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김유영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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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유영 부본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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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칼럼100%
  • 로린 전 “김치는 귀한 수제음식… 뉴요커들 고추장에 크래커 찍어먹기도”

    ‘미식(美食)의 수도’라는 미국 뉴욕에서 김치와 고추장은 ‘변방의 음식’이었다. 그것을 ‘힙스터(유행에 민감한 사람)’가 즐기는 음식으로 탈바꿈시킨 인물이 있다. 미국에서 장모김치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로린 전(한국명 전혜원·45) 대표다. 현지에서 국내 대기업의 김치와 고추장은 주로 한인 마트에서 판매된다. 그러나 장모김치의 제품은 주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고급 슈퍼마켓 홀푸드와 딘앤델루카 등에서 팔린다. 최근 채널A와 동아일보가 주최한 ‘K-푸드 글로벌 포럼’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그는 초등학생 때 이민을 갔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했고 로펌에 취직했다. 잘나가는 뉴요커였던 그가 어쩌다 김치 사업을 하게 됐을까.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느닷없이 해고돼 위기를 맞으면서 운명이 갈렸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가 싸 주는 김치는 고단한 뉴욕 생활을 달래는 식품이었다. 그 김치를 뉴요커들에게 팔아 보기로 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김치는 뉴요커들에게 낯선 음식.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묘안이 필요했다. 마침 웰빙 바람을 타고 치즈나 요구르트 등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는 발효 식품이라는 ‘공통분모’를 이용하기로 했다. 같은 발효 식품인 김치와 고추장도 소화가 잘되는 건강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냄새나는 음식’의 이미지도 바꿨다. 정성스레 담근 ‘귀한 수제 음식’의 이미지가 풍겨 나오게 하고 싶었다. 수제 잼이나 피클을 담는 잼병(mason jar)을 떠올렸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미국에서 김치와 고추장을 봉지에 담아 팔았지만, 그는 제품을 유리병에 담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디자인도 모던하게 바꿨다. 판매법도 정공법을 택했다. 한국 음식이지만 한인 마트인 H마트 등에는 납품하지 않았다. 현지인이 먹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맨해튼 부촌(富村)에서 매일 아침 시식 행사를 열었다. ‘고추장+불고기’, ‘고추장+비빔밥’의 한식 공식도 고집하지 않았다. 그 대신 현지인들이 즐기는 요리에 김치와 고추장을 넣는 요리법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렸다. 오이나 크래커 등을 고추장에 찍어 먹는 방식을 소개했다. 또 바비큐나 해물 요리 등에 고추장을, 리소토와 프리타타(이탈리아식 오믈렛)와 에그베네딕트 등에 김치를 재료로 쓰는 방식도 홍보했다. 마침내 문이 열렸다. 현지에서 지명도가 높아지자 딘앤델루카의 판로를 뚫을 수 있게 된 것. 2012년 ‘김치 요리책: 김치를 먹는 60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영어로 펴낸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13년에는 미셸 오바마 여사가 김장을 담그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김치와 고추장에 관심이 더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도 그의 제품을 잇달아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북미 최대 식품박람회인 ‘팬시푸드쇼’에 고추장을 출품해 식품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소피 어워드’를 탔다.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이지만 정작 그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회사의 영문 사이트명인 ‘밀김치(Milkimchi)’의 뜻을 아세요? 우유(milk)와 김치(kimchi)의 합성어예요. 김치와 고추장이 우유처럼 모든 냉장고에 저장되길 바라는 뜻이 담겨 있죠. 김치와 고추장의 매력을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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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mmer]정통 간짜장의 맛… 특별한 캠핑요리로 맛있게 즐겨 보세요

    야외에서 가족과 친구, 연인과 둘러앉아 먹는 요리는 ‘캠핑의 꽃’으로 꼽힌다. 농심이 최근 내놓은 짜장라면인 ‘짜왕’은 굵고 탱탱한 면발과 진한 간짜장 소스로 정통 짜장면의 맛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아 캠핑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캠핑은 먹방! 짜왕 끓였는데 맛있어요∼’(314hi**), ‘짜왕 끓여먹자∼ 요즘 대세 짜왕!’(yoom2**), ‘이번 주는 면식캠핑, 특별히 짜왕 준비’(seong****) 등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짜왕의 면을 다 먹고 난 뒤 즉석밥이나 삼각김밥을 넣어 짜왕소스와 함께 비벼 먹는 등 짜왕을 활용한 즉석요리까지 등장했다. 농심이 짜왕 개발에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정통 짜장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었다. 농심은 큰 프라이팬과 강한 불로 소스를 볶아내는 짜장 맛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프라이팬 100여 개를 태워 먹는 등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의 맛을 구현해냈다. 짜왕은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단시간에 재료를 볶는 ‘고온쿠커’로 짜장의 깊은 맛을 살린 게 특징이다. 또 짜장 진액을 건조하는 과정에서는 저온에서 진액을 건조시키는 지오드레이션(Z-CVD) 기술을 사용해 열로 인한 맛의 손실을 최소화했다. 이와 함께 농심은 짜왕을 끓인 뒤에 넣는 ‘야채풍미유’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양파와 마늘, 파를 볶아낸 조미유로 실제 중국 요리점에서 야채를 볶았을 때 나는 특유의 맛과 향을 냈다는 설명이다. 또 감자와 양배추, 양파, 완두콩 등 건더기 수프도 풍성하게 담아 일반 짜장 라면과 차별화했다. 면발에도 농심의 제면 기술이 녹아 있다. 농심은 생면의 쫄깃함과 탱탱함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굵은 면발’에 ‘다시마’ 성분을 넣었다. 열도달율을 높이고 수분 침투는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면을 빠른 시간에 조리하면서도 퍼지는 것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다시마에 함유된 지미성분(旨味成分)이 감칠맛을 높여주며 알긴산(alginic acid) 성분은 면의 탄성을 오랫동안 유지시켜 준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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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공헌 Together]CJ그룹, 젊은 예술가 창작활동 지원으로 한류 죽∼

    “젊은이들의 ‘꿈 지기’가 되겠다.” CJ그룹은 CJ나눔재단과 CJ문화재단을 통해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CJ나눔재단이 운영하는 ‘꿈키움창의학교’는 청소년들의 문화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최근 2년간 총 300여 명의 학생이 요리와 음악, 공연, 홈쇼핑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멘토링을 받았다. CJ푸드빌과 CJ E&M, CJ오쇼핑 임직원과 대학 교수진 20여 명이 청소년들의 멘토로 참여했다. CJ그룹은 “꿈키움 창의학교는 단순한 직업 체험이나 진로교육을 넘어서서 청소년이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CJ문화재단은 음악과 영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연극 분야의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튠업(Tune Up)’은 젊은 뮤지션과 선배 뮤지션과의 공동 작업을 주선해준다. 김창완밴드와 밴드 강산에, 크라잉넛, 이상은, 하림, 권진원, 정원영, 델리스파이스, 클래지콰이, 피터팬컴플렉스, 몽니, 조원선 등이 선배 뮤지션으로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또 신인 스토리텔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S(Project S)’는 영화와 드라마 부문의 인재들을 지원한다. 시나리오가 아닌 기획안 단계의 작품을 선정한 뒤 전문가가 컨설팅을 해주는 등 이들이 실제 영화나 드라마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는다. ‘크리에이티브마인즈(Creative Minds)’는 뮤지컬과 연극 부문의 창작자들을 지원한다. 뮤지컬 부문에서는 젊은 뮤지컬 창작자들이 새로운 작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리딩(Reading) 형식의 무대를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실제 공연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 연극 부문에서는 차세대 연극인을 대상으로 대본을 공모해서 이들이 연출자나 작가 등과의 멘토링을 거친 뒤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CJ문화재단은 2009년부터 서울 홍익대 인근에 문화 공간인 ‘CJ아지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구분이 따로 없는 스튜디오형 공간으로, 젊은 예술인들 사이에서 음악과 영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연극 등 장르를 넘나드는 각종 공연을 실험적으로 펼쳐볼 수 있는 장소로 통한다. CJ그룹 관계자는 “CJ나눔재단과CJ문화재단의 활동을 통해 국내 문화 콘텐츠의 기반을 다지고,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창작 콘텐츠가 한류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각종 사회공헌 활동이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이 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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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유영]사과는 패자의 언어가 아니다

