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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가 머리를 때렸어요.” 핼리 케이트 맥구킨 씨(23)는 25일 오전 10시경 미국 뉴욕 맨해튼 16번가를 걸어가다 봉변을 당했다. 난데없이 커다란 남성이 나타나 이마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길에서 기절해 쓰러질 뻔했다. 인플루언서인 맥구킨 씨는 직후 틱톡에 혹이 난 이마를 공개하고 “그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공격당했다”며 울먹였다. 뉴욕 디자인스쿨에 다니는 미케일라 토니나토 씨(27)도 같은 날 14번가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얼굴을 맞았다. 토니나토 씨는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며 “(공격당한 뒤) 온몸이 공포로 얼어붙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뉴욕의 이유 모를 습격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의 사고가 알려지자 수십 명이 “나도 맞았다”며 피해 경험을 릴레이로 털어놓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며, 대낮에 길을 걷다가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명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넷플릭스의 인기 리얼리티쇼 ‘리얼 하우스 와이프’로 유명한 영화배우 베서니 프랭클도 얼마전 스마트폰으로 빵집을 찍고 있다가 머리를 맞았다. 코미디언인 세라 하버드(30) 역시 19일 로어 맨해튼 쪽에서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뉴욕경찰(NYPD)은 27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경찰은 길에서 ‘묻지 마 주먹질’을 당한 여성들의 폭로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용의자 스키보키 스토라(40)를 체포해 맥구킨 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했다. 또 타임스스퀘어 등지에서 여성을 공격한 남성에 대한 공개 수배도 내린 상태다. 최근 뉴욕은 지하철 범죄 급증으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주방위군을 파견해 ‘과잉 치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무차별 여성 공격이 잇따르며 허점만 드러나자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NYPD 성명이 게재된 X에도 “체포해봤자 곧 풀려나 또 범죄를 저지를 것”이란 비난 댓글이 많다. 하버드는 NBC 인터뷰에서 “피해를 입은 뒤 제일 견딜 수 없는 건 어디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라며 “낮에는 긴장해서 힘들고, 밤엔 쉽게 잠들지 못한다”고 털어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사안을 조사 해 온 ‘전문가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15년 만에 해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예고된 가운데 러시아가 북-러 간 무기 거래를 은폐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무 연장 결의안 채택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북 제재 레짐의 일몰 조항을 비롯한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미국이 우리 의견을 무시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등이 “절차적인 임무 연장까지도 정치적 논란의 된 것은 불행한 일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반발했지만 러시아의 거부와 중국의 기권으로 끝내 채택이 무산된 것이다.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위원회를 설치하고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전문가패널 구성을 결의한 바 있다. 매년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1년씩 안보리 이사국의 동의 하에 연장돼 왔지만 15년 만에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따라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지원부터 북한의 사이버 범죄까지 광범위한 북한 관련 불법적 행위를 조사해 온 유엔의 공신력 있는 대북 제재보고서가 사라지게 됐다. 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세계 각국 정부로부터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대북 제재 위반 사항과 북한의 불법적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보고서로 작성해 매년 2회 공개해 왔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도 자체 정보가 있지만 유엔 보고서의 공신력 때문에 미 재무부 제재의 판단 근거나 명분이 돼 왔다”며 “신냉전 구도 속에 북한에 대한 제재를 모니터링 하고 압박하는 수단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으로부터 대량 무기를 사들이며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하고 국제적 지탄을 받아 온 러시아가 자국의 위반 사항이 패널 보고서에 자세하게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황 대사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자국이 찬성해 온 대북 제재 결의를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며 지적해 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낮에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가 머리를 때렸어요.”헤일리 케이트 맥구킨 씨(23)는 25일 오전 10시경 미국 뉴욕 맨해튼 16번가를 걸어가다 봉변을 당했다. 난데없이 커다란 남성이 나타나 이마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길에서 기절해 쓰러질 뻔했다. 인플루언서인 맥구킨 씨는 직후 틱톡에 혹이 난 이마를 공개하고 “그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공격 당했다”라며 울먹였다. 뉴욕 디자인스쿨에 다니는 미카일라 토니나토 씨(27)도 같은 날 14번가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얼굴을 맞았다. 토니나토 씨는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며 “(공격 당한 뒤) 온몸이 공포로 얼어붙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뉴욕의 이유 모를 습격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의 사고가 알려지자 수십 명이 “나도 맞았다”며 피해 경험을 릴레이로 털어놓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들이며, 백주대낮에 길을 걷다가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명인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넷플릭스의 인기 리얼리티쇼 ‘리얼 하우스 와이프’로 유명한 영화배우 베서티 프랭클린도 얼마전 스마트폰으로 빵집을 찍고 있다가 머리를 맞았다. 현지 코미디언인 사라 하버드(30) 역시 19일 로워 맨해튼 쪽에서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다.논란이 커지자 뉴욕경찰(NYPD)은 27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경찰은 길에서 ‘묻지마 주먹질’을 당한 여성들의 폭로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용의자 스키보키 스토라(40)를 체포해 맥구킨 씨를 공격한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또 타임스퀘어 등지에서 여성을 공격한 남성에 대한 공개 수배도 내린 상태다.최근 뉴욕은 지하철 범죄 급증으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주방위군을 파견해 ‘과잉 치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무차별 여성 공격이 잇따르며 허점만 드러나자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NYPD 성명이 게재된 X에도 “체포해봤자 곧 풀려나 또 범죄를 저지를 것”이란 비난 댓글이 많다. 하버드는 NBC 인터뷰에서 “피해를 입은 뒤 제일 견딜 수 없는 건 어디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라며 “낮에는 긴장해서 힘들고, 밤엔 쉽게 잠들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평균수명이 늘어난 지금도 은퇴 연령 기준이 65세인 건 좀 미친 짓(a bit crazy)이다.” 10조 달러(약 1경3487조 원)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은퇴 시스템과 사회보험 고갈의 위기’를 경고하며 민관 모두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핑크 CEO는 26일(현지 시간) 주주 서한에서 “갈수록 현재의 은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이미 블록버스터급 체중 감량 약물이 의료 환경을 크게 재편하기 시작해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65세 은퇴’ 관념은 1922년 사라진 오스만 제국 시기 때 생겨난 것이다. 당시엔 1910년대 일을 시작한 사람은 은퇴 시기인 1952년이 되면 절반가량이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65세를 기준으로 한 사회보장 시스템이 문제 없이 작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세계는 65세 이상 인구가 2019년 11명 중 1명에서 2050년 6명 중 1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핑크 CEO는 “우리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으면서도, 사람들이 그 세월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집중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정부와 기업이 근로자에게 효과적인 연금제도나 금융교육 등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핑크 CEO는 앞으로 21세기 중반에 다가올 가장 큰 경제적 과제는 ‘안전한 은퇴’와 더불어 디지털화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50년 동안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 커진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각 정부의 재정적자 누적이 심각하지만 “자본시장이 두 가지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각종 소송전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엔 ‘트럼프 보증 성경책’ 판매에 나섰다. 