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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하드웨어에서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요지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 서버 활용, 업무 화상회의 등 선진국의 정부와 기업은 이미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도 한국은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서만 활용하고 있다.○ ICT 강국, 활용도는 꼴찌 수준 해외 선진국에선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취합·분석해 판매하는 ‘데이터 브로커’ 시장이 활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직접 본인이 드러나지 않는 비식별화 정보조차 활용이 제한돼 있어 기본적인 타깃 마케팅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생산 공정에 ICT를 연계해 생산성을 확대하는 ‘스마트 팩토리’, ‘인더스트리 4.0’도 디지털 경제의 주요 화두다. 미국의 GE나 독일의 지멘스 등 전통적인 글로벌 제조사들은 자체 디지털 조직을 만들고 전문 분야별로 특화된 정보기술(IT)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국내 정부 부처가 2020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1만 개 구축을 목표로 2014년 시범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 수준이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내 서버와 화상회의 시스템 등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한 업무 방식도 구식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국내 대기업 계열사로 이직한 A 씨는 “이직 전에는 자체 개발한 사내 서버가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돼 있어 버튼 하나만 눌러 인도, 미국, 싱가포르 세계 어디와도 화상회의를 하곤 했다”며 “국내 기업으로 옮긴 뒤로는 가끔 하는 화상회의를 위해서도 정해진 회의실로 우르르 몰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IT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B 씨도 “습관처럼 메신저로 결재 자료를 보냈는데 팀장이 ‘안 뽑아 와?’라고 해서 결국 프린트를 해 가면서 낯선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질적 디지털 경제로 나아가야 보고서는 국가의 디지털 활용 수준을 ①디지털 활용 능력 ②디지털 테크놀로지 ③디지털 액셀러레이터 등 세 분야로 나눠 평가했다. 분야별로 지난해 각국 정부와 주요 기관 공시 자료 및 포천 500대 기업을 포함한 액센츄어 고객사 임원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를 진행했다. 디지털 활용 능력은 기업 혹은 정부에서 업무에 실제 디지털 기술과 사고방식이 쓰이고 있는지 여부로 판단된다. 대표적 사례로 전구 기업으로 유명했던 필립스는 최근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의료장비를 병원이나 가정에 설치한 뒤 사용 데이터를 추적·분석해 개별 환자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변모한 것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국가별 통신 속도와 스마트폰 보급률 등 하드웨어 인프라를 의미한다. 디지털 액셀러레이터는 국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표적 사례로, 디지털·IT 관련 창업을 위해 조성된 정책적·사회적 환경과 의식 수준을 뜻한다. 한국은 전체 노동인력의 37%가 디지털 관련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자본금의 15% 정도만 디지털 분야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의 경우 ①디지털 활용 능력 ③디지털 액셀러레이터 ②디지털 테크놀로지 순으로 우선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고광범 액센츄어 디지털그룹 전무는 “한국은 ICT와 물리적인 실제 산업을 융합해 스마트 팩토리 등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재희 기자}
변호사 자격도 없으면서 대형 로펌을 옮겨 다니며 변호사 행세를 한 중국 동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변호사 자격이 없는데도 각종 사건을 맡고, 불법 브로커 역할을 하며 법무법인과 수임료를 나눈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중국동포 남모 씨(60)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남 씨가 2002년부터 거쳐 간 네 군데의 대형 법무법인은 남 씨가 변호사 자격을 갖췄는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를 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 씨는 부하직원과 회사 동업문제로 갈등을 겪던 농산물 수입업체 대표 왕모 씨(31·여)와 변호사 계약을 맺었다가 덜미를 잡혔다. 재판 일정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결국 소송에서 패소한 남 씨를 수상하게 여긴 왕 씨는 4월 중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 결과 남 씨는 국내에서 활동하는데 필요한 변호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외국변호사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법무부에 등록을 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 신고를 해야 한다”며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국적의 변호사들 중 단 한 명도 이런 절차를 거쳐 등록된 변호사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절차상 허점으로 인해 남 씨처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변호사 행세를 한 것으로 보고, 남 씨가 거쳐 간 로펌 등을 상대로 추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인기 아이돌 그룹 JYJ 멤버인 박유천 씨(30·사진)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이 갖고 있던 속옷에서 남성 유전자(DNA)가 검출됐다. 이 여성은 10일 박 씨를 제일 먼저 고소했다가 5일 뒤 “강제성이 없었다”며 취하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A 씨(24)가 박 씨를 고소할 때 경찰에 제출했던 속옷의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정액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고소인과 참고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박 씨를 불러 사실 확인을 벌이기로 했다. 박 씨가 출석하면 구강세포를 채취해 속옷에서 검출된 남성 DNA와 대조할 계획이다. 그러나 해당 여성이 이미 “합의 아래 성관계가 이뤄졌다”며 고소를 취하한 상태라 DNA 분석 결과로 성폭행 혐의 입증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DNA가 일치해도 성관계 여부만 확인될 뿐 강제성을 규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첫 번째 고소 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은 최고 2년 전 발생한 것이라 사실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A 씨를 제외한 나머지 여성 3명이 따로 제출한 증거도 없다. 