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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를 마치고 라커룸에 들어왔는데 ‘이 팀으로 더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소리에는 지난 여름날의 희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전 리베로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오지영(33·GS칼텍스)은 1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끝나고 보니 올림픽 기간 동안 하루하루가 행복했었는데 왜 그땐 그저 ‘버텨야 돼’란 생각만 했는지 모르겠다. 귀국 후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에서 9년 만의 4강 진출을 이루기까지 대표팀은 남모를 눈물을 흘렸다. 그중에서도 서른셋의 나이에 첫 올림픽 꿈을 이룬 그는 누구보다 많은 눈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올림픽 직전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경기력 부진으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앞서 두 차례 은퇴 선언 뒤에도 다시 코트로 돌아왔던 그는 “배구 인생에서 이렇게 멘털이 흔들린 건 처음이었다. 팀에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국 직전까지 감독님 방에 찾아가 리베로 교체해 달라는 말을 할 생각을 수십 번이나 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대회 전까지 큰 부담을 느끼면서 첫 경기인 브라질과의 조별예선에서 손발이 덜덜 떨리는 채로 들어갔다고 한다. 대회 기간 중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주장이자 1년 선배 김연경(33)의 어깨 위 짐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는 “혹여 언니의 패턴을 깨뜨릴까 봐 ‘언니 힘내’라는 말도 쉽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언니 말대로 코트 위에서 더 소리 질렀다. 후배들이 따라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그는 이번 대회 디그 1위(93개)를 차지하며 4강 진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첫 올림픽의 경험은 달콤했다. 대표팀 막내이자 룸메이트 정지윤(20)과 함께 선수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개회식에 참석해 세계 각국 선수들과 나눈 기념핀을 모아 액자에 끼워 간직했다. 팀원들 사이에서 ‘올림픽을 제일 잘 즐기는 건 오지영과 정지윤’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선수촌에서 유명 스포츠 스타를 봤냐는 말에 그는 “마스크를 써서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더라”며 “대스타(주장 김연경)가 우리 바로 옆에 있어서 누군들 부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9일 인천국제공항에 몰린 수백 명의 환영 인파를 보고 “연경 언니는 이렇게 살아 왔구나”를 느꼈다고 한다. 4강에서 만난 브라질의 16번 공격수 페르난다 호드리기스(35·레프트)를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로 꼽았다. 그는 “분석한 코스대로 공이 와도 파워가 워낙 세서 공에 손이 닿질 않았다. 허벅지에 그 선수가 때린 공을 맞았는데 다음 날 보니 피멍이 들어 있더라”고 말했다. 꿈만 같은 올림픽을 마친 뒤 4개월 만에 충남 당진 자택에 돌아가 휴가를 보낸 그는 13일 팀에 합류해 23일 시작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여자부 경기 준비에 나선다.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이소영(27)의 보상선수로 KGC인삼공사에서 GS칼텍스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처음 맞는 시즌이라 새로운 의욕이 넘친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달았어요. 다시 본캐(본캐릭터)인 배구선수로 돌아가 좋은 모습 보여 드릴게요.” 어떤 공이 오더라도 받아내겠다는 자신감으로 들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배구 여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이 국가대표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12일 오후 서울 강동구 대한민국배구협회 사무실에서 오한남 협회장과 면담을 갖고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협회도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연경은 수원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 2학년이던 2004년 아시아청소년여자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인 2005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세 번의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네 번의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며 한국 여자 배구의 중흥을 이끌었다. 첫 올림픽이었던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김연경은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해 시상대 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하며 세계 배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14년부터 주장을 맡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20년 만의 금메달을 견인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8강에 올랐다. 자신의 마지막 국가대표 무대가 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득점 2위(136점), 디그 2위(83개) 등 공수에서 맹활약한 것은 물론이고 동료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내며 9년 만의 올림픽 4강행을 이끌었다. 한국 선수단 개회식 공동 기수와 여자 선수단 주장도 맡았다.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뒤에는 “이번 경기가 제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김연경은 이날 “막상 대표 선수를 그만둔다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대표 선수로서의 활동은 제 인생에 있어서 너무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그동안 대표팀에서 함께해 온 감독, 코칭스태프, 선후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제 대표팀을 떠나지만 우리 후배 선수들이 잘해 줄 것이라 믿는다. 비록 코트 밖이지만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오 회장도 “지금까지 이룬 성과도 클 뿐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 계획도 중요하니 은퇴 의견을 존중하겠다. 회장으로서 이런 훌륭한 선수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협회는 김연경의 대표팀 공식 은퇴 행사를 제안했으나 김연경의 뜻을 받아들여 선수로서의 모든 생활이 끝나는 시점에 은퇴식 행사를 열기로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잘 차려진 밥상을 보면 도저히 손을 부여잡을 수 없는 걸까. 2020 도쿄 올림픽 한국 선수단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숟가락 얹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가만 보면 숟가락질마저 서툴다. 5년간 올림픽 무대만을 보고 정직한 땀방울을 흘려온 선수들을 위한 배려는 온데간데없다. 10일에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근대5종 남자 개인 동메달리스트 전웅태(26)의 전화 인터뷰가 도마에 올랐다. 전웅태는 이번 대회 결승선을 세 번째로 통과하면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근대5종 메달을 목에 걸었다. 1912년 근대5종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첫 쾌거다. 진행자 김 씨는 근대5종의 마지막 종목인 레이저런(육상과 사격 결합)에 대해 “굉장히 이상하더라. 중학교 운동회 같은 느낌. 빨리 뛰어가서 뭘 집어가지고 뭘 쏘고 뛰어가고” 등의 발언들을 이어갔다. 앞서 근대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근대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은 승패와 관계없이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이라 표현한 바 있다. 