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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마비’로 질타를 받고 있는 국회가 노동개혁 5대 입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올해 실업급여는 상하한액 구분 없이 하루 4만3416원으로 일단 정해졌다. 정부안은 노사정 합의에 따라 상한액을 5만 원으로 높이고 하한액 산출 방식을 바꾸자는 내용이지만 8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4만3416원이 그대로 확정된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올해 실업급여는 4만3416원으로 정해졌다. 현행 고용보험법상 지난해 실업급여 상한액은 4만3000원, 하한액은 4만176원(최저임금의 90%)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지난해 시급 5580원)이 올해 6030원으로 인상되면서 하한액(4만3416원·6030원×0.9×하루 8시간)이 상한액을 초과하게 됐다. 정부는 이런 ‘역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하한액은 지난해와 같고, 상한액만 지난해보다 7000원 인상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고용보험법은 기간제법 등 노동개혁법과 연계돼 있어 임시국회 회기(8일)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올해 실업급여는 현행법에 따라 하루 최저임금의 90%(하한액)인 4만3416원으로 일괄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상한액만 인상하고 하한액 산출 기준을 그대로 두면 연간 최대 4000억 원의 고용보험료를 노사가 추가 부담해야 한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조속히 법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실직자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가 최대 75%까지 1년간 지원해주는 ‘실업크레디트’ 제도가 이르면 3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30일 통과시켰다. 이달 본회의를 통과하면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유성열 ryu@donga.com·유근형 기자}

생산에서 소비까지 대한민국의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생산인구(25∼49세)가 7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년 뒤에는 1900만 명 선마저 무너지는 것으로 추산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본보가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분석한 결과 핵심생산인구는 2008년(2075만4000명)에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1939만8000명)까지 7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평균 20만 명씩 줄어든 셈이다. 2019년(1884만 명)에는 사상 최초로 1900만 명 선이 무너지고, 2024년(1792만2000명)에는 1800만 명 선까지 붕괴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생산가능인구(15∼64세)에서 핵심생산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떨어져 2029년(49.9%)부터 5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이상인 국가 중 2만 달러를 돌파한 뒤 핵심생산인구가 7년 이상 줄어든 나라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과 호주뿐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핵심생산인구 감소 속도가 4만 달러를 돌파한 국가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 원인은 저출산이다. 지난해 한국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핵심생산인구가 감소하면서 근로자 평균 연령도 높아져 제조업(지난해 39.4세)의 경우 이미 40세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는 핵심생산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시리즈를 시작한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고령자의 직무능력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이세형·유근형 기자}
정부는 2대 지침(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초안 발표와 동시에 최종안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 모두 지침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쉽게 협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개혁 5대 입법 역시 야당의 반대로 꽉 막혀 있는 것도 노동개혁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0일 “어떤 형태로든 노사 당사자와 이른 시일 내에 실질적인 협의가 시작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날 발표한 지침 초안을 노동계와 경영계에 보낸 뒤 조만간 협의 시작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협의체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될 수도 있고, 별도의 협의체가 가동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의 초안 발표를 노사정(勞使政) 합의 파기로 규정짓고,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취업규칙 변경 시 노조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기로 한 노사정 합의도 깼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좌담회가 열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지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노사정위 탈퇴와 전면 투쟁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계도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늦은 감이 있으나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가이드라인과 지침의 주요 내용이 공개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내용이 그동안의 법원 판결들을 정리하고 유형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기존에 나온 판례를 모아 지침을 만들면 오히려 기업의 인사관리가 획일적으로 규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병원 경총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경영자들은 해고가 어려운 현재의 체제가 고착화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임시국회의 노동개혁 입법 처리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지침 논의라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협의체가 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리가 협의에 나서면 ‘협의를 했다’는 명분만 앞세워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침을 확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신뢰가 형성되기 전에는 정부 당국자의 전화를 받지도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지침 초안 발표라는 강수를 둔 것은 5대 입법안 처리 또는 지침 마련 중 하나는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유성열 ryu@donga.com·이샘물 기자}

