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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상반기(1∼6월) 중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계약이 체결되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지분을 45%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KDB산업은행은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 금호타이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며 배수진을 쳤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날부터 광주공장 인근 송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채권단이 정한 노사 협상 시한인 이달 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블스타로부터 금호타이어에 6463억 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더블스타가 6463억 원(주당 5000원)을 투자하면 지분 4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더블스타는 3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채권단은 2대 주주(23.1%)로서 채권 만기를 연장해주고 국내 시설투자용 신규 대출을 최대 2000억 원 규모로 내주기로 했다. 또 5년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더블스타의 중국 내 영업망을 이용해 회사 부실의 주범인 중국 공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더블스타 투자액과 추가대출을 합친 신규자금 약 8500억 원을 통해 약 5년간 국내 시설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합병(M&A) 계약 때 양해각서(MOU)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 상대방과 조건을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산은이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사 결과 금호타이어 청산가치는 1조 원으로 계속기업가치(4600억 원)보다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법정관리+워크아웃)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채권단은 신규 자금을 8000억∼1조800억 원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경영정상화 효과는 미미하다. 법정관리로 가는 경우엔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수석부행장은 “(노조가) 마지막까지 (해외 매각을) 수용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은 노조로 넘어갔다. 지난달 28일 채권단은 채권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해주기 위한 조건으로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해야 하는 시한을 지난달 26일에서 이달 말로 미뤄줬다. 이 수석부행장은 “더블스타는 노조가 반대하면 들어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며 “노조는 인건비를 경쟁사인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수준으로 낮추는 자구 계획과 해외 매각에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회사가 외국에 팔리는 경우 대규모 정리해고 가능성을 우려해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2일부터 노조 집행부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20m 높이 송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해외에 팔지 않겠다고 밝히기 전까지는 고공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협상 시한을 무한정 미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직원들이 두 달째 월급을 못 받을 정도로 유동성 위기가 목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강유현 yhkang@donga.com·이은택 기자}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G90(국내명 EQ900)을 의전차량으로 제공한다. 1일 현대차는 G90 스페셜 에디션 차량 5종을 4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맞춰 현지 공개한다고 밝혔다. 제네시스는 시상식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할리우드 스타, 유명 인사 등에게 G90 스페셜 에디션 10대를 포함한 총 15대의 의전차량을 제공한다. 제네시스는 지난해부터 미국 생활매거진 베니티페어와 파트너십을 맺고 아카데미 시상식 마케팅을 펼쳐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스페셜 에디션 차량은 고급 여성 주문복을 지칭하는 프랑스어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지난달 13일 군산공장을 폐쇄한 한국GM이 부평, 창원, 군산 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퇴직 접수를 2일 마감한다. 퇴직 희망자가 사측이 기대하는 규모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한국GM 직원 1만6000여 명에 대한 강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은 군산공장뿐 아니라 사실상 한국GM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이미 노동조합원뿐 아니라 임원, 팀장급 이상 간부직원 등에게도 구조조정 방침이 통보된 상태다. 본사 출신 임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부사장 전무급 35%, 상무 팀장급 20% 감축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하는 팀장급 이상은 약 500명이다. 일반직원 감축 목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GM에 따르면 폐쇄된 군산공장에선 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공장 가동 재개에 대한 미련과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나중에 다시 회사 사정이 좋아졌을 때 복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부평, 창원 공장은 신청자가 많은 편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이번에 신청해 희망퇴직을 하는 정규직에게는 2, 3년 치 연봉을 위로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GM이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지난해 실적추정치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해 전년 대비 약 30% 늘어난 9000억 원의 순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순손실을 기록한 2015년(당기순손실 9868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적자 전환된 이래 지난해까지 누적 손실 규모가 총 2조9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영업손실 추정치도 8000억 원으로 유례없는 수준이다. 매출 추정치는 10조7000억 원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조5325억 원 이후 최악이다. 정부는 2013년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 등 GM 미국 본사의 글로벌 전략 수정 이후 수출이 줄어든 것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높은 매출원가율(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GM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2016년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은 93.1%로 현대·기아자동차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GM 본사가 한국GM의 차입금에 높은 이자(4.8∼5.3%)를 요구하고 연구개발비, 불명확한 업무지원비 등을 부담시킨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GM은 이날 주력 판매차종의 보증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현금 할인 등을 실시하는 할인 정책을 내놨다. 국내 판매량을 반등시켜 회생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은택 nabi@donga.com·황태호 기자}

