관련해 전략 방향이 맞는 곳이 있다면 인수합병(M&A)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삼성전자가 인수하기로 한 미국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의 소액 주주들이 협상 과정을 문제삼으며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13일 미 법률전문매체인 'LAW 360'에 따르면 하만의 주주들은 이달 3일(현지시간) 디네시 팔리월 하만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집단소송을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금액인 80억 달러(약 9조4400억 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로버트 파인 씨 등 주주들은 하만이 삼성전자와 독점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이를 해지할 경우 2억4000만 달러(약 2832억 원)의 수수료를 내기로 한 계약 등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소장에서 팔리월 대표 등이 삼성과 인수 협상을 진행하면서 다른 인수 후보 업체들과 접촉하지 않기로 한 조항에 동의함으로써 주주들에게 더 유리한 협상을 막은 "근본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만 주주들은 "삼성전자가 인수한 가격보다 하만의 가치가 높은데도 다른 인수 후보 업체를 찾지 않고 삼성전자에 팔았다"며 주주의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하만의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가 같은 이유로 주총서 찬반 투표 시 매각 반대투표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삼성과 하만의 인수 절차는 미국 델라웨어 주 회사법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올초 열릴 하만 주주총회에서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합병이 승인된다. 삼성은 올해 안에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미국 주주들의 합병 반대 움직임이 잇따르며 암초를 만났다. 해외 우량 기업 상대 인수합병(M&A)을 주도해온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주주를 만나 설득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지만, 강도 높은 특검 수사에 따른 출국 금지와 구속 가능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차세대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보이는 ‘폴더블 폰’이 올해 삼성전자에서 처음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폴더블 폰’은 디스플레이 자체가 접혔다 펴지는 전화기다. 11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삼성전자가 세계 첫 폴더블 폰을 상용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SA는 “삼성전자가 수년간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념을 소개했지만 비용과 다른 부품 문제 때문에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SA에 따르면 신규 생성되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올해 270만 대, 내년 1890만 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 폰 상용화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특허 전문 매체 페이턴틀리 모바일은 8일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등록한 폴더블 폰의 디자인 이미지를 소개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GSM아레나도 10일 삼성전자가 ‘SM-X9000’과 ‘SM-X9050’ 등의 제품번호로 폴더블 폰을 출시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해 8월 미국 갤럭시 노트7 공개 현장에서 “폴더블 폰은 디스플레이, 배터리 산업 등으로의 파급 효과가 큰 분야로 삼성전자가 꼭 하고 싶은 분야”라며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폴더블 폰 기술이 당장 차기 모델인 갤럭시S8에 적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갤럭시X’라는 브랜드로 첫 폴더블 폰이 공개될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25Y 8D 14H 19M 34S(25년 8일 14시간 19분 34초).’ 9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1층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은 삼성전자가 전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1993년 이후 25년째 수성하고 있는 시간을 초단위로 나타내고 있었다. 기흥사업장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약 5조 원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심장이다. ‘갤럭시 노트7’ 사태로 위기에 빠졌던 삼성전자를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으로 구해 낸 일등공신이었다. 한국 반도체 성공 신화의 비결은 뭘까. 이날 찾은 기흥사업장 곳곳에서 마주친 성공 키워드는 ‘초심’과 ‘혁신’이라는 두 단어였다. ○ ‘반도체인의 신조’ 외치며 초심 유지 기흥사업장의 모든 회의는 ‘반도체인의 신조’로 시작된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등의 구호를 담은 신조는 30여 년 전 반도체 사업 초창기에 선배 기술자들이 읊던 것들이다. 아무 기반도 없이 미국과 일본 반도체 기업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선배들의 헝그리 정신을 기억하는 일종의 세리머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년 전부터 모든 회의에서 전 직원이 ‘신조’ 중 하나를 외친 뒤 논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런 초심 덕분에 기술 투자로 경쟁 기업들을 더 멀리 따돌린다는 의미인 ‘초격차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세계 1등이 된 지 25년째지만 초심을 잃지 않았기에 누구보다 빨리 혁신에 나설 수 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문화를 삼성전자 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곳도 반도체 부문이었다. 