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82

추천

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6-03-02~2026-04-01
문화 일반47%
문학/출판27%
연극7%
학술7%
여행3%
칼럼3%
교육3%
경제일반3%
  • 일렁이는 자연의 빛… 반딧불이 안내하는 무주의 밤

    풀내음이 짙은 가운데 캄캄한 어둠 속을 춤추듯 수놓는 불빛들이 있었다. 연둣빛 같기도 하고 노란빛 같기도 한 그건, 반딧불이였다. 마침 구름이 달빛을 가린 덕분에 반딧불이가 뿜어내는 빛은 더 또렷했다. 전북 무주군 뒷섬마을을 30분 넘게 걷는 동안 쉼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반딧불이가 만들어내는 빛의 일렁임에 탄성만 나왔다. 덕유산 향적봉에 오르고, 우리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를 즐기는 한편 직접 키운 채소로 차린 시골밥상을 맛보니 무주에서의 1박 2일이 금방 지나갔다. 기자가 체험한 건 ‘농촌 크리에이투어-무주1614’다. 농촌 크리에이투어는 크리에이티브(창조적인)와 투어(관광)의 합성어로,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 시작한 농촌관광 활성화 사업의 새 형태다. 무주군은 ‘무주1614’라는 브랜드로 무주를 즐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시원한 절경, 푸짐한 시골밥상 늦더위의 기세가 맹렬하던 지난달 26일, 무주에 도착하니 선선했다. 무주는 해발 600m에 자리한 고랭지다. 덕유산 꼭대기인 향적봉에 오르기 위해 20분 가까이 곤돌라를 탔다. 곤돌라에서 내려 600m가량 올라가면 향적봉에 이른다. 경사가 완만한 데다 계단식 덱길을 설치해 걷기 수월하다. 어린이나 어르신도 여럿 보였다. 향적봉에 오르니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 마이산 등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아래로 널따란 안성평야도 보였다. 이부영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 자연환경해설사는 “덕이 많아 넉넉하다는 뜻을 지닌 덕유산은 해발 1614m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높다. 계절마다 매력이 뚜렷한데 특히 겨울철 상고대가 일품이다”라고 말했다. 덕유산을 내려와 솔다박체험휴양마을로 이동했다. 숙박 및 바비큐 시설을 갖춘 이곳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먼저 식빵 만들기를 했다. 발효시킨 식빵 반죽의 촉감이 보들보들하다. 최인영 제빵 강사는 “호밀잡곡 식빵에는 무주 특산물인 호두를 넣었다”고 말했다. 치즈를 넣은 먹물 식빵도 만들었다. 오븐에서 갓 구워낸 식빵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에 계속 손이 갔다. 무주에서 재배한 블루베리로 만든 콩포트를 발라 먹으니 상큼함이 더해졌다. 솔방울 가습기도 만들었다. 둥글게 묶은 칡넝쿨에 소금물로 삶은 후 말린 솔방울을 붙이면 된다. 이혜진 솔다박체험휴양마을 사무국장은 “솔방울은 습기를 머금으면 오므라들고 건조하면 활짝 펴져, 우리 선조들은 문 앞에 솔방울을 달아두고 날씨를 예측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솔방울 가습기를 물에 푹 담가놓으니 마치 조개가 입을 꼭 다문 것처럼 솔방울이 오므라들었다. 이를 방에 걸어놓으니 솔방울이 서서히 마르며 활짝 벌어졌다. 신통한 자연 가습기다.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 구들장돌을 갈아 만든 불판 위에 돼지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갔다. 밭에서 바로 캔 파로 담근 파김치, 역시 직접 키운 상추와 고수, 고추는 아삭아삭하고 신선하다. 엄나무순나물, 열무김치, 잡채, 떡볶이, 시래깃국까지, 푸짐하다. 새송이버섯과 직접 키운 고구마를 은박지에 싸서 숯불에 구우니 감칠맛이 더해진다. 시골밥상이어서일까.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었는데도 속이 편했다. ●반딧불이, 낙화놀이…빛의 향연 해가 지자 뒷섬마을로 반딧불이를 보러 나섰다(앞섬마을도 반딧불이가 많다고 한다). 청정지역에 사는 반딧불이는 사람이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깜깜한 길을 30분 넘게 걸으며 반딧불이를 계속 볼 수 있었다. 온전히 자연이 만들어낸 빛. 신비로웠다. 티셔츠에 반딧불이가 살짝 내려앉자 셔츠의 글씨가 보였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은 옛사람들의 과장된 표현이라 여겼는데…. 매년 8월 말부터 9월 초에 열리는 무주반딧불축제는 어떨지 궁금해졌다.이어 낙화놀이. 물 위에 길게 매단 줄에 낙화봉을 줄줄이 걸어 불을 붙이면 불꽃이 폭포처럼 쏟아져 장관을 이룬다. 낙화봉은 한지에 숯가루를 평평하게 펴 올리고 소금을 뿌린 후 쑥으로 길쭉하게 만든 심지를 넣는다. 그리고 돌돌 말아 반으로 접은 뒤 서로 엇갈리게 배배 꼬고 끝부분을 실로 묶는다. 철사를 끼워 고리를 만들면 완성된다. 실제 해보니 숯가루가 흘러나오거나 꼬는 과정에서 한지가 찢어지는 등 쉽지 않았다. 박일원 무주안성낙화놀이보존회장은 “뽕나무로 숯가루를 만들고 천일염을 구워 건조시킨다. 쑥을 캐고 말려 심지를 만드는 등 모든 과정을 손으로 직접 다 한다”고 말했다. 낙화놀이는 전북 무형문화유산이다. 두문마을에 있는 두문저수지에서 낙화놀이를 했다. 주위에 다른 불빛이 없는 가운데 오직 낙화봉의 불꽃만이 터지면서 떨어져 내린다. 불꽃은 저수지 물에 거울처럼 반사돼 마치 위로 솟구쳐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바람에 쑥 냄새가 은은하게 실려 온다. 빛의 폭포가 위에서, 아래에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광경을 넋 놓고 바라봤다.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된 ‘불멍’에 마음이 고요해졌다. 다음 날인 27일 아침에는 솔다박체험휴양마을 옆에 있는 솔바람길을 산책했다. 우아하게 뻗은 적송이 멋스러운 풍경을 자아냈다. 산책길에서는 보물찾기도 진행됐다. 선물이 적힌 쪽지를 찾아 여기저기를 살피다 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1박 2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몸과 마음이 맑아지고 꽉 찬 듯했다. 농촌 크리에이투어는 전국 20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웰촌에서 확인할 수 있다.무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10-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교통사고로 “살 날 사흘” 판정받은 개그맨, 고전 읽고 인생의 눈 뜨다[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인기를 얻고 각종 행사에 초청돼 밤낮 없이 일하며 한 달에 3000만 원 넘게 벌었다. 하루 2, 3시간 자고 식사도 허겁지겁 때웠다. 2005년 고속도로에서 트럭과 충돌하는 대형 사고가 났다. 의사는 “사흘을 넘기기 어려우니 주변 정리를 하라”고 했다. 그제야 자신이 꿈꾸는 게 뭔지 생각하게 됐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후 삶을 돌아봤다. 열심히 살았다고 믿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왔음을 깨달았다. 고전을 비롯해 각종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세상이 달리 보였다. 그렇게 알게 된 걸 행동으로 옮겼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원하던 것도 하나씩 이루게 됐다. 이런 경험을 담아 책을 썼다. 반응은 뜨거웠다. 개그맨 고명환 작가(52)의 이야기다.그가 고전을 통해 삶의 방향과 태도에 대해 깨달은 바를 담은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라곰)가 8월 26일 출간됐다. 책은 나온 지 한 달 반 만에 7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책 판권은 대만, 베트남에 판매됐고 일본 판매도 논의 중이다. 고 작가를 8일 전화 인터뷰하고 최지연 라곰 대표(42)를 이날 서울 마포구 라곰 출판사에서 만났다.고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고전을 다시 읽었는데 참 좋았다.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글을 쓰는 동안 행복했다. 하루에 A4용지 두 장 분량을 쓰기로 계획했는데 나도 모르게 두 장을 훌쩍 넘긴 적이 많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3만 권 판매를 목표로 잡았는데 순식간에 이를 넘겨 놀랐다”고 말했다. 책에서 언급한 고전 57권은 고 작가가 직접 골랐다.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징비록’(류성룡), ‘인간의 대지’(생텍쥐페리), ‘토지’(박경리)를 비롯해 ‘도파민네이션’(애나 렘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같은 최신작까지 아우른다. 고 작가는 “서재를 돌고 또 돌면서 책을 골랐다. 내가 자극을 받고 평생 도움이 될 책은 최근에 출간됐어도 고전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고전에 대해 자기만의 해석을 자유롭게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이유를 그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돈을 좇다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려면 아예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벌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고 작가는 교통사고로 몸이 부서져 병실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자신이 벌레로 변한 것이라고 말한다. 의사가 살 날이 사흘 정도 남았으니 유언을 하고 주변 정리를 하라고 말하자 그 순간 사회생활 전체를 갈아 넣은 봉천동 빌라와 석촌호수 옆 아파트는 안중에도 없었단다. 왜 이렇게 목숨 걸고 돈을 벌었는지, 꿈꿨던 대학로 연극 무대는 왜 근처에도 가지 못했는지, 연극하는 게 진짜 꿈인지, 뭐가 무서워서 남들이 시키는 대로 살았는지 등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 이후 그는 식당을 차리고 책을 쓰고 강연했다. 대학로에서 연극도 하고 뮤지컬 무대에도 섰다.‘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고 작가는 ‘그들이 아파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그들을 구출하고 스스로 이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반 일리치의 말에 주목했다. 그는 세상에 필요한 가치, 즉 나도 살고 남도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식당을 운영할 때 고객이 좀 더 만족하는 쪽으로 자신의 이윤을 낮추는 게 같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독자가 낸 책값보다 더 큰 이익을 얻도록 책을 쓰자고 결심했다.고 작가는 앞서 출간한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라곰·2023년),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라곰·2022년) 등에서 그가 읽은 책을 다뤘다. 고전에 대해 본격적으로 쓴 책을 내보자고 한 건 최 대표의 생각이었다. 최 대표는 “고전을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했다.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에서 ‘데미안’을 언급하며 ‘수컷 나방은 별이 아름답다고 해서 별을 좇지 않는다. 수컷 나방은 자기의 본분을 정확히 알아 암컷 나방에게 간다’는 데미안의 말에 주목한 게 참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고 작가님은 어떤 주제를 다뤄도 결국 책으로 돌아오기에 고전에서 길어 올린 것을 삶에 적용한 경험을 담으면 단단한 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대학교수, 문학박사, 평론가, 소설가 등이 고전에 대해 쓴 책은 이미 많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고 작가님은 고전을 해석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뼛속까지 동기를 부여해 자기 계발을 하게 하는 사람이죠. 이렇게 접근하면 새로운 색깔로 고전을 다룬 책이 나올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고 작가도 흔쾌히 수락했다. “고전은 모양이 없어요. 그러기에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해석이 절대 있을 수 없죠. 기존의 해석과 상관없이 제 방식대로 고전을 해석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이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최 대표는 저자가 개그맨이라는 게 선입견으로 작용할까봐 책에 고 작가의 사진은 넣지 않았다고 했다. “제일 고민한 건 ‘책에 대한 책’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고전의 내용을 요약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뒤에 붙이는 구성은 안 된다고 판단했어요. 고 작가님은 평소 ‘질문하면 고전이 답을 준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그래서 이를 자유롭게 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최 대표는 고 작가가 보낸 원고 가운데 3분의 1 가량을 뺐다. 최 대표는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대폭 덜어냈다. 전작에서 언급한 건 뺐지만 중요한 내용은 줄여서 넣었다. 문단 배치를 바꾸기도 했지만 문장은 교열 보는 수준으로만 다듬었다”고 했다. 고 작가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책의 목차를 짜고 뼈대를 구성하는 건 전적으로 편집자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이런 신뢰가 생기게 된 건 4,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대표는 고 작가가 다른 출판사에서 2017년 낸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를 눈여겨봤다. 팟캐스트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에 고 작가가 출연한 회차도 들었다. “내공 있고 가능성이 큰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출간 기획안을 몇 차례 보냈습니다. 2년 간 답이 없었지만 기다렸어요. 어느 날 메일 주소를 보내달라고 하더니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 원고를 보내주셨어요!” 고 작가는 말은 살짝(?) 달랐다. “최 대표님이 집으로 자주 찾아왔어요. 생글생글 웃으며 ‘원고 안 주시면 매일 찾아 올 거예요’라면서요.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를 내기 전에 출판사 30여 곳과 미팅을 한 경험이 있어요. 저는 소제목을 정하고 글 쓰는 건 재밌는데 글의 순서를 배치하는 건 힘들더라고요. 제가 글만 쓰면 얼개를 잘 짜주는 편집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최 대표님이 딱 그런 분이었죠. 집요하게 기다리고 끈기 있게 설득하는 열정도 있고요. 믿음이 갔어요. 서로 너무나 잘 맞아서 이젠 떠나지도 못하겠어요.(웃음)”고 대표는 전작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가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일본, 대만, 베트남, 러시아에 판권이 수출되는 행운이 온 건 최 대표 덕분이라고 책에 썼다. 더 큰 행운을 보는 눈을 가진 최 대표가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를 써 보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라는 것. 최 대표는 “편집자는 뒤에 있는 사람이기에 책에서 이 내용을 뺄지 여부를 한참 고민했다”며 웃었다. 책은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구성했다. “과거에는 한 페이지에 22행 정도 들어갔지만 요즘은 18, 19행 정도 넣어요. 여백도 좀 더 여유 있게 두고 한 챕터에 들어가는 분량도 줄였어요. 책장을 넘기는 맛이 있어야 책 읽는 재미도 더 생기니까요.”(최 대표) 책 제목을 정할 때 특히 고심한 점은 동기를 부여하는 메시지를 담는 것이었다. 최 대표는 “질문을 갖고 책을 읽다보면 책이 답을 준다”며 고 작가가 늘 하던 말에 초점을 맞춰 ‘고전이 답했다’는 큰 제목은 자연스레 정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설명이 좀 더 들어가야 했다. “‘삶의 무기가 되는 고전’ 등을 가제로 했지만 마음에 쏙 들진 않았어요. 그러다 원고에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다룬 대목 중 ‘어쩌면 내가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을 살지 않은 건 아닐까?’라는 대목이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이를 제목에 반영했죠.”(최 대표)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라는 제목은 이렇게 탄생했다.마케팅을 위해 출간 6개월 전부터 서평단을 모집했다. 규모는 무려 1000명. ‘고독한 북클럽’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캐릭터 ‘고독이’도 탄생했다. 책 출간을 3주 가량 앞두고 1000명에게 샘플북과 노트를 우편 발송하는데 출판사 직원 모두가 며칠간 매달렸다. “서평단으로 1000명을 모을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틀 만에 600명이 모이는 걸 보고 놀랐어요. 서평단은 보통 수십 명에서 많아도 200명 정도거든요. 통상 책을 미리 보내는데, 이번에는 인원이 많아서 서문과 7개 챕터를 묶은 샘플북을 만들었어요. 서평단엔 작가 친필 메시지를 아침마다 문자로 보냈어요. 책 출간을 앞두고 2000개나 되는 리뷰가 올라오는 걸 보고 감사했습니다. ‘고독한 북클럽’은 ‘고명환과 함께 하는 ○○○’ 이름을 붙여 상설 운영하려고 합니다.”(최 대표) 고 작가는 1000일 넘게 매일 유튜브 ‘고명환tv’에 자기 확신과 바람을 열창하는 ‘아침긍정확언’ 영상을 올린다. 짧은 강의도 담는다. 책 출간일인 8월 26일은 아침긍정확언을 한 지 1000일째 되는 날에 맞췄다. 한데 8월 말은 유명 소설가들과 자기계발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가 새 책을 출간하는 시기였다. 출판계에서는 이런 경우 출간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조절한다. 하지만 최 대표는 고심 끝에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갔다.“유명 작가들의 책이 나오는 게 신경 쓰이긴 했지만 독자층이 겹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출간 후 교보문고 MD가 ‘고 작가님의 팬뿐만 아니라 작가님을 잘 모르는 분들도 책을 구매한다. 책이 그 자체로 힘을 가지고 있어 독자층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작가님의 독자는 기존에는 40대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책은 20, 30대도 많이 봐요.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몰랐어요.”(최 대표) 초판은 고 작가가 1만 권에 친필사인을 했다. 작가가 1만 권에 직접 사인을 하는 건 시간은 물론이고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다. “이전에 5000권에 사인을 해 본 적이 있었는데요, 1만 권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7월부터 책을 박스에 넣어 싣고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하고 또 해도 안 줄어 들었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독자들이 잉크가 뒷면에 번진 걸 보고 친필 사인이라는 걸 확인해 감동받았다는 글을 많이 올려주셔서 고마웠어요. 출판계에는 류시화 시인이 1만 2000권 사인한 게 최고 기록이라고 하더라고요. 최 대표님이 ‘이 기록 깨보고 싶지 않으세요?’라고 물어봤습니다.(웃음)”추석 연휴 중 하루는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또 하루는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게릴라 사인회도 열었다. 최 대표는 “기존에 뺐던 원고를 더해 확장판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고 작가는 “고전을 읽고 스스로 심장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 내 책은 그런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욕구도 사회가 정한 대로 세뇌당할 수 있습니다. 돈과 성공에 대한 게 대표적이죠. 세상에 끌려 다니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바라는 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짚어봐야 해요. 사회가 주입한 걸 빨리 걷어내고 자신의 진짜 욕망을 찾아낼수록 행복해집니다. 책이 이를 가능하게 하고요. 제가 실제 죽음 앞에 가보며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물질적 욕심을 걷어내고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게 그 시작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러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더라고요.” 고 작가는 항상 책을 3, 4권 갖고 다니며 시간 나는 대로 읽는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프리초프 카프라), ‘과학의 탄생’(야마모토 요시타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카를로 로벨리)다. 최 대표는 고 작가가 약속 시간을 꼭 지키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고명환tv는 초반에 조회수가 얼마 안 나오고 새벽에 라방(라이브 방송)을 몇 명 안 볼 때나, 지금처럼 조회수가 늘어나고 라방에 800명 넘게 들어올 때나 작가님이 보여주는 에너지가 같아요. 10명이 있어도 즐겁고 800명이 있어도 즐거워하세요. 