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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Renewable Energy 100)’ 개념을 창시한 국제 비영리단체 ‘클라이밋그룹’이 한국을 찾아 국내 환경단체와 함께 정부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클라이밋그룹과 국내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15일 서울에서 열린 ‘RE100 한국형 정책 제언 발표 행사’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해 한국 정부에 전하는 6가지 제언을 발표했다. RE100은 클라이밋그룹이 주창하고 있는 캠페인으로,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약속이다. 클라이밋그룹에 따르면 최근까지 4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 RE100을 선언했다. 한국에서도 현재까지 국내 최다 전력 소비 기업인 삼성전자를 포함해 27개 기업이 RE100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6가지 정책 제언은 △공정하고 투명한 전력시장제도와 정책환경 마련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 △기업의 전력구매계약 활성화를 방해하는 장애물 제거 △전력망 운영의 유연성 및 공정성 강화 △재생에너지 투자 환경 개선 △재생에너지 사용 인증서의 투명성, 지속가능성 등 증진이다. 클라이밋그룹은 “현재 (한국 정부) 에너지 계획으로는 어떤 기업도 RE100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6.3%다. 같은 해 브라질은 84.2%, 덴마크 78.3%, 캐나다 67.9%, 스웨덴 66.4%였다. 산유국 미국도 20.0%,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도 각각 29.3%와 19.5%로 한국보다 높다. 이날 행사에는 학계 전문가와 대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재생에너지 PPA(전력구매계약) 활성화 논의’를 발표한 강승진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발제 자료를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 관련 법을 바꿔 더 많은 사업자가 전력시장에 들어와 재생에너지를 매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재생에너지 거래비용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후솔루션의 조은별 연구원은 “태양광발전소 설치 시 도로, 주거지, 공공시설 등과의 거리 규정이 과도하다. 또 해상풍력발전사업 인허가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하는 법 발의를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클라이밋그룹 올리버 윌슨 RE100 팀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진전이 없다는 것은 그 나라가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실현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이 수출 지향 국가로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아시아에서 재생에너지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김수형(가명·67) 씨는 최근까지 경비가 되기 위해 경비지도사 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을 거쳐 자동차 관련 외국계 기업에서 임원까지 오른 뒤 퇴임했다. 이른바 ‘스펙’을 갖춘 그가 경비 시험을 준비한 이유는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일해온 업계에서 자문 일자리부터 찾아봤지만 정년을 넘긴 사람을 반기는 곳은 없었다. 노인들이 주로 지원하는 일자리에 이력서를 내면 “너무 화려한 경력이 부담스럽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의 대학 동창은 최근 “가방에 단추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안부를 전해왔다. 김 씨는 “나도 목욕탕, 카드 배달원, 주차요원까지 알아봤다”면서 “내 경력을 생각하면 단순노무직보다는 조금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와 비슷한 상황의 노인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는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을 맡고 있는 이철희 경제학부 교수와 통계청 장래노인인구, 경제활동 인구조사 자료 등을 분석해 학력별 65세 이상 인구 추이를 추산했다. 그 결과 2020년 기준으로 전체 노인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대졸자가 2040년이면 33%, 2051년에는 50%, 2070년에는 7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도 노인 10명 중 1명은 은퇴 후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고학력자인데, 30여 년 뒤에는 이런 인구가 노인 2명 중 1명에 달할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현재 노인 일자리는 단기·단순노무 중심의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청년 인구는 줄고 있어 고용노동 시장에서 노인 인력의 활용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미래 노인들은 현재의 노인들보다 고학력에 더 건강하고 근로의욕이 높은 새로운(新) 노년층이라고 분석했다. 고학력에 의욕이 넘치고 건강한(Highly educated, Highly motivated, Healthy), 이른바 ‘3H’로 무장한 ‘파워 시니어(power seniors)’다. 김 교수는 “고령화시대에 고령 인구의 인적 자본을 잘만 활용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의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과 노인연령 상향 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저출산 대책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한 뒤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동아일보는 국내 노인층의 변화, 2030세대가 생각하는 정년 연장, 전문가 분석 등을 통해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는 ‘저출산-고령화 적응 사회로’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파워 시니어(power seniors)고령화가 심화되고 대학을 졸업한 인구가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고학력의 노인들. 이들은 학력뿐만 아니라 양호한 건강 조건, 근로 의욕도 함께 갖췄기 때문에 청년, 중장년층이 줄어들 미래 고용시장의 중요한 주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40년 고학력 노인 574만명… 경력 활용할 맞춤 일자리 늘려야” “업무아이디어 많은데 일할 곳 없어”2050년엔 노인 중 대졸자가 절반청년 인구 줄어 노년층 활용 중요 “아직도 머릿속에 든 기획 아이디어가 많아요. 간단한 방송물이라도 만들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현직 후배들이 받는 월급의 3분의 1만 받아도 괜찮아요.” 지방 명문고, 국립대를 거쳐 방송사 PD로 정년까지 근무하고 퇴직한 양태우(가명·66) 씨는 유명 장수 프로그램을 제작해 큰 상을 받기도 했다. 비록 정년은 지났지만 ‘퇴물’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현실은 달랐다. 60세가 넘으니 계약직 PD로도 써주는 곳이 없었다. 그는 “방송은 노인 일자리가 없어서 편당 1만 원 주는 프로그램 모니터링 요원까지 지원해봤다”며 “지금도 도서관에서 방송 기획안을 짜고 있다. 30년간 다큐멘터리를 만든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력, 건강, 의욕 갖춘 파워 시니어 한국은 2000년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노후 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20%대로 유럽 선진국(70% 전후)보다 턱없이 낮아 대부분의 노인이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다. 한국 노인 고용률(65세 이상)은 2021년 기준 3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0%)의 두 배가 넘는다. 이런 가운데 고령 인구는 갈수록 ‘고학력화’되고 있다. 본보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 이철희 경제학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 노인 인구는 1304만348명, 그중 대졸자는 251만5551명(19.3%)으로 추산됐다. 2040년에는 1720만2835명 중 대졸자가 574만2076명(33.4%), 2051년에는 1891만6786명 중 966만8050명(51.1%)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70년에는 노인 인구 1727만3266명 중 대졸자가 1210만4727명(70.1%)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미래 한국의 고용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파워 시니어’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력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건강도 좋아 활발한 사회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가 1946년생(현재 77세)과 1957년생(현재 66세) 고령층의 청소년기 의료환경을 조사한 결과 1957년생은 1946년생보다 1.2∼2.0배 더 많은 의료시설 혜택을 누렸고,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은 1.5배가량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젊은 시절 좋은 환경에서 자라 건강하다는 뜻이다. 이홍수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검진 수검률도 고학력자가 높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2년 OECD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성이 80.8세, 여성이 87.2세로 평균 84.1세였다. ‘대졸자 노인’이 고령층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될 2070년에는 남성의 기대수명이 86.6세, 여성은 92.9세로 평균 89.7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 일자리는 여전히 단순노무직 중심 높은 교육 수준, 좋은 건강 조건, 그리고 열정적인 근로 의욕을 갖고 있는 이른바 ‘3H(Highly educated, Highly motivated, Healthy) 노인’들의 취업 의지는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장래 취업 의사가 있다’는 노인은 54.7%로 10년 전(42.6%)보다 12.1%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고학력 노인들이 가진 인적 자산과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노인 일자리 대부분은 단기·단순노무직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취업인구 중 55세 이상 고령층 임시 일용직, 비임금 근로자 비중은 각각 27.8%와 37.1%로, 54세 이하 17.4%, 17.1%와 비교해 높았다. 정부 지원 노인 일자리 사업도 월 30시간 일하고 27만 원을 받는 공공형 일자리가 약 70%로 주류를 이룬다. 노인을 고용하려는 기업도 많지 않다. 고용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상시 근로자 1인 이상 기업 중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는 비율은 31.3%(2022년 6월 기준)였다. 2021년 고용부 조사에서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 가운데 61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단일정년제 적용 사업장의 6.8%에 불과했다. 단일정년제란 직급이나 직종에 상관 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같은 정년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다 보니 고학력-숙련 노인 인력들도 단기·단순노무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추인자 씨(66)의 남편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한때 건축 설계 사무소 대표였지만 현재는 서울의 한 빌딩 보안 인력으로 일하고 있다. 