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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기술펠로 △검색DB관리랩장 김원용 △NBP IT서비스센터 수석부장 박기은 △지도지역서비스개발랩장 박민식 △동영상서비스개발랩장 장준기 △문서수집랩장 정주원 △NBP 보안분석팀장 조상현}

“저희 기술로 만든 건 사실이죠. 그래도 그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디스트릭트 관계자) 지난 주말 서울 동대문에 빅뱅, 싸이 등 케이팝 스타들의 공연을 홀로그램 기술로 실물처럼 구현해 보여주는 홀로그램 전용 공연장이 세계 최초로 문을 열었다. 신문과 방송을 가리지 않고 국내 여러 매체에 보도돼 큰 관심을 끌었다. 이 공연장이 언론의 관심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신기해서’였다. 그간 케이팝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은 많았지만 ‘홀로그램’이라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스타의 영상 콘텐츠를 실제 모습처럼 구현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연을 구현할 수 있었던 건 지난 10년간 홀로그램, 증강현실 등 디자인과 IT를 결합한 ‘아트 테크(Art Tech)’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디스트릭트라는 중소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스트릭트는 홀로그램을 아는 이조차 거의 없던 2004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을 거듭해 한때 삼성전자, 티파니, 펜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 론칭 쇼를 도맡을 정도로 이 분야를 선도한 기업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디스트릭트에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케이팝 홀로그램 공연장에 대한 보도자료는 공연장 건립 자금을 댄 미래창조과학부와 KT 등 두 군데에서 나왔는데, 모두 자기홍보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총 투자비 93억 원 가운데 10억 원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장장 4페이지에 걸쳐 미래부의 ‘업적’을 홍보했다. 하지만 그 중 디스트릭트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단지 ‘디스트릭트’라는 단어만 관련 사업자로 2번 언급했을 뿐이다. 3페이지에 걸친 KT의 홍보자료 역시 마찬가지였다. KT는 이번 일을 ‘중소기업과 함께한 창조경제 사례’라고 자평하면서도 정작 해당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이 함께하는 사업에서는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융합 콘텐츠를 창조경제 시대의 유망 수출 사업이라고 꼽는다. 콘텐츠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 정부와 대기업이 진정으로 국내 융합 콘텐츠 사업을 지지하고 키우고 싶다면 혼자만 나설 게 아니라 업계에 있는 ‘작은 거인’들도 함께 빛내줘야 하지 않을까.임우선·산업부 imsun@donga.com}

‘내가 좋아하는 한류 스타의 생생한 공연을 매일 눈앞에서 본다.’ 국내 홀로그램 영상 기술로 빅뱅, 싸이, 2NE1 등 K팝 가수들의 공연을 실제와 똑같이 구현해 보여주는 ‘K팝 홀로그램 상설 전용 공연장’이 18일부터 동대문에 문을 연다. 관광업계 등에서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좋은 볼거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KT와 YG엔터테인먼트, 디스트릭트가 합작해 세운 홀로그램콘텐츠 투자배급회사 ‘NIK(Next Interactive K)’는 16일 서울 중구 을지로6가에 위치한 롯데피트인 내 K팝 홀로그램 공연장 ‘클라이브(Klive)’에서 첫 언론 리허설을 했다. 이날 공개된 공연장은 1650m²(약 500평) 크기로, 관객 300명이 동시에 스탠딩 형태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전면과 측면 벽에 특수한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암흑 속에서 홀로그램을 쏘면 홀 전체가 공연장으로 변하는 느낌이다. 14.2채널의 서라운드 음향시스템을 적용해 음질도 실제 콘서트장 못지않다. 무대에 등장하는 한류스타의 형상은 모두 실제와 똑같은 크기로, 자신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공연을 한다. 공연 중간 중간엔 실제 댄서들이 나와 홀로그램 영상으로 구현된 한류 스타들과 군무를 추는데, 어디까지가 실물이고 어디까지가 영상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홀로그램 기술과 연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NIK관계자는 “그간 네 차례 정도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공연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며 “동대문은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코스인데도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클라이브 개관은 관광객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연장에는 KT가 투자한 83억 원과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한 10억 원 등 총 93억 원이 투자됐다. YG엔터테인먼트는 한류 콘텐츠 공급을 담당했고, 홀로그램 기술 개발사인 디스트릭트는 공연장 제작 및 영상 구현을 맡았다. NIK 측은 “현재 YG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외에도 DSP미디어, F&C엔터테인먼트 등 한류 연예기획사의 콘텐츠를 공연장에 올리기 위해 논의 중”이라며 “앞으로 빅뱅, 2NE1 외에도 레인보우, 씨엔블루 등 다양한 한류 스타의 공연이 계속 추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IK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원활한 티켓 구입을 위해 하나투어, 모두투어, 한진관광, 롯데JTB, HIS코리아, 코네스트 등 국내 대표 여행사와 티켓 판매 제휴를 체결했다. 공연은 3월부터 하루에 8회 진행된다. 티켓 가격은 약 3만3000원 선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3월 이전까지 하루 3번, 장당 1만5000원에 공연이 진행된다. 내용에 차이는 없다 NIK는 “앞으로 명동과 제주에도 공연장을 추가 건립할 예정”이라며 “일본, 중국, 동남아 등 해외에도 공연 플랫폼을 수출하기 위해 현지 사업자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규동 인턴기자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4학년}
데이터 사용으로 인터넷망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포털 및 콘텐츠 제공업체에 높은 망 이용료를 물리고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길이 미국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도 유무선 인터넷망 제공업체와 콘텐츠 제공업체 간에 비슷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은 14일 미 1위 이동통신사업자이자 망 제공업체인 버라이즌이 2011년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버라이즌의 손을 들어줬다. 버라이즌은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 제공업체를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FCC의 오픈 인터넷(망 중립성)원칙은 폐기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법원은 “인터넷망 제공업체는 통신법에 따른 ‘공공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오픈 인터넷망 원칙을 적용하면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버라이즌 등 이동통신사업자와 컴캐스트 등 유선 인터넷망 업체들은 망 구축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구글 같은 포털업체,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츠 제공업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메신저업체 등이 망의 절반 이상을 사용해 속도 및 품질 저하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판결은 인터넷망을 많이 사용하는 업체는 그만큼 비용을 치르라는 의미다. 