그런 진정성이 가 닿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최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제가 이 시대의 평균치 정도여서 그런지 제가 재미있으면 독자들도 재미있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숨겨진 저자도 발굴해 같이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고 작가의 꿈은 도서관을 짓는 것이다. “열심히 벌어서 도서관을 지을 겁니다. 평소 도서관에 자주 가는데다 제가 책에서 받은 게 워낙 커서 더 많은 분들이 그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가족들도 적극 지지해줬고요. 꼭 지켜봐주세요.”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라곰·2024년)는….개그맨이자 작가인 고명환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고전 57권을 골라 자신의 경험과 함께 정리했다. 인문 분야 책이 아니라 자기계발서로 분류돼 있듯이 고전의 내용을 소개하고 분석하기보다는 해당 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깨달음을 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줬는지 썼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가족을 위해 돈을 벌다 벌레가 된 그레고르는 정확히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연극 무대에 서고 싶었지만 서울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좇아 5년 만에 봉천동 빌라를 샀다. 하지만 대학로로 가지 않고 계속 돈을 벌어 석촌호수 옆 아파트를 사는 선택을 했다. 2005년 교통사고로 생이 사흘 남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방에 갇혀 버린 벌레 같은 처지가 돼 삶을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왜 그렇게 돈을 벌려고 했는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수는 없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다는 것. 기적적으로 살게 된 그는 식당을 운영하고 책을 쓰며 강연하고 있다. 대학로 연극 무대에 서고 뮤지컬도 하는 등 즐겁게 일하며 돈도 벌고 있다. 벌레가 된 순간 인간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며, 내면의 자신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라고 말한다.결혼 10주년을 맞아 아내와 신혼여행을 갔던 프라하로 다시 여행 간 그는 작은 커피숍에서 손님과 대화하며 느긋하게 커피를 내리는 사장을 보고 ‘플루타코스 영웅전’을 떠올린다.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주문을 좀 더 빨리 받고 회전율을 높이면 수익을 훨씬 많이 낼 수 있지만 사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의문을 가진 그는 ‘스파르타인들의 삶이 편안했던 것은 바라는 바가 소박했기 때문이다’는 대목을 보며 정신이 번쩍 든다. 소박의 의미는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 자신의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임을 깨닫는다. 메밀국수 식당을 운영하는 저자에게 사람들은 왜 프랜차이즈를 공격적으로 확장하지 않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처음에 그는 뭔가 잘못하고 있는지 고민했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을 읽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의 불행은 욕망과 능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는 대목을 보며 자신은 600개 프랜차이즈를 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 식당으로 성공했다. 한데 이 식당을 하기 전 사업에 네 번이나 실패했다. 기준이고 뭐고 없이 열심히 하기만 했단다. 처음 식당을 차렸을 땐 싼 재료만 찾아다녔다. 네 번이나 망하고 나니 이기고 싶어 무작정 서점에 갔고 ‘손자병법’을 발견했다. 그리고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을 알게 됐다. 남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하고(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으면 싸우지 말아야 한다(천). 잘 아는 공간에서 싸워야 하고(지),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하며(장)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법). 그는 고객에게 이롭게 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현실 공간 뿐 아니라 가상 공간도 제대로 파악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능력 있는 사람을 알아보려면 스스로가 성장해야 하고 한 번 결심한 건 꾸준히 해 나가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도파민네이션’(애나 렘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등 최근 나온 책도 포함시켰다. 저자는 자신에게 평생 도움이 될 책은 출간 시기에 관계없이 고전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삶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접근한 ‘생활 밀착형’ 고전 풀이로, 저자만의 시각이 독특하다. 쉽게 이해돼 멀게 느껴졌던 고전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10-10
    • 좋아요
    • 코멘트
  • [온라인 라운지]세계 누빈 상사맨에서 이민자로…‘내가 사는 캐나다 트렌튼에서는’ 출간

    상사맨으로 일하다 캐나다로 이민 가 24년간 살며 느낀 단상과 애환을 담은 ‘내가 사는 캐나다 트렌튼에서는’(김병년 지음·김현정 그림·열린북스)이 8일 출간됐다.저자 김병년 씨(69)가 사는 트렌튼은 토론토에서 동쪽으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이다. 캐나다에서 자영업을 하는 그는 노을이 번진 하늘, 비에 촉촉하게 젖은 튤립, 풍성한 단풍에 감탄하며 이를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한다. 호수에서 카누를 타는 젊은 아빠와 두 딸, 캠프파이어를 하며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여름날 길에서 열린 댄스 파티장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춤추는 이들 등 평화롭게 삶을 즐기는 캐나다인들을 보며 캐나다가 재미없는 천국이 아니라 ‘제법 재미도 있는 천국’이라고 말한다. 그가 찍은 현지 사진들도 함께 실었다. 평생 조용히 곁을 지킨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도 고백한다. 개발 시대 한국의 무역 현장과 두바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를 발로 뛰어다닌 숨가쁜 여정도 담았다.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저자의 여동생인 나비작가 김현정(Navikim)의 작품이다. 김현정은 회화, 영상, 설치를 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저자는 김현정에 대해 “뇌졸중으로 쓰러져 10년 가까이 누워계셨던 아버지의 수발을 다 하고 어머니도 지극하게 보살폈다. 대견하고 고맙기도 하지만 오빠로서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기 짝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이어 “오랜 시간의 고통을 인내하고 부활하는 나비처럼 나비작가 김현정으로 거듭나는 것 같아 가슴 뿌듯한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10-08
    • 좋아요
    • 코멘트
  • [온라인 라운지]서강대 부동산학협동과정 2025학년도 전기 신입생 모집

    서강대 일반대학원은 부동산학 석·박사과정 2025년 전기 신입생을 모집한다고 7일 밝혔다. 모집 기간은 10월 16~23일이다. 서강대 부동산학 석·박사과정에서는 부동산의 기본적인 개념과 함께 행정적 규제, 법적 보호 등을 다룬다. 교수진은 부동산학 및 관련 학문의 이론 전문가, 도시재생 전문 변호사, 도시계획을 담당한 전직 고위 공무원, 부동산관련 공공기관장 등으로 구성된다. 서강대 경영학, 경제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과도 연계해 학제 간 융합 교육을 한다.특히 2025년 1학기부터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와 이중학위제를 실시한다. 토플 100점 이상을 받은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며 서강대에서 3학기(18학점 이상), 위스콘신대에서 1학기(16학점)를 수강하면 두 대학의 학위를 함께 취득할 수 있다.서강대 부동산학 석·박사 과정은 국제학술대회 및 국내 전문가초청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등 기본 개념부터 최신 기술과 산업 트렌드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상근 서강대 부동산학협동과정 주임교수는 “부동산학은 경제와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학문으로 부동산 개발, 관리, 금융, 법률 등 여러 분야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융합해 미래 부동산 시장에서 두각을 발휘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일반전형은 서류 심사 및 구술·면접으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서강대 일반대학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10-07
    • 좋아요
    • 코멘트
  • 세계의 맥, 지도로 짚다…‘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이 벌이는 마지막 전쟁일까, 중국은 어디까지 영토를 확장할까, 독일은 어떻게 유럽의 중심이 됐을까….이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세계 흐름의 맥을 짚어내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미 우리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데다 그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세계를 알아야 앞으로의 움직임도 예측할 수 있다.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사이)는 지구촌의 움직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에밀리 오브리, 지정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파리 1대학에서 강의하는 프랭크 테타르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5대륙 28개국 상황을 지도를 통해 보여준다. 지도 제작 전문가 토마 앙사르가 그린 지도 120개를 실었다. 기자와 학자가 함께 썼기에 국제 정세와 각국 역사, 경제 상황 등을 이해하기 쉽다. 지도만 봐도 해당 지역 상황을 주제별로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는 올해 7월 말 출간된 후 두 달 만에 1만 2000권이 판매되며 단숨에 교보문고 정치사회부문 1위에 올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구소련 공화국의 일부였던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며 나토가 러시아의 서쪽을 압박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그 사이에 자리한 지도는 러시아와 서구권의 충돌을 한 눈에 보여준다. 러시아는 초강대국이었던 소련의 계승자라 여기지만 경제적 어려움, 정치적 다원주의의 부재 등으로 내부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는 등 대외적으로 강력한 힘을 휘두르며 소련 붕괴로 국민이 느낀 ‘모욕감’을 잊게 해줬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스웨덴과 핀란드도 나토에 가입해 나토 가입국은 30개에서 32개로 늘었다.막대한 양의 가스와 원유가 매장돼 있는 북극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를 담은 지도는 자원을 둘러싼 갈등 양상을 압축적으로 확인하게 해준다.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해 철도, 송유관, 가스관, 해상항로 등을 건설하고 투자를 진행하는 곳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까지 뻗어 있는 지도로 중국이 노리는 방대한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독일이 가운데 자리한 유럽 지도는 독일이 지리적 위치에 경제적 힘이 더해지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럽의 중심에 있는 강대국’이 됐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을 출간한 권선희 사이 대표를 서울 마포구 사이 출판사에서 23일 만났다. 권 대표는 민음사와 계열사인 황금가지에서 10년간 편집자로 일한 후 2005년 1인 출판사 사이를 설립했다.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20년 가까이 혼자 일해 왔다. 말 그대로 1인이 꾸려온 출판사다. 권 대표는 지도와 해당 설명을 충실하게 담은 이 책을 찾기 위해 3년 동안 애썼다. 출발점은 그가 2016년 낸 ‘지리의 힘’(팀 마샬 지음·김미선 옮김)이었다. ‘지리의 힘’은 출간 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으며 지정학 분야의 대표적인 책으로 자리 잡았다.(권 대표는 ‘지리의 힘’을 발굴(?)하는 데도 3년 가량 걸렸다고 한다. 그는 특정 내용이 떠오르면 이를 담은 책을 계속 찾는다고 한다.) “3년 전 인터넷 서점 MD 출신 간부에게 ‘지리의 힘’을 건넸어요. 그러자 ‘제가 지도 덕후예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지도 덕후’라는 말에 꽂히면서 지도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책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지리의 힘’은 각 장마다 지도가 앞에 나와서 책을 읽다 궁금하면 앞으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지리의 힘’은 지리가 중심 주제이기에, 이제 지도가 중심인 책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아마존을 비롯해 지리, 지도와 관련된 여러 사이트를 수시로 검색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지도 관련 책을 찾으면 지도 제작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왔어요. 나라별 지도와 사진이 중심이고 텍스트는 짧게 나온 책도 있었고요. 지도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책은 내용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2022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과 런던도서전이 열린 후 주요 책들을 3, 4줄로 짧게 소개한 자료를 받았다. 그 중 영어 제목의 책 ‘비하인드 더 맵’ 소개가 눈에 들어왔다. “‘28개국을 화려한 지도로 보여준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라고 설명돼 있었어요. 이 내용에 끌리진 않았어요. 프랑스책이 원서여서 프랑스 아마존을 찾아봤죠. 책 판매 순위가 높고 리뷰도 좋더라고요. 책에 나온 지도 이미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이에 그는 프랑스책 전체 파일을 요청했다. 그는 외국책을 국내 출간할 경우 내용을 모두 확인한 뒤 출간 여부를 판단한다고 한다. “실제 책을 다 봐야 진가를 알 수 있어요. 소개를 보고 기대한 것과는 다른 책이 적지 않으니까요.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도 PDF로 책 전체 내용을 받기 전까지는 비주얼만 좋고 글이 빈약하면 어쩌나 염려됐어요. 국경 분쟁을 나라별로 단편적으로 보여주거나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책은 많지만 글이 적으면 한국 독자들은 잘 안 보더라고요. 실제 책 파일을 받아 번역기로 돌려 보니 글 내용이 충실했어요. 분량도 적지 않았고요.”‘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는 2021년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를 맨 앞으로 배치하고 전쟁에 대한 내용을 담은 개정판이 그 해 다시 나왔다. 국내 출간한 책은 개정판이다.“외서를 검토할 때는 제목도 같이 고민해요. 부제와 띠지 문구도요. 원고에 대해 확신이 들까말까하는데 제목도 딱 떠오르지 않는 책은 결국 출간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이 책은 검토하는 중에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라는 제목이 떠올랐어요. 프랑스어 원제는 ‘지도의 이면, 전쟁의 귀환(Le Dessous des cartes. Le Retour de la guerre)‘인데 이걸 그대로 쓸 수는 없었습니다.”(두 저자는 프랑스 방송국 아르테TV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반 ‘Le Dessous des cartes’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책에 담았다.) 출간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후 며칠 더 고민했다.“책을 낼 때마다 출간해도 진짜 후회 없을지 2, 3일간 계속 생각합니다. 제 안에서 일종의 숙성 단계를 거친다고 할까요. 오롯이 혼자 책임을 져야 하니까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거든요.”한편으로는 ‘지리의 힘’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지리의 힘’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출판사의 기둥 같은 책인데 이를 무너뜨리는 건 아닌가, 비슷한 책을 내서 제 살 깎아먹기를 할까봐 염려됐죠. ‘지리의 힘’에 대해 지도가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내부 경쟁이 벌어지진 않을까, 온갖 생각이 다 들었어요.”결국 출간하기로 결정했다.“‘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전 세계를 포괄하며 객관적으로 조망한 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판권을 구매하려는 국내 출판사는 없어서 높지 않은 가격에 판권 계약을 했다. 제작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120개나 되는 지도별로 나라, 도시, 강, 산맥 등 이름을 깨알같이 넣어야 했다. “보통 번역을 먼저 하고 디자인 작업은 후반에 하는데 이 책은 번역과 지도 그래픽 작업을 1년간 같이 진행했어요. 디자인 담당자가 지도 위에 명칭 하나하나를 우리말로 넣어야 해서 ‘인형 눈 붙이듯이 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일명 ‘마우스 노가다’를 엄청 했죠.” 권 대표도 표기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군사 용어는 익숙하지 않아 더 신경 썼다.“작디작은 글씨를 일일이 확인하다 진짜 토 나오는 줄 알았어요. 나중엔 내가 지도인지 지도가 나인지 구분이 안 되더라고요.(웃음)”마지막 관문은 표지에 넣을 지도를 선택하는 것이었다.(파란색 바탕에 제목을 배치한 프랑스 원서의 표지는 딱딱하고 밋밋한 느낌을 준다.) “고퀄리티의 지도가 있다는 걸 표지로 보여줘야 했어요. 멋진 지도가 많아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더라고요. 특정 지역만 강조한 건 대표성이 떨어지고, 세계 전체 지도는 벙벙하게 보였어요. ‘풍요 속의 빈곤’이었죠.(웃음) 20개 시안을 뽑은 뒤 추려내서 최종 2개를 골랐고, 거래처 관계자와 가족들에게 물어본 결과 중동을 중심으로 유럽, 중앙아시아, 아프리카가 담긴 현재 표지로 결정했습니다.”책은 프랑스책보다 크게 만들어 글이 여유 있게 배치되게 했다. 책은 나오자마자 독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리뷰에는 ‘어릴 때 사회과부도를 좋아해 휴일마다 보는 게 취미였다.’, ‘사회과부도를 곁에 두고 보며 즐거워했던 추억이 떠오른다’는 내용이 꽤 있다. ‘아이와 같이 보기 좋았다’, ‘지구본과 함께 보니 더 재밌었다’는 글도 있다.“지정학에 관심 있는 40~60대 남성들이 많이 보셨어요. 20, 30대 독자도 30% 가량 되고요. 지정학을 다룬 다른 책에 비해 젊은 독자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출간 이벤트로 세계지도를 증정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독자들 중에 ‘지도 덕후’가 많은 것 같아요.” 권 대표는 내용으로 승부하는 책을 계속 만들겠다고 했다.“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 책보다는 내용이 가진 힘 자체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독자들이 입소문을 내주고 서로 권하는 책이야말로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사이·2024년)는….프랑스 저널리스트 에밀리 오브리, 정치학자 프랭크 테타르가 5대륙 28개국 상황을 120개 지도와 함께 보여주며 세계의 흐름을 설명한다. 원제는 ‘Le Dessous des cartes. Le Retour de la guerre‘. ‘지도의 이면, 전쟁의 귀환’이라는 뜻이다. 프랑스 방송국 아르테TV에서 매주 토요일 ‘Le Dessous des cartes’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두 저자는 방송 내용을 책으로 정리했다. 지리적 위치는 각국 정치, 경제, 외교 등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기에 국제적 상황을 넓은 시야에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제일 먼저 다뤘다. 저자들은 이 전쟁이 푸틴의 마지막 전쟁이 될지 질문하며 러시아 상황을 살펴본다. 푸틴은 소련 붕괴를 “지난 세기의 가장 커다란 지정학적 재앙”이라며 초강대국이었던 소련의 위상을 되찾으려 한다. 이는 경제적 빈곤, 독재로 인한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합병하자 러시아에서 푸틴의 인기가 높아진 건 소련 붕괴와 1990년대 혼란스러운 격동기가 러시아 국민에게 준 ‘모욕감’을 잊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하지만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등 서구권이 러시아의 서쪽 국경까지 바짝 다가오자 러시아의 위기감은 고조된다. 