결국 당시 현장에 있었던 동석자 등 참고인들이 어떤 내용을 진술하느냐가 중요하다. 성폭행 혐의로 박 씨를 고소한 여성이 4명으로 늘어나자 경찰은 전담 수사 인력을 6명에서 12명으로 늘렸다. 이와 별도로 서울지방경찰청 인력도 지원받고 있다. 박 씨 측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만약 혐의가 인정되면 연예계를 은퇴하겠다”는 의견까지 밝혔다. 또 20일에는 해당 여성들을 무고나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대형 한류스타의 성추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기가 만든 연예인 권력과 우월의식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 연예인 성범죄의 경우 대부분 자신의 지위를 악용한다”며 “인기가 만든 우월의식이 도를 넘으면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만권 연우심리개발원 대표는 “인기 연예인 일부는 대부분의 여성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월의식이 만들어낸 착각과 자신감이 여성에 대한 거친 행동으로 이어지고, 결국 범죄까지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기가 만든 정체성 혼란이 연예인 일탈을 부추긴다는 지적과 함께 실력 향상과 인기몰이 위주의 연예인 발굴 시스템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민수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기가 많을수록 연예인으로서의 자신과 실제 모습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예인이기 전에 사회 규범을 지켜야 하는 일반 시민이라는 점을 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의 늪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김재희 기자·강성휘 기자}

‘다문화 인구 200만 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아이들은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인 친구들과 한 반에서 공부하고, 외국어 간판이 한국어로 된 간판보다 더 많이 내걸린 지역도 있다. 중국동포들은 지역의 죽은 상권을 되살렸다. 더럽고, 어렵고, 위험해 한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업종은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력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상당수는 사회 내부로 편입되지 못한 채 그들끼리 따로 ‘섬’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다문화 인구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본동,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영등포구 대림2동, 광진구 자양4동을 돌아봤다.○ 바뀌는 초등학교 풍경 “얘가 중국말을 하면 우리는 ‘한국말로 말해줘’ 하면서 같이 놀아요.” 9일 대림2동 대동초교 운동장에서 뛰놀던 3학년 어린이들은 “외국에서 온 친구가 있느냐”고 묻자 중국에서 온 아이를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아이들에게 국적이나 말은 크게 상관없는 듯했다. 경기 안산시는 외국인 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다. 전체 79만1524명 중 다문화 인구가 8만3648명에 이른다. 국적까지 다양해 안산 원곡초교에는 18개국 출신 아이들이 다닌다. 이 학교 관계자는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섞여 지내다 보니 걱정했던 차별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언어, 다양한 인종을 접하고 자란 덕에 오히려 편견이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이 학교에서는 흑인 어린이가 반장 선거에서 선출된 적도 있다. 중국동포가 밀집해 있는 구로구에는 전교생 중 다문화가정 자녀의 비율이 40%에 이르는 초등학교도 있다. 가리봉2동 영일초교 관계자는 “입학할 땐 동포였지만 귀화해 한국인이 됐거나, 자신이 동포임을 밝히지 않는 ‘숨은 중국동포’까지 합치면 그 비율은 절반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가 되자 학교도 손놓고 있을 수 없게 됐다. 영일초교는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다문화 언어교실’을 열고 있다. 국어, 수학, 사회 등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는 과목들은 다문화가정 아이들만 따로 모아 수업하는 ‘다문화 예비학급’도 마련했다.○ 그들이 없으면 한국사회는 올 스톱 서울지하철 7호선 대림역 9번 출구 뒷골목에는 직업소개소 10여 개가 죽 늘어서 있다. 9일 오전 9시 이곳에서는 중국동포 70여 명이 직업소개판에 붙은 A4용지 크기의 전단지를 꼼꼼히 읽어보고 있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출신 김정복 씨(57)는 “한국인이 꺼리는 업종이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외국인 주민들은 죽어가는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중국동포들의 홍대’라 불리는 대림2동은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중국동포들로 한 걸음 떼기도 힘들 정도다. 이곳 음식점 주인 김모 씨는 “이들은 두 명이 와도 요리 4개를 주문하는 등 씀씀이가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과거 중국동포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주로 본국에 송금했다. 그러나 요즘은 국내에 정착해 결혼하고 집도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덕분에 이 지역 부동산 경기도 호황이다. 구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과거 중국동포들은 전·월세를 구하는 세입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10명 중 3명은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외딴섬’으로 고립되는 외국인 밀집지역 다문화 인구의 급격한 유입과 왕성한 소비 덕에 활력을 되찾은 지역도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이곳에 살던 한국인 대부분은 이들과의 공존을 거부한 채 떠나는 현상도 있다. 외국인 주민들 역시 한국사회에 깊숙이 동화하려는 노력보다 차라리 그들만의 고립된 섬처럼 남아 있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 대림2동은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곳이다. 지난해 대림2동에서 대림3동으로 이사 간 송모 씨(73·여)는 “밤에도 소리를 질러대는 중국동포들 때문에 제대로 잘 수가 없어 30년 넘게 살아온 대림2동을 떠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민홍 씨(45)는 “학교 앞에서도 남루한 행색으로 아무렇지 않게 담배연기를 내뿜는 중국동포들 사이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중국동포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늘면서 머물고 싶어도 밀려나는 한국인도 있다. 서울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일대에는 중국어 간판을 내건 중국음식점이 즐비하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은 15년 된 족발집이 유일하다. 중국동포 진명옥 씨(56)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입맛에도 맞고 모이기도 좋아 한국인 가게는 외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광석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장은 “외국인 밀집지역은 외국인들이 한국사회 정착을 위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면서 “외국인도 한국의 법과 문화를 존중하고, 반대로 한국인도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안산=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허동준 기자}