더불어 부활절을 앞두고 기독교적 가치를 강조하며 미 대선을 ‘기독교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성전’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과 유튜브 등에 ‘신이여 미국에 축복을 성경(God Bless the USA Bible)’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렸다. 31일 부활절을 앞둔 고난주간을 잘 보내자는 메시지와 함께 “모든 미국인은 가정에 성경책이 필요하다. 미국이 다시 기도하게 하자”며 “성금요일과 부활절이 다가오는 만큼 ‘미국에 축복을 성경’을 구매하길 권한다”며 판매 웹사이트를 안내했다.트럼프판 성경책의 가격은 59.99달러(8만1000원). 자신이 유세현장에서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컨트리가수 리 그린우드의 노래 제목에서 성경책 이름을 지었다. 성경과 그린우드 노래 후렴구 자필 버전, 헌법 등도 포함돼 있다. 판매 웹사이트에 따르면 수익금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쓰이지 않는다고 나오지만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로 로열티가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황금색 스니커즈를 비롯해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한 각종 ‘굿즈’의 수익화를 노려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수의 민형사 소송으로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다. 뉴욕 ‘자산 부풀리기’ 민사 사건 항소에 대한 공탁금이 1억7500만 달러(2357억 원)로 줄었지만 여전히 막대한 금액이다. 26일 뉴욕증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니셜 ‘DJT’ 종목명으로 첫 거래를 시작한 트루스소셜 주가가 16% 급등했지만 당장 현금화는 어렵다. 서류상으로는 46억 달러(6조2000억원) 주식 부자로 등극했지만 합병 등으로 6개월 동안 경영진의 주식 매각을 사실상 금지하는 ‘락업’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CBS 방송 등 미 언론은 “트럼프 측근으로 구성된 회사 이사회가 락업 기간을 면제하거나 단축할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하면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브랜드 복합 문화공간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제네시스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보다 더 크지만 동글하고 반짝이는 조약돌 느낌에 우악스러워 보이지 않는 대형 SUV가 자리해 있었다. 차 문이 열리는 방식은 더욱 특이했다. 앞문과 뒷문이 마치 대문처럼 마주 보며 열렸고, 탁 트인 차량 실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국내외 기자 100여 명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콘셉트카 ‘네오룬(NEOLUN) 콘셉트’로, 현대차그룹은 뉴욕 오토쇼 개막에 앞서 이날 이 차량을 처음 공개했다. 전장이 5.25m에 달하는 초대형 전기차 SUV다. 네오룬은 ‘네오(Neo·새로운)’와 ‘루나(Luna·달)’의 합성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럭셔리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자신했다. ● “전기차, 느려도 가야 할 길” 이상엽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네오룬의 차 문에 대해 “한국 고유의 환대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디자인 철학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우리 고유의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형 차량의 인기가 높은 미국 시장을 한국적 디자인과 철학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글로벌 디자인 본부장(CDO) 겸 최고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는 “한국은 럭셔리에 있어 굉장한 강자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이 전통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와 경쟁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K뷰티의 럭셔리를 차량에도 적용해 보자는 것이 제네시스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이날 네오룬 외에도 고성능 콘셉트카 ‘GV60 마그마’(사진)도 함께 처음으로 공개했다. 마그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처럼 제네시스의 고성능 트림을 의미한다. 장 사장이 “제네시스의 미래 지향점”이라며 공개한 제네시스의 콘셉트카들은 모두 전기차(EV)였다. EV 럭셔리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장 사장은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전동화 전환 속도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동화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은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전체적인 라인업과 중장기 전략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당장은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2032년 이후에는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전체 차량의 68%가 BEV(배터리 전기차)가 차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제네시스 생산 확대할 것” 최근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자동차 관세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북미 생산 차량에만 7500달러가량의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뇨스 사장은 “IRA로 지원금을 리스 차량 외에는 받지 못해도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다음으로 가장 높은 전기차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현지 생산이 중요해지고 있다. 조지아주 서배너의 새 전기차 공장이 가동하면 제네시스 전기차 현지 생산량을 늘려 미국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강력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생산량 확대에 대해 단순히 정책적 대응일 뿐 아니라 “미국 내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미국 제네시스 차량 판매량은 6만5000대로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도 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사진)이 한국계 최초로 미 연방 상원의원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필 머피 뉴저지주 주지사의 부인으로 뉴저지주 상원의원에 도전하던 태미 머피 후보는 24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국가에 막중한 사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동료 민주당원과 싸우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겠다”며 민주당 뉴저지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경쟁자가 사라진 김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 민주당이 강세인 뉴저지주에서 상원의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뉴저지주 현직 상원의원인 밥 메넨데스 의원은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뒤 출마를 포기했다. 이후 6월 4일 열릴 예정인 민주당 프라이머리는 일반 당원의 지지가 높은 김 의원과 당 지도부가 밀어주는 머피 후보의 양파전으로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머피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김 의원은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저지주는 지난 50년 동안 민주당 소속 후보만 상원의원으로 당선돼왔다. 다만 민주당 프라이머리 출마를 포기했던 메넨데스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김 의원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압도적인 후보로 지명될 것”이라고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을 포함해 비상임 이사국 10곳이 작성한 결의안이다. 비상임이사국이 공동 발의해 채택된 것은 안보리 역사상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오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공식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의 대치,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등으로 안보리 문턱을 넘지 못했던 휴전 결의안이 처음으로 채택에 성공하자 현장에 있던 각국 외교인사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번에 통과된 결의안은 한국과 일본 등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이 작성한 안으로 모잠비크 측이 제안한 안이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14개국이 찬성했고, 미국은 기권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라마단(3월 10일~4월 9일) 기간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안보리 결의안은 다른 유엔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통과 이후 이날 회의에서 “비상임이사국 중 하나로 (결의안 작성에 참여한) 한국은 이번 채택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수없이 많은 휴전 결의안 채택 노력에도 채택이 불발돼 오다 처음으로 오늘 채택 됐다. 특히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의 첫 공동 발의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그간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미국의 거부권 행사, 미국의 휴전 안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등 유엔 안보리 냉전구도로 전쟁 발발 5개월 동안 휴전 결의안은 무산돼 왔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보리 결의안은 채택되지 못한다.