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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부지로 인디애나주를 3일(현지 시간) 낙점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부터 이곳에서 차세대 HBM을 만들어 미국 빅테크들에 납품할 계획이다. 여러 후보지를 두고 약 2년간의 검토 끝에 인디애나주를 선택한 배경에는 1조 원에 가까운 주 정부의 통 큰 지원에 더해 교통·수도 등 인프라, 지역 대학과의 연계 등 ‘생태계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9200억+교통·수도·인재 ‘패키지 지원’ 3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로젠버그 인디애나주 상무장관은 “2년 전까지 반도체 공장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제 8개가 생긴다”며 “2022년부터 우리는 역사적 변화를 겪고 있다. 반도체 생태계가 꽃피는 등 첨단 제조업의 허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젠버그 장관이 언급한 2022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칩스법’에 서명한 해다. 칩스법은 520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보조금으로 아시아에 몰려 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가져오고 미국 내 혁신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법이다.인디애나주는 중앙 정부 지원에 더해 총 6억8570만 달러(약 9200억 원) 규모의 주 정부 차원의 직간접 지원금에 세액공제까지 약속하며 SK하이닉스 유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들여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2028년 하반기(7∼12월)부터 HBM 등 첨단 AI 메모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주 정부는 △혁신개발지구 지정에 대한 세금 환급으로 5억5470만 달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트레이닝 보조금과 제조 준비 보조금 각각 최대 300만 달러 △건설 단계별 보조금 8000만 달러 등을 지원한다. 이에 더해 퍼듀대의 부지 할인 및 추가 확장 옵션도 6000만 달러 상당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SK하이닉스는 미국 중앙 정부와 보조금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분류됐던 인디애나주는 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첨단 반도체 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인디애나주는 반도체 불모지에서 2년 만에 스카이워터, 엔헨스트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을 유치했다. 2022년 삼성SDI를 비롯해 기업들의 투자가 몰리며 인디애나주는 2022년∼2024년 1분기까지 총 907억 달러(약 122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로젠버그 장관은 “지원금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연방정부, 주 정부, 지역 대학, 커뮤니티가 뭉쳐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제공해 ‘실리콘 하트랜드(심장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와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는 단순히 지원금으로 접근하지 않고 ‘생태계’ 패키지를 앞세운다”며 “대학의 반도체 인력, 교통, 수도 등 인프라, 민원 해결 등 종합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주 경제를 탈바꿈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명문대인 퍼듀대는 미국 최초로 반도체 학위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대학이 보유한 연구산업단지를 부지로 할인해 SK에 제공하는 등 인력 양성 파트너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생산기지를 지을 웨스트라피엣과 인디애나폴리스 사이의 콩밭은 다른 첨단 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혁신 산업 단지를 짓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뿐만 아니라 인력 채용이 용이한지 여부도 투자 지역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SK 인수 뒤 첫 미국 공장, ‘투트랙’ 전략 확대 이번 투자 결정으로 SK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미국에 생산라인을 갖추게 됐다. 앞서 인수 전인 2000년대에 하이닉스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D램 공장을 운영했지만 반도체 시장 침체기였던 2012년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에 공장을 매각했다. 이후 지금까지 국내와 중국 등에 생산시설 투자를 집중해 왔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 HBM 패키징 공장을 짓는 것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미국 빅테크 고객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HBM은 성능을 고객사가 원하는 스펙에 맞춰 최적화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재 HBM 시장의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확대된 투자 인센티브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핵심 연구개발(R&D) 시설과 공정이 있는 국내는 마더팩토리 기지로 두고 미국에 생산 여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120조 원을 투자해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기존에 계획된 국내 투자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공급망 재편이 거세지면서 자국 내 고용 및 R&D 기능을 지키는 동시에 미국 정부의 지원 유인을 활용할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이 앞으로도 적극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어떤 새로운 기술에도 위축될 필요가 없습니다. 기술과 관객에 도전하는 거죠.”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만난 대만 출신 미국 작가 슈리 칭(鄭淑麗·70·사진)은 최근 인공지능(AI) 알고리즘부터 AI 훈련에 쓰이는 데이터까지 샅샅이 배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각광받은 ‘넷아트(Net Art·인터넷을 활용한 현대미술 장르)’의 선구자로 불리는 칭은 “블록체인, 바이오테크에 이어 새로운 기술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 여전히 열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칭은 전날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이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예술활동을 펼치는 작가에게 수여하는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다. 올해 2회를 맞은 LG구겐하임 어워드의 두 번째 수상자다. 그는 상금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와 트로피를 받았다. 그는1979년 뉴욕대에서 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 사는 아시아 여성으로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1980년대 비디오나 TV는 비쌌을 뿐 아니라 백인 남성의 전유물 같았다”며 그 기술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등 ‘반항아’ 예술가들은 맨해튼 남부 이스트빌리지에 대부분 거주했다. 칭은 “TV를 이용한, 엉뚱한 듯 했던 백남준의 예술이 세계적 아트가 되기까지 그러했듯 기술을 이용한 예술 또한 받아들여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그 기간을 마치 오래 끓여야 하는 동양 음식처럼 인내심과 열정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랜든’(1998)부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트랜스젠더 소년 브랜든 티나가 성폭행 뒤 살해당한 사건을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다양한 이미지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당시 구겐하임미술관은 이를 소장하며 미술관 최초로 넷아트 형태의 작품을 소장한 역사를 갖게 됐다. 최근 AI가 생성한 작품을 예술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원조’ 신기술 기반 예술가로서 그는 “AI는 인간의 역사를 바탕으로 지식을 습득한 도구일 뿐”이라며 “프롬프트에 명령어를 쓰고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은 작가의 몫이므로 그 역시 예술”이라고 평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2년 전까지 반도체 공장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제 8개가 생깁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인디애나주 상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22년부터 우리는 역사적 변화를 겪고 있다. 