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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당·정·군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인민해방군이 지도부의 잦은 교체 속에 전력 약화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이 와중에 시 주석이 2032년까지 4연임을 추구하고 있고, 그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불확실성 또한 커질 것이라고 미국 외교매체 포린어페어스(FA)가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을 통제하는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는 현재 위원회에 참여하는 7명 중 3명이 비리 연루 등을 이유로 사실상 공석이다. 특히 올 3월 이후 종적을 감춘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비리로 낙마한 먀오화(苗華) 전 중앙군사위원회 주임은 시 주석이 직접 발탁한 측근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여전하다. 시 주석 측근의 낙마는 인민해방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시 주석의 군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 준다는 시각도 있다. 그간 인민해방군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자 장기 집권에 대한 비판을 차단해 주는 기능을 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 주요 인사에 대한 숙청은 시 주석과 군 수뇌부에 대한 신뢰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NYT는 내다봤다. 유사시 인민해방군이 대규모 군사 행동에 나서는 데 주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핵무기 전문가인 테일러 프래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대만 봉쇄 등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있는 고강도 군사 작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FA는 최신호(2025년 9·10월호)에서 중국이 최근 10년간의 ‘권력 공고화’ 시대를 지나 ‘후계자 승계’라는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 글을 작성한 타일러 조스트 미국 브라운대 교수(정책학), 대니얼 매팅리 예일대 교수(정치학)는 “시 주석이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최소 한 번 더 임기를 수행할 것”이라면서도 “시 주석과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떠난 뒤 후계자를 선정하는 과정은 특히 혼란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중국 최고 지도부에 해당하는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리창(李强·66) 총리, 차이치(蔡奇·70)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제1서기 등은 이미 적지 않은 나이여서 시 주석이 2032년까지 집권한다고 가정할 때 후계자를 맡기기 어렵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나이가 많은 과도기적 지도자를 세우거나 경력이 부족한 인물을 발탁해야 하는데 모두 상당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시 주석이 본인의 집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대만 통일이라는 군사 도박에 나설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저사양 반도체 수출 재개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대중(對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미국 정부에 내는 ‘수출 통행세’만 최소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H20 수출 재개는 H20 제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납품단가 인하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 “美 정부 최소 20억 달러 수익”11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반도체 H20, AMD는 MI308에 대한 중국 수출을 재개하는 대신 각 품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FT는 “미국 기업이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수익 일부를 정부에 지불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와 AMD로부터 최소 20억 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엔비디아의 올해 H20 매출액 예상치를 뉴욕타임스는 150억 달러, FT는 230억 달러로 내다봤다. 이 수치에 15%를 적용하면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서만 22억5000만~34억5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미국은 올 4월 H20과 MI308을 대중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켰다. 당시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시점에서 미국의 최신형 반도체가 중국의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엔비디아는 꾸준히 “저사양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과 이달 6일 거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수출 재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는 8일 H20과 MI308의 대중 수출을 허용했다.● 이익 되면 자국 기업도 쥐어짜는 트럼프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향 AI 칩 수출 재개가 양사에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단기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업체들의 H20 주문이 재개되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20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를 한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중국 수출 재개는 물량 증가로 이어져 유리하다”면서도 “다만 엔비디아와 AMD가 매출의 15%를 세금 형태로 내야 하는 만큼, 이를 협력사인 한국 기업에 전가해 고통을 분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방식을 ‘재확인’시킨 사례로 해석되는 만큼, 대미(對美) 투자 압박을 받는 한국 기업들이 이를 참고해 유연한 대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자국 기업에 수출 허가를 내주는 대신 돈을 받는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다. 여기에 당초 H20의 중국 수출을 막았던 이유인 기술 유출 우려가 해소됐다는 정황도 없다. 그런데도 H20 수출을 허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통행세’를 받기 위해 수출 제한 조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했던 중국 전문가 리자 토빈은 “중국은 미국 정부가 수출 허가로 수익을 창출한 것에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 록히드마틴도 중국에 전투기를 팔고 15% 수수료를 내면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트럼프식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지키려면 현지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관세와 시장 규모 변화에 맞춰 글로벌 생산 설비를 재배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 베이징에서 8일 세계로봇콘퍼런스가 개막한 가운데 14일에는 세계 최초로 인간의 올림픽과 같이 마라톤과 축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기능을 선보이는 ‘2025 휴머노이드 로봇대회’가 열린다. 올 들어 베이징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로봇 관련 행사가 잇따라 열리면서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 등을 포함해 항저우가 기반인 대표 테크기업 ‘항저우 육룡(六龍)’에 이어 베이징 일대의 로봇 관련 기업 ‘베이징 오호(五虎·다섯 호랑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마라톤, 축구 등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 다양 10일 휴머노이드 로봇대회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올 4월 휴머노이드 하프마라톤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쑹옌둥리(鬆延動力)’, 최근 로봇 축구 대회에서 우승한 ‘부스터로보틱스(加速進化)’, 미국 엔비디아와 협업하는 ‘갤봇’, ‘로봇에라’ 등 베이징에 기반을 둔 유명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이 총출동한다. 이 4개 업체에 더해 인간과 비슷한 다섯 손가락의 로봇 손을 만드는 ‘링신차오서우(靈心巧手)’가 ‘베이징 오호’의 주인공.5개 기업은 모두 2023년 이후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이다. 특히 쑹옌둥리는 지난달부터 월 100대 이상의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로봇에라 또한 지난달 5억 위안(약 10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링신차오서우는 올 5월 세계에서 가장 자유도가 높은 로봇손 ‘링커 핸드’를 공개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AI, 로봇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각종 로봇 행사가 열리는 이좡 경제기술개발구는 베이징 로봇 산업의 핵심으로, 현재 300여 개 기업이 모여 약 100억 위안(약 2조 원) 규모의 산업 체인을 구성하고 있다. 샤오미, 유비테크 등 로봇 분야 선두 기업들도 이곳에 입주했다. 일대에 있는 중국 내 최고 이공계 명문으로 꼽히는 칭화대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베이징 오호’ 경영진 대부분이 칭화대 출신이다. 중국 투자업계 관계자는 “칭화대의 막강한 인맥은 로봇 스타트업들이 초기 단계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베이징은 저장성 항저우, 광둥성 선전과 ‘로봇 허브 도시’를 놓고 치열한 경쟁 또한 펼치고 있다. 현지 기술매체 ‘테크놀로지 오브 IoT&AI’에 따르면 중국 내 30대 로봇 기업 중 항저우·상하이의 창장(長江)삼각주를 기반으로 한 업체는 12곳이다. 선전 등 웨강아오(粵港澳) 기반 기업이 9곳, 베이징·톈진·허베이의 징진지(京津冀) 기반 기업이 8곳으로 3파전 양상이 뚜렷하다. 중국 로봇 업계의 성장 속도 또한 빠르다. 올 7월 말 기준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는 총 834개. 올 들어 7월까지 123개가 새로 생겨났는데, 작년 한 해 동안 등록 업체 수인 104개를 이미 넘어섰다. 