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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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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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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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오스크로 정신건강 진단하고 상담까지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느끼면서도 정신 상담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은 어려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정신 건강을 체크하고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키오스크를 개발한 회사가 있다. 넥스브이의 윤현지 대표를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넥스브이는 어떤 회사인가. “넥스브이는 헬스케어와 인공지능 자연어처리 분야의 기술과 다양한 제품을 연구해 개발하는 회사다. 의료기관 전문 닥터 챗봇을 개발했고 이를 발전시켜 AI 기술을 활용해 고민을 말하면 도움을 주는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또 AI와의 공감대화를 통한 인지행동치료 기반의 정신 건강 디지털 치료기기도 개발하고 있다.” ―정신 건강 키오스크가 뭔가.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심리검사 기능을 통해 우울증, 스트레스, 치매 등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키오스크 ‘위로미’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대화를 통한 상담도 가능하다. 고민을 말하면 자연어처리 기술을 이용해 분석하고 생성형 AI가 다양한 캐릭터 및 스타일로 실질적인 조언과 행동 지침을 제공한다.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자연스럽게 말하듯 상담을 받을 수 있다.” ―AI가 심리상담사를 대체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심리상담은 환자의 감정과 다양한 신호를 해석하면서 응대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현재는 자가 진단을 통한 심리검사, AI와의 대화를 통한 간단한 상담을 제공하는 정도다. 혈압기기처럼 일상생활에서 정신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용도라고 보면 좋겠다. 지금은 상담 대화를 요약, 분석해 실제 심리상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보조 도구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보건소에 납품도 했다고 들었다. “위로미는 경기 평택시보건소와 평택시청 등 공공기관과 여러 청소년 상담센터 및 학교에 도입돼 사용 중이다. 신뢰성 검증을 위해 전문 심리상담사 그룹에 AI가 생성한 고민 상담 답변과 10년 경력 심리상담사가 만든 답변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의뢰하기도 했다. 고민 상담과 함께 주제별 상담 등 전문적인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개발의 계기를 설명해 달라. “기업을 이끌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언제나 내 편에서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힘을 줄 수 있는 AI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도움이 절실한 순간이 왔는데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지원을 받으며 지금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대화형 디지털 치료기기도 개발 중이다. AI 캐릭터와 대화를 통해 인지행동 치료나 행동활성화 치료 등에 도움을 받는 방식이다. 올해 초 실제로 우울증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연구임상을 마쳤고 현재 대학병원과 임상을 준비 중이다.” ―향후 목표를 알려 달라. “저희는 세상을 위한 가치 창출이란 미션에 따라 최근 사명도 ‘넥스브이’로 변경했다. 여기에는 ‘넥스트 밸류’라는 뜻이 담겨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쌓은 10여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혁신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투자 유치와 함께 전국에 심리상담 키오스크를 보급하는 것에 주력하고 내년에는 미국 CES 출품과 동시에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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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현장] 위-대장 내시경 검사에 AI 시스템 도입… “강원 영동 지역 최초”

    강원 영동 지역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은 강릉시 사천면에 자리 잡고 있다. 750병상 규모로 하루 외래환자가 2100여 명에 이른다. 중증질환 치료가 가능하고 입원환자의 사망률이 낮으며 진료비가 비싸지 않은 병원 중 하나다. 최근에는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아 굳이 서울로 가지 않고도 뇌혈관질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소문이 났다. 위 대장 내시경 인공지능(AI) 진단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번 메디컬 현장에선 강릉아산병원에 대해 알아봤다.국내 명의들 속속 강릉아산병원으로대장암 분야에서 국내 최고 명의로 꼽히던 유창식 전 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가 강릉아산병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이 병원의 위상도 높아졌다. 유 원장은 서울아산병원에서 대장암센터 소장, 암병원장을 역임했고 대한대장항문학회장 등도 지냈다. 유 원장은 “서울 병원의 경우 암환자로 진단되면 수술 등 암 치료가 시작하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린다”며 “강릉아산병원은 다학제 진료 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진단부터 수술까지 1주일 이내’라는 원칙으로 원스톱 진료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원 지역 특성상 거리가 멀고 교통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입원해 항암주사 및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환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암 치료는 멀리 떨어진 병원까지 찾아가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근 지역 환자들은 수도권 병원까지 방문하지 않고 강릉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하는 위암 등 주요 4대 암 적정성 평가에서도 지속적으로 1등급 평가를 받으며 지역 환자들에게 잘한다는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2021년 이 병원에 새로 등록한 암 환자는 2020년과 비교할 때 220명 늘어난 2600명 이상이다. 폐암, 위암, 대장암 순으로 신규 환자가 많이 찾았다. 강릉아산병원은 국내외 명의를 다수 영입했다. 뇌졸중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인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도 강릉아산병원에서 환자를 맡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17년간 근무하며 뇌졸중 치료를 해온 최영빈 교수도 영입했다. 덕분에 뇌졸중센터를 인증받고 뇌졸중 집중치료실도 열 수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성기뇌졸증적정성평가에서 1등급을 받을 정도로 평가가 높아 지역에선 뇌질환 치료를 받기 위해 수도권 대형 병원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소아심장 명의로 알려진 김영휘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강릉아산병원에서 만날 수 있다. 김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재직 당시 국내 최연소 소아심장이식술을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영동 최초 AI 진단 시스템 도입강릉아산병원은 지난해 4월 영동 지역 최초로 ‘웨이메드 엔도’라는 실시간 AI 위, 대장 내시경 진단 보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내시경으로 검사하면 AI가 실시간으로 용종성 병변을 찾거나 암일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전달한다. 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은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홍종삼 강릉아산병원 건강의학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은 “1년 이상 ‘웨이메드 엔도’를 사용한 결과 병변을 빨리 감지하면서도 진단 오류가 낮았다”고 말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500명을 대상으로 웨이메드 엔도와 내시경 검진의의 진단율을 비교한 결과 AI의 진단 오류는 검진의 1건당 0.6건 정도로 낮았다. 대장 내시경을 받은 환자 중에는 의료진이 발견하지 못한 2∼4㎜ 크기 용종들을 AI가 발견한 사례도 있었다. 홍 교수는 “조기 위암과 단순 위염은 사람의 눈으로 비교할 때 구분이 안될 때가 매우 많다”며 “위암 의심 병변의 범위와 함께 암일 가능성을 수치로 알려줘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위염을 조직검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AI가 암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 80∼90% 이상 암일 가능성이 있다. 이후 조직검사를 해서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릉아산병원은 숙련된 내시경 전문의와 AI 내시경 기술을 접목해 위와 대장에서 암의 씨앗인 용종을 조기에 발견하고 있다. 위와 대장에서 암이 발견되면 빨리 수술할 수 있도록 전문센터에 연결해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패스트트랙도 운영 중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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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는…” 전문의도 응급실 대탈출, 개원하거나 서울 대형병원행

    충청 지역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더 이상은 힘들어 못 하겠다”며 인근 지역 보건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문의를 포함해 여러 명이 응급실을 떠나거나 병가에 들어가면서 이 대학병원은 일시적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최근 응급의료 공백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후 응급실을 지키던 전문의 중 상당수가 병원을 떠난 것이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나는 ‘응급실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현실화되는 ‘응급실 엑소더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직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전공의·전문의 충원 없이 언제까지 버틸 순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그만둔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20%가량은 개원을 하거나 봉직의(페이닥터)로 취직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근무 여건이 열악한 지방 대형병원에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국대 충주병원의 경우 1일 그만둔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일부가 서울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6월 말 강원 속초의료원을 떠난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직했다. 지방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영입 경쟁이 가열되면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빼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충청권에선 연봉 4억 원 이상을 제시하는 병원이 나타나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쇄 이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사직한 응급의학과 전공의 중 일부는 지역의 ‘경증환자 응급실’에 취업하기도 한다. 