한국에 적용한다면 KT와 SK텔레콤 등 망 사업자가 네이버와 카카오톡 등의 서비스업체에 망 사용료를 더 물리고 이를 거부하면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톰 필러 FCC 의장은 “오픈 인터넷망 정책은 누구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혁신경제 발전의 토대가 돼 왔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구글 등은 “인터넷의 자유를 침해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폭스뉴스는 미 소비자단체의 반응을 인용해 “유튜브 동영상 한 편을 보는 데 0.5달러를 내야 하는 게 현실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튜브가 동영상 유료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망 사용료를 지불하게 되면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통신업계는 이번 결정이 국내에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귀추를 주시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새로운 망 거래 질서에 대한 업계의 논의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임우선 기자}

“우리 이렇게 몇 년 애 키우다가 다시 취직해서 일할 수 있을까?” “글쎄…. 구한다 해도 마트에서 바코드 찍는 일 정도가 아닐까.” 얼마 전 대학 시절 친구 5명과 신년 모임을 가졌다. 이젠 30대 중반에 가까워져 모두 ‘아줌마’가 된 친구들이다. 그런데 이 모임에서 우리는 지난 1년 새 큰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린 분명 5명 모두 ‘직장인’이었는데, 올 들어 보니 나를 포함해 2명만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을 그만둔 3명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둘째 출산’이다. 한 친구는 필자처럼 기자생활을 하던 친구였는데 둘째를 낳고는 도저히 일과 자녀양육을 병행할 수 없어 일을 그만뒀다. 다른 한 친구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철밥통 공기업’에 다니던 친구였는데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뒀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두 번째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니 부서장이 따로 불러 대놓고 그러더라고. ‘자꾸 쉬는 당신 때문에 동료들이 힘드니 차라리 일을 그만두라’고.” 마지막 친구는 국내 굴지의 조선소에 다니던 친구였는데 직장이 있는 거제도와 친정이 있는 서울 간 거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친구는 첫째를 낳고 1년 넘게 눈물을 훔치며 주말마다 버스로 서울과 거제를 오갔는데, 둘째까지 낳고선 차마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친구는 “외국에 배 팔러 다닐 때 쓰던 영어를 이제는 유아용품 ‘직구’하는 데만 쓴다”며 “일에 쏟던 열정을 쓸 데가 없으니 괜히 나중에 애만 붙잡고 못살게 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우리도 네가 무섭다.” 애 둘을 낳고도 무리 없이 회사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십중팔구 가까이에 친정엄마가 산다. 이른바 ‘친정 효과’다. 어떠한 경제지표에도 잡히지 않지만 한국의 수많은 여성 인력을 일하게 하는 힘, 반대로 이것이 사라질 경우 상당수의 여성 인력을 시장에서 이탈시킬 수 있는 파괴적 변수, 평소 나는 이걸 ‘친정 효과’라 부른다.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엄친딸’이었던 친구들이 속속 일을 그만뒀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누구보다 좋은 교육을 받았고 남부럽지 않은 외모와 남자 뺨치는 어학실력까지 갖춘 그들이 30대 중반 즈음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환경에 부닥쳐 결국 집에 들어앉고 만다. 진짜 친정이 아니면 나라도, 회사도, 지역사회도 제대로 된 ‘친정 효과’를 제공해주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문득 북유럽을 누비며 몇백억, 몇천억 원짜리 배를 내다팔던 내 친구가 십 년 뒤 동네 마트에서 바코드만 찍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너무 아깝다. 여성 인력 활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한국 사회엔 그런 여성이 정말 많다. 이런 여성들을 일터로 흡수하는 길이 곧 한국 경제가 살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참, 혹시 아는가. 엄마들 간 사교육 경쟁도 조금은 줄어들지.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미래창조과학부는 14일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민간 부문 공동단장에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54·사진)을 위촉했다.}
정부가 국내 중소 정보기술(IT) 기업을 노린 북한발 해킹 공격이 급증하고 있다며 보안조치 강화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번 경고 메시지는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나온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9월부터 북한이 ‘초청장’이나 ‘신년 대북정책 설문조사’를 가장한 e메일을 통해 자료 유출용 악성코드를 뿌리고 있다”며 “특히 정부에 기술 장비를 납품하는 중소 IT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14일 밝혔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70여 개 중소기업이 이 같은 e메일을 받아 해킹 피해를 봤다. e메일은 주로 ‘선생님, 안녕하십니까’란 문구로 시작하는데 ‘선생님’이란 표현은 e메일을 보낼 때 국내에서 흔히 쓰지 않는 표현이다. 북한은 주로 실존하는 공공기관장이나 연구소장 이름을 사칭했으며 심지어 기자의 이름을 도용해 e메일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 이런 e메일을 열고 첨부된 ‘초청장’ 파일 등을 클릭하면 해당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부는 “피해를 본 기업들은 주로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등 주요 부처에 IT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들이었다”며 “최근 공공기관의 보안조치가 강화되자 민간 중소기업을 통해 우회적으로 공공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노벨상을 받는 ‘학자’보다 ‘노벨 같은 사람’을 키울 수 있는 공과대학으로 혁신시켜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미래창조과학부) 미래부가 13일 ‘공과대학 혁신 위원회‘를 구성해 14일 출범식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미래부가 위원회를 꾸린 것은 ‘공대를 지금처럼 둬서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최근 10년간 공대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실적을 기반으로 평가나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산업계에서 활용할 실질적 기술 및 인재 양성은 소홀해졌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이런 지적은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기업에서는 “공학을 전공한 대학졸업자들을 뽑아도 일에 쓰려면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며 공대 교육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 공대 관련 업무를 맡았던 지식경제부도 공대 혁신을 추진했지만 결과물은 없었다. 교육부도 대학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미래부처럼 당시 지경부나 산업계는 ‘공대가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 혁신에 나서기를 꺼렸고, 자신들의 ‘영역’인 대학에 대해 다른 부처가 나서서 혁신 운운하는 걸 마땅치 않게 여겼다. 그렇게 5년이 흘렀고, 그 사이 공대는 산업계와 더욱 멀어졌다. 미래부가 또다시 공대 혁신을 ‘추진만 하다 끝나는’ 용두사미 정책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관련 주체들을 힘 있게 이끌어갈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를 가져야 할 것이다. 미래부가 먼저 글로벌 산업계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선도적 정책을 수립해야 다른 부처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에 대한 확신이 있는데 타 부처 설득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통령의 힘이라도 빌리려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미래부는 이번 공대 혁신을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대학의 교수평가 방식 및 법적·제도적 측면을 광범위하게 혁신하겠다고 한다. 초등 교과과정 추가 못지않게 어려운 작업이다. 한국 경제의 앞날을 위해 이번만큼은 미래부가 끝까지 힘을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임우선 기자·산업부 imsun@donga.com}

