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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규제-美소송, 사면초가 애플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 또한 애플에 규제 칼날을 빼들었다. 미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간) 애플에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하며 “아이폰이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점유한 것은 ‘제품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제 행위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이 안드로이드 등 다른 운영체제(OS)의 사용을 어렵게 했고,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도록 강제했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LG전자 등이 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지적했다.》 “아이폰 사용자와 앱 개발자에게 애플 결제 체제만 쓰도록 해야 한다.”2010년 애플의 고위 임원이 스티브 잡스 당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아마존 전자책 광고에 관한 이메일을 보냈다. 광고 속 주인공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을 넘나들며 킨들 앱으로 책을 읽었다. 잡스 CEO는 스마트폰을 옮겨다니게 해선 안된다며 “사용자와 개발자를 애플 플랫폼에 가두라”고 지시했다.21일(현지 시간)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무부는 88쪽에 달하는 소장에서 이 일화를 거론하며 “경쟁사를 막기 위한 애플의 (전형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애플이 제품과 서비스의 우수함 때문이 아니라 반독점법을 위반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며 비싼 가격, 더 적은 선택권, 더 나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 애플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무부가 소송에서 이길 경우 애플 일부 사업부의 해체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폰서 삼성페이-갤럭시워치 왜 안 되나” 미 법무부는 이날 애플이 하드웨어 아이폰, iOS라는 독자 운영체제(OS)와 앱스토어, 애플페이 등을 결합해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가두는 모든 종류의 행위를 ‘독점’이라고 봤다. 최근 유럽연합(EU) 또한 반독점법 위반으로 애플에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더해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애플을 주요 빅테크 기업 중 가장 먼저 조사할 뜻도 밝힌바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및 수수료 부과를 주로 문제 삼은 EU와 달리 미 법무부는 애플의 아이폰 운영방식 자체가 반경쟁적 행위라고 보고 가장 광범위한 기준을 들이댄 것이 특징이다.애플은 현재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을 막는 장벽을 높여 애플 기기를 한번 사용하면 애플 생태계 안에 갇히고, 타사 제품 또한 구매하기 어려워진다. 법무부는 이를 ‘경쟁 방해 전략’으로 보고 있다.구체적으로 애플의 기본 문자 앱 ‘아이메시지’가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메시지 전송 및 동영상 다운로드 속도를 떨어뜨리고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초록색, 아이폰 사용자는 파란색으로 구별하도록 한 점을 문제 삼았다.또 애플이 ‘위챗’처럼 메시지나 소셜미디어 등 여러 가지 기능이 통합돼 하나의 플랫폼 기능을 하는 ‘슈퍼앱’의 출현을 막고 MS ‘엑스박스’ 같은 클라우드 기반 게임의 아이폰 사용 장벽을 높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 갤럭시워치 등 타사 스마트워치와 호환이 안 되는 점도 거론했다.2022년 한 행사에서 참석자가 팀 쿡 애플 CEO에게 “엄마가 안드로이드폰을 쓰는데 내 아이폰으로 엄마에게 동영상을 보내기 어렵다”고 하자 쿡 CEO가 “그냥 엄마에게 아이폰을 사 드리라”고 한 점 또한 소장에 적시했다.● LG, 美 스마트폰 시장 퇴출도 애플 탓 법무부는 애플의 이런 행보로 많은 회사가 미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려다 실패했다며 한국 LG전자, 대만 HTC, MS를 거론했다. 이로 인해 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의미 있는 경쟁자는 삼성과 구글만 남았다고 했다.특히 미 아이폰 사용자의 3분의 1이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이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삼성 스마트폰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애플의 독점적 지위가 향후 더 굳건해질 것으로 우려했다.이번 소송을 주도한 ‘빅테크 저승사자’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사진)은 독점 규제는 미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며 애플의 성장 또한 독점 규제에 기인한 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때 미 최대 에너지회사였던 ‘스탠더드오일’, 대형 통신사 ‘벨시스템스’ 모두 반 독점법 위반으로 해체됐다. 1990년대 당국이 MS의 독점에 제동을 건 덕에 당시 파산 직전이던 애플이 아이팟 출시 후 아이튠스를 윈도에 깔릴 수 있게 됐고, 이것으로 애플 또한 성장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아이폰 사용자와 앱 개발자에게 애플 체제만 쓰도록 해야 한다.” 2010년 애플의 고위 임원이 스티브 잡스 당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아마존 전자책 광고에 관한 e메일을 보냈다. 광고 속 주인공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을 넘나들며 킨들 앱으로 책을 읽었다. 잡스 CEO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며 “사용자와 개발자를 애플 플랫폼에 가두라”고 지시한 것이다. 21일(현지 시간)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무부는 88쪽에 달하는 소장에서 이 일화를 거론하며 “경쟁사를 막기 위한 애플의 (전형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메릭 갤런드 법무장관은 “애플이 제품과 서비스의 우수함 때문이 아니라 반독점법을 위반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며 비싼 가격, 더 적은 선택권, 더 나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 애플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무부가 소송에서 이길 경우 애플 일부 사업부의 해체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폰서 삼성페이-갤럭시워치 왜 안 되나”미 법무부는 이날 애플이 아이폰 및 아이패드 같은 자사 하드웨어, iOS라는 독자 운영체제(OS) 등을 결합해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가두는 모든 종류의 행위를 ‘반독점’이라고 봤다. 최근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애플을 주요 빅테크 기업 중 가장 먼저 조사할 뜻을 밝힌 유럽연합(EU)이 주로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및 수수료 부과를 문제삼은 것과 달리 애플의 반독점 행위가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애플은 현재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등 경쟁 OS로의 호환을 사실상 막았기에 애플 기기를 한 번 사용하면 애플 생태계 안에 갇히고, 타사 제품 또한 구매하기 어려워진다. 법무부는 이게 ‘경쟁 방해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구체적으로 애플의 기본 문자 앱 ‘아이메시지’가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메시지 전송 및 동영상 다운로드 속도를 떨어뜨리고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초록색, 아이폰 사용자는 파란색으로 구별하도록 한 점을 문제삼았다. 또 애플이 ‘위챗’처럼 메시지나 소셜미디어 등 여러가지 기능이 통합돼 하나의 플랫폼 기능을 하는 ‘슈퍼앱’의 출현을 막고 MS ‘엑스박스’ 같은 클라우드 기반 게임의 아이폰 사용 장벽을 높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 갤럭시워치 등 타사 스마트워치와 호환이 안 되는 점도 거론했다.2022년 한 행사에서 참석자가 팀 쿡 애플 CEO에게 “엄마가 안드로이드폰을 쓰는데 내 아이폰으로 엄마에게 동영상을 보내기 어렵다”고 하자 쿡 CEO가 “그냥 엄마에게 아이폰을 사 드리라”고 한 점 또한 소장에 적시했다. ● 애플, 경쟁 방해에 각국 기업 고전법무부는 애플의 이런 행보로 많은 회사들이 미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려다 실패했다며 한국 LG전자, 대만 HTC, MS의 사례를 들었다. 이로 인해 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의미 있는 경쟁자는 삼성과 구글만 남았다고 했다.특히 미 아이폰 사용자의 3분의 1이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이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삼성 스마트폰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이를 감안할 때 애플의 독점적 지위가 향후 더 굳건해질 것으로 우려했다.이번 소송을 주도한 ‘빅테크 저승사자’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사진)은 반독점 규제는 미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며 애플의 성장 또한 반독점 규제에 기인한 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때 미 최대 에너지회사였던 ‘스탠더드오일’, 대형 통신사 ‘벨시스템스’ 모두 규제로 해체됐다. 1990년대 당국이 MS의 독점에 제동을 건 덕에 당시 파산 직전이던 애플 아이팟의 아이튠스가 윈도에 깔렸고 애플 또한 성장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기적 같은 기술이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세계 경제와 인공지능(AI) 생태계를 좌우하는 두 거물의 입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황 최고경영자(CEO)가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주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자 미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20일(현지 시간) 나란히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다. 2021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한국과 일본 증시도 크게 반응했다. 