최근 한 네트워크 의원은 ‘365일 쉬지 않는 우리 동네 응급의학과 의원’을 내걸고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를 다수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 원인, 과중한 업무와 법적 책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을 떠나는 이유로는 먼저 과중한 업무 부담이 꼽힌다. 전공의를 포함해 4, 5명이 일하던 응급실에 1, 2명만 남아 반년 넘게 일하다 보니 누적된 피로도가 한계를 넘었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당직이 돌아가는 응급실 특성상 한 명이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이탈하면 남은 사람에게 업무가 더 몰리는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연쇄 이탈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4∼6일 응급의학과 전문의 4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현재 상황에 대해 “번아웃(소진)이 심각해 출근하기가 무섭다”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죄책감이 크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혼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응급실에서 처치를 마친 후 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배후 필수과로 연계해 줘야 하는데, 해당 필수과도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환자 상태가 악화될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만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매일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설문에서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응급의료 공백 응급실 의사 인건비로 한 명당 1억 원가량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장에선 “미봉책일 뿐이며 의료 사고 시 법적 부담 완화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응급의료 분야의 형사 처벌 면제가 시행돼야 그나마 남은 의사들이 응급실 진료를 안심하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설문에선 응답자의 91%가 ‘현재 응급실은 위기 상황’이라고 답했고, 96%는 ‘추석 연휴 응급실이 위기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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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흘간 백내장 수술 142건… 캄보디아 밝힌 ‘빛의 손길’

    “스물한 살인데 벌써 백내장 증세가 있네.” “백내장을 오랫동안 방치해 수정체가 돌처럼 됐네요.” 지난달 26∼3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헤브론병원을 찾은 비전케어 의료봉사팀들은 캄보디아 주민 150여 명에게 백내장 수술 등 실명구호 활동을 펼쳐 새 빛을 선사했다. 사단법인 비전케어는 실명 예방 및 시력 개선을 위해 전 세계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가 의료, 교육, 사회적 지원 등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다. 이번엔 센트럴서울안과 5명, 센트럴제일안과 2명, 강남서울밝은안과 1명, 자원봉사 5명 등 총 15명이 의료봉사팀에 합류해 헤브론병원을 찾았다.● 한국인이 세운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의료팀이 찾은 헤르본병원은 한국인 선교사인 김우정 의료원장(71·소아과 전문의)이 2007년 가난한 환자들을 돕고자 시작한 곳이다. 작은 의원이었으나 지금은 5층 규모의 건물에 수술실 3곳, 입원실 100병상을 갖췄다. 의사는 총 38명이 근무 중이다. 의료진 포함 직원도 140여 명에 이른다. 매일 500여 명의 외래 환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김 원장은 2014년부터 의료인 양성을 위해 가정의학과 3년제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엔 간호대를 설립해 현재까지 간호사 130여 명을 배출했다. 2014년 문을 연 심장센터에는 해외 심장수술 전문 인력들이 찾아 현재까지 266명의 환아가 심장 수술을 받았다. 최근엔 부정맥 시술, 간색전술 등을 할 수 있는 앤지오실도 마련했다. 이 병원의 이치훈 가정의학과 진료부원장(선교사)은 “안과 전문의가 큰 불편함 없이 백내장 수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술실 시설과 간호인력도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 의료봉사팀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렬한 자외선에 방치된 환자들 27일 헤브론병원 안과를 찾은 외래 환자는 70명이 넘었다. 의료봉사팀은 30일까지 총 490명의 환자를 진료했고, 백내장 수술 142건을 진행했다. 다른 외국 의료팀이 같은 기간 의료봉사를 했을 때 수술 10여 건을 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숫자다. 병원을 찾은 캄보디아 주민들은 한국에서 안과 전문의들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국에서 수개월 전에 예약을 한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베트남 국경과 마주한 라타나키리주에서 550km, 차로 10시간 넘게 운전해 찾아온 주민도 있었다. 캄보디아 국립대병원에서 안과 수술을 받는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운 데다 민간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을 경우 무려 800달러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곳 주민 대부분은 백내장을 방치하기가 일쑤였다. 자원봉사에 나온 임동권 센트럴제일안과 원장은 “이곳은 자외선이 다른 곳보다도 강하고 선글라스 등을 통해 자외선을 예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백내장 환자들이 많다”면서 “특히 20, 30대 젊은 백내장 환자도 많았는데 젊은 백내장은 방치 시 실명 우려가 높아 수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7일에만 넴 피아크데이 씨(21)와 소카 스레이틴 씨(22) 등 20대 청년 2명이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수술 시간은 10여 분에 불과했지만 이들은 “평생 밝은 세상을 바라보며 살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안 질환 교육도 실시 의료봉사팀 관계자들은 몰려드는 안과 환자들을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보기 위해 각자 역할을 나눴다. 15명이 안저검사, 시력 측정, 수술 전 단계 담당, 수술 의료기기 소독 등 맡은 업무를 하기 위해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빠른 소통을 위해 무전기를 사용한 게 큰 도움이 됐다. 28, 29일 오후엔 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과 임 원장이 이곳 의료진들을 위한 안과 강의도 진행했다. 최 원장은 “의료봉사는 단순히 의술을 베푸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소통하고 부족한 것을 메워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강의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전케어 의료팀은 매년 20개국 나라를 돌면서 현지 안과 전문의들이 백내장을 수술할 수 있도록 하는 PTC(백내장 수술교육과정)를 운영하고 안경지원사업 및 백내장 수술 등에 앞장서고 있다. 프놈펜=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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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부터 현지 자선병원 운영… “승합차 타고 전국서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병원 문을 닫아 직원들 월급을 못 줬습니다. 다행히 2021년 아산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3억 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 문을 닫을 줄 알았는데 역시 길이 생겼습니다.” 지난달 27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김우정 헤브론병원 의료원장(선교사)은 현재 전립샘암으로 투병 중이다. 하지만 이날도 아픈 몸을 이끌고 회진하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헤브론병원은 한국 의료진이 운영하는 종합병원 규모의 현지 자선병원이다. 김 원장은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뒤 국내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다 2006년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계기로 현지에 정착했다. 열악한 의료 환경을 경험한 뒤 2007년 다른 의사들과 함께 가정집을 개조해 무료 진료 병원을 열었다. 2010년에는 3층 규모로 확장했고, 현재는 5층 규모 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루 평균 400명 넘는 환자들이 방문해 올해 외래환자만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원장은 “차량으로 대여섯 시간 떨어진 곳에서도 환자들이 온다. 11인승짜리 승합차에 40명이 타고 와서 진료를 받기도 한다”며 “환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화장실, 빨래방, 샤워실 등이 갖춰진 대기실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후원금을 받긴 하지만 돈을 안 받고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경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폭우가 쏟아져 2개월 동안 병원이 물에 잠긴 적도 있었다. 현재는 병원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희망자에 한해서만 진료비를 받는다. 김 원장은 “진료비 기준은 딱히 없다. 환자들에게 돈이 있으면 내라고 한다”며 “놀랍게도 환자 3분의 1가량은 자발적으로 진료비를 낸다”고 말했다. 헤브론병원 의료진의 한 축은 한국과 미국, 호주, 홍콩 등 전 세계에서 봉사하러 온 의사들이다. 연간 40여 개 팀, 100명 넘는 의사들이 다녀간다. 일반외과와 산부인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등 진료 과목도 다양하다. 헤르론병원 소속 전임 의료진은 일반 진료와 수술, 환자 관리 등을 맡는다. 혈액투석기 23대, 선천성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기 등도 확보하고 있다. 이곳에선 연간 60건 이상의 심장 수술도 이뤄진다. 김 원장은 “현재 갑상샘암, 유방암, 부정맥치료, 간암색전술 등의 진료를 할 수 있다. 재활치료, 정형외과 등으로 더 확장해 소외받는 환자들을 돌보고 싶다”며 “해외 의료봉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프놈펜=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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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응급실 위기에 보건소까지 나서 “야간-주말 경증환자 맡겠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전국 곳곳에서 대형병원 응급실이 운영에 차질을 빚자 서울 강남구보건소가 ‘긴급진료 클리닉’을 개설하고 야간과 주말에 경증 환자 치료를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호주 등에서 운영되는 ‘긴급진료센터(Urgent Care Center)’가 모델인데 대형병원 응급실 과부하를 줄여 중증·응급 환자에 집중할 수 있게 돕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환자 오면 경중 판단해 이송 또는 치료” ‘이건희 주치의’로 유명한 이종철 강남구보건소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건소 로비와 1층 진료실 공간을 활용해 ‘긴급진료 클리닉’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삼성의료원장을 지낸 의료계 원로로 퇴직 후 귀향해 창원보건소장을 지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내년 초 문을 여는 긴급진료 클리닉은 일반 병원이 문을 닫는 야간과 주말에 중증은 아니지만 응급처치가 필요한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과 경증 환자의 치료를 담당한다. 