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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 앞. 태극기를 비롯해 슬로베니아, 알제리, 가이아나, 시에라리온 국기가 등장했다. 이날은 신임 안보리 비상임(선출직) 이사국 국기를 임기 2년 동안 회의장 앞에 올리는 게양식이 열린 날이었다. 한국은 올해 1일부터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예멘 후티 반군 돌발 변수, 북한의 도발 확대 등 지정학적 갈등 한복판에서 주요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된다. 특히 안보리 산하 예멘 제재위원회 의장국을 맡는 등 역할도 커졌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날 국기 게양식 후 뉴욕특파원들과 만나 무엇보다 북한 문제에 대해 필요시 긴급 회의 소집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겠다고 밝혔다. 황 대사는 “오늘 오전 새해 첫 15개 안보리 이사국 대사 비공개 조찬 모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월 공식 안보리 회의 스케줄에 북한 문제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이사국들에게 북한 신년사가 심상치 않다고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안의 위중함을 감안해 북 도발 등 필요시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하겠다고 했고, 의장국 프랑스와 이사국 미국 및 일본이 적극적으로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하루 뒤인 31일 “적들의 무모한 도발 책동으로 언제든지 무력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이라고 위협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을 두고 안보리에서도 국제사회에 사안의 위중함을 알리겠다는 의미다. 황 대사는 또 “안보리 내 북한 문제에 대한 매너리즘이 커지고 있다. 중국 러시아 측의 ‘한미일 군사 훈련이 북한 도발에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국가도 나온다”며 “북한의 메시지와 도발이 비슷비슷해보이지만 계속해서 수위가 높아지는 등 위협이 높아지고 있음을 적극 국제사회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해 6월 192개 회원국 중 180표를 얻어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한국이 안보리에 재진입한 것은 1996~1997년과 2013∼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안보리는 전 세계 평화 및 안전 유지에 일차적 책임을 지며 유엔 회원국에 대해 유엔 내에서 유일하게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하는 기관이다.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과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임기 2년)으로 구성돼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반(反) 유대주의와 표절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던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결국 사임했다. 미 월가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기부자들과 진보 성향의 대학 지도부의 갈등이 대학가를 휩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게이는 총장은 이날 하버드 커뮤니티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의 사임 결정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며 “(하버드) 법인 구성원들과 상의한 결과, 제가 사임하는 것이 하버드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11명으로 구성된 하버드 대학 이사회도 이날 이메일 성명에서 게이의 사임을 “슬픔에 잠긴 채” 받아들였으며 앨런 가버 최고학술책임자가 임시 총장을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1636년 하버드대 개교 이래 388년 만의 첫 흑인 총장의 사임이다. 게이 총장은 6개월 여만에 사임한 최단기 총장 불명예도 안게 됐다. 또 지난해 12월 5일 미 의회 청문회 이후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사퇴한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니아대학(유펜) 총장에 이은 두 번째 사임이다. 지난해 12월 의회 청문회에서 ‘유대인 학살을 요구하는 것이 학생들의 행동강령에 위반되는지 예 아니오로 답해달라’는 공화당 소속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의 질문에 게이 총장과 매길 총장, 샐리 콘불루스 MIT 총장은 “상황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고 모호하게 답해 논란을 불렀다. 특히 거액 기부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매길 총장은 사퇴했고, 게이 총장도 사퇴 압력을 받았지만 하버드대 이사회는 게이 총장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외부 압력에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게이 총장 반대파에 의해 여러차례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결국 이날 자진 사임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표절 논란이 게이 총장 사퇴의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이는 오랫동안 응축된 보수적 기부자들과 진보적 아이비리그 대학 간 갈등이 표출된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대학 기부자들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사태 때와는 다른 하버드대 지도부의 미적지근한 움직임에 반발해 왔다. 이에 더해 지난달 의회 청문회 이후 미 의회 70여 명 의원들도 게이 총장의 사퇴 서명 운동에 사인하는 등 정계에서도 논란이 거셌다. 뉴욕타임스(NYT)는 “큰 손 기부자들이 게이 총장의 발언과 하마스 사태에 대한 대응에 반발했고, 11월 조기전형 지원자가 17% 감소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문제가 지속되자 결국 이사회도 사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는 미국 대학 중 최대 규모인 507억 달러(66조5000억 원) 기부금을 기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대학 총장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기부금 확보로 꼽힌다. 게이 총장 사퇴에 따라 유명 벤처 투자자 샘 레신 등은 소셜미디어에 “결국 사퇴를 보게되어 기쁘다”고 밝히는 등 기부자나 동문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반면 진보 단체를 중심으로 첫 하버드대 흑인총장으로 상징성이 높았던 게이 총장의 사임에 반발하고 있다. 게이 총장이 “(반유대주의 논란 이후) 개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비난이 컸다”고 밝히기도 해 향후 캠퍼스 문화전쟁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인권단체 내셔널 액션네트워크 대표인 알 샤프턴 목사는 NYT에 “다양성, 형평성에 대한 공격”이라며 게이 총장 사퇴를 주도한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 집무실 밖에서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잠들기 전 잠깐 보던 스마트폰 동영상. 정신 차려보면 벌써 새벽녘이다. 스마트폰 중독이 일상화된 지 오래. 주변에선 폭음이나 마약 등 온갖 중독 문제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우리 주변 모든 것이 중독성을 갖도록 설계돼 있어요. 소비가 쉬워진 풍요의 시대인 동시에 누구나 나쁜 습관과 중독에 빠지기 쉬운 시대인 거죠.” 중독 치료 전문가인 애나 렘키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의학과 교수(사진)는 지난해 12월 2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무언가에 집착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현대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렘키 교수는 “기쁨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의 ‘보상’에 중독되면 뇌는 행복을 느낄 수 없어진다”며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중독 물질을 찾고,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게 될 뿐이다”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화제인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도파민네이션’을 쓴 렘키 교수는 25년여 동안 중독 환자를 치료해 왔다. 