냉전 구도 속에 비상임이사국들이 모여 결의안을 공동발의하고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말 내내 치열한 외교전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는 ‘영구적 휴전’을, 미국은 ‘지속적 휴전’ 등을 주장해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타협안에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한 것은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작전 여부를 놓고 불화가 깊어져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이날 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미 백악관에 파견할 예정인 대표단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결의안 채택 직후 실제로 대표단 파견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장 같지 않아요?” 옆에 앉은 미국 기자가 말을 걸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을 기다리던 터였다. 이곳은 18일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개막을 알리는 기조연설이 열린 미 새너제이 SAP 센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지역 선수단의 안방 구장인 현장에는 1만1000여 석이 가득 차 있었다. 언론인, 금융 애널리스트, 산업 애널리스트, 전시 협력사 엔지니어 등 각각 수백 명씩 그룹별 구역을 나눌 정도였다. 테크 기업의 개발자 행사는 말 그대로 개발자 및 협력사들에 ‘우리 이런 기술을 내놓을 것이니 여기에 맞춰서 만들어 보자’는 취지의 행사다.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2007년 아이폰을 공개한 후 개발자 행사가 좀 더 대중적인 신제품 공개의 장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됐지만 그래도 이번 엔비디아 행사 열기는 독특했다. 데이터센터 서버 속에 숨어 있어 소비자들은 만져볼 일도 없는 반도체 신제품 행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라니. 황 CEO가 차세대 AI 칩 ‘블랙웰’ 시리즈 실물을 들어 보이고, 1만1000여 명이 동시에 박수를 치는 걸 지켜보며 반도체가 AI의 슈퍼스타로 등극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 월가에서 이번 행사를 전설적 음악축제에 빗대 ‘AI의 우드스톡’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일 것이다. ‘슈퍼스타 칩’의 시대가 돌아왔음은 다음 날 황 CEO의 기자간담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였다. 무대 위에서 질문을 받던 황 CEO는 조명 때문에 기자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래로 내려왔다. 대만계 미국인인 그는 대만 기자를 보고 반갑다며 인사를 나눴고, 여러 차례 대만 파운드리 TSMC와의 깊은 관계를 언급했다. 손 들고 순서를 기다릴 시간도 없어 보여 무작정 ‘삼성은요’라고 물었다. 그는 한국 기자들의 후속 질문도 일일이 받으며 HBM이 “세계 데이터센터 메모리 칩을 대체할 것”임을, “어마어마한 성장 사이클”이 올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발언 5시간 후 한국 증시가 개장하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5% 이상 뛰는 것을 보고 AI 칩 시장의 파급력에 놀랄 따름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변할 때는 순위 변동을 노리는 무서운 후발 주자들이 있다. 엔비디아가 AI 칩 생태계의 주인공이 돼 시가총액이 5년 전의 20배가량 뛰어 한국 국내총생산 규모보다 높아질지 아무도 몰랐다. 메모리 칩 2위 이미지가 강했던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1위로 우뚝섰다. 1980년대 일본과 한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을 막으려 반덤핑 소송전을 남발하고도 3위로 뒤처졌던 미 마이크론도 삼성보다 먼저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양산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슈퍼스타 칩 열풍은 순수하게 민간에서 나온 폭발적 성장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여기에 보조금까지 얹겠다고 나서고 있다. 얼마 전 인텔에 대한 85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발표했고, 마이크론도 보조금을 기다리고 있다. 천문학적 보조금을 두고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과 미 반도체 업계는 “일회성이라 불충분하다”며 ‘칩스법 2’와 같은 추가 지원 법안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한다. 반도체 국가전의 열기는 더욱더 뜨거워져 가고 있다.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EU규제-美소송, 사면초가 애플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 또한 애플에 규제 칼날을 빼들었다. 미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간) 애플에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하며 “아이폰이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점유한 것은 ‘제품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제 행위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이 안드로이드 등 다른 운영체제(OS)의 사용을 어렵게 했고,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도록 강제했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LG전자 등이 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지적했다.》 “아이폰 사용자와 앱 개발자에게 애플 결제 체제만 쓰도록 해야 한다.”2010년 애플의 고위 임원이 스티브 잡스 당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아마존 전자책 광고에 관한 이메일을 보냈다. 광고 속 주인공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을 넘나들며 킨들 앱으로 책을 읽었다. 잡스 CEO는 스마트폰을 옮겨다니게 해선 안된다며 “사용자와 개발자를 애플 플랫폼에 가두라”고 지시했다.21일(현지 시간)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무부는 88쪽에 달하는 소장에서 이 일화를 거론하며 “경쟁사를 막기 위한 애플의 (전형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애플이 제품과 서비스의 우수함 때문이 아니라 반독점법을 위반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며 비싼 가격, 더 적은 선택권, 더 나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 애플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무부가 소송에서 이길 경우 애플 일부 사업부의 해체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폰서 삼성페이-갤럭시워치 왜 안 되나” 미 법무부는 이날 애플이 하드웨어 아이폰, iOS라는 독자 운영체제(OS)와 앱스토어, 애플페이 등을 결합해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가두는 모든 종류의 행위를 ‘독점’이라고 봤다. 최근 유럽연합(EU) 또한 반독점법 위반으로 애플에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더해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애플을 주요 빅테크 기업 중 가장 먼저 조사할 뜻도 밝힌바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및 수수료 부과를 주로 문제 삼은 EU와 달리 미 법무부는 애플의 아이폰 운영방식 자체가 반경쟁적 행위라고 보고 가장 광범위한 기준을 들이댄 것이 특징이다.애플은 현재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을 막는 장벽을 높여 애플 기기를 한번 사용하면 애플 생태계 안에 갇히고, 타사 제품 또한 구매하기 어려워진다. 법무부는 이를 ‘경쟁 방해 전략’으로 보고 있다.구체적으로 애플의 기본 문자 앱 ‘아이메시지’가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메시지 전송 및 동영상 다운로드 속도를 떨어뜨리고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초록색, 아이폰 사용자는 파란색으로 구별하도록 한 점을 문제 삼았다.또 애플이 ‘위챗’처럼 메시지나 소셜미디어 등 여러 가지 기능이 통합돼 하나의 플랫폼 기능을 하는 ‘슈퍼앱’의 출현을 막고 MS ‘엑스박스’ 같은 클라우드 기반 게임의 아이폰 사용 장벽을 높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 갤럭시워치 등 타사 스마트워치와 호환이 안 되는 점도 거론했다.2022년 한 행사에서 참석자가 팀 쿡 애플 CEO에게 “엄마가 안드로이드폰을 쓰는데 내 아이폰으로 엄마에게 동영상을 보내기 어렵다”고 하자 쿡 CEO가 “그냥 엄마에게 아이폰을 사 드리라”고 한 점 또한 소장에 적시했다.● LG, 美 스마트폰 시장 퇴출도 애플 탓 법무부는 애플의 이런 행보로 많은 회사가 미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려다 실패했다며 한국 LG전자, 대만 HTC, MS를 거론했다. 이로 인해 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의미 있는 경쟁자는 삼성과 구글만 남았다고 했다.특히 미 아이폰 사용자의 3분의 1이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이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삼성 스마트폰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애플의 독점적 지위가 향후 더 굳건해질 것으로 우려했다.이번 소송을 주도한 ‘빅테크 저승사자’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사진)은 독점 규제는 미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며 애플의 성장 또한 독점 규제에 기인한 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때 미 최대 에너지회사였던 ‘스탠더드오일’, 대형 통신사 ‘벨시스템스’ 모두 반 독점법 위반으로 해체됐다. 1990년대 당국이 MS의 독점에 제동을 건 덕에 당시 파산 직전이던 애플이 아이팟 출시 후 아이튠스를 윈도에 깔릴 수 있게 됐고, 이것으로 애플 또한 성장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아이폰 사용자와 앱 개발자에게 애플 체제만 쓰도록 해야 한다.” 2010년 애플의 고위 임원이 스티브 잡스 당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아마존 전자책 광고에 관한 e메일을 보냈다. 