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정보를 분석해 등급을 결정하는 ‘신용조회회사(CB)’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1∼6월) 신용조회·조사·평가 및 기술신용평가 등으로 세분화돼 육성된다. 시장 진입을 위한 자본금 요건도 현재 50억 원에서 20억 원 안팎으로 완화된다. 21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이달 말 발표한다. 정체돼 있는 CB산업을 금융, 통신,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결합해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지는 ‘빅데이터 시대’에 맞춰 키우려는 취지다.○ CB사 진입 규제 대폭 완화 CB사는 개인과 기업의 신용 수준을 각종 금융거래 데이터로 평가해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에 제공한다. 신용정보는 금융사가 고객에게 대출, 카드 발급 여부를 결정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된다. 국내엔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 한국기업데이터 등 6곳이 있다. 정부는 이 기업들을 ‘신용정보업’으로 한데 묶어 관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고 중요도에 비해 산업 규모가 작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B사 점포 수는 2014년 말 43개에서 올해 6월 말 39개로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4년 말 3802억 원에서 지난해 말 5352억 원으로 40.8% 늘었다. CB사의 신용조회 전문성이나 투명성이 약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올 초 개인신용평가 개선 간담회에서 “CB사 평가의 투명성과 공정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CB사가 신용등급을 제대로 매기지 못하면 대출 금리나 카드 한도가 달라질 수 있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CB사를 사업 인가 단계부터 세분화해 관리하는 동시에 진입 규제를 풀어 회사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법 개정 통해 다른 업종 데이터도 활용해야” 외국의 CB사들은 이미 다른 분야의 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렌도’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 e메일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신용평가 점수를 매긴다. 이런 혁신적인 CB 기법으로 현재 한국, 필리핀, 멕시코 등 15개 국가에 진출해 500만 건의 신용 심사를 진행했다. 이와 달리 국내 CB사들은 개인정보와 관련된 현행법에 따라 제한된 금융데이터만 사용할 수 있다. 통신, 유통 등 다른 업종의 데이터는 활용할 수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 빅데이터 규제가 풀리면 앞선 서비스와 기술로 무장한 외국 CB사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CB산업은 데이터를 대량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에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한 신생 기업이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가 공급되고 다양한 신용조회 방법이 생겨나야 산업이 성장하고 소비자 혜택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국GM의 연구개발(R&D)법인 분리 신설은 KDB산업은행과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5월 한국GM의 경영정상화 합의 이후 다섯 달 만에 다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 노조는 19일 임시주주총회 장소인 부평 본사의 사장실 입구를 봉쇄하는 등 주총 저지에 나섰지만 사측은 단독으로 기습 주총을 열어 R&D법인 신설 의결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주총 과정의 위법성 등을 지적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비토권(거부권)이 있음에도 이를 행사할 기회를 얻지 못했으니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총이 정상적인 절차로 개최되지 않았고 한국GM은 주총 참석 여건 조성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향후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GM 측은 이날 주총 의결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GM의 지분은 GM 본사 등이 76.96%, 산업은행이 17.02%, 중국 상하이차가 6.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상하이차 등 우호 지분을 포함해 83%를 확보하고 있어 한국GM 단독으로 주총을 열고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설 법인 설립은 주주가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이르면 22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중단 결정에 따라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노조는 앞서 15, 16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78.2%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해 사실상 파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노조 관계자는 “신설 법인으로 이동할 3000여 명이 인사이동을 거부하도록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R&D법인 분리가 사실상 생산 부문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단 법인을 쪼갠 뒤 한국GM의 생산 기능을 축소하고 R&D 신설 법인만 남겨놓은 채 공장을 장기적으로 폐쇄하거나 매각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GM을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잦은 노사갈등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와중에 한국GM이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소용돌이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GM의 누적 적자는 2조5246억 원에 달한다. 올해도 1조 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의 법인 분리 목적과 배경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배석준 eulius@donga.com·조은아 기자}
이달 31일부터 한 해 동안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이 연소득의 70%를 넘어서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가장 강력한 대출 관리지표로 꼽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시범 운영을 거쳐 이달 말 은행권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소득이 낮은 젊은층이나 기존에 빚이 많은 다중채무자,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를 덜 받았던 비(非)수도권 대출자들의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이 같은 내용의 ‘DSR 관리지표 도입방안’을 내놓았다. DSR는 주택대출만 따진 기존 규제와 달리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론, 자동차 할부금 등 개인이 1년간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눠 대출 한도를 정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갚지 못할 위험이 큰 ‘고(高)DSR’ 기준을 70%로 정하고 DSR 70%를 넘으면 ‘위험대출’, 90%를 초과하면 ‘고위험대출’로 규정해 은행별로 이 대출이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관리하도록 했다. 