그간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최고급 럭셔리 세단 시장에 국산차들이 잇달아 파고들고 있다. 최고급 플래그십 대형세단 판매도 증가 추세다. 그간 국산차 중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기아자동차가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만든 신형 K9을 4월 출시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그간 K9은 기대에 못 미치는 디자인과 성능으로 판매량이 미미해 제네시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소비자들의 기대도 큰 분위기다. 최근 기아차가 잇달아 내놓은 스팅어, K3가 하나같이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바야흐로 제네시스와 기아차의 피 터지는 플래그십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고 이미지만 공개된 신형 K9은 구형 K9과 아예 다른 차다. 차체 크기, 디자인, 상품성 모두 확 바뀌었다. 볼륨이 커져 대형세단으로서의 위엄을 더했다. 기능도 업그레이드됐다. 주행에 불안요소가 될 것들을 차가 운전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등 첨단 지능형 안전기술이 대거 들어갔다. 기존 기아의 ‘KIA’ 엠블럼도 다소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스팅어처럼 완전히 독자 엠블럼을 쓰지는 않겠지만 색상 등이 바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애정을 쏟았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제네시스를 잡기 위해 기아차가 독기를 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같은 현대자동차그룹 식구라고 해서 봐주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EQ900, G80으로 기존 고급 대형세단 시장을 쥐고 있는 제네시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G80은 국내 대형세단 중 최초로 디젤 모델이 출시됐다. 차량이 진동을 줄여주는 진동 저감형 토크 컨버터, 실내 소음을 줄여주는 실내소음 저감장치 등을 더해 상품성을 높였다. 7500만∼1억1800만 원대 EQ900의 지위도 여전히 견고하다. 디자인, 성능, 상품성 등 어느 것 하나 수입 고급세단에 뒤지는 점이 없다. 캐딜락, 재규어 등 고급 수입브랜드의 동급 세단을 시승해 본 소비자들이 EQ900을 더 선호할 정도다. 이 때문에 여기에 신형 K9이 얼마나 치고 들어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비교적 고부가가치 차종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도 조금씩 경쟁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만큼 그보다 고가의 상위 차종에서 앞으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차기 회장으로 손경식 CJ 회장(사진)을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27일 전후로 결론을 낼 방침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경총은 차기 회장 선출을 이달 내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회장 후보 추대 절차에 참여하는 한 전형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27일 오전에 전형위원들이 모여 조찬을 나누며 회장 후보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 전형위원은 “손 회장도 경총 회장직을 수락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 회의 전이어서 다른 후보에 대한 가능성도 열려는 있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손 회장이 경륜을 갖췄고 문재인 정부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경총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위축된 가운데 대기업과 정부의 소통 창구로 외연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21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박상희 미주철강 대표가 차기 회장으로 거론됐다가 선임이 무산되자 경제계 일각에서는 외압설이 제기되는 등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중소기업 대표 출신으로는 처음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에 추대돼 관심을 모았던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대구경총 회장 겸임)의 경총 회장 선임이 무산됐다. 박병원 현 회장과 김영배 상근부회장도 이날 사의를 밝혀 경총은 사상 초유의 지도부 공백사태를 맞았다. 노사정 협의에서 기업을 대변할 ‘얼굴’이 사라진 셈이다. 경총은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49회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19일 열린 경총 회장단 모임에서 제7대 회장에 박상희 회장이 추대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열린 전형위원회는 이를 부결시켰다. 회장단 결정을 전형위가 부결시킨 것은 처음이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빠른 시일 안에 새 후보를 추대하기로 했고, 총회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차기 회장을 정하는 전형위원으로는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영태 SK 부회장, 정지택 두산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용이 경기경총 회장이 참여했고 박복규 경총 감사(전국택시연합회장)가 위원장을 맡았다.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었던 박 회장은 반발했다. 그는 “전형위에 참여한 특정 대기업이 반대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당시 회장단 모임에서 박 회장이 내정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19일 회장단 회의에서는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박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형위원장인 박 감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손 회장의 의중은 확인하기 어려웠고, 박 회장은 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전형위원은 “회장단 모임에서 박 회장이 공식적으로 추대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점쳤다. 김영배 상근 부회장이 이번 혼선에 책임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부회장이 박 회장을 내세웠고 이에 회원사가 반발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임기가 끝난 김 부회장은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난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개질책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으며, 후임으로는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가 오르내리고 있다.이은택 nabi@donga.com·김현수 기자}

