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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가교(架橋)로 원로들이 나선다.’ 한국과 중국이 올해로 수교 20년을 맞아 경제적 인적 교류가 크게 확대되고 있으나 작은 오해와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등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곤 한다. 이런 가운데 양국에서 총리, 국가부주석, 장관급 등 고위 관리 출신 공직자를 중심으로 ‘원로 그룹’이 결성돼 활동하고 있다. 출범 4년째인 한중원로포럼은 29일 제주도 GS엘리시안 컨트리클럽에서 4차 모임 및 세미나를 갖고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탄칭롄(譚慶璉) 전 중국 건설부 부부장은 “한중 양국이 수교 20년 만에 이룬 관계발전의 속도와 깊이, 그리고 성과는 통상적인 국가 간 관계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평가하고 “미래에도 더욱 커다란 경제협력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회담이 시작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윈윈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한국산업경제연구원 회장)은 주제발표에서 “한국 기업은 중국에서 내수시장 개척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필요가 있고, 중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촉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한동 전 총리는 28일 환영만찬사에서 “중-일 갈등, 미국의 아시아 복귀 등으로 동북아에도 풍랑이 일고 있어 원만한 한중 관계를 위해 원로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정효권 재중국한인회장은 “각 분야의 고위 인사로 구성된 중국 원로들은 80만 재중 교민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제주 행사에 한국 측에서는 이 전 총리와 한 전 장관을 비롯해 이정빈(외교통상부) 안병엽(정보통신부) 김종민(문화관광부) 김정길(법무부) 김기재(행정자치부) 전 장관, 구천서 윤원호 전 국회의원, 유주열 전 나고야 총영사 등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첸수건(錢樹根) 전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상장), 위안무(袁木) 전 국무원 정책 연구실 주임, 탄 부부장 등 10여 명의 전직 장차관급 관리와 전직 군장성 6명이 참석했다. 해외행사 참가에 제한이 많은 중국의 관례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위 전 주임은 “양국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이수성 전 총리가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후치리(胡啓立) 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위원회(전국정협) 부주석과 조선족으로는 최고위 장성에 오른 조남기 전 전국정협 부주석 등 부주석 4명, 장슈푸(張秀夫) 전 중국사법부 상무부부장, 린한슝(林漢雄) 전 건설부 부장 등 장차관급 인사 28명이 포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제주=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진 만큼 인도주의 단체에도 유능하고 헌신적인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합니다.” 우니 카루나카라 ‘국경 없는 의사회(MSF)’ 회장(48·사진)은 2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MSF 한국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기대를 나타냈다. 카루나카라 회장은 올 2월 MSF 한국사무소를 처음 개설한 것을 계기로 방한했다. 1971년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인 MSF(본부 스위스 제네바)에는 현재 3만4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68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한국은 현재 의료인 21명이 참여하고 있다. 카루나카라 회장은 “MSF 활동가들은 분쟁이나 자연재난, 전염병 만연 지역 및 의료 서비스 소외 지역 등 의료 지원이 필요한 곳이면 정치 종교 이념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고 말했다. 때로는 위험에 처하기도 해 현재 스페인 출신 활동가 2명이 소말리아에서 10개월째 억류돼 있다. 수년 전 앙골라에 말라리아 퇴치 활동을 위해 파견된 한 의사는 봉사활동 과정에서 자신이 심각하게 감염돼 긴급 이송됐다. 내전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시리아 국내 국경 지역 두 곳에서도 활동 중이라고 소개했다. 카루나카라 회장은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약 800만 건의 크고 작은 진료 행위가 진행된 것에 비하면 활동가들이 질병에 감염되거나 분쟁지역에서 인명 피해를 당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MSF는 참가하는 의료인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카루나카라 회장은 강조했다. 참가 의료인들은 전공에 따라 길게는 6∼12월간 파견되기도 하지만 2, 3주짜리 단기 프로젝트에 투입되기도 한다. MSF 활동 및 운영비는 전 세계 약 500만 명의 기부자들이 내는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기부자는 매달 5달러(약 6000원)를 내는 사람부터 한 번에 2500만 달러를 쾌척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 주의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망갈로르의대를 졸업한 카루나카라 회장은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보건학 박사를 취득한 후 진로를 MSF 봉사로 바꿨다. 그는 “에티오피아의 작은 마을에서 결핵퇴치 활동에 참가해 1년만 봉사하자며 시작했다가 어느덧 18년이 됐다”고 말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 씨가 9일 오전 8시반 경 안후이(安徽) 성 허페이(合肥) 시 중급인민법원 법정에 들어섰다. 두 명의 여자 경찰이 구 씨의 양쪽 팔을 살짝 잡고 있을 뿐 일반인 죄수처럼 수갑을 차거나 죄수복을 입지는 않았으며 왼손에는 작은 서류 뭉치도 들고 있었다. 살인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을 수도 있는 중죄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대만 롄허(聯合)보는 10일 재판정에 선 구 씨의 모습은 32년 전 공개됐던 마오쩌둥(毛澤東)의 부인 장칭(江靑)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문화대혁명 광풍의 주역으로 4인방의 수괴였던 장칭은 ‘국가와 인민에 심각한 재난적 내란을 범한 죄’로 재판을 받았다. 죄목은 다르지만 고위층 여성에 대한 정치적인 의미가 큰 재판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장칭이 재판을 받는 도중 재판부에 눈을 부라리고 고성을 지른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구 씨도 얼굴을 똑바로 들고 결연한 의지를 보인 점도 비슷했다. 장칭은 사형 선고 후 2년 뒤 무기로 감형받았고 이어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가택연금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 씨도 사형 판결을 받은 후 무기로 감형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최고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허베이(河北) 성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는 신속히 구 씨에 대한 재판을 마무리 짓기만을 바라고 있다. 자칫 보 전 서기도 연루될 수 있는 ‘경제 문제’를 빼고 살인죄로만 기소한 것도 이번 재판의 영향이 중국 정치권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재판을 “잘 짜여진 한 편의 정치 드라마”라고 꼬집었다. 베이징(北京)의 법무법인에서 형사 사건 변론을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겉으로는 공정한 공개 재판인 듯하지만 금융전문 국선 변호사 선임부터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라고 비판했다. 구 씨의 재판을 보면 범죄자에 대한 단죄라기보다 마치 정치 협상 결과를 보여주는 요식행위 같다. 