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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교육수석을 조속히 부활시켜 달라.”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하윤수 회장(사진)이 17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재인 정부 들어 사라진 대통령교육수석비서관(교육수석)의 부활을 건의했다. 현 정부에서 교육수석이 교육문화비서관으로 격하되면서 교육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해졌다는 판단이다. 하 회장은 “갈등 조정 능력과 리더십의 부재로 혼란이 반복되면서 교육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교육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정무적으로 판단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정책을 챙기던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은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사회수석 산하 교육문화비서관으로 직위가 격하됐다. 현재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교육 외에도 부동산 복지 환경 여성 등 사회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하 회장은 “16일 국회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분리한 것처럼 책임 있는 교육정책을 위해서는 교육수석 부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부와 국회, 교원단체가 상시적으로 교육 현안을 협의하는 ‘교정청’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퇴근 후 학부모와 학생의 연락에 시달리는 교사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 가이드라인 마련도 교육부에 요청했다. 교총이 지난달 교사 1835명을 설문한 결과 1460명(79.6%)이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스쿨 미투’ 확산으로 체육수업이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불가피한 교사의 신체 접촉마저 성추행으로 몰리는 문제가 있다며 현행 교원지위법에 ‘교육상 신체 접촉 기준’을 명시할 것도 촉구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2014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6곳에 지정 취소(일반고 전환) 처분을 내린 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12일 나왔다. 2015년 자체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 우신고를 제외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이화여대부속고 중앙고 등 자사고 5곳은 지정 취소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 대해 “기존 교육제도의 변경은 교육 당사자 및 국민의 정당한 신뢰와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 또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절차적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해석은 달랐다. 이날 대법 판결 의미를 두고 “절차적 적법성을 따진 판결”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며 “앞으로 자사고 폐지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사법부도 무시한 채 달리는 ‘폭주열차’ 같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희연 당선되자 자사고 평가기준 바꿔 이번 사건의 시작은 2014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평가 점수가 70점 미만인 학교는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예정이었다. 평가 대상 자사고는 총 14곳으로, 시교육청은 두 달에 걸쳐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70점 미만, 즉 지정 취소 수준의 학교는 없었다. 그러나 그해 6월 4일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7월 1일 조 교육감이 취임하자 시교육청은 8월부터 기존 자사고 평가 기준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 평가 지표의 배점을 줄이고 ‘교육의 공공성과 학교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15점짜리 재량평가 기준을 새로 만들어 앞서 확정된 자사고 평가 점수를 수정했다. 수정 평가에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6곳의 자사고가 70점 미만 결과를 받았다. 교육계 관계자는 “당시 떨어뜨릴 자사고를 만들기 위해 기준까지 바꿔 초법적 행정을 한다는 비판이 거셌다”며 “실제 조 교육감이 곧바로 6개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하자 갈등이 격화됐다”고 말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는 “이런 식의 지정 취소는 교육부 장관과 사전 협의하라고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한 것으로 교육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시교육청에 처분을 취소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조 교육감이 응하지 않자 그해 11월 교육부는 직권으로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12월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대법원 “법을 어긴 건 조 교육감” 소송 제기로부터 3년 8개월 만에 나온 이날 판결에서 대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위법 행위를 한 건 조 교육감이란 것이다. 대법원은 “자사고의 지정 및 취소는 해당 학교 재학생과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앞서 관련법(운영 연장과 지정 취소 관련)의 개정 역시 자사고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시교육청이 갑자기 재량평가 항목을 추가해 자사고들의 평가 결과를 뒤집은 데 대해 “종전 평가에 대한 자사고들의 신뢰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것으로 보호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공교육의 정상화와 자사고의 바람직한 운영’이라는 공익은 자사고 지정을 유지한 채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것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새로운 교육제도는 신중하게 시행돼야 하고 그런 교육제도를 다시 변경하는 건 더욱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교육부는 ‘마이웨이’ 그러나 이날 조 교육감은 “대법원의 판결은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기관 간 갈등에 대해 판결한 것에 불과하다”며 “대법원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것으로 과잉 해석하지 말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판결 의미를 축소했다. 이어 “시도교육감에게 자사고·특목고 지정 취소와 고교 입학전형 전권을 위임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도 시교육청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말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지정과 취소를 교육감 판단으로 할 수 있도록 교육부 동의 절차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현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대법원의 판결은 당시 교육부 장관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절차’가 잘못됐다는 것이지 내용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라며 “자사고 지정 취소 시 교육부 장관 동의를 폐지하는 정책은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사법부가 이념이나 정치 논리에 따라 순식간에 교육제도를 뒤집는 현 정부의 행태를 경계한 것인데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마이웨이’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자사고 지원 탈락 학생들에게 일반고 지원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한 지난달 헌법재판소 가처분 인용에 이어 이번 대법원 판결까지 법은 일관되게 교육제도의 안정성을 주문하고 있다”며 “헌재와 대법 판결까지 무시하며 정치논리만 펴는 교육당국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김윤수 기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현 중3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전국 순회 토론회가 10일 서울에서 마무리된 가운데 공론화에 부칠 대입 개편 모형을 만든 전문가와 시민단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대입제도 개편 운명을 좌우할 시민 참여단 400명이 확정된 가운데 일부 단체가 공론화 불참 의사까지 내비쳐 향후 대입 개편 공론화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대입제도 개편 모형은 총 4가지다. 