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유성열]주휴수당은 법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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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6030원, 월급 126만270원(주 40시간 근무 기준)이다. 어딘가 좀 이상하다. 최저임금을 일당으로 환산하면 4만8240원, 주급은 24만1200원(6030원×40시간)이고, 월급은 104만8014원(24만1200원×4.345주)이다. 한 달은 평균 4.345주(365일÷12개월÷7일)이기 때문에 월급을 산출할 때는 주급에 4.345를 곱한다. 이렇게 계산한 월급은 고시된 금액보다 21만2256원이나 적다. 정부가 잘못 계산한 것일까.

비밀은 주휴수당에 있다. 정부가 고시한 최저임금 월급에는 주휴수당 21만2256원이 포함됐다. 근로기준법상 하루 3시간 이상, 1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유급휴가 하루가 발생한다. 근로자가 이 휴가를 쓰지 않으면 사업주는 수당으로 보상해야 한다. 주휴수당은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한 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는 과태료, 검찰 고발 등의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주휴수당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12월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생(1345명)과 사업주(232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각각 44.3%, 60.3%가 주휴수당을 모른다고 답했다. 주휴수당을 알더라도 근로계약상 ‘을’인 근로자가 ‘갑’인 사업주에게 대놓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주휴수당을 요구하면 아예 채용이 안 되거나 해고당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중소 상공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휴수당까지 요구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최저임금은 올해 사상 처음 6000원대를 돌파했고, 인상률(8.1%)도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최저임금이 시급으로만 고시돼 주휴수당을 요구하기가 더 어려웠다. 막상 주휴수당을 요구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계산하기가 너무 복잡하다. 이 점을 악용해 주휴수당을 뺀 월급을 주면서도 최저임금을 지켰다고 생색을 내는 사업주도 적지 않다.

정부가 올해 시급과 월급을 함께 고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예 주휴수당이 포함된 월급을 고시해 이보다 적게 주는 사업장은 불법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 40시간 미만 근로자는 근로시간에 비례해서 월급을 계산하면 된다. 나름의 묘안이지만,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릴 수 없으니 주휴수당이라도 제대로 받도록 하자는 궁여지책이다.

9·15 노사정대타협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개혁은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의 양보를 전제로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대신 비정규직과 청년 등 취약계층의 안정성을 높여 보자는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고쳐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휴수당 등 이미 마련된 법을 확실히 지키는 것도 중요한 노동개혁이다. 고용부가 올해 말 발표할 주휴수당 실태조사에서는 법 위반 사업장이 한 곳도 없길 기대한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
#주휴수당#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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