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손충당금 리스크’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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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 4500억-동부건설 2340억 무담보 대출

동부제철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에 들어간 가운데 동부그룹의 주요 비(非)금융 계열사들이 은행에서 받은 무담보 대출규모가 9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계열사로 유동성 위기가 확산될 경우 은행들은 부실에 대비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해 올해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DB산업은행 등 9개 채권금융기관의 자율협약에 들어간 동부제철의 제1금융권 대출규모는 1조8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채권단과 기업이 자율협약을 체결하면 해당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은 ‘정상’에서 ‘요주의’로 등급이 낮아져 금융회사는 대출금의 최대 19%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특히 동부제철이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4500억 원은 무담보로 이뤄져 은행권의 충당금 부담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앞으로 3, 4개월간 실사를 거쳐 충당금 적립 기준이 결정될 것”이라며 “담보가 없는 대출은 채권을 회수할 확률이 낮아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계열사의 담보 설정 비율은 더 낮다. 동부메탈이 제1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은 총 2300억 원에 이르며 이 중 담보가 설정된 대출은 400억 원(15.7%)으로 집계됐다. 동부건설의 은행권 대출 2900억 원 중 담보 설정 규모는 560억 원(19.1%)에 불과하다. 동부CNI 역시 700억 원 가운데 200억 원(28.8%)만 담보가 설정됐다.

이들 기업이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경우 자율협약뿐 아니라 워크아웃,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경영여건이 악화된 은행들의 수익성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해 STX그룹 부실로 불거졌던 ‘충당금 리스크’가 재연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동부제철#동부건설#대손충당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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