광고 속 주인공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을 넘나들며 킨들 앱으로 책을 읽었다. 잡스 CEO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며 “사용자와 개발자를 애플 플랫폼에 가두라”고 지시한 것이다. 21일(현지 시간)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무부는 88쪽에 달하는 소장에서 이 일화를 거론하며 “경쟁사를 막기 위한 애플의 (전형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메릭 갤런드 법무장관은 “애플이 제품과 서비스의 우수함 때문이 아니라 반독점법을 위반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며 비싼 가격, 더 적은 선택권, 더 나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 애플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무부가 소송에서 이길 경우 애플 일부 사업부의 해체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폰서 삼성페이-갤럭시워치 왜 안 되나”미 법무부는 이날 애플이 아이폰 및 아이패드 같은 자사 하드웨어, iOS라는 독자 운영체제(OS) 등을 결합해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가두는 모든 종류의 행위를 ‘반독점’이라고 봤다. 최근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애플을 주요 빅테크 기업 중 가장 먼저 조사할 뜻을 밝힌 유럽연합(EU)이 주로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및 수수료 부과를 문제삼은 것과 달리 애플의 반독점 행위가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애플은 현재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등 경쟁 OS로의 호환을 사실상 막았기에 애플 기기를 한 번 사용하면 애플 생태계 안에 갇히고, 타사 제품 또한 구매하기 어려워진다. 법무부는 이게 ‘경쟁 방해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구체적으로 애플의 기본 문자 앱 ‘아이메시지’가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메시지 전송 및 동영상 다운로드 속도를 떨어뜨리고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초록색, 아이폰 사용자는 파란색으로 구별하도록 한 점을 문제삼았다. 또 애플이 ‘위챗’처럼 메시지나 소셜미디어 등 여러가지 기능이 통합돼 하나의 플랫폼 기능을 하는 ‘슈퍼앱’의 출현을 막고 MS ‘엑스박스’ 같은 클라우드 기반 게임의 아이폰 사용 장벽을 높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 갤럭시워치 등 타사 스마트워치와 호환이 안 되는 점도 거론했다.2022년 한 행사에서 참석자가 팀 쿡 애플 CEO에게 “엄마가 안드로이드폰을 쓰는데 내 아이폰으로 엄마에게 동영상을 보내기 어렵다”고 하자 쿡 CEO가 “그냥 엄마에게 아이폰을 사 드리라”고 한 점 또한 소장에 적시했다. ● 애플, 경쟁 방해에 각국 기업 고전법무부는 애플의 이런 행보로 많은 회사들이 미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려다 실패했다며 한국 LG전자, 대만 HTC, MS의 사례를 들었다. 이로 인해 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의미 있는 경쟁자는 삼성과 구글만 남았다고 했다.특히 미 아이폰 사용자의 3분의 1이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이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삼성 스마트폰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이를 감안할 때 애플의 독점적 지위가 향후 더 굳건해질 것으로 우려했다.이번 소송을 주도한 ‘빅테크 저승사자’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사진)은 반독점 규제는 미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며 애플의 성장 또한 반독점 규제에 기인한 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때 미 최대 에너지회사였던 ‘스탠더드오일’, 대형 통신사 ‘벨시스템스’ 모두 규제로 해체됐다. 1990년대 당국이 MS의 독점에 제동을 건 덕에 당시 파산 직전이던 애플 아이팟의 아이튠스가 윈도에 깔렸고 애플 또한 성장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기적 같은 기술이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세계 경제와 인공지능(AI) 생태계를 좌우하는 두 거물의 입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황 최고경영자(CEO)가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주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자 미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20일(현지 시간) 나란히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다. 2021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한국과 일본 증시도 크게 반응했다. 코스피는 21일 2,754.86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2022년 4월 이후 23개월 만에 2,750 선을 넘었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미 증시 훈풍으로 17일 만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금값과 비트코인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졌다. 미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 속 금리 인하 기대감을, 황 CEO는 폭발적 AI발 신경제 도래를 예고해 시장의 낙관론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시장 ‘6월 인하 유력’으로 선회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고, 분기별 연준의 경제 전망을 담은 ‘경제전망요약(SEP)’을 발표했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점도표상 연말 금리 중간값은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4.6%(4.5∼4.75%)로, 연내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를 시사했다. 1, 2월 연달아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지만 연준은 기존 인하 폭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지표에 대해 “2% 물가상승률 목표로 가기 위한 길에 있는 울퉁불퉁한 장애물”이라면서도 “전반적 스토리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FOMC 이후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이 6월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며 세계 증시가 치솟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날 0.89% 상승해 처음으로 5,200 선을 돌파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3%,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1.25% 올라 3대 지수가 나란히 최고점을 넘어섰다. 한국과 일본에도 미 증시의 영향이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64.72포인트(2.41%) 오른 2,754.86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 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닥도 1.44% 오른 904.29에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도 전날보다 2.03% 오른 4만815엔에 장을 마쳤다. 17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 환율이 상승(엔저)하는 추세다.● AI발(發) 봄바람에 반도체株 껑충 AI발 반도체 봄바람도 증시를 끌어올리는 주요 이유다. 황 CEO가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HBM의 성장성을 극찬하자 이틀 연속 해당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5.63% 오른 데 이어 21일에도 3.12% 상승하며 7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전날 대비 8.63% 올랐다. 특히 삼성의 5세대 HBM인 ‘HBM3E’에 대해 “검증 중”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엔비디아의 개발자 행사 ‘GTC 2024’ 삼성 전시장을 직접 찾았다. 여기서 HBM3E 실물에 ‘젠슨이 승인했다(Jensen Approved)’라고 쓰고 사인을 남겼다. 미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자사 회계연도 2분기(2023년 11월∼2024년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 뛰는 호실적에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무려 18.2% 급등했다. 미 연준이 예상보다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자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미국이 예상대로 6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한은도 즉각 금리 인하 논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뉴욕·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시장 전망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4.6%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올해 말까지 약 0.75%포인트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1, 2월 연속 미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와 시장은 연준의 연말 금리 전망치가 오를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연준이 기존 전망을 유지함으로써 뉴욕 증시는 3대지수가 모두 최고치를 경신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파월 의장의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이후 기자회견 핵심 워딩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스토리는 바뀌지 않았다”였다. 1, 2월 뜨거운 물가 지표가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를 흔들만한 일이 아니라며 오히려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물가 뜨거워도 ‘인하 스토리’ 그대로연준이 이날 지난해 9월 이후 5연속 동결을 이어감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로 한국과 금리 격차를 최대 2.0%포인트로 유지했다. 