지난달 교육 전문가, 시민단체, 학생, 학부모 등 35명이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의뢰를 받아 내부 토론을 거쳐 만들었다. 이 중 3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현행대로 상대평가로 유지하자는 내용이다. 반면 절대평가 전환은 1개 모형뿐이다. 이를 두고 수능 절대평가를 만든 전문가와 단체들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태경 전국혁신학교졸업생연대 대표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부작용만 강조하며 수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너무 공고했다”고 말했다. 수능 절대평가안을 지지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 절대평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런데 모형 작업에 참가한 대다수가 수능 상대평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공론화에 불참하고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입장 차이가 더 벌어지기도 했다. 원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전교조, 좋은교사운동 등 진보 성향 단체들은 수능 절대평가 모형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수능 절대평가 전환 시 변별력 확보를 위해 면접을 도입하자는 데 사걱세가 반발하며 모형 제작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다른 모형을 만든 측도 고민이 있다.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수능 상대평가를 지지하는 3개 모형은 표가 갈리는 반면에 수능 절대평가안은 1개뿐이라 표가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입 개편 논의가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로 쏠리는 바람에 학생 진로와 적성에 맞춘 교육을 강조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 참여단 400명은 이들이 만든 모형 4개를 바탕으로 이번 주부터 숙의를 시작한다. 14, 15일 이틀간 권역별 토론과 27∼29일 2박 3일 합숙 토론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 전문가도 아닌 일반인이 불과 20일 안에 복잡한 대입 제도 개편안을 이해하고 결정까지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시민 참여단에 충분한 정보와 학습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일정이 촉박하다”며 “몇몇 사람의 입김에 휘둘릴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공론화위원회는 11일 시민 참여단의 구체적인 결론 도출 방식을 포함한 향후 일정을 공개한다. 공론화위원회 관계자는 “모형 4개를 두고 인기투표 하듯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김호경 kimhk@donga.com·박은서 기자}

서울대 차기 총장 후보로 선출돼 임용 절차가 진행 중이던 강대희 의대 교수(56·사진)가 성추행 의혹 등이 제기돼 6일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에 서울대가 총장 후보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성낙인 현 총장의 임기가 19일로 끝날 예정이어서 서울대는 당분간 총장 공백 사태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강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대학교 총장 후보자 사퇴의 글’을 내고 스스로 사퇴했다. 강 교수는 “지난 며칠간 저에 대한 언론보도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이제 후보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서울대의 모든 구성원은 변화와 개혁을 위해 저를 후보자로 선출해 주셨지만 그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최근 불거진 자신의 성추문 의혹과 교육부의 조사 요구 조치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6일 서울대에 공문을 보내 강 교수를 둘러싼 성추행 의혹 등을 조사하고 16일까지 그 결과와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28일 서울대가 교육부에 강 교수의 총장 임용 제청을 요구한 이후 여기자 성희롱과 여교수 성추행 의혹 등이 추가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강 교수가 전격 사퇴하자 서울대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대 학생들은 개교 72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들이 참여해 선출한 총장 후보가 성추문으로 사퇴한 것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교수들도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대 등 국립대 총장은 대학이 추천한 후보자를 교육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교육부는 당초 성 총장의 임기가 19일까지인 점을 감안해 이달 중순 인사위원회를 열어 강 교수를 총장으로 임용 제청할지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서울대에 추가 조사를 요청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었다. 앞서 강 교수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전화숙 서울대 여교수회 회장(컴퓨터공학부 교수)은 이날 동아일보에 메시지를 보내 “학교 공식행사가 있던 날 저녁 식사 자리 후 이어진 노래방에서 한 여교수가 강 교수로부터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교수는 강 교수가 여자화장실 쪽으로 따라오다가 자신이 “여자화장실”이라고 소리치자 돌아갔으며, 이후 옆자리에 앉아 무릎에 손을 얹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이사회 관계자는 “강 교수의 성추행 의혹은 이사회에 보고가 돼 논의를 했지만 피해자 이름은 물론이고 발생 시기나 장소 등이 없어 사실 관계를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김자현 zion37@donga.com·김호경·조유라 기자}
