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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4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참모들도 본격적으로 짐을 싸며 청와대 이후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참모들은 그동안 사용해 온 청와대 전용 휴대전화를 최근 반납했다.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이지만 도청 방지 기능이 설치된 이 전화는 신분증과 함께 청와대 직원들의 상징이었다. 청와대를 떠나면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어공’(별정직 공무원)들은 그동안 사용해 온 관용 여권을 일반 여권으로 속속 교체하고 있다. 참모들은 제각각 다양한 계획을 짜고 있다. 지난달 ‘강이 끝나는 산 너머로’라는 제목의 첫 시집을 펴낸 하금열 대통령실장은 고향인 경남 거제로 낙향하기로 했다. 김대기 정책실장은 35년 관료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저술 작업에 몰두할 계획이다.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면서도 틈틈이 저술 관련 메모를 정리했으며 올해 출간하는 게 목표다. 북한 핵실험으로 마지막까지 긴장해야 했던 천영우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당분간 낚시를 즐기며 재충전을 한 뒤 외교안보 관련 포럼을 만들어 강연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일각에선 천 수석이 특유의 친화력을 살려 정계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 최금락 홍보수석비서관은 퇴임 후 부인과 함께 지리산 종주에 도전할 계획을 세웠다. 기자 출신인 최 수석은 평소 “지금까지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는데 이제 나를 위한 ‘첫 휴가’를 가고 싶다”고 말해 왔다. 변호사 출신인 정진영 민정수석비서관은 유학 중인 딸들을 만나기 위해 출국한 뒤 다시 현업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노연홍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은 부인 및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온 뒤 국내의 한 대학에서 교편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은 자신의 주특기인 녹색성장에 대한 저술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5년 내내 공보 관련 업무를 했던 박정하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론화하기 위해 해외 유학을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의 ‘분신’인 임재현 제1부속실장은 퇴임 후 1급 비서관으로서 한동안 이 대통령 곁을 지킬 계획이다. 이종현 춘추관장은 다음 달부터 모교인 동국대에서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시작할 계획이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인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20일 언론문화협력 특임대사직을 사임했다. 이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하산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지난해 8월 시작한) 대사 임기가 7월 말까지 5개월여 남았지만 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은 자리인 만큼 대통령과 함께 깔끔하게 물러나는 것이 온당할 듯해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수석은 “제 좌우명인 ‘음수사원’(飮水思源·물 마실 때 근원을 생각하라)에 비춰 보더라도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으로 뒷모습만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대통령을 모시고 퇴임 대통령의 새로운 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20일 발간한 ‘이명박 정부 국정백서’(사진)를 통해 북한의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제안 사실을 문건으로 공식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1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9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통해 나를 만나고 싶다는 사인을 전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백서 중 ‘원칙 있는 대북·통일정책과 선진 안보’ 대목의 머리글에서 “북한이 막대한 지원을 조건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하여 왔으나 이명박 정부는 ‘퍼주기’를 담보로 한 정상회담에는 응할 수 없음을 (북측에)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백서는 “이명박 정부와 이전 정부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대북정책이며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가 바뀌었다”면서 “북한의 오만방자한 행태에 끊임없이 끌려다니며 ‘뇌물’로 달래는 관행은 더이상 계속할 수 없음을 북한에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를 현금인출기나 식량보급창으로 인식하는 북한이 ‘갈취 근성’을 근절하고 햇볕정책과 무조건적 포용에 대한 ‘금단현상’을 치유해야 올바른 남북관계의 기초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국정백서는 모두 12권으로 6620쪽에 달하며 역대 백서로는 최초로 전자백서 형태로 발간해 누구나 국가기록원(대통령기록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이 정부 5년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모두 역사에 맡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퇴임(25일)을 엿새 앞두고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연설을 갖고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은 더 이상 변방의 작은 나라가 아닌 세계의 중심 국가가 되었으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친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며 더 큰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지고자 힘썼다”면서도 “기대만큼 서민들의 어려움이 풀리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달리하고 불편했던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국정의 책임을 내려놓는 이 시점에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임기 중 발생한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 대해서는 “도덕적 흠결 없는 정부를 간절히 바랐지만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가슴 깊이 안고 가야 할 아픔”이라고 말한 뒤 “통일이 되는 바로 그날 천안함 46용사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부르고자 한다”며 잠시 목이 잠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퇴임 후 활동에 대해선 “국민 행복을 위한 저의 명예로운 의무는 계속될 것이며 조국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열린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선 “임기 중 비서진에게 ‘일을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를 비판한다’고 격려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따른 촛불집회에 대해선 “(우리가 글로벌 국가인데) 보건 등은 기초이고 따져야겠지만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려면 쇠고기 수입을 안 할 수 있느냐”며 “초등학교에서도 이 정도 게임의 룰은 지킨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후 박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 차 방한할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회동한 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돌아갈 계획이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4일 밤 12시에 종료되고 같은 시간인 25일 0시부터 박근혜 신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새 대통령은 25일 취임식을 마친 뒤 청와대로 들어갈 예정이어서 24일 밤 청와대는 신·구 대통령 없이 비게 된다. 