신임 한국경영자총협회장에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67·사진)이 내정됐다. 중소기업 대표가 노사 관계에서 경영자 측 대표 단체인 경총 회장을 맡는 것은 1970년 경총이 설립된 지 48년 만에 처음이다. 경총은 21일 현 대구경총 회장인 박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박 회장은 1995∼2000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을 지낸 바 있어 5대 경제단체 중 두 곳의 수장을 역임하게 됐다.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16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2∼2016년에는 새누리당 재정위원장을 맡았다. 중기회장 출신의 박 회장이 경총 회장에 오르면서 그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함께 대기업만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경총이 변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 출범 초기 마찰을 빚었던 박병원 회장이 연임에 실패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박상희 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노사협력 모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예전에 한 대기업 회장이 ‘노조 없는 기업’을 자랑하기에 면박 준 일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무조건 노조를 부정해서는 안 되고 협력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 나는 직접 노조를 만들어 본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역대 경총 회장은 대기업에서 월급 받던 사장이나 공무원들이 했다. 아무래도 노사 문제를 가깝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진정한 (노사 문제의) 협상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중기만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기업 없이는 중소기업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강관 전문 중견기업인 휴스틸이 최근 전남 여수에 공장을 추가로 건립하려다 미국의 통상 압박 우려에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철강 통상 압박에 따른 국내 영향이 가시화한 셈이다. 21일 휴스틸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강관 등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53%까지 높이면 현재 공장 3곳의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공장 추가 설립을 구상하다 최근 미국의 움직임을 보고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휴스틸이 구상 단계에서 접은 여수공장은 2000억 원을 투자해 지은 충남 당진공장 규모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틸은 미국 건설사 벡텔, 에너지 기업 윌리엄스 등에 강관을 납품해온 강관 전문 기업이다. 휴스틸 관계자는 “보통 미국 거래처가 2, 3개월 단위로 주문한다. 4월에 미국이 정식 발표하면 4월 주문분이 취소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 강관을 주로 수입하는 미국 건설 및 에너지 기업들도 미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주지역 유전 개발과 셰일 자원 프로젝트가 늘면서 에너지 기업의 강관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 철강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을 미국 에너지 건설업계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납득 어려운 美 철강 압박 미국은 자동차, 기계, 항공기, 가전 등 자국 산업에 필요한 철강의 3분의 1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항공기 동체, 자동차 차체 등의 재료로 쓰이는 알루미늄은 연간 수요(약 550만 t)의 90%를 수입해서 쓴다. 알루미늄 수입관세가 오르면 맥주캔 제조비용도 올라 미국 전체 맥주가격이 뛴다. 미국에서 오히려 ‘철강장벽’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지는 이유다. 한 철강업체 임원은 “항공, 자동차 등 미국 철강 고객사들은 최근의 철강제품 관세율 인상에 불만이 높다. 당장 자국 기업으로 거래처를 바꾸기도 어렵고 비용만 높아진다고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그는 “미국 내 반대로 (한국 철강에 대한) 고관세율이 실제 어느 수준으로 적용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CNN머니도 최근 “의도치 않은 결과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미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미국 철강업계 실적도 최근 상승세여서 국내에서는 칼을 꺼내든 타이밍에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2008년 중국이 철강제품 생산량을 무섭게 늘리면서 미국 철강업계는 2009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2008년 한 해 미국 철강기업의 총 순이익은 47억100만 달러(약 5조600억 원)였지만 이듬해 17억4600만 달러(약 1조8800억 원) 적자였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철강업계는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경제 회복세와 건설경기 호조, 원유시추 증가, 에너지 분야 성장 등이 배경이다. 미국 최대 철강사 뉴코의 지난해 매출은 151억6000만 달러(약 16조2212억 원)로 전년보다 23% 늘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39% 오른 14억4800만 달러(약 1조5494억 원)를 기록했다. US스틸도 2016년 영업손실 1억100만 달러(약 1080억 원) 적자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4억6000만 달러(약 4922억 원)로 흑자 전환했다. 미국 철강업체의 피해를 거론하기에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美 가전도 소비자 피해 우려 이달 초 미국에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된 세탁기나 보복관세 부과 위기에 놓인 TV 시장에서도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피해 우려가 나온다. TV처럼 미국 내 메이저 업체가 없는 시장에 대해서까지 ‘보복관세’를 거론하는 건 지지율을 감안한 정치 이슈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북미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36.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가 17.5%로 2위였다. 일본 소니(12.3%)가 뒤를 이었다. 미국 제조사 중에는 비지오가 10.4%로 4위에 올랐지만 주로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라 메이저 업체로 분류하긴 어렵다. 국내 TV업계 관계자는 “현지 TV 업체들의 경쟁력이 워낙 낮기 때문에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을 들이밀 수 없다”며 “무역 불균형 등을 근거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소비자만 손해”라고 했다. 이은택 nabi@donga.com·김지현·변종국 기자}