반도체 생태계가 꽃피는 등 첨단 제조업의 허브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통화는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에 5조2000억 원을 들여 인공지능(AI) 칩 생산기지를 건설한다고 밝힌 투자 협약식 직후 이뤄졌다.로젠버그 장관이 언급한 2022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칩스법’에 서명한 해다. 칩스법은 520억 달러(70조 원) 규모의 보조금으로 아시아에 몰려 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가져오고 미국내 혁신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법이다. 이날 투자 협약식에는 치스법을 직접 쓴 인디애나주 토드 영 상원의원도 참석해 “칩스법은 인디애나주가 질주할 수 있는 문을 열었고,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이 우리의 첨단 기술 미래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2년 만에 칩 공장 0 -〉 8개 이날 각 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인디애나주는 세액공제를 비롯한 최대 7억 달러(9400억 원) 규모의 주정부 차원의 직간접 지원을 약속하며 SK하이닉스 유치에 성공했다. 반도체 볼모지에서 2년 만에 스카이워커, 엔헨스드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을 유치한데 이어 AI칩 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세계 1위 SK하이닉스 공장까지 들여온 것이다.인디애나주는 2022년 칩스법으로 막대한 보조금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러스트 벨트 중에서도 주로 옛 자동차 부품, 철강산업 위주의 제조업 기지였다. 중국의 공세 속에 쇠락의 어려움을 겪어 온 산업이다. 지역에 퍼듀대 등 명문대가 위치해 있어도 고급 일자리가 없으니 다른 주로 고급 인력이 떠나는 것도 주 차원의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로젠버그 장관은 “지정학적 갈등으로 미국에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기업들이 늘어났고 칩스법 등으로 연방정부의 지원도 늘어났다”며 “이때부터 인디애나주 경제는 역사적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1~3월) 주에 대한 투자가 총 207억 달러(27조9000억 원)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 정부는 고숙련 일자리와 협력업체 동반 투자를 가져오는 첨단 반도체 공장과 미래 산업에 사활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2022년 투자 유치액이 2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0% 급등할 정도였다.●대학까지 뛰어든 유치전 인디애나주는 연방정부 지원금과 별도로 SK하이닉스에 세금환급을 포함한 약 7억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투자 이행 약속에 따라 인센티브 형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인디애나주가 다른 주보다 SK에 지원금을 더 많이 제안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로젠버그 상무장관 “다른 주와 비교할 수 없지만 지원금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연방정부, 주정부, 지역 대학, 커뮤니티가 뭉쳐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제공했기에 ‘실리콘 하트랜드’가 될 수 있는 것”강조 했다. 이어 “대학의 반도체 인력, 교통, 수도 등 인프라, 민원 해결 등 종합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주 경제를 탈바꿈할 수 있었다. 오늘 SK 투자협약식에 주정부, 대학, 백악관, 연방 상무부, 또 칩스법을 발의한 토드 영 상원의원까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첨단 시설 유치를 위해 우리는 파트너십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실제로 이번 투자 협약식에서 독특한 것은 지역 명문대인 퍼듀대의 적극적 지원이다. SK하이닉스가 들어올 퍼듀대 소유 연구 파크 90에이커(36만4217m2) 부지를 할인해주고 추가 확장 옵션도 제공했다. 총 6000만 달러(808억 원) 규모의 지원이다. 영 상원의원이 칩스법을 발의할 때 인디애나주지사와 퍼듀대 당시 총장과 긴밀히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도 보도한 바 있다. 퍼듀대는 2022년 미국 최초로 반도체학위 프로그램을 만들고, 역내 기업들과 협력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18억 달러를 투자한 미 반도체기업 스카이워터는 퍼듀대의 노력에 감동을 받아 다른 4개주를 제치고 인디아나주를 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 뿐 아니라 고급 인력 채용이 용이한지도 중요한 부지 확보 요인”이라고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전기차 판매 글로벌 1위 업체인 테슬라가 올해 1분기(1∼3월)에 시장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판매 실적을 내면서 테슬라 주가가 4% 이상 급락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겹친 대외 악조건 속에 지난해부터 세계 전기차 시장에 불어닥친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차 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앞세워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우며 희비가 엇갈렸다.● 테슬라 판매 실적 전망치 밑돌아 테슬라는 2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차량 판매량이 전년 동기(42만2875대) 대비 8.5% 떨어진 38만6810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45만7000대보다 7만 대 이상 밑돌았다. 분기 실적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떨어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급망이 붕괴됐던 2022년 2분기(4∼6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저조한 판매 실적에 대해 테슬라는 홍해 물류대란과 독일 공장 생산 중단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기차 리더십이 약화하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판매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인 에마누엘 로스너는 이날 투자자 메모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차량 인도 실적은 소비자 수요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게 한다”며 “올해 테슬라가 완만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평했다.● 하이브리드 진영, 도요타 고공행진 반면 하이브리드차 강자로 꼽히는 일본차 브랜드는 고공행진 중이다. 도요타는 올 1분기 미국에서 지난해 동기(46만9558대) 대비 20.3% 증가한 56만5098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혼다도 33만3824대로 지난해 동기(28만4507대) 대비 17.3%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1년간 시가총액이 31조1900억 엔(약 277조 원) 늘어 일본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지난달 일본 기업 사상 첫 시총 60조 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도요타의 강세는 하이브리드가 대세로 굳어진 현재 분위기를 고려하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1분기 미국에서 전년 대비 0.8% 감소한 37만9202대를 판매하며 평년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캐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결국 현대차는 동남아와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를 늘려 극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순수 전기차 판매 글로벌 2위인 중국 비야디(BYD)가 태국, 인도네시아, 헝가리 등지에 신규 생산 시설 건설 계획을 내놔 향후 현대차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향후 3, 4년간 전기차 자체가 판매가 주춤할 것이기때문에 테슬라도 성장세 둔화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며 “동남아, 인도, 유럽 등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늘려 ‘전기차의 고난’을 견디는 기업이 결국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힘이란 물체를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게 하는 것인데….” 물리학 개념인 ‘힘’을 설명하는 15초 분량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를 들은 인공지능(AI)은 곧장 이 목소리로 생물, 영어 독해, 수학 등 각 분야 강의 샘플을 만들어 냈다. AI가 목소리를 복제한 뒤 그 목소리로 챗GPT가 만든 텍스트를 읽은 것이다. 이는 오픈AI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맛보기(프리뷰) 방식으로 공개한 음성 복제 모델 ‘보이스엔진’의 샘플 사례다. 