    소설가 신경숙 씨의 표절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사과를 위기 대응의 마무리로 여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과가 위기의 또 다른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기 대응 과정에서 위기가 더 커져버리는 것이다. 신 씨 관련 논란이 바로 그렇다. 기업의 위기관리 전문가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신 씨의 대응 방식에 아쉬워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우선 ‘나’가 빠진 사과라는 점이다. 그가 표절을 시인한 대목은 이렇다.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표현에 대해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서 신 씨는 ‘내가 …했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반면 작품 활동을 계속하리라는 의지를 표명할 때에는 ‘나’를 강조했다. 그는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를 그친다면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니다. 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까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고 했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과의 기본은 유려한 문장의 나열이 아닌 단순 명료한 메시지여야 한다. 표절이 소설가에게 낙인과 다름없다지만, 기왕 사과를 하기로 했다면 나를 먼저 내세워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또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언론과만 인터뷰한 점도 전문적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사과 표명에는 기자회견이나 e메일 등을 통한 사과문 배포 등 여러 공개적인 방식이 있다. 하지만 신 씨는 이례적으로 특정 언론과의 인터뷰를 택했다. 문인 개인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런 방법을 택한 걸로 짐작이 가지만, 홍보 전문가들은 “특정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한 입장 표명은 처음부터 점수를 깎아먹고 시작하는 셈이다. 타 매체 기자들이 호의적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타이밍이다. 신 씨는 표절 의혹이 불거진 뒤 6일이 지나서야 입장 표명을 했다. 같은 사과를 하더라도 등 떠밀려서 했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인 대목이다. 2013년 탤런트 김혜수 씨는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불과 1시간여 만에 깨끗하게 인정했다. 물론 글쓰기가 주업인 사람과 상황은 다르지만 기민한 대응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사고’와 ‘사과’ 사이의 간격이 커지면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위기를 겪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위기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위기는 ‘내게만 생긴 재수 없는 일’이 아니란 뜻이다. 사과에 인색한 우리는, 사과를 패자(敗者)의 언어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 랩에이치 대표는 저서 ‘쿨하게 사과하라’에서 “사과는 승자의 언어이며 존경과 신뢰를 받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말했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 위기를 딛고 일어날 수 없는 사람은 쉽게 사과할 수 없다.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

    •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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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잎 채소 판로 막히자…식당 차려 年30억 매출

    22일 오후 9시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의 막걸리바 ‘셰막’. 평일인데도 50여 석 규모의 주점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셰막은 1933년 충남 당진에 세워진 ‘신평양조장’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80여 년 역사의 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를 판다. 신평양조장은 기존 막걸리 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 소비자들에게 직접 막걸리를 선보이기 위해 서울 강남에 직영점을 냈다. 임차료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새로운 막걸리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큰 투자를 한 것이다. 유통은 물론이고 메뉴도 기존 막걸리 주점과 차별화했다. 호텔 출신의 요리사를 영입해 스테이크와 고급화된 순대 등을 안주로 개발했다. 밥은 당진의 비옥한 곡창지대에서 해풍(海風)을 맞고 자란 쌀로 짓고, 사찰에서 ‘백련곡차’를 마시는 점에 착안해 막걸리 발효 과정에 백련 잎을 넣었다는 등의 스토리도 가미했다. 김동교 신평양조장 대표(41)는 “양조장만 운영했을 때보다 매출이 10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농업에 부가가치를 더하자 최근 국내에서 기존 농업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농업에 부가가치를 더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시골에서 농부 개인이 농사를 짓는 것에서 벗어나 농업에 부가가치를 더해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움직임이다. 다시 말해 농업을 1차 산업에 놓아두지 않고, 농산물을 가공(2차 산업)하고, 체험·관광 등 서비스업(3차 산업)을 접목시켜 6차(1+2+3차) 산업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신평양조장 역시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막걸리 산업의 사양화로 고민해야 했다.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막걸리 열풍이 반짝 일었지만, 와인이나 맥주 등에 밀려 오래가지 못했다. 변화가 일어난 것은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던 창업자의 손자인 김동표 씨가 2010년 합류하면서부터다. 그는 우선 신평양조장을 근대 양조문화 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만들었다. 6·25전쟁 때 지은 미곡처리장을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건물로 개조하고 고객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는 막걸리 빚기 체험, 고교생을 겨냥해 생물과 화학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증류주 체험, 유치원생 대상으로는 누룩전 빚기 체험 프로그램을 각각 운영했다. 덕분에 신평양조장의 연 매출은 2010년 이전 3억여 원에에서 지난해 30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경기 여주시의 ‘은아목장’은 연 2만여 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우리 농촌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젖소 20마리와 송아지 20마리만 있으면 자식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목장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비싼 땅값과 우유 값 폭락으로 고심하던 김상덕(65), 조옥향(62) 부부는 일본에서 해답을 찾았다. 당시 한국에서 목장은 쇠똥 냄새나는 혐오 시설이었지만 일본의 목장은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었다. 일본 견학에서 돌아온 부부는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목장에 ‘밀크스쿨’을 만들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우유 생산 과정을 소개하고, 숙박시설로도 등록해 목장에서 먹고 자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가족들도 가세했다. 현재 김 씨 부부의 큰딸은 프랑스 요리학교인 르 코르동 블뢰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파티시에(제과제빵사)로서 목장의 유제품으로 빵과 쿠키를 굽고, 작은딸은 일본 농업대 유학 후 돌아와 낙농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 씨는 “원유(原乳)가 남아돌고 있을 정도로 낙농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작고 강한 축산업으로 활로를 찾은 사례”라고 자신의 사업을 소개했다.○ “젊은 귀농-귀촌자, 기존 농업인과 힘 합쳐야” 전북 진안군의 영농조합법인인 ‘애농’을 운영하는 천춘진 대표(45)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2004년 일본 도쿄농업대에서 식물생리생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고향으로 귀농한 그는 당초 박사 출신 실업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곧 유기농 농산물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던 그는 당시엔 흔치 않았던 새싹과 어린잎 채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시행착오 끝에 새싹과 어린잎 채소 재배에 성공했지만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판로가 마땅치 않아 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했다. 그는 아예 자신이 기른 농산물을 직접 재료로 쓰는 가공식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자신이 재배한 어린잎 채소와 진안군 특산물인 양파, 당근을 풍부하게 넣은 카레와 그 카레를 파는 식당인 ‘카레팩토리’다. 천 씨는 이어 대전과 서울 등지에서 가맹사업을 시작했고 동시에 급식소 등에 직접 납품해 현재 700여 곳에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0t에 이어 올해는 50t의 진안 양파를 수매할 정도로 주변 농가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애농의 연 매출은 30억 원에 이른다. 이처럼 농업을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해외에도 적지 않다. 프랑스 농민들은 농촌 관광으로 전체 농업 매출의 절반인 연간 150억 유로(약 18조6700억 원)를 벌어들인다. 농촌 관광은 프랑스 전체 관광 매출액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농업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귀농·귀촌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도입하고 기존 농업인들도 여기에 힘을 합쳐 농업을 산업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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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주따라 다른 잔… 맛과 향이 살아있네