교육부와 대학들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요청한 고교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대학 합격생 출신고 등 비공개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5일 “고교 유형별 수능 성적 등 기존에 공개된 자료들만 취합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가교육회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에 활용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교육부에 최근 3년간 전국 고교별 수능 등급과 원점수 현황 등을 요청했다. 고교 서열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자료다. 상당수 대학도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왜곡된 입시 정보가 퍼질 수 있어 사립대들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지하철 손잡이를 잡으려면 어쩔 수 없어요.” 4일 오전 7시 40분경 서울 소재 한 고교 등굣길에 만난 김모 양(17)은 엉덩이까지 덮는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짧은 교복 상의 탓에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기 위해 손을 어깨 위로 올리면 옆구리 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여름 더위에 진한 남색 카디건은 보기만 해도 답답해 보였다. “불편한 교복 때문에 등하굣길도 힘들고, 수업에 집중하기도 힘들어요.” 김 양은 무릎에 닿은 치맛단을 연신 손으로 끌어내리며 교실로 가는 돌계단을 올랐다.○ 초등학생용 아동복보다 작은 교복 본보 취재팀이 이날 만난 여학생들은 기말고사로 바쁜 등굣길에도 교복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등굣길에 교복 대신 편한 체육복을 겹쳐 입은 여학생이 많았다. 유독 헐렁한 상의를 입은 이모 양(17)이 눈에 띄었다. 남녀공학 학교에 다니는 이 양은 일주일 전부터 남학생용 교복 상의를 입기 시작했다. “몸에 딱 붙은 상의 때문에 점심시간만 지나면 답답해서 단추를 풀어야 했고, 부채질도 하기 힘들었거든요. 지금은 한결 편해요.” 도대체 교복이 얼마나 불편하길래 그럴까. 대형 교복업체 매장에서 서울 C고교 여름 교복 상의를 구매해 초등학교 5학년용(11∼12세) 아동복 티셔츠 크기를 비교했다. 어깨 너비, 가슴둘레, 길이, 밑단까지 모두 교복이 아동복보다 작았다. 특히 교복 길이는 51.5cm로 아동복(60cm)보다 8.5cm나 짧았다. 이 교복은 고교 2학년 여학생의 평균 체형(키 160.7cm, 몸무게 57.3kg)에 맞춘 사이즈였다.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에 비해 키는 15cm 크고, 몸무게는 17kg 더 나가는 여고생이 아동복보다 작은 교복을 입고 하루 10∼12시간을 버텨 왔던 것이다. ○ 라인, 핏 강조하는 과도한 디자인이 문제 본인의 사이즈보다 큰 사이즈를 입는다고 불편함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상의 사이즈가 커져도 통이 넓어질 뿐 길이는 거의 차이가 없다. 여학생들은 속옷이 비치는 탓에 속옷 위에 반팔이나 민소매티를 입어야 하는 불편함도 호소했다. 학생들은 ‘라인’ ‘핏’을 과도하게 강조한 교복 디자인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미니스커트처럼 짧은 치마가 여전히 유행이라 치마 길이를 일부러 줄이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치마는 줄여도 상의는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 실제로 대형 교복업체 4곳은 유명 여성 아이돌 모델을 내세워 짧고 달라붙은 교복을 광고한다. 이 교복들은 세일러복 같은 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조차 없을 만큼 딱 달라붙어 공연 무대 복장에 가깝다는 평이다. 인터넷 프로필을 기준으로 계산한 아이돌 모델 25명의 평균 키와 몸무게는 164.6cm, 46.7kg이었다. 보통 여학생보다 4.6cm 크지만 몸무게는 10kg 덜 나간다. 의학적으로 저체중이다. 깡마른 이들에게나 맞을 법한 교복을 보통 여고생들이 입어왔다.○ 편안한 교복 도입 관건은 학부모, 학교 공감대 여학생 교복 문제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최근 여성계에서 교복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올 초 여성단체인 ‘불꽃페미액션’과 ‘초등성평등연구회’가 여학생 교복과 아동복을 비교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20만 건을 넘기며 화제가 됐다. 일본 등 해외에서 성별 구별을 없앤 교복이 도입됐다는 소식도 큰 관심을 끌었다. 후드티, 반소매티 등 생활복을 교복으로 도입한 학교 사례도 다시 주목받았다. 2006년 반바지에 이어 2014년 후드티 교복을 도입한 서울 양천구 한가람고가 대표적이다. 백성호 한가람고 교장은 “학생들이 더 이상 교복에 신경 쓰지 않고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교복에 관해 개선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교복 문제를 거론하며 “학생 눈높이에서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이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등 상당수 교육감이 편한 교복을 공약으로 내걸거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편한 교복 확산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괄적인 교복 개선안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교복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학교 자율이다. 학교, 학부모, 학생들 간 합의가 관건이다. 송재범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이르면 이달부터 편한 교복을 주제로 한 공론화 추진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김호경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

“휴!” 4일 서울의 한 교복 판매점 주인이 권해준 여고생 교복 상의 단추를 채우려면 심호흡을 한 뒤 숨을 꾹 참아야 했다. 겨우 단추를 잠갔지만 교복은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몸을 꽉 조였다. 키와 몸무게가 기자와 비슷한 여고생에게 맞춰 나온 ‘정사이즈’였지만 “이건 못 입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여학생들이 교복을 ‘현대판 코르셋’이라고 부르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니었다. 모델 몸매에 맞춘 듯한 비현실적으로 슬림한 디자인과 아동복보다 작은 사이즈로 오랫동안 여학생들의 원성을 샀던 교복 실태에 최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서 여학생 교복의 불편함을 직접 언급한 뒤 교육부는 4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교복 실태 조사에 나섰다. 여학생과 학부모들은 오래전부터 교복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최근 ‘탈(脫)코르셋’(화장, 몸매 등 여성에게 강요된 미적 기준을 벗어나자는 것)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성계에서도 “이런 교복을 강요하는 건 인권 침해”라고 지적하면서 교복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청원 건수만 4일 현재 357건에 달한다. 여학생들이 “밥을 먹기 힘들 정도”라는 ‘꽉 끼는 교복’의 실태를 알아봤다.조유라 jyr0101@donga.com·김호경 기자}

“휴!” 4일 서울 한 교복 판매점 주인이 권해준 여고생 교복 상의 단추를 채우려면 심호흡을 한 뒤 숨을 꾹 참아야 했다. 겨우 단추를 잠갔지만 교복은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몸을 꽉 조였다. 여고생과 비슷한 기자의 키와 몸무게에 맞춰 나온 ‘정사이즈’였지만 “이건 못 입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여학생들이 교복을 ‘현대판 코르셋’이라고 부르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니었다. 모델 몸매에 맞춘 듯한 비현실적인 슬림한 디자인과 아동복보다 작은 사이즈로 오랫동안 여학생들의 원성을 샀던 교복 실태에 최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서 여학생 교복의 불편함을 직접 언급하면서 교육당국도 ‘꽉끼는 교복’ 개선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여학생과 학부모들은 오래 전부터 교복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최근 ‘탈(脫)코르셋(화장 몸매 등 여성에게 강요된 미적 기준을 벗어나자는 것)’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성계에서도 “이런 교복을 강요하는 건 인권 침해”라고 지적하면서 교복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청원 건수만 4일 현재 357건에 달한다. 여학생들이 “밥을 먹기 힘들 정도”라는 ‘꽉끼는 교복’ 실태를 알아봤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으려면 어쩔 수 없어요.” 4일 오전 7시40분경 서울 소재 한 고교 등굣길에 만난 김모 양(17)은 엉덩이까지 덮는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짧은 교복 상의 탓에 지하철 안에서 손잡이를 잡기 위해 손을 어깨 위로 올리면 옆구리 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여름 더위에 진한 남색 가디건은 보기만 해도 답답해 보였다. “불편한 교복 때문에 등하굣길도 힘들고, 수업에 집중하기도 힘들어요.” 김 양은 무릎에 닿은 치맛단을 연신 손으로 끌어내리며 교실로 가는 돌계단을 올랐다. ● 초등학생용 아동복보다 작은 교복 본보 취재팀이 이날 만난 여학생들은 기말고사로 바쁜 등굣길에도 교복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등굣길에 교복 대신 편한 체육복을 겹쳐 입은 여학생들이 많았다. 