오픈AI는 보이스엔진이 15초 분량의 사람 목소리만 있으면 거의 똑같게 음성을 복제해 낸다고 밝혔다. AI의 음성 복제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이 음성 복제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강력한 언어 생성 AI 모델과 전 세계 1억8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오픈AI가 음성 복제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딥페이크(조작된 영상, 이미지, 음성)가 불러올 혼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딥페이크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챗GPT-15초 음성 복제술 결합의 ‘위력’ 챗GPT는 사용자의 질문을 받고 텍스트를 생성하며 이를 음성으로 변환해 읽어주는 ‘읽어주기’ 기능이 있다. 여기에 보이스엔진을 접목하면 챗GPT가 특정인의 목소리로 각종 콘텐츠를 생성해 낼 수 있다. 또 15초 목소리 샘플만으로도 해당 목소리로 각종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오픈AI는 우선 15초 목소리만으로도 정확한 음성 복제가 가능하다는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제프 해리스 오픈AI 제품 책임자는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 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개발 방식이 더욱 강력하고 고품질의 음성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오픈AI가 음성 복제 기술에 뛰어든 이유는 기업 고객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성우 등 내레이터를 한 번만 고용하면 이를 바탕으로 각종 광고, 비디오게임, 공공장소 안내방송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보이스엔진 사용 비용이 일레븐렙스, 레플리카 스튜디오 등 다른 스타트업의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픈AI는 챗GPT와 음성 복제 기술력의 결합이 불러올 딥페이크 확산 우려를 감안한 듯 “‘선한’ 분야에서 음성 복제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픈AI의 보이스엔진 개발 협력사 중 하나인 비영리 의료 시스템 라이프스팬의 노먼프린스신경과학연구소가 갑작스러운 뇌종양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 어린 환자에게 예전에 학교 프로젝트용으로 녹음한 음성을 토대로 원래 목소리를 복원해 줬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AI를 통해 자신이 입력한 텍스트를 자신의 목소리로 읽게 할 수 있다.● ‘오용 우려’ 대규모 배포 일정은 미정 문제는 한층 진화된 음성 복제 기술이 딥페이크와 같은 부작용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사칭한 AI 목소리로 유권자들에게 무작위 전화가 걸려 오는 사건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짜 바이든’은 11월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둔 주민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 이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I발 ‘로보콜’ 자체를 금지했다. 영상과 결합해 유명인을 사칭한 허위 광고, 투자 권유 사기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선 배우 톰 행크스가 자신을 사칭하는 광고에 속지 말라는 ‘주의보’를 내렸고, 배우 에마 왓슨은 혐오 메시지를 선동하는 영상에 무단 동원되는 피해를 겪었다. 국내에서도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가 확산돼 금융감독원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픈AI도 이러한 혼란을 우려해 보이스엔진 기술의 대규모 배포는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픈AI 측은 “(11월 미 대선 등) 선거가 있는 해에 사람 목소리를 닮은 AI가 가져올 리스크를 잘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와 협력해 그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가 음성 복제 기능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대화를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가 130조 원 이상을 투자해 초대형 슈퍼컴퓨터를 갖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비용의 100배가 넘는 규모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술(IT)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MS와 오픈AI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해 ‘스타게이트’라는 이름의 1000억 달러(약 134조 원) 규모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5단계에 걸쳐 슈퍼컴퓨터급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세웠고, 스타게이트는 마지막 퍼즐인 5단계 구축 계획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3단계로 중간단계에 와 있으며 다음 4, 5단계의 막대한 자금에는 상당 부분이 AI 칩 구입과 관련이 있다고 더 인포메이션은 밝혔다. AI전용 칩 수백만 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AI 개발을 위해 막대한 컴퓨팅자원이 필요하다면서 직접 AI칩 제조 기업을 세우기 위해 7조 달러가량 천문학적 투자를 모으고 있다. 올트먼 CEO가 1월 방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협력 논의를 한 것도 스타게이트라는 역대급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을 염두에 두고 협력 논의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빠르면 2028년 구축될 것을 보이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는 최대 5기가와트 규모의 전력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MS와 오픈AI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도 논의하고 있다고 더인포메이션은 전했다. 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SMR에 투자해 SMR 기업인 ‘테라파워’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MS와 오픈AI가 대규모 슈퍼컴퓨터에 사활을 것는 것은 오픈AI의 기술 혁신 속도를 컴퓨팅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오픈AI는 2023년에 ‘아라키스’라는 새로운 AI 프로젝트가 무산됐는데 개발에 맞는 컴퓨팅 속도가 나오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힘이란 물체를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게 하는 것인데…”물리학 개념인 ‘힘’을 설명하는 15초 분량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를 들은 인공지능(AI)은 곧장 이 목소리로 생물, 영어 독해, 수학 등 각 분야 강의 샘플을 만들어 냈다. AI가 목소리를 복제한 뒤 그 목소리로 챗GPT가 만든 텍스트를 읽은 것이다.이는 오픈AI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맛보기(프리뷰) 방식으로 공개한 음성 복제 모델 ‘보이스엔진’의 샘플 사례다. 오픈AI는 보이스엔진이 15초 분량의 사람 목소리만 있으면 거의 똑같게 음성을 복제해 낸다고 밝혔다.AI의 음성 복제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이 음성 복제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강력한 언어 생성AI 모델과 수억 명 사용자를 보유한 오픈AI가 음성 복제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딥페이크(조작된 영상, 이미지, 음성)가 불러올 혼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오픈AI는 “위험성을 감안해 소수 개발자 그룹에만 보이스엔진 기술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AI발(發) 딥페이크 피해는 늘고 있다. 올 초 미국 대선 경선 과정에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목소리를 사칭한 허위 전화가 돌아 파장이 일었다. 국내에서도 배우 조인성, 송혜교 등 유명인의 음성과 얼굴을 조작한 투자 권유 영상을 활용한 사기 범죄가 발생했다.챗GPT와 음성복제 기술의 만남…‘오용 우려’에 대규모 배포 미정“샘 올트먼 목소리인 줄 알았다.”오픈AI의 음성 복제 기술 ‘보이스엔진’ 시연에 참석한 블룸버그통신은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목소리로 제품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실제 목소리 같았지만 보이스엔진이 만들어낸 음성이었다.오픈AI가 2022년 말부터 개발해 왔다고 밝힌 이 음성 복제 기술은 ‘텍스트 음성 변환’과 챗GPT의 ‘읽어주기’ 기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챗GPT가 사용자의 질문을 받고 텍스트를 생성하며 이를 음성으로 변환해 읽어주는 기능이다. 여기에 ‘보이스엔진’을 접목하면 챗GPT가 특정인의 목소리로 각종 콘텐츠를 생성해 낼 수 있다. 또 챗GPT의 능력을 갖춘 음성 복제 기술이라 15초 목소리 샘플만으로도 해당 목소리로 각종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 챗GPT와 15초 음성 복제술의 결합음성 복제 기술은 오픈AI 뿐 아니라 일레븐렙스, 레플리카 스튜디오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뛰어든 분야다. 