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김현수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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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s@donga.com

취재분야

2024-03-25~2024-04-24
미국/북미26%
국제일반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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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가 테슬라와 합병 설득”…오픈AI, 과거 이메일 폭로

    “테슬라가 구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2018년 2월 1일 오전 3시52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와 오픈AI의 합병을 종용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일리아 수츠케버 등 오픈AI 공동 창업자들에게 보냈다. 당시 머스크와 오픈AI 창업자들은 인간수준의 일반인공지능(AGI)에 도달하려면 비영리 조직의 몇 천억 원 자금으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의 경쟁자는 시가총액이 1조 달러(1330조 원)이 넘는 구글이었다. 머스크는 이 이메일에서 “(테슬라와 합병하더라도) 오픈AI가 구글의 대항마가 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래도 0%는 아니다”라며 ‘테슬라가 오픈AI의 캐시카우가 돼야 한다’는 이름이 가려진 지인의 이메일을 첨부해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머스크와 샘 올트먼 등이 오픈AI 공동 창업자들로서 동지이던 시절의 이 이메일은 오픈AI가 5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폭로한 내용이다. 머스크가 지난주 오픈AI의 영리사업은 설립당시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오픈AI 기술을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자 머스크야말로 애초에 오픈AI를 영리법인으로 이끌려고 했던 장본인임을 폭로한 것이다. 또 머스크가 소장에서 “오픈AI는 폐쇄형 소스(closed-source)이며 세계 최대 기술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실상 자회사로 변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오픈AI는 “머스크는 오픈AI를 테슬라 내부로 들여오고, 지분 대다수를 갖고, 자신이 이사회를 통제하며 오픈AI CEO도 맡으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개인이 오픈AI를 통제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 거절했더니 머스크는 회사를 떠나며 지원하리고 한 자금을 보류했다.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창업자가 그 간극을 메워 운용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오픈AI의 머스크에 대한 반박글에는 오픈AI 창업초기 구글과 AI로 경쟁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 두려움, 결국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절박함 등도 담겨 있었다. 창업한 해 2015년 이메일에도 올트먼이나 수츠케버가 총 1억 달러 투자 모금을 발표하려 하자 머스크는 “10억 달러라고 발표해야 구제불능(hopless)으로 보이지 않는다. 못 구하면 내가 더 내겠다”며 어떻게든 구글의 딥마인드 등에 대항마로 포지셔닝 하려는 모습이 드러났다. 오픈AI는 머스크가 총 4500만 달러(599억 원)를 초기자금으로 투자했고, 다른 투자자들이 총 9000만 달러(1198억 원) 이상을 냈다고 밝혔다. 또 오픈AI는 2016년 수츠케버가 머스크에게 “오픈AI의 오픈의 의미는 AI를 개발한 뒤 그 과실을 공유하자는 것이지 내부 ‘과학’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자 머스크가 “그렇다”고 답한 메일도 공개됐다. 지난해 올트먼 오픈AI CEO 축출 사태의 주역으로 지목됐던 수츠케버 수석과학자는 머스크가 구글에서 빼내 온 천재 과학자로 AGI 개발의 리더로 꼽힌다. 오픈AI는 블로그에서 “머스크와 우리는 (창업 2년 차인) 2017년에 이르러서야 엄청난 투자가 필요함을 알았고 머스크는 그 누구보다 이를 알고 있었다”며 “우리가 깊이 존경했고 우리가 더 높은 목표를 갖도록 영감을 준 인물이 우리에게 실패할 것이라 말하고 경쟁업체를 출범시킨 데 이어 우리를 고소한 데 대해 슬프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머스크와 오픈AI 창업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근거로 머스크의 계약 위반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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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인플레 둔화 더 강한 확신 있어야 금리 인하”… 신중론 되풀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 상승률이 충분히 내려가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가 나와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파월 의장은 1월 이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는 ‘금리 인하 신중론’을 재차 밝힌 것이다. 1월 물가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어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파월 의장의 발언에 ‘깜짝 뉴스’가 없자 이날 뉴욕증시는 소폭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파월 의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우리는 좀 더 확신(confidence)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많은 지표를 보고 싶다”며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인플레이션 지표가 아닌 더 많은 증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조금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도 했던 발언과 거의 동일했다. 이날 민주당 측 의원들은 ‘연준의 높은 기준 금리가 서민들의 주거비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여러차례 불었는데,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에 신중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답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파월 의장 발언 이후 큰 변동 없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싣고 있다. 파월 의장은 또 미국 경제에 대해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낙관론으로 대응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좋은 길을 가고 있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은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 폭락 등 상업부동산 위기조짐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도 시스템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답변과 톤이 시장 전망과 일치함에 따라 증시는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5.86포인트(0.20%) 오른 3만8,661.05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6.11포인트(0.51%) 상승한 5,104.76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91.95포인트(0.58%) 뛴 1만 6,031.54로 장을 마쳤다. 모두 3거래일 만에 반등한 수치다. 시장의 낙관론 속에 엔비디아는 이날에도 3.18% 올라 887달러에 장을 마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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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만9000달러 최고가 찍은 비트코인, 14% 급락