유독 헐렁한 상의를 입은 이모 양(17)이 눈에 띄었다. 남녀공학 학교에 다니는 이 양은 일주일 전부터 남학생용 교복 상의를 입기 시작했다. “몸에 딱 붙은 상의 때문에 점심시간만 지나면 답답해서 단추를 풀어야 했고, 부채질도 하기 힘들었거든요. 지금은 한결 편해요.” 도대체 교복이 얼마나 불편하길래 그럴까. 대형 교복업체 매장에서 서울 C고교 여름 교복 상의를 구매해 초등학교 5학년용(11~12세) 아동복 티셔츠 크기를 비교했다. 어깨너비, 가슴둘레, 길이, 밑단까지 모두 교복이 아동복보다 작았다. 특히 교복 길이는 51.5cm로 아동복 (60cm)보다 8.5cm나 짧았다. 이 교복은 고교 2학년 여학생의 평균 체형(키 160.7cm, 몸무게 57.3kg)에 맞춘 사이즈였다.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에 비해 키는 15cm, 몸무게는 17kg 큰 여고생이 아동복보다 작은 교복을 입고 하루 10~12시간을 버텨왔던 것이다. ● 라인, 핏 강조한 과도한 디자인이 문제 본인의 사이즈보다 큰 사이즈를 입는다고 불편함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상의 사이즈가 커져도 통이 넓어질 뿐 길이는 거의 차이가 없다. 여학생들은 속옷이 비치는 탓에 속옷 위에 반팔이나 민소매티를 입어야 하는 불편함도 호소했다. 학생들은 ‘라인’, ‘핏’을 과도하게 강조한 교복 디자인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미니스커트처럼 짧은 치마가 여전히 유행이라 치마 길이를 일부러 줄이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치마는 줄여도 상의는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 실제 대형 교복업체 4곳은 유명 여성 아이돌 모델을 내세워 짧고 달라붙은 교복을 광고한다. 이들 교복은 세일러복 같은 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조차 없을만큼 딱 달라붙어 공연 무대 복장에 가깝다는 평이다. 인터넷 프로필을 기준으로 계산한 아이돌 모델 25명의 평균 키와 몸무게는 164.6cm, 46.7kg였다. 보통 여학생보다 4.6cm 크지만 몸무게는 10kg 덜 나간다. 의학적으로 저체중이다. 깡마른 이들에게나 맞을 법한 교복을 보통 여고생들이 입어왔다. ● 편안한 교복 도입 논의 활발 관건은 학부모, 학교 공감대 여학생 교복 문제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최근 여성계에서 교복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올 초 여성단체인 ‘불꽃페미액션’과 ‘초등성평등연구회’가 여학생 교복과 아동복을 비교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20만 건을 넘기며 화제가 됐다. 일본 등 해외에서 성별 구별을 없앤 교복이 도입됐다는 소식도 큰 관심을 끌었다. 후드티, 반소매티 등 생활복을 교복으로 도입한 학교 사례도 다시 주목을 받았다. 2006년 반바지에 이어 2014년 후드티 교복을 도입한 서울 양천구 한가람고가 대표적이다. 백성호 한가람고 교장은 “학생들은 더 이상 교복에 신경쓰지 않고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교복에 관해 개선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교복 문제를 거론하며 “학생 눈높이에서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이미 조희연 서울교육감, 강은희 대구교육감 등 상당수 교육감이 편한 교복을 공약으로 내걸거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편한 교복 확산에 탄력이 불을 전망이다. 다만 일괄적인 교복 개선안이 나오기는 어려워보인다. 교복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학교 자율이다. 학교, 학부모, 학생들 간 합의가 관건이다. 송재범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이르면 이달부터 편한 교복을 주제로 한 공론화 추진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국내의 대표적인 사회학자인 송호근 서울대 석좌교수(62·사진)가 포스텍(포항공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겨 공대생들의 인문사회학 소양 강화에 나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쓰며 생각하는 융합형 공대생’을 양성하기 위한 포스텍의 실험이다. 3일 포스텍에 따르면 송 교수는 9월 1일자로 인문사회학부장을 맡는다. 올 초 포스텍이 만든 ‘글쓰기 센터’의 내실화도 이끈다. 송 교수는 올 4월 ‘혁신의 용광로―벅찬 미래를 달구는 포스코 스토리’라는 책을 집필하며 포스텍 및 포스코와 인연을 맺었다. 포스코 연구단의 요청으로 1년간 포스코의 조직과 문화를 사회학적 시선으로 관찰한 그는 임직원은 물론 그들의 부인까지 인터뷰해 유려한 문체로 431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썼다. 송 교수는 서문에서 “포스코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부정적 시선은 긍정적 이해로, 급기야 존경심으로 진화했다”며 “사회학자가 (기업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것만큼 꼴불견이 없지만 비판할 거리가 없었다”고 적었다. 포스텍에 대해서는 “포항의 주체들 중 가장 창의적이고 무한한 잠재가치를 지닌 집단”이라고 평가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인재 교육에서 인문·사회교육이 굉장히 부족하다. 매년 우리 학교에 오는 300명의 학생들에게 인문사회과학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송 교수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199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일해 온 송 교수는 서울대에서의 정년퇴직을 3년 남겨두고 있다. 포스텍은 송 교수에게 70세 정년을 보장하며 파격대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춘시절부터 있던 서울대에서 짐을 싸는 건 몹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그럼에도 과학과 인문의 균형을 위해 포스텍에서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발 하라리, 제러드 다이아몬드, 제러미 리프킨 같은 융합형 작가들이 포스텍에서 많이 나와 줘야 한다”며 “학부 안에 ‘융합문명연구소’를 만들고 ‘(가칭)통일연구센터’ ‘소통 및 공론센터’ 등을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최근 주요 대학과 교육부에 전형별 합격자 수, 고교별 수능 과목별 등급, 원점수 현황 등 민감한 비공개 자료를 요구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 자료를 요청한 인물이 과거 사교육계 ‘큰손’으로 통한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으로 2일 확인됐다. 맞춤형 입시컨설팅을 위해 사교육업체가 간절히 원해 오던 주요 정보를 사교육업체 대표 출신이 국가교육회의 전문가그룹에 들어가 정부와 대학에 요구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국가교육회의 요청에 따라 대학 49곳에 최근 4년간 전형별 합격자 수와 출신 고교, 고교 유형 등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보유한 전국 고교별 수능 과목별 등급과 원점수도 달라고 요청했다. 제출 마감은 이달 4일이다. 각 대학의 전형별 합격자 출신 고교와 고교별 수능 성적 모두 대학과 고교 서열화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자료다. 공문을 받은 대학은 서울대 등 국립대 20곳,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 사립대 19곳, 교대 10곳 등 모두 중상위권 대학이다. 이들 대학에 합격한 출신 고교를 추리면 어느 고교가 주요 대학에 잘 보내는지 ‘줄 세우기’가 가능하다. 반대로 합격생 입학 성적을 비교하면 대학 서열화도 가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고교별 수능 성적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서열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자료 제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대학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가운데 일부 대학은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합격생이 1, 2명에 불과한 일반고는 합격생이 누군지 특정될 수 있다.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대학에 달라는 요구”라고 했다. 