경기 방식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는 물론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김 씨는 “이 종목들을 따로따로 국내 대회에 나간다면 예선 통과는 됩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무례하다”고 입을 모았다. 첫 올림픽 메달에 기뻐하던 현장 지도자들도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저 전웅태만이 “뭐 아무렇지 않다”며 애써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어렵게 찾아온 근대5종을 알릴 기회를 논란에 휘말려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앞서 9일에는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선 넘은 질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여자배구 대표팀 환영식에서 진행을 맡은 유애자 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장 김연경(33)에게 포상금 규모가 얼마인지를 묻고,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에 대한 답변을 반복적으로 요구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수백 명의 팬들이 모인 현장 상황을 정리하기는커녕 그저 자기들끼리 공치사에만 급급했다. 반복된 질문에 그동안 숱한 인터뷰로 단련된 김연경도 “제가요? 제가 감히 대통령한테 뭐…”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틀이 지난 11일에도 협회 홈페이지에 팬들의 질타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숟가락 얹기를 넘어 재까지 뿌리는 건 아닌지 지금이라도 자성이 필요한 때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도쿄의 열기를 안방으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며 배구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자연스럽게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로 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관중이 유력하지만 높은 시청률 등 정규시즌 흥행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자부는 14∼21일, 여자부는 23∼29일 각각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경기를 치른다. 9일 입국 뒤 소속팀으로 복귀한 대표팀 선수들은 바로 휴식에 돌입했다. 길게는 1주일 집이나 숙소 등에서 휴식을 취한 뒤 팀 훈련에 합류해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특히 대한민국배구협회가 8월 29일∼9월 4일 필리핀에서 예정된 아시아여자선수권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대표팀 선수들도 컵 대회에서 뛸 수 있다. 각 팀 외국인 선수들은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에 따라 일괄적으로 출전 여부가 정해진다. 여자부 신생팀인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여자부 개막전은 23일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의 경기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대표팀 레프트 이소영(27)의 전 소속팀(GS칼텍스)과 현 소속팀(KGC인삼공사)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흥국생명에서 중국 리그로 옮긴 주장 김연경(33·상하이 광밍)은 현재 경기 용인시 자택에 머물고 있다. 중국 리그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다음 달 정도까지는 국내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한다. 올림픽 기간 통증으로 고생했던 오른쪽 무릎 상태를 살피기 위해 11일 병원에 갈 계획이다. 각종 TV 예능프로그램, CF 출연 요청도 뜨겁다. 이미 섭외 요청만 수십 건이라고 한다. 김연경은 “휴식이 중요한 만큼 많은 프로그램에 나갈 생각은 없다. 대표팀 후배들과 함께 나가는 프로그램 위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제는 우리 여자배구가 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모두가 더 책임감을 가지고 더 나은 모습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기를 바라고 응원한다”는 글을 남겼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99점을 주고 싶다. (메달) 하나를 걸고 왔어야 했는데 못 걸고 와서 1점을 뺐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를 4강으로 이끈 뒤 귀국한 ‘배구 여제’ 김연경(33·중국 광밍)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국민 여러분이 배구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셨기에 우리가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사실 떠나기 전만 해도 예선 통과가 가능할까 싶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기대를 안 한 건 사실이다. 우리가 원팀으로 똘똘 뭉쳐서 이뤄낸 값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당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김연경은 “빨리 집에 가서 씻고, 누워서 치킨을 시켜 먹을 거다. 중국 리그에 가기 전까지 한두 달 정도 몸을 다시 만들어서 리그를 준비하겠다”며 웃었다. 이날 공항에는 200명 넘는 팬들이 몰려 김연경을 비롯한 여자 배구 대표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연경은 출발지인 도쿄 나리타공항에서도 자신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자신의 별명(식빵언니)을 떠올리게 하는 ‘식빵’ 그림을 넣어 사인해주는 걸 잊지 않았다. 김연경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님께서 (자가 격리 때문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그래서 (전날) 다같이 모여 이때까지 있었던 고생한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고 말했다. 전날 라바리니 감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연경의 활약 덕분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대회를 치렀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김연경은 “우리도 감독님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대표팀 은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전날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국가대표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눈물을 흘렸던 김연경은 “아직은 은퇴 발표라고 말씀드리기는 좀 그런 것 같다. 의논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 단정지어서 말씀은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복근 부상을 이겨내고 초중고교 동창인 김연경과 함께 도쿄로 향했던 김수지(34·IBK기업은행)는 “요즘같이 힘든 시국에 저희 경기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드릴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여자 배구 대표팀은 4강 진출로 대한민국배구협회, 한국배구연맹(KOVO), 대표팀 메인 스폰서인 신한금융그룹에서 2억 원씩, 총 6억 원을 포상금으로 받는다.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건 전웅태와 4위 정진화도 이날 귀국해 가족,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전웅태와 정진화는 나리타공항에서부터 사인 공세를 받으며 인기를 실감했다.