    《 맥주는 어쩌면 와인보다도 오묘하다.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기만 하면 서운하다. 풍미와 색, 거품까지 즐겨야 제대로 마시는 것이다. 맥주는 호프와 몰트 등 원료의 종류와 발효법 등에 따라 무수히 다양한 풍미를 가진다. 맥주 애호가들은 맥주를 마실 때 기포와 색, 향을 차례차례 음미하라고 권한다. 그러고 나선 본격적으로 맥주의 맛을 봐야 한다. 혀끝에 닿는 첫맛부터 시원한 목 넘김까지, 우리의 미각을 골고루 자극하는 맥주의 풍부한 맛을 말이다. 유명 주류업체들은 맥주 자체뿐만 아니라 개별 맥주 제품의 특성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맥주잔도 내놓고 있다. 》   아일랜드의 대표 맥주인 ‘기네스’는 ‘119.5초의 마법’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볶은 보리가 풍기는 특유의 쌉싸름함과 부드러운 거품을 맛보려면 전용 잔에 119.5초간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애호가들에 따르면 이는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것과 같다. 방법은 이렇다. 기네스 전용 잔을 45도로 기울인 뒤 부드럽게 맥주를 흘리듯 따른다. 이어 맥주가 차오르면 잔을 내려놓고 거품이 가라앉도록 기다린다. 그러면 맥주 색이 까맣게 변하면서 안에 있던 거품이 용솟음치듯이 올라온다. 동시에 잔 위로 풍부한 크림이 생긴다. 거품이 가라앉으면 다시 맥주를 채워 거품이 봉긋하게 잔을 덮는 정도로 마무리하면 된다. 일본의 ‘산토리 프리미엄 몰트’는 ‘몰트 글라스’로 마시는 게 제격이다. 옆선이 ‘S’자 모양인 이 잔은 맥주를 따를 때 입구 부분에서 거품을 모아주고 맥주 향이 잘 퍼질 수 있게 해준다. 맥주를 두 번에 나눠 따르는 것도 특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따르면 맥주 안의 기포가 사라져 맛이 밍밍해지거나 덜 신선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맥주는 거품을 먼저 만든 뒤에 거품 아래로 맥주를 밀어 넣어 따른다. 맥주가 컵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면서 회전을 일으켜 거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칼스버그’는 ‘트로피 글라스’라는 전용 잔을 쓴다. 축구 경기의 승리팀에 주는 트로피를 닮았기 때문이다. 잔을 들었을 때 손 안에 꽉 차는 묵직함도 거대한 트로피를 든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미끈하게 쭉 뻗은 잔은 칼스버그 특유의 쌉쌀한 맛과 깊은 향을 잡아준다. 중국의 칭다오 맥주 전용 잔은 입구가 넓게 퍼져 있어 칭다오 맥주 특유의 재스민향이 서린 청량감을 잘 느끼게 해준다. 벨기에 ‘레페브라운’의 전용 잔은 성배(聖杯)와 모양이 비슷하다. 1204년 벨기에 수도원에서 처음 제조된 이 맥주를 담는 잔은 중세 수도사들의 양조기술과 전통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발 형태의 입구는 구운 맥아의 은은한 향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흑맥주의 특징을 살려준다. 벨기에 ‘호가든’의 ‘육각 글라스’는 은은한 오렌지 시트러스향이 풍부하게 퍼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병에 담긴 맥주를 이 잔에 3분의 2 정도 따른 뒤 맥주병을 세워 부드럽게 돌리면 병 속의 맥주 효모가 활성화된다. 그러고 나서 병 안에 남아 있는 나머지 맥주를 거품 위에 천천히 따르면 더 맛있게 호가든을 마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국내 맥주회사들도 잇달아 전용 잔을 내놓고 있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전용 잔은 곡선을 강조한 튤립 모양으로 거품의 풍성한 느낌을 강조한다. 입구에 모아진 거품은 맥주와 공기 사이에서 보호막 역할을 해 맥주의 맛이 변하지 않도록 돕는다. 하이트맥주 ‘크림 생(生) 올몰트’의 전용 잔은 아래는 좁고 위가 넓은 나팔 모양으로, 거품을 부드럽게 모아 크림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하이트맥주의 ‘퀸즈에일’ 전용 잔은 튤립 형태로, 좁은 입구 쪽으로 향이 모이게 해 마시는 사람이 에일 맥주 특유의 진한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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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값싸다고 중국산으로 오해마세요… 다이소 70%가 국산”

    불황으로 먹고산다는 업종이 있다. 바로 싼 물건만을 취급하는 균일가 숍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전국에는 ‘1000냥 하우스’와 ‘1000냥숍’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당시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1호점을 세운 ‘다이소’(당시 이름은 ‘아스코이븐프라자’)도 그중 한 곳이었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소비 불황은 이어지고 있지만 예전의 균일가 숍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반면 다이소는 지난해 12월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한 데에 이어 이달에는 1000호점(경기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점)을 개점해 전국 매장 1000곳을 돌파했다. 동아일보가 다이소를 운영하는 다이소아성산업의 박정부 회장(71)을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로 사옥에서 만나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온 비결을 들어봤다. 한양대 공대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하다 인천 남동공단 조명공장의 공장장까지 올라간 그는 어느 순간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44세였던 1988년 일본에 유학 중인 동생에게 정보를 얻어서 국내 기업 임직원의 일본 연수를 알선하는 기업(한일맨파워)을 세웠다. 이후 일본의 백엔숍을 눈여겨보고 ‘한국판 백엔숍’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창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에 연수자를 보내는 국내 중소기업과 좋은 관계를 쌓아 이 기업들의 제품을 일본의 백엔숍에 파는 무역업을 병행했다. 그러다 1997년 다이소 1호점을 열었다. 실패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무려 9년을 준비한 셈이다. 박 회장은 다이소 창업 후에도 불황이라는 환경에만 기대지 않았다. 그는 다이소아성의 성장 비결로 ‘반전의 미학’을 꼽았다. 우선 가격이 싸서 중국산으로 오해를 받지만 전체 제품의 70%가 국산이란 사실을 예로 들었다. “다이소 제품은 싸구려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가급적 국내 생산을 고집했지요. 다만 원가에 마진을 붙여서 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소비자가 살 만한 가격을 먼저 정한 뒤 각종 비용을 빼서 원가를 결정하는 식으로 가격결정력을 확보했습니다.” 박 회장은 원자재와 인건비 등을 맞춰주는 곳을 발굴하기 위해 국내외 어디든 직접 찾아갔다. 칠순이 넘은 지금도 일 년 중 절반은 동유럽과 중남미 등 해외로 출장을 간다. 또 하나의 오해는 ‘박리다매로 파는 제품’이라는 것. 이에 대해 박 회장은 “품질과 제품 개발에 가장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이소아성은 매달 무려 600여 품목의 신제품을 쏟아낸다. 저가의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주특기다. 제품 디자이너가 8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디자인에도 신경을 쓴다. 한편 다이소아성은 이름에 ‘다이소’라는 상호가 붙어 많은 사람이 일본 회사라고 오해하지만 일본의 다이소가 투자했을 뿐 한국 기업이다. 박 회장은 “오히려 일본의 다이소에 연간 2000억 원어치를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다이소아성은 3만여 종류가 넘는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80%가 1000원대 이하인데도 지난해 매출액 1조500억 원을 달성했다. 일각에서는 기업공개(IPO)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한 대답을 “주주를 위해 홈런을 쳐야 하는데 (성공을) 장담할 수가 없다.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바쁘다”란 말로 대신했다. 또 앞으로 가격을 올려야 할 순간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상품을 싸게 판다는 기본이 깨지면 다이소의 생존 원리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1000원 숍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다이소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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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석]40대 유학, 50대 창업… 99세 콩 전도사 “도전 두려워 마세요”

