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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톨릭 언론인들의 축제인 ‘시그니스(세계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세계총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시그니스 한국조직위원회는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가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15∼18일 ‘디지털 세상의 평화’를 주제로 개최된다”고 3일 밝혔다. 시그니스는 신문과 방송 등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신도 언론인 및 관계자 모임. 교황청 공인단체로 4년마다 세계총회가 열리는데, 한국에서 개최되는 건 처음이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이번 총회는 헬렌 오스먼 시그니스 월드 회장을 비롯해 30여 개국의 가톨릭 언론인 200여 명이 모인다. 가톨릭 역사상 첫 평신도 출신 교황청장관인 파올로 루피니 박사가 방한하고,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화상으로 참석한다. 국내 조직위원장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6월 별세한 방송인 송해(본명 송복희·사진) 씨 유족이 경제적으로 힘든 코미디언들을 돕기 위해 1억 원을 기부했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는 “3일 송해 선생의 유족이 발전기금으로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코미디지부 사무실에서 열린 행사에는 유족과 협회장인 코미디언 엄용수 씨 등이 참석했다. 고인은 생전에 협회 명예회장이었다. 기부금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코미디언들의 자녀 장학금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을 주름잡았던 2세대 걸그룹 멤버들이 솔로로 돌아왔다. 원더걸스 출신의 현아와 선예, 원더걸스와 같이 2007년 데뷔해 전성기를 누린 카라의 니콜이 새 앨범을 선보였다. 이들은 에스파, 있지, 블랙핑크, 최근 대세로 떠오른 뉴진스까지 4세대 걸그룹이 신보를 발표하는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색깔로 인기를 끌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건 ‘I‘m not cool’ 이후 1년 반 만에 여덟 번째 미니앨범 ‘나빌레라’를 발매한 현아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이 앨범은 현아의 데뷔 15주년 기념 음반으로, 타이틀곡 ‘나빌레라’를 비롯해 ‘Bad Dog’, 선우정아가 만든 ‘띵가띵가’ 등 5곡이 포함됐다. 나빌레라는 현아를 비롯해 그의 소속사 피네이션의 대표 싸이, 현아의 연인인 가수 던이 함께 가사를 썼다. ‘나빌레라’가 반복되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있는 라틴풍 댄스곡으로, 나비를 연상케 하는 춤과 어우러져 공개 직후 “현아스러운 곡이 나왔다”는 평을 받았다. 선예는 지난달 26일 솔로 앨범 ‘Genuine’을 공개했다. 데뷔한 지 15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솔로 앨범이자 2013년 결혼 후 원더걸스 활동을 잠정 중단한 지 9년 만의 새 앨범이다. 선예는 타이틀곡 ‘Just A Dancer’를 비롯해 ‘글래스 하트’ 등 4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선예는 “직접 프로듀싱하는 앨범은 처음이라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미처 다 따라갈 수 없던 미디어의 발전, 다양한 신조어, 처음 접하는 기술이 지난 10년의 공백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미디엄 템포의 댄스곡 ‘Just A Dancer’ 무대에서 절도 있는 춤과 라이브를 선보이자 “10년이 지나도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니콜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디지털 싱글 ‘YOU.F.O’는 2014년 첫 미니앨범 ‘First Romance’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니콜은 이번 노래에서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우주에 비유했다. 오마이걸의 ‘살짝 설렜어’와 ‘비밀정원’을 작곡 및 편곡한 한국계 미국인 작곡가 스티븐 리, 셀린 디옹과 웨스트라이프의 곡을 작곡한 세바스티안 토트가 참여해 주목받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초동 10만 장. 5년 전만 해도 K팝 걸그룹에는 높은 벽이었다. 초동은 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 2017년 트와이스가 스페셜 1집 ‘TWICEcoaster: LANE 2’로 초동 11만 장을 올려 걸그룹으로는 처음 10만 장을 넘기자 가요계는 반색했다. 2020년 블랙핑크가 ‘THE ALBUM’(68만 장)으로 초동 50만 장을 돌파하자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초동 30만 장을 넘긴 걸그룹에 블랙핑크, 레드벨벳, 아이즈원, 아이브, 트와이스까지 5개 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7월 8일 에스파가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Girls’가 초동 142만6000여 장(써클차트 기준)을 기록하며 걸그룹 최초로 초동 100만 장을 돌파하자 “꿈의 수치를 달성했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팬덤 결집력이 강한 보이그룹 중 초동 100만 장 기록을 가진 건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NCT DREAM,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으로 5개뿐이다. 에스파의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먼저 여성 팬덤 확장을 꼽을 수 있다. 남성 팬덤에 비해 여성 팬덤은 결집력이 강해 여성 팬덤이 두터울수록 높은 초동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에스파는 당찬 가사, 여전사 콘셉트로 여성 팬을 확보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에스파의 데뷔곡 ‘Black Mamba’를 비롯해 ‘Next Level’ ‘Savage’ 등에 SM 뮤직 퍼포먼스(SMP) 콘셉트를 강하게 적용했다. SMP는 어두운 멜로디, 사회비판적 가사, 강렬한 보컬이 특징으로 H.O.T., 동방신기, 엑소 등 보이그룹이 계보를 이어 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씨스타, 카라, 소녀시대 등 기존 걸그룹은 귀여움과 섹시함을 강조했다. 에스파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노래 제목부터 야만적이라는 뜻의 ‘Savage’를 발표했을 정도다. 에스파를 비롯한 있지(ITZY) 등 4세대 걸그룹은 걸크러시 콘셉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의 인기도 밀리언셀러 달성에 한몫했다. 에스파는 올해 북미 최대 대중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서면서 미국에서도 인지도를 쌓았다. 중국인 멤버 닝닝이 있어 중국에서 인기를 끌기에도 유리하다. 이번 앨범의 초동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최소 67만여 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동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은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엑소엠(EXO-M)을 꾸렸을 정도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 SM 가수에 대한 중국의 선호도가 굉장히 높고, 에스파도 그 덕을 봤다”고 말했다. 엑소, NCT 등을 통해 세계관을 강조해 온 SM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도 있다. 에스파는 SM 그룹 중에서도 세계관이 가장 강력하게 적용된 그룹으로 꼽힌다.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는 “에스파가 SM 전체 세계관인 SMCU(SM 컬처 유니버스)의 포문을 여는 걸그룹”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에스파는 현실 세계 멤버와 가상 세계 멤버가 디지털 세계에서 소통하고 성장한다는 세계관도 매력적이라는 반응이다. 김 평론가는 “음악뿐 아니라 게임, 노래, 춤, 독보적 세계관까지 모두 담긴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에스파의 앨범을 즐기는 팬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42만6000장. 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에스파의 두 번째 미니앨범 ‘Girls’가 달성한 초동 기록이다. 초동이란 발매 후 1주일간 음반 판매량(한터차트 기준). 남자 아이돌 그룹은 팬덤 결집력이 강해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세븐틴, NCT DREAM,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 5개 그룹이 초동 100만 장을 넘었다. 에스파가 K팝 걸그룹 최초로 초동 밀리언셀러를 달성한데에는 ‘화력’(시간 대비 공격량)이 강한 여성 팬덤을 확보했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커진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5년 전만 해도 걸그룹에게 초동 10만 장도 꿈의 수치였다. 2017년 트와이스가 스페셜 1집 ‘TWICEcoaster : LANE 2’로 초동 11만 장을 판매해 걸그룹 최초 초동 판매 10만장을 넘겼다. K팝 시장이 확대되면서 2020년 전후 데뷔한 4세대 걸그룹의 초동 기록은 높아졌으나 100만 장은 넘보지 못할 수치였다. 2020년 10월 블랙핑크가 ‘THE ALBUM’(68만 장)으로 걸그룹 최초 초동 50만 장 돌파 기록을 세웠다. 