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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22일 시작된 시 주석의 유럽 순방에서 ‘퍼스트레이디 외교’로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그가 여군 장교 출신의 국민 가수라는 점, 화려하고 다양하게 연출하는 패션 감각은 그의 매력 포인트 중의 일부에 불과하다. 펑 여사는 지난해 시 주석이 러시아 아프리카 3국 및 중미 3국과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시 주석 못지않은 관심을 끌었다. 펑 여사는 지난해 미국 잡지 배니티페어가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드레서’ 44명 중 한 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그의 적극적인 행보는 역대 중국 지도자 부인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이다. 과거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은 외국 순방에서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펑 여사는 또 다소 근엄하고 투박한 시 주석과도 대비된다. 펑 여사는 20대 초반 시 주석과 만나기 전부터 국민적 스타였다. 펑 여사가 시 주석과 처음 만난 시점은 1986년 말. 당시 지난(濟南)군구 전위(前衛) 가무단 단원이던 24세의 펑은 33세의 노총각이자 이혼남인 푸젠(福建) 성 샤먼(廈門) 시 부시장 시진핑을 친구 소개로 만났다. 이미 4년 전인 1982년 펑은 제1회 중국중앙(CC)TV 설날 특집 프로그램 ‘춘제 롄환완후이(春節聯歡晩會)’에서 ‘희망의 들판에서’ 등을 부른 뒤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중국을 대표해 북유럽 6개국 순방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시진핑이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2007년 17차 전국대표대회까지도 시진핑보다 펑 여사의 지명도가 높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시 주석이 2012년 중국 최고지도자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도 퍼스트레이디 펑 여사의 인기와 주목도는 남편에게 뒤지지 않는다. 펑 여사의 개방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활동, 우아하고 화려한 패션은 중국의 이미지까지 바꾸고 있다. 펑 여사는 남편에 대해 “그의 친구 중에는 외국에 나가 큰 부자로 성공한 사람도 있다. 그도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었지만 국민의 공복이 되는 험난한 길을 택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가오샤오의 ‘대륙의 리더 시진핑’에서). 그가 시 주석의 반부패 개혁이나 외교 전선에서 든든한 내조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펑 여사는 1962년 산둥(山東) 성 윈청(O城) 현에서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아버지 펑룽쿤(彭龍坤)은 고등학교 졸업 학력이지만 당시에는 높은 교육수준이어서 야간학교 교장을 지냈다. 어머니는 현급 가무단의 연기자로 소달구지를 타고 다니며 연기를 했고 펑 여사도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자라 예술가 재능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셈이다. 1992년에 낳은 딸 밍쩌(明澤)는 미국 하버드대로 보냈다. 펑 여사는 현역 군인 소장급 가수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 중화전국청년연합회 부주석 등을 지냈고 현재 세계보건기구 에이즈결핵 예방치료 친선대사를 맡는 등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하고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설득하기 바쁜 미국, 외교 영토를 넓혀나가는 중국.’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막을 올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행보는 이처럼 엇갈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다른 이슈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면에 시 주석은 서방과 러시아 갈등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며 외교 안보 영토를 넓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 설득하기 바쁜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제재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을 설득하느라 갈 길이 바빠 다른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쏟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이 고대해온 프란치스코 교황 접견도 조명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25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 회동이다. 주요 8개국(G8)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한 G7 정상 회동을 통해 러시아를 제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낼 경고 메시지를 강구한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동북아시아 안보 강화 방안이 핵심 의제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를 방문해 본격적인 유럽 설득에 나선다. 그는 취임 뒤 미국-EU 연례회의를 없애는 등 유럽에 대한 관심을 줄여왔기 때문에 러시아 제재를 위한 전폭적 지지를 얻어내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안보국(NSA)의 동맹 정상 무차별 감청으로 서먹해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의 관계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외교 영토 넓히는 중국 지난해 3월 국가주석 취임 뒤 처음 유럽 순방에 나선 시 주석은 세계의 핵 관리, 서방과 러시아 갈등, 문화 외교 등 방면에서 중국의 입지를 새로 다질 태세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핵물질과 시설의 안전관리 및 핵에너지의 합리적 개발과 이용 등에 대한 중국의 ‘핵안전관(核安全觀)’을 제시할 것이라고 리바오둥(李保東) 외교부 부부장은 설명했다. 추이훙젠(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유럽연구부 주임은 “중국이 처음으로 제시할 핵안전관은 세계의 주목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이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을 둘러싸고 어떤 자세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와의 관계가 ‘역사상 최고조’에 이른다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5일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지만 크림 합병을 무조건 지지만 할 수는 없다.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을 지지하면 티베트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파리 유네스코와 EU 본부 방문은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처음이다. 추이 주임은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전면적 대국’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모든 국민의 소리와 의견을 들을 때 국가는 더 강하고 번성해진다.” 20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가 22일 베이징(北京)대 강연에서 허를 찌르듯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22일 “그의 방중이 비정치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줬다”고 풀이했다. 그의 중국 방문이 교육 문화에만 그친다면 ‘세금이 아깝다’는 미국 내 일부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다. 미셸 여사는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한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은 우리가 사회와 국가, 세계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가를 이해하게 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내 남편과 나는 언론 매체와 국민들이 제기하는 질문과 비판을 수용하는 위치에 있고 그것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것의 중요성을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의 목소리와 관점을 경청할 때 국가는 더욱 강해지고 번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주의를 채택한 세계에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이 자국의 특수성을 들어 언론 및 인터넷 통제에 나서는 상황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월 27일부터 ‘인터넷 안전 및 정보화 소조’의 조장을 직접 맡을 정도로 인터넷 통제 및 정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사진)가 20∼26일 중국을 찾는다. 