    비트코인이 5일 장중 6만9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11월 6만8990달러를 찍었던 이전 기록을 2년 4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비트코인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초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같은 해 11월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까지 겹쳐 한때 1만6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약 300% 이상 급등했다. 가상화폐 거래 앱 스완의 코리 크립스텐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150여 번이나 ‘가상화폐는 죽었다’는 선언이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살아남았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비트코인이 1년 반여 만에 300% 뛴 주요 원인으로 미 금융당국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했다는 점이 꼽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신청한 11개 현물 ETF를 승인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시장에 출시된 ETF 총자산은 500억 달러(약 66조8000억 원)에 육박한다. 또 이날 하루 동안 약 100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거래가 ETF를 통해 이뤄졌다. 가상화폐 자산 관리사 갤럭시디지털에 따르면 1일 기준으로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약 4%가 새로운 ETF에 묶여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건스탠리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에 얹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상승의 또 다른 배경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인공지능(AI) 열풍 등으로 최근 주식 채권 등 주요 금융자산이 잇따라 상승하면서 가상화폐 또한 동반 상승세에 접어들 것이란 낙관론 등이 꼽힌다. 또 4년마다 돌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다음 달 말로 예상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비트코인은 특정 시기에 채굴량이 반으로 줄어들도록 설계됐다. 공급 감소로 기존 비트코인의 몸값이 올라갈 여건이 만들어진다. 다만 가상화폐 회의론자들의 경고 또한 상당하다. 이들은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문제삼는다. 5일에도 6만9000달러를 찍은 직후 14% 이상 급락할 정도로 등락 폭이 커 투자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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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 6만9000달러 뚫고 사상 최고가…일각선 “변동성 크다” 신중론

    비트코인이 5일(현지시간) 장중 6만9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11월 팬데믹 자산 랠리 가운데 6만8990달러를 찍었던 이전 기록을 2년 4개월 만에 갈아 치운 것이다. 2022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더불어 글로벌 가상화폐거래소였던 FTX 파산 사태로 1만60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이 이후 300% 이상 상승한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 앱 스완의 코리 크립스텐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150여 번이나 ‘가상화폐는 죽었다’는 선언이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살아남았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비트코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여전하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가상화폐는 범죄용”이라고 비판했고, 게리 갠슬러 미 증건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규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1년 반 만에 300% 뛴 배경으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이 꼽힌다. SEC는 1월 10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신청한 11개 현물 ETF를 승인한바 있다. 시장에 출시된 ETF 총 자산은 500억 달러(66조8000억 원)에 육박하고 5일 현재 하루동안만 약 100억 달러(13조40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거래가 ETF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암호화폐 자산 관리사인 갤럭시 디지털에 따르면 1일 현재 기준으로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약 4%가 새로운 ETF에 묶여 있는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건스탠리도 현물비트코인ETF에 대한 실사를 진행중이며 자사 플랫폼에 얹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향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제도권 투자기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비트코인 상승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시장이 강세장으로 전환되며 낙관론이 주류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4년마다 돌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다음달 말로 예상된 점도 상승에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에는 비트코인 하루 채굴량이 현재 900개에서 450개로 줄어드는 등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승승장구 속에서도 가상화폐 회의론자들의 경고음도 여전하다. ETF로 일반 투자자들도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최고치를 경신한 이날도 6만9000달러를 찍은 직후 다시 14%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여전히 투기성 상품이라는 비판도 높다. 무디스의 라지브 밤라 디지털 금융 수석부사장은 “디지털 금융 생태계, 특히 가상화폐 시장의 앞길은 변동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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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테크 규제 불붙인 EU… 애플, 美-韓서도 ‘인앱결제’ 갈등

    유럽연합(EU)이 애플의 ‘인앱결제’(앱스토어 내부 결제) 관행에 과징금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를 부과하면서 빅테크 반(反)독점 규제에 불을 붙였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5억 유로를 3배 이상 뛰어넘은 역대급 ‘벌금 폭탄’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인앱결제 갈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4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을 유통하는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 ‘iOS’(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사용자가 음악 스트리밍 구독에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고 과징금 부과 이유를 밝혔다. 애플은 아이폰과 함께 앱스토어를 시장에 내놓은 후 16년 동안 인앱결제 시 30% 수준의 수수료, 즉 ‘통행세’를 받아 앱 간 경쟁을 방해하고 ‘애플뮤직’ 같은 자사 앱이 유리하도록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U는 2019년 스웨덴 음악 스트리밍 앱 기업 ‘스포티파이’의 제소로 조사를 시작해 애플이 인앱결제를 통해 음악 앱 경쟁사들에 불이익을 주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는지를 집중 진단한 끝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 애플에 대한 EU의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빅테크 규제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법무부 또한 주요 빅테크에 규제를 가할 뜻을 밝혔다. 다만 애플이 실제로 2조7000억 원을 낼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아일랜드에 밀린 세금 130억 유로를 내라는 EU의 명령에 대해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이번 과징금 부과에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애플과 구글은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의 지난해 10월 과징금 부과에도 반발하고 있다. 한국은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2021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제정했다. 이후 방통위는 구글과 애플에 각각 475억 원, 20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두 회사가 방통위의 과징금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 결정이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EU의 과징금 부과가 애플과 구글의 태도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EU와 한국 법 체계가 다른 부분이 있지만 애플에 대한 EU의 과징금 부과 조치가 (방통위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애플이 제출한 의견서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애플이 EU에 대해서는 적극적 개선 방안을 내놓는 반면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움직임이 더디다는 점이다. 애플은 한국에서도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제정된 뒤인 2022년 6월 인앱결제 방식 외에도 제3자 결제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수수료율은 플랫폼 자체 인앱결제(최대 30%)보다 4%포인트 낮은 26%로 책정했다. 유럽에서 최대 13%포인트까지 인하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겉보기에는 애플이 한국 법을 준수한 듯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앱결제를 유도하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제3자 결제 방식을 선택하면 26%의 수수료 외에도 추가로 결제 대행업체 및 카드사 수수료 등이 붙는다. 이 경우 실질적인 수수료가 30%를 넘어 제3자 결제방식을 선택한 사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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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지지율 경고음… 슈퍼 화요일 코앞 트럼프에 5%P 뒤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야당 공화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9연승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재대결 가능성이 높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2일(현지 시간)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의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43%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8%)에게 5%포인트 뒤졌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나 12월 같은 조사(2%포인트 차)보다 격차가 벌어졌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가 올라가서라기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유권자들 가운데 둘 모두 싫다는 이른바 ‘더블 헤이터스(double haters)’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더 떨어지는 것이다. NYT는 “인기 없는 전직 대통령 트럼프보다 현직 대통령 바이든의 인기가 더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바이든 국정 운영’ 부정평가 최고치 바이든 대통령의 위기는 미국인들이 느끼는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 고령에 대한 의구심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NYT와 시에나대가 2월 25∼28일 미 유권자 9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47%로 NYT 자체 조사 중 가장 높았다. 미 증시가 연일 최고점을 찍고 있지만 경제가 좋다고 느끼는 유권자는 26%에 그쳤다. 특히 18∼29세 젊은 층 가운데 ‘경제가 매우 좋다’는 응답은 0%, ‘좋다’도 14% 수준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호감도 격차도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는 2020년 10월에 43%, 2024년 2월에 44%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기간 52%에서 38%로 수직 하락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불법이민자 급증, 인플레이션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 원인은 그가 단순히 인기가 없다는 것 자체”라고 분석했다. 여성과 비(非)백인 등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이 약화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0년 대선 당시 출구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은 유색인종 유권자로부터 72%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과 50%포인트 이상 격차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NYT 조사에서는 47%로 트럼프 전 대통령(41%)과 겨우 6%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2020년 대선 당시 여성 지지율도 바이든 대통령이 15%포인트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동등하게 각각 46%씩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48%)은 2015년 그가 대선 주자로 NYT 여론조사에 처음 등장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른바 민주당의 ‘집토끼’가 흔들리면서 경합주에서 비상이 걸렸다. 최근 블룸버그통신-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서 조지아주, 미시간주 등 7개 경합주 모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9%포인트 뒤졌다.● 바이든 또 말실수, 가자-우크라 혼동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미주리주, 미시간주, 아이다호주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하며 5일 16개 지역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에 사실상 대선 후보로 쐐기를 박겠다는 구상이다. 그가 대의원 36%(전체 2429명 중 874명)를 뽑는 이날 압승할 경우 마지막 남은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사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버지니아주 유세에선 불법이민 문제를 거론하며 “전 세계 교도소 인구가 수십 년 만에 가장 적은 것은 수십 년간 수감자들이 미국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며 “이 멍청한 인간(바이든)은 이것도 이해 못할까”라고 했다. 또 “바이든은 미 공립학교를 난민캠프로, 미국을 범죄와 질병이 만연한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에 따른 인지력 논란 와중에 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를 혼동하는 말실수를 했다. 그는 이날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발표하던 중 “조만간 우리는 항공으로 우크라이나에 구호품을 뿌리는 일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비상에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1일 ‘우먼 포 바이든’(바이든을 위한 여성들) 캠페인에 나섰다. 바이든 여사는 “(트럼프는) 일생 동안 여성을 비방하고 낮춰 봤다. 그는 여성과 우리 가족들에게 위험하다”며 맹폭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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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발에 큰 뿔테안경-빨간 입술…103세로 별세한 美 패션 아이콘 아펠