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번 경기가 제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스크를 쓴 채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던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33)은 이 얘기를 꺼내는 동안 두 차례나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고교 2학년이던 2004년 이후 17년 동안 왼쪽 가슴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던 태극마크와 작별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속에서도 늘 여유를 잃는 법이 없었던 김연경은 이날 “머릿속이 하얗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카메라 앞에선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눈시울을 훔쳤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렸던 한국 여자 배구(세계랭킹 11위)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세르비아(세계 6위)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0-3(18-25, 15-25, 15-25)으로 패했다. 시상대에 서진 못했지만 이번 대회 대표팀의 활약은 눈부셨다. 8강에서 세계랭킹 4위 터키를 무너뜨리는 이변을 쓰고 9년 만에 4강 무대에 올랐다. 한일전에서는 5세트 12-14를 뒤집는 대역전극도 썼다. “도쿄에 최대한 오래 남겠다”는 김연경의 각오대로 폐회식이 열리는 8일까지 경기를 치르며 여자 배구는 한국 선수단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여자 배구의 좋은 기운을 받아 좋은 경기를 했다”는 선수도 많았다. 마지막 올림픽을 향한 김연경의 투혼도 빛났다. 3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나선 김연경은 이번 대회 득점(136점), 디그(상대 득점을 막는 수비·83개) 전체 2위로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승리를 위해 뛰어서 때리고, 날려서 공을 건졌다. 주장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도 했다. 경기 뒤 김연경은 “충분히 웃을 자격이 있는 만큼 선수들에게 웃으라고 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결과다. (올림픽 4강에) 올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 내내 통증에 시달렸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함께해 온 이상화 트레이너는 “(테이핑을 했다 떼면서 생긴) 피멍 흔적보다 사실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을 감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평소 시즌 중에도 테이핑을 하는 일이 없는 선수라 놀라서 전화를 해봤더니 무릎이 흔들리는지 통증이 꽤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허벅지 위 피멍이 이슈가 되자 이를 가리려는 듯 다음 경기 오히려 더 테이핑을 길게 감고 나오기도 했다. 김연경은 귀국 뒤 상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어쩌겠어요. 참고 뛰어야지”란 말로 스스로를 달랜 건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였다.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게 된 김연경은 “너무나도 많은 관심 속에서 올림픽을 치렀다. 여자 배구를 알려 기분이 좋다. 정말 꿈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후배들이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란 말로 작별인사를 했다. 이날로 한국 팀과 계약이 종료됐지만 대한민국배구협회에 2022년까지 계약 연장을 제안받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2)은 “김연경과 함께하면서 나는 그가 왜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지를 이해했다. 위대한 인물이자 리더로서 김연경이 가진 카리스마에 대한 기억을 안고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뒤 아리아케 아레나에는 거센 비가 내렸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메달 색이 결정되는 마지막 레이저런(육상과 사격이 결합된 종목) 경기를 앞두고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와 정진화(32·LH)는 코스 점검을 위해 나란히 도쿄 스타디움을 둘러봤다. 한껏 호흡을 가다듬고는 한 차례 손바닥을 마주치고 포옹을 했다. 국제대회 때마다 전 세계를 누비면서 “올림픽에선 꼭 함께 시상대에 서자”고 했던 약속을 되새겼다. 약 11분에 걸쳐 사격을 하며 3.2km를 도는 혼신의 힘을 다한 레이스가 끝난 뒤 두 사람은 서로를 먼저 찾았다. 그들은 땀범벅이 된 채로 다시 한번 부둥켜안았다. 한 명은 메달을 따냈고, 한 명은 메달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그들에겐 메달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정진화는 경기 뒤 “동생이 3등을 해서 메달을 따고 근대5종을 알릴 수 있어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근대5종 첫 올림픽 메달 만든 브로맨스도쿄에서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첫 메달의 역사를 쓸 수 있었던 건 바로 전웅태와 정진화의 ‘브로맨스’(남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7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전웅태는 영국의 조지프 충, 이집트의 아흐메드 엘젠디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해 총점 1470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정진화(총점 1466점)는 등번호 4번을 달고 뛴 전웅태보다 4초 늦게 들어와 4위에 올랐다. 1912년 근대5종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의 첫 근대5종 메달이다. 한국은 1964년 도쿄 대회부터 근대5종에 선수를 출전시켜왔다. 시상대에서 내려온 전웅태는 “56년(정확히는 57년) 이루지 못한 한을 풀었다. 일본 하늘로 태극기가 올라가 기쁘다”고 했다. 2012년 전웅태가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한솥밥을 먹은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도 충실히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냈다. 레이저런 전까지 종합 4위를 달리던 전웅태는 2위를 하고 있던 정진화와 한동안 2, 3위 경합을 벌였다. 이내 레이저런에 강점이 있는 전웅태가 치고 나왔다. 육상에 강한 엘젠디가 사격에서 예상 밖 선전을 하면서 결국 전웅태가 3위, 정진화가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정진화는 “4등만은 하지 말자고 했는데 4등을 해서 안타깝다”면서도 “다른 사람이 아닌 동생 웅태의 등을 보면서 뛰어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화의 이야기를 들은 전웅태도 “진화 형은 정말 ‘맘따남(마음이 따뜻한 남자)’”이라며 “진화 형이랑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 힘들게 운동했다.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세 번째 올림픽을 마친 정진화는 11월 2년간 교제한 일반인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린다. ○ 승마, 펜싱 전문 코치의 체계적 훈련근대5종 새 역사에는 숨은 조력자도 많다. 최은종 감독이 이끈 근대5종 대표팀은 김성진 코치 외에도 펜싱 전문 코치(3명), 승마 전문 코치(2명), 트레이너(2명) 등을 선임해 체계적인 훈련을 했다. 오전 5시 42분 기상 알람을 맞춰놓는다는 전웅태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레이저런, 수영, 승마, 펜싱 순으로 약 2시간씩 훈련해 왔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도 선수별로 기초, 전문, 정밀체력을 측정해 맞춤형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가족의 든든한 후원이 큰 힘이 됐다.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아들의 경기를 지켜봤다는 아버지 전원휘 씨(54)는 “웅태가 주변의 높은 관심으로 알게 모르게 많은 부담을 느꼈다. 집에서만큼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경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방윤정 씨(53)는 “웅태가 좋아하는 김치찌개에 불고기를 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반려견 웅자, 단풍이도 전웅태를 기다리고 있다. 8일 올림픽 폐회식에서 한국선수단 기수를 맡은 전웅태는 9일 금의환향한다.근대5종펜싱(에페), 수영(영법 관계없이 200m), 승마(장애물 비월)를 소화한 뒤 사격과 육상이 결합된 레이저런으로 마무리해 순위를 매긴다. 레이저런은 4개의 서킷으로 구성된다. 1개의 서킷은 육상 800m와 레이저건 사격 5발로 구성된다. 