나토를 미국의 군대처럼 여기는 러시아와 나토 가입국들 사이에 우크라이나가 자리한 지도는 이런 상황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를 지키는데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데다 러시아의 역사적 발상지로 여겨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탄핵되는 등 친러 성향 정치인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이에 푸틴은 러시아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친러 분리주의 운동을 지원해 양측 간 충돌이 이어졌다. 북극해를 둘러싼 갈등도 만만치 않다. 북극에는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13%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가스의 30%가 매장돼 있다. 북극해는 러시아, 미국, 캐나다, 덴마크가 영유권을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거대 해저 산맥인 로모노소프 해령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다른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로모노소프 해령이 러시아와 동일한 대륙붕 위에 있다는 사실을 내세우는 것. 북극해 지도를 보면 이 같은 국가 간 갈등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은 전쟁을 일으킨 국가이기에 경제적 성장만을 추구했다. 유럽의 중심에 자리 잡은 까닭에 유럽 국가들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교류하며 유럽을 안정화하는데 기여했다. 유럽중앙은행 등 유럽연합의 여러 제도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독일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럽의 중심에 있는 강대국’이 됐다.중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미국과 맞서며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건설하고 있는 도로, 철도, 가스관, 송유관을 비롯해 해상 항로는 아시아,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뻗어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중국이 설비 투자를 한 항구가 있는 나라는 스리랑카, 파키스탄, 케냐, 탄자니아 등 상당수다.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훨씬 가까운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은 최대 교역국으로 경제적 이익이 달려 있고,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안보를 협의해야 한다. 저자들은 오스트레일리아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으로 봤다. 중국이 남태평양 섬국가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면서 그동안 해당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오스트레일리아와 직접적인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홍콩 등과 함께 북한을 다룬 것도 눈길을 끈다. 우리에겐 익숙한 내용으로, 북한의 핵시설 위치를 보여주며 북한이 최후의 보험인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순서에 상관없이 관심 있는 지역을 찾아보면 된다. 단편적으로 다가왔던 국제 이슈가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 큰 물줄기 안에서 파악할 수 있다. 국제적 흐름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앞으로의 변화 방향을 가늠하는 안목을 키우는 데 밑바탕이 될 듯 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9-26
    • 좋아요
    • 코멘트
  • 삼성증권, ‘주식 모으기’ 서비스 실시

    삼성증권은 고객이 고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원하는 날마다 원하는 만큼 자동으로 모을 수 있는 ‘주식 모으기’ 서비스를 올해 8월에 시작했다. 고객이 사용하던 종합계좌, 외화은행연계계좌,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금저축계좌를 통해 원하는 종목, 금액이나 수량, 매수 주기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매수 주문이 실행된다.대상 주식은 국내 주식(ETF 포함) 뿐 아니라 10개 국가의 주식(ETF, 상장지수증권(ETN) 포함)이다. 10개 국가는 미국 중국 홍콩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이다. 삼성증권 모바일 앱 엠팝(mPOP)이나 삼성증권 지점을 통해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주식 모으기 서비스는 △적립하고 싶은 종목을 선택하고 △매수 금액 또는 수량, 주기, 적립기간을 정하는 단계를 통해 등록할 수 있다. 한 번에 한 개의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 여러 건의 주식 모으기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후 ‘나의 모으기 현황’에서 매입한 종목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조회시점까지 모은 수량과 금액, 평균 매수 가격이 나온다. 또 ‘공유하기’를 통해 카카오톡으로 친구나 지인에게 알리거나 주식 모으기를 추천할 수도 있다. ‘관리하기’를 이용하면 당초 설정한 모으기 규칙을 변경하거나, 쉬어가기도 가능하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정기적으로 자동 매입하고 싶거나 다양한 종목에 꾸준히 투자하고 싶은 경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증권은 중개형 ISA를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25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하고 있어, 중개형 ISA에서 주식 모으기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증권 ‘중개형ISA 절세응원’ 이벤트는 △웰컴 이벤트 △스타트업 이벤트 △레벨업 이벤트 △붐업 이벤트까지 총 4가지다. 타사에서 이전한 금액은 2배로 인정된다.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웰컴 이벤트는 기간 내에 처음 중개형 ISA를 개설할 경우 5000원 상품권, 개설 후 100만 원 이상을 순입금하면 1만 원 상품권을 지급한다. 단, 상품권 5000원 권 혜택과 1만 원 권 혜택은 중복 지급이 안 된다.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스타트업 이벤트는 올해 8월 30일 기준 삼성증권 중개형 ISA 잔고 100원 이하 고객이 기간 내 중개형 ISA에 100만 원 이상∼1000만원 미만을 순입금하면 1만 원 상품권을 지급한다. 레벨업 이벤트는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중개형 ISA에 순입금한 금액에 따라 상품권을 지급한다. 1000만 원 이상은 상품권을 3만 원부터 단계적으로 지급해 9000만 원 이상은 25만 원까지 준다. 붐업 이벤트는 중개형 ISA에서 온라인으로 100만 원 이상 국내주식, ETF 및 ETN, 채권(RP포함), 파생결합증권(ELS ELB DLS DLB 등), 펀드를 매수하면 추첨을 통해 현금 혹은 상품권을 지급한다. 현금 30만 원은 2명에게 주며 5만 원 상품권(5명), 치킨쿠폰(10명)도 지급한다.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중개형 ISA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삼성증권 홈페이지나 엠팝(mPOP)을 참고하면 된다.삼성증권은 “8월 말 ‘주식 모으기’ 서비스를 시작한 후 이달 18일 기준 가장 인기 있는 모으기 종목을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 미국 S&P500 ETF이며 해외 주식은 엔비디아, 애플 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모으기 주식’ 순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삼성증권은 “주식 모으기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보다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9-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뮤지컬 ‘경종수정실록’ 外

    《사람마다 꿈꾸는 세상은 각기 다르다. 그러기에 자신이 그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다 격렬하게 충돌하기도 한다.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믿고 이를 향해 간 이들을 조명한 뮤지컬과 전시가 열리고 있다.》뮤지컬 ‘경종수정실록’꿈꾸는 세상을 향한 세 남자의 질주조선 20대왕 경종. 왕위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인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기면증을 앓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왕권은 더 흔들린다. 왕위를 노리는 이복동생 연잉군(훗날 영조)은 경종을 압박해 온다. 사관 홍수찬은 이들 두 형제의 역사를 묵묵히 기록한다.2019년,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이다. 조선 군주 중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은 경종을 비추며 왕의 역할과 형으로서의 입장이 충돌하며 터져 나오는 파열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왕자로 태어나 왕이 되지 못하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운명에 맞서 몸부림치는 연잉군의 내면도 설득력 있게 그렸다. 마음 한 곳 붙인 데 없는 경종이 기대려 하지만 그 때마다 거리를 두는 홍수찬의 알 수 없는 속내도 궁금증을 더한다.3인극으로, 배우들은 각자 처한 복잡한 입장을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낸다. 팽팽하게 당겨지면서도 무대를 안정감 있게 채우는 삼각형을 떠올리게 한다. 경종 역은 주민진 박규원 유승현이 맡았다. 연잉군은 김지온 박준휘 홍기범이 연기한다. 홍수찬 역에는 강찬 유태율 이진혁이 발탁됐다.주민진은 유약해 보이지만 힘이 없으면 포용하는 정치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왕권을 흔드는 노론 세력을 하나하나 누르며 강단 있게 나아가는 경종을 몰입도 있게 연기한다. 강력한 군주였던 아버지 숙종, 아버지에게 사사된 생모(장희빈)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홍기범은 자신만만한 듯하지만 낮은 신분 출신인 생모(숙빈 최씨) 때문에 움츠러드는 연잉군을 호소력 있게 연기한다. 유태율은 속마음을 꾹꾹 누르다 예상치 못한 행보에 나서는 홍수찬을 매끄럽게 그렸다.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정치 상황이 급물살을 타며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가운데 세 인물의 복잡한 속내를 입체적으로 비춘다. 충돌을 거듭하다 가혹한 운명 앞에서 경종과 연잉군이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다. 극의 흐름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넘버들도 작품에 힘을 더한다. 경종이 “나를 꿈꾸게 하라”며 반복해 부르는 대목은 오래도록 귓가를 맴돈다.11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 1관. 5만∼7만 원. 전시‘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현실을 비트는 기발한 상상력“뱅크시 당했다(Banksy-ed).”2019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뱅크시의 작품 ‘풍선을 든 소녀’가 104만 2000파운드(약 17억 원)에 낙찰된 후 그림이 액자 아래로 저절로 내려가며 파쇄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나온 말이다. 뱅크시가 미리 액자에 장치를 설치해 벌인 퍼포먼스였기 때문이다. 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화가’인 뱅크시는 스스로를 ‘아트 테러리스트’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과 퍼포먼스 영상 등 130여 점으로 구성됐다.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전시 중 최대 규모다. ‘꽃 던지는 소년’(2003년), ‘몽키 퀸’(2003년), ‘네이팜’(2003년), ‘행복한 헬리콥터’(2003년), ‘펄프 픽션’(2004년) 등 유명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풍선을 든 소녀’는 소더비 경매장에서 파쇄된 작품이 아닌 다른 에디션이 전시돼 있다. 뱅크시는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기에 뱅크시가 설립한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을 통해 진품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에선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뱅크시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인포그래픽을 통해 1990년대 영국 브리스톨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해 세계 곳곳의 거리, 건물 외벽 등에 그래피티를 남긴 뱅크시의 활동을 정리했다. 불법이며 저급하다고 인식된 그래피티를 대중적이며 의미 있는 예술로 끌어올린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지하 4층에서부터 한 층씩 올라오며 감상하면 된다. ‘몽키 퀸’은 영국 여왕을 원숭이로 풍자한 작품이다. 태어나면서 왕족, 귀족 등 신분이 정해지는 구조를 비꼬았다. ‘행복한 헬리콥터’는 인명 살상용으로 동원된 헬리콥터에 귀여운 분홍색 리본을 달아 전쟁을 비판한다. 뱅크시의 작품에는 쥐가 많이 등장한다. 쥐는 노숙자, 부랑자, 이민자 등 사회 곳곳에 존재하지만 외면 받는 사람들을 의미한다.폭력, 전쟁, 제도적 억압, 자본주의의 폐해에 반대하는 뱅크시는 현실을 기발하게 비튼 작품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전한다.10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 성인 2만 원. 어린이 청소년 1만5000원. Goldengirl 독자를 초대합니다독자 20명(10쌍)에게 공연 및 전시 관람 기회를 드립니다. 동아일보 골든걸 인스타그램 ‘동아일보 골든걸(@goldengirl_donga)’에서 응모해주세요. 문의: goldengirl@donga.com뮤지컬 ‘경종수정실록’R석 7만 원 상당 10명(5쌍)전시 ‘리얼 뱅크시’2만 원 상당 10명(5쌍)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9-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여유롭고 우아하게… 오감으로 즐기는 설화수-오설록

    설화수를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고 오설록을 오감으로 즐기는 공간이 있다. 오설록을 보다 새롭게 음미할 수 있는 곳도 눈길을 끈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연구 여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한 전시도 열리고 있다.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공간들을 살펴본다.전통과 현대 조화 속 설화수-오설록서울 종로구 북촌에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와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이 있다. 두 매장은 1930년대 한옥과 1960년대 양옥, 정원까지 약 300평(992㎡) 규모다. 한옥 기둥과 서까래, 지붕 원형을 그대로 살렸고 전면은 유리로 만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한옥의 우아함과 현대 건축물의 세련미를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한옥과 양옥 일부 공간에 마련된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는 방문자를 환대하며 맞이하는 ‘집’으로서의 정체성을 담았다. 먼저 한옥 응접실에서는 인삼 달고나를 맛볼 수 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은 후 윤조에센스의 향을 느끼며 도예가 작업실을 구현한 공작실로 향하게 된다. 공작실에는 윤조에센스와 백자가 만난 ‘윤조에센스 백자 에디션’을 만날 수 있다. 전통의 아름다움을 소품으로 표현한 미전실을 지나면 다양한 메이크업 제품으로 구성된 단장실에 이른다. 중정으로 연결된 양옥에 들어서면 이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으로 구성한 공간이 나온다. 설화수 제품을 체험하는 ‘부띠끄 원’과 상품을 추천하는 ‘부띠끄 윤’도 있다. 선물 포장 서비스 지함보도 운영한다. 계단을 오르면 설화수 브랜드의 정체성을 반영한 글, 음악, 소품을 즐기는 설화살롱이 나온다. 설화살롱 앞 설화정원은 향나무, 석탑, 석등으로 꾸며 산책하기 좋다.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은 양옥 1∼3층에 마련했다. 매장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차향의 방(Tea Atelier)’에서는 신선한 차향을 느낄 수 있다. 티 마스터가 블렌딩한 시그니처 티가 있다. 전문가의 차 큐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담은 잎차를 구매할 수 있다. 오설록 제품을 비롯해 차향이 나는 디퓨저와 비누도 판매한다. 2층 ‘찻마루(Tea Lounge)’에서는 오설록 전용 다구를 사용해 제주 화산암반수로 우려낸 차를 맛볼 수 있다. 한국의 식재료를 활용한 시그니처 티푸드도 있다. 기와무늬 녹차 찰와플 플레이트와 4색 디핑 라이스 디저트가 있다.3층에는 ‘가회다실(Tea Room)과 ‘바설록(Bar Sulloc)’이 있다. 기쁘고 즐거운 모임이라는 의미를 담은 가회다실에서는 차우림 수업을 즐길 수 있다. 바설록에서는 바텐더들이 만든 무알콜 티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티 칵테일은 오설록의 순수차, 가향차, 허브차의 베이스로 다양한 풍미를 지닌다. 티 칵테일은 미니 티푸드 플레이트와 함께 제공한다.고급스럽게 즐기는 오설록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에 위치한 ‘오설록 1979’가 재단장해 문을 열었다. 1979년 척박한 제주 땅을 녹차밭으로 일궈낸 후 오설록이 걸어온 길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오설록 1979는 프리미엄 티룸으로, 고감도 찻자리 경험을 선사한다”고 밝혔다. 오설록 1979는 수직 형태의 가구에 1979년부터 사용해 온 브랜드 틴캔을 전시해 웅장한 느낌을 준다. 상부에는 대형 스피커를 설치했다. 티룸 내 퍼지는 은은한 차향과 별도로 제작한 시그니처 플레이리스트 곡을 들을 수 있다. 오설록 1979 한정 메뉴도 새롭게 구성했다. 오설록 티마스터가 개발한 무알코올 티 칵테일과 차광방식으로 재배한 찻잎으로 만든 말차를 선보인다. ‘1979 애프터눈 티 세트’는 제주 산, 들, 바다의 식재료가 어우러진 핑거푸드와 디저트로 구성했다. 오설록은 12월까지 애프터눈 티 세트를 구입한 고객과 영수증 리뷰 고객을 대상으로 소프트 아이스크림 쿠폰을 제공한다. 70년 화장품 연구 여정을 한 눈에아모레퍼시픽은 70년간 화장품을 연구해 온 역사를 담은 ‘뷰티 과학자의 집’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 뷰티 과학자의 집에서 올해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아모레퍼시픽은 1954년 한국 화장품 업계에서 처음 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전시에 대해 “피부 및 화장품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과정을 비롯해 화장품 원료와 첨단 기술을 살펴보고 화장품 연구원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시장 1층에 마련한 ‘뷰티 과학자의 서재’에는 아모레퍼시픽 R&I 센터에서 사용하는 도서, 연구원들이 출간한 논문이 있다. 스킨케어 연구실을 재현한 ‘스킨 뷰티랩’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연구해 온 각종 원료와 주요 기술, 피부 및 헤어 연구, 맞춤형 뷰티 디바이스를 볼 수 있다. 2층 ‘컬러 뷰티랩’은 메이크업 화장품 관련 연구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컬러 아뜰리에’는 색조 연구원이 영감을 얻고 연구하는 장소로 구성했다. 메이크업 제품의 발색력, 밀착력, 지속성, 인종별 피부색에 관한 연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파운데이션 제품 중 본인의 피부색에 가장 잘 맞는 색상을 찾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전시장 바깥 실외에는 인삼을 비롯해 제품에 활용하는 여러 원료 식물을 심었다. 관람객은 화장품 연구원을 만나 연구 분야에 대해 설명을 듣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다. 전시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린다. 월요일은 휴무.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 연구 클래스를 운영하며 심도 깊은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9-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꿈꾸는 세상 향해…뮤지컬 ‘경종수정실록’·전시 ‘ 리얼 뱅크시’