    백발에 커다란 뿔테 안경, 선명하게 빨간 입술까지…. 미국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패션 아이콘인 아이리스 아펠이 1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103세.뉴욕타임스(NYT) 등은 미 뉴욕 사교계 명사인 아펠이 플로리다 팜비치 자택에서 이날 숨졌다고 보도했다. 아펠은 화려한 색생과 스타일의 의상, 목과 팔에 감은 과감한 액세서리 등 개성 넘치는 패션 세계를 보여준 인물로 유명했다. 1921년 뉴욕에서 태어난 아펠은 1950년대 남편 칼 아펠과 함께 회사 ‘올드 월드 위버스’를 세우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 화장품 업계 거물 에스티 로더를 고객으로 두는 등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등 역대 미 대통령 9명의 백악관 인테리어 공사를 맡아 명성을 떨쳤다.아펠이 패션계 명사로 떠오르며 광고, 패션잡지 모델로 활약한 것은 80세가 넘어서다. 마텔사는 2017년 그의 모습을 본뜬 바비 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97세가 되던 2019년에는 세계 최대 모델 에이전시 IMG와 계약을 맺었다.아펠은 3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스스로를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10대’라고 소개했다. 또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으면 지루하다(More is more & less is a bore)”라고 자신의 패션관을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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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선호 ‘근원 PCE’ 2.8%…시장은 6월 금리 인하에 베팅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지수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1월 전년대비 2.8% 올라 시정 전망치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정책 목표인 2%에 부합한 수치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이 재상승 징후를 보인 상태다. 뉴욕증시 지수 선물은 PCE 발표 직후 상승폭을 소폭 확대했다.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1월 헤드라인 PCE 물가지수가 전년대비 2.4%올라 지난해 12월(2.6%)에 비해 내려갔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에 7%대로 정점을 찍었던 것에 비해 연준의 정책 물가 목표치에 근접한 수치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으로 지난해 9월(0.4%) 이후 가장 높았다. 연준이 정책목표 기준으로 삼는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대비 2.8% 올라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근원 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주거비 서비스 내구재 등의 물가를 의미한다. 전월 대비로도 0.4% 올라 시장 예상과 일치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서비스 가격이 전월 대비 0.6% 상승했고, 상품 부문은 0.2% 하락했다. 12개월 기준으로는 서비스가 3.9% 상승하고 상품이 0.5% 하락했다. 서비스는 끈적한 인플레이션, 상품 부문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전망치를 벗어난 데이터는 개인 소득 증가였다. 예상치인 0.3%를 훨씬 상회하는 1%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지출은 0.2% 증가 예상과 달리 0.1% 줄었다. 이번 PCE 발표는 연준의 전망치에 하락세를 보이던 다우지수 선물이 상승세로 전환하고 나스닥지수 선물 등이 상승폭을 소폭 키웠다. 금리 선물 시장을 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5월 인하 가능성을 약 20%, 6월 인하 가능성을 약 65% 가량 평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도 6월 인하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경제학자는 28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올해 5월 첫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며 5월에 0.2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분기마다 0.25%포인트 씩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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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10년 공들인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접었다