1일 일어난 경기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장 폭발 사고 당일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허술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사고 당시 액화석유가스(LPG)통 등 장비가 현장에 방치됐고, 현장소장도 자리를 비우는 등 안전관리가 부실했다는 증거와 진술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남양주경찰서 수사본부는 사고 당일 안전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근로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3일 밝혔다. 포스코건설의 하청을 받아 공사를 맡은 매일ENC는 사고 당일 23명이 안전교육을 이수했다고 작업일지에 기록했다. 하지만 부상한 근로자들은 “평소 안전교육은 거의 받지 않았고, 형식적으로 서류에 서명할 때가 많았다”며 “사고 당일도 마찬가지였다”고 본보에 폭로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르면 용접 및 용단(철근 등을 자르는 작업)을 할 때 안전관리자는 용접기, 압력조정기 등 기기의 작동 상태를 점검하고 근로자들이 보호구 등 안전 장구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화재 예방 및 초기 대응 방법을 숙지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교육을 받았다’는 일부 증언도 있는 만큼 상황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며 “안전교육을 하지 않았는데도 서류상에 한 것처럼 기재했다면 안전관리를 게을리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작업장의 LPG통에서 가스가 어느 정도 새 나갔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사고 전날 작업이 끝난 뒤 별도 보관소로 옮기지 않고 현장에 내버려 둔 LPG통과 산소통에서 새 나간 가스가 폭발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추정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상의 LPG통을 용단용 기기로 연결하는 호스를 지하 작업장에 그대로 둔 채 차단밸브만 잠그고 퇴근했다는 근로자 진술도 확보했다. 누출된 가스 규모를 포함한 현장감식 결과는 이르면 7일경 나올 예정이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매일ENC 간 하도급 계약에 불법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고 당일 매일ENC 본사를 방문해 현장 근로자 계약 관계를 파악한 경찰은 3일 오전 포스코건설 남양주 현장사무소와 매일ENC 본사, 감리회사 3곳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관 20여 명은 공사 및 계약과 관련된 각종 서류와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남양주=박창규 kyu@donga.com·김재희 기자}

1일 발생한 남양주 지하철 공사 현장 폭발 사고로 숨진 4명은 모두 하청업체의 일용직 노동자다.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김모 씨(19) 역시 외주업체인 은성PSD 소속이었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각종 사고 사망자 가운데 하청업체 직원 비율은 2012년 37.7%에서 지난해 6월 현재 40.2%로 늘었다. 유독 하청업체 노동자의 피해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삼는 원청업체의 재하청 경영 방식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주요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면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줄면서 흑자 폭을 늘리거나 적자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매년 적자로 고민하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기술 분야에서만 30종이 넘는 업무를 외주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게다가 원청업체의 하청업체 선정은 대다수가 최저가 입찰 방식이다. 낮은 단가에 사업을 낙찰받은 하청업체로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 인건비가 많이 드는 숙련공 대신 비교적 ‘싼값’에 쓸 수 있는 비숙련공을 채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안전의 외주화’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작업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법적 책임은 하청업체의 몫이다. 작업 현장에서도 원청업체는 기본적인 관리 감독만 할 뿐 실제로 현장에 투입돼 일하는 직원 대다수는 하청업체 소속이다. 이날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하철 공사 현장 역시 17명의 근로자 중 사망 및 부상자 14명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였다. 공사 현장에서 관리 감독하던 이들 역시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하청을 줌으로써 원청업체는 지출을 줄이고 인건비도 아끼고 사고가 발생해도 직접적인 책임을 질 필요가 없으니 이런 관행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을 등한시하는 분위기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허가 없이는 정규직 인력을 늘리기가 어렵다 보니 안전 등의 영역에서도 외주화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정부는 공공기관 효율화 방안 1순위로 비용 절감을 생각하지만 안전만큼은 다르게 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관련 업무 외주화를 금지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작업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현장에 투입하는 관행도 사고를 유발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 씨는 당시 열차가 언제 지나가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 지난해 3월 남영전구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집단 수은중독 사고 때도 이들은 사전에 작업 장소에서 수은을 다룬다는 사실을 정확히 전달받지 못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안전 관련 업무는 외주화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가 낙찰 방식의 개선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 영역마다 적정한 인건비를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찰가가 결정된다면 하청업체도 숙련공 투입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적정한 가격과 보상을 받는 풍토가 정착돼야 안전 역시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박창규 kyu@donga.com·김재희·김동혁 기자}