총 3200m를 달리는 동안 사격에서 5발의 명중 시간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전 세터 염혜선(30·사진)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우려의 시선에 부딪혔다. 올림픽 한 달 전까지도 당시 대표팀 세터 3명과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올 2월 오른손 손가락 골절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된 그는 여전히 손가락 2개의 상태가 온전치 않아 뼈를 고정하는 핀도 제거하지 않은 상태였다. 2월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된 세터 이다영(25)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라붙었다. 염혜선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아픔을 겪었다. 2015∼2016시즌 당시 소속팀(현대건설)을 우승으로 이끈 뒤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정작 리우에서는 베테랑 세터 이효희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채 대부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염혜선은 5년 만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손가락 8개만으로 공을 배급하며 분투했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한국을 9년 만에 ‘세계 4강’으로 견인했다. 이번 대회 총 223개의 세트(토스)를 성공하며 이 부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브 공동 3위(8개)에도 올랐다. 한일전 승리 후 “주전 세터로 일본에 처음 이겨봤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8일 세르비아와의 동메달결정전 뒤에 그는 “정말 다시없을 시간. 이 순간 이 멤버들과 함께해서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게 염혜선은 앞으로 웃을 날만을 고대하며 두 번째 올림픽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번 경기가 제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스크를 쓴 채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33)은 이 얘기를 꺼내는 동안 두 차례나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고교 2학년이던 2004년 이후 17년 동안 왼쪽 가슴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던 태극마크와 작별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속에서도 늘 여유를 잃는 법이 없었던 김연경은 이날 “머릿속이 하얗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카메라 앞에선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눈시울을 훔쳤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렸던 한국 여자배구(세계랭킹 11위)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세르비아(세계 6위)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0-3(18-25, 15-25, 15-25)으로 패했다. 시상대에 서진 못했지만 이번 대회 대표팀의 활약은 눈부셨다. 8강에서 세계랭킹 4위 터키를 무너뜨리는 이변을 쓰고 9년 만에 4강 무대에 올랐다. 한일전에서는 5세트 12-14를 뒤집는 대역전극도 썼다. “도쿄에 최대한 오래 남겠다”는 김연경의 각오대로 폐회식이 열리는 8일까지 경기를 치르며 여자배구는 한국 선수단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여자배구의 좋은 기운을 받아 좋은 경기를 했다”는 선수들도 많았다. 마지막 올림픽을 향한 김연경의 투혼도 빛났다. 3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나선 김연경은 이번 대회 득점(136점), 디그(83개) 전체 2위로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승리를 위해 뛰어서 때리고, 날려서 공을 건졌다. 주장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도 했다. 경기 뒤 김연경은 “충분히 웃을 자격이 있는 만큼 선수들에게 웃으라고 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결과다. (올림픽 4강에) 올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 내내 통증에 시달렸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함께해 온 이상화 트레이너는 “(테이핑을 붙였다 떼면서 생긴) 피멍 흔적보다 사실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을 감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평소 시즌 중에도 테이핑을 하는 일이 없는 선수라 놀라서 전화를 해봤더니 무릎이 흔들리는지 통증이 꽤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허벅지 위 피멍이 이슈가 되자 이를 가리려는 듯 다음 경기 오히려 더 테이핑을 길게 감고 나오기도 했다. 김연경은 귀국 뒤 상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어쩌겠어요 참고 뛰어야지”란 말로 스스로를 달랜 건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였다.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게 된 김연경은 “너무나도 많은 관심 속에서 올림픽을 치렀다. 여자배구를 알려 기분이 좋다. 정말 꿈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후배들이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란 말로 작별인사를 했다. 이날로 한국 팀과 계약이 종료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2)은 “김연경과 함께하면서 나는 그가 왜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지를 이해했다. 위대한 인물이자 리더로서 김연경이 가진 카리스마에 대한 기억을 안고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 나왔다. 한국 근대5종 간판스타 전웅태(26·광주시청)7일 일본 도쿄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총 1470점으로 영국의 조셉 충(1482점), 이집트의 아흐메드 엘젠디(1477점)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열린 올림픽 근대5종에서 한국 선수가 시상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2년 런던에서 정진화(32·LH) 등이 세웠던 11위다. 전웅태는 이틀 전 펜싱 랭킹라운드(35경기)에서 21승 14패(226점)로 9위를 했다. 이어서 이날 첫 경기로 열린 수영 200m(영법 관계없음)에서 1분 57초 23으로 316점을 기록했다. 펜싱 보너스라운드에서는 첫 경기에서 패하며 추가 점수를 챙기지 못했지만 승마에서 11점 감점된 289점을 따냈다. 세 종목에서 총합 831점으로 4위를 했다. 마지막 레이저런(육상과 사격이 결합된 종목)에서 뒤집기가 일어났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레이저런(11분2초50)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이 종목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전웅태는 첫 사격 5발에서부터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리며 메달권에 들었다. 한 때 2위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28초 먼저 출발한 충과의 거리는 좁히지 못했다. 엘젠디가 사격에서 예상 밖 선전을 하면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웅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수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서울체중에 입학 뒤 쟁쟁한 선수들을 만나면서 진로 고민도 커졌다. 중 1때 수영 선수로 소년 체전 출전이 무산되면서 펑펑 울기도 했다. 이후 근대5종 선생님의 눈에 띄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승마 훈련을 하다 낙마한 전웅태는 말발굽에 밟혀 왼팔 뼈가 부러졌다. 20㎝길이의 수술자국이 남아 있다. 이후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아 경기에서도 남자 개인 금메달을 따내는 등 국제대회를 휩쓴 전웅태는 2018년 당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면 국제근대5종경기연맹(UIPM)의 최고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곱상한 외모에 ‘근대5종의 아이돌’로 불리기도 한다. 