정부가 가상통화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고 투자자 보호 대책과 과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요 선진국이 이미 가상통화 금지보다는 입법규제로 방향을 정한 만큼 한국도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0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가상통화 규제 세제 회계분야 이슈점검 세미나’를 열고 가상통화 정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가상통화는 이미 일반인들의 실생활에 다가와 있는 만큼 거품 논란을 떠나 혼란을 줄이고 순기능을 이끌어 낼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통화를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법 테두리 안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이미 제도권에서 관리하고 있어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가상통화에 세금을 매기고 거래소에 대해서는 인가제나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주요 유럽 국가는 관련 협회 등을 통한 자율규제 쪽으로 정책방향을 정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이 가상통화를 전면 금지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병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도 “대부분 국가는 가상통화가 자산이자 결제수단의 성격을 가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과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은 가상통화에 소득세와 법인세, 양도소득세를 매기고 있으며 독일은 부가가치세도 부과하고 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통화 거래소에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를 부과하고 지정감사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임기 만료를 앞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각각 연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서울상공회의소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겸 서울상의에서 정기 의원총회를 연다. 여기에서는 임기 3년인 회장과 부회장단 등이 선출된다. 전통적으로 서울상의 회장은 전국 상의회장을 총괄하는 대한상의 회장을 겸해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날 의총에서는 박 회장의 연임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존재감이 높고 경쟁 후보로 나서는 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상의가 박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면 내달 22일 대한상의 의총에서 박 회장을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이다. 경총에 따르면 박병원 회장도 연임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경총은 22일 정기총회를 열고 박 회장의 재추대 안건 등을 논의한다. 지난해만 해도 박 회장은 “후임자를 알아보겠다” “연임할 생각이 없다”며 물러날 뜻을 밝혔지만 최근 회원사들의 연임 요청이 이어지고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점 때문에 연임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정기총회가 끝난 뒤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기아자동차가 플래그십 대형 세단 신형 K9의 티저(예고) 이미지(사진)를 공개했다. 제네시스가 주도하고 있는 고급 국산차 시장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기아차는 K9의 완전변경 모델 ‘더 K9(THE K9)’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더 K9은 기존 모델보다 차체가 한층 커졌고 풍부한 볼륨감과 입체감을 갖췄다. 기아차는 “전체적으로 품격 있고 당당한 인상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더 K9은 주행에 불안요소가 될 것들을 운전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첨단 지능형 안전기술이 대거 탑재됐다. 2012년 처음 출시된 이후 6년 만에 2세대 모델로 돌아오는 더 K9은 기아차의 최고급 모델로서 위상을 재정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EQ900, G80, G70 등 제네시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국산 고급차 시장에서 더 K9이 어느 정도의 판매량을 거둘지 주목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완벽하고 새로운 고급 대형차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에선 더 이상 TV 완성품을 만들지 않고 대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해온다. 이는 불공평하며 상호세(reciprocal taxes)를 부과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정부의 ‘한국 기업 때리기’가 확대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TV에 대한 보복관세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재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TV,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출산업에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열린 무역 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에만 일자리가 생겼고 미국은 손해만 봤다”며 “몹시 나쁜 협정이고 재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통상보복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선언을 할 가능성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북미로 수출하는 TV 제품 전량을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다. 멕시코산 제품은 NAFTA 규정에 따라 현재는 0% 관세를 적용받아 왔다. 