코스피는 21일 2,754.86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2022년 4월 이후 23개월 만에 2,750 선을 넘었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미 증시 훈풍으로 17일 만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금값과 비트코인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졌다. 미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 속 금리 인하 기대감을, 황 CEO는 폭발적 AI발 신경제 도래를 예고해 시장의 낙관론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시장 ‘6월 인하 유력’으로 선회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고, 분기별 연준의 경제 전망을 담은 ‘경제전망요약(SEP)’을 발표했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점도표상 연말 금리 중간값은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4.6%(4.5∼4.75%)로, 연내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를 시사했다. 1, 2월 연달아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지만 연준은 기존 인하 폭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지표에 대해 “2% 물가상승률 목표로 가기 위한 길에 있는 울퉁불퉁한 장애물”이라면서도 “전반적 스토리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FOMC 이후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이 6월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며 세계 증시가 치솟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날 0.89% 상승해 처음으로 5,200 선을 돌파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3%,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1.25% 올라 3대 지수가 나란히 최고점을 넘어섰다. 한국과 일본에도 미 증시의 영향이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64.72포인트(2.41%) 오른 2,754.86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 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닥도 1.44% 오른 904.29에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도 전날보다 2.03% 오른 4만815엔에 장을 마쳤다. 17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 환율이 상승(엔저)하는 추세다.● AI발(發) 봄바람에 반도체株 껑충 AI발 반도체 봄바람도 증시를 끌어올리는 주요 이유다. 황 CEO가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HBM의 성장성을 극찬하자 이틀 연속 해당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5.63% 오른 데 이어 21일에도 3.12% 상승하며 7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전날 대비 8.63% 올랐다. 특히 삼성의 5세대 HBM인 ‘HBM3E’에 대해 “검증 중”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엔비디아의 개발자 행사 ‘GTC 2024’ 삼성 전시장을 직접 찾았다. 여기서 HBM3E 실물에 ‘젠슨이 승인했다(Jensen Approved)’라고 쓰고 사인을 남겼다. 미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자사 회계연도 2분기(2023년 11월∼2024년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 뛰는 호실적에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무려 18.2% 급등했다. 미 연준이 예상보다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자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미국이 예상대로 6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한은도 즉각 금리 인하 논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뉴욕·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시장 전망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4.6%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올해 말까지 약 0.75%포인트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1, 2월 연속 미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와 시장은 연준의 연말 금리 전망치가 오를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연준이 기존 전망을 유지함으로써 뉴욕 증시는 3대지수가 모두 최고치를 경신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파월 의장의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이후 기자회견 핵심 워딩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스토리는 바뀌지 않았다”였다. 1, 2월 뜨거운 물가 지표가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를 흔들만한 일이 아니라며 오히려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물가 뜨거워도 ‘인하 스토리’ 그대로연준이 이날 지난해 9월 이후 5연속 동결을 이어감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로 한국과 금리 격차를 최대 2.0%포인트로 유지했다. 이번 FOMC에서 가장 집중해서 봐야할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연준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각각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각 점들의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2%로 시장 전망치(3.1%)를 상회한데다 1월 CPI 상승률(3.1%)보다도 높아지는 등 미국 물가 경고음이 연준 위원들의 정책 경로에 영향을 미칠 지가 관심사였다.결론적으로 연준은 ‘최근의 물가 상승 우려를 괘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SEP에 남겼다. 중간값은 지난해 12월과 같은 4.6%(4.5~4.75%)로 현 금리보다 0.75%포인트 낮은 수치다. 0.25%포인트씩 약 3차례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또 연말 경제성장률은 2.1%로 기존 전망치(1.4%)보다 올리고, 실업률은 4.0%로 기존 전망치(4.1%)보다 내렸는데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2.4%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성장률은 높이고, 실업률은 낮추는데도 물가는 2%대에 안착하는 이상적인 경제 전망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 2월 물가 데이터를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가는 길에 있는 ‘울퉁불퉁한(bumpy)’ 길”이라고 표현하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스토리는 바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또 “1, 2월 두 달 동안의 데이터에 과하게 반응하지도, 무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다만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을 3.9%로 지난 전망치(3.6%) 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4차례에서 3차례 줄인 것이다.●시장 6월 인하에 무게파월 의장은 이날 “경제가 잘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제한적인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의 진전을 보고 있다는 점도 여러차례 강조했다.또 연준이 보유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매입 하지 않는 식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긴축 정책의 또 다른 축인 ‘양적 긴축(QT)’도 “곧(fairly soon) 감속한다”고 밝혔다. 과거 양적 완화가 급작스럽게 진행됐을 때 시장이 받은 스트레스를 감안해 QT 도 속도 조절을 통해 부드러운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파월 의장은 설명했다.시장은 파월의 기자 회견과 연준 점도표가 ‘비둘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첫 금리 인하 시점을 6월과 7월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6월 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75% 수준으로 평가했다.연준 점도표가 나오기 전까지 하락세를 보이든 뉴욕증시는 점도표에 이어 파월 의장의 ‘비둘기’ 발언에 상승장으로 전환됐다. S&P500지수는 이날에도 0.89% 상승해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5224.62에 거래를 마쳐 처음으로 5200선을 돌파했다. 다우지수는 1.03%오른 3만9512.13에, 나스닥지수는 1.25% 오른 1만6369.41에 거래를 마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검증하고(qualifying) 있고 기대가 크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술을 극찬하며 삼성전자와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용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HBM을 SK하이닉스가 거의 독점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HBM에 대해서도 양산 가능성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의미다. 황 CEO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HBM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칩 생태계의 중심이 된 엔비디아가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AI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韓 HBM, 기적 같은 기술” 황 CEO는 19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 시그니아 바이 힐턴 호텔에서 1시간 30여 분에 걸쳐 전 세계 150여 명의 기자들과 질문을 주고받았다. 특히 한국과의 협력에 관한 동아일보를 비롯한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매우 대단한(incredible) 기업들이다. AI가 진화할수록 우리와 함께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진 간담회 시간이 다 됐다는 홍보 담당자의 안내에도 HBM에 대한 질문을 반기며 시간을 더 할애해 설명했다. 