    애플이 ‘꿈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천명하며 10년 동안 수조 원을 쏟아부었던 ‘애플카(Apple Car) 프로젝트’가 결국 무산됐다. 최근 기술 전쟁에서 인공지능(AI)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자 전기차를 차세대 주력으로 삼았던 애플이 백기를 들고 동참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27일(현지 시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은 자동차 개발팀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SPG)’ 임직원 2000여 명에게 개발 프로젝트 중단을 공지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애플카 프로젝트 책임자는 이날 회의를 소집해 직접 해산 소식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윌리엄스 COO 등은 애플카를 중단하는 이유로 ‘AI 투자 확대’를 들었으며, 프로젝트 관련 임직원 가운데 3분의 1은 AI 관련 부서 등으로 재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애플카 포기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위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19%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시기를 늦추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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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경쟁서 밀린 애플, ‘바퀴 달린 아이폰’ 개발 백지화

    “애플카(Apple Car)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선언은 현재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미래 산업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애플로서는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장벽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던 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촉발한 AI 경쟁에서 뒤처졌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애플카 프로젝트 책임자는 내부 회의에서 애플카 중단 사유로 AI 투자 확대를 거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로젝트 관련 임직원 가운데 약 3분의 1은 AI 관련 부서 등으로 재배치된다”며 “자동차 디자이너 등 애플카 특화 인력은 해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일부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3년 만인 2014년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사업으로 ‘타이탄 프로젝트’라고 불린 전기차 개발을 야심차게 지휘했다. 자동차는 AI와 결합한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었고, 테슬라가 등장해 전통 자동차 산업을 흔들었다. 컴퓨터 관련 선두업체인 애플로선 후발주자라도 ‘바퀴 달린 아이폰’으로 게임 체인저가 될 승산이 있다고 여겼다. 제너럴모터스 전직 임원인 필 에이브럼스는 WSJ에 “애플은 당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아우라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동차는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탑승자 안전과 교통 이슈 등 복잡한 문제가 엮여 있는 자동차 시장은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았다. 애플은 아이폰을 제조하는 대만 폭스콘처럼 기아자동차와 생산 파트너십을 도모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도 쉽게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최근 “고군분투하던 애플이 애플카의 2025년 출시 예정일을 2028년으로 미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챗GPT의 등장이 몰고 온 미래 기술 시장의 변화였다. 생성형 AI는 소비자 기기를 비롯한 모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현지 매체들은 “애플은 테슬라를 잡으려다 오픈AI 손을 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뒤처진 현실을 직시하고 결국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시장은 애플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소식이 나온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0.8% 상승으로 마감했다. 쿡 CEO가 1일 실적 발표 뒤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말이면 AI 관련 흥미로운 발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내 생성형 AI 모델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애플카에 집어넣은 자원을 AI에 공격적으로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또 다른 빅테크인 구글이나 아마존도 AI 전쟁에 전력을 쏟고 있다.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분위기인데도 이들은 대규모 감원을 이어가며 AI 투자를 천명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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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카 사망 선고”…수조원 쏟았지만 AI에 밀려 개발 무산

    애플이 ‘꿈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천명하며 10년 동안 수조 원을 쏟아 부었던 ‘애플카(Apple Car) 프로젝트’가 결국 무산됐다. 최근 기술 전쟁에서 인공지능(AI)이 ‘게임 체인저’로 급속도로 부상하자 전기차를 차세대 주력으로 삼았던 애플도 백기를 들고 동참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미 뉴욕타임스(NYT) 등은 27일(현지 시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은 자동차개발팀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SPG)’ 임직원 2000여 명에게 개발 프로젝트 중단을 공지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애플카 프로젝트 책임자는 이날 회의를 소집해 직접 해산 소식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윌리엄스 COO 등은 애플카를 중단하는 이유로 ‘AI 투자 확대’를 들었으며, 프로젝트 관련 임직원 가운데 3분의 1은 AI 관련 부서 등으로 재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애플의 애플카 포기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위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 분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19%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시기를 늦추고 있다.“애플카(Apple Car)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선언은 현재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미래 산업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애플로서는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장벽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던 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촉발한 AI 경쟁에서 뒤쳐졌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애플카 프로젝트 책임자는 내부 회의에서 애플카 중단 사유로 AI 투자 확대를 거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로젝트 관련 임직원 가운데 약 3분의 1은 AI 관련 부서 등으로 재배치된다”며 “자동차 디자이너 등 애플카 특화 인력은 해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일부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3년 만인 2014년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사업으로 ‘타이탄 프로젝트’라고 불린 전기차 개발을 야심차게 지휘했다. 자동차는 AI와 결합한 ‘바퀴달린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었고, 테슬라가 등장해 전통 자동차 산업을 흔들었다. 컴퓨터 관련 선두업체인 애플로선 후발주자라도 게임체인저가 될 승산이 있다고 여겼다. 제너럴모터스 전직 임원인 필 에이브람스는 WSJ에 “애플은 당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아우라가 있었다”고 전했다.하지만 자동차는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탑승자 안전과 교통 이슈 등 복잡한 문제가 엮여 있는 자동차 시장은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았다. 애플은 아이폰을 제조하는 대만 폭스콘처럼 기아자동차와 생산 파트너십을 도모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도 쉽게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최근 “홀로 고군분투하던 애플이 애플카의 2025년 출시 예정일을 2028년으로 미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챗GPT의 등장이 몰고온 미래 기술 시장의 변화였다. 생성 AI는 소비자 기기를 비롯한 모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현지 매체들은 “애플은 테슬라를 잡으려다 오픈AI 손을 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뒤쳐진 현실을 직시하고 결국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시장은 애플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소식이 나온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0.8% 상승으로 마감했다. 쿡 CEO가 1일 실적발표 뒤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말이면 AI 관련 흥미로운 발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내 생성 AI 모델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애플카에 집어넣은 자원을 AI에 공격적으로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또 다른 빅테크인 구글이나 아마존도 AI 전쟁에 전력을 쏟고 있다.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분위기인데도 이들은 대규모 감원을 이어가며 AI 투자를 천명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지난달 “우선순위(AI)에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모으려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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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연방대법, ‘트럼프 SNS 계정 정지가 옳은가’ 재판 시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올린 게시글로 촉발된, 소셜미디어에서 ‘표현의 자유’에 제동을 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미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된다. 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허위 정보나 선동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콘텐츠를 언론처럼 편집할 권리가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연방대법원은 26일 소셜미디어 업체가 자체적으로 문제 게시물을 삭제하고, 해당 계정을 차단하는 것을 금지한 텍사스주, 플로리다주의 법을 두고 첫 구두 변론을 진행했다. 이들 주 지방법원은 ‘표현 및 출판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1조에 입각해 소셜미디어의 게시글 삭제 등이 월권이라고 봤으나 상위 법원에서 판단이 엇갈려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온라인 시대 수정헌법 1조를 두고 벌이는 가장 중요한 재판”이라며 “정치, 경제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소송의 시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게시글이 1·6 사태를 선동했다며 당시 트위터가 계정을 정지한 것이다. 이에 보수 성향 주지사를 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공화당 우세주)’인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는 소셜미디어 업체의 콘텐츠 조정 능력을 대폭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진보 성향의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보수 성향 콘텐츠를 검열하고 있다는 보수층의 반발이 작용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와 X, 구글 등을 회원으로 둔 이익단체 ‘넷초이스’는 이러한 법이 과도하다며 ‘줄소송’을 걸었다. 넷초이스 측은 이날 변론에서 “소셜미디어는 사실상 언론이라 편집권이 있다”며 “트위터는 신문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플로리다주 변호인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신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언론보다는 ‘공론장’에 가까워 업체가 콘텐츠를 편집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NYT에 따르면 이날 4시간에 걸친 변론 뒤에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해당 법에 따라 제한받는 기업이 너무 광범위하다”고 밝힌 반면 보수 성향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우리 사회의 발언을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은 수정헌법 1조에 전적으로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해 콘텐츠라도 그대로 둬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통적으로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판례 등을 근거로 “수정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개인과 기업이 동의하지 않는 생각을 전달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권리까지 보장한다”고 분석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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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컴 투 더 문”… 美기업, 달을 개척하다