올 상반기(1∼6월) 중국 로봇 스타트업이 끌어모은 투자액만 153억 위안(약 3조 원) 규모다. ● 中 지방정부 간 과잉 경쟁과 중복 투자는 문제 다만 중국 내 로봇 산업 및 시장의 과열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요 기업이 속속 대량 생산 체제에 돌입했지만 정작 로봇을 어디에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항저우 기반의 로봇업체 유니트리의 왕싱싱(王興興) 최고경영자(CEO)는 9일 세계로봇콘퍼런스 연설에서 “3년 안에 로봇 산업에서도 대표 AI인 ‘챗GPT 모먼트’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체화 지능을 구현하는 데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밝혔다. 각 지방정부의 과잉 경쟁과 중복 투자도 우려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또한 최근 “모든 지역이 AI, 전기차 등 특정 산업 육성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질책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백플립(공중제비), 마라톤 완주. 다음 목표는 가사 로봇입니다.” 4일 중국 베이징 창핑구에서 휴머노이드 제조업체 ‘쑹옌둥리’의 장저위안(姜哲源·27)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났다. 회사 로고가 있는 검은색 반팔 셔츠를 입은 장 창업자와 만나는 내내 그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그는 “직원 140여 명의 스타트업에서 기술 개발, 생산 관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중국의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자) 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중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후 이공계 명문 칭화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2023년 박사 과정을 중단한 채 소셜미디어에서 또래의 로봇광들을 모아 쑹옌둥리를 창업했다. 사업 초기 기술을 개발해도 로봇을 팔 수 없다 보니 창업 1년여 만에 자금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올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가 그와 회사의 운명을 바꿨다. 쑹옌둥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N2’가 준우승을 차지한 것. 그 뒤 한 달 만에 1000대 주문이 몰렸고, 대량 생산 돌입 두 달 만인 지난달에 ‘월 100대 출하’를 달성했다. 장 창업자의 새로운 목표는 5년 안에 여러 조건과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사 로봇을 만드는 것. 그는 “지금도 신발끈을 묶고 빨래를 개는 로봇이 있지만 특정 조건과 환경에서만 가능하다”며 “진짜 사람처럼 어떤 상황에도 빨래를 개려면 수천만 시간을 반복 훈련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N2의 가격은 경쟁업체 유니트리가 개발한 또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인 ‘G1’의 절반도 안 되는 3만9000위안(약 750만 원). 그는 최근 ‘로봇업계의 샤오미’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에 감동을 주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똑같다”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백플립(공중제비), 마라톤 완주…다음 목표는 가사 로봇입니다.”4일 중국 베이징 창핑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 ‘쑹옌둥리(鬆延動力)’의 장저위안(姜哲源·27)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났다. 회사 로고가 있는 검은색 반팔 셔츠를 입은 장 창업자와 만나는 내내 그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그는 “직원 140여 명의 스타트업에서 기술 개발, 생산 관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며 웃었다.쑹옌둥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N2’는 올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120cm의 작은 키의 N2가 안정적이고 힘차게 달리는 모습은 중국 전역에 생중계됐고, 이후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로봇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N2는 출고가가 3만9000위안(약 750만 원)으로 판매되는 인간 형태 로봇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대량생산 체제까지 갖춘 쑹옌둥리는 가성비와 성능을 동시에 갖춘 ‘로봇 업계의 샤오미’로 불린다.●마라톤 완주로 스타덤에 올라쑹옌둥리는 2023년 9월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이다. 창업 후 1달 만에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토타입 제작에 성공했고, 베이징시와 주요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빠르게 사업 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정작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정작 로봇을 사줄 고객이 없었다. 이렇다 할 매출이 없는 가운데 직원 급여와 개발 비용 등이 쌓이자 창업 1년 만에 재무 위기가 찾아왔다.“당시 회사에 마케팅이나 영업팀이 없을 정도로 상업적 마인드가 부족했어요. 고민 끝에 우리의 강점인 ‘하드 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죠.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충격적인 기술과 가격이 필요했습니다.”장 창업자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백플립’에 집중했다. 백플립은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가장 어려운 동작 중 하나로 여겨진다. 사람의 발은 앞쪽이 뒤쪽보다 길어 뒤로 돌아 착지하는 게 균형을 잡기 더 어렵기 때문. 그의 팀은 올해 3월 자사 로봇인 N2가 연속 백플립에 성공한 영상을 선보였다. 함께 공개한 N2의 출고가는 3만9000위안(약 750만 원). 뛰어난 성능과 함께 경쟁업체 유니트리가 개발한 또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인 ‘G1’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업계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4월 로봇 마라톤 대회는 쑹옌둥리의 기술력을 일반 대중에 공개하는 행사였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한 달여 동안 밤을 새며 연구를 거듭하며 로봇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결국 마라톤에서 완주하며 로봇의 안정성을 입증받았다. 대회가 끝난 지 1달 만에 1000대가 넘는 로봇 구입 주문이 쇄도했다. 올해 초 3억 위안(약 580억 원) 수준이던 기업가치가 6월 기준 20억 위안(약 3800억 원)으로 6배 이상 급상승했다. “로봇 마라톤 대회로 매출과 투자가 큰 폭 늘었습니다. 또 로봇이 4시간 가까이 달리면서 얻은 각종 경험 역시 기술 개발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동작이 수없이 반복될 때 내부 선들이 어떻게 손상되고, 어떤 경우 통신이 끊이지는 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데이터들을 얻었죠.”●‘천재 소년’에서 로봇 창업자로1998년생인 장 창업자는 중국의 1990년대 출생자 ‘주링허우(九零後)’를 대표하는 기업인 으로 꼽힌다. 중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오카오(高考)’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후 이공계 명문 칭화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로봇에 관심을 가진 건 박사 과정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인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그의 아버지는 “논문을 발표할 거면 해당 분야의 첫 번째가 되거나 아니면 마지막 논문이 되게 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결국 장 창업자는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로봇을 전공으로 택했다. 2023년 박사 과정을 중단한 채 소셜미디어에서 또래의 로봇광들을 모아 쑹옌둥리를 창업했다.장 창업자는 자신을 포함한 주링허우들이 AI와 로봇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는 게 중국만의 현상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두 영역 모두 전혀 새로운 분야이기에 젊은 층이 기성 세대보다 잘 이해하고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도전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저 역시 특별한 준비 없이 그냥 결심하고 바로 시작(창업)했어요. 창업은 연구와는 전혀 다른 영역이지만, 학교나 대기업처럼 안전한 울타리 안에만 있으면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어요.”그에게 ‘중국에서는 공대, 한국에서는 의대에 인재가 몰리는 현상’에 대한 견해도 물었다. 그는 “어린 시절 조부모로부터 ‘수학과 화학을 잘 배우면 전국 어디를 가도 두려울 게 없다’는 얘기를 늘 듣고 자랐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이공계를 중시하는 인식 덕분에 자연스럽게 인재가 몰렸다는 의미다. “이공계를 연구하는 중국인들은 기계를 발전시켜 인간을 대신해 어려운 작업을 하고, 인간은 시간을 절약해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한국인들도 의료 분야를 발전시켜 각종 건강 문제를 해결한다면 둘 다 인류에게 가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량 생산 돌입, 남은 과제는 데이터 수집쑹옌둥리는 4월 마라톤 대회 이후 주문이 몰리자 베이징, 창저우, 둥관 등에 생산 기지를 추가로 세웠다. 올 5월부터 본격적인 생산 체제에 돌입했고, 두 달 만인 지난달에 ‘월 100대 출하’를 달성했다. 장 창업자는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과 실제 제품을 생산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며 “월 100대 이상 실제 제품 출하가 가능한 기업은 유니트리와 쑹옌둥리 정도”라고 자신했다. 쑹옌둥리는 다음 달에는 약 200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그와 인터뷰를 진행한 4일 본사 한 켠에서는 배송을 앞둔 N2 로봇을 포장 박스에 담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로봇을 분리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박스에 담고, 다시 꺼내 작동시키는 모습을 직접 찍어 고객들에게 보여줄 ‘튜토리얼(설명) 영상’도 촬영했다. 일부 로봇 회사들은 시스템과 역량을 갖추고도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아직 대량 생산에 나서지 않는다. 장 창업자의 생각은 달랐다. 