《 “괴물을 만든 게 아니다. 판례에 입각한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만들어 노사가 참고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정부 지침 초안이 30일 전문가 좌담회 형식을 통해 공개됐다. 고용노동부는 “임금감액률 등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면 노조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으며 공정한 인사평가를 전제로 한 저(低)성과자 해고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대 지침이 노동계가 우려하는 쉬운 해고의 칼 같은 ‘괴물’이 될지, ‘신호등’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 지침은 법적 효력이 없어 소송이 붙을 경우 과거 통상임금 지침처럼 법원에서 뒤집어지는 혼란이 반복될 소지가 여전해 최종안 협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안의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 Q.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법은…. A. 먼저 노사 합의로 단체협약을 개정해 도입할 수 있다. 주로 노조가 있는 대기업, 공공기관이 해당된다. 지난달 말 현재 30대 기업 계열사 378곳 중 212곳(56.1%)이 노사 합의로 도입했다. 그러나 노조가 없다면 사측이 취업규칙을 변경해 도입할 수도 있다. 다만 현행법상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Q.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인가. A. ‘임금이 감소되기 때문에 불이익이다’란 노동계와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기 때문에 불이익이 아니다’란 경영계의 주장이 엇갈려 왔지만 정부는 불이익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정년 연장과 임금은 별개의 근로조건이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임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Q.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이 취업규칙 변경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A. 대법원 판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고 인정한다.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기준을 6가지로 제시했다. 규칙 변경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근로자와 충분히 협의해야 하며 임금을 너무 많이 깎으면 안 된다. 또 근로시간 단축 등 기타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를 따져봐야 하고, 동종 업계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임금을 깎았는지도 기준이 된다.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면 노조의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불법은 아니라고 정부는 판단했다. Q. 우리 회사는 상대평가다. 성적이 꼴찌면 무조건 해고당하는 건가. A.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성을 갖추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제도를 갖춰야 한다. 정부는 평가 제도를 만드는 단계부터 근로자 대표, 노조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절대평가로 평가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만 상대평가를 반영해야 공정한 평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평가에 대한 근로자의 이의 제기 절차도 필수적이다. Q. 지침 초안이 바로 현장에 적용되는가. A. 9·15 노사정 대타협에 따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 노사 협의를 거쳐 최종안이 나와야 한다. 노동계는 일반해고 자체를 반대하고, 경영계도 기준이 너무 깐깐하다고 주장해 협의가 쉽지 않다. 좌담회에 참석한 기영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도 “양쪽에서 모두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지침”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침 초안이 제시됐으니 이제는 노동계도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계가 무조건 협의를 거부하고 대안마저 제시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초안을 그대로 시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노사정 합의 파기에 따른 부담이 너무 크다. Q. 법을 개정하지 않고 지침을 만든 이유는…. A. 지침이란 공무원들이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북’일 뿐 법적 효력은 없다. 과거에도 정부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운영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고, 정부만 믿고 임금체계를 운영하던 기업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2대 지침 역시 노조가 불복해 소송을 낼 수도 있고, 법원이 지침을 뒤집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독일 등 선진국처럼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개혁의 시급성과 국회통과 절차 등을 우려한 정부가 뜻을 굽히지 않자 노사정은 결국 지침을 만들되 법 개정은 장기 과제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좌담회에서 “2대 지침이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기업이 함부로 사용하면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30일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 초안(동아일보 29일 자 A1, 2면 보도)을 내놓기로 하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근무평가 점수가 낮다고 바로 저성과자로 분류하는 것을 금지하고 저성과자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퇴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일반해고에 대한 안전장치를 깐깐하게 만들었음에도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계와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어렵게 이뤄진 9·15 노사정 대타협이 파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반면 정부가 노동계와 협의해서 최종안을 만든 뒤 시행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어 어렵게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노동계의 반발 이유는 노사정 대타협 합의문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다. 당시 노사정 대표들은 최대 쟁점이었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하는 지침을 만들자고 극적으로 합의했다. 다만 합의문에는 ‘정부는 지침을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노사정이 공동으로 지침을 만들되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 이 문구를 두고 노동계는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계가 배제된 것은 합의 파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초안이라 해도 이해당사자인 양대 노총이 참석하지 않는 밀실 토론회에서 공개하는 것은 분명 합의 파기 행위”라며 “초안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23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정부가 초안 공개 등을 거쳐 시행까지 밀어붙인다면 노사정 합의를 파기하기로 의결했다. 지침 초안이 공개되는 30일에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규탄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돼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노동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거나 지침이 시행되면 내년 1월 8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초안은 초안일 뿐 확정된 안이 아니다”는 태도다.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만든 다음에 시행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것. 다만 이미 이달 중순부터 협의를 요청했음에도 노동계가 협의를 거부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초안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2월 중순부터 공식, 비공식적으로 노동계에 여러 차례에 걸쳐 협의를 요청했지만 임시국회 이후에 하자는 답변만 받았다”며 “무작정 뒤로 미룰 수는 없어서 일단 초안부터 공개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초안 공개를 강행하는 것은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임시국회 통과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총선 때문에 임시국회가 다시 열리기 어려워 이번에 입법을 못 하면 노동개혁은 좌절된다”며 “노동개혁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해 지침이라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의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침의 초안만 공개할 뿐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노동계가 계속 협의를 거부할 명분은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특히 노사정 대타협의 당사자인 한국노총의 태도가 주목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개설된 청년희망펀드 기부자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청년희망재단은 올해 9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의 첫 기부(2000만 원) 이후 이달 28일까지 총 10만49명이 기부를 했다고 밝혔다. 