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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여자 양궁 선수 자라 네마티(33).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1만여 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휠체어를 탄다.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이지만 당당하게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했다. 21일 열린 여자 리커브 개인전 예선에서 그는 622점을 쏴 31위에 올랐다. 32강전과 16강전을 연이어 통과했지만 8강전 경기 개시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기권패를 당했다. 24일 혼성전에서도 8강까지 진출한 뒤 강호 일본 선수들에게 0-6으로 완패해 아시아경기 일정을 마감했다. 경기 후 그는 10분 넘게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이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지만 패배의 아픔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듯 보였다. 네마티의 눈물에 대해 이란 대표팀 관계자는 “네마티는 자존심이 센 선수다. 장애인치고 잘했다는 평가보다는 누구랑 상대해도 이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한국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양궁은 척추가 중심을 잡아줘야 잘할 수 있는 종목이다. 휠체어를 타고 보통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네마티의 경기 방식은 보통 선수들과는 조금 달랐다. 양궁 규정상 활을 쏜 뒤에는 사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휠체어를 탄 그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 심판에게 활을 쏜 사실을 알렸다. 점수 확인도 직접 과녁에 가지 않고 망원경을 통해서 했다. 이는 장애인 양궁 경기 방식에 따른 것이다. 비록 메달을 따진 못한 채 아시아경기를 마무리했지만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9월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장애인 아시아경기다. 그는 유일하게 아시아경기와 장애인 아시아경기를 함께 뛴다. 양궁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을 허문 그는 이란에서는 국민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학생 시절 엘리트 태권도 선수였던 그는 18세이던 2003년 이란 지역에 일어났던 대지진 때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사고 후 2년간 상실감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던 그는 양궁을 접한 뒤 새 인생을 걷게 됐다. 네마티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양궁에서 금메달을 따며 이란 선수로는 최초로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시 출전했다.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33위를 차지했고, 패럴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리우 올림픽 때 이란 선수단 기수를 맡기도 했다. 2017년에는 세계양궁연맹 올해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네마티는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장애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능하면 2020년 도쿄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자체가 내겐 큰 즐거움”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제 딱 절반 끝났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한국 여자 사이클의 간판 나아름(28·상주시청)이 24일 인도네시아 웨스트 자바 수방 지역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사이클 여자 도로독주에서 18.7km를 31분57초10에 주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2일 열린 여자 개인도로에 이어 이번 대회 2번째 금메달이다. 역대 아시아경기를 통틀어 한 대회에서 개인도로와 도로독주를 석권한 것은 나아름이 처음이다. 2014 인천 대회 도로독주에서 금메달을 땄던 그는 대회 이 종목 2연패에도 성공했다. 나아름은 27일부터 자카르타 국제벨로드롬에서 시작되는 트랙 경기에도 출전해 메달 행진을 이어간다. 여자 단체추발과 여자 매디슨 종목에 나서는 그는 “남은 대회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가겠다”고 말했다. 박현수(23·경북도청)는 조정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박현수는 같은 날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조정 카누 레가타 코스에서 열린 조정 남자 경량급 싱글스컬 결선에서 2000m 구간을 7분12초86에 통과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사격에서는 2개의 금메달이 나왔다. 현역 육군 상사인 최영전(37·상무)은 사격 남자 300m 소총 3자세 결선에서 569점을 쏴 1위에 올랐다. 최영전과 함께 출전한 이원규(25·상무)도 563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정유진(35·청주시청)은 남자 10m 러닝타깃 결승에서 만난 북한 선수 박명원을 6-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태규(29), 손영기(33·이상 대전도시공사), 허준(30·광주시청), 이광현(25·화성시청)이 출전한 펜싱 남자 플뢰레 대표팀은 결승에서 홍콩을 45-37로 꺾고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앞서 열린 여자 에페 결승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중국에 28-29, 한 점 차로 패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펜싱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 등 15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종합 랭킹 1위에 올랐다. 조별리그에서 종주국 인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던 남자 카바디 대표팀은 결승에서 이란에 16-26으로 패하며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반면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이날도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장혜진(31·LH)-이우석(21·국군체육부대) 조는 리커브 혼성전 8강에서 몽골에 세트 스코어 1-5로 덜미를 잡혔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경기도 매너도 ‘세계 최강’다웠다. 우승의 감격스러운 순간에도 주먹을 불끈 쥐는 대신 주저앉은 상대에게 다가가 위로부터 건넸다. 이대훈(26·대전시체육회)이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컨벤션센터(JCC) 태권도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태권도 겨루기(68kg급)에서 이란의 아미르모하마드 바흐시칼로리(19)를 12-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경기 3연패에 성공했다. 태권도 종목 아시아경기 3연속 우승은 이대훈이 처음이다. 태권도 경기 마지막 날을 맞아 이날 경기장에는 500명이 넘는 교민이 찾아와 태극기를 들고 이대훈을 응원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다른 나라 선수들과 관중 모두 68kg급 세계 1위로 각국 선수들의 롤 모델로 꼽혀온 이대훈의 이름 석 자를 외치며 응원했다. 16강전부터 경기에 나선 이대훈은 명성에 걸맞게 차원이 다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인도네시아의 무하마드 무하마드(19)에게 26-5로 승리한 이대훈은 준결승전까지 모두 20점 차 이상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결승전이 위기라면 위기였다. 2016 세계주니어챔피언십 우승자로 성인 무대에 갓 데뷔한 ‘신예’ 바흐시칼로리를 맞아 1라운드서 1-4로 뒤진 이대훈은 2라운드로 접어들며 발차기와 주먹 공격을 효과적으로 구사해 1점 차로 추격(6-7)했다. 3라운드 초반 발차기로 머리 공격(3점)을 성공시켜 처음 역전한 이대훈은 상대를 몰아붙이며 리드를 유지했다. 이대훈의 마지막 경기 금메달로 태권도 겨루기는 10개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이날 여자 49kg급에 출전한 강보라(18·성주여고)는 8강전에서 탈락했다.자카르타=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