하지만 이날 밤 12시까지 유사시에는 이 대통령이 논현동 사저에 설치한 국가지휘통신망 등을 이용해 대처하고 25일 0시 이후부터 상황에 대해선 삼성동 자택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는 새 대통령이 지휘한다. 한편 이 대통령은 19일 오전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무궁화대훈장 영예수여안을 긴급 안건으로 올려 심의·의결했다. 이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임기 초 무궁화대훈장 수훈을 미루다 12일 국무회의에서 뒤늦게 이 훈장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셀프 수여’ 논란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당선인 측과도 논의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상훈법에는 ‘(현직)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한다’고만 되어 있는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때까지는 이전 정부에서 새 대통령에 대한 무궁화대훈장 수여를 의결하고 새 정부 출범 후 이를 전달해왔다. 이날 회의에선 이 대통령의 초상화를 전직 대통령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청와대 본관 내 세종실에 거는 행사도 열렸다. 이 대통령은 초상화를 보며 “피부가 잘 나왔다. 실물보다 낫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임기 중 마지막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정치의 시대를 넘어 일하는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권력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일꾼이 되고자 했다”며 “저는 ‘대한민국의 가장 행복한 일꾼’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어떤 선진국가도, 어떤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에 직면해 정부는 모든 것에 우선해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쏟았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성원해주시고 다 함께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우리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어려서부터 길에서 장사를 하고, 일용 노동자, 청소부 노릇도 해본 저이기에 서민의 삶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서민들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고 어려운 게 사실이며 이분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떠난 뒤에도 우리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살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2008년 10월부터 이날까지 모두 109차례의 라디오 연설을 했다. 19일에는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퇴임을 즈음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9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한 사실이 이 대통령과 핵심 측근의 증언으로 처음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1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이 원 총리를 통해 ‘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사인을 공식적으로 전해 왔다. 당시에는 ‘쌀, 보리 달라’는 식이 아니라 ‘그냥 만나고 싶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는 북한을) 찾아가서 만나기에 급급했지만 나는 남북관계를 대등하게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게 효과가 있었다”라며 “나도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핵문제에 진전이 있다면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의 제안 시점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17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제안 시점은 2009년”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원 총리를 통해 김 전 위원장에게 ‘이젠 한국에 한번 와야 하지 않겠느냐. 서울이 아니라 제주, 인천, 파주, 문산, 판문점도 좋다’고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 총리는 ‘저쪽(김 전 위원장)에서 먼저 만나자 했으니까 장소에 너무 구애받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고, 나도 ‘그것(김 전 위원장의 남한 방문)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2009년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싱가포르 접촉’은 원 총리를 매개로 한 이 같은 간접 대화 후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이 먼저 나를) 만나겠다고 한다니까 그 밑에 있는 김양건 같은 사람이 (임 당시 장관에게) 실무적으로 연락을 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성사가 불발된 데 대해선 “(김 부장 등) 밑에서는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 오려면) 당연히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까지 해 오던 방식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북측이 정상회담의 대가를 요구했고 우리 정부가 이를 거절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가 요구’가 김 전 위원장의 지시였는지에 대해 이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그런 것을 떠나서 만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활용) 하려면 (북 측의 요구를 들어주고) 정상회담을 했지, 안 했겠느냐”라고 말했다.이승헌·이정은 기자 ddr@donga.com}