야간과 주말에 대형병원 응급실로 중등증·경증 환자가 몰린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8월 넷째 주 기준으로 전국 병원 응급실을 찾은 중증 환자는 전체 내원 환자의 7.7%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중등증 또는 경증 환자다. 이 때문에 응급의학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500여 명이 병원을 떠난 후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는 대형병원 응급실이 중증·응급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 환자 등을 담당할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소장은 “정부는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본인 부담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환자가 직접 질환의 경중을 가리는 건 쉽지 않다”며 “긴급진료 클리닉에서 중증도를 판단하는 등 1차 진료를 하고 중증도가 높은 경우 인근 제휴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 1만5000여 곳 운영 미국 긴급치료협회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약 1만5000개의 긴급진료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이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긴급진료센터’의 도입을 10여 년 전부터 제안했지만 제도화되지 않았다. 강남구보건소 긴급진료 클리닉은 일반 병원이 문을 닫는 평일 저녁(오후 6시∼오후 10시)과 주말 주간(오전 9시∼오후 4시)에 문을 열 예정이다. 또 삼성서울병원이나 강남구의사회에 운영을 위탁해 응급의학과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 등 의료진 7명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 소장은 “전문 인력 채용으로 진료의 질을 높이면 믿고 공공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어날 것”이라며 “긴급진료 클리닉 모델이 성공하면 다른 보건소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일선 보건소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주목하면서 어느 정도 ‘의료의 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예상이 나온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긴급진료 클리닉이 응급의료 분야에서 1차 의료를 담당할 수 있다면 실질적으로 응급실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셈”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건국대 충주병원이 1일부터 주말 및 야간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강원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은 2일부터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운영 중단 가능성이 거론됐던 아주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에 대해선 이날 “운영 중단이나 진료 제한 같은 일들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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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항체 있어도 걸려… 고위험군은 꼭 검사 받아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많은 이동이 예상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을 이제 단순 감기 정도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변이 바이러스의 증상은 어느 정도인지, 확진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두고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소연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만나 코로나19 대처법에 대해 들었다. ―코로나19 재확산 이유가 뭔가. “여름철의 고온다습한 날씨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게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 다만 올해 무더위로 외부보다 실내 활동이 많아졌다. 또 밀접 접촉이나 밀폐된 환경이 늘면서 코로나19 유행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 반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마스크를 쓰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이 같은 여러 복합적 요인으로 여름철 재확산이 본격화되는 것 같다.” ―어떤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나. “현재 재확산은 오미크론에서 다시 변한 ‘오미크론 KP.3’ 변이가 주도하고 있다. 중증도와 사망률에서 기존 오미크론보다 높진 않다. 문제는 기존 확진자나 백신 접종자도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전파력도 높은 편이다. 확진자 중 중증도가 높지 않아도 환자의 절대 수가 많으면 중증 환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치명률이 낮다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감기, 독감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 “감기나 인플루엔자(독감) 증상만으로 코로나19 확진을 의심할 순 없다. 어떤 확진자는 발열이 발생하지 않고 기침만 조금 하다 회복되기도 한다. 반면 열이 많이 나고 근육통과 인후통이 심해 괴롭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경험상 최근 확진자들은 과거보다 기침과 가래가 좀 더 많은 것 같다. 인후통의 경우 목이 약간 칼칼한 정도도 있지만 통증이 심하기도 하는 등 차이가 존재했다.” ―증상이 의심되면 검사를 받아야 하나. “코로나19 검사는 꼭 받아야 하는 게 아니고 검사비도 정부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사례가 많다. 확진자도 더 이상 격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심장질환, 뇌질환, 폐질환,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거나 고령층, 어린이 등의 경우에는 감염되면 위험할 수 있다. 특히 70세 이상은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는 고위험군인 만큼 증상이 의심되면 신속항원검사 등을 받는 게 좋다.” ―코로나19에 확진됐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40세 미만이고 별다른 질환이 없으며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사나흘은 자가 격리를 하는 게 좋다. 다만 증상이 심하지 않아 콧물약, 기침약, 해열제 등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사나흘 이상 고열이나 기침, 가래가 너무 심할 때는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할 필요가 있다. 심장질환이나 폐질환, 뇌혈관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거나 60세 이상이라면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 같은 알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숨이 가쁘거나 증상이 악화되면 입원해 주사 치료제를 맞으면 된다.” ―백신 접종은 해야 하나. “10월부터 JN.1 변이를 겨냥해 개발된 새 백신을 접종한다.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 변이와 관련된 백신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을 막는 효과는 있다. 백신은 60세 이상이 우선 접종 대상이다. 다음으로 병원, 요양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맞는다. 이후 60세 미만 희망자나 기저 질환자들이 접종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법이 있나. “특별한 예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확진 증상이 있다면 인파가 몰리는 곳을 갈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또 손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가급적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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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중간에 마취 깰까봐 걱정하지 마세요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의사가 수술할 때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게 마취다. 그런데 마취 상태가 지나치게 깊으면 고령이나 심혈관질환 환자는 심장과 혈관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마취 상태가 지나치게 얕으면 수술 중 깨어나 환자에게 트라우마 등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파로 환자의 마취 상태를 측정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한 기업이 있다. 이번 따뜻한 의료기기 주인공은 그 주인공인 브레인유의 홍승균 대표다. ―브레인유는 어떤 기업인가. “브레인유는 생체 신호 중 뇌파를 기반으로 의료기기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을 적극 활용한 독자 알고리즘 기술로 뇌파 측정 및 분석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수술 도중에 깨어난 경우 트라우마를 겪는 게 사실인가. “수술 도중에 깨어나는 현상(수술 중 각성)은 드물지만 실제로 누구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전신마취 중 환자가 의식을 회복해 수술 과정을 보거나 의료진의 말을 듣는 식이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1만 명 이상이 경험한다. 또 마취제는 혈압과 심박수를 변화시키고 이는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고령이거나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는 적절한 마취 계획과 함께 수술 중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각 대응할 필요가 있다.” ―환자의 변화를 어떻게 모니터링할 수 있나. “우리가 개발한 CAI는 수술 중인 환자의 뇌파를 측정해 마취 깊이와 상태를 숫자로 보여주는 의료기기다. CAI는 크게 센서, 본체, 애플리케이션(앱)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센서는 이마에 부착해 전두엽의 뇌파를 감지한다. 본체는 뇌파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고 노이즈를 제거한다. 앱은 뇌파를 분석하고 의식수준의 변화 등 다양한 지표를 보여준다. 의식수준은 0∼100으로 표시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깨어 있는 상태에 가깝다. CAI 기준으로 40∼60이 적당한 마취 상태다. CAI는 마취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해 준다.” ―최근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했다. “지난 3월 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센터에 입주했고, 이후 다양한 해외투자 및 엑셀러레이팅 연계 프로그램과 주변 홍릉강소연구특구 및 인근 병원의 전문가 자문 프로그램 등 덕분에 국내 투자 유치는 물론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투자 및 인적 네트워크 강화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독일에서도 올 하반기 해외투자자 유치를 위한 투자자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브레인유의 목표와 향후 계획을 설명해 달라. “2025년까지 제품 및 서비스 출시 로드맵을 정했다. 매년 2, 3개씩 새로운 기능과 제품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람 대상 제품을 동물로 확대하고, 병원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일상생활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특히 반려동물의 경우 가만히 있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수술, 스케일링 등을 받을 때 마취제를 많이 사용한다. 잦은 마취로 70∼75마리당 한 번꼴로 마취 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반려동물 전용 마취 모니터링 의료기기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뇌파 측정 및 모니터링 기술을 기반으로 일상에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려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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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안 교정하려고 백내장 수술? 