2014년 9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면회실. 파란 수의를 입은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팍의 빨간 표찰은 그가 사형수임을 의미했다. 수감생활 11년째에 접어든 그는 오전 3시에 일어나 샤워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고 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그에게 안홍기 목사(59·글로벌 찬양의 교회)가 다가갔다. 그러고는 악수 대신 두 팔을 벌려 그를 꽉 껴안았다. 5초가량 지났을까. 목사의 품에서 벗어난 그는 “제가 무섭지 않으십니까, 더럽지 않으십니까”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그를 안 목사는 가만히 응시했다. 안 목사가 껴안았던 사형수는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46)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위촉을 받아 2014년 9월부터 종교분과 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 목사도 순탄한 길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폭력조직에서 나와 항해사, 보디빌더로 일하다 목사로 변신해 중국에 ‘북경 찬양의 교회’를 세웠다. 안 목사는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은 자서전 ‘하나님의 용사’를 펴내기도 했다. 유영철은 수감된 뒤 교정위원과의 면회를 거부했다. 어쩌다 만나도 한두 번뿐이었다. 그랬던 유영철이 안 목사의 책을 세 번이나 읽고 스스로 “목사님을 뵐 수 있을까요”라며 면회를 신청했다. 안 목사는 이후 매달 한 번씩 그를 면회했다. 유영철이 대구교도소로 이감된 뒤에도 방문을 계속했다. 유영철도 안 목사에게 틈틈이 편지를 보내 심경을 털어놓곤 한다. 수감생활의 고통, 유년시절에 대한 회상뿐 아니라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운동 등 철학적 얘기도 적지 않다. 현재 안 목사는 유영철을 포함해 사형수 8명의 교정을 맡고 있다.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지만 안 목사는 사형수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여섯 살 무렵 꽃집에서 꽃향기를 맡은 뒤, 커서 꽃도 팔고 행복도 파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던 한 사형수의 말이 기억납니다. 교도소 안에서라도 새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손을 붙잡고 기도하는 순간에는 순한 양처럼 “감사하다”고 하지만 다음 날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사형수들을 보며 속이 타들어갈 때도 많다. 잘 따라오고 있다고 여겼는데 갑자기 “더 이상 목사님을 보고 싶지 않다”며 만남을 거부하는 수감자도 있다. “사람은 금세 바뀌지 않아요. 특히 사형수들은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선과 악이 싸우고 있지요. 참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안 목사는 매일 오전 8시 지하철을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한다. 접견신청서를 작성하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접견인이 많을 때는 1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한다. 이래저래 반나절 걸려 그가 접견할 수 있는 시간은 단 10분. 그럼에도 그 10분의 만남을 기다리는 수감자를 위해 안 목사는 오늘도 전국의 구치소, 교도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지난해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 지방대생 A 씨(22)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화장부터 워킹, 면접 기술까지 돕는 미용실 비용 700여만 원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미스코리아 배출 등용문으로 알려진 미용실 회원 가입비까지 합치면 비용이 10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큰돈이지만 아나운서를 꿈꾸는 그는 “미스코리아 타이틀은 아나운서가 되는 프리패스(Free Pass)권”이라는 미용실 원장의 설득에 부모님에게까지 손을 벌려 대회에 나갔다. 과거 미스코리아 타이틀이 연예인이 되는 지름길이었다면 최근엔 취업을 위한 ‘스펙’이 됐다. 특히 아나운서와 리포터, 승무원 등 외모가 경쟁력인 직종에서는 최고의 스펙으로 꼽힌다. 서울의 한 미용실 관계자는 29일 “6월 8일 열리는 미스코리아 서울지역 예선 참가자 10명 중 5명이 아나운서를 꿈꾸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미용실 원장은 “미인대회 타이틀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인문계 학생이나 명문대 재학생의 참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 지역 예선에 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과 대구 등 ‘인물’이 많다고 알려진 지역을 피하려는 꼼수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재수 삼수를 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거주지를 바꿔 출전하기도 한다. 2014년부터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 B 씨(22)는 서울 토박이지만 지난해에는 부산으로, 올해는 대구로 거주지를 옮겨 참가했다가 낙방했다. 이에 따른 폐해도 늘고 있다. 아예 중국과 일본, 미국으로까지 거주지를 옮기기도 한다. 해외 주소 이전이 까다롭고 예선 기간에 실제로 해외에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돕는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브로커들은 유명 미용실을 통해 해외 출전을 원하는 참가자들을 접촉한다. 부산의 한 미용실 관계자는 “2000만∼3000만 원 정도를 내면 중국에서의 출전을 도와줄 브로커가 있다”며 기자에게 “필요하면 연결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미스코리아 제조기’로 불리는 미용실은 심지어 수천만 원의 가입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유명 미용실일수록 가입비가 높지만 본선 진출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게 미스코리아 준비생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2014년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C 씨(23)는 “강원의 한 미용실 회원 가입비로 2000만 원을 냈다”며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은 비공개라고 하지만 원장이 연줄이 있어 사실상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아나운서 준비 학원 앞 카페. 미스코리아 출전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2명은 아나운서를, 1명은 일반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었다. 