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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개인을 식별하는 고유개인정보인 주민등록번호가 공공에 유출됐는데도 바꿀 방법이 없는 현행 주민등록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두고 공개변론이 열렸다.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거래사이트 등이 해킹을 당하면서 가입자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되는 사고가 수차례 발생함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를 바꿔달라고 국가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강모 씨 등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국민 견해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국가가 부여한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는 규정을 적시하지 않은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과 제4항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헌법소원을 낸 강 씨 측은 주민등록번호가 그 자체에 생일과 출신지 등 개인정보를 담고 있고, 다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연결자(key data) 역할을 하기에 개인이 스스로 강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등록번호가 인터넷에 유출된 상황에서는 개인 식별기능이 사실상 무력화 됐음에도 변경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는 현행법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다. 위헌론 측 참고인으로 나선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행 주민등록번호 생성 체계대로라면 2100년이면 한계가 온다며, 무작위 번호로 생성되고 개인이 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등록번호 뒷번호 7자리 중 첫 번째가 출생연대와 성별 번호인데 1,2번이 1900년대 출생 남녀, 3,4번이 2000년대 남녀, 5,6번이 외국인 1900년대 남녀, 7,8번이 외국인 2000년대 남녀, 9,0번이 1800년대 남녀로 돼있기에 2100년이 되면 더 이상 쓸 수 있는 번호가 없다. 이 교수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으로 예상되는 혼란은 허가제 등 안전한 절차를 마련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관할 부처인 행정자치부 측은 변경 규정이 없는 건 입법 정책으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헌법재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제도가 처음 생겼을 때는 조세와 병역 등 국민에 대한 의무 부과가 주된 목적이었지만 이젠 참정권 행사, 교육권, 사회적 약자 배려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 없이 변경을 허용하면 심각한 사회혼란을 야기할 거라고도 우려했다. 행자부 측 참고인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민간부문의 주민등록번호 수집과 이용이 금지돼있고 제한적인 목적에만 허가돼 있으므로 유출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검찰이 범정부 사정(司正)기관 태스크포스팀(TFT) 형식으로 1년 동안 꾸려온 정부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을 서울중앙지검 산하 특별수사부로 정식 직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합수단의 정식 직제화는 혈세 낭비와 국방력 약화로 이어지는 방산비리를 지속적으로 수사해 뿌리 뽑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 검찰의 특수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윤갑근 검사장)는 21일 출범 1년을 맞는 합수단이 향후 각종 방산비리를 안정적으로 수사하려면 한시적인 TFT 대신 정식 직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정부기관 직제를 관할하는 행정자치부와 구체적인 개편 방안을 협의 중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검찰 특수수사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특수부 1개 부서를 신설해 편입시키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생기는 특수부 명칭은 방산비리 전담부서 색채가 나게 짓기보다는 ‘특수5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가 다음 달 2일 정식 취임한 후 인사와 함께 새 부서를 공식화하고 초대 부장을 임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TFT 형식으로 전국 각지의 검사를 파견받아 수사팀을 꾸려왔다. 방산비리처럼 장기적인 수사를 위해선 정식 직제화가 필수라는 게 검찰 내 다수 의견이다. 합수단장을 맡고 있는 김기동 검사장도 1년 가까이 본래 직책인 대전고검 차장 업무는 사실상 거의 하지 못했다.조동주 djc@donga.com·변종국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역점 사업이었던 4대강 살리기 일환으로 추진된 4대강 수질검사용 ‘로봇물고기’ 개발 사업에 참여한 국책연구기관 수석연구원이 뇌물 1억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4대강 사업이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킨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예산 57억 원을 들여 도입한 로봇물고기가 불량품 일색이었던 데에는 이 같은 납품 비리도 한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3부(부장 홍기채)는 2013년 3월 로봇물고기라 불리는 생체모방형 수중로봇 개발사업을 맡아 관련 업체 두 곳에서 1억 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속 수석연구원 A 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로봇물고기 납품업체가 생산기술연구원에 보내지도 않은 시제품을 직접 검수한 것처럼 속여 가짜 물품검수증을 작성한 뒤 생산기술연구원이 업체에 9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한 혐의(업무상 배임, 사기)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A 씨가 가짜 물품검수증을 써준 시점과 1억 원을 받은 시점이 비슷해 두 범죄 행위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A 씨가 1억 원을 받은 업체 두 곳과 가짜 물품검수증을 써준 업체가 서로 다른 곳이지만 복잡한 거래 구도로 이뤄지는 프로젝트 특성상 이들 업체 간에도 연관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로봇물고기는 지난해 7월 감사원 감사 결과 9대 중 7대가 고장 난 상태였다. 