오용 사례도 상당수 확인될 만큼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사용자 1억8000만 명을 둔 챗GPT와 음성 복제 기술이 만날 때의 위력에 대한 우려로 미 언론들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딥페이크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오픈AI는 우선 15초 목소리만으로도 정확한 음성 복제가 가능하다는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제프 해리스 오픈AI 제품 책임자는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 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개발 방식이 더욱 강력하고 고품질의 음성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보이스엔진 사용 비용이 다른 스타트업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음성 복제 기술에 많은 테크기업들이 뛰어드는 이유은 기업 고객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성우 등 나레이터를 한 번만 고용하면 이를 바탕으로 각종 광고, 비디오게임, 공공장소 안내방송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오픈AI는 오용 우려를 감안한 듯 “‘선한’ 분야에서 음성복제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픈AI의 보이스엔진 개발 협력사 중 하나인 비영리 의료 시스템 라이프스팬의 노먼프린스신경과학연구소는 갑작스런 뇌종양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 어린 환자에게 예전에 학교 프로젝트용으로 녹음한 음성을 토대로 원래 목소리를 복원해줬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자신이 입력한 텍스트를 자신의 목소리로 읽히게 할 수 있다.● ‘오용 우려’ 대규모 배포 일정은 미정문제는 음성 복제가 딥페이크와 같은 부작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사칭한 가짜 목소리로 11월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둔 주민들에게 무작위 전화가 걸려 오는 사건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짜 바이든’은 주민들에게 “예비선거에 투표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통신위(FCC)는 AI발 ‘로보콜’ 자체를 금지했다.영상과 결합해 유명인을 사칭한 허위 광고, 투자 권유 사기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선 배우 톰 행크스가 그를 사칭하는 광고에 이용됐고, 배우 엠마 왓슨은 혐오 메시지 선동에 동원됐다. 국내에서도 배우, 가수를 비롯한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가 확산돼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 사기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픈AI도 이러한 혼란을 우려해 보이스엔진 기술의 대규모 배포는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11월 미 대선 등) 선거가 있는 해에 사람 목소리를 닮은 AI가 가져올 리스크를 잘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시민 사회 등 다양한 분야와 협력해 그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워터마크 기술을 활용해 AI와 실제 사람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대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8일(현지시간) 미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라디오 시티 뮤직홀 앞. NBC 방송국과 락펠러센터가 위치한 관광과 상업 중심지인 이곳 주변의 5번가 6번가는 경찰이 오후부터 차량 통행을 막아놨다. 뮤직홀 간판에는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이 적혀 있었다. 전직 대통령 2명이 트럼프를 이기겠다는 일념 하에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행사가 열린 것이다. 삼엄한 경비 속에 미리 신청한 참석자 5000여 명은 초청장을 보여야 경찰이 두 블록 앞에서 길을 열어줬다. 바이든 대통령 캠프 측은 “역사적 기금 행사”라고 평했다.실제로 이날 행사는 심야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버트의 사회로 세 대통령의 대담, 퀸 라티파,리조, 벤 플랫, 신시아 에리보, 레아 미셸 등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며 판을 키웠다. 참석하려면 최소 250달러(34만 원), 대통령과 사진을 찍으려면 10만 달러(1억3500만 원)를 내야하는 기금 행사였다. 대통령 부인인 질 여사가 500명을 대상으로 행사 뒤에 진행하는 파티에 참석하려면 추가로 더 기부를 해야 했다. 이날 오바마와 클린턴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으로 총 2600만 달러(350억 원) 기록을 세웠다. 드레스를 차려 입고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축제 같은 분위기와 달리 행사장 밖에는 빗속에도 분노한 시위대 수 백명이 모여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바이든 행정부를 규탄하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였다. “얼굴이 알려지기 싫다면 마스크를 빌려주겠다”는 푯말도 보였다.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온 사람도 보였지만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였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美 2030세대들이 다수였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뉴욕에서도 팔레스타인 문제가 젊은 진보를 뭉치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뉴욕에 거주하는 직장인 파두모 오스만 씨(28)는 “우리 세금으로 사람들이 죽고 있는 전쟁을 지원하면서 정작 내부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며 “뉴욕시만해도 여성에 대한 묻지마 폭행 범죄가 들끓고 있지만 방위군을 전철에 배치하는 흉내만 낼뿐이다. 그들은 서서 휴대전화만 보고 있다. 역시 세금만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만 씨는 직접 호신 용품을 가지고 다닌다며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는 4년 전에 바이든 대통령을 찍었지만 다음 달 2일 예정된 뉴욕주 민주당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선 백지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민주당원을 중심으로 프라이머리 투표용지를 빈 칸으로 두는 ‘리브 잇 블랭크(Leave it blank)’ 운동이 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옆에 있던 엘리자 마서 씨(31)도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을 뽑았지만 좌절감만 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친 이스라엘 정책만 펴고 있고, 가자지구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며 “민주당 지지가 높은 뉴욕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듣게하는 것은 차라리 투표를 안하거나 제 3의 후보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에서 투표를 안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고 묻자 “트럼프가 된다 한들 둘 다 다를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기 위해 나왔다는 손더스 엘부록 씨(35)도 중동 전쟁 뿐 아니라 범죄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부록 씨는 “1980년대에도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고 하지만 그땐 밤시간 특정 지역을 피하면 됐었다고 한다”며 “지금은 대낮에도, 어디에서도 묻지마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역대 대통령을 멀리서 볼 수 있을까 “신기한 이벤트”라 구경을 나왔다는 30대 남성 휴 씨(34)는“뉴욕은 대부분 민주당 지지하지만 점점 정치에 냉소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 많으면 행사장 안에서 각종 쇼를 보겠지만, 행사장 밖에 있는 사람들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주거비, 범죄 뭐 하나 해결 된 게 없다”며 “뉴욕시장에 대한 불만도 높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휴전 요구 시위는 뮤직홀 안에서도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콜버트가 오바마와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솔직히 백악관에 살 때가 좋지 않았느냐, 그리운 게 무엇인가”를 묻자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살 던 것보다 스마트했던 우리 팀이 그립다”며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전 대통령을 치켜 세우던 중 고성을 질러 답변을 멈추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바이든만큼 도덕적 명확성이 높은 사람이 없다. 