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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하례식에서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부그룹의 위기는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7월에만 22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이렇게 회사 사정이 어려운데도 김 회장 일가가 보유한 상장주식 평가액은 동부의 유동성이 나빠지기 시작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5년 새 갑절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재벌닷컴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 부부와 장남 남호 씨(동부제철 부장), 장녀 주원 씨 등 동부그룹 회장 일가가 보유한 상장계열사 주식 가치는 2일 종가 기준으로 1조500억 원에 이른다. 2009년 1월 2일 집계됐던 4589억 원의 2.2배 수준이다. 이 기간 남호 씨(5577억 원)와 주원 씨(1584억 원)의 보유 주식 가치는 각각 165.4%, 170.5%나 늘었다. 김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도 같은 기간 3322억 원으로, 77.3% 증가했다. 동부 관계자는 “동부화재의 주가가 2009년 2만 원대에서 현재 5만 원대로 급등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 일가는 무리한 인수합병(M&A)과 금융위기로 구조조정에 직면했던 2009∼2013년 동부 계열사들로부터 총 988억 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남호 씨가 받은 배당금이 524억 원으로 가장 컸다. 한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동부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동부는 5개 계열사 회사채의 개인투자자를 다 합쳐봐야 3400억 원 정도로 많지 않아 동양그룹 사태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동부그룹이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되지 않도록 채권 금융기관이 잘 들여다보고 있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박민우 minwoo@donga.com·정임수 기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신용카드 불법모집 신고 건수가 총 67건으로 6월 이전 월평균 11건에 비해 약 6배로 급증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달 1일부터 카드 불법모집을 신고하는 ‘카파라치(카드+파파라치)’에 대한 포상금을 기존 2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높이고 신고 기간도 60일로 연장한 결과로 분석된다. 2012년 12월 카파라치 제도가 시행된 뒤 지난달 말까지 신고된 건수는 모두 259건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별로 신한카드가 80건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49건), 현대카드(28건) 순이었다. 금감원은 카드 시장 건전화를 위해 불법 모집을 묵인한 카드사 영업점장에게 관리 책임을 묻고 영업점별로 불법 모집이 3회 이상 적발되면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또 분기마다 카드사별 불법모집 신고 건수를 공개하기로 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현대캐피탈, 24시간 고객센터 운영… 현대·기아차는 리스료 할인도 직접 구매하기보다 빌려 쓰는 ‘렌털족(族)’이 늘면서 자동차 리스의 인기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리스는 리스회사가 회사 명의로 차를 산 뒤 매달 리스료를 받고 고객에게 차를 빌려주는 방식이다. 리스 고객이 기업이나 자영업자에서 개인으로 확산된 데다 리스 대상도 고급 외제차에서 국산 중·대형 및 소형차로 확대되면서 자동차 리스 시장 규모는 연간 6조 원으로 커졌다. 리스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캐피탈은 “믿을 수 있는 차량 유지와 관리 서비스가 장점”이라며 내세우고 있다. 출고 시점의 차량을 제공하고 차량을 인도하기 전에 회사 측에서 성능 검사를 해주기 때문에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정비 서비스가 포함된 리스를 이용하면 현대·기아자동차의 2300여 개 공식 센터에서 100% 순정부품으로 정비를 받을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국내 리스업계 중 유일하게 365일 24시간 전담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리스 고객이 신차를 리스로 재이용할 경우 차량가의 1%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특히 리스 기간이 끝나기 전에 신차를 이용할 경우 기존 차에 대한 중도해지 수수료를 일부 감면해준다. 최근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를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전용 상품도 내놓았다. 현대차 그랜저HG 전용 리스는 기존 상품보다 월 리스료를 6∼10% 낮췄고 100만 원도 할인해준다. 현대캐피탈 리스 36개월, 48개월 신청 고객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차량가격이 2976만 원인 그랜저HG를 36개월 운용 리스(보증금 20%)로 이용할 경우 기존 리스료는 월 79만 원이지만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월 74만 원으로 3년간 18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100만 원 할인까지 더하면 총 280만 원이 절약된다. 또 그랜저HG, 제네시스, 싼타페 리스는 고객이 차량을 받은 뒤 13∼24개월 사이에 차량 색상, 옵션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교환을 원할 경우 자기부담금 88만 원만 내면 동급이나 상위 차종으로 바꿀 수 있다. 기아차에 대해서는 화물차와 승합차(단 카니발은 이용 가능)를 제외한 전 차종의 전용 상품을 내놓았다.신한카드, 빅데이터 분석해 탄생한 시니어 미래설계 카드 신한카드가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카드 ‘신한카드 미래설계’를 선보였다. 2200만 고객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발한 새로운 상품체계 ‘코드나인’을 적용한 세 번째 카드다. 미래설계 카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존 실버세대와 달리 경제력을 보유하고 합리적 소비와 여가생활을 즐기는 시니어를 겨냥했다. 시니어들의 이용이 많은 생활 밀착 업종의 할인 혜택을 크게 높였다. 병원(치과·한의원·동물병원 포함), 약국, 대형마트 이용금액의 5%를 월 최대 1만 원 한도 내에서 할인해준다. 또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이용금액은 5%를, 주유소 이용금액은 월 30만 원 한도 내에서 L당 60원을 할인해준다. 전달 이용실적이 40만 원 이상이어야 이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통합 은퇴 비즈니스 브랜드인 ‘신한미래설계’ 서비스와 연계한 것도 특징이다. 이 카드의 결제 계좌를 신한은행 미래설계통장으로 해두면 전달 이용실적과 상관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금액의 0.3%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또 예다함 상조상품에 가입해 이 카드로 결제하면 초기 12회 납부기간에 월 1만 원을 할인해주고 마지막 5회 납입금을 면제해준다. 연회비는 국내전용 1만5000원, 해외겸용 2만 원이다.우리은행, 통일기금에 기부하는 ‘우리겨레 통일 패키지’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정기예금 이자나 펀드 수익의 일부를 통일기금 조성을 위해 자동 기부하는 금융상품 ‘우리겨레 통일 패키지’를 선보였다. 대한적십자사와 ‘통일기금 조성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내놓은 상품으로 입출식통장, 정기예금, 펀드로 구성됐다. ‘우리겨레 통일 통장’은 기본금리가 연 0.1%인 입출식 통장이다. 추가로 연 0.5%포인트의 우대금리가 붙는데, 이 우대금리는 예금자 명의로 대한적십자사에 자동 기부된다. ‘우리겨레 통일 정기예금’은 최고 3000만 원까지 가입 가능한 만기 1년제 정기예금. 연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더하면 연 2.7%의 금리가 제공되며 만기 때 우대금리는 대한적십자사에 기부된다. ‘우리겨레 통일 펀드’는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로 운용수익의 40%가 대한적십자사에 기부된다. 우리겨레 통일 통장 및 정기예금의 우대금리 기부는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렇게 기부한 자금을 통일 관련 사업에 쓸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에 지점을 운영하는 민족은행”이라며 “이번에 국민들의 통일 염원을 담아 통일기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3인 1팀 WM솔루션팀이 맞춤 자산관리 신한은행이 신한PWM(Private Wealth Management) 고객을 대상으로 통합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WM솔루션팀을 신설했다. 