효과보다 부작용 클 수 있어 주의”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건수는 73만5693건으로 국내 수술 건수 중 1위였다. 2위인 일반 척추수술(2만3902건)의 31배 수준이다. 백내장의 주원인은 ‘노화’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 연령의 70%, 70세 이상에선 90%가량이 증상을 경험할 정도로 백내장은 고령층에게 흔한 질병이다. 이에 올바른 백내장 예방 및 치료 방법에 대해 일본 최대 안과병원 후카사쿠안과 후카사쿠 히데하루 원장과 김안과병원 차흥원 각막센터 전문의로부터 자세히 들어봤다. ―백내장 초기 증상이 노안과 유사하다. 어떻게 구분하나. “백내장은 투명했던 수정체가 하얗게 변하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근거리와 원거리에 관계없이 시력이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반면 노안은 수정체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으로 가까운 곳을 볼 때 초점을 맞추고 명확하게 보는 것이 어려워지는 근거리 시력 저하가 주 증상이다. 노안의 경우 백내장과 달리 원거리 시력은 유지된다.”(차 전문의) ―노안과 백내장 치료법을 알려 달라. “초기 노안은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충분한 휴식 등으로 개선되거나 증상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또 노안이 진행돼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면 근거리 활동에선 돋보기 착용이 권고된다. 일부에서 노안 개선을 위해 인공수정체 삽입술도 하지만 개선 효과보다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더 클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백내장의 경우 초기엔 약물치료로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져 교정시력이 0.5 이하로 떨어지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력 자체가 절대적인 치료법의 선택 기준은 아니란 점이다.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 직업이나 나이, 생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심한 백내장으로 합병증 가능성이 높은 경우 빠른 수술이 권고된다.”(차 전문의) “맞다. 백내장 환자가 시력이 1.0으로 높게 나와도 직업이 파일럿이면 수술을 희망하기도 한다. 반대로 시력이 0.5 이하여도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다른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아 수술 시기를 늦추려는 사람도 있다. 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수정체는 근거리, 중간 거리, 원거리 초점을 모두 맞추는 다초점과 초점 한 곳(일반적으로 원거리)을 맞추는 단초점 인공수정체로 구분한다. 환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후카사쿠 원장) ―한 조사에 따르면 시력 개선 차이가 거의 없었는데 단초점,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나. “단초점과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각각 장단점이 있고 비용 격차도 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근거리와 중간 거리, 원거리 초점을 모두 맞출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빛을 분산시키는 난도 높은 수술이므로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시력 교정 결과 차이가 많다. 반대로 단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은 빛을 하나로 모을 수 있어 선택한 초점에 대한 시력 개선 효과가 매우 높고 다초점 대비 선명도가 높다. 다만 환자에 따라 다른 초점에서도 잘 보기 위해서는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후카사쿠 원장) “단초점과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어떤 수술의 효과가 월등하게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나 역시 환자에게 단초점, 다초점 하나만 선택해 권하지 않고 환자의 눈 상태나 생활 습관, 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제시한다. 가령 직업 특성상 야간 운전이나 활동이 많은 환자거나 눈부심에 민감한 환자에게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추천하지 않는다.”(차 전문의) ―노안 교정이라는 명목으로 백내장 수술이 성행하며 사회적 문제도 되고 있다. “고령화와 스마트 기기 사용 증가 등으로 세계적으로 백내장 수술이 계속 늘고 있다. 또 의료 기술이 발전하고 의료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노안 교정 목적으로 40, 50대부터 백내장 수술을 섣불리 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 대한안과학회에서도 일부 병원의 과잉 진료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해 올바른 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환자들도 백내장 수술에 앞서 자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 등을 면밀히 살펴 수술 여부와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차 전문의) “일본에서도 인공수정체 삽입술의 경우 환자마다 느끼는 수술 후 만족도가 다를 수 있는 만큼 백내장 질환과 치료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후카사쿠 원장) ―백내장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달라. “백내장 수술 부작용은 교과서에서 한 챕터로 다룰 만큼 다양하다. 그중 미국안과학회에서 언급한 부작용에는 △감염 △출혈 △안구 조직의 손상 △통증 △눈부심 △시력장애 △인공수정체 탈구 등이 있다. 예방을 위해 수술 예상 결과나 부작용, 후유증에 대해 의료진으로부터 정확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또 환자가 복용 중인 약이나 질환이 있다면 사전에 의사에게 말해야 한다. 수술 후 의료진의 처방과 주의 사항을 잘 듣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차 전문의)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 후 야간 빛 번짐이나 달무리 현상 등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백내장 수술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높은 의사에게 수술받는 것이 중요하다. 수정체뿐만 아니라 유리체가 혼탁한 경우도 많아 백내장 수술 외에도 유리체 수술 등 다양한 분야의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수술받기를 권한다.”(후카사쿠 원장) ―백내장 및 안 질환 예방법을 알려 달라. “신체 전반이 건강해야 눈의 노화도 늦추고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만큼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신체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평소 선글라스나 양산 등을 사용해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고, 눈 피로의 원인이 되는 스마트 기기 사용을 가급적 줄일 필요가 있다. 또 스마트 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중간중간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망막의 미세 혈관에 영향을 미치거나 황반 조직에 변성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차 전문의) “40대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40대 이상이라면 1년에 1회 이상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고 녹내장 등의 안과 질환이 있다면 3개월에 1번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후카사쿠 원장)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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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글로벌 제약사의 심각해진 ‘코리아 패싱’

    “내년 6월부터는 부작용이 적은 기면증 약 ‘와킥스’를 국내에서 처방받을 수 없어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인데….” 최근 서울에서 수면클리닉을 운영하는 의사를 만났는데 그는 2년 전 국내에 출시된 기면증 약의 공급이 내년 6월부터 중단된다고 했다. 국내 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제약사가 글로벌 의약품 가격을 맞추기 위해 아예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면증은 비정상적으로 잠이 많아지는 질환으로 충분히 잤음에도 낮에 2, 3개월간 계속 졸리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에도 약은 있었지만 신경이 예민하거나 조울증인 환자에게는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하지만 신약은 이 같은 부작용이 없다. 문제는 부작용을 개선한 약임에도 신약 가격이 기존 기면증 약과 비슷하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이 약이 가장 저렴하게 팔리는 프랑스에서도 1정에 1만 원 정도인데, 국내에선 2500원가량으로 책정됐다. 중국은 한국 의약품 가격을 참고해 국내 유통 가격을 정하는데, 시장 규모가 큰 중국에서도 한국처럼 낮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는 생각에 제약사가 한국 시장을 포기한 것이다. 최근 낮은 국내 의약품 가격을 이유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출시를 꺼리거나 이미 출시한 의약품마저 공급을 중단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당뇨병 약 ‘포시가’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약은 당뇨병뿐 아니라 심부전이나 만성신장병 치료에도 쓰이면서 지난해 국내에서만 500억 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제약사는 포시가의 국내 유통 가격이 미국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국 시장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을 유지해 얻는 이득이 한국 시장 포기로 발생하는 손실보다 크다는 판단에서다. ‘코리아 패싱’이 발생하는 의약품 중에는 폐동맥고혈압질환 치료제, 조현병 치료제 등도 있다.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에포프로스테놀은 1995년 외국에 출시됐지만 29년째 가격 문제로 국내 시장에 못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일부 제약사들은 신약을 개발했을 때 아예 한국 시장 출시를 포기하기도 한다. 선진국 3곳 이상에서 출시 허가를 받았고, 해당 국가에서 건강보험 적용 대상임에도 국내에선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혁신 치료제는 알려진 것만 14개나 된다. 이 약들이 치료하는 질병은 다발골수종, 희귀폐암, 폐섬유증, 조기유방암, 전신농포건선, 두경부암, 식도암, 직결장암,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삼중음성유방암, 유전성혈관부종, 단장증후군 등으로 생명과 직결되거나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다. 