하지만 미국이 NAFTA를 탈퇴하면 멕시코산 TV에 35%까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멕시코산 수입품에 3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재계에선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를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집중 공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판매 물량 70만여 대 중 절반가량을 한국 등에서 만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철강은 한국이 미국에 수출만 할 뿐 수입은 없는 일방적 교역 형태인 반면 자동차는 일방적인 적자나 흑자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반도체업체 비트마이크로가 지난달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관련된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소한 상태다. ITC는 관세법에 따라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의 수입금지 및 판매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소는 통상 이슈가 아니라 특허 이슈로, 비트마이크로가 제소한 업체 중에는 HP, 델 등 미국 업체도 포함돼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 분위기에 따라 이번 일이 정치적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김재희 jetti@donga.com·이은택 기자}

잇단 악재로 늪에 빠졌던 KAI가 올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검찰 수사로 인한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분위기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새로운 시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첫 단계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고용 계획을 밝혔다. 19일 KAI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확대를 위해 최대 규모 신규 채용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KAI는 올해 700명 이상을 새로 뽑는다. 이는 현재 KAI 직원(4100여 명)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고용(400명) 규모에 비해 75% 늘어난 수치다. 김조원 KAI 사장(사진)은 “대형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개발 및 생산을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적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채용계획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 사장은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며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김 사장은 KAI가 진행 중인 항공정비(MRO) 사업이 본격화되면 추가 채용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AI는 미래 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 규모도 올해 총 3800억 원으로 지난해(1758억 원)의 약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생산시설, KF-X, 헬기 개발, MRO 사업 추진 등에 쓰인다. KAI는 지난해 10월 김 사장이 취임한 뒤 경영혁신위원회를 만들고 외부 전문가와 내부 직원들이 참여해 60여 개의 혁신과제를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조직을 슬림화하는 통폐합을 단행하고 블라인드 채용, 인사제도 점검, 채용비리 원천 차단 등을 위해 시스템과 제도를 바꿔 나갔다. 이사회의 기능과 독립성도 강화하고, 직원들을 위해 자유로운 휴가 사용, 초과근무 축소 등의 각종 복지 혜택을 늘렸다. 여성 직원들을 위한 전용 휴게실과 모유 수유 시설도 만들었다. KAI는 올해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KAI는 지난해 1972억 원의 적자를 냈다. 당기순이익도 2350억 원 적자로 당초 증권가에서 예상된 적자 규모(약 1503억 원)를 훨씬 넘어섰다. 매출은 2015년 이래 매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KAI는 이날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경영실적도 올해부터는 정상화될 전망”이라며 매출 목표 2조4734억 원, 영업이익 목표는 흑자전환으로 잡았다. 수출 목표는 약 2조3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원하는 MRO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가장 큰 재기의 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AI는 내달 발기인 조합을 설립하고 8월 법인 설립, 11월 국토교통부 인증 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다. 12월에 본격적으로 정비 사업에 착수하고 내년에는 해외 인증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MRO 시장은 2016년 2조9000억 원 규모에서 2025년에는 4조3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항공기는 민간, 군용을 합쳐 총 2300대 정도인데 상당수가 정비할 곳이 없어 몽골 등 다른 국가에 정비를 맡기고 있다. 미국 고등훈련기(APT) 수출 사업 수주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 미국 록히드마틴과 KAI 컨소시엄, 보잉과 스웨덴의 사브 컨소시엄,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DRS가 경합 중이다. 사업 규모는 약 17조 원, 산업 파급효과는 7조 원, 일자리 창출 효과는 4만 개로 추산되는 대형 사업이다. 결과는 5, 6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빗물 새는 헬기’라는 오명을 썼던 국내 독자 개발 헬기 수리온은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민수용(민간용)으로 개조된 수리온이 올해 4월 산림청에 납품될 예정이다. 제주 소방헬기로 선정된 수리온은 현재 비행시험을 거듭하며 격납고에서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KAI 관계자는 “방산제품은 해외에서도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결함 수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수리온의 기술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친 측면이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본사가 위치한 경남 사천 지역 언론사 간담회에서 “앞으로 우공이산(愚公移山·우직한 사람이 산을 옮긴다)의 심정으로 경영에 나설 것이다. 올해는 KAI에 매우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한국과 미국의 ‘경제동맹’의 상징이라고 보는 한국 내 통상 전문가가 사라지고 있다. 지금 두 나라 경제 관계는 분명히 위기 상황이다.” (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 미국이 16일(현지 시간) 한국을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제한 대상 국가로 꼽으며 한미 양국은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경제적 갈등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은 일본과 캐나다 등 철강을 많이 수입하는 주요 동맹국을 제외한 반면 한국을 수입제한 12개국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을 한미 FTA 개정을 위한 ‘협상용 카드’로만 보던 한국 측 전문가들도 이제는 미국이 정치, 외교 분야와 연계해 전방위 한국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동맹국 한국에 ‘관세 폭탄’ 움직임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제한 대상 국가를 선정한 보고서를 공개한 직후 미국 무역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미 수출 증가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규제 대상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주요 제재 대상 12개국에 포함된 기준은 여전히 애매하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365만 t의 철강을 수출하며 수출량 기준 3위에 올랐다. 2011년과 비교하면 수출량이 42% 늘었다. 