삼성전자는 1983년 이병철 당시 회장의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미국 마이크론 등 선진 기업에 기술 동냥을 하러 다녀야 했다. 미국 출장팀은 현지의 텃세와 견제 속에서도 손뼘과 발걸음으로 생산라인 크기를 쟀다. 밤에는 함께 모여 라인 설계도를 그렸다. 전국에서 불러 모은 100명의 기술자는 삼성의 첫 반도체 제품인 ‘64K D램’ 양산 성공을 다짐하며 64km 행군 길에 올랐다. 반도체 신기술을 발표하는 세미나에는 ‘특수요원’ 1명씩을 파견했다. 질문을 던지는 척하면서 시간을 끄는 사이 기술 전문가들이 해당 슬라이드 내용을 빠르게 받아 적거나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한 뒤 이듬해 전체 메모리 반도체 1위, 2002년 낸드플래시 1위 업체로 성장했다. 최근 데이터센터의 저장장치 수요 급증으로 인기가 높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위기 때마다 혁신과 투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저력은 위기의 순간 빛을 발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직후 D램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1984∼87년 삼성전자의 누적 적자는 1400억 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삼성이 곧 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삼성은 1987년 생산 라인 증설을 결정했다. 그리고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2008년 4분기(10∼12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1987년 이후 첫 분기 적자를 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해 5월 취임한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현 부회장)은 오히려 ‘워크 스마트’를 선포했다. 권 부회장은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해도 경쟁력이 강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오히려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여준 ‘역발상’은 반도체 부문이 다시 도약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반도체 부문의 앞선 기업문화는 삼성전자 전체가 추진하고 있는 ‘스타트업 인사 혁신’의 토대가 됐다. ‘PC 시대’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이 전원을 꼽는 플랫폼에 안주해 있을 때 삼성전자는 모바일에 적합한 저전력 제품 연구에 매진했다. 세계 5위권에 머물러 있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비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도 자체 시스템 반도체인 엑시노스를 내세워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2분기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1.3%로 1위 인텔(14.7%)과 격차를 더 좁혔다. 인텔의 시장점유율과 비교해 76%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2008년엔 인텔의 50% 수준이었다. 인텔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13∼15% 선에 머무는 동안 삼성은 같은 기간 6.5%에서 11.6%를 기록하며 2배 가까이로 뛰어올랐다.용인=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에서 IBM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취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은 11년째 2위 자리를 지켰다. 10일 미국 특허정보 서비스 업체인 IFI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총 5518건의 특허를 따냈다. 8088건의 특허를 취득한 IBM에 이어 최다 특허 2위다. IBM은 25년 연속 1위다. 3위는 3665건을 따낸 캐논이다. 퀄컴(2897건)과 구글(2835건)이 뒤를 이었다. 2784건의 특허를 따낸 인텔이 6위에 올랐다. LG전자는 2428건의 특허를 취득하며 마이크로소프트(2398건·8위)와 소니(2181건·10위) 등을 제치고 7위를 차지했다. 이번 집계에서 상위 10개 기업에는 미국 업체 5곳, 한국과 일본이 각각 2곳, 대만(TSMC·9위) 1곳이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비용으로 2015년 14조여 원, 지난해는 3분기(7∼9월)까지 11조여 원을 투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전북 전주시 소재 승강기 제조업체인 A사는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접었다. 수주 감소로 지난해 수출액이 4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젊은 인력을 수혈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기존 인력 유지도 벅찬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대구의 산업용 밸브 제조업체 B사 대표는 요즘 피가 마른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거래처의 대금 결제가 지연되면서 덩달아 자금줄이 막힌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채권은행은 재무 건전성이 낮다며 만기 연장을 주저하고 있다. B사 대표는 “어디 한 곳 좋은 소식이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국정 난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19년 만의 최악이라는 의미다. 