신한PWM은 은행과 증권의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한 점포에서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신한은행의 자산관리 모델이다. WM솔루션팀은 금융상품, 세무, 부동산 전문가 등 3인 1팀으로 구성되며 앞으로 그룹 내 채권, 주식, 리서치 전문가들과 함께 고객별 일대일 미팅을 통해 차별화된 맞춤형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부동산 자문, 상속, 증여, 가업승계 등 금융과 부동산, 세금이 결합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WM솔루션팀의 특징이다. 국내외 개별 주식과 채권 등을 포함한 투자 포트폴리오 자문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에게도 원스톱 서비스가 제공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니즈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합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고객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기존에 개별적으로 제공하던 전문가 자문 서비스를 하나의 팀 단위로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앞면은 백범 김구 선생, 뒷면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대동여지도. 신사임당의 5만 원권과 함께 발행이 추진되다가 2009년 초 중단된 10만 원권의 도안이다. 5만 원권이 발행 5년 만에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 잔액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화폐 거래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10만 원권 발행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5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화폐 단위를 한국 경제 규모와 위상에 걸맞도록 바꿔야 한다는 리디노미네이션 요구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10만 원권도 발행해야” 한때 직장인의 비상금 수단으로 애용되던 1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는 5만 원권 발행 이후 위상이 추락했다. 10만 원권 수표의 하루 평균 결제건수는 5만 원권 발행 전인 2008년 374만2000건에서 지난해 112만9000건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서를 해야 하는 불편이 없는 데다 자기앞수표에 붙는 발행수수료 등을 아낄 수 있어 소비자들이 수표 대신 5만 원 지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거래 과정을 노출하기 싫은 고액 자산가들도 꼬리표가 붙지 않는 5만 원권을 애용한다. 사회적으로는 제조비가 지폐의 50배나 되는 수표 사용이 줄면서 연간 수천억 원의 수표 발행·유통 비용도 절감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예 10만 원권을 발행해 국민의 경제활동 편의성을 높이고 화폐 발행 비용을 더 줄이자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 규모와 1인당 소득 수준, 지급결제 관행 등을 감안할 때 최고액권을 10만 원권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1973년 발행된 1만 원권이 36년간 최고액권 자리를 지키다가 5만 원권에 자리를 내준 지 5년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최고액권인 100달러짜리(약 10만 원)가 100년 전인 1914년 발행됐다. 일본도 1만 엔권(약 10만 원)을 1958년 선보였고, 2002년 출범한 유로화는 최고액권이 500유로(약 70만 원)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5만 원권이 지하경제의 ‘검은돈’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마당에 10만 원권까지 발행하면 세금 탈루, 뇌물 수수 같은 불법 자금거래가 더 늘 수 있다고 주장한다.리디노미네이션 효과 엇갈려 10만 원권 발행과 더불어 논란이 계속되는 이슈는 화폐 액면 단위를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이다. 1962년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화폐개혁을 한 뒤 최고액권은 500원에서 5만 원으로 100배로 커졌고 국민소득은 2000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화폐 단위는 제자리다. 이러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이 반복돼왔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국은행이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지만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수단으로 화폐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리디노미네이션이 공론화되기도 했다. 찬성론자들은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맞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미 달러 환율이 1000 대 1이나 되고 1에 영(0)이 16개나 붙는 경(京) 단위를 쓰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폐개혁이 이뤄지면 장롱 속 현금을 끄집어내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에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교체 비용부터 전산시스템 교체 등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에 가격에 대한 혼란 등 계산이 불가능한 부분까지 더하면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반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3월 인사청문회에서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지금 상황에서 상당한 논란과 비용이 불가피한 화폐 단위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5만 원권 좋지. 색깔 예쁘고 크기도 적당하고.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에게 다짜고짜 “5만 원권 어떠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갖고 다니기 간편하고 큰돈 거래하기도 편리하고…. 이 근방 사람들은 다들 5만 원권 써요.” 반면 길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는 미간을 찡그렸다. “거슬러 주기 아주 불편해. 두세 명만 5만 원짜리 들이밀면 잔돈이 부족해 여간 곤란한 게 아냐. 돈 숨기려는 부자들이나 편하겠지.” 2009년 6월 23일 신사임당의 인자한 미소가 그려진 노란색 5만 원권이 처음 등장했다. 발행 첫날 한국은행 본점 앞에서 아이돌 가수의 등장을 기다리는 팬들처럼 수백 명이 밤을 새우며 따끈따끈한 신권이 나오길 기다렸다. 1973년 선보인 1만 원권을 밀어내고 36년 만에 등장한 최고액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만큼 뜨거웠다. 5만 원권이 발행된 지 만 5년. 한은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5년간 시중에 뿌려진 5만 원권 총액은 44조4767억 원(8억8953만여 장)이다. 화폐 발행 잔액을 기준으로 20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 1명당 평균 22장씩 갖고 있는 셈이다. 발행 당시 5만 원권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지하경제를 키울 것이라는 논란이 컸다. 화폐에 새겨질 초상화 등장인물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디자인 문제도 제기됐다. 5만 원권 발행 5년을 맞아 동아일보 취재팀이 5만 원권 발행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 가로 15.4cm, 세로 6.8cm의 손바닥만 한 지폐에 아로새겨진 희망과 한숨, 욕망과 환희, 웃음과 눈물을 들여다본다. ▼ 성인 1명당 22장꼴로 풀렸다는데, 내 지갑엔… ▼5만원권 만드는 데 45일 걸려… 순면 전지 하나에 28장, 140만원50만장씩 덩어리로 묶어 한은行… 경조사비 법칙 ‘3-5-10만원’서 2009년 이후 ‘5-10만원’으로 … 직장인 축의금 77%가 5만원권 경북 경산시 화랑로 140-10. 경산조폐창이라 불리는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가 이곳에 있다. 2009년 이후 시중에 유통된 9억여 장의 5만 원권은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사람으로 친다면 ‘돈 공장’인 경산조폐창은 5만 원권의 고향이다. 19일 오전 동아일보 취재팀이 경산조폐창을 방문했을 때 보안요원들은 눈빛을 번득이며 낯선 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깐깐한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치고 허락받은 범위 안에서 취재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나서야 조폐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동행한 보안요원이 복잡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지문을 갖다 대자 육중한 공장의 철문이 비로소 열렸다. 