이번 FOMC에서 가장 집중해서 봐야할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연준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각각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각 점들의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2%로 시장 전망치(3.1%)를 상회한데다 1월 CPI 상승률(3.1%)보다도 높아지는 등 미국 물가 경고음이 연준 위원들의 정책 경로에 영향을 미칠 지가 관심사였다.결론적으로 연준은 ‘최근의 물가 상승 우려를 괘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SEP에 남겼다. 중간값은 지난해 12월과 같은 4.6%(4.5~4.75%)로 현 금리보다 0.75%포인트 낮은 수치다. 0.25%포인트씩 약 3차례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또 연말 경제성장률은 2.1%로 기존 전망치(1.4%)보다 올리고, 실업률은 4.0%로 기존 전망치(4.1%)보다 내렸는데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2.4%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성장률은 높이고, 실업률은 낮추는데도 물가는 2%대에 안착하는 이상적인 경제 전망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 2월 물가 데이터를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가는 길에 있는 ‘울퉁불퉁한(bumpy)’ 길”이라고 표현하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스토리는 바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또 “1, 2월 두 달 동안의 데이터에 과하게 반응하지도, 무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다만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을 3.9%로 지난 전망치(3.6%) 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4차례에서 3차례 줄인 것이다.●시장 6월 인하에 무게파월 의장은 이날 “경제가 잘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제한적인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의 진전을 보고 있다는 점도 여러차례 강조했다.또 연준이 보유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매입 하지 않는 식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긴축 정책의 또 다른 축인 ‘양적 긴축(QT)’도 “곧(fairly soon) 감속한다”고 밝혔다. 과거 양적 완화가 급작스럽게 진행됐을 때 시장이 받은 스트레스를 감안해 QT 도 속도 조절을 통해 부드러운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파월 의장은 설명했다.시장은 파월의 기자 회견과 연준 점도표가 ‘비둘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첫 금리 인하 시점을 6월과 7월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6월 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75% 수준으로 평가했다.연준 점도표가 나오기 전까지 하락세를 보이든 뉴욕증시는 점도표에 이어 파월 의장의 ‘비둘기’ 발언에 상승장으로 전환됐다. S&P500지수는 이날에도 0.89% 상승해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5224.62에 거래를 마쳐 처음으로 5200선을 돌파했다. 다우지수는 1.03%오른 3만9512.13에, 나스닥지수는 1.25% 오른 1만6369.41에 거래를 마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검증하고(qualifying) 있고 기대가 크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술을 극찬하며 삼성전자와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용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HBM을 SK하이닉스가 거의 독점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HBM에 대해서도 양산 가능성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의미다. 황 CEO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HBM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칩 생태계의 중심이 된 엔비디아가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AI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韓 HBM, 기적 같은 기술” 황 CEO는 19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 시그니아 바이 힐턴 호텔에서 1시간 30여 분에 걸쳐 전 세계 150여 명의 기자들과 질문을 주고받았다. 특히 한국과의 협력에 관한 동아일보를 비롯한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매우 대단한(incredible) 기업들이다. AI가 진화할수록 우리와 함께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진 간담회 시간이 다 됐다는 홍보 담당자의 안내에도 HBM에 대한 질문을 반기며 시간을 더 할애해 설명했다. 메모리칩 이외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다른 협력은 없는지에 대해선 “(메모리 없는 한국은) GPU 없는 엔비디아에 대해 묻는 것과 같다”며 “자기 고향에 있는 기술은 당연히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메모리 기술, 특히 HBM은 기적 같은 기술임을 알아야 한다”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전 세계 데이터센터를 대체할 한국의 HBM 양은 어마어마(giantic)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HBM에 대해 “아직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라고 확인했다. 앞서 19일 SK하이닉스는 5세대 제품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밝혔다. 황 CEO가 삼성전자의 HBM3E에 대해서도 성능을 검증 중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공급이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 CEO는 파운드리에 있어서는 대만 TSMC를 “가장 깊은 관계”라며 “GPU에 들어가는 메모리칩 등도 대만으로 운반돼 TSMC가 패키징까지 맡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를 삼성으로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선 “삼성은 특별한(extraordinary) 회사다. 그 가능성도 있다”고 답한 뒤 “앞으로 우리가 만들 모든 차량용 (전장 부문)은 삼성에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 사례로 전장(자동차 부품) 부문 파운드리를 언급한 것이다. ● “나는 AI의 오펜하이머 아니다” 황 CEO는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일단 “우리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지침을 잘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자 간담회 현장에 비치된 차세대 GPU ‘블랙웰’ 등을 가리키며 “각각 수십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 있고,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오고 있다. 공급망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간 수준의 사고능력을 지닌 범용AI(AGI)에 대해서는 “AGI라는 개념이 제각각이다. 만약 사람보다 변호사 시험을 더 잘 보는 수준이라면 나는 5년이면 AGI 시대가 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AI의 가공할 위력을 방조하는 ‘오펜하이머’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폭탄을 떨어뜨렸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농담으로 답했다. 황 CEO는 “이 세상 모든 컴퓨팅은 생성형 AI가 될 것”이라며 AI의 미래에 대한 무한한 믿음도 드러냈다. 그는 “거대언어모델(LLMs)이 사람의 말을 ‘일반화’해서 언어로 답변을 만드는 것처럼 이제 AI는 특정 단백질, 화학물질도 배우고 이를 ‘일반화’해 답변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사람이 커피 만드는 법과 같은 특정 행동들도 배워서 일반화해 ‘로봇 행동’으로 답변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상업지구 지하철 7호선 그랜드센트럴역 인근에 있는 루스벨트 호텔.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이민자들이 입구에서 호텔로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루스벨트 호텔은 원래 뉴욕의 전통 있는 명소로 유명했다. 하지만 팬데믹 여파로 결국 폐업한 뒤, 빈 건물은 불법 이민자들의 대표적인 쉼터(임시 숙소)가 돼 버렸다. 호텔 앞에서 유모차를 끌고 가던 한 여성에게 어디 출신인지 물어보니 그저 “멀리서”란 짧은 답만 돌아왔다.》 최근 뉴욕은 쉼터마다 몰려드는 이민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루스벨트 호텔처럼 기존 시설을 쉼터로 전환하고 있는데, 곳곳에서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스테이트아일랜드나 브루클린 지역의 일부 학교들은 체육관을 이민자 쉼터로 쓰려는 계획이 발표되자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게다가 불법 이민자들이 연루된 범죄 사건까지 늘어나면서 이민자들을 지지했던 시민들마저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호텔 인근에서 만난 아이작 씨는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지만 최근엔 뭔가 시스템적으로 결함이 느껴진다”며 “특히 뉴욕은 기존 시민도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고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도울 건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2년 새 18만 명… ‘비상사태’ 선포 뉴욕시에 불법 이민자들이 눈에 띄게 몰린 것은 2022년 봄부터였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나 팬데믹 이후 느슨해진 멕시코 국경 단속 등이 멕시코 접경 지역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대규모로 텍사스주나 플로리다주로 유입되는 원인이 됐다. 