한 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사교육업체가 굉장히 원했던 정보를 국가교육회의가 대신 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대형 사교육업체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확보한 몇몇 대학의 입학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입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의 전체 입학생 자료가 사교육업체들에 넘어가면 이런 맞춤형 입시컨설팅이 더욱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대학 입학생 원자료가 공개되면 자칫 왜곡된 입시 정보로 가공돼 고교 현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A대학은 특정 고교를 선호한다’는 정보가 퍼져 특정 고교 쏠림 혹은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료 요청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소장은 교사 출신으로 EBS를 거쳐 사교육업체에서 사회탐구 강의를 하다 2002년 ‘스카이에듀’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지낸 유명 인사다. 지금은 사교육업계를 떠나 우리교육연구소 활동만 하고 있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에서 대입 개편 시나리오 제작에 참가한 35명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중 한 명이다. 정시를 확대하고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 간 균형을 1 대 1 대 1로 맞추자는 네 번째 시나리오(모형)의 대표 발제자다. 이 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실에 근거한 공론화를 위해 필요한 자료”라며 “원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공개할 계획”이라고 해명했지만 사교육업체로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논란에 대해 국가교육회의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론화위원회, 국가교육회의 모두 부작용 우려가 큰 이 소장의 자료 요청을 여과 없이 교육부와 대학들에 전달했다. 국가교육회의에 참여한 한 교육계 인사는 “공론화위원회가 여론조사 관련 전문가로만 채워져 있다 보니 이 자료가 공개됐을 때 미칠 파장을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김호경 kimhk@donga.com·박은서 기자}

6·13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17개 시도 교육감 임기가 1일 시작됐다. 교육감들은 2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체 유권자 4270만 명 가운데 17개 교육감 당선자에게 준 표는 1084만 표였다. 교육감 당선자들은 유권자 4명 중 1명(25.3%)의 지지만 받은 셈이다. 나머지 3명은 다른 후보를 찍거나 무효표로 처리됐거나 기권한 유권자다. 이번 교육감 선거 무효표는 97만 표로 광역단체장 49만 표의 2배다. 그만큼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1일 동아일보가 서울교육감 선거 무효표(사진)를 입수해 분석했더니 이런 투표용지가 나왔다. ‘뽑을 놈이 없다’…. 또 ‘여성 후보가 없다’고 적힌 투표용지도 있었다.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득표율 2위를 한 박선영 동국대 교수가 여성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뜻이다. 개표에 참여한 한 교육계 인사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너무 심각해 씁쓸했다”며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 손에 연간 60조 원의 예산과 교사 37만 명의 인사권,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642만 명(지난해 기준)의 미래가 달려 있다. 교육감들은 “뽑을 놈이 없다”고 한 유권자들의 민심을 곰곰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이랬다저랬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건가요.” 헌법재판소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 지원을 금지한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올해부터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의 우선 선발권이 폐지된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고입을 준비했는데, 불과 고교 지원 6개월을 앞두고 헌재가 이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 씨(42·여)의 중3 딸은 2학년 때까지 자사고나 특목고 입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자사고나 특목고에 지원했다 탈락하면 일반고 배정에 불리해진다는 소식에 딸과 상의해 일반고 진학을 결정했다. 김 씨는 “이제 와 자기소개서부터 학교생활기록부까지 다시 고입을 준비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황당해했다. 반면 자사고와 특목고 입시를 계속 준비해 온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번 헌재 결정을 반기고 있다. 헌재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 지원 금지의 효력만 정지했지만 실제로는 외고나 국제고 등 특목고도 일반고와 중복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과장은 “법적으로는 자사고에 대해서만 대안을 만들면 되지만 사실상 외고나 국제고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이들까지 포함한 지원 대책을 내놓으려 한다”고 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2일 후속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며, 고입 최종안은 9월에 나온다. 자사고와 특목고 지원에 따른 불이익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뜻 진학할 고교를 정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많다. 고교 선택의 최대 변수인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이 아직 오리무중인 탓이다. 만약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변별력이 낮아져 학교 내신의 중요도가 커지기 때문에 자사고나 특목고보다 일반고 진학이 대입에 유리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입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이사는 “(헌재 결정으로) 자사고를 선택하는 중3 학생이 늘면서 경쟁률도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미 대입에서 내신 비중이 많이 늘어 내신 경쟁이 심한 자사고나 특목고가 불리해 지난해보다 자사고나 특목고의 경쟁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대입 개편안과 고입 최종안이 나오는 9월 이후 진학 고교를 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박은서 기자}
올해 중학교 3학년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일반고 등을 종전처럼 동시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 지원을 금지한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과 관련해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그 효력을 정지하도록 했다. 지난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일반고의 신입생 선발이 동시에 진행돼 수험생은 이 학교들 가운데 한 곳만 지원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자사고 외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일반고 배정에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올 2월 자사고와 학부모 등은 해당 시행령이 학교 선택권,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날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중복 지원을 금지한 부분을 두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헌재는 “2019학년도 고교 입학전형 실시가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고 효력정지 인용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자사고와 일반고 선발 시기를 일원화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은 기각됐다. 