심지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도 가격 문제로 국내에 선보이지 않는 황당한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경우 탁월한 효능을 인정받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됐지만 국내에선 낮은 가격 책정을 이유로 출시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 의약품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과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익을 내려 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만을 위해 ‘특별 할인가’를 설정해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급여적정성 재평가, 임상재평가, 사용량-약가연동,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 등을 통해 의약품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하지만 글로벌 제약시장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정부도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해 올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혁신성 인정 신약’은 비용 대비 효과가 일정 수준만 넘어도 경제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또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의 경우 허가, 급여평가, 약가협상 동시 진행 제도를 도입하고 희귀질환 약제 사전심의(승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상이 되는 의약품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제약업계에선 국내 의약품 가격을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을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한국의 혁신신약 등재 속도가 빨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해법은 정부가 생명과 직결된 약에 대해 ‘패스트트랙’을 만들고 신약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동시에 외국 제약사도 사회적 지원 등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국내 환자가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내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한국에서 신약이 가지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생각해서라도 이 같은 노력이 꼭 필요하다. 재정을 중심에 둔 현재와 같은 의약품 가격 관리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리아 패싱’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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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치기 쉬운 여름… 50세 이상-면역저하자 ‘대상포진 주의보’

    대상포진은 폭우와 장마, 폭염이 연이어 찾아오는 여름철에 발병률이 높다. 여름철 무더위로 체력 저하와 피로 누적이 계속되면서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쉽고 노출이 많아지면서 피부가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환자 약 5명 중 1명은 7, 8월에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윤영경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대상포진의 위험성과 치료법, 예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 높일 수 있어 대상포진은 신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어렸을 때 체내에 침투했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을 억제하는 면역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고령자나 면역 저하 질환자의 발병 위험이 높다. 윤 교수는 “국내 50세 이상 성인의 98%는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고 나이와 면역 관련 질환, 심혈관질환, 신경계 질환 등은 면역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해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또 “특히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염증 반응이 악화돼 심혈관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대상포진 예방에 각별히 조심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국내 대상포진 환자의 약 64%는 50대 이상이다. 또 당뇨병·고혈압 환자가 대상포진에 걸릴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는 당뇨병·고혈압이 없는 환자 대비 각각 53%, 52% 증가했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대상포진 발병 시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은 해당 질환 비보유자 대비 2.9배 높았다. 심근경색 과거력이 있는 환자가 대상포진에 걸린 경우 30일 이내 심근경색 재발 위험이 심근경색 과거력이 없는 환자 대비 121.8배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발진 72시간 내 치료 및 예방해야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수일 또는 수 주 내에 편측성, 수포성 발진이 발생하는 증상을 보인다. 또 전기 감전 같은 통증, 찌르는 듯하거나 덴 듯한 느낌, 쇼크와 같은 통증 등 심한 통증도 동반된다. 발진으로 인한 통증 후에도 수 주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부터 안면 흉터, 시력 상실, 신경마비, 뇌수막염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통증은 산통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대상포진 치료는 발진 발생 72시간이 지난 후 시작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가능한 빨리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며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와 면역 저하자는 대상포진 중증도 및 합병증의 위험이 심각할 뿐 아니라 재발률도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은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영양 섭취, 정신적 안정과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는 △고령이면서 혈액암, 고형암, 장기 이식,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악성 질환을 가진 환자 △면역억제제를 많이 복용하는 환자 △젊은 면역 저하자와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자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 △건강한 만 50세 이상 고령자 등의 순이다. 윤 교수는 “고령자와 면역 저하자의 대상포진 발병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해당되는 이들은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해서라도 대상포진 백신을 적극적으로 맞는 게 좋다”고 말했다.선진국에선 재조합 백신 우선 권고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제조 방법에 따라 약독화 생백신과 사백신(재조합 백신)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생백신은 접종 후 대상포진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대상포진 발병 시 중증도 및 후유증 가능성이 높은 암환자, 고형 장기 이식 환자, 혈액암 환자 등 면역 저하자 대상 접종이 불가하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인 싱그릭스는 만 50세 이상 성인(97.2%)뿐 아니라 당뇨병 (91.2%), 고혈압(91.9%), 이상지질혈증(91.2%) 및 관상동맥(심장) 질환(97.0%)을 가진 환자로부터 높은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또 10년 경과 시점까지 89.0%의 예방 지속성을 보였다. 생백신 접종이 어려운 면역 저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됐다. 윤 교수는 “생백신은 장기 예방 효과와 접종 대상에 한계가 있다.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선진국 보건 당국도 고령층 및 면역 저하자의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 재조합 백신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직 국내에선 대상포진 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영국, 호주 등의 국가에선 성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NIP를 통해 면역 저하자 대상포진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국내에서도 대상포진 백신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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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몽골 아이들 치료로 한-몽 의료 교류에 큰 모멘텀 되길

    “꼭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저녁식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몽골에서 여러분들이 해 주신 수술 덕분에 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7시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식당에서 특별한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한 몽골인 부부가 경기도의약단체협의회 의료봉사단 102명을 초대한 것이다. 이 부부는 몽골인 한 달 평균 월급(50만∼100만 원)보다 많은 금액을 이날 식사비로 지출했다. 그 이유는 부부의 아들인 락바바토르 군(5)이 지난해 경기도 의료봉사단의 도움으로 화상 입은 손을 한국에서 수술받고 완전히 회복했기 때문이다. 락바바토르 군은 생후 10개월 때 가열된 커피포트에 화상을 입고 손가락이 붙었다고 한다. 이후 손가락을 못 펴고 살았는데 지난해 7월 현지를 찾은 경기도 의료봉사단 소속 성형외과 전문의가 손가락 상태를 보고 치료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현지에서는 수술 장비가 부족해 치료가 어려웠다. 결국 의료봉사단은 지난해 10월 락바바토르 군을 국내에 초청했고 경기도의사회와 성빈센트병원의 지원을 받아 3주 동안 수술 및 치료를 받았다. 수술비만 약 2500만 원이 소요됐는데 가톨릭 수녀회에서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거둬 1000만 원 정도를 모았다고 한다. 락바바토르 군의 치료 의지도 강했다. 국내에서 수술 및 치료를 받을 때 가족처럼 돌봤던 성빈센트병원 최영해 약사는 “아이가 ‘말을 탈 때 고삐를 꼭 잡고 타는 게 평생 소원’이라고 했다”며 “의사에게도 ‘수술할 때 피가 나도 좋으니 꼭 고쳐 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오히려 낯선 한국에 불안해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도 했다. 몽골에서 만난 락바바토르 군은 의료봉사단원들에게 “그동안 보고 싶었어요. 모두 사랑합니다. 저도 꼭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미담은 몽골에서도 알려져 경기도 의료봉사단이 지난달 23일 몽골에 도착했을 때 현지 언론에 소개 되기도 했다. 경기도 의료봉사단 102명은 지난달 23일부터 5일 동안 울란바토로 외곽 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했다. 이번 의료봉사에서도 목에 심한 화상을 입고 고개를 펼 수 없었던 10세 소년, 오른쪽 귓바퀴가 거의 없는 소이증을 가진 16세 소녀 등 치료를 받아야 할 몽골 어린이 12명을 발굴했다. 이들 중 3명 정도는 한국에서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큰 화상을 입어 목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던 뭉트바야르 군(10)은 매일 학교에서 놀림을 받다 우울증까지 걸렸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연에 통역자도 눈물을 흘렸다. 한국이라면 피부를 늘리는 수술을 받고 쉽게 좋아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현지 여건상 그렇게 못하는 처지인 것이다. 지난달 27일까지 경기도 의료봉사단은 45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의료봉사단은 8억 원어치 이상의 의약품을 제약사와 의료기기 업체를 통해 후원받아 활용했다. 또 다수의 필수영양제와 이동식 초음파 기기 4대, 간이 치과 치료대 5대도 가져갔다. 현지에선 400건 이상의 치과 치료, 600여 건의 한방 치료, 100여 건의 수술이 진행됐다. 현지 종합병원인 성기노하란병원에는 자궁 질환 관련 새 수술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성영모 경기도 의료봉사단장은 “의료봉사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면서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락바바토르 군이 더 많이 나오고 의술을 통해 양국 관계가 더 깊어지길 기대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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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어디서든 119처럼 전화하면 닥터헬기 올까?