청와대 참모들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5년 중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해외 정상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선 이 대통령은 72세, 원 총리는 71세로 나이가 엇비슷하다. 현장에 승부를 거는 정치 스타일도 닮았다. 두 정상의 관계가 특별해진 결정적 계기는 이 대통령이 2008년 5월 중국 쓰촨(四川) 성 대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다. 당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지휘하던 원 총리는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대지진 현장을 방문한 이 대통령에게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원 총리는 1년 뒤인 2009년 10월 쓰촨 성 청두 시 신국제회의전람센터에서 열린 ‘한국우수상품전’ 행사장을 깜짝 방문해 “한국 정부가 쓰촨 지역에 많은 관심을 가져 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원 총리를 16회 만났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정상임을 감안해도 이례적으로 많은 횟수다. 두 정상은 마지막 만남인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친밀한 호흡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 영토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우경화가 주변국들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고 원 총리는 “일본이 군국주의를 청산하지 못했다”라고 지원했다. 이 대통령이 1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 급변 사태와 관련해 “통일이 돼도 북한 지역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고 현재의 (군사분계선) 남쪽 위치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밝힌 것도 원 총리와의 오랜 정치적 신뢰가 일정 부분 밑거름이 된 데서 나온 생각이라고 청와대 측은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북한 정권과의 협상이나 대화로 핵을 포기시킬 수 없고 (북한) 정권이 바뀌고 무너지기 전에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원로회의 오찬 간담회에서 “(구)소련의 스탈린 정권이 30여 년 유지됐는데 북한(정권)은 벌써 60년째”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북한 핵실험 강행으로 고조된 북핵 위기의 해법으로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 등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한 통일 전략 마련을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또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북한 정권은 아니더라도 북한 주민은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한미일이 공조하고 중국을 설득해서 북핵 포기를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이보다 북한 주민의 변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요즘)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귀 기울여 반동분자를 색출해야 한다’라고 할 정도로 주민을 단속하는 데 정신이 없다는데 지금부터 매우 종합적인 (대북) 전략을 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와 관련해 “(북한 급변 사태로) 통일이 되어도 현재 북한 지역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고 현재의 (군사분계선) 남쪽 위치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한중 간에)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또 이 대통령은 “통일을 전제로 한다면 (정상들이) 논의해야 할 주요 어젠다가 무엇이겠느냐”면서 “우리는 그때(급변 사태 때) 북한의 핵시설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예를 들면 유엔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증하는 식의 방안들도 (정상 간의) 논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해 상충 시 한국이 동북아 평화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지금은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북 제재를 하는 동시에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이 (동북아 정세 변화로 인한 북한 급변 사태 이후) ‘한반도가 통일되면 미국의 역할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걱정하는 바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 대통령은 또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의 대북 인식에 변화가 오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임기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중국 측이 ‘우리를 너무 북한 편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한미 동맹이 한중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점도 한중 정상 간에 이야기해 왔다”고 밝혔다.이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 내부에서 급변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대처 방향에 관해 한중, 한미 간에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현재 ‘불개입(non-intervention)’ 원칙을 내세우며 급변 사태 시 타국 군대가 북한 내로 진주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각에선 반대로 북한 급변 사태 시 중국 인민해방군의 북한 내 진주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성공 여부에 대해선 “성패를 이야기하기보다는 핵무기를 발전시켜 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라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핵실험은 ‘막 가는’ 것이며 (핵실험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정권 차원에선 실패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일각에서 ‘핵 무장론’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애국적 생각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그런 발언이 북한과 중국에 대한 경고도 되는 만큼 잘못됐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제 공조를 통한 북한 핵 포기가 최종 목표인 만큼 정부가 핵 보유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북핵) 상황에 대해 우리(신구 정권)가 완벽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박 당선인이 북한 문제에 대해서 확고한 자기중심이 있다”고 평가했다.이 대통령은 박 당선인이 추진하려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선 “이젠 무한경쟁시대를 넘어 협력경쟁시대가 돼야 한다. 대기업이 시대 변화에 맞게 가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기업가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의 목덜미 주름은 임기 초에 비해 깊게 파여 있었다. 하지만 14일 2시간 20분간 진행된 인터뷰 내내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특유의 에너지를 과시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녹색성장 등 임기 중 주요 성과에 대해서는 오른손 주먹으로 탁자를 가볍게 내리치며 목소리를 높여 설명하기도 했다.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아직 질문이 더 남았느냐”면서도 추가 질문을 제지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좌우 갈등에 대해서는 평소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일각의 종북 논란을 겨냥해 “순수한 진보가 아니라 종북 개념이 들어있다. 