이들은 “미스코리아 준비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과도한 경쟁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모 씨(22)는 “수천만 원이 깨지고 예선이 학기 중에 진행돼 학업에도 소홀하게 되지만 취업 스펙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는 7월 8일 열릴 예정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보험사에 허위로 교통사고 피해를 접수한 뒤 수천만 원의 보험금을 타낸 일당 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일어나지도 않은 사고가 났다고 보험사에 피해를 접수해 부당하게 보험금을 받은 혐의(사기 등)로 차모 씨(35)와 조모 씨(32)를 구속하고 김모 씨(32)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2013년 7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총 7차례에 걸쳐 6000여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경찰에 따르면 차 씨는 인터넷 중고차사이트에 올라온 판매차량 정보를 이용해 보험에 가입한 뒤 해당 차량을 가해차량으로 꾸몄다. 이들이 정보를 도용한 7대의 차량은 모두 법인 소유 차량이어서 보험사가 실제 차주에게 연락하기 어려운 점을 노렸다. 차 씨는 “법인에서 실질적으로 차량을 사용하는 것은 나”라며 “내 휴대폰 번호로 등록을 해 달라”고 보험사에 요청했다. 피해자로 가장한 조 씨 등 3명은 자신의 차량을 피해차량으로 속였다. 보험 가입 때는 중고차량 정보를 도용했고 포토샵으로 번호판을 편집해 부착했다. 보험사에는 최근 차량을 구입해 아직 등록을 하지 않았다며 자동차등록증 대신 위조된 차량 양도증명서를 제출했다. 차 씨 일당은 보험금을 타낼 때 다른 사람 명의로 된 ‘대포통장’을 사용해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경찰은 “동종 전과 3범인 차 씨는 올 1월 출소한 뒤 교도소에서 만난 김 씨 등을 끌어들여 범행을 공모했다”고 말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개그맨 유상무 씨(36)가 성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오전 3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에서 유상무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20대 여성 A씨가 신고를 접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신고를 접수한지 5시간 반이 지난 18일 오전 8시 30분경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경찰이 고소를 취하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A씨를 직접 만나 진술을 확보하던 도중 A씨는 유상무 씨에 대한 고소를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또 한 번 바꿨다. 경찰은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상무 씨가 A씨와 성관계를 맺으려 했으나 A씨가 거부해 성관계는 맺지 않았고 이에 대해 유상무 씨와 A씨 모두 인정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모텔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유상무 씨가 A씨를 강제로 끌고 들어가는 등의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유상무 씨의 소속사 코엔스타즈 관계자는 성폭행 논란과 관련, “유상무 씨와 A씨는 연인관계이며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A씨가 만취해 신고한 해프닝이라는 게 유상무 씨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유상무 씨와 A씨가 알고 지내던 사이는 맞으나 연인관계였는지는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지난해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게 된 박모 씨(25·여)는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변변한 선물 하나 못한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신입 교육을 받은 뒤 배치받은 병동의 선배들에게 화장품을 선물로 돌리느라 50만 원을 써 남은 월급으로는 생활비 대기에도 빠듯했기 때문이다. 교육을 마치고 일주일이 지나 선물을 전달한 박 씨는 선배들로부터 “왜 이렇게 늦었느냐”는 핀잔까지 들었다. 청년실업률 12%라는 암담한 현실을 뚫고 직장을 구한 젊은이들이 각종 ‘턱’을 내느라 또 한번 숨이 ‘턱’ 막히고 있다. 신입사원들은 입사 기념으로 신입 턱, 승진한 사원은 진급 턱을 내야 하는 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문제는 자발적으로 한턱내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한턱내라”는 요구를 거부하면 자신의 평판과 진급, 조직생활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돼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따라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박 씨와 같은 신입 간호사들은 같은 병동 선배들에게 신규 턱을 돌린다. 직속 선배 한 명에게만 선물하는 이들도 있지만 “쩨쩨하다”는 얘기를 듣기 십상이어서 대부분 선배 모두에게 신규 턱을 내느라 수십만 원을 쓴다.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2년 차 간호사 이모 씨(27·여)는 “누가, 언제, 신규 턱을 낼지 선배가 날짜까지 정해준다”며 “큰 부담이지만 처음부터 선배들에게 찍히고 싶지 않아 할 수 없이 따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진급 턱을 내는 사원들에게 ‘2차’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대기업 무역담당 부서에서 일하는 한모 씨(33)는 최근 대리로 진급하면서 5명의 부원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느라 20만 원을 썼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부장은 “이런 좋은 날이 자주 오겠느냐. 빼지 말라”며 룸살롱을 가자고 강요했다. 한 씨는 “가진 게 없다”며 울상을 지었지만 “30만 원만 더 내면 남은 부서 회식비를 더해 갈 수 있다”는 압력을 피할 수 없었다. 모 건설회사 신입사원 A 씨(29)도 “상사가 진급 대상자에게 50만∼70만 원씩 걷어 신입사원들을 유흥업소에 데려가는 악습이 남아 있다”며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면 찍히기 때문에 표정 관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직업군인들은 진급 턱을 세게 낸다. 수도권의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복무 중인 김모 중사(33)는 중사 진급 후 일주일 동안이나 진급 턱을 냈다. 군무원, 동기, 부대 내 같은 병과 선배들에게까지 술을 샀다. 자기들끼리 노래방에 간 선배들이 그를 불러 계산만 하도록 한 적도 있다. 김 중사는 “결국 200만 원가량인 월급을 모두 진급 턱에 썼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심지어 인턴사원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선배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지난해 B은행에서 정규직 전환제 인턴으로 일한 이모 씨(26)는 면접을 앞둔 인턴 막바지에 다른 경쟁자들이 선배에게 선물을 하는 것을 보고 부랴부랴 다음 날 케이크와 빵을 돌렸다. 이처럼 직장 선배들이 후배에게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전통으로 포장한 ‘갑(甲)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을 할 때 어느 정도의 강제는 필요하지만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까지 상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원치 않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시설 점검 중입니다.” 이 말에 한 마디에 여성들은 의심을 접었다. 