“언젠가는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1995년 빌 게이츠의 저서 ‘미래로 가는 길’) 빌 게이츠가 예견한 그 언젠가가 현실이 되고 있다. 역사상 인간의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다가온 컴퓨터인 ‘웨어러블(몸에 걸칠 수 있는) 기기’를 통해서다. 최근 열린 가전전시회(CES)에서는 “웨어러블이 CES를 점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쏟아졌다. 애플이 올해 안에 ‘아이 워치’를 발표한다면 올해는 삼성 애플 구글 소니 LG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일제히 웨어러블 사업을 본격화하는 ‘웨어러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웨어러블 기기는 정체된 IT기기 시장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라이프 로그(life log)’ 산업을 성장시킬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일상의 기록’이란 뜻의 라이프 로그는 한 개인이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 어디로 이동했으며, 누굴 만나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으며,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 인간 생활의 모든 기록을 의미한다.● ‘빅 데이터의 금맥’ 라이프 로그 인간이 직접 몸에 걸치는 웨어러블 기기는 라이프 로그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데이터화할 수 있는 장비다. 예컨대 대표적 웨어러블 기기인 ‘핏빗포스(fitbit force)’의 경우 걸음 수 같은 개인 활동량부터 섭취·소모 칼로리 같은 식생활 습관까지 데이터화해 사용자가 한눈에 볼 수 있게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적용해 지인과의 운동량도 비교해준다. 핏빗포스는 사용자의 ‘수면 효율’까지 기록한다. 몇 시에 자서 몇 시에 깼는지, 자는 동안 몇 시에 몇 번이나 어느 정도로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센서로 측정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개인의 운동 상태나 건강을 관리하는 중요한 자료인 동시에 심지어 개인의 성생활 패턴까지 유추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전엔 전혀 구할 수 없던 새로운 차원의 라이프 로그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것이다. ● 라이프 로그로 삶의 질 향상 기대 웨어러블 기기와 라이프 로그의 사회적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 예로 핏빗포스를 홀몸노인들에게 보급한 뒤 사회복지사의 관제 모니터와 연결하면 관내 노인들의 움직임과 건강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치매 노인의 신발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하면 길 잃은 노인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라이프 로그는 의료계에서 특히 중요한 자원이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50%씩 합작해 라이프 로그를 다루는 벤처인 ‘헬스커넥트’를 세운 이유다. 백승수 헬스커넥트 사업개발본부장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한 라이프 로그는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의 생활 관리나 암 환자의 수술 후 관리 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 부를 ‘양날의 칼’ 하지만 라이프 로그 속 데이터 하나하나가 개인의 ‘속살’을 보여주는 민감한 자료라는 건 문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구글 글라스의 경우 내장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등을 통해 사용자가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모두 수집할 수 있다”며 “이런 기기가 발전할수록 개인이 길을 걷다 어떤 옷을 입은 사람에게 눈길을 줬는지, 그 시선 하나까지도 데이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는 기업들의 중요 마케팅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법과 규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웨어러블 기기와 라이프 로그 산업은 ‘삶의 질 향상’과 ‘사생활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 팔목-발목-귓속까지… 사람 몸에 더 바짝 ▼웨어러블 기기 어디까지 왔나웨어러블 기기는 현재 머리부터 귓속, 팔목, 발목, 발바닥까지 걸칠 수 있는 모든 부위에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또한 걸음수, 심박수 기록부터 식단과 수면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이프 로그를 기록한다. 스마트폰 못지않은 첨단기능을 가진 제품도 많다. 가장 보편적인 디자인은 ‘팔찌’나 ‘스마트 워치’처럼 팔목에 걸치는 형태다. 팔찌형 제품으로는 ‘핏빗포스’와 ‘조본 업24’가, 스마트 워치 제품으로는 갤럭시 기어, 페블 스마트워치, 소니의 스마트워치2가 대표적이다. 팔찌형 제품은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찰 수 있어 라이프 로그 기록 기능도 강하다. 스마트워치는 통화, 문자메시지, 음악 재생 등 스마트폰과의 연동 기능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내놓은 스마트워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달리기 속도와 이동거리를 측정하는 등 운동 기능을 특화한 것이 특징이다.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를 대표하는 구글 글라스는 지난해 5월 공개된 뒤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음성으로 문자 전송은 물론이고 사진 촬영, 길 찾기 등을 할 수 있다.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이번 조사는 미진한 부분이 있어서 기업명이나 기업별 점수는 밝히기 어렵습니다.” 8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인터넷 홈페이지 보안취약점 점검 결과 공개’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냈다. 지난해 말 16일간 △이동통신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포털사(네이버·다음·네이트) △웹하드사(파일조, 파일노리, 위디스크, 쉐어박스, 티디스크) 등 3개 분야 11개 기업의 사이트 안전도를 조사했다는 내용이었다. 미래부는 지난해 11월 “국내 인터넷 사이트의 취약점을 평가해 국민에게 알리고, 여론을 의식해 기업들이 자발적인 정보보호 조치를 취하도록 실태조사를 벌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자료는 그 결과였다. 그런데 안에 담긴 내용은 기대와 사뭇 달랐다. 사이트별 구체적 조사 결과는 없고 “이동통신사 사이트는 보안이 양호한 데 반해 포털사와 웹하드사 사이트는 보안이 취약했다”며 “기업들의 보안 투자가 절실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담겨 있었다. 왜일까. 미래부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이트의 모든 페이지를 점검했어야 하는데 시간상 그러지 못했고 점검자에 따라 실력 차가 나서 세부 점수를 공개할 경우 해당 기업이 반발할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조사 결과에 자신이 없어 평균치밖에 공개할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개별 사이트의 수준을 공개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당초 취지도 무색해진 것이었다.