하지만 세상 일은 복잡하기 마련”이라며 적극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옹호했다.한편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뉴욕을 찾아 전현직 대통령 4명이 뉴욕에 출격한 셈이 됐다. 그는 맨해튼에서 차로 한시간 떨어진 롱아일랜드 마사페콰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 중 마약 강도 전과자의 총격으로 숨진 조너선 딜러 경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총을 쏜) 사람은 21번이나 체포된 불량배였고 동승자도 여러 번 체포됐지만 그들은 (그런 정도의 처벌로는) 배울 줄을 모른다. 존중감이 없기 때문”이라며 “유가족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범죄를) 멈춰야 하고, 법질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최근 뉴욕 내 범죄 우려가 급증하는 가운데 범죄를 대선 이슈로 부각 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2월에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2.8%로 최근 3년 동안 가장 낮았다.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 전월 대비 0.3%로 나타났다. 전월대비 상승률은 시장 전망치(0.4%)를 소폭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8%로 역시 시장 전망과 일치했다. 이는 최근 3년동안 가장 낮은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전체적으로 ‘깜짝’ 뉴스는 없었지만 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나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 가능성을 시사했다. 개인 소득은 0.3% 늘었지만 지출은 예상치 0.5%를 크게 웃도는 0.8%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최근 3개월 동안의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3.5%로 기존 2%대에서 뛰어오른 점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올해들어 인플레이션이 ‘끈적거리며’ 쉽게 내려오지 못하고 재상승 가능성까지 제기 돼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영향을 줄까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물가상승률이 내려가고 있다는 전체적 스토리는 변하지 않았다”며 뜨거운 물가 지표가 일회성인지, 지속적인지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주일 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만약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진다면 인하 폭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데이터에 상응해 전체 인하폭을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뉴욕증시는 부활절 직전 금요일인 ‘성금요일’을 맞아 휴장한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2월 PCE 발표 직후 연준이 6월까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약 64%로 평가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1월 미국 대선이 약 8개 월 남은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미 대통령 4명이 28일(현지 시간) 동시에 최대 도시 뉴욕 일대에 등장했다. 오마바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자금 모금을 지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인근 마사페쿠아에서 열린 전직 뉴욕경찰(NYPD) 조너선 딜러의 장례식에 참석해 각자의 지지층에 호소했다.이날 맨해튼 미드타운의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는 유명 진행자 스티븐 콜버트의 사회로 집권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오바마, 클린턴 등 세 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대담했다. 퀸 라티파, 레아 미셸 등 유명 가수와 뮤지컬 배우도 공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려면 최소 225달러, 전현직 대통령과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 10만 달러를 내야했지만 최소 5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가 주관하는 별도 행사에 참석하는 데도 추가 비용이 들었지만 행사장이 꽉 찼다. 바이든 대선 캠프 측은 이날 2500만 달러(337억 원)가 모였다고 밝혔다. 특히 오마바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8년 간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그는 최근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했고 이날도 “함께 일했던 팀이 그립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추켜 세웠다. 클린턴 전 대통령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오바마 전 행정부의 경제회복 노력에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행사장 인근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일부 시민도 항의 시위를 벌였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교통단속 도중 마약 범죄자의 총격으로 숨진 딜러 경관의 유족, NYPD 지도부 등과 만났다. 재집권하면 강력 범죄를 근절하겠다며 “범죄를 멈추고 법질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뉴욕에서 각종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공권력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에 호소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앤스로픽과 손잡고 전 세계 모든 조직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도록 하겠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부문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7일 오픈AI의 ‘라이벌’ AI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에 “27억5000만 달러(약 3조6977억 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며 야심을 드러냈다. 기존 투자금을 합치면 아마존은 총 40억 달러를 앤스로픽에 쏟아붓는 셈이다. 1994년 아마존이 창사한 지 30년 동안 이렇게 많은 외부 투자에 나선 건 처음이다. AI를 무대로 한 빅테크의 ‘쩐의 전쟁’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오픈AI와 맹추격하는 앤스로픽, 미스트랄AI 등 AI 스타트업의 3파전이 테크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유럽 경쟁 당국이 빅테크들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중동 국부펀드가 지분 매입에 나서며 안보 위협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빅테크의 AI 투자엔 이유가 있다 앤스로픽은 오픈AI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스타트업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자, 오픈AI 출신인 다리오·다니엘라 아모데이 남매가 “지나치게 상업적인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반기를 들고 만든 회사다. 아마존은 이날 투자를 발표하며 “앤스로픽의 거대언어모델(LLM)인 ‘클로드3 오푸스’가 오픈AI의 ‘GPT-4’보다 추론이나 수학, 코딩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구글도 앤스로픽에 약 20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MS는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 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달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스트랄은 미국 중심의 AI 개발에 대항해 유럽 투자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는 단순히 AI 분야를 선점하려는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매체들은 “이들의 계약엔 오픈AI나 앤스로픽이 AI를 개발할 때 필요한 컴퓨팅 자원으로 MS나 아마존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투자를 통해 직접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수익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톱3’인 MS와 구글, 아마존이 AI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는 직접적인 이유다. 브렌던 버크 AI 전문 애널리스트는 “매출을 늘림과 동시에 라이벌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엔비디아가 지배하고 있는 AI 칩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또 다른 투자 요인이다. 