얼어붙은 경제 심리는 고용절벽과 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행복지수도 수직 낙하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 전국 제조업체 2400여 곳을 조사해 9일 내놓은 1분기(1∼3월)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68로 나타났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의미하는 BSI는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이날 발표된 BSI 68은 전 분기보다 1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2분기(65)와 비슷한 수치다. 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체감경기가 악화된 요인(복수 응답)으로 대내적으로는 ‘정치 갈등에 따른 사회 혼란’(40.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최근의 국정 난맥상이 기업 심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어 ‘자금 조달 어려움’(39.2%)과 ‘기업 관련 규제’(31.6%)를 들었다. 대외 요인으로는 중국 성장률 둔화(42.4%),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32.3%)이 위축된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여건 악화(28.4%)와 환율변동성 확대(24.0%)도 거론됐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2010년 전년 대비 18.5%였지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0%로 급락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50.6%)은 올해 ‘보수 경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는 것이다. 취업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어 청년고용은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중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곳은 27.7%에 그쳤다. ‘채용 규모를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지난해보다 줄일 계획’이라는 답변이 49.6%였고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곳은 전체의 22.7%였다. 기업들의 투자 위축, 고용시장 축소로 ‘소비절벽’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한국은행의 13개 지역본부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경기판단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울산, 인천, 대구·경북이 각각 52로 가장 낮았다. CSI는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갈수록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인천은 지역본부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9년 4월 이후 역대 최저치다. 제주, 강릉도 각각 60, 61로 해당 지역의 월간 수치로는 가장 낮았다. 극심한 내수 불황에 조선·해운 구조조정, 국내 정치 불안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행복지수’가 5년 만에 최저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6년 경제행복지수 조사’에서 평균 38.4점이 나왔다고 이날 발표했다. 2011년 37.8점 이후 가장 낮았다. 경제행복지수는 경제적 안정, 경제적 평등 등 6가지 요소로 나눠 조사했다. 연령별로는 경제적 부담이 적은 20대의 행복감이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 고령층은 가장 낮았다. 경제적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은 ‘노후 준비 부족’(34.0%)이었다. 2015년 같은 답변의 응답률(28.8%)보다 크게 오른 것이다. 신동진 shine@donga.com·정임수·정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10∼12월) 9조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증권업계 예상보다도 1조 원 가까이 높았다. 지난해 10월 ‘갤럭시 노트7’ 단종의 악몽을 딛고 일어선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53조 원, 영업이익 9조2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분기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013년 3분기(10조1600억 원)와 2분기(9조5300억 원)에 이어 역대 3번째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201조5400억 원, 영업이익은 29조2200억 원이었다. 연간 영업이익은 2015년 26조4100억 원보다 2조8100억 원(10.6%) 늘면서 ‘V’자 반등을 이어갔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2013년(36조7900억 원) 이후 2번째 기록이기도 하다. 2013년 이후 계속 줄어들던 매출도 성장세로 돌아섰다. 깜짝 실적의 일등공신은 자타 공인 반도체 사업이었다. 부문별 실적을 내놓진 않았지만 4분기 반도체 사업은 5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패널 가격 상승에 힘입어 1조 원 이상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DS) 사업 실적만 6조 원 안팎 규모다. 반도체 시장은 당분간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에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인한 손실을 모두 반영했던 IT모바일(IM) 부문도 전년 동기(2조2300억 원)보다 높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현 jhk85@donga.com·신동진 기자}