모금액은 1208억 원으로 10만 원 미만 기부자(9만5000명)가 95%로 가장 많았고, 1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이 4.8%, 1000만 원 이상은 0.2%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자는 연말정산 등 세제 혜택을 받는다. 재단 측은 정보기술(IT) 전공자들을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 취업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강소·중견기업 박람회를 전국 각지에서 개최할 방침이다. 재단은 내년에 약 12만5000명의 청년이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받고, 6300여 개의 청년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직장인 A 씨는 과거 인사평가에서 줄곧 최상위 점수를 받았다. 업무 성과가 뛰어나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만했으며 승진도 빨랐다. 그러나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직후 받은 인사평가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사측은 그를 재교육 대상자로 선정하고 발령을 냈다. 이에 A 씨는 상관 권고를 무시하고 육아휴직을 1년이나 한 것 때문에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나 심증만 있었고 물증이 없어 재교육에 응했는데, 교육이 끝난 뒤에는 전에 맡던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영업직으로 배치됐다. 그제야 A 씨는 회사가 자신을 해고하기 위해 이렇게 발령을 냈다는 것을 알았다. 고용노동부가 30일 전문가 좌담회에서 내놓을 지침 발제문에는 A 씨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일반해고의 기준과 절차가 담길 예정이다. 일반해고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노동개혁 논의에서 노동계가 “쉬운 해고에 악용될 수 있다”며 가장 큰 우려를 표시한 핵심 쟁점이었다. 올해 4월 1차 노사정(勞使政) 협상이 결렬된 것 역시 일반해고 지침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마련한 방안은 일반해고의 필요성을 인정하되 노동계가 우려하는 ‘쉬운 해고’가 되지 않도록 기준과 절차를 깐깐하게 세우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이에 따라 인사평가 점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교육대상자로 선정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육아휴직이나 노조활동을 한 근로자가 단 한 번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저(低)성과자로 분류하고 직무 전환 교육을 하는 것 역시 엄격히 금지된다. 최대 쟁점인 일반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는 관련 판례에 따라 ‘사회 통념상 불량성’이라는 개념이 도입된다. 근로자의 인사평가 성적 등 업무 능력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라면 해고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4회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은 건설기술직 근로자 B 씨의 해고에 대해 “인사평가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여서 업무 능력이 객관적으로 불량하다고 볼 수 없고, 본인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보를 요청했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했다”며 부당해고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일반해고는 단순히 근무 성적만 갖고 결정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자가 종사하는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은 물론이고 근로자의 직위, 근로자가 수행한 구체적인 직무 내용, 근로자가 저지른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현재가 아닌 과거의 근무태도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판단해야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따질 수 있는 기준도 마련된다. 교육 프로그램이 퇴출 목적, 사직 강요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면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이는 영업직 관리자를 ‘현장직무실습’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에 배치해 단순 청소 업무를 시킨 다음 엉뚱하게도 고객서비스직으로 발령을 낸 것에 대해 “근로자를 퇴사시키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판례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안전장치’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초안을 마련해서 노동계와 협의한 뒤 최종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으로 협의조차 거부하고 있는 노동계가 이제는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침은 소규모 사업장의 음성화된 해고를 막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경영계는 쉬운 해고를 기대하지 말고, 노동계도 지침을 무작정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9·15 노사정대타협의 핵심 쟁점이던 일반해고에 대해 정부가 ‘안전장치’를 대폭 보강한 지침을 마련 중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반해고의 요건이 엄격히 제한되며, 근무평가 점수가 낮다고 바로 저(低)성과자로 분류하는 것 역시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일반해고 지침 초안이 담긴 발제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본보가 입수한 발제문에 따르면 기업에서 일반해고는 ‘근로자의 근무성적 등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불량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업무능력 향상) 프로그램이 퇴출을 목적으로 활용되거나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다면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특히 육아휴직, 노조활동 등을 이유로 근무점수를 낮게 준 뒤 곧바로 저성과자로 분류하는 것 역시 엄격히 금지된다. 이에 따라 일반해고는 근무성적뿐만 아니라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직무 내용 △비위 행위의 동기와 경위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 근무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만 정당성이 인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이처럼 안전장치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지침을 마련하려는 이유는 정부 지침이 ‘쉬운 해고’에 악용될 수 있다며 협의를 거부하는 노동계의 우려를 해소하고, 음성화한 해고가 만연한 중소사업장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수도권 등 서비스업 인력 수요가 많은 곳에 직업훈련기관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전국 대도시에 있는 폴리텍대 캠퍼스는 시설이 포화상태라 정원을 늘릴 수가 없다. 소규모 캠퍼스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단점이다. 이에 정부와 폴리텍대는 도심 건물을 직접 매입해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한 뒤 기업체와 협약을 맺어 우수인력 공급까지 책임지기로 했다. 내년 4월에 문을 여는 한국폴리텍대 융합기술교육원은 이런 계획의 첫 결과물이다. 폴리텍대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황새울로의 8층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해서 사상 첫 도심형 캠퍼스를 마련했다. 융합기술교육원은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 임베디드(내장형) 시스템, 생명의료 시스템 등 3개 전공 90명 정원으로 출범한다. 각 전공마다 이공 계열과 인문사회 계열 전공자를 50%씩 선발해 ‘융합 인재’를 양성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지멘스, 오라클 등 글로벌기업과 취업 협약을 맺는 등 양성부터 취업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융합기술교육원은 ‘모듈식 교과’ 과정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기초 400시간, 심화 620시간, 특화 380시간으로 나뉜 교과 과정을 각각 수행한 뒤 수준에 따라 적합한 모듈과정으로 배치된다. 그러나 일정 수준에 미달한 학생은 탈락한다. 