투자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회사 운영을 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주문, 생산, 배송, 애프터서비스(AS)라는 한 사이클을 성공하는 것 자체가 기술력”이라며 “우리 회사의 실행력과 기술력을 믿지 못했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장 창업자의 새로운 목표는 5년 안에 범용성을 갖춘 가사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신발끈을 묶고 빨래를 개는 로봇이 있지만 특정 조건과 환경에서만 가능하다”며 “진짜 사람처럼 어떤 상황에도 빨래를 개려면 수천만 시간을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결국 관건은 데이터 수집에 달려 있다. 인간의 행동과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되어야만 로봇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사람과 같은 업무 수행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 그는 “데이터를 많이 축적하는 회사가 진정한 의미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가장 먼저 도달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현재 로봇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다만 중국은 과거부터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다루는 데 능숙합니다. 여기에는 노동력 확보, 관련 공장이나 인프라 구축 등도 포함됩니다. 결국 공산품이나 데이터나 만들어내는 건 같아요. 중국의 로봇 산업이 미국을 앞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 베이징에서 8일 세계로봇컨퍼런스가 개막한 가운데 14일에는 세계 최초로 인간의 올림픽과 같이 마라톤과 축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기능을 선보이는 ‘2025 휴머노이드 로봇대회’가 열린다. 올들어 베이징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로봇 관련 행사가 잇따라 열리면서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 등을 포함해 항저우가 기반인 대표 테크기업 ‘항저우 육룡(六龍)’에 이어 베이징 일대의 로봇 관련 기업 ‘베이징 오호(五虎·다섯호랑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마라톤, 축구 등 다양한 종목의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 열려10일 휴머노이드 로봇대회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올 4월 휴머노이드 하프마라톤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쑹옌둥리(鬆延動力)’, 최근 로봇 축구 대회에서 우승한 ‘부스터로보틱스(加速進化)’, 미국 엔비디아와 협업하는 ‘갤봇’, ‘로봇에라’ 등 베이징에 기반을 둔 유명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이 총출동한다. 이 4개 업체에 더해 인간과 비슷한 다섯 손가락의 로봇 손을 만드는 ‘링신차오서우(靈心巧手)’가 ‘베이징 오호’의 주인공.5개 기업은 모두 2023년 이후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이다. 특히 쑹옌둥리는 지난달부터 월 100대 이상의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로봇에라 또한 지난달 5억 위안(약 10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링신차오서우는 올 5월 세계에서 가장 자유도가 높은 로봇손 ‘링커 핸드’를 공개했다.베이징 시 당국은 AI, 로봇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각종 로봇 행사가 열리는 이좡 경제기술개발구는 베이징 로봇 산업의 핵심으로 현재 300여 개 기업들이 모여 약 100억 위안(약 2조 원) 산업 체인을 구성하고 있다. 샤오미, 유비테크 등 로봇 분야 선두기업들도 이곳에 입주했다. 일대에 있는 중국 내 최고 이공계 명문으로 꼽히는 칭화대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베이징 오호’ 경영진 대부분 또한 칭화대 출신이다. 중국 투자업계 관계자는 “칭화대의 막강한 인맥은 로봇 스타트업들이 초기 단계에서 투자를 유치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베이징은 저장성 항저우, 광둥성 선전과 ‘로봇 허브 도시’를 놓고 치열한 경쟁 또한 펼치고 있다. 현지 기술매체 ‘테크놀로지오브IoT&AI’에 따르면 중국 내 30대 로봇 기업 중 항저우·상하이의 창장(長江)삼각주를 기반으로 한 업체는 12곳이다. 선전 등 웨강아오(粵港澳) 기반 기업이 9곳, 베이징·톈진·허베이의 징진지(京津冀) 기반 기업이 8곳으로 3파전 양상이 뚜렷하다.중국 로봇 업계의 성장 속도 또한 빠르다. 올 7월 말 기준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는 총 834개. 올 들어 7월까지 123개가 새로 생겨났는데, 작년 한해 동안 등록업체수인 104개를 이미 넘어섰다. 올 상반기(1~6월) 중국 로봇 스타트업이 끌어모은 투자액만 153억 위안(약 3조 원). 지난해 전체 투자액(50억 위안)의 3배가 넘는다.● 中 지방정부 간 과잉 경쟁과 중복 투자는 문제다만 중국 내 로봇 산업 및 시장의 과열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요 기업이 속속 대량 생산 체제에 돌입했지만 정작 로봇을 어디에 활용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항저우 기반의 로봇업체 유니트리의 왕싱싱(王興興) 최고경영자(CEO)는 9일 세계로봇컨퍼런스 연설에서 “3년 안에 로봇 산업에서도 대표 AI인 ‘챗GPT 모먼트’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체화 지능을 구현하는 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밝혔다.각 지방정부의 과잉 경쟁과 중복 투자도 우려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또한 최근 “모든 지역이 AI, 전기차 등 특정 산업 육성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질책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빠르면 다음 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6일 밝혔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보좌관 또한 7일 “실무자들이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3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러 혹은 미-러-우크라 정상회담이 열릴지와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및 종전 계기가 마련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휴전에 내내 미온적이던 푸틴 대통령의 태도가 바뀐 배경으로 미국이 6일 인도에 부과한 25%의 추가 관세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해 온 인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총 50%(상호관세 25%, 추가 관세 25%)의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계속될수록 푸틴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이 뭉치는 모습도 감지된다. 로이터통신은 모디 총리가 31일 중국 톈진에서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018년 이후 7년 만에 중국을 찾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푸틴과 조기에 만날 가능성 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을 언제 만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매우 조기에(very soon) 만날 가능성이 상당하다(good chance)”고 답했다. 그는 올 1월 재집권 후 푸틴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했지만 직접 만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3시간가량 푸틴 대통령을 만난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의 러시아 방문을 두고도 트루스소셜에 “매우 생산적이었다.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 주요국 정상과도 통화하며 3자 정상회담 계획안을 설명했다며 “모두가 이 전쟁이 반드시 종결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러시아가 좀 더 휴전에 의향을 보인 것 같다”고 했다. 우샤코프 보좌관 또한 “미국 측의 제안으로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회담 장소도 합의됐으며 조만간 알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촉박한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회담이 다음 주에 개최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NN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그렇게 빠른 시일 안에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브릭스 정상은 反트럼프 연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산유국인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도 인도와 중국에 대규모 원유를 판매하며 전쟁 자금을 충당하고 있으며, 이런 경제적 자신감이 러시아가 휴전에 소극적인 이유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8일까지 러시아가 휴전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의 상대 교역국에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특히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러시아 원유 수입을 이유로 중국에도 (인도처럼)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는 인도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다른 나라도 대상이 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중국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기 위해 인도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주요국이 ‘반(反)트럼프’ 전선을 구축하는 모습도 뚜렷하다. 약 350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1962년 국경 분쟁을 벌인 뒤 아직까지도 산발적인 교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디 총리가 중국 본토를 찾는 건 이례적이다. 푸틴 대통령 또한 올 연말 인도를 찾아 모디 총리와 회담하기로 했다고 인도 고위 관리가 7일 밝혔다. NYT는 “미국의 2차 관세가 중국 견제를 위해 손을 잡아 온 ‘미국-인도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으로부터 50%의 상호관세 폭탄을 맞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6일 로이터통신에 “대화할 뜻이 없는 미국 정상(트럼프)과 대화하는 건 굴욕”이라며 브릭스의 여러 지도자와 현 사태의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지금 구입하시면 1만 위안(약 200만 원) 할인해서 9만5000위안(약 1800만 원)에 드릴게요.” 6일 중국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 문을 연 로봇 판매 전문매장. 