메모리칩 이외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다른 협력은 없는지에 대해선 “(메모리 없는 한국은) GPU 없는 엔비디아에 대해 묻는 것과 같다”며 “자기 고향에 있는 기술은 당연히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메모리 기술, 특히 HBM은 기적 같은 기술임을 알아야 한다”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전 세계 데이터센터를 대체할 한국의 HBM 양은 어마어마(giantic)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HBM에 대해 “아직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라고 확인했다. 앞서 19일 SK하이닉스는 5세대 제품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밝혔다. 황 CEO가 삼성전자의 HBM3E에 대해서도 성능을 검증 중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공급이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 CEO는 파운드리에 있어서는 대만 TSMC를 “가장 깊은 관계”라며 “GPU에 들어가는 메모리칩 등도 대만으로 운반돼 TSMC가 패키징까지 맡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를 삼성으로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선 “삼성은 특별한(extraordinary) 회사다. 그 가능성도 있다”고 답한 뒤 “앞으로 우리가 만들 모든 차량용 (전장 부문)은 삼성에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 사례로 전장(자동차 부품) 부문 파운드리를 언급한 것이다. ● “나는 AI의 오펜하이머 아니다” 황 CEO는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일단 “우리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지침을 잘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자 간담회 현장에 비치된 차세대 GPU ‘블랙웰’ 등을 가리키며 “각각 수십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 있고,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오고 있다. 공급망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간 수준의 사고능력을 지닌 범용AI(AGI)에 대해서는 “AGI라는 개념이 제각각이다. 만약 사람보다 변호사 시험을 더 잘 보는 수준이라면 나는 5년이면 AGI 시대가 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AI의 가공할 위력을 방조하는 ‘오펜하이머’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폭탄을 떨어뜨렸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농담으로 답했다. 황 CEO는 “이 세상 모든 컴퓨팅은 생성형 AI가 될 것”이라며 AI의 미래에 대한 무한한 믿음도 드러냈다. 그는 “거대언어모델(LLMs)이 사람의 말을 ‘일반화’해서 언어로 답변을 만드는 것처럼 이제 AI는 특정 단백질, 화학물질도 배우고 이를 ‘일반화’해 답변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사람이 커피 만드는 법과 같은 특정 행동들도 배워서 일반화해 ‘로봇 행동’으로 답변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상업지구 지하철 7호선 그랜드센트럴역 인근에 있는 루스벨트 호텔.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이민자들이 입구에서 호텔로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루스벨트 호텔은 원래 뉴욕의 전통 있는 명소로 유명했다. 하지만 팬데믹 여파로 결국 폐업한 뒤, 빈 건물은 불법 이민자들의 대표적인 쉼터(임시 숙소)가 돼 버렸다. 호텔 앞에서 유모차를 끌고 가던 한 여성에게 어디 출신인지 물어보니 그저 “멀리서”란 짧은 답만 돌아왔다.》 최근 뉴욕은 쉼터마다 몰려드는 이민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루스벨트 호텔처럼 기존 시설을 쉼터로 전환하고 있는데, 곳곳에서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스테이트아일랜드나 브루클린 지역의 일부 학교들은 체육관을 이민자 쉼터로 쓰려는 계획이 발표되자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게다가 불법 이민자들이 연루된 범죄 사건까지 늘어나면서 이민자들을 지지했던 시민들마저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호텔 인근에서 만난 아이작 씨는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지만 최근엔 뭔가 시스템적으로 결함이 느껴진다”며 “특히 뉴욕은 기존 시민도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고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도울 건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2년 새 18만 명… ‘비상사태’ 선포 뉴욕시에 불법 이민자들이 눈에 띄게 몰린 것은 2022년 봄부터였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나 팬데믹 이후 느슨해진 멕시코 국경 단속 등이 멕시코 접경 지역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대규모로 텍사스주나 플로리다주로 유입되는 원인이 됐다. 그러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반발한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성향 주지사를 둔 지역으로 이민자들을 보내 버렸다. 특히 뉴욕은 다른 도시에 없는 독특한 ‘쉼터 제공법’이 존재해 불법 이민자들이 더 몰려들었다. 1981년 법원이 뉴욕시에 임시 거처를 요청하는 노숙자에겐 쉼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뒤로 뉴욕에선 40년 이상 이 권리가 보장돼 왔다. 해당 법은 노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이민자들 역시 잠자리를 제공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됐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2022년 초만 해도 “뉴욕은 이민자가 이룬 도시”라며 텍사스주에서 보낸 이민자 버스를 오히려 환영하고 나섰다. 공화당과 선명한 차별성을 드러내려 했던 정치적 판단이었다. 하지만 뉴욕에 가면 일자리와 잠잘 곳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긴 불법 이민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수천 명은 이내 수만 명이 되더니, 최근 2년 동안에만 약 18만 명이 불어났다. 텍사스주가 버스에 실어 보낸 규모가 3만여 명으로 집계된 것을 감안하면 쉼터법을 믿고 제발로 찾아온 불법 이민자는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감당도 안 될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자 결국 뉴욕시도 지난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거비 급상승으로 노숙인도 역대 최대로 늘고 있는 뉴욕으로선 몰려드는 이민자들을 수용하기가 버거워졌다. 법에 따라 숙박업소를 임대하고, 학교 체육관을 빌리는 등 쉼터를 확보하느라 시 재정도 거덜날 지경. 현재 뉴욕에 산재한 약 200개 쉼터엔 12만여 명을 수용하고 있는데, 절반 이상이 불법 이민자로 파악되고 있다. 요즘은 쉼터 주변은 물론이고 지하철이나 도심에서도 이민자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13일 그랜드센트럴 역사에서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아기를 업은 채 과일 노점판 앞에 서 있었다. 지하철 안에선 초등학생 정도 된 아이가 “초콜라테(초콜릿의 스페인어 발음)”를 외치며 스낵을 팔았다. 누가 봐도 불법 이민자의 자녀였다.세금 수조 원 쓰자 뿔난 뉴요커 ‘일요일은 문을 닫습니다.’ 최근 맨해튼과 퀸스 공공도서관은 일요일 휴관을 표시한 푯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민자 수용으로 인한 예산 급증을 감당하기 어려운 뉴욕시가 공공도서관 운영 시간마저 줄이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시는 2023년 회계연도 예산에서 불법 이민자와 관련해서 14억5000만 달러(약 1조9423억 원)를 썼다. 올해는 더 늘어나 2025년까지 2년 동안 모두 91억 달러를 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덤스 시장은 “이러다 뉴욕이 파산할 수 있다”며 연방정부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주말이면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했던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자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맨해튼에 사는 40대 여성 직장인은 “처음엔 이민자 보호를 지지했지만, 갈수록 우리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단순히 도서관 휴관만 갖고 이러는 게 아니다. 우리가 낸 세금이 시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우리가 무한정 불법 이민자들을 책임질 순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요커들은 주거비와 식료품 가격이 높아지며 갈수록 생활이 빠듯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불법 이민자를 위한 세금 지원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시가 최근 발표한 ‘불법 이민자 선불카드’였다. 이민자들에게 하루 12달러어치의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카드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시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이민자들에게 제공되는 무료급식이 상당 부분 그냥 버려지는 상황. 차라리 직접 사 먹을 수 있도록 선불카드 시범 사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애벗 주지사까지 비난에 나서며 시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애덤스 시장은 “신용카드를 나눠 주는 게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예산을 더 아낄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분노의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불법 이민자 수용에 학교 시설이 동원된 건 특히 학부모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1월 미 북동부에 폭풍이 몰아쳤을 때, 악천후로부터 이민자들을 보호하고자 시 당국은 브루클린 지역의 제임스 매디슨 고교에 하루 동안 1900여 명을 임시 수용했다. 대신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원격 수업을 받았다. 한 학부모는 CBS 뉴스에 “안 그래도 팬데믹으로 원격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에게 이런 이유로도 학교를 나오지 말라는 건 말도 안되는 짓”이라고 성토했다.