따라서 12월경 자사고와 일반고 선발이 동시에 이뤄지지만 수험생은 양쪽 모두 응시할 수 있다. 내년 고입의 변화 유무는 헌재의 본안심판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기부가 즐겁다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부 문화가 발달한 해외에서는 기부에 재미를 더한 ‘퍼네이션(Fun+Donation)’이 활발하다. 영국의 ‘빨간 코의 날(Red Nose Day)’이 대표적인 퍼네이션이다. 2년마다 3월 둘째 주에 진행되는 ‘빨간 코의 날’은 전 국민이 즐기는 기부 축제다. 이날 사람들은 1파운드(약 1400원)짜리 빨간 코를 사서 달고 다닌다. 이 중 70펜스(약 980원)가 기부금으로 쓰인다. 빨간 코가 그려진 인형, 옷, 쿠키 등 다양한 기부 상품이 판매되고, 거리에서는 즉석 기부 공연도 펼쳐진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무료로 출연하는 기부 특집방송을 24시간 내보낸다. 빨간 코의 날은 1988년 영국 자선단체 ‘코믹 릴리프’가 어려운 사람들을 웃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30년간 모금액은 총 10억 파운드(약 1조4800억 원)에 달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손우성(가명·9) 군은 세 살 때부터 할아버지(76)와 산다. 5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손 군이 거의 매일 먹는 저녁 밥상은 백미밥, 소시지볶음, 김치, 된장찌개. 과일과 채소는 학교 급식 때나 간신히 먹는다. 지난해 빈곤, 가족해체, 부모 실직 등으로 보호자가 식사를 제공하기 어려워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은 31만7234명이었다. 전체 아동(848만447명) 100명 가운데 4명은 하루 세 끼 ‘먹거리 기본권’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아동기 결식과 영양불균형은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빈곤 대물림’이 될 수 있다.》아빠는 아파서 몇 년째 병원에 있고 엄마는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손우성(가명·9) 군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이유다. 할아버지는 “공부는 꼭 해야 한다”며 기초노령연금으로 꼬박꼬박 손 군의 학원비를 낸다. 그런데 식생활은 할아버지의 돌봄 능력을 벗어난 일이었다. “그냥 내 먹는 대로 같이 먹는 거요.” 21일 손 군의 저녁 식단은 흰쌀밥, 소시지, 된장찌개, 김치였다. 점심으로 먹은 학교급식은 그나마 균형 잡힌 식단이다. 이날 손 군은 간식은 따로 먹지 않았다. 평소에는 보습학원을 다녀와서 김치볶음밥 등 밥을 간식으로 먹고 태권도학원에 간다. 22일 아침 식단은 흰쌀밥, 소시지, 김치찌개, 감자볶음, 매실장아찌였다. 과일은 거의 먹지 않는다. “과일은 학교에서만 먹어요. 어제 급식에는 수박 한 조각이 나왔어요. 체리를 좋아해요. 2학년 때 체리가 급식으로 나왔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할아버지는 “할머니 제사에나 사과, 배를 산다. 평소에는 거의 못 사 준다”고 했다. TV 한 편에 놓인 꼬깃꼬깃한 마트 영수증에는 소시지 등 7800원이 적혀 있었다. 고기와 생선 섭취량도 부족했다. 손 군은 “집에서 고기 구워 먹은 기억이 없어요. 고기보다 고등어가 더 먹고 싶어요”라고 했다. 우유는 학교 급식으로 매일 먹고 있다. 손 군은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돼 급식카드를 지급받을 수 있다. “급식카드를 쓰시면 한 끼는 편하게 드실 수 있다”고 했더니 할아버지는 “안 쓴다”고 했다. 하루는 급식카드를 가지고 짬뽕을 먹으러 갔는데 사용을 거절당했다. 할아버지는 현금을 지불했고 이후 꼬박 하루 세 끼 밥상을 차린다. 소득에 따라 건강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동아일보는 중고교생 6만여 명이 참여한 2017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원자료를 분석했다. 스스로 건강 상태를 평가하도록 했더니 자신이 소득 ‘상’에 속한다고 한 집단의 47.8%가 건강 상태를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소득 ‘하’ 집단(21.3%)보다 2.24배로 많았다. 반면 소득 ‘하’ 집단 3.3%가 건강 상태를 ‘매우 나쁘다’라고 평가했는데 소득 ‘상’ 집단의 5.5배였다. 일주일간 과일 섭취 빈도, 채소 섭취 빈도도 소득에 따라 차이가 컸다. 아동기 식습관이 중요한 이유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영양 불균형이 계속되면 이런 식습관과 대사과정을 몸이 기억하고 생애 전반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손 군과 김성민(가명·8) 군의 하루 식단을 분석해 보면 열량은 비슷하지만 김 군이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다. 필수영양소인 단백질을 섭취한 식품을 비교하면 김 군은 계란 쇠고기 콩 멸치 등 끼니마다 다른 식품을 먹었지만 손 군이 섭취한 식품은 소시지, 탕수육이었다. 초등생은 우유나 유제품을 하루 2개 이상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김 군은 이날 우유, 요구르트, 치즈를 골고루 먹었지만 손 군이 먹는 건 학교 급식에서 나오는 우유뿐이었다. 서울대병원 김원경 급식영양과 파트장은 “(손 군의 식단을 보면) 채소나 과일, 유제품 섭취가 부족하다. 만약 이런 식단이 계속된다면 비타민 A, C, B2와 칼슘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어른이 됐을 때 나타날 건강상 문제였다. 그는 “어릴 때 채소를 안 먹다 보면 성인이 되어도 이런 식품을 멀리한다”며 “당장 눈에 보이진 않아도 (다양성이 부족한 식단을 지속하면) 성인이 돼서 만성질환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균형 잡힌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돌봄 환경이 정서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급식카드를 사용하는 아동들은 혼자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허겁지겁 식사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어린 시절 애착관계가 불안한 경우 정서 불안, 학습 부진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가 소득에 따른 초등생 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저소득 가정 아동은 비만율, 우울감을 느끼거나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비율도 높았다. 김은정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은 “빈곤과 돌봄 공백으로 인한 아동의 건강 불평등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서도 나타난다”며 “이제는 단순 끼니 해결을 넘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데 관심을 가질 때다. 돌봄 공백에 놓인 아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우경임 기자}

국내 청소년의 15%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으로 조사됐다. 예전 조사와 비교해 여학생의 중독비율이 늘었으며,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이에 정부는 8월부터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연 1회, 초중고교에선 연 2회 이상 중독 예방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날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초등 4학년∼고교 1학년의 전국 청소년 129만1545명 중 15.2%인 19만6337명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었다. 초중고교생 7명 중 1명꼴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빠져 학업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과의존 비율(14.3%)보다 소폭 늘었다. 이 중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금단현상을 겪을 정도로 과의존이 심각한 ‘위험 사용자’는 6만4924명으로 전체 청소년의 5%를 차지했다. 올해는 전 연령층에서 여학생 위험군이 늘어난 게 특징이다. 인터넷 과의존 위험군 남학생은 △중학교 2만6567명 △고교 1만8950명인 데 반해 여학생은 △중학교 2만7994명 △고교 2만3672명으로 남학생보다 많았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역시 중고교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을 추월했다. 