    사람마다 꿈꾸는 세상은 각기 다르다. 그러기에 자신이 그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다 격렬하게 충돌하기도 한다.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믿고 이를 향해 간 이들을 조명한 뮤지컬과 전시가 열리고 있다.●뮤지컬 ‘경종수정실록’… 꿈꾸는 세상을 향한 세 남자의 질주조선 20대왕 경종. 왕위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인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기면증을 앓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왕권은 더 흔들린다. 왕위를 노리는 이복동생 연잉군(훗날 영조)은 경종을 압박해 온다. 사관 홍수찬은 이들 두 형제의 역사를 묵묵히 기록한다.2019년,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이다. 조선 군주 중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은 경종을 비추며 왕의 역할과 형으로서의 입장이 충돌하며 터져 나오는 파열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왕자로 태어나 왕이 되지 못하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운명에 맞서 몸부림치는 연잉군의 내면도 설득력 있게 그렸다. 마음 한 곳 붙인 데 없는 경종이 기대려 하지만 그 때마다 거리를 두는 홍수찬의 알 수 없는 속내도 궁금증을 더한다. 3인극으로, 배우들은 각자 처한 복잡한 입장을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낸다. 팽팽하게 당겨지면서도 무대를 안정감 있게 채우는 삼각형을 떠올리게 한다. 경종 역은 주민진 박규원 유승현이 맡았다. 연잉군은 김지온 박준휘 홍기범이 연기한다. 홍수찬 역에는 강찬 유태율 이진혁이 발탁됐다. 주민진은 유약해 보이지만 힘이 없으면 포용하는 정치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왕권을 흔드는 노론 세력을 하나하나 누르며 강단 있게 나아가는 경종을 몰입도 있게 연기한다. 강력한 군주였던 아버지 숙종, 아버지에게 사사된 생모(장희빈)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홍기범은 자신만만한 듯하지만 낮은 신분 출신인 생모(숙빈 최씨) 때문에 움츠러드는 연잉군을 호소력 있게 연기한다. 유태율은 속마음을 꾹꾹 누르다 예상치 못한 행보에 나서는 홍수찬을 매끄럽게 그렸다.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정치 상황이 급물살을 타며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가운데 세 인물의 복잡한 속내를 입체적으로 비춘다. 충돌을 거듭하다 가혹한 운명 앞에서 경종과 연잉군이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다. 극의 흐름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넘버들도 작품에 힘을 더한다. 경종이 “나를 꿈꾸게 하라”며 반복해 부르는 대목은 오래도록 귓가를 맴돈다. 11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 1관. ●전시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현실을 비트는 기발한 상상력“뱅크시 당했다(Banksy-ed).”2019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뱅크시의 작품 ‘풍선을 든 소녀’가 104만 2000파운드(약 17억 원)에 낙찰된 후 그림이 액자 아래로 저절로 내려가며 파쇄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나온 말이다. 뱅크시가 미리 액자에 장치를 설치해 벌인 퍼포먼스였기 때문이다.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화가’인 뱅크시는 스스로를 ‘아트 테러리스트’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과 퍼포먼스 영상 등 130여 점으로 구성됐다.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전시 중 최대 규모다. ‘꽃 던지는 소년’(2003년), ‘몽키 퀸’(2003년), ‘네이팜’(2003년), ‘행복한 헬리콥터’(2003년), ‘펄프 픽션’(2004년) 등 유명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풍선을 든 소녀’는 소더비 경매장에서 파쇄된 작품이 아닌 다른 에디션이 전시돼 있다. 뱅크시는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기에 뱅크시가 설립한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을 통해 진품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에선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뱅크시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인포그래픽을 통해 1990년대 영국 브리스톨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해 세계 곳곳의 거리, 건물 외벽 등에 그래피티를 남긴 뱅크시의 활동을 정리했다. 불법이며 저급하다고 인식된 그래피티를 대중적이며 의미 있는 예술로 끌어올린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지하 4층에서부터 한 층씩 올라오며 감상하면 된다. ‘몽키 퀸’은 영국 여왕을 원숭이로 풍자한 작품이다. 태어나면서 왕족, 귀족 등 신분이 정해지는 구조를 비꼬았다. ‘행복한 헬리콥터’는 인명 살상용으로 동원된 헬리콥터에 귀여운 분홍색 리본을 달아 전쟁을 비판한다. 뱅크시의 작품에는 쥐가 많이 등장한다. 쥐는 노숙자, 부랑자, 이민자 등 사회 곳곳에 존재하지만 외면 받는 사람들을 의미한다.폭력, 전쟁, 제도적 억압, 자본주의의 폐해에 반대하는 뱅크시는 현실을 기발하게 비튼 작품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전한다. 10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9-23
    • 좋아요
    • 코멘트
  • 집중 못하는 그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도둑맞은 집중력’[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일하거나 책을 보다 수시로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 소셜미디어를 확인하고 링크의 파도를 타고 여기저기 누비다 보면 아뿔싸!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하던 거 얼른 해야지’ 결심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멀리 두거나 서랍에 넣어놓고 집중하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어, 이거 내 이야긴데?’라는 생각이 드는가. 당신 뿐만이 아니다. 현대인 대다수가 겪는 현상이다. 의지가 약하다고 스스로를 탓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의 저자인 영국 기자 요한 하리는 사람들이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인 요인을 파헤친다.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거대 테크 기업은 수많은 직원에게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더 오래 머물게 만드는 치밀한 방안을 고안하라고 끊임없이 주문한다.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수면 부족, 수입 감소나 해고에 대한 불안으로 고조되는 스트레스도 한 몫 한다. 순식간에 혈당 수치를 높이곤 얼마 안 돼 이를 급락하게 만드는 가공식품,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해 흥미를 잃게 하는 교육까지, 집중력을 빼앗아가는 ‘도둑들’이 사방에 포진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런 구조를 들여다보면 오랜 시간 집중하는 이가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다.뉴욕타임스(NYT),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가디언 등에 기고해 온 저자는 미국 캐나다 러시아 호주 덴마크 등 3만 마일을 이동하며 각국의 분야별 전문가를 250명 넘게 만났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지난해 4월 국내 출간된 ‘도둑맞은 집중력’은 집중력 하락으로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지난달 말까지, 1년 4개월간 30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지금도 한 달 평균 1만 권이 나가고 있다.이 책의 편집자인 강태영 어크로스 차장(38)을 10일 서울 마포구 어크로스 출판사에서 만났다. 강 차장은 “독자들이 이처럼 호응할 줄은 몰랐다”며 “놀랍고 신나는 경험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시작은 어크로스에서 책을 낸 한 일간지 기자의 추천이었다. 2022년 미국 영국 등에서 출간된 이 책에 대한 현지 리뷰를 본 기자는 “개인이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을 담은 기존 책과는 결이 다르다”며 출간을 검토해보라고 권했다. 강 차장이 아마존에서 리뷰와 원서 내용을 확인해보니 흥미로웠다. “해외에서 출간되기 전 국내 출판사에도 제안서가 왔지만 눈여겨보진 않았어요. 저자의 책이 이전에 국내에 나온 적이 있는데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거든요.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이미 여러 권 나왔고요. 그런데 책 내용을 보니 기존에 나온 집중력 관련 책들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판권 구매가 가능한지 급히 알아봤죠. 마감까지 이틀 밖에 안 남았더라고요.”당초 예상한 책 판매량은 3만 권이었다.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인데다 주요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고, 저자 스스로가 아이폰과 맥북을 사용하지 않고 완전한 오프라인 상태로 3개월을 보내기 위해 미국 작은 바닷가 마을로 가서 지낸 이야기 등 개인의 경험이 생생하게 녹아있었어요. 수많은 전문가를 만나 확인한 연구 결과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느껴졌죠. 한데 한국 독자에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솔직히 확신이 서진 않았습니다.” 먼저 제목을 우리말로 어떻게 지을지 고민했다. 원제는 ‘Stolen Focus‘. 번역하면 ‘빼앗긴 주의력’ 정도가 된다. “‘빼앗긴 주의력’은 눈에 확 띄거나 가슴에 와 닿지 않았어요. 위기의식을 건드리는 단어를 찾아야 했죠. 김하현 번역가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제목을 뽑아냈습니다.” 표지 디자인은 사람이 있고 집중력이 흩어지는 그림을 여러 개 시도했다. “충격적인 느낌을 담고 싶었는데 그림으로는 표현이 잘 안 되더라고요. 형광 주황색 바탕에 한글 제목이 위에, 영어 제목이 아래에 있고 글씨들이 흩어져 날아가는 지금 표지는 B컷이었어요. 바탕색으로 형광 초록색도 고민했는데 주황색이 눈길을 더 끈다고 판단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매체와 애덤 그랜트(‘싱크 어게인’ 저자,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오프라 윈프리, 힐러리 클린턴 등 유명 인사의 호평이 많아 국내 유명인사의 추천사는 받지 않았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호응을 얻었다. 공감 가는 문장을 밑줄 긋거나 형광펜으로 칠한 뒤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독자가 많았다. ‘나는 살면서 트위터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활동했을 때(팔로어와 리트윗의 측면에서)가 인간으로서 가장 쓸모없을 때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때의 나는 관심이 필요했고, 지나치게 단순했으며, 독설을 잘 퍼부었다’, ‘나는 책을 한가득 사놓고는 죄책감을 느끼며 곁눈질로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트윗 하나만 더 올리고’가 대표적이다. 독자들은 “진심 뼈 때리는 썰”이라고 썼다.강 차장이 ‘18시간 내내 깨어있다면(아침 6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깨어있다면) 하루가 끝날 무렵의 반응 속도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5일 때와 같다’는 연구 결과를 쓴 책 속 문장을 올리자 조회수는 109만 회를 기록했다. 책을 읽고 트위터를 그만둔 이도 적지 않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잃고 트위터를 중단했다가 돌아왔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트친’이 없어지면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사라졌나보다”라고 했다. “도서관에 대출 신청을 했는데 1년 기다려야 한다”며 고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다. 유명 유튜버가 저자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데이터과학자인 한국인 유튜버 ‘돌돌콩’이 저자를 인터뷰한 영상이 지난해 7월 공개됐다. 2개월 뒤인 지난해 9월 조승연 작가가 저자를 인터뷰한 영상도 올라왔다. 책 판매량은 두 배 가량 치솟았다.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스마트폰 중독에서 탈출하려는 가수 코드 쿤스트(코쿤)가 10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한 후 금단 증상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지난해 8월 소개되는 등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독자들이 제목 ‘도둑맞은 집중력’을 ‘집중맞은 도둑력’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아 웃음을 터뜨리게 하자 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에 ‘집중맞은 도둑력’이라고 쓴 책 커버를 별도로 제작한 ‘페이크 커버 에디션’을 만들었다. 검정색 바탕의 이 커버는 원래 책 표지에 씌우고 벗길 수 있다.“페이크 커버 에디션은 하루가 채 안 돼 1500개가 다 나갔어요. 추가 제작하는데 일주일이 걸려서 독자들이 기다려야했죠. 총 5000권이 모두 판매됐어요. 독자들이 이 책을 가지고 놀이처럼 즐기는 게 재미있고 또 고마웠어요.” 여름 휴가철을 맞아 표지에 얼음 디자인을 넣어 만든 ‘아이스 에디션’도 1만 5000권이 나갔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종로구의 서점 ‘북살롱 텍스트북’에서 한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각자 보고 싶은 책을 읽는 ‘집중력 도둑 잡는 날’ 행사를 열었다. 토요일 오전 9시 반에 시작했는데도 성황을 이뤘다. 참가자들은 ‘집에서 혼자 했으면 못 했을 것 같다’, ‘한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행복하고 뿌듯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이어 김겨울 작가가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아서’를 주제로 강의했다. “참가자들이 책 읽는 모습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서 드렸어요. 떡케익과 따뜻한 차도 준비했고요.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자는 취지로 마련했습니다.” 책을 주로 구입한 이는 20, 30대 여성이라고 한다. 책을 가장 많이 사는 그룹이 40대 여성임을 고려하면 젊은층의 호응이 더 컸던 것. 집중력을 뺏는 여러 요인 중 각자 상황에 따라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 달랐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늘어난 건 마음껏 뛰어놀며 좋아하는 것을 찾아 자연스레 몰입할 기회를 뺏긴 채 주입식 교육을 강요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부모들의 관심을 끌었다. 강 차장은 스스로도 집중력을 높이는 시도를 해 봤다고 한다. “마케팅 때문에 평소 스마트폰을 많이 씁니다. 한데 업무 이외 시간에도 계속 보다보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하루에 11시간일 때도 있더라고요. 충격 받았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출퇴근하고 산책도 해 보니 한결 편안해지는 걸 실감했어요. 직접 체험한 걸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니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 저자는 집중력을 뺏는 주요 요인이 소셜미디어라고 비판하는데 책 마케팅과 각종 리뷰, 밈을 소셜미디어로 하는 현상이 아이러니하긴 했습니다.(웃음)”저자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개인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요인은 사회 구조 때문이기에 이를 바꾸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강 차장은 “독자 반응이 없으면 고민이지만 책이 잘 될 때는 (판매량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게 된다”며 웃었다.강 차장은 2014년 편집자 업무를 시작해 올해로 10년이 된다. 30만 권이 판매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릭 와이너 지음·김하현 옮긴·어크로스·2021년)도 그가 편집을 담당했다. 위대한 철학자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기 형식으로 그들의 삶과 작품 속 지혜를 통해 인생을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성숙한 제안을 하는 이른바 ‘어른의 책’을 만들고 싶어요. ‘유튜브에 다 있어’라고들 하지만 책으로 볼 때 더 좋은 콘텐츠가 많습니다. 유튜브가 대체할 수 없는 내용을 책으로 담아내겠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2023년)은….길지 않은 시간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이유를 영국 기자가 파헤쳤다. 뉴욕타임스(NYT),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가디언 등에 기고하는 저자 요한 하리는 집중력 하락이 심각해지자 미국 캐나다 러시아 호주 덴마크 등 3만 마일을 이동하며 각국의 분야별 전문가를 250명 이상 만났다.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신경과학자, 사회과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등을 인터뷰하고 각종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를 정리했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개인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집중력을 빼앗아 가는 사회 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거대 테크 기업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치밀한 방안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멀티태스킹, 과도한 노동이나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수면 부족도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수입 감소나 해고에 대한 불안으로 높아지는 스트레스, 순식간에 혈당 수치를 높이곤 얼마 안 돼 이를 급락하게 만드는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해 흥미를 잃게 하는 교육 방식까지, 집중력을 빼앗아가는 ‘도둑들’은 사방에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주장이 아니다. 저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자세하게 제시해 설득력을 높인다. 저자는 스스로도 인터넷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심각한 중독 상태라고 털어놓는다. 이에 아이폰과 맥북을 사용하지 않고 완전한 오프라인 상태로 3개월을 보내기 위해 미국 작은 바닷가 마을인 프로빈스타운에서 지내기로 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녹록치 않다. 인터넷이 안 되는 휴대전화를 살 수가 없었던 것. 매장 직원은 당혹스러워하고, 주위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일부는 부러워하기도 한다. 결국 인터넷이 안 되는 휴대전화를 사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해야 했다!완전한 오프라인 상태가 되자 저자는 세상과 단절돼 진공 상태에 있는 듯한 느낌에 안절부절 못한다. 시간이 지나자 차츰 불안감이 사라지고 산책하거나 현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 몰입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사람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구조는 가속화되고 있다. 거대 테크 기업이 선두에 있다. 구글 엔지니어로 일했던 트리스탄 해리스는 구글이 직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하는 상품을 개발하도록 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광고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 엔지니어는 e메일이 올 때마다 휴대전화가 울리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몇 주 뒤 이는 현실이 됐다. 전 세계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메일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됐다. 이런 일은 실리콘밸리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여러 페이지를 일일이 넘길 필요 없이 스크롤만 내리면 정보가 계속 나오게 한 무한 스크롤은 사람들이 더 오래 인터넷을 보게 만들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엔지니어였던 기욤 샬로는 사용자가 잔인하고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영상을 볼 때 시청 시간이 늘어나는 점을 이용해 이런 영상을 추천하도록 알고리즘이 작동한다고 폭로했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은 현대 사회에 필요한 방식으로 인식되지만 오히려 효율을 떨어뜨린다. 