중독 양상은 최근 소셜미디어나 쇼핑, 게임, ‘언박싱(unboxing·택배 포장 뜯기)’ 등 ‘행동 중독’까지 매우 다양해졌다. 문제는 ‘다들 그렇잖아’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중독이 뇌 손상 등 심각한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렘키 교수는 “인생은 고통이지만, 이를 마주하고 혼자가 아니란 사실을 위안 삼는다면 우린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SNS-쇼핑 등 모든 것에 중독… 한달은 멈춰야 뇌 균형 회복” 〈1〉 ‘중독 치료 전문가’ 애나 렘키 스탠퍼드대 교수 모닝커피-술한잔 등 ‘보상’에 중독… 의사인 나도 로맨스 소설 중독 경험아동에게 스마트폰 쥐여주는건… 해로운 음식 먹게 두는것과 같아마주하는 인생은 고통스럽겠지만… 경험하고 맞서야 행복해질수 있어 “저도 재미로 읽던 ‘로맨스 소설’이 일상에 지장을 주는 중독을 경험했습니다. 힘들겠지만, 중독과 결별하면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얻는 능력을 다시 찾을 수 있어요.” 애나 렘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2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의사인 자신조차도 ‘자기도 모르게’ 중독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독서는 미덕인데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것 아니냐’고 되묻자 렘키 교수는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느덧 가족과의 시간을 줄이고, 계속 소설을 생각하고, 읽던 소설 제목을 감추게 되더라”며 “즐거웠던 업무조차 재미없어져 버렸다”고 했다. 렘키 교수는 이처럼 사소한 중독에서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중독에 이르기까지 중독에 빠진 뇌는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풍요로운 고소득 국가일수록 행복지수가 떨어지는 이유로 우울증이나 중독 등이 꼽히는 이유다. ―우리는 모두 힘든 하루를 살고 있다. 드라마나 게임, 짧은 동영상, 술, 쇼핑으로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게 왜 나쁜가. “스스로에게 보상하는 것 자체는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보상’으로 가득 차 있고, 우리는 보상을 주는 것을 중심으로 우리의 시간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침에 마시는 카페인 음료, 끊임없이 보는 스마트폰, 퇴근 후 몰아보는 동영상, 술 한 잔 등이다. 보상을 주는 ‘물질’이나 ‘행동’은 우리의 (실제) 경험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우리 뇌는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에 압도당하게 된다. 이 상태의 뇌는 균형으로 돌아가려다 오히려 도파민 결핍 상태에 이른다. 우울이나 불안, 갈망을 느끼는 것이다. 과거 ‘희소성의 시대’에 보상은 동기부여가 되는 특별한 것이었겠지만, 지금처럼 끊임없이 보상에 물드는 것은 뇌에 정말 좋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한 실수나 나쁜 습관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징후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중독은 통제(control)와 갈망(cravings), 결과(consequences)란 세 가지 ‘C’로 이어진다. 초콜릿을 먹거나 쇼핑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를 통제하지 못하거나, 계속 이것만 생각하거나, 결과적으로 재정 건강 관계 직업 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판별법’은 거짓말이다. 드라마 보는 시간, 술을 먹는 양, 쇼핑에 쓰는 돈 등을 줄여서 말하는 것. 거짓말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인데 반복될수록 가까운 사람들과 멀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의지가 약한 사람만 중독에 빠지는 것 아닌가. “절대 그렇지 않다. 중독을 치료하는 의사인 나도 로맨스 소설 중독에 빠진 적이 있다. 후배 의사들에게 중독 치료에서 ‘절제’를 가르치는 수업 중에 ‘환자’ 역할을 하다 나의 로맨스 소설에 대한 집착을 생각하며 결국 중독이란 걸 깨달았다. 한 달을 끊었더니 ‘소소한 보상에 기쁨을 느끼는 능력’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끝났다 싶어 다시 시작했더니 폭식하듯 더욱 빠져들었고, 아예 1년을 끊었다. 이젠 다시 봐도 재미가 없다. 누구나 중독에 빠질 수 있다.” ―한국에선 도파민 보상 욕구를 참아보는 ‘도파민 디톡스’가 인기다. 하지만 ‘딱 한 번만 더’에 실패하는 사례가 너무 많지 않나. “한 달은 멈춰야 우리 뇌의 보상 경로를 회복하고 균형을 찾을 수 있다. 간헐적 단식을 떠올려 보면 좋다. 또 ‘자기 구속 전략’을 추천한다. 의지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환경과 규칙을 바꿔보는 것이다. 건강한 음주 습관이 목표라면 집 안에 술을 두지 않고, 특정 친구들과만 마시는 식으로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한국은 거의 모든 약물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지만, 그럼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마약은 왜 이렇게 중독성이 강한가. “중독성이 강한 약물은 뇌의 보상 경로에 한꺼번에 많은 도파민을 아주 빠르게 방출한다. 그다음엔 도파민이 급격히 떨어져서 도파민 결핍 상태에 이르게 하고 갈망을 심하게 만든다. 마약을 아무리 금지해도 국경 봉쇄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놀라운 공급망이 형성돼 있다. 한국은 (미국보다) 구하기 어렵겠지만 젊은층은 온라인을 통해 생각보다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자기로부터 도망가려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 외모, 성취에 대한 평가에 너무 몰두해 있어서 오히려 벗어나고 싶어한다. 특히 연예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집중되다 보면 약물이라는 위험한 탈출구를 택하곤 한다.” ―소셜미디어나 쇼핑 같은 행동 중독도 술이나 약만큼 나쁠 수 있나. “디지털 콘텐츠는 곧바로 도파민을 방출하는 일종의 ‘약물’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동영상일 수록 잠재적으로 중독성이 강해진다. 특히 어린 자녀에게는 양과 빈도를 주의해야 한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에게 건강한 식단을 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나. 11, 12세 미만 아동에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것은 해로운 음식을 먹게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 부모들은 ‘어쩔 수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 통제는 밀어붙여야 하는 문제다. 청소년기가 되면 통제는 더욱 어렵다. 내 경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다. 고교 입학할 때 자기들이 용돈으로 샀다. 나와 남편은 집에서 폰을 계속 들여다보는 것을 금지하는 강한 가족 문화를 만들었다. 힘들지만 집 안에 디지털 기기가 없는 공간이나 시간과 같은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개인의 힘으로 어려운 것 아닌가.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소셜미디어가, 특히 한국에선 직장문화와 술이 결부돼 있다. “맞다. 중독을 집단적인 사회문화적 문제로 여기고 문화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재미와 행복이 인생 최고의 선이고, 고통은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문화에 살고 있다. 그렇지 않다. 쾌락 그 자체만을 위한 쾌락은 우리를 더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실제로 마주하는 인생은 고통일 수 있지만 이를 마주하고, 경험하고, 이 같은 싸움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새해 결심이 궁금하다. 새해 삶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 “현재 설탕 끊기에 도전하고 있다. 