23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의 모든 일정을 마친 태권도는 이번에 첫선을 보인 품새가 관심을 끌었다. 태권도 품새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여름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장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겨루기에서 보기 힘든 태권도 본연의 동작 하나하나를 절도 있게 보여준 품새는 웬만한 액션영화 못지않은 화려한 발기술로 관중을 매료시켰다. 품새 경기가 열린 19일 자카르타컨벤션센터 총회장은 5000석의 관중석이 빈자리 없이 가득 찼다.○ 품새와 겨루기의 동반 인기몰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총회에서 일본 전통무예 가라테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태권도 겨루기는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정식 종목이 됐다. 하지만 가라테는 2020년 도쿄 올림픽부터 곧바로 정식 종목에 편입됐다. 겨루기의 일종인 ‘구미테’와 품새와 유사한 ‘가타’가 모두 정식 종목이다. 이에 비해 올림픽에서 겨루기 종목만 열리는 태권도는 대회 때마다 “재미가 없다”는 비난에 시달리거나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점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경우가 많고, 호쾌한 기술보다는 잔기술로 점수를 따려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품새의 등장은 이 같은 평가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서 겨루기 16종목이던 태권도는 이번 대회에서는 겨루기 10종목, 품새 4종목으로 치러졌다. 품새를 통해 태권도 동작의 매력을 발견한 인도네시아 관중은 겨루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겨루기 역시 올해부터 뒤차기 점수를 3점에서 4점으로 올리고, 주먹 지르기(1점)에도 곧잘 유효 판정을 내리며 공격적인 플레이가 크게 늘었다.○ 화려함 앞세워 가타 뒤쫓는 품새 태권도의 품새는 가라테의 가타와 비슷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새로 도입한 새 품새와 자유 품새는 발차기를 앞세운 태권도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각, 새별, 십진 등 새 품새는 모두 발동작 위주다. 빠른 비트의 음악에 맞춘 자유 품새에서는 선수들이 한 몸처럼 ‘두 바퀴 반 회전(900도) 돌려차기’ 등 고난도 기술을 선보였다. 태권도의 품새는 25일 열리는 가라테 가타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된다. 가라테는 진중하고 무게 있는 손동작 위주다. 품새에 비해 화려함은 훨씬 덜하다. 국제화에 앞선 것은 가타다. 가라테는 1994년 일본에서 열린 히로시마 대회부터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됐는데 이때 구미테와 가타가 함께 편입됐다. 이번 아시아경기 가라테에는 모두 12개의 금메달(가타 2개, 구미테 10개)이 걸려 있다.○ 남은 과제는 공정성 보완 가라테는 일단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 잔류를 확신하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는 태권도에 비해 가라테가 훨씬 뿌리 깊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미주 지역에서는 태권도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 2019년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팬 아메리칸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태권도 품새가 정식 종목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강신철 이란 대표팀 총감독은 “이번 대회 품새는 ‘나눠 먹기’가 심해 보였다”며 심판 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세계태권도연맹 품새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태성 가천대 교수는 “품새에 격파 등을 넣어 더 흥미롭게 만드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

“오빠∼, 오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이 열린 23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구본길(29) 김정환(35·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22·대전대), 김준호(24·국군체육부대) 등 한국 대표 4명이 입장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인도네시아 소녀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뛰어난 실력에 깔끔한 외모로 펜싱 팬들 사이에서 ‘F4’로 불리며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 팬들도 이들이 득점을 올릴 때마다 “오상욱 잘한다” “구본길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마치 홈으로 착각할 만큼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이들은 이란을 45-32로 꺾고 2014년 인천대회에 이어 이 종목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구본길은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로는 처음 2관왕에 올랐다. 2016년부터 각종 국제대회 금메달을 휩쓸며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아시아 무대는 좁았다. 신현우(34·대구시설공단)는 사격 남자 더블트랩 결선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 사격에서 나온 한국의 첫 금메달. 신현우는 결선에서 인도의 샤르둘 비한(15)을 74-73으로 힘겹게 눌렀다. 남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에서는 이우석(21·코오롱), 김우진(26·청주시청)이 나란히 결승에 올라 한국은 금, 은을 확보했다. 반면 여자 양궁 리커브에서는 장혜진(32·LH)과 강채영(22·경희대)이 각각 8강과 4강에서 탈락해 2002 부산대회 이후 16년 만에 노 골드에 머물렀다. 한국 여자 양궁이 이 종목에서 결승에도 못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이 6연패를 노렸던 여자 펜싱 플뢰레 단체전에서는 전희숙(서울시청), 남현희(성남시청), 채송오(충북도청), 홍서인(서울시청)이 준결승에서 일본에 36-45로 패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배구(세계 랭킹 10위)는 B조 예선에서 세계 1위 중국에 0-3(21-25, 16-25, 16-25)으로 완패했다.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는 이덕희(서울시청)가 청각장애 3급이라는 어려움을 딛고 12년 만에 테니스 메달을 확보했다. 자카르타=이헌재 uni@donga.com / 조응형 기자}