각각의 일에 온전히 몰입해야 일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로 여러 일을 하다보면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 이는 단순히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유타대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스트레이어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사망 사고를 급증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운전 시뮬레이터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운전 중 휴대전화 문자 수신 같은 방해를 받을 때 운전 능력이 손상되는 정도를 관찰한 결과 술을 마셨을 때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다. 수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수면의 질이 나쁘면 집중하기 어렵다. 미니애폴리스대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 록산느 프리처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 화면 속 사진을 바꾸거나 공을 던지는데 대한 반응 속도를 연구한 결과 18시간 내내 깨어있다면(아침 6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깨어있다면) 하루가 끝날 무렵의 반응 속도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5일 때와 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일하는데다 공부 또는 업무가 끝난 뒤에는 인터넷을 하느라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않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가공식품도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가공식품을 섭취하면 혈당이 급속히 치솟아 에너지를 곧바로 낼 수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혈당이 급감해 집중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 가까운 재료로 만든 음식을 섭취해야 하지만 식품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많은 가공 식품은 도처에 있고 쉽게 살 수 있다. 영국 영양 전문가 데일 피넉은 “만약 당신이 자동차 엔진에 샴푸를 넣는다면 엔진이 고장 났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구 전역에서는 인간의 연료로 쓰였던 것과는 매우 동떨어진 물건을 매일 자기 몸에 밀어 넣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이유도 짚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놀이 방식을 찾아내고 규칙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면 푹 빠져들며 몰입한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부모와 학교가 정해준대로 수업에 참여하고 지식을 배운다. 주입식 교육과 평가를 중시하는 제도는 아이들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롱아일랜드에 있는 한 중학교의 교사 조디 마우리시는 불안 문제를 진단받은 학생들에게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뭔가를 하게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도 걱정했지만 1년간 지켜본 결과는 놀라웠다. 한 소년은 숲에 요새를 지었다. 또 다른 소년은 모형 보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이를 완성했다. 그 후 수륙양용마차 만들기에 나섰고 마침내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소년은 나무 조각, 이쑤시개, 스티로폼 등 적합한 재료를 찾아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냈다. 아이들의 뇌는 약물에 취약한데도 손쉽게 ADHD 진단을 내리고 각성제를 처방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는 ADHD 진단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영국 아동정신의학자인 사미 티미미는 11살 마이클이 아버지가 집을 떠난 후 ADHD 진단을 받았다는 것에 주목해 아버지와 다시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한 결과 집중력 문제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저자는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요인이 강화되고 있기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집중력을 높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주요 사안별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정치권이 제도를 바꾸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태양 광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대기권의 중요 부분)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결과 기업들이 헤어스프레이를 만들 때 프레온 가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한다. 또 과도한 노동 시간을 요구하는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 안전망 확대를 통해 불안의 수위를 낮춰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실제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필요한 조치다. 현재 교육 제도를 점검하고 아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건 신속히 이행해야 할 사안이다. 다만 거대 테크 기업을 영국 BBC처럼 공영화하자는 주장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중력을 주제로 현대 사회가 지닌 분야별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한 가지 문제는 여러 구조와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논리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책을 덮고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때, 음식을 먹거나 늦은 시간 잠 잘 때 혹은 여러 일을 동시에 할 때, 잠깐 멈춰 스스로와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원제는 ‘Stolen Focus‘.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9-12
    • 좋아요
    • 코멘트
  • “오늘 하루 후회 없이 살았나요”[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몸 곳곳이 아프고 거동이 불편해지며 기억력도 흐릿해진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것이다. 많은 이들이 노화를 피하고 싶어 하고 때론 두려워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환한 햇살, 작은 도움에 고마움을 느끼며 삶의 매 순간을 찬찬히 음미하게 되기도 한다.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북모먼트)은 뉴욕타임스(NYT) 기자 존 릴런드가 85세 이상인 초고령자 6명을 1년간 만나며 새로운 눈으로 삶을 바라 보고 충만하게 살아가는 법을 깨달은 바를 담았다. 이 책은 올해 6월 말 출간된 후 단숨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며 두 달 만에 3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이 책의 편집자인 조혜영 책읽어주는남자 출판그룹 기획팀장(42)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27일 만났다. 북모먼트는 책읽어주는남자의 출판 브랜드다. 조 팀장은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고 있어서 반응이 좋을 것이라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즉각적이고 강하게 호응을 얻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3만 권이 판매되려면 5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며 “책은 계속 비슷한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초고령자 6명은 석학이나 유명 인사가 아니라 비교적 평범한 이들이다. 저자는 당초 노년의 어려움과 고통을 보여주려 취재를 시작했다. 한데 막상 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생활을 지켜보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들은 육체적 고통, 외로움을 겪고 불평도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즐거움을 찾고 이에 감사하고 있었다. 당시 55세였던 저자는 30년 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됐다. 아버지로서의 역할, 새로 생긴 여자 친구와의 미래, 일에 대한 의미를 고민하고 있었다. 몸이 아픈 어머니도 보살펴야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상태였다. 6명의 초고령자는 지나간 건 잊고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는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사용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를 보며 깨닫는다.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NYT에 연재한 6부작 기사 ‘여든 다섯, 그 너머’(85&Up)는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은 미국 현지에서 ‘Happiness is a choice you make’라는 제목으로 2018년 출간됐다. 같은 해 국내에도 소개됐다. 한 출판사에서 ‘나이 드는 맛’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는데 그리 주목 받지는 못했다. ‘만약 나에게…’는 절판된 책을 완전히 새롭게 단장해 내놓은 결과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절판된 책 중 좋은 책을 찾아 다시 소개해 보자는 게 올해 저희 출판사의 과제였습니다. 편집자별로 관심 있는 주제의 책을 찾아 살펴보기 시작했죠.”절판된 책들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우선 책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외국책의 경우 보통 제안서를 받아 검토하기에 원고의 완성도를 확인할 수가 없어요. 저자, 제목, 책의 콘셉트를 보고 계약하는데 나중에 원고를 받아보면 한국 상황과 맞지 않거나 내용에 깊이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절판된 책은 우리말로 번역돼 있어서 내용을 확실하게 알 수 있죠. 외국책의 선인세가 올라가다 보니 비용 대비 효과를 고민하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조 팀장이 관심을 가진 주제는 인생의 의미, 노화, 삶과 죽음이었다.“40대에 접어드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부모님이 연세가 드시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겨 걱정하고 있기도 하고요. 자연스레 나이듦을 다룬 책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는 후보책 명단을 추리고 중고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그 중 ‘나이 드는 맛’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가 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상살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등 여러 좋은 점을 다룬 잔잔한 내용이라고 예상했다. 막상 읽어보니 아니었다.“말캉한 행복이나 즐거움에 대한 게 아니라 날카로운 메시지가 많이 담겨 있더라고요. 가치 있게 살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살아갈지 여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울림 있게 다가왔어요. 형광펜을 칠하고 싶은 문장이 많았습니다. 지침을 정리한 게 아니라 실제 사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니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느껴졌어요.”프레더릭 존스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 아파트에 산다. 3층으로 올라가려면 누군가가 등을 쥐어짜고 무릎 허벅지 팔뚝을 물어뜯는 것처럼 고통스러워 반 층씩 오른 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쉬어야 한다. 자신을 돌봐줄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당장 눈 앞에 있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가령 외출하려고 했는데 비가 오면 TV를 켜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그는 “인생에는 좋은 날이 있고 나쁜 날도 있는 거지.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날들인 거야”라고 말한다. 차이나타운의 한 개인 병원에서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오랜 기간 일한 핑 웡은 고관절 수술을 두 번 받았고 관절염이 심해 때로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늙고 나니 녹초가 될 때까지 일하거나 남편을 돌보지 않아도 돼 오히려 스트레스가 줄었다”며 웃는다. 루스 윌리그는 가족이라도 한 쪽은 일방적으로 기대고 다른 한 쪽은 주기만 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부축 받지 않고 의자에 혼자 앉으려 하고 그의 가족은 루스가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준다. 조 팀장은 아마존에서 이 책에 대한 현지 독자들의 후기를 살폈다.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어서 후기가 수백 개나 되더라고요. ‘스승에게 듣는 인생 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스승과 영혼의 결핍을 느끼던 제자가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연상시킨다’는 평도 있었고요.”많은 후기를 보면서 조 팀장은 확신이 생겼다. “책 판권을 구입할 수 있는지 바로 확인하고 싶어 조급해졌어요. 다행히 판권이 살아있더라고요. 가격도 비교적 높지 않았고요. 차분하게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다시 읽었어요. 총 세 번 완독했죠.”‘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속 말,말,말“행복은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에겐 여전히,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이 남아 있다.”“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은 지금의 삶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한다는 뜻이다.”“무언가에 감사한다는 것은 나를 위해 우주의 상서로운 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지나간 일은 그냥 내버려둬. 그런 다음 거기서 뭔가를 배우는 거야.”“인생이 얼마나 놀랍고 또 놀라운지 생각해 봐야 한다.”“미래에 끝이 있는 것처럼 산다면 현재는 훨씬 더 경이로워질 것이다.”처음 책을 번역한 최인하 번역가에게 연락해 원고를 다시 한 번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최 번역가는 역자 후기도 새로 보내왔다.“삶의 가치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가 책을 관통하는 주제예요.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이 든 독자 뿐 아니라 젊은층에게도 의미 있는 내용이죠. 이를 좀 더 ‘뾰족하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을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삶과 죽음을 다룬 책들이 호응을 얻는 걸 보면서 기대가 생기더라고요.”주독자층은 40대와 50대로 예상했다. 선물용으로도 좋아 60대까지도 고려했다. 이에 표지는 이들이 좋아하는 자연 풍광을 담았다. 초록색 나무들이 가득한 가운데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풍경이 싱그러운 아침을 떠올리게 한다. 추천사는 받지 않았다.“‘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나이듦에 관한 책 중 이토록 명료하고 현실적이며 희망적인 책은 없었다’는 현지 언론 평가나 독자 리뷰만 소개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케팅은 적극적으로 했다. 조 팀장은 “마케팅비용을 다른 출판사의 3~4배 가량 쓴다”고 말했다. 노후 준비, 인생의 명언, 삶의 지혜 등을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을 20개 가량 찾아 예약 판매 시기에 책을 알렸다. 카드 뉴스를 만들어 쇼셜 미디어에도 꾸준히 노출했다. 독자들이 곧바로 호응하자 서점들도 적극 홍보에 나섰다. 교보문고는 ‘인생을 바꿀 여섯 번의 수업’이라는 문구를 올렸다. 독자들은 ‘무심히 흘러가는 하루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남은 인생을 더 잘 살기 위해서 지금 할 일을 찾아봤다’, ‘나이 든다는 게 불행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등의 평을 올렸다. 당초 예상한대로 40대 독자가 가장 많고 50대가 그 뒤를 잇는다. 60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저자는 어머니가 육체적 고통이 너무 커서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자 안락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문턱이 있는지 제 자신에게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을 보며 답을 찾았습니다.”조 팀장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책을 드렸다고 한다. “아버지가 책에 나오는 분처럼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답니다.” 책에는 각 장마다 6명이 각각 말한 핵심 내용을 앞 뒤에 표기했다. ‘헛된 꿈을 꿀 시간이 없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믿음도 헛된 꿈이다. 우리 중 어느 누구에게나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나간 일은 그냥 내버려둬. 그런 다음 거기서 뭔가를 배우는 거야’ 등이다. “독자에게 ‘이건 꼭 기억해야 해요’라는 식으로 특정 문구를 강조하는 건 가급적 지양하려고 해요. 그럼에도 가슴에 와 닿는 말이 많아 한 번 더 눈여겨보면 좋겠다고 생각해 문구를 뽑아서 배치했어요.” 조 팀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좀 더 파고들고 이를 확장해 책을 만든다고 했다. “제 취향에서 출발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주제와 그 방법을 계속 찾으려 합니다. 제 취향에서 끝나는 주제인지, 아니면 대중적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열하고 있어요.(웃음) 장르의 경계 없이 다양한 책을 만들어 독자에게 그 울림이 닿을 수 있길 바랍니다.”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북모먼트·2024년)은….뉴욕타임스(NYT) 기자인 존 릴런드가 85세 이상 초고령자 6명을 취재해 신문에 연재한 6부작 기사 ‘여든 다섯, 그 너머(85&Up)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뉴욕에 살고 있는 6명을 1년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눴다. 석학이나 유명 인사가 아니라 대부분 평범한 이들이다. 저자는 집, 병원, 재즈클럽, 술집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이들을 만났다. 자녀, 연인, 의사, 간병인,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도 자연스레 공유했다.당시 55세였던 저자는 혼란스럽고 막막한 상황이었다. 30년 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처음 혼자 살게 된 그는 아버지로서의 역할, 새로 생긴 여자 친구와의 미래, 일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었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어머니도 보살펴야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당초 저자는 노년의 고통과 어려움을 보여주려고 취재를 시작했다. 실제 초고령자들을 만나보니 팔을 들어 머리를 빗지 못하고, 손가락 통풍으로 밥 한술 뜨기 어려운 이도 있었다. 혼자 사는 집에서 밤에 부엌에서 쓰러졌지만 못 일어나 다음날 아침까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자야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육체의 고통과 외로움에 시달리면서도 이들이 행복을 더 많이 그리고 자주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프레더릭 존스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 집으로 가려면 온 몸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반층 씩 올라간 뒤 쉬어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다. 하지만 외출하기로 했는데 비가 오면 TV를 켜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당장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찾는 것. 그는 “인생에는 좋은 날이 있고 나쁜 날도 있는 거지.