생산기술연구원 등이 달성했다고 발표했던 성능 관련 7개 목표 항목 중 3개가 발표 수치에 현저히 못 미쳤고, 나머지 4개는 기기 고장으로 확인조차 불가능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피해자들이 재심 끝에 41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974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옥살이를 했던 박모 씨(80) 등 5명이 청구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울릉도 간첩단 사건은 중앙정보부가 1974년 울릉도에 거점을 두고 간첩활동을 하거나 이를 도왔다는 명목으로 전국에서 47명을 잡아들이면서 불거진 공안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3명이 사형, 20여 명이 1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해졌다. 박 씨는 간첩단 핵심 인물을 울릉도 자택에 숨겨주고 공작금을 은닉·운반한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미 고인이 된 서모 씨는 동해상에서 남파간첩과 남파공작선의 접선을 도운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에, 다른 피해자 3명도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징역 7년에 처해졌다. 당시 이들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연행돼 폭행과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라 법원은 2013년 8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심을 맡은 재판부는 박 씨 등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며 한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청구인 5명 중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라 유족이 대신 소송을 진행해왔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북한을 동경해 밀입북했다가 28일 만에 남한으로 추방된 50대 남성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 남성은 과거 미국에서 불법 체류하던 중 뉴욕의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찾아가 망명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해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북한에 몰래 들어갔다가 추방당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마모 씨(53·무직)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평소 북한을 동경해온 마 씨는 지난해 11월 28일 새벽 중국 지린(吉林) 성 허룽(和龍) 시 충산(崇善) 진에서 폭 20m가량의 두만강 얼음 위를 건너 함경북도 무산군 흥암리에 들어갔다가 북한 국경수비대에 붙잡혔다. 마 씨는 당시 “남한에서는 나를 정신병자로만 치부하고 자유를 구속하기에 북한에서 살기 위해 왔다”고 입북 경위를 밝혔다. 마 씨는 북한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다녔던 대구지역의 초중고교와 대학교, 자신이 복무했던 군부대, 수감 생활을 했던 대구구치소, 숙식했던 노숙인 재활시설 등의 위치를 약도로 그려주며 자신의 가치와 ‘충성심’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는 입북 28일 만인 지난해 12월 26일 북한에 의해 남한으로 되돌려 보내졌다. 북한은 인도주의를 내세우며 마 씨를 보냈지만 실상은 그의 이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 씨는 법정에서 “두만강에서 얼음을 지치고 있는데 북한 경비원이 총을 겨누며 위협해 강제로 북한으로 끌려갔다”고 항변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2007년 제작된 일본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으로 몰린 주인공 남성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벌인 기나긴 법정 투쟁을 그렸다. 이 주인공은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와 똑같은 상황이었던 이모 씨(29) 사건의 결말은 달랐다. 사건은 지난해 9월 12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역곡역으로 가던 전동차에서 발생했다. 퇴근시간대인 오후 7시 40분경 이 씨는 구로역에서 내리는 인파에 밀려 잠시 승강장으로 내렸다가 다시 전동차에 올랐다. 만원 지하철이라 승객들이 우르르 몰리는 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한 경찰이 나타나 이 씨의 손목을 움켜잡으며 ‘성추행범’으로 지목했다. 이 씨가 전동차에 다시 타는 과정에서 20대 여성 A 씨의 엉덩이에 성기를 대고 밀었다는 것이다. 당시 잠복 중이던 경찰은 이 씨의 거동을 눈여겨보다 이 씨를 현행범으로 붙잡았고, 이를 피해자인 A 씨에게 알려주며 신고를 권유했다. 이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경찰이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씨가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도 고려됐다. 이 씨는 “피해자는 범인 키가 165∼167cm 정도라고 진술했는데 내 키는 177cm로 10cm나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가 마른 체형에 구부정한 자세라 실제 키보다 작은 인상을 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씨의 항소심 국선변호를 맡은 이동진 변호사는 피해자 A 씨의 1심 법정 진술에 주목했다. A 씨는 “처음 경찰 조서를 쓸 때 ‘엉덩이를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고만 적었는데, 경찰이 ‘이러면 너무 약하다’며 성기로 밀었다는 부분을 쓰라고 해서 그렇게 적었다”고 진술했다. 