판매 직원은 중국 로봇 업체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직접 조종해 몇 가지 동작을 선보인 뒤 “인사와 악수를 할 수 있고, 다른 로봇들보다 움직임이 더 자연스러운 편”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에서 로봇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장소가 문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장 운영을 맡은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 따르면 이곳에서 로봇의 판매(Sale), 부품 공급(Spare Parts), 서비스(Service), 고객 만족도 조사(Survey)까지 이른바 ‘4S’가 이뤄진다. 4S는 중국에서 주로 자동차 판매 대리점의 운영 방식을 일컫는 표현. 소비자들이 판매장을 찾아가 자동차를 직접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하듯, 로봇도 그렇게 쇼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대량 생산 돌입한 中 휴머노이드 로봇이날 매장에는 중국의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총출동했다. 최근 로봇 축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부스터 로보틱스사의 T1, 유비테크의 공장형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2를 포함해 100여 종의 로봇과 부품들이 진열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각 로봇마다 가격표가 붙어 있다는 점. 로봇 가격은 2000위안(약 38만 원)부터 1500만 위안(약 29억 원)으로 다양했다. 케플러사의 24만4000위안(약 4700만 원)짜리 휴머노이드 로봇 K2를 소개한 판매 직원은 “주로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일반 방문객도 현장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별도의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인공지능(AI) 장기 로봇은 가장 인기가 많은 체험 코너 중 하나. 한 중년 여성 방문객은 “10년 넘게 장기를 취미로 해왔는데, 로봇과의 대결에서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기 로봇의 가격은 2299위안(약 44만 원), 나란히 진열된 바둑 로봇은 3999위안(약 77만 원)이었다. 베이징시는 로봇 판매점 개장에 맞춰 2일부터 ‘로봇 소비 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 기간에 로봇을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최대 1500위안(약 30만 원) 상당의 소비 쿠폰을 지급한다. 14일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의 입장권은 200∼500위안(약 4만∼10만 원) 수준으로, 개·폐막식 티켓이 이미 매진됐다.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매장의 출현은 중국에서 대량 생산 체제가 갖춰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해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로봇 마라톤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로봇 스타트업 쑹옌둥리(松延動力)는 지난달 휴머노이드 로봇 105대를 생산, 납품했다고 2일 밝혔다. 쑹옌둥리 외에도 중국에서 유니트리와 즈위안로봇이 누적 출하량 1000대를 기록하며 대량 생산에 나서고 있다.4일 방문한 쑹옌둥리 본사에는 배송을 기다리는 N2 로봇 수십 대가 사무실에 놓여 있었다. 직원들은 무릎을 굽힌 채 누운 자세의 로봇들을 포장용 박스에 담고 있었다. 포장된 로봇들은 중국 전역의 고객들에게 배송된다. 업체 관계자는 “일반 가전제품처럼 사용설명서가 동봉돼 있다. 완성품 상태로 배송돼 전원만 켜면 바로 작동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지난해 3억 달러(약 4200억 원)에서 2030년 34억 달러(약 4조73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아직은 구매 고객 다수가 연구소와 관공서 다만 일각에선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과대 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마라톤 등 각종 이벤트가 열리며 관심이 높아졌지만, 실제 대중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 또 아직까지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매하는 고객은 연구소와 관공서 등이 다수를 차지한다. 일반 고객은 소수의 ‘로봇 마니아’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처럼 일상생활에서 사용되기까지는 5년 안팎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오퉁양(趙同陽) 중칭로봇 창립자는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의 지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이 5년 내로 보편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조현 외교부 장관이 “중국이 주변 국가들에 다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5일 관영매체를 통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뤼차오(呂超)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은 이날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한중 관계가 제3자(미국)의 영향이나 지렛대로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이어 “현 한국 정부는 이전 정부의 일방적 접근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지만,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여전히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조 장관의 발언은 조심스러운 외줄타기 외교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날 또 다른 관영매체 환추시보 또한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거둔 수혜자”라며 “한국 외교부 장관이 중요한 자리에서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발언을 한 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불만을 표했다.앞서 조 장관은 3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의 구조물 설치 등을 두고 “중국에 국제법을 준수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고 밝혔다. 4일 주한 중국대사관은 “중국은 주변국들과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대통령실은 5일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조 장관의 발언은 한중 간 일부 사안에 이견이 있더라도 민생 및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한중 관계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장관이 중국과의 관여 필요성을 관련국들에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도 살펴봐 달라”고 덧붙였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조현 외교부 장관이 “중국이 주변 국가들에 다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5일 관영매체를 통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뤼차오(呂超)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은 이날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한중관계가 제3자(미국)의 영향이나 지렛대로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이어 “현 한국 정부는 이전 정부의 일방적 접근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지만,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여전히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조 장관의 발언은 조심스러운 외줄타기 외교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뤼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고율 관세 부과와 주한미군 감축 압박을 받는 상황임을 이해한다면서도 “지금 필요한 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결단력 있는 조치”라고 주장했다.같은 날 또 다른 관영매체 환추시보 또한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거둔 수혜자”라며 “한국 외교부 장관이 중요한 자리에서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발언을 한 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불만을 표했다.앞서 조 장관은 3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의 구조물 설치 등을 두고 “중국에 국제법을 준수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고 밝혔다. 4일 주한 중국대사관은 “중국은 주변국들과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대통령실은 5일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조 장관의 발언은 한중 간 일부 사안에 이견이 있더라도 민생 및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한중관계를 만들기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장관이 중국과의 관여 필요성을 관련국들에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음도 살펴봐 달라”고 덧붙였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중국 최고 지도부가 여름휴가를 보내며 비공개로 정국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시작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고위직 인사, 대미 무역 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다음 달 초 전승절 행사 등의 현안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동안 비리 등으로 숙청된 인사가 적지 않았던 만큼 주요 보직에 어떤 인사들이 기용될지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3월 시작된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의 절반이 지난 가운데 그의 4연임 여부를 포함해 향후 중국 권력 구도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비중 있게 다뤄질지도 관심이다.