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영유권 분쟁 남중국해서… 中 수색 동참에 난감한 주변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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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사군도 갈등 말레이시아-베트남… 中군함 환영도 거부도 못해 속앓이
美-호주 등 10여 개국 수색 작전

해양영토 주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상공에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사라지면서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사고기에 탑승한 239명 가운데 가장 많은 154명(대만인 1명 포함)의 자국민이 포함된 중국은 군함 2척을 추락 추정 해역 인근에 급파해 존재감을 높였다. 반면에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잔해 수색과 구조 활동을 돕겠다는 중국의 조치를 거부할 수도, 그렇다고 환영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처지에 놓였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사고기 추락 추정 해역이 지정학적으로 갈등을 빚는 곳이어서 구조 활동의 성격이 복잡하다고 전했다. 사고기 잔해를 찾으려는 각국의 속셈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 남중국해에 10여 개국 해·공군 집결

중국은 여객기 실종이 알려진 8일 오후 난사(南沙) 군도 인근에 있던 배수량 2250t급의 몐양(綿陽)호를 급파한 데 이어 9일에는 광둥(廣東) 성 잔장(湛江)에 머물던 배수량 2만 t급의 징강산(井岡山)호를 파견했다. 군함 2척을 파견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앙군사위주석으로서 직접 승인한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 발표와 홍콩 원후이(文匯)보의 보도 등에 따르면 10일까지 10여 개국이 34대의 항공기와 40척가량의 군함을 파견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해양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과 동맹국 호주 등 관련국들이 모두 참가했다. 미국은 항공기 3대와 군함 1척 등을 보내 사고기 잔해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 “군함은 영해 밖에서 보조 활동만”

사고기 잔해 수색을 위해선 관련국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고기가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 해역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영해에 속하거나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중국 군함 등은 이 국가들의 영해에 진입하지 않고 외부에서 지원 활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인민해방군 총장비부 리안둥(李安東) 부부장은 “중국 해역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어서 구조 활동을 명분으로 군을 파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다수의 희생자가 중국인이어서 중국 군함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양국의 승인을 받아 양국 영해로 들어가 활동할 가능성은 있다. 몐양호와 징강산호는 이미 파견된 해양감시선이나 말레이시아 등 타국 선박과 활발히 교신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남중국해#말레이시아#베트남#중국#난사군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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