    5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상공에는 닥터헬기 2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광장에 모인 ‘2024 서울 헬스쇼’ 참석자들의 시선이 하늘을 향하자 사회자는 마이크로 “지금 들리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신호”라고 외쳤다. 서울광장 상공은 원래 비행금지 구역이지만 응급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든 출동해야 한다는 의미를 알리기 위해 이날 특별 허가를 받아 비행한 것이다. 서울광장 상공에 닥터헬기가 모습을 드러낸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0월에도 동아일보와 보건복지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서울광장과 덕수궁 상공에 닥터헬기 등 응급의료헬기 4대가 비행했다. 지난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2023 서울 헬스쇼’ 때도 닥터헬기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같은 캠페인과 행사 등의 영향으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닥터헬기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닥터헬기의 오해와 진실을 질문과 답변 형태로 구성했다.Q. 닥터헬기는 119처럼 신고만 하면 이용할 수 있나.“아니다. 닥터헬기는 일반 국민들이 바로 요청할 수 없다. 뜨고 내리는 비용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중증 응급환자를 먼저 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해 119에 신고하면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평가하게 된다. 이때 닥터헬기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소방상황실을 통해 닥터헬기를 요청한다.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이 필요할 때 병원 의료진이 필요성 여부를 판단해 닥터헬기를 요청할 수도 있다. 다만 요청을 받았다고 반드시 출동하는 건 아니다. 닥터헬기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한 번 더 체크한 후 헬기 이송이 필요하다고 최종 판단할 때 닥터헬기가 출동하게 된다.”Q. 닥터헬기 탑승 시 환자가 비용을 내야 하나.“아니다. 탑승 비용은 무료다. 간혹 응급 상황임에도 비용이 발생할까 봐 탑승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닥터헬기는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당연히 비용이 들지 않는다. 출동하는 경우 탑승 전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을 한다. 닥터헬기 운영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닥터헬기로 응급환자를 더 살릴 수 있다면 비용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는 취지다.”Q. 닥터헬기를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나.“아니다. 안타깝게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 제한돼 있다. 닥터헬기는 운항 범위를 기준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 배치 지역을 정하는데 강원, 경기, 경북, 인천, 전남, 전북, 제주, 충남 등 8곳에 배치돼 운영 중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시도를 넘나들면서 운항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지역에서 이용하기에는 닥터헬기 수가 많이 부족하다. 닥터헬기를 오래전부터 운영하는 미국은 900대 이상, 독일은 100대가량 운항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50대가 넘는다. 정부는 현재 8대인 닥터헬기를 2027년까지 12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닥터헬기가 없는 경남과 충북,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은 강원과 경기 등의 지역에 추가 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Q. 닥터헬기로 이송되는 환자는 100% 중환자들인가.“아니다. 물론 닥터헬기는 3대 중증 응급질환인 중증외상, 뇌졸중, 심근경색 환자를 주 대상으로 운항하고 있다. 이른바 ‘골든타임’이 중요한 촌각을 다투는 질환들로 치료가 지연될 경우 사망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 경우 닥터헬기는 현장에서부터 처치와 이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날아다니는 응급실’ 역할을 한다. 2023년까지 닥터헬기로 이송한 전체 환자의 54.2%가 3대 중증 응급환자들이었다. 다만 섬이나 산간 지역이 많은 의료 취약지역 특성상 3대 중증 응급질환이 아니더라도 닥터헬기로 이송이 필요한 응급질환이라고 판단되면 이송하고 있다.”Q. 닥터헬기는 날씨와 상관없이 운항할 수 있나. “아니다. 이는 가장 오해가 많은 대목이기도 하다. 닥터헬기는 기체 특성상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조종사가 육안으로 지형지물을 직접 확인하며 비행해야 하는 ‘시계비행규칙(VFR)’을 따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름이 많아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출동하지 못한다. 특히 지금 같은 장마철에는 아무래도 출동을 못 하는 날이 많아진다. 같은 이유로 일출부터 일몰까지만 운항한다. 이 때문에 해가 긴 여름철과 해가 짧은 겨울철은 운항 시간에 차이가 있다. 닥터헬기는 헬기 조종사와 의료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이는 이것이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Q. 닥터헬기 운항 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민원이 많다.“헬기는 이착륙할 때 소음이 크게 발생한다. 그런데 이착륙장 주변에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밀집해 있는 경우도 많다 보니 소음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이 소음 문제로 원활하지 않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닥터헬기 이착륙 때 발생하는 소음을 ‘생명을 살리는 소리’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공동기획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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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톡투건강―슬기로운 의료이용]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 대상 맞는지 확인해 선택을”

    ‘장수라는 축복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불리는 무릎관절염은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는 노인성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무릎관절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320만1368명에 달한다. 10년 전 241만1308명보다 약 30% 늘었다. 환자 중 65세 이상 비율은 60%에 달한다. 무릎관절염 치료에는 항염 작용을 하고 통증 경감에 효과가 있는 ‘뼈 주사’로 알려진 스테로이드 주사나 관절에 내시경을 삽입하는 시술이 많이 활용됐다. 그런데 최근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에 연골 재생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술이 급증하고 있다. 김진구 명지병원 원장을 만나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의 효과와 유의 사항, 무릎관절염 관리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50세 이상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효과 떨어져”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승인한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의 정확한 명칭은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골수 흡인농축물 관절강 내 주사’다. 환자의 골반에서 골수를 채취한 뒤 원심분리기를 활용해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농축해 다시 무릎에 주사하며 염증을 줄이고 관절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히알루론산 주사와 비교할 때 유사한 수준의 통증 완화, 관절기능 개선 효과 등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지정했다는 건 안전성과 유효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명확한 효과를 입증하기엔 아직 의학적 근거가 부족해 보다 많은 의학적 근거를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복지부가 고지한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의 치료 대상은 무릎관절염의 중간 단계다. 의학적으로는 △X선 검사상 관절 간격이 정상에 비해 명확하게 좁아졌거나 골관절염 등급(KL 2∼3등급)에 해당하는 경우 △자기공명영상(MRI) 또는 관절경 검사를 통해 연골의 50% 이상 손상이 확인된 경우 △국제연골재생협회(ICRS) 등급 기준으로는 3, 4등급에 해당하는 경우다. 김 원장은 “등급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50세 이상 환자의 자가골수 농축액은 세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오다리가 심해도 주입한 줄기세포가 금세 손상돼 만족스러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어 “복지부 신의료기술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제의 효과는 단순히 골수에서 채취한 농축액에 대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스템 사용으로 한정한 것”이라며 “스마트엠셀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분리·농축한 골수 흡인 농축액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인정한 것이므로 해당 시스템으로 시술이 됐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실손보험 적용 여부 꼼꼼히 살펴야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라는 명칭 때문에 자신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주입하면 새로운 연골을 생성하고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골반에서 채취한 골수에 포함된 줄기세포는 전체의 약 7%에 불과하며 농축하더라도 아직 연골로 생성된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 줄기세포의 연골 재생 효과를 강조해 논란이 됐는데 복지부는 신의료기술 승인 자료에서 ‘농축된 골수 줄기세포’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개정안에선 ‘농축된 골수 흡인물’이라고 표현했다. 또 자신의 관절 상태와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한 환자가 수술이 무서워 주사 치료를 받고 실손보험을 청구했으나 엑스레이 검사 결과 무릎관절염 말기인 KL 4등급으로 확인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기도 했다. 어깨에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를 맞은 환자의 경우 해당 신의료기술이 ‘무릎 치료’에만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못 받은 사례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병원들에 치료 전 실손보험 대상이 확실한지 서류 발급 등을 통해 사전 확인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김 원장은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는 MRI나 체중 부하 엑스레이 등 영상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내 몸 상태 고려한 운동 방법 선택해야 무릎관절 손상의 주원인은 노화다. 하체 근력이 부족한데 상체가 비만이거나 양반다리 자세 같은 습관도 장기간 지속되면 무릎 관절에 부담을 주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절의 부담을 줄이고 관절 주변 근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김 원장은 “중장년층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하는 운동으로 ‘걷기’를 많이 꼽고 있으나 관절 주변의 근력 강화에는 걷기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평형운동, 고유 운동, 감각 회복 운동, 스트레칭 등 다양한 운동을 고루 해야 관절 건강과 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동 전문가와 상담해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무릎관절 통증이 계속되고 근력이 약해진 경우라면 중강도 또는 저강도 운동 중 대여섯 가지를 적절하게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무릎관절에 부담되지 않도록 8000보 걷기를 한 뒤 스쾃 100회, 계단 20층 오르기, 실내자전거 20분 타기 등을 고루 하고 중간에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운동을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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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증-알레르기 적은 점착제 적용해 손쉽게 부착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장루 주머니는 복부에 인공항문을 만들어 대변과 가스를 나오게 해 주는 장치다. 