● 휴가지서 모여 비공개 현안 논의차이치(蔡奇)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는 3일 시 주석의 위임을 받아 베이다이허에서 휴가 중인 전문가들에게 인사를 전했다고 관영 중국중앙(CC)TV가 이날 전했다. 차이 서기는 중국 서열 5위로, 시 주석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최측근이다. 그는 “전문가 인재는 당과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교육·인재·과학기술 강국을 건설해 당과 국가사업 발전에 새로운 더 큰 기여를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첨단기술, 철학, 사회과학 분야 전문가와 기초연구 분야 청년 인재들이 베이다이허에 초청됐다고 CCTV는 전했다.베이다이허는 중국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km 떨어진 허베이성 친황다오의 바닷가 휴양지다.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이 이곳에서 여름휴가를 겸한 회의를 연 뒤 지금까지 매년 이어지고 있다. 통상 열흘 동안 중국 최고 지도부와 국가 원로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사, 외교, 경제 등 각종 국가 현안을 논의한다. 참석자와 의제는 물론이고 개최 여부조차 알리지 않은 채 비공개로 진행된다. 다만, 고위급 인사가 베이다이허에 모인 전문가들에게 인사를 전했다는 보도로 개최 사실을 짐작해 왔다. 이날 차이 서기의 동향 보도에 관심이 쏠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시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 대부분이 베이다이허에 모이는 만큼, 회의 기간 중국 최고 지도부의 공개 활동은 사실상 중단된다. 중국 외교부도 매일 진행하던 정례 브리핑을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엔 열지 않는다. 올해 브리핑 중단 기간은 4일부터 15일까지다.● 10월 열릴 4중전회 ‘사전 회의’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선 중국의 중장기 경제 정책도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공산당은 10월 말쯤 최고 권력 기구인 중앙위원회의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열기로 했다. 4중전회에서 제15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26∼2030년) 초안을 다룰 예정인 만큼, 사전 회의 성격의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도 이 내용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맞물려 대미 무역 협상 및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논의될 수 있다.4중전회에서도 다뤄질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 문제도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비리 혐의로 낙마한 먀오화(苗華) 중앙군사위원회 주임과 3월 이후 자취를 감춘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거취와 후임자 임명은 향후 중국 군부 내 권력 구조를 전망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2028년 3월까지 임기인 시 주석의 4연임 여부나 후계자 임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다만, 베이다이허 회의의 정치적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시각도 있다. 시 주석 집권 뒤 당내 집단 지도 체제가 약화됐고, 원로들의 발언권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오랫동안 베이다이허는 정치 일정이 한산한 시기에 중국 지도자들이 모여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됐지만, 이제는 여름휴가지로 활용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매년 8월 허베이성 친황다오 바다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서 열리는 비공식 중국 지도부 회의. 국가의 중대한 정책과 인사 등을 열흘간 비공식적으로 논의. 구체적인 회의 일정과 의제는 비공개.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이 여름휴가를 겸한 회의를 베이다이허에서 처음 가지면서 중국 지도부의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했음.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미국 보건당국이 최근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확산되고 있는 모기 매개 감염병인 ‘치쿤구니야’ 열병 확산을 이유로 중국에 대한 여행경보 발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31일 전했다. 중국 당국 또한 대책 회의를 열고 전국 곳곳의 모기 서식지에 대한 방역 강화 등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신고된 치쿤구니야 열병 환자는 1명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치쿤구니야 열병의 규모와 범위에 대한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CDC는 특정 질병과 자연재해가 심할 경우 해당 지역 여행에 대한 위험 경보를 내린다. 광둥성 질병통제예방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광둥성에서만 4824명의 치쿤구니야 열병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40명이 최근 일주일(지난달 20∼26일) 사이에 감염됐다. 이후로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 안팎을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사망자나 중증 환자는 없다고 광둥성 측은 설명했다. 치쿤구니야 열병은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집트숲모기나 흰줄숲모기에게 물렸을 때 감염되는 제3급 법정 감염병이다. 대개 1∼12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 발진, 관절통,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치쿤구니야는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부족 언어로 ‘굽어진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심한 관절통으로 자세가 구부정해진다는 의미에서 병명이 붙여졌다. 치쿤구니야 열병은 별다른 치료제가 없다. 보통 일주일 안에 회복되지만,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관절통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치사율은 1% 미만이지만, 현재 특화된 치료제가 없어 대규모 유행 시 사망자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광둥성 내 확진자 중 90% 이상이 집중된 포산시 일대는 최근 대대적인 방역 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포산 당국은 도심 속 호수나 연못에 물고기 5000마리도 방류했다. 물고기는 물속에 서식하는 모기 유충을 잡아 먹어 모기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광둥성 중산대 의대 연구진은 숲모기의 천적으로 불리는 대왕모기를 풀어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2일 “이번 확산세가 인도양 섬 지역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약 50만 명이 감염됐던 2004∼2005년 때와 비슷하다”고 경고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최근 대(對)중 수출 재개가 승인된 미국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칩(H20)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고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31일 밝혔다. 중국 당국이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중 3차 고위급 무역협상이 끝난 직후 엔비디아의 보안성을 문제 삼아 압박에 나선 것.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의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대응해 자국산 반도체로 대체하려는 흐름과도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CAC는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H20 칩에 존재할 수 있는 백도어(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 등 보안 취약성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관련 증빙 자료를 제출할 것을 엔비디아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와 예약 면담(웨탄·約談)을 했다고 표현했다. 웨탄은 형식상 면담 형태일 뿐 실제로는 ‘공개 경고’나 ‘군기 잡기’ 성격이 강하다. CAC는 또 “앞서 미국 의회가 미국에서 수출되는 첨단 칩에 ‘추적 및 위치 지정’ 기능을 탑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연산 칩이 이미 추적 위치 확인이나 원격 차단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실제 H20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견됐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올 4월 H2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15일 중국을 직접 방문해 H20의 중국 판매 승인 소식을 알렸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H20 수출 재개를 미중 2차 고위급 무역협상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 재개 발표 이후 H20 물량 확보를 위해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칩 30만 개를 새로 주문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향후 정부 규제로 H20을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해 구입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자국 내 주요 테크 기업들에게 비공식적으로 국산 AI칩 구매를 늘리도록 권고하며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려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나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은 2023년 5월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위험이 확인됐다며 주요 인프라 운영자들에게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시켰다. 지난해 11월 중국 사이버보안협회(CSAC)는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CAC의 조사를 청원하기도 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 보건당국이 최근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확산되고 있는 모기 《◆매개 감염병인 ‘치쿤구니야’ 열병 확산을 이유로》 중국에 대한 여행경보 발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31일 전했다. 