한국 여자 도로 사이클의 간판 나아름(28)이 ‘사이클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개인도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사이클 첫 종목부터 금맥을 캐내면서 한국은 이번 대회 사이클에서 무더기 금메달을 기대하게 됐다. 나아름은 22일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수방 일대 도로에서 열린 도로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에서 104.4km 구간을 2시간55분47초 만에 통과해 12개국 21명의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다. 2014년 인천 대회 여자 도로독주 금메달에 이어 아시아경기 연속 금메달이다. 2위로 골인한 푸이셴(중국)과는 1분20초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레이스였다. 거리로 따지면 거의 1km가량 벌어졌다. 나아름은 “작전의 승리였다. 함께 출전한 (이)주미 언니의 도움이 컸다. 지도자 선생님들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만든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8위로 골인한 이주미(29)는 레이스 중반까지 다른 나라 선수들의 힘을 빼며 나아름의 막판 스퍼트를 도왔다. 두 선수는 레이스 중 서로 물을 건네주거나 뿌려주는 장면도 연출했다. 이번 대회 코스는 80km 정도의 평지 이후 20km의 산악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덕을 오르는 능력이 뛰어난 나아름은 결승선을 5km가량 남겨두고 앞으로 치고나갔다. 한국 사이클이 아시아대회 여자 개인도로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02년 부산 대회의 김용미 이후 16년 만이다. 나아름은 주니어 시절부터 유망주로 승승장구했지만 20대 초 유독 국제대회에서 불운에 시달렸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상대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같이 넘어지며 메달을 놓쳤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3차례나 자전거에서 넘어졌고 체인이 벗겨지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13위로 레이스를 마치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힘든 시기에도 쉼 없이 페달을 밟은 그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를 계기로 국제대회 징크스를 완전히 떨쳐냈다. 나아름은 24일 여자 도로독주에 출전해 대회 2관왕이자 종목 2연패를 노린다. 도로독주는 90초 간격으로 한 명씩 출발해 가장 짧은 시간 내 구간을 통과하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이번 대회 도로독주는 18km의 산악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업힐 능력이 뛰어난 나아름이 강점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이클은 이번 대회에서 최대 7개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어서 빨리 이 금메달을 들고 어머니 묘소에 인사하러 가고 싶습니다.” 북한의 신예 역사(力士) 오강철(25)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뒤 눈물의 인터뷰를 했다. 오강철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지엑스포)에서 열린 역도 남자 69kg급 결선에서 합계 336kg(인상 151kg, 용상 185kg)을 들어올리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북한은 이날까지 치러진 역도 5개 종목에서 벌써 3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시상식 후 기자들과 만난 오강철은 기쁜 표정을 짓는 가운데서로 끊임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유를 묻자 그는 “올해 5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조국의 명예를 빛낸 것과 함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경기는 한국의 원정식과 북한의 김명혁이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공교롭게 경기 중 쥐가 나면서 제 실력을 펼쳐 보이지 못했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은메달리스트 김명혁은 150kg을 신청한 인상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하면서 실격했다. 인상 2차 시기에서 겨우 145kg를 들어올린 원정식 역시 용상에서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해 실격당했다. 원정식은 경기 후 “인상 1차 시기부터 양쪽 종아리에 쥐가 올라왔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경기 중 종아리에 쥐가 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했던 원정식은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아시아경기 3대회 연속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빈자리는 오강철의 차지였다. 오강철은 인상 2차 시기에서 151kg을 들어올린 뒤 용상 2차 시기에서도 185kg를 성공시켰다. 오강철은 “우리 선수들은 100번 싸우면 100번 승리하는 기질을 타고났다. 이런 훈련을 진행하면 모든 선수들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남북한 선수들이 맞대결을 벌인 이날 경기의 시상자로는 한국 유일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유승민 위원이 나섰다. 관중석에서는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을 비롯한 수십 명의 남북 관계자가 양쪽 선수들을 모두 응원했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uni@donga.com}

태권도 보는 재미까지 선물한 값진 2연패였다.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컨벤션센터(JCC) 태권도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태권도 겨루기에 출전한 이다빈(22·한국체대)이 여자 67kg 초과급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경기 2연패에 성공했다. 스스로 “공격적”이라고 소개한 이다빈의 시원한 발차기가 빛났다. 경기 시작 1초 만에 왼발찍기를 칸셀 데니스(27·카자흐스탄)의 머리에 적중(3-0)시킨 이다빈은 3-2로 쫓긴 순간 다시 왼발을 상대 머리에 적중시키며 6-2로 앞서갔다. 2라운드 중반 데니스의 필사적인 공격에 6-6, 9-9 두 차례 동점을 허용했지만 또다시 2차례의 발차기 공격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2라운드 종료 버저와 함께 또 한 번 왼발찍기를 상대 머리에 적중(3점)시키며 19-12,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여유를 찾은 이다빈은 3라운드 발, 주먹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점수를 쌓으며 점수차를 유지했다. 27-21로 경기가 종료된 순간 이다빈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든 뒤 양소이 코치(34)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경기장을 돌았다. 16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이다빈은 자신의 첫 경기인 8강전부터 거침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공격적인 전술로 상대를 압박해 쉽게 득점하며 결승에 올랐다. 이다빈은 “국민들께 재미있는 태권도를 보여주고 싶어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다. ‘재밌다’는 반응이라 기분 좋다. 조금 쉬다가 그랑프리 시리즈, 내년 대표선발전, 세계선수권대회를 다시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다빈에 앞서 여자 57kg급 결승에 오른 이아름(26·고양시청)은 중국의 뤄쭝스(20)에게 패하며 아시아경기 2연패에 실패했다. 이아름은 3-4로 뒤지던 경기 종료 4초 전 감점, 주먹공격(각각 1점)으로 5-4 역전에 성공해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종료 2초를 남기고 상대에게 발차기 공격(2점)을 허용(5-6)해 아쉬움을 삼켰다. 이날 남자 80kg 초과급에 출전한 이승환(25·한국가스공사)은 첫 경기에서 이란의 사이드 라자비(22)에게 3-6으로 패했다. 자카르타=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