메달을 걸고 취재진 앞에 선 전웅태는 “56년(실제로는 57년) 이루지 못한 한을 풀었다. 일본 하늘에 태극기가 올라가서 기쁘다”고 말했다. “내년에 아시아경기, 3년 뒤 파리올림픽 있으니까 파리에서는 동이 아니라 좀 더 발전하는 전웅태가 돼서 금, 은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근대5종을 알리고 싶다’는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했던 전웅태는 “아직 (한국에 돌아가지 않아서) 실감을 못하지만 앞으로도 더 많이 알릴 기회가 있으니까 기대해달라. 모르는 분이 많을수록 더 알릴 준비가 됐다. 나에게 많이 물어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근대5종 대표팀 주장 정진화는 전웅태에 이어 네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2년 런던 때부터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정진화는 마지막 레이저런을 2위로 출발하면서 입상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 시상대 위에 서진 못했다. 경기 뒤 한참 눈물을 쏟으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온 정진화는 “4등만 하지 말자 했는데 4등으로 들어와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웅태의 등을 보고 뛰어서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고 했다. “선배들이 닦아준 길을 누가 되지 않게 따라 뛰었고 내가 만든 길을 전웅태 선수가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줬다. 앞으로 근대5종 세계적인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11위)이 6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브라질(세계 2위)과의 준결승전에서 0-3(16-25, 16-25, 16-25)으로 완패했다. 브라질과의 역대 전적도 18승 46패가 됐다. 하지만 지난 며칠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한국 여자 배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5년 만의 동메달이 걸린 마지막 한 판이 남았다. 사상 첫 올림픽 결승을 노렸던 한국은 브라질과의 준결승에서 최상의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레프트 김연경(33) 박정아(28), 라이트 김희진(30), 세터 염혜선(30), 센터 양효진(32) 김수지(34), 리베로 오지영(33)을 선발 출전시켰다. 앞서 일본과의 조별 예선, 터키와의 8강전 극적인 승리를 가져왔던 그 라인업이었다. 브라질은 경기에 앞서 라이트 탄다라 카이셰타(33)가 도핑 위반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발 라인업에서 배제됐지만 큰 영향은 없어 보였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 챔피언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한국은 레프트 페르난다 호드리게스(35)에게만 5점을 내주며 1세트를 쉽게 내줬다. 2세트에서도 10-10까지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지만 쉽사리 리드를 가져오지 못했다. 주장 김연경도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블로킹 벽이 몰리면서 김연경은 1세트 3득점, 2세트 2득점으로 묶였다. 한국은 김희진 대신 이소영(27)을, 센터 김수지 대신 막내 박은진(22)을 교체 투입했지만 원했던 분위기 반전으로 연결할 수 없었다.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한국의 강점인 서브도 힘을 잃었다. 결국 1시간 22분 만에 경기를 마감했다. 김연경이 10득점, 박정아가 10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지만 브라질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했다. 반면 브라질은 호드리게스가 양 팀 최다인 17득점, 기마랑에스가 12득점으로 활약했다. 카이셰타를 대신해 나온 라이트 호자마리아 몬치벨레르(27)도 10득점했다. 브라질은 팀 블로킹 15개로 한국(3개)을 압도했다. 김연경은 경기 뒤 “크게 할 말은 없는 것 같다. 브라질이 범실 등을 하지 않아서 분위기를 가져오기 어려웠다”며 “수비 등에서 상대가 실력이 좋아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 같은 강팀과 경기를 하면서 수준의 차이를 느꼈다. 이런 경기를 아쉬워하기보단 상대에게 축하를 보내는 게 맞다”며 “터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승부욕이나 투지를 발휘하면서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세 차례 올림픽(1972년 뮌헨, 1976년 몬트리올, 2012년 런던) 준결승에서 모두 패했던 한국은 결승 진출을 다음으로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올림픽 메달 획득의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은 8일 오전 9시 세계 6위 세르비아와 동메달을 두고 다툰다. 세르비아는 미국과의 4강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자신의 올림픽 고별전을 앞둔 김연경은 “이제 진짜 물러설 곳이 없다. 마지막 경기만 남았다. 선수들 마음가짐도 꼭 이기고 싶을 것이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에서는 김연경의 터키 에즈자즈바시으 시절 팀 동료인 티야나 보슈코비치(24)가 주요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비록 패했지만 누리꾼들은 “세계 강팀을 맞아 선전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세에서 감동받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유미 KBS 해설위원은 “세계 최강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을 맞아 당당하게 잘 싸웠다. 오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한다면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11위)이 6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브라질(세계 2위)과의 준결승전에서 0-3(16-25, 16-25, 16-25)으로 완패했다. 브라질과의 역대 전적도 18승 46패가 됐다. 하지만 지난 며칠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한국 여자배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5년 만의 동메달이 걸린 마지막 한판이 남았다. 사상 첫 올림픽 결승을 노렸던 한국은 브라질과의 준결승에서 최상의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레프트 김연경(33), 박정아(28), 라이트 김희진(30), 세터 염혜선(30), 센터 양효진(32), 김수지(34), 리베로 오지영(33)을 선발 출전시켰다. 앞서 일본과의 조별 예선, 터키와의 8강전 극적인 승리를 가져왔던 그 라인업이었다. 브라질은 경기에 앞서 라이트 탄다라 카이세타(33)가 도핑 위반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발 라인업에서 배제됐지만 큰 영향을 없어 보였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 챔피언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한국은 레프트 페르난다 호드리게스(35)에게만 5점을 내주며 1세트를 쉽게 내줬다. 2세트에서도 10-10까지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지만 쉽사리 리드를 가져오지 못했다. 주장 김연경도 상대의 집중견제에 시달렸다. 블로킹 벽이 몰리면서 김연경은 1세트 3득점, 2세트 2득점으로 묶였다. 한국은 김희진 대신 이소영(27)을, 센터 김수지 대신 막내 박은진(22)을 교체 투입했지만 원했던 분위기 반전으로 연결될 수 없었다.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한국의 강점인 서브도 힘을 잃었다. 결국 1시간 22분 만에 경기를 마감했다. 김연경이 10득점, 박정아가 10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지만 브라질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했다. 반면 브라질은 호드리게스가 양 팀 최다인 17득점, 기마랑이스가 12득점으로 활약했다. 탄다라를 대신해 나온 라이트 호사마리아 몬티벨레(27)도 10득점했다. 브라질은 팀 블로킹 15개로 한국(3개)을 압도했다. 김연경은 경기 뒤 “크게 할 말은 없는 것 같다. 브라질이 범실 등을 하지 않아서 분위기를 가져오기 어려웠다”며 “수비 등에서 상대가 실력이 좋아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 같은 강팀과 경기를 하면서 수준의 차이를 느꼈다. 