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날들인 거야”라고 한다. 매일 아침 다시 한 번 해 뜨는 장면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올린다.자유로운 생활을 좋아하지만 하루 일과가 엄격한 요양원에 가야 하게 되자 이를 받아들인다. 햇살이 가득한 오후를 맞이할 수 있고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한다.젊은 연인이나 부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으면 상대방을 바꾸려다 격렬하게 싸우기도 한다. 노년의 연인은 그렇지 않았다. 헬렌 모지스가 양로원에서 만난 남자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좀 특이하다. 각자 다른 얘기를 한다. 한 사람이 말하면 다음 사람은 완전히 엉뚱한 얘기를 하는 식이다. 말이 끝나기 전에 자기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대화를 이어간다. 헬렌이 보는 TV 프로그램이 싫으면 남자 친구는 자기 방으로 가고, 방송이 끝난 후 헬렌이 부르면 돌아온다. 서로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60년을 함께 한 동성 연인이 세상을 떠나자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존 소런슨은 보행기와 휠체어가 흉하게 생겼다며 거들떠보지 않는다. 죽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저자가 가만히 살펴보니 하루 종일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나이 들어 더 행복하다는 이도 있다. 차이나타운의 한 개인 병원에서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오랜 기간 일한 핑 웡이다. 80세가 다 되어 퇴직할 때는 저축한 돈 한 푼 없이 월 700달러 생활 보조비 지원에 의존해야 했다. 남편과 두 언니는 세상을 떠났고 하나 뿐인 아들은 중국의 백화점에서 살해당했다. 그럼에도 그는 “늙고 나니 녹초가 될 때까지 일하거나 남편을 돌보지 않아도 돼 오히려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말한다.고관절 수술을 두 번 받았고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통증이 심할 땐 차라리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겸연쩍어하며 “살짝 아픈 건 받아들이고 튼튼해지려고 자기가 애써야지”라고 한다. 중국인 친구들과 매일 마작을 하고 창가 식물을 가꾸며 즐거워한다. 후회하는 일을 물으면 고개를 저으며 “어차피 과거로 돌아갈 수 없잖아. 지난 일은 잊어버려야 해”라고 한다.일방적인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루스 윌리그는 이를 안다. 그는 가족이라도 일방적으로 의지하려 하지 않는다. 의자에 앉을 때도 부축 받지 않고 혼자 앉으려 한다.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다. 가족도 루스가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는다.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요나스 메카스는 여전히 영화를 찍고 회고록 쓰며 자신이 세운 비영리단체를 위해 자금을 모으고 웹사이트 운영한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사용해야 한다. 한 때 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 “자네 안에 있는 무언가가 자네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거야”라고 말한다.일로 인한 불안, 돈 걱정 등으로 밤잠을 설치거나 우울해 하던 저자는 이들을 보며 차츰 마음을 가라앉힌다. 인생이 얼마나 놀랍고 또 놀라운지 생각하게 된다. 미래에 끝이 있는 것처럼 산다면 현재가 훨씬 더 경이로워진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현재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즐거움을 찾는 것. 어떤 삶을 살지 스스로 선택하고 그것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 나이가 들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다.원제는 ‘Happiness is a choice you make’.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8-29
    • 좋아요
    • 코멘트
  • [온라인 라운지]대한민국 AI 생태계 특징과 발전 방향 토론회 개최

    ‘대한민국 AI 생태계 특징과 발전 방향 토론회’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9월 5일 오전 9시 반에 열린다. 토론회는 한국경영학회와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이 주최하고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주관한다.발제자로 김향미 LG AI연구원 팀장, 유재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전종식 경남대 교수가 참여한다.토론은 구종상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상임대표가 좌장을 맡고 장현기 SK텔레콤 AI혁신센터장, 오순영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상근 서강대 교수가 참석해 진행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8-28
    • 좋아요
    • 코멘트
  • 뮤지컬 ‘박열’ 外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바를 행동으로 옮긴 이들이 있다. 결코 쉽지 않기에 그런 길을 걸어간 이들에게 매료된다. 이들을 담은 뮤지컬과 전시를 만나보자.》뮤지컬 ‘박열’자유를 향해 질주한 불꽃같은 삶독립운동가 박열과 아내 가네코 후미코의 뜨거운 삶을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2021년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서 만나길 손꼽아 기다린 이들이 많았다. 이준익 감독이 동명 영화(2017년)로 제작하기도 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조선인이 지진을 틈타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괴소문이 퍼진다. 이로 인해 조선인이 6000명 넘게 학살되자 일본 정부가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아나키스트 박열을 구속하며 벌어진 사건을 그렸다. 실존 인물인 박열과 후미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가상인물인 류지(도쿄재판소 검사국장)를 등장시켰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조선과 비밀결사단체 ‘불령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박열, 일본인이지만 남편과 뜻을 함께하는 아나키스트로 당당함을 지닌 후미코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박열에 대한 재판을 통해 출세를 꿈꾸는 류지는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일본 왕세자를 저격하려 했다고 밝히는 박열과 후미코. 자신이 짠 연극대로 진행될 거라 자신하던 류지는 자유를 열망하며 “당신은 자유로운가”라며 도리어 묻는 박열을 보며 점점 흔들린다. 세간의 시선이 온통 쏠린 재판을 역으로 이용해 일본의 만행을 질타하며 사형시켜달라고 요구하는 박열과 후미코는 자유, 인간의 의지, 삶의 의미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을 던진다.질주하는 서사와 함께 매혹적인 넘버는 작품에 힘을 더한다. 후미코가 부르는 ‘나를 지킨다는 것’은 특히 사랑받는 넘버다. 박열과 후미코가 함께 하는 ‘불꽃처럼’은 연인이자 동지로 단단하게 묶인 둘의 관계를 선명하게 짚어낸다.박열 역은 손유동 현석준 백기범이 맡았다. 후미코는 이정화 박새힘 최지혜가 연기한다. 류지 역으로는 문경초 임별 김준식 김준호가 무대에 선다. 백기범 이정화 최지혜 문경초 임별은 초연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라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손유동 현석준 박새힘 김준식 김준호도 맡은 캐릭터를 매끄럽게 소화하며 에너지를 더한다. 9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3관. 전석 6만6000원. 전시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현실을 뒤흔든 유쾌하고 전복적인 상상력‘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철학이다. 그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130여 점을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전시 중 최대 규모로 특히 20대와 30대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젊은층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로 꼽힌다. ‘꽃 던지는 소년’(2003년), ‘몽키 퀸’(2003년), ‘나는 경찰(Flying Copper·2003년), ‘펄프 픽션’(2004년) 등 유명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뱅크시는 정체를 숨기고 활동한다. 이에 뱅크시가 설립한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을 통해 진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뱅크시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큐레이터 피에르니콜라 디로리오는 “정치부터 사회문제까지 많은 사람이 처한 상황을 표현하며 소통하는 작가로서 뱅크시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지하 4층에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뱅크시가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지역에 세운 ‘월드 오프 호텔(Walled Off Hotel·벽에 가로막힌 호텔·2017년)’ 영상과 영국에 만든 ‘디즈멀랜드’(2015년) 영상을 볼 수 있다. ‘월드 오프 호텔’은 이 지역의 분쟁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디즈멀랜드’는 파파라치에게 둘러싸인 신데렐라, 호수 위 난민 보트 등을 통해 디즈니랜드를 풍자했다.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역시 창조의 욕구다”라는 피카소의 말을 그대로(?) 행동에 옮긴 작품도 있다. ‘풍선을 든 소녀’다. 201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104만 2000파운드(약 17억 원)에 낙찰된 직후 액자 아래로 그림이 저절로 내려가면서 파쇄돼 화제가 됐다. 이번 전시에 나온 건 이 작품의 다른 에디션이다. 맥도널드 마스코트인 로널드와 미키마우스가 베트남전쟁 때 네이팜탄으로 피해를 입은 소녀의 두 팔을 각각 잡고 있는 ‘네이팜’(2003년)도 있다.곳곳에 마련된 포토존도 인기다. 출구에는 절반이 파쇄된 ‘풍선을 든 소녀’를 큰 모형그림으로 설치해, 웃음을 터뜨리며 사진 찍는 관람객이 많다.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 10월 20일까지. 성인 2만 원. 어린이 청소년 1만5000원. Goldengirl 독자를 초대합니다독자 20명(10쌍)에게 공연 및 전시 관람 기회를 드립니다. 동아일보 골든걸 인스타그램 동아일보 골든걸(@goldengirl_donga)에서 응모해주세요. 문의: goldengirl@donga.com뮤지컬 ‘박열’전석 6만 6000원 상당 10명(5쌍)전시 ‘리얼 뱅크시’2만 원 상당 10명(5쌍)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8-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타벅스, 개인 컵 꾸준히 쓴 고객에게 트레이-파우치 증정

    스타벅스코리아(대표이사 손정현)는 대체불가토큰(NFT)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8월 29일까지 스타벅스 앱을 통해 리워드 수령 예약을 진행한다.‘NFT 에코 프로젝트’는 일상에서 개인 컵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올해 초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스타벅스는 당시 개인 컵 이용 횟수에 따라 ‘BASIC NFT’, ‘CREATIVE NFT’, ‘ARTIST NFT’로 구성된 스타벅스 NFT 3종을 발행했다.CREATIVE NFT를 보유한 고객은 예약 후 9월 6일부터 12일까지, 예약한 매장에 방문해 ‘커피박 트레이’를 받으면 된다. 커피박(커피 찌꺼기) 트레이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수거된 커피박이 포함된 제품으로, 한 개당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12잔 분량의 커피박이 사용됐다.ARTIST NFT 보유 고객은 9월 19일부터 25일까지 예약한 매장에서 ‘원두팩 업사이클링 파우치’를 받을 수 있다. 이 파우치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수거된 커피 원두팩 1만여 개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사회적 기업인 ‘우시산’이 제작했다.BASIC NFT 보유 고객은 9월 3일 개인 컵 이용 시 무료로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에코커피쿠폰’이 스타벅스 앱에 자동으로 발행된다.스타벅스는 개인 컵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에코별을 추가 증정하거나 음료를 400원 할인해주고 있다. 매달 10일에는 개인 컵 이용 고객에게 별 하나를 추가로 적립해주는 ‘일(1)회용 컵 없는(0) 날’ 캠페인을 2018년부터 이어오고 있다.스타벅스에서는 개인 컵 이용 건수가 2021년 2190만 건, 2022년 2530만 건, 지난해 2930만 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는 3000만 건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스타벅스 강릉주문진점에는 스타벅스 파트너들이 주문진 해안에서 페트병을 비롯한 폐플라스틱 약 20㎏을 수거해 만든 테이블을 배치했다. 커피박 트레이는 친환경 콘셉트 매장 등에서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김지영 스타벅스코리아 ESG팀장은 “개인 컵을 이용하는 횟수가 매년 늘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8-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을날 여유롭고 분위기 있게… 호텔에서 즐기는 낭만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뷔페 레스토랑 ‘스펙트럼’에서 9월 한 달간 상하이 시그니처 요리를 선보인다. ‘상하이의 맛, 서울의 품격-페어몬트 호텔 중식’ 프로모션을 위해 중국 상하이 와이탄에 있는 페어몬트 피스 호텔의 중식 셰프 자메이 슈와 오웬 웨이를 서울로 초청한다. △상하이 전통 소스를 곁들인 튀긴 흑 잉어 △간장에 조린 전복과 삼겹살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마파두부와 랍스터 △달콤한 토마토 소스와 잣을 곁들인 튀긴 농어를 맛볼 수 있다. 농어 요리를 제외한 3가지 요리는 룸서비스도 된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별똥별 캐릭터인 ‘루아(LUA)’ 굿즈를 증정하는 ‘해피 추석, 해피 루아!’ 프로모션을 한다. 시그니엘 서울과 부산, 롯데호텔 서울, 월드, 제주, 울산, 부산을 비롯해 롯데리조트 속초, 부여까지 총 9곳에서 진행한다. 객실 1박과 루아 스페셜 기프트(루아 크로스백 1개, 루아 스티커 1개), 롯데월드 어드벤처 이용권과 조식 등 호텔별로 다양한 혜택을 추가해 선보인다. 루아 스페셜 기프트는 프로모션을 이용하는 어린이 고객(최대 2인)에게 투숙 기간 내 1회 제공된다. 시그니엘과 롯데호텔의 투숙 기간은 9월 13∼22일, 롯데리조트는 9월 1∼30일이다. 웨스틴조선 서울호텔은 예술과 자연, 미식을 함께 즐기는 객실 패키지 ‘더 웨이 투 가을’을 판매하고 있다. 디럭스 객실에 투숙하면 서울 종로구 석파정과 서울미술관 통합이용권 2매를 제공한다. 이그제큐티브 객실과 스위트 객실 투숙 고객에게는 ‘아우릇’의 한식 커트러리 2세트를 제공한다. 한식 커트러리는 전통 유기를 주물 방식으로 수제작했다. 스위트 객실 고객에게는 호텔 인룸 다이닝 한식 이용권도 준다. 투숙 기간은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9월 12∼20일 이용 가능한 ‘풀 문 겟어웨이’를 내놓았다. 클래식 룸 또는 주니어 스위트 1박과 함께 호두 곶감 말이와 약과, 식혜 2잔을 제공한다. 올해 7월 재단장해 문을 연 ‘메트로폴리탄 피트니스 클럽’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조식이 포함된 ‘풀 문 겟어웨이 조식 패키지’도 있다.9월 1일부터는 ‘엘리자베스 로열 하이티’를 선보인다. 엘리자베스 1세가 좋아했던 메뉴 등을 재해석했다. 파스트라미 아스파라거스 샌드위치, 딜 크림 치즈 오이 샌드위치 등 5가지 세이보리와 딸기 루바브 크라운, 베리 크럼블 케이크 등 디저트 5종으로 구성된다. 매일 오후 2∼5시 이용 가능하다.파르나스 호텔 제주는 ‘제주 어텀 리트릿 패키지’를 9월 한 달간 선보인다. 객실 1박과 개성모약과 1박스, ‘콘페티’의 2인 조식 뷔페로 구성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8-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무더위 혹사당한 피부, 팩으로 촉촉하고 생기있게

    숨 막히는 더위에 몸도 마음도 지치는 시기다. 야외에서는 뜨거움을 넘어 지글지글 끓는 듯한 더위에, 실내에서는 에어컨 바람에 시달려 피부가 거칠어지고 푸석푸석해지기 쉽다. 피부에 수분과 영양을 더해주는 팩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간편하게 촉촉하고 생기 있는 피부를 만들어주는 아모레퍼시픽 팩 제품을 살펴보자.라네즈 - 바운시 앤 펌 슬리핑 마스크라네즈가 내놓은 바운시 앤 펌 슬리핑 마스크는 바르고 자면 밤사이 피부에 영양과 보습을 더해주는 수면팩이다. 끈적임 없이 스며들어 생기를 잃은 피부에 탄력을 준다. 보습 광채 캡슐을 담아 피부를 촉촉하고 윤기 있게 만든다. 라네즈는 “실험결과 피부 탄성 회복력이 51% 증가하고 수분 강화 효과는 21% 늘었으며 주름을 24%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라네즈는 브랜드 홍보모델로 미국 배우 시드니 스위니를 발탁했다. 라네즈는 “시드니 스위니와 함께 ‘지금 네 모습 그대로. STAY BOUNCY & FIRM’을 주제로 글로벌 캠페인도 진행한다”며 “어떤 표정에도 주름 걱정 없이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수 있도록, 잠든 사이 탱탱하게 피부를 되돌려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설화수 - 윤조마스크설화수는 기능을 향상시킨 윤조마스크를 선보였다. 윤조마스크는 피부의 힘을 길러 피부 장벽을 강화해 주는 윤조에센스의 유효성분을 담아낸 시트 마스크다. 설화수는 “윤조마스크 한 장에는 윤조에센스 6세대의 3주 권장 사용량을 담고 있다”며 “15분 동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피부 탄력과 생기를 개선해 준다”고 밝혔다. 이어 “건조해진 피부를 빠르게 진정시키고 싶거나 깊숙한 영양이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열기를 가라앉혀 시원해지는 효과가 필요할 때 사용하면 좋다”고 덧붙였다. 마스크는 한지의 주원료인 어린 닥나무 원사를 사용해 피부에 닿는 자극과 마찰을 줄여 부드럽다. 설화수는 “중량 대비 10배나 높은 흡수율을 지녀 피부 깊숙이 영양을 흡수시켜 준다. 생분해 가능한 원료를 사용하고 비건 인증도 받았다”고 밝혔다. 한율 - 보들은행잎 모공핏 세럼&마스크한율은 보들은행잎 모공핏 세럼&마스크를 선보였다. 보들은행잎 라인에는 피지 조절 기능이 있는 은행잎과 탄력에 효과적인 펩타이드 성분을 조화시킨 ‘은행잎 비건펩타이드’를 공통으로 담았다. 한율은 “일반 펩타이드보다 3배 더 강하게 모공을 조여 줘 모공의 부피와 면적을 줄이고 피부 표면을 매끈하게 가꿔준다”고 밝혔다.‘보들은행잎 모공핏 세럼’은 모공 개선 특효성분을 24% 담았고 끈적임 없이 빠르게 흡수돼 여름에 쓰기에 특히 좋다고 설명했다. ‘보들은행잎 모공핏 마스크’는 모공핏 세럼과 함께 사용하면 코부터 양볼까지 모공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한율은 “쿨링 겔 시트가 모공을 수축해 주고, 떼어낼 때는 시트가 각질과 노폐물을 정리해 준다”고 밝혔다.프리메라 - 비타티놀 세럼 메가-샷 겔 마스크프리메라는 비타티놀 세럼 메가-샷 겔 마스크를 내놓았다. 프리메라는 “브랜드의 대표 세럼인 ‘유스 래디언스 비타티놀 세럼’ 한 병에 담긴 유효성분을 마스크 한 장에 담았다”며 “비타티놀은 안티에이징 성분인 레티놀과 항산화에 효과적인 비타민C 성분을 조합한 것으로, 피부 투명도를 높이고 모공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부 속에서부터 빛나게 해주는 미백,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덧붙였다. 세안 후 토너로 피부를 정돈한 후 아래, 위로 분리된 마스크팩을 붙이고 30분 혹은 1시간 후 떼어내 남은 내용물을 두드려 흡수시키면 된다. 피부 상태에 따라 수면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아윤채 - 프로 케어 딥 리페어링 마스크 & 에어리 베일 리브 인 폼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는 머리카락도 손상되기 쉽다. 머리카락에 영양과 수분을 공급해 윤기 있는 머릿결로 가꿀 수 있는 제품이 있다. 헤어 케어 브랜드 아윤채는 프로 케어 딥 리페어링 마스크와 에어리 베일 리브 인 폼을 내놓았다. ‘프로 케어 딥 리페어링 마스크’는 큐티클을 촘촘하게 감싸줘 모발을 매끄럽고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샴푸 후 손상된 부분을 중심으로 머리카락에 바른 후 물로 씻어내면 된다. ‘에어리 베일 리브 인 폼’은 푹신하고 쫀쫀한 제형으로, 젖은 모발이나 마른 모발 전체에 골고루 바르기만 하면 된다. 물로 씻어낼 필요가 없다. 아윤채는 “열로부터 모발을 보호해 줘 에어리 베일 리브 인 폼을 바르면 스타일링을 할 때 열기구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8-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마음이 이끄는 삶 담은 뮤지컬 ‘박열’, 전시 ‘리얼 뱅크시’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바를 행동으로 옮긴 이들이 있다. 결코 쉽지 않기에 그런 길을 걸어간 이들에게 매료된다. 이들을 담은 뮤지컬과 전시를 만나보자.‘’뮤지컬 ‘박열’자유를 향해 질주한 불꽃같은 삶 독립운동가 박열과 아내 가네코 후미코의 뜨거운 삶을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2021년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서 만나길 손꼽아 기다린 이들이 많았다. 