뉴욕마저 제한… 대선에도 결정적 이민자 수용 예산 증가와 시민 분노에 공화당의 파상공세까지 겹친 뉴욕시는 더 이상 불법 이민자가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40년 이상 이어진 쉼터 제공 정책을 일부 수정하기로 했다. 시 정부는 법원에 불법 이민자의 쉼터 체류 기간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1981년 소송 당사자였던 법률구조공단 및 노숙인 옹호단체와 5개월 넘게 협상한 끝에 시는 18일 가족이 없는 성인 불법 이민자는 쉼터에 30일만 머무르도록 하는 등 제한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이민자들을 다른 도시로 보내기 위해 교통비를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국경 관리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엔 멕시코를 거쳐 뉴욕으로 오는 중국인 불법 이민자들도 급증한 상태다. NYT는 “소셜미디어에 남미에서 미국 국경을 넘는 팁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며 “경제 위기와 독재에 대한 불만 등으로 미국에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을 비롯해 많은 대도시들이 불법 이민자로 몸살을 앓으며, 해당 논란은 올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현안을 묻는 문항에 ‘불법 이민자’라고 답한 이가 20%로 경제를 선택한 응답자(14%)보다도 많았다.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기적 같은 기술”이라고 높게 평가하며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미 새너제이 시그니아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CEO는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삼성전자 HBM도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지금 삼성 HBM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갈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다(qualifying)”고 답했다.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아니지만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세계 인공지능(AI) 연산 등에 필수 적인 GPU를 만드는 엔비디아는 AI칩 시장을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약 250% 뛰었고, 엔비디아가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기업에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40년 된 오랜 PC 기업 델이 엔비디아와의 데이터센터 파트너라는 이유로 최근 AI 기업으로 분류되며 올해만 주가가 40% 뛰었다. AI용 고성능 GPU에 들어가는 HBM은 한국 SK하이닉스가 대부분을 공급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 발표와 함께 5세대 제품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황 CEO는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관계는 게임 그래픽 칩 시절부터 지속돼 왔다고 강조하며 “삼성과 SK는 정말 대단하다(incredible). HBM은 단순한 메모리가 아니다. 그 효율성 덕분에 거대한 데이터 센터가 돌아가는 것”이라며 “기적과 같은 기술”이라고 극찬했다. 향후 TSMC 외에 파운드리 제조사를 삼성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가능할 수 있다”며 “TSMC와의 관계는 매우 깊다. 다른 파트너사들과의 협력관계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5세대 제품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SK하이닉스는 현존하는 D램 중 최고 성능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글로벌 빅테크에 납품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올 2분기(4∼6월) 내놓을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에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칩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업체들은 차세대 기술을 두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 시간) 자체 개발자 행사인 ‘GTC 2024’에서 차세대 GPU ‘블랙웰’ 시리즈를 공개했다. 기존 ‘H100’보다 연산 속도가 2.5배 빠르고 추론 능력은 30배 더 좋아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을 통해 글로벌 산업 지형을 바꿔 놓겠다”고 장담했다. 삼성전자는 AI를 넘어 인간 수준의 사고 능력을 지닌 범용인공지능(AGI)을 위한 전용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국과 한국에서 반도체 AGI 컴퓨팅랩을 설립한 사실을 밝히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 즉 미래 AGI의 놀라운 처리 요구사항을 충족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반도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AI칩 전쟁… SK ‘8단 납품’ 치고나가자, 삼성 “상반기 12단 양산” SK-삼성, 엔비디아 전시장에AI용 5세대 HBM 실물 배치“첫 양산” 밝힌 마이크론, 납품 미정삼성 “韓-美에 AI칩 연구소 신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잇달아 새로운 반도체 개발 및 양산 소식을 발표하며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글로벌 메모리 2위이자 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양산 및 납품’ 깃발을 먼저 꽂았다. 각각 1, 3위인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은 이에 질세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가 향후 사람처럼 사고하고 학습하는 ‘범용인공지능(AGI)’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AGI 전용 칩 개발에도 나섰다.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영역까지 파고들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5세대 HBM에서도 선두 18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TC 2024’ 전시장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5세대 HBM인 ‘HBM3E’ 실물을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현재 시장의 주류인 4세대 ‘HBM3’가 탑재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도 함께 전시하며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는 HBM3를 대부분 납품하는 SK하이닉스는 19일 5세대 8단 HBM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고객사에 납품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개발 소식을 발표한 이후 7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의 HBM3E는 엔비디아가 2분기(4∼6월) 출시하는 신제품 ‘H200’ GPU에 탑재될 예정이다. D램의 한 종류인 HBM은 AI 칩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반도체다. AI 학습 속도를 높여줘 이른바 ‘AI 가속기’라고 불리는 GPU가 제대로 된 성능을 구현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칩이 필수인데, HBM이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6%에서 올해 20.1%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마이크론 맹추격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맹추격에 나섰다. 지난달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H200용 5세대 8단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HBM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마이크론이 4세대를 건너 뛰고 5세대 양산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실제 납품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입장에서 마이크론의 HBM은 충분히 검증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단보다 집적도를 높인 12단 HBM3E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양산한다고 한 HBM3E는 D램 8개를 쌓은 8단 제품이다. 삼성은 4개를 더 쌓은 제품을 내놓으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1∼6월) 중 8단과 12단 모두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HBM3E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최대 1280GB(기가바이트)다. 풀HD급 영화 약 250편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E의 처리 속도는 각각 초당 최대 1180GB, 1200GB다.● 엔비디아 영역 파고드는 삼성 “AGI 칩 개발” 삼성은 AI용 메모리에 더해 AI 컴퓨팅을 위한 자체 칩 개발에도 본격 나섰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부문장(사장)은 1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GI의 길을 열기 위해 미국과 한국에서 삼성반도체 AGI 컴퓨팅연구소를 신설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중심의 AI 칩 시장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나 메모리칩을 통한 보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주도적인 입지를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GI 연구소는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인공지능 전용칩) 개발자 출신인 우동혁 박사가 이끈다. 경 사장은 “AGI 컴퓨팅랩은 추론과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두고 거대언어모델(LLM)용 칩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사실상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AI 칩 시장에 삼성전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라며 “당장은 대규모 연산이 요구되는 학습 분야는 어렵기 때문에 추론 및 생성 분야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내가 인공지능(AI)이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 수용 인원 1만1000여 명을 가득 채운 이곳에서 미래 AI 기술에 대한 영상이 나온 뒤 이 같은 문장이 화면에 떴다. 