성추행을 했다는 남자의 얼굴도 A 씨가 직접 목격한 게 아니라 경찰이 이 씨를 지목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변호사는 만원 지하철에서 이 씨가 A 씨의 엉덩이에 성기를 들이미는 걸 경찰이 직접 목격했다는 진술에도 의구심을 가졌다. 2심 재판부는 혼잡한 지하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신체접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하게 된 건 경찰의 예단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하철 성추행 사건의 경우 경찰이 피해자에게 사실보다 더 강력한 진술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번 사건은 A 씨가 현장에서 느낀 점을 과장 없이 그대로 진술한 덕분에 이 씨의 무죄가 입증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죄를 인정하면 벌금만 내고 아무도 몰래 조용히 나갈 수 있다” 일본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7년)에서 경찰이 지하철 내 치한으로 몰린 주인공 남성에게 자백을 권유하는 내용이다. 유치장에 갇힌 남성에게 온 국선변호인도 “지하철 성추행은 재판에 가도 99% 진다”며 죄를 인정하고 처벌을 약하게 받자고 제안한다. 주인공은 재판에서 무죄가 입증될 거라 믿고 끝까지 법정 투쟁을 벌였지만 1심에서 징역 3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성범죄자’ 낙인이 찍혔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또다시 재판을 받았지만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9월 이모 씨(29)도 이 영화와 똑같은 현실에 직면했다. 사건은 퇴근시간대인 오후 7시 40분경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역곡역 방면 전동차에서 발생했다. 이 씨는 구로역에서 내리는 인파에 밀려 잠시 승강장으로 갔다가 다시 전동차에 올라탔다. 지하철은 초만원이었다. 탑승객들이 우르르 몰리는 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잠시 후 한 경찰이 나타나 이 씨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이 씨가 지하철에 다시 타는 과정에서 20대 여성 A 씨의 엉덩이에 성기를 대고 밀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씨의 거동이 수상해 눈여겨보다가 범행 현장을 포착했고, 이를 A 씨에게 알려주며 신고하도록 권유했다. A 씨는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경찰이 알려줘서 신고하게 됐다”며 “당시 구로역에서 잠깐 내렸다가 다시 탔을 때 뒤에 서있던 남자가 엉덩이를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이후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도중 오른쪽 뒤에 있던 남자가 몸을 밀착해 순간 기분이 나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두 남성이 동일인인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이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있고 목격자인 경찰 진술도 영향을 미쳤다. 이 씨가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도 고려됐다. 이 씨는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범인의 키는 165~167㎝정도라 했는데 내 키는 177㎝로 10㎝나 차이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씨가 마른 체형에 구부정한 자세라 실제 키보다 작은 인상을 준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씨의 항소심 국선 변호를 맡은 이동진 변호사는 A 씨의 1심 법정 진술에 주목했다. A 씨는 “경찰 조서를 쓸 때 ‘엉덩이를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고만 적었는데, 경찰이 ‘이러면 너무 약하다’며 성기로 밀었다는 부분을 쓰라고 해서 그렇게 적었다”고 진술했다. 성추행을 했다는 남자의 얼굴도 A 씨가 직접 목격한 게 아니라 경찰이 지목한 데 따른 것이었다. 움직일 틈조차 없는 만원 지하철에서 이 씨가 A 씨의 엉덩이에 성기를 들이미는 걸 경찰이 직접 목격했다는 점도 의아했다. 2심 재판 때는 혼잡한 전동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신체접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A 씨가 이 씨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하게 된 건 경찰의 예단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하철 성추행 사건은 경찰이 피해자에게 사실보다 더 강력한 진술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번 사건은 A 씨가 현장에서 느낀 점을 과장 없이 그대로 진술했기에 이 씨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71)는 8월 20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지만 나흘 뒤에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한 전 총리는 형이 확정되자 신병 정리 등을 이유로 형 집행 연기를 요청한 뒤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잇따라 참배했다. 수감 당일인 8월 24일에는 검찰에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구치소에 나타나 검은색 상복을 입은 채로 “사법 정의가 죽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10여 명과 함께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앞으로는 한 전 총리처럼 유죄가 확정되고도 수감을 늦추는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부장 유상범 검사장)는 5일부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실형이 확정되면 다음 날 바로 입감시키도록 하는 업무처리지침을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그동안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일부 유력 정치인들이 신병 정리 등을 이유로 며칠씩 입감을 미뤄 온 관행을 철폐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검찰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범죄자가 형이 확정되면 당일 바로 소환 통보하기로 했다. 