은행에서 신권을 찾을 때 나는 특유의 알싸한 ‘돈 냄새’가 코를 찔렀다.“돈으로 보이면 어떻게 일하겠어요” 5만 원권 한 장이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일. 100% 순면인 지폐용지에 홀로그램을 붙이고 도안을 새긴 뒤 각종 위·변조 방지 작업을 거치면 가로 4장, 세로 7장씩 총 28장의 5만 원권이 들어 있는 대형 전지(全紙)가 만들어진다. 전지 한 장에 찍힌 액면가만 140만 원이다. 조폐공사에서 돈은 ‘공산품’이다. 생산이 끝나면 포장을 거쳐 한국은행에 납품된다. 전지에 찍힌 28장의 5만 원권을 규격대로 자르고 띠지를 둘러 비닐포장까지 마무리하면 비로소 한은에 들어갈 5만 원권이 완성된다. 포장을 기다리는 5만 원권이 가득 쌓인 공간은 장관이다. 그야말로 돈다발 천지다. 공장에 쌓인 돈만 어림잡아 수천억 원에 이른다. 5만 원권 100장을 묶은 다발을 이곳에서는 ‘속’이라는 단위로 센다. 10속을 묶으면 5000만 원어치 1포가 만들어지고, 이를 다시 10포씩 묶어 5억 원짜리 1팩을 만든다. 조폐공사는 50팩을 묶은 250억 원어치 더미를 기준으로 한은에 납품한다. 생산 과정에서 돈다발을 집어가거나 숨기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공장 내 작업자들은 매일 출퇴근할 때 보안검사를 받는다. 구석구석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작업자들을 면밀히 감시한다. 첨단기기로 공정이 자동화돼 일련번호 순서대로 정렬되지 않은 지폐가 검수기에 들어가면 생산이 중단된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는데 견물생심(見物生心)이 없을까. 이곳에서 매일 수억 원의 돈을 만지며 29년째 일해 온 이모 씨(49)는 이런 질문에 생뚱맞다는 듯 쳐다봤다. 5만 원권 다발을 정리하던 날렵한 손놀림을 잠시 멈추고 답했다. “우리한테 5만 원권은 제품이지 돈이 아니에요. 화학약품으로 처리하는 제품을 매일 만지다 보니 다들 손이 거칠어요. 냄새가 고약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고…. 돈으로 보이면 어떻게 여기서 일하겠어요.” 사실 5만 원권 발행은 조폐공사의 수익을 크게 악화시켰다. 1만 원권이라면 5장 찍을 것을 5만 원권 1장만 찍다 보니 생산되는 지폐의 장수가 줄어든 것이다. 시중은행이 발주해 조폐공사가 생산하는 자기앞수표마저 5만 원권 출시 이후 발행량이 격감했다. 김화동 조폐공사 사장은 “5만 원권 발행 전과 비교해 제품 생산량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그 대신 상품권, 신분증카드 등 다양한 상품 제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에 상품권 제작을 맡기던 국내 유명 백화점들은 이제 조폐공사에서 상품권을 찍는다. 5만 원권 제조에 적용한 첨단 위·변조 방지 기술이 상품권 생산을 수주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래저래 5만 원권은 조폐공사를 울리고 달래는 제품이다. “사장님들은 카드보다 5만 원권 좋아해” 경산조폐창에서 태어난 5만 원권은 일련번호와 한은 총재의 직인을 받고 한은 금고에서 시장에 풀릴 준비를 한다. 사람으로 치면 출생신고를 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는 셈이다. “○○○ 고객님. 5만 원권 100장, 500만 원 출금됐습니다.” 서울 중구 동호로 KB국민은행 오장동지점. 소매가 너덜너덜할 정도로 낡은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가방에 현금뭉치를 챙겨 넣었다. 은행원의 친절한 미소 앞에서도 무뚝뚝한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은행 청원경찰은 “이 근처 고객들은 다들 저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장동은 소규모 인쇄공장과 목재상 등이 밀집한 지역이다. 소박하다기보다 허름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상업지구다. 이곳 고객을 상대하는 국민은행 오장동지점은 이 은행 전국 1188개 점포 중 5만 원권이 세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곳이다. ‘큰손’들이 활약하는 서울의 번화가인 명동 광화문 강남 등의 점포보다 5만 원권 유통량이 훨씬 많다. 김용수 오장동지점장은 “중소기업 사장, 재래시장 상인 고객들은 현금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른 점포보다 5만 원권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꼽는 5만 원권의 가장 큰 고객은 단연 중소기업. 규모가 영세할수록 현금을 더 선호한다. 대기업보다 신용도가 낮고 거래액도 비교적 적기 때문에 어음, 외상매출채권을 활용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 인근의 30m² 안팎의 소규모 공장들은 아직도 직원들에게 상여금이나 식대(食代) 등 급여 일부를 현금으로 준다. 1000만∼2000만 원 안팎의 5만 원권 현금을 쌓아 뒀다가 설, 추석 등 명절을 전후해 수천만∼수억 원을 푼다. 재래시장 상인도 5만 원권의 단골손님이다. 아직도 현금을 내는 고객에게 물건값을 깎아주고 도매상이나 산지에서 물건을 받아 올 때 현금을 지급하는 상인이 적지 않다. 고객들이 5만 원권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지역 은행 점포들은 5만 원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본점에서 5만 원권을 얼마나 받아 오느냐에 따라 지점의 실적이 좌우될 정도라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얘기다. 은행 고객들도 평소에 거래를 자주 하고 신용을 쌓아야 필요할 때 5만 원권을 넉넉히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과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쓴다. 다른 은행의 한 지점장은 “별다른 이유 없이 고액 현금거래가 발생하면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며 “평소 신용이 좋은 고객, 사용처가 믿을 만한 고객에게 5만 원권을 우선 내 준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5만 원권을 자주 찾는다. 오장동지점이 자리한 동대문시장 인근에는 국내에 체류하는 몽골인들이 모여 사는 ‘몽골타운’이 있다. 이들을 비롯해 동대문시장에서 대량으로 의류 등을 사는 이른바 ‘보따리장수’들도 현금을 선호한다. 김 지점장은 “외국인은 수표나 신용카드 등을 쓰는 게 불편해 부피가 작은 5만 원권을 주로 찾는다”고 귀띔했다. 몽골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네팔 등에서 온 보따리장수들이 자국에서 송금 받은 돈을 5만 원권으로 찾아간다는 것이다. 명동, 남대문시장 등에서 외국인을 상대하는 외화 환전상들도 5만 원권을 찾는다. 해외여행을 떠날 때 100달러, 100유로 등의 큰돈을 찾는 것처럼 외국인들도 편리함 때문에 주로 5만 원권으로 환전한다. 경조사비의 법칙, ‘5-10’으로 5만 원권 유통을 앞두고 “고액권이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실제로는 미풍에 그쳤다. 2009년 이후 5년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2.7%로 2004∼2008년 연평균 상승률(3.2%)보다 낮았다. 2011년에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까지 높아졌지만 이는 유가(油價),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저효과에 따른 경기호전 효과가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경조사비에서는 눈에 띄는 영향이 나타났다. 5만 원권이 나오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경조사비 씀씀이가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경조사비는 5만957원(2012년 말 기준)이다. 2008년 4만4103원이던 평균 경조사비는 5만 원권이 선보인 2009년 4만9653원으로 12.6% 상승했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5만2131원으로 집계돼 경조사비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5만 원’을 돌파했다. 2006∼2008년 경조사비 상승률이 4.3%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5만 원권 발행 이후 경조사비 지출이 급격히 늘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12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결혼식 축의금으로 5만 원을 낸다고 밝혔다. 3만 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에 그쳤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달 결혼한 대기업 직장인 박모 씨(32)의 축의금 장부를 분석했더니 총 888만 원의 축의금 중 77.1%인 685만 원은 5만 원권이었다. 3만 원을 낸 사람은 9명, 7만 원을 낸 사람은 2명이었다. 