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의 취약 정도가 60점으로 웹하드(59점)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왔는데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라며 “포털 3사의 평균 보안인력도 12명인 것으로 나와 있는데 우리 보안팀만 해도 200명이 넘는다”고 의아해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부 결과가 잘못됐다면 평균치 역시 믿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이런 자료를 왜 발표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서 인터넷의 보안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는 박수 받을 만하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대상 기업들이 인정하고 국민도 신뢰할 수 있으려면 미래부가 더 ‘프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미래부는 ‘보안 인력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자료를 마무리했는데 정작 이 말은 미래부에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미래부는 앞으로 조사 대상 사이트를 확대해 그 결과를 매 분기 발표할 예정이다. 그 전에 반드시 보안 전문가를 풍부하게 확보해야 할 것 같다. 임우선 기자·산업부 imsun@donga.com}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본부장 권혁천 ▽본부장 △인천지역 이홍기 △경기〃 남창우 △충청〃 최영석 △동남〃 정우창 △미래전략 박문수 ▽본부장급 △호남〃 오익현 △대경〃 이강원 △강원〃 김원용 △중소·중견기업지원 이덕근 △국가뿌리산업진흥 센터소장 김정한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 이귀호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 손웅희 △국가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 〃 김택수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이광회 △산업1부장 송의달 △산업2부장 조중식 △사회부장(부국장) 김창균 △사회정책부장 강경희 △국제부장 선우정 △문화부장 이한우 △주말뉴스부장 강인선 △디지털뉴스부장 최유식 △여론독자부장 이선민 △독자서비스센터장 김홍진 △편집국 편집에디터 권태우 △편집국 선임기자 박은주 △문화부 문학전문기자 박해현 △〃 종교전문기자 김한수 △논설위원 신정록 △〃 이명진 △〃 방현철 △동북아시아연구소장 겸 비상근논설위원 지해범 △정치부 군사전문기자 겸 비상근논설위원 유용원 △사회정책부 의학전문기자 겸 비상근논설위원 김철중 △여론독자부 차장대우 겸 비상근논설위원 김윤덕 ◇KBS △TV본부장 서재석}

“이 바닥에서 20년 장사했지만 요즘처럼 시장이 난장판인 건 처음입니다. 이젠 정말 시장을 ‘리셋’해야 할 때란 생각이 듭니다.” 본보 6일자에 보도한 ‘휴대전화 보조금, 하루에도 열두 번 널뛰기’ 기사를 취재하며 1990년대 무선호출기(삐삐) 시절부터 이동통신 업계에 몸담아 왔다는 한 휴대전화 판매업자를 만났다. 그는 기자에게 판매업자의 눈으로 본 이동통신 시장 변천사를 들려줬다. 삐삐 판매업자들은 자신의 자본으로 서울 용산 지역에서 ‘공(空)기계’를 싸게 떼다가 마진을 붙여 팔았다. 전화국에서 고객들의 가입 업무를 대행해 주며 받는 수수료도 마진의 한 축이었다. 이런 담백한 시장 구조는 1997년 개인휴대통신(PCS)폰이 등장하며 바뀌었다. 판매업자가 자신의 돈으로 직접 기기를 확보하지 않고 이동통신사가 대준 휴대전화를 팔게 됐다. 그는 “가입자를 많이 끌어와야 돈을 벌고 그 실적에 따라 보조금도 달라지는 시장 구조가 이때 처음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피처폰’ 시대까지는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대당 가격이 비싸야 수십만 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만 원대를 호가하는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보조금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는 “스마트폰 갈아타기가 한창이던 2, 3년 전만 해도 대당 수십만 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챙겨 월 1000만 원, 2000만 원씩 수익을 남기는 판매업자들이 꽤 있었다”며 “너도나도 휴대전화 판매업에 뛰어들면서 ‘유령 대리점’이나 ‘호갱’(‘호구 고객’이라는 뜻의 은어)도 대량 양산됐다”고 말했다. 뒤늦게 정부가 과징금, 영업정지 등의 제재 수단을 쓰고 있지만 그는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렇게 몇 달에 한 번 단속해서는 누가 주도적으로 물을 흐리는 사업자인지 절대로 잡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 보조금 단속이 시작된 뒤 변한 것이라고는 단속이 뜸한 주말과 단속이 쉽지 않은 온라인 판매점으로 보조금이 몰린다는 점뿐”이라며 “영업정지 조치로 이동통신사를 제재해도 정작 피해는 매장 임차료 내고 직원 월급 주면서도 장사를 못하는 영세 판매업자들이 본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강국’이지만 국민이 IT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동통신 시장은 조선시대 저잣거리만도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유통 구조만 놓고 보면 ‘삐삐 시절’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임우선 기자·산업부 imsun@donga.com}

《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사상 최대 규모인 106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동통신사들이 기기당 27만 원이 넘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 이용자를 차별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거액 과징금 부과에도 시장의 혼탁함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조금 지급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2일 서울 시내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았다. 이곳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상품을 모두 취급해 3사의 보조금 동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기자는 판매점주 이모 씨의 협조를 얻어 새해 첫날 보조금 변동 내용을 직접 확인해 봤다. 그 결과 이동통신사들은 휴일이었던 1일 하루 동안 기기당 보조금 규모를 10차례 이상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한 곳이 보조금을 늘리면 한 시간도 안 돼 다른 곳이 바로 따라 올렸다. 일부 인기 기종은 반나절 동안 가격 변동 폭이 최대 29만 원에 이를 정도였다. 그에 따라 휴대전화 판매 가격도 계속 바뀌었다.● 판매점주 “우리도 헷갈릴 정도” 일반적으로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가입 형태(신규, 보상, 번호이동)나 요금제, 단말기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기자는 최근 인기 있는 휴대전화 모델 중 하나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3’(출고가 106만7000원)에 대한 보조금 변동 내용을 들여다봤다. 요금제는 월 7만 원대, 가입 형태는 이동통신사를 옮겨 가입하는 ‘번호이동 가입’을 기준으로 했다. 그 결과 갤럭시노트 3에 대해 지급되는 보조금은 30만 원∼53만 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오전 11시 12분 A통신사가 보조금을 30만 원에서 37만 원으로 올리자 30여 분 뒤인 11시 40분에 B통신사가 보조금을 43만 원까지 인상했다. 오후 1시 30분경에는 A통신사가 다시 보조금을 53만 원으로 크게 올렸고, 이에 질세라 B통신사도 오후 3시 59분에 53만 원으로 따라 올렸다. 오후 4시 10분이 되자 A통신사는 보조금을 30만 원으로 확 내리며 ‘치킨게임’에서 먼저 손을 털었다. C통신사는 이날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30만 원대 보조금을 유지했다. 판매점주 이 씨는 “보조금 변경 공지는 각 이동통신사별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내려오는데 하루에도 10차례 이상 바뀌어 우리도 헷갈릴 정도”라며 “밤낮없이 경쟁이 치열한 업계라 오후 11시에도 공지가 온다”고 말했다.