    《 백발의 노신사가 눈물을 글썽였다. 콩 연구에 일생을 바쳐온 그에게 ‘콩 박물관’ 건립은 평생의 숙원(宿願)이었다. 소아과 의사였던 그는 모유나 우유를 소화하지 못해 죽어가는 신생아들을 살리기 위해 국내 최초로 두유를 개발했다. 그에게 콩은 ‘기적’이고 ‘생명’이었다. 콩에 대한 자료라면 무엇이든 구해 읽었고 누구를 만나도 콩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콩 전도사’인 그는 애초엔 콩에 대해 함께 연구했던 학계의 동지들과 박물관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경북 영주시가 콩의 역사와 쓰임새 등을 집대성해 소개하는 ‘콩 세계과학관’을 짓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부금을 쾌척했다. 그 박물관이 올해 4월 30일 문을 열었다. 이것은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의 이야기다. 그는 생존해 있는 한국 재계의 창업주 중 최고령이다. 우리 나이로 99세인 그는 올 1월 ‘백수연(白壽宴)’을 치렀다. 백수연을 한자로 쓸 때는 ‘일백 백(百)’에서 ‘한 일(一)’을 뺀 ‘흰 백(白)자’를 쓴다. 100세보다 한 살이 적은 99세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다. 》가족들은 노령의 정 명예회장이 개관식에 참석하는 것을 말렸다. 서울에서 영주까지 차량으로 꼬박 4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개관식에 나타났다. 거동이 편치 않아 휠체어에 탔지만 허리는 꼿꼿하게 편 채로. 올 들어 두 번째 외출이었다. 4월 30일의 인터뷰와 두 달에 걸친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에게 한 세기 동안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봤다. 그래도 궁금한 사항은 손자인 정연호 씨에게 물었다. 의사로서의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40대에 유학길에 올라 50대에 정식품을 창업한 정 명예회장은 인터뷰 내내 “뜻을 세웠으면 굽히지 말고 끝까지 해 봐라. 도전하지 않는 삶은 무력하다”고 강조했다. ○ 1937년 10월: 급사에서 의사로 소년은 급사(給仕)였다. 황해도에서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서울에 왔다.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그는 대중목욕탕 심부름꾼부터 모자가게 점원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의학강습소의 급사 자리를 얻게 됐다. 등사기를 밀어서 강습소 학생들이 볼 강의 교재를 만들어내야 했다. “자연스레 교재를 들여다봤죠. 용어가 어려워 옥편을 뒤져가면서 독학을 하다 보니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는 의대에 다니지 않아도 시험만으로도 의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거든요.” 주경야독으로 의사고시에 매달린 지 꼬박 2년. 그는 20세에 의사고시에 합격했다. 주변에선 국내 최연소 의사라고 축하해줬다. 시험에 합격한 해인 1937년 서울 성모병원의 의사가 됐다. 병원 생활은 평탄했지만 수십 년 뒤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 사건이 생겼다. 뼈가 앙상하고 배만 볼록 솟아오른 갓난아기 환자가 병원에 온 것이었다. “아이 엄마는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아이를 업고 꼬박 하루 걸려 왔다고 했어요. 어렵게 얻은 아들이라며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요. 차트를 보니 병명이 ‘소화불량’이었는데, 아이는 끝내 세상을 떴습니다.” 어떤 의사도 아이를 살릴 수 없었다. 이후에도 복부 팽만으로 병원을 찾은, 적지 않은 신생아들이 설사만 하다가 무력하게 죽어갔다. 의사가 된 청년은 자책과 의문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원인 모를 병으로 죽어가는 이 아이들을 언젠가는 고쳐야겠다’고 다짐했다. ○ 1960년 4월: 불혹 넘어 유학길 ‘그래, 이제는 유학을 가보자.’ 당시 43세였던 그는 의사 초년병 시절에 접했던, 소화불량에 걸린 신생아들을 고칠 방법을 찾기 위해 의학 선진국으로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때가 가장 큰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주변에서는 반대했다. 그에게는 아내와 6남매가 있었고, 의사로서의 안정된 삶도 보장돼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살려내야겠다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떨칠 수 없었다. “영국 런던대에 공부하러 갔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어요. 곧장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UC메디컬센터로 건너가 미국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나 샅샅이 뒤져봤지요.” 1964년, 그는 도서관에서 소아과 교재를 읽다가 무릎을 쳤다. 바로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lactose intolerance)’이 소개된 대목이었다. 20여 년간 지녀온 의문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유당불내증은 우유나 모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을 가진 신생하는 모유나 우유를 소화하지 못해 영양실조로 죽고 만다. 우유 대용식을 만드는 게 급선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줬던 콩국을 떠올렸고, 그 길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서울 명동에서 ‘정소아과’를 운영하며 아내와 함께 우유 대용식 개발에 매달렸다. 아내가 콩을 맷돌로 갈아 콩국을 만들면 그는 콩국의 영양이 충분한지 분석했다. 병원 지하에 실험용 흰 쥐를 잔뜩 갖다 놓고 콩국을 먹인 쥐에게 유당불내증이 나타나는지 등을 실험했다. 주변에선 “정소아과 원장이 미국에 다녀오더니 이상해졌다”고 수군댔다. 이렇게 3년 남짓 연구한 끝에 두유를 개발해냈고 이것을 설사병에 걸린 신생아들에게 줬다. 병상의 아이들은 눈을 뜨면서 기력을 차렸다. 콩에는 필수영양소(단백질 40%, 탄수화물 35%, 지방 20%)가 들어 있지만 유당은 들어 있지 않다. “인생에서 최고로 기뻤던 순간”이었다. 설사병을 앓는 아이의 부모들 사이에서는 ‘정소아과가 용하다’는 입소문이 났다. 전국 각지에서 그를 찾아왔다. ○ 1973년 9월: 쉰 넘어 창업에 나서다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환자가 몰리자 두유 수요가 달렸다. 자연히 아픈 아이들에게 부족함 없이 두유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결국 정재원은 1973년 ‘정식품’이란 회사를 세워 두유 대량 생산에 나섰다. 콩국이 식물성 우유라는 점에 착안해 식물(vegetable)과 우유(milk)의 영문명을 합쳐 ‘베지밀’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당시 56세였던 그는 다시 한번 도전의 길에 접어들었다. “개인 병원만 운영하다 기업을 이끄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지요. 하지만 신생아들을 살리려면 창업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어요.” 그가 사명감을 갖고 만든 베지밀은 지금도 두유업계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창업 후부터 올해(5월 말 기준)까지 만들어진 두유는 총 130억 개다. 이를 나란히 세우면 서울∼부산을 1630차례 오갈 수 있다. ‘인류 건강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고저’를 정식품의 창업이념으로 정한 그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성찰이 있어야 기업이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진정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2015년 6월: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 세상을 오래 산 그에게, 세상은 여전히 ‘호기심 천국’이다. 귀가 어두워 무선이어폰으로 TV뉴스를 보다가도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즉각 가족들에게 묻는다. 미국에 사는 손녀딸이 오면 굳이 영어로 안부를 묻는다. 시력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확대경으로 콩 관련 논문을 읽는다. 운동도 빠뜨리지 않는다. 3, 4년 전에는 집 근처 팔각정을 오갔지만, 거동이 편치 않게 된 후로는 정원을 여러 번 도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한다. 가족들은 “항상 무언가를 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신다”며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여기시는 게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요즘도 그는 매일 오전 6시 전후로 눈을 뜨자마자 EBS라디오의 영어 강의를 듣는다. 처음엔 더 많은 사람들과 콩의 이로움을 공유하고, 외국의 논문과 세미나 자료 등에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실제로 그는 70대까지도 콩 관련 학회에 가서 영어로 논문을 발표했다. 그 이후엔 잊지 않기 위해 계속 하다 보니 영어 공부가 습관이 되어 버렸다. “젊었을 때부터 노는 날과 일하는 날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스스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습관이 몸에 뱄어요. 배움을 통해 도전하는 느낌, 지식이 확장되는 느낌, 그래서 매일 매일 나아지는 느낌이 삶의 즐거움이자 삶의 원천이지요.” 그에게 인생은 여전히 배움의 연속이다. 그래서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정 명예회장은 “앞으로도 콩의 영양학적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여전히 할 일이 많은데 기억력이 예전만 못해 독서량과 연구량이 줄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 턱시도 입고 아내 장례식… 로맨티시스트 정 ▼아내이자 동료였던 故김금엽 여사… 관속엔 결혼 징표 면사포 넣어줘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은 아내인 고(故) 김금엽 여사와 사이가 각별했다. 그는 서울 성모병원에서 의사생활을 하던 시절 아내를 만났다. 고아였던 아내는 수녀원에서 자랐고, 성인이 된 뒤 가톨릭 계열인 성모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내로라하는 집안에서 중매가 여러 건 들어왔지만 그는 모두 거절했다. ‘박꽃처럼 예뻤던’ 아내 때문이었다. 공부하는 여성이 드물 때였지만, 그는 아내에게 유학을 권했다. 아내가 일본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해인 1942년 두 사람은 부부가 됐다. 정 명예회장은 “선 봐서 결혼했더라면 처갓집 눈치가 보여 40대에 유학도, 50대에 창업도 선뜻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두유를 개발한 아내는 정식품의 ‘각자대표’(1973∼1987년)를 맡아 사업에서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줬다. 그런 아내는 2004년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정 명예회장은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턱시도를 차려 입고 조문객을 맞이했다. 그의 턱시도는 황해도 고향에서 올린 결혼식 때 입었던 예복이었다. 부부는 반세기 넘게 ‘결혼의 징표’인 턱시도와 면사포를 간직했다. 턱시도를 입은 정 명예회장은 아내의 관(棺) 속에 흰색 면사포를 넣어줬다. 백발의 노신사는 아내에게 예(禮)를 다해 그렇게 작별 인사를 했다. :: 정재원 명예회장은 ::―1917년: 황해도 은율에서 출생―1937년: 의과고시 합격―1937∼1942년: 성모병원 소아과 의사 ―1946∼1948년: 서울대병원 소아과 의사 ―1960∼1965년: 영국 런던대 소아과대학원 미국 샌프란시스코 UC메디컬센터 유학―1965∼1986년: 정소아과 원장, 혜춘병원 원장―1973년: 정식품 설립, 대표이사 회장 취임―1984년∼: 재단법인 혜춘장학회 설립, 이사장 취임 ―2000년∼: 정식품 명예회장 영주=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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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총수, 中서열 3위 장더장 릴레이 면담