중국은 지난 30여 년간 정치 경제 그리고 법치에서도 많은 변화와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최고위층이 관련되거나 공산당의 집권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허페이 중급인민법원은 외신의 재판 취재는 봉쇄하면서 재판은 공개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이나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구 씨 재판 소식이 전파되는 것은 철저히 통제하고 나섰다. ‘그들만의 재판’에 불만을 갖는 일반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더 의식하는 점은 장칭 때와는 달라진 점으로 보인다.구자룡 국제부 기자 bonhong@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는 그가 시카고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 생부(生父)의 나라 케냐를 찾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바마는 아버지의 고향 키수무에서 ‘할아버지인 후세인 오냥고는 4명의 부인을 두었으며 아버지 바라크는 4명의 부인에 최소 6명의 자녀를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직계 및 4촌 8촌이 모두 몇 명인지는 책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수십 명일 것이다. 오바마는 할아버지의 둘째 부인인 ‘키수무 할머니’로부터 “너는 미국에서 성공했으니 먼 친척까지 챙겨야 한다. 그것이 루오족의 전통”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렇게 가족관계가 복잡하지만 오바마가 주 상원의원과 연방 상원의원, 그리고 대통령에 오른 뒤까지 ‘주렁주렁한 아프리카의 친인척’ 관련 비리가 문제된 적은 없었다. 그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어떻게 ‘가족이나 친인척 비리의 수렁’에 빠지지 않고 대통령까지 올랐을까 하는 점이었다. 올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의 데이비드 매러니스 기자는 ‘담대한 희망’과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등 오바마의 두 권의 자서전에서 사실과 다른 것을 30가지가량 발견했다고 ‘폭로’했다. 매러니스가 4년간 약 400명을 만나 파헤쳤지만 ‘오바마의 부모가 이혼할 때 흑인 아버지가 백인 어머니를 버렸다고 했지만 실제는 반대더라’ 정도의 내용이다. 민주 공화 양당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한 이후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오바마 자서전 분석은 ‘어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나 보자’ 수준인 미국 언론의 치열함을 보여준다. 10월경 18차 당대회를 통해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교체를 앞둔 중국은 어떨까. 올해 당대회는 덩샤오핑(鄧小平) 같은 절대 지도자의 낙점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지도부가 구성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이 인치(人治)에서 권력교체의 제도화로 넘어가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13억4000만 명으로 세계 1위, 경제력 규모 세계 2위인 중국은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떠올랐다. 시간이 갈수록 미중 간의 패권 경쟁도 치열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지도부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는 세계적인 관심사다. 하지만 중국에서 차기 지도자 예측이나 검증 보도는 나온 적이 없다. 중국이 ‘좌측 방향등(사회주의 정치체제)을 켜고 우회전(시장경제체제)으로 질주한 지’ 30년도 더 지났지만 ‘지도자 검증 보도’는 금기 중의 금기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 시 서기의 부인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는 등 보시라이 낙마 스캔들도 신화통신 공식 보도가 전부다. 이번 주 허베이(河北) 성의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는 지도부가 모여 최고 지도부 구성을 위한 최종 담판을 벌인다. 하지만 후보 출마나 유세, 공개 검증도 없이 철저히 비공개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친다. 중국 공산당은 나름대로 철저한 내부 검증과 경쟁을 통해 공산당의 각급 지도부를 선출한다고 주장한다. 비밀주의는 분열과 갈등을 내부화함으로써 정치 혼란을 막는 순기능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당대회 개막식에서 줄지어 입장하는 얼굴을 보고 최고지도부가 누구인지를 아는 중국식 검증과 권력교체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지도자 검증 차이는 결국 두 나라 체제와 문화의 차이에서 나온 것일 거다. 양국의 대조적 검증 방식은 올해 대선을 앞둔 한국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구자룡 국제부 차장 bonhong@donga.com}

석탄 먼지로 얼굴이 검게 변한 열 살 안팎 소녀의 눈은 초점을 잃었다. 그의 눈 아래로는 일이 힘겨워 흘러내린 듯한 눈물이 석탄 먼지를 따라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 말라 버렸다. 추운 날씨에 장갑도 없이 손이 곱은 그는 트럭의 석탄을 집어 드는 것조차 힘겨워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전한 이 한 장의 사진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한 고통 못지않게 심각한 아프가니스탄의 아동 노동문제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인권 등과 관련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18세 청년 화딘 바라크자이 군(사진)이 촬영했다. 그는 한 비영리학교의 지원을 받아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카불 인근의 바미안 지역을 다니면서 무허가 탄광의 참혹한 현실을 고발했다. WSJ는 바라크자이 군이 촬영한 4분 분량 남짓의 동영상도 공개했다. “여기서 일하지 않으면 가족이 살 수 없어요. 나도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어놀고 싶어요. 하지만 이곳에는 축구나 농구를 할 곳도 없어요.” 윗도리를 벗은 채 광원들이 머리에 쓰는 플래시를 착용한 10세 남짓한 소년이 광구를 빠져나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동영상에는 어린아이들이 허리를 굽힌 채 작은 당나귀를 몰고 지나가야 할 만한 작은 광구를 드나드는 장면이 들어 있다. 동영상 속의 해설자는 “석탄 범벅이 된 얼굴 때문에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다”고 전했다. WSJ는 아이들이 하루 12시간 석탄을 캐거나 운반하고 때로는 밤에도 일을 한다고 전했다. 바미안 지역 광산의 상당수는 중국의 국영 ‘차이나 메탈러지컬 그룹’이 개발권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동 노동 금지법을 지킬 것”이라고만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아프간 아동 노동의 심각성은 세계 언론과 국제기구로부터 최근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아프간 당국은 아동 노동의 심각성을 인정하지만 사실상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전체 어린이의 3분의 1 이상인 약 400만 명이 과일 따기에서부터 석탄 캐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노동에 동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 노동사회순교자 및 장애인부의 고위관리는 “법으로는 어린이 노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WSJ의 한 누리꾼은 “오랜 아프간 전쟁으로 부모들이 희생되면서 아이들이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2일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세계 어린이 노동 반대의 날’로 ILO는 전 세계 2억1800만 명가량의 어린이가 노동 현장에 동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19세기 전반 아동 노동을 금하는 ‘공장법’이 영국에서 처음 제정된 후 150년이 넘었지만 아동 노동 실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ILO는 만 15세 이하의 어린이가 일하는 것을 ‘아동 노동’으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영국의 위기분석관리 전문 민간기관인 메이플크로프트가 1월에 발표한 ‘아동노동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은 대상국 197개국 가운데 미얀마 소말리아 수단과 함께 최하위권 국가로 지목됐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스페인이 25일 최대 1000억 유로에 이르는 은행권 구제금융을 유럽연합(EU)에 공식 신청했다. 