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구자룡]미국과 중국, 상반된 지도자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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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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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국제부 차장
구자룡 국제부 차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는 그가 시카고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 생부(生父)의 나라 케냐를 찾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바마는 아버지의 고향 키수무에서 ‘할아버지인 후세인 오냥고는 4명의 부인을 두었으며 아버지 바라크는 4명의 부인에 최소 6명의 자녀를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직계 및 4촌 8촌이 모두 몇 명인지는 책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수십 명일 것이다. 오바마는 할아버지의 둘째 부인인 ‘키수무 할머니’로부터 “너는 미국에서 성공했으니 먼 친척까지 챙겨야 한다. 그것이 루오족의 전통”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렇게 가족관계가 복잡하지만 오바마가 주 상원의원과 연방 상원의원, 그리고 대통령에 오른 뒤까지 ‘주렁주렁한 아프리카의 친인척’ 관련 비리가 문제된 적은 없었다. 그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어떻게 ‘가족이나 친인척 비리의 수렁’에 빠지지 않고 대통령까지 올랐을까 하는 점이었다.

올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의 데이비드 매러니스 기자는 ‘담대한 희망’과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등 오바마의 두 권의 자서전에서 사실과 다른 것을 30가지가량 발견했다고 ‘폭로’했다. 매러니스가 4년간 약 400명을 만나 파헤쳤지만 ‘오바마의 부모가 이혼할 때 흑인 아버지가 백인 어머니를 버렸다고 했지만 실제는 반대더라’ 정도의 내용이다. 민주 공화 양당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한 이후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오바마 자서전 분석은 ‘어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나 보자’ 수준인 미국 언론의 치열함을 보여준다.

10월경 18차 당대회를 통해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교체를 앞둔 중국은 어떨까. 올해 당대회는 덩샤오핑(鄧小平) 같은 절대 지도자의 낙점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지도부가 구성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이 인치(人治)에서 권력교체의 제도화로 넘어가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13억4000만 명으로 세계 1위, 경제력 규모 세계 2위인 중국은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떠올랐다. 시간이 갈수록 미중 간의 패권 경쟁도 치열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지도부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는 세계적인 관심사다.

하지만 중국에서 차기 지도자 예측이나 검증 보도는 나온 적이 없다. 중국이 ‘좌측 방향등(사회주의 정치체제)을 켜고 우회전(시장경제체제)으로 질주한 지’ 30년도 더 지났지만 ‘지도자 검증 보도’는 금기 중의 금기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 시 서기의 부인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는 등 보시라이 낙마 스캔들도 신화통신 공식 보도가 전부다.

이번 주 허베이(河北) 성의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는 지도부가 모여 최고 지도부 구성을 위한 최종 담판을 벌인다. 하지만 후보 출마나 유세, 공개 검증도 없이 철저히 비공개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친다.

중국 공산당은 나름대로 철저한 내부 검증과 경쟁을 통해 공산당의 각급 지도부를 선출한다고 주장한다. 비밀주의는 분열과 갈등을 내부화함으로써 정치 혼란을 막는 순기능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당대회 개막식에서 줄지어 입장하는 얼굴을 보고 최고지도부가 누구인지를 아는 중국식 검증과 권력교체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지도자 검증 차이는 결국 두 나라 체제와 문화의 차이에서 나온 것일 거다. 양국의 대조적 검증 방식은 올해 대선을 앞둔 한국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구자룡 국제부 차장 bonhong@donga.com
#미국#중국#지도자#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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