친분의 정도에 따라 과거에 ‘3만-5만-10만 원’ 단계로 나뉘었던 축의금의 심리적 단위가 최근에는 ‘5만-10만 원’으로 달라지면서 ‘경조사비 인플레’가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 씨(43)는 “세뱃돈도 예전에는 1만 원씩 줬지만 요즘에는 5만 원은 줘야 체면치레가 된다”고 말했다. 5만 원권이 처음 등장할 때 “도박장 배만 불리는 일”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5년이 지난 지금 이런 우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에 입점한 NH농협은행 마사회지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는 5만 원권을 인출하거나 입금할 수 없다. 사람들이 마권을 지나치게 많이 사지 않도록 한국마사회 측이 농협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농협 측은 “마사회지점에서 매주 나가는 현금이 15억 원 안팎인데 5만 원권 비중은 절반이 채 안 된다. 다른 지점보다 현금 거래가 많긴 해도 차이가 아주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는 사정이 다르다. 이곳에 입점한 신한은행 사북지점은 5만 원권 입출금을 특별히 막지 않는다. 매주 거래량은 50억 원 안팎. 서울시내 점포 한 곳의 5만 원권 거래액이 5억∼10억 원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매우 큰 규모다. 신한은행 전국 지점 중 5만 원권 거래액 1위인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 돌지 않는 돈… 강남 대여금고에 5만원권 뭉치 늘어 ▼수표와 상품권은 지고, 금고는 떴다2009년 6월 5만 원권이 처음 나왔을 때 백화점업계가 들썩였다. 롯데백화점은 당시 5만 원짜리 상품만 모아 판매하는 ‘5만 원 균일가 한정판매’ 행사를 열었다. 의류, 선글라스 등 여름상품 위주로 물건을 판매해 1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5만 원 화장품 세트’를 100개 한정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을 찾는 고객 대부분이 결제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5만 원 마케팅’은 사라졌다. 5만 원권 등장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백화점의 5만 원짜리 상품권이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5년 전인 2009년 7월 6.8%였던 5만 원짜리 상품권의 매출 비중은 올해 5월 2.3%로 줄었다. 반면 과거 60%였던 10만 원짜리 상품권 비중은 70% 정도로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5만 원권 등장으로 부정수표 사용이 줄고 수표에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적을 일이 없어 고객 대기시간이 짧아지는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TV홈쇼핑에서는 5만 원권의 등장이 상품의 최저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5만 원권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되면서 최저 가격이 4만9900원으로 올랐다. GS샵 관계자는 “지금은 김치 등 식품이나 티셔츠 3종 세트가 가장 싼 상품인데, 이들 대부분의 가격이 4만9900원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5만 원권 발행 직후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개인금고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11번가에 따르면 5만 원권이 나오기 전 한 달 평균 30대 정도 팔리던 개인금고 판매량이 2010년에는 월평균 550대, 2011년에는 780대로 급증했다. 올 1∼5월에는 월평균 판매 대수가 1500대까지 늘었다. 국내 개인금고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S금고는 2009년 처음 백화점에 입점한 뒤 현재 백화점 매장을 30개로 늘렸다. 이 업체의 주력 제품인 높이 1m가량의 개인금고에는 40억 원 상당의 5만 원권을 넣을 수 있다. S금고 관계자는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지하로 숨어든 5만 원권 충북 청주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 씨(33)는 하루 온종일 5만 원권을 한 장도 구경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루 100만 원가량의 매출 중 30%만 현금으로 발생하고 그중 대부분이 5000원 안팎의 약을 살 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편의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은 하루 평균 300만 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들어오는 5만 원권은 채 10장이 안 된다. 지난해에만 1억5000만 장의 5만 원권이 발행됐지만 결혼식장 등을 제외하면 5만 원권이 자주 쓰이는 곳은 많지 않다. 2000년 23.6%에 불과했던 민간소비 지출액 대비 신용카드 결제액 비중이 지난해 63.3%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5만 원권의 낮은 환수율도 문제다. 조폐공사에서 찍어 한은을 통해 나간 돈이 돌아오지 않고 시장 어딘가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1∼5월 5만 원권의 환수율은 27.7%로 지난해 같은 기간(52.3%)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은 금고에서 나간 5만 원권 100장 중 72장이 회수되지 않고 어디론가 숨었다는 뜻이다. 2012년 연간 환수율 61.7%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5만 원권이 충분히 돌지 않자 화폐의 거래수단으로서의 기능이 훼손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에서 5만 원권 출납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다른 권종은 들고나는 게 있는데, 5만 원권만은 오로지 나가기만 할 뿐 들어오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과 국세청의 눈을 피해 금고로 숨어 들어간 돈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1년 발생한 희대의 ‘마늘밭 돈다발’ 사건은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전북 김제시의 한 마늘밭에서 5만 원권 22만 장, 110억 원의 뭉칫돈이 비닐에 싸인 채 발견됐다. 수사 결과 이 돈은 인터넷 도박으로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이었다. 2012년 국세청은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 원장의 집 금고에서 소득신고를 하지 않은 5만 원권 23억 원을 찾아내 세금 19억 원을 추징한 바 있다. 5만 원권 때문에 고액을 숨기거나 음성적으로 거래하는 일은 훨씬 쉬워졌다. 일반적인 ‘007 가방’에는 1만 원권 1억 원이 들어가지만 5만 원권으로는 5억 원이 담긴다. 사과상자에는 25억 원까지도 들어간다. 지난해 원전 비리를 저지른 한국수력원자력 간부 집에서는 5만 원권 돈뭉치 6억 원이 나왔다. 출처와 사용처를 알 수 없는 전형적인 검은돈이다. 한 시중은행의 강남지역 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은행 대여금고에 5만 원권 뭉치를 쌓아두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과거 연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낮아지고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예금해 봤자 세금을 떼고 나면 받아갈 이자가 얼마 안 되고, 소득과 재산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부자들이 차라리 현금으로 쌓아 두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일부 부자들은 수년에 걸쳐 매달 5만 원권으로 200만∼300만 원씩 찾아 뭉칫돈으로 보관하기도 한다. 한꺼번에 돈을 빼면 금융당국과 국세청에 정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매월 생활비를 찾아가는 것처럼 돈을 찾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강화되고 금융거래정보가 과세당국으로 보고되면서 5만 원권이 탈세의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5만 원권을 대량 인출하는 경우 별도의 추적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금융사들은 “개인들의 현금거래를 살피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활성화하는 등의 접근을 통해 금융당국과 과세당국이 지하경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김범석·유재동 기자 }