딸 정유라 씨(21)가 덴마크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을 구치소에서 전해 듣고 오열했다는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태연하고 담담했다.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 최순실 씨는 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지난해 12월 19일 첫 공판준비기일 때와 마찬가지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딸의 체포 이후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출석요구에 불응했던 최 씨는 이날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과 함께 법정에 섰다. 이번 사건의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이들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최순실, 불리하게 진술한 안종범 정호성 노려봐 연갈색 수의 차림의 최 씨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자,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재빨리 피고인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재판부가 취재진에게 허용한 사진 촬영 시간이 끝나자, 최 씨는 고개를 들고 변호인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최 씨의 얼굴은 딸의 체포로 충격을 받았다거나, 재판에 대한 부담으로 긴장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 씨의 변호인이 검찰의 공소 사실 대부분을 부인하자, 재판부가 최 씨에게 직접 입장을 말해 보라고 기회를 주었다. 최 씨는 담담하게 “억울한 부분이 많아 (재판에서) 밝히고 싶다”고 답했다. 최 씨는 재판부가 휴정을 선언하자 변호인을 사이에 두고 옆에 앉아 있던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 쪽으로 몸을 돌려 한참을 노려봤다. 최 씨의 상기된 얼굴은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두 사람에 대한 노여움이 담긴 듯했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며 법정을 빠져나가느라 최 씨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 모습이었다. 태연했던 최 씨와 달리 안 전 수석은 재판 내내 입을 꽉 다문 채 착잡한 표정이었다. 정 전 비서관은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종일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담담히 정면을 응시했다.○ 검찰 “대통령 공범이라는 증거 차고 넘친다” 최 씨는 이날도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은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공모 관계가 연결되지 않자 대통령을 공모 ‘중개자’로 설정했다”며 “공판에서 최 씨와 박 대통령의 공모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공소 사실 전부가 허공에 떠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최 씨와) 대통령이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반박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한웅재 부장검사는 “최 씨 등의 공소장을 적을 때, 국격을 생각해 최소한의 사실만 적었다”며 “이 법정에서 모든 것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도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자택에서 압수한 증거 인멸 정황 자료를 공개했다. 안 전 수석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휴대전화 우측 상단 3분의 1 지점을 집중 타격해 완전히 부수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복원 불가능” 등 구체적인 증거 인멸 방법이 담겼다. 정 전 비서관은 혐의 사실 인정 여부를 다음에 밝히겠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재판부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19일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하는 등 향후 재판 일정도 확정했다. 재판부는 빠른 재판 진행을 위해 다음 달 13일 이후에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두 차례씩 재판을 할 계획이다.권오혁 hyuk@donga.com·신동진·허동준 기자}

석방 로비에 필요하다며 구속된 피고인들에게서 100억 원의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기소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47·여·사진)가 1심에서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5일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변호사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45억 원, 측근이자 법조 브로커인 이동찬 씨(44)에게 징역 8년에 추징금 26억34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변호사가 재판부와의 연고와 친분을 이용해 석방을 대가로 거액을 챙긴 것은 정당한 변호 활동을 벗어나 법치주의의 뿌리를 흔들고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 대표인 송창수 씨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각각 50억 원씩 총 100억 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 변호사는 이 돈이 장래 사건들에 대한 ‘포괄적 수임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석방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변호사가 명시적으로 재판부에 접대한다는 말이 없었더라도 묵시적으로 청탁이 전제됨을 인식하고 있었고 수임료 증빙도 대부분 누락했다”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재판부 로비 명목으로 구속된 의뢰인들에게 100억 원의 수임료를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부장판사 출신 전관 최유정 변호사(47·여)가 1심에서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은 5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변호사에게 "재판부와 교제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금원을 받아 법치주의의 뿌리를 흔들고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징역 6년을 선고하고 45억 원을 추징하기로 했다. 함께 기소된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44)는 징역 8년을 선고받고 26억여 원을 추징받았다. 