그러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반발한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성향 주지사를 둔 지역으로 이민자들을 보내 버렸다. 특히 뉴욕은 다른 도시에 없는 독특한 ‘쉼터 제공법’이 존재해 불법 이민자들이 더 몰려들었다. 1981년 법원이 뉴욕시에 임시 거처를 요청하는 노숙자에겐 쉼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뒤로 뉴욕에선 40년 이상 이 권리가 보장돼 왔다. 해당 법은 노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이민자들 역시 잠자리를 제공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됐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2022년 초만 해도 “뉴욕은 이민자가 이룬 도시”라며 텍사스주에서 보낸 이민자 버스를 오히려 환영하고 나섰다. 공화당과 선명한 차별성을 드러내려 했던 정치적 판단이었다. 하지만 뉴욕에 가면 일자리와 잠잘 곳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긴 불법 이민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수천 명은 이내 수만 명이 되더니, 최근 2년 동안에만 약 18만 명이 불어났다. 텍사스주가 버스에 실어 보낸 규모가 3만여 명으로 집계된 것을 감안하면 쉼터법을 믿고 제발로 찾아온 불법 이민자는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감당도 안 될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자 결국 뉴욕시도 지난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거비 급상승으로 노숙인도 역대 최대로 늘고 있는 뉴욕으로선 몰려드는 이민자들을 수용하기가 버거워졌다. 법에 따라 숙박업소를 임대하고, 학교 체육관을 빌리는 등 쉼터를 확보하느라 시 재정도 거덜날 지경. 현재 뉴욕에 산재한 약 200개 쉼터엔 12만여 명을 수용하고 있는데, 절반 이상이 불법 이민자로 파악되고 있다. 요즘은 쉼터 주변은 물론이고 지하철이나 도심에서도 이민자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13일 그랜드센트럴 역사에서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아기를 업은 채 과일 노점판 앞에 서 있었다. 지하철 안에선 초등학생 정도 된 아이가 “초콜라테(초콜릿의 스페인어 발음)”를 외치며 스낵을 팔았다. 누가 봐도 불법 이민자의 자녀였다.세금 수조 원 쓰자 뿔난 뉴요커 ‘일요일은 문을 닫습니다.’ 최근 맨해튼과 퀸스 공공도서관은 일요일 휴관을 표시한 푯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민자 수용으로 인한 예산 급증을 감당하기 어려운 뉴욕시가 공공도서관 운영 시간마저 줄이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시는 2023년 회계연도 예산에서 불법 이민자와 관련해서 14억5000만 달러(약 1조9423억 원)를 썼다. 올해는 더 늘어나 2025년까지 2년 동안 모두 91억 달러를 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덤스 시장은 “이러다 뉴욕이 파산할 수 있다”며 연방정부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주말이면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했던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자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맨해튼에 사는 40대 여성 직장인은 “처음엔 이민자 보호를 지지했지만, 갈수록 우리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단순히 도서관 휴관만 갖고 이러는 게 아니다. 우리가 낸 세금이 시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우리가 무한정 불법 이민자들을 책임질 순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요커들은 주거비와 식료품 가격이 높아지며 갈수록 생활이 빠듯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불법 이민자를 위한 세금 지원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시가 최근 발표한 ‘불법 이민자 선불카드’였다. 이민자들에게 하루 12달러어치의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카드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시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이민자들에게 제공되는 무료급식이 상당 부분 그냥 버려지는 상황. 차라리 직접 사 먹을 수 있도록 선불카드 시범 사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애벗 주지사까지 비난에 나서며 시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애덤스 시장은 “신용카드를 나눠 주는 게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예산을 더 아낄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분노의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불법 이민자 수용에 학교 시설이 동원된 건 특히 학부모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1월 미 북동부에 폭풍이 몰아쳤을 때, 악천후로부터 이민자들을 보호하고자 시 당국은 브루클린 지역의 제임스 매디슨 고교에 하루 동안 1900여 명을 임시 수용했다. 대신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원격 수업을 받았다. 한 학부모는 CBS 뉴스에 “안 그래도 팬데믹으로 원격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에게 이런 이유로도 학교를 나오지 말라는 건 말도 안되는 짓”이라고 성토했다.뉴욕마저 제한… 대선에도 결정적 이민자 수용 예산 증가와 시민 분노에 공화당의 파상공세까지 겹친 뉴욕시는 더 이상 불법 이민자가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40년 이상 이어진 쉼터 제공 정책을 일부 수정하기로 했다. 시 정부는 법원에 불법 이민자의 쉼터 체류 기간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1981년 소송 당사자였던 법률구조공단 및 노숙인 옹호단체와 5개월 넘게 협상한 끝에 시는 18일 가족이 없는 성인 불법 이민자는 쉼터에 30일만 머무르도록 하는 등 제한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이민자들을 다른 도시로 보내기 위해 교통비를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국경 관리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엔 멕시코를 거쳐 뉴욕으로 오는 중국인 불법 이민자들도 급증한 상태다. NYT는 “소셜미디어에 남미에서 미국 국경을 넘는 팁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며 “경제 위기와 독재에 대한 불만 등으로 미국에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을 비롯해 많은 대도시들이 불법 이민자로 몸살을 앓으며, 해당 논란은 올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현안을 묻는 문항에 ‘불법 이민자’라고 답한 이가 20%로 경제를 선택한 응답자(14%)보다도 많았다.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기적 같은 기술”이라고 높게 평가하며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미 새너제이 시그니아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CEO는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삼성전자 HBM도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지금 삼성 HBM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갈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다(qualifying)”고 답했다.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아니지만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세계 인공지능(AI) 연산 등에 필수 적인 GPU를 만드는 엔비디아는 AI칩 시장을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약 250% 뛰었고, 엔비디아가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기업에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40년 된 오랜 PC 기업 델이 엔비디아와의 데이터센터 파트너라는 이유로 최근 AI 기업으로 분류되며 올해만 주가가 40% 뛰었다. AI용 고성능 GPU에 들어가는 HBM은 한국 SK하이닉스가 대부분을 공급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 발표와 함께 5세대 제품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황 CEO는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관계는 게임 그래픽 칩 시절부터 지속돼 왔다고 강조하며 “삼성과 SK는 정말 대단하다(incredible). HBM은 단순한 메모리가 아니다. 그 효율성 덕분에 거대한 데이터 센터가 돌아가는 것”이라며 “기적과 같은 기술”이라고 극찬했다. 향후 TSMC 외에 파운드리 제조사를 삼성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가능할 수 있다”며 “TSMC와의 관계는 매우 깊다. 다른 파트너사들과의 협력관계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5세대 제품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SK하이닉스는 현존하는 D램 중 최고 성능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글로벌 빅테크에 납품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올 2분기(4∼6월) 내놓을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에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칩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업체들은 차세대 기술을 두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 시간) 자체 개발자 행사인 ‘GTC 2024’에서 차세대 GPU ‘블랙웰’ 시리즈를 공개했다. 기존 ‘H100’보다 연산 속도가 2.5배 빠르고 추론 능력은 30배 더 좋아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을 통해 글로벌 산업 지형을 바꿔 놓겠다”고 장담했다. 