    재계 총수들이 국빈 방한 중인 장더장(張德江)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12일 잇달아 만나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장 상무위원장은 중국 권력 서열 3위 인사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장 상무위원장과 면담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부품 협력사들과 함께 중국 3위 자동차그룹으로 성장했다”며 “중국에서 추진 중인 신공장들과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 및 판매 확대를 통해 중국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양국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상무위원장은 “베이징(北京)에 있는 대부분의 택시가 베이징현대 차량일 정도로 현대차그룹은 중국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며 “앞으로도 한중 양국 경제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장 상무위원장은 정 회장과 함께 사옥 내에 전시된 기아차 ‘K7 하이브리드’와 ‘쏘울 전기차’ 등을 살펴봤고, 하반기(7∼12월) 중국에 선보이는 현대차 ‘투싼’(중국명 ‘ix35’)도 유심히 살폈다. 이에 앞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장 상무위원장을 만났다. 구 부회장은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등과 함께 울트라 올레드 TV, G4 스마트폰 등 최신 제품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장 상무위원장은 “혁신은 LG전자의 지속적인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중국은 아주 큰 시장이니 좋은 제품을 계속 선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장 상무위원장을 만나 문화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배우 이영애, 영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 등도 참석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장 상무위원장을 만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 등과 함께 장 상무위원장을 만나 중국과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황태호·김유영 기자}

    • 20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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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푸드 글로벌 전략 포럼]“K-푸드 널리 알려 농식품 수출 늘릴것”

    “우수한 국산 식재료를 사용한 K-푸드를 세계에 널리 알려 국산 농산물과 식품 수출을 늘리겠습니다.” 외식·식품산업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이주명 식품산업정책관은 11일 ‘2015 K-푸드 글로벌 전략 포럼’의 연사로 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정책관은 “전 세계의 식품산업 규모는 2014년 기준 5조300억 달러(약 5583조 원)로 정보기술(3조5000억 달러)과 자동차산업(1조6000억 달러)을 합한 것보다도 클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식품산업의 성장을 지원할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부가 나서 K-푸드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이미 해외에서는 드물지 않다. 태국은 2003년부터 태국 요리를 세계화하기 위한 ‘더 키친 오브 더 월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해외의 우수한 태국 식당에 태국 정부가 직접 ‘타이 셀렉트(Thai Select)’라는 인증을 해서 표준화된 태국 요리를 맛볼 수 있게 했다. 태국인 조리사 등의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졌음은 물론이다. 이 정책관은 해외에서 불고 있는 한식의 인기를 볼 때 우리 음식과 식품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식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농업과 문화, 관광 등 다른 산업 분야와 연계하겠다”며 “‘K-푸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외국인들이 한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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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세계화, 고유의 맛 살리며 현지문화 양념 더해야”