시중은행은 전체 신규 대출에서 위험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15%, 고위험대출은 10%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DSR가 70%를 넘는 대출자에 대해 은행 상황별로 대출 심사를 깐깐히 하거나 대출을 아예 자제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은행별로 차등을 둬 지방은행은 위험대출을 30% 이하, 특수은행(NH농협·IBK기업·KDB산업은행)은 25% 이하로 관리하면 된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DSR 비율을 낮춰 시중은행 기준으로 현재 52%인 평균 DSR를 2021년까지 40%로 낮추기로 했다. 또 이번 은행권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상호금융, 보험, 저축은행 및 카드사 순으로 DSR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달 31일부터 은행권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가계대출 관리지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기존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보다 대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부터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자동차 할부금까지 모든 빚의 원금과 이자를 따져 추가 대출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소득과 기존 대출 규모에 따라 일부 대출자는 대출 한도가 수억 원 줄어들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18일 발표한 DSR 도입 방안을 바탕으로 주요 내용을 질의응답으로 정리했다. Q. DSR가 LTV, DTI와 어떻게 다른가. A. DSR는 개인이 금융회사에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LTV와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심사할 때만 적용됐지만 DSR는 모든 대출을 심사할 때 대출 허용 여부와 한도 등을 정하는 잣대가 된다. 이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기존 LTV, DTI와 함께 DSR도 함께 따져야 한다. Q. 고(高)DSR는 뭔가. A. 은행들은 3월부터 시범적으로 DSR 100% 넘는 대출을 ‘고DSR’로 분류해 이 기준을 넘는 대출자에 대해선 심사를 깐깐히 하거나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 그런데 31일부터는 DSR가 70%를 넘으면 ‘위험대출’, 90%를 웃돌면 ‘고위험대출’로 분류해 은행들은 이 대출의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Q. DSR 70%를 넘으면 대출을 못 받나. 위험대출로 분류되면 신규 대출을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무조건 거절되는 건 아니다. 은행들은 DSR 70%를 넘는 대출을 전체 대출 총량의 일정 비율 이내로만 관리하면 되기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대출자들에 대해선 DSR 70%를 넘어도 대출을 허용해줄 수 있다. Q. 대출 한도가 얼마나 줄어드나. A. 연소득이 5000만 원인 직장인 A 씨가 주택담보대출 3억 원(금리 연 3.48%,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 신용대출 5000만 원(금리 연 3.91%, 1년 만기), 예금담보대출 500만 원(금리 연 3.1%, 1년 만기) 등이 있고 자동차 할부금도 월 50만 원씩 낸다고 가정해 보자. A 씨의 현재 DSR는 58.38%다. 고DSR 100%가 시범 적용됐을 때 A 씨는 주택담보대출로 2억428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DSR 70%가 적용되면 6770만 원만 추가로 받을 수 있다. 6770만 원을 초과한 금액을 빌리려면 까다로운 대출 심사를 거쳐야 한다.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Q. DSR 계산 때 소득은 어떻게 산정하나. A. 소득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전액 인정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납부 기록 등 공공기관이 발급한 자료는 현재 소득의 95%까지(최대 5000만 원) 반영되지만 앞으로 직장 가입자는 전액 인정된다. 임대료, 카드 사용액, 이자 등 대출자가 제출한 자료는 소득의 90%까지(최대 5000만 원) 인정된다. Q. 마이너스통장으로 3000만 원을 쓰고 있는데. A. 대출 원리금을 계산할 때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은 원금을 10년으로 나눠 계산한다. 3000만 원을 10년으로 나눈 300만 원이 연간 원금이 된다. 전세자금 대출은 원금은 빼고 이자만 포함된다. 중도금·이주비 대출은 대출총액을 25년으로 나눠 원금을 계산한다. Q. DSR를 적용받지 않는 대출도 있나. A. 사잇돌대출,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상품과 300만 원 이하 소액신용대출은 DSR 적용을 받지 않는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협약대출, 국가유공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 등도 제외된다. 또 단순히 만기를 연장하는 기존 대출은 DSR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금을 늘리거나 대출 은행을 바꾸면 적용된다.조은아 achim@donga.com·이건혁 기자}

금융당국이 이달 말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가계부채 관리지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별로 각각 다르게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高)DSR 기준도 두 가지 이상으로 세분해 위험 대출에 대한 관리를 더욱 촘촘히 하기로 했다. 앞으로 똑같은 대출자라도 은행별로 대출 한도가 크게 차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은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DSR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각 은행들이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부담이 커서 차등화된 DSR 관리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18일 구체적인 DSR 관리 방안과 임대사업자 대출에 적용되는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별로 DSR 기준 차등 적용 DSR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론, 자동차 할부금 등 대출자의 연간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개념이다. 금융회사가 대출자의 종합적인 대출 상환 능력을 따져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려주도록 유도하는 지표다. 이미 은행권은 3월부터 DSR를 100%로 정해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상호금융권이 7월, 보험사가 9월 DSR 제도를 도입했고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도 이달 DSR를 시행할 예정이다. DSR 기준을 넘는 대출은 가급적 제한해야 하지만 금융회사 전체 대출 규모의 일정 비율만 유지되면 DSR 기준을 넘는 대출도 허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 기준이 느슨하다고 판단해 기준을 한층 강화하고 전체 대출 중 고DSR 대출의 한도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우선 금융당국은 시중·지방·특수은행 등 은행 형태별로 적용되는 DSR 기준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권 전체 DSR 평균은 72%다. 하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비(非)주택대출 규모에 따라 시중은행은 52%인 반면 지방은행 123%, 특수은행 128%로 편차가 크다. 