최 변호사는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 대표인 송창수 씨(40)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로부터 석방을 대가로 각각 50억 원씩 총 100억 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 변호사는 이 돈이 장래에 발생할 사건들에 대한 '포괄적 수임료'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석방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변호사가 거액의 돈을 받을 때 명시적으로 재판부에 접대한다는 말이 없었더라도 묵시적으로 교제 청탁이 전제돼있음을 인식하고 있었고 수임료 대부분을 법조윤리협의회나 서울변호사회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의 수임비리는 정 전 대표와의 수임료 분쟁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1¤3월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된 정 전 대표에게 '재판장과 친분이 있다'며 50억 원을 받았지만 보석 신청이 기각되자 수임료 반환을 요구받았다. 다른 변호사들은 정 전 대표에게 보석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최 변호사는 첫 접견에서 "보석이 가능하다"고 확신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에게 최 변호사를 소개해준 송 씨도 "(최 변호사가) 작업을 잘본다"며 재판부에 대한 로비를 잘한다는 취지로 바람을 넣었다. 재판부는 최 변호사가 의뢰인들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한 점에 주목했다. 송 씨의 경우 최 변호사에게 돈을 건넬 당시 여러 건의 사기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다른 사건에도 악영향을 줄까 염려하고 있었다. 정 전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 상장을 앞두고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되는 바람에 거액을 써서라도 석방을 원했다. 재판부는 "최 변호사가 전직 부장판사 출신이 아니라면 의뢰인들이 50억 원이라는 거액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재판부와의 사적인 연고와 친분관계를 이용해 석방을 대가로 거액을 챙긴 것은 정당한 변호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가 정 전 대표에게 수임료 반환을 요구받자 변호 과정에서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을 언론에 공개하고 반성하기보다 다른 법조인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변명한 점도 지적했다. 이날 옥색 수의를 입고 두 손을 모은 채 선고 내용을 들은 최 변호사는 "정직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엄벌에 처한다"는 재판부의 설명에 목례한 뒤 체념한 듯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전기난로 때문에 발생한 화재로 피해를 본 고객에게 난로 제조업체가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흥권)는 3일 벽걸이용 원적외선 난로를 사용하다가 불이 나 피해를 본 장모 씨 등 3명이 난로 제조업체 H 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H 사는 9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장 씨 등은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 자신의 집 안방에서 벽걸이용 원적외선 난로를 사용하다 제품에서 발생한 불꽃이 주변으로 번지며 가재도구와 건물 일부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사고 당시 장 씨 가족은 난로를 안방에 켜둔 채 화장실에 있거나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장 씨는 "문제의 난로를 5년 이상 고장 없이 사용했고, 사용설명서와 안전기준을 준수했다"며 제품 결함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전기난로 잔해 중 내부 배선에서 단락흔(끊어진 흔적)이 발견됐다"며 "내부 배선은 소비자가 전기난로를 분해하지 않으면 접근할 수 없는 부분으로, 본체에 의해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눌러서 전선이 끊길 가능성은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장 씨가 5년 이상 난로를 쓰면서 사용 부주의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던 점도 고려했다. 다만 장 씨 등이 난로가 있던 안방이 아닌 다른 곳에 있어서 화재 피해가 확대된 점을 고려해 난로 제조사의 책임을 70%만 물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공원이나 길가에 대기시켰다가 차로 픽업해 각종 지시를 내린 정황이 재판에서 드러났다. 최 씨가 직권남용죄의 구성 요건상 ‘민간인’ 신분일 뿐이어서 김 전 차관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압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변론에 맞서 검찰이 공개한 사실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29일 열린 김 전 차관과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최 씨의 지위를 이해하는 것이 국정 농단 사건을 풀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최 씨는 장 씨가 운전하는 차를 한강 둔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노상으로 몰고 간 뒤 근처에서 미리 대기하던 김 전 차관을 태워 차 안에서 지시했다”며 구체적인 공모 정황을 공개했다. 현직 차관을 길가에 서 있게 할 만큼 최 씨의 영향력이 막강했다는 것. 이어 외국 대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카드와 함께 선물한 기념품이 최 씨 집에서 발견됐다며 이 물품들을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밀접한 관계를 입증할 증거로 냈다. 