산업현장에는 수준 높은 인력이 제공되고, 학생들에게도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모듈식 교과의 장점이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성과와 적성을 반영한 단계별 교과수행 방식”이라며 “현장실무능력을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수진 역시 ‘취업 성공’을 보증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분야 전문가로 구성했다. 국내외 기술특허를 보유하거나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것은 물론이고 기업체 근무 경력도 평균 15년 이상인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융합기술교육원은 인터넷 접수를 거쳐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필기시험은 영어와 수학 두 과목이며 난이도는 ‘고졸 수준’으로 출제한다. 전형별 배점은 대학성적 100점, 필기시험 100점, 면접 100점이다. 교육훈련비는 전액 무료고 매달 훈련수당 20만 원과 교통비 5만 원을 지급한다. 다만 매달 출석률이 80% 이상이어야 한다. 자세한 문의는 융합기술교육원 홈페이지(ctc.kopo.ac.kr)나 전화(031-739-4150∼2)로 하면 된다. ▼“취업교육에서 우량기업 발굴, 사후관리까지 융합기술교육원, 인문계 취업난 해소 모델로”▼이우영 폴리텍대 이사장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55)은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융합기술교육원 수료생들이 모두 원하는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교육은 물론이고 기업 발굴, 사후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운영해 인문계 취업난 해소 모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폴리텍대는 지난해 기준 취업률이 85.8%로 최근 3년간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비결로 소개했다. 그는 “취업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 제고를 통해 기업과 학생이 모두 만족하고 성장하는 고용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일·학습병행제와 우량강소기업 발굴에 주력하고, 재학생들이 스스로 취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도한 것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텍대 역시 구조개혁이라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전국 곳곳에 캠퍼스가 있기 때문에 지역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에 폴리텍대는 올해 5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학과 개편과 교원 수급 등을 논의해왔다. 이 이사장은 “우선 캠퍼스 내 유사학과나 중복학과를 뽑아 통폐합, 기능 전환, 폐지 등 구조를 개혁할 방침”이라며 “올해 평과 결과 성과가 저조한 12개 학과에 대해서도 폐지, 과정 전환 등 처리 방향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이 이사장은 또 “불리한 여건으로 상당 기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지방 소도시 캠퍼스를 고부가가치 창조형 학과로 개편할 것”이라며 “지역산업과 연계를 꾀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성과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목포캠퍼스는 해양플랜드, 영주캠퍼스는 대형특장차량, 충주와 동부산캠퍼스는 일반계고 위탁과정 등으로 특화할 예정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근로시간 단축과 출산·육아휴직,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한꺼번에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패키지 모델’이 공공 부문에 도입된다. 육아, 학업 등의 사유에 따라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전환형 모델’을 확산시키는 한편 각각의 제도를 이용할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하는 실태를 개선하고 효율적 인력 관리도 가능토록 하자는 취지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공공부문 시간선택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전환형 시간선택제 패키지 모델’을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공공기관 전체(314곳)에 적극 정착시켜 나가기로 했다. 현재 임신한 여성 근로자는 주 15∼3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사업주에게도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 1인당 월 20만 원의 지원금이 나간다.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인 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육아를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면 단축된 근로시간에 비례한 통상임금의 60%를 1년간 정부가 지급하고 사업주에게도 매달 30만 원(대기업은 20만 원)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패키지 모델은 이런 정부 지원제도를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과 모두 연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패키지 모델이 시행되면 근로시간 단축부터 전일제 복귀까지 한 번에 쓸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임신한 근로자가 임신 초기에는 근로시간을 주 15∼30시간으로 단축한 뒤 3개월의 출산휴가와 9개월의 육아휴직을 연이어 쓴 다음 전일제가 아닌 시간선택제로 복귀하는 모델이 가능하다. 휴직 후 바로 전일제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선택제를 통해 ‘연착륙’을 시도하면서 직장에 적응이 되고 아이도 어느 정도 큰 다음 전일제로 복귀하는 것이다. 각각의 제도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혜택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특히 패키지 모델은 육아휴직 등 각각의 제도를 이용할 때마다 허가를 얻거나 상관,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패키지를 한 번 신청하고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근로자의 상황에 따라 패키지의 내용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만 빼고 나머지는 그대로 쓰거나 육아휴직 직후 전일제로 바로 복귀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민간 부문에서는 신한은행이 육아휴직 직후 18개월간 시간선택제로 일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국세청에서도 육아휴직자 1500명 가운데 133명이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통해 복귀했다. 이 밖에도 근로자 본인 또는 가족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도 산재보험, 가족돌봄휴직(90일)과 연계된 시간선택제 전환을 패키지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장년 근로자가 퇴직과 재취업을 준비할 때도 패키지 모델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또 2018년까지 모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부처, 기관별로 정원의 1% 이상을 전환형 시간선택제로 두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시간선택제 채용이나 전환 실적이 없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는 ‘인식 개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해당 기관장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고용률 70% 점검회의 등을 통해 분기별 도입 실적과 도입이 부진한 기관도 외부에 공개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내 근로자 임금이 40대까지는 증가하다가 50대부터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퇴직 등이 만연하면서 돈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임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1일 발표한 ‘임금과 생산성 국제 비교’에 따르면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10~14년 근속 근로자의 임금은 212.3, 20~29년은 288.1이었다. 특히 30년 이상은 328.8로 직무성과급이 정착된 유럽연합(EU) 15개국(169.9), 일본(246.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체계가 호봉제로 유지되면서 근속연수가 길수록 임금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30세 미만 전체 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30대 근로자의 임금은 151.9였고, 40대는 174.1까지 증가했지만 50~59세는 158.4, 60세 이상은 106.2로 오히려 감소했다. 일본, EU가 50, 60대에도 임금이 계속 증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노동연구원은 국내 근로자의 근속연수가 유럽, 일본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5.6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짧지만 프랑스 독일 등은 평균 근속기간이 10년을 넘는다. 임금체계가 호봉제로 유지되면서 20년 이상 장기 근속한 근로자의 임금은 매우 높지만, 희망퇴직과 명예퇴직 등이 만연하면서 장기근속자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40~50대의 실제 임금 수준이 낮은 것이다.유성열기자 ryu@donga.com}