추 씨는 “남편이 건설 이력을 살려 중장비 자격증을 딸까 했지만 어차피 현장에 가면 경력직이나 젊은 사람을 뽑는다더라”라고 말했다.● “경력-전문성 고려한 고령 일자리 정책 필요” 고용 전문가인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자의 경력, 전문성, 숙련도, 만족도를 반영한 일자리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노인 인구를 잘 활용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생산성을 높이는 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맞춤 일자리’를 찾으려는 노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였던 고명석 씨(68)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노인 일자리 통합지원센터에서 노인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고 씨는 “사회복지 전문가라는 나도 막상 은퇴하고 보니 막막했는데 장기를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아서 만족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민간,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중심으로 고학력 전문가들을 활용할 방안을 연구하고 플랫폼을 개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인 노사발전재단은 금융권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금융전문강사 등 관련 취업,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권 교수는 “정년 연장, 퇴직자 재고용 등 기존에 일하던 곳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고학력 고령층이 늘어갈수록 노인 고용시장에서도 일자리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인 구직 인력 안에서도 고학력 숙련 인력과 상대적으로 저학력에 단기·단순노무직을 선호하는 인력이 분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인 이철희 경제학부 교수의 장래 학력별 노인 인구 추산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고졸 미만의 학력을 가진 노인은 전체 노인의 68.7%지만 2040년에는 23.0%, 2051년 9.2%, 2070년 2.0%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고등학교까지 마친 노인 비율은 21.7%에서 43.6%까지 늘었다가 점차 39.7%, 27.9%로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에도 전체 노인 2명 중 1명이 고졸 이하 학력으로 그 수가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계속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해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고령층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더 고연령층인 70대 이상은 시간제 일자리를 희망하는 비율이 60% 이상으로, 30∼50%에 불과한 50, 60대보다 높았다. 6·25전쟁 전후로 태어난 이들은 학력 수준이 낮고 노후 대비가 되지 않은 탓에 노동 부담이 작고 생계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벌이가 되는 단기·단순노무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노인들의 ‘복지형 일자리’ 수요는 꾸준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21년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빈곤율 조사 결과 국내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로 조사 국가 중 1위다. OECD 평균(13.1%)보다도 3배 이상으로 높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인구 중 중위소득의 50%로 생활하는 인구의 비율을 뜻한다. 우리나라 연금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이 빈곤율을 당장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노인 중 절반을 조금 넘는 인원만 노령연금을 받고 있고, 평균 수급액은 58만6112원(지난해 12월 기준)에 불과하다. 안준기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고학력·숙련 인력’과 ‘저학력·미숙련·저소득 인력’이 나뉘는 등 다변화될 것”이라며 “전자를 위한 일자리만큼 후자를 위한 복지형 일자리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한 주에 최장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라고 보완을 지시한 뒤 파장이 거세다. 앞서 노동계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주 69시간 근로제가 정착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개편안을 설계한 정부 자문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9일 동아일보에 “극한 사례를 들며 개편안이 근로시간을 늘린다고 비판하는데 현행 제도도 극한 사례로 치면 주 최대 12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반면 ‘MZ노조’ 관계자는 “정부 주장은 이해하나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권 교수 “개편안 수정은 해법 아냐, 오해 풀어야”연구회는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에 맞춰 지난해 7월 출범한 전문가 중심의 자문 기구다. 권 교수는 같은 해 12월 근로시간 개편안을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 권고문을 발표한 인물로, 이번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기자에게 최근 ‘주 69시간제’ 논란에 대해 “본질은 없고 피상적인 논쟁에 답답함을 넘어 화가 난다”며 “정부 방안 어디에도 ‘69시간 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개편안의 핵심은 일하는 방식의 다양화이고 노동시간에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6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은 현재 ‘주 12시간’ 하나뿐인 연장근로시간 상한을 월∼연 단위로 다변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이 몰릴 때는 오래 근무하고, 일이 없을 때 오래 쉴 수 있게 해준다는 취지였지만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권 교수는 “현행 제도하에서도 한 달 선택근로제(총 근로시간 안에서 근로자가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는 사업장은 하루 최대 21시간 30분 일할 수 있는데 주 6일이면 129시간 근무”라며 “극한 사례를 들어 개편안을 ‘주 69시간제’라고 부른다면 현행 체제는 ‘주 129시간제’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편안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의무화하고 연장근로시간을 선택할 때 근로자 대표 합의를 반드시 거치게 해 장시간 근로를 오히려 어렵게 만든 제도”라고 설명했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근로일과 근로일 간에는 반드시 11시간 이상 휴식해야 하고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바꿀 때는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보완 지시를 내린 뒤 고용부는 연장근로시간 상한 조정을 포함한 수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 교수는 “개편안은 여러 제도와의 정합성을 고려해 내놓은 최선안”이라며 “제도 수정은 해법이 아니다. 제도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원안 고수를 주장했다.● MZ노조 “사측 악용 가능, 단속도 한계”권 교수의 주장에 대해 MZ노조 측은 “정부의 ‘왜곡 인식’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정부의 개편 취지는 알지만 ‘주 69시간’을 적용했을 때 기업 현장에서 일어날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우선 ‘기업에서는 어떻게든 인건비를 아끼려고 할 테니 제대로 근로시간을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런 위반 행위를 정부가 모두 찾아내 단속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19일 본보에 “개편안은 사용자가 악용할 소지가 많다”며 “일을 몰아서 한 뒤 한 달씩 휴가를 가면 이상적이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이뤄지기 힘들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고 보완이 되면 다시 생각해 볼 것”이라며 “노동자에게 안전장치가 될 수 있는 제도가 선행돼야 반감도 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근로시간제 변경에 ‘노사 합의’라는 안전장치를 부여했다고 설명했지만, 송 위원장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시간제 변경이 노사 협상 카드로 올라와 관철된다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근로자 입장에서는 결국 강제 적용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사측에서는 주 69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하지 않는 대신 노조에 다른 걸 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일 발표한 워라밸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업자의 주간 희망 근무시간은 36.7시간이었다. 20대 이하(19∼29세)는 34.9시간을 희망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6년 전 유럽의 탄소정책을 취재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며칠 체류했던 적이 있다. 다자녀 워킹맘 입장에서 솔직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EU의 탄소정책이 아니라 벨기에 사람들의 근로시간이었다. 취재 지역에서 본 박물관 같은 공공문화시설은 오후 4~5시 사이면 예외없이 문을 닫았다. 대부분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6시 즈음 저녁시간이 되면 맥주집이 가득한 거리는 퇴근한 직장인들로 붐볐다.당시 대사관에서 만난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TV가 고장나서 수리를 신청하면 수리기사가 오는 데 열흘 넘게 걸린 적도 있다”며 “가전제품은 가급적 고장 안 나게 써야 한다”고 웃었다. 우스개소리였지만 그만큼 수리기사와 AS센터 직원들의 근로시간이 짧다는 방증이었다. 매일 조금만 일하니 접수 처리도 오래 걸릴 수밖에. ●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했지만…반면 한국의 근로시간은 어떨까? 누구나 알고 체감하다시피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길다.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나오는 유럽 국가들의 근로시간 1300~1400시간과 비교해 최소 500시간 길다. 정부도 노동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근로시간을 꼽았다. 지난해 전문가들 입을 빌려 개편 방향을 공개했고, 최근 확정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연장근로시간의 유연한 운용이다. 현재 ‘주 52시간제’라고 불리는 근로시간 제도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주일(週) 단위로 근로시간 상한을 관리한다. 52시간은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에 주 최대 연장근로시간인 12시간을 더한 시간인데, 이 중 12시간을 일주일 안에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게 한 것이 주 52시간제다. 법정 근로시간은 고정된 것이니 사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주 12시간 연장근로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개편안은 이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 선택지를 늘렸다. 주 12시간에서 월 52시간, 분기(3개월) 140시간, 반기(6개월) 250시간, 연 440시간 가운데 택할 수 있도록 한 것. 개편안이 시행되면 연장근로시간을 훨씬 융통성 있게 쓸 수 있다. 