설탕은 곧바로 보상 경로를 강타해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물질이다. 나도 초콜릿을 좋아했기에 해낼 줄 몰랐는데 한 달쯤 끊으니 기분이 훨씬 좋다. 도파민 디톡스처럼 절제하는 것이 곧 행복을 주는 보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뇌속엔 쾌락-고통 저울… 쾌락으로 추가 기울면, 고통의 역습 뒤따라와 그저 기분 좋게 하는 것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뿐인데 왜 뇌 손상까지 발생할 수 있는 걸까.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뇌에 고통과 쾌락을 처리하는 부위는 함께 위치해 있다. 애나 렘키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놀이터 시소 모양의 저울을 상상해 보라고 권했다. 한쪽은 쾌락, 다른 한쪽은 고통이 자리해 있다. 우리가 ‘짧은 동영상’을 보거나 초콜릿을 먹고, 술을 마시면 보상 경로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때 저울의 ‘쾌락’ 추가 기울어지고, 뇌는 다시 평형을 만들기 위해 ‘고통’ 추로 쪽으로 저울을 기울이려 한다. 만약 한꺼번에 한쪽으로 깊게 내려가거나 평형 상태로 돌아오기도 전에 너무 자주 쾌락 쪽이 자극된다면? 렘키 교수는 “‘고통의 그렘린’들이 몰려와 평형을 만들려고 고통 쪽에서 방방 뛰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시소는 쾌락 쪽 무게가 주어진 만큼 고통 쪽으로도 기울게 돼 있다”며 “충분히 오래 기다리면 그렘린이 사라지고 항상성(균형)이 회복되지만 오랫동안 도파민에 압도되면 그렘린은 증식하고 고통 쪽에 진을 쳐버린다”고 말했다. 이 상태에 이르면 사람은 만성적인 도파민 결핍에 시달려 고통에 기울어진 저울을 짊어지고 살게 된다. 과거에는 뇌의 항상성 추구가 생존에 부합했다. 수십 km를 걷는 고통에도 ‘보상’인 먹을거리를 찾으러 나갈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4시간 온라인 세상과 연결돼 있고, 각종 보상에 둘러싸인 현대인들은 중독에 취약해졌다는 게 렘키 교수의 주장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투자사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물을 무단 사용했다며 수조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테크 기업이 AI를 학습시키는 데 저작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방대한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한 ‘공짜 학습’에 대한 미 주요 언론사의 첫 소송이다. NYT는 27일(현지 시간) 미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MS와 오픈AI가 허가 없이 172년 동안 자사가 쌓아 온 기사 수백만 건을 챗봇 제작에 사용했다”며 “저널리즘에 대한 NYT의 막대한 투자에 무임승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챗GPT가 NYT 단독 기사를 통째로 암기해 답변한 사례를 증거로 제출하며 AI가 “언론과 경쟁하며 (언론) 산업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구체적인 배상금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수십억 달러(약 수조 원)의 법적 및 실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신문협회도 28일 “네이버의 생성형 AI인 하이퍼클로바X가 뉴스 콘텐츠를 학습에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NYT, 챗GPT의 ‘기사 복붙’ 제시하며 “172년 투자에 무임승차” NYT, 오픈AI-MS에 수조원대 소송1년반 탐사보도 기사 베껴진 사례 등“콘텐츠 훔쳐 만든 대체품, 혁신 아냐”오픈AI “소유권은 존중… 소송 실망” “18개월 동안 인터뷰 600건을 담아 쓴 탐사보도에 오픈AI의 기여는 없었다.” 2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상대로 낸 저작권 손해배상 청구 소장에서 챗GPT가 NYT 기사를 통째로 베꼈다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챗GPT가 2019년 뉴욕 택시 면허에 대한 약탈적 대출 관행을 고발한 NYT 기사를 단어까지 거의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한 캡처 사진도 공개했다. NYT 측은 “자사가 172년 동안 축적해 온 기사와 제품 리뷰, 요리 안내, 칼럼 등 수백만 건을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또 AI가 언론사를 대체하는 경쟁 제품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자사의 수조 원대 투자”를 편취해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에 따른 실제 손해가 수조 원이라고 밝혔다. ● “AI의 뉴스 무임승차 막아야” 오픈AI와 MS는 ‘AI 공짜 학습’ 논란으로 인해 AP통신을 비롯해 일부 언론사와는 저작권 계약을 맺은 상태다. 동시에 개방된 인터넷 공간에서 AI 훈련을 위해 이를 변형해 사용하는 것은 ‘공정가치’를 위한 것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 원작자 조지 R R 마틴을 비롯해 미 유명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AI 훈련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저작권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소송의 쟁점은 해당 저작물을 실제 AI 훈련 데이터로 사용했는지, 저작물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하는지, 이를 통해 실질적 손해를 입혔는지 등이 꼽힌다. NYT는 이번 소송에서 자사 기사를 챗GPT가 ‘단어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했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챗봇을 뉴스 산업의 ‘경쟁자’로 간주했다. 시사적인 질문에 대해 뉴스에 기반한 답변을 생성해 독자를 가로챌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이에 기사를 무단 사용할 뿐만 아니라 기사 문장을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하며 경쟁자의 수익 기반을 해치는 것은 ‘공정가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NYT 측은 “우리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해, 우리를 대체하는 제품을 만들고, 우리로부터 독자를 뺏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라며 “오픈AI와 MS가 자사의 저널리즘 투자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900억 달러(약 116조 원)에 달하며 소비자와 기업용 유료버전으로 내년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로 예상된다. NYT 측은 또 챗GPT가 허위정보를 NYT 출처로 제공해 브랜드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실’에 드는 비용은 누가 내나 오픈AI 측은 성명에서 “우리는 콘텐츠 제작자와 소유자의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NYT와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해 왔기에 이번 소송이 놀랍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NYT는 올 4월부터 오픈AI 측과 협의를 벌였지만 결렬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NYT의 소송에는 정제된 기사를 위한 언론사의 노력과 투자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NYT 측은 “전체 직원 중 2600명이 기사 작성에 관여하고 있다. 매일 평균 250건 이상의 새 기사를 게시하고 정확성을 담보하려면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노력이 AI와의 경쟁 등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중 하나로 꼽히는 뉴욕타임즈(NYT)가 오픈AI 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저작권 무단 사용 혐의로 수조 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가 인공지능(AI) 훈련에 NYT 의 수백만 개 기사를 무단 사용한 것 뿐 아니라 챗봇이 언론사의 경쟁자임도 명시해 소송전의 새 국면을 열었다는 평가다.27일(현지시간) NYT는 오픈AI와 MS를 저작물 무단 사용으로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고소했다며 이는 “AI 저작권 무단 사용에 대한 법적 분쟁에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고 밝혔다. 