세 번의 사업 실패 후 신용불량자가 된 김모 씨는 매일 술에 의존해 살았다. 기초생활수급으로 생활하던 김 씨는 최근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집 근처 고용복지센터를 방문했다. 센터는 상담을 통해 김 씨의 의욕을 고취하고 알코올의존중 치료도 알선해줬다. 김 씨가 평소 관심이 많았던 요리를 배울 수 있도록 교육기관도 소개해줬다. 심리적 안정을 되찾은 김 씨는 지금 요리사로 취업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전국 각지에 설립하고 있는 고용복지센터는 일자리와 복지를 한곳에 결합한 공공 서비스 모델이다. 주민센터 고용센터 등에서 분산돼 제공하던 고용·복지 서비스를 ‘일자리를 통한 복지’라는 목표 아래 한곳에 모아서 제공하는 게 특징. 지난해 10곳에 이어 올해엔 30곳이 설치됐고 2017년까지 전국에 총 100곳 이상 설치할 계획이다. 고용복지센터는 김 씨 같은 빈곤생활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정부 지원금에만 의존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센터를 통한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19.7%나 증가했고 대출 등 서민금융 서비스까지 결합하면서 지난해 4점이었던 국민 만족도(5점 만점)가 올해는 4.22점까지 상승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차부품업체에 취직한 이모 씨는 “앞니 4개가 빠졌지만 치료를 받지 못해 면접을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고용복지센터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컴퓨터 교육도 시켜줘 취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제조업체 사무직으로 근무 중인 우모 씨(33)는 두 번이나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가까스로 세 번째 임신에 성공한 뒤 출산했지만 이번엔 육아휴직이 문제였다.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육아휴직을 쓴다는 건 ‘사치’로 여겨졌기 때문. 다행히 사장의 배려와 정부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통해 하루 3시간 일찍 퇴근해서 아이를 돌볼 수 있게 된 것. 우 씨는 “중소기업에서는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윈윈인 제도”라고 말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우 씨 같은 근로자들이 경력을 단절하지 않고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근로자는 신청이 가능하고,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다면 최대 1년까지 가능하다. 휴직 기간에 통상 임금의 60%에 해당하는 임금을 정부가 지원하고 사업주에게도 1인당 30만 원(대기업은 20만 원)이 지원된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최대 2년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성가족부도 경력단절 여성 취업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경단녀 취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를 3곳을 추가로 지정해 150곳으로 늘리고 인턴십 대상 인원을 올해보다 1000명 늘린 5680명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독일과 스위스식 도제훈련 시스템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한 일학습병행제도 최근 현장에 정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천기계공고는 올해 3월부터 기계(사출금형) 분야 일학습병행제를 운영 중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2학년부터 한 주에 사흘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이틀은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받는다. 이 학교의 한 학생은 “목표 없이 대학에 가는 것보다 나만의 꿈을 키우면서 전문 기술자가 되는 길을 걷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4000개를 목표로 일학습병행 기업을 모집했지만 6789곳이나 신청하는 바람에 계획보다 약 30% 늘려 5199곳을 선정했다. 현재 2055개 기업에서 8844명이 학습근로자로 채용돼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있다. 인천기계공고 같은 산학일체형도제학교도 올해 9곳에 이어 내년에는 60곳으로 늘어나고 2017년에는 공업계 특성화고교 전체(203곳)로 확대된다. 또 고교와 전문대를 통합한 ‘유니테크 과정’도 16곳 지정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내년부터 논의된다. 임금피크제 장년 근로자와 신규채용 청년 한 쌍당 1080만 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는 정부가 16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따른 것이다.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 국면을 맞아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노사 간 다툼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른바 ‘해고 회피 노력’(해고를 피하기 위해 사전에 취한 조치)을 법과 판례에 따라 구체화하는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 근로기준법 24조는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고만 돼 있고 해고 회피 노력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진 않고 있다. 정부는 노사정(勞使政) 협의를 통해 해고 회피 노력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여기에 해고 통지 및 재고용 사유 발생 시 당사자에게 서면 통지를 의무화하는 한편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의 재고용 범위를 ‘같은 업무’에서 ‘같은 직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만 정리해고 여부는 단체교섭 또는 파업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행정지도 등을 통해 적극 지도할 방침이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고, 국회에도 의원 입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해고 회피 노력을 어떻게 정하는지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점화될 수도 있다. 정부는 또 노동개혁 5대 입법이 완료되는 대로 노사 협의를 거쳐 일반해고 지침도 발표할 예정이다. ‘세대 간 상생고용지원금 제도’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중견·중소기업이 장년 근로자 1명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서 청년 근로자 1명을 신규 채용할 때 이들 청장년 근로자 한 쌍에 대해 기업에 연 1080만 원을 주는 방식이다. ‘상생 고용’을 실시한 대기업과 공공기관에는 근로자 한 쌍당 연 540만 원을 지급한다. 아울러 중견·중소기업이 청년 근로자 1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1인당 50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중소기업에서 오래 일하도록 유도하는 기금인 ‘내일채움공제’는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시중은행에서도 들 수 있다.유성열 ryu@donga.com / 세종=홍수용 기자}