그리스 새 연립정부는 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와 구제금융 프로그램 재협상을 하면서 기존의 긴축정책들을 뒤집는 요구안들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두 진원지 스페인과 그리스 현지의 상황을 2회에 걸쳐 르포로 소개한다.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차를 타고 30분쯤 달려 도착한 ‘세세냐 지역’.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수도와 가깝고 초고속 열차가 개통된다는 개발사 등의 홍보 등으로 아파트 건설 붐이 일었다. 단지 내에 조성하다 중단된 공원과 인공호수, 야외 수영장과 골프장 등 시설들이 당시 활황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1990년대 스페인에서 부동산 가격은 10년 사이 3배가량 오르고 1년 만에 90만 채가 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주 찾아간 세세냐는 공사가 중단되고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지역에는 당초 1만3000채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5000채가량 지어지다 중단됐다. 몇 개 동에 ‘유로 2012’를 응원하기 위해 내건 스페인 국기만이 사람이 있는 집이란 걸 말해줬다. 그나마 한 동에 2, 3개 정도에 불과했다. 3년 전 이곳 아파트로 이사 왔다는 세입자 이오시프 메사로스 씨 부부는 “이사 올 때만 해도 반도 안 찼던 우리 동은 이제는 70% 정도 사람이 산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사로스 씨 부부가 사는 동은 제일 처음 지어진 곳이라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나머지 단지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아 입주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관리사무소 측은 설명했다. 아파트 건설 현장 옆으로는 고압 송전탑이 지나고 있다. 개발업체가 송전탑을 땅에 묻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건설 현장 주변에는 건설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어 공사가 한창 진행되다 멈춰진 것을 보여주었다. 한쪽에는 폐타이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아파트 이곳저곳에 ‘6만5000유로(약 9000만 원)부터 거래 가능합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부동산 개발업을 했던 하비에르 플라사 테헤라 씨는 “18만 유로에 거래되던 곳”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테헤라 씨는 “주거지로는 적합하지 않은 곳에 무리하게 건설 허가를 내준 정부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세세냐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부동산 거품 붕괴가 스페인 전역에서 발생해 스페인 경제를 침체로 몰아갔으며 구제금융 신청에까지 이르게 했다. 천주교 단체가 마드리드에서 운영하는 한 무료 급식소는 하루 40명쯤이 찾았으나 최근 수년간 하루 450∼600명으로 늘었다. 한창 맞벌이로 바빠야 할 것 같은 20대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무료 급식을 받으러 오는 모습이 스페인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주부 소니아 씨(33)는 “남편이 일자리를 구하러 영국으로 떠나 세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며 “매일 1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 급식소까지 와서 저녁 지을 음식 재료를 받아 간다”고 말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파이스의 후안 페드로 편집장은 “건설업 붕괴로 관광과 서비스업 등 주변 경제도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페드로 편집장은 “청년 실업자들은 스페인을 떠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침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마드리드에서 성시온 채널A 기자 sos@donga.com}

1988년 나온 폴 케네디 미국 예일대 교수의 역작 ‘강대국의 흥망’은 21세기에 미국 소련 서유럽 등의 쇠퇴를 전망하면서 “패권 교체기에는 안보 등 국제사회 인프라가 흔들린다”고 분석했다. 그가 말한 대로 요즘 국제정세를 보노라면 패권 교체기라는 말이 실감 난다. 미국은 더이상 과거와 같은 패권국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침체로 달러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생각될 때도 많다. 요즘 미국 내에서는 “세계 체제 유지 비용을 우리가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해짐으로써 벌어지는 현상을 상세히 분석했다. 시리아 사태가 악화되고 있으나 서방은 무력하고 러시아와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무기를 보내면서까지 후원하는 대담함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점차 핵무장을 향해 가고 있으며, 이란이 성공적으로 핵을 개발하면 주변국으로 핵확산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요 8개국(G8) 회의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대를 거부하고 주요 외교 현안마다 미국에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이집트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지 못하는 것도 미국의 영향력 저하가 한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슬림형제단은 미국이 과거 호스니 무바라크 군사 정권을 지원했다며 불신하고 있고 군부는 무바라크가 몰락하는 것을 미국이 방조했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중동의 중심국인 이집트에서 미국의 조정자 역할이 이렇게 줄어들면 중동 국가 간 분쟁이나 ‘피의 보복’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쉽게 가닥을 잡지 못하는 것도 유럽국들이 더이상 미국의 훈수를 듣지 않는 데에 한 요인이 있다. ‘도와주는 것도 없는데 미국이나 잘하라’는 태도를 보이는 유럽에 미국의 말발이 먹힐 리 없다. WSJ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이라는 걸리버’가 없어진 것을 환영하는 세력이 있지만 이제 미국의 리더십도, 유엔에 의한 집단안보도 어려워지는 국제사회에서 치안 공백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패권 교체기의 혼란을 끝낼 수 있는 새로운 체제를 빨리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군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군부의 새 ‘과도헌법’ 발표에 맞서 이집트 시민들이 ‘혁명 수호’를 외치며 다시 거리로 나섰다. 미국도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중단할 수도 있다며 이집트 군부를 압박했다. 18일 지난해 이집트 ‘민주화 혁명의 성지’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 한 시민이 쇠사슬로 묶은 두 손을 하늘 높이 올린 채 군부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그는 군 최고위원회(SCAF)를 “도둑들”이라고 비난하며 “쇠사슬로 묶은 손은 나와 이 나라의 절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는 수십 명의 시민은 “합법성은 오직 선출된 대통령에게만 있다”고 외쳤다. 