중국 당국 또한 대책 회의를 열고 전국 곳곳의 모기 서식지에 대한 방역 강화 등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신고된 치쿤구니야 열병 환자는 1명이다.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치쿤구니야 열병의 규모와 범위에 대한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CDC는 특정 질병과 자연재해가 심할 경우 해당 지역 여행에 대한 위험 경보를 내린다. 광둥성 질병통제예방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광둥성에서만 4824명의 치쿤구니야 열병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40명이 최근 1주일(지난달 20~26일) 사이에 감염됐다. 이후로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 안팎을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사망자나 중증 환자는 없다고 광둥성 측은 설명했다.치쿤구니야 열병은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집트숲모기나 흰줄숲모기에게 물렸을 때 감염되는 제3급 법정 감염병이다. 대개 1~12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 발진, 관절통,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치쿤구니야는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부족 언어로 ‘굽어진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심한 관절통으로 자세가 구부정해진다는 의미에서 병명이 붙여졌다.치쿤쿠니야 열병은 별다른 치료제가 없다. 보통 1주일 안에 회복되지만,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관절통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치사율은 1% 미만이지만, 현재 특화된 치료제가 없어 대규모 유행 시 사망자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광둥성 내 확진자 중 90% 이상이 집중된 포산시 일대는 최근 대대적인 방역 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포산 당국은 도심 속 호수나 연못에 물고기 5000마리도 방류했다. 물고기는 물속에 서식하는 모기 유충을 잡아 먹어 모기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광둥성 중산대 의대 연구진은 숲모기의 천적으로 불리는 대왕모기를 풀어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2일 “이번 확산세가 인도양 섬 지역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약 50만 명이 감염됐던 2004~2005년 때와 비슷하다”고 경고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올 10월 중국공산당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 전회)’를 열기로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과거 관행에 비춰 봤을 때 10월 31일∼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4중 전회에서는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등 중장기 경제 정책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일각에서 당, 군의 최고지도부 교체설 등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이를 불식시키고 향후 당의 운영 방향과 권력 구조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中 중장기 경제 정책 논의할 듯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는 4중 전회를 10월 중 수도 베이징에서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날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205명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는 5년에 한 번 관례적으로 열리는 전국대표대회와 달리 매년 1, 2차례 열리는 상설 회의체다. 외교, 국방, 경제, 사회 등 국가의 모든 분야를 관할한다. ‘중전회(中全會)’로도 불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1·2중 전회(지도부 선출), 3중 전회(세부 정책 결정), 4중 전회(당의 방향 결정), 5중 전회(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장기 정책 수립) 등으로 나뉜다. 6·7중 전회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해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를 준비한다. 이번 4중 전회는 예년과 달리 중장기 경제 정책을 다룰 가능성이 높다. 당초 2023년 9∼11월쯤 열릴 예정이었던 20기 3중 전회는 약 10개월 미뤄진 지난해 7월에 열렸다. 이에 따라 통상 현 국가주석의 임기 3년 차에 열리던 4중 전회 또한 시 주석의 집권 3기가 시작된 지 4년째인 올해 열리게 됐다. 그 결과 당장 내년 시행할 15차 5개년 계획이 이번 회의의 주요 안건이 된 것이다. 중앙위원회는 4중 전회에서 초안을 검토하고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중앙정치국은 경제 상황에 대해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에 직면해 있고, 기회와 위험이 공존해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경쟁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획득하고 중국식 현대화의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10년 전 발표돼 중국의 첨단 제조업 성장을 이끌어온 ‘중국제조 2025’의 후속 계획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 당·정·군 고위 인사 주목 4중 전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당·정·군의 고위급 인사다. 이번 회의에서 최소 5명의 중앙위원이 교체될 수 있으며 이는 2017년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시 주석의 측근으로 군부 서열 5위였던 먀오화(苗華) 전 중앙군사위원회 주임이 대표적이다. 먀오 전 주임은 지난해 11월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후 올 4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6월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직 등이 차례로 박탈됐다. 이에 따라 4중 전회에서 먀오 전 주임의 중앙위원직도 박탈되고 그의 부패 혐의가 자세히 공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역시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란톈리(藍天立) 전 광시좡족자치구 주석, 진샹쥔(金湘軍) 전 산시성장 등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올 3월 이후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군부 서열 3위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거취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시 주석의 후계자가 지명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내놓는다. 시 주석은 2009년 17기 4중 전회 당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선출됐다. 이를 통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차기 지도자로 낙점됐다. 다만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이번 4중 전회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중국에 항복한 날을 기념하는 9월 3일 전승절 행사, 경주 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외교 행사를 사이에 두고 열리는 만큼 “급격한 권력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과 중국이 28, 29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갖고 관세 유예 조치를 3개월 더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양측은 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고, 극단적인 대립은 지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중국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중국은 미국에 펜타닐 관세 철폐 등을 요구했지만 뚜렷한 결론은 못 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이) 대화에는 나서지만 양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양측이 이르면 올 10월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톱다운 방식의 해결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양국은 관세 유예 조치를 90일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미중은 올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차 무역협상을 벌여 상대방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115%포인트씩 내리기로 합의했다. 