미국 주요 언론사가 저작권 문제로 오픈AI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YT는 단순히 저작권 침해 뿐 아니라 침해의 이득을 얻은 챗봇이 언론사와 경쟁 관계임을 강조한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챗GPT가 시사문제 등에 대해 NYT 기사를 바탕으로 만든 답변을 제공하면 언론사 웹트래픽이 감소하는 등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정학한 액수의 손해배상금은 이번 소송에서 청구되지 않았지만 NYT는 “수십억 달러(수 조 원)의 법적 및 실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더 타임즈의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사용하는 모든 챗봇 모델에서 훈련 데이터를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NYT는 자료를 무단으로 긁어가는 ‘크롤링’을 금지한 바 있다. NYT는 올해 4월부터 오픈AI와 MS 측과 저작물 사용 협의를 이어갔지만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애플이 특허권 침해로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판매금지조치 당했던 애플워치를 다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의 항소에 따라 법원이 소송 진행 중에는 금지 조치를 일시 중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날 일부 애플워치 제품에 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수입 금지 명령을 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중지한다고 결정했다. 애플이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즉각 항소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앞서 ITC는 10월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을 갖춘 애플워치 시리즈9과 울트라2 제품이 의료기술 업체 ‘마시모’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고 전날 조 바이든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이 결정이 확정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특허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애플워치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개발했고, 이 업데이트의 디자인을 미국 관세청에 제출해 당국은 1월 12일에 변경 사항을 승인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정부가 특허 침해 의혹을 받아온 애플워치(사진) 일부 기종에 대한 수입 금지 결정을 확정했다. 애플워치는 주로 중국 등에서 조립되기 때문에 수입 금지 명령은 사실상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효력을 갖는다. 애플은 연방법원에 즉각 항소했다. 26일(현지 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는 애플워치에 대한 수입 금지를 명령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USTR의 검토 의견을 받아들여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ITC는 10월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을 갖춘 애플워치 시리즈9과 울트라2 제품이 의료기술 업체 ‘마시모’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수입 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역대 미 행정부 가운데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드물다. 다만 2013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ITC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미국 수입을 허용한 바 있다. 애플 내 애플워치의 매출 비중은 4.7% 정도로 작으나 이번 조치로 애플은 구형 모델인 애플워치 SE 정도만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어 미국 내 애플워치 매출은 감소할 전망이다. 이번 결정 직후 애플은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항소장에 “ITC의 금지 조치가 유지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과 같은 제조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판매 금지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되면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 등에 타격을 줘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 정부가 특허 침해 의혹을 받아온 애플워치 일부 기종에 대한 수입 금지 결정을 확정했다. 애플워치는 주로 중국 등에서 조립되기 때문에 수입 금지 명령은 사실상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효력을 갖는다. 애플은 연방법원에 즉각 항소했다.26일(현지 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애플워치에 대한 수입 금지를 명령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USTR의 검토 의견을 받아들여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ITC는 10월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을 갖춘 애플워치 시리즈9과 울트라2 제품이 의료기술 중소업체 ‘마시모’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수입 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역대 미 행정부 가운데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드물다. 다만 2013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ITC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미국 수입을 허용한 바 있다.애플 내 애플워치의 매출 비중은 약 4.7% 정도로 작으나 이번 조치로 애플은 구형 모델인 애플워치 SE 정도만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어 미국 내 애플워치 매출은 감소할 전망이다. 이번 결정 직후 애플은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항소장에 “ITC의 금지 조치가 유지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업계에서는 당장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과 같은 제조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판매 금지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되면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 등에 타격을 줘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인공지능(AI)이 화이트칼라(사무직) 일자리를 더 빠르게 대체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은 AI 도입에 따라 광고 판매 조직의 직원 3만여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돌풍과 함께 예고됐던 화이트칼라 수난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더인포메이션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의 북미 대기업 광고 영업 부문 수장 숀 다우니 총괄이 얼마 전 회의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대기업 고객 영업 부서 직원 재배치 등 감원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트칼라 수난 시대 오나 구글 매출을 책임지는 핵심 부서의 광고 판매 조직이 구조조정을 하는 배경은 AI 도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엔진과 유튜브 등에 붙는 광고 판매의 AI 의존도가 커지면서 기존 판매 직원을 재배치하거나 줄일 필요성이 생겼다는 의미다. 구글은 2021년 개발한 AI 기반 광고 플랫폼 ‘퍼포먼스 맥스(PMax)’에 올 5월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했다. 이미 메타,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은 지난해 말부터 경영·사무직군 인력을 크게 줄인 바 있다. 올 초 구글도 설립 이후 가장 많은 1만2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임직원의 6%에 해당한다. 