초동 30만 장을 넘긴 그룹은 블랙핑크, 레드벨벳, 아이즈원, 아이브, 트와이스 등 5개 뿐이었다. 에스파가 초동 밀리언셀러를 기록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여성 팬덤 확장이 꼽힌다. 남성 팬덤에 비해 여성 팬덤 결집력이 강해 여성 팬덤이 두터울수록 높은 초동에 유리하다. 에스파는 당찬 가사, 여전사 콘셉트로 여성 팬을 확보했다. 실제로 SM은 에스파의 데뷔곡 ‘Black Mamba’를 비롯해 ‘Next Level’, ‘Savage’ 등에 SMP(SM 뮤직 퍼포먼스) 콘셉트를 강하게 적용했다. SMP는 어두운 멜로디, 사회비판적 가사, 강렬한 보컬 등을 특징으로 해 HOT, 동방신기, 엑소 등 보이그룹이 계보를 이어 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씨스타, 카라, 소녀시대 등 기존 걸그룹은 귀여움과 섹시함을 강조했다. 에스파는 이와 다른 노선이다. 노래 제목부터 야만적이라는 뜻의 ‘Savage’다. 에스파를 비롯한 있지 등 4세대 걸그룹은 걸크러시 콘셉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에서의 인기도 밀리언셀러 달성에 한 몫 했다. 에스파에는 중국인 멤버 닝닝이 있어 중국에서의 인기를 끌기 유리한데다, 올해 북미 최대 대중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도 서면서 미국시장에서도 인지도를 쌓았다. 특히 중국에서 이번 앨범의 초동 판매량은 최소 67만 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초동의 절반 가량이 중국에서 팔려 나간 것.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은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엑소엠(EXO-M)’을 꾸렸을 정도로 중국 시장 진출에 노력해 왔다. SM 가수에 대한 중국의 선호도가 굉장히 높고, 에스파도 어느 정도 그 덕을 봤다”고 말했다. 엑소, NCT 등 그룹을 통해 세계관을 강조해 온 SM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도 있다. 에스파는 SM 내에서도 세계관이 가장 강력하게 적용된 그룹이다.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는 2에스파가 SM 전체 세계관인 SMCU(SM Culture Universe)의 포문을 여는 걸그룹이라고 소개했다. 에스파는 현실 세계 멤버와 가상세계 멤버가 디지털 세계에서 소통하고 성장한다는 세계관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라 게임, 노래, 춤, 독보적 세계관까지 다 담긴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에스파의 앨범을 소비하는 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최근 알프스 지역 빙하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영국 로이터통신이 최근 입수한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 지역의 최대 빙하인 모테라치 빙하의 경계선은 매일 5cm씩 후퇴 중이다. 올해 모테라치 빙하는 6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크기가 줄었다. 세계적인 빙하학자인 저자는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빙하의 위기를 알리고자 책을 썼다. 유년 시절부터 눈과 빙하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빙하 관련 수업이 가장 많기로 유명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리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빙하학 교수와 빙하학자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 빙하를 눈으로 관찰했다. 저자는 북극 스발바르 제도에서부터 유럽 알프스산맥, 아시아 히말라야산맥, 남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 남극 대륙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직접 둘러본 빙하에 대한 이야기와 그 여정을 담았다. 책은 스위스 알프스산맥에서 난생처음 빙하를 마주했던 저자의 스무 살 학부생 시절부터 풀어나간다. 수직에 가까운 비탈에 몸을 던져 가며 빙하를 채취하고,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독한 브랜디를 먹고 다리에 힘을 주는 연습을 한 여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10kg이 훌쩍 넘는 배낭을 메고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거나 얼음절벽과 바위산을 오르며 수십 km의 험난한 길을 가는 것 역시 빙하를 연구하는 저자의 일상이었다. 빙하 위기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당차게 도전한다. 그린란드에서 빙상 표면에 형성된 융빙수가 빙상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빙하의 구멍인 빙하 구혈을 찾아 헤맨다. 빙하가 녹으면 빙하에 있는 여러 성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빙하가 녹아 어디로 흘러가는지 루트를 파악해야 이로 인한 변화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종양 수술을 받고 8개월 뒤인 2019년 7월에는 페루의 코르디예라 블랑카의 빙하호로 간다. 빙하호에 독성을 야기하는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다. 몸을 사리지 않고 빙하를 연구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기후 위기를 한층 가까이에서 실감하게 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 ‘위플래쉬’(2014년)는 두 광인에 대한 이야기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손이 찢어질 때까지 연습하는 뉴욕 명문 음악학교 신입생 앤드루와 그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폭군 플레처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음악에 투신한 앤드루와 플레처는 위플래쉬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37)과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37)와도 닮았다. 하버드대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둘은 광기에 가까운 완벽주의로 함께 영화를 만들어왔다.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2009년)를 시작으로 위플래쉬와 ‘라라랜드’(2016년), ‘퍼스트맨’(2018년), 올해 말 개봉하는 ‘바빌론’까지 다섯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허위츠는 라라랜드로 골든글로브 음악상과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다음 달 11∼16일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허위츠는 특별 공연을 한다. 13일 제천비행장에 마련된 무대에 지휘자이자 피아노 연주자로 오르는 그는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빅밴드와 함께 그의 대표곡들을 연주한다. 올해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로, 방한을 앞둔 그를 28일 화상으로 만났다. “미국에서 크게 흥행하진 못한 위플래쉬가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했단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을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번 한국 공연이 세 번째인데, 어느 나라에서도 세 번이나 공연한 적은 없어요.” 셔젤도 대학 시절 허위츠와 ‘Chester French’라는 인디밴드 활동을 했을 정도로 음악 애호가다. 그렇기에 허위츠의 음악을 영화의 이야기만큼이나 중요시한다. “셔젤은 일은 물론이고 인간관계로도 가장 긴 인연을 맺어온, 제일 가까운 협력자예요. 18세에 학교에서 만나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했어요. 오랜 기간 같이 작업할 수 있는 비결은 타협점을 잘 찾는다는 거예요.” 이견이 있어도 둘 다 만족할 만한 세 번째 옵션을 찾는다고 했다. “셔젤은 영화음악이 장면 뒤에 깔리는 벽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장면에 맞추려고 음악을 찢었다 붙여서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셔젤은 음악에 맞춰 장면의 길이를 조절할 정도예요. 제 작업실 바로 옆이 그의 편집실이라 수시로 오가며 음악과 장면이 잘 맞는지 확인해요.” 허위츠는 가장 존경하는 영화음악가로 존 윌리엄스를 꼽았다. “좋은 영화음악은 세월이 흘러 음악을 들었을 때 영화의 장면을 곧바로 떠올리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ET’와 ‘스타워즈’ 시리즈, ‘쥬라기공원’, ‘인디아나 존스’ 등 윌리엄스가 작곡한 수많은 멜로디가 갖는 힘이죠. 그는 우리 시대의 베토벤이에요.” 신작 바빌론은 브래드 피트와 마고 로비가 주연으로, 1920년대 할리우드가 배경이다. “지금까지 작업한 그 어떤 영화보다 많은 곡을 썼어요. 1920년대가 배경이라 재즈를 예상하겠지만 하우스를 비롯한 컨템퍼러리 댄스 음악을 넣은 게 반전이 될 겁니다.” 라라랜드를 작업할 때 허위츠는 1900여 곡의 데모를 녹음했고, 작곡과 녹음에만 2년 반이 걸렸다. 완벽주의가 때론 그를 괴롭히지 않을까. 