전향적 개혁 세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보수가 개혁적인 세력이 아닌 것처럼 인식되어 있지만 사실 보수에도 개혁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를 위해 참모들과 이례적으로 3차례 사전 준비 모임을 가졌다. 인터뷰 자리에 아무런 참고 자료를 갖고 오지 않은 것도 이런 준비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그건 남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 ‘발로 뛴 현장 대통령’이란 아이디어에 대해선 “나보다 많이 뛴 사람은 없지. 허허”라며 굳이 부인하지는 않았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압박하고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일의 대북 양자 제재 프로세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만큼이나 나라별 제재를 통한 ‘실효적 압박’이 중요하다는 학습 효과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잇달아 전화 통화를 갖고 나라별 대북 추가 제재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0시 10분부터 20여 분간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더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국제 사회가 보여줘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더불어 개별 국가 차원의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 협력해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재를 포함해 분명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와 별도로 대량살상무기 저지를 위한 미국 자체의 제재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실험으로 아주 어려운 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미국은 핵우산을 통한 억지력을 포함해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변함없이 지켜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미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시도했던 BDA(방코델타아시아)식 금융제재, 해상봉쇄는 물론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운 제재 수단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오전 9시경 아베 총리와 25분간 통화를 갖고 국가별 추가 제재 방안에 대해 향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을 비롯한 도발 행위에 대해 한일이 긴밀히 협력하고 한미일 3자가 중심이 되어 중국과도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국제 사회도 안보리 결의를 바탕으로 추가 제재 결의를 즉각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전화 통화는 지난해 12월 아베 내각이 출범한 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과거사 문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이지만 북한 핵실험 문제만큼은 한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12일(현지 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강력 규탄하고 새로운 제재가 포함되는 결의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월 안보리 의장국인 한국 정부를 대표해 발표한 안보리 언론 성명에서 “안보리는 중대 조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결의 채택 논의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언론발표문은 이례적으로 제재 형식을 가장 높은 수준인 결의안(resolution)으로 미리 정했다. 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성명에 결의안이라는 표현을 넣는 것을 놓고 협의가 길어졌다. 결국 중국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형식이 결정된 만큼 제재 수위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의안을 도출하는 과제만 남았다. 김 장관은 “한국 정부가 의장국을 맡고 있는 이달 내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결의안에 담을 추가 제재 내용에 대해 한미는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제재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동원 가능한 모든 분야의 제재 조치(measures)를 검토하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은 결국 고립만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장관은 “1월 채택된 결의 2087호에 들어있는 권고 성격의 새로운 제재 내용을 의무조항으로 격상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에는 모든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할 내용을 포함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엔 결의 2087호에는 금융제재, 해상 선박 검색 강화, 무기와 관련된 전면적인 수출입 통제 등이 권고 형태로 들어 있다. 대북 제재 결의안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역시 중국이다. 이날 긴급회의에서도 일부 제재 내용을 언론 성명에 담아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지를 보여주자는 의견에 중국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유엔 결의 2087호가 40여 일 만에야 나온 것도 중국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승헌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 ddr@donga.com}

임기를 불과 10여 일 남겨두고 터진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이명박 정부 5년간의 남북 관계는 명실상부한 파국을 맞게 됐다. 정부는 호혜주의를 바탕으로 ‘비핵 개방 3000’(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높여주겠다는 공약)이라는 실용주의적 구호를 앞세워 북한을 개혁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북한이 특유의 기만전술로 주요 고비마다 우리 정부를 철저히 농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2008년 2월 이 대통령 취임식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타진했으나 이 대통령 측이 거부하자 강공으로 선회했다. 그해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이듬해인 2009년 4월 북한은 장거리로켓인 ‘은하 2호’를 발사했고 같은 해 5월 제2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핵 위기를 조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같은 해 6월 국제사회와의 공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끌어내면서도 북한과의 핫라인을 닫지는 않았다. 그해 9월 당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 접촉을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정부가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자 다시 강공 모드로 전환했다. 