당시 고금리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AI 자동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풀이됐다. 미국에서는 AI 친화적인 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 유통 기업에 이어 최근에는 언론사 뉴욕타임스(NYT)도 AI의 업무 적용 가능성을 실험하겠다고 밝히면서 화이트칼라 직군 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이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는 보고서 작성은 물론이고 그래픽디자인, 소프트웨어 코드 개발같이 사람 머리로 하던 일을 점점 잠식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미 구인 플랫폼 레주메빌더가 이미 AI를 도입했거나 도입 계획이 있는 750개 기업 임원들에게 ‘2024년 AI 도입에 따른 감원 가능성’을 묻자 44%가 “감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 모티머 버클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생성형 AI를 도입해 보니 상당수 인지 작업이 (인간의) 일상적인 수준임을 발견했다”며 “많은 사람들은 인지 작업이 갑자기 자동화되는 혁명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도 올 5월 “전체 직원의 약 30%에 이르는 8000개 일자리를 5년 안에 AI로 대체할 계획”이라며 “주로 인사(HR) 부문 경영 지원 기능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AI 덕에 뜨는 블루칼라화이트칼라의 수난과 더불어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블루칼라(생산직 육체노동) 직종이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0세기 말 디지털 혁명으로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대학 졸업자 수요가 급증하며 이들과 고졸 블루칼라 직군의 임금 격차가 커졌다. 하지만 혁명이 한계에 이른 2015년 무렵부터 다시 좁혀지고 있다”며 “로봇 투입 전까지는 생성형 AI 도입으로 육체노동이나 정서적 보육 같은 직종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일부 직업은 대체하겠지만 생성형 AI에 명령을 내리는 ‘AI 프롬프터’ 같은 새로운 직업이 급증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 900여 직종 가운데 3분의 2가 AI(도입)에 따른 자동화에 노출돼 있지만 해고보다는 (AI) 보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자동화가 대체한 일자리는 생산성 급증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상쇄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근로자 60%가 1940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새해에는 주요국들이 3년간 이어진 인플레이션 전쟁의 종식을 선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 대선을 비롯한 주요 선거와 지정학적 갈등 속에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1년 전에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심각한 우려로 제기됐다면 새해에는 각국 중앙은행, 새 정부, 전쟁의 향방 등 ‘정책’이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다이앤 코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학 교수는 2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주요국 선거 이후 세계 경제는 “우리가 익숙했던 세상과는 매우 다른 지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퓰리즘 속에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자국 보호주의가 심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전 세계서 152번 금리 인하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찾아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3개월(9∼11월) 추세가 1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고 계산하는 ‘연율’ 기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물가 상승률은 각국 중앙은행 정책 목표인 2%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미국과 유럽, 일부 신흥국의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이 최근 3개월 동안 연 2.2%에 안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주요국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기준으로도 2%를 회복하면서 각국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는 팬데믹 과정에서 누적된 저금리, 각국 정부 지원금 확대로 고물가에 몸살을 앓아 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미국의 헤드라인(전체) 물가 상승률은 9.1%까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은 10.6%까지 치솟았다. 이에 미 기준금리는 지난해 9월 2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인 5.25∼5.5%까지 인상됐다. 투자사들은 미국과 캐나다가 가장 먼저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 미국의 경우 시장은 내년 3월부터 약 5차례의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각국 중앙은행이 총 152번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억 명 투표하는 ‘선거의 해’ 3년간 이어진 고물가에 지친 각국 국민들의 분노 속에 경제가 주요 선거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4년은 미국을 비롯해 대만, 인도, 유럽연합(EU) 등 50개 지역 20억 명이 투표를 하는 ‘선거의 해’다. NYT는 “세계 경제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국가들에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해”라며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들조차 경제에는 눈치를 본다. 경제 포퓰리즘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내년 3월 대선을 치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월 루블화 폭락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자국 수출기업에 외화 환전 명령을 내렸다. 각국 선거 과정에서 정부 보조금, 세액 공제, 무역장벽, 인공지능(AI) 및 가상화폐 규제, 에너지 전환 등 주요 경제 정책들이 표심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1월에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 전후로 미중 갈등이 고조될 수 있고, 3월 인도 총선에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선 여부에 따라 인도의 중국 제조업 대체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세계 경제가 11월 미 대선을 주목하고 있다. 코일 교수는 “(현재 세계 각국이 가진 문제가) 포퓰리즘과 무역 감소, 극단적 정치로 이어진 193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두 개의 전쟁… 불확실성 가중내년 3년차를 맞게 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이 경제에 돌발 악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홍해발(發) 물류대란 위기다.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통행하는 민간 선박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가 위협을 받고 있다. 영국 최대 석유 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글로벌 해운사들이 최근 홍해 항로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희망봉을 거쳐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물류 지원과 비용 증가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적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국제유가 하락이 전쟁발 쇼크로 상승으로 돌아서면 물가가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경제 전망을 다시 써야 한다니….” 