소환 통보를 받은 범죄자는 다음 날 오후 6시 전에 거주지 관할 검찰청으로 나가야 한다. 다만 위급한 치료나 가족 장례식 또는 결혼식 등에 한해 3일 이내에서 입감 연기를 허용하기로 했다. 연기 요청 대상에 해당하는 치료인지는 복수의 의사가 제출하는 진단서를 바탕으로 검사가 판단한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 통보 다음 날까지 검찰청에 나가지 않으면 지명수배를 통해 강제로 데려가게 된다. 확정 판결 당시 해외에 있다면 형 확정 후 7일 안에 귀국해 그 다음 날 검찰청에 출석해야 한다. 한 전 총리처럼 검찰청 대신 구치소로 바로 직행해 입감 전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검찰은 범죄자가 검찰청에 오면 신원 확인을 한 뒤 호송버스를 태워 구치소 안으로 직행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거동이 극히 불편한 경우에만 일부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 국민과의 사법 형평성에 맞지 않게 유력 정치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형 확정 뒤에도 며칠씩 집행을 연기하는 사례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간략히 메모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수사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진술 내용을 일절 적지 못하게 했던 검찰의 수사 관행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른 것이다. 대검찰청은 피의자가 기억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진술 내용을 메모하는 걸 허용하라는 지시를 일선 검찰청에 내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피의자는 검찰에서 진술하는 도중에도 수사에 방해되지 않거나 기밀이 누설될 우려가 없는 범위 내에선 진술 내용을 간략히 메모할 수 있고, 조사가 끝난 후에도 조사의 전체 개요 등을 메모할 수 있다. 다만 사건 관계인과 대질심문을 할 때 상대방의 진술이나 압수수색 결과 등 수사기밀에 관한 내용은 메모지에 적을 수 없다. 피의자가 작성을 마친 조서를 베껴 적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피의자가 조사 내용을 메모하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동의 자유와 피의자 방어권에 따른 당연한 권리”라며 대검찰청에 메모 금지 관행을 철폐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대검 지침과 별도로 일선 수사현장에서 메모 행위에 대해 논란이 지속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관련 진정이 제기되는지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똑같은 장애를 갖고 있어도 사회 환경에 따라 장애인의 사회 참여 정도가 달라져요.” 최초의 시각장애인 변호사인 김재왕 변호사(37·변호사시험 1기)는 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가진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연’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사회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시각장애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과정에서 겪은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2004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생명과학을 공부하다가 점차 시력이 나빠져 학업을 포기했다. 지인에게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생기는데, 법조인이 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로스쿨에 도전했다. 시험 준비에 나선 그는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을 주관하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문자를 소리로 바꿔 주는 음성형 컴퓨터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 문제지나 글자가 큰 확대 문제지만 제공됐는데, 그는 시각장애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점자를 빠르게 읽지 못했다. 협의회는 시각장애인 최초로 사법시험을 통과한 서울북부지법 최영 판사의 사례가 있었기에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영어 시험인 텝스(TEPS)도 같은 방식으로 치르기 위해 주최 측에 음성형 컴퓨터 사용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김 변호사는 “텝스 시험은 듣기평가만 풀고 독해는 다 찍을 수밖에 없었다”며 “다행히 서울대 로스쿨 사회적 약자 전형에선 영어 성적을 필수요건으로 두지 않아 합격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만약 법학적성시험을 음성형 컴퓨터로 치르지 못했거나, 로스쿨에서 영어 성적을 필수로 요구했다면 변호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새로 만들었던 기표대 얘기도 꺼냈다. 새 기표대는 기존 기표대가 폭이 좁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혼자 들어가 투표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폭이 넓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표용 받침대가 휠체어 오른쪽에 있어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기표해야 했다. 김 변호사는 이 기표대가 상체를 틀지 못하거나 오른손 혹은 양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은 혼자 투표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해 디자인 개선을 이끌어냈다. 