특히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과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와의 대화는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지난해 말 녹색기후기금(GCF) 본부 유치를 계기로 대북 조림사업 추진 등 또 다른 대북 접촉도 구상했으나,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와 핵실험으로 이 같은 정부의 구상을 철저히 무산시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정부의 대북 인식이 낭만적이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현실화된 북한의 핵 위협 국면에 대비한 실질적인 대북 정책 수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임기 내 무궁화대훈장(사진)을 받게 됐다.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시에 영상 국무회의를 열어 이 대통령 내외에게 퇴임에 즈음해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는 ‘영예 수여안’을 심의·의결했다. 무궁화대훈장은 상훈법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게 ‘수여하고’ 그 배우자, 전·현직 우방국 원수 및 배우자에게도 ‘수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 훈장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은 취임과 동시에 받아왔으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공적에 대해 치하받는 의미로 받겠다”며 퇴임 직전인 2008년 1월 이 훈장을 받았다. 이 대통령도 비슷한 이유로 지금까지 수훈을 미뤄왔다. 청와대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임기 내 무궁화대훈장을 ‘셀프 수여’할 경우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법에 따라 현직 대통령 임기 내 선정하되 수여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로 미루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결국 재임 중 수여로 방침을 바꿨다. 임기 후 무궁화대훈장을 받은 전례가 없는 데다 최근 특별사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거취를 둘러싼 논란 등으로 박근혜 당선인 측과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것도 감안한 듯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무궁화대훈장을 당연히 받아야 하는데 전례도 없는 퇴임 후 수여라는 ‘꼼수’를 부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녹색성장 어젠다 주도 등 현 정부의 주요 성과에 대한 평가 차원에서 훈장 수여가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훈장 수여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별도 행사 없이 이 대통령 내외에게 조용히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무궁화대훈장은 대한민국 최고 훈장답게 주재료로 금, 은이 들어가고 자수정 루비 등 보석도 재료로 쓰여진다. 금값이 올라 제작비는 개당 약 4800만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측근들을 셀프 사면해 주고 국민적 지탄을 받은 지가 엊그제인데 다시 셀프 훈장이라니 뻔뻔함을 겨루는 올림픽이 있으면 금메달감”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잘했다고 우기니 염치나 체면은 내팽개친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5년 전 노 전 대통령 내외의 무궁화대훈장 수여 결정에 “집안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던 새누리당은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단장(과학기술훈장 창조장) 등 나로호 개발에 참여한 64명이 근정훈장, 과학기술훈장, 근정포장, 과학기술포장 등을 받았다. 하지만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부 부처 장차관 등 104명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안건은 포상 시기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날 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보고받은 직후 청와대 내 지하 벙커인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하는 등 정부를 비상 체제로 전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부터 1시간 20분간 열린 회의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전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으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전방위 대책 마련을 정부에 지시했다. 미국은 전날 북한으로부터 핵실험 계획을 통보받고 이를 즉각 한국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이날 회의 후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1718호, 1874호, 2087호 등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북한은 이러한 도발 행위로 야기되는 모든 결과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 수석은 이어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 배치하는 등 군사적 역량을 확충하는 데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핵실험 직후 군사대비태세를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한미연합사령부도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con)을 3단계에서 2단계로 높여 대북정보감시자산을 대폭 증강하는 등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백악실에서 23분간 긴급 단독 회동을 갖고 정권 이양기에 흔들림 없는 대북정책을 견지하기로 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핵실험에 이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최대한 억지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회동에서 “새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0시 10분경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대비책을 논의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12일 오전 9시(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북한 핵실험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안보리는 이날 중대조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대북 결의 채택 논의에 신속하게 착수하기로 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은 “중국을 포함한 안보리 회원국들이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강력히 비난했다”고 밝혔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집안에서 ‘구박받은’ 4대강 사업이 해외에서라도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태국 정부가 추진하는 12조 원 규모의 물 관리 사업 입찰에서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구성한 ‘K-팀’ 컨소시엄이 사업 전 구역(10개 프로젝트)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6일 청와대 내부에서 들리는 말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로 ‘총체적 부실’ 논란 등에 휩싸인 4대강 사업이 이번 입찰 성공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비즈니스 외교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태국의 물 관리 사업 지원을 설정했다. 