대전에 사는 형우(가명·7)는 지난해 9월 난생 처음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외가를 가봤다. 7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출신의 형우 엄마가 고향을 찾은 것도 그때가 결혼 후 처음이었다. 형우는 7박 9일간 외할머니 외삼촌 이모를 만나고 엄마가 다닌 학교에도 가보면서 베트남을 체험했다. 형우 가족을 비롯해 지난해 베트남 외가를 방문한 다문화가족은 92명.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한국여성재단과 손잡고 벌이는 ‘다문화아동 외가 방문 지원 사업’ 덕이다. 형우는 “이제 친구들 앞에서 엄마가 베트남 사람인 걸 자신 있게 말한다”며 “커서 베트남을 오가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는 ‘따뜻한 금융’을 실천할 때에도 ‘전문성’과 ‘진정성’을 강조한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전문적인 역량과 경험을 갖춘 전국의 사회복지단체, 공익단체들과 손잡고 각종 사회공헌사업을 벌이는 이유다. 위원회 관계자는 “매년 전문성과 창의적 아이디어, 나눔에 대한 열정을 갖춘 단체를 선정해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며 “이 덕분에 우리 사회 구석구석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보사들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사회공헌사업에 출연한 금액은 2207억 원이다. 이 중 27%인 620억 원이 사회복지단체, 공익단체와 함께 하는 사업에 쓰였다. 올해도 61개 단체를 파트너로 선정해 103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파트너 단체와 함께 진행하는 다문화가정, 장애인, 홀몸노인, 조손가정, 미혼모 등 소외계층 지원 사업은 대표적인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활동으로 꼽힌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가 지원하는 장애인들은 생보업계 도움으로 인형극 전문교육을 이수한 뒤 현재 16개 도시에서 인형극을 공연하는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 나눔 활동을 전파하기 위해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전국 400여 개 대학 동아리를 선정해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생보업계는 사회공헌의 최전선에서 ‘복지첨병’으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부재단과 함께 사회복지사들의 안식휴가를 지원하는 ‘내일을 위한 휴(休)’ 사업이다. 지난해 생보업계 지원으로 전국 96명의 사회복지사가 안식월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가족 휴가, 동료들과의 팀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어떤 것이 자주 말해질 즈음의 전조는 그것이 증발되고 결핍되었을 때다.격렬히 건강을 이야기할 때는 건강을잃었을 때다. 자연이 아름답다고 느낄땐, 이미 스스로의 아름다움이 빛을 잃어 사그라질 때인 것처럼 말이다. ―그 길 끝에 다시(백영옥 외 6명·바람·2014년) 》요즘 서점가에 여행 책이 넘쳐난다. 최근엔 여행에세이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이 몇 주째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책으로나마 달래려는 이들이 많아진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이라는 부제가 달린 여행소설집이다. 소설가 7명이 속초 정읍 원주 제주 부산 여수 춘천 등 7개 도시를 배경으로 흔한 여행 책에서는 보기 힘든, 낯설고도 따뜻한 일곱 여정을 그렸다. 춘천(春川)은 ‘spring stream, 봄날의 시내’다. 춘천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소설가 김미월은 춘천이라는 지명이 한자로 그렇게 예쁜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들려준다. 소설 속 도시는 아주 익숙한 곳들이지만 때론 그만큼 낯설기도 하다. 백영옥이 그린 속초는 겨울바다의 낭만이 아니라 이혼한 남편의 부고를 듣고 찾아가는 허망한 도시일 뿐. 직장 때문에 부산으로 간 함정임은 말 못하는 외국인 소녀와 타향을 찾은 남자 이야기로 자본에 잠식된 마천루 해운대를 전한다. 원주에서 나고 자란 이기호에게 고향은 “우리는 원주라는 도시를 떠나지 않았다. … 그냥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된” 곳이다. “그건 친구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마음에 쏙 들어 어울렸다기보단 그냥 어느 날 옆에 보니 그들이 있었고….” 책 말미의 작가 인터뷰도 흥미롭다. 한 소설가는 여행을 “나에게 이르는 가장 멀고 확실한 길”이라 했고, 다른 이는 “나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이라 했다. 여름의 길목 6월에 ‘떠난 후에도 좋지만 떠나기 전이 더 좋은’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삼성카드에 이어 신한카드에서도 고객 명의를 도용해 ‘스마트폰 앱형 모바일카드(앱카드)’를 부정 결제한 금융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4월 한 달 동안 일부 앱카드 고객의 명의가 도용돼 40여 건의 부정 결제가 이뤄졌다고 신고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삼성카드 앱카드 명의도용 사고에 사용된 인터넷주소(IP)로 다른 카드사에서도 부정 사용 시도가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지난달 말 신한, KB국민, 현대, 롯데카드 등 4개사를 압수수색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현직 금융사 수장(首長)들이 무더기로 당국의 징계 대상에 오르면서 전체 은행권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은행, 카드를 포함한 금융사 CEO들이 대거 당국의 일괄 제재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조직을 이끌어야 할 경영진의 리더십이 크게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징계를 받은 CEO들은 진퇴를 떠나 리더십에 상처를 입기 때문에 해당 금융사의 영업력은 평소보다 위축될 수밖에 없다. 조직을 이끌 충분한 도덕성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허약한 경영진이 수익성 악화로 갈 길이 바쁜 한국 금융계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CEO 리스크’ 한국금융 아킬레스건으로 국내 시중은행장과 지주사 회장들은 최근 10여 년간 당국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징계를 받아왔다. 외환위기 직후 각종 인수합병(M&A)으로 업계가 한 차례 재편된 뒤에도 금융사의 불안한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나 정치권 등 외부의 입김에 크게 흔들렸던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제대로 임기를 마친 CEO를 손에 꼽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안정돼 있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각각 내분 사태와 부실 투자 논란에 휘말리며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수장들의 징계는 고스란히 해당 금융사의 피해로 돌아왔다. KB금융의 잦은 금융사고 역시 ‘리더십의 위기가 내부통제의 위기로 전이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민·주택은행 출신 간의 갈등과 회장 및 행장, 이사진의 불협화음으로 전열이 흐트러지면서 ING생명,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인수합병(M&A)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도약의 기회를 놓쳐왔다. 하나금융도 수장의 징계로 후유증을 겪고 있다. 김종준 행장의 징계로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앞으로 인허가나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 행장은 KT ENS 관련 부실대출로 또 한 차례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 허술한 시스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 징계 사유가 된 잇따른 금융사고와 비리들은 내부통제에 실패한 금융회사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의 허술한 감시 시스템과 솜방망이 처벌에도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금융권 사고나 비리가 터질 때마다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해당 금융사의 경영진을 소집해 ‘군기 잡기’를 반복했지만 이를 근절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탕’ 대책이나 사후약방문식의 뒷북 대응을 내놓는 경우도 많았다는 평가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만들어낸 관치금융 관행이 금융 사고를 키웠다는 비판도 많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관치금융이 사태의 원인인데도 감독당국은 금융사 잘못만 따지고 사전에 감독을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며 “금융당국도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등 잇따른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융회사 전현직 임직원 200명 이상이 무더기로 금융당국의 징계 대상에 올랐다. 