무슬림형제단과 지난해 혁명을 주도한 ‘에이프릴6 청년운동’ 등 자유주의 단체들은 19일 타흐리르 광장에서 군부에 대항하는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무슬림형제단이 이끄는 자유정의당(FJP) 소속 파테마 아부자이드 의원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SCAF가 민주화 혁명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 우리는 거리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며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집트의) 민주화 혁명은 ‘죽느냐 사느냐’의 중요한 순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집트 하원의원들도 18일 군부의 ‘반(反)혁명적 결정’을 거부하고 의회건물에 대한 군의 통제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19일부터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연좌시위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제1당 자유정의당과 극단이슬람주의 성향의 제2당 알누르당 소속 의원 등은 “SCAF가 새 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할 때까지 연좌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해산 전 구성된 100인의 헌법제정위원회는 이날 헌법 초안 작성을 위한 첫 회의를 열어 군부의 해산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군의 법령 발표로 새로운 제헌위원회 구성을 할 권리가 군부로 이양됐기 때문에 새 헌법 제정을 둘러싼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집트 군부의 발표에 심각한 우려를 보이며 군부가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지 않으면 지원 중단 등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집트에 매년 10억 달러(약 1조1550억 원)에 달하는 군사원조를 해왔고, 최근 미의회는 2억5000만 달러(약 2890억 원) 규모의 경제적 지원계획을 승인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를 거치고 있는 이집트를 전 세계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SCAF가 국가적 헌신(민정 이양)을 완수함으로써 이집트 민주화에 대한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총성 없는 쿠데타’로 불리는 이번 군부의 결정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아래에서 군이 누려온 이권을 되찾겠다는 시도로 분석된다. 17일 끝난 대선 결선투표에서 무슬림 세력인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만큼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주요 군 인사권과 전쟁 선포에 대한 거부권 등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버나드대 모나 엘 코바시 정치학과 교수는 “누구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는 군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혁명 이후 최대 정파로 자리 잡은 무슬림형제단이 이슬람주의적 색채가 강해 일반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도 군의 이 같은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에릭 트라게 연구원은 군부의 조치를 “문서적 쿠데타”라며 이집트 민주화에 대해 “이제 문제는 무슬림형제단이 자유주의 세력과 연대해 대규모 시위를 벌일지 아니면 군부와 어떤 형태의 합의에 도달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7일 너머로 유럽으로부터 한 배가 그는 도착해서 1816년 1월 첫날 우리는 그 누구 무언가로부터 설명을 해 줄 것임(7일 후에 유럽으로부터 오는 배 한 척이 1816년 1월 1일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식을 전해줄 것임).’이 문장은 프랑스 황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1815년 6월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에 패배한 후 대서양 남부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1816년 3월 9일 쓴 것으로 유배지에 함께 머물던 영어 선생 라스 카즈 백작에게 보낸 편지(사진) 글의 일부다. 10일 프랑스 퐁텐블로 경매에 이 편지가 나와 32만5000유로(약 4억8000만 원)에 낙찰됐다고 A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편지는 나폴레옹이 영어로 쓴 3통 중 맨 나중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편지는 나폴레옹이 영어를 배운 지 불과 몇 주밖에 되지 않아 엉터리 문법과 철자로 가득하지만 낙찰가는 당초 예상됐던 6만∼8만 유로보다 4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고 경매업체 오세나트 측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귀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전했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이 적국인 영국을 ‘장사꾼들의 나라’로 부르는 등 싫어했다고만 알려진 것과는 달리 영국의 법의 지배와 역사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으며 말년에 얼마나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는지, 유배지에서의 그의 마음 상태는 어땠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영어가 서툴렀던 나폴레옹은 펜으로 불과 14줄을 쓰는 데 오전 2시부터 시작해 2시간 이상씩 걸려 썼다고 한다. 유럽 제국을 휩쓸던 황제였으나 유배지에서 위암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우수에 잠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통신은 그가 영어를 배운 것은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이자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언어였던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허영심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시리아 위기는 외부 간섭 없이 공정하고 평화롭게 해결되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중인 6일 러시아와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시리아가 주권 독립통일 및 영토의 완전성을 지킬 것을 굳게 지지한다”며 “외부 간섭 없이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시리아 학살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3월 이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1만3400여 명이 희생된 시리아의 요즘 상황은 ‘유혈 진압’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로 심각하다. 공권력에 의한 국민 학살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리비아 사태 때 무력 개입해 카다피 정권 축출을 이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시리아 학살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여러 외교적 경제적인 이유가 있지만 시리아에 유일한 해외 해군 기지를 두고 있는 러시아의 후원과 경제적 이권이 훼손될까 우려해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이 주요 요인 중 하나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몰아넣은 상황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리아의 참혹한 상황을 ‘그 나라의 일’이라며 수수방관하는 것이 유엔 헌장이 추구하는 ‘주권 보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적 현안에 대해 ‘반서방’이라는 공동 전선을 펴는 것은 자유이지만 두 나라가 ‘내정 간섭 불가’를 외치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막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사드 정권으로 하여금 국민을 학살할 시간만 연장시켜 줄 뿐이다. 아사드의 광기가 멈추지 않고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것을 중-러 정상들은 과연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폐쇄와 독재, 강제수용소 등으로 지구상 최악의 인권 실태를 연출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침묵할 수 없는 것처럼, 시리아 학살을 막기 위한 노력을 내정 간섭이라고 하는 중-러의 공동성명에 동의할 수 없다.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진) 이후에도 왕실을 생존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시사주간 타임 최근호)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행사가 5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쳤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화려하고 성대한 축전이었다. 