13일, 미국 월가 경제 전망 담당자들은 공황에 빠졌다. 이날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시장 예상과 달리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며 피벗(정책 전환)을 공식화했다. ‘비둘기(통화정책 완화) 파월’로 돌아선 그의 발언에 써놨던 전망을 다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달 초 기자들 대상으로 설명회까지 열었던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FOMC 직후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을 내년 6월에서 3월로, 골드만삭스는 내년 12월에서 3월로 당겼다. 월가 금융기관 관계자는 “10월엔 장기 국채금리가 5%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무려 1%포인트 내려갈 정도로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자도 파월 의장이 연말까진 ‘긴축의 언어’를 유지할 줄 알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보다 놀란 쪽이었다. 그 2주 전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지 않았나. 2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월가에선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첫째, 파월이 피벗 공식화를 선언할 만큼 연준 정책 목표인 2% 물가에 근접한 데이터를 따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 공식 통계는 전월 대비,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만 공개되지만 최근 3개월로 기간을 잡으면 이미 인플레이션 수치는 2%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둘째, 내년 11월 미 대선이다. 내년 7, 8월 야당 공화당과 집권 민주당이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 후보를 최종 선정해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기 전에 금리를 내리는 게 정치적 논란을 피하는 길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고 “정치적 이벤트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 투자자들은 이미 내년 3월 인하 가능성을 93%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금리가 인하되면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니 투자가 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으로 부동산 시장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이 같은 기대감에 뉴욕 증시에선 초우량 기업 30개 종목을 모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찍는 중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파티 시작’은 아니다. 연준은 최근 경제 전망에서 완벽한 연착륙을 예상했지만 누적된 긴축 효과로 경기 둔화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쇼핑의 즐거움을 누린 소비자들의 신용카드는 한도에 가까워졌다. 2030세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미뤄진 학자금 대출을 다시 갚아야 한다. ‘비둘기 파월’에 급하게 경제 전망을 고친 미 투자은행 10곳 중 5곳이 내년 미국이 경기 침체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작년 이맘때 뛰어난 경제학자나 투자사들의 전망이 거의 틀렸다. 기존 ‘공식’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경제적, 정치적,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경제는 새해에 미국과 중국 경기 둔화와 더불어 불확실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고금리 우려가 컸던 지난달 “위험 관리를 위해 은행은 금리가 7, 8%로 오를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한다”며 모든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지금 상황에 대입하자면 ‘금리 인하가 경제에 확실한 봄이 되지 않을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가 될 것이다. 긴축 누적 효과가 지연되며 주요국이 올해 경기 침체를 면했던 것처럼 금리 인하가 부를 봄도 더디게 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자신에 대한 해임 사태가 빚어진 배경에 인간의 사고 능력 수준인 인공일반지능(AGI) 개발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다만 AGI 등장 시기에 대해선 2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단기간 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전격 해임됐다 5일 만에 복귀한 올트먼 CEO는 최근 미국 타임지의 ‘올해의 CEO’ 선정 인터뷰에서 해임 사태 배경에 대해 “초지능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이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더 많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해임 사태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우리도 AGI에 대해 소수가 통제하지 않고 민주화돼야 한다고 말해 왔지만 (우리의) 거버넌스 구조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AGI의 도래 시점에 대해 전문가마다 3∼5년 이내 또는 수십 년 후라며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올트먼은 “내년에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23일 X를 통해 ‘새해에 오픈AI가 만들었으면 하는 것을 말해 달라’고 올렸고, 많은 사용자들이 AGI를 언급하자 이같이 밝혔다. 반면 챗GPT 신규 모델인 GPT-5, 개선된 음성 대화 기능 등은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오픈AI가 새해 AI 개발 경쟁을 앞두고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신규 자금 조달 논의에서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약 130조 원)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기존에 알려진 기업 가치 860억 달러(약 112조 원)보다 높아진 수치다. 오픈AI는 반도체 벤처와 관련해서도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 ‘G42’와 자금 조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G42는 미국이 중국과의 ‘반도체 유착’을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유엔이 ‘음력설(Lunar New Year)’을 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명절인 음력설 연휴에는 유엔 회의가 열리지 않고, 유엔 직원들은 설을 공휴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유엔은 22일(현지 시간) 중국어 보도자료를 통해 “음력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엔 본부 및 각 지역 유엔 기구들이 설 기간에 회의를 개최하지 않도록 요청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 결의안에 따라 음력설을 ‘유동 휴일(floating holiday)’로 지정할 예정이다. 유엔 규정에 따르면 직원들에게는 연중 9개의 고정 휴일과 각 지역 문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유동 휴일’이 주어진다. 음력설은 유대 명절 욤키푸르, 석가탄신일, 정교회 성탄절, 힌두교 명절 디왈리, 시크교 축일 구르푸랍, 정교회 성금요일, 페르시아 새해 명절 노루즈에 이어 8번째 선택 휴일이 됐다. 앞서 뉴욕,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주요 미국 도시와 주(州)들은 음력설을 공휴일로 지정한 바 있다. 