● 소비자 권리는 ‘복불복’ 보조금 정책이 짧게는 한 시간 단위로 오락가락하다 보니 같은 날 같은 판매점에서 같은 기기를 골라 같은 이동통신사에 가입해도 소비자들이 치르는 값은 제각각이다. 1일 이 가게를 기준으로 보면 어떤 소비자는 갤럭시노트 3를 남들보다 최대 23만 원 싸게, 혹은 비싸게 구입하게 된다. 이 씨는 “갤노트 3 단말기를 60만 원에 주겠다고 30분 넘게 설득해서 고객을 붙잡았는데 상담 중 보조금을 줄인다는 문자가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정말 죄송하다. 가격을 잘못 봤다’며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가격 흥정을 다 했는데 보조금을 더 주겠다는 공지가 오면 차액은 판매점주의 몫이 되기도 한다. ‘왜 어제 산 친구한테는 싸게 팔고 나한테는 비싸게 파냐’고 따지는 손님도 나온다. 그는 “이러다 보니 통신시장에 신뢰라는 게 없고 소비자들도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는 복잡하다. 보조금만 해도 △단말기 제조사가 특정 모델의 점유율 상승이나 재고모델 소진을 위해 뿌리는 보조금 △이동통신사 본사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뿌리는 보조금 △이동통신사 본부·부·팀 등 하위 조직들이 가입자 유치 실적 달성을 위해 뿌리는 보조금 등으로 다양하다. 여기에 판매점주가 얼마만큼의 이익을 남기느냐에 따라 가격이 또 달라진다. 이 씨는 “한 골목에서도 가게마다 휴대전화 판매 가격이 다 다르다”며 “방통위가 단속으로 보조금 구조를 바로잡겠다고 하지만 단말기 출고가격 자체가 인하되지 않고서는 보조금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지난 한 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정책 중 최악의 정책은 무엇일까. 총 40명의 응답자 중 27명으로부터 표를 얻어 압도적 ‘최악’으로 꼽힌 정책은 ‘뜬구름 잡는 창조경제’였다. 2위는 ‘세수 메우기를 위한 기업 세무조사’(16표), 3위는 ‘국가정보원 개혁’(15표)이었다. 창조경제는 △개념의 모호성 △불투명한 비전 △대국민 홍보 실패 등을 이유로 반수가 넘는 응답자들이 최악의 정책이라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대부분의 정부부처들이 내놓는 정책마다 ‘창조경제를 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말 그대로 의례적인 수식어에 그쳤고 깊은 관련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들조차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설명하지 못한다”며 “국회에서는 ‘박근혜의 창조경제’가 ‘안철수의 새로운 정치’, ‘김정은의 속마음’ 등과 함께 한반도의 3대 미스터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고 꼬집었다. 현재 창조경제란 목표와 관련해 나온 ‘가시적’ 정책성과는 국민 아이디어 사업화 사이트인 ‘창조경제타운’과 몇몇 벤처 지원 플랫폼뿐이다. 대통령이 경제정책 기조로 취임 전부터 창조경제를 강조해 온 것을 생각하면 초라한 성과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창조경제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이를 구현할 주무부처인 미래부의 예산과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대통령이 나서 창조경제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수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기업 세무조사에 나선 것도 최악의 정책으로 꼽혔다. 낙관적인 경제전망으로 수조 원의 세수 구멍이 생기자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조세 정의’를 바로잡겠다던 취지가 단순히 세수 목표를 맞추기 위한 징세 강화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세정(稅政)의 초점은 고소득 자영업자나 고액 자산가들의 탈세를 바로잡는 데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역외탈세 적발, 가짜석유 근절 등 정부가 내세웠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으로는 2조7000억 원의 세수 확대 목표를 채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세수 확보를 위해 지방 국세청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 세무조사가 강화됐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5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부과액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한 전직 간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데도, 이를 세수와 연계한 것부터 잘못”이라며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이 부진하니 결국 이를 기업 세무조사로 메우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수 부족 사태는 증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부가 8월 내놓은 세법개정안에서 근로소득자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중산층 부담이 늘어나게 되자 “증세 없는 복지라는 공약이 깨졌다”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국정원 개혁을 둘러싼 논란 역시 현 정부의 발목을 잡은 정책으로 꼽혔다. 일명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검찰 수사로 확대되면서 논란이 증폭됐고, 검찰-법무부 장관 갈등설,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의혹까지 낳으며 1년 내내 진흙탕 정국이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 논란은 국내정보관(IO)의 정부기관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법이 1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겨우 일단락됐다.임우선 imsun@donga.com·문병기·최창봉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일을 가장 못한 장관’으로 꼽힌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공통점은 ‘리더십과 돌파력의 부족’으로 요약된다.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정권 첫해에 추진력이 부족한 장관들을 기용해 정부 스스로 실적을 올릴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정 능력 부족으로 위기 자초 이 중 경제 장관들은 대체로 학자 출신이거나 현 부총리처럼 공무원 출신이라도 오랜 기간 연구소에 몸담은 이력을 갖고 있다. 현 부총리는 재임 기간 중 부처 간 조정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낸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7월 부동산 경기를 살릴 주요 정책인 취득세 인하 문제를 놓고 부처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을 때였다. 당시 취득세 인하로 줄어들 지방세수를 놓고 안전행정부와 국토교통부가 갈등을 빚는 동안 현 부총리는 이를 적절히 조정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라”고 질책하고서야 움직였다. 경제민주화 입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작년 상반기 내내 이어졌지만 지난해 6월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그제야 과도한 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 부하 직원들조차 불신 “장관이 답변하는데 의자를 뒤로 젖히고 듣는 태도는 뭡니까.” 지난해 10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장에서는 난데없이 ‘경청 태도’에 대한 질타가 나왔다. 최규성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은 배석한 해수부 공무원들을 질타한 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제발 공무원들에게 휘둘리지 마세요”라고 충고했다. 윤 장관은 이처럼 지난해 4월 임명된 뒤 끊임없이 “조직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다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부활한 해수부가 아직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조직이 하나로 뭉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9월 북극항로를 통해 화물을 운송한 ‘북극항로 개척’을 최대 성과로 내세우지만 이마저 현대글로비스 한 곳만 참여해 모양새를 구겼다.