그러나 그 화려함의 이면에는 영국 왕실의 깊은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영국 왕실은 그동안 시대 변화에 맞춰 ‘생존’하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왕실 폐지론 넘기 위해 왕조 개명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7월 17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조부인 조지 5세는 왕조 이름을 ‘삭스코부르크 고타’에서 ‘윈저’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극단 사회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왕실에 대한 반감이 높아져 왕실의 존폐가 위협을 받자 왕실의 생존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기존 왕조의 뿌리 중 일부가 독일계여서 거부감이 있는 가운데 1차 대전이 터지자 왕실이 적대국인 독일의 친인척 왕가를 지원한다는 의심까지 받자 왕실은 왕조 개명은 물론이고 러시아 독일 등과의 ‘혈연’ 관계도 끊었다.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한 에드워드 8세가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미국 여성 월리스 심프슨과 ‘세기의 결혼’을 할 때도 왕실은 위기를 겪었다. 왕실에 대한 일반인의 존경심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찰스 왕세자가 1996년 다이애나비와 이혼하고 이듬해 다이애나비가 비극적 죽음을 맞을 때도 일반인의 왕실에 대한 실망이 매우 커 지지도가 낮아졌다.○ 세금 내고, 정치엔 침묵하고영국 왕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용 요트를 없애고 여왕 개인 재산에 대한 과세에 동의하는 등 긴축 조치를 묵묵히 수용해왔다. 여왕은 왕실 소유 부동산 임대료 수익의 15%를 개인 소득으로 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왕실에는 약 70억 파운드의 재산이 있으며 올 3월 기준 1년간 2억3500만 파운드의 임대 소득을 올렸다. 여왕은 조부 조지 5세로부터는 ‘봉사하는 왕실’의 자세를, 부친 조지 6세로부터는 ‘균형과 품격을 잃지 않는 여왕’이 되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 왕과 왕비가 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격려하는 등 봉사 이미지를 심으려 한 것은 조지 5세와 부인 메리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영국 언론인 앤드루 마르 씨는 최근 저서 ‘다이아몬드 퀸’에서 “영국 왕실의 자선과 봉사 활동은 사실 왕조의 생존을 위한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여왕은 즉위 후에는 노동당 보수당 정권을 거치면서도 현실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신중함을 견지했다. FT는 ‘목석처럼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이 영국 정국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부인에 누가 될까봐 고국을 외면한 필립 공여왕의 남편 필립 공의 조부는 덴마크 왕족으로, 그리스가 오스만튀르크제국에서 독립한 후인 1862년 그리스의 ‘조지 1세’ 왕으로 옹립됐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정변이 일어나 필립 공은 아버지와 함께 그리스를 탈출해야 했다. 해외를 떠돌던 시절 필립 공의 부모가 이혼하고 필립 공의 여자 형제 4명은 나치에 협력한 독일 왕족과 결혼했다. 필립 공은 영국 왕실 해군에 입대해 근무하다 영국 국적을 얻은 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결혼했다. 원래 활달한 성격인 필립 공이 나서지 않고 여왕 재임 기간 중 한 번도 그리스를 방문하지 않은 것은 왕실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이작 뉴턴(1642∼1727)이 유복자로 태어났을 때 뉴턴의 집안은 양 234마리, 소 46마리와 제법 넓은 농장을 가진 중농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해나는 아들이 수학 공부보다는 목장일 돕기를 원해 그가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에 입학했을 때는 거의 지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뉴턴은 ‘서브사이저(subsizer)’로 학창시절을 보내며 친구들의 멸시를 받았다. 서브사이저는 부잣집 동료 학생의 ‘하인’ 노릇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버는 학생이었다. 트리니티칼리지 도서관의 뉴턴 특별 전시공간에는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지만 도톰한 뉴턴의 수첩 등이 전시돼 있다. 어려운 고학시절 꼼꼼하게 물건 가격을 적어 놓았고 라틴어 단어도 깨알같이 써 놓았다. 대학 입학 전에는 남이 쓰다 버린 종이를 주워 빈칸에 수학 문제를 풀기도 했다.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살았던 여성 수학자 소피 제르맹(1776∼1831)은 이탈리아 시라쿠사의 수학자로 각종 무기를 개발해 조국을 지키다 목숨을 바친 아르키메데스를 흠모하면서 수학에 흥미를 가졌다. 부유한 은행가였던 제르맹의 아버지는 ‘여자는 숫자에 밝아서는 안 된다’는 사회통념과 ‘수학을 해서는 가난하다’는 등의 이유로 딸이 수학 공부하는 것을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부모 몰래 책과 촛불을 감추고 밤에 다락방에서 수학 공부를 하면서 부모를 설복시켰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최근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부터 19세기 프랑스 에바리스트 갈루아까지 10회에 걸쳐 ‘수학의 고향을 찾아서’ 시리즈를 게재했다. 위대한 수학자들이 남긴 흔적을 찾아다니며 수학적 업적이 인류 역사에 남긴 영향 등을 소개했다. 수학 문외한인 기자가 페르마 편(5월 2일)에서 소수에 ‘1’을 포함한 것 빼고는 큰 오류가 없었던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뉴턴을 ‘만유인력을 발견하고 미적분학을 창시한’ 과학자 정도로만 알고 있던 기자는 그의 성장 과정을 알게 된 후에는 약 300년 전에 살았던 뉴턴에게 매우 친밀함을 느끼고 그의 학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우리 수학 교육에는 왜 ‘수학자’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차가운 수와 수학 뒤에 있는 수학자를 알게 되면 수학적 재능이 있는 학생은 최고의 수학자들을 모델로 삼아 재능과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고, 기자처럼 재능이 부족한 학생은 수학에 더욱 흥미와 애착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럴 때 한국의 수학 수준이 더욱 높아져 수학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필즈 메달(Fields Medal)’ 수상자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만 40세 미만에게 주는 이 상은 1936년 노르웨이 오슬로대회 이후 50명이 받았는데 아시아에서는 일본인 3명, 중국인 1명만이 수상했다. 수학 교육 올림픽인 국제수학교육대회(ICME)가 다음 달 8일부터 15일까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린다. ICME의 공동위원장인 한국교원대 신현용 교수(수학교육과)는 “세계 수학계가 공인하는 한국의 수학 수준은 약 12위인데 이는 한국의 국력 순위와 비슷하다”며 “수학 수준이 곧 국력”이라고 말했다. 수학자의 체취를 담아 영감과 감동을 심어주는 수학 교육을 통해 수학 실력과 국력을 높이는 방향을 찾아보겠다는 수학자들의 다짐에 기대를 걸어본다.구자룡 국제부 차장 bonhong@donga.com}