미셸 여사가 중국을 찾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6년 만에 처음인 데다 일주일간의 일정이어서 미중 관계에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이번 방문은 정교하게 준비된 고도의 정치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미셸 여사의 방중은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오바마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면담한 뒤 형성된 미중 갈등 관계를 ‘퍼스트레이디 외교’로 완화해보려는 목적이 크다. 특히 미셸 여사와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21일 회동은 24,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의 사전 분위기 조성에 해당한다. 모친 메리언 로빈슨 여사와 두 딸 말리아, 사샤와 함께 3대(代)가 방문길에 오르는 것 자체가 중국의 가족 중심 문화를 배려한 ‘우호 제스처’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미셸 여사의 일정은 문화 및 인적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 정치적 색채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에서 주요 이슈의 하나인 중국 인권 문제는 일절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미셸 여사는 양국 인재 교류와 교육협력을 강조할 것이다. 다른 이슈는 다른 채널에서 다뤄질 것”이라며 정치문제가 이번 방문의 목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지난달 방문한 존 케리 국무장관이 중국의 반체제 블로거들을 만난 것과는 달리 미셸 여사는 중국 인권운동가들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백악관은 강조했다. 중국도 미셸 여사의 방문을 우호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 중국 반관영 통신 중국신원왕(新聞網)은 “미셸 여사의 일정은 가벼운 분위기 속에 진행될 것”이라며 “‘부인 외교’로 미중 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퍼스트레이디 외교’로 두 나라 간의 불신을 없앨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셸 여사의 패션을 자세히 소개하며 다양한 옷차림을 보이는 펑 여사와의 ‘의상 비교’도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미국 일각에서는 미셸 여사의 이번 방문이 지나치게 ‘소프트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1995년 퍼스트레이디 시절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유엔 인권회의에 참석해 “중국은 인권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정면 비판해 중국 정부가 강력히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문해 티베트 미얀마의 인권문제를 거론했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전미외교협회(CFR) 아시아국장은 “미셸 여사는 미국을 대표해 미국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며 “과거의 퍼스트레이디처럼 정치외교의 핵심 이슈들을 거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없는 세계’를 위한 세계 정상들의 의견수렴장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지구촌 곳곳의 갈등과 분쟁이 노출되는 권력정치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4월 미국 워싱턴 1차 회의는 천안함 폭침사건 직후에 열렸고 2012년 3월 서울 2차 회의 직후에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이 회의를 전후로 한반도는 위기 국면이었다. 이번 회의는 러시아의 크림자치공화국 합병이라는 글로벌 분쟁의 정점에 열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구 차원의 비핵화와 핵 안전, 핵 안보를 화두로 이 회의를 만들었지만 ‘세계 경찰국가 미국의 쇠퇴’가 불러온 분쟁을 봉합하기 위한 ‘번외 일정’으로 분주하게 됐다.○ 크림 반도 갈등…G7 vs 러시아 오바마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소집한 헤이그 주요 7개국(G7) 및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이 이끄는 서방의 반(反)러시아 진영이 세를 결집해 과시하는 가장 큰 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이미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에서 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정상은 이번 긴급회의에서 러시아를 겨냥한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7일 발표된 미국과 EU의 러시아 제재가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열려 러시아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단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방이 러시아의 행보를 돌릴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53개 회원국의 일원인 러시아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 위반국’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냉랭한 분위기가 감도는 전체회의장에서 마주할 판이다. 전격적인 양자 회동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 핵·인권 문제…미중 갈등 재연 우려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의제는 단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 타격 과녁은 미국”이라며 미국 쪽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퍼부었고 중국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최근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우 대표가 방북 결과를 시 주석에게 보고하고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이를 공유하는 식으로 북한 의사가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태도를 바꿀 만한 새로운 제안을 북한이 내놓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 보고서가 안보리에 상정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슈둥(賈秀東)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미중 양국의 견해차가 커 각자의 주장만 표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중-러 관계는 5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역사상 가장 좋은 우호 관계’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긴밀하다.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진행된 ‘크림공화국 주민투표 무효’ 결의안 표결에서 중국은 기권표를 던져 러시아에 ‘소극적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일본 과거사 왜곡 갈등…한미일 머리 맞대나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담 형식으로 마주 앉는다면 다음 달 4월 아시아 방문을 앞두고 직접 양국 화해를 주선하는 모양새가 된다. 재정난으로 해외 무력 개입을 줄이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확장에 직면한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한미일 3각 공조체제 강화가 절실하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돼 아시아·태평양 정책에 어려움을 겪은 미국은 직간접 경로를 통해 아베 총리의 태도 변화를 촉구해 왔다. 헤이그에서 한일 정상의 만남이 실현되면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외교 당국 간의 물밑 접촉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미국이 요구하는 실험용 플루토늄 반환 문제를 이번 회의에서 언급할 예정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모든 원전이 멈춰선 일본에서 핵폐기물 재처리 공장을 가동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은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베이징=구자룡 · 도쿄=배극인 특파원}