유엔의 음력설 지정은 주유엔 중국대표부 등 중국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유엔이 ‘음력설(Lunar New Year)’을 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명절인 음력설 연휴에는 유엔 회의가 열리지 않고, 유엔 직원들은 설을 공휴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유엔은 22일(현지 시간) 중국어 보도자료를 통해 “음력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엔 본부 및 각 지역 유엔 기구들이 설 기간에 회의를 개최하지 않도록 요청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 결의안에 따라 음력설을 ‘유동적 휴일(floating holiday)’로 지정할 예정이다.유엔 규정에 따르면 직원들에게는 연중 9개의 고정 휴일과 각 지역 문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유동 휴일’이 주어진다. 음력설은 유대 명절 욤 키푸르, 석가탄신일, 정교회 성탄절, 힌두교 명절 디왈리, 시크교 축일 구르푸랍, 정교회 성금요일, 페르시아 새해 명절 누루즈에 이어 8번째 선택 휴일이 됐다.앞서 뉴욕,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주요 미국 도시와 주(州)들은 음력설을 공휴일으로 지정한 바 있다. 유엔의 음력설 지정은 주유엔 중국대표부 등 중국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빙(戴兵) 주유엔 중국부대사는 주유엔 중국대표부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결정은 중국 문화의 영향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인플레이션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목표인 2%대 물가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연준 선호 물가상승률 지표가 시장 전망치보다 낮아져 최근 3개월 연율은 이미 2%대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1~6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것이 유력해지는 분위기다. 22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PCE 물가지수가 전월보다 떨어진 것은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전년 대비로는 2.6%로 10월의 2.9%에 비해 0.3%포인트 떨어졌다. 연준이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2%대 물가의 기준치인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로 10월의 3.4%보다 떨어졌고, 시장 전망치(3.3%)를 하회했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및 서비스의 물가 지수를 말한다. 올해 마지막 나온 미국 물가지수 주요 지표가 미국의 물가 둔화를 명확하게 뒷받침함에 따라 연준의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이 더해지고 있다. 최근 3개월 물가지수의 연율로 따지면 이미 연준의 정책목표인 2%대에 도달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케이티 존스 찰스 슈압 전략가는 이날 소셜미디어 X에 “최근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 근원 PCE 물가지수의 3개월 연율 변화율을 추적했더니 이미 2.16%로 연준의 목표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준은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에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피벗(정책전환)을 공식화한 바 있다. 연준 인사들은 최근 3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경고음을 내고 있지만 이번 PCE 지표로 ‘3월 금리 인하론’이 계속해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가펜 뱅크오브어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PCE 발표 직후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우리는 3월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을 끝내고 인하로 돌아서는 ‘피벗(정책전환)’을 공식화함에 따라 내년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월가 주요 투자사 10곳 중 절반은 여전히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10곳 중 6곳이 6월에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일(현시시간)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2024년 미국 경제동향 전망’을 주제로 현지 간담회를 열고 “연준이 최근 경제전망에서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1%에서 2.6%로 상향조정하고 내년 전망치는 소폭(0.1%포인트)만 하향 조정했다”며 “이는 연준이 연착륙에 대한 확신이 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은이 취합한 미 투자은행 10곳은 경기침체 여부에 대해 반반으로 나뉘었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5개 투자은행은 내년 경기침체가 없다고 봤다. 특히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경기침체는 없지만 경기는 둔화하는 ‘연착륙’ 시나리오에서 더 나아가 경기가 ‘착륙’ 없이 계속 성장세를 보이는 ‘무착륙(노랜딩·no landing)’을 전망했다. 공급망이 정상화되고, 연준의 고금리 누적 정책이 팬데믹 이후의 초과수요를 억제하며 수요 공급이 잘 맞아떨어지는 등 경기침체를 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시티, 웰스파고, 도이체방크, 노무라, TD증권은 완만한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경기침체를 전망하는 측은 공급망 정상화 순풍은 한계가왔지만 긴축 정책 누적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내년에는 미국 저신용 기업들이 긴축 누적에 노출되며 미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이 이른바 ‘그림자 금융’에 해당하는 사모대출을 통해 고금리 차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사모대출을 통해 부실 위험이 큰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증가하고 있어 저신용 기업 부채의 잠재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규모는 2018년 7300억 달러(950조5000억 원)에서 2022년 1조5000달러(약 2000조 원)로 급성장했는데, 이 가운데 약 70%가 미국에서 취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 자금이 마르면서 저신용 기업들이 심사가 까다로운 은행에서 사모대출로 갈아타는 사례로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미 10개 투자사가 전망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제각각인 가운데 6곳이 6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3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예상 밖 비둘기 발언이 나오자 골드만삭스는 인하시점 전망을 이전 12월에서 3월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전 6월에서 3월로 앞당겼다. 웰스파고, JP모건, 노무라 등 6곳은 6월, TD 증권은 5월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인하폭도 기존 0.25포인트에서 1.25포인트로 대폭 확대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해 근육이 경직되는 희귀질환을 고백했던 ‘팝의 디바’ 셀린 디온(55)이 무대로 돌아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디온의 언니가 밝혔다.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 ‘My Heart Will Go On’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고, 그래미상 ‘올해의 앨범 상’을 받은 디온은 1990년대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과 함께 세계 3대 디바로 불려왔다.디온의 언니 클로뎃(75)은 최근 프랑스 일간지 ‘7 주르’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은 무대로 돌아오길 꿈꾸지만 무대로 돌아오는 것은 불확실하다. 근육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라며 “성대 뿐 아니라 심장도 근육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녀가 너무 절제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것”이라고 했다.