아마존은 이날 “앤스로픽은 미래 AI 모델을 구축하고 훈련할 때 AWS의 자체 AI 칩인 트라이니움 및 인페렌티아 칩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동펀드도 “지분 달라” 투자 경쟁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순풍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미국이나 유럽 규제 당국이 이들의 투자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으로 자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한 계약 조항은 불공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 MS와 미스트랄의 파트너십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레아 쥐버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양사의 거래를 분석하고 있다”며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식 조사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경쟁시장청도 양사의 관계를 합병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예비 자료 수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국부펀드들이 AI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FTX는 파산 절차를 밟으며 자사가 보유하던 앤스로픽 지분 5억 달러어치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무바달라 계열 펀드에 넘긴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CNBC는 “사우디아라비아 계열 펀드도 앤스로픽 지분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앤스로픽 측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낮에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가 머리를 때렸어요.” 핼리 케이트 맥구킨 씨(23)는 25일 오전 10시경 미국 뉴욕 맨해튼 16번가를 걸어가다 봉변을 당했다. 난데없이 커다란 남성이 나타나 이마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길에서 기절해 쓰러질 뻔했다. 인플루언서인 맥구킨 씨는 직후 틱톡에 혹이 난 이마를 공개하고 “그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공격당했다”며 울먹였다. 뉴욕 디자인스쿨에 다니는 미케일라 토니나토 씨(27)도 같은 날 14번가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얼굴을 맞았다. 토니나토 씨는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며 “(공격당한 뒤) 온몸이 공포로 얼어붙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뉴욕의 이유 모를 습격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의 사고가 알려지자 수십 명이 “나도 맞았다”며 피해 경험을 릴레이로 털어놓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며, 대낮에 길을 걷다가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명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넷플릭스의 인기 리얼리티쇼 ‘리얼 하우스 와이프’로 유명한 영화배우 베서니 프랭클도 얼마전 스마트폰으로 빵집을 찍고 있다가 머리를 맞았다. 코미디언인 세라 하버드(30) 역시 19일 로어 맨해튼 쪽에서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뉴욕경찰(NYPD)은 27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경찰은 길에서 ‘묻지 마 주먹질’을 당한 여성들의 폭로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용의자 스키보키 스토라(40)를 체포해 맥구킨 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했다. 또 타임스스퀘어 등지에서 여성을 공격한 남성에 대한 공개 수배도 내린 상태다. 최근 뉴욕은 지하철 범죄 급증으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주방위군을 파견해 ‘과잉 치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무차별 여성 공격이 잇따르며 허점만 드러나자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NYPD 성명이 게재된 X에도 “체포해봤자 곧 풀려나 또 범죄를 저지를 것”이란 비난 댓글이 많다. 하버드는 NBC 인터뷰에서 “피해를 입은 뒤 제일 견딜 수 없는 건 어디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라며 “낮에는 긴장해서 힘들고, 밤엔 쉽게 잠들지 못한다”고 털어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사안을 조사 해 온 ‘전문가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15년 만에 해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예고된 가운데 러시아가 북-러 간 무기 거래를 은폐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무 연장 결의안 채택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북 제재 레짐의 일몰 조항을 비롯한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미국이 우리 의견을 무시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등이 “절차적인 임무 연장까지도 정치적 논란의 된 것은 불행한 일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반발했지만 러시아의 거부와 중국의 기권으로 끝내 채택이 무산된 것이다.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위원회를 설치하고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전문가패널 구성을 결의한 바 있다. 매년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1년씩 안보리 이사국의 동의 하에 연장돼 왔지만 15년 만에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따라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지원부터 북한의 사이버 범죄까지 광범위한 북한 관련 불법적 행위를 조사해 온 유엔의 공신력 있는 대북 제재보고서가 사라지게 됐다. 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세계 각국 정부로부터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대북 제재 위반 사항과 북한의 불법적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보고서로 작성해 매년 2회 공개해 왔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도 자체 정보가 있지만 유엔 보고서의 공신력 때문에 미 재무부 제재의 판단 근거나 명분이 돼 왔다”며 “신냉전 구도 속에 북한에 대한 제재를 모니터링 하고 압박하는 수단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으로부터 대량 무기를 사들이며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하고 국제적 지탄을 받아 온 러시아가 자국의 위반 사항이 패널 보고서에 자세하게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황 대사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자국이 찬성해 온 대북 제재 결의를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며 지적해 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낮에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가 머리를 때렸어요.”헤일리 케이트 맥구킨 씨(23)는 25일 오전 10시경 미국 뉴욕 맨해튼 16번가를 걸어가다 봉변을 당했다. 난데없이 커다란 남성이 나타나 이마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길에서 기절해 쓰러질 뻔했다. 인플루언서인 맥구킨 씨는 직후 틱톡에 혹이 난 이마를 공개하고 “그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공격 당했다”라며 울먹였다. 뉴욕 디자인스쿨에 다니는 미카일라 토니나토 씨(27)도 같은 날 14번가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얼굴을 맞았다. 토니나토 씨는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며 “(공격 당한 뒤) 온몸이 공포로 얼어붙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뉴욕의 이유 모를 습격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의 사고가 알려지자 수십 명이 “나도 맞았다”며 피해 경험을 릴레이로 털어놓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들이며, 백주대낮에 길을 걷다가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명인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넷플릭스의 인기 리얼리티쇼 ‘리얼 하우스 와이프’로 유명한 영화배우 베서티 프랭클린도 얼마전 스마트폰으로 빵집을 찍고 있다가 머리를 맞았다. 현지 코미디언인 사라 하버드(30) 역시 19일 로워 맨해튼 쪽에서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다.