삼성전자는 AI를 넘어 인간 수준의 사고 능력을 지닌 범용인공지능(AGI)을 위한 전용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국과 한국에서 반도체 AGI 컴퓨팅랩을 설립한 사실을 밝히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 즉 미래 AGI의 놀라운 처리 요구사항을 충족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반도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AI칩 전쟁… SK ‘8단 납품’ 치고나가자, 삼성 “상반기 12단 양산” SK-삼성, 엔비디아 전시장에AI용 5세대 HBM 실물 배치“첫 양산” 밝힌 마이크론, 납품 미정삼성 “韓-美에 AI칩 연구소 신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잇달아 새로운 반도체 개발 및 양산 소식을 발표하며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글로벌 메모리 2위이자 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양산 및 납품’ 깃발을 먼저 꽂았다. 각각 1, 3위인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은 이에 질세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가 향후 사람처럼 사고하고 학습하는 ‘범용인공지능(AGI)’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AGI 전용 칩 개발에도 나섰다.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영역까지 파고들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5세대 HBM에서도 선두 18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TC 2024’ 전시장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5세대 HBM인 ‘HBM3E’ 실물을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현재 시장의 주류인 4세대 ‘HBM3’가 탑재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도 함께 전시하며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는 HBM3를 대부분 납품하는 SK하이닉스는 19일 5세대 8단 HBM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고객사에 납품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개발 소식을 발표한 이후 7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의 HBM3E는 엔비디아가 2분기(4∼6월) 출시하는 신제품 ‘H200’ GPU에 탑재될 예정이다. D램의 한 종류인 HBM은 AI 칩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반도체다. AI 학습 속도를 높여줘 이른바 ‘AI 가속기’라고 불리는 GPU가 제대로 된 성능을 구현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칩이 필수인데, HBM이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6%에서 올해 20.1%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마이크론 맹추격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맹추격에 나섰다. 지난달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H200용 5세대 8단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HBM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마이크론이 4세대를 건너 뛰고 5세대 양산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실제 납품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입장에서 마이크론의 HBM은 충분히 검증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단보다 집적도를 높인 12단 HBM3E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양산한다고 한 HBM3E는 D램 8개를 쌓은 8단 제품이다. 삼성은 4개를 더 쌓은 제품을 내놓으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1∼6월) 중 8단과 12단 모두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HBM3E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최대 1280GB(기가바이트)다. 풀HD급 영화 약 250편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E의 처리 속도는 각각 초당 최대 1180GB, 1200GB다.● 엔비디아 영역 파고드는 삼성 “AGI 칩 개발” 삼성은 AI용 메모리에 더해 AI 컴퓨팅을 위한 자체 칩 개발에도 본격 나섰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부문장(사장)은 1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GI의 길을 열기 위해 미국과 한국에서 삼성반도체 AGI 컴퓨팅연구소를 신설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중심의 AI 칩 시장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나 메모리칩을 통한 보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주도적인 입지를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GI 연구소는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인공지능 전용칩) 개발자 출신인 우동혁 박사가 이끈다. 경 사장은 “AGI 컴퓨팅랩은 추론과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두고 거대언어모델(LLM)용 칩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사실상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AI 칩 시장에 삼성전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라며 “당장은 대규모 연산이 요구되는 학습 분야는 어렵기 때문에 추론 및 생성 분야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내가 인공지능(AI)이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 수용 인원 1만1000여 명을 가득 채운 이곳에서 미래 AI 기술에 대한 영상이 나온 뒤 이 같은 문장이 화면에 떴다. 이윽고 특유의 가죽 재킷을 걸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 속에 무대에 뛰어올랐다. 황 CEO가 단순한 칩 설계사가 아닌 미래 AI 기술을 이끄는 ‘비저너리(visionary·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인 ‘GTC 2024’ 기조연설 장소로 하키 경기나 대규모 콘서트에 활용되는 SAP센터를 택했다. 콘서트장처럼 꾸며진 무대에서 “이게 콘서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고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한 황 CEO는 2시간 동안 지친 기색 없이 “AI발(發) 새로운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 자신의 선언을 뒷받침하는 발표를 이어갔다. ● 반도체에 열광하는 시대 스마트폰처럼 소비자 기기가 아닌 반도체 신제품을 보러 1만여 명이 몰리고, 환호가 터져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면 반도체 회사가 이에 맞는 칩을 설계해 주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기업이 AI 개발 방향을 좌우하는 ‘반도체 슈퍼스타 시대’임을 보여준 셈이다. 황 CEO가 AI의 미래 기술로 지목한 것은 사람을 닮은 로봇, 즉 ‘피지컬 AI’였다. 황 CEO는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생성AI는 사람의 언어를 배우고 따라 한다면 로봇은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해야 한다”며 “앞으로 더 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무려 2080억 개 트랜지스터로 구성된 차세대 AI칩 블랙웰 시리즈를 공개한 것도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피지컬 AI’로 가는 큰 그림을 위한 퍼즐 조각이라는 의미다. 블랙웰 칩 가격은 개당 5만 달러(약 6700만 원)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AI 대표주자들도 이날 블랙웰 도입 의사를 밝히며 AI 생태계 중심에 엔비디아 칩이 있음을 내비쳤다. 황 CEO는 “2012년 컴퓨터가 고양이 사진을 보고 ‘고양이(cat)’라고 인식하는 답을 할 때 학계는 모두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AI가 텍스트나 말뿐 아니라 동영상, 사람의 행동까지 모든 것을 ‘인풋’으로 인식하고 배우고 알아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AI발 산업혁명 시작됐다” 차세대 AI칩 블랙웰 시리즈는 최신 AI 모델 개발을 할 때 기존 H100모델 칩 8000여 개와 15MW 전력이 할 일을 B100 2000개, 4MW 전력이면 가능하다고 황 CEO는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가상공간, 즉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해 “산업 현장 특히 중공업 분야 곳곳에 AI가 도입된다”며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가상 공간을 적용한 사례로 한국의 조선사 HD현대가 깜짝 사례로 등장하기도 했다. 디지털 공간에서 배를 건조해 보면 현실에서 배를 만들 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의 끝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리해 있었다. 디지털 가상 공간은 로봇 훈련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황 CEO는 무대로 직접 훈련시킨 로봇 ‘오렌지’와 ‘그레이’를 부른 뒤 “엔비디아의 영혼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주요 선진국도 치솟는 식품 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주요 식품의 가격 오름세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자 특히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해지고 있다. 일본의 올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올랐다. 하지만 식품가격 상승률은 이보다 크게 높았다. 서민들의 필수 먹거리인 유제품 및 계란이 11.8% 오른 것을 비롯해 과자류는 9.6%, 조리식품은 6.6% 올랐다. 프라이드치킨은 1년 전보다 19.2% 상승했고 서민들이 주로 찾는 카레는 15.7%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엥겔계수(전체 소비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는 지난해 기준 27.8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23년 만의 최고치였다. 