이윽고 특유의 가죽 재킷을 걸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 속에 무대에 뛰어올랐다. 황 CEO가 단순한 칩 설계사가 아닌 미래 AI 기술을 이끄는 ‘비저너리(visionary·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인 ‘GTC 2024’ 기조연설 장소로 하키 경기나 대규모 콘서트에 활용되는 SAP센터를 택했다. 콘서트장처럼 꾸며진 무대에서 “이게 콘서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고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한 황 CEO는 2시간 동안 지친 기색 없이 “AI발(發) 새로운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 자신의 선언을 뒷받침하는 발표를 이어갔다. ● 반도체에 열광하는 시대 스마트폰처럼 소비자 기기가 아닌 반도체 신제품을 보러 1만여 명이 몰리고, 환호가 터져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면 반도체 회사가 이에 맞는 칩을 설계해 주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기업이 AI 개발 방향을 좌우하는 ‘반도체 슈퍼스타 시대’임을 보여준 셈이다. 황 CEO가 AI의 미래 기술로 지목한 것은 사람을 닮은 로봇, 즉 ‘피지컬 AI’였다. 황 CEO는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생성AI는 사람의 언어를 배우고 따라 한다면 로봇은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해야 한다”며 “앞으로 더 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무려 2080억 개 트랜지스터로 구성된 차세대 AI칩 블랙웰 시리즈를 공개한 것도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피지컬 AI’로 가는 큰 그림을 위한 퍼즐 조각이라는 의미다. 블랙웰 칩 가격은 개당 5만 달러(약 6700만 원)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AI 대표주자들도 이날 블랙웰 도입 의사를 밝히며 AI 생태계 중심에 엔비디아 칩이 있음을 내비쳤다. 황 CEO는 “2012년 컴퓨터가 고양이 사진을 보고 ‘고양이(cat)’라고 인식하는 답을 할 때 학계는 모두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AI가 텍스트나 말뿐 아니라 동영상, 사람의 행동까지 모든 것을 ‘인풋’으로 인식하고 배우고 알아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AI발 산업혁명 시작됐다” 차세대 AI칩 블랙웰 시리즈는 최신 AI 모델 개발을 할 때 기존 H100모델 칩 8000여 개와 15MW 전력이 할 일을 B100 2000개, 4MW 전력이면 가능하다고 황 CEO는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가상공간, 즉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해 “산업 현장 특히 중공업 분야 곳곳에 AI가 도입된다”며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가상 공간을 적용한 사례로 한국의 조선사 HD현대가 깜짝 사례로 등장하기도 했다. 디지털 공간에서 배를 건조해 보면 현실에서 배를 만들 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의 끝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리해 있었다. 디지털 가상 공간은 로봇 훈련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황 CEO는 무대로 직접 훈련시킨 로봇 ‘오렌지’와 ‘그레이’를 부른 뒤 “엔비디아의 영혼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주요 선진국도 치솟는 식품 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주요 식품의 가격 오름세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자 특히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해지고 있다. 일본의 올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올랐다. 하지만 식품가격 상승률은 이보다 크게 높았다. 서민들의 필수 먹거리인 유제품 및 계란이 11.8% 오른 것을 비롯해 과자류는 9.6%, 조리식품은 6.6% 올랐다. 프라이드치킨은 1년 전보다 19.2% 상승했고 서민들이 주로 찾는 카레는 15.7%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엥겔계수(전체 소비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는 지난해 기준 27.8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23년 만의 최고치였다. 일각에서는 현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엥겔계수는 작년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농무부에 따르면 2023년 유지류 가격은 한 해 전보다 9.0% 상승했다. 설탕 및 과자(8.7%), 시리얼 및 베이커리 제품(8.4%)의 오름세도 우려할 수준이다. 시리얼 가격은 2022년에도 13% 올랐다. 2022년 기준 가구 가처분소득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1.3%로, 1991년(11.4%) 이후 31년 만의 최고치였다. 유명 시리얼 제조사 켈로그의 게리 필닉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에 출연해 “고물가 시대의 저녁 식사로 시리얼이 어떠냐”고 발언했다가 여론 뭇매를 맞았다. 뉴욕시 퀸스에 사는 한 40대 주부는 “시리얼 한 박스의 가격이 10달러(약 1만3300원)가 넘는다. 곁들일 우유, 과일 값까지 생각하면 비싸다”며 시리얼이 더 이상 서민용 음식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이에 미 식품기업들은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단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아무도 빅테크 경영진을 선출하지 않았다.”지난해 7월 미국 민주·공화당 두 상원의원이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공동 기고문은 미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한 의원은 진보 색채가 뚜렷한 엘리자베스 워런, 다른 의원은 낙태 금지법 발의의 주역 린지 그레이엄이다. 좌우 극단적 성향인 의원들이 ‘공동의 적’ 빅테크를 상대로 뜻을 모아 더 울림이 컸다.두 의원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5대 빅테크가 “경제, 사회, 민주주의에 대해 너무 많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며 직격했다. 선출직이 아닌 빅테크 경영진이 디지털 세계는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절대적 지위를 누린다는 취지다. 미 의회가 빅테크 독점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로도 들렸다.》유럽도 역대급으로 강한 빅테크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이 7일 시행됐다. 유럽연합(EU)이 DMA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6개 기업은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중국)를 빼면 모두 미 기업이다. 미 재계는 ‘미 기업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나 미 의회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유럽과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란 점도 한몫했지만, 빅테크 독점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를 드러낸 방증이란 분석도 나왔다.● “혜택만 누리고 혁신 뒤에 숨지 말라” 사실 미국은 기업 규제를 법으로 명시하는 것엔 회의적이다. 때문에 EU의 DMA와 비슷한 빅테크 규제 법안은 의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대신 대규모 소송전으로 빅테크와의 전쟁에 나섰다. 미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테크 기업들은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고 하지만, 미 자본주의는 철도·통신 회사 독점을 규제해 구글이나 애플 같은 ‘신생’ 회사를 키우며 성장했다”고 짚었다.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기업은 단연 구글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미 법무부를 상대로 검색엔진 및 광고 기술 시장에 대한 두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삼성이나 애플 기기에 구글 검색앱을 선탑재하는 불법 계약을 맺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던 1998년 MS의 웹브라우저 선탑재 소송과 닮았다. 당시 MS의 반독점 소송은 후발 주자 구글이 부상하며 시장이 격변하는 계기가 됐다. 26년이 지나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 3% 수준인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법정에서 “구글 독점이 심각하며 인공지능(AI)도 지배하려 할 것”이라고 증언한 건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이번 소송도 구글이 패소하면 사업 분할 등으로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구글의 디지털광고 시장 장악도 소송이 임박했다. 미 법무부와 캘리포니아, 뉴욕주 등은 지난해 “디지털광고 기술(애드테크) 사업부를 해체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장에선 미 정부가 승소하면 1982년 통신회사 벨시스템(현재 AT&T) 분할 이후 최대 반독점 기업 분할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슷한 소송은 유럽에서도 제기됐다. 지난달 독일 언론사 악셀스프링거 등 32개 미디어그룹은 “구글이 디지털 광고를 싹쓸이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21억 유로(약 3조471억 원)를 배상하란 소송을 걸었다. 애플도 난관에 부닥쳤다.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애플의 독점 관행을 손보려 소송전에 나섰거나 검토 중이다. 유럽은 DMA 시행 이전인데도 5억 유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스웨덴 음악스트리밍 앱 기업인 스포티파이가 “애플이 앱스토어 결제만 유도하는 ‘인앱결제’로 경쟁을 방해했다”며 제소한 결과다. 미 법무부도 조만간 앱스토어 독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다.● “소셜미디어가 담배와 다를 게 뭐냐” 세계 당국들이 플랫폼 독점과 더불어 문제 삼는 또 하나는 ‘중독’ 이슈다. 