    “달에 온 걸 환영한다(Welcome to the Moon).” 22일(현지 시간) 미국 인튜이티브머신스의 우주탐사선 ‘오디세우스’(노바-C)가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미 우주선의 달 안착은 52년 만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민간 우주탐사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티븐 올티머스 인튜이티브머신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후 6시 23분(미 동부시 기준) 달 착륙 성공 소식을 알리며 “우린 달에 있고, 제대로 신호를 보낸다”며 “놀라운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지원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빌 넬슨 국장도 “오늘, 반세기 만에 미국이 달에 돌아갔다”며 “인류의 승리”라고 기뻐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2012년 NASA 출신들이 만든 스타트업이다. 로켓 발사체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맡았다. 현지 매체들은 “스타트업의 도전과 빅테크의 공조, 정부 지원이라는 3박자가 어우러져 새로운 ‘이정표(milestone)’를 세웠다”고 전했다.‘아폴로’ 지켜봤던 이란 소년, 52년만에 美를 다시 달로 보냈다 NASA 출신이 창업한 ‘인튜이티브’잇단 실패끝 민간 첫 달착륙 성공美, 기업 도전에 기술-자금 지원머스크-베이조스의 도전도 한몫 “미국이 달에 돌아왔다(The US has returned to the moon).” 1969년 열한 살 때 고향 이란에서 이웃집 TV로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장면을 지켜본 소년은 줄곧 우주를 가슴에 품어왔다. 열여덟 살엔 꿈을 이루려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48년 뒤인 22일(현지 시간), 소년의 꿈은 현실이 됐다. 캄 가파리안(66)이 창업한 스타트업 인튜이티브머신스의 오디세우스(노바-C)가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을 이뤄냈다. 민간기업의 꿈을 실현시킨 오디세우스는 미 동부시 기준 22일 오후 6시 23분(한국 시간 23일 오전 8시 23분) 달 남극에서 300km 떨어진 분화구 ‘말라퍼트 A’ 지점에 착륙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오디세우스가 제대로 수직으로 선 채 자료를 전송하고 있다”며 “달 표면을 찍은 첫 이미지를 내려받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성공엔 미 스타트업의 기업가정신과 정부의 풍부한 인재 풀 및 투자 지원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른바 미국의 ‘뉴스페이스(New Space)’ 경제가 결실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 공학자이자 사업가인 가파리안은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스티븐 올티머스와 함께 2012년 인튜이티브머신스를 세웠다. 초기는 헬스케어 분야에 주력했지만, 2018년 NASA가 달 남극에서 임무를 수행할 민간기업을 찾는다는 소식에 방황을 선회했다. 이른바 NASA의 ‘상업 달 탑재체 서비스(CLPS)’ 프로그램이다. 올티머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기존 사업이 우리 DNA와 맞지 않아 ‘달 탐사’를 선택했다”며 “우린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고 싶은 멋진 이들과 일한다”고 했다. 실패를 경험으로 여기는 우주광들의 도전정신이 빛을 발한 것이다. 여러 정부도 쓴맛을 본 달 탐사는 민간기업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NASA와 계약을 맺은 애스트로보틱도 지난달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직원 140여 명(2022년 기준) 중 상당수가 NASA 출신. 착륙 지점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자체항법시스템 개발 등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NASA에서 1억1800만 달러(약 1573억 원)를 지원받고,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했다. 오디세우스는 달을 탐사하는 기존 임무와 별개로 화가 제프 쿤스의 달 형상 작품과 아웃도어기업 컬럼비아의 우주선 보호 단열재 등도 함께 싣고 갔다. 다가올 우주 경제 시대에 대비해 “달에 여러 인프라를 구축해 새로운 지구를 만드는 꿈을 반영했다”고 한다.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는 미국 괴짜 기업가들이 이끈 혁신도 밑바탕이 됐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2002년 ‘화성 이주’를 목표로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 재활용을 통해 로켓 산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자신의 꿈을 담은 블루오리진스를 설립해 2021년 로켓을 타고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미 월가는 “뉴스페이스 경제 덕에 향후 우주산업이 2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전 항공우주연구원장)는 “미 민간기업이 달 착륙까지 성공한 건 스페이스X 등의 혁신과 더불어 미국의 풍부한 인력풀, 산업 공급망과 같은 저변 확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효율적 개발비 운용을 바탕으로 민관이 손잡고 우주 탐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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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대 우주전쟁 수준의 美 민관 합작 반도체 작전 [특파원칼럼/김현수]