일괄적으로 기준을 맞출 경우 지방은행 대출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DSR 비적용 서민상품 확대 아울러 금융위는 고DSR 대출을 관리하기 위한 기준을 두 가지 이상 제시할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고DSR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면 이 기준을 넘는 (더 위험한)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고DSR 기준을 70%로 정하고 이 대출의 비중을 30% 이내로 유지하라고 제시되면 은행들이 DSR 150%를 넘는 초악성 채무를 30%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 6곳 중 DSR 100%를 초과하는 ‘악성채무’ 비중이 20% 안팎인 곳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DSR 70%를 넘는 대출을 전체 대출의 20% 이내로, 90%를 넘는 대출 비중을 10% 이내로 설정하는 식으로 기준을 둘 예정이다. DSR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서민·취약계층의 대출이 더 막힐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취약계층 대출 상품에는 DSR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사잇돌대출,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상품과 300만 원 이하 소액대출이 DSR 규제에서 제외되는데 이 대상을 더 확대할 예정이다. 임대업 대출과 관련해 RTI도 강화된다. 최 위원장은 “은행 4곳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 RTI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RTI의 예외 한도를 지나치게 높게 두거나 RTI 기준 미달로 대출이 거절된 사례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인건비가 많이 드는 전단지를 돌리느니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홍보하는 게 낫죠.” 서울 중구 한식당 ‘남도한식’의 김형순 대표는 지난달 중순부터 신한카드의 마케팅 앱 서비스 ‘마이샵’을 이용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한카드는 고객 22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 식당 주변에서 자주 결제한 소비자를 골라낸 뒤 앱으로 할인 쿠폰 등을 보내준다. 한 달 만에 2만2000여 명에게 가게가 홍보됐다. 이 서비스는 문재인 대통령이 8월 말 방문한 ‘데이터경제 활성화 및 규제혁신’ 간담회에서 직접 시연을 펼쳐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마이샵이 상용화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신한카드는 당초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종합적인 마케팅 서비스를 구상했다. 정부가 2016년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덕분이었다.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개인정보를 가공한 ‘비식별 정보’를 기업들이 고객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한 조치였다. 신한카드는 자사 고객 데이터뿐 아니라 통신사, 유통회사의 정보를 받아 중소 가맹점의 ‘잠재 고객’을 발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12개 시민단체가 지난해 11월 신한카드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이들은 “비식별 정보도 보호해야 한다. 다른 기업, 기관이 소유한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가져다 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결국 우리 회사 데이터만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러니 서비스 수준이 해외 기업들이 내놓은 빅데이터 마케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신산업 원료’ 갉아먹는 규제 개인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는 금융 의료 유통 공공 등 전방위 분야의 신(新)산업 핵심 원료로 꼽힌다. 업종 간 데이터 융합으로 자영업자들은 잠재 고객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고 소비자들은 앱 하나로 자산관리를 손쉽게 할 수 있다. 국내에선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3개 법이 개인정보 활용 범위와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개인정보 이용을 허용하는 범위가 너무 협소하고 정보 보호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세 법은 각 법의 글자를 하나씩 따 ‘개망신법’으로 불린다. 정부가 수차례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정보 유출과 무분별한 상업적 활용을 우려한 일부 시민단체와 진보 진영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이러는 사이 개인정보가 많이 쌓여 활용 가능성이 높은 금융, 의료 분야 기업들은 관련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과 KB손해보험은 지난해 각사 고객의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하려다가 시민단체의 고발에 계획이 어그러졌다. 회사 관계자는 “결국 일부 고객의 정보만으로 안전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자동차보험을 내놨다”며 “미국의 비슷한 상품은 모든 고객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할인율이 30%나 되지만 우리 상품은 할인율이 10%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 “도돌이표 공방 끝내자” 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빅데이터 사용 및 분석 경쟁력’ 수준이 63개국 중 31위에 머물렀다. 이와 달리 해외 선진국은 ‘신산업 육성’과 ‘개인정보 보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규제를 부지런히 손질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개인정보 보호 일반규칙(GDPR)’을 시행했다.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익명정보’는 기업들이 활용하도록 빗장을 활짝 열었다. 비식별 조치를 거쳤지만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가명정보’는 일정 조건을 지킬 때 활용하도록 했다. 미국은 일찌감치 기업이 고객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를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대신 사후에 고객이 원치 않으면 정보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2020년이면 전 세계 빅데이터 시장이 2100억 달러(약 23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이 시장에 올라탈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단체가 ‘도돌이표 공방’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관련 법 개정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빅데이터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시범 프로젝트를 시도해 진짜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신용 상태가 좋아진 대출자들은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통해 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이런 권리를 알리지 않으면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은행에 보내 ‘금리 인하 요구권’을 개선한다고 14일 밝혔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신용 상태가 좋아진 대출자들이 대출받은 금융회사에 금리를 내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승진이나 취직, 연소득 증가, 신용등급 상승 등으로 신용 상태가 개선되거나 은행 우수 고객으로 선정되면 금리 인하 요구권을 갖는다. 지금까지는 대출자가 은행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했지만 이르면 이달 말부터 모바일·인터넷뱅킹 여건을 갖춘 은행에서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서도 금리 인하를 신청할 수 있다. 연말에는 모든 은행이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리 인하 요구권을 도입한다. 