위플래쉬의 기저에 깔린 철학에 공감한다는 그는 “‘잘했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는 건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선 아주 해롭다”고 했다. “얼마 전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했어요. 왜 이렇게 일에만 매달리느냐고 하기에 ‘영어에 ‘굿잡(Good job)’보다 더 해로운 두 단어는 없다’는 위플래쉬 대사를 말해줬어요. 음악은 한번 만들면 영원히 박제돼요. 10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죠. 지금은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합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조용히 길을 걷다 보면 내가 아는 모든 게 사라져.’ 명랑한 비트에 찌르듯 날카로운 보컬이 얹힌 노래에선 상실감이 묻어난다. 20일 발매된 포스트펑크 밴드 넘넘(numnum)의 싱글 ‘월드 뮤직(World Music)’ 얘기다. 넘넘은 삐삐밴드 멤버로 유명한 이윤정(46)과 인디밴드 효도앤베이스로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이승혁(37)과 베이시스트 이재(28)가 만든 밴드다. 이들은 팬데믹이 불러온 사회적 소외감 등을 신곡에 녹여냈다.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세 사람을 만났다. 이윤정에게 넘넘은 삐삐밴드, EE에 이은 세 번째 밴드 활동이다. 그를 대중에 알린 삐삐밴드는 1995년 데뷔앨범 ‘문화혁명’으로 한국 음악신(scene)의 ‘문제적 밴드’란 평가를 받았다. 내지르는 창법으로 ‘안녕하세요. 오오 잘 가세요’ ‘딸기가 좋아’와 같은 단순한 가사를 반복하던 이윤정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넘넘의 출발선엔 삐삐밴드가 존재한다. 2015년 삐삐밴드 20주년 공연 무대에 이재가 베이시스트로 참여한 게 넘넘의 시작이었다. 이윤정은 “둘 다 엄청난 보물이라 같이 뭔가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았다. 각자의 매력이 강해 많이 싸우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들에겐 코로나19마저 창작의 원동력이었다. 팬데믹으로 예정됐던 해외공연이 무산됐다. ‘예측 불가능’의 불안감이 이들을 덮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안감은 싱글 ‘월드 뮤직’의 영감이 됐다. “코로나19로 공연을 못 하니 떡집 알바까지 해봤어요. 사람들과 만나 떠들면서 불안감이 해소되는 측면이 있는데 코로나로 오로지 혼자 해결해야 했죠. 그런 갑갑함 등을 음악에 담았어요.”(이재) 음악적 견해 차이로 삐삐밴드를 탈퇴한 뒤 잠시 미국으로 떠났던 이윤정은 솔로 앨범 ‘진화’를 들고 1997년 한국에 돌아왔다. 테크노가 생소하던 당시 전자음악으로 가득했던 그의 앨범은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넓힌 시도였다. 비주류의 음악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그는 또 한 번 미국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엔 K팝 관련 전시와 공연 기획에 도전한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음악은 차고 넘쳐요. 기존에 없는 새로운 제안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넘넘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음악도 있네?’라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걸로 돼요.”(이윤정)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조용히 길을 걷다 보면 내가 아는 모든 게 사라져. 무언가 거대한 빛 덩이라도 떨어지면돌아갈 수 있진 않을까.’ 명랑한 비트에 기계음이 섞인, 찌르는 듯 한 보컬이 얹혀진 노래에서는 상실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20일 발매한 포스트펑크 밴드 ‘넘넘(numnum)’의 싱글 ‘월드 뮤직’(World Music) 얘기다. 넘넘 멤버는 3명. 삐삐밴드 출신인 보컬 이윤정(46), 인디밴드 효도앤베이스로도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이승혁(37)과 베이시스트 이재(28)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소외감을 노래에 담았다. 지난해 낸 앨범 ‘NEWS’의 수록곡 ‘말이 먼저 나는 새’를 통해 불확실한 것들을 공유하기에 급급한 현대인들을 풍자한데 이어 이번 음악 역시 그들만의 실험적 음악세계에 사회 풍자적 메시지를 담았다. ●팬데믹이 가져온 소외감 담은 싱글 ‘월드 뮤직’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넘넘은 “코로나 19로 해외 공연이 무산되면서 이들을 덮친 ‘예측 불가능’에 대한 불안감이 월드 뮤직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패션브랜드 반스가 해마다 여는 뮤지션 발굴 프로그램 ‘반스 뮤지션 원티드’에서 2020년 최종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들은 그 영광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반스 뮤지션 원티드에서 1등을 하면서 반스 글로벌 뮤직 홍보대사인 앤더슨 팩과 함께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졌죠.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공연도 계획돼있었는데 전부 코로나 19로 취소됐어요. 점점 포기하게 되고 소외됐다고 느끼고. 다들 지쳐가는 걸 보고 그 감정을 음악으로 만들어보자고 했어요.”(이윤정) 뮤직비디오에도 코로나 19가 준 불안감을 상징적으로 담았다. 세 멤버의 아바타(가상현실 캐릭터)가 큰 얼굴, 마른 팔과 다리의 기형적인 모습으로 등장해 하늘에서 떨어지고 허공을 헤집는 모습은 기괴하다. 뮤직비디오 연출은 이윤정의 남편이자 설치미술가 이현준이 맡았다. “세 아바타 모두 본인의 상황을 컨트롤할 수 없는 모습이에요. 저는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고, 이재는 누군가에게 급히 전화를 해요. 승혁이도 손목이 돌아가면서 바닥에 주저 앉아버려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자살을 표현한 것이고, 이재가 전화를 하는 건 위기의 상황에서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죠.” (이윤정)●“대중성은 환상” 세상에 없는 음악 만드는 넘넘 “장르도 없고 아무 계획도 없어요.” 이윤정은 넘넘의 색깔을 이렇게 표현했다. 세 사람은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의 아이디어가 영감이 된다. 사실 이런 방식은, 1995년 삐삐밴드로 시작해 남편과 결성한 밴드 EE와 넘넘까지 27년 간 음악을 해온 이윤정에게도 생소하다. “원래는 제가 주제를 잡고 주제에 맞는 비트와 음악을 만들어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면, 이 친구들은 사운드 소스를 계속 던지면서 ‘이거 어때요?’라고 제안해요. 삐삐밴드에선 오빠들이 워낙 연주를 잘하니 그 틀에 맞춰 연주를 잘 하는 게 중요했는데 이 친구들과 있으면 즉흥적이 돼요. 예를 들어, 혁이가 무대 위에서 갑자기 절 쳐다보며 씩 웃으며 원래와 다르게 연주하면 저도 아무 가사나 읊어요.”(이윤정) “앞으로 어떤 걸 하자고 계획하기보다 그 때 그 때 꽂혀 있는 것을 공유해요. 셋이 회의를 하면서 계획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하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메시지가 담기죠.”(이재) 월드 뮤직을 마지막으로 넘넘과 현재 소속사 EMA의 계약은 종료된다. 이윤정은 조만간 미국으로 떠난다. 그간 음악을 비롯해 무대연출, 미술전시 등 다방면에서 종횡무진 했듯, K팝 관련 팝업 전시와 공연 기획, 상품 제작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승혁과 이재는 효도앤베이스 2집 앨범 발매 준비에 당분간 매진한다. “넘넘의 해체냐”는 질문에 “마지막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중성보다 하고 싶은 음악에 순수한 열정을 다하는 넘넘의 활동은 계속된다는 뜻이다. “평균 월급, 평균 키. 이런 걸 신경 쓰면서 살면 너무 힘들잖아요. 평균이나 대중성이라는 것이 환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소수의 취향이 없지 않으니까. 전 ‘내가 좋으면 사람들도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음악을 해요. 그게 소수일지 대중일지는 제가 예상할 수 없죠. 정답은 제가 좋은 음악을 하는 것, 그 뿐이에요.”(이재) “넘넘은 가수라는 직업의 목적의식으로 돈을 벌자고 시작한 게 아니에요.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 된 거죠. 사람들이 좋아할, 대중적인 음악은 차고 넘쳐요. 기존에 없는 새로운 제안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넘넘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음악도 있네?’라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요.”(이윤정)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피겨 여왕’ 김연아(32)가 10월에 결혼한다. 