독일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수학 관련 항목을 크게 늘렸다. 유럽 재정위기 구원투수로 나서느라 경황이 없지만 수학에 미래가 달렸다는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정책적으로 수학 예산을 늘린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빼앗긴 수학 주도권을 찾아오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워싱턴 인근의 수학·과학 영재학교인 토머스제퍼슨 과학고를 방문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학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의 수학·과학 실력 향상에 주목하면서 ‘수학 강국 수성’을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을 보좌진에게 독려하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수학에 미래 국가 경쟁력을 걸고 있다. 한국에서도 다음 달 8일부터 15일까지 수학 교육 올림픽인 국제수학교육대회(ICME)가 처음으로 열린다. 내년에는 아시아 수학자대회(AMC), 2014년에는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잇따라 열린다. 하지만 우리의 수학 교육은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해 2011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최근 5년간 4강에 들던 우리나라는 7위인 북한보다도 뒤진 13위를 기록했다. 동아일보는 KAIST, 수학동아와 공동으로 세계 수학영재 교육 현장을 찾아 소개하고 국내 수학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는 기획을 마련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학과 건물이 마치 성처럼 펼쳐져 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졸업하고 교수를 지낸 곳이자 천재 수학자 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현직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호킹 교수 한 사람을 배려해 수학과의 모든 문을 버튼 하나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케임브리지=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동아일보가 3월 31일부터 5월 18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수학의 고향을 찾아서’ 시리즈를 연재한 뒤 독자들 사이에서 다른 수학자들의 이야기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남다른 열정으로 수학의 역사에 족적을 남긴 수학자들의 일화를 추가로 소개합니다. 》 ‘일생의 6분의 1은 소년으로, 12분의 1은 청년으로 살다 인생의 7분의 1을 혼자 살았다. 결혼해 5년 후 아들을 낳았고, 아들이 내 생애 2분의 1을 살다 죽은 후 (내가) 4년을 더 살고 일생을 마쳤다.’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살았던 그리스 수학자 디오판토스(추정 생몰연도 246∼330)의 묘비 문구다. 디오판토스는 수학사에서 정수론의 창시자로 불린다.그는 자신의 묘비에 쓸 문구를 주변사람들에게 남겼는데, 정수론의 원조답게 묘비 문구 자체가 수학문제다. 즉 묘비의 ‘1차 방정식’을 풀어야 묘비의 주인공(디오판토스)이 몇 살에 세상을 떠났는지를 알 수 있도록 했다.이탈리아 레오나르도 피보나치(1170∼1250)는 ‘주산서(리베르 아바치)’란 책을 통해 인도에서 개발된 ‘힌두 아라비아숫자’를 유럽에 전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로마숫자 사용이 보편화된 유럽에서 홀대를 받던 아라비아숫자의 장점을 발견하고 이를 적극 알려 인류 역사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그가 발견한 ‘피보나치 수열’은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수의 신비를 드러내 피보나치를 수학의 암흑기인 중세 유럽에 독보적인 수학자로 자림매김시켰다.‘피보나치 수열’은 1에서 시작해 선행하는 두 수를 더한 값을 다음 수로 놓는 것이다.이는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등으로 이어진다(두 번째 수 ‘1’은 선행수가 하나여서 예외적으로 첫 수를 반복해서 쓴 것이다). 그런데 이 수열은 자연 속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꽃잎의 수가 3(백합) 5(미나리아재비) 8(참제비고깔) 13(금잔화) 21(애스터) 34(데이지) 등이다(책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피보나치수열 앞뒤 수의 비율은 ‘황금비율’인 (-1 + 5)/2 즉, 1.618에 수렴해간다. 미국에는 ‘피보나치 협회’가 결성돼 지금도 자연 중에서 발견되는 피보나치 수열을 찾고 제보도 받는다.‘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수학에서도 획기적인 업적을 남겼다. 데카르트는 어느 날 누워서 천장에서 파리가 옮겨 다니는 것을 보고 X, Y 좌표를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데카르트 이후 수학에서 정수론과 기하학이 본격적으로 융합되기 시작한다. 방정식을 그래프를 그려서 푸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프랑스의 소피 제르맹(1776∼1831)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수학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 은행가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학에 대한 집념을 불살랐던 그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푸는 중간 과정에서 큰 기여를 했다. 도형 문제를 푸는 데 열중하다 로마 병사에게 피살된 아르키메데스의 일화에 감동받아 수학에 빠져들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또 당대 최고 수학자였던 독일의 카를 가우스(1777∼1855)와 교류하기 위해 남자 필명으로 편지를 주고받은 일화도 널리 전해진다. 이런 열정을 가진 인물이다 보니 후학 양성에 인색했던 가우스조차 그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제르맹은 가우스의 학문적 은혜를 잊지 않고 독불(獨佛) 전쟁 중 자신의 프랑스 군부 인맥을 통해 프랑스군에 점령당한 지역에 있던 가우스의 안전을 챙겨주었다고 한다.인도 출신 천재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1887∼1920)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와서 연구하던 시절인 1918년 수학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을 비관해 런던 지하철에 몸을 던졌으나 지하철이 극적으로 정차해 목숨을 건질 만큼 학문에 대한 집념이 강했다고 시리즈에 동행했던 이만근 교수(동양대)는 말했다.헝가리의 수학자 에르되시 팔(1913∼1996)은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찾아서 각국을 다녔던 ‘떠돌이 수학자’였다. ‘수학 연구에 구속이 된다’며 평생 독신으로 집, 아내, 아이, 직업, 취미가 없이 살았던 그는 생전에 작은 가방에 노트 몇 권만 넣어가지고 다닐 정도로 소박한 삶을 살았다. 항상 ‘나의 두뇌는 열려 있다’며 수학자들을 불쑥불쑥 찾아가 어려운 문제를 함께 푸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일생을 살았다.에르되시 팔은 레온하르트 오일러(1707∼1783)를 제외하면 역사상 가장 많은 책과 논문을 남긴 수학자로 꼽힌다. 그의 사후 에르되시 팔과 얼마나 가까웠는지에 따라 수학자들을 분류하는 번호까지 등장했다. 예를 들어 ‘에르되시 번호 1호’는 그와 함께 책이나 논문을 쓴 사람으로 485명이다. ‘에르되시 번호 2호’는 ‘번호 1호’와의 공저자다. 번호는 7호까지만 세며 수학 논문을 한 편도 써보지 않은 일반인은 익살스럽게 ‘에르되시 번호 무한대(∞)’로 부른다. 네 살에 음수의 개념을 깨칠 정도로 신동이어서 ‘에르되시가 못 풀면 풀 사람이 없다’는 말도 나왔다(책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은 미친 겁니다’).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존 내시(1928∼ )는 미 프린스턴대 교수로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어린 가우스’라고도 불릴 정도로 수학 문제 푸는 속도가 빨랐던 인물이었으나 한때 정신분열증에 걸려 30세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내시처럼 수학에 몰두하다 ‘정신적 문제’가 나타난 사람은 여럿이다. 정수나 소수 분수를 가리지 않고 무한히 계속되는 이른바 ‘무한수’에 대한 많은 통찰력을 제시했던 독일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1845∼1918)는 말년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심장마비로 생을 마쳤다.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 논리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종종 자신의 연구 결과가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꿈을 꾸기도 할 정도로 강박관념을 갖기도 했으며 심할 때는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수학은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명사들이 아름다운 학문으로 칭송한 바 있다. 지동설로 유명한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자연의 커다란 책은 그 책에 쓰여 있는 언어를 아는 사람만이 읽을 수 있다. 그 언어는 수학이다”라는 말을 남겼으며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수학은 조각의 아름다움과 비슷하다. 차갑지만 간결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많은 사람이 수학을 싫어하는 데에는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의 책임도 없지 않습니다. 수학자들의 체취가 느껴지는 수학 교육, 단순히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수학 교육이 필요합니다.” 