안중근 의사의 5촌 조카며느리로 알려진 안노길 할머니(사진)가 18일 오후 6시 30분경(현지 시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에서 별세했다. 향년 102세. 1913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안 할머니는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 등과 함께 1929년 헤이룽장 성 하이룬(海倫) 시 하이베이(海北) 진으로 갔다. 이듬해 그곳에서 지인의 소개로 안 의사의 사촌 동생인 홍근(洪根) 씨의 3남 무생(武生) 씨와 결혼했지만 14년 만에 남편을 잃고 홀로됐다. 이후 안 할머니는 삯바느질로 끼니를 연명하면서 태극기와 안 의사의 초상화를 들고 거리에서 안 의사의 공적을 알리는 데 발 벗고 나섰다고 했다. 1958년 이 같은 행보로 중국 당국에 의해 반혁명분자로 체포된 할머니는 네이멍구(內蒙古)의 노동교화감옥 등지에서 옥고를 치르다 1998년에야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거처가 없어 하얼빈 성당 등지를 전전하다 2000년 최선옥 수녀(76·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원장)를 만나 하얼빈에서 그의 봉양을 받아왔다. 안 할머니는 20일 중국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의 천주교 묘지에 안장된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이 인공 번식을 통해 백두산 호랑이 개체를 100마리가량 늘리기로 했다. 헤이룽장 성 하얼빈(哈爾濱)에 있는 백두산 호랑이 사육시설인 동북호림원 측은 “백두산 호랑이(중국명 둥베이후·東北虎)의 개체 수를 100마리 늘릴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동북호림원은 1986년 설립 당시 전체 호랑이 수가 8마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0마리로 늘어났다. 동북호림원 관계자는 “인공 번식에 적합한 호랑이를 골라 건강한 새끼를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다수 호랑이가 이미 교배를 마쳐 다음 달부터 새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베리아 호랑이로 불리는 백두산 호랑이는 전 세계적으로 야생에서 서식하는 개체가 500마리도 되지 않아 세계 10대 멸종위기동물로 분류됐다. 야생 백두산 호랑이의 대부분은 러시아 연해주 산림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중국에는 백두산이 있는 지린 성과 헤이룽장 성 일대에 20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앞서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계획(MAB) 중국위원회와 러시아위원회는 지난해 9월 백두산 호랑이 보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8일 남중국해에서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편명 MH370)에 위조여권으로 탑승해 수사선상에 올랐던 승객 2명은 테러범이 아니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유럽으로 가려던 이란인 청년들로 밝혀졌다. 말레이시아 경찰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11일 이들 이란 청년이 테러단체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을 노린 여객기 테러일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을 향하던 사고기에는 중국인(대만인 1명 포함) 154명을 포함해 모두 239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1일 도난 여권을 소지한 2명 중 1명의 신원이 18세 푸리아 누르 모하마드 메르다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메르다드는 베이징을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망명하려 했다며 “테러단체 조직원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인터폴도 이날 도난 여권을 지닌 나머지 1명은 29세 델라바르 세예드 모하마데르자로 확인됐다며 테러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다. 인터폴은 2명이 이란 여권으로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뒤 도난 여권으로 베이징행 사고기에 탑승했다고 설명했다. 로널드 노블 인터폴 사무총장은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번 여객기 실종이) 테러사건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당국 역시 사고 발생 나흘째인 11일에도 테러와 관련된 단서가 나타나지 않는 데다 추락 추정 해역에서 여객기 잔해가 발견되지 않자 테러가 아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미국 정보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번 여객기 실종이 테러가 아닌 기술적 또는 조종사 문제가 원인일 것이라고 시사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 당국은 사고기 수색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사고기가 말레이시아를 향해 회항했다면 기존 수색 범위를 벗어난 곳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자국 해역과 베트남 영해 중간 수역 외에 말레이시아 본토와 서부 해역도 수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도 추락 추정 해역에 군함과 항공기를 투입한 데 이어 위성 10개를 수색작전에 투입했다. 하지만 위성이 전자신호 등으로 위치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박스 신호를 추적하는 위성은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했다면 신호 세기가 매우 약해 위성이 가까이 접근했을 때만 위치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추가로 군함 3척을 더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해양영토 주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상공에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사라지면서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사고기에 탑승한 239명 가운데 가장 많은 154명(대만인 1명 포함)의 자국민이 포함된 중국은 군함 2척을 추락 추정 해역 인근에 급파해 존재감을 높였다. 반면에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잔해 수색과 구조 활동을 돕겠다는 중국의 조치를 거부할 수도, 그렇다고 환영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처지에 놓였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사고기 추락 추정 해역이 지정학적으로 갈등을 빚는 곳이어서 구조 활동의 성격이 복잡하다고 전했다. 사고기 잔해를 찾으려는 각국의 속셈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남중국해에 10여 개국 해·공군 집결 중국은 여객기 실종이 알려진 8일 오후 난사(南沙) 군도 인근에 있던 배수량 2250t급의 몐양(綿陽)호를 급파한 데 이어 9일에는 광둥(廣東) 성 잔장(湛江)에 머물던 배수량 2만 t급의 징강산(井岡山)호를 파견했다. 군함 2척을 파견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앙군사위주석으로서 직접 승인한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 발표와 홍콩 원후이(文匯)보의 보도 등에 따르면 10일까지 10여 개국이 34대의 항공기와 40척가량의 군함을 파견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해양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과 동맹국 호주 등 관련국들이 모두 참가했다. 미국은 항공기 3대와 군함 1척 등을 보내 사고기 잔해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군함은 영해 밖에서 보조 활동만” 사고기 잔해 수색을 위해선 관련국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고기가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 해역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영해에 속하거나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중국 군함 등은 이 국가들의 영해에 진입하지 않고 외부에서 지원 활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인민해방군 총장비부 리안둥(李安東) 부부장은 “중국 해역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어서 구조 활동을 명분으로 군을 파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다수의 희생자가 중국인이어서 중국 군함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양국의 승인을 받아 양국 영해로 들어가 활동할 가능성은 있다. 