상대는 남성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 멤버로 활동 중인 성악가 고우림(27)이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는 “김연아가 10월 하순 서울 모처에서 성악가 고우림과 화촉을 밝힌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날 고우림의 소속사 비트인터렉티브도 “고우림에게 기쁜 소식이 있어 말씀드린다”며 둘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고우림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은 분들이 놀라셨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된다”며 “귀한 인연을 만나 올해 10월 중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는 자필 편지 글을 공식 팬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양측 모두 결혼식은 가까운 친척과 지인들만 초대해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연아는 2014년 팬 미팅 자리에서 “10년 뒤면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 살이다. (그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너무 늦은 게 아닐까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둘은 2018년 올댓스케이트 아이스쇼에 포레스텔라가 초청 가수로 출연하면서 처음 만났다. 당초 아이스쇼 주최 측은 다른 가수를 초청하려 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포레스텔라가 대신 무대에 서게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아는 당시 이 쇼에 특별출연해 피겨 연기를 했다. 이때의 만남을 계기로 둘은 3년여간 교제해 왔다. 김연아와 고우림은 음악 취향이 비슷해 비교적 빨리 가까워지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고우림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있다. 남성 4중창 단원을 뽑는 TV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2’에 출연해 우승했다. 아버지는 대구평화교회 목사다. 고우림 팬들 사이에선 김연아와 사귀는 것 같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고우림은 2020년 5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려견 ‘연우’ 사진을 올린 적이 있는데 이를 두고 고우림 팬들 사이에서는 반려견 이름이 김연아의 ‘연’과 고우림의 ‘우’를 딴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돌았다. 김연아는 고등학생 때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성격과 외모가 남자다운 사람”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스무 살 때인 2010년 출간한 자서전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선 “너무 강한 척하는 남자는 별로다. ‘나는 남자니깐 이래야 돼’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보다는 남자라도 힘든 일이 있으면 나한테 기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자기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좋다”고 했다. 이후로도 김연아는 이상형을 언급할 때마다 ‘솔직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김연아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언론들도 이를 속보로 전하면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TV아사히와 닛칸스포츠, 야후저팬 등 일본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피겨 여왕 김연아가 5세 연하의 성악가와 10월에 결혼한다’고 일제히 전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 김연아는 일본 여자 피겨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淺田眞央·32)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 경쟁을 벌이면서 일본 팬들에게서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연아가 금메달을, 아사다가 은메달을 땄다. 김연아는 은메달을 목에 건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이후 현역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그 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았고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 활동 중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피겨 여왕’ 김연아(32)가 10월에 결혼한다. 상대는 남성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 멤버로 활동 중인 성악가 고우림(27)이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는 “김연아가 10월 하순 서울 모처에서 성악가 고우림과 화촉을 밝힌다”고 25일 발표했다. 고우림의 소속사 비트인터렉티브도 둘의 결혼 소식을 이날 알렸다. 결혼식은 가까운 친척과 지인들만 초대해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연아는 2014년 팬 미팅 자리에서 “10년 뒤면 서른다섯 살이다. (그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너무 늦은 게 아닐까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연아와 고우림은 2018년 올댓스케이트 아이스쇼에 포레스텔라가 초청가수로 출연하면서 처음 만났다. 김연아는 당시 이 쇼에 특별출연해 피겨 연기를 했다. 이때의 만남을 계기로 둘은 3년간 교제했고 결혼까지 발표하게 됐다. 둘은 특히 음악 취향이 비슷해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고우림은 같은 대학 대학원에 성악을 공부하고 있다. 남성 4중창 단원을 뽑는 TV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2’에 출연해 우승했다. 대구평화교회 고경수 목사가 아버지다. 고우림은 아직 군 복무를 마치지 않았는데 소속사는 “군 복무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고우림의 팬들 사이에서는 김연아와의 연애설이 돌기도 했다. 고우림은 2020년 5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려견 ‘연우’ 사진을 올린 적이 있는데 이들 두고 고우림 팬들은 반려견 이름이 김연아의 ‘연’과 고우림의 ‘우’를 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김연아는 여러 남성 가수와 배우, 스포츠 스타들로부터 이상형으로 꼽힌 적이 있다. 김연아는 고등학생 때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성격과 외모가 남자다운 사람”이라고 밝혔다. 2010년 출판된 자신의 자서전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는 “너무 강한 척 하는 남자는 별로다. ‘나는 남자니깐 이래야 돼’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보다는 남자라도 힘든 일 이 있으면 나한테 기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자기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좋다”고 적었다. 이후로도 김연아는 줄곧 ‘솔직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이상형 1순위 요소로 꼽았다. 김연아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언론들도 이를 속보로 전하면서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25일 TV아사히와 닛칸스포츠, 야후재팬 등은 ‘한국의 피겨 여왕 김연아가 5세 연하의 성악가와 10월에 결혼한다’ 내용을 한국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인 김연아는 일본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32)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경쟁을 하면서 특히 일본 팬들에게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연아가 금메달을, 아다사가 은메달을 땄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 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대회의 성공적 개최에 기여했다.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인 김연아는 다양한 기부활동도 펼치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네이버웹툰의 웹툰 ‘로어 올림푸스’가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아이즈너상을 받았다. 24일(현지 시간) 아이즈너상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샌디에이고 코믹콘 인터내셔널’(CCI)은 홈페이지를 통해 베스트 웹코믹 부문 수상작으로 레이철 스마이스 작가의 ‘로어 올림푸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부문에서 세로로 내리며 읽는 웹툰 작품이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즈너상은 미국 만화시장 선구자인 윌 아이즈너의 이름을 따 1988년 제정됐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로맨스 판타지물인 ‘로어 올림푸스’는 아마추어 웹툰 플랫폼 캔버스에서 먼저 인기를 끈 뒤 2018년부터 네이버웹툰 ‘웹툰’ 영어 페이지에 연재됐다. 누적 조회수는 12억 회를 넘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독특한 색채로 나비를 표현해 온 ‘나비 작가’ 김현정의 작품을 다음달 3일까지 서울 마포구 AK&홍대 3층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류 작가전-HEY! NFT’에서 만날 수 있다. AK플라자와 아이랩미디어가 협업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대체불가토큰(NFT) 아트 전시와 구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오프라인 마켓이다. 