2015년도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연말이면 각종 모임이 많아진다. 오랜만에 친구와 동료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 참석할 때는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 때문에 해마다 이 시기엔 간단한 시술을 통해 주름을 없애는 등 외모를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특히 최근에는 시술 방법이 다양하고 간단해지면서 환자의 부담도 적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간단한 시술이라도 무분별하게 치료받으면 예기치 못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바노바기 성형외과 반재상 원장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시술은 무엇인지, 회복 기간과 지속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무리 간단한 시술이라도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통해 시술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간 내 즉각 효과를 내면서도 회복 기간이 필요 없는 시술은 ‘보톡스’와 ‘필러’가 가장 대표적이다. 보톡스는 혐기성 박테리아에서 분비되는 독소를 이용해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 위축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깊게 파인 주름이나 늘어진 피부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고, 앞으로 생길 주름도 예방한다. 주로 눈가, 미간, 이마 부위의 주름을 개선하는 데 활용된다. 또한 사각턱에 보톡스를 주사하면 얼굴이 갸름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처진 입꼬리에 주사하면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 부드러운 인상을 만드는데도 도움이 된다. 보통 한 번의 시술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필러는 인체에 무해하고 피부와 비슷한 성분의 물질을 파인 주름, 꺼진 피부 등에 주사해 얼굴에 ‘볼륨감’을 만들어주는 시술이다. 코, 이마, 눈 밑, 양 볼, 팔자주름, 흉터 등 다양한 부위에 활용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얼굴 전체의 윤곽을 개선해 밝고 어려 보이는 인상을 만드는 ‘디자인 필러’를 선호하는 추세다. 시술 효과는 보통 1년 정도지만 반영구 필러인 ‘아테콜’을 활용하면 10년 이상 반영구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흡수성 필러와 달리, 뼈 위에 충전물을 주입하는 정교한 시술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정병원을 통해 시술을 받아야 한다. 보톡스와 필러는 간단한 시술이기 때문에 시술 시간도 짧고, 시술 후 별도의 회복기간이 필요하지 않아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환자의 얼굴 근육, 골격, 각 부위 지방의 분포 정도 등을 파악한 뒤 정교하게 시술 받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시술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다. 특히 저렴한 비용을 앞세운 비의료인에게 시술을 받으면 염증, 피부 괴사 등 부작용이 생겨 이물질 제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반재상 원장은 “만족스러운 시술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술 전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시술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무리 간단한 주사시술이라도 전문 마취시스템 및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시스템을 갖춘 병원을 선택해야 부작용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5년 전 명문대 철학과를 졸업한 A 씨(32)는 현재 취업준비생이다. 토익 점수와 학점 등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갖추고 대기업에 도전하고 있지만 합격을 하지 못했다. 그는 “전공이 철학이라서 기업들이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공무원 시험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경·사범·인문계열 졸업자 구직난 극심할 듯 학력 인플레로 대학 졸업자가 넘쳐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79만3000명(전문대졸 포함)이 일자리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인문, 상경, 사회, 사범계열은 수요 자체가 적어 극심한 구직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이는 반면 공학, 의약계열은 인력난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일자리 미스매치’ 역시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15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2014∼2024년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을 보고했다. 전망에 따르면 2024년까지 대학 졸업생(전문대졸 포함)은 총 474만7000명이 배출되지만, 필요 인력은 395만4000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현 대학 정원과 인력 공급 및 수요 추세의 변화가 크게 없다면 단순 계산으로 10년간 대졸자 32만2000명, 전문대졸자 47만1000명 등 총 79만3000명이 일자리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4년제 대학 전공계열별로 따져보면 사회(21만7000명), 사범(12만 명), 인문계열(10만1000명)의 인력 과잉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회 계열은 앞으로 10년간 약 84만 명의 졸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반면 구인 수요는 62만3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범 계열도 같은 기간 18만2000명의 졸업자가 배출되지만 이 가운데 6만2000명만이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자연계열도 5만6000명이 초과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학계열(21만5000명)과 의약계열(4000명)은 인력이 오히려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부 전공별로는 상경(경영·경제 12만2000명), 중등교육(7만8000명), 사회과학(7만5000명) 순으로 인력이 남아돌 것으로 예측됐고, 기계·금속(7만8000명), 전기·전자(7만3000명), 건축(3만3000명) 등은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대에서도 사회과학(15만3000명), 생활과학(11만2000명), 음악(8만 명) 등의 전공에서 공급 과잉이 심각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부는 “기업, 공공부문 등에서 앞으로 필요한 인력 수요에 비해 인문사회계열 대졸자가 지나치게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공학계열은 제조업 고도화와 기술 발전 등에 따라 설계, 엔지니어링, 연구개발 부문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을 조사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직, 전직 등 노동시장 내의 ‘이동성’을 변수에서 제외하고, 공급과 수요만 고려한 것이라 향후 10년간 대졸 실업자(전문대졸 포함)가 8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현석 고용부 노동시장분석과장은 “정부의 정책적 대응과 대학 구조개혁 등 노력에 따라 실제 수치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직업 17개로 일자리 영토 확장 고용부는 국내에 아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새 직업 17개를 정부가 적극 육성하는 ‘신(新)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외국 등에서 이미 정착이 돼 국내에서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직업 위주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기업재난관리자, 의약품규제과학전문가, 주택임대관리사, 레저선박전문가, 대체투자전문가, 해양플랜트 기본설계사 등 6개 직업은 △특성화 대학원 지정 및 지원 △인턴십 △전문가 인증 프로그램 △전문가 양성기관 지정 등을 통해 정부가 직접 육성할 방침이다. 또 방재전문가, 미디어콘텐츠 크리에이터, 진로체험 코디네이터, 직무능력평가사, 3D프린팅 매니저, 상품·공간 스토리텔러 등 6개 직업은 자격 신설 등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해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P2P대출 전문가, 의료관광경영 상담사, 크루즈 승무원, 테크니컬 커뮤니케이터 등 4개 직업은 이미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는 상황이라 정부가 홍보 등을 도울 계획이다. 현재 비의료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타투이스트(문신시술가)도 합법화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등에 나설 계획이다. 17개 신직업의 자세한 내용과 추진 계획은 고용부 홈페이지(www.moe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10일 오전 11시 조계사 경내 생명평화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체포를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평소 집회에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낼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A4 용지 2장 분량의 회견문 상당 부분을 노동개혁 비난에 할애했다. “노동자가 죽어야 기업이 사는 정책” “재벌에게 주는 선물상자” “서민을 다 죽이고 재벌과 한편임을 선언한 반노동 반민생 정권”이라는 표현을 쓰며 14분간 회견을 이어갔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등 노동시장이 마주한 도전 때문에 노사정이 함께 해법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개혁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일방적인 매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저(低)성과자 해고 지침은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업무 부적응자의 해고 절차와 기준을 노사정 논의를 통해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며 “‘쉬운 해고’ 프레임으로 대중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반박했다.