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던 북태평양수산위원회(NPFC) 사무국은 결국 9월 일본이 차지했다. 미래부 최문기 장관의 단점은 ‘존재감’이 약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의지를 갖고 만든 ‘창조경제의 주무 부처’인데도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미래부가 뭐 하는 부처인지 모르겠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미래부의 한 공무원은 “부처 특성상 다른 부처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일이 많지만 실질적 권한이 크지 않다 보니 아이디어가 있어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장관 필요” 방하남 장관은 정부와 노조 사이에서 청와대의 뜻을 전달하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노동부처 장의 중요한 역할인 조정 및 중재 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연말의 철도노조 파업 때도 마찬가지였다. 파업이 한창 때인 지난해 12월 23일 국회에 출석한 방 장관은 “경찰의 민노총 진입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법무 및 검찰 조직의 혼돈을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피하지 못했다. 대표적 공안통 검사 출신인 황 장관은 국정원 댓글 사건 처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6월 공직선거법 적용 여부를 놓고 검찰 지휘부와 불협화음을 내더니 급기야 지난해 10월에는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특별수사팀장)이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부분적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는 ‘좁은 미래’가 아니라 종합적인 시각을 토대로 ‘넓은 미래’를 그릴 줄 아는 장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임우선·이성호 기자▼ 대북 중심잡고… 책임장관으로 정책 돌파 ▼상위 5명 무엇을 잘했나박근혜 정부 1년간 가장 잘한 장관으로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24표)이 올랐다. 창설 이래 두 명의 대통령을 모신 첫 국방부 수장인 김 장관은 유례없이 강했던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선 강골무인(强骨武人)으로서 국민에게 신뢰감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2위로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18표), 3위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12표) 순이었다. 이들 세 사람은 박 대통령의 강한 신뢰를 받는 ‘실세 장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11표)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10표)이 뒤를 이었다.○ 강력한 메시지로 대북정책 중심 잡아 김병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장관에 유임된 김관진 장관이 현 정부 최고의 인사로 꼽힌 것은 북한의 위협이 크게 기여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인 지난해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 개성공단 출입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장관은 강력한 대북억제 태세를 유지하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과 장성 인사를 놓고 충돌했고,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북한이 도발하면 ‘원점 타격’은 물론이고 후방기지와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큰 신뢰를 줬다.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도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는 것은 ‘김관진 효과’란 말이 나왔다. 김 장관은 대북관계에서도 원칙을 강조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차분하지만 단호한 대응’이라는 정부 기조를 구체화했다. 김 장관은 1일에도 북한 도발에 대비해 “우리의 능력과 태세를 시험하고자 한다면 멸망을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2년 차를 맞아 김 장관의 수명이 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0년 12월부터 3년간 국방부를 이끌며 업무 피로도가 누적됐으며 본인 스스로도 물러날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역시 ‘막무가내’ 북한에 맞서 원칙과 소신을 지켰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정책학)는 “북한 변화에 흔들림 없이 대처했고 신뢰프로세스에 입각해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북정책의 주무 부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침’을 훌륭하게 수행했지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창의적 대북정책 수립에서는 다소 역량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 찾아 2, 3위에 오른 조윤선 장관과 유정복 장관은 대통령만 바라본다는 비판을 받는 장관들과는 달리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나서 그나마 ‘책임 장관제’의 취지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장관은 예산도 인력도 적은 ‘미니 부처’를 맡았지만 적극적인 활동을 보였다. 지난해 5월 프랑스 국제만화제와 10월 유엔총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여성고용 정책을 협의하기 위해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IMF)을 직접 방문하고 △미혼모 지원 △성범죄 예방 분야에서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들과 21건의 협력사업을 추진했다. 다만 그가 ‘최고의 장관’ 2위에 오른 배경엔 상대적으로 정치적 논란이 될 만한 현안이 없었고,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좋았던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인 정부 3.0을 1년 만에 궤도에 안착시켰다. 그는 정부민원포털에서 각종 민원서류를 모두 열람, 발급할 수 있게 개선하고 범죄나 재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역을 표시한 생활안전지도 구축에 나섰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의욕적으로 업무를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국제학)는 “부동산 장기침체 문제를 풀기 위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시도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철도노조 파업 사태와 관련해 치밀한 대응 전략 없이 KTX 자회사 설립을 밀어붙여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최창봉 ceric@donga.com·배혜림 기자}