아울러 금융회사가 대출자에게 금리 인하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알리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에는 금리인하 요구권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금융회사에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내년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금융소비자 66만8000여 명이 금리 인하 요구권을 행사해 9조4817억 원의 혜택을 받았다. 1인당 1420여만 원의 이자를 절약한 셈이다. 하지만 금융사가 잘 알리지 않아 여전히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걸 모르는 소비자가 많은 실정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이 금융회사에 빚을 지고 있으며 1인당 평균 진 빚은 8000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가계부채 보유자는 1903만 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국민(5181만 명)의 36.7% 수준이다. 이들이 보유한 가계부채 총액은 1531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77조 원(5.3%) 늘었다. 올해 가계부채 보유자 1인당 진 빚은 8043만 원으로 같은 기간 260만 원(3.3%) 증가했다. 가계부채 보유자의 33.2%인 631만 명은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이들의 부채는 978조 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63.9%였다.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1년 새 17조 원(2.3%) 증가했다. 반면 신용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부채 규모는 790조 원으로 같은 기간 60조 원(8.2%) 뛰었다. 주택담보대출 외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전체 가계부채 증가폭을 넘어선 것이다.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신용대출 등으로 빚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 1채를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은 502만 명으로 1년간 9만 명(1.8%) 늘었다. 반면 주택 2채 이상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은 130만 명으로 같은 기간 3만 명(2.3%) 줄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부산에 사는 30대 주부 A 씨는 5000만 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초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일부를 감면받았다. 마침 올 6월부터 회생 제도가 개선돼 채무 변제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짧아진다는 소식을 듣고 남은 빚을 얼마동안 갚으면 되는지 물었다. 하지만 법원 측은 “개정된 법이 시행된 뒤 회생 인가를 받아야 변제 기간 단축을 적용받을 수 있다”며 거절했다. A 씨는 “서울에서는 이미 개인회생을 진행 중인 사람도 변제 기간이 줄어드는데 부산은 안 되니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금리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파산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채무자의 빚 부담을 줄여주는 ‘채무조정 제도’는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법원이 개인회생의 변제 기간을 단축하는 기준이 지역마다 달라 “빚을 탕감받는 데 지역 차별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개인워크아웃, 장기소액 연체 탕감 등 다른 제도들도 감면 폭이 낮거나 신청 절차가 까다롭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빚 탕감 혜택, 지역 차별”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빚을 빨리 털고 경제 활동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원이 재판을 통해 빚을 감면한 뒤 일정 기간 갚게 하는 제도다. 개정법에 따라 6월 13일부터 개인회생의 변제 기간이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채무자들이 빚 상환 부담을 빨리 털어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개인회생에 들어간 채무자들도 이 같은 변제 기간 단축을 적용받을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다. 9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각 지역 회생법원 대부분이 이를 소급해 적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두지 않았다. 전국 회생법원 14곳 중 서울과 경기 수원만 이미 회생을 진행 중인 채무자에게도 변제 기간 단축을 허용해주고 있다. 나머지는 예외적인 경우만 허용하거나 전면 불허하고 ‘판사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울산에서 개인회생으로 13개월째 빚을 갚고 있는 B 씨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무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3년간 빚을 갚고 4, 5년 차에 들어간 사람들이 억울해한다”고 전했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변호사는 “지방 법원들은 변제 기간을 소급해서 줄여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채무자들에게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명당 4명, 채무 10% 이하만 감면돼 신용회복위원회가 금융회사와 협약을 통해 채무자의 원리금을 감면해주는 개인워크아웃 제도도 채무 감면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복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개인워크아웃을 시작한 채무자는 36만720명이었다. 하지만 이 중 약 38%는 채무 조정률이 10% 이하였다. 채무를 70% 이상 감면받은 사람은 2%에 그쳤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초부터 시행 중인 ‘장기소액 연체자’ 채무조정도 신청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다. 이 제도는 1000만 원 이하의 빚을 10년 넘게 갚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원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만큼 채무조정 요건을 완화해 채무자의 재기를 도와야 한다”며 “그래야 나중에 복지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조은아 achim@donga.com·이건혁 기자}
터키가 8일 오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퍼지며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한때 혼란이 일었다. 터키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터키 정부가 오늘 저녁 디폴트를 선언한다”는 내용의 사설 정보지가 증권가에 돌았다. 자신을 블룸버그 아시아 주재원이라고 밝힌 사람은 이 정보지에서 “터키 중앙은행이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외채 300억 달러(약 33조9000억 원)를 갚지 못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이 정보지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정보지가 돌기도 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터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터키가 더 이상 걱정스러운 경제 문제에 직면하지 않고 있으며 IMF의 지원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통화 폭락 등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터키 경제가 아직은 굳건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터키 리스크가 불거져도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적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은아 achim@donga.com·구가인 기자}