몐양호와 징강산호는 이미 파견된 해양감시선이나 말레이시아 등 타국 선박과 활발히 교신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반도에서 시종일관하는 우리의 레드라인은 절대로 동란이나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남북 및 이 지역 각국 공통 이익에도 완전히 부합한다.” “전쟁은 재난만을 초래할 뿐이다.” 왕이(王毅·사진) 중국 외교부장이 8일 베이징(北京) 미디어센터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정세와 6자회담 재개 가능성 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이례적으로 ‘전쟁’이라는 용어를 두 차례 사용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만이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언덕을 넘고(爬坡·비핵화) 구덩이를 건너(過坎·신뢰 회복) 정도를 걸어가는(走正道·6자회담 등 대화와 협상) 등 3가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호 신뢰 부족 문제 중 북-미 간 불신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이러한 불신이 한반도 정세의 지속적인 긴장과 6자회담 중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 대해 “중국은 의장국으로서 조속한 6자회담의 재개를 희망한다”며 “안 하기보다는 하는 것, 늦는 것보다는 빠른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정세에 대한 중국의 판단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왕 부장은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전망에 대해서 “양국 관계는 중요하면서도 복잡하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올해로 수교 35년을 맞은 양국은 ‘합작과 협력 필요성이 갈등보다 크다”며 “앞으로 미국과 신형대국관계 설정의 3가지 핵심은 ‘불충돌, 상호존중, 상호윈윈’ 3가지로 아시아가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일전쟁 이후 최악의 관계에 빠진 중일 관계에 대해 왕 부장은 “일본 지도자들이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의 정신을 위반하고 중일 관계의 기초를 훼손했다”며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는 어떠한 타협의 여지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현재의 중일 관계를 제1차 세계대전 전 영국과 독일의 관계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2014년은 1914년도, 더욱이 (청일전쟁이 일어난) 1894년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차대전 이전의 독일보다 2차대전 이후의 독일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현재의 갈등 국면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자 양국 인민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며 일본 지도자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우호와 포용 정책을 외교 이념으로 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 것이 아니면 한 치도 요구하지 않겠지만 우리 것이라면 한 뼘의 땅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시작된 왕 부장의 기자회견은 중국인(대만인 1명 포함)이 154명이나 탑승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 때문에 일정보다 단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의 왕 부장 회견 생방송도 사고 속보 보도로 몇 차례 중단되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저우융캉(周永康·71)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그의 아들 저우빈(周濱·42) 소유의 시골 호화 주택이 공개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텅쉰(騰訊)은 무인 헬기에 부착된 카메라로 공중에서 촬영한 장쑤(江蘇) 성 우시(無錫)의 주택 사진과 1분 10초 분량의 동영상을 3일 인터넷에 올렸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6일 보도했다. 다양한 각도와 높이에서 촬영한 동영상에는 검은 기와지붕과 흰색 벽의 2층짜리 깔끔한 주택과 2대의 자동차 주차 공간, 전통적인 중국식 정원 등이 보인다. 이곳은 저우 전 서기의 조상들이 살았고 저우 전 서기도 어린 시절 살았던 곳으로 현재 주택은 2010년 지어졌다. 근래에는 저우 전 서기의 동생인 저우위안싱과 저우위안칭이 살고 있었으며 최근 경찰이 이 집을 압수수색해 재산을 압수했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상하이(上海)에서 발행되는 난팡(南方)조보는 최근 “과거에는 이곳에 유력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으나 저우 전 서기 조사설이 나온 뒤 뚝 끊겼으며 저우 전 서기도 지난해 4월 이후 이곳에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일 쿤밍(昆明) 기차역에서 발생한 테러행위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묵념하겠습니다.”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장은 5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12기 전국인대 2차 전체회의 개회 선포와 국가 제창에 이어 이같이 말했다. 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회식도 테러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하는 등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이례적인 방식으로 시작됐다. 중국 당국의 소수민족 포용 정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큰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4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정협 소수민족 대표단 회의에서 “단결과 안정은 축복이지만 분리와 혼란은 재앙”이라며 소수민족의 단결을 촉구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날 공작(업무)보고에서 베이징은 물론이고 전국 대도시에서 나타나는 공기오염에 대해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것처럼 오염과의 전쟁을 결연히 선포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연무(煙霧) 범위가 확대되고 오염이 심각해지는 것은 조방(粗放·노동집약경제)형 성장 방식에 대한 대자연의 경고”라면서 오염물질 배출 감소를 위한 산업구조 조정 의지를 밝혔다. 리 총리는 “전국적으로 오염물질 대량 배출 차량 600만 대 폐차, 소형 석탄보일러 5만 대 퇴출, 1500만 kW 화력발전설비에 탈황시설 장착을 추진하겠다”며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했다. 리 총리는 시 주석 집권 2년을 맞는 올해 “팔뚝을 자르는 결단과 배수의 진을 치는 기개로 각 영역의 개혁을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개혁은 최대의 보너스(紅利)”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치를 7.5%로 제시했다. 지난 2년과 같은 수준이다. 올해 재정적자는 지난해보다 1500억 위안가량 늘어난 1조3500억 위안(약 234조9000억 원)으로 잡았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9일로 중국이 안중근 의사가 일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의거 현장인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 기차역에 안중근 기념관을 개관한 지 한 달이 됐다. 이 기념관은 대표적인 한중 합작 사례로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안 의사의 의거 현장에 표지석만이라도 설치하자는 한국의 제안을 중국이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취재진이 중국 내 다른 항일 유적지를 둘러본 결과 흔적이 사라졌거나 엉뚱한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 등 보존 및 관리가 소홀한 곳이 적지 않았다.○ ‘흔적 없는 항일 유적지’ 중국 베이징(北京) 중심부의 둥청(東城) 구 둥화먼(東華門)가도. 쯔진청(紫禁城)에서 직선거리로 1km가량 떨어진 이곳은 허름한 주택가지만 1940년대에는 일본 헌병대 감옥이 있었다. 이 감옥에서 ‘청포도’ ‘광야’ 등으로 널리 알려진 저항시인 이육사(1904∼1944)가 옥사했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옛 헌병대 감옥은 당시 지은 2층 벽돌 건물 그대로 남아 있었다. 대지 면적은 약 3000m². 