환자들이 대장암 등으로 장기를 일부 절제하거나 외상 피해를 당했을 때 사용한다. 그런데 장루 주머니를 단단하게 붙이면 냄새는 덜 나지만 뗄 때 아프고 느슨하게 붙이면 뗄 때 덜 아프지만 냄새가 난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개발돼 환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환자 친화적인 장루 주머니를 개발한 김성환 네오스헬스케어 대표(사진)를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장루 주머니에 대해 알려달라. “대장암, 직장암, 만성대장염 등 장질환을 이유로 장의 일부를 절제할 수 있다. 장기가 짧아 옆구리 쪽으로 인공항문을 만드는데 인공항문은 괄약근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 변이 나올 수 있다. 그 변을 담아 두는 게 바로 장루 주머니다. 대부분 하루 이틀에 한 번 내용물을 버린다. 장루 주머니는 동일 부위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부착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접착제를 ‘점착제’라고 부른다. 기존 장루 주머니에 사용되는 점착제의 경우 부착 부위에 심한 발진이 생기고 심하면 피부괴사 등이 발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고통은 심각했다.” ―직접 개발한 저온 감응형 점착제의 장점이 뭔가. “누수와 누취를 고려하면 접착력이 높아야 하는데 접착력이 높으면 환자의 통증과 발진이 악화될 수 있다. 그래서 무작정 접착력을 높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네오스헬스케어가 개발한 저온 감응형 점착제는 일상적 피부 온도인 29∼34도에서 가장 높은 접착력이 유지된다. 장루 주머니를 떼려면 해당 부위에 2, 3분 정도 아이스팩을 대고 온도를 내리면 접착력이 60% 이상 줄어든다. 통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신개념 기능성 점착제이다.” ―장루 주머니를 개발한 계기가 있나. “화학 원료 및 접착제 관련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했다. 그런데 약 15년 전 고객과 상담을 하다 장루 주머니에 대한 환자들의 고통을 알게 됐다. 이런 용도에 맞는 기능성 점착제를 만들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공호성, 한흥구 박사와 공동 연구를 했고 2021년 말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듬해 네오스헬스케어를 창업했다. 창업 후에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서울바이오허브와 홍릉강소특구의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난관을 극복했다. ―국내 장루 환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충분한가. “사실 장루 환자를 위한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도 장루 주머니를 교체할 만한 마땅한 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일상적 사회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한 장루 주머니는 언제 상용화되나. “현재 저온 감응형 점착제를 활용한 장루 주머니를 사용해 샘플을 제작하는 단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는 내년 초 가능할 전망이다. 영국 등 유럽에도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다.” ―개발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건가. “온도를 낮추면 접착력이 떨어지는 기술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이 기술은 장루 주머니뿐 아니라 수술 상처 보호용 테이프, 외상 보호용 테이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정의 다이싱 테이프, 웨이퍼 백그라인딩 테이프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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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없이 초음파로 간경화 치료법 개발”

    국내 연구진이 수술 없이 초음파를 이용한 간경화 치료법을 개발했다. 고려대 의대 핵의학과 박기수 교수와 경희대 생체의공학과 박기주 교수 공동 연구진은 11일 “집속초음파 기술을 이용해 간경화 조직을 수술 없이 파괴하고 주변 간 조직을 재생시켜 치료할 수 있음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개됐다. 간경화는 만성적인 염증으로 간 조직이 굳고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현재 간 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연구진은 집속초음파 기반 생체조직 파쇄 기술인 ‘히스토트립시’로 섬유화된 간경화 조직만을 파쇄하면 주변의 정상 간 세포가 증식·재생해 간 기능이 개선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90일간 동물실험을 통해 추적 관찰했다. 히스토트립시 처리를 한 간 조직은 그러지 않은 조직에 비해 간경화증 정도가 현저히 줄었고, 간 기능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 박기주 교수는 “히스토트립시가 간경화의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학계 최초로 밝혀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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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의대 증원, 결국 지방병원 붕괴로 이어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어렵게 시작했는데 적자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 병원 정상 운영을 못 하는 지경이 됐다. 당장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지원이 없으면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과 운영 정도의 축소 진료가 불가피하다.”(세종충남대병원 관계자)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후 대형병원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국립대병원까지 존립을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예를 들어 정부 부처가 집결된 세종시에 있는 세종충남대병원은 2020년 개원했는데 지난해 620억 원 적자를 냈고, 올해도 5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까지는 본원인 충남대병원에서 적자를 메워줬지만 올해는 의료공백 사태로 본원까지 적자가 심해 지원을 거의 중단한 상태다. 이에 병원 측은 정부와 지자체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병원 경영을 잘못한 탓”이란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지자체에서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한 금액은 1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병원을 살리기 위해 지금보다 더 진료 축소를 해야 할 판”이라며 “여기에 응급실 의사들의 연봉 인상 요구까지 겹쳐 응급실 야간운영도 일주일에 5일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최근 특히 지방에서 의료공백의 영향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면서 단행한 의대 증원이 오히려 지방병원을 한계로 몰아가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부산대병원, 충북대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등에서 의대 교수들이 연달아 사직서를 내면서 지방 종합병원에선 전문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도 지방 대형병원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각 병원에 보낸 2024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 신청 안내 공문에서 전공의 사직 날짜에 대해 ‘병원과 전공의 당사자 간 법률관계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사직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6월 4일 이후 발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공의들이 원하는 대로 2월 사직이 인정되면 전공의들은 6월까지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에 소송을 걸 수 있다. 반면 6월 사직이 인정되면 2월부터는 무단이탈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반대로 병원이나 정부가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법적 논란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다. 최근 전국 수련병원장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는 못 찾았다고 한다. 사직 이후도 문제다. 복직하는 전공의는 소수에 불과할텐데 9월에 추가 모집을 할 경우 사직 전공의들이 수도권에 있는 5대 대형병원 본원이나 분원에 대거 지원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방병원의 상황이 더 악화된다. 올 11월 진행되는 전국의대평가인증도 난관이 예상된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인증을 못 받은 의대는 단계적으로 정원 감축, 모집 정지, 졸업생 의사 국가시험(국시) 응시 불가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서남대가 의평원 인증을 못 받아 2018년에 폐교된 바 있다. 올해 의대 중에선 8곳이 평가인증 대상이다. 이때 인증을 못 받으면 2026년 재평가를 하는데 이때도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 의대생들은 국시를 볼 자격을 잃게 된다. 지방 대학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의대 수련병원 인력 수급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의평원은 국제 평가인증 기준에 준해 각 의대를 평가하기 때문에 기준을 임의로 낮출 수도 없다. 최근 교육부가 의평원 인증에 개입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두고 허윤정 분당서울대병원 디지털헬스케어연구사업부 교수는 “의평원은 정부가 개입해 관리하는 기구가 아니라 전문적 영역에서 관리 운영하는 독립기구인데 교육부에서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대형병원의 위기는 한 병원의 위기가 아니라 의료공백에서 파생된 다양한 부작용이 집결돼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재난 수준에 대응하는 특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도의 틀 안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니 이제 발생 가능한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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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발 잦은 다발골수종… 신약 나와도 보험 적용은 산 넘어 산”[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최근 대한암학회가 암 치료와 예방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알리기 위해 지정한 암 주간이 진행됐다. 이번 ‘따뜻한 환자 이야기’는 암 주간을 맞아 다발골수종에 걸렸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두 환자를 만났다. 따뜻한 환자 이야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잘 몰랐던 중증 희귀 난치 질환에 대해 알리고 치료 및 극복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공유하는 코너다. 다발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주로 고령자에게 나타나며 현재도 완치가 어렵고 재발도 잘되는 질환이다. 다발골수종은 면역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혈액암으로 변해 주로 골수에서 증식한다. 이 때문에 건강한 항체 대신 비정상 항체(M-단백)를 분비한다. 비정상 항체는 뼈에 침범해 녹이고 잘 부러지게 하거나 골수에 들어가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각종 혈구 수치를 감소시켜 감염, 빈혈, 출혈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나게 한다. 대한혈액학회 산하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다발골수종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혈액암 중 림프종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며 “혈액 내 이상 단백이 증가해 심장이나 신장이 손상되고 어려움을 겪는 혈액암 중 하나”라고 말했다.다발골수종환자 모여 치료 경험-정보 공유 한국다발골수종환자연합회 카페를 이끌고 있는 김종대 씨와 사진작가 이연실 씨는 2023년 봄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은 환자들의 다양한 사연과 치료 경험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환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고 있다. 