같은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민주주의포럼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태국에 들러 잉락 친나왓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K-팀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청계천 개발부터 이어진 토건 관련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주겠다”는 취지로 설득했고, 친나왓 총리는 회담 후 오찬에서 태국 청소년들이 준비한 ‘강남 스타일’ 깜짝 공연으로 화답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이 대통령의 태국 방문은 한국 정상으로서 31년 만이었고 이례적으로 ‘주말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이 사업에 들인 정성이 각별했다”고 말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 국가인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직접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이 소식을 들은 이 대통령은 대선 후 태국 재방문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 논의 끝에 정권 인수인계 기간에 물러날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극히 드문 일이고 ‘과유불급의 역효과’도 우려된다는 이유로 접었다고 한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최종 사업자 선정이란 마지막 결실을 잘 맺어 국제사회에서 4대강 사업의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활동을 위해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청와대는 얼마 전 사무실 계약을 마쳤으며 이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갈 논현동 사저에선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5일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전직 대통령’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를 준비하기 위한 공간으로 사무실을 임대했다”며 “이 대통령은 퇴임 후 한두 달 휴식을 취한 뒤 사무실로 출근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이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자택과 떨어진 별도의 사무실을 이용하는 첫 전직 대통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김대중도서관을 집무 공간으로 사용했지만 이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와 연결돼 있는 공간이었다. 이 대통령의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 중 일부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자비로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원하는 3명의 비서관을 합쳐 10명 안팎의 보좌진을 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삼성동 사무실’에서 녹색성장,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등 임기 중 주요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국내외 특강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중 가깝게 지내던 전직 국가원수와 글로벌 기업인들의 방한 시 접견 공간으로도 이 사무실을 사용할 계획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직 대통령 상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며 “지미 카터 등 전직 미국 대통령들의 성공적 행보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 대통령을 기후변화특사 등으로 임명해 외교적 시너지를 얻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무실을 퇴임 후 조성할 이른바 ‘MB재단’을 위한 베이스캠프로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 측은 올해 중으로 재단 설립을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하고 2014년 초 출범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재단은 녹색성장 기후변화 등 이 대통령의 주요 국정 성과 및 관심사를 연구하고 국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녹색위)는 4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기 및 수도 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녹색성장정책 컨트롤타워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녹색위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임기 중 마지막 보고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녹색강국 실현을 위한 10대 정책 과제’를 채택했다. 녹색위는 이날 회의에서 전기 요금 인상 외에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의 재정을 녹색성장에 투자하고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를 적극 도입하며 △대북 조림사업 등을 통한 ‘그린 데탕트’ 조성 등을 제안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및 아시아 횡단철도 추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은 앞으로도 어느 정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나아가야 할 공동 과제”라면서 “대한민국은 녹색성장을 시작한 국가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며 나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3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북한과 이에 맞서는 청와대의 움직임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회의를 주재하는 사진도 처음 공개됐다. 지난달 26일 ‘국가안전 및 대외 부문 일꾼협의회’에 이어 올해 김정은이 주재한 국가 주요 회의가 두 번째 공개된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초읽기 단계에 들어갔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해석했다. 이 통신은 “확대회의에서 군력(軍力) 강화에 일대 전환을 일으키는 문제와 조직 문제가 토의되었으며 김정은 동지가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지켜 나가는 데 강령적 지침이 되는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라고 보도했다. 당 중앙군사위는 노동당의 핵심 권력기관으로 군 수뇌부가 모두 소속돼 있으며 주요 국방 사안을 결정한다. 김정은이 위원장,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현영철 군 총참모장이 부위원장이다.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24시간 비상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오후 청와대 내 ‘지하 벙커’인 국가위기관리상황실을 방문해 “정부 부처별로 (핵실험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대비 태세를 잘 갖춰라”라고 지시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상황실에서 핵실험 징후와 국지 도발 가능성 등 북한의 군사 동향을 보고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은 핵실험에 필요한 기술적 준비는 모두 마치고 김정은의 정치적 결단만 남겨 두고 있다.