“아, 정말 속 쓰린 한 해였습니다.” 이동통신업체들이 2013년을 돌아보며 꼭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과징금 이야기입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올 한 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총 1790억2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과징금 규모는 날로 커져 3월 조사에서는 53억1000만 원, 7월에는 669억6000만 원이었습니다. 12월에는 106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처음으로 1000억 원대를 돌파하기도 했죠. 과징금은 매출에 비례하기 때문에 3사 중 가장 많은 과징금을 낸 SK텔레콤은 올해 전체 당기 순이익 중 한 달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 과징금으로 날아갔습니다. 방통위는 “계속되는 단속에도 여전히 시장이 혼탁하다”며 “유례없는 과징금 부과를 통해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 방침이 발표된 이후에도 여전히 시장에서는 기기당 최고 80만 원에 육박하는 기기 보조급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은 “이 시장은 빼앗지 않으면 내가 죽는 시장이기 때문에 아무리 과징금을 때려도 그때뿐이지 변하지 않는다”며 “한 회사에서 보조금을 올리면 4∼5시간 안에 다른 회사도 바로 따라 간다”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누가 진짜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지 가리려면 어느 회사가 먼저 보조금을 올렸는지 매일 조사해 즉시 제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방통위가 3∼6개월 단위로 조사하다 보니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효과가 없는데도 과징금만 계속 올리는 건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들립니다. 현재의 과징금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는 방통위 내에서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최근 열린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은 “현재 조사 인원이 너무 적고 주도 사업자 산정을 위한 변별력을 갖추는 데도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과연 깨끗한 통신시장은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요. 새해에 정부는 효과적인 제재 방안을 찾고, 이동통신업계는 보조금 대신 품질과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를 유지할 수 있는 묘책을 마련하길 기대해 봅니다.임우선·산업부 imsun@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사상 최대 규모인 1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에 560억 원, KT에 297억 원, LG유플러스에 207억 원 등 이동통신 3사에 총 106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제재안을 의결했다. 당초 방통위는 시장 혼탁을 주도한 사업자 1곳에 대해 신규 가입 영업정지 등 강력한 본보기 처벌을 내릴 방침이었지만 벌점이 가장 높은 SK텔레콤과 2위 KT의 점수 차가 1점밖에 나지 않아 영업정지 처벌은 안 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5월 17일∼7월 16일(61일), 8월 22일∼10월 31일(71일) 등 기간에 불법 보조금 판단 기준인 27만 원을 초과해 보조금이 지급된 사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동통신 3사는 기기당 평균 41만4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평균 보조금 액수, 위반율이 높은 날짜 수, 27만 원을 초과해 보조금을 지급한 비율 등 6개 지표로 평가한 결과 SK텔레콤의 벌점이 73점, KT가 72점, LG유플러스가 62점 순이었다”며 “1, 2위 간 점수차가 1점에 불과해 ‘과열주도 사업자’는 선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KT는 “1점 차라도 1위는 1위”라며 SK텔레콤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임우선 imsun@donga.com·장원재 기자}

“내년 4월 8일 이후에도 윈도 XP를 계속 사용하면 각종 바이러스나 스파이웨어, 악성코드, 해킹 등 보안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인정보 도난 우려는 물론이고 기업 기밀 유출 위험도 크다. 윈도 XP를 사용하는 기업은 바이러스의 유포지가 돼 거래처까지 보안 위협에 빠뜨릴 수 있다. 시스템 오류가 생겨도 해결할 길이 없다.”(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XP 기술 지원 종료를 100여 일 앞두고 윈도 XP의 보안 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개발사인 MS가 앞장서 XP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간 MS는 윈도 XP의 보안 결함이 발견될 때마다 보완할 수 있는 패치를 제공해 왔지만 더는 그런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컴퓨터에 다른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해 돌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OS가 가진 근본적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무너진 성곽의 구멍을 작은 방패로 막을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해커들이 이미 윈도 XP의 취약점을 노린 공격 프로그램을 만들어 쌓아두고 지원 종료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 위험이 언제나 존재하는 데다 윈도 XP 점유율(19.0%)도 미국(12.1%), 일본(11.2%), 호주(7.5%) 등에 비해 높다. 윈도 XP가 깔린 PC가 ‘좀비 PC’로 활용되는 것을 막으려면 새로운 OS를 구입해 설치하거나, PC를 인터넷에서 완전히 분리한 채 사용해야 한다. 이 가운데 현실성 있는 대안은 새로운 OS를 구입하는 것이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PC 사양 및 관련 응용프로그램을 모두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윈도 XP를 돌리려면 중앙처리장치(CPU)의 사양이 300MHz만 넘으면 되지만 윈도 8은 1GHz 이상의 CPU가 필요하다. 하드디스크 용량도 1.5GB에서 16GB로 늘려야 한다. 오피스 등 응용프로그램도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써야 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관계자는 “OS를 교체했을 때 윈도 XP에서 작성한 파일이 안 열리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MS가 윈도 XP의 대안으로 권장하고 있는 윈도 8은 윈도 XP와 인터페이스가 매우 달라 출시와 동시에 혹평을 받았으며 판매량도 몹시 부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MS 윈도의 대안으로 꼽히는 애플의 맥 OS와 오픈소스 기반의 리눅스 우분투 OS는 더욱 낯설기 때문에 국내 사용자들은 대부분 다시 MS 윈도를 선택한다. MS가 스스로 윈도 XP가 위험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윈도 XP 지원 중단을 계기로 국산 OS 개발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MS의 지원 중단으로 인한 혼란은 윈도 XP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윈도 7과 윈도 8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년 4월 8일부터 ‘윈도 XP’ 운영체제(OS)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보안업계에서 보안 대란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윈도 XP를 쓰는 국내 800만 대 이상의 PC가 ‘좀비 PC’로 해커에게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협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남은 100여 일 동안 해당 PC의 OS를 모두 교체하는 것이지만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26일 “국내외 해커들이 MS가 윈도 XP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내년 4월 8일을 ‘D데이’로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윈도 XP의 허점을 노린 악성코드가 고가에 거래되고 개인정보 도난과 기업 기밀 유출 시도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내년 4월 8일부터 윈도 XP에 대한 보안 업데이트와 버그 수정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기술 지원을 중단한다. 