최근 게임이나 유튜브, 소셜미디어 같은 스마트폰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여학생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면서 초등학생 위험군도 늘었다. 2016년 전체 초등학생 중 인터넷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6.8%였으나 지난해 8.2%, 올해 9.8%로 매년 늘고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도 2016년 5.5%→2017년 6.3%→2018년 7.1%로 증가 추세다. 정부는 올 초 ‘국가정보화기본법’을 개정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을 의무화했다. 이미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를 겪고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11박 12일간 진행하는 ‘기숙형 치유캠프’와 자녀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가족치유캠프’도 확대 운영한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로 문의하면 된다.김호경 kimhk@donga.com·이미지 기자}
앞으로 초중고교 학생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 대신 ‘민주주의’라고 적힌 역사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초등학교에는 내년부터, 중고교 학생들은 2020년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을 22일 행정 예고했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때 만든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전제로 만든 중등 역사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모두 바꾸기로 했다. 교육과정은 교과서는 물론 수업내용 등 모든 교육내용의 근거가 되는 ‘헌법’과 같은 문서다. 집필기준은 교육과정을 어떻게 검정교과서에 담을지 정리한 지침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과 거의 차이가 없다. 우선 대한민국의 정치 체제를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로 규정했다. 역대 역사 교과서에서 대부분 민주주의로 표현했으며, 현재 다른 사회 과목에서도 민주주의로 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노무현 정부 때까지 역대 역사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라고 썼으나 이명박 정부 때 자유민주주의로 바뀌었다.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논란이 됐던 1948년 관련 기술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정했다. 다만 지금 교과서에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돼 있기 때문에 실제 교과서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 올 초 공청회에서 공개한 시안에서 누락돼 논란이 됐던 ‘6·25 남침’ 표현은 교육과정에 명시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기술이 빠진 집필기준이 그대로 확정돼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기술돼 있다. 보수 학계에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간 집필기준이 너무 세세하다는 비판을 고려해 이번에는 집필기준에서 최소한의 방향성만 제시했다”며 “교과서 집필자들이 교과서를 쓰면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다음 달 1일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 2기’가 시작된다.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당선자 중 진보 성향 교육감은 4년 전보다 1명 늘어난 14명이다. 이들은 ‘원조 진보 교육감’ 김상곤 사회부총리가 이끄는 교육부와 호흡을 맞춰 ‘문재인표 교육개혁’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고교 학점제 도입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등 세 가지 정책이 고교 현장에 미칠 영향과 쟁점을 분석했다. ○ 고교 학점제, 학교 등 격차 해소가 관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고교 학점제 수강신청 프로그램 시연회’를 열었다. 올해부터 고교 학점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전국 105개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부가 개발한 온라인 수강신청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인 자리였다. 고교 학점제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교사들은 “과목 추가는 교사가 직접 해야 하나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고교 학점제는 문재인 정부의 1호 교육공약이다. 대학교처럼 각 고교가 학생 진로에 맞춰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면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2년부터 고교 학점제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도 고교 학점제 도입에 적극적이라 고교 학점제 도입은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평가를 어떻게 할지,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교사 수급은 어떻게 할지 등 숙제가 적지 않다. 고교 학점제는 학생마다 듣는 과목이 달라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대입제도에도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하다. 학교, 교사 간 격차 해소도 숙제다. 교육여건이 열악한 농촌 학교는 도시만큼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없어 도농 간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원 수급, 교육공간 확보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자사고, 외고 재지정 문턱 높아질 듯 진보 교육감들은 4년 전에도 “자사고, 외고가 고교 서열화의 주범”이라며 폐지를 공약했지만 교육부 반대에 부닥쳐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자사고, 외고 폐지는 교육부 장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교육부도 자사고, 외고 폐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앞으로 4년간 실제 폐지(일반고 전환)되는 자사고, 외고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부가 법령을 개정해 자사고, 외고를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교육청이 5년마다 이뤄지는 자사고, 외고 재지정 평가를 엄격히 해 지정을 취소하고 교육부가 이에 동의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문제는 학부모 반발이다. 여전히 자사고, 외고 진학을 원하는 학부모와 학생이 적잖다. 학교 선택권과 학교 운영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많다. ○ 혁신학교 2022년까지 최소 100곳 증가 반면 진보 교육의 상징인 혁신학교는 확대될 예정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공약에서 밝힌 숫자만 합쳐도 2022년까지 혁신학교 100개 이상이 새로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혁신학교는 2009년 당시 경기도교육감이던 김상곤 부총리가 처음 도입했다. 현재 1340곳으로 전체 초중고교의 약 11%다. 그간 보수 교육감이 있던 울산 대구 경북에만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번에 울산에서 첫 진보 교육감이 나오면서 울산에도 혁신학교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토론식 수업을 안착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반면 기초학력이 낮아졌다는 우려도 있다. 2016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 고교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체 고교 평균(4.5%)보다 2배 높은 11.9%였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혁신학교 확대에 찬성하지만 기초학력이 낮다는 문제점은 교과과정을 강화해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