중징계 대상만 50명이 넘고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도 10여 명이 포함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징계가 이달 말 최종 확정되면 금융권에 대규모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새벽 잇단 금융사고의 책임을 물어 KB금융, 국민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우리은행,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등의 전현직 임직원 200여 명에게 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이들 중 50여 명은 중징계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징계 대상에 포함된 전현직 CEO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외에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 신충식 전 농협은행장, 최기의 전 국민카드 사장, 박상훈 전 롯데카드 사장, 손경익 전 NH농협카드 분사장 등이다. 특히 1억여 건의 고객정보를 유출한 카드 3사의 전 CEO들은 가장 높은 ‘해임권고’가, 관련 임원들은 ‘문책경고’ 수준의 중징계가 예고됐다. 이미 물러난 CEO라도 해임권고를 받으면 5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할 수 없고 장기성과급을 받는 데도 제약이 생긴다. 반면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고객정보 유출로 ‘주의적 경고’ 수준의 경징계를 통보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별로 정보 유출 건수에 따라 제재 수위에 차이를 뒀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별로는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징계 대상자가 120여 명으로 가장 많다. 최근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박지우 국민은행 고객만족본부 부행장과 김재열 KB금융지주 전무는 ‘직무정지’ 통보를 받아 사퇴가 불가피하다. 제재 대상자들은 26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전까지 적극 소명할 계획이지만 금융당국의 분위기로 볼 때 사전 통보된 징계 수위가 낮아지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징계 대상인 현직 임직원들은 대규모 물갈이가 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권 전체가 살얼음판 분위기”라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사장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사장님을 비롯한 전 임직원의 건강과 행운을 빌며 회사가 더욱더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얼마 전 경남 하동군에서 보내온 ‘손 편지’(사진) 한 통을 받았습니다. 삼성카드 울산지점에서 근무하는 권희원 지점장의 장인인 백영재 씨(80)가 쓴 편지였습니다. 백 씨는 삼성카드가 진행한 ‘아주 특별한 효도여행’에 참가해 지난달 중순 3박 4일 일정의 대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사위인 권 지점장이 응모한 여행 신청 사연이 선정된 덕이었죠. 삼성카드는 2010년부터 매년 5월 임직원 부모를 해외에 여행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창립 26주년을 맞아 직원의 부모, 장인 장모를 비롯해 아버지와 장인,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커플 등 26쌍을 선정해 여행을 보내줬습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삼성카드 신문화팀과 노사협의회 직원들은 손수 한국에서 밑반찬을 준비해 가고 현지에서 사진 촬영과 같은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고 합니다. 여행 출발 전 사연을 신청한 직원 가족을 찾아다니며 영상편지도 제작했습니다. 여행 중 깜짝 공개된 영상편지에 부모님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하네요. 백 씨는 편지에서 “많은 돈을 들여 여행 보내준 회사뿐 아니라 여행에 동행해 참가자들을 친부모처럼 챙겨준 직원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다”며 동행한 직원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가족친화 경영’이 경영계 화두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여성 인력의 활용이 필요해지면서 가족친화 경영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카드처럼 ‘가정이 평안해야 일도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실천하는 기업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정임수·경제부 imsoo@donga.com}

금융당국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잇따른 금융사고와 경영진 내분 사태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에게 동시에 중징계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다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 중징계가 최종 확정될 경우 지난해 7월 나란히 취임한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남은 2년여의 임기를 완주하지 못하고 자진 사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KB금융에 대한 기관경고마저 예고돼 현재 진행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황영기 전 회장, 강정원 전 행장, 어윤대 전 회장이 모두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아 물러난 데 이어 현직 수장들까지 동시에 불명예를 안은 KB금융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거세지는 동반 퇴진론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를 끝내고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두 기관에 대해 기관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은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들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일본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및 위조, 1조 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사고와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경영진 갈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징계 수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사안은 경징계 대상일 수 있지만 누적된 사고와 지속적인 내부 통제 상실을 종합하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며 “금융권 사건, 사고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엄중 제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이 불가능하고 퇴직 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도 제한돼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징계 중 해임권고나 직무정지가 아닌 문책 경고는 법적으로 현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조직에 줄 악영향 등을 고려해 물러나는 게 관례였다”며 “두 사람도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B 지배구조 지각변동 예상 일각에서는 최근 문책 경고를 받았지만 내년 3월까지 잔여 임기를 채우겠다고 밝힌 김종준 하나은행장처럼 당장 두 사람이 동반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회장과 행장이 동반 퇴진하면 KB금융의 경영 공백이 미칠 충격이 크다는 점도 금융당국에는 부담이다. 당사자들의 소명이 받아들여지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일단 소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이번 기회에 KB금융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내부에서 신망 받는 인물이 발탁돼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는 경영진 교체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 KB지주와 국민은행이 기관경고를 받으면 앞으로 3년간 부수 업무 등 신규사업 진출이나 다른 금융회사 인수가 어려워진다. LIG손해보험을 비롯해 비(非)은행 금융회사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려던 KB금융의 경영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정임수 imsoo@donga.com·유재동 기자}

