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퇴직자, 51곳 임원직 ‘대물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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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피아’ 감사-사외이사 재취업 여전… 20년간 162명 돌아가며 임원 맡아
“공직자 재취업 기준 강화해야” 지적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 국내 금융회사 51곳의 감사, 사외이사 등 임원 자리가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의 대물림용으로 굳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퇴직자 162명이 최근 20년간 이 자리를 돌아가면서 대물림하듯 맡아 오고 있다.

금감원 퇴직자를 매개로 감독당국과 금융회사의 유착 관계가 이뤄질 수 있어 금감원 퇴직자에 대한 재취업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금융권에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자는 총 402명이었다. 매년 20여 명의 금감원 퇴직자가 금융회사 곳곳에 재취업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중 162명은 금융기관 51곳의 감사 등 임원직에 대물림하며 재취업했다. 이 같은 ‘릴레이 채용’이 가장 많이 일어난 분야는 보험사였다. 39명이 돌아가며 보험사 임원직을 맡았다. 이어 은행(38명), 금융투자회사(37명), 저축은행(18명), 여신전문회사(1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권에서도 ‘릴레이 채용’이 두드러졌다. 은행에서 금감원 퇴직자가 가장 많이 연속으로 채용된 곳은 신한은행(8명)이었다. 이어 DGB대구은행(7명), KEB하나은행(6명), 광주은행(5명), BNK부산은행, 전북은행(이상 4명), KB국민은행(2명) 순으로 금감원 퇴직자의 연속 채용이 많았다.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감사 1인당 평균 연봉은 지난해 말 현재 6200만∼2억400만 원에 이른다.

보험권에서 금감원 출신을 유독 연속 채용한 곳은 흥국생명이었다. 5명이 연속해 감사직을 맡아 오고 있다. 보험권 감사의 임기는 3년 안팎이었지만 라이나생명에서 약 10년간 감사위원을 맡은 금감원 퇴직자도 있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리아에셋투자증권에서 한 명의 금감원 퇴직자가 16년간 자리를 유지하기도 했다.

금융회사들은 금감원 퇴직자가 감독·검사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높아 감사나 사외이사로 채용하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감원 퇴직자가 금융회사 곳곳에서 대물림하며 임원직을 유지하면서 감독당국과 금융회사의 유착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 퇴직자에게 적용되는 공직자 재취업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감원 직원들은 퇴직 전에 5년간 담당한 업무와 관련 있는 민간 금융회사에는 3년간 재취업을 하지 못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권 감사직을 채용할 때 민간 출신과 공공기관 출신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공개채용을 확대하거나 공개적인 인력 풀을 만들고 이들을 재교육시켜 감사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금감원 퇴직자#51곳 임원직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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