현대자동차가 회장사를 맡고 있는 대한양궁협회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남다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자카르타 붕 카르노 양궁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5성급 호텔 객실을 경기나 훈련 사이에 쉴 곳이 마땅치 않은 선수들의 ‘휴게실’로 제공하고 있다. 잠은 버스로 45∼50분 정도 걸리는 선수촌에서 잔다. 선수단 점심은 인근 한국 식당에서 한식 도시락을 공수한다. 양궁 선수들의 이런 화려함 뒤엔 냉혹함도 숨어 있다. 남녀 리커브 개인 및 팀 예선이 열린 21일은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날이었다. 70m 거리에서 72발을 쏘는 여자 리커브 예선 라운드에서 한국 선수들은 나란히 순위표 가장 높은 곳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환호하지 않았다. 여자 대표 선수 4명 중 1명이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특정 국가의 독주를 막기 위해 양궁 아시아경기 결선 라운드에서 국가당 단체전은 최대 3명, 개인전은 2명만 뛰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에 협회는 이날 예선 라운드 성적까지 반영해 아시아경기 메달을 노릴 출전 선수를 결정했다. 이날 예선에서 장혜진과 강채영, 이은경은 1, 2, 3위를 차지했고 정다소미는 5위에 머물렀다. 포인트 합산 결과 장혜진과 강채영은 개인전과 단체전 출전을, 3위 이은경은 단체전에 출전하게 됐다. 정다소미는 탈락이다. 남자는 포인트 1위 이우석과 2위 김우진이 개인전과 단체전에 나서고, 3위 오진혁은 단체전에만 나선다. 4위 임동현은 탈락이다. 남녀 1위 이우석과 장혜진은 혼성전 출전 자격도 갖춰 대회 3관왕에 도전한다. 김성훈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현행 선발 방식이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양궁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선수들이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나를 시작으로 다른 선수들도 다 잘할 것 같다.” 금메달 소감에는 태권도 경량급 세계 최강 선수다운 여유가 묻어났다. 김태훈(24)이 아시아경기 2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김태훈은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태권도 겨루기 남자 58kg급 결승에서 니야즈 풀라토프(우즈베키스탄)를 24-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의 겨루기 첫 금메달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그는 4년 전 인천 아시아대회에서는 남자 54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인천 대회까지 겨루기로만 16체급을 치렀던 태권도는 이번 대회부터 겨루기 10개에 품새 부문 4개로 바뀌었다. 지난 대회까지는 54kg급이 남자 최경량급이었지만 이번 대회에는 58kg급이 최경량급이다. 1라운드 중반까지 0-1로 뒤지던 김태훈은 1라운드 종료 직전 발차기를 몸통에 적중시켜 2점을 얻었다. 2라운드부터는 김태훈의 독무대였다. 4점짜리 기술인 뒤차기 등 화려한 기술로 9점을 얻으며 승기를 잡았다. 3라운드에서도 쉴 새 없이 공격을 몰아치며 완승을 엮어냈다. 김태훈은 8강에서 카자흐스탄의 옐도스 이스카크에게 11-9로 힘겹게 역전승해 한 고비를 넘은 뒤 준결승에서는 스즈키 모론(일본)을 24-11로 가볍게 꺾었다. 그동안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 이대훈의 그늘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는 “리우 올림픽에서 첫 경기를 진 뒤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땄다. 그걸 계기로 선수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자부의 하민아(23)와 김잔디(23)는 투혼의 은메달을 따냈다. 하민아는 태권도 겨루기 여자 53kg급 결승에서 대만의 쑤포야에게 10-29로 졌다. 발목 부상에 시달린 하민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나 정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여자 67kg급의 김잔디도 결승에서 줄리아나 알 사데끄(요르단)에게 1-5로 패했다. 전날 품새 종목에서 금 2개, 은 1개, 동 1개를 따냈던 한국 태권도는 겨루기 첫날인 이날 금 1개와 은 2개를 추가해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용대가 오지 않아서 아쉽다.” 기자 일행이 한국에서 온 걸 확인한 현지 택시기사는 한국 남자 배드민턴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이용대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손완호 성지현 이소희 등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축구를 잘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라도 호날두나 메시를 아는 것처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누구나 이용대를 잘 아는 듯했다. 20일 배드민턴이 열리는 자카르타 겔로나 붕 카르노 이스토라 경기장에서 만난 여성 자원봉사자 부디와티 위워호 씨는 “이용대는 모든 인도네시아 사람이 좋아하는 선수다. 잘생긴 데다 실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직후 대표팀에서 잠정 은퇴해 이번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여자 단체전 2라운드(8강)는 관중의 열기로 가득했다. 월요일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전체 관중석(6100석)의 절반 정도가 인도네시아 팬들로 들어찼다. 일요일인 전날은 만석이었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자국 선수가 스매싱을 한 번 할 때마다 함께 함성을 지르는 특유의 응원을 펼쳤다. 상대국 선수들로서는 일방적인 응원에 기가 질릴 만했다. 성지현 등이 출전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인도네시아에 1-3으로 패하며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에 아시아경기 여자 단체전 노메달에 그쳤다. 4년 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대표팀 역시 단체전 8강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해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전날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태국 선수를 이긴 손완호는 “옆 코트 인도네시아 선수를 응원하는 함성이 너무 커서 벤치의 작전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며 “한국에서보다 인도네시아 길거리에서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청받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18일 열린 개회식의 성화 최종 점화자도 배드민턴 선수 출신 수시 수산티였다. 