일이 바쁠 때는 연장근로를 몰아서 하고 바쁘지 않을 때는 그만큼 일을 줄이는 게 가능해진다. 단, 아무리 근로를 몰아서 하고 나중에 쉰대도 한 번에 건강권을 해칠 정도로 장시간 무한근로 하면 안되기에 근무일과 근무일 사이 연속으로 반드시 11시간 휴식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라는 계산도 여기서 나왔다. 4시간 근무하면 반드시 30분 쉬도록 돼있는 기존 휴게시간 규정에 연속 휴식시간 11시간 규정을 반영하면 하루 최대 근로시간이 11시간 30분이다. 이를 휴일인 일요일 제외하고 주 6일간 계속하면 주 69시간 일하는 셈이 된다.● “주 69시간은 없다?”문제는 이 근로 사례가 부각되면서 마치 개편안이 근로시간을 늘리는 연장안인 것으로 잘못 알려지게 됐다는 점이다. 필요에 따라 아주 적은 시간부터 69시간까지 운용하라는 게 핵심인데 주 최대 상한인 69시간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았다. 현 근로시간 문제를 해결한다며 낸 대책이 오히려 근로시간 문제를 더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실 정부가 거듭 해명하고 있는 것처럼 주 69시간 근무가 흔히 나올 수 있는 사례는 아니다. 주말 휴일 하루를 제외한 엿새 동안 연속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하는 식이어야 하는데 어쩌다 한 번이면 모를까 이런 근무를 자주 반복해야 하는 직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도 근거로 들었다. 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들의 주평균 근로시간은 52시간은커녕 40시간도 안됐다. 연장근로시간 상한은 일주일 12시간인데 조사 결과 한 달간 연장근로시간 평균도 10시간에 불과했다. 현재도 근로자 평균 실근로시간은 법적 상한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연장근로를 하면 근로자에게 그에 준하는 가산수당을 줘야 하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도 근로시간을 늘리는 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개편안 자체가 ‘강제’가 아니라 ‘선택’지를 주는 것이기에 근로자가 싫어하고 사업주도 부담스러워 한다면 사업장에 연장근로시간 단위 확대안을 도입할 수 없다. ● 기록에 없는 ‘공짜근로’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편안 시행이 불안한 이유는 현재 우리 노동 현장에 기록되지 않는 실제 근로시간, 이른바 ‘공짜근로’와 ‘공짜야근’이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공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이 결과는 노동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근로시간과 간극이 크다. 노동자들이 평균 주 40시간도 일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 5일 일반적인 사무직 근무 형태를 가정할 때 매일 오후 5~6시 ‘칼퇴근’한다는 것인데 이 정도면 주 최대 근로시간이 44~48시간이라는 유럽 수준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퇴근했다고 하고 계속 일을 했든가 아니면 집에서 일을 해서 근로시간이 안 잡힌 거겠지.” 조사 결과를 보자마자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비단 그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영세한 사업장은 물론 큰 사업장에서도 실 근로시간이 제대로 관리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근무시간보다 실근로시간이 더 긴 근로자가 많다. 근로시간 개편안과 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들도 법정 주 상한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공짜근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고 공짜근로와 실근로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품을 수밖에 없다. ● 핵심은 정확한 근로시간 측정 및 집계결국 정부 개편안이 정부 의도대로 근로시간 총량은 늘리지 않으면서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장점을 살려 작동하려면 근로시간이 먼저 정확하게 기록돼야 한다. 근로시간 기록이 정확해지면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월 이상으로 늘려도 주 69시간 같은 극한 근로가 자주 발생할 수 없다. 정부가 연장근로시간 단위가 클수록 연장근로시간 총량은 줄어들도록 설계해놨기 때문이다. 연 단위로 관리할 경우 총 연장 근로시간이 440시간이라 주 평균으로 따지면 8시간 30분 일하는 셈인데 현행 주 12시간보다 크게 짧다. 초과근로시간을 모아 장기휴가를 간다는 일명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근로시간 기록이 정확해야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포인트처럼 적립해 휴가로 쓸 수 있게 한다는 이 제도는 주 최대 69시간 근로와 함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금 있는 대체휴무, 보상휴가도 못 쓰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근로시간 기록만 정확하다면 이 제도 역시 현실성을 가질 수 있다. 근로시간이 명확히 관리되면 포괄임금제 같은 제도를 채택할 필요도 없다. 초과 근로에 대한 수당을 그 시간만큼 지급하는 게 아니라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는 공짜근로와 공짜야근의 가장 큰 원흉으로 지목돼왔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논란 끝에 결국 주 상한시간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건 ‘최대 얼마나 근무하느냐’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얼마나 근무하느냐’일 것이다. 그리고 일상적인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먼저 그 시간을 정확히 계량할 필요가 있다. 유럽 같은 근로시간이 갑자기 구현되기는 어렵지만 제도를 통해 차츰 줄여나가다 보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실근로시간도 자연스레 줄어들 터다. 코로나19로 회식 시각이 당겨졌듯 산통 끝에 나온 보완책이 퇴근시각을 당기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정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 지시를 내린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인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개편안에는 편법과 악용의 소지가 있다. 당장 대통령께서도 주 52시간 넘게 일하시고 있지 않느냐”고 14일 동아일보에 말했다. 반면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은 15일 “(노동계가) 제도 개선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개편안은 일자리 창출의 토대를 만드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MZ세대 노조가 주축이 된 새로고침협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송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이해 못 한 게 아니다.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하고 나면 나머지 주에는 더 적은 시간을 근로한다는 거 아니냐”며 “지금의 ‘주 52시간제’하에서도 장시간 근로, 연장근로 시간 불법·편법이 만연한데 (개편안을) 잘 지키는 사업장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제도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개편안이 MZ세대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MZ 근로자들의 반발이 제일 거세다. 송 위원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은 보통 직장에서 ‘시킨 대로 해야 하는’ 하위 직급이라 이들에게 결정권이 없는데 근로시간이나 휴가를 MZ세대의 욕구에 맞춰 결정할 수 있다고 정부는 말하니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새로고침협의회 관계자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비공식 면담을 가졌다. 재계는 노동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15일 경총 주최로 열린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에서는 “노동계가 마치 상시적인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한 것처럼 제도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탄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근로자 대표나 노조 합의가 있어야 연장근로 변경이 가능한데, (노동계가) 마치 기업들이 무조건 강제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상근부회장은 “국회에서는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과 같이 노사관계의 혼란과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증폭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법안의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경영계의 ‘노동개혁 방안’을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정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 지시를 내린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인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개편안에는 편법과 악용의 소지가 있다. 당장 대통령께서도 주 52시간 넘게 일하시고 있지 않느냐”고 14일 동아일보에 말했다. 반면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은 15일 “(노동계가) 제도 개선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개편안은 일자리 창출의 토대를 만드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MZ세대 노조가 주축이 된 새로고침 협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송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이해 못 한 게 아니다.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하고 나면 나머지 주에는 더 적은 시간을 근로한다는 거 아니냐”며 “지금의 ‘주 52시간제’하에서도 장시간 근로, 연장근로 시간 불법·편법이 만연한데 (개편안을) 잘 지키는 사업장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제도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개편안이 MZ세대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MZ 근로자들의 반발이 제일 거세다. 송 위원장은“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은 보통 직장에서 ‘시킨 대로 해야 하는’ 하위 직급이라 이들에게 결정권이 없는데 근로시간이나 휴가를 MZ세대의 욕구에 맞춰 결정할 수 있다고 정부는 말하니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새로고침 협의회 관계자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비공식 면담을 가졌다. 재계는 노동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15일 경총 주최로 열린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에서는 “노동계가 마치 상시적인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한 것처럼 제도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탄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근로자 대표나 노조 합의가 있어야 연장근로 변경이 가능한데, (노동계가) 마치 기업들이 무조건 강제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상근부회장은 “국회에서는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과 같이 노사관계의 혼란과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증폭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법안의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경영계의 ‘노동개혁 방안’을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이건혁기자 gun@donga.com}