    22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텔의 첫 파운드리 행사장. 노련한 40년 ‘반도체맨’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흥분된 목소리로 “2030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에 오르겠다”고 외쳤다. 세계 2위 삼성전자를 제치고 TSMC를 쫓겠다는 선언에, 장내에선 엄청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파운드리 시장의 ‘초짜’이자 시장점유율 1%인 인텔이 또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카드를 꺼내나 싶었다. 하지만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화상으로 깜짝 등장하자 선언의 무게는 확 달라졌다. 세계 인공지능(AI) 간판 기업이 된 MS가 인텔의 1.8나노 칩을 주문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 AI 생태계가 인텔을 지원하겠다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를 “1960년대 우주전쟁에 버금가는 민관의 전략적 협력”이라고 평했다. 인텔은 2021년 3월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할 당시부터 미 정부의 반도체 전략 핵심에 있던 기업이지만 파운드리 성공 여부에 대해선 시장의 의구심이 컸다. 나노공정 기술력이 단순히 돈을 쏟아부어 공장을 짓는다고 하루아침에 달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이어 이제는 인텔의 첫 1.8나노 양산 칩을 사주겠다는 MS의 등장. 게다가 최첨단 노광장비를 인텔에 먼저 팔겠다며 네덜란드 ASML도 인텔의 아군으로 나섰다. 대격변은 시장이 먼저 감지하고 있다. AI 칩 수요 폭발이라는 시장 패러다임이 전환기를 맞은 것이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폭발한 AI 열풍은 반도체 시장을 뒤바꾸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임기 초 웨이퍼를 들고 ‘미국 반도체 공급망’을 외칠 때만 해도 생각하지 못한 변화다. 최근 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00% 가까이 급등한 AI 칩 설계 기업 엔비디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 칩 시장은 1400억 달러(약 186조 원)까지 뛸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에선 후자지만 미 정부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친구들을 보유한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이다. AI 칩 수요 폭발에 상당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미국 중심의 ‘AI 원팀’이 꾸려진다면 인텔의 ‘근자감’에 충분한 근거를 마련해줄 수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실제로 증명된다면 파운드리 세계 2위 삼성전자로서는 인텔의 추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미국보다 앞선 2019년에 이미 민관이 ‘2030년 TSMC를 제치고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제패’를 다짐했던 전례가 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이룰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5년 동안 정부의 전폭적 반도체 지원은 무엇이 있었나. 지원은커녕 착공을 어렵게 만드는 각종 규제에, 연구개발 분야 주 52시간 근무를 두고도 논란만 되풀이했다. 그사이 5년 전보다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더 커졌다. 2030년 1위 선언 당시 양사의 격차는 약 30%포인트였지만 최근에는 4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제는 삼성이 세계 1등을 하겠다고 공언한 2030년에, 후발 주자 인텔이 삼성을 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AI발 패러다임 전환은 한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지금의 지위조차 잃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젠 정말 낭비할 시간이 없다.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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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이 현실로”…기업가정신-인력풀-투자 3박자에 민간 달 착륙 이뤄

    “미국이 달에 돌아왔다(The US has returned to the moon).”1969년 열한 살 때 고향 이란에서 이웃집 TV로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지켜본 소년은 줄곧 우주를 가슴에 품어왔다. 열여덟 살엔 꿈을 이루려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48년 뒤인 22일(현지 시간), 소년의 꿈은 현실이 됐다. 캄 가파리안(66)이 창업한 스타트업 인튜이티브머신스의 오디세우스(노바-C)가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을 이뤄냈다.민간기업의 꿈을 실현시킨 오디세우스는 미 중부시 기준 22일 오후 6시 24분(한국시간 23일 오전 8시 24분) 달 남극에서 300km 떨어진 분화구 ‘말라퍼트 A’ 지점에 착륙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오디세우스가 제대로 수직으로 선 채 자료를 전송하고 있다”며 “달 표면을 찍은 첫 이미지를 내려받으려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현지 매체들은 “이번 성공엔 미 스타트업의 기업가정신과 정부의 풍부한 인재 풀 및 투자 지원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른바 미국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경제가 결실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공학자이자 사업가인 가파리안은 미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스티븐 알테무스와 함께 2012년 인튜이티브머신스를 세웠다. 초기는 헬스케어 분야에 주력했지만, 2018년 NASA가 달 남극에서 임무를 수행할 민간기업을 찾는단 소식을 듣고 방황을 선회했다. 이른바 NASA의 ‘상업 달 탑재체 서비스(CLPS)’ 프로그램이다.알테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기존 사업이 우리 DNA와 맞는 않아 ‘달 탐사’를 선택했다”며 “우린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고 싶은 멋진 이들과 일한다”고 했다. 실패를 경험으로 여기는 우주광들의 도전 정신이 빛을 발한 것이다.여러 정부도 쓴 맛을 본 달 탐사는 민간기업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NASA와 계약을 맺은 애스트로보틱도 지난달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직원 110여 명 중 상당수가 NASA 출신. 착륙 지점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자체항법시스템 개발 등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NASA에서 1억1800만달러(약 1573억 원)을 지원받고,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했다.오디세우스는 달을 탐사하는 기존 임무와 별개로 화가 제프 쿤스의 달 형상 작품과 아웃도어기업 컬럼비아의 우주선 보호 단열재 등도 함께 싣고 갔다. 다가올 우주 경제 시대에 대비해 “달에 여러 인프라를 구축해 새로운 지구를 만드는 꿈을 반영했다”고 한다.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는 미국 괴짜 기업가들이 이끈 혁신도 밑바탕이 됐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2002년 ‘화성 이주’를 목표로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 재활용을 통해 로켓 산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자신의 꿈을 담은 블루 오리진스를 설립해 2021년 로켓을 타고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미 월가는 “뉴 스페이스 경제 덕에 향후 우주 산업이 2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미 민간기업이 달 착륙까지 성공한 건 스페이스X 등의 혁신과 더불어 미국의 풍부한 인력풀, 산업 공급망과 같은 저변 확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효율적 개발비 운용을 바탕으로 민관이 손잡고 우주 탐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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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텔 “1.8나노 연말양산” 삼성-TSMC에 선전포고