    #1 CJ제일제당은 세계 각국의 특성에 맞는 한국 음식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지인들이 실란트로(고수) 향을 선호하는 점을 감안해 ‘치킨 앤드 실란트로 만두’를 내놓았다. 닭 육수를 많이 쓰는 중국에선 닭고기 함량을 높인 조미료 ‘다시다’를,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일본에서는 유산균을 조절해 발효를 덜 시킨 김치를 각각 판매 중이다. #2 이상준 SN인더스트리 대표는 호떡과 닭강정을 주 메뉴로 미국과 중국, 필리핀에서 매장 2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K-푸드라고 해서 한정식과 같은 고급 음식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며 “한국인들이 간편하게 먹는 음식도 얼마든지 세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세계 각국이 자국의 음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총성 없는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K-푸드’(한식 또는 식품 분야 한류를 일컫는 말)도 해외로 뻗어 나가기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채널A와 동아일보는 K-푸드의 세계화를 모색하기 위해 1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K-푸드 글로벌 전략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김우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조동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등 식품·외식 분야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11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K-푸드를 선보이는 해외의 외식업체 매장(국내 업체가 운영)은 2014년 말 기준 3726곳에 이른다. 이는 전년(2717곳)보다 37.1% 증가한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2020년까지 K-푸드 매장을 7000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불고기와 비빔밥 등 전통적인 메뉴를 한식의 대표 주자로 여겼던 과거와 달리 최근의 K-푸드 매장은 길거리 음식 등 한국인이 간편하게 즐기는 음식으로 승부를 거는 게 특징이다. 한국식 자장면을 파는 중국 하얼빈의 ‘순풍’과 한국식 치킨을 선보이는 미국 뉴욕의 ‘가온누리’ 등이 대표적 사례다. 부대찌개 브랜드 놀부의 창업자인 오진권 ‘이야기 있는 외식 공간’ 대표는 “K-푸드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해야 차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빨리 빨리’ 음식을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착안한 곳도 있다.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삼겹살과 한국식 분식으로 성공한 ‘위두’의 전영민 대표는 “간단하게 조리한 음식을 파는 ‘K-Food 익스프레스(Express)’라는 매장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적인 것과 함께 현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CJ제일제당은 다시다와 김치, 즉석 밥인 ‘햇반’, 만두, 김 등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대표 상품으로 정한 뒤 현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정호 CJ제일제당 전략기획실장은 “세계 진출을 원한다면 한국 고유 DNA를 보존하면서도 현지인의 입맛에 최대한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최대 식품 박람회인 팬시푸드쇼에서 고추장으로 ‘소피 어워드’(식품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림)를 받은 로린 전 ‘장모김치’ 대표는 “발효를 통해 만든, 달콤하면서도 매운 한국적인 맛을 살린 고추장을 잼 병에 넣고 디자인도 현대화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지속적으로 K-푸드의 세계화를 이루려면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마트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외국산 농산물이 식탁을 점령하는 가운데 우수한 국산 농산물을 발굴하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수확 시기를 늦춰 당도를 높인 ‘성전감귤’(제주 제주시), 다양한 색깔의 ‘무지개 방울토마토’(경기 고양시), 생태 순환 농법으로 재배한 유기농 쌈채소(충북 충주시) 등을 적극 홍보해 판매 중이다. 전남 해남군에서 특산물인 세발나물을 재배하는 김규호 씨는 “이마트와 거래한 후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농심은 대부분의 감자칩이 수입 감자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국내산 ‘수미감자’로 감자스낵(‘수미칩’)을 제조해 지난해 26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정근 농심 경영기획실 상무는 “당근과 단호박, 사과를 넣은 과자를 개발하고, 꿀꽈배기에 쓰는 꿀을 국산으로 바꾸는 등 국내산 농산물 소비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김성모 mo@donga.com·김유영 기자}

    •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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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심한 가뭄에 배추-대파값 폭등

    극심한 가뭄으로 배추 등 채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일 기준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 한 포기 평균 경락가격은 2393원으로 1년 전(760원)보다 214.9%나 올랐다. 이는 최근 가뭄과 고온 현상으로 배추의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올 5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57mm로 평년(102mm)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인천과 경기 북부, 강원 영동 등 강수량이 평년의 50% 미만인 지역은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강원 영월군과 경북 영양군의 경우 잎이 처지는 등 가뭄 피해를 본 배추가 전체 재배량의 30∼40% 안팎에 이른다”며 “강원 정선군, 태백시, 삼척시 등에서는 가뭄으로 배추의 생육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배추 이외에 다른 채소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aT에 따르면 8일 기준 주요 농산물의 1kg당 평균 도매가격 상승률(1년 전 대비)은 양배추 185%, 대파 120%, 시금치 54%, 양파 48%, 무 41% 등이다. 농식품부는 앞으로도 가뭄이 계속 이어지면 고랭지 배추와 무의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농업대책상황실을 확대 운영하는 한편 긴급 영농 급수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의 시도지사들과 함께 가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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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농산물 직거래로 가구당 3만3800원 절감

    직(直)거래 등 새로운 유통방식 덕분에 지난해 절감된 농산물 유통비용이 6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이뤄진 직거래 등을 통해 총 6241억 원의 유통비용이 절감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2013년부터 농산물 유통 단계를 줄이고 가격을 안정화하는 내용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절감액은 2012년(2900억 원)의 두 배 이상이며 이를 가구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3만3800원에 해당한다. 이렇게 농산물 유통비용이 줄어든 것은 △온라인·모바일을 통한 농산물 판매와 △로컬푸드(지역 농산물) 직매장 증가 △백화점·대형마트의 농산물 직접 조달 등 신(新)유통 방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유통으로 거래된 농산물의 비중은 전체 유통물량의 14.4%로 2012년(8.4%)보다 6%포인트 늘었다. 2012년 3곳에 그쳤던 로컬푸드 직매장 수는 지난해 71곳으로 증가했다. 또 산지 직거래로 조달한 농산물을 취급하는 대형마트도 늘었다. 이마트의 경우 2013년 50곳이었던 직거래 조달 점포가 지난해에는 80곳으로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농산물 신유통 비중을 16.0%로 늘려 유통비용을 7300억 원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또 내년 6월에 시행되는 직거래법에 맞춰 직거래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우수 직매장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농가 계약재배 사업의 주체를 대형마트와 가공업체, 학교 급식센터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준원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농가가 제값에 농산물을 팔고 소비자는 더 싸게 농산물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농산물 유통 방식을 더욱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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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트진로, 뉴 하이트·맥스로 시장 공략… ‘뭐라고 캠페인’으로 지원 사격