#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산별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A 씨는 노조 지부가 조합비 통장을 여러 개로 ‘쪼개기’ 운영하면서 그중 한 개의 통장만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았다. 지부장은 감사를 받지 않는 통장에 든 돈으로 차량에 주유도 하고 특정 정당 후원금까지 내고 있었다. #2. 금융회사 노조 조합원인 B 씨는 조합비 결산을 들여다보다가 원래 매달 500만 원이어야 할 간부 활동비가 1000만 원 넘게 지출된 것을 확인했다. 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위원장이 사는 동네 편의점 물건 구입, 운동연습장 교습비까지 있었다. 위 사례는 고용노동부가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해 13일까지 접수한 노조 회계 관련 신고 중 일부다. 1월 26일부터 이날까지 총 396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노조 회계 관련 신고는 수십 건에 이른다. 횡령이나 배임으로 의심되는 신고들도 있었다. 노조 집행부가 본인들 선거 자금으로 조합비 2000만 원을 가져다 썼다거나, 한동안 쟁의행위가 없었는데 연간 업무추진비로 수천만 원이 사용됐다는 내용 등이다. 조합원이 1000명 넘는 노조에서 조합비 통장은 위원장 개인 통장을 쓰고, 회계감사를 노조 간부의 배우자가 맡은 노조도 있었다. 조합비 모금을 둘러싼 부조리 의혹도 접수됐다. 건설업계 노조원 C 씨는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로부터 매달 5만 원의 조합비를 받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발전기금’ 명목으로 추가금전을 요구했다고 제보했다. 안전사고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을 돕는 성금이라며 조합원 당사자 동의도 받지 않고 대필 서명으로 급여공제를 신청해 돈을 걷어간 공공기관 노조 사례도 있었다. 회계 관련 신고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열람 거부’였다. 한 공공기관 노조원은 노조 지도부에 조합비 사용처를 알려 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다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신고했다. 급여공제 절차를 설명해 달라는 조합원 요청에 대해 노조 지도부가 “궁금하면 소송하라”고 대꾸하거나, 3년 치 회계자료를 무더기로 주며 “여기(사무실)서 오전 중 다 보고 가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현재는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의 정당한 목적의 회계 열람을 막아도 제지하거나 처벌할 수단이 없다. 회계감사원 자격 규정도 없다. 집행부의 횡령·배임 의혹을 밝히려면 조합원 개개인이 고소, 고발을 통해 소송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2021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탈퇴한 원주시 공무원노조는 2018년 전공노 시절 지부장이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유령 직원’을 등록해 월 200만 원씩 총 16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이 지부장을 지난해 고소하기도 했다. 문성호 원주시 노조 사무국장은 “노조가 떳떳하다면 회계 공개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노동조합 319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회계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결과 최종적으로 86곳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상급단체별로는 민노총 소속 노조의 미제출률이 62.9%(62곳 중 39곳),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노조의 미제출률이 18.5%(173곳 중 32곳)였다. 고용부는 제출을 거부한 노조에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조합원 3분의 1이 원하면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2분의 1이 요구하면 외부 공시도 의무화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도 이달 중 발의될 예정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정부의 공격에 맞서 정면으로 투쟁하고 저항할 것”이라고 10일 말했다. 노동개혁을 놓고 정부와 갈등 중인 한국노총은 상시적 투쟁기구를 설치하고 ‘총력투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결단과 책임 있는 역할을 해 달라”며 정부 개혁 동참을 촉구했다. 이날 한국노총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컨벤션홀에서 창립 77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합친 것보다 더 참담한 역진(逆進·거꾸로 나아가다)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노동법의 시간을 70년 전으로 되돌려 놓고자 하는 역주행”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회계장부 제출 강요부터 주 69시간 노동착취 근로시간제까지 정부의 공격에 맞서 정면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노총은 ‘총력투쟁단 투쟁행동실’을 설치하며 “전면적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이 상시적 투쟁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이후 8년 만이다. 행사에 참석한 이 장관은 축사에서 “우리 노동시장은 이중 구조,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다”며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운동도 과거의 성과나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일본엔 설설 기고 재벌 대기업들에 퍼주지 못해 안달인 이 정권이 노동자에 대해서는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정부가 6일 근로시간 개편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근로자들 사이에서 파장이 상당하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현재의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되면서 장시간 근로가 더 심해질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야간, 휴일, 연장 근로시간을 적립했다가 휴가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동아일보는 전문가들로부터 근로시간 개편안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들어 봤다.① “주 69시간까지, 근로시간 길어질 것”→근로자대표제 정비해 근로시간 남용 방지 고용노동부는 현재 주(週) 12시간으로 제한돼 있는 연장 근로시간을 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 단위로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6일 발표했다.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최대 주 69시간 근무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주요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체 근로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 배수찬 지회장은 “현재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특정 시기에 일을 몰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선택근로제(근로자가 한시적으로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고 있고, 일이 없을 때는 주 20시간 정도만 일하기도 한다”며 “회사가 지금 와서 선택근로제 대신 연장근로제를 도입하면 일이 많아도 최대 69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고, 일이 없어도 최소 40시간(법정근로시간) 근로를 채워야 해 근로시간이 되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새로운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때 반드시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시간 근로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7일 “분명한 것은 노사 간에 합의가 안 되면 이 제도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근로시간을 결정해야 할 근로자 대표의 정의와 역할, 선출 절차에 대해서는 현재 규정된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오히려 대표성 없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다수 근로자의 의견에 위배되는 근로시간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조만간 다양한 직군의 근로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발표할 예정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적으로 정당성을 갖는 근로자 대표 선출은 근로시간제 개편의 선제조건”이라고 말했다.② “근로시간 적립해 장기 휴가? 불가능”→정확한 근로시간 기록, 관리가 선제조건 이번 개편안에선 초과 근로시간을 휴가로 적립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도입됐다. 정부는 ‘일할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때 몰아서 쉬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상사 눈치가 보여서 휴가를 못 가는데 ‘제주 한 달살이’ 같은 장기휴가는 ‘그림의 떡’”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이어졌다. 온라인에는 ‘주 69시간 근로’를 가정한 가상 근무표까지 등장했다. 월∼금요일 내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근무-점심시간-근무-저녁시간이 이어지다가 토, 일요일에는 ‘기절’, ‘병원’, ‘집안일’ 등으로 채워진 시간표였다. 다소 과장됐더라도 실제 근로자 휴가 사용률을 보면 우려할 만한 부분이 있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17개 시도의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 5580명의 연차 휴가 사용률은 76.1%에 불과했다. 현재도 초과근로를 하면 보상휴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보상휴가제)가 운영 중이지만 이 이용률도 낮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거나 미약한 중소 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측이 연장근로에 대해 수당 지급 대신 근로시간저축을 전면 도입하고 실제로는 휴가를 허락하지 않을 경우 임금만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초과 근로시간을 적립해 보상휴가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가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려면 구체적인 운영기준이 세워져야 하고, 무엇보다 근로시간을 정확히 기록·관리하는 시스템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록하고 이를 2년에서 3년간 보관하도록 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그런 의무가 없다. ③ “근로시간 유연화는 시기상조”→MZ 근로문화 확산, 제도 바꿔 대비해야 현재 한국의 근로 현실을 감안할 때 개편안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가 이번 개편안에 참조했다는 유럽의 경우 프랑스, 영국, 독일의 주 최대 근로시간은 48시간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밝힌 독일의 지난해 연간 근로시간은 1349시간으로 한국보다 500시간 이상 짧다. 이렇듯 유럽과 비교해 장시간 근로가 일상적인 한국에서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섣불리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노동환경이 바뀌었고 근로자마다 원하는 근무 스타일도 다르다. 