어떠한 표지도 없어 헌병대 감옥이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일제 패망 이후 중국 인민해방군 가족들이 사용했으며 지금은 방치돼 있다. 이곳 토박이라고 밝힌 옆집 중년 남성은 “어릴 때부터 헌병대 감옥 터였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와 독립기념관 그리고 동북아역사재단 등에 따르면 일부 유적지는 중국 당국이 세운 안내 표지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기술돼 있다. 지린(吉林) 성 룽징(龍井)의 윤동주 시인 생가 안내판에는 윤 시인이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조선족 애국시인’으로 표기돼 있다. 지린 성 류허(柳河) 현에서 1919년 문을 연 신흥무관학교는 2년제 고등군사반을 둔 대표적인 독립군 양성소였다. 이시영 초대 부통령이 초대 학장을 지낸 곳이자 신민회의 독립운동 기지로 활용된 곳이지만 지금은 옥수수 밭과 논으로 변해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국민당 장제스(蔣介石) 정부가 1924년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에 세운 황포군관학교는 우한(武漢) 분교 등을 합쳐 한인 독립운동가 200여 명을 배출했다.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한 김원봉 등도 이곳을 거쳤다. 안춘생 독립기념관 초대 관장도 이 학교 출신. 하지만 현재 ‘육군군관학교 기념관’으로 바뀐 이곳에 한인 항일 독립운동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랴오닝(遼寧) 성 신빈(新賓) 현 왕칭먼(旺淸門) 조선혁명군 주둔지는 조선족 소학교로 바뀐 뒤 폐교돼 건물이 헐리면서 어느 곳이 주둔지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독립기념관은 2005년 국외사적지팀을 발족한 뒤 2009년부터 5년간 중국 일본 유럽 미주 등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를 전수 조사했다. 독립기념관 홈페이지의 ‘국외독립운동사적지’ 현황에 따르면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중 23개 지역에 367곳의 사적지가 흩어져 있다. 전수 조사를 주도한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국외사적지팀 김주용 박사는 “신흥무관학교나 황포군관학교처럼 ‘항일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곳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중 지방정부의 적극 협조와 공동연구 필요 한국과 중국은 지금 일제의 침탈을 당해 싸웠던 역사를 공유하자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도 항일 유적 발굴과 보존에 대체로 적극 협조하고 있다.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청사는 주변 지역이 재개발됐지만 옛 모습 그대로를 보존한 것은 한국의 요청을 중국 당국이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다. 헤이룽장 성 하이린(海林) 시의 ‘한중우의공원’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공원은 김좌진 장군 등 항일 운동가들의 활동과 한인 이주사, 일제 침략사 등을 복합적으로 전시해 교육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원의 운영 자금은 한국 정부에서도 일부 부담하고 있어 중국 당국에 전적으로 맡겨진 다른 유적지와는 다르다. 항저우(杭州) 임정 청사는 항저우 시가 복원 및 보존 관리를 하고 있으며 방문객들에게 한국어로 해설하고 있다. 다만 ‘중국인이 한국인 관광객에게 한민족의 항일 활동’을 설명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유적지 관리에 중국 당국이 대체로 협조적이지만 아직도 협력할 분야는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北京)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과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의 ‘9·18 역사박물관’ 등은 한국 독립운동 조직이나 단체가 중국인들과 힘을 합쳐 일본과 싸웠던 사실을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지 않다. 또 중국 내 유적지 중 임정 청사와 임정부 관련 인물은 상대적으로 많이 복원되어 있으나 사회주의 및 아나키즘(무정부주의) 계열의 민족운동 관련 유적과 인물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지적된다. 동북아역사재단 장세윤 박사는 “중국 동북지역 독립운동 관련 단체나 인물, 사건 관련 유적(지) 조사 연구 복원, 기념관이나 기념비 건립 때 중국 측이 1차 자료를 거의 공개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1920년 김좌진 장군이 이끈 청산리 전투에서 패배하자 그 보복으로 일본군이 자행한 한인 학살사건인 ‘경신 참변(간도 참변)’은 현지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제가 생체 실험을 한 헤이룽장 성 ‘731부대’ 관련 사건 역시 인적사항이 확인된 한인은 6명에 불과할 정도로 조사가 부족하다. 중국 당국이 중요 자료를 ‘당안(當案) 자료’로 분류해 외국인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중 공동 연구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장 박사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과 개발로 한민족 독립운동 관련 유적지도 빠른 속도로 없어지거나 파괴되고 있다”며 “한중 양국의 공동 연구와 발굴 보존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베이징=고기정 특파원}

“유비가 제갈량을 삼고초려로 찾아간 곳이 우리 고장에 있습니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만 보고 중국을 안다고 할 수 없지요. 중국 관광객도 서울과 제주도뿐 아니라 철따라 바뀌는 설악산과 멋진 동해 바다가 있는 강원 양양을 와봐야 한국에 왔다 할 수 있죠.” 중국 후베이(湖北) 성 샹양(襄陽) 시 샹저우(襄州) 구에서 지난해 4월 양양군에 파견된 샤오웨이(肖위·32) 씨와 뤄웨이(羅위·35) 씨는 어느 덧 두 도시의 전도사가 돼 있었다. “경남 남해군은 녹차로 가루도 만들고 비누도 만드는 등 선진기술을 보유해 배울 것이 많습니다. 그에 비하면 장시(江西) 성 징강산(井岡山) 시의 녹차 처리는 그냥 따서 말리는 원시적 수준입니다. 반면 남해군은 훌륭한 관광 자원에 비하면 호텔도 부족하고 관광상품 개발도 다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징강산이 마오쩌둥(毛澤東)의 홍군(紅軍)이 은거했던 혁명 성지라는 성격을 살려 중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개발한 노하우를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징강산에서 온 리웨(李A) 씨는 한중 지방정부 교류를 통해 어떤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별관 6층 회의실에 지난해 4월 한국에 와 1년 일정으로 근무 중인 중국 지방정부 공무원 7명이 모였다. 이들은 한국에서의 경험, 양국 지방정부 교류의 의미와 상호 파견근무를 통해 어떤 성과를 낼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이희옥 소장과 양갑용 박사, 시도지사협의회 김진아 국제협력부장, 박지원 중국담당 전문위원 등이 함께했다. 이들 상당수는 한국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근무시간이 끝나도 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묵묵히 야근을 하고 다음 날로 미루지 않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북 군산시에서 일하는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시 상무국 소속의 린샤오민(林曉민·31) 씨는 특히 한국 민원서비스센터를 부러워했다. 그는 “민원센터에서 효율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시민 우선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애정 어린 쓴소리와 아쉬움도 털어놨다. 장시(江西) 성 이춘(宜春) 시에서 경북 상주시에 파견된 허췬(何群·29) 씨는 “다른 국가나 민족의 우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한국인이 있다. 반도 국가여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린샤오민 씨는 “중소 도시는 도로 표지판에 외국어 표기가 부족하고 외국어를 모르는 시민도 많아 살기에 꽤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일하는 산둥 성 랴오청(聊城) 시 출신의 자오샤오스(趙曉師·28) 씨는 “한중이 올해로 수교 22년을 맞았지만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지만 제도와 문화 등이 서로 다른 점이 많아 오해를 사기 쉽다”고 했다. 