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지침, 사전협의 무시” vs “초안일 뿐”… 일반해고 등 2대 지침 초안 공개 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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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합의문에 대한 정부, 노동계의 해석 차이
노사정 합의문에 대한 정부, 노동계의 해석 차이
정부가 30일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 초안(동아일보 29일 자 A1, 2면 보도)을 내놓기로 하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근무평가 점수가 낮다고 바로 저성과자로 분류하는 것을 금지하고 저성과자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퇴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일반해고에 대한 안전장치를 깐깐하게 만들었음에도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계와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어렵게 이뤄진 9·15 노사정 대타협이 파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반면 정부가 노동계와 협의해서 최종안을 만든 뒤 시행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어 어렵게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노동계의 반발 이유는 노사정 대타협 합의문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다. 당시 노사정 대표들은 최대 쟁점이었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하는 지침을 만들자고 극적으로 합의했다. 다만 합의문에는 ‘정부는 지침을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노사정이 공동으로 지침을 만들되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

이 문구를 두고 노동계는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계가 배제된 것은 합의 파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초안이라 해도 이해당사자인 양대 노총이 참석하지 않는 밀실 토론회에서 공개하는 것은 분명 합의 파기 행위”라며 “초안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23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정부가 초안 공개 등을 거쳐 시행까지 밀어붙인다면 노사정 합의를 파기하기로 의결했다. 지침 초안이 공개되는 30일에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규탄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돼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노동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거나 지침이 시행되면 내년 1월 8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초안은 초안일 뿐 확정된 안이 아니다”는 태도다.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만든 다음에 시행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것. 다만 이미 이달 중순부터 협의를 요청했음에도 노동계가 협의를 거부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초안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2월 중순부터 공식, 비공식적으로 노동계에 여러 차례에 걸쳐 협의를 요청했지만 임시국회 이후에 하자는 답변만 받았다”며 “무작정 뒤로 미룰 수는 없어서 일단 초안부터 공개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초안 공개를 강행하는 것은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임시국회 통과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총선 때문에 임시국회가 다시 열리기 어려워 이번에 입법을 못 하면 노동개혁은 좌절된다”며 “노동개혁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해 지침이라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의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침의 초안만 공개할 뿐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노동계가 계속 협의를 거부할 명분은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특히 노사정 대타협의 당사자인 한국노총의 태도가 주목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노동#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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