김 변호사는 “양손을 못 쓰는 한 장애인이 이전 기표대에선 발로 투표를 했는데, 새로 바뀐 기표대에선 혼자 기표를 못 하게 됐다”며 “장애인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기표대 환경에 따라 능력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강의를 시작으로 다음 달 21일까지 전국 11개 법원에서 장애인 인식 개선에 관한 강연을 이어간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게 회삿돈을 빼돌려 준 혐의로 기소된 유 전 회장의 최측근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77)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부동산을 담보로 297억 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기소된 유 전 회장의 처남 권오곤 트라이곤코리아 대표는 실형, 부인 권윤자 씨(71)는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회삿돈 40억 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292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유 전 회장에게 고문료라는 명목으로 회삿돈을 몰아주거나. 유 전 회장의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사진전을 임의로 지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회장의 두 아들 대균 씨와 혁기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돈을 내주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잠적했다가 지난해 11월 귀국해 자수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유 전 회장의 부인 권 씨에게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을, 처남 권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2010년 2월 구원파 부동산을 담보로 297억 원을 대출받아 교회에 피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권 대표는 교회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수백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추가됐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30일 대구 출신인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56·사법연수원 16기)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검찰 안팎에서는 “예상대로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올해 2월 서울중앙지검장에서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부터 김 후보자는 일찌감치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목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올해 6월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로 발탁되면서 후임 법무부 장관에 호남 출신인 김현웅 장관이 임명됐을 때에도 ‘호남 장관-TK(대구 경북) 총장’ 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달 들어 청와대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한 기수 후배이자 대구고 출신인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 부상하면서 ‘김수남 대세론’이 흔들리는 듯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후반 사정(司正) 수사를 진두지휘할 검찰 총수로 김 후보자를 낙점했다. 그가 예정대로 검찰총장에 임명된다면 차기 대통령선거 직전(2017년 12월 1일)까지 검찰 조직을 이끌게 된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검찰 총수로 지명된 데에는 무엇보다 2013년 수원지검장 재직 때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성공적으로 지휘하면서 현 정권 핵심부의 신임을 얻은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직접 수사기록을 검토해 내란음모와 내란선동죄를 적용하는 법리를 개발해 냈고, 통진당 해산 결정까지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박 대통령의 자문을 받는 검찰 출신 원로그룹도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그가 내년 4월 20대 총선 관리와 임기 말 부정부패 수사 지휘의 적임자라는 의견을 내며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7년 한보그룹 비리 사건 등을 수사한 특별수사통으로 꼽히며, 정무적 판단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판사에서 검사로 전직했던 그의 행로가 꼭 순탄하지는 않았다. 현정부 임기 첫 해인 2013년 4월 연수원 16기 동기들이 고검장으로 승진할 때 탈락해 선두주자군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부친인 고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수원지검장 시절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계기로 검찰의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정식으로 임명되면 상하 관계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동기가 맡는 상황이 된다. 1985년 김석휘 법무부 장관-서동권 총장(사법고시 8회) 이후 30년 만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지만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현웅 장관과 김 후보자 간에 오히려 소통이 원활할 거라는 시각도 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2008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휘하의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데리고 있어 호흡을 맞춰 본 사이다. 다음 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국회 청문회에선 고도근시로 병역을 면제받은 부분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TK 독식론’을 들어 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김 후보자 외에도 현재 국세청장, 경찰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사정기관 책임자들이 모두 TK 출신이기 때문이다. 