수산티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인도네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양 옥류관 주방장이 직접 만들고 있습네다. 맛이 아주 좋습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개회식이 열린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카르노(GBK) 스타디움 인근의 한 오성급 호텔 1층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올림픽회관’이 문을 열었다. 여성 종업원은 “모든 식재료를 평양에서 공수한다. 냉면(사진)과 평양김밥 등이 아주 인기가 좋다. 자주 들러주시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당초 이번 대회에 북한과 ‘코리아하우스’ 공동 운영을 추진했다. 18일 개회식에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공동 입장했고, 3종목(여자축구 카누 조정)에서는 단일팀을 구성할 정도로 남북 스포츠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의견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한국과 북한은 자카르타 시내에 각각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하우스’를 운영하게 됐다. 한국의 코리아하우스가 선수단 지원 및 홍보관으로 주로 활용되는 반면 북한의 ‘올림픽회관’은 상업 시설 성격이 강하다. 냉면 가격을 묻자 “한 그릇에 5달러(약 5600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국 기준으로는 저렴한 편이지만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이곳에서는 북한 소주와 막걸리, 맥주 등 주류도 판매한다. 통일의 의미를 담은 티셔츠와 모자, 인삼 등 각종 건강식품, 대형 그림 액자 등도 구입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루피아화를 사용하지만 북한 올림픽회관이 판매하는 모든 상품은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져 있다. 북한 올림픽회관은 대회 폐막(9월 2일) 직전인 1일까지 문을 열 예정이다. 몇해 전까지 자카르타에는 평양냉면을 파는 북한 식당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 식당이 문을 닫아 북한 올림픽회관은 자카르타에서 북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한편 한국의 코리아하우스는 하루 늦은 19일 개관식을 했다. GBK 스타디움 인근의 한 대형 창고를 개조해 만든 코리아하우스는 대형 공연 시설과 함께 한류 홍보관 등 4개의 부스를 갖췄다. 대한체육회는 아시아경기에서 처음으로 코리아하우스를 열었다. 체육회는 25일 오후 9시 ‘한국의 밤’ 행사를, 대회 폐막 하루 전인 9월 1일 오후 9시에는 ‘선수단의 밤’ 행사를 각각 개최할 예정이다. 체육회는 단일팀을 구성한 3종목의 합동 응원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자고 북측에 제안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민석 국회의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성조 선수단장 등이 참석했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해는 스포츠가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한 해다.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여도 스포츠 교류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남북 스포츠 교류에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도 장관은 18일 자카르타 시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년인 2019년은 대한체육회 설립 및 전국체육대회 100주년을 맞는 해다. 체육회가 분단 전에 조선체육회로 출발한 것인 만큼 남북 공동으로 행사를 해봤으면 한다. 전국체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을지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의 전신인 조선체육회는 1920년 7월 13일 설립됐다. 그리고 그해 11월 4일 전국체전의 전신 격인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가 열렸다. 100주년을 맞는 내년 전국체전은 서울에서 열린다. 자카르타를 찾은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북한의 전국체전 참여 여부와 관련해 “정부와 잘 협의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조만간 자카르타 현지에서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만나 남북 체육교류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달 평양에 이어 추후 서울에서 열기로 한 남북 통일농구 대회의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도 이번 만남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통일농구는 10월 13일 2018~2019 시즌 프로농구 개막 전에 열릴 게 유력하다. 도 장관은 또 “남북 체육회담의 정례화 방안과 내년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북한 참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대한민국 선수단의 여름 아시아경기 통산 7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가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에서 온 선수 1만1300여 명이 40개 종목 465개의 세부경기에서 내달 2일까지 16일간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대회 슬로건은 ‘아시아의 에너지(Energy of Asia)’다. 775명의 선수단(17일 기준·단일팀 33명 제외)이 출전하는 대한민국은 65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 6대회 연속 종합순위 2위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한국은 1998년 방콕 대회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5개 대회 연속 일본을 누르고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처음 출전한 1954년 마닐라 대회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총 696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중국(1342개), 일본(955개)에 이어 통산 금메달 3위다. 한국의 통산 700번째 금메달은 대회 초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개회식 다음 날인 19일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 품새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이 기대된다. 같은 날 펜싱 여자 사브르의 김지연과 남자 에페 박상영도 개인전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168명의 선수단이 출전하는 북한도 아시아경기 통산 100개 금메달 달성이 유력하다. 직전 대회까지 98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북한은 역도와 사격 등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여름 국제대회 사상 처음 구성된 단일팀의 메달도 기대할 만하다. 