중국 협상단 대표인 허리펑(何立峰) 부총리는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이라며 “협력하면 서로에게 이롭지만, 대립하면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협상단 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회의는 건설적이었다”면서도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남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 기간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협상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면 높은 관세가 부과될 거라고 중국에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최대 500%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 동맹국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경제 구조를 수출 중심에서 소비 위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중국도 미국이 펜타닐 원료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과한 20% 관세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미국 측은 중국의 펜타닐 단속에 진전이 없다고 반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대중(對中) 첨단 분야 수출 규제의 추가 해제나,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인수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미국 대표단은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은 앞으로 본격적인 무역협상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올해 안에 양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자들에게 “연말 전에 (시 주석과의)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올 10월 중국공산당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 전회)’를 열기로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과거 관행에 비춰봤을 때 10월 31일~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이번 4중 전회에서는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등 중장기 경제 정책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일각에서 당, 군의 최고지도부 교체설 등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이를 불식시키고 향후 당의 운영 방향과 권력 구조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中 중장기 경제 정책 논의할 듯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는 4중 전회를 10월 중 수도 베이징에서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날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205명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는 5년에 한 번 관례적으로 열리는 전국대표대회와 달리 매년 1,2차례 열리는 상설 회의체다. 외교·국방·경제·사회 등 국가의 모든 분야를 관할한다. ‘중전회(中全會)’로도 불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1·2중전회(지도부 선출), 3중 전회(세부 정책 결정), 4중 전회(당의 방향 결정), 5중 전회(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장기 정책 수립) 등으로 나뉜다. 6·7중전회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해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를 준비한다.이번 4중 전회는 예년과 달리 중장기 경제 정책을 다룰 가능성이 높다. 당초 2023년 9~11월 쯤 열릴 예정이었던 20기 3중 전회는 약 10개월 미뤄진 지난해 7월에 열렸다. 이에 따라 통상 현 국가주석의 임기 3년 차에 열리던 4중 전회 또한 시 주석의 집권 3기가 시작된 지 4년 째인 올해 열리게 됐다. 그 결과 당장 내년 시행할 15차 5개년 계획이 이번 회의의 주요 안건이 된 것이다. 중앙위원회는 4중 전회에서 초안을 검토하고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중앙정치국은 경제 상황에 대해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에 직면해 있고, 기회와 위험이 공존해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경쟁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획득하고 중국식 현대화의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10년 전 발표돼 중국의 첨단 제조업 성장을 이끌어온 ‘중국제조 2025’의 후속 계획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 당·정·군 고위 인사 주목4중 전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당·정·군의 고위급 인사다. 이번 회의에서 최소 5명의 중앙위원이 교체될 수 있으며 이는 2017년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시 주석의 측근으로 군부 서열 5위였던 먀오화(苗華) 전 중앙군사위원회 주임이 대표적이다. 먀 전 주임은 지난해 11월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후 올 4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6월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직 등이 차례로 박탈됐다. 이에 따라 4중 전회에서 먀 전 주임의 중앙위원직도 박탈되고 그의 부패 혐의가 자세히 공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역시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란톈리(藍天立) 전 광시좡족자치구 주석, 진샹쥔(金湘軍) 전 산시성장 등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올 3월 이후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군부 서열 3위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거취도 관심사다.일각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시 주석의 후계자가 지명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내놓는다. 시 주석은 2009년 17기 4중 전회 당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선출됐다. 이를 통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차기 지도자로 낙점됐다. 다만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이번 4중 전회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중국에 항복한 날을 기념하는 9월 3일 전승절 행사, 경주 APEC 등 굵직한 외교 행사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급격한 권력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과 중국이 28, 29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갖고 관세 유예 조치를 3개월 더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양측은 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고, 극단적인 대립은 지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중국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중국은 미국에 펜타닐 관세 철폐 등을 요구했지만 뚜렷한 결론은 못 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이) 대화에는 나서지만 양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양측이 이르면 올 10월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톱다운 방식의 해결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은 양국은 관세 유예 조치를 90일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미중은 올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차 무역협상을 벌여 상대방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115%포인트씩 내리기로 합의했다. 중국 협상단 대표인 허리펑(何立峰) 부총리는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이라며 “협력하면 서로에게 이롭지만, 대립하면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미국 협상단 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회의는 건설적이었다”면서도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남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 기간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이번 협상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면 높은 관세가 부과될 거라고 중국에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최대 500%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 동맹국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경제 구조를 수출 중심에서 소비 위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중국도 미국이 펜타닐 원료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과한 20% 관세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미국 측은 중국의 펜타닐 단속에 진전이 없다고 반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대중(對中) 첨단 분야 수출 규제의 추가 해제나,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인수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미국 대표단은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은 앞으로 본격적인 무역협상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올해 안에 양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자들에게 “연말 전에 (시 주석과의)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과 중국이 28, 29일 양일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제3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갖고 다음 달 12일 종료되는 상호관세 인하 조치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이 미국 보잉 항공기를 대량으로 구매할 가능성도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를 타고 양국 정상회담의 개최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은 중국에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줄이고, 시장 개방 수준을 높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중국은 ‘펜타닐’ 마약 관세, 각종 첨단기술 수출 규제 등을 철폐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 때처럼 극단적인 대립 양상은 안 보이지만, 통상 의제에 관한 양국의 시각 차가 여전해 최종 협상의 결론은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트닉 “관세 인하 3개월 연장 유력” 미국 측 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중국 측 대표인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는 28일 오후 스톡홀름 모처에서 약 5시간 동안 대면 협상을 했다. 29일에는 오전부터 협상을 재개했다. 