같은 기간 철강 수출이 66% 늘어난 브라질과 46% 증가한 러시아가 한국과 함께 제재 후보군에 포함된 것은 이해할 만하다. 반면 독일은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이 6년 전보다 40% 늘었지만 제재의 칼날을 피했다. 대미 수출 1위 국가인 캐나다나 7위인 일본도 주요 제재 대상 리스트에서 빠졌다. 미국과 군사적 동맹 관계인 국가들은 대체로 ‘관세 폭탄’만은 피한 셈이다. 대만은 6년 만에 대미 철강 수출량이 2배가 넘는 수준으로 폭증했는데도 12개국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이번 보고서가 한국 철강업계를 콕 찍은 통상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53%에 이르는 관세를 물 가능성이 생긴 한국 철강업계는 속만 끓이고 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3가지 방안 중 ‘12개 국가 제재’를 선택하면 한국산 철강 제품의 미국 수출은 거의 막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들은 지금도 미국 수출 때 적게는 2∼5%, 많게는 60% 이상 관세를 내고 있다. 만약 추가관세 53%가 적용되면 최대 관세율이 100%를 넘기며 제품 가격이 2배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 단기 성과 위한 ‘한국 때리기’ 논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5일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시작한 이후 한국에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22일에는 한국산 세탁기·태양광 전지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철강발 관세 쇼크 이후에는 한국산 반도체가 미국의 타깃이 될 것이란 말이 산업계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대우’가 같은 동맹국인 일본과 비교하면 너무 가혹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대미 무역흑자가 3위(지난해 1∼11월 기준 약 633억 달러)지만 한국은 10위(216억 달러) 수준이다. 그런데도 통상압박은 한국에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한국을 집중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중국과 멕시코 등의 무역 양보를 받아내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한 편”이라며 “미국 중간선거 전에 확실한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미국 민주당의 ‘실정’을 부각하기 위해 한미 FTA를 이슈화했던 만큼 한국 관련 문제를 계속 제기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국가와 함께 WTO 제소 등 공동 대응 방안 찾아야” 전문가들은 미국의 계속된 압박에도 한국은 ‘절제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태호 명예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미국 농산물 수입제한 등 보복 조치에 나서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며 “다른 국가와 함께 WTO 제소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세 폭탄’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러스트 벨트(낙후된 북부·중서부 제조업 지대) 백인 중산층 노동자를 의식한 카드인 만큼 미국과 타협할 수 있는 정교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협상 전공 교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한미 간 무역 불균형인 만큼 한두 개 항목에 얽매이기보다 한국이 무역 불균형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언적인 협상을 할 필요도 있다”고 진단했다. :: 무역확장법 232조 ::미국 대통령 직권으로 특정 상품이 국가 안보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 조사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무역 제재 수단. 1962년 제정됐다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사문화됐지만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부활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최혜령 / 이은택 기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아직 사회 각계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전경련의 변화와 혁신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일자리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이라며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돌파구 만들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는 주요 회원 기업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제57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허 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해 전경련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에서 ‘대기업 로비창구’로 낙인찍힌 전경련은 지난해 회장단회의, 사회협력회계와 관련 부서를 모두 폐지했다. 허 회장은 “조직원들은 고통을 감수하며 사무국 인력과 예산을 절반 이상 줄이고 임금도 30%가량 삭감했다”고 덧붙였다. 삼성 등 주요 회원 기업들이 탈퇴한 뒤 재정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전경련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예전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후원금 모금에도 앞장섰고 각종 일자리 사업으로 문재인 정부에도 힘을 보탰다. 허 회장은 “소득격차 등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 민간 외교도 최선을 다해 수행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기업연합회’로의 명칭 변경 작업은 중단됐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전경련의 반성을 요구했다. 허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전경련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자평했다. 전경련은 올해 역점 사업으로 △벤처 활성화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민간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민간특별위원회 구성 △저출산 대응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경제계 미션단 파견 등 신(新)시장 개척 △남북교류 재개 대비 경제계 대응방안 마련과 통일경제 기반 조성을 선정했다. 대부분 현 정부의 공약, 또는 최근 정책과 연관된 것들이다. 