    “2030년 세계 2위 파운드리가 되겠다.” 인텔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올해 말 1.8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에 나선다고 21일(현지 시간) 선언했다. 2027년 1.4나노 공정까지 성공해 삼성전자를 넘어 세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나노 단위의 반도체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는 빨라져 성능이 우수하다. 인텔이 연말 1.8나노 칩 양산에 성공한다면 2025년 2나노 칩을 양산하려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계획을 앞서게 된다. 인텔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첫 파운드리(위탁생산) 행사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2024’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파운드리 후발주자 인텔의 야심 찬 계획은 그간 업계의 의구심을 사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 인공지능(AI) 선두 기업인 MS가 인텔의 1.8나노 칩을 주문한 고객사로 깜짝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는 반도체 패권을 가져오기 위해 전면적인 ‘칩워(Chip War·반도체 전쟁)’를 개시하겠다는 미국의 선전포고였다. 기업과 정부가 똘똘 뭉쳐 AI 칩 개발과 설계는 물론이고 한국, 대만 등 아시아에 빼앗긴 ‘첨단 반도체 제조 생산’ 주도권까지 가져와 미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50년 동안 세계 정치는 석유가 어디서 나는지에 좌우됐다. 이제는 반도체가 주인공”이라며 “아시아가 80%를 차지한 제조 비중을 서방 세계로 50%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우리 모두는 미국에서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인텔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화상 연설을 통해 “인텔은 미 반도체 산업의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우며 “미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려면 제2의 반도체법이든, 다른 방식이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기술의 대도약을 이뤄낸다면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와 미국의 공세 사이에 낀 한국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커졌다”며 “기업은 첨단기술로 기회를 잡고, 정부는 인재 확보와 재정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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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텔-MS-오픈AI ‘칩 어벤져스’… 美정부 “칩스법 시즌2로 지원”

    “인공지능(AI)은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고, 미국 반도체에 새로운 기회를 제시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연단에 서서 “미 공급망의 재건”, “AI 시대 파운드리 선두주자”와 같은 야심 찬 단어를 쏟아냈다. 겔싱어 CEO뿐이 아니었다. 인텔의 첫 파운드리(위탁생산) 행사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2024’에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미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법 ‘시즌2’를 예고하며 지속적 투자를 약속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얼굴을 내밀었다. 미국 AI 산업 리더들과 미 행정부 핵심 관료까지 총출동해 인텔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AI 칩 수요 폭발… 미국이 뭉쳤다 이날 인텔의 발표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2027년까지 1.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칩 양산에 성공할 것이라는 로드맵과 MS가 인텔로부터 1.8 나노 칩을 사들일 것이란 부분이었다. ‘나노 공정’은 웨이퍼 위에 그리는 각 회로 사이의 폭을 나노 단위로 줄여 칩 성능을 높이는 초미세 공정을 말한다. 현재까지 3나노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다. 인텔은 과거 7나노 공정에서도 애를 먹었다. 인텔 파운드리의 시장 점유율은 1% 안팎이고, 이에 의미 있는 고객사를 확보할지도 미지수였다. 그런 인텔이 삼성을 넘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은 미국 AI 생태계라는 든든한 아군을 만났기 때문이다. 인텔은 이날 세계 시가총액 1위로 떠오른 MS를 비롯해 고객사로부터 약 15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바탕으로 미국이 반도체 생태계 재건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마침 MS나 오픈AI, 메타 등 미국 AI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려 자체 AI 칩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맞춤형 칩을 만들어줄 파운드리 파트너도 애타게 찾는 중이다. MS는 지난해 ‘마이아 100’이라는 자체 개발 AI 칩을 공개했는데,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이 이 칩의 생산을 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트먼 CEO도 이날 겔싱어 CEO와의 대담에서 ‘AI 칩 기업 설립을 위해 실제로 7조 달러를 모으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핵심은 AI 컴퓨팅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美 “1960년대 우주전쟁의 재현” 실리콘밸리 터줏대감 인텔은 2021년 3월 파운드리 산업에 재도전을 선언한 바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첫 행정명령을 내린 뒤 한 달 만이었다. 이 행정명령은 당시 첨단 반도체가 대만과 한국에서만 생산되고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이후 인텔은 줄곧 바이든 행정부와 ‘원팀’처럼 움직여 왔다.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법 서명식에는 겔싱어 CEO가 배석했다. 인텔은 이후 오하이오와 애리조나에 총 500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미 반도체법 최대 수혜 기업으로도 꼽힌다. 바이든 행정부는 3월 초 인텔에 13조 원대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반도체 개발과 설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은 TSMC와 삼성전자에 빼앗긴 첨단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인텔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러몬도 장관은 이날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해 “미국 민관이 이렇게까지 전략적으로 나선 것은 1960년대 우주전쟁에 비견할 만하다”며 “미국이 모든 칩을 만들 수는 없지만 AI 시대 필수적인 첨단 칩은 (아시아로부터) 미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삼성전자나 TSMC의 기술력을 뛰어넘을 만큼 수율 등을 갖췄는지는 미지수지만 미 빅테크와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내다봤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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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티핑 포인트” 엔비디아 4분기 순익 769% 폭증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4분기(11∼1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9% 급증했다.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시장 전망치도 훨씬 웃돈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21일(현지 시간) 2024년 자체 회계연도 4분기에 매출 221억 달러(약 29조5035억 원), 주당 5.15달러(약 6875원)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매출 전망치(206억2000만 달러), 주당 순이익 전망치(4.64달러)를 뛰어넘은 수치다.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든 생성형 AI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5%, 순이익(122억8500만 달러)은 769% 급등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극적인 전환점)’에 도달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 산업, 국가 전반에 걸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은 미 행정부가 첨단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막은 환경에서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시장 전망치를 훌쩍 넘는 실적 발표에 뉴욕증시 시간외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9.5%까지 뛰어올랐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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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상반기 금리인하 어려워”… 9연속 3.5% 동결