일각에서는 현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엥겔계수는 작년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농무부에 따르면 2023년 유지류 가격은 한 해 전보다 9.0% 상승했다. 설탕 및 과자(8.7%), 시리얼 및 베이커리 제품(8.4%)의 오름세도 우려할 수준이다. 시리얼 가격은 2022년에도 13% 올랐다. 2022년 기준 가구 가처분소득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1.3%로, 1991년(11.4%) 이후 31년 만의 최고치였다. 유명 시리얼 제조사 켈로그의 게리 필닉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에 출연해 “고물가 시대의 저녁 식사로 시리얼이 어떠냐”고 발언했다가 여론 뭇매를 맞았다. 뉴욕시 퀸스에 사는 한 40대 주부는 “시리얼 한 박스의 가격이 10달러(약 1만3300원)가 넘는다. 곁들일 우유, 과일 값까지 생각하면 비싸다”며 시리얼이 더 이상 서민용 음식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이에 미 식품기업들은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단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아무도 빅테크 경영진을 선출하지 않았다.”지난해 7월 미국 민주·공화당 두 상원의원이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공동 기고문은 미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한 의원은 진보 색채가 뚜렷한 엘리자베스 워런, 다른 의원은 낙태 금지법 발의의 주역 린지 그레이엄이다. 좌우 극단적 성향인 의원들이 ‘공동의 적’ 빅테크를 상대로 뜻을 모아 더 울림이 컸다.두 의원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5대 빅테크가 “경제, 사회, 민주주의에 대해 너무 많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며 직격했다. 선출직이 아닌 빅테크 경영진이 디지털 세계는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절대적 지위를 누린다는 취지다. 미 의회가 빅테크 독점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로도 들렸다.》유럽도 역대급으로 강한 빅테크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이 7일 시행됐다. 유럽연합(EU)이 DMA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6개 기업은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중국)를 빼면 모두 미 기업이다. 미 재계는 ‘미 기업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나 미 의회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유럽과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란 점도 한몫했지만, 빅테크 독점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를 드러낸 방증이란 분석도 나왔다.● “혜택만 누리고 혁신 뒤에 숨지 말라” 사실 미국은 기업 규제를 법으로 명시하는 것엔 회의적이다. 때문에 EU의 DMA와 비슷한 빅테크 규제 법안은 의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대신 대규모 소송전으로 빅테크와의 전쟁에 나섰다. 미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테크 기업들은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고 하지만, 미 자본주의는 철도·통신 회사 독점을 규제해 구글이나 애플 같은 ‘신생’ 회사를 키우며 성장했다”고 짚었다.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기업은 단연 구글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미 법무부를 상대로 검색엔진 및 광고 기술 시장에 대한 두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삼성이나 애플 기기에 구글 검색앱을 선탑재하는 불법 계약을 맺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던 1998년 MS의 웹브라우저 선탑재 소송과 닮았다. 당시 MS의 반독점 소송은 후발 주자 구글이 부상하며 시장이 격변하는 계기가 됐다. 26년이 지나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 3% 수준인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법정에서 “구글 독점이 심각하며 인공지능(AI)도 지배하려 할 것”이라고 증언한 건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이번 소송도 구글이 패소하면 사업 분할 등으로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구글의 디지털광고 시장 장악도 소송이 임박했다. 미 법무부와 캘리포니아, 뉴욕주 등은 지난해 “디지털광고 기술(애드테크) 사업부를 해체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장에선 미 정부가 승소하면 1982년 통신회사 벨시스템(현재 AT&T) 분할 이후 최대 반독점 기업 분할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슷한 소송은 유럽에서도 제기됐다. 지난달 독일 언론사 악셀스프링거 등 32개 미디어그룹은 “구글이 디지털 광고를 싹쓸이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21억 유로(약 3조471억 원)를 배상하란 소송을 걸었다. 애플도 난관에 부닥쳤다.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애플의 독점 관행을 손보려 소송전에 나섰거나 검토 중이다. 유럽은 DMA 시행 이전인데도 5억 유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스웨덴 음악스트리밍 앱 기업인 스포티파이가 “애플이 앱스토어 결제만 유도하는 ‘인앱결제’로 경쟁을 방해했다”며 제소한 결과다. 미 법무부도 조만간 앱스토어 독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다.● “소셜미디어가 담배와 다를 게 뭐냐” 세계 당국들이 플랫폼 독점과 더불어 문제 삼는 또 하나는 ‘중독’ 이슈다. 빅테크 독점에 철도·통신회사 독점 규제와 같은 잣대를 들이밀었듯, 소셜미디어 중독엔 ‘담배와의 전쟁’과 같은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청소년 중독을 야기해 공중보건 위기가 벌어졌으니, 이에 대한 시정은 물론 복지 부담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미 30여 개 주 법무장관 등이 관련 소송을 건 데 이어 지난달 뉴욕시도 메타와 구글, 틱톡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아이들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안전하지 않은 행동을 부추긴다”고 성토했다. 뉴욕시 등은 이들이 광고 수익을 키우려고 알고리즘을 통해 청소년 중독을 조장했다고 본다. “뉴욕시는 해마다 청소년 건강 프로그램에 1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다”며 피해도 호소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달 미 소셜미디어 청문회에서 유족들이 “소셜미디어가 사람을 죽인다”고 비난하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사죄의 뜻을 전한 뒤 불거졌다. 빅테크 독점과 중독 이슈는 미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소셜미디어의 ‘표현의 자유’ 문제는 민주·공화당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특히 이 이슈는 현재 정치적 논란으로 번져 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건 때 게시글을 올렸다가 계정이 차단된 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플로리다와 텍사스주는 소셜미디어의 자체적 게시물 삭제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빅테크가 반발하며 이 법의 유지 여부는 대법원이 결정짓게 됐다. NYT는 “온라인 시대 수정헌법 1조를 두고 벌이는 가장 중요한 재판”이라고 평했다.● 다음 타깃은 AI… “빅테크 의존 우려해야” “법엔 인공지능(AI)에 대한 예외 조항이 없다.” ‘빅테크 저승사자’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올 초 “(AI 기업들이) 혁신을 주장하며 위법을 숨기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FTC는 지난해 “아마존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부풀렸다”며 네 번째 반독점 소송을 걸었다. 이후 연말부터 AI 독점을 면밀히 살필 것임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실제로 빅테크 소송의 다음 타깃은 AI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독점과 중독, 허위 정보 등 빅테크 관련 소송의 모든 쟁점이 AI 분야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AI는 가공할 위력이 악용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넓다. FTC와 유럽 당국은 MS나 구글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위법이 없는지 조사에 나섰다. 각각 오픈AI와 앤스로픽에 투자해 독점적 지위를 강화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원래 기업 합병은 경쟁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오픈AI처럼 비영리법인 투자는 공시 의무가 없는 점을 노려 심사를 피했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칸 위원장도 “빅테크가 AI 신생 기업을 장악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AI 분야의 독점 가능성은 전문가들도 심각하게 우려하는 대목이다. 개발 비용이 커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향후 어떤 영향력을 가질지 짐작하기 어렵다. 게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최근 반도체 협력을 위해 중동에 다녀왔다”며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를 빅테크 경영진이 결정 내리는 건 정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에이미 라인하트 AP통신 AI 전략 수석도 올 초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의 AI 활용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빅테크에 의존할 가능성”을 꼽았다. 라인하트 수석은 “언론사들이 구글 AI 툴에 적응할 무렵에 구글이 공급을 끊거나 비용을 올릴 가능성을 상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