현재 연 20%에 이르는 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최고금리가 내년 4월부터 연 10% 수준으로까지 떨어진다. 중금리 대출은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이 담보 없이 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중금리 상품 ‘사잇돌 대출’은 내년 1월부터 신청 요건이 완화돼 소득이 낮은 신입 직원도 중금리 혜택을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중금리 대출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중금리 대출 상품이 여전히 부족해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고금리’ 대부업체로 밀려나는 중·저신용자(신용등급 4∼7등급)들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 연봉 1200만 원 받는 신입사원도 중금리 혜택 중금리 대출은 정부가 2016년부터 정책자금으로 금융사를 통해 제공하는 사잇돌 대출과 금융사가 자체 재원으로 빌려주는 대출이 있다. 사잇돌 대출은 1인당 2000만 원을 빌려 최대 5년간 나눠 갚는 상품이다. 평균 금리는 은행이 7.6%, 상호금융사가 8.3%, 저축은행이 17.0%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내년 1월부터, 상호금융권은 내년 3월 안으로 사잇돌 대출 신청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현재 은행 및 상호금융권에서는 연소득 2000만 원 이상, 재직 기간 6개월 이상이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연소득 1500만 원 이상이면서 재직 기간 3개월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저축은행에서는 현재 연소득 1500만 원 이상, 재직 기간 5개월 이상이어야 지원 대상이 되지만 앞으로 연소득 기준이 1200만 원 이상으로 완화된다. 사잇돌 대출의 재원인 보증 한도는 3조1500억 원에서 5조1500억 원으로 2조 원 늘어나고 향후 신청 추이를 보고 확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더 많은 중·저신용자가 중금리 대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내년 1월부터 일반 은행의 지원 조건을 충족하면 사잇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민간 중금리 대출 금리 대폭 내리기로 현재 은행, 상호금융사, 카드·캐피털사, 저축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중금리 대출의 금리를 똑같이 부과하고 있다. 모두 평균 금리는 연 16.5%, 최고 금리는 연 20.0%다. 하지만 내년 4월경부터 은행의 중금리 대출 최고 금리는 연 10.0%로 10%포인트 인하된다. 상호금융은 연 12.0%로 인하되고 카드사, 캐피털사, 저축은행은 각각 연 14.5%, 17.5%, 19.5%로 내린다. 카드사들도 내년 4월경 중금리의 카드론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고금리’라는 오명을 못 벗어났던 카드론에 대해서도 금리 적정화를 유도해 중신용자의 금리 절감 수단으로 활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대책을 통해 연간 중금리 대출 공급 규모가 현재 3조4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7조9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민간 금융회사들이 신용등급과 신용 리스크 등을 토대로 결정하는 중금리 대출의 금리를 일괄적으로 낮춰 제시한 것은 전형적인 ‘관치금융’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용 리스크에 비해 금리를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되면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꺼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아직 은퇴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65세에 은퇴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은퇴 연령은 이보다 8년 빠른 57세로 조사됐다. 또 은퇴자 10명 중 4명은 노후 준비를 못 해 은퇴 이후 월 소득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이런 내용의 ‘한국인의 은퇴준비 2018’을 7일 발표했다. 수도권 및 5개 광역시에 거주하는 25∼74세 비(非)은퇴자 1953명과 50∼74세 은퇴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조사 결과 비은퇴자가 기대하는 은퇴 예상 나이는 평균 65세였지만 은퇴자 500명이 실제 은퇴한 연령은 평균 57세였다. 근로기준법상 정년인 60세를 넘겨 일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정년을 못 채우고 밀려나는 은퇴자가 많다는 뜻이다. 조기 은퇴를 결정한 사유로는 건강 문제(33%), 권고사직 등 비자발적 퇴직(24%) 등이 많았다. 이처럼 갑자기 은퇴하는 사람이 많지만 은퇴자들의 노후 준비 수준은 턱없이 부족했다. 은퇴자의 41%는 “은퇴 준비를 전혀 못 했다”고 답했다. 또 은퇴 가구의 22%는 공적연금이든 사적연금이든 가입한 연금이 전혀 없었다. 국민·개인·퇴직연금 ‘3층 연금’을 갖춘 사람은 3%에 불과했다. 또 은퇴 가구는 은퇴 직전 소득의 약 54%로 생활을 꾸려나갔다. 은퇴자들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월 197만 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178만 원을 지출했다. 은퇴 가구 중 부채가 있는 가구는 19%였으며 평균 부채는 7000만 원이나 됐다. 특히 50대 은퇴 가구는 절반 이상(53%)이 빚을 지고 있었다. 부모가 생존해 있는 은퇴자 10명 중 6명은 부모에게 매달 32만 원을 지원했고 25세 이상 성인 자녀가 있는 은퇴자의 19%는 자녀에게 월 50만 원을 지원했다. 여전히 부모와 자녀의 부양 의무를 진 은퇴 가구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은퇴 이후 인생관은 남녀에 따라 달랐다. 이혼하지 않는 대신 별거하거나 생활공간을 분리하는 ‘졸혼’에 대해 50대 남성 은퇴자는 11%가 찬성했지만 여성은 34%나 찬성했다. 또 남성 은퇴자들은 배우자(33%), 친구(25%), 손자손녀(16%)와 함께 있을 때 즐겁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들은 자녀(31%), 친구(23%), 손자손녀(17%) 순으로 답해 배우자와의 거리감이 컸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가정이 자녀를 돌보는 데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등 최대 7명의 일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36개월 미만 아이가 있는 가정은 육아 도우미 등의 보육비로만 매달 100만 원가량을 지출해 젊은 부부들의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7일 내놓은 ‘2018 한국의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 가정이 부담하는 자녀 보육비는 월평균 77만 원이었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돈이 많이 들었다. 영아일 때는 월 96만 원의 보육비를 썼고 만 3∼6세 자녀는 75만 원, 초등학생은 58만 원이 필요했다. 이는 고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고 주 4일, 30시간 이상 경제 활동을 하는 기혼여성 16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워킹맘이 퇴근을 해서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평균 오후 6시 53분이었다. 하지만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기관들이 이보다 일찍 문을 닫아 ‘육아 공백’이 컸다. 이 때문에 워킹맘의 32.5%는 영유아 자녀를 돌보기 위해 별도의 사교육비를 썼다. 전업주부(11.9%)보다 20.6%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미취학 자녀에 대한 사교육 비중도 워킹맘이 73.0%로 전업 주부(61.6%)보다 11.4%포인트 높았다. 워킹맘이 자녀를 돌보는 데는 부부를 비롯해 양가 부모님, 육아 도우미 등 최대 7명의 일손이 필요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부부 외에 추가로 1명의 도움을 받는다고 답했다. 