김 작가를 비롯해 지난해 배우 겸 화가 윤송아의 낙타 시리즈, 황정빈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 작가는 상명대 대학원에서 조형예술디자인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서울, 파리, 뉴욕, 베이징, 동경, 홍콩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지하철역 계단을 걸으면 한 명 당 10원이 기부되는 ‘나비계단’을 설치하는데도 함께 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일 서울 서초구 한강 세빛섬 한복판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카메라가 향한 곳은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나오는 강도단의 모습을 재현한 강도상. 하회탈을 쓰고 붉은색 점프슈트를 입은 5m 높이의 강도상은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듯했다. 강도상 위에 올라가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거나, 함께 온 친구와 강도상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같은 날 서울 한강 잠수교에서는 강도단 20여 명이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선보이며 진행한 ‘4조 km 러닝 챌린지’의 참가자들. 넷플릭스는 미션을 신청한 뒤 4km 완주를 인증한 참가자 600명에게 강도단이 입고 나오는 빨간색 점프슈트를 증정했다. #15일 오후 2시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 틈’ 1층은 평일 낮인데도 CJ ENM 나영석 PD의 tvN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의 팝업 전시를 찾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직원과 함께 “뿅뿅 지구오락실!”을 외친 방문객들은 입구에 설치된 커튼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프로그램 시즌1 촬영지였던 태국의 느낌이 나도록 곳곳에는 태국어가 쓰인 표지판이 놓여 있었다. 구석에 마련된 하와이안 셔츠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고등학생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빴다. 출구 앞에선 꽃무늬 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방문객들과 게임을 진행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졌다’, 지면 ‘이겼다’고 반대로 외치는 ‘청개구리 게임’ 코너에선 MZ세대인 아들과 함께 찾은 한 60대 여성이 “어머, 이런 게임 이겨 본 건 처음이야”라며 환호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를 비롯해 토종 OTT, 방송사가 잇달아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영화관에 작품 속 배경을 구현한 공간을 마련하거나 주인공 마네킹을 설치한 포토존을 마련하는 등 영화 홍보 차원에서 주로 했던 체험형 마케팅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콘텐츠 주 소비층인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있다.○ 전철역에서 ‘오겜월드’, 검은돈 찾아 ‘방탈출 게임’체험형 마케팅에 불을 지핀 곳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킹덤’ ‘승리호’ ‘오징어게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까지 오리지널 작품들 위주로 기발한 행사를 진행했다. 넷플릭스의 체험형 마케팅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9년 6월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3’ 공개에 앞서 서울 마포구에 마련한 팝업존이었다. 팝업존은 드라마 배경인 1985년 호킨스 마을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집 내외부의 인테리어,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한 아케이드 게임 체험 공간 등으로 꾸몄다. 이에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팬들의 ‘덕지순례’(덕질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는 곳) 장소가 됐고, 1주일 만에 방문자 1만 명을 돌파했다. 가장 큰 규모의 체험형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던 건 지난해 9월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일대에서 열린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마케팅이다. 이태원역 지하 4층에는 드라마에 등장한 게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겜월드’를 조성했다. 오겜월드의 여러 골목놀이 중 가장 재밌었던 것을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 ‘#라떼최애골목놀이’를 달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게 했는데 인스타그램에만 1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토종 OTT들도 공격적으로 체험형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신생 OTT들이 본격적으로 대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체험형 마케팅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웨이브는 올해 초 오리지널 드라마 ‘트레이서’ 시즌2 시작에 앞서 서울 마포구에서 방탈출 체험존을 운영했다. 드라마는 국세청 조세5국 직원들이 재벌그룹의 검은돈을 쫓는 과정을 그린다. 방문자들은 조세5국 신입사원이 돼 8683억 원을 탈세한 PQ건설 양 회장의 숨겨진 돈을 찾는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 방문객들이 입장 전 입사지원서를 작성한 뒤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입장하거나, 드라마에 등장했던 소품을 그대로 방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등 디테일한 설정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티빙은 ‘유미의 세포들’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초대형 이성세포 인형을 설치하고, 인증샷을 올린 사람들에게 세포 캐릭터 스티커를 나눠줬다. ○ ‘인증과 공유’ 문화 파고들어 팬덤 확보콘텐츠 기업들이 체험형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그 배경엔 방송 초반 입소문이 나는 데 주요 역할을 하는 MZ세대의 ‘인증과 공유’ 놀이문화가 있다. SNS에서 ‘힙’한 것이라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서라도 체험하고, SNS에 공유하는 ‘경험의 소비’는 MZ세대의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즉, 방송 초반 흥행을 견인할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방편으로 체험형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게 된 것. 김지연 티빙 콘텐츠마케팅팀장은 “체험형 마케팅을 기획할 때 SNS 활용도가 높은 MZ세대가 해당 체험을 타인에게 적극 전파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며 “기존에 접한 적 없는 신선한 아이디어이거나, ‘이것을 봤다’ 혹은 ‘해냈다’고 본인의 경험을 자랑하고 싶은 콘텐츠일수록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고 말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SNS상의 확산은 OTT 구독자 증가로 이어진다. OTT의 주 수입원이 월 구독료이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입소문을 내고 구독자를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 OTT는 TV에서 채널을 돌리다가 재밌어 보이는 드라마를 고르던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시청하기 때문에 구독자 확보 경쟁이 훨씬 치열해진 것. 정예지 웨이브 마케팅기획팀장은 “OTT의 종류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관심이 가는 작품에 따라 OTT를 갈아탄다. 구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해당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속 공급하면서 동시에 콘텐츠에 관심을 갖도록 오프라인에서 몸으로 부딪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콘텐츠의 세계관에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OTT ‘팬덤’이 형성되는 효과를 목표로 한다. 콘텐츠의 콘셉트에 잘 맞아떨어지는 놀이 등을 제공하는 일종의 ‘팬 서비스’를 통해 ‘이 OTT라면 믿고 본다’는 신뢰를 심어 주는 것이다. 