그런 선택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MZ세대가 대거 노동시장에 유입되면 이런 근로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제도도 바꾸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정부가 ‘주 52시간’에 묶여 있던 근로시간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안을 6일 확정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금까지 70년간 주(週) 기준이었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 기준으로 확대해 ‘몰아서 일하기’가 가능해진다. 또 연장, 야근, 휴일근무 뒤 발생하는 휴가를 적립해놨다가 ‘몰아서 쉬는 것’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야당이 정부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어 여소야대 국회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현재 사용자(고용주)는 근로자에게 주당 법정 기본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더한 52시간 이상 일을 시킬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 받는다. 개편안은 ‘주 12시간’ 이내로 묶여 있던 연장근로를 월 52시간, 분기 140시간, 반기 250시간, 연 440시간 내에서 노사 합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바꿨다. 개편안에 따르면 휴게시간 등을 제외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까지 늘어난다. 단, 근무일과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연속휴식 부여’라는 조건이 붙는다. 연속휴식이 어려울 때는 주 64시간까지만 근무해야 한다. 연장, 야근, 휴일근로 뒤 발생하는 휴가를 적립해뒀다가 사용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도입된다. 근로시간 관련 규제들도 완화된다. 현재는 근로자가 4시간 일할 때마다 무조건 30분 휴식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에 ‘반차’를 내면 4시간 30분 뒤에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앞으로는 휴식시간 30분을 포기하고 4시간만 일한 뒤 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 출퇴근 시간, 근무 요일 등을 고르는 선택근로제 허용 기간도 일반 업종은 연간 1개월에서 3개월로, 연구개발직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연장근로시간의 1.5배 휴가로 적립… ‘한달 제주살이’ 갈 수도 Q&A로 본 근로시간제 개편안 근로시간 단위 週→年 확대하면 연장근로 총량 100→70%로 줄여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안될땐 주 64시간 근로로 제한, 건강권 보호퇴근후 회사연락 안받을 권리… 정부, 올해 TF 만들어 논의키로정부는 6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시행되면 ‘원할 때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쉴 수 있는’ 유연근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무슨 요일에 몇 시간 동안 일할지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초과 근무를 포인트처럼 적립해 ‘제주 한 달 살이’ 같은 장기 휴가도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을 질의응답으로 정리했다. ―‘연장근로시간 단위’가 바뀐다는데 무슨 뜻인가. “지금은 1주일 단위로 근로시간을 규제한다. 주당 법정근로시간은 40시간, 최대 연장근로시간은 12시간이고 이를 어기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반면 개편안은 이를 주, 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 단위로 다양화했다. 근로시간 선택의 폭을 넓혀 그 안에서 노사가 좀 더 유연하게 근로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장근로시간 단위가 길어지면 사업주가 이를 악용해 과로, 혹사 등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정부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장치를 마련했다.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길게 선택할수록, 그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은 90%, 80% 식으로 줄어들게 했다. 이에 따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갈수록 ‘주’로 환산한 연장근로시간은 각각 최대 12시간, 10.8시간, 9.6시간, 8.5시간으로 점차 줄어든다. 근로시간 유연성을 더 많이 확보할수록 그 대가로 연장근로 상한은 줄어드는 구조라 사업주가 반드시 긴 연장근로시간 단위만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허용 범위 안에서는 일주일에 70, 80시간 근무도 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 “월 단위 이상으로 연장근로시간을 관리할 경우 근로일과 그 다음 근로일 사이에 최소 11시간 이상 연속으로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했다. 따라서 일과 중 휴게시간까지 감안하면 아무리 길어도 근로시간은 주당 69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넘기면 위법이다.” ―회사 업무 특성상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에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4시간 이내로 줄이거나 4주 평균 64시간 이내로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된 휴식시간 없이 64시간을 초과 근무하면 뇌혈관 및 심장 질병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집안 사정으로 석 달간 ‘주 4일 근무’를 하려는데 가능한가. “개편안이 시행되면 가능하다. 근로자가 한 주에 며칠을 출근할지,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할지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을 선택근로제라고 한다. 현재는 1년을 기준으로 일반 근로자는 최대 1개월, 연구개발직은 최대 3개월 사용할 수 있지만, 개편안은 각각 3개월, 6개월로 확대했다. 특정 주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탄력근로제의 경우 현재는 노사가 한번 정하면 바꿀 수 없는데, 앞으로는 노사 협의로 바꿀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신설될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무엇인가.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하면 현재도 수당 대신 1.5배 시간의 보상휴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운영 기준이 없어 이를 실제 활용하는 기업은 2021년 기준 5.1%에 불과하다. 정부는 적립 및 사용 방법 등 법적 기준을 마련해 근로시간저축계좌를 만들고, 여기에 쌓인 보상휴가를 기존 연차휴가와 붙여서 한 달씩 장기간 휴가를 쓰는 것도 가능하게 만들 방침이다.” ―고소득 컨설턴트다. 근로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고소득 및 전문직종에는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일본은 이들 직종에 대해 ‘근로시간과 성과의 연관성이 낮고 오히려 근로자 자율성을 저해한다’며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관련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다.” ―밤낮으로 걸려오는 회사 전화 탓에 사실상 24시간이 근로시간이다. “정부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논의에 착수한다. 올해 전문가 참여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가능한 정책을 연구한다.” ―새로운 근로시간제는 어떻게 사업장에 도입할 수 있나. “근로시간제는 근로자들이 선출한 ‘근로자 대표’가 사용자와 합의해 결정한다. 그동안은 근로자 대표에 대한 정의, 역할 등이 모호해 노동조합, 혹은 사업자가 선임한 직원이 이를 대신했는데 앞으로 정부가 근로자 대표를 제도화해 역할, 선출 방법 등을 명시할 예정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거래하는 해외 기업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데 국내서 쓸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없으니 해외에서 사와야 할 판입니다. 답답합니다.”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이 세계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우리 기업들도 탄소 배출이 적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다. 국제적 위상이 높은 기업들은 아예 ‘100% 재생에너지 전기만 써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선언 압박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전체 발전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세계 ‘꼴찌 수준’올해 2월 기준 미국 애플과 구글, 독일 BMW 등 주요 글로벌 기업 399개가 RE100을 선언했다. RE100이란 국제환경단체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위원회’가 주창한 개념으로,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이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해양에너지 등 자연에 존재하는 에너지다. 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0에 가깝다. 현재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이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발전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업이 사용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실천하기 위해 거래 기업이나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한국 수출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3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0곳 중 3곳이 ‘글로벌 거래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답했다. 대기업들은 직접 RE100을 선언하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해외 기업들이 속속 RE100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RE100을 선언했고, 현재까지 27개 국내 기업이 RE100 달성을 약속했다. RE100 선언 기업은 빠르게 늘고 있는데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6.3%다. 같은 해 브라질은 84.2%, 덴마크 78.3%, 캐나다 67.9%, 스웨덴 66.4%였다. 