    고금리·고물가의 여파로 국내외 소비자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올 상반기(1∼6월) 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2월 이후 9번 연속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은 상반기 금리 인하에 선을 그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도 물가 상승에 따라 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면서 한미 모두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높였다.● “글로벌 물가 울퉁불퉁한 길 내려오고 있어” 2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내에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기존 의견을 유지한다”면서 “상반기 이후 상황은 5월에 경제 관련 숫자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이날 연 3.5%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평탄한 길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다”며 “국내외 변수가 많기 때문에 물가가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내려가는지 확인하고 금리 움직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했다. 그는 “한은의 중요한 역할은 금리 정책을 잘못해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가 돼 금리를 내릴 때도 부동산 가격이 자극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간의 교훈”이라고 했다.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밝히면서 민간의 체감 경기는 더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면서 기업의 체감 경기도 이달 들어 3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한은이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한 것도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반도체 등 수출 회복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유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빨리 중단했고, 기준금리 자체도 미국 등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올해 4분기(10∼12월)에야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美 연준도 기준금리 조기 인하 경계 미 연준도 기준금리 조기 인하가 자칫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연준이 21일(현지 시간)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초과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회의록은 “2023년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에 대부분 근접했지만,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완화가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어느 정도 무게를 뒀다”며 “물가를 낮추는 데 상당한 차질이 생기면 금융 상황이 긴축돼 완화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위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물가가 추가 상승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록이 공개되기 전 미셸 보먼 연준 이사 역시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어느 시점에서는 금리 인하를 시작하겠지만,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자신이 있진 않다”며 “확실히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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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텔-MS-오픈AI ‘칩 어벤져스’ 연합…美정부 “칩스법2 지원”

    “인공지능(AI)은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고, 미국 반도체에 새로운 기회를 제시했다.”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세너제이 컨벤션센터 연단에 서서 “미 공급망의 재건”, “AI 시대 파운드리 선두주자”와 같은 야심찬 단어를 쏟아냈다. 겔싱어 CEO 뿐이 아니었다. 인텔의 첫 파운드리(위탁생산) 행사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다이렉트커넥트 2024’에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미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법 ‘시즌2’를 예고하며 지속적 투자를 약속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얼굴을 내밀었다. 미국 AI 산업 리더들과 미 행정부 핵심 관료까지 총출동해 인텔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 AI 칩 수요 폭발… 미국이 뭉쳤다이날 인텔의 발표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2027년까지 1.4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 양산에 성공할 것이라는 로드맵과 MS가 인텔로부터 1.8 나노 칩을 사들일 것이란 부분이었다. ‘나노 공정’은 웨이퍼 위에 그리는 각 회로 사이의 폭을 나노 단위로 줄여 칩 성능을 높이는 초미세 공정을 말한다.현재까지 3나노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다. 인텔은 과거 7나노 공정에서도 애를 먹어 왔다. 인텔 파운드리의 시장 점유율은 1% 안팎이고, 이에 의미 있는 고객사를 확보할지 여부도 미지수였다. 그런 인텔이 삼성을 넘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은 미국 AI 생태계라는 든든한 아군을 만났기 때문이다. 인텔은 이날 세계 시가총액 1위로 떠오른 MS를 비롯해 고객사로부터 약 150억 달러(20조 원) 규모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바탕으로 미국이 반도체 생태계 재건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마침 MS나 오픈AI, 메타 등 미국 AI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 의존도에서 벗어나려 자체 AI 칩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맞춤형 칩을 만들어줄 파운드리 파트너도 애타게 찾는 중이다. MS는 지난해 ‘마이아 100’이라는 자체 개발 AI 칩을 공개했는데,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이 이 칩의 생산을 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이날 겔싱어 CEO와의 대담에서 ‘AI 칩 기업 설립을 위해 실제로 7조 달러를 모으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핵심은 AI 컴퓨팅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美 “1960년대 우주전쟁의 재현”실리콘밸리 터줏대감 인텔은 2021년 3월 파운드리 산업에 재도전을 선언한 바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첫 행정명령을 내린 뒤 한 달 만이었다. 이 행정명령은 당시 첨단 반도체가 대만과 한국에서만 생산되고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이후 인텔은 줄곧 바이든 행정부와 ‘원팀’처럼 움직여 왔다.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법 서명식에는 겔싱어 CEO가 배석했다. 인텔은 이후 오하이오와 애리조나에 총 500억 달러(66조 원) 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미 반도체법 최대 수혜 기업으로도 꼽힌다. 바이든 행정부는 3월 초 인텔에 13조 원대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반도체 개발과 설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은 TSMC와 삼성전자에 빼앗긴 첨단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인텔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러몬도 장관은 이날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해 “미국 민관이 이렇게까지 전략적으로 나선 것은 1960년대 우주전쟁에 비견할 만하다”며 “미국이 모든 칩을 만들 수는 없지만 AI 시대 필수적인 첨단 칩은 (아시아로부터) 미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삼성전자나 TSMC 기술력을 뛰어넘을 만큼 수율 등을 갖췄는지는 미지수지만 미 빅테크와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내다봤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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