이런 경기를 아쉬워하기보단 상대에게 축하를 보내는 게 맞다”며 “터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승부욕이나 투지를 발휘하면서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세 차례 올림픽(1972년 뮌헨, 1976년 몬트리올, 2012년 런던) 준결승에서 모두 패했던 한국은 결승 진출을 다음으로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올림픽 메달 획득의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은 8일 오전 9시 세계 6위 세르비아와 동메달을 두고 다툰다. 세르비아는 미국과의 4강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자신의 올림픽 고별전을 앞둔 김연경은 “이제 진짜 물러설 곳이 없다. 마지막 경기만 남았다. 선수들 마음가짐도 꼭 이기고 싶을 것이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에서는 김연경의 터키 에즈자즈바시으 시절 팀 동료인 티아나 보스코비치(24)가 주요 경계대상으로 꼽힌다. 비록 패했지만 누리꾼들은 “세계 강팀을 맞아 선전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세에서 감동받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유미 KBS해설위원은 “세계 최강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을 맞아 당당하게 잘 싸웠다. 오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한다면 세르비아와의 동메달결전전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최고가 되려면 최고를 넘어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에 진출한 한국 여자 배구가 6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브라질과 준결승전을 펼친다. 과거 세 차례 올림픽 준결승(1972년 뮌헨, 1976년 몬트리올, 2012년 런던)에서 모두 패했던 한국은 첫 올림픽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2008 베이징, 2012 런던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은 이번 대회 유일하게 전승(6승) 행진 중인 최강이다. 세계 랭킹 11위 한국은 A조 예선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하는 등 세계 2위 브라질과 상대 전적에서 18승 45패로 열세다. 2019년 9월 월드컵에서 3-1로 이긴 뒤 최근 2연패다. 결승으로 가는 외나무다리 경기에서 다시 만난 각별한 ‘절친’도 있다. 양 팀의 주장인 한국 김연경(33)과 브라질 나탈리아 페레이라(32)다. 과거 터키 리그 페네르바흐체와 에즈자즈바시으에서 두 차례 김연경과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페레이라는 김연경이 인정하는 절친이다. 2018∼2019시즌 에즈자즈바시으 이적 뒤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연경은 이듬해 페레이라가 이적해 오면서 팀에 완전히 뿌리내리기도 했다. 앞서 김연경은 자신이 감독이 돼 ‘월드 베스트 7’을 뽑아 달라는 질문에 레프트 자리에 중국의 주팅(27)과 페레이라를 뽑기도 했다. “파워풀한 공격력에 리더십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나띠’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지난달 두 팀의 조별 예선 맞대결 뒤 두 선수의 우정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터키 리그에서 뛸 당시 한식을 먹으며 건배를 하는 등 함께 타지 생활의 힘겨움을 달랬던 두 선수는 지금도 채팅이나 전화 등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페레이라는 “김연경은 배구계에서 가장 친한 친구다. 나에게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고 언제나 최고일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4강 진출 팀 선수 중 득점 2위(115점), 디그 4위(세트당 평균 2.63개)로 공수에서 맹활약 중인 김연경과 달리 페레이라는 이번 대회 교체 선수로 주로 투입되고 있지만 주장으로서 팀의 무게 중심을 잡는 건 똑같다. 큰 무대 경험이 많은 만큼 승부처에 투입될 가능성도 높다. 2018∼2019시즌 브라질 미나스에서 뛰었던 페레이라는 당시 팀을 이끌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2)을 김연경에게 한국팀 사령탑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 밖에 브라질 주전 레프트 가브리엘라 기마랑이스(27), 센터 카로우 가타스(40) 등과도 미나스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4일 터키와의 8강전 승리 뒤 쏟아지는 축하 연락을 받은 김연경은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답하며 후회 없는 승부를 다짐했다. 기적 같은 4강 진출에 따라 한국배구연맹(KOVO)은 5일 여자 배구 대표팀에 기존 포상금 외에 추가로 1억 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애초 연맹은 금메달 5억 원, 은메달 3억 원, 동메달 2억 원, 4위 1억 원의 포상금 지급 계획을 세웠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청신호를 켰다. 김세희(25·BNK저축은행)는 5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 여자 펜싱 랭킹라운드 35경기에서 24승 11패(244점)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아니카 슐로이(독일·274점), 김선우(24)는 214점으로 14위다. 대표팀 동료 김선우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한 김세희는 초반 8연승으로 기세를 올렸다. 국제대회에서 잘해도 19~20승을 하는 김세희가 랭킹라운드에서 24승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세희는 경기 뒤 “이번 올림픽에서 내가 사고 칠 차례라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승수보다는 순간 상대만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출국 이틀 전 펜싱장갑에 구멍이 나면서 바꿔야 했던 김세희는 새 장갑에 ‘지금 이 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문구를 쓰고 경기에 나섰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OST ‘지금 이 순간’을 듣다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김세희는 6일 수영, 펜싱(보너스라운드), 승마, 레이저런(육상+사격)을 치르며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여자 최고 순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김선우가 세운 13위다. 김세희가 자신 있는 종목은 승마다. 남자 펜싱 랭킹라운드에서는 정진화가 23승 12패(238점)로 5위, 전웅태가 21승 14패(226점)로 9위를 했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최고가 되려면 최고를 넘어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에 진출한 한국 여자배구가 5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브라질과 준결승전을 펼친다. 과거 세 차례 올림픽 준결승(1972년 뮌헨, 1976년 몬트리올, 2012년 런던)에서 모두 패했던 한국은 사상 첫 올림픽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2008 베이징, 2012 런던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은 이번 대회 유일하게 전승(6승) 행진 중인 명실상부 최고 팀이다. 한국은 A조 예선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하는 등 브라질과 상대 전적에서 최근 2연패를 포함해 18승 45패로 열세다. 결승으로 가는 외나무다리 경기에서 다시 만난 각별한 ‘절친’도 있다. 양 팀의 주장인 한국 김연경(33)과 브라질 나탈리아 페레이라(32)다. 과거 터키리그 페네르바흐체와 에즈자즈바시으에서 두 차례 김연경과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페레이라는 김연경이 인정하는 절친이다. 2018~2019시즌 에즈자즈바시 이적 뒤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연경은 이듬해 페레이라가 이적해오면서 팀에 완전히 뿌리내리기도 했다. 