7월 초 국내 처음으로 열리는 ‘수학 교육 올림픽’(4년마다 개최) 국제수학교육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교원대 류희찬 교수(56·사진)는 “앞으로의 수학 교육은 만져보는 수업 등 다양한 교육 기자재가 사용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교사들이 먼저 충분히 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체험 수학 교육’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행사는 딱딱한 이론 발표나 토론의 장을 넘어 ‘체험 수학 교육’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학 페스티벌’이 행사 기간 내내 진행된다. 또 외국 교사들이 한국 수업 현장을 참관한 후 개선 방안 등의 조언도 해줄 예정이며 일본 중국의 수학 전문가들이 동시통역으로 한국 학생들에게 직접 강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20여 개국이 자국 전시관을 만들어 수학 교육의 장점을 소개한다. 올해 대회에는 세계 84개국 외국인 학자와 교사 2000여 명, 한국에서 1000여 명 등 3000여 명이 이미 등록을 마쳤다. 류 교수는 “재정위기로 유럽의 많은 수학 강국 학자들이 참가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그럼에도 지난 11회 멕시코 대회와 비슷한 규모로 열리는 것은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동아일보가 3월부터 10회에 걸쳐 게재한 ‘수학의 고향을 찾아서’ 시리즈는 현대 수학이 만들어진 이면에 실수하고 좌절했던 수학자들의 고뇌와 인간적인 면들을 전달해 수학에 대한 친근감을 높였다”며 “행사 기간 외국 학자들에게 영문으로 번역해 한국 내 수학의 열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세계 최대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인 HP가 23일 2014년까지 명예퇴직과 감원 등을 통해 직원 2만7000여 명을 줄이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 직원 34만9600명의 7.7%를 줄이는 것으로 대부분은 미국에서 감축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HP의 구조조정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새로운 기기의 급격한 성장으로 PC 매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 뉴욕타임스는 “HP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컴퓨터 산업이 PC에서 새로운 컴퓨팅 시대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HP는 지난해 8월 레오 아포테커 전 최고경영자(CEO)가 “PC사업을 분사하겠다”고 밝히며 매각설이 나왔으나 시장 반응이 좋지 않자 아포테커 CEO를 경질하고 PC사업 분사도 철회했다. 하지만 PC 수요 감소에 따라 수익성이 계속 떨어져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어든 307억 달러, 순이익은 31% 줄어든 16억 달러였다. HP는 사업 단순화 등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2014년까지 30억∼3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해 이를 ‘클라우드’와 ‘빅 데이터’ ‘보안’ 등 3개 분야의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처럼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이 싼 새로운 기기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기법과 결합함에 따라 PC 산업은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HP와 델 컴퓨터, 시스코 시스템스 등 PC 업체들은 타격을 받고 아마존닷컴이나 애플 등이 부상하는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유훈통치를 활용한 정통성 확보로 집권 초기 안정을 이뤘다. 단기간의 불안요인을 극복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체제가 될 수 있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 1년 동안 중국과 쌓아온 북중 간 신뢰를 새 지도자 김정은이 불과 집권 5개월 만에 저버렸다. 이런 김정은 정권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 21세기평화연구소가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중 협력과 김정은 체제 북한의 미래’를 주제로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중 양국 전문가들의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 쉬원지(徐文吉) 지린(吉林)대 동북아연구원 교수는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김정은이 원만하게 권력을 승계할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으나 지난 5개월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쉬 교수는 그 근거로 인민군최고사령관과 노동당 제1총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권력 핵심 3대 직책을 신속히 승계하고, 북한 내부에 도전세력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었다. 쉬 교수는 “김정은이 유교 전통이 강한 북한에서 효심을 바탕으로 민심을 얻고 반복적인 군부대 시찰 등으로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위사오화(虞少華)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경제와 민생 발전을 통해 정권을 안정시켜야겠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주변국이 북한을 지나치게 압박하지 말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진저(金哲) 랴오닝(遼寧) 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비서장은 “김정은이 승계 이후 인민 생활 개선이라는 비전을 내놓은 것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승계한 김정일 시기와 다르다”며 “인민생활 개선이 체제 안정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하지만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다른 중국 전문가들의 논지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스 교수는 “북한의 선군정치 및 주체사상은 배타적이고 극단적인 민족주의”라며 “북한이 이를 토대로 내부적으로는 고압적으로 통제하고 외부적으로 반(反)남한, 미국에 대해서는 협상을 하면서도 뒤통수를 치는 식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스 교수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1년 전까지 중국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중국과 많은 약속을 했는데 김정은은 출범 5개월 만에 이를 모두 뒤집고 약속을 어겼다”며 “김정일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일로 북한의 미래에 매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 교수는 “김정은이 집권 이후 보여준 모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신감의 결여”라며 “아버지 김정일과 가장 큰 차이가 자신감의 차이로 이런 상황을 두고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 교수는 “미국과 ‘2·29’ 합의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4월 13일)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 때는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 교수는 특히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중국에 일절 통보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은 북중 관계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이 여러모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한림대 교수는 “김정은이 체제 생존에 치중할수록 경제와 민생을 챙기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김정은 집권 후 신속한 조치들이 이뤄져 체제 안정적인 요소가 없지 않지만 불안 요인이 훨씬 많다”고 진단했다. 