디온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100만 명당 1명 걸리는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PS)’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 증후군은 희귀 난치병으로 전신 근육에 심각한 경직을 일으킨다. 디온은 당시 “내가 아는 전부는 노래”라며 “무대에서 공연했던 것이 그립다. 회복의 길을 걷고자 한다”며 투병 의지를 밝혔다. 올 10월에는 고향 하키 팀인 몬트리올 캐나다디언스의 라스베이거스 원정경기에 아들과 함께 참석해 팬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산업 부흥기인 20세기 미국의 자존심이었던 철강업체 US스틸이 일본제철로 넘어간다. 미국과 일본 산업화의 상징인 양 사가 손잡으면서 세계 3위 철강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미국에서는 “핵심 기업을 외국에 빼앗겼다”는 반발이 일고 있어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18일 일본제철은 US스틸로부터 주당 55달러, 인수대금 141억 달러(약 18조1000억 원)에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8월부터 잠재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 미국 철강사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제안했던 주당 35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뉴욕증시에서 US스틸 주가는 25%가량 뛰었고, 뒤이어 열린 일본증시에서 일본제철은 4%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병으로 고객의 새로운 요구에 맞추는 역량과 혁신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글로벌 철강 회사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량(쇳물 끓여 불순물이 제거된 상태의 철강 생산량) 기준 세계 4위인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로 1위 중국 바오스틸, 2위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3위에 안착하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전기자동차(EV)용 강철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US스틸의 생산 설비와 일본제철의 기술력이 합쳐지면 미국 자동차업체를 상대로 판매를 늘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US스틸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프리미엄을 누린 셈이지만 미국 정계와 노조에선 반발이 거세다. US스틸은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유엔본부 등 20세기 미국 고층건물 건설에 쓰이는 철강재를 생산하는 등 20세기 미 경제 부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US스틸은 1901년 존 피어폰트 모건이 ‘철강왕’으로 유명한 앤드루 카네기의 카네기스틸을 사들여 세운 회사로, 122년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가격 경쟁력 등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에 밀리며 내리막길을 걸어 현재는 철강업계 27위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US스틸을 살리기 위해 포스코를 포함한 해외 철강 기업에 25% 고율 관세를 매기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산 철강을 사용한 기업에만 보조금을 몰아주는 등 보호 장벽을 높였지만 결국 일본에 인수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세기 전반 미국 경제 성장의 주역이 사라지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했다. 조강능력을 세계 7위(2022년 기준)에서 2030년에 5위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포스코는 일본제철의 대형화가 반갑지 않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엔저 현상으로 일본 철강사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는데, 규모의 경제까지 강화되면 한국 철강사들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해외 기업의 주요 투자에 대해 미 정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해 최종 인수 성사까지 난항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내 인수를 희망했던 미 철강노조도 “규제당국이 국가안보 이익에 이번 거래가 부합하는지 조사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구광모 ㈜LG 대표를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구 대표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연수 씨가 “구 대표 측이 상속세 대납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한 인터뷰에서 밝혔다.세 모녀 측은 2018년 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 별세 이후 고인의 유언장이 없었는데도 양자이자 장자인 구광모 대표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것으로 유언이 돼 있다고 들었고, 상속세를 구 회장이 대납해 주기로 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3년 후 LG 경영진이 통보 없이 세 모녀의 보유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냈다는 것이다. 구연경 대표는 2021년 신용카드를 신청하려다 “채무가 너무 많다”고 발급을 거절당한 뒤 상속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LG 측은 “원고(세 모녀) 측 인터뷰 내용은 이미 법정에서 증거들을 통해 사실이 아님을 입증했다. 재산 분할과 세금 납부는 적법한 합의에 근거해 이행돼 왔다”며 “원고 측이 합의와 다른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인사들이 연일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최대치를 찍는 등 시장의 눈높이가 이미 금리 인하에 가 있자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연준 내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며, 금리 인하 결정은 향후 경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2023년에 많은 진전을 이루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모두에게 경고한다. 향후 데이터가 금리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굴스비 총재는 미국 연착륙 가능성을 낙관하면서도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대까지 낮춰야 한다. 우리가 그 길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지금 닭이 몇마리인지 세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을 낳기도 전에 닭 수부터 센다’는 미국 속담을 언급해 시장이 ‘김치국부터 마시면 안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앞서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다음날 인터뷰에서 “인하에 대한 논의는 하고 있지 않다”며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전날 제롬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시점이 “오늘의 논의 주제였다”고 말한 것에 대해 시장이 3월 인하로 전망을 굳히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연준 인사들의 경고에도 약 70% 가능성으로 3월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FOMC 직후의 80%에 비해서는 낮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3월 인하를 유력하게 보는 분위기다. 굴스비 총재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는 3월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인플레이션이 현재 경로대로 움직인다면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올해 마지막 인플레이션 주요 수치로 22일 공개될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이같은 조기 인하론 향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