“신고리 원전 재가동과 대학 입시 문제는 다릅니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 과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공론조사’의 창시자 제임스 피슈킨 미국 스탠퍼드대 정치학 교수(70)가 19일 한국을 찾았다. 1988년 공론조사를 처음 고안한 피슈킨 교수는 스탠퍼드대 ‘숙의민주주의센터(CDD)’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센터는 지금까지 27개국 민관 주도의 공론조사에 직간접적으로 참가해 왔다. 피슈킨 교수는 이날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숙의민주주의 학문적 논의·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방한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재가동을 공론조사로 결정한 데 이어 현재 대입 개편을 위한 공론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피슈킨 교수는 공론조사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라고 했다. 그는 “통상 대다수 국민들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매하다고들 하지만 충분하고 균형 잡힌 정보가 제공된다면 충분히 똑똑하다. 여론조사는 생각하지 않는 국민의 의견을 측정하지만 공론조사는 충분한 정보와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뒤 국민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리 원하는 결과를 선택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입 개편안을 공론조사로 정하는 게 적절한지 물었다. 찬반만 정하면 되는 신고리 원전 때와 달리 경우의 수가 많고 복잡한 대입 개편안을 비전문가인 시민들에게 맡기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피슈킨 교수는 “몽골에서도 복잡한 개헌 문제를 공론조사로 결정했다. 일반 국민도 어려운 이슈를 충분히 제대로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다”며 “다만 얼마나 잘 준비하고 균형된 정보를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해관계가 있는 학부모나 교사가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 대입 개편안을 묻는 것도 별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교육은 국가 경제는 물론 사회 역동성, 미래와도 관련 있는 공공 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론조사 결론을 그대로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피슈킨 교수는 “신고리와 달리 대입은 정부가 전적으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안이 아니다. 대학의 자율에 맡길 수도 있다는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론화로 결정된 정책이 신고리 원전보다 타당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공론조사 대상에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수능 전형 간 비율이 포함돼 있어 대학의 선발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대입 개편 공론화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조언도 했다. “신고리 때에는 찬반 외에 무응답을 없앴다. 선택을 강요하는 건 공론조사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대입 공론화에서는 이런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20일 국가교육회의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는 △학생생활기록부와 수능 간 적정 선발 비율 △수능 절대평가 상대평가 △수시 수능최저학력 기준 폐지 여부 등 3가지 쟁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론화할지를 발표한다. 시민대표단 400명은 대입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토론을 벌여 8월 초까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 어려운 걸 하는 데 남은 기간은 불과 50여 일이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

“공약집을 꼼꼼히 봤는데도 저랑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는 얘기뿐이더라고요.” 서울 노원구에 사는 엄모 씨(32)는 13일 오전 투표를 마쳤다. 미리 선거 공보와 인터넷 뉴스를 보며 시장부터 구의원까지 표를 줄 후보를 골랐지만 교육감 후보만큼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결국 교육감 투표용지는 공란으로 남겨뒀다. 자녀가 고교 졸업 후 교육에 관심을 끊었다는 김모 씨(65·여) 역시 “시장과 구청장 빼고 다른 후보들은 정당 보고 뽑았는데 교육감은 정당 추천도 없어 고민 끝에 아무도 안 찍었다”고 했다. 역대급 ‘깜깜이 선거’라는 평가를 들은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17개 시도 가운데 4년 전보다 1곳 늘어난 14곳에서 진보진영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진영 후보들은 대구, 경북과 대전만 수성했다. 재선 및 3선에 도전한 현직 교육감 12명 전원이 당선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후보 11명 중 10명이 당선됐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치여 인물과 정책 대결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게 유권자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교육감 선거에 국민들이 무관심했다는 건 통계로 증명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유권자 4270만 명 가운데 17개 교육감 당선자에게 준 표는 1084만 표에 불과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 당선자들은 유권자 4명 중 1명(25.3%)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친 것이다. 나머지 3명은 낙선 후보를 찍었거나 무효표 또는 기권한 유권자다. 선관위가 발표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득표율은 46.6%다. 하지만 선거인명부상 전체 유권자(선거인 수)를 기준으로 조 당선자가 얻은 표를 계산하면 27.1%다. 서울 유권자 10명 중 3명의 지지도 받지 못한 셈이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수준이다. 전국 교육감 당선자의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25.3%다. 2010년(20.4%), 2014년(22.0%)보다 높아졌지만 전국 광역단체장 당선자의 유권자 대비 득표율(34.1%)과 비교하면 8.8%포인트 낮은 수치다. 무효표 격차도 크다. 이번 교육감 선거 무효표는 97만 표(전체의 3.8%)로 광역단체장 49만 표(전체의 1.9%)의 2배다. 무효표는 기표를 잘못했거나 아예 아무도 찍지 않은 표를 말한다. 서울의 경우 교육감 선거 무효표는 14만2625표로 시장 선거 무효표(5만7226표)의 2.5배다. 서울시장만 뽑고 서울시교육감 투표는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서만 실수했을 리는 없고 인물도 정책도 차별화되지 않다 보니 일부러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육감 무효표가 이처럼 많은 것은 2014년 지방선거부터 도입된 ‘교호(交互)순번제’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교육감 선거는 지방선거와 달리 기호 없이 후보 이름만 인쇄되고, 기초의원 선거구별로 후보 이름 순서도 다르게 배열된다. 교호순번제는 1번, 2번 등 특정 번호가 유리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깜깜이 선거’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 컨설팅 기관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교육감은 막강한 권한에 비해 광역단체장보다 감시가 덜하다 보니 부패 위험이 크다. 지방선거와 분리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