이희옥 소장은 “최근 공공 외교의 개념은 정부 간 외교에서 지방정부 간 교류, 지방정부가 타국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이후 합의한 양국 관계의 충실화, 내실화도 지방정부 간 상호협력 없이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지방정부가 상호 이해의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결과를 낼 때 공공외교의 중추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아 부장은 “시도지사협의회가 한중 양국의 대도시는 물론이고 시군구 같은 기초자치단체의 교류에도 적극 나서는 것은 ‘풀뿌리 국제교류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들과 같은 ‘풀뿌리 공공외교의 최일선’에 있는 젊은 공무원들이 더욱 많아지면 한중 관계의 미래도 더욱 굳어지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1999년부터 ‘K2H(Korea heart to heart)’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지방정부와 국내 각급 지자체 간 교류, 공무원 상호파견 등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까지 21개국 511명의 공무원이 한국에서 근무했으며 이 중 70%가량인 362명이 중국인 공무원이었다. 중국인 공무원들은 인터뷰 말미에 한국 근무를 마치고 중국에 돌아간 뒤 누구보다 양국 지방정부나 민간이 가까워지는 데 앞장서겠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진시황의 병마용’, 당 고종과 중국 역사상 유일의 여자 황제 무측천의 합장릉 ‘건릉(乾陵)’ 등으로 유명한 고도 산시(陝西) 성 셴양(咸陽) 시에서 경북 의성군에 파견된 녜융서((섭,접)永社·40) 씨는 “양국은 서로 한자 지명이 같은 곳도 많아 이름만 들어도 친근한 도시들도 꽤 있다”며 “한중은 원래 한가족(一家人) 아니었느냐”고 되물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은 왕도(王道)를 추구하는 외교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왕도를 실천하는 국가는 다른 나라의 존경을 받는 나라이며 핵심은 ‘책임감 있는 강대국’이 되는 것이다.” 옌쉐퉁(閻學通) 칭화(淸華)대 현대국제관계대학원장은 이 책(원제 2023, 歷史的 慣性)에서 춘추전국시대 순자의 ‘왕권 패권 강권’의 개념을 빌려 중국이 추구할 미래를 그렸다. 중국의 대표적인 현실주의 정치학자인 그는 중국의 종합 국력이 세계 2위에 올라선 만큼 정치 군사적으로 더욱 굴기(굴起·떨쳐 일어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중국 외교의 기조였던 도광양회(韜光養晦)는 당연히 거부한다. 이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개를 숙이자는 것이지만 이제 달라졌다는 것이다. ‘왕도를 가는 중국은 국제질서에서 무임승차, 편승, 비동맹 외교 등 소극적 자세는 버리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핵심은 2023년 미국과 중국이 양극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옌 교수는 청(淸) 영국 러시아가 ‘제국은 몰락한다’는 ‘역사의 관성’을 21세기 미국도 피해 갈 길이 없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 ‘역사의 관성’은 중국의 부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완곡히 표현해 ‘미중 양극 구도’지 속내는 ‘여보게 몰락하는 제국 미국, 다음은 우리 중국일세’에 가깝다. 마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이 끝나는 때인 2023년을 콕 찍은 것은 10년 뒤의 발전 추이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옌 교수는 미국과 국력 격차가 좁혀질수록 국익을 놓고 양국의 충돌 강도도 커지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예선에서 결선으로 갈수록 맞수의 실력은 강해지고 승리 가능성도 줄어드는 것에 비유했다. 지구촌 변화 예측도 담았다. 브릭스 5개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이 10년 후에는 더이상 공통의 이해관계가 없고 브릭스란 말조차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추락하고, 중동의 위상도 낮아져 혼란이 와도 강대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리아 내전이 2년이 돼도 미국과 러시아가 개입하지 않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으며 중국도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미중 외교의 틈바구니에 끼이고, 더딘 사회 개혁이 발목을 잡아 더이상 미중과 동급이 아닌 지역 대국으로 전락하며, 이런 현실에 불만을 품겠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책임감 있는 강대국’에 걸맞은 지도자상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책 곳곳에 벌써부터 세계 속에 군림하려는 강렬한 욕망이 느껴졌다. 중국의 속내를 알기 위해 꼼꼼히 봐야 할 이유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 당국이 최대 명절 춘제(春節·설날)를 앞두고 서둘러 마무리하듯 주요 인권운동가 등에 잇따라 조치를 취했다. 베이징(北京) 시 제1 중급인민법원은 26일 1심 공판에서 지난해 7월 체포된 쉬즈융(許志永·41) 변호사에게 ‘공공질서 교란’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에이즈 환자 인권운동 등으로 수년 전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거명됐던 후자(胡佳·40)도 이날 공공질서 문란 혐의로 공안에 전격 체포됐다. 2003년 인권 시민단체 궁멍(公盟)을 조직해 활동해 온 쉬 변호사에 대한 판결이 나오자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매우 실망했다”고 논평했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쉬 변호사가 주도하는 ‘신공민(新公民) 운동’은 최근 교육부 건물 밖에서 농민공 자녀들의 교육평등권 주장이나 부패 방지를 위해 공직자 재산 공개를 촉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공직자 재산 공개는 이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부터 추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중형이 선고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온건론자인 쉬 변호사에 대한 판결에 안팎의 비난이 높다”며 “그가 지향하는 시민에 의한 참여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 그리고 헌법에 의한 국가권력의 제한 등도 현재 중국의 처지에서 보면 ‘급진적’이라고 중국 당국이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국은 2009년에도 쉬 변호사를 25일간 구금 조사한 뒤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자 그가 이끄는 궁멍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혐의를 씌웠다. 당시 보석으로 풀려난 직후 베이징의 한 장소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당국의 처사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더욱 진보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5년이 지나 수감된 그가 여전히 진보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을까. 반부패 등 체제 개혁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주도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 안팎의 주목과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쉬 변호사와 후자 소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시민들에 의한 자발적 체제 변화 요구의 한계가 어느 선까지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려 한 것 같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밑으로부터의 사회운동을 너무 방치하면 정치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적절한 수준의 인권 사회운동을 통해 국민의 변화 욕구가 여과되지 않으면 더욱 조직화하고 자칫 체제 밖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듯하다. WSJ도 쉬 변호사 등에 대한 탄압으로 더 큰 ‘신시민 운동’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구자룡·국제부 bonhong@donga.com}