지하철 역사에서 계약직 역무원으로 근무하던 A 씨(28)는 지하철 내 공중화장실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공중 화장실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A 씨를 지난달 24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2013년부터 서울 강남구 한 지하철 역사에서 일하며 근무 도중 여자화장실에서 몰카를 찍었다. 여자화장실에 있는 A 씨를 이상하게 여긴 여성들에게는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고 속였다. 2월 15일 화장실 앞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남성에게 A 씨의 범행은 덜미를 잡혔다. B 씨(25·여)는 자신이 들어간 화장실 칸의 문 아래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 밖으로 뛰어나왔다. A 씨는 줄행랑을 치려 했지만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던 B 씨의 남자친구에게 붙잡혔다. 이들이 A 씨에게 몰카를 찍은 것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A씨는 “화장지를 교체하러 간 것”이라고 둘러대며 잽싸게 유심칩을 뺐다. 증거가 없어 A 씨의 범행을 밝힐 수 없게 된 B 씨는 경찰서에 신고를 접수했다. 1월에도 같은 역에서 A씨의 몰카 촬영 신고가 접수된 것을 알게 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24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A 씨의 자택을 덮쳤다. A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은 60개가 넘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범행 장소는 지하철역 화장실만이 아니었다. A 씨는 B 씨의 항의로 역무원을 그만두고 한 기업체 임원의 수행비서로 일했는데, 이 임원이 머무는 오피스텔 여자화장실에서도 몰카를 찍었다. 2011년부터 몰카 촬영을 하다가 적발된 전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관계자는 “A 씨는 몰카 촬영으로 2011년 기소유예, 2013년 벌금형, 지난해에는 불구속 입건된 전과가 있다”고 밝혔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변호사나 재벌 3세 등을 사칭한 뒤 주식 투자 등의 명목으로 지인들로부터 3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주식 투자와 사건 해결 비용 명목으로 약 3억2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양모 씨(29)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 씨는 지난해 5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사건 관련 문의를 보고 A 씨(32·여)와 B 씨(34)에게 각각 접근했다. 양 씨는 자신을 유명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라고 속인 뒤 “사건을 반드시 해결해 줄 테니 증거 수집 비용을 달라”고 속여 두 사람에게서 총 1억 원가량을 받아 가로챘다. 양 씨는 또 지난해 11월 자신을 대형조선업체의 경영본부장이라고 위조한 재직증명서를 한 결혼정보업체에 제출했다. 양 씨는 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C 씨(26·여)와 D 씨(27·여)에게 자신을 조선업체 회장의 손자라고 속인 뒤 “주식을 하는 친구들을 통해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약 2억2000만 원을 받아 가로챘다. 양 씨의 사기행각은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노동절)’이다.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근로자 지위 향상을 위해 제정된 날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턱없이 낮은 임금과 불합리한 처우를 받으며 일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을(乙)보다도 못한 병(丙)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28일 오후 1시 점심시간이 막 끝난 서울 관악구의 한 요양병원. 간병인 남순례(가명·60·여) 씨의 눈은 실핏줄이 터진 듯 붉게 충혈돼 있었다. 그는 갑자기 고열이 나타난 환자를 돌보느라 밤새 2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점심식사를 거르고 잠시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도저히 형편이 되지 않았다. “병원에서 ‘낮에 누워 있으면 환자랑 보호자들이 보기에 좋지 않으니까 누워 있지 말라’고 하더라고….” 남 씨가 돌보는 환자는 모두 4명. 이들의 밥을 모두 챙기고 난 뒤에야 그는 간이침대에 쪼그려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식사 시간은 단 10분. 환자 한 명씩 화장실에 데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신장 150cm가 조금 넘는 작은 체구의 남 씨가 혼자서 남자 환자를 부축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는 “2년 전인가, 중풍 걸린 남자를 안으려다가 허리 인대가 파열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 아니라 4대 보험 혜택도 못 받아” 남 씨 같은 간병인들은 ‘협회’라고 불리는 곳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다. 한 달에 6만 원 정도의 비용을 내면 협회는 요양병원에 간병인을 연결해 준다. 근로계약서는 따로 없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개인사업자다. 국가자격증을 따서 요양병원 등에 정식 취업하는 요양보호사와는 다른 처지다. 게다가 간병인협회와 요양병원 모두 간병인과 직접 계약하는 주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협회는 간병인을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회원’으로 보고, 병원은 이들을 용역업체 직원으로 본다. 24시간 꼬박 병실에 붙어있을 경우 간병인은 7만 원가량의 일당을 손에 쥔다. 경기 부천시의 한 요양협회 팀장 A 씨는 “‘7만 원도 부담이 크다’는 환자들의 불만 때문에 6만 원에서 7만 원으로 올리는 데도 한참 걸렸다”고 털어놨다. 간병인 대부분은 50, 60대 여성. 연령대가 높다 보니 남 씨처럼 일하다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근로자가 아니다 보니 4대 보험 적용도 받지 못한다. 간병인 이양순(가명·71·여) 씨는 지난달 휠체어에 걸려 넘어져 대퇴골경부 골절상을 입었다. 수술비와 입원비로 1000만 원 가까운 병원비가 들었지만 산업재해 처리가 안 돼 전액을 자비로 내야 했다. 이처럼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지만 정부는 간병인의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으니 전국에 몇 명의 간병인이 있고 얼마를 받는지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저기 눈치만… 내년이 더 불안” 경기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무용을 가르치는 최유정(가명·43·여) 씨. 그는 교사가 아니라 이 학교 예술강사다. 지난해 11월 무용을 배우던 학생들이 갑자기 “선생님, 피자 쏘시면 저희도 선생님 점수 잘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최 씨의 가슴이 철렁했다. 좋은 평가를 받아야 내년에도 최 씨가 수업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걸 학생들이 알고서 ‘노골적으로’ 농담을 던진 것이다. 최 씨는 “비록 정식 교직원은 아니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늘 선생님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다”며 “아이들한테 이런 식의 말을 들어야 하는 내 처지가 비참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최 씨처럼 일선 학교를 돌며 무용과 연극 만화 등의 수업을 하는 예술강사는 전국적으로 약 5000명이 있다. 