빅테크 독점에 철도·통신회사 독점 규제와 같은 잣대를 들이밀었듯, 소셜미디어 중독엔 ‘담배와의 전쟁’과 같은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청소년 중독을 야기해 공중보건 위기가 벌어졌으니, 이에 대한 시정은 물론 복지 부담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미 30여 개 주 법무장관 등이 관련 소송을 건 데 이어 지난달 뉴욕시도 메타와 구글, 틱톡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아이들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안전하지 않은 행동을 부추긴다”고 성토했다. 뉴욕시 등은 이들이 광고 수익을 키우려고 알고리즘을 통해 청소년 중독을 조장했다고 본다. “뉴욕시는 해마다 청소년 건강 프로그램에 1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다”며 피해도 호소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달 미 소셜미디어 청문회에서 유족들이 “소셜미디어가 사람을 죽인다”고 비난하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사죄의 뜻을 전한 뒤 불거졌다. 빅테크 독점과 중독 이슈는 미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소셜미디어의 ‘표현의 자유’ 문제는 민주·공화당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특히 이 이슈는 현재 정치적 논란으로 번져 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건 때 게시글을 올렸다가 계정이 차단된 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플로리다와 텍사스주는 소셜미디어의 자체적 게시물 삭제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빅테크가 반발하며 이 법의 유지 여부는 대법원이 결정짓게 됐다. NYT는 “온라인 시대 수정헌법 1조를 두고 벌이는 가장 중요한 재판”이라고 평했다.● 다음 타깃은 AI… “빅테크 의존 우려해야” “법엔 인공지능(AI)에 대한 예외 조항이 없다.” ‘빅테크 저승사자’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올 초 “(AI 기업들이) 혁신을 주장하며 위법을 숨기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FTC는 지난해 “아마존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부풀렸다”며 네 번째 반독점 소송을 걸었다. 이후 연말부터 AI 독점을 면밀히 살필 것임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실제로 빅테크 소송의 다음 타깃은 AI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독점과 중독, 허위 정보 등 빅테크 관련 소송의 모든 쟁점이 AI 분야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AI는 가공할 위력이 악용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넓다. FTC와 유럽 당국은 MS나 구글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위법이 없는지 조사에 나섰다. 각각 오픈AI와 앤스로픽에 투자해 독점적 지위를 강화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원래 기업 합병은 경쟁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오픈AI처럼 비영리법인 투자는 공시 의무가 없는 점을 노려 심사를 피했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칸 위원장도 “빅테크가 AI 신생 기업을 장악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AI 분야의 독점 가능성은 전문가들도 심각하게 우려하는 대목이다. 개발 비용이 커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향후 어떤 영향력을 가질지 짐작하기 어렵다. 게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최근 반도체 협력을 위해 중동에 다녀왔다”며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를 빅테크 경영진이 결정 내리는 건 정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에이미 라인하트 AP통신 AI 전략 수석도 올 초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의 AI 활용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빅테크에 의존할 가능성”을 꼽았다. 라인하트 수석은 “언론사들이 구글 AI 툴에 적응할 무렵에 구글이 공급을 끊거나 비용을 올릴 가능성을 상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고물가시대 저녁식사로 시리얼 어떤가요.가격이 괜찮거든요.”지난달 시리얼 제조사 켈로그의 게리 필닉 최고경영자(CEO)가 CNBC에 출연해 이 같이 발언하자 미국이 들끓었다.인플레이션이 둔화에도 식품 물가는 치솟아 저소득층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 회사 CEO의 발언이 분노를 자극한 탓이다.미 뉴욕시 퀸스에 사는 한 40대 주부는 “저녁에 고기도 못 먹는 우리를 놀리는 것 같다”며 “문제는 시리얼 가격도 한 박스에 10달러가 넘는다. 시리얼에 곁들일 우유,과일 값까지 생각하면 그것도 비싸다”며 고개를 저었다. 켈로그는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던 2022년부터 ‘저녁에 시리얼을 먹자’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해 왔고, 필닉 CEO의 발언도 회사 캠페인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럼에도 미 소비자들이 분노한 것은 3년째 이어지는 식품 고물가에 민감해 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미 농무부(USDA)발표에 따르면 2022년 미 가구 가처분 소득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1.3%로 1991년(11.4%)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엥겔지수가 30년 전으로 회기한 셈이다.미 농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유지류의 가격이 9%로 가장 빠르게 올랐고, 설탕과 과자가 8.7%, 시리얼과 베이커리 제품이 8.4% 급등했다. 시리얼은 2022년에도 13% 올랐었다.미 인플레이션이 둔화 추세임에도 식품 물가가 오르는 배경에 대해 식품 업체들은 원재료와 최저임금 상승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레오 제조사 몬델레즈는 올초 카카오 가격 급등에 과자 값을 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미국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에도 식품 물가 급등으로 저소득층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의 바가지 가격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식품 기업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최근 미 민주당 의원들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제품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단속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8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한국 금융통화위원회 격)에서 17년 만에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대기업 임금이 33년 만에 가장 크게 오르고 물가 상승세도 지속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용 정책 수단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엔저 현상이 다소 주춤해져 엔화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7월 이후로 늦출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역시 당분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일본은행 17년 만에 금리 인상”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금리 슈퍼위크’가 이번 주 펼쳐지는 가운데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국가는 단연 일본이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2016년 2월부터 유지 중인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연 ―0.1%인 단기금리를 0∼0.1%로 올려 ‘금리 있는 세계’로 발을 내디딜 가능성이 크다. 연내 0.25%까지 금리 인상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엔저 현상이 꺾이며 엔화 가치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축소돼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면 엔-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원-엔 환율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대폭적인 임금 인상이 있다. 일본 최대 노조단체 렌고에 따르면 올 대기업 평균 임금 인상률은 5.28%로 33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2%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실질임금 상승 상황이라 금리를 올릴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주 국회에서 “임금-물가 선순환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를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금리 인상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 침체에서 탈출하는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금리 인상에 맞춰 정부 공식 보고서로 23년 만의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저출산 고령화 지속, 낮은 노동생산성 등으로 성장세 회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 금리 인하 타이밍 찾는 미국 미 연준은 피벗(정책 전환)을 앞두고 적절한 타이밍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19, 20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점도표가 공개될 예정이라 더욱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점도표는 19명의 연준 위원이 생각하는 향후 적정 금리 수준을 각각 점으로 찍어 나타낸 표를 말한다. 올해 말까지 연준이 어느 정도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지에 따라 세계 금융 시장에 후폭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4.5∼4.7%로, 현 금리 5.25∼5.5%보다 0.75%포인트 낮게 잡았다. 약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를 내리겠다는 의미다. 