강신명 경찰청장과는 대구 청구고 동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30일 “역시나 TK라니 정말 실망스럽다”면서 “TK 외에는 검사가 없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가족 관계로는 1997년 8월 미국 연수를 갔을 때 만난 조은숙 씨(49·대학교수)와 늦깎이 결혼을 해 두 딸을 두고 있다.조동주 djc@donga.com·장관석 기자}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의 주범 이모 병장(27)에 대해 대법원이 살인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 병장과 함께 윤 일병 구타에 동참해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가 인정됐던 하모 병장(23) 등 3명에겐 윤 일병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6일 윤 일병을 집단 구타하고 가혹 행위를 가해 살해한 혐의(살인) 등으로 기소된 이 병장에게 살인죄를 인정하면서도 공범 3명에 대해선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윤 일병이 사망한 지난해 4월 6일 오후 4시경부터 이 병장이 25분 동안 잔혹한 폭행을 멈추지 않았고, 사건 전날 밤 윤 일병에게서 “이 병장 아버지가 조폭이었다는 말이 가장 감명 깊었다”라는 말을 들은 이후 폭행 강도가 급격히 강해졌던 점 등에 비춰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윤 일병 구타에 동참했던 하 병장 등 공범 3명에 대해선 상급자인 이 병장의 지시에 의해 폭행에 가담했고 횟수도 훨씬 적다며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윤 일병이 쓰러지자 이 병장의 폭행을 만류했고, 의식을 잃고 쓰러진 윤 일병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사실 등을 보면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이 병장은 1심에서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가 인정됐지만 법정 유기징역 최고형인 징역 45년에 처해졌다. 2심은 이 병장의 살인죄를 인정했지만 형량은 징역 35년으로 오히려 줄였다. 이 병장이 살인을 주도적으로 계획한 건 아니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데다 아직 20대라는 점이 감안됐다. 수감 중인 이 병장은 국군교도소에서 동료 수감자 3명을 때리고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28일 군사법원에 추가 기소돼 형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김진태 검찰총장의 뒤를 이을 차기 총장 후보가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56·사법연수원 16기)과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52·17기), 김경수 대구고검장(55·17기), 김희관 광주고검장(52·17기) 등 4명으로 압축됐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최종 후보 1명을 임명 제청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에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후보자 4명 중 가장 선배 기수인 김 차장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는 2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3시간 동안 회의를 열어 총장 후보로 천거돼 검증에 동의한 8명 중 이 4명을 후보자로 결정했다.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상황에 대비해 투표함과 투표용지도 준비했지만 표결 없이 의견이 모아졌다. 차기 총장 후보로 추천된 4명은 대구경북(TK·김수남 박성재), 부산경남(PK·김경수)과 호남(김희관) 출신으로 지역 안배의 모양새를 갖췄다. 김수남 차장은 1987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했다가 1990년 검사로 전직했다.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성공시키며 정권 핵심부의 신임을 얻었고,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박성재 지검장은 현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기치에 발맞춰 최근 진행된 각종 사정 수사를 지휘하며 총장 후보로 떠올랐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뚝심이 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현 정부 실세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구고 후배다. 김경수 고검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 비리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한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원칙을 중시하고 꼼꼼하며 합리적인 성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희관 고검장은 2008년 18대 총선을 총괄한 대검 공안기획관을 지냈고,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막판에 급부상했던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53·17기)은 최종 후보군에 들지 못했으나 다른 공직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조동주 djc@donga.com·장관석 기자}