이준익 감독이 동명 영화(2017년)로 제작하기도 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조선인이 지진을 틈타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괴소문이 퍼진다. 이로 인해 조선인이 6000명 넘게 학살되자 일본 정부가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아나키스트 박열을 구속하며 벌어진 사건을 그렸다. 실존 인물인 박열과 후미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가상인물인 류지(도쿄재판소 검사국장)를 등장시켰다.자기만의 방법으로 조선과 비밀결사단체 ‘불령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박열, 일본인이지만 남편과 뜻을 함께하는 아나키스트로 당당함을 지닌 후미코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박열에 대한 재판을 통해 출세를 꿈꾸는 류지는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일본 왕세자를 저격하려 했다고 밝히는 박열과 후미코. 자신이 짠 연극대로 진행될 거라 자신하던 류지는 자유를 열망하며 “당신은 자유로운가”라며 도리어 묻는 박열을 보며 점점 흔들린다. 세간의 시선이 온통 쏠린 재판을 역으로 이용해 일본의 만행을 질타하며 사형시켜달라고 요구하는 박열과 후미코는 자유, 인간의 의지, 삶의 의미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을 던진다.질주하는 서사와 함께 매혹적인 넘버는 작품에 힘을 더한다. 후미코가 부르는 ‘나를 지킨다는 것’은 특히 사랑받는 넘버다. 박열과 후미코가 함께 하는 ‘불꽃처럼’은 연인이자 동지로 단단하게 묶인 둘의 관계를 선명하게 짚어낸다.박열 역은 손유동 현석준 백기범이 맡았다. 후미코는 이정화 박새힘 최지혜가 연기한다. 류지 역으로는 문경초 임별 김준식 김준호가 무대에 선다. 백기범 이정화 최지혜 문경초 임별은 초연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라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손유동 현석준 박새힘 김준식 김준호도 맡은 캐릭터를 매끄럽게 소화하며 에너지를 더한다. 9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3관. 전시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현실을 뒤흔든 유쾌하고 전복적인 상상력‘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철학이다. 그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130여 점을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전시 중 최대 규모로, 특히 20대와 30대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젊은층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로 꼽힌다. ‘꽃 던지는 소년’(2003년), ‘몽키 퀸’(2003년), ‘나는 경찰(Flying Copper·2003년), ‘펄프 픽션’(2004년) 등 유명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뱅크시는 정체를 숨기고 활동한다. 이에 뱅크시가 설립한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을 통해 진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뱅크시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큐레이터 피에르니콜라 디로리오는 “정치부터 사회문제까지 많은 사람이 처한 상황을 표현하며 소통하는 작가로서 뱅크시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지하 4층에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뱅크시가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지역에 세운 ‘월드 오프 호텔(Walled Off Hotel·벽에 가로막힌 호텔·2017년)’ 영상과 영국에 만든 ‘디즈멀랜드’(2015년) 영상을 볼 수 있다. ‘월드 오프 호텔’은 이 지역의 분쟁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디즈멀랜드’는 파파라치에게 둘러싸인 신데렐라, 호수 위 난민 보트 등을 통해 디즈니랜드를 풍자했다.“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역시 창조의 욕구다”라는 피카소의 말을 그대로(?) 행동에 옮긴 작품도 있다. ‘풍선을 든 소녀’다. 201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104만 2000파운드(약 17억 원)에 낙찰된 직후 액자 아래로 그림이 저절로 내려가면서 파쇄돼 화제가 됐다. 이번 전시에 나온 건 이 작품의 다른 에디션이다. 맥도널드 마스코트인 로널드와 미키마우스가 베트남전쟁 때 네이팜탄으로 피해를 입은 소녀의 두 팔을 각각 잡고 있는 ‘네이팜’(2003년)은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친숙하게 여기는 이들 기업의 돈이 한쪽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뻥 뚫린 넓은 곳이 아니라 여러 층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길거리 담벼락에 그라피티를 그린 뱅크시의 작품을 선보이기에 맞춤한 듯하다. 전시장 계단과 벽에는 뱅크시 작품을 모티브로 한 벽화와 그라피티가 장식돼 있어 그의 작품 세계를 공간적으로도 돋보이게 구현했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도 인기다. 특히 출구에는 절반이 파쇄된 ‘풍선을 든 소녀’를 큰 모형그림으로 설치해 웃음을 터뜨리며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관람객이 많다. 10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8-26
    • 좋아요
    • 코멘트
  • [온라인 라운지]에세이 ‘그래도 단독주택’ 출간

    서울 강남 요지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북한산 기슭에 자리한 단독 주택으로 이사한 후의 삶을 담은 에세이 ‘그래도 단독주택’(샘터)이 출간됐다.저자인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MOT) 교수는 오랜 시간 ‘단독살이’를 꿈꾸다 중년의 나이에 단독주택으로 옮겼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저자는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것을 인생 최고의 결정이라고 말한다.(아내에게는 최악의 결과라며 미안해하긴 한다.) 시골에서 자라 인근 대도시에서 중고교를 다닌 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그는 ‘마당이 있는 집’을 가슴에 풀고 살다 행동으로 옮겼다. 이른 봄날 수선화부터 5월의 장미, 모란, 작약, 황매화, 샛노란 은행잎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손수 키운 배추와 무로 김장하고, 김장독을 땅에 묻는 일 역시 단독살이의 기쁨 중 하나다.벽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핀 후 즐기는 ‘불멍’도 그만이지만, 겨울을 지내기는 만만치 않다. 집안이 추워 바깥문 전체를 비닐로 덮는 등 각종 대비를 해야 한다. 거름으로 쓰려고 소변을 모아놓은 항아리가 강추위에 터져 온 동네에 악취가 진동하는 ‘대형 사고’에 아찔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단독살이를 예찬한다. 그는 “단독살이는 티백(tea bag)과 같다. 티백을 뜨거운 물에 담그기 전까지 맛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단독주택에 살아 보지 않고서는 그 맛을 누구도 모른다”고 말한다. 낙엽이 뒤덮은 마당, 고향집에서 가져다 심은 대나무, 땅에 묻은 김장독 등 다양한 사진도 실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8-19
    • 좋아요
    • 코멘트
  • 출간기획서 70번 퇴짜 맞은 지방대생, 연 매출 50억 원 출판사 대표로[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책을 내고 싶은 지방대생이 출판사에 기획안을 보냈다. 거절당했다. 내용을 고쳐 다른 출판사에 냈고 결과는 같았다. 매번 다르게 기획안을 썼지만 거절, 또 거절이 이어졌다. 그렇게 퇴짜를 맞은 게 70번. 하지만 출간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책을 낼지 고민하다 개인의 후원을 받아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알게 됐다. 그렇게 첫 번째 책 ‘사람 소리 하나’가 2016년 나왔고 3만 권이 팔렸다. 책에는 그가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의 고민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답한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그해 직접 출판사를 차렸다. 그는 꾸준히 책을 냈고 2022년 출간한 에세이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은 2년 3개월간 20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그의 책을 포함해 여러 베스트셀러를 낸 이 출판사의 연간 매출은 50억 원이다. 필름 출판사 대표인 김상현 작가(31)의 이야기다. 그는 ‘카페 공명’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홍대앞, 합정까지, 세 지점에서 올리는 매출은 연간 20억 원이 넘는다. 올해 10월경 가로수길에 4호점을 낼 예정이다. 김 작가를 서울 영등포구 필름 출판사에서 지난달 26일 만났다. 30대 초반에 이런 여러 성과를 낸 비결을 물었다.“제가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요. 글쓰기와 출판은 생각을 표현하는 거고, 카페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저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표현하는 거니까요. 좌충우돌했고 고비도 많았어요.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도 적지 않았고요.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다보니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으로 보듯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법도 찾게 됐습니다.”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에는 지방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가 갖가지 시도를 하며 느끼고 깨달은 바를 담았다. 대학생 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 공모전에 30번이나 응모했지만 모두 탈락한 경험,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는 글을 쓰고 싶어 소셜 미디어에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한 것, 카페를 열었지만 두 번이나 문을 닫아야 했던 과정 등을 썼다. 연이어 벽에 부딪히면서도 계속 행동하며 결국 무언가를 해 낸 건 어떻게 가능했을까.“많은 실패를 했지만 그 과정이 다 괴로웠던 건 아니에요. 글을 쓰는 게 좋고, 사람들이 카페에 와서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어요. 실패해도 이상하게 좌절이라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습니다.”공모전만 해도 말이 30번이지, 한 번 카피를 만들 때마다 적어도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이 걸렸다. 출간 기획서도 매번 다르게 써서 70번이나 낸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원래 집요한 성격이냐”고 묻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어릴 때 눈물 많고 관심 받는 거 좋아하고 소심한 성격이었어요. 부모님도 안정적인 일을 권하며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라고 하셨죠. 취미도 없고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저는 악바리와 거리가 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네가 무슨 책을 내냐’는 말을 들으니 ‘될 때까지 해볼 테니 두고 봐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한 가지는 자신할 수 있었어요. 공모전이든 글쓰기든 제가 이에 대해 진짜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했다는 걸요.”그는 여섯 번째 책인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을 출간할 때 여러 전략을 세웠다. 우선 이해하기 쉽게 썼다. 가령,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는 그대로 놓아주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유연함을 지니게 되면 그 사이로 생각하지 못한 행복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 그는 명상을 하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감정의 기복을 다스리려 애쓴다고 한다. 일상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도 넣었다. 그리고 책에 담긴 글의 양을 일반 책보다 줄였다. 총 207페이지인 이 책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한 것. “책은 선물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물을 하려면 자기가 책을 먼저 읽어야 하잖아요. 책 한 권을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은데, 이 책은 수월하게 읽을 수 있으니 호응이 컸던 것 같아요. 내용을 압축하기 위해 처음 썼던 원고의 반 이상을 덜어냈어요.”첫 책 표지에는 망원경을 든 사람의 그림을 실었다. 이 책이 10만 권 판매되자 책 표지를 완전히 바꿨다. 베이지색 바탕에 제목, 저자, 출판사만 표기한 것. “첫 표지는 그 자체로는 예쁜데 서점 매대에 놓으니 묻혀버리더라고요. 요즘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그림을 활용한 책 표지가 엄청 많으니까요. 서점을 찾은 이들의 눈에 더 잘 띌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다 아무 디자인 없이 꼭 필요한 글만 넣기로 했습니다.”실제 서점에서 보면 화려한 색상의 책 표지들 사이에서 이 책이 오히려 도드라져보인다.책등에는 제목을 다 썼지만 책 표지에는 주어 자리를 비워 ‘ _____ ,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으로 표기했다. 선물 받는 이의 이름이나 호칭을 빈 칸에 쓰게 한 것. 소셜 미디어에는 주어 자리에 ‘엄마는’, ‘아빠는’ 이라고 쓰거나 ‘희진이는’처럼 이름을 써서 선물한 책 표지 사진이 많다. 김 작가는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곧바로 받는 사람의 이름을 써서 건네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사진 찍기 좋도록 주요 문구를 큰 글씨로 넣은 페이지도 새로 넣었다. ‘찾아온 불행은 그대로 두고, 내가 할 일을 찾는다. 그럼 어떻게든 된다. 불행은 가끔 찾아오지만, 행복은 계속 찾아낼 수 있는 거니까.’, ‘어차피 불안할 거라면 인생 한 번뿐이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라. 용기가 기회를 만들고, 고민이 결과를 낳는다.’ 등이다. 이들 페이지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독자도 적지 않다. 책을 단순히 읽는 대상에서 더 나아가 특별한 선물과 소셜 미디어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확장시킨 것이다. 필름 출판사는 김 작가의 책(2019년 낸 에세이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도 20만 권 판매됐다) 외에도 베스트셀러를 여럿 냈다. 현재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만 해도 ‘아이가 없는 집’(알렉스 안도릴 지음·유혜인 옮김), ‘일류의 조건’(사이토 다카시 지음·정현 옮김), ‘치즈덕이라서 좋아!(나봄 지음)가 있다. “추리소설 ‘아이가 없는 집’은 직원들이 강력 추천해서 들여오게 됐어요. 제가 책,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보는데요, 추리물만 못 보거든요. 절판됐던 ‘일류의 조건’은 몇 년 전 중고책방에서 구해 본 적이 있어요. 20년 전에 쓴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았죠. 그러다 뇌과학 전문가인 박문호 박사가 적극 추천하신 걸 보고 출간하기로 결정했어요.”기존 출판사들도 힘겨워하는 상황에서 신생 출판사가 이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비결이 뭘까. “우선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책을 발굴하려 합니다. 마케팅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종류별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미묘하게 달라요. 서점 이용자, 포털 사이트별로도 그렇고요. 매체에 따라 세분화해서 각기 다른 마케팅을 해요.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메시지를 친근하게 전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을 찾는 겁니다. ‘안 되면 망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결과가 좋으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왜 그런지 파악합니다. 어떻게 했어야 더 효과적이었을지 다시 분석해 성공할 확률을 높이려 해요.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 논의를 정말 많이 합니다.”일각에서는 필름 출판사가 ‘사재기’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저와 직원들 모두 크게 상처받았어요. ‘필름 출판사 편집자는 좋겠다. 대표가 알아서 사재기 해주니 히트작 포트폴리오가 쌓이니까’라고 했대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마케팅 비용은 다른 출판사보다 0이 하나 더 붙는다고 할 정도로 많이 씁니다. 사재기 할 돈이 있으면 마케팅에 더 쓸 겁니다. 궁금하면 (필름 출판사에) 입사하라고 말하고 싶어요.”길지 않은 기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지만 굴곡도 많았다. “카페를 두 번이나 접은 후 카페 공명을 연남동에 새로 열었는데 7개월 만에 팬데믹이 닥쳤어요. 월세가 1500만 원인데 매출이 곤두박질하면서 하루 매출이 10만 원일 때도 있었습니다. 한달에 적게는 5000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씩 적자가 나면서 빚이 16억 원이나 쌓였어요. 무서웠어요.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고, 여기저기에서 일이 터졌어요.”갈피를 잡지 못하던 그를 붙잡아준 건 글쓰기였다. “매출을 올리고 빚을 갚으려면 저부터 중심을 잡아야겠더라고요. 당시 느낀 감정, 생각을 계속 썼어요. 기쁠 때도 글을 쓰지만 힘들수록 글을 많이 쓰게 됩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이 보였어요. 이런 것들과 거리를 두고 제3자처럼 스스로를 보게 되자 차츰 차분해 지면서 치유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힘든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과정은 책에 담아냈다. 글쓰기, 출판사에 카페 운영까지, 버겁지 않을까.“솔직히 두려움과 불안의 연속이에요. 하지만 버거울 정도로 두렵진 않아요. 성취감이라는 행복도 느끼니까요. 힘들어도 퇴사할 수 없고요.(웃음) 작가로서 아직 정체성은 갖지 못한 것 같아요. 저는 등단하지 않았어요. 제 글을 보고 ‘이것도 글이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가수만 노래 부르고 미술 전공자만 그림 그려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지금까지 주류였던 적이 없어요. 글을 쓴다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이들과 고민을 공유하고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글을 꾸준히 쓰고 싶습니다.”■‘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필름 출판사·2022년)은….경영학을 전공한 지방대생이 무작정 소셜 미디어에 글을 쓰다 책을 낸 후 출판사를 세우고 카페까지 운영한 경험, 그 과정에서 느낀 삶에 대한 생각을 쓴 에세이다.저자는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글쓰기와 출판은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고, 카페는 사람들이 여유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을 공간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고등학생 때는 노래방을 좋아해 노래만 부르다 성적에 맞춰 집 옆에 있는 대학에 갔다. 그러다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 공모전에 30번이나 응모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여기에 학점 챙기기, 토익 점수 올리기 등을 하느라 잠도 줄여가며 무리하다보니 건강이 상했고 남은 건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속도로 달려야 한다는 것을.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다 사람들이 보고 듣고 즐기는 콘텐츠를 좋아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알려면 그들의 생각을 알아야 하고, 고민을 들어보면 깊숙한 속내를 알 수 있겠다고 여겼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고민을 올려주면 함께 고민하고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응하는 이는 없었다. 결국 저자는 자신의 고민을 올리고 스스로 답변을 써나갔다. 어느 날 진짜 고민을 담은 사연이 왔고, 답변을 하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됐다. 