특히 영유아를 키우는 가정은 친정어머니의 육아 부담(49.1%)이 워킹맘 본인(45.4%)이나 배우자(36.8%)보다도 컸다. 시어머니(19.6%)가 영유아 육아를 책임지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런 이유로 육아를 도맡는 친정어머니에게 월 100만 원 이상의 보육비를 주는 워킹맘 가구는 34.4%나 됐다. “현재의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워킹맘은 83%나 됐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여건 속에서도 워킹맘의 근로 의욕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워킹맘 10명 중 8명꼴로 이직 경험이 있었다. 첫 번째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 워킹맘도 19.4%에 그쳤다. 출산이나 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워킹맘의 ‘경력 단절 기간’은 5년(35.6%)이 가장 많았다. 정부는 워킹맘을 위한 다양한 육아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에선 ‘그림의 떡’인 것으로 분석된다. 워킹맘이 “정책을 알고 있지만 회사 분위기상 사용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중이 30%를 넘는 정책으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배우자 출산 휴가제’ 등이 꼽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이 내부 규정을 어기고 과도하게 주식 투자 등을 해 줄줄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해 채용 비리와 방만 경영으로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직원들의 금융거래 내규 위반이 대거 드러나면서 감독 기관의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느슨해진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감시망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 거래 관련 내규를 위반해 징계를 받은 임직원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 최고 기구로서 금융사를 감시·감독하고 ‘신용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금감원 직원들이 오히려 내규를 못 지켜 한 달에 3명꼴로 징계를 받은 셈이다. 금감원 임직원은 내규에 따라 주식,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을 보유하거나 거래할 때 감찰실에 신고해야 한다. 감찰실은 이 신고를 토대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시세 차익을 얻었는지 등을 조사한다. 금감원 직원은 매년 투자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고 분기별로 10회를 초과해 거래해서는 안 된다. 금감원 직원이 이런 제한을 받는 것은 기업공시 정보를 비롯해 금융시장의 핵심 정보를 사전에 빠르게 접할 수 있고 투자한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재나 감독 등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직원 18명 중 17명은 주식 매매 사실을 전부 또는 일부 신고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일부 직원은 분기별 거래 횟수 제한인 10회를 어기고 과도하게 거래하기도 했다. 징계 대상은 부국장 등 2급 직원이 18명 중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상급 직원들이 오히려 내규에 더 둔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 투자의 핵심인 기업공시를 맡고 있는 직원은 물론이고 상호금융권과 카드·캐피털사 등 여신전문회사의 검사나 감독을 맡은 직원도 있었다. 하지만 징계를 받은 18명 중 14명이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촉구’를 받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 내부 직원에 대한 징계는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으로 나뉘며,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할 때 주의 촉구 제재를 내린다. 주의 촉구를 받은 직원은 딱히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10명이 넘는 직원 대부분이 2∼4년 전 내규를 위반한 것으로 밝혀져 ‘뒷북 징계’ 논란도 불가피하게 됐다. 금감원 감찰실이 스스로 위반 사실을 적발하지 못하고 감사원이 찾아내 금감원에 통보한 사례도 있었다. 18명 중 과태료를 낸 사람은 6명으로 이들이 부담한 과태료는 약 2110만 원이다.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관리 감독하고 제재하는 금감원이 정작 자체 내부통제는 부실하다는 비판이 높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강도 높게 감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감독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금감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올해 초 공공기관 지정을 보류한 바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금감원장은 개혁을 강조하지만 막상 직원들은 금융사와 유착돼 있는 경우가 있다. 직원들이 주식 투자 내규를 어기고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보는지 더 엄격히 조사하고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이 한 채라도 있는 사람은 자녀 교육이나 근무지 변경 등의 사유가 있더라도 수도권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집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살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3일 ‘은행업 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통해 1주택 보유자의 주택담보대출 가능 여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9·13대책은 1주택자가 전국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때 원칙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되 자녀 교육이나 근무지 이전 등의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대출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예외 사유가 있더라도 수도권 내 1주택자가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또 다른 주택을 사기 위해 대출받는 걸 아예 금지했다. 수도권 규제지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광명 하남 고양시, 성남시 분당구 등 35곳이다. 예를 들어 성남시 분당구에 집을 한 채 가진 사람이 자녀 교육을 위해 대출을 받아 학군이 좋은 서울 강남지역의 집을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교나 기업이 수도권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 목적, 근무지 변경의 예외 사유를 인정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에 새로 집을 사거나 비수도권에 집이 한 채 있는 사람이 수도권 내 주택을 구입할 때는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1주택자가 자녀 교육 등의 예외 사유를 인정받아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집을 추가로 산 경우엔 그 사유가 없어지면 1년 안에 두 주택 중 한 채를 팔아야 한다고 밝혔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9·13부동산대책 이후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유주택자 대상의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재개됐지만 여전히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은행 대출 창구에는 예외적으로 대출이 허용된 1주택 보유자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9·13대책의 후속 조치로 내놓은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 등을 토대로 헷갈리는 1주택자 대상의 대출 규제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경기 지역에 집을 한 채 갖고 있다. 