산유국인 미국도 20.0%,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도 각각 29.3%와 19.5%로 우리보다 높다. 2021년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43.7TWh(테라와트시)였는데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 주요 대기업 5곳의 전체 전력소비량(47.7TWh)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 중 벌써 3곳이 RE100을 선언했는데, 이들의 한 해 전력소비량만 34.4TWh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2030년까지 30.2%’로 설정했던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올 초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1.6%로 크게 낮췄다. ‘기존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였다. ● “소규모 발전 확대 등 대책 내놔야”정부의 결정에 대해 재계에서는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은 정부 차원에서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까지 하겠다고 나섰는데, 우리는 오히려 정부가 나서 수출길을 막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요구를 맞추려면 재생에너지가 많이 나는 나라로 생산라인을 옮겨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전력수급 결정에 앞서 이런 상황을 감안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을 따질 게 아니라 기준과 제도를 바꿔서라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경전문가단체인 ‘기후솔루션’은 “현재의 전력계통(발전소-변전소-송전선의 연결과 부하) 수준을 핑계로 재생에너지 목표를 낮출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혁신적이고 유연한 전력계통 운영 정책을 내놓을 때”라고 강조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을 현재의 15.5%에서 2030년 40%까지 상향하고, 발전차액지원제도(신재생에너지 전력거래가격과 기준가격 차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 지원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대형 발전소 건설은 지금 착수해도 최소 4∼5년이 걸리는 만큼 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개별 시설이나 기관에 대한 지원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이 근로자 10명의 임금, 퇴직금 등 총 6300여만 원을 고의적으로 지급하지 않은 도․소매업자 김모 씨(61)를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김 씨는 인천 부평구 소재 할인마트를 운영하면서 대다수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매출액의 대부분을 또 다른 할인마트의 인수자금으로 유용했다. 김 씨는 채권추심(채권추심업체 등이 채권자로부터 채무자가 갚지 않은 빚을 넘겨받아 대신 받아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사용하거나 아들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등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모면하고자 재산을 은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김 씨는 조사 과정에서 “노동법 뭔데 그냥 조사해서 올려”라거나 “한번 벌금 내면 말아 그죠”라고 진술하는 등 임금체불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고용부는 밝혔다. 근로자가 고용부에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김 씨는 근로감독관의 수차례 출석요구에도 고의적으로 불응해 왔다. 인천북부지청은 김 씨에 대하여 통신 및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였고 2일 자택에서 김 씨를 체포했다. 죄질이 극히 불량할 뿐만 아니라 모텔 등에서 숙박하는 등 주거가 불분명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구속수사에 이르게 되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양승준 인천북부지청장은 “임금체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불법에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엄마, 엄마는 왜 아이를 많이 낳았어?” 새 학년 새 반에 진급한 첫째가 새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온 첫날 내게 물었다. 올해도 반 친구들 가운데 외동인 아이들이 많았다면서. “엄마는 원래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서 많이 낳았어.” 내 대답에 첫째는 “신기하네”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첫째 말마따나 요새 나 같은 여성은 ‘신기한 여성’이다. 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출생아 수를 포함한 ‘2022년 출생·사망 잠정통계’를 발표했는데, 출생아 수는 물론 합계출산율까지 또 1970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정부 속도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모양이다. 3일 보건복지부는 전문가들을 불러 긴급자문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27일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획기적인 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분위기는 단순히 인프라나 제도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연한 ‘육아포비아’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모두 1970년 집계 이래 최저치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산되는 평균 아이 수로, 0.78명이라는 것은 여성 4명이 아이는 3명 정도만 낳는다는 뜻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낮은 수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합계출산율 순위에서 줄곧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그것도 그냥 꼴찌가 아니라 압도적인 꼴찌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었다. 1996년 산아제한정책을 폐지하고 출산장려정책으로 돌아선 이래 정부는 많은 육아 안전망을 도입했다. 육아휴직 등 일부 육아 관련 제도들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혜택 수준을 자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선뜻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설과 제도 측면에서 여전히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으나, 요새는 그런 것과 별개로 육아 자체를 두렵게 여기거나 꺼리는 부모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처지가 처지인지라 주변 지인들로부터 임신과 관련한 고민 수리를 할 때가 많다. 주로 ‘언제 애를 낳아야 할까,’ ‘지금 낳아야 할까’와 같은 내용이다. 각자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결국 비슷하다. “낳긴 낳아야겠는데 감히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지인 부부도 “임신 후의 삶이 무서워서 임신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결혼한 지 5년이 넘도록 아이를 갖지 않기에 난 그동안 부부가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이거나 신체적 혹은 경제적 문제를 가진 줄로만 알았다. 알고 보니 지금껏 배우자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라 했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도 아닌데, 주변에서 아기를 낳은 뒤 겪는 여러 고충 이야기를 들으니 선뜻 ‘출산할 결심’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일종의 ‘육아포비아(phobia·공포증)’랄까. 요즘 주변 사람들로부터 임신·출산과 관련한 고민을 들어보면 이런 게 만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한 후배는 “육아 상담프로그램이나 육아 관련한 사건, 사고 소식을 계속 보다 보면 ‘과연 이 사회에서 내가 온전히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며 “‘아는 게 병’이라더니 무서워서 아이를 더 못 갖겠다”고 하기도 했다. 요즘 육아에 대한 이런 인식이 비단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팽배한 건 아닌 듯하다. 가족 나들이를 나가면 종종 우리 애들에 대해 물어보는 어르신들을 만나는데, 네 명 다 내 아이라고 하면 대부분 “대단하다. 어떻게 넷을 키우느냐”며 깜짝 놀라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내 나이 또래 부모였던 1970년대에는 한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이 4~5명이었다. 내게 감탄하신 분들 대부분 자녀가 4명 이상일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 분들이 내게 “대단하다”고 하시는 상황이 조금 우습지만 그만큼 그분들도 지금의 육아가 과거의 육아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생각하신다는 뜻일 터다.● 인프라만큼 중요한 인식 제고 육아포비아에서 더 나아가 육아나 아이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식음료점 등을 중심으로 일명 ‘노키즈존’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도 그런 방증이다. 내 지인 중에도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던 이가 있었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떤 친구는 “책임질 존재가 생기는 것은 딱 질색”이라고도 했다. 최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연구팀이 20~34세 미혼 남녀 2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인생에서 결혼과 출산이 필수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남성 12.9%, 여성 4.0%에 불과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나 육아에 관해 부정적인 정도를 넘어 혐오에 가까운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꽤 자주 볼 수 있다. 언젠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상적인 게시물을 본 적이 있다. 한 다자녀 가정 가장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록 생활비가 빠듯해 가족 해외여행 한 번 가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그래도 다자녀를 키우는 것이 행복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기대와는 달리 온통 부모를 비방하고 조롱하는 댓글이 달렸다는 것이다. ‘능력도 안 되면서 애는 왜 많이 낳았느냐,’ ‘거지 같이 산다는 이야기를 길게도 써놨다’ 등등. 이렇게 육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나 막연한 두려움이 만연하다 보니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더라도 최대한 미루고 단단히 준비해서 낳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지난해 대한민국 여성들의 첫 아이 출산 평균연령은 33.5세였다. 합계출산율과 마찬가지로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늦은 꼴찌다. 정부가 출산율을 제고하고 싶다면 인프라와 제도 구축 못지않게 인식을 전환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이를 가질지 말지, ‘출산할 결심’을 하는 것은 부모다. 부모가 아이 갖는 것을 무서워하고 꺼린다면 인프라와 비용을 쏟아붓는다 해도 그 효과는 기대만 못 할 것이다. 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은 이미 태어난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도 중요하다. 아동과 육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출산율을 조금은 제고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실업급여, 구직촉진수당 등을 받을 때마다 매번 따로 개설해야 했던 통장이 하나로 통일된다. 그동안 실업급여, 구직촉진수당, 산재보험급여 등을 받으려면 급여마다 각각 압류방지통장을 개설해야 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제8차 규제혁신 특별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생활 속 규제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6월까지 수급통장이 통합돼 여러 사업의 급여를 한 통장에 통합 지급받을 수 있도록 금융결제원, 은행연합회와 협의해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간이대지급금과 생활안정자금 융자 신청 서류는 간소해진다. 간이대지급금은 퇴직 근로자가 임금 등을 받지 못한 경우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지급하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강제 추징하는 제도다. 현재는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간이대지급금을 신청하려면 지급청구서와 함께 체불 임금 등과 관련된 사업주 확인서를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발급받아 다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급청구서만 내도 되게끔 바뀔 예정이다. 