    ‘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하이트진로는 두 가지 제품을 통해 매출을 쌍끌이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맥주전쟁에서 내세우는 무기는 ‘뉴하이트’와 ‘크림 생(生) 올 몰트 맥스’다. 이들 제품은 각각 하이트진로의 대표 맥주인 ‘하이트’와 ‘맥스’를 리뉴얼해 만들어졌다. 뉴하이트와 크림 생(生) 올 몰트 맥스가 주력 무기가 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올해 1분기(1∼3월) 하이트진로의 매출액은 431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늘어났다. 특히 1분기 영업이익은 2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6%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4월 내놓은 뉴하이트가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은 데 따른 것이다. 1분기 뉴하이트는 모두 990만 상자(1상자는 500mL짜리 20병)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24.7%나 늘어난 양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런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4월 기존의 맥스보다 거품이 더 풍부한 크림 생 올 몰트 맥스를 내놓았다. 이 제품이 내건 구호는 ‘무려 266초간 이어지는 맥주의 크림탑(거품)’. 크림 생 올 몰트 맥스는 디자인은 물론이고 원료와 제조공법 등을 크게 바꾼 게 특징이다. 기존 맥스에 새로운 효모를 사용하고 저온 발효공법을 적용해 크림 거품이 많이 생기게 했다. 또 살균 과정에서 열을 가하지 않는 공법을 통해 병맥주나 캔맥주에서도 생맥주 특유의 맛이 살아나게 했다. 아울러 기존 원료에 독일산 몰트를 첨가하고, 홉을 20% 이상 더 넣어 보리맥주의 특성을 강화했다. 하이트진로는 새로워진 하이트와 맥스로 올 여름 맥주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대표적인 게 ‘뭐라고 캠페인’으로 최근에는 캠페인 사이트(www.hite.com/moragoMV)에서 ‘나만의 뭐라고 무비 만들기’를 진행했다. 가수 곽진언과 김필의 듀엣곡인 ‘뭐라고’를 배경음악으로 맥주 한 잔에 담긴 친구나 연인, 동료 등과의 다양한 사연을 동영상으로 만드는 것이 내용이었다. 하이트진로는 곧 여름철에 어울리는 두 번째 ‘뭐라고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2009년부터 맥스 한정판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꼽히는 체코의 사츠(Saaz)홉과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스페셜홉 등을 사용한 맥스를 한정 판매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올해도 명품 홉을 사용한 한정판 맥스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인 일본의 ‘기린 이치방’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임시매장) ‘기린 이치방 가든’을 2013년부터 여름마다 매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6월 4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의 카페 노블에 기린 이치방 가든을 운영한다. 이 곳에서는 영하 5도로 얼린 거품을 슬러시처럼 생맥주에 올린 ‘프로즌 나마 기린 이치방 시로’는 물론 ‘기린 이치방 쿠로(흑맥주)’도 함께 접할 수 있다. 또 올해의 기린 이치방 가든에서는 ‘첫 즙만 담았다! 기린 이치방’이라는 주제로 나만의 맥주 라벨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인기 셰프인 강레오 씨도 이곳에서 맥주를 넣어 만든 특별 메뉴를 선보인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올해로 하이트진로가 창립 91주년을 맞이했다”며 “올해 실적을 크게 개선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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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지처럼… 제철 채소-과일 매달 집으로 배달

    “제주 섬에서도 비옥한 마을.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로, 제주의 풍광으로 농산물을 키워냈습니다. 자연이 차려낸 소박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제주 서귀포시 무릉2리의 농부들은 매달 한 차례씩 육지의 도시인들에게 제철 과일과 채소를 상자 가득 담아 보낸다. 외갓집의 정성을 담았다고 해서 과일과 브랜드 이름을 ‘무릉외갓집’(www.murungfarm.co.kr)이라고 붙였다. 지난달 꾸러미에는 ‘여름을 닮은 하귤(夏橘)’과 ‘해녀 할망이 따서 말린 가파도 돌미역’, ‘임금님 진상에 올리는 한라산 고사리’ 등이 담겼다. 소비자들은 어떤 품목이 올지 모르지만 제주에서만 접할 수 있는 물건들을 받는다는 점에서 열광한다. 소비자가 잡지처럼 농산물을 ‘구독’하는 ‘농산물 꾸러미’ 서비스가 인기를 끌며 새로운 농산물 유통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뜻이 맞는 농가들이 연합해 진행하는 이 서비스는 보통 농산물을 매달 한두 차례 도시의 고객들에게 택배로 보내주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무릉2리 농부들이 꾸러미 사업을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사업 시작에는 무료로, 또는 실비만 받고 도움을 준 기업들이 큰 힘이 됐다. 우선 제주올레 사무국이 연결해 준 중견기업 ‘벤타코리아’가 홈페이지 개설을 돕고 전 직원이 이곳 고객이 됐다. 여기에 디자인회사인 ‘리어’가 농부들의 실제 손글씨를 바탕으로 글자 폰트를 만드는 등 디자인 작업을 해줬다. 이런 노력에다 농민들의 정성이 합쳐져 현재 무릉외갓집의 꾸러미 구독자는 지휘자 금난새 씨와 성우 배한성 씨 등 500여 명에 이르게 됐다. 무릉외갓집의 사업 영역은 농산물 판매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릉외갓집은 현재 제주도 셰프인 박소연 씨가 보내주는 ‘겉절이 샐러드’와 ‘고사리전과 된장 미역장’ 등의 요리법을 통해 ‘제주산 로컬푸드’ 전반을 홍보하고 있다. 또 마을의 폐교를 숙박 공간으로 개조해 ‘도시 구독자’를 매년 초대하는 행사도 연다. 도시 손님들은 농부들과 교류하고 감귤 따기 등의 체험을 한다. 꾸러미 사업을 6차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어떤 걸 받을지 모르는데도 꾸러미를 구독하는 것은 농부들의 얼굴과 농산물 재배 과정 등을 보고 신뢰를 갖기 때문이지요. 자신이 먹는 음식을 누가 어디서 기르는지 등을 따져보는 ‘가치소비’가 확산된 것도 도움이 됐고요.”(홍창욱 무릉외갓집 실장) 농부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들은 꾸러미 사업 이전에는 농산물을 지역 공판장 등에 넘겨 팔았고 기후나 수확량 등에 따라 농산물 가격 변동이 심해 소득이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농산물 꾸러미 사업 이후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고 소비자와의 직거래로 유통 단계를 줄이자 마진도 높아졌다. 농산물 꾸러미 사업을 하는 농업 공동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충북 오창농협은 SK텔레콤 등 SK그룹의 임직원 2만여 명에게 농산물 꾸러미를 보내고 있다. SK그룹이 꾸러미 구매비의 절반을 대기 때문에 직원들의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올해로 10년을 맞이한 이 사업은 연 매출액이 10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성과가 좋다. 유기농 농사로 유명한 경기 양평군의 ‘팔당 제철꾸러미: 농부의 마음’은 무(無)농약으로 밭에서 키운 채소를 도시의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취나물과 쑥, 아욱, 근대 등 대형마트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채소를 판매하는 게 특징이다. 수확 후 24시간 이내에 싱싱한 채소를 배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 꾸러미처럼 다양한 형태의 농산물 유통 채널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유통구조는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농가는 소득 기반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가와 소비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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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배-수확 한눈에… 채소의 스토리를 팝니다