이렇게 되면 윈도 XP가 설치된 PC는 사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악성코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해커들의 대규모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에 활용될 개연성이 높아지게 된다. MS 측은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윈도 XP를 다른 OS로 바꾸는 것”이라며 “윈도 8 등 새로운 제품으로 OS를 교체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OS를 변경하려면 PC 자체를 높은 시스템 구성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오피스 프로그램 등 응용 프로그램도 새 버전으로 바꿔야 한다. 2001년 출시된 윈도 XP는 MS가 개발한 모든 OS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제품이다. 2010년 당시 윈도 XP의 국내 점유율은 85%에 달했고 출시 12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약 19%의 PC에 깔려 있다.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MS가 OS 지원 중단을 강행하겠다고 나서자 일각에서는 외국계 ‘공룡’ 기업의 횡포라는 불만도 나온다. 국산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OS 지원 종료가 있을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OS 주도권을 오랜 시간 외국이 장악한 상황에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2017년까지 5000명의 빅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미래창조과학부) “5000명은 고급 인력이 아니라 일반적인 데이터 관리자를 키울 때나 가능한 수다. 숫자만 내세울 게 아니라 진짜 인재를 키워야 한다.”(빅데이터 업계 관계자) ‘빅데이터’에 대한 각국의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빅데이터 분석이 각종 경제, 경영, 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다양한 산업에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12일 ‘빅데이터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하고 5년 내에 5000명의 고급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계획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7월 ‘정보 보안 인력 5000명 양성’ 발표에 이어 또다시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5000명 양성안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미래부의 육성 전략에 ‘5000명 법칙이 있다’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빅데이터 역량’ 왜 중요한가 미국의 이동통신사 T-모바일은 매일 자사의 가입자들이 만들어 내는 170억 건 이상의 통화 명세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동통신사로 옮겨 간 고객들이 이탈 이전에 특유의 사용 패턴 변화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T-모바일은 이런 고객에게 미리 맞춤형 추가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이탈 고객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처럼 산업계에서 빅데이터는 현상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그 미래에 한발 앞서 선제 대응을 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빅데이터 활용을 시도하는 기업도 SK텔레콤 네이버 등 10개 미만이다. 국내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부진한 이유로 제일 먼저 전문가 부족이 꼽힌다. 한국IBM에서 빅데이터 분석 및 최적화 사업을 총괄하는 이상호 상무는 “제 아무리 재료(빅데이터)와 도구(분석 장비)를 갖췄다 해도 요리할 사람(빅데이터 전문가)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국내 기업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문가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진정한 빅데이터 전문가란 데이터, 정보기술(IT), 분석, 비즈니스 역량을 모두 갖춘 ‘데이터 과학자’를 의미한다. 수학과 통계지식은 물론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IT 역량과 결과물을 해석할 인문·사회학적 분석 역량을 지녀야 한다.○ ‘전문가’ 두고 정부-업계 격차 커 하지만 정부의 빅데이터 전문가 교육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학생(대학원) 교육과 재직자 교육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전문가를 키운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인재 배출의 양과 질 모두 업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먼저 대학원에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 학과를 만든 충북대는 내년 2월이 돼야 11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조완섭 충북대 교수는 “진정한 빅데이터 인재를 키우려면 단과대를 넘어 여러 학문을 융합해야 하는데 학과 간 칸막이가 너무 높다”며 “국내 대학의 융합 학과는 운영상의 문제를 해결하다 힘을 다 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재직자 대상 교육은 미래부 산하 한국데이터베이스(DB)진흥원이 맡고 있다. 진흥원 교육은 2주 과정으로 올 한 해 200여 명을 교육했는데, 주로 데이터 마이닝이나 통계 기법, 오픈소스 분석 툴 등을 가르쳤다. 빅데이터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 정도는 현업의 통계 분석 전문가들이 이미 보유한 역량”이라며 “단순한 통계나 데이터 처리 교육을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 교육이라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빅데이터 전문가 같은 융합형 인재를 키우려면 대학의 단과대 칸막이를 허무는 게 가장 급선무”라며 “당장 대학에서는 이런 인재 양성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일단 재직자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빅데이터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의 경우 EMC, IBM, SAS 등 빅데이터 기술 분야 선도 기업과 유명 대학들이 손잡고 빅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한다. EMC는 경제학, 통계학, 심리학 등을 전공한 박사급 데이터 과학자로 구성된 ‘애널리틱스 랩’을 운영 중이며, IBM은 200여 명의 수학자들과 인문, 문화, 역사학자로 이뤄진 분석학 연구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IBM은 “이들은 사내 기술 개발과 동시에 고객사, 대학과도 협업한다”며 “현재 세계 1000여 개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빅데이터 전문가 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공공분야 실무자 교육도 필수 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민간 기업뿐 아니라 공공 데이터 수집과 업로드를 담당하는 현장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정부는 야심 차게 공공 데이터 개방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뭘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 예로 지방의 A시청이 공공 데이터라며 올려놓은 자전거도로 지도는 한 등산 동호회가 만든 지도인데 확인 결과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도로가 포함됐다. A시청 관계자는 “데이터 담당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현업에 바쁘다 보니 데이터 개방은 가욋일”이라며 “서무 등 보조 인력이 적당히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경쟁력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부터 주먹구구식으로 되다 보니 쓸 만한 자료는 제한적이다. 영국의 공공데이터 포털(data.gov.uk)에서 ‘범죄(crime)’란 단어를 검색하면 잘 정리된 형태의 장기 데이터가 663건이나 나오는 데 반해 국내(data.go.kr)는 47건의 단편적 자료만 뜬다.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의 산업에서 빅데이터 역량은 승자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이런 흐름에 뒤지지 않도록 고품질의 데이터와 전문가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