이번 점도표 중간값은 이보다 낮아질지 아니면 높아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시장은 그간 6월 금리 인하에 베팅해 왔지만 예상보다 높은 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2%,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1.6%로 각각 전망치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반면 소비는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메모에서 거시경제 상황이 “골디락스(이상적인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은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모양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연준 정책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6월 동결 가능성을 일주일 전 약 26%에서 17일 오전(현지 시간) 기준 약 41%로 높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 우려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에도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인공지능(AI)계의 ‘우드스톡’ 축제를 놓칠 수야 없지 않나.” 미국 월가의 한 관계자는 18∼21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개발자 행사 ‘GTC(그래픽처리장치 기술 콘퍼런스) 2024’를 1969년 역사적인 록 페스티벌에 비유했다. 워런 버핏의 주주총회를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이라 부르는 것처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주재하는 행사도 같은 격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GTC가 열리는 새너제이 곳곳은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241.44% 뛰어오른 엔비디아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업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5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리며 올해 온·오프라인을 합쳐 30만 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며, 참가하는 국내외 기업도 250개가 넘는다. 행사장이 있는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인근 호텔들은 평소 300달러(약 40만 원)인 방을 900달러로 올렸는데도 빈 방이 거의 남질 않았다. 월가의 관심도 워낙 높아 뉴욕에서 가는 비행기 편은 평소보다 3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특히 황 CEO의 기조연설은 초미의 관심사다. 2014년 기조연설에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언급하며 AI로 업종 전환을 선언했던 그는, 올해는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차세대 칩 ‘B100’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측은 대만 TSMC의 최첨단 공정인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기술로 생산될 예정인 B100에 대해 “AI 업계에 획기적인 변혁(transformative)의 시대를 가져올 미래 비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GTC에 대규모 전시 부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엔비디아의 협력사로 부상하고 있는 두 회사는 AI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신기술을 선보인다. HBM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는 미 마이크론도 GTC를 후원하며 새로운 AI 솔루션을 내놓는다. AI계의 거물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AI 기업 xAI를 창립한 이고르 바부슈킨 전 구글 엔지니어, 마이크로소프트 생성AI 부사장인 세바스티안 뷔베크,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 오픈AI 최고운영책임자 브래드 라이트캡, ‘유럽판 오픈AI’ 미스트랄의 아르튀르 멘슈 CEO 등이 찾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GTC 2024를 계기로 AI 칩 열풍이 다시 한번 일어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를 기존 925달러에서 1100달러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 법안은 틱톡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이를 악용하거나 미국에 해를 가할 수 있는 누군가의 손에 있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목적이다.”(커린 잔피에어 미국 백악관 대변인) 이른바 ‘틱톡 금지법’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자 현재 미국이 중국과의 산업안보 전쟁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쇼우지 추 틱톡 최고경영자(CEO)의 “일자리 30만 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처럼 당장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디지털 분야에서 우위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제가 현재 가장 첨예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를 넘어 중국의 자동차와 배터리, 쇼핑 앱 등에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현재 미 포드자동차와 중국 배터리기업 CATL이 기술제휴한 미시간주 공장 설립 프로젝트가 미 의회의 압박 아래 난항을 겪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2월 포드는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을 위해 세계 1위 CATL과 제휴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만든 배터리를 탑재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해 중국 측 기술만 전수받아 100% 포드의 자회사 공장을 짓겠단 전략이었다. 하지만 미 의회가 제휴 자체를 문제 삼자, 포드는 지난해 9∼11월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기존 투자액 35억 달러(약 4조6113억 원)를 절반 가까이 줄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의회는 물러설 기미가 없다. 틱톡 금지법을 발의한 미 의회의 대표적인 대(對)중국 강경파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은 지난달 국무부 등에 서한을 보내 “연방정부가 포드의 미시간주 공장 건설에 관여한 중국 기업 4곳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틱톡에 이은 미 의회의 다음 타깃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공습이 거센 저가 쇼핑 앱 ‘테무’와 초저가 의류브랜드 ‘쉬인’이다. 의회 일각에선 테무에 올라온 저렴한 상품들이 미국의 노동 기준을 준수하며 생산됐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모든 상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야당 공화당 릭 스콧 상원의원 등은 최근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테무와 쉬인이 800달러 미만 개인 배송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내법을 악용하고 있다”며 “관련 법을 개정해 테무 등의 배송 물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블레인 루트커마이어 하원의원도 “테무를 신장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을 위반한 기업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하원이 13일(현지 시간)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트댄스 소유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사실상 미국에서 퇴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미 전체 인구 3억4000만 명 중 절반인 1억7000만 명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초강수를 둔 것이다. 법안이 현실화되려면 상원 의회까지 통과해야 하지만, 연방의회 차원에서 휴대전화 앱(애플리케이션)을 퇴출한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미 정치권은 그간 미 틱톡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바이트댄스를 통해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경계 수위를 높여 왔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로 본격화한 양국 간 기술 냉전이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개인정보 수집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틱톡 퇴출은 11월 미 대선의 쟁점으로도 부상했다.● 트럼프 반대에도 하원 통과 ‘일사천리’ 미 하원은 이날 ‘외국의 적(適)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틱톡 금지법)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가결했다. 5일 발의에서 이날 하원 통과까지 단 8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바이트댄스가 165일 안에 틱톡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는 더 이상 틱톡을 내려받을 수 없다. 사실상 지분 강제 매각과 시장 퇴출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 법은 공화당 소속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의원,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 등 20여 명이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표결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개 반대를 선언했지만 친(親)트럼프 강경파까지 대거 틱톡 퇴출에 찬성표를 던졌다. 백악관은 즉각 환영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인의 개인정보와 광범위한 국가안보가 위협에 처해 있다”며 상원 통과를 주문했다. 이에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의회에서 틱톡 금지법이 통과되면 법안에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우량기업을 마구잡이로 탄압할 수 있다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라며 “남의 좋은 물건을 보고 법적 근거를 만들어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완전히 강도 논리”라고 맹비난했다. 싱가포르계인 쇼우지 추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틱톡이 금지되면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영세 사업자들의 주머니에서 수십억 달러를 빼앗아 가게 될 것”이라며 “상원의원들에게 당신들의 의견을 전해 달라”고 젊은층에 여론전을 폈다. 