휴대용저장장치(USB 메모리)의 단자가 내년부터 새로운 단일 규격인 ‘USB C형 단자’로 통합돼 2016년경 시중에 판매된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은 4일 인텔, HP, 마이크로소프트,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참여한 USB개발그룹이 최근 USB C형 단자 개발에 착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통합 규격의 표준은 내년 1분기(1∼3월) 최종 검토를 거친 뒤 내년 중반에 확정된다. 이 그룹에 참여한 기업들이 IT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표준이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USB 단자는 새로운 기기가 개발될 때마다 종류가 계속 늘어났다. 모양에 따라 A타입과 B타입, 크기에 따라 표준 미니 마이크로의 3단계로 나뉜다. 이 중 ‘표준A형’ ‘표준B형’ ‘미니B형’ ‘마이크로B형’ 등 네 종류의 USB 단자가 공식 표준 단자로 사용되지만 이와 다른 단자들도 쓰이고 있다. 새로운 USB C형 단자는 애플사의 ‘라이트닝 케이블’처럼 위아래 방향 구분 없이 플러그에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이 단자는 최신 스마트폰에 많이 쓰이는 마이크로B형 단자와 비슷한 작은 크기이면서도 데이터 전송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IT매체 아스테크니카는 “C형 단자가 기존 USB 단자들과 호환은 안 되지만 앞으로 나올 USB들의 통합 표준 단자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나라가 어지러우면 선량한 재상을 선호한다(世亂思良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함께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 리커창(李克强) 총리. 저성장과 함께 사회적 요구가 다양화하는 거대한 도전을 맞고 있는 중국에서 국민들은 리 총리에 대한 높은 기대와 신뢰를 보이고 있다. 1974년 3월 리 총리가 문화대혁명의 회오리 속에서 중고교 과정을 중단하고 하방(下方)돼 보내진 안후이(安徽) 성 펑양(鳳陽) 현은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고향이었다. 하지만 1959∼60년 기록으로 남겨진 것만 따져도 63건의 인육 사건이 있을 만큼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곳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 리 총리는 민생 최우선의 정치 철학을 키웠다. 시 주석이 경제적 효율과 지속적이고 빠른 성장을 강조하는 반면 리 총리가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는 사회 안전망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이 같은 개인적인 경험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이 책은 중국 지도자 분석에 독보적인 뉴욕 소재 밍징(明境)출판사에서 나왔다. 저자 훙칭(洪淸)은 출판사 소속 전문작가로 가명이다. 실명을 공개하지 못할 만큼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생각하거나 화끈한 폭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역대 총리 중 유일한 경제학 박사 출신이자 최고 명문 베이징대를 나온 리 총리의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세계가 주시한 시-리 라이벌전’ ‘관료가 두려워하는 지도자’ ‘책상(탁상행정)을 버려야 인민이 산다’ ‘높은 병원 문턱은 중국의 고질병’ 등 항목마다 깊이 있는 분석을 담았다. 중국의 시진핑-리커창 체제 출범이 다음 달로 1년을 맞는다. 시 주석에 대한 책들은 여러 권 나왔으나 리 총리 개인의 인간적인 면과 정책적 지향점을 집중 분석한 책은 처음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경제 조타수로서의 비중과 역할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강과 바다는 작은 흐름을 가리지 않아 수량의 풍부함을 이룰 수 있다.”(한비자, ‘대체·大體’편) “탁월한 지도자는 감싸 안아야 할 어떠한 존재도 거부하지 않기 때문에 능히 하늘 아래 그릇이 될 수 있다.”(묵자, ‘친사·親士’편) 중국이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극복하고 천하를 통일하는 데 밑거름이 된 포용의 경세 철학을 보여주는 말들이다. 베이징대 경제학과 샤예량(夏業良) 교수가 빠르면 다음 주 끝내 해임될 것이라는 뉴욕타임스(NYT) 최근 보도를 접하고 떠오른 구절들이다. 샤 교수 해임 문제는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지식인에 대한 통제 강도를 보여주는 시금석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명문 여대인 웰슬리칼리지의 교수 130여 명은 9월 3일 베이징대 총장과 경제학원(단과대학)장, 그리고 대학 당서기 앞으로 공개 서한을 보내 샤 교수를 해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샤 교수가 학문적 활동과는 무관한 오직 정치적 이유로 쫓겨난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몹시 침울해 있다”며 “끝내 샤 교수를 축출하면 베이징대와의 학문 교류 파트너십 재고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웰슬리칼리지는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모교로 올해 6월 베이징대와 학생 교수 교류 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샤 교수는 2008년 류샤오보(劉曉波·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와 함께 303명이 서명해 중국의 민주화와 공산당 개혁을 요구한 ‘08 헌장’의 작성과 발표를 주도하는 등 사회 정치 개혁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샤 교수는 그동안 “빈부격차는 커지는데 권력자가 더 치부하는 중국 정치는 학정(虐政)이다” “공산당 중앙선전부 활동은 나치에 비유할 만하다” 등 잇단 비판으로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난달에는 “중국이 언론과 사상 통제에서 문화혁명 시대로 복귀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08 헌장’ 발표 이후 감시가 심해지자 2011년부터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등 미국 대학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올해는 9월까지 웰슬리칼리지와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등에서 잠시 머물렀다. 하지만 미 체류 기간에도 인터넷에 지속적으로 사회 정치 개혁 관련 글을 올리자 중국 정부가 그를 귀국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축출은 경제학과 교수들의 투표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NYT는 “교수 투표는 그의 처벌이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속임수(feint)”라고 꼬집고 “베이징대가 미국의 스탠퍼드대 예일대 코넬대, 영국의 런던정경대(LSE) 등 유명 대학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에 흠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샤 교수는 왜 최고 명문대 교수라는 안정적 지위를 스스로 위태롭게 만들면서도 소신 발언을 계속하는 것일까. 기자는 2009년 그가 블로그에 ‘학정’ 발언을 올렸을 때, 또 2010년 류샤오보가 노벨상 수상 이후 반 가택연금 상태에 처했을 때 베이징 자택을 찾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가 당시 “베이징대 사람이 일어서지 않으면 중국에 희망이 없다” “가능하면 평생 베이징대 교수로 일하고 싶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역사상 많은 변혁은 누군가의 희생을 불렀다”고 말한 걸 또렷이 기억한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중국이 부디 샤 교수를 품어 다시 한 번 세류(細流)를 모아 큰 바다가 되어가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줬으면 한다.구자룡 국제부 차장 bonhong@donga.com}

유럽과 아시아 지역 간 정치 경제 안보 에너지 등의 협력을 통해 지구촌에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다는 ‘유라시아 시대’ 논의가 국내외의 정부 간 및 학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9월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유라시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밝히고 “부산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이후 유라시아 시대 도래에 대한 대응책 점검에 들어갔다.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을 주제로 한 국제콘퍼런스가 열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관하고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는 유라시아 각국 석학 및 외교대사, 국제기구 관계자, 전현직 관료 등 500여 명이 참가한다. 동아일보는 콘퍼런스 개최에 앞서 15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내 주요 연구원 원장 긴급 좌담회를 열어 유라시아 시대를 맞는 한국의 과제를 점검했다. ―‘유라시아 시대’의 개념과 의미를 간략히 소개해 달라. 이일형 KIEP 원장=유라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포괄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구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뒤 혼란을 거쳐 경제 성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과 몽골,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유라시아 시대’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다소 침체되면서 새로운 활력과 동력을 이 같은 유라시아의 협력에서 찾으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원장=한국은 세계 8위의 무역 국가로 발돋움했으나 남북 분단 등으로 유라시아에서 ‘섬’으로 남아 있다. 