앞서 김연경은 자신이 감독이 돼 ‘월드 베스트7’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레프트 자리에 중국의 주팅(27)과 페에리라를 뽑기도 했다. “파워풀한 공격력에 리더십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나띠’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지난달 두 팀의 조별예선 맞대결 뒤 두 선수의 우정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터키리그에서 뛸 당시 한식 등을 먹으며 함께 타지생활을 달랬던 두 선수는 지금도 채팅이나 전화 등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페레이라는 “김연경은 배구계에서 가장 친한 친구다. 나에게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고 언제나 최고일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4강 진출 팀 선수 중 득점 2위(115점), 디그 4위(세트 당 평균 2.63개)로 공수 맹활약 중인 김연경과 달리 페레이라는 이번 대회 교체 선수로 주로 투입되고 있지만 주장으로서 팀의 무게중심을 잡는 건 똑같다. 큰 무대 경험이 많은 만큼 승부처에 투입될 가능성도 높다. 공교롭게도 페레이라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대표팀 감독과 2018~2019시즌 브라질 미나스에서 생활한 바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브라질 주전 레프트 가브리엘라 기마레스(27), 센터 캐롤라인 가타즈(40) 등과도 미나스에서 호흡을 맞췄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치열한 승부가 전망된다. 4일 터키와의 8강전 승리 뒤 주변의 쏟아지는 축하 연락을 받은 김연경은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답하며 준결승전 후회 없는 승부를 다짐했다. 기적 같은 4강 진출에 따라 한국배구연맹(KOVO)은 5일 여자배구 대표팀에 기존 포상금 외에 추가로 1억 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애초 연맹은 금메달 5억 원, 은메달 3억 원, 동메달 2억 원, 4위 1억 원의 포상금 지급 계획을 세웠다. 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배구 여제’ 김연경(33)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가 9년 만에 올림픽 4강 무대에 올랐다. 한국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터키와의 8강전에서 3-2(17-25, 25-17, 28-26, 18-25, 15-13)로 승리했다.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4위)에 이어 9년 만에 다시 4강에 진출해 1976년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올림픽 메달의 희망을 이어갔다. 세계 랭킹 4위 터키는 13위 한국보다 한 수 위 전력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이날 전까지 2승 7패 열세로 2010년 세계선수권 승리 이후 6연패 중이었다. 한 해외 스포츠 베팅 사이트에서는 한국의 승리 배당률을 6배로 내걸며 승리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국의 평균 신장(약 182.3cm)도 터키(약 188.3cm)보다 6cm 낮다. 한국 여자 배구는 모든 불리함을 극복했다. 특히 마지막 5세트 5-7까지 뒤지고 있었던 한국은 10-10 동점 상황에서 센터 박은진(22)이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든 뒤 바로 넘어온 공을 레프트 김연경이 밀어 넣는 패턴으로 연속 득점하며 승기를 잡았다. 조별예선 도미니카공화국, 일본과의 경기에서 보여줬던 극적인 풀세트 승리를 재현했다. 터키 리그에서도 활약했던 김연경은 공격으로 직접 경기를 마무리하는 등 이날 양 팀 최다인 28득점(공격성공률 49.06%)을 기록했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레드카드(1실점)까지 불사하며 항의해 동료들의 동요를 막았다. 레프트 박정아(28)도 결정적 순간에 해결사로 나서며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16점)을 올렸다. 경기 뒤 한껏 쉰 목소리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온 김연경은 “런던 4강 때보다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이번 올림픽은 정말 자신 있게 많은 준비를 했다. 한 명의 배구인으로서 많은 분들에게 좋은 배구를 보여 드려 정말 좋다”고 말했다. ‘패배=탈락’인 이날 토너먼트 경기를 앞두고 평소 8시간 이상 충분히 자는 김연경은 전날 겨우 1시간 눈을 붙이며 밤새 잠을 설칠 만큼 긴장했다. 하지만 김연경의 마지막 말에서 메달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남은 두 경기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4강에서 절대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약속의 8회가 아닌 아쉬움의 8회였다. 아쉬운 베이스커버 하나가 뼈아픈 실점으로 이어지더니 결국 패배를 떠안게 됐다. 한국 팀의 1루 더그아웃에는 금메달 4개를 따낸 양궁 대표팀이 직접 사인해 전달한 응원 태극기가 걸려 있었지만 승전보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한국은 이제 패자부활전을 거쳐 다시 결승 진출을 노리게 됐다.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2-5로 패했다. 이날 전까지 올림픽 한일전 4전 전승 기록이 5경기 만에 깨졌다. 8회초까지 2-2 동점을 유지하던 한국은 8회말 1사 이후 야나기타 유키(33)에게 안타를 내주며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곤도 겐스케(28)에게 1루 땅볼을 유도했지만 투수 고우석(23)이 여유로운 타이밍에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하며 더블 플레이를 완성하지 못했다. 출루 뒤 2루 방향으로 향하던 곤도를 태그했지만 비디오 리플레이 결과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누상에 주자를 남겨 놨다. 이후 폭투로 곤도를 2루까지 보냈고 자동고의사구에 이어 볼넷이 나오면서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팽팽했던 동점 상황에서 일본 1번 타자 야마다 데쓰토(29)가 좌측 담장을 맞히는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치면서 일본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한국은 9회초 선두타자 오지환(31)이 볼넷으로 출루해 폭투로 2루까지 갔지만 후속 타자가 침묵하면서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1회초 이정후(23)의 2루타로 맞은 1사 2, 3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뼈아팠다. 4번 양의지(34), 5번 김현수(33)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선취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23)도 넘지 못했다. 1회 위기를 넘은 야마모토는 이날 5와 3분의 1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틀어막았다. 한국 선발 고영표(30)도 5이닝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선발 역할을 해냈다. 타석에서는 양의지가 4타석 4삼진으로 물러난 것이 아쉬웠다. 팀 안타 개수도 일본(9개)이 한국(7개)을 앞섰다.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니다. 패자부활전이 가미된 변형 녹아웃 시스템을 적용한 이번 대회 방식에 따라 한국은 이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패자부활전에서 3-1로 승리한 미국과 5일 오후 7시 패자 준결승전을 치른다. 미국에 이기면 7일 오후 7시 대망의 결승전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 금메달을 다툰다.요코하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 꿈을 아무도 깨우지 않았으면 한다.” 4일 터키와의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8강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따낸 뒤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42·이탈리아·사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리에 드러눕는 듯 양손을 머리 뒤로 갖다대며 “다른 팀 경기를 편하게 볼 여유가 생겼다. 친구랑 전화 좀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믹스트존 너머에서는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코치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도쿄 올림픽은 라바리니 감독에게도 꿈이 현실이 되는 무대다. 