여자 농구와 카누 드래건보트에서 역사적인 메달이 나올 수 있다. 단일팀은 ‘KOREA(한국)’나 ‘DPR Korea(북한)’가 아닌 ‘Unified Korea(하나 된 코리아)’ 선수로 별도 분류된다. 단일팀의 메달은 한국이나 북한 메달 집계에서 제외돼 독자적인 메달로 집계된다. 시상식에선 한반도기가 걸리고 국가 대신 아리랑이 연주된다.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패러글라이딩, 제트스키 등 6개 이색 종목이 눈길을 끈다. 레저 스포츠로 알려진 패러글라이딩과 제트스키에는 각각 6개,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영국의 카드 게임 휘스트에서 유래한 브리지는 신체 활동이 없다시피 한 종목 특성상 선수 연령이 높은 게 특징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부호 마이클 밤방 하르토노는 79세의 나이로 인도네시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한국은 이 종목에만 유일하게 선수를 파견하지 않는다. 이 밖에 롤러스포츠, 스포츠클라이밍, 마셜아츠 등도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처음으로 정규 종목에 포함됐다. ‘페이커’ 이상혁이 출전하는 ‘e스포츠’는 시범 종목으로 열린다. 한국과 북한 선수단은 역대 국제대회 사상 11번째로 공동 입장한다. 각각 100여 명의 선수단이 코리아(KOREA)의 이름으로 주경기장을 행진한다. 남측 기수는 여자농구 단일팀의 주장 임영희가 선정됐으며 북측 기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자카르타=이헌재 uni@donga.com / 조응형 기자}

한국과 북한 선수들은 18일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개회식에 역대 11번째로 공동 입장한다. 여자농구, 카누, 조정 등 3종목에서는 남북 단일팀도 구성했다. 국제 종합대회 단일팀은 올해 2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 이어 역대 2번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등은 스포츠로 화합을 이루고 있는 남북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 한국의 유일한 IOC 위원인 유승민 위원은 최근 본보와 만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외국 인사들이 남북 공동 입장과 단일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화합은 올림픽 정신인데 남북의 화합은 이런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훌륭한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7년 창춘 겨울 아시아경기 이후 얼어붙었던 남북 스포츠 교류는 올해 2월 평창 올림픽에서의 공동 입장과 단일팀 구성으로 해빙기를 맞았다. 이런 흐름은 5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7월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의 남북 단일팀 결성, 이번 아시아경기 공동 입장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에서 깜짝 단일팀 탄생의 가교 구실을 했던 유 위원은 “남북 선수들이 8강전에서 맞붙는 대신 어깨동무를 한 모습이 전 세계 방송을 탔다. 이튿날 할름스타드의 작은 슈퍼마켓에 갔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너무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더라. 이런 게 바로 스포츠의 가치와 올림픽 정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7월 코리아오픈에서도 한 팀으로 호흡을 맞췄던 한국과 북한 선수들은 이번 아시아대회에선 다시 상대가 돼 싸운다. 한국이 일찌감치 대표 선발을 마무리 지은 데다 엔트리 확대가 힘들다는 OCA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 유 위원은 “맞대결에선 무조건 이겨야 한다. 우정은 우정이고 경쟁은 경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발전을 생각하면 된다. 복식 때 한 팀을 이뤘던 선수라도 개인전에서는 그 선수를 꼭 넘어서야 한다. 인간적으로 가까워졌다 해도 북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게 바로 선의의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경기를 주관하는 OCA는 16일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역사적인 첫 승리를 거둔 여자농구 단일팀에 대해 “아시아경기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단일팀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스포츠의 힘을 입증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원길우 아시아경기 북한 대표팀 단장 겸 체육성 부상도 같은 날 열린 북한 선수촌 입촌식에서 “앞으로 더 많은 종목에서 단일팀이 꾸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난히 덥다는 올여름 중에서도 제일 더운 날이었다. 경기 시작 후 한 시간 반가량이 지난 오후 8시. 온도계는 3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아니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빗방울처럼 쏟아졌다. 그런데 아아, 내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LG 관중석의 두 남자는 점퍼를 입고 있었다. 조명탑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이는 ‘유광점퍼’였다. 유광점퍼는 LG 팬들에겐 ‘가을 야구’를 상징하는 옷이다.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가을에 펼쳐지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입고 싶어도 입을 수 없었던 옷이었다. 최근 몇 년간 LG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때마다 LG 팬들은 ‘유광점퍼’ 차림으로 가을 야구를 즐기곤 했다. 이날 이들이 일찌감치 유광점퍼를 꺼내 든 이유는 서울 라이벌 두산전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LG 팬들로서는 마음 아프게도 올해 LG는 두산을 상대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유광점퍼 응원을 펼친 이날도 LG는 두산에 졌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입추가 지나서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도 야구장에 가면 유광점퍼를 입고 LG를 응원하는 팬이 간혹 있다. 시즌 한때 잘나가던 LG는 여름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며 중위권으로 처졌다. 요즘엔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팬들은 더 절실하다. LG 팬들은 올해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이 야구장을 찾았다. 13일 현재 유일하게 90만 명을 넘었다. 이런 열정적인 응원단을 둔 LG 선수단의 마음은 어떨까. 선수들이 말하는 가장 일반적인 감정은 고맙고 미안하다는 것이다. 팬들의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심정이 오죽할까. 하지만 더 깊은 내면에 내재된 감정 중 하나는 두려움이다. 