한국은 해양과 유라시아를 잇는 위치에 놓인 장점을 살려 교량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는 ‘동방 정책’으로 한국의 대륙 진출 기회도 늘어나고 한국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철 교통연구원 원장=한국이 대륙과 철도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섬’이다. 하지만 불과 60여 년 전 분단되기 전만 해도 이어져 있었다. 이준 열사가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의 세계평화회의에 갈 때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거쳐 3개월가량 철도를 통해 갔다. 우리 마음속에는 ‘한반도는 대륙 국가’라는 꿈이 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도 유라시아 국가 간 공동 번영과 평화 정착에서 교통 물류 협력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이해된다. ―유라시아 협력은 아직 초보단계이거나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배경과 그로 인한 손실, 앞으로의 협력 가능성 등을 점검해 달라. 이 원장=동북아 지역에는 ‘아시아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한중일 3국이 경제적으로 긴밀한 상호의존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안보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역내 경제 통합이 뒤처져 있는 것을 말한다. 남북 간 대치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윤 원장=동북아는 아직 ‘경열정랭(經熱政冷·경제적으로 열기, 정치 안보상 냉랭)’이다. 남북 분단과 중-일 갈등 등 외교 안보 요인 때문에 유라시아 전체는커녕 동북아에서만도 역내 협력에 대한 도전 요소가 많다. 하지만 현재 단일통화까지 사용하는 유럽도 석탄 철강 등 작은 분야의 협력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기능주의적 접근으로 꾸준히 노력해 나가야 한다. ―에너지와 농촌 분야 협력도 잘 안 되고 있다는데….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러시아가 시베리아 가스관을 한반도까지 연결하려고 하지만 북한 변수 때문에 실현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유라시아라는 것은 전기 송유 가스관이 수요국과 공급국 간에 연결되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동북아 국가들은 ‘아시아 프리미엄’을 물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중동에 대한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아시아에서 에너지 거래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좀 더 비싸게 구입하는 것이 ‘아시아 프리미엄’이다. 한중일이 협력하면 ‘바잉 파워(구매력협상에서 이점)’가 생길 수도 있다. 유럽에는 네덜란드에 거래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우리 정부가 여수 등에 대규모 가스 비축 기지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에너지 허브’를 지향하는 것이다. 최세균 농촌경제연구원 원장=한반도가 대륙과 연결되지 않아 ‘섬’으로 남은 문제점들을 지적했지만 농업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유라시아에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최대 곡물 수입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곡물 수출국이 있지만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서로 협력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어떤 타개책들이 논의되고 있는지…. 김 원장=유라시아의 협력은 철도와 가스관 연결, 에너지그리드 구축 등이 패키지로 추진될 때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다. 그리고 기능주의를 언급했는데 석탄 철강이 시초가 된 유럽과 달리 유라시아는 철도 가스관 협력이 단초가 될 수 있다. 어떤 계기로든 북한이 포함된 철도 및 가스관, 전력망 등이 구축되면 협력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지금은 유라시아 협력을 위한 여건이 성숙되어 있다. 최근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 구간의 철도가 연결됐다. 양국이 광궤와 표준궤 모두를 나란히 부설했다. 이는 그만큼 서로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북 3성 개발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도 시베리아에서 북한으로 연결되는 철도망의 연결을 반긴다. 한국은 북한을 지나온 철도가 속초 등으로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윤 원장=최근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에너지 관련 회의에서 러시아인들은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건설 등을 위해 북한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에너지 분야의 협력 필요성이 북한을 개방으로 이끄는 중요한 동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부 참석자는 한국 주도의 통일도 찬성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농업 분야의 협력도 상당히 잠재력이 높은 분야이지 않나. 최 원장=연해주에는 18만 ha의 경작지가 있지만 17만 ha는 휴경지로 남아 있다. 현재는 선교 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에 지원할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소규모 농업만이 진출해 있다. 앞으로 러시아의 토지에 한국의 첨단 농업 기술이 진출해 북한의 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게 되면 북한의 취업 및 식량난 해결은 물론이고 한반도 안보 환경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김 원장=북한을 통과하는 한반도 종단 철도도 건설 등에 북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고, 통과료가 보장되는 등 북한에도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 원장=한마디 더 덧붙이고 싶다. 중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20만 ha의 땅을 20년간 임차했다. 러시아에는 국제규범에 맞지 않는 제도와 관행 등 리스크가 있지만 유라시아 협력을 통해 투자 여지와 필요성이 많다는 것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유라시아를 주제로 한 이번처럼 큰 규모의 국제 콘퍼런스는 처음인 것 같다.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를 정리해 달라. 이 원장=유라시아 협력을 향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신 실크로드’ 구상도 그 하나다. 이런 때에 한국도 동북아에서의 고립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발전에 동참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콘퍼런스는 유라시아 협력을 주제로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회의다. 더욱이 안보 경제 에너지 교통 농업 등 각 분야가 망라되어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에 유라시아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고 이제부터 던져진 과제를 후세가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김 원장=유라시아라는 보다 넓은 틀 속에서 ‘동북아 패러독스’나 ‘아시아 프리미엄’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해소되면 모두가 윈윈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한국은 섬나라 의식에서 벗어나면 유라시아를 무대로 더 큰 희망을 갖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 부원장=에너지 협력이야말로 북한을 포함한 유라시아 역내의 모든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점이 콘퍼런스에서 특히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원장=한반도는 이제 해양 국가에서 대륙 국가로 발돋움할 기회를 맞고 있다. 해양과 대륙이 연결될 경우 교차점에 있는 한국의 강점을 살릴 기회가 온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