이들은 초중고교 8000여 곳을 돌며 수업을 진행한다. 예술강사가 되려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회가 지정한 각 시도 지원센터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계약 기간은 일반적으로 10개월. 재계약을 하려면 △해당 학교의 정교사 △수강 학생 △각 시도 지원센터 등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예술강사들은 “당장 내년 밥줄이 걸려 있다 보니 세 곳 모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을보다 못한 병의 신세”라고 말한다. 정모 씨(46·여)는 지난해 출강했던 경기 지역 한 중학교와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학생회장 선거 준비로 사용이 어려운 강당 대신 운동장에서 무용 수업을 한 게 화근이었다. 정 씨는 “지원센터에 충분히 상황을 해명했지만 이미 학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경호업체 보안요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용산구의 한 빌딩에서 2년째 보안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심모 씨(26)는 넉 달째 하루 10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하루 8시간 근무에 8만 원을 받기로 했는데, 빌딩에서 일방적으로 근무시간 연장을 통보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직군이 생각보다 훨씬 많을 뿐 아니라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에 따른 문제도 계속 불거지는 추세”라며 “음지에 놓인 이들의 구인구직 시스템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등 근로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창규 kyu@donga.com·김재희·강성휘 기자}

“아임 비지(I‘m busy).” 자꾸만 말을 붙이는 백인 남성에게 바쁘단 말만 남긴 채 부엌으로 숨었다. 그가 쏟아내는 말을 도통 알아듣기 어려웠다. ‘메뉴판에 나온 음식만 고르면 될 것을….’ 밖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어가 서투른 점을 가지고 친구들과 놀려대는 게 분명했다. 경기 하남시에서 ‘글로벌다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윤영미 씨(57·여)는 ‘소수자의 삶’이 어떤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1994년 가족과 함께 떠난 캐나다 이민 생활에서 그가 마주한 현지인들은 보이지 않는 벽을 쌓아 두고 있었다. 언어 장벽과 생활고에 지친 윤 씨는 15년 만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샌드위치 영어’뿐이었어요. 메뉴판의 샌드위치 종류와 주문받을 때 필요한 문장 몇 가지만 겨우 외워 장사를 했으니까요.” 2008년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그는 교회의 교실을 빌려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교육봉사를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느낀 ‘본토인의 벽’을 한국의 소수자들에게는 깨주고 싶었다. 처음엔 아이들이 모이지 않았지만 소문을 듣고 하나둘씩 찾아와 8개월째 접어들자 15명까지 늘었다. 윤 씨는 2013년 1월 경기 하남시에 글로벌다문화센터를 열었다. 평일엔 다문화가정 어머니들에게 한국어를 교육하고 주말에는 60명가량의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아이들에게 컴퓨터와 언어, 체육 등을 무료로 가르친다. “수업료는 얼마냐”고 묻자 “전부 무료죠”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월세, 선생님들의 월급, 간식비 등을 합해 운영비가 월 200만 원가량 드는데 윤 씨는 이를 전액 자비로 충당한다. 주 3회 센터가 입주한 건물의 청소 일을 하면서 버는 60만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가족들의 지원으로 부족한 금액을 메우고 있다. “월급을 받지 않겠다”는 선생님들도 큰 도움이 됐다. 윤 씨는 다음 달부터 식당 주방 일까지 하며 운영비를 보탤 예정이다. 토요일(23일) 점심시간 아이들은 체육수업을 하자는 선생님 말에 활짝 웃으며 밖으로 우르르 몰려 나갔다. 중국과 태국, 베트남, 라오스, 한국까지. 센터에 모인 아이들의 국적은 5개가 넘었지만 웃음소리는 하나였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경찰은 그를 체포해 유치장에 입감한 뒤로도 1주일 가까이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6일 오후 4시 10분경 살인 혐의로 구속된 한모 씨(31)가 유치장 모포 속에 23㎝(칼날 길이 12.6㎝)짜리 과도를 숨겨놓은 것을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같은 곳에 입감 중인 수감자 한 명이 “한 씨가 칼을 보여줬고, 위협을 느꼈다”며 경찰에 알리지 않았더라면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었다. 한 씨는 1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도주하다 20일 긴급체포돼 21일 유치장에 입감됐다. 그는 범행 당시 칼자루가 부러지면서 자신의 왼팔을 찔리는 바람에 체포된 뒤 입원치료를 받고 입감됐다. 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체포 당시부터 칼을 갖고 있었으며, 병원에서 팔에 깁스를 할 때 그 안에 칼을 숨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20일 경기 구리시 비닐하우스 부근에서 한 씨를 긴급체포한 직후 소지품 검사를 했지만 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21일 오후 9시 반경 한 씨를 입감하면서 신체검사를 했지만 깁스에 숨긴 흉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유치장 입감 시 매뉴얼’에는 한 씨와 같은 살인 피의자는 ‘속옷을 탈의하고 신체검사의(衣)를 입힌 뒤 정밀하게 위험물 은닉을 검사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송파서 유치관리팀은 한 씨가 윗옷을 입은 채 검사를 진행했다. 경찰 측은 “한 씨가 ‘팔을 다쳐 옷을 벗을 수 없다’고 해 셔츠는 그대로 입힌 채 신체검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한 씨는 금속탐지기 검사도 거뜬히 통과했다. 경찰은 “한 씨가 깁스를 한 부분에 금속탐지기를 들이대려 하자 격하게 고통을 호소했다”며 “결국 경고음이 울리지 않아 흉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송파서의 행태에 대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수감자 관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씨를 긴급체포할 당시 신체검사를 제대로 했는지도 면밀히 따져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찰은 한 씨가 흉기를 숨긴 구체적 경위를 추가조사 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딸깍’하니 시동이 걸렸다. ‘딸키’라 불리는 마모된 키를 오토바이 키박스에 넣은 뒤 몇 차례 집어넣었다 뺀 것뿐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놀다가 기름이 떨어지면 버리고 다른 오토바이를 물색했다. 주유를 하러 갔다가 범행이 발각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아깝진 않았다. 