그는 이를 모아 책을 내고 싶어 출판사에 출간기획서를 보냈지만 70곳에서 모두 거절당했다. 계속 방법을 찾다 후원이나 기부 등으로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첫 책 ‘사람 소리 하나’를 냈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필름 출판사를 직접 세워 여러 베스트셀러를 냈고,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카페 공명’을 차렸다.저자는 너무나 어려워보여도 막상 부딪혀보면 생각했던 것만큼 힘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삶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 역시 시행착오를 여럿 겪었다. 카페 공명을 차리기 전 카페를 운영했는데 두 번이나 문을 닫은 것. 게다가 카페 공명이 문을 연 후 7개월 만에 팬데믹으로 매출이 하루 10만 원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매달 수천 만 원씩 적자가 났다. 하지만 버티기로 했다. 이유는 전국의 모든 카페가 문을 닫지 않았기 때문. 여전히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잘 되는 곳이 있었기에 그 이유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카페 공명의 문제점을 찾았다. 매장이 쾌적하고 커피가 맛있으며 직원도 친절하지만 빵이 맛있지 않다는 것. 이에 서울, 경기도의 잘 되는 빵집과 잘 되지 않는 빵집을 찾아다니며 그 이유를 분석했다. 그리고 빵의 맛과 종류를 개선했다. 카페는 매출 기준 마포구 상위 1%(2021년 7월~2022년 2월)가 됐다. 저자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계속 방법을 찾아간다. 하지만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면 화를 내기보다 그대로 놓아주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연하게 대처하다보면 삶에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행복이나 귀한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정말 힘들고 불행한 순간이 찾아오면 ‘불행은 아무런 힘이 없다’고 생각하려 애쓴다. 불안이나 걱정은 불행이 좋아하는 먹이기에 이를 주지 않으면 불행을 더 키우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다. 고민이 있으면 이를 글로 써보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쓰면서 마음을 토해내고 고민의 실체와 크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실제보다 상황을 더 크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시작해보라고 당부한다. 저자는 1년 넘게 준비한 프로젝트를 보기 좋게 ‘말아먹은 날’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보며 결국 비는 그치고, 매일 비가 오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확신은 타인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기에 자기만의 생각과 방법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잘 되어도, 잘 되지 않아도 겪어온 시간이 스스로를 지탱해줄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8-15
    • 좋아요
    • 코멘트
  • ‘흙수저’에서 美 부통령 후보로…미국판 ‘개천표 용’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된 ‘흙수저’ 출신 J.D. 밴스(40)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난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에서 자란 그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던 시절 쓴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흐름출판·김보람 옮김)를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원제 ‘Hillbilly Elegy’인 이 책은 2016년 미국에서 출간됐고 이듬해 한국에 나왔다. 힐빌리는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Rust·녹) 벨트에 사는 백인 저소득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 밴스는 힐빌리다. 마약 과다 복용으로 한 해 수십 명이 숨지는 동네에서 자란 밴스는 자신도 그런 미래를 앞둔 아이 중 한 명이었다고 털어놓는다. ‘힐빌리의 노래’는 2017년 국내 출간된 후 4개월간 3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자 ‘힐빌리의 노래’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어 보름 만에 8000권이 나갔다. 책 판매 속도는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흐름출판에서 ‘힐빌리의 노래’ 편집자인 조현주 흐름출판 부장(46)을 지난달 25일 만났다. 조 부장은 “‘힐빌리의 노래’는 재고가 300권 뿐이었다.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후 서점에서 주문이 쏟아지면서 책이 부족해 곧바로 인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서점에서는 당시 책이 없어 예약판매를 해야 했다. ‘힐빌리의 노래’는 밴스의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을 담았지만 ‘너무 미국적이다’라는 판단 때문에 미국에서 출간된 후에도 국내 출간을 할지 고심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아마존 종합 1위에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키자 거듭 고민한 끝에 출간하기로 결정했다.“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다르지만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청년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난’ 이야기가 한국 독자들에게도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트럼프 신드롬’에 대한 궁금증도 설명해 줄 수 있었고요.” 이 책을 출간하려는 국내 다른 출판사는 없어 판권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힐빌리의 노래’가 미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건 밴스의 여정도 놀랍지만 러스트 벨트 지역 미국 백인 저소득층의 삶과 생각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라는 여론 조사가 완전히 빗나가며 트럼프가 당선되자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완벽하게 ‘헛발’을 짚은 여론 조사 기관을 비롯해 정치학자, 언론사 등은 ‘힐빌리의 노래’를 통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러스트 벨트 지역의 백인 저소등측에 대해 비로소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책이 출간된 당시 밴스는 트럼프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힐빌리의 노래’에서 밴스는 가족과 동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적었고, 이를 통해 그들의 가치관을 들여다볼 수 있다.) 노동의 가치를 믿고 민주당을 지지했던 이들은 일찍 일어나는 게 싫어 회사를 그만두고, 푸드 스탬프로 받은 음식을 팔아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환멸을 느꼈다. 그리고 미국 정치 엘리트들과 당시 체제를 불신하게 됐다. 밴스는 고향 사람들이 자신들과 달리 명확하고 완벽한 표준 발음을 구사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생경하게 느꼈다고 말한다. 아이비리그는커녕 대학에 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곳에서 오바마가 아이비리그 두 군데를, 그것도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이라는 점도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밴스는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지역 사람들이 현대 미국의 엘리트 사회가 우리를 위한 게 아니라고 믿기 시작하던 바로 그 때 등장했다”고 말한다.‘힐빌리의 노래’는 드라마틱한 개인사와 함께 미국 사회의 그늘과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을 심층적으로 조망한다. 조 부장은 “오랜 고민 끝에 출간을 결정했고, 마케팅을 비롯해 할 수 있는 것은 빠뜨리지 않고 진행해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김훈 작가는 추천사를 통해 “가난의 한복판에서 가까운 희망을 찾아낸 사람의 이야기”라고 했다. 산자락 아래 휑한 길가에 집 한 채가 덩그러니 있는 원서 표지는 황량한 분위기를 강조해 국내 책도 이를 그대로 썼다. 조 부장은 “‘힐빌리의 노래’는 3만 권이 판매됐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고 했다. 당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서점가를 휩쓸고 있었다.(출판계에서는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나올 때는 신간 출간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러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넛지’ 순위가 역주행하며 ‘힐빌리의 노래’는 상대적으로 도드라지지 않은 것.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4개월 만에 판매량이 뚝 떨어지는 걸 보고 ‘왜 (판매가) 쭉 가지 못하지?’ 의아했어요. 책 내용도 아주 좋고, 저희가 소홀히 한 부분은 안 보였거든요. 모든 면에서 잘 준비했기에 크게 히트를 칠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한데 생각만큼 반응이 나오지 않는 걸 보고 실망한 것도 사실이에요.” ‘힐빌리의 노래’는 론 하워드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 2020년 넷플릭스에서 공개했다. 조 부장은 “통상 유명 감독의 영화가 공개되면 책 판매량이 늘어나는데 ‘힐빌리의 노래’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힐빌리의 노래’에서 밴스의 외할머니 역을 맡은 명배우 글렌 클로즈는 2021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당시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초대형 낭보로 국내에선 글렌 클로즈의 ‘아카데미 효과’도 없었다. 조 부장은 “윤여정 배우의 수상이 너무나 놀랍고 기뻤다. 한편으론 글렌 클로즈를 통해 ‘힐빌리의 노래’에 조금은 관심이 생기길 바랐다”고 했다.2022년 밴스가 오하이오주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됐을 때 역시 무반응이었다. “‘혹시나 혹시나’ 하던 여러 기대가 모두 좌절되다보니 상실감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대형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고 여겼는데 ‘적당한’ 베스트셀러에서 그쳤으니까요. 빨리 다른 책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어요. ‘힐빌리의 노래’는 소위 말하는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까요. 다만 시장 상황과 독자 반응 등을 온 몸으로 배우는 계기가 됐습니다.”‘깜짝 선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도착했다. 트럼프가 피격을 당하며 미국 대선이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밴스가 1952년 이후 최연소 부통령 후보에 오른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는 곧바로 아마존 종합 1위에 다시 올랐다.“뉴스를 보고 ‘한국 독자도 반응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엄청났어요. 마음을 많이 쓴 책이 재조명받고 회자되는 것 자체가 정말 좋습니다. 지금까지의 마음 졸임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할까요.(웃음) 미국 대선 상황에 계속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책을 찾는 이들은 30, 40대 남성이 많다고 한다. ‘힐빌리의 노래’에는 밴스의 충격적인 가정사가 가감 없이 담겼다. 생부는 일찌감치 양육을 포기하고 떠나 밴스는 오하이오 미들타운에서 약물에 찌든 엄마, 이부 누나와 자랐다. 간호사였던 엄마는 간호협회에서 불시에 실시하는 약물 검사에 제출하기 위해 어린 밴스에게 소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밴스는 몇 개월마다 바뀌는 엄마의 남자 친구 집으로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엄마와 남자 친구가 소리 지르고 화병 등을 얼굴에 집어 던지며 미친 듯이 싸우는 모습을 보는 건 일상이었다. 밴스는 “엄마 남자 친구의 자식들이 형제라고 한다면 내 형제는 숫자를 헤아릴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금융인으로 일하며 안정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었던 건 ‘할모’(Mamaw·힐빌리 문화권에서 쓰는 할머니 애칭), ‘할보’(Papaw·할아버지 애칭)라고 부르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덕분이었다. 할모와 할보는 비록 자녀는 방치했지만 손주만은 제대로 키우려 애썼다. 할모는 강조했다. “절대 자기 앞길만 높은 벽으로 막혀 있다고 생각하는 빌어먹을 낙오자처럼 살지 말거라. 네가 하고 싶은 일이면 뭐든 할 수 있단다.” 그리고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하라고 당부했다. 밴스는 10학년이 끝나갈 무렵 할모의 집에서 ‘다른 사람 없이’ 지내게 됐다. 그리고 비로소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더 이상 두렵지 않고, 다음 달에 지낼 곳이 어딘지도 알고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서 복무했다. 밴스는 해병대에서 계획을 세워 생활하고 목표한 바를 이루는 방법을 익히며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후 오하이오주립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한다. 많은 상처로 분노를 참지 못해 스스로를 ‘시한폭탄’이라 부르는 밴스를 다독여 준 이는 예일대에서 만난 지금의 아내 우샤다. 밴스는 우샤의 집에 처음 갔을 때 가족들이 소리 지르지 않고 다른 사람을 흉보지도 않으며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 우샤는 로펌 입사 면접 연회장에서 테이블에 줄줄이 놓여진 포크와 나이프, 숟가락을 보고 당황해 전화한 밴스에게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밴스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돕는다. 밴스는 우샤를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라고 부르며 우샤를 만난 건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라고 말한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어색하게 서로를 대한 것과 달리 밴스는 우샤의 손을 내내 꼭 잡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힐빌리의 노래’는 밴스의 상처투성이 성장 과정을 비롯해 가족끼리 맹렬하게 싸우는 게 일상이지만 타인이 가족을 모욕하면 과격한 방식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여기는 힐빌리의 문화도 생생하게 담아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다. 조 부장은 ‘힐빌리의 노래’가 개인의 성장, 성공, 미국의 소외된 지역 뿐 아니라 어른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밴스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할머니의 역할이 특히 컸어요. 독자 리뷰 중에 ‘할모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요’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른이 아래 세대에게 어떤 가르침을 줘야 하는지, 이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저를 비롯해 어른인 우리들이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한번쯤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힐빌리의 노래’(흐름출판·2017년)는….힐빌리는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 지역인 러스트(Rust·녹) 벨트에 사는 백인 저소득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힐빌리인 저자 J. D. 밴스는 오하이오에서 약물에 중독된 엄마에게 학대받으며 자란다. 생부는 밴스가 어릴 때 떠났다. 밴스는 초등학생 때부터 일 년이 머다하고 바뀌는 엄마의 남자 친구 집으로 이사를 다녀야 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엄마는 약물에 중독돼, 간호협회에서 실시하는 약물 검사에 필요하다며 밴스에게 소변을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이는 밴스가 받은 숱한 상처 중 하나일 뿐이다. 때론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운전하다 밴스의 말에 화가 난 엄마는 “같이 죽자”며 시속 160km 이상으로 차를 몰았다. 밴스는 가까스로 차에서 내려 풀숲을 헤치고 낯선 집으로 달려가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사정했다. 밴스의 엄마 역시 부모의 격렬한 싸움으로 인해 온갖 상처를 받으며 자랐다. 밴스의 할모(Mamaw·힐빌리 문화권에서 쓰는 할머니 애칭)와 알코올 의존증이었던 할보(Papaw·할아버지 애칭)는 자녀들은 방치했지만 손주만은 제대로 키우려 했다. 할모는 밴스를 10학년 때부터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지내게 하고,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당부한다. “절대 자기 앞길만 높은 벽으로 막혀 있다고 생각하는 빌어먹을 낙오자처럼 살지 말거라. 네가 하고 싶은 일이면 뭐든 할 수 있단다.”밴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서 복무한다. 그는 해병대에서 계획을 세워 생활하며 마음먹은 바를 하나씩 이루는 경험을 통해 차츰 자신감을 갖게 된다. 금융기관별로 대출 금리를 비교하고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해병대에서 처음 알게 됐다. 밴스는 돈을 빌려주면 다행이어서 금리를 비교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오하이오주립대,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실리콘밸리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게 된 건 밴스의 노력과 함께 할모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일대에서는 아내가 된 우샤를 만난다. 우샤는 밴스에게 식사 때 여러 개의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작은 일에도 소리 지르고 뛰쳐나가는 그를 조용히 뒤따라가 다독여주며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밴스가 대학에 진학한 후 겪은 문화적 차이 혹은 충격은 적지 않다. 면접 때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걸 몰라 학부 시절 해병대 전투화와 군복 바지를 입고 일자리를 구하려다 탈락했고, 로펌 입사 면접 연회장에서 ‘탄산수(Sparkling Water)’를 처음 보고 ‘반짝거리는 물’이 뭔지 몰라 한 모금 마시고 역겨워 내뿜기도 한다. 예일대에서 장학금을 받은 밴스는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 덕을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며 “입학이 수월한 대학에 진학하면 학비 부담이 크지만 이른바 명문대들이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오히려 더 저렴하다는 사실을 나 같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른다”고 말한다. 힐빌리의 삶을 정교하게 묘사했기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러스트 벨트 지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유도 파악할 수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고 노동의 가치를 믿던 이들은 일찍 일어나는 게 싫어 회사를 그만두고, 푸드 스탬프로 받은 음식을 팔아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환멸을 느꼈다. 그리고 미국 정치 엘리트들과 당시 체제를 불신하게 됐다. 국가에 대한 힐빌리의 가치관도 엿볼 수 있다. 밴스는 할모를 포함해 자신과 이웃들이 모시는 두 신은 예수그리스도와 미합중국이라고 말한다. 그는 “할모와 할보는 우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내게 가르쳤다. 그리고 그런 가르침은 어린 내게 큰 힘이 됐다. 집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난동 때문에 괴로울 때도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으므로 내 앞날은 밝을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가난과 폭력 속에서도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간 청년의 궤적과 이를 가능하게 한 요인, 더불어 미국 저소득층의 현실을 촘촘하게 조명한다. 성장을 위한 개인 차원의 노력을 보여주는 한편 계층 이동을 위해 현실적으로 어떤 사회 시스템이 필요한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8-01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