한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면 그 브랜드가 생산하는 상품은 무조건 신뢰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 넷플릭스 관계자는 “단순히 개별 콘텐츠의 시청률만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의 작품에 대한 경험 자체를 확장시켜 플랫폼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넷플릭스가 타 플랫폼에서 보기 드문 장르들을 선보이며 ‘넷플릭스스러운 콘텐츠’라는 말이 생겨났듯, 체험형 마케팅 역시 ‘넷플릭스다운 캠페인이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과몰입하게 만드는 세계관 구현해야 사람들은 단순히 큰 규모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콘텐츠의 세계관을 실제 존재하는 물건 등으로 구현해 ‘과몰입’할 수 있을 때 흥미를 느낀다. 2020년 서울 종로구 송원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전시 ‘넷플릭스 킹덤 피로 물든 역사전’은 좀비들과의 전투에 쓰인 무기부터 피로 물든 중전의 의복, 세계에 단 하나 남은 생사초 등을 전시했다. 세자 이창이 좀비들과 어떻게 전투했는지를 그린 상세한 설명도 함께 선보였다. 전시를 관람했던 김경아 씨(31)는 “전시품 설명에서 ‘이것은 어떤 배우가 어떤 장면에서 썼던 소품’이라고 적지 않고, 드라마 속 인물이 실제 역사 속 인물이라는 콘셉트를 유지해 킹덤에서 벌어진 일이 진짜 역사인 것 같은 몰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마케팅을 기획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사람들은 온·오프라인 체험이 상호 연계될 때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티빙이 지난해 12월 진행한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이 대표적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등에 실제 병원 홍보물처럼 제작된 박 원장의 내과 광고판을 설치했다. 사람들이 호응한 지점은 광고판에 적힌 병원 번호로 전화를 걸었을 때 ARS로 병원 안내 음성이 나오고, 병원 예약 문자까지 보내준 것. 김지연 팀장은 “전화를 걸었을 때 드라마에 출연한 차정화 배우 목소리가 나온다. 차 배우가 생각지도 못한 전화를 받아 당황해서 말을 잃는 사람들의 심리까지 반영해 멘트를 녹음했다”며 “하루에 1만 건씩 전화가 쏟아질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8월 공개되는 신하균 주연의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트콤 ‘유니콘’도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체험형 마케팅을 기획 중이다. 온라인에서는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스타트업 ‘맥콤’의 홈페이지를 열어 공채를 진행하고, 지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적성검사를 해 합격한 사람들에게는 맥콤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 등 ‘입사 키트’를 보낼 예정이다. 오프라인에서는 경기 성남시 판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등 스타트업이 밀집된 장소에서 맥콤 공채 설명을 담은 전단을 뿌릴 계획이다. 조규동 쿠팡플레이 마케팅 디렉터는 “온라인 공채가 떴던 ‘이상한’ 회사의 직원들을 출근길에서 마주친다고 상상해 보라”며 “온·오프라인이 연결되는 데서 오는 예측 불가능하고 기발한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미국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73)에게 밤은 특별한 시간이다. 그는 스스로를 야행성 인간이라 정의한다. 5월 발매된 그의 16번째 솔로 앨범 ‘Night’에는 모두 잠든 밤부터 동이 틀 무렵까지 그가 느낀 감상을 담았다. 그는 앨범 설명에 ‘밤에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놀라움이 있다’고 적었다. 2019년 ‘Restless Wind’를 발매한 뒤 3년 만에 신보로 돌아온 그를 최근 e메일로 인터뷰했다. 1972년 ‘Ballad and Blues’로 데뷔한 그는 계절과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곡들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82년 발매된 ‘Winter into spring’과 ‘December’는 각각 100만 장, 300만 장이 팔렸다. ‘Forest’(1994년)로 그래미상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상을 수상했다. 새 앨범의 첫 곡 ‘Beverly’부터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포근하고 투명한 멜로디가 흐른다. 이번 앨범엔 그가 작곡한 네 곡과, 기존 곡을 재해석한 여덟 곡까지 총 12곡이 담겼다. “이 앨범은 자정부터 오전 6∼7시까지의 기분을 그렸어요. 삶과 존재에 대한 애정, 그리고 지금 여기 있음에 감사함을 그린 앨범이기도 하죠.” 밤이 그에게 각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밤에는 “말로는 형용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지만 음악으로는 표현이 가능한 깊은 감정이 떠오른다”고 했다. “밤이라는 환경을 너무도 좋아해요. 미묘하게 다른, 다양한 색깔의 어둠이 좋거든요. 밤이라는 시간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세상의 어떤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을뿐더러 오롯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동차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밤의 동물 소리, 새들의 소리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Night에는 윈스턴이 1990년대 말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5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노래들이 들어가 있다. 그가 작업한 곡 중 Night라는 앨범 콘셉트에 어울리는 곡들을 모았다. “1991년 이후 만든 앨범들은 모두 제작하는 데 수년이 걸렸고, 10년 이상 걸린 앨범도 여러 장 있습니다. 이번 앨범은 가장 오래 걸렸어요. 24년 정도 걸렸죠. 모든 수록 곡이 저에게는 밤을 연상시켜, 들을 때 자정부터 동이 틀 무렵까지의 순서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도록 오랫동안 작업했어요. 트랙리스트도 그렇게 짰고요.” 자연과 계절의 변화에서 영감을 받는 윈스턴은 운전을 즐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보다 더 많이 미국을 운전해서 돌아다녀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드라이브를 하며 서서히 바뀌는 각 계절의 풍경을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지형의 점진적인 변화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종종 그런 것들이 영감이 돼 음악으로 나오죠.” 요즘 즐겨 듣는 음악도 밝혔다. “뉴올리언스의 피아니스트인 프로페서 롱헤어와 헨리 버틀러, 남인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L 수브라마니암의 노래를 들어요. 더 즐기는 건 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듣는 거고요.”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윈스턴. 50년의 세월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피부암과 갑상샘암, 골수 이형성 증후군이 그를 덮쳤다. 윈스턴은 병원에 입원해서도 강당에서 피아노 연습을 했고, 환우들을 위한 공연도 세 차례 열었다. 음악으로 자신과 타인을 치유한다. “살아있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사실 (50주년이) 그렇게 긴 시간처럼 느껴지지도 않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피아노 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미국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73)에게 밤은 특별한 시간이다. 그는 스스로를 야행성 인간이라 정의한다. 5월 발매된 그의 16번째 솔로 앨범 ‘Night’에는 모두 잠든 밤부터 동이 틀 무렵까지 그가 느낀 감상을 담았다. 그는 앨범 설명에 ‘밤에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놀라움이 있다’고 적었다. 2019년 ‘Restless Wind’를 발매한 뒤 3년 만에 신보로 돌아온 그를 최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공연도 하고 스튜디오 녹음 작업도 하며 지냈어요. 요즘엔 큰 의도 없이 연주하고 싶은 곡들을 녹음하곤 합니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야 느낌이 오는 곡들이 있고, 또 어떤 곡들은 아예 앨범 프로젝트에 쓰이지 않기도 하죠. 코로나 19 동안엔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음악 에세이에 시간을 많이 쏟았고, 저와 타 아티스트들의 차기 발매작에 대한 노트를 적기도 했어요.” 1972년 ‘Ballad and Blues’로 데뷔한 그는 계절과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서정적인 곡들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82년 발매된 ‘Winter into spring’과 ‘December’는 각각 100만 장, 300만 장이 팔렸다. ‘Forest’(1994년)로 그래미상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상을 수상했다. 