김 전 차관은 최 씨의 조카 장 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 원을 후원하도록 삼성을 압박한 배후로 박 대통령을 지목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업무수첩에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독대한 정황이 기재된 메모를 근거로 들었다. 또 최 씨 회사인 더블루케이가 문체부 산하 카지노업체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요구한 80억 원대 용역계약 역시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국민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 등이 최 씨에 대해 모르쇠 전략으로 나간 것과 달리, 김 전 차관이 최 씨 관련 비위의 증인을 자처함으로써 박 대통령 및 고위 공직자들과 공모 관계를 전면 부인해 온 최 씨의 방어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최 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나온 최 씨의 변호인은 “김 전 차관에게 영재센터 후원 기업을 물색해 달라고 도움을 구한 적은 있지만, 특정 기업이나 금액을 정해 강요한 적은 없다”며 직권남용 공모 사실을 부인했다. 또 김 전 차관이 기업들을 협박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김 전 차관의 ‘과잉 충성’으로 몰았다. 반면 장 씨는 “삼성에 후원금 지원을 요구한 혐의를 인정한다”며 개입을 부인한 최 씨와 엇갈린 진술을 했다. 한편 19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변호인을 새로 선임하고 박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이 비밀누설 증거로 낸 최 씨의 태블릿PC를 적법하게 입수한 것인지 문제 삼았다. 최 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첫 공판은 내년 1월 5일, 김 전 차관과 장 씨의 첫 공판은 같은 달 17일 열릴 예정이다.신동진 shine@donga.com·권오혁·김민 기자}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생긴 ‘선거구 공백기’(올 1월 1일∼3월 2일)에 후보자가 돈을 뿌렸어도 처벌할 근거가 없어 무죄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의 방관으로 생긴 ‘무법 기간’에 국회의원 스스로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특혜를 주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구고법은 1일 “기존 선거구가 효력을 잃은 62일 동안 기부행위의 전제가 되는 선거구가 없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무죄”라는 항소심 첫 판결을 냈다. 15일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원지법 1심에서 기부행위 무죄 판결을 받았다. 22일엔 국민의당 후보였던 이한수 전 익산시장이 광주고법에서 이 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기부행위의 상대방은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로 명시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인구 편차가 3 대 1에 달하는 선거구구역표를 2 대 1 수준으로 떨어뜨리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이듬해 12월 31일까지 개정 시한을 줬지만 국회는 늑장을 피우다 올 3월 3일에야 새 선거구구역표를 확정했다. 검찰은 입법 공백으로 ‘선거구’가 없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을 처벌하지 못한다는 법원 해석에 반발한다. 그동안 기부행위 처벌은 금권선거 우려로 선거범죄 중에서도 죄질이 안 좋아 인정되기만 하면 대부분 당선무효형이 선고돼 왔다. 법원 역시 이달 대구고법 등에서 전향적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종전에 금지되던 기부행위가 일시적인 선거구 공백 기간이라고 해서 갑자기 허용된다는 결과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번 20대 총선에서만 24명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대구고법 등의 논리에 따르면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올 2월, 4월 표밭 관리를 위한 돈을 뿌렸더라도 지난해 12월과 올 4월만 처벌되고 올 2월은 처벌되지 않는 모순된 결론에 이른다. 이미 유죄가 확정된 24명도 ‘억울한 범죄자’가 된다. 현행법상 판례 변경만으로는 재심 청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구 공백 사태는 선거구 간 편차를 4 대 1에서 3 대 1로 줄인 2004년 17대 총선 때도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기부행위로 구속된 사범만 100여 명,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500명이 넘었지만 법원이 입법 공백을 문제 삼아 무죄 판결을 내린 적은 한 건도 없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대한변협이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의 징계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대한변협은 최근 상임이사회에서 우 전 수석 변호사법 위반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달 서울변호사회의 징계개시 신청에 따른 것이다. 변협은 자체 조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2013~2014년 사건 수임 건수와 수임액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인 서울변호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음달 23일 징계위를 열고 우 전 수석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변호사는 매년 1월 말까지 전년도에 처리한 수임사건의 건수와 수임액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검찰도 우 전 수석의 수임비리 여부를 살피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다단계 업체 '도나도나' 사건을 몰래 변호하고 수임료를 축소 신고해 1억1000만 원 가운데 6000만 원에 대한 소득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시민단체에 고발당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