최 실장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최고 지도자의 공백 이후 북한 지도층 내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잉 충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충성을 위해 군사도발 등 불안 요소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선군정치는 인적통치인데 김정은이 김정일만큼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북한이 올해 강성대국으로 가기 위해 경제력을 평양에 과도하게 집중시키는 등 무리하다가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통제 강화, 외부적으로는 남한 등과의 접촉 최소화를 통해 내부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형남 21세기평화연구소 소장(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올해로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중의 관계는 청년기를 맞은 셈”이라며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거나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동으로 보다 큰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북핵 문제 해결에서의 한중 협력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태우 통일연구원 원장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실험 억지나 실험 후의 처리에서 중국은 가장 중요한 국가”라며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이상우 신아시아 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줄곧 북한이 어떤 일을 저질러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원칙만 되풀이해 왔다”며 “이제는 한중이 공동으로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중국 측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쉬원지 교수는 “중국이 한국과 수교할 때 혈맹 전우인 북한을 고려해 반대하거나, 북한에 배반하는 행위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옛 친구를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친구를 만들자는 취지로 국교를 맺게 됐다”는 과거 일화를 다시 소개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북핵 문제에 한중 관계가 얽매이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위사오화 연구원은 “한중이 북핵 문제에 매달리다 보면 한중 간에 절실한 경제협력을 소홀히 할 수 있다”며 두만강 유역의 공동개발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중국의 북한 투자나 북중 간 경협 확대를 ‘중국이 북한을 동북 4성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중국에 의해 북한의 시장경제 및 자본주의 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지면 그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도 “중국 기업의 북한 진출은 통상적인 기업 이윤만으로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
“북한의 광명성 3호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더욱 강경한 입장을 나타낸 것은 올해 대선을 치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위사오화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세미나 발표문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반응을 양국의 대선과 연계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위 연구원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보여준 각국의 대립과 갈등의 상당 부분은 국내 정치적 필요에 의해 야기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양국이 국내 정치적으로 (선거에서 손해를 보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비난을 그만둬야 대립을 감소할 수 있다”며 “미국과 한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이에 대해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위 연구원의 의견이 객관적인 것인지 의문이며 언제까지 북한에 관용적이어야 하는가”라며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음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중국 역시 놀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는 “위 연구원은 북한과 미국 간 ‘2·29 합의’ 이후 북-미의 갈등이 소강 상태를 맞은 후 지금이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시기라고 주장하지만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3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북한과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정부 사이에 과연 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교수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고 하는 중국의 권고를 무시하는 북한 정권의 기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위 연구원의 견해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정윤식 기자 jys@donga.com}

에바리스트 갈루아와 노르웨이의 닐스 헨리크 아벨(1802∼1829)은 동시대를 살면서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20대에 요절하는 등 비슷한 점이 많았다. 16세기 말 4차 방정식의 해법을 발견한 이래 300년가량 풀지 못했던 ‘5차 방정식’ 문제에 대해 두 사람은 ‘해를 구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아벨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후 갈루아도 독자적으로 증명했다. 갈루아는 5차 이상의 방정식을 대수적으로 풀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대한 필요충분조건을 찾아내 아벨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고 이만근 교수는 말했다. 아벨과 갈루아가 증명한 것은 스위스의 천재 수학자 에른하르트 오일러도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였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였던 카를 가우스는 아벨의 풀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그의 사후 유품 자료에서 처박혀 있던 아벨의 논문이 발견됐다. 가우스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 수 없는 문제로 치부했지만 20세기 후반에 풀이가 나온 데 이어, 아벨의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옥에 티를 남겼다. 아벨은 타원 함수에 대한 연구 결과를 프랑스 한림원의 오귀스탱 루이 코시에게 제출했으나 코시는 이를 펼쳐 보지도 않았다. 코시는 갈루아의 중요 논문을 심사도 하지 않고 있다가 분실했던 인물이다. 자신의 능력을 제때에 인정받지 못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아벨은 프랑스 독일 등지를 떠돌며 가난과 과로에 시달리다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고 이틀 후 그를 베를린대 교수로 채용한다는 초청장이 배달됐다.(책 ‘수학은 아름다워’) 노르웨이 정부는 아벨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아벨상’을 제정하고 2003년부터 매년 시상해왔다. 일부에서는 이를 수학의 노벨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상금은 약 80만 달러(약 9억3000만 원). 아벨상은 ‘필즈 메달’과 함께 가장 권위 있는 수학상이다. 필즈 메달은 4년마다 열리는 국제수학자대회(ICM)에서 주최 측이 수학 분야별로 주는 상으로 ‘40세 미만’이라는 수상자 연령 제한이 있다. 다음 ICM은 내년 8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이에 앞서 올 7월 8일에서 15일까지 한국에서 처음으로 국제수학교육대회(ICME)가 열린다. 두 대회가 잇따라 한 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부르라렌=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