또 훔치면 되니까. ‘딸깍’ 한 번이면 오토바이는 중학생 소년들의 손에 들어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송파구 마천시장 일대에 주차된 오토바이 9대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중학생 절도범 8명을 불구속 기소해 29일 검찰 송치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동네 친구 사이인 이모 군(15), 김모 군(15) 등 8명은 1월 29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2달에 걸쳐 오금동, 거여동, 마천동 주변 노상에서 오토바이 9대(1212만 원 상당)를 훔쳤다. 중학생 소년들이 9대의 오토바이를 훔치는데 필요한 것은 단 하나였다. 모서리가 마모된 오토바이 키. 일명 ‘딸키’라 불리는 이 키는 키박스에 열쇠가 대충 맞아도 집어넣었다 빼며 흔들면 시동이 걸렸다. 키박스가 허술한 오토바이 기종은 더 쉽게 시동이 걸렸다. 이 군 일당은 키박스가 허술하다고 알려진 F사의 오토바이를 집중적으로 훔쳤다. 이들이 훔친 8대 중 5대가 F사 오토바이였다. 지난달 30일 오전 2시경 송파구 마천동 부근 노상에 자신이 주차해놓은 시가 190만 원 상당의 오토바이가 없어진 것을 안 오모 씨(48)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아이들의 절도는 끝이 났다. 경찰은 폐쇄회로 (CC)TV 분석을 통해 한모 군(14)을 특정한 뒤 한 군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 받고 나머지 7명을 차례로 검거했다. 이 군 일당 8명 중 세 명은 특수절도 전과가 있다. 이전에 훔친 것도 오토바이였다. 이 군 일당은 경찰조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놀려고 예전부터 갖고 있던 ‘딸키’로 오토바이를 훔쳤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수법이 간단해 문제의식 없이 절도를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장례식 운구차가 자신의 차 앞으로 차로를 변경했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에 나선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월 20일 오전 11시22분경. 장례식 운구차의 운전자 하모 씨(52)는 서울 동작대교에서 반포대교 방면 4차로에서 운행하던 중 3차로로 진입했다. 당시 회사원 김모 씨(32)가 운전하던 폭스바겐 차량 앞으로 방향지시등을 켠 채 천천히 차선을 변경했지만 김 씨가 갑자기 클랙션을 울리며 장례식 운구차 뒤로 따라붙었다. 이내 김 씨는 3차로로 빠져 장례식 운구차 앞으로 끼어든 뒤 두 차례 급제동을 했다. 당시 장례식 운구차에는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하던 유족 약 30여 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하 씨는 “젊은 사람이 죽은 악상(惡喪)이었는데 보복운전까지 당해 유족들의 상심이 더욱 컸다”고 말했다. 하마터면 사고를 당할 뻔한 하 씨는 고민 끝에 한 달이 넘게 지난 지난달 28일 국민신문고에 신고를 접수했다. 사건을 인지한 서울 송파경찰서는 당시 폐쇄회로(CC) TV 등으로 김 씨의 차량 번호를 확인했고 장례식 운구차를 추월한 뒤 앞으로 끼어들어 급제동한 혐의(특수협박)로 김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전날 야근을 해 수면부족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관계자는 “김 씨는 신호위반, 속도위반, 끼어들기 금지 위반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력이 있어 이번 보복운전이 우발적이었다는 김 씨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동남아 원정 상습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가 항소심을 맡았던 여성 변호사를 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정 대표의 전 변호인 A 씨(46·여)의 고소장을 15일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A 씨는 고소장에서 “12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정 대표를 접견하던 중 그가 유리문을 막고 나가지 못하게 하고 손목을 비틀어 주저앉히는 등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씨가 소송대리인을 사임한 뒤 정 대표의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B 씨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A씨 측 관계자는 정 대표가 A 씨를 폭행한 것은 착수금 반환 문제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A 씨가 사임 후 성공보수로 받은 30억 원을 돌려줬는데 정 대표는 변호인단 구성 명목으로 지급한 착수금 20억 원까지 반환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12일 정 대표를 방문한 A 씨가 착수금은 돌려줄 수 없다고 하자 정 대표가 욕설과 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B 씨는 “정 대표가 반환을 요구한 20억 원은 착수금이 아닌 성공보수였으며 폭행도 사실 무근”이라며 A씨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정 대표가 A 씨에게 지급한 20억 원은 보석 또는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는 대가”라며 “2심에서 보석이 기각돼 A 씨에게 사임을 요구했고 성공보수로 받아간 20억 원도 반환하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B 씨는 이어 “A 씨가 돌려준 30억 원은 항소심 진행 도중 재판부가 바뀌자 추가로 성공수당 30억 원을 요구해 지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12년 3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마카오와 필리핀 마닐라의 호텔 카지노 등에서 판돈 100억 원대의 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정 대표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8일 2심에서 징역 8월로 감형받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대낮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여자친구의 목을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도주한 남성이 하루 만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여자친구 김모 씨(31·여)를 살해한 혐의로 한모 씨(31)를 긴급체포했다고 20일 밝혔다. 한 씨는 이날 오후 12시 43분경 경기 구리 교문동 일대의 비닐하우스에 은신해 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한 씨는 “흉기를 왜 소지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자살하려고 했다”며 “김 씨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답변 도중 눈을 감고 흐느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씨와 김 씨는 1년간 사귀어 온 사이였으나 3주 전 김 씨가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살인이 일어난 19일에도 한 씨가 김 씨의 집으로 찾아갔다가 관계를 지속할지를 두고 다툼이 벌어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당시 김 씨의 부모가 집을 비워 집에는 한 씨와 김 씨 둘만 있었다. 한 씨는 19일 오후 12시 10분경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 앞에서 여자친구인 김 씨의 목을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 한 씨는 김 씨를 흉기로 찌르던 도중 칼자루가 부러지면서 칼날에 자신의 왼 쪽 손을 찔려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한 뒤 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