허 회장은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부에 보조를 맞추려는 기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한국기업연합회’로 명칭 변경을 추진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름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내실 없이 이름만 바꾼다’는 비판을 감안한 결정이다. 12일 전경련에 따르면 13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릴 정기총회에서 명칭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은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달 열린 이사회에서 총회에서 명칭 변경을 다루지 않기로 했다. 전경련 명칭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쇄신안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명칭 변경 작업을 철회한 것이다. 전경련은 자체적으로 학계, 재계, 언론계 인사를 대상으로 명칭 변경에 대한 반응을 조사했는데 회의적인 응답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으로 정부 승인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내부에서 나왔다. 전경련이 이름을 바꾸려면 정관을 바꿔야 하고,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최근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경련 스스로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한 행위가 매우 잘못됐다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점이 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관 변경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사실상 승인을 해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름을 바꾸지 않는 대신 쇄신안에는 속도를 낸다. 주요 회원그룹 총수들이 모이는 회장단회의를 없애고 대신 ‘경영자 이사회’를 만들어 주요 결정을 맡긴다. 이사는 총수들이 아니라 각 회원 기업의 전문경영인들이 맡는다. 자금 내역도 온라인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전경련의 수입, 지출 내역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개별 회원 기업이 낸 회비 금액은 현재처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각 기업의 경영정보와 연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앞으로 일자리 문제와 4차 산업혁명 관련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인 ‘일자리 늘리기’에 동참하기 위해 일자리 박람회, 해외 취업 연계 활동을 벌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직원 약 60%가 그만뒀고 남은 임직원도 30∼40%씩 급여를 줄이며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비행기 안에서 마시는 맥주는 꿀맛?!’ 12일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은 지난해 기내에서 판매된 기내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판매량의 27%가 맥주, 20%가 컵라면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에어서울은 기내에서 간단한 음료와 식사를 주문할 수 있는 ‘카페 민트’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맥주, 컵 와인, 컵 사케, 스낵류, 컵라면, 컵밥 등을 사먹을 수 있다. 원래 동남아 등 중거리 노선에서만 팔던 컵라면은 2월부터 일본 도쿄와 시즈오카 등 단거리 노선에서도 팔기 시작했다. 제주항공도 지난달 조사한 기내식 판매량 현황에서 맥주(국제선)가 1위를 차지했다. 국제선 판매 기내식, 기내간식 중 20%가 맥주였고, 라면(14%), 커피(9%)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선은 감귤쥬스세트(19%), 커피(18%), 제주 흑돼지 육포(13%) 등이 인기였다. 국내 한 항공사 관계자는 “많은 승객들이 긴 비행시간 동안 무료함을 잊기 위해 맥주 한 두캔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내식 라면’은 “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법원은 기내에서 쏟아진 라면에 화상을 입은 30대 여성에게 항공사가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난기류를 만나면 흔들리기 십상인 항공기 안에서 펄펄 끓는 라면을 내놓는 것 자체가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 일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면을 찾는 승객들이 워낙 많고 기내식 수입에도 도움이 돼 쉽게 없애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CJ대한통운이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유전개발용 크레인 하역작업(사진)을 무사히 마쳤다. CJ대한통운은 3일에서 7일까지 경남 창원시 마산가포신항에서 영국 페트로팩사의 ‘JSD 6000 메인 덱 크레인’ 하역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크레인은 유전개발용 해양플랜트 특수선에 설치되는 초대형 크레인이다. 각 부품을 모두 결합하면 총길이 120m, 무게 3718t에 달한다. CJ대한통운은 하역을 위해 멀티모듈(SPMT) 104축과 자체 동력을 갖춘 파워팩 4대를 동원했다.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잘 알려진 멀티모듈은 축 1개당 30t을 지탱할 수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선박에서 야적장까지 약 500m를 이동하는 3시간 동안 관계자들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울산항 일반부두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형 에틸렌 저장용 볼탱크 운송에도 성공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로봇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8대 신(新)산업 제품 수출이 지난해 국내에 41만50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8대 신산업 수출의 일자리 창출 및 대(對)중국 수출입 동향 분석’ 보고서를 냈다. 연구원은 전기자동차, 로봇, 바이오헬스, 항공·우주, 에너지 신산업, 첨단 신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OLED), 차세대 반도체를 8가지 미래 신산업 분야로 꼽았다. 이들 제품의 수출 규모는 2014년 478억 달러에서 지난해 736억 달러(약 80조2900억 원)로 늘었다. 매년 약 15.5%씩 성장한 셈이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3%에서 12.8%로 늘었다. 무협은 특히 지난해 8대 신산업 수출이 27.7%나 늘면서 일자리 41만5000개를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은 역시 반도체였다. 각 제품에 따른 일자리 유발효과를 분석한 결과 차세대 반도체는 지난해 18만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8만 개, 에너지 신산업은 4만5000개, 바이오헬스는 4만3000개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8대 신산업의 세계 경쟁력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의 모든 품목이 일본을 제외한 세계 주요 시장에서 선전했다. 전기차 수출액은 186.8% 늘었고 항공·우주와 로봇 수출도 각각 37.3%, 36.2%씩 늘었다. 