검찰이 합법적인 회사를 가장해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800억 원대의 불법수익을 챙긴 일당에게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인터넷 도박과의 전쟁을 선포한 검찰이 폭력조직에 적용해온 범죄단체조직죄를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게 적용해 가중처벌하기로 방침을 정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첫 사례다. 이들이 3년 동안 운영한 도박 사이트에서는 국내외 회원 13만여 명이 4200억여 원을 탕진했고, 운영자들은 태국 푸껫에서 초호화 풀빌라를 빌려 하루에 3000만 원짜리 환락 파티를 벌였다. 대구지검 강력부(부장 강종헌)는 2011∼2014년 국내 프로그램 개발업체를 가장해 중국에 4개 본부를 두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며 800억 원대의 범죄수익을 챙긴 혐의로 업체 직원 김모 씨(36) 등 6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총 19명을 재판에 넘기며 최초로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서울 금천구에 사무실을 둔 프로그램 개발업체로 법인을 세운 뒤 실제론 중국 웨이하이(威海)와 황관, 옌타이(煙臺), 상하이(上海)에 4개 본부를 차려 조직적으로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왔다. 인터넷 도박 참여자는 변호사 사무장, 초등학교 교사, 대학생, 가정주부, 일용직 노동자 등으로 다양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업체 임직원 68명은 기술개발팀, 홍보팀, 사이트운영팀, 현금인출팀으로 역할을 분담해 기업 형태로 범죄조직을 꾸렸다. 사이트 회원 13만여 명이 도박에 쏟아 부은 4200억여 원 중 800억여 원은 이른바 ‘대포계좌’를 거쳐 현금인출팀이 국내에서 인출한 뒤 중국에 있는 임원들에게 전달했다. 업체 대표 강모 씨(36·지명수배) 등은 직원이 조직을 탈퇴하려 하면 불법도박에 이용되는 계좌에서 해당 조직원 명의 계좌로 돈을 송금해 공범이라는 흔적을 남기는 식으로 압박했다. 중국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위협하거나 부모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협박하기도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이 최근 인터넷에서 활개를 치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극 적용해 엄벌에 처하기로 했다. 그동안 폭력조직이나 보이스피싱 일당 등에 국한됐던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인터넷 도박 운영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하면서 검찰이 인터넷 도박과의 전면 전쟁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변찬우 검사장)는 최근 인터넷 도박사이트가 조직적인 기업형으로 진화한 만큼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고 27일 밝혔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이날 간부회의에서 최근 사회지도층과 프로스포츠 선수 등 각계에 만연한 도박을 근절하라는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사용되는 차명계좌에 유입되는 자금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적극 추징하는 한편 보이스피싱처럼 범죄이용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검찰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찾아내도 이를 차단하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해 시간이 3주가량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색출과 동시에 해당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이 최근 인터넷에 활개 치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극 적용해 엄벌에 처하기로 했다. 그동안 폭력조직이나 보이스피싱 일당 등에게 국한됐던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인터넷 도박 운영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하면서 검찰이 인터넷 도박과의 전면 전쟁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변찬우 검사장)는 최근 인터넷 도박사이트가 조직적인 기업형으로 진화한 만큼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고 27일 밝혔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이날 간부회의에서 최근 사회지도층과 프로스포츠 선수 등 각계에 만연한 도박을 근절하라는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사용되는 차명계좌에 유입되는 자금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적극 추징하는 한편 보이스피싱처럼 범죄이용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검찰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찾아내도 이를 차단하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해 3주 가량의 시간이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색출과 동시에 해당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 구조업체 선정 비리에 연루된 해양경찰 간부들을 수사한 검찰이 재판 관할 법원을 잘못 택해 기소하는 바람에 1년 6개월 동안 시간만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잘못된 기소로 비리 연루 공무원들은 참사 이후 아직까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해경 수색과장 박모 총경(49)과 재난대비계 나모 경감(43) 사건의 상고심에서 검찰이 당초 이들을 기소한 광주지법 본원이 이 사건 재판 관할지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 구조업체 언딘에 구난 업무를 독점 계약해주고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바지선을 언딘 측에 넘겨 구조현장에 투입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 수사를 전담한 광주지검은 지난해 10월 박 총경과 나 경감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광주지법 본원에 기소했다. 