취임 석 달째를 맞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당초 이 총재가 예상한 그림과 판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취임 이후 그는 “금리 방향은 인하보다는 인상이 맞다”며 줄곧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성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국내 경기에 예기치 못한 큰 충격을 주고, 다른 나라들이 일제히 경기부양 모드에 들어가면서 그의 이런 모습이 안팎으로 도전을 받는 모양새다.○ ‘인상’ 깜빡이 켜고 ‘직진’만 할 수도 지금까지 드러난 이 총재의 통화정책은 ‘인하’보다 ‘인상’에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기자회견과 각종 행사 등을 통해 경기회복세와 향후 물가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는 발언을 주로 했다. 그러면서 “만약 기준금리가 움직인다면 그 방향은 인상 쪽”이라고 분명하게 못 박았다. 시장은 이를 ‘이미 조준은 됐고, 방아쇠를 언제 당길지가 문제’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각국의 통화정책 흐름이 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며 통화완화 기조를 재확인한 데 이어 5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역시 최근 지급준비율을 낮춰 경기부양을 할 의사를 내비쳤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통해 ‘무제한 돈풀기’를 지속하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주요국이 모두 경기부양 모드를 고수하는 셈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기침체에 유럽마저 금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우리만 금리를 올리려고 하면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경제 상황 역시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세월호 참사로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화 강세로 기업들의 채산성이 낮아지고 1%대 저물가가 지속되는 것도 금리인상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역대 최장 동결 기록 깰까 당장 12일에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의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은이 금리결정이나 경기진단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다가는 경기가 둔화되는 데도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한은이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이달에도 연 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면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째 동결이 된다. 역대 최장인 2009년 3월∼2010년 6월(2.0%, 16개월)의 금리 동결 기록에 한발 더 다가가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나머지 통화정책의 장기 방향성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것이 오히려 족쇄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풍에 쉽게 휘둘리는 한국경제의 특징을 고려하면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조금 더 신중하게 지켜봤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잘 안 풀리는 시점에선 상황만 지켜보기보다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실험 같은 비전통적인 처방이라도 일단 시도해 봐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농심 켈로그가 ‘콘푸로스트’와 ‘스페셜K’ 등 주요 시리얼 제품 가격을 1년 8개월 만에 올린다. 농심 켈로그는 이달 17일부터 시리얼 50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3.06%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유통업체에 전달했다고 5일 밝혔다. 이 회사는 1년 7개월 전인 2012년 11월에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GM코리아는 5일부터 고급형 세단 ‘올 뉴 캐딜락 CTS’에 대한 사전계약신청을 받고 있다. 16일부터 판매되는 이 차는 CTS의 3세대 모델이다. 최고출력이 276마력인 2.0L 4기통 직분사 터보엔진을 장착해 강렬하고 민첩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럭셔리(후륜구동) 5450만 원 △프리미엄(후륜구동) 6250만 원 △프리미엄 AWD(상시 4륜구동) 6900만 원이다.}

5만 원권(사진)이 발행 5년 만에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 잔액의 70%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퍼지면서 화폐 거래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중을 떠돌다 중앙은행으로 회수되는 5만 원권은 갈수록 줄어 지하경제의 ‘검은 돈’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현재 5만 원권 발행 잔액은 43조8510억 원으로 전체 화폐 잔액(64조4540억 원)의 6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장수로는 8억7702만 장으로 국민 1인당 17.8장씩 갖고 있는 셈이다. 2009년 6월 23일 첫선을 보인 5만 원권은 그해 말 9조9230억 원어치가 발행된 이후 매년 7조∼8조 원씩 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전체 화폐잔액에서 5만 원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9년 말 28.0%에서 2011년 말 55.7%, 2013년 말 66.5%로 빠른 속도로 커졌다. 반면 10만 원권 자기앞수표는 5만 원권에 자리를 내주며 사용이 급감하고 있다. 10만 원권 자기앞수표의 하루 평균 결제규모는 5만 원권이 발행되기 전인 2008년 374만2000건에서 지난해 112만9000건으로 뚝 떨어졌다. 시중에 5만 원권이 빠르게 풀리는 것과 달리 환수율은 최근 떨어지고 있다. 5만 원권 환수율은 발행 첫해인 2009년 7.3%에서 꾸준히 올라 2012년 61.7%까지 높아졌다가 지난해에는 48.6%로 크게 낮아졌다. 올해 1분기(1∼3월)는 28.6%까지 떨어져 2009년 4분기(10∼12월)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았다. 환수율이란 특정 기간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가 시중에서 돌다가 다시 한은으로 돌아오는 비율을 뜻한다. 1만 원권과 1000원권 환수율이 90%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5만 원권은 시중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뜻이다. 5만 원권은 발행 전부터 지하경제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 등 세정당국의 과세가 강화되면서 고액 자산가들의 현금수요가 더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3월에 발표한 연차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화되고 저금리로 화폐 보유 성향이 높아졌다”며 5만 원권의 증가 원인을 설명한 바 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대규모 고객정보를 유출한 KB국민 NH농협 롯데 등 카드 3사를 비롯해 각종 금융사고를 일으킨 은행에 대한 징계가 이달 말 한꺼번에 이뤄진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2일과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각각 열고 종합검사나 특별검사를 벌인 금융사에 대해 징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금융사는 국민 신한 하나 우리 기업 경남 대구 부산 한국씨티 한국스탠다드차타드 등 10개 은행과 카드사 3곳이다. 