논란이 커지자 뉴욕경찰(NYPD)은 27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경찰은 길에서 ‘묻지마 주먹질’을 당한 여성들의 폭로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용의자 스키보키 스토라(40)를 체포해 맥구킨 씨를 공격한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또 타임스퀘어 등지에서 여성을 공격한 남성에 대한 공개 수배도 내린 상태다.최근 뉴욕은 지하철 범죄 급증으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주방위군을 파견해 ‘과잉 치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무차별 여성 공격이 잇따르며 허점만 드러나자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NYPD 성명이 게재된 X에도 “체포해봤자 곧 풀려나 또 범죄를 저지를 것”이란 비난 댓글이 많다. 하버드는 NBC 인터뷰에서 “피해를 입은 뒤 제일 견딜 수 없는 건 어디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라며 “낮에는 긴장해서 힘들고, 밤엔 쉽게 잠들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평균수명이 늘어난 지금도 은퇴 연령 기준이 65세인 건 좀 미친 짓(a bit crazy)이다.” 10조 달러(약 1경3487조 원)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은퇴 시스템과 사회보험 고갈의 위기’를 경고하며 민관 모두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핑크 CEO는 26일(현지 시간) 주주 서한에서 “갈수록 현재의 은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이미 블록버스터급 체중 감량 약물이 의료 환경을 크게 재편하기 시작해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65세 은퇴’ 관념은 1922년 사라진 오스만 제국 시기 때 생겨난 것이다. 당시엔 1910년대 일을 시작한 사람은 은퇴 시기인 1952년이 되면 절반가량이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65세를 기준으로 한 사회보장 시스템이 문제 없이 작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세계는 65세 이상 인구가 2019년 11명 중 1명에서 2050년 6명 중 1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핑크 CEO는 “우리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으면서도, 사람들이 그 세월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집중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정부와 기업이 근로자에게 효과적인 연금제도나 금융교육 등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핑크 CEO는 앞으로 21세기 중반에 다가올 가장 큰 경제적 과제는 ‘안전한 은퇴’와 더불어 디지털화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50년 동안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 커진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각 정부의 재정적자 누적이 심각하지만 “자본시장이 두 가지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각종 소송전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엔 ‘트럼프 보증 성경책’ 판매에 나섰다. 더불어 부활절을 앞두고 기독교적 가치를 강조하며 미 대선을 ‘기독교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성전’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과 유튜브 등에 ‘신이여 미국에 축복을 성경(God Bless the USA Bible)’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렸다. 31일 부활절을 앞둔 고난주간을 잘 보내자는 메시지와 함께 “모든 미국인은 가정에 성경책이 필요하다. 미국이 다시 기도하게 하자”며 “성금요일과 부활절이 다가오는 만큼 ‘미국에 축복을 성경’을 구매하길 권한다”며 판매 웹사이트를 안내했다.트럼프판 성경책의 가격은 59.99달러(8만1000원). 자신이 유세현장에서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컨트리가수 리 그린우드의 노래 제목에서 성경책 이름을 지었다. 성경과 그린우드 노래 후렴구 자필 버전, 헌법 등도 포함돼 있다. 판매 웹사이트에 따르면 수익금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쓰이지 않는다고 나오지만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로 로열티가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황금색 스니커즈를 비롯해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한 각종 ‘굿즈’의 수익화를 노려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수의 민형사 소송으로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다. 뉴욕 ‘자산 부풀리기’ 민사 사건 항소에 대한 공탁금이 1억7500만 달러(2357억 원)로 줄었지만 여전히 막대한 금액이다. 26일 뉴욕증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니셜 ‘DJT’ 종목명으로 첫 거래를 시작한 트루스소셜 주가가 16% 급등했지만 당장 현금화는 어렵다. 서류상으로는 46억 달러(6조2000억원) 주식 부자로 등극했지만 합병 등으로 6개월 동안 경영진의 주식 매각을 사실상 금지하는 ‘락업’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CBS 방송 등 미 언론은 “트럼프 측근으로 구성된 회사 이사회가 락업 기간을 면제하거나 단축할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하면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브랜드 복합 문화공간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제네시스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보다 더 크지만 동글하고 반짝이는 조약돌 느낌에 우악스러워 보이지 않는 대형 SUV가 자리해 있었다. 차 문이 열리는 방식은 더욱 특이했다. 앞문과 뒷문이 마치 대문처럼 마주 보며 열렸고, 탁 트인 차량 실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국내외 기자 100여 명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콘셉트카 ‘네오룬(NEOLUN) 콘셉트’로, 현대차그룹은 뉴욕 오토쇼 개막에 앞서 이날 이 차량을 처음 공개했다. 전장이 5.25m에 달하는 초대형 전기차 SUV다. 네오룬은 ‘네오(Neo·새로운)’와 ‘루나(Luna·달)’의 합성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럭셔리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자신했다. ● “전기차, 느려도 가야 할 길” 이상엽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네오룬의 차 문에 대해 “한국 고유의 환대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디자인 철학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우리 고유의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형 차량의 인기가 높은 미국 시장을 한국적 디자인과 철학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글로벌 디자인 본부장(CDO) 겸 최고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는 “한국은 럭셔리에 있어 굉장한 강자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이 전통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와 경쟁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K뷰티의 럭셔리를 차량에도 적용해 보자는 것이 제네시스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이날 네오룬 외에도 고성능 콘셉트카 ‘GV60 마그마’(사진)도 함께 처음으로 공개했다. 마그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처럼 제네시스의 고성능 트림을 의미한다. 장 사장이 “제네시스의 미래 지향점”이라며 공개한 제네시스의 콘셉트카들은 모두 전기차(EV)였다. EV 럭셔리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장 사장은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전동화 전환 속도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동화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은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전체적인 라인업과 중장기 전략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당장은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2032년 이후에는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전체 차량의 68%가 BEV(배터리 전기차)가 차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제네시스 생산 확대할 것” 최근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자동차 관세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북미 생산 차량에만 7500달러가량의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뇨스 사장은 “IRA로 지원금을 리스 차량 외에는 받지 못해도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다음으로 가장 높은 전기차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현지 생산이 중요해지고 있다. 