스톡홀름에는 가지 않았지만 통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양국이 기존의 관세 인하 조치를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관한 질문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필요하지만 (연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리어 USTR 대표 역시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양측 대화가 건설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두 나라는 관세 인하 조치 연장과 별개로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들을 꺼내며 상대국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취재진에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미국과의 관세 합의 당시 자국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한 것을 거론하며 “중국도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 또한 최근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매우 많이 수입하고 있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 또한 100%의 2차 관세를 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3차 협상에서도 중국의 시장 개방, 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이 비중 있게 논의됐음을 짐작게 한다. 반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 3월 펜타닐 원료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긴 20%의 관세를 철회하고, 반도체 등 첨단 분야 관련 수출 규제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 사전 작업도 한창 두 나라가 이번 회담에서 빠르면 10월 말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양국 정상회담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위한 사전 준비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다음 달 중남미 국가를 순방하며 미국 뉴욕을 경유하려던 계획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대만 총통부 또한 이날 “가까운 미래에 라이 총통의 외국 방문 계획이 없다”고 밝혀 미국 경유 일정에 차질이 생겼음을 인정했다. 중국은 보잉 항공기 대량 구매를 저울질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민용항공국(CAAC)은 보잉 여객기 구입을 염두에 두고 각 항공사에 2025년 이후의 항공기 구매나 교체 계획을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혹은 원활한 무역협상을 위해 일종의 ‘당근’으로 사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루스소셜에 “내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SEEKING)’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중국에 간다면) 시 주석이 제의한 적이 있는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썼다. 시 주석과의 만남, 중국 방문 가능성 자체를 부정한 건 아니지만 중국 측이 자신의 방문을 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고정밀 라이다(LiDAR) 업체 카일 옵틱스 본사. 1층 연구동 책상 위에 놓인 고정형 라이다 장치가 회전하며 사무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장비가 멈추자 수 초 만에 컴퓨터 모니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빨간색 점들이 5∼15㎜ 단위로 공간을 재구성해 냈다.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기자의 모습은 상의의 주름까지 정확하게 포착해 냈다.》라이다 기술은 공간 지각과 측량 등 자율주행차와 스마트 제조 시스템 등을 제작하는 데 필수 장비 중 하나다. 로봇이나 생성형 인공지능(AI)처럼 일반인들이 직접 사용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산업계에서는 ‘미래 산업의 눈’으로 불릴 만큼 핵심 기술로 여겨진다. 차오판(曹凡) 해외총괄 디렉터는 “지난 수십 년간 고정밀 단선(single line) 라이다는 오스트리아나 독일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했는데, 최근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위치한 자잉 테크놀로지(珈鷹科技)는 드론에 설치되는 카메라 렌즈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회사다. 빠른 시간 안에 다양한 공간을 이동하며 촬영할 수 있는 드론용 고속 기능 탑재 카메라를 생산한다. 드론에서 찍은 수십만 장의 사진과 위성 사진, 그 외 고정형 카메라 사진을 비교 분석해 0.1mm의 균열까지 찾아낸다. 업체 측은 “국가마다 측량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현재 개발한 데이터 수집 속도와 정밀도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첨단 ‘소부장 산업’ 앞세워 中 GDP 증가율 선두이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우한은 중국 중부 후베이성의 성도다. 21일 중국 각 지방정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1∼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따르면 후베이성은 6.2%로 중국 전체 GDP 증가율(5.3%)보다 0.9%포인트 높았다.중국 31개 지방정부 가운데 경제 규모 면에서 최하위 수준인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와 간쑤성을 제외하면 단연 1위다. 특히 중국 경제의 중심지인 동부 연안의 광둥(4.2%) 장쑤(5.7%) 산둥(5.6%) 저장(5.8%) 등이 모두 6%를 넘기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중 통상 갈등 속에서도 이처럼 후베이성이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탄탄한 제조업 덕분이라는 게 현지 산업계와 언론의 평가다. 특히 카일 옵틱스와 자잉 테크놀로지 같은 이른바 첨단 분야와 연관 있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약진이 지역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실제로 후베이성 정부에 따르면 상반기 첨단 산업 투자가 전년 대비 8.8% 증가했고, 첨단 제조업 부가가치도 14.4%로 증가해 GDP를 끌어올렸다. 기술력에 가성비까지 갖추다 보니 수출도 오히려 늘었다. 전체 수출액 중 절반을 차지하는 기계 및 전기 제품이 전년 대비 26.8% 급증한 것.중국 본토의 중앙에 위치한 후베이성은 과거부터 자동차와 기계장비 등 전통 제조업이 발달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약 10년 전 중앙 정부가 ‘중국제조(中國製造) 2025’ 정책을 추진하자 빠르게 체질 개선을 꾀했다. 부가가치가 점점 낮아지는 내연기관차, 철강, 화학 등 중공업 비중을 줄였다. 그 대신 전기차, 광학, 반도체, 인공위성 부품 등 우주공학 회사들을 집중 육성했다. 그 결과, 후베이성 전체 산업에서 첨단 제조업 비중은 2012년 20% 미만에서 2018년 30%, 지난해 40%로 늘었다.중국 최대 메모리 제조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2016년 우한에 설립된 게 대표적이다. 중국 4대 내연기관차 회사인 둥펑(東風) 역시 2022년 후베이성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해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특히 우한은 자율주행 관련 업체를 집중 육성하고,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 나선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한 도시가 됐다. 일각에선 선전, 항저우, 상하이 같은 연안 주요 도시들이 일찌감치 로봇과 AI 산업에 적극 나서고, 관련 기업도 유치하면서 우한이 소부장 산업에 집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확실한 산업 특성화와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많다. ● 산학협력으로도 역량 키워이날 직접 방문한 두 기업은 국가급 첨단기술개발구인 둥후(東湖)첨단기술개발구에 위치해 있다. 광섬유 소재, 디스플레이, 렌즈 등 광학 분야 기업들이 몰려 있어 ‘광구(光谷)’로 불린다. 1991년 조성돼 30여 년 동안 전 세계 광전자 산업을 이끌어 왔고,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유니콘 기업 31곳, ‘국가급 전정특신’ 강소기업 173곳을 보유하고 있다.기초 소재부터 부품, 관련 단말기, 완성품까지 광학 산업 생태계의 수직적·수평적 공급망이 모두 갖춰져 있는 게 광구의 최대 장점이다. 현지 기업 관계자는 “관련 기업이 모여 있다 보니 직원 채용이나 거래처 확보가 쉽고, 개발한 기술을 바로바로 적용해 테스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2019년 후베이성은 5년간 첨단 제조업 분야에 10조 위안(약 190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자금이 우한과 상양, 그리고 이창 등에 있는 첨단기술개발구에 세제 혜택과 지원금 형태로 쓰였다. 금전적 지원 외에도 입주 기업 직원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한 교통망 구축 등도 이뤄졌다.광구는 우한대와 화중과학기술대 등 중국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대학들과도 인접해 있다. 특히 우한대는 우주공학과 정밀 측량과 관련된 원격탐사 분야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측량 드론 업체인 자잉 테크놀로지는 우한대 출신 교수들이 창업했고, 현재 연구직원 중 70%가 우한대 등 우한 지역 대학 출신이다. 중국 대표 가전·전기차 업체인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도 우한대 출신이다. 화중과학기술대의 집적회로학과는 후베이성 일대 반도체 기업의 인재 양성소 역할을 한다. 올해 2월에는 미국 애플 연구원 출신인 왕환위(王寰宇)가 집적회로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화중과학기술대 출신인 왕 교수는 미국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2021년부터 애플의 고성능·저전력 중앙처리장치(CPU) 설계를 담당했다.글로벌혁신센터(KIC중국)의 김종문 센터장은 “후베이성은 우한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 우수 인재, 그리고 산업 인프라가 잘 융합된 지역으로 중국 첨단 제조업 성장의 삼박자가 갖춰진 요충지”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과 늘어난 기술 규제에 우려 커우한을 중심으로 한 후베이성의 소부장 기업들도 미국과 유럽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관련 규제가 늘어나는 추세인 것에 대해선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미국 상무부 등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산 소프트웨어와 첨단 산업 부품들에 대한 수입 금지 등 규제를 늘려 왔기 때문이다. 광학 관련 부품과 장비, 카메라, 라이다, 센서 등도 주요 모니터링 대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미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무역 갈등 등이 심해지면 어떤 형태로든 중국 소부장 기업들의 타격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우한에서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