서울 강남에 집을 한 채 더 사서 아이를 그 지역 고등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대출을 받을 수 있나. A. 없다. 수도권에 집을 한 채 소유한 사람은 자녀 교육, 근무지 이전 등을 이유로 대출을 받아 ‘수도권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의 집을 살 수 없다. 경기권에서도 서울에 있는 학교, 회사 등으로 통학이나 출퇴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수도권 내에서도 규제지역이 아닌 인천 등에 집을 살 때는 은행 심사를 통해 자녀 교육 등의 대출 예외 사유를 인정받을 수 있다. Q. 서울에 사는 1주택자 맞벌이 부부인데 부모님에게 자녀 육아를 맡기고 싶다. 집 근처에 부모님이 거주할 집을 한 채 더 사려고 하는데 이때도 대출이 안 되나. A. 아니다. 맞벌이 부부가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 자녀의 양육을 부탁하기 위해 부모님이 거주할 집을 살 때는 규제지역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부모님이 거주할 집은 공시가격 9억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번 사례를 비롯해 예외적으로 대출이 인정되는 1주택자들이 규제지역에서 추가로 구입하는 주택은 공시가격 9억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Q. 부산에 사는 1주택자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자녀를 위해 서울에 집을 하나 더 장만하고 싶은데 대출이 가능한가. A. 부산 집을 팔지 않고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자녀가 부산에 살면서 서울까지 통학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으려면 자녀가 서울 집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서류 등을 은행에 제출하면 된다. 다만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면 1년 내에 집 두 채 중 한 채는 팔아야 한다. 자녀 교육 등 예외 사유를 인정받아 대출을 끼고 집을 추가로 산 1주택자는 예외 사유가 없어지면 1년 내 집을 팔아야 한다. Q. 결혼하는 자녀에게 빚을 내서라도 집 한 채를 해주고 싶은데 1주택자도 대출받을 수 있나. A. 부모와 같이 살던 무주택자인 자녀가 분가할 때는 기존 집을 팔지 않고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부모가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결혼하는 자녀의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새집을 산 뒤엔 자녀가 가구 분리를 해야 하고, 대출 3개월 내에 전입 증명서를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Q. 전세를 끼고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서 1주택자가 됐다.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대출이 필요한데…. A. 1주택자가 임대를 준 주택에 직접 입주하거나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때 지역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세를 준 주택이 공시가격 9억 원을 넘으면 본인이 해당 주택에 전입할 때만 대출이 가능하다. Q. 서울 재건축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다. 이 집이 재건축될 때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나. A. 그렇다. 다만 대출 만기 때까지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은행과 맺어야 한다. Q. 1주택자가 규제지역 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나. A. 그렇다. 분양받은 아파트의 소유권 등기가 완료된 시점부터 2년 내에 기존 집을 판다는 약속을 지키면 새 아파트가 공시가격 9억 원을 넘어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부동산이 유망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부동산펀드는 물론이고 부동산신탁 상품 규모가 잇달아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우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 불안의 여파로 주식형 상품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과 달리 부동산 상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부동산 금융상품 투자가 과열되거나 위험이 커지지 않도록 주택담보대출처럼 관리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증시에서도 부동산 인기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69조9762억 원으로 70조 원에 육박했다.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2015년 9월 말 33조4172억 원 이후 매달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다른 펀드와 비교해 보면 부동산펀드에 돈이 몰리는 속도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30.9%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5.7% 증가하는 데 그쳤고 채권형펀드는 오히려 8.3% 감소했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수익률이 비교적 양호한 부동산펀드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 들어 주식형 및 채권형펀드의 성적이 저조해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부동산펀드로 쏠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부동산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국내가 1.39%, 해외가 3.68%였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국내가 ―5.53%, 해외가 ―4.10%로 마이너스를 보였다. 채권형펀드 수익률도 국내가 1.75%, 해외가 ―1.90%에 머물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위원은 “부동산펀드는 직접투자보다는 세금 부담이 작아 자산가들이 선호한다. 직접투자에 비해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 10년 만에 신규 신탁회사 인가 신탁업에서도 부동산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신탁은 고객이 금융회사에 돈이나 부동산 등을 맡기면 해당 금융사가 알아서 이를 운용하거나 관리해 주는 방식이다. 6월 말 현재 부동산신탁 수탁액은 233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전체 신탁 자산의 규모가 8.3% 증가하는 사이 부동산신탁 자산 규모는 14.8%나 늘었다. 이에 힘입어 부동산신탁회사의 순이익도 2014년 1482억 원에서 지난해 5047억 원으로 3년 만에 241%나 급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가들이 수익성 높은 부동산 투자를 늘리며 건물 관리나 임대 등을 맡아주는 신탁사를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신탁 시장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부동산신탁회사 신규 인가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부동산신탁 시장은 2009년 이후 거의 10년 동안 신규 진입이 없었다. 이에 따라 중대형 금융사들이 새로 뛰어들면서 부동산신탁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이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상품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주택담보대출처럼 이들 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임원회의에서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적절한 감독 수단과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따져 추가 대출을 옥죄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30일부터 보험사 대출에도 적용된다. 