이 씨는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기까지 6개월을 보냈고 9년에 걸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다발골수종이 네 번째 재발해 임상에 참여 중이다. 첫 시작은 2016년 폐렴을 앓고 입원했다가 혈색소 수치가 갑자기 떨어졌을 때였다. 이후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아 유명 안과들을 방문했으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시신경이 부어 스테로이드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았지만 눈은 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척수검사, 골수검사 등 수차례 정밀 검사를 통해 다발골수종 전 단계인 엠거스(혈액 내 M-단백이 증가한 상태)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 이후 6개월이 지나 병원을 찾았을 때 M-단백 수치가 높게 검출돼 4개월 동안 암 치료를 받고 자가조혈모이식을 했다. 그러나 8개월 만에 재발하는 등 이후 치료와 재발이 반복됐다. 다행히 임상 약이 잘 반응해 현재는 암이 관찰되지 않는 관해 상태로 4주에 한 번씩 치료를 받고 있다.허리통증 악화되더니 다발골수종 진단 김 씨는 2000년 테니스를 하고 허리통증을 느껴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당시 X-레이 촬영에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1년 반 동안 그대로 지냈다. 그런데 허리통증이 점점 악화되는 걸 느끼고 동네병원에서 다시 X-레이를 촬영했는데 이번에는 빨리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란 말을 들었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다발골수종이란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평소 운동을 즐겼고 당시 30대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라서 다발골수종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평균 기대수명이 3년 미만이라고 나와 충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고 둘째는 유치원도 다니기 전이었다. 김 씨는 가족을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투병 의지를 다졌고 현재는 상당히 호전된 상태다. 그는 한국다발골수종환자연합회 카페를 이끌며 같은 다발골수종환자들의 치료 의지를 격려하고 있다.보험 적용 더뎌 신약 사용 못해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무엇보다 치료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다발골수종은 재발이 잦고 재발 때마다 주기가 짧아진다. 따라서 초기에 좋은 신약을 사용해 주기를 최대한 늘리고 싶지만 국내에선 신약이 보험에 적용되는 속도가 늦어 신약을 복용하기 쉽지 않다. 신약 존재 자체가 환자들에게는 희망 고문처럼 느껴질 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김 교수는 “최근 다발골수종에서 이중항체, CAR-T 등 표적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머지않아 표준 치료로 도입될 수 있다”며 “치료를 열심히 받고 골절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등 몸 상태를 잘 유지하면 설사 치료에 실패했더라도 향후 더 좋은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됐을 때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첫 진단을 받았을 때보다 평균 기대수명이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앞으로 신약이 계속 개발돼 생존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는 “현재 임상에 참여 중이거나 재발 환자들을 위한 신약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신약에도 빨리 보험을 적용해 재발 환자들이 치료받을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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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리 힘줘도 무소식?… 제때 먹고 운동 즐기고, 필요하면 변비약 도움을

    변이 굳어 아무리 힘을 줘도 나오지 않는 변비는 많은 이가 남몰래 겪고 있는 고충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변비 해소를 위한 민간요법과 특효약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만성변비 환자라면 의학적으로 검증된 변비 탈출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유경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만병변비 해결책을 자세히 알아봤다. 먼저 적어도 3개월 이상 주 3회 미만으로 변을 보거나 단단한 변을 본다면 만성변비를 의심할 수 있다. 변비는 대변 형태에 따라 1∼7형으로 분류하는 ‘브리스톨 대변 척도’로 판단할 수 있는데 1, 2형이 변비다. 대변 횟수나 형태뿐 아니라 배변할 때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잔변감이 있을 때도 변비를 의심해볼 수 있다. 변비 중에는 만성 기능성 변비 외에 이차성 변비도 있다. 이차성 변비란 대장암, 파킨슨병, 치매, 갑상선 기능저하 등 다른 질환을 앓아 발생하는 변비다. 최근 갑자기 변비가 발생했거나 혈변, 흑색변,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 대장암 가족력 등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전문 의료진과 상의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만성변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적절한 식사와 수분 섭취를 유지해야 한다. 대표적인 변비 유발 요인은 식사량과 수분 섭취 부족이다. 특히 노년기에 식사량과 수분 섭취가 줄어 변비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가장 먼저 식사를 거르지 않고 적절한 양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게 변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과일, 채소, 잡곡 등을 통해 섬유소를 수분과 함께 충분히 흡수하는 게 좋다. 이런 습관이 대변의 양을 늘리고 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변비 해소에 도움을 준다. 두 번째는 규칙적인 운동이다. 현대인 상당수가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데 몸을 움직이지 않는 습관은 변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걷기, 조깅, 달리기, 수영, 줄넘기 등 유산소 및 전신운동을 하루 30분가량 주 3, 4회 이상 하면 좋다. 천천히 걷는 것보다 땀이 나고 숨이 가쁠 정도의 중증도 강도 이상의 운동이 특히 도움이 된다. 운동은 만성질환 관리와 스트레스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약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변비약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연령과 기저질환을 고려해 장기 투약에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을 선택해야 한다. 일부 환자는 변비약의 내성과 부작용에 대한 걱정으로 일부러 약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생활 습관을 개선해도 변비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약제의 도움을 받아 변비를 개선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 변비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는 장내 유익한 균을 증가시켜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시중에 관련 제품이 다양한 만큼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되는지는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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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의 방사선 치료로 암 완치 도전”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단 1회 방사선으로 암 완치에 도전한다.” 암을 없애는 방사선 치료는 지금까지 대부분 수십 차례 받아야 했다. 하지만 다원메닥스는 단 1회 방사선 조사만으로 암 치료를 끝내는 새로운 방사선 치료 방식인 중성자 치료기기를 개발했다. 기존의 입자 방사선과 원리가 다른 ‘붕소중성자포획치료 시스템’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방사선 치료 한 번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정말 올까. 송도 BNCT센터에서 다원메닥스 유무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원메닥스가 어떤 기업인지 소개해 달라. “다원메닥스는 붕소중성자포획치료, 즉 BNCT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2015년 9월 설립됐다. 대당 1억 원 넘는 고가 의료장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리는 가속기 기술력을 바탕으로 7년에 걸쳐 대형 입자방사선 의료기기 국산화 및 개발을 끝냈다. 그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도 지정을 받았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임상시험용 BNCT 의원을 개원해 BNCT 임상을 진행 중이다.”―어떻게 단 한 번의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하나. “항암 치료는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수술과 항암 치료, 방사선치료다. BNCT는 방사선치료의 일종으로 의약품을 융합해 암을 치료하는 입자 방사선치료이다. 아미노산과 결합한 붕소의약품(BPA)을 환자에게 주입하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붕소가 흡수되는데 이때 해당 암세포에 중성자를 조사하면 암세포 내 붕소가 중성자를 포획해 핵반응(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그때 발생하는 방사선 에너지로 암세포의 DNA를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한 번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붕소의약품 또는 중성자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효과가 없고 암세포 내에서 붕소와 중성자의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융합 방식 치료라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라고 부르고 있다. 방사선 단독으로 암을 치료하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중성자 치료만의 특장점은 뭔가. “기존 방사선치료는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한 방사선 에너지를 환자 외부에서 전달하는 원리다. 이는 암세포 외에 바로 붙어 있는 정상세포에도 피해를 주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BNCT는 암세포 내부에서 반응이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 외부 조사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며 치료가 가능하다. 또 의약품이 흡수되는 세포 단위 치료가 가능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성 암이나 분산암 치료도 가능하다.” ―안정성과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BNCT는 불확실성이 높은 신약 개발과는 다르다. 일본에서 2020년 품목 허가가 완료된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된 상용화 치료 기술이다. 일본 임상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술이 불가능한 재발성 두경부암 환자 21명 대상 BNCT 임상에서 1년 생존율이 94.7%, 1년 무진행 생존율이 70.6%를 보이며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알려달라. “향후 BNCT 시장의 성장 속도는 폭발적일 것이다. 2026년 재발성 두경부암과 교모세포종(뇌종양)에 대한 허가를 받을 예정이며 신의료기술평가 후 본격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도입·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027년 이후엔 재발성 뇌수막종, 유방암 등 기존 연구에서 효과를 보인 적응증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BNCT 시스템이 방사선 치료가 가진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완화시킨 만큼 빠르게 발전해 다양한 암질환에서 기존 치료 방법에 우선해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국내 시장뿐 아니라 세계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다. 사업의 적극적 확장을 위해 코스닥 상장도 진행 중이다. BNCT의 임상 데이터 및 치료 데이터들이 누적되다 보면 어느 순간 패러다임의 전환이 오는 시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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