첫 곡 ‘Beverly’부터 ‘Kai Forest’, ‘At Midnight’, ‘Dawn’까지 그가 작곡한 4곡의 투명하고 포근한 멜로디를 들으면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이번 앨범엔 그가 작곡한 네 곡과, 기존 곡을 재해석한 곡 8곡 등 총 12곡이 담겼다. “이 앨범은 자정부터 오전 6~7시까지의 기분을 그렸어요. 삶과 존재에 대한 애정, 그리고 지금 여기 있음에 감사함을 그린 앨범이기도 하죠.” 밤이 그에게 각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밤이 찾아오면 “말로는 형용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지만 가끔 음악으로는 표현이 가능한 깊은 감정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밤이라는 환경을 너무도 좋아해요. 미묘하게 다른, 다양한 색깔의 어두움이 좋거든요. 밤이라는 시간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제 자신을 제외한 이 세상의 어떤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을뿐더러 오롯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자동차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밤의 동물 소리, 새들의 소리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Night에는 윈스턴이 1990년대 말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5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노래들이 들어갔다. 그가 작업한 곡들 중 Night라는 앨범 콘셉트에 어울리는 곡들을 모았다. 존 크레거가 작곡해 윈스턴에게 1974년 준 곡 ‘Blues for Richard Folsom’는 그가 1997년 녹음을 마친 곡이다. “1991년 이후로 만들어진 앨범들 모두 제작하는데 수년이 걸렸고, 심지어 10년 이상이 걸린 앨범도 여러 개 있습니다. 그 중 이번 앨범은 완성하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약 24년 정도 걸렸죠. 모든 수록곡들이 저에게는 밤을 연상시키는 곡들이라 들을 때 자정부터 동이 틀 때까지의 순서대로 느낌이 들도록 오랫동안 작업했어요. 트랙리스트 순서도 그렇게 짰고요. 격리 중이라 시간을 더 쏟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연과 계절의 변화에서 영감을 받는 윈스턴은 운전을 즐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보다 더 많이 미국을 운전해서 돌아다녀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드라이브를 하며 서서히 바뀌는 각 계절의 풍경을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지형들의 그런 점진적인 변화가 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종종 그런 것들이 영감이 되어 음악으로 나오기도 해요.“ 그는 요즘 즐겨 듣는 음악도 공유했다. ”뉴올리언스의 피아니스트인 프로페서 롱헤어와 헨리 버틀러, 남인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L.수브라마니암의 노래들을 들어요. 그런데 사실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들으려 하죠.“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윈스턴. 50년의 세월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피부암과 갑상선암, 골수 이형성 증후군이 그를 덮쳤다. 윈스턴은 병원에 입원해서도 강당에서 피아노를 연습했고, 환우들을 위한 공연도 세 차례 열었다. 음악으로 자신과 타인을 치유하는 음악가다. ”살아있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사실 (50주년이) 그렇게 긴 시간처럼 느껴지지도 않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피아노 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7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합주실 ‘애비로드’에선 비틀스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자!”라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A Hard Day‘s Night’로 시작된 합주는 비틀스가 완전체로 선보인 마지막 라이브 공연 ‘루프톱 콘서트’의 연주곡으로 유명한 ‘Don’t Let Me Down’, 조지 해리슨의 기타 리프(Riff·강렬한 멜로디 패턴)가 관객을 압도하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까지 휘몰아쳤다. 합주실에서 호흡을 맞춘 이들은 비틀스 트리뷰트(헌정) 밴드 ‘디 애플스’. 멤버는 폴 매카트니 역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방송인 표진인(55)과 존 레넌 역의 수학 강사 이종민(49), 조지 해리슨 역의 의료기기 연구원 이두희(39), 링고 스타 역의 드러머 박서주(43)다. 이들은 비틀스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10년간 활동해 왔다. 애플스가 다음 달 24일부터 30일까지 영국 리버풀에서 열리는 ‘International Beatleweek 2022’(비틀위크) 무대에 오른다. 40년 역사의 비틀위크에는 세계 2만여 명의 비틀스 팬뿐만 아니라 폴 매카트니의 남동생 마이크 매카트니 등 비틀스 가족도 방문한다. 디 애플스는 비틀위크에 초청받은 60여 개 밴드 중 유일한 한국 밴드다. “캐번클럽(비틀스가 데뷔한 클럽) 무대에 서는 것이 중학생 때부터 버킷리스트였다. 도전해 보자는 생각에 캐번클럽에 저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과 무대 영상들을 보냈고, 클럽에서 제안을 수락했다.”(이두희) 애플스가 비틀위크에 초청된 건 2019년 열린 비틀스 루프톱 콘서트 50주년 기념 공연의 공이 크다. 국내 한 방송사가 방송국 건물 옥상에서 기념 공연을 열었는데 애플스가 초청받은 것. 폴 매카트니의 덥수룩한 수염, 존 레넌의 황토색 털 코트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것을 계기로 PD님이 옥상 공연에 저희를 초청했고, 옥상 공연 영상으로 비틀위크까지 가게 됐다. 비틀위크는 또 어떤 우연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박서주) 애플스는 나흘 동안 8차례 무대에 선다. 러닝타임은 45분. 40분짜리 공연을 두 번 연이어 한 적도 있지만 4일간 연달아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스에 캐번클럽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비틀스 후기에는 오케스트라 협연 곡이 많다. 언젠가는 40∼50명의 오케스트라와 제대로 ‘A day in the life’ 같은 엄청난 곡들을 연주하고 싶다.”(표진인)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뭐부터 갈까? 목 좀 푸는 걸로 갈까?” “‘하드 데이’로 할까요?” 17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합주실 애비로드에서는 대중음악사의 전설 비틀스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가자!”라는 우렁찬 목소리, 경쾌한 드럼 스틱소리와 함께 ‘A Hard day’s night‘로 시작된 합주는 1969년 비틀스의 마지막 공연이었던 루프탑 콘서트에서의 연주로 유명한 ’Don‘t let me down’과 폴 메카트니의 고음이 돋보이는 ‘I’ve got a feeling‘, 조지 해리슨의 기타리프가 관객을 압도하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까지 쉴 새 없이 휘몰아쳤다. 화음을 쌓는 부분에서는 서로 눈을 맞췄고, 솔로 부분에서는 눈을 감고 몰입했다. 일요일 저녁 비좁은 합주실에 모여 호흡을 맞추는 이들은 비틀스의 트리뷰트(헌정) 밴드 ’디 애플스‘. 멤버는 폴 메카트니 역의 정신의학과전문의 표진인(55)과 존 레논 역의 수학강사 이종민(49), 조지 해리슨 역의 의료기기 연구원 이두희(39), 링고 스타 역의 세션 드러머 박서주(43)다. 본업과 나이, 사는 곳 모두 각양각색인 이들은 비틀스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10년 동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표 씨가 2001년 결성한 밴드는 멤버 탈퇴로 2006년 해체했으나 2012년 지금 멤버들이 합류하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클럽, 페스티벌 공연을 꾸준히 해온 이들은 8월 24~30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리는 ’International Beatleweek 2022‘(비틀위크)에서 공연을 하는 기회를 따냈다. 애플스는 비틀위크에 초청받은 60여 개의 밴드 중 유일한 한국 밴드다. 비틀위크에 초청된 밴드에게는 비틀스가 데뷔했던 리버풀의 ’캐번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영광이 주어진다. 비틀스 트리뷰트 밴드에게는 꿈의 무대인 비틀위크에 서게 된 애플스를 만났다. ●한국 최초 ’비틀위크‘ 무대 서는 애플스 ’비틀스 가족들도 오는 축제.‘ 40년 역사의 비틀위크에는 세계 2만여 명의 비틀스 팬뿐만 아니라 비틀스 멤버의 가족들도 방문한다. 폴 메카트니의 남동생 마이크 메카트니, 영국의 비틀스 트리뷰트 밴드 ’리버풀 레전드‘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조지 해리슨의 누나 루이스 해리슨은 행사 후원자로, 비틀위크를 자주 방문한다. 애플스는 “비틀위크에 초청될 거라고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캐번클럽 무대에 서는 게 중학생 때부터 버킷리스트였어요. 2019년에 캐번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고, 클럽이 제안을 수락했는데 코로나 19로 연기됐죠. 공연이 재개되면서 올해 다시 제안했어요. 이번엔 단순히 캐번클럽에서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비틀위크 초청밴드로서 공연하고 싶다고 했는데 운 좋게도 클럽이 허락해 해줬죠.