지난해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 30세 미만 성인(18∼29세)의 3분의 1이 “주로 틱톡에서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美 대선 변수로 부상한 ‘틱톡 퇴출’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킬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틱톡 금지법의 하원 통과 자체로 미중 기술 경쟁의 상징이 된 ‘틱톡 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초 틱톡 규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중인 2020년 틱톡의 강제 매각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다만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일자 바이든 행정부는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통한 매각 협상을 추진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현재 틱톡에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 줄곧 틱톡 규제를 천명했지만 지난달 11일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이 열렸을 때 젊은층 표심을 노리고 틱톡에 선거 홍보 영상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자금난 때문에 틱톡 규제 반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매체는 그가 재집권할 경우 바이트댄스의 주요 주주인 제프 야스 SIG 공동대표가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야스로부터 대선 자금을 얻으려고 연일 틱톡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건의 형사 기소와 각종 민사 소송으로 대선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사라고 제안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다는 증거라고 WP는 진단했다. 두 사람은 10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동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한 후 그의 지지층은 ‘대선 사기’를 외치며 2021년 1월 워싱턴 의회에 난입했다. 당시 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사 플랫폼을 통해 지지층을 선동했다며 그의 계정을 정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트루스소셜’이라는 신생 소셜미디어를 직접 만들었다. 이후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이곳에만 글을 올렸고 주변에도 가입을 독려했다. 다만 2022년 10월 ‘X’를 인수한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해주는 등 친(親)트럼프 행보를 보였다. 머스크의 인수가 불발된 후 트루스소셜의 모기업 ‘TMTG’는 최근 상장을 목표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DWAC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30% 이상 뛰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또다시 시장 전망치를 소폭 상회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지속적인 주거비 상승에 이어 휘발유 가격이 깜짝 상승한 탓이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당초 시장의 기대를 바꿀 정도의 상승폭은 아니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2월 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3.2% 상승해 1월 CPI 상승률(3.1%)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3.1%)보다도 조금 높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8%, 전월 대비 0.4% 뛰었다. 역시 시장 전망치(3.7%, 0.3%)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대를 달성하기 전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1월 CPI 상승률과 2월 미 신규고용도 모두 월가 전망치를 웃돌았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CPI는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고 싶어하는 연준 내 ‘매파’의 목소리를 키우게 될 것”이라며 연준이 19, 20일 양일간 기준금리 결정을 위해 개최하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열띤 토론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물가 재상승 우려에도 월가는 이 수치가 ‘6월 금리 인하 기대’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주식시장이 상승했고 금리 변동에 민감한 주요 기술주 또한 큰 폭 올랐다. 오라클은 “인공지능(AI) 관련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혀 주가가 11.75% 급등했다. AI 대표주 엔비디아 또한 7.16% 상승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에 이어 영국 금융당국도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상 허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로써 기관투자가들은 런던 증시에 상장된 가상화폐 지수 연동 증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11일(현지 시간) 런던증권거래소가 가상화폐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거래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거래소는 즉각 “올해 2분기(4∼6월)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ETN의 상장 신청을 받겠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번 조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해 기관투자가들이 몰린 뒤에 나왔다. 영국이 허용 방침을 밝힌 ETN은 ETF와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지수에 연동돼 운용된다. 다만 ETF는 실제 자산을 보유하는 펀드이지만,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무담보 채무 증권이다. 만기 시 지수에 연동된 가치를 약속하는 일종의 채권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영국 금융당국은 “전문투자기관만 가상화폐 연동 ETN에 투자할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FCA는 제한 사유로 “가상화폐 자산은 위험도가 높아 투자자는 돈을 모두 잃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일반 개인투자자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기관투자가들은 런던 증시에 상장된 ETN에 투자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상승할 때 투자 이득을 노릴 수 있다. 그 때문에 ETN이 상장되면 비트코인 등에 글로벌 뭉칫돈이 더욱 쏠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1월 미국이 11개 비트코인 ETF 상장을 승인한 뒤로 지금까지 약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재집권하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겠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7만2000달러까지 돌파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두고 “또 다른 형태의 통화”라며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과거 암호화폐를 “사기(scam)에 불과하며 마약 거래 등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고 혹평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7일 국정연설에서 ‘증세’ 계획을 밝혔고, 암호화폐 규제 또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자신이 최근 출시한 운동화 굿즈(Goods·기념품) ‘트럼프 스니커즈’를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로 구매했음을 거론하며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생명을 얻었다”고 했다. 직접 비트코인을 구매한 적은 없지만 백악관에 다시 입성한다면 “때로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새 행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 규제를 놓고도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을 통해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공산당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며 대대적인 규제를 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틱톡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많은 미국 젊은이가 틱톡을 애용한다며 “틱톡을 없애면 페이스북만 더 커진다. 페이스북은 국민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2021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의 의회 난입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그의 계정을 2년간 정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페이스북은 특히 선거철에 미국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주가는 4.4% 급락했다. 전기차 업계도 양 캠프에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1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에도 관세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집권하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기업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4% 올랐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두 전현직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금융시장과 산업계가 일희일비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 특히 판세가 박빙일수록 시장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