조지아주 서배너의 새 전기차 공장이 가동하면 제네시스 전기차 현지 생산량을 늘려 미국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강력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생산량 확대에 대해 단순히 정책적 대응일 뿐 아니라 “미국 내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미국 제네시스 차량 판매량은 6만5000대로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도 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사진)이 한국계 최초로 미 연방 상원의원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필 머피 뉴저지주 주지사의 부인으로 뉴저지주 상원의원에 도전하던 태미 머피 후보는 24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국가에 막중한 사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동료 민주당원과 싸우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겠다”며 민주당 뉴저지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경쟁자가 사라진 김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 민주당이 강세인 뉴저지주에서 상원의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뉴저지주 현직 상원의원인 밥 메넨데스 의원은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뒤 출마를 포기했다. 이후 6월 4일 열릴 예정인 민주당 프라이머리는 일반 당원의 지지가 높은 김 의원과 당 지도부가 밀어주는 머피 후보의 양파전으로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머피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김 의원은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저지주는 지난 50년 동안 민주당 소속 후보만 상원의원으로 당선돼왔다. 다만 민주당 프라이머리 출마를 포기했던 메넨데스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김 의원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압도적인 후보로 지명될 것”이라고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을 포함해 비상임 이사국 10곳이 작성한 결의안이다. 비상임이사국이 공동 발의해 채택된 것은 안보리 역사상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오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공식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의 대치,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등으로 안보리 문턱을 넘지 못했던 휴전 결의안이 처음으로 채택에 성공하자 현장에 있던 각국 외교인사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번에 통과된 결의안은 한국과 일본 등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이 작성한 안으로 모잠비크 측이 제안한 안이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14개국이 찬성했고, 미국은 기권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라마단(3월 10일~4월 9일) 기간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안보리 결의안은 다른 유엔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통과 이후 이날 회의에서 “비상임이사국 중 하나로 (결의안 작성에 참여한) 한국은 이번 채택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수없이 많은 휴전 결의안 채택 노력에도 채택이 불발돼 오다 처음으로 오늘 채택 됐다. 특히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의 첫 공동 발의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그간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미국의 거부권 행사, 미국의 휴전 안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등 유엔 안보리 냉전구도로 전쟁 발발 5개월 동안 휴전 결의안은 무산돼 왔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보리 결의안은 채택되지 못한다.냉전 구도 속에 비상임이사국들이 모여 결의안을 공동발의하고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말 내내 치열한 외교전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는 ‘영구적 휴전’을, 미국은 ‘지속적 휴전’ 등을 주장해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타협안에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한 것은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작전 여부를 놓고 불화가 깊어져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이날 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미 백악관에 파견할 예정인 대표단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결의안 채택 직후 실제로 대표단 파견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장 같지 않아요?” 옆에 앉은 미국 기자가 말을 걸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을 기다리던 터였다. 이곳은 18일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개막을 알리는 기조연설이 열린 미 새너제이 SAP 센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지역 선수단의 안방 구장인 현장에는 1만1000여 석이 가득 차 있었다. 언론인, 금융 애널리스트, 산업 애널리스트, 전시 협력사 엔지니어 등 각각 수백 명씩 그룹별 구역을 나눌 정도였다. 테크 기업의 개발자 행사는 말 그대로 개발자 및 협력사들에 ‘우리 이런 기술을 내놓을 것이니 여기에 맞춰서 만들어 보자’는 취지의 행사다.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2007년 아이폰을 공개한 후 개발자 행사가 좀 더 대중적인 신제품 공개의 장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됐지만 그래도 이번 엔비디아 행사 열기는 독특했다. 데이터센터 서버 속에 숨어 있어 소비자들은 만져볼 일도 없는 반도체 신제품 행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라니. 황 CEO가 차세대 AI 칩 ‘블랙웰’ 시리즈 실물을 들어 보이고, 1만1000여 명이 동시에 박수를 치는 걸 지켜보며 반도체가 AI의 슈퍼스타로 등극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 월가에서 이번 행사를 전설적 음악축제에 빗대 ‘AI의 우드스톡’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일 것이다. ‘슈퍼스타 칩’의 시대가 돌아왔음은 다음 날 황 CEO의 기자간담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였다. 무대 위에서 질문을 받던 황 CEO는 조명 때문에 기자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래로 내려왔다. 대만계 미국인인 그는 대만 기자를 보고 반갑다며 인사를 나눴고, 여러 차례 대만 파운드리 TSMC와의 깊은 관계를 언급했다. 손 들고 순서를 기다릴 시간도 없어 보여 무작정 ‘삼성은요’라고 물었다. 그는 한국 기자들의 후속 질문도 일일이 받으며 HBM이 “세계 데이터센터 메모리 칩을 대체할 것”임을, “어마어마한 성장 사이클”이 올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발언 5시간 후 한국 증시가 개장하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5% 이상 뛰는 것을 보고 AI 칩 시장의 파급력에 놀랄 따름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변할 때는 순위 변동을 노리는 무서운 후발 주자들이 있다. 엔비디아가 AI 칩 생태계의 주인공이 돼 시가총액이 5년 전의 20배가량 뛰어 한국 국내총생산 규모보다 높아질지 아무도 몰랐다. 메모리 칩 2위 이미지가 강했던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1위로 우뚝섰다. 1980년대 일본과 한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을 막으려 반덤핑 소송전을 남발하고도 3위로 뒤처졌던 미 마이크론도 삼성보다 먼저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양산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슈퍼스타 칩 열풍은 순수하게 민간에서 나온 폭발적 성장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여기에 보조금까지 얹겠다고 나서고 있다. 얼마 전 인텔에 대한 85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발표했고, 마이크론도 보조금을 기다리고 있다. 천문학적 보조금을 두고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과 미 반도체 업계는 “일회성이라 불충분하다”며 ‘칩스법 2’와 같은 추가 지원 법안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한다. 반도체 국가전의 열기는 더욱더 뜨거워져 가고 있다.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