다른 제품들도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대상 국가별로는 선진국 중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 수출이 각각 34.6%, 29.2%씩 늘었다. 신흥국 중에서는 최근 한국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베트남이 87.8% 늘었고, 아세안과 인도도 각각 48.5%, 29.1%씩 늘었다. 중국은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8대 신산업의 중국 수출액은 2014년 174억 달러에서 지난해 203억 달러(약 22조1400억 원)로 늘었지만, 동시에 수입도 39억 달러에서 75억 달러(약 8조1800억 원)로 가파르게 늘었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신산업은 초기부터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도록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배리 엥글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지난달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회동한 데 이어 최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다시 만나 한국GM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16년 전 이미 2000억 원 넘게 출자한 정부가 적자가 쌓이고 있는 한국GM에 신규 대출이나 증자를 할 경우 밑 빠진 독에 혈세를 쏟아붓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빠질 수 있다. 반면 한국GM이 철수하면 대량 실업이 생길 수 있어 지원 요청을 마냥 외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 2일 본보 취재팀이 찾은 전북 군산시 군산국가산업단지 내 한국지엠(GM) 군산공장 정문 인근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자동차 부품을 적재한 트럭, 완성차를 옮기는 수송용 차량 등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 공장 근로자들로 가득 찼던 40석 규모 인근 식당에는 손님이 3명뿐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두현태 씨(50)는 “군산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주변 하청업체도 상당수 문을 닫았고 용지는 임대 매물로 나왔다”고 전했다. 근로자 A 씨는 “일주일에 공장을 돌리는 날은 고작 3, 4일 정도”라고 했다.○ GM “신규 대출이나 증자하라” 압박 군산공장은 8일부터 이달 말까지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평상시라면 중소형 승용차 크루즈와 다목적 차량 올란도를 연간 26만 대 생산할 수 있지만 지난해부터 가동률이 20%대로 떨어졌다. 한때 3600명에 육박했던 근로자 수는 22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GM본사가 한국에서 발을 빼려 한다는 ‘철수설’이 3년 전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군산공장의 생산 부진 때문이다. 한국GM은 군산을 포함해 인천 부평구, 경남 창원시, 충남 보령시까지 총 4곳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부평1공장과 창원, 보령은 100%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으며, 부평2공장의 가동률은 약 60%다. 급기야 GM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한국에 머물렀던 배리 엥글 미국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이달 7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각종 지원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엥글 사장이 이 회장을 만나 신규 대출 및 증자 등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GM이 한국 정부와의 협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은은 실사 등을 통해 한국GM의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엥글 사장은 지난달에도 한국을 찾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등과 면담했다. 고 차관과의 면담에서는 금융 지원과 유상증자, 재정 지원 가능성을 포괄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GM이 한국 정부에 총 3조 원의 유상증자를 할 계획을 전하면서 지분 17%를 보유한 산은의 참여를 요구했다는 말도 나온다. 지분 비율대로라면 산은은 약 5000억 원을 출자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모가 언급된 정황은 아직까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 ‘혈세지원 딜레마’에 빠진 정부 한국GM에 대한 GM 측의 자금 지원 요구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GM은 2대 주주인 산은에 회계장부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신규 대출과 증자 등 지원만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1일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산은은 한국GM의 적자가 지속되자 주주감사권 행사를 통해 한국GM의 매출 원가와 본사 관리비 부담 규모 등 116개 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GM 측은 6개만 제출하고 나머지는 “기밀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GM이 자회사인 한국GM에 3조 원 규모(2016년 말 기준)의 대출을 해주면서 연 4.7∼5.3%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을 해준 것도 도마에 올랐다. 국내 은행은 한국GM의 적자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고 있다. 적자 상태인 한국GM이 본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해 해마다 1000억 원의 이자를 자회사에서 챙겼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GM이 한국 정부의 방침과 의지를 테스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GM과 관련된 일자리는 직간접적으로 30만 개가 넘는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 정부가 결국은 지원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정부 당국자와 산은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GM의 유동성 위기를 완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한국GM의 부채 규모는 공개된 것만 약 3조 원 규모로 적자가 누적돼 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자본잠식 상태다. 정부 지원으로 당장 급한 불을 끈다고 해도 추가 부실이 생긴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하다가 뒤늦게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GM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정부 지원을 바라는 것 자체가 경쟁력 하락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가 GM의 전략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군산=김준일 jikim@donga.com / 강유현·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