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과 파견근로 허용 업무 확대 등의 비정규직 관련 쟁점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은 2년 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을 없애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비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 기간을 늘리는 것이 고용 안정성과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50세가 아니라 55세 이상 고령자의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방안 역시 기업이 고령자 정규직 채용을 꺼리는 상황에서 채용 기회를 늘리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날 회견을 하면서 한 위원장은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민노총이 그동안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지금처럼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처우가 열악해진 것은 기존 노조의 묵인 또는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용 불안 시기에 정규직 보호의 방패 역할을 비정규직에게 맡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규직과 대기업 중심의 민노총이 비정규직 증가를 사실상 용인해왔고, 조합원 처우 개선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있다. 민노총 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위원장은 이날도 어김없이 “투쟁”이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김도형 dodo@donga.com·유성열 기자}

한상균 위원장이 10일 경찰에 체포되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민노총은 16일로 계획한 전국 총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지만 차기 지도부 선출 등을 놓고 내부 갈등이 격해질 가능성도 크다. 민노총에 따르면 일단 서울지하철노조 출신인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 수석부위원장도 지도부로서 집회와 시위를 주도한 만큼 수사를 받게 되면 위원장직 대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민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고 5명의 부위원장 가운데 1명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해야 한다. 민노총 산별노조 중에서는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수가 약 15만 명으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위원장 직무대행을 뽑기 위한 중집이 열린다면 금속노조 출신인 정혜경 부위원장과 공공운수노조 출신의 김종인 부위원장이 2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2월 당선된 한 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법원 선고 결과에 따라 남은 임기를 감옥에서 보낼 수도 있다.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아예 새 지도부를 선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만약 지도부가 총사퇴한다면 비상대책위원회가 설립되고, 조합원 1000여 명이 참석하는 대의원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정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민노총은 과거에도 대의원대회를 통한 간접선거로 지도부를 선출할 때마다 부정선거와 폭력 시비에 휘말렸다. 그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조합원 직접선거를 도입했지만 한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직접선거에 대한 반대 여론도 차츰 커지고 있다. 직접선거로 강경파 지도부를 세웠지만 여론의 힘을 얻지 못하고 조직에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결국 차기 지도부 자리를 놓고 국민, 중앙, 현장파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도부 선출 방식을 둘러싼 내부 논란이 다시 한 번 재연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특히 민노총은 이날 위원장 구속 규탄 결의대회를 전국에서 개최하는 한편으로 16일부터는 ‘노동 개악(改惡) 저지 총파업’에 들어가는 등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에 강성으로 분류되는 박유기 위원장이 10일 취임한 것도 민노총으로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대차지부가 여론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민노총이 올해 두 차례 실시한 총파업을 사실상 거부해 왔다는 것이 변수다. 결국 현대차 등 금속노조 외에 공공운수노조, 전교조, 전공노 등 거대 산별노조들의 총파업 참가 여부가 민노총의 향후 노선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대거 참가해 총파업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한 위원장 석방 때까지 비상 체제가 유지되겠지만 이번 총파업마저 별다른 호응 없이 실패로 끝난다면 지도부 총사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하다 못해 아예 등을 돌렸다는 것은 여전히 부담이다. 야당이 국회에서 노동개혁 입법을 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노총의 총파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비난이 거세다. 금속노련, 금융노조 등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강경파들도 그래서 현재까지는 파업 등의 강경 투쟁을 경고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강경파로 분류되는 금융노조 출신이다. 1978년 한일은행에 들어가 1985년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외환위기 시절 금융권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주도했고, 2000년 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을 맡아 총파업을 이끌다 구속되기도 했다. 경력으로만 보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보다 한참 선배인 셈이다. 지난해 그가 위원장에 당선되자 한국노총도 투쟁 노선을 걷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첫 기자간담회 때 그는 자신을 합리적이고 온건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시대가 변한 만큼 노총의 투쟁 방식도 변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당선 이후 그는 “노총은 노총다워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노동자들이 ‘조끼’를 떳떳하게 입고 다니는 시대다. 노조의 조끼를 투쟁의 상징이 아니라 대화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것. 지금 민주노총이 빠져버린 ‘투쟁의 악순환’과 ‘투쟁을 위한 투쟁’도 거부한다.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시청 앞 광장에 10만 명을 모으는 것보다 그에겐 더 중요하다. 그랬던 김 위원장이 최근 오랜만에 ‘투쟁’에 나섰다. 노동개혁 5대 입법이 폐기돼야 한다고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특히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2→4년)과 파견 확대는 노사정(勞使政) 합의가 되지 않은 만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한데 투쟁 장소가 조계사도, 서울광장도, 청와대도 아니다. 국회 앞이다. 집회 인원은 단 한 명, 김 위원장 본인이다. 노동개혁 입법 저지를 목표로 지난달 30일부터 10일 넘게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는 84만 명(정부 집계)의 조합원이 있다. 이 가운데 4분의 1만 집회에 참석시켜도 서울광장을 꽉 채울 수 있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써서 총파업도 할 수 있다. 한국노총이 총파업에 들어가면 금융과 공공서비스는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이라는 카드도 있다. 