어제까지 모든 것을 줄 것처럼 응원하던 팬들이 어느 순간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는 존재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적이 좋지 않은 몇몇 선수들은 이미 극심한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시즌 중 ‘감독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했던 팬들도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열성 팬들은 팀 체질 개선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팀이 짜임새를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 선수들을 키우고, 다른 팀에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오는 것은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LG는 어느 감독이 오건 당장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린다. 기초를 단단히 할 여유가 없다. LG가 종종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올리다 중반 이후 미끄러지곤 하는 이유다. 한 시즌 팀당 144경기를 펼치는 장기 레이스에서 성적은 결국 팀 전력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는 열정적인 LG 팬들의 응원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 건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현재의 LG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지난해 은퇴한 ‘국민타자’ 이승엽(42)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는다. 대회 초반 부진을 거듭했던 그는 “나라에 대한 죄스러움, 팀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컸다”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동시에 가장 기쁜 순간이기도 하다. 김경문 당시 대표팀 감독의 믿음 속에 계속 4번 타자로 나선 그는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8회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때렸다. 이승엽은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1회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려 한국의 9전 전승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영원한 홈런 타자이자 국제대회의 단골 해결사였던 이승엽을 최근 서울 서초구 이승엽야구장학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은퇴 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대사와 자신의 이름을 딴 야구장학재단 이사장으로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그는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방송 해설위원으로 팬들을 찾아간다. 이승엽은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후배 선수들에게 “태극마크를 단 이상 과정은 중요치 않다. 무슨 수를 쓰든 팬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며 “전력상 한국의 우위는 분명하다. 실력대로만 한다면 무리 없이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애정 어린 격려를 보냈다. ○ 박병호-김재환의 한 방에 기대 이승엽은 현역 시절 ‘8회의 사나이’로 불렸다. 유달리 경기 후반인 8회에 승부를 결정 짓는 홈런을 많이 쳐서다. 정작 이번 아시아경기에선 초반 싸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승엽은 “단기전은 기(氣) 싸움이다. 경기 초반 선취점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엽이 꼽은 ‘키 플레이어’는 박병호(넥센) 김재환(두산) 김현수(LG) 등 홈런 능력을 갖춘 강타자들이다. 그는 “야구, 특히 타선은 전염성이 있다. 한 명이 치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치게 된다.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할 이 선수들이 1회부터 펑펑 쳐 주면 한국은 아무도 못 말리는 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환과 박병호는 13일 현재 각각 33홈런과 32홈런으로 홈런 2, 3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박병호는 최근 18경기에서 12개의 홈런을 때리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현수도 타율 0.358에 19홈런을 기록 중이다. 한국은 2013년과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모두 첫 경기를 패하며 예선 탈락했다. 이승엽은 “야구는 10등이 1등을 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다. 경기 초반 흐름이 꼬인다 싶으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타자들이 초반에 쳐 줘야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 점수를 내 주면 투수들도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극마크의 무게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은 선수 선발과 관련해 적지 않은 홍역을 치렀다. 13일 부상과 부진을 사유로 몇몇 선수를 교체했지만 멤버 구성에 불만을 품은 일부 팬은 여전히 “대표팀의 은메달을 기원합니다”라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승엽은 “야구 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팬들께서 좀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다. 대표팀은 어떻게 뽑아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모든 비난은 대회가 끝난 뒤 해도 늦지 않다. 최선을 다하려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보다는 응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24명의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책임감을 강조했다. 이승엽은 “내 경우엔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자체가 무한한 영광이었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은 수백 명의 프로선수 중에서도 선택받은 선수들이다.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갖고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태극마크가 부담스러운 선수가 있다면 스스로 반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절실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팀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이 WBC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한번 해 보자’며 선수들이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도 그랬으면 한다”고 말했다. 18일 소집되는 한국 대표팀은 ‘야구의 날’인 23일 결전지인 자카르타로 출발한다. 야구의 날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한국은 26일 대만과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LG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6-9로 역전패하며 8연패의 늪에 빠졌다. 4회까지 4-1로 앞서다 허망하게 무너졌다. 최근 11경기에서 10번을 지고 단 한 번 이겼다. 한때 2위까지 올랐지만 이제는 5위까지 떨어졌다. 후반기 초만 해도 LG는 SK, 한화와 함께 2위 다툼을 하고 있었다. 