은행에 이어 보험사에서도 추가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30일부터 보험사들이 모든 종류의 가계대출을 취급할 때 DSR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DSR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할부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대출자의 연간 소득으로 나눈 지표다. 금융사들이 이 지표를 산출해 대출자가 상환능력이 있는지 따져보고 상환능력에 맞게 추가대출 한도를 정하게 된다. DSR는 3월 은행권, 7월 상호금융권에 이어 이번에 보험사에도 도입되는 것이다. 다음 달부터는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DSR 규제 대상은 보험사가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이다.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상품과 300만 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등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부 대출은 이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보험계약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담보가치가 확실한 대출도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상품들은 다른 대출을 받기 위한 DSR 계산 때도 포함되지 않는다. DSR를 계산할 때 소득은 공공성이 큰 기관이 발급한 근로·사업·연금·기타소득 등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대출자의 실질적 부담을 반영하도록 계산한다. 예를 들어 중도금 및 이주비 대출은 대출총액을 25년으로 나눈 금액에 실제 이자를 더한다. 보험사들의 연간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14조 원에 이른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9·13부동산대책 이후 중단됐던 유(有)주택자 대상의 주택담보대출과 무주택자의 고가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27일부터 전면 재개됐다. 이날 은행 대출 창구에는 달라진 대출 제도와 더불어 26일(현지 시간) 단행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대출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지 묻는 소비자 문의가 이어졌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9·13대책의 대출 규제 내용을 반영한 은행권 공통의 추가 약정서가 전국 은행 영업점에 배포돼 이날부터 새로운 약정서에 따른 대출이 진행됐다. 추가 대출 약정서는 △무주택자의 고가주택 담보대출 △기존 주택 보유 인정 주택담보대출 △기존 주택 처분 조건 주택담보대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고지 의무 등 4종과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1종 등 총 5가지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던 주택 관련 대출이 정상화됐다. 9·13대책 발표 이후 일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무주택자가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하거나 주택 보유자가 기존 집을 담보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대출을 받을 때에 한해서만 대출을 취급해왔다. 1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예외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는 요건도 한층 구체화됐다. 9·13대책에 따르면 근무지 이전이나 자녀 양육, 질병 치료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1주택자가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신규 주택을 살 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때 기존 주택을 2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새로운 약정서에는 이런 예외 사례와 관련해 집을 추가로 산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이나 신규 주택을 임대할 수 없고 신규 주택을 사야 할 사유가 없어지면 주택 두 채 중 한 채를 즉시 팔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기존 집을 담보로 생활안정자금을 대출받는 사람은 현재 보유한 주택과 분양권, 입주권을 모두 기재하고 대출 만기 때까지 추가로 주택을 매수하지 않겠다고 약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은행 대출 창구에는 대출 재개 여부와 함께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대출 금리 추이를 묻는 전화가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언제, 얼마나 오를지 궁금해한다”며 “새로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은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대출 금리 상승세가 가파르지 않아 대출 한도나 바뀐 대출 규제를 묻는 문의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국내 사모펀드가 엘리엇 같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처럼 소수의 지분만으로 대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국판 엘리엇’이 나올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운용 규제를 대폭 푸는 내용의 ‘사모펀드 체계 개편방향’을 27일 발표했다. 사모펀드는 공개적으로 불특정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공모펀드와 달리 소수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된다. 당국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 구분해 관리 감독하고 있다. 현행 규정상 경영참여형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전문투자형은 보유 주식 중 10%를 넘는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사모펀드는 대기업의 경영이나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해외 사모펀드는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엘리엇이 1% 안팎의 지분만 갖고도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경영을 간섭할 수 있었다. 금융위는 이번 개편 방향에 따라 헤지펀드와 PEF를 구분하는 ‘10% 룰(10% 지분 보유 규제)’을 폐지할 방침이다. PEF는 10% 미만의 주식을 매입해 경영참여를 할 수 있게 되며, 헤지펀드는 10%가 넘는 지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에 이어 사모펀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한국형 주주 행동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금융위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만 참여할 수 있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를 도입하고 이 펀드에 대해선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사모펀드 가입 인원 규제도 완화된다. 현재 사모펀드 투자자는 개인과 전문투자자 49명 이하로 제한돼 있지만 앞으로 개인, 전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가까지 포함해 100명 이내로 확대된다. 금융위는 연내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내 사모펀드가 해외 펀드에 비해 역차별 받는 측면이 있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사모펀드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제도개편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