검찰은 범죄 발생지가 광주지법 해남지원 관할인 전남 진도군이고, 법원설치법에 따르면 광주지법 본원의 관할구역이 해남지원 관할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기소가 적법하다고 주장했지만 1심 법원은 재판 관할이 아니라며 사건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똑같은 판결이 돌아왔고, 대법원 문까지 두드렸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법 본원과 지원은 서로 독립된 관할권을 갖는 별개 법원이라며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박 총경과 나 경감 사건을 맡는 데 적법한 관할 법원에 다시 기소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만약 검찰이 애초 1심 법원 판결에 승복하고 관할 법원인 광주지법 해남지원 등에 다시 기소했다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퇴임을 한 달여 앞둔 김진태 검찰총장(사진)이 주말인 24일 전국 고검장 및 검사장 40여 명과 산행을 한 뒤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퇴임 전 사실상 마지막으로 전국 검사장급 고위 간부들과 가진 이날 일정에는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로 꼽히는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과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등도 모두 참석했다. 산행은 24일 오후 1시경 경기 포천 소재 국립수목원(옛 광릉수목원)에서 2시간여에 걸쳐 이뤄졌다. 차기 총장 후보 인선에 관여하는 법무부 소속 검사장 6명은 차기 총장 후보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에서 귀국한 다음 날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산행 일정을 소화했다. 차기 총장 후보자를 발표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가 28일 열리는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그 전에 산행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산행은 검사장들이 김 총장에게 퇴임 전 마지막으로 자리를 갖자고 제안해 성사됐다고 한다. 김 총장과 전국 검사장이 한자리에 모인 건 3월 전국 검사장 간담회 이후 처음이다. 산행을 마치고 오후 6시경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는 술이 몇 순배 도는 화기애애한 저녁 자리가 이어졌다. 김 총장은 “일선에서 좋은 보고가 많이 올라와 좋았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고, 한 일선 검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총장을 맡아 업무를 잘 수행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총장후보추천위는 28일 오후 3시 회의를 열고 전국 고검장 8명과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등 후보 9명 중 3명 이상의 차기 총장 후보자를 발표한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추천위가 올린 후보 중 최종 1명을 이달 안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조동주 djc@donga.com·장관석 기자}
이른바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수면유도제)을 투약하던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여종업원 A 씨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요즘 전문의약품인 ‘에토미데이트’(일명 에토미)를 맞으며 잠들고 있다. A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로 잠을 잘 이루질 못했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동료들의 조언으로 이 약을 알게 됐다. A 씨는 이 약을 한 번에 3∼5mL 투약하면 1시간가량 잠들고, 약효가 떨어져 잠에서 깨면 같은 용량을 또 투약했다. 이런 방식으로 다른 동료와 함께 하룻밤 사이에 앰풀 10개를 모두 쓰기도 했다. 1박스(10mL 앰풀 10개)가 70만∼80만 원에 거래되고 있어 A 씨는 유흥업소에서 번 돈의 상당액을 에토미데이트 구입에 썼다. A 씨는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구하기가 어렵고 단속도 신경 쓰인다”며 “에토미를 투약하면 기분 좋은 생각과 함께 스르르 잠이 들고 깨어나면 개운하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A 씨처럼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을 대체해 비슷한 효과가 있는 전문의약품인 에토미데이트가 서울 강남 유흥업소와 성형외과 일대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인천지검 강력부(부장 이형관)는 전문의약품 에토미데이트를 빼돌려 시중에 고가에 팔아넘긴 혐의로 안모 씨(46) 등 폭력조직원 2명과 유통책 1명 등 총 3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21일 구속 기소했다. 안 씨 등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약품 도매상에서 에토미데이트 5만 mL(앰풀 5000개)를 빼돌려 유흥업소 여성 등에게 팔아 4억여 원을 챙긴 혐의(약사법 위반)다. 검찰은 프로포폴과 달리 에토미데이트는 아직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안 씨 등에게 마약류관리법 대신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투약자는 처벌하지 못했다. 병원 등에 공급되는 에토미데이트의 가격은 앰풀당 5000원 선이지만 불법 유통을 거치면서 가격이 7만∼8만 원 선까지 치솟았다. 특히 이른바 ‘주사 아줌마’로 불리는 전직 간호조무사 출신 여성들이 서울 강남 일대 모텔이나 오피스텔 등지에서 투약자들을 만나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해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3mL 안팎으로 투약하지만 의존도가 심해지면 한 번에 5mL 넘게 투약한다. 2010년 8만 앰풀이 수입됐던 에토미데이트는 2011년 2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그해 12만 앰풀에서 2012년 20만 앰풀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0만 앰풀이나 수입됐다. 대검찰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해 에토미데이트도 마약류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에토미데이트정식 명칭은 에토미데이트 리푸로 주사제다. 백색의 전신 마취제로, 수면내시경 검사에 사용되는 등 효능과 용법이 프로포폴과 유사하다. 프로포폴과 달리 마약류로 분류돼 있지 않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는 투여할 수 없다. 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