순위는 4위였지만 7월 19일 현재 승패 마진은 플러스 10(51승 1무 41패)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동안 벌어놨던 승수를 모조리 까먹었다. 9일 현재 53승 1무 56패로 이젠 패가 더 많아졌다. LG의 부진과 함께 중위권 순위 싸움도 요동치고 있다. 4위 넥센과 8위 KIA의 승차는 4.5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LG는 매일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에서 자칫 5위권 밖으로 밀릴 수도 있다. 당장 6위 삼성과의 경기 차가 0이다. 7위 롯데와도 2.5경기 차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일정까지 험난하다. KBO리그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때문에 17일부터 9월 3일까지 휴식기를 갖는다. 그런데 LG는 휴식기 전까지 순위권 경쟁 중인 팀들과 줄줄이 맞붙어야 한다. 9, 10일에는 여름 들어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삼성과 2연전을 치르고 있다. 올스타전 전까지 하위권에 머물던 삼성은 최근 11경기에서 7승 1무 3패의 호성적을 올리고 있다. 안정된 선발진에 타선 집중력도 좋아졌다. 11, 12일에는 넥센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 LG는 넥센을 상대로 10승 2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병호의 홈런포를 앞세운 넥센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14, 15일에는 KIA를 상대한다. LG로서는 믿을 만한 구석도 많지 않다. 차우찬과 임찬규 등 토종 선발투수가 부진하고 외국인 투수 윌슨이 팔꿈치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다. 팀 타율은 나쁘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이 아쉽다. 허벅지를 다친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는 9월 초에야 복귀가 가능하다. 2루수 정주현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현재 LG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에이스다. 확실히 한 경기를 잡아줄 수 있는 투수가 나와야 한다. 자칫하면 부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제 그만두는 게 좋겠다. 빨리 수술하고 치료하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살펴보던 주치의는 은퇴를 권유했다. 오른쪽 어깨 근육과 오른팔 위쪽 근육 일부가 완전히 찢어졌다고 했다. 몇 해 전부터 이상 증세가 있긴 했다.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뚝뚝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아팠다. 시위를 당기기는커녕 팔을 들어올리기조차 힘들었다. 지난해 여름 한국 남자 양궁의 맏형 오진혁(37·현대제철)은 은퇴의 기로에 섰다. 진통제를 맞아가며 근근이 연말까지 버텼지만 선수 생활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그랬던 오진혁이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다. 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오진혁은 “계속 아프다 보니 이젠 통증에 익숙해진 것 같다. 몸 상태만 보면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활을 쏘려 한다”고 말했다. 두 개의 근육이 파열된 오진혁이 어떻게 양궁 대표팀에 뽑힐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건 올림픽 금메달 따기보다 어려운 일 아니던가. 현역 연장의 의지가 컸던 오진혁의 과감한 결단이 효과를 봤다. 우람한 체격(키 182cm, 몸무게 97kg)의 오진혁은 강한 활을 쏘는 선수였다. 시위를 당길 때의 장력(줄에 걸리는 힘의 크기)이 54파운드나 됐다. 야구의 투수에 비유하면 시속 155km를 쉽게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장력이 클수록 화살을 더 강하게 날릴 수 있다. 오진혁은 겨울 훈련 때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어깨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활의 장력을 8파운드나 줄였다. 요즘 46파운드짜리 활을 쓰는 그는 “요즘엔 시속 140km대 초반의 공을 던지는 변화구 투수가 됐다”며 웃었다. 처음엔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전했다. 요즘도 오조준 때 헷갈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실력으로 대표팀에 선발됐다. 한국 나이로 38세의 오진혁은 남녀 양궁 선수를 통틀어 메인 대회(올림픽,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최고령 선수다. 2012 런던 올림픽 때는 한국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로 모든 것을 이룬 그는 무엇 때문에 활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 “모든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봤습니다. 목표 의식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또 대표 선발전을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난 양궁장에 있어야 ‘사는 맛’이 납니다. 치열한 선발전이 힘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좋은 후배들이랑 경쟁하는 자체가 즐겁습니다.” 이번 아시아경기 목표는 남자 단체전 금메달이다. 2012년 올림픽과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그는 개인전 금메달을 땄지만 단체전은 모두 동메달이었다. 오진혁은 “좋은 후배들과 다 함께 시상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아시아경기에는 리커브 5개, 컴파운드 3개 등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리커브 대표팀 주장인 그에게 예상 금메달 수를 물었다. “지금처럼만 쏘면 모든 금메달은 우리 차지예요. 다른 나라 선수들은 태극마크만 보면 벌벌 떨거든요.”진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Hangsang gibon eh choongshilhaja.’ ‘끝판왕’ 오승환(36·사진)이 콜로라도 이적 후 첫 세이브를 따낸 6일 콜로라도 구단 공식 트위터에는 이런 글귀가 올라왔다. 이를 영어 발음대로 읽으면 ‘항상 기본에 충실하자’가 된다. 콜로라도는 위의 두 문구를 나란히 트위터에 올렸다. 오승환은 이날 밀워키전에서 11회 말 에릭 크래츠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세이브를 따냈다. 투구 후 1루 베이스 커버라는 기본을 잘 지킨 덕분이었다. 콜로라도 구단은 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오승환 영입 후 콜로라도는 “한국 선수 오승환과 함께 한글을 배우자”라며 오승환과 관련된 트윗에 이런 식으로 한글과 영문을 병기하고 있다. 오승환에 대한 기대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오승환도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로키스 트위터의 한글 사랑. 방문하셔서 많은 한글 응원도 부탁드립니다”라고 썼다. 오승환은 7일 피츠버그와의 안방경기에서도 1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1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2-0으로 앞선 8회초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1이닝을 1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홀드를 따냈다. 시즌 17번째 홀드. 콜로라도는 9회초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2-0 승리를 지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