그는 이날도 “매일 매일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지도자가 되는 대부분의 감독과 달리 선수 경험이 없는 라바리니 감독은 16세에 이탈리아의 지역 유소년 클럽 감독을 도우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세밀한 분석과 전략을 인정받아 브라질의 명문 클럽 미나스를 맡기도 했던 라바리니 감독은 올림픽 지휘봉을 잡고 싶다는 마음에 2019년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한국 배구 첫 외국인 사령탑이었다. 현재 이탈리아 이고르 고르곤졸라 노바라 감독직도 맡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용병술이 빛났다. 라바리니 감독은 고참 센터 김수지(34) 대신 막내 박은진(22)을 마지막 5세트 선발로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박은진의 까다로운 서브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기대대로 박은진은 10-10에서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며 김연경의 연속 득점을 뒷받침했다. 상대 리시브를 맞고 튀어나온 공을 김연경이 두 차례 연속 그대로 밀어 넣었다. 경기 뒤 박은진은 “감독님이 손가락으로 사인을 주는 대로 서브를 때렸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할 수 있는 것을 믿고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가능성은 이미 우리 손에 쥐고 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금이 최고라고 하면 런던 올림픽 (함께 나갔던) 언니들한테 혼나기 때문에…. 죄송하지만 지금이 최고인 것 같아요.” 한국과 터키의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8강전이 열린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2시간 17분의 풀세트 혈투 끝에 3-2로 이겨 준결승 티켓을 따낸 주장 김연경(33)은 승리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원 팀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자기 경기 한다” 김연경은 “잠깐 들어오는 선수도 언제든지 자신이 들어와서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준비한다. 결국 그런 게 ‘원 팀’이 된 원동력”이라며 동료들을 향한 믿음을 나타냈다. 이날 경기에선 교체선수 포함 12명이 전원 코트에 투입돼 다 함께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도 ‘원 팀’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오늘 경기는 100점 만점에 5000점이다. 선수들이 집중을 잘했고, 그들의 의지가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팀워크를 세우기까진 쉽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된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김연경은 11년 만에 국내에 복귀했지만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대표팀 주전이던 쌍둥이 이재영, 이다영 자매(이상 25)는 ‘학교폭력’ 논란으로 코트를 떠났다. 4월 대표팀 소집 이후에는 연일 강행군이었다. 5,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16팀 중 15위에 그쳤다. 귀국 후 자가 격리를 거쳐 경남 하동군에서 코호트(동일 집단격리) 훈련을 했다. 4, 5월 결혼식을 올린 양효진(32), 표승주(29)는 신혼의 단꿈도 뒤로 미뤄야 했다. 선수들 모두 3, 4개월을 외부와 차단된 채 코트 위에서 배구공만 바라봐야 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무대 올림픽에 선다는 자부심이 선수들을 부채질했다. 특히 올림픽 고별 무대에 오르는 주장 김연경, 김수지(34), 양효진 등 베테랑들과 함께한다는 책임감도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어린 선수들은 경기마다 “언니들의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 원 톱 “김연경은 10억 중 단 하나의 스타”김연경은 코트 안에서 노련하게 ‘원 팀’을 이끌었다. 3세트 후반과 4세트 초반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오자 김연경은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레드카드를 받아 1점을 내주긴 했지만 동료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김연경은 “1세트부터 판정이 마음에 안 들었다. 상대 팀이 항의하면 꼭 다음에 (휘슬을) 불어줬다. 항의하면 반응을 보이는 심판이라 생각했다”며 “(3, 4세트) 그때는 우리도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후배들을 모았을 때 (심판) 욕도 하고 그랬다”고 웃었다. 여자 배구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터키리그에서 2011년부터 2020년(중국에서 뛴 2017~2018시즌 제외)까지 뛴 김연경의 노하우도 도움이 됐다. 이날 맞붙은 터키의 주장 에다 에르뎀(34), 멜리하 이스마일로을루(28) 등은 과거 터키 페네르바흐체에서 한솥밥을 먹은 옛 동료다. 에르뎀은 룸메이트이기도 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네덜란드 사령탑으로 한국을 8강에서 탈락시킨 조반니 귀데티 터키 감독에게 설욕도 성공했다. 과거 김연경에게 “(배구계의) 리오넬 메시 이상의 선수”라고 극찬했던 감독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리는 말하고 또 말했다. 김연경은 10억 중 단 1명이라고”란 글을 적었다. 물론 ‘원 톱’ 김연경이 있기에 ‘원 팀’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위대한 선수가 있고, 위대한 리더가 있는데 김연경은 둘 다다. 모든 선수들이 김연경을 믿고, 김연경은 선수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자리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배구를 주로 다루는 브라질의 한 매체는 “터키전에서 김연경이 이렇게 잘 하는 건 반칙 아니냐”며 놀라워했다. ‘배구의 신’ 김연경도 경기 뒤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이날 SNS에 공개한 영상 속에서 김연경은 경기장 한쪽에 앉아 물을 마시다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아따 죽겄다잉. 한 경기 한 경기가 피가 말린다잉.”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김연경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근대5종 대표팀 전웅태(26)는 3년 전 자신의 오른팔 안쪽에 고래, 왕관, 나침반, 닻이 조합된 이색 문신을 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전 새겼다고 한다. 전웅태는 “나침반으로 세계 최고가 되는 방향을 잡고 왕관을 쓴 뒤 닻을 내리고 고래처럼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전웅태에게 그 꿈을 현실로 만들 무대다. 2018년 국제근대5종경기연맹(UIPM)의 최고선수상을 받은 현 세계랭킹 4위는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올림픽 근대5종 남자 경기는 5일 펜싱 랭킹 라운드로 시작된다. 이어 7일 수영, 펜싱(보너스 라운드), 승마, 레이저런(사격과 육상이 결합) 경기를 치른다. 여러 종목을 연이어 하다 보니 전략도 시시때때로 변한다. 전웅태가 미리 세운 ‘금빛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수영으로 운동을 시작한 전웅태가 가장 고민인 종목은 펜싱이다. 참가자 36명이 전원 풀리그로 1분씩 에페 단판 승부를 펼치는데 전웅태는 그중에서 23, 24승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취약한 펜싱을 보완하기 위해 전웅태는 동갑내기이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펜싱 에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이자 도쿄에서는 에페 단체전 동메달을 딴 박상영(26)에게 많은 조언을 구한다. 수영의 경우 영법 관계없이 200m를 하는데 1분56, 57초를 목표로 세웠다. 올림픽의 경우 25m 길이의 레인을 활용하는데 턴이 많다 보니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승마의 경우 말을 랜덤으로 받아 가장 변수가 큰데 감점 없이 300점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대미를 장식하는 레이저런은 전웅태의 강점인 종목이다. 앞서 전웅태는 리우에서 레이저런 올림픽 신기록(11분2초50)을 세웠다. 육상 800m를 네 차례 반복하는데 평균 2분25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레이저런은 앞선 종목의 성적에 따라 1점당 1초 순차 출발을 하는데 어떤 스타일의 선수가 상위권에 있느냐에 따라 수시로 전략이 바뀐다. 생일이던 8월 1일 도쿄로 출국하면서 “생일선물 받으러 다녀오겠다”는 전웅태가 이제 출발선에 선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