생활안정자금 융자의 경우 신청 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12개나 되는데 이들 발급기관이 각각 달라 서류 준비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관계기관들이 협업해 전산시스템을 연계하기로 하면서 이제 신청인이 국가기관으로부터 발급받아 제출하는 서류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안정자금 융자와 간이대지급금 서류 간소화 작업 역시 6월까지 마무리된다. 취약계층 보호 사업은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만 45세 이상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경력설계 컨설팅을 제공하는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사업’은 참여 대상을 만 40세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직·전직이 많은 만 40∼44세도 새출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직업능력교육을 수강할 때 국비를 지원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 지급 대상과 관련된 조건도 일부 바뀐다. 생계급여는 일(경제 활동)을 해야만 탈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대학 재학, 간병 등을 이유로 한동안 ‘일해야 한다’는 조건을 면제받는 생계급여 수급자가 있다. 이들은 일을 하는 생계급여 수급자와 달리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고용부는 앞으로 이러한 생계급여 수급자도 직업능력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6월까지 관련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고 규제를 혁신하려는 업무 담당자들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라며 “노동 시장 취약계층의 어려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정부가 주 52시간제 개편을 앞두고 각 사업장이나 직무별로 ‘맞춤 근로시간’을 협의하는 데 필요한 ‘근로자대표’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서울에서 근로시간제도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개편 방안을 공개했다. 주 단위로 설정된 연장근로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장해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함께 각 사업장, 직무별로 이를 논의할 근로자대표의 정의와 역할을 별도 법 조항으로 명시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근로자대표는 각종 노동법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용어다. 현행법상 근로·휴게시간, 해고와 같이 중요한 근로조건을 정할 때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근로자대표의 명확한 정의, 권한, 선출 방법 등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이에 일선 사업장에서는 노조나 임시 선출된 직원이 근로자대표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부가 근로시간제도를 개편하면서 근로자대표의 정의와 권한 등이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한 회사 내에서 A직군과 B직군이 서로 다른 형태의 근로시간제를 원한다면 현행법상으로는 사용자가 각 직군의 근로자 대표와 업무시간 관련 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만약 근로자대표가 각 사업장, 직무별로 사용자와 근로시간을 별도 합의할 수 있게 된다면 노조 권한이 위축되고 근로자들끼리 분열될 것”이라며 “노조가 근로시간 유연화에 반대하니 각 사업장, 직무 단위에서 근로자대표를 내세워 유연근로를 쉽게 관철하려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정부는 근로일 사이에 반드시 11시간을 이어서 쉬도록 하는 연속휴식 의무를 면제하는 대신 주 64시간 안에서 일하도록 하는 새로운 근로시간 선택지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입 시 주 52시간, 64시간, 69시간 등으로 근무시간이 유연화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정부가 기존 노동조합에 지원하던 국고보조금 액수를 줄이는 대신 전체 예산의 절반을 비(非)노조 근로자 단체와 ‘MZ노조’ 등 신규 노동단체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노조 가운데 회계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곳은 지원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노동단체 지원사업 개편방안’을 확정해 23일 발표했다. 이달 중 행정예고를 거쳐 3월에는 이를 토대로 보조금 지원 공고를 낸다. 개편안은 노동단체 지원사업 대상을 노조법상 ‘노조’에서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 즉 일반 근로자 단체까지 확대했다. 예를 들어 배달라이더 노조 같은 플랫폼 근로자나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단체, 지역별·업종별 근로자협의체 등의 단체도 새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고용부는 이들 신규 지원 단체에 사업 예산 44억7200만 원의 절반(22억 원)을 별도로 할당하기로 했다. 반면 기존 노조에 지급되던 지원금은 줄였다. 그간 지원 항목에서 큰 금액을 차지했던 ‘노조 간부 교육’이나 ‘국제 교류 사업’ 등은 앞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조는 국가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지원받는 만큼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할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며 “정부 또한 국민 혈세로 지원된 보조금이 자격을 갖춘 단체를 통해 책임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회계 자료 안낸 노조엔 지원금 안줘… 사용내역 전수 현장 점검 非노조-MZ노조도 국고보조금 비정규직-플랫폼 근로자 단체 등정식 노조 아닌 곳까지 지원정부 “회계자료 제대로 내라” 통보노동계 “돈으로 노조 겁박” 반발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단체 지원 사업 개편 방안’은 노동조합 국고보조금 사업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전체 근로자 중 소수가 가입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대형 노조가 정부의 지원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지원 범위를 넓혔고, ‘깜깜이 사업’ ‘눈먼 돈’이었다는 지적에 따라 지원 대상에 대한 선정 기준과 검증을 강화했다.● 기존 노조 지원금 대폭 축소지난해까지는 노동단체 지원 사업 대상이 ‘총연합단체인 노조 및 지역단위 본부, 산별 연합, 산업별 단위노조, 중소 노조’와 같이 관할 시군구에 정식 설립 신고를 한 노조로 국한됐다. 고용부는 이날 자료를 통해 “그간 노동단체 지원 사업 대상이 노조로 한정됐다”며 “국내 노조 조직률이 낮고 대기업 중심으로 조직돼 다수의 미조직(비노조) 근로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들이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대상 확대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2021년 기준 노조 조직률은 14.2%다. 노조법상 정식 노조에 가입된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 1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사업장도 대부분 대형 사업장이라 30명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0.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다수의 비노조 근로자들은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됐고, 사업 신청이 가능했던 소수의 대형 노조들만 혜택을 입어 왔다는 게 고용부 생각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사업 개편을 통해 MZ 노조, 근로자 협의체 등 다양한 노동단체가 사업에 참여해 취약 근로자의 권익 보호 강화와 격차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조금을 비롯해 기존 노조의 예산 사용 내용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이번 개편안의 배경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고용부와 광역자치단체 17곳으로부터 제출받은 노조 지원 명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고용부와 지자체가 한국노총과 민노총에 지급한 지원금은 총 1521억 원이었다. 여기에 양대 노총은 각각 조합원 수가 100만 명이 넘어 조합비 예산만 최소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고용부가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노조에 회계 자료를 제출토록 한 결과 대상 노조 327곳 중 정부 요구에 맞게 자료를 제출한 노조는 120곳(36.7%)뿐이었다. 고용부는 올해 지원 예산(44억7200만 원)의 절반인 22억여 원을 신규 참여 기관 전용으로 할당한다. 자연히 기존 노조에 주어지는 지원금 규모는 줄어든다. 기존 노조 입장에서 보면 지난해 35억 원에서 올해 22억 원으로 40%가량 줄게 됐다. 회계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노조는 3월 내로 자료를 다시 내야 한다. 자료 제출을 계속 거부하면 올해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고용부는 “노동단체 지원 사업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고보조금 사업이다. 회계가 투명한 단체여야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으며 사업 목표 달성과 함께 재정 낭비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출장 지원 사라져… 노동계 “돈으로 노조 겁박”지원금 사용 내역 관리도 강화한다. 그동안 보조금 정산보고서는 고용부가 자체 검증해 왔지만 올해부터 회계 전문기관에 맡겨 검증하도록 할 예정이다. 일부 노조에 한해서만 실시했던 현장점검도 전수 점검으로 확대한다.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의 종류도 바뀐다. 다른 목적으로 유용될 가능성이 높았던 간부 교육, 국제 교류 사업은 앞으로 지원하지 않고 취약 근로자 권익 보호, 산업안전 중심 내용으로 재편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돈으로 노조를 겁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노정 간 첨예한 대립이 예고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회계장부와 보조금을 엮어 마치 노조가 지원금을 부정 유용한 듯 엮으려는 치졸한 계략”이라며 “한국노총은 그동안 받은 돈의 사용 내역을 다 보고했고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 정부는 지원금을 빌미로 노조를 겁박하는 졸렬한 짓을 관두라”고 말했다. 민노총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14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노조 회계 공개 요구 등에 대해 “노조를 기득권 세력으로 몰고 범죄 집단화하는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하청업체가 수십 곳, 수백 곳인 기업(원청)들은 하청 근로자들이 돌아가면서 파업을 벌인다면 수시로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이 통과되자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현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노란봉투법이 앞으로 본회의도 통과해 시행된다면 큰 파장이 뒤따를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정부 여당도 ‘파업 만능법’ ‘파업 조장법’이 될 것이라며 야당을 향해 입법 철회를 촉구했다. ● “파업으로 해결하려는 사례 늘어날 것”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법원이 2014년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회사에 47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한 시민이 노란 월급봉투에 4만7000원을 담아 보내며 모금운동을 제안한 데서 유래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사용자의 개념을 확장한 2조 2항이다. 