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6자회담의 한국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중국을 급히 방문했다. 임 본부장은 4일부터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 중국 측 고위 당국자를 잇달아 만나 북한의 핵실험 저지 방안 및 향후 대책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조숭호·이승헌 기자 shcho@donga.com}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사진)가 정치적 미아(迷兒)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증폭돼 사실상 낙마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지만 그를 ‘합작 인선’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모르쇠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이 후보자의 거취 정리에 나설 경우 떠안게 될 정치적 부담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자를 지명한 청와대는 1일에도 “이 후보자 문제는 청와대가 나설 사안이 아니다”라는 기존 태도를 유지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뭐라 할 상황이 아니다. 인사청문을 거친 만큼 당분간 국회에서의 처리 절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돼 인준 표결 같은 국회 처리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도 지금처럼 자진사퇴하지 않고 버티면 진퇴양난의 형국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당선인 측에서는 여전히 “청와대가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 아니냐. 왜 우리의 판단을 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이 후보자 거취에 대해 (박 당선인 측이) 청와대와 별다른 논의를 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 외엔 별다른 묘안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헌재소장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기준으로 헌재소장 자리는 이강국 전 소장 퇴임(1월 21일) 이후 11일째 공백 상태다. 한편 정부는 이 후보자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란이 된 ‘특정업무경비(특경비)’의 부정 사용을 차단하기 위해 선(先)지급과 현금 지급의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특경비는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 수행에 지급하는 경비이다. 올해 50개 기관에 6524억 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기획재정부는 1일 각 부처에 통보한 올해 예산·기금 운용계획 집행지침에서 ‘앞으로 특경비는 지급 사유가 생기기 전에 미리 지급할 수 없고, 사유가 생기더라도 현금 지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승헌·세종=유성열 기자 ddr@donga.com}

정부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 특히 2월 1일부터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국이 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북한의 핵실험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확산시키고 △미국 일본 등 주변 우방과는 별도의 추가 제재를 위한 협의 채널을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펴겠다는 구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 태세를 거듭 주문했다.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해 온 외교안보장관회의 일정과 장면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정부의 대응 의지를 대내외에 적극 알렸다. 정부는 회의에서 안보리 의장국이 된 점을 십분 활용해 그동안 북한 제재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이었던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보다는 핵실험을 굉장히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가) 추가 제재 결의안을 추진하면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실험 도발 수위에 따라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안 2087호의 핵심인 대량 현금거래 감시와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모든 품목의 수출입 통제보다도 강한 추가 조치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전략이다. 정부는 안보리 제재 못지않게 미일과의 협의를 통한 대북 양자 제재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는 이날 회의 직후 “결국 (미일 등) 각국의 추가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까지 나온 제재만으로는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검토해 온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 제재와 이란을 압박했던 포괄적 금융 제재, 북한을 왕래하는 선박의 타국 입항을 제한하는 해운 제재 외에도 추가적인 양자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해외에 차린 ‘유령 회사’를 파악해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포괄적 대북 제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실효적인 제재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미국 등과 함께 중국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대북 원조를 주저 없이 줄일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나 북-중 간 화물에 대한 통관 검사를 강화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이런 대북 강경 기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사태 전반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원론적 반응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현 정부가 마지막까지 대북 강공 드라이브에 나선 것에 대해선 마냥 박수만 보낼 수 없는 미묘한 처지이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북한이 아직 핵실험을 한 것도 아닌데 자극적인 발언을 계속 내놓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여러모로 새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 위협과 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응이 물리적 충돌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박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시작도 제대로 못 해보고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승헌·이정은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