내부 강경파의 반발을 잠재우고, ‘노동 정치’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1인 시위 말고도 이렇게 많다. 현재 그는 철저히 고립돼 있다. 정부 여당은 입법을 압박하고 야당은 분열돼 있으며 내부에서도 노사정 대타협 파기 요구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카드를 버리고 1인 시위를 택했다. 노사정 대타협의 정신도 끝까지 지켜 보겠다고 한다. 1인 시위의 효과는 크지 않다. 언론도 첫날만 주목하다 이내 잊어버렸다. 김 위원장의 주장이 틀릴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투쟁’이 돋보이는 건 꼭 한상균 위원장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면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동개혁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오늘도 ‘바위처럼’ 국회 앞에 서 있을 김 위원장의 ‘투쟁’을 응원한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에 대한 체포가 임박하면서 민주노총의 앞길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현 지도부가 강력히 밀어붙였던 ‘노동 개악(改惡)’ 저지 투쟁이 일단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거센 내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영장을 집행하는 즉시 모든 사업장을 동원해 전면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현 지도부가 올해 두 차례 이끌었던 총파업이 조합원들의 외면 속에 사실상 무위로 끝난 점이 변수다. 현대차지부 등 핵심 노조마저 총파업을 거부하거나 참여하더라도 집행부 등 극히 일부만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파업 역시 지도부와 현장 집행부만의 ‘정치 파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현 지도부의 투쟁 방식에 대한 내부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조합원 직접선거로 당선된 한 위원장의 리더십과 투쟁 방식에 대한 비판이 그동안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쌍용차 파업을 이끈 상징성과 대중성은 크지만 고차원의 ‘노동 정치 방정식’을 풀어 본 경험은 적다는 지적을 줄곧 받았다. 노사정(勞使政) 협상 등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오로지 투쟁을 하는 노선에도 적잖은 거부감이 있다. 현 지도부에 대한 이런 불만이 해묵은 정파 갈등과 엮이면서 ‘노선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대로 당분간은 조직이 똘똘 뭉쳐 대정부투쟁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위원장의 신변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모든 정파가 뭉쳐 대정부투쟁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정부와 대화에 나서자는 주장이 소수인 만큼 당분간은 정파와 상관없이 다시 한번 ‘투쟁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은 대정부투쟁에 집중하겠지만 여론이 더 등을 돌리면 사회적 대화를 요구하는 내부 주장도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자칫하면 묻힐 수 있는 노동 이슈를 발굴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해 왔다. 그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환기한 것은 ‘공(功)’이다.”(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올해 20주년을 맞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공은 결코 작지 않다. 민주노총의 성장은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궤를 같이한다. 노동자들의 고충을 조직화하고 체계적으로 이슈화하면서 노동계를 사회적 대화의 ‘파트너’로 올려놓은 것도 민주노총의 성과다. 특히 민주노총이 없었다면 비정규직 문제가 이만큼 공론화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정규직’이란 말 자체를 민주노총이 처음 만들었다.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12만 명을 끌어안은 것도 민주노총이다. 불법 파견,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이슈도 끊임없이 제기해 이들의 처우도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 박지순 교수는 “비정규직과 사내 하청 문제를 거론하면서 노동운동의 지평을 넓힌 것이 대표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 청년, 비정규직에게 외면받는 노조 그러나 민주노총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에 발목이 잡혀 비정규직을 외면해 왔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올해 8월 민주노총은 간부 463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민주노조 운동 과제의 실현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 철폐’는 1.94점(5점 만점)으로 최하위였다. 민주노총 스스로도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데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상시·지속적 업무는 무조건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런 민주노총을 청년들도 외면한다. 앞으로 10년간 약 25만 명의 조합원이 퇴직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규직 일자리가 하늘의 별 따기인 청년들이 얼마나 들어올지는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여기에 기존 조합원들이 나이가 들면서 조직 자체가 고령화되고 있다. 양대 노총을 모두 거부하는 ‘제3지대’(상급단체 미가맹 노조)도 급속히 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 소속 민주노총 조합원의 지난해 평균 월급은 424만 원으로 근로소득 상위 10%(535만 원)의 80% 수준이었고, 전체 근로자 평균(341만 원·100인 이상 사업장)보다도 83만 원이 많았다. 특히 전체 임금근로자(100인 미만도 포함)의 평균 연봉은 3240만 원(월 평균 270만 원)에 그쳤지만 현대차는 9700만 원(월 평균 808만 원), 공무원은 5600만 원(월 평균 466만 원)이었다. 여기에 조합원 자녀를 특채시키는 ‘고용 세습’과 특정 노조가 일감까지 독점하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 한 민주노총이 비정규직과 청년을 대변하기란 어렵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대기업의 근로조건과 임금 보호에 집중하다 보니 미조직 노동자나 중소기업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며 “특히 비정규직 등 조직화의 사각지대에 무관심했고, (청년 등) 취약근로계층을 위한 조직화에도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파 갈등 넘어 청년, 비정규직 속으로 민주노총이 비정규직과 청년들을 대변하지 못한 것은 뿌리 깊은 정파 갈등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민주노총은 크게 △국민파(NL·민족민주) △중앙파(PD·민중민주) △현장파(PD) 등 3개 정파가 있다. 가장 ‘오른쪽’에 속하는 국민파는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권영길 전 위원장 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단병호 전 위원장 등이 속했던 중앙파는 ‘중도’로 볼 수 있다. 반면 한상균 현 위원장이 속한 현장파는 민주노총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정파로, 총파업 등 전투적 노동운동을 추구한다. 이런 정파 갈등은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두고 1980년대 진보 진영에서 벌어졌던 ‘사회구성체 논쟁’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과 청년들의 고통이 현실화된 상황에서도 정파 갈등이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는 것. 이런 흐름에서는 조직의 협상력과 영향력을 높일 전략을 고민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제 민주노총이 ‘성인’다운 책임감과 개혁성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정규직과 청년을 더욱더 대변하고, ‘내셔널센터’(산별노조의 전국 중앙조직)로서의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파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헤게모니 싸움으로 변질된 것은 문제”라며 “정파 스스로 성찰을 하고, 정파 간 연합도 시도하는 등 ‘노조 정치’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민주노총을 끊임없이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규식 노사정위 수석전문위원은 “헌법에 의해 단결권을 가진 민주노총을 악마로 몰고 깨부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립시킨다고 해서 없어지지도 않는다. 정부도 대화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