현행법은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등으로 한정했지만 개정안은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확장했다. 이렇게 되면 원청과 하청 근로자, 지주회사와 자회사 근로자 사이에도 법적 노사 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원청이 하청과 맺은 계약 금액 등이 결과적으로 하청 근로자의 임금, 처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청이나 자회사 소속 근로자가 원청 혹은 지주사를 상대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만 해도 1차 협력사가 300여 곳에 이르고 2, 3차까지 포함하면 5000여 개의 하청업체를 두고 있다. 이 업체들의 근로자들이 현대차 본사를 상대로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파업을 벌여 현대차 제품 생산을 막을 수도 있게 된다.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일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 2조 5항도 쟁점이다. 현행법은 합법적 파업 범위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해 불일치가 있는 경우라고 규정했지만 개정안은 여기서 ‘결정’이라는 말을 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결정’과는 무관한 채용, 정리해고 등 다른 제반 사항들도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최근 노동판례·정책 동향 및 기업 대응방안 웨비나’에서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현재는 단체협약을 체결(결정)하는 과정(이익분쟁)에서만 파업을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단협이 아닌 다른 상황(권리분쟁)에서도 언제든지 근로조건을 위해 파업할 수 있다”며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하면 법원에서 다투기보다 파업으로 해결하려는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입장문에서 “교섭체계도 흔들리고 결국 사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며 “실력 행사에 의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 기업의 손배 청구도 봉쇄… “피해는 결국 국민”개정안에는 사측의 손배 청구를 어렵게 만드는 조항도 담겼다.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 지금은 법원이 ‘노조가 회사에 100억 원을 배상하라’는 식으로 판결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파업에 가담한 A는 얼마, B는 얼마, C는 얼마…’ 식으로 판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 제기 단계부터 사측이 노조원 개개인의 책임과 귀책 사유를 일일이 산정해 소를 제기해야 하고, 또 이를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이런 소송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사 리스크가 너무 커지면 결국 기업은 한국을 떠나고 피해는 대다수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악의적 선동”이자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통과된 법안이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이 아니다”라며 “법원의 (합법 파업에 대한) 판결이 명확한 상황에서 파업권을 남발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이) 제한적으로 만들어져 너무나 슬프고 속상하다”면서도 “지금까지 만들어낸 법안만이라도 제대로 지키라고, 반드시 통과시키라고 촉구한다”고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국립환경과학원 전북권 대기환경연구소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농촌이 밀집한 전북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한 결과, 영농폐기물 불법 소각을 줄이면서 이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농사를 짓고 난 뒤 나오는 영농폐기물은 공동집하장에 폐기하거나 종량제 봉투에 넣어 생활폐기물로 버려야 하는데 폐기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천에서 불법 소각하는 일이 빈번했다. 전북 지역은 2019년 기준 영농폐기물 소각 작업이 초미세먼지 자체 배출량의 24%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특히 추수가 끝나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보리 수확기 직후인 6월에 농업용 비닐, 농약병 같은 영농폐기물과 잔재물을 대량으로 소각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북도청과 전북지방환경청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그리고 2022년 6월 농가를 대상으로 불법 소각 근절에 스스로 참여하도록 하는 캠페인성 저감 정책을 실시했다. 전북권 대기환경연구소가 이 정책의 효과를 미세먼지 성분 분석을 통해 확인해 봤다. 먼저 전북 지역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는 전년 대비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6월 전북 지역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당 27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16μg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7.5%, 41.2% 줄었다. 미세먼지 성분 분석을 해보니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물질이자 영농폐기물이 연소할 때 높아지는 지표인 유기탄소, 칼륨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영농폐기물과 잔재물 불법 소각을 줄인 것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불법 소각의 미세먼지 농도 기여율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포인트(18%→6%)나 떨어졌다. 단, 연구진은 “2022년 6월에는 강수량이 전년보다 많았고 대기 정체 일수도 전년보다 적었다”며 “양호한 대기 조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전북도와 대기환경연구소는 공동 간담회를 갖고 가을철 수확기 불법 소각 근절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앞으로도 관측 자료를 기반으로 해 실증적인 지역 맞춤형 대기 정책 지원을 위해 지자체와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전남 보성은 최근 한 달간 4700만 원을 들여 도로 주변과 야산에 방치된 영농폐기물을 포함한 쓰레기 120여 t을 수거했다. 대부분 지난해 추수가 끝난 뒤 방치되거나 몰래 내다버린 폐기물이었다. 전남 나주는 영농폐기물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공동집하장(농민들이 영농 폐비닐 등을 분리 배출하는 곳) 수를 기존 4곳에서 올해 18곳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집하장까지 갖다 버리기 귀찮다는 이유로 폐기물을 방치하거나 불법 투기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다. 흔히 미세먼지 배출원이라고 하면 공장과 자동차의 배출가스나 국외로부터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을 떠올린다. 하지만 공장이 없고 교통량이 적은 농촌에서는 영농폐기물 소각이나 방치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양이 상당하다. 영농폐기물은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비닐하우스 등에 사용하는 농사용 비닐과 농약 용기(병·봉지), 모종판, 호스 등이 있다. 올해 농사가 시작되는 봄을 맞이해 지자체들이 지난 농한기에 발생한 영농폐기물을 치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농업용 비닐 쓰레기만 연 30만 t경기도는 20일부터 ‘영농폐기물 집중 수거 기간’에 들어간다. 4월 30일까지 약 두 달간이다. 도 관계자는 “영농폐기물은 (불법 소각, 매립되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며 “깨끗한 농촌 환경 조성을 위해 농가에 영농폐기물을 적극적으로 수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폐기물의 양은 엄청나다. 환경부에 따르면 농사용 비닐 폐기물 발생량만 해도 매년 30만 t이 넘는다. 2020년에는 30만7157t, 2021년에는 31만9194t이었다. 폐농약 용기는 7039만 개, 2021년 7331만 개에 달했다. 문제는 영농폐기물의 수거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영농폐기물의 폐기 절차는 다음과 같다. △농민들이 가까운 영농폐기물 공동집하장에 폐기물을 갖다 놓으면 △수거사업자가 수거사업소로 운반하고 △이후 상태에 따라 정부 혹은 민간 재활용시설이나 소각시설로 이송하는 순서다. 그런데 초기 수거 단계부터 구멍이 발생하고 있다. 으레 그래 왔다거나 또는 번거롭다는 이유로 공동집하장까지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는 농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폐비닐만 해도 2020년 기준 약 4만6000t이 수거 단계부터 불법 소각 또는 매립·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농한기 농촌을 방문해 보면 농지 혹은 도로 한편에 쌓여 있는 농업용 비닐이나 농약 용기 등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런 영농폐기물은 대기·토양 등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농약, 비료 등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수질오염도 일으킨다. 정전이나 화재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2월 축구장 400개 규모의 임야를 태운 경북 영덕 대형 산불도 영농폐기물 소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에서 겨울철 바람에 날리는 물질(비산물)로 인해 136건의 크고 작은 정전이 발생했다.● 영농폐기물 대부분 관리 사각지대에폐비닐과 폐농약 용기 외 폐기물들은 별도의 수거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영농폐기물은 생활폐기물에 속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거·처리 의무가 지자체에 있다. 비닐과 농약 용기는 그 양이 많아 정부가 수거와 관리에 관여하고 있다. 모종판, 그물망, 고정끈, 호스, 하우스 재배용 스티로폼 등 나머지 모든 영농폐기물은 지자체 관할이다. 비닐, 농약 용기 외 영농폐기물에 대한 처리 지원을 하는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폐기물은 버려지거나 불법 소각·투기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자체적인 수거 시스템이나 시설을 구축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자체들은 주장한다. 농촌지역 인구는 줄고 농업 인구의 고령화는 가속하는 탓에 앞으로 영농폐기물 방치·투기 문제는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촌을 지키는 고령층의 경우 폐기물을 직접 공동집하장까지 나르는 게 어렵고 새로운 제도나 지원을 교육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영농폐기물을 수거한 농민 등에게 주어지는 지자체 수거보상금의 국고 지원 비중을 2배로 늘렸다”며 “정부 지원이 늘어난 만큼 지자체의 폐기물 관리 여력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환경부는 고령자나 소규모 마을 주민이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폐기물을 배출할 수 있도록 현재 전국 9885곳인 영농폐비닐 공동집하장도 2025년까지 1만30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환경경제학회장을 지낸 임동순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농폐기물 처리 비용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영농폐기물 처리와 재활용에 높은 보상을 하면 그만큼 관련 업체들이 알아서 뛰어들 것”이라며 “민간 수거운반비 등을 시장이 왜곡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조하는 등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