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요.” (이두희) 이들이 비틀위크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건 2019년 연 비틀스 루프탑 콘서트 50주년 기념 공연의 공이 크다. 비틀스는 1969년 1월 30일 그들이 세운 런던의 스튜디오 ’애플 코어‘ 건물 옥상에서 마지막 라이브 공연을 열었다. 한 방송사가 방송국 건물 옥상에서 기념 공연을 열었는데 여기에 애플스를 초청한 것. 애플스는 비틀스가 루프탑 콘서트에서 부른 ’Get back‘, ’Don‘t let me down’ 등을 연주했다. 폴 메카트니의 덥수룩한 수염, 존 레논의 황토색 퍼 자켓, 링고 스타의 빨간색 가죽 자켓, 조지 해리슨의 초록색 바지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캐번클럽은 당시 공연 영상을 보고 이들 출연을 결정했다. “돌아보니 우연의 연속이었어요. 라디오에 출연했던 것을 계기로 PD님이 저희를 50주년 기념 옥상공연에 초청해주셨고, 그 옥상공연으로 비틀위크까지 가게 됐죠. 늘 저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일이 커졌어요. 비틀위크는 또 어떤 우연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요.”(박서주) 이들은 4일 간 총 8번의 공연을 펼친다. 하루에 45분짜리 공연을 2번 씩 해야 하는 강행군이다. 하루에 40분짜리 공연을 두 번 연이어 하기도 했지만 4일을 연달아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종민은 체력단련을 위해 한 달 전부터 헬스를 시작했다. 표진인은 하루에 한 곡을 정하고 무한반복해서 듣는다. 노래를 완벽하게 숙지하기 위해서다.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 서는 그날까지 세계적으로 비틀스 트리뷰트 밴드는 500여 개. 외모부터 합주, 가창력까지 높은 ‘싱크로율’로 팬덤을 구축한 영국의 ‘The Cavern Beatles’, 미국의 ‘Rain’, ‘The Fab Four’ 등은 투어공연을 하기도 한다. 애플스 멤버가 꼽는 트리뷰트 밴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비틀스가 썼던 악기. 저희도 들고 다닐 수 없는 드럼을 제외하고 기타와 베이스 모두 비틀스가 썼던 것을 쓰고 있어요.” (이종민) “옥상공연. 비틀즈가 마지막 공연을 했던 곳은 런던 세빌로우 거리의 5층짜리 건물 옥상이었어요. 그 상징적인 공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마천루의 옥상 말고, 4~5층 높이의 낮고 낡은 건물 옥상이면 좋겠어요.” (표진인) “연주. 비틀즈는 교과서적인, 정형화된 패턴으로 연주하지 않아요. 텔레파시가 통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호 시너지가 나죠. 연주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어렵지 않은데도 그 합을 따라하는 게 정말 힘들어요.(이두희) ”사운드. 너무 현대적이거나 세련되면 안 돼요. 60년대 빈티지한 사운드를 재현해야 하죠.“(박서주) 이들 네 명은 비틀스 트리뷰트 밴드에게라면 캐번클럽이 꿈의 무대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캐번클럽이 애플스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우연의 우연이 그들을 비틀위크에 데려다놨듯, 비틀위크가 또 다른 우연으로 그들을 이끌 거라 믿는다. ”비틀스 후기에는 오케스트라 협연곡들이 많아요. 저희는 여력이 안돼 오케스트라 파트는 키보드로 흉내만 내는 수준이죠. 언젠가는 40~50명의 오케스트라와 제대로 그 곡들을 연주해보고 싶어요. ‘A day in the life’ 같은 엄청난 곡을요.“ (표진인)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올여름 가요계 ‘서머 퀸’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SM과 YG, JYP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의 정상급 걸그룹들이 대거 컴백에 나선다. SM의 ‘에스파’와 JYP의 ‘있지’가 이달 신곡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고, YG의 ‘블랙핑크’도 8월 컴백을 앞두고 있다. K팝 한류를 이끈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 역시 다음 달 데뷔 15주년 기념 앨범을 들고 팬들과 만난다. 여름 대전의 포문을 연 건 에스파다. 8일 두 번째 미니앨범 ‘Girls(걸스)’를 발매한 에스파는 연일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에스파 ‘걸스’의 발매 첫 주 판매량은 142만6487장으로, 역대 걸그룹 발매 첫 주 판매량 신기록을 세웠다. 음반 발매 첫 주는 팬덤의 결집력이 가장 강력한 시기지만, 첫 주에 판매량 100만 장을 넘긴 걸그룹은 에스파가 최초다. 발매 전 앨범 선주문 수량도 161만 장을 기록하며 K팝 걸그룹 가운데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걸스’ 앨범은 미국 ‘빌보드 200’ 차트 3위에 올랐다. 에스파의 뒤를 이어 ‘있지’는 15일 타이틀곡 ‘SNEAKERS(스니커즈)’가 수록된 미니앨범 ‘CHECKMATE(체크메이트)’를 발매했다. 스니커즈 뮤직비디오는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3860만 회를 넘기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있지는 첫 월드투어도 앞두고 있다. 10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피닉스, 댈러스, 시카고, 뉴욕 등 미국 8개 도시에서 공연을 펼친다. 미국 공연 티켓은 전 회 매진됐다. 로제와 리사 등 멤버들의 솔로 활동에 집중해온 블랙핑크의 ‘완전체’ 컴백은 다음 달로 예정돼 있다. 2020년 정규 1집 ‘THE ALBUM’을 140만 장 팔며 K팝 걸그룹 최초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른 지 1년 10개월 만이다. YG 측은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된 음악, 블랙핑크다운 음악이 다수 준비됐다”고 밝혔다. SM 소속 걸그룹 소녀시대는 다음 달 데뷔 15주년 기념 음반을 발매한다. 2017년 8월 발매한 정규 6집 ‘Holiday Night’ 이후 5년 만의 완전체 컴백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520쪽 분량, 무게 3kg. 가격도 13만 원에 이르는 ‘센’ 책이 나왔다. 지난달 10일 출간된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스틸사진집 ‘아가씨의 순간들’(플레인아카이브)이다. 고가에도 작품을 유형의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하는 팬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과 온라인 서점 등을 통해 벌써 2800권가량 팔렸다.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선 플레인아카이브는 영화 굿즈 제작사. 팬들 사이에서는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으로 ‘장인’이란 정평이 났다. 박찬욱과 봉준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거장들이 먼저 찾을 정도다. 2013년 문을 연 플레인아카이브는 영화 ‘멜랑콜리아’(2021년)를 시작으로 ‘들개’ ‘캐롤’ 등 75개 작품을 블루레이 디스크로 선보였다. 봉 감독의 ‘기생충’ 각본집과 스토리보드북, 고레에다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각본집도 출간했다. 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준오 대표(42·사진)는 “이번 스틸사진집을 만드는 과정은 누구도 간 적이 없던 지난한 길이었다”고 떠올렸다. 방대한 분량에 제본조차 쉽지 않아 내용을 절반 이상 덜어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는 타협하지 않고 무려 3년을 매달렸다고 한다. “가장 신경 쓴 건 북클로스(책 표지를 싸는 천)였어요. 주인공 히데코(김민희)의 주 의상이 기모노라 그 느낌을 살린 북클로스를 원했어요. 국내에선 맘에 드는 업체가 없어 수소문 끝에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천을 수입했어요. 표지에 들어가는 글자를 ‘박 인쇄’(글자에 열과 압력을 가하는 방식)하는 과정에서는 깨알같이 작은 글씨도 뭉개지지 않게 하려고 테스트에만 북클로스 300만 원어치를 썼습니다.” 영화 제작도 이런 시간을 들이면 집요하다고 하지 않을까. 백 대표의 정성은 여러 영화감독들에게도 크게 각인돼 있다. 일본에서도 나온 적 없는 고레에다 감독의 각본집도 세 권이나 낸 백 대표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고레에다 감독의 ‘브로커’ 각본집과 스토리보드북 제작도 맡았다. 9월 출간이 목표. 고레에다 감독의 스토리보드북이 별도로 나오는 건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처음이다. “일본어 대사를 적은 손 글씨를 한국어 번역으로 덮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그대로 살렸어요. 창작자 머리에서 나온 최초의 기록을 보여주기 위함이죠. 고레에다 감독은 콘티를 그릴 때 세로 방향만 고수하지 않고 자유롭게 종이를 사용해서 가로 판형으로 기획했습니다.” ‘영화를 간직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 플레인아카이브 소셜미디어에는 이런 소개가 실려 있다. 그 아름다움을 위해 백 대표는 지금까지 느리지만 타협 없이 매진했다. 영화 ‘올드보이’ 블루레이에는 3년,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 블루레이에는 4년을 매달렸다. “어쩌면 큰 회사는 못하는 일이죠. 결정권자가 많고 효율성으로 판단하면 어쩔 수 없이 탈락되는 디테일들이 있거든요. 저희는 하나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결과물이 나왔을 때 ‘이거 만들려고 그렇게 오래 걸렸구나’란 말을 듣고 싶어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