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의약 전공자 아니면 대학 나와도 취업 ‘바늘구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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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 첫 발표… 10년간 80만명 취업 못할 수도

5년 전 명문대 철학과를 졸업한 A 씨(32)는 현재 취업준비생이다. 토익 점수와 학점 등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갖추고 대기업에 도전하고 있지만 합격을 하지 못했다. 그는 “전공이 철학이라서 기업들이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공무원 시험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 상경·사범·인문계열 졸업자 구직난 극심할 듯

학력 인플레로 대학 졸업자가 넘쳐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79만3000명(전문대졸 포함)이 일자리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인문, 상경, 사회, 사범계열은 수요 자체가 적어 극심한 구직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이는 반면 공학, 의약계열은 인력난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일자리 미스매치’ 역시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15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2014∼2024년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을 보고했다. 전망에 따르면 2024년까지 대학 졸업생(전문대졸 포함)은 총 474만7000명이 배출되지만, 필요 인력은 395만4000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현 대학 정원과 인력 공급 및 수요 추세의 변화가 크게 없다면 단순 계산으로 10년간 대졸자 32만2000명, 전문대졸자 47만1000명 등 총 79만3000명이 일자리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4년제 대학 전공계열별로 따져보면 사회(21만7000명), 사범(12만 명), 인문계열(10만1000명)의 인력 과잉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회 계열은 앞으로 10년간 약 84만 명의 졸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반면 구인 수요는 62만3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범 계열도 같은 기간 18만2000명의 졸업자가 배출되지만 이 가운데 6만2000명만이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자연계열도 5만6000명이 초과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학계열(21만5000명)과 의약계열(4000명)은 인력이 오히려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부 전공별로는 상경(경영·경제 12만2000명), 중등교육(7만8000명), 사회과학(7만5000명) 순으로 인력이 남아돌 것으로 예측됐고, 기계·금속(7만8000명), 전기·전자(7만3000명), 건축(3만3000명) 등은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대에서도 사회과학(15만3000명), 생활과학(11만2000명), 음악(8만 명) 등의 전공에서 공급 과잉이 심각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부는 “기업, 공공부문 등에서 앞으로 필요한 인력 수요에 비해 인문사회계열 대졸자가 지나치게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공학계열은 제조업 고도화와 기술 발전 등에 따라 설계, 엔지니어링, 연구개발 부문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을 조사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직, 전직 등 노동시장 내의 ‘이동성’을 변수에서 제외하고, 공급과 수요만 고려한 것이라 향후 10년간 대졸 실업자(전문대졸 포함)가 8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현석 고용부 노동시장분석과장은 “정부의 정책적 대응과 대학 구조개혁 등 노력에 따라 실제 수치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신직업 17개로 일자리 영토 확장

고용부는 국내에 아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새 직업 17개를 정부가 적극 육성하는 ‘신(新)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외국 등에서 이미 정착이 돼 국내에서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직업 위주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기업재난관리자, 의약품규제과학전문가, 주택임대관리사, 레저선박전문가, 대체투자전문가, 해양플랜트 기본설계사 등 6개 직업은 △특성화 대학원 지정 및 지원 △인턴십 △전문가 인증 프로그램 △전문가 양성기관 지정 등을 통해 정부가 직접 육성할 방침이다. 또 방재전문가, 미디어콘텐츠 크리에이터, 진로체험 코디네이터, 직무능력평가사, 3D프린팅 매니저, 상품·공간 스토리텔러 등 6개 직업은 자격 신설 등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해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P2P대출 전문가, 의료관광경영 상담사, 크루즈 승무원, 테크니컬 커뮤니케이터 등 4개 직업은 이미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는 상황이라 정부가 홍보 등을 도울 계획이다. 현재 비의료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타투이스트(문신시술가)도 합법화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등에 나설 계획이다. 17개 신직업의 자세한 내용과 추진 계획은 고용부 홈페이지(www.moe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대학#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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