제재 대상 임직원만 해도 300∼4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억여 건의 고객정보 유출사고를 일으킨 카드 3사의 경우 전현직 사장에 대해 해임 권고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지고 나머지 임직원들도 문책 경고 등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90억 원 횡령, 1조 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의 사고로 임직원 100명 이상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금감원은 사안을 모두 묶어 국민은행을 통합 제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하나캐피탈의 저축은행 부실 투자로 김종준 행장이 문책 경고를 받은 데 이어 종합검사 결과에 대한 추가 제재가 거론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불법 계좌 조회로, 우리은행은 파이시티 신탁상품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 밑으로 떨어지며 5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원 내린 102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원-엔 재정환율(원-달러 환율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계산되는 환율)은 100엔당 995.12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8년 9월 8일의 994.85원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2008년 9월 이후 줄곧 1000원대를 유지했던 원-엔 환율은 올해 1월 2일(997.44원), 5월 13일(999.41원)에 이어 세 번째로 900원대로 떨어졌다. 달러화 약세 기조에 원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원-엔 환율이 900원대를 이어간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수출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국내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우리은행은 제주 제주시 노형동 신제주지점에 중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고객 데스크’를 설치했다고 3일 밝혔다. 중국인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제주 지역에 중국인 전용 영업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들이 배치돼 원화예금, 해외송금 같은 일반 은행업무뿐 아니라 부동산 매입, 투자이민제와 관련된 투자 상담도 해준다. 금융 거래 노출을 꺼리는 중국인의 성향을 반영해 바깥에서 전용 창구로 이어지는 별도 출입문도 만들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10년 제주 지역에 투자이민제가 도입된 뒤 중국인 투자가 늘었지만 맞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없었다”며 “중국인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바나나맛 우유(1974년), 요플레(1983년), 메로나(1992년).’ 등장한 지 최소 20년이 지난 이 세 가지 브랜드는 모두 빙그레가 만든 제품이다.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끄는 ‘메가 브랜드’를 세 가지나 보유한 셈. 빙그레는 이 같은 ‘장수 제품’들의 인기를 적극 활용해 국내 시장의 장기 불황을 극복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을 지속적으로 넓혀 나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도 자매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식품 한류 맥을 잇는다 빙그레 제품은 특히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 2008년 처음 중국에 수출한 바나나맛 우유는 최근 2년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바나나맛 우유 중국 매출액만 2011년 15억 원에서 지난해 150억 원으로 급증했다. 그 덕분에 이 회사의 해외시장 매출액은 2011년 268억 원에서 지난해 517억 원으로 2년 사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약 2년 전부터 한국을 찾은 일본 연예인들이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는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인증’하면서 일본에서 인기도 오르고 있다. 2012년에는 국내 유제품 중 처음으로 바나나맛우유가 일본 편의점 진열대 오르기도 했다. 빙그레는 메로나 아이스크림의 선전도 기대하고 있다. 곧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에서 특히 메로나가 인기이기 때문. 우리 돈으로 2000원이 넘는 고가 제품인데도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나 지난해 브라질에서 메로나 매출액은 5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미주지역(1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 빙그레 측은 “월드컵을 계기로 브라질뿐만 아니라 남미 전체에서 메로나 매출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빙그레는 이런 인기를 기반으로 다양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바나나맛 우유를 개량한 ‘메론맛 우유’를 출시했다. 얼려 먹는 요구르트인 ‘얼려먹는 요거트’나 버블티처럼 과일 알갱이를 넣은 요구르트 ‘요플레 오프룻’도 이 같은 전략에 따라 나온 상품이다.○ 영업이익률 8%로 높은 수준 유지 불황에 강한 ‘메가 브랜드’를 여러 개 갖춘 덕에 빙그레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8000억 원을 넘기는 등 지속적으로 실적이 높아졌다. 영업이익률은 8% 수준으로 다른 빙과·유제품 브랜드와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 빙그레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유제품 수입을 엄격히 제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우려할 만한 요소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올해부터 자국 평가기준을 통과한 유제품 업체에 한해서만 판매를 허용하는 ‘등록제’를 시행해 한국 기업들은 모두 등록이 보류됐다”며 “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중국 수출에 다소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2월 암모니아 가스 유출 사고가 났던 경기 남양주시 도농 공장이 완전히 복구되지 못한 점도 부담이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생산 차질로 아이스크림 일부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전환하면서 원가율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라크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주택 전력 도로 등 인프라에만 3570억 달러(약 365조 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라크 현지의 유일한 글로벌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는 한국 기업들이 이 거대한 재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개빈 위샤트 이라크SC은행장(사진)은 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라크에 진출할 한국 기업과 이라크 정부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이라크 경제 환경, 진출 기회를 소개하는 ‘이라크 데이’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위샤트 은행장은 “이라크는 미래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자원과 젊은 인구 등 성장 동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현재 확인된 이라크의 석유·가스 매장량은 세계 5위이며 국제에너지기구가 추산한 추정 매장량은 3450억 배럴로 세계 3위다. 그는 “현재 한국 건설사, 엔지니어링사 등 50여 개 기업이 현지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국 기업의 활약을 평가했다. 하지만 이라크 정세가 여전히 불안하고 규제 환경이 불투명해 사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프로젝트가 끝난 뒤 돈을 제대로 못 받을 것을 우려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위샤트 은행장은 “이런 우려를 해소하는 데 아시아, 중동 지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이라크 현지에서 90년 넘게 사업을 펼친 SC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C는 중동계 은행을 제외한 글로벌 은행 최초로 지난해 11월 이라크 바그다드에 첫 지점을 열었다. 올 하반기 바스라 지역에 세 번째 지점도 연다. 위샤트 은행장은 “이라크 재건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에 투자 안내, 입찰, 계약, 협상 등 사업 전 과정에 걸친 맞춤형 자문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라크SC은행은 최근 한국 건설사 컨소시엄이 60억4000만 달러 규모의 정유설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한국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보증을 서줄 현지 은행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한국SC은행의 요청으로 이라크SC은행의 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