    《 예전에는 채소나 과일이 수집상과 중간상, 도매상, 소매상 등 여러 단계를 거쳐서만 소비자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농산물 유통구조에 변화의 조짐이 일었습니다. 농가로부터 농산물을 직접 조달하는 대형마트의 등장이 핵심 동인이었습니다. 당시를 ‘농산물 유통 혁명 2.0’ 시대라고 한다면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농산물 거래와 지역 농산물을 취급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등 신(新)유통 방식의 ‘농산물 유통 혁명 3.0’ 시대가 왔습니다. 기업 임직원이 정기적으로 ‘꾸러미 채소’를 배달받는가 하면 농가도 농산물 유통비용을 낮추기 위해 농산물을 공동 출하하는 게 특징입니다. 동아일보가 최근 달라진 농산물 유통 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꽃보다 쌈 채소” 맞벌이를 하는 한성연 씨(43·여)는 3일 농산물 온라인 쇼핑몰인 ‘헬로네이처’에서 쌈 채소를 주문했다. 그는 화면에 펼쳐진 쌈 채소를 기르는 텃밭 광경을 통해 쌈 채소가 어떻게 재배되는지 살펴봤다. 헬로네이처의 배송기사는 결제 명세를 확인하고 경기 하남시의 농가에서 쌈 채소를 따기 시작했다. 배송기사가 한 씨의 집에 쌈 채소를 배달한 때는 4일 오전. 한 씨는 “예전엔 시장에 가서 농산물을 직접 보고 사야 마음이 놓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인터넷을 통해 채소의 재배 과정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며 “채소도 신선해 매주 1, 2차례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농산물을 산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 등이 늘면서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농산물을 구매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정보기술(IT)과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들이 대거 농식품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면서 농산물의 인터넷 거래는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농산물을 파는 게 아니라 농산물을 재배한 농부의 이야기, 재배 과정 등 이야기를 덧입혀 부가가치를 높이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거래는 신(新)유통 방식의 대표적인 형태다. 유통업계는 온라인을 통한 농산물 거래액이 지난해에만 96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헬로네이처는 모바일 쇼핑업체인 쿠팡 출신의 박병열 대표(30)가 2012년 창업했다. 이 회사는 단순히 배송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농산물 수확 후 소비자에게 이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택배회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배송기사를 고용했다. 배송기사는 냉장 차량을 타고 농가를 방문해서 수확한 뒤 제품을 직접 배달한다. 그 결과 고객들의 호응을 얻어 지난해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삿갓유통’은 대기업 마케팅팀 출신의 김필범 대표(30)가 창업한 회사로 농산물에 스토리를 덧입혔다. 고구마의 제품명을 ‘세 가지 다르구마’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또 농가를 돌면서 느낀 체험담을 통해 소비자들이 산지를 둘러본 듯한 느낌을 준다. 삿갓유통은 지난해 매출액 17억 원에서 올해 매출액 3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대형마트 바이어 출신인 김상돈 대표(30)가 2013년 창업한 ‘프레시멘토’는 농가에 파격적인 대우를 한다. 김 대표는 생산자에게는 싸게 사려고 하고, 소비자에게는 비싸게 팔려는 기존 유통업계의 관행을 개선하고 싶어 창업을 택했다. 프레시멘토는 농가에서 판매 수수료를 4%만 받는다. 이는 다른 쇼핑몰(약 20%)보다 낮은 수준. 현재 회원이 3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13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매출액 목표를 20억 원으로 잡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을 통한 농산물 유통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도 농산물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1∼5월 G마켓의 농산물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나 늘었다. G마켓은 지방자치단체 130여 곳과 제휴해 성주 참외, 무안 햇양파 등의 특산물을 판다. 네이버도 지난해 12월부터 농산물 산지 직송몰인 ‘프레시윈도’를 통해 농산물 직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강원 정선의 수리취 인절미 등 월 10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산지가 10곳이나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유영 abc@donga.com·김성모 기자}

    • 201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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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유영]‘내향적 소비’의 시대

    배우 이나영과 원빈의 ‘가마솥 결혼식’이 최근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강원도 정선의 푸른 밀밭에서 사랑을 맹세했다. 정선은 광부의 아들인 원빈의 고향이다. 이들은 “태어나고 자란 땅 위에 뿌리 내린 경건한 약속을 기억하며 굳건한 나무처럼 살겠다”고 했다. 신랑 신부와 소수의 하객은 결혼식을 마친 뒤 가마솥에 국수를 삶아 먹었다. 결혼이야말로 일생에서 몇 번 안 되는, 소비의 ‘큰손’이 되는 시기다. 하지만 요즘엔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사람들만 초대해 주례도 없이 결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예물도 다이아몬드 반지를 고집하지 않는다. 작고 소박해도 의미 있는 선물을 교환한다. 이처럼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소비하는 행태, 즉 ‘내향적 소비’가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이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과시적 소비와 대비된다. 사실 대개의 한국인들은 그동안 ‘인정 욕망’에 사로잡혀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르르 음주가무를 벌이기보다 집에서 홀로 술을 즐기고, 여럿이 가야 민망하지 않을 패밀리레스토랑에서도 혼자 밥 먹는 사람이 생겨났다. 요란하게 돈을 쓰기보다는 피겨(사람 동물 등을 본뜬 모형)를 사 모으고 색칠공부에 몰두하기도 한다. 이런 시대정신은 정신의학자인 알프레트 아들러의 심리학을 다룬 ‘미움 받을 용기’의 인기에서도 나타난다. 이 책은 15주째 베스트셀러 1위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부터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서’에 이르기까지 남의 시선에 집착하는 삶이야말로 스스로를 불행하게 한다는 게 요지다. 저자는 “타인의 욕망을 내 욕망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내향적 소비 성향은 최근의 사회 경제적 환경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요즘엔 극도로 경쟁적인 분위기로 삶이 팍팍해져 남의 시선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어졌다. 이런 환경에선 내면을 돌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게 나을 수 있다. 또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정도로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불투명한 미래’보다는 ‘확실한 현재’에 집중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 됐다. 물론 내향적 소비가 내수 침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콰이어트’는 내면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이 책은 내성적인 사람들이 소극적이고 성과가 저조하다는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이들은 내부에서 에너지를 찾으며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한다. 소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향적 소비는 나를 내 삶의 주인일 수 있게 한다.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파티 걸’로 유명한 친구가 있다. 그녀는 외국에 다녀올 때마다 온갖 브랜드의 가방과 옷을 한 보따리씩 사왔다. 그랬던 그녀가 최근 에코 백(면 가방)을 메고 나타났다. 그것도 스틸레토 힐이 아닌 흰색 운동화를 신고서. 그녀는 이제 명품은 ‘끊었다’고 했다. 그나마 돈을 쓰는 항목은 명상 요가와 퍼스널트레이닝(PT)이라고 했다. 그녀는 “명품을 휘감고 다녀봐야 부질없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활짝 웃는 모습이 예전보다 예뻐 보였다.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

    • 201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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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왕 불맛 내려 프라이팬 100개 태워”

    농심이 올해 4월 내놓은 짜장라면 ‘짜왕’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품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짜왕이 농심의 영업이익을 최대 10%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농심은 짜왕의 5월 매출이 100억 원(출고가 기준)을 돌파했다고 3일 밝혔다. 라면업계에서는 통상 신제품의 월 매출액이 20억∼30억 원이면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짜왕은 굵은 면발로 유명한 농심의 ‘너구리’보다도 굵은 3mm의 면발과 함께 진한 풍미의 짜장소스로 ‘중국집 간짜장’맛을 잘 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부 소매점에서는 품절 사태가 벌어졌고 인터넷에는 ‘짜장계의 허니버터칩’ ‘중국집 사장님을 긴장케 하는 맛’ 등의 시식기가 2000여 건이 올라왔다. 농심은 경기 안성과 부산공장뿐 아니라 신라면을 만드는 경북 구미공장까지 동원해 짜왕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농심은 짜왕이 올해 ‘연 매출 1000억 원 클럽’에 진입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연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라면은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네 가지다. 농심 내부에서는 “1986년 신라면 출시 이후 29년 만에 히트 라면이 나왔다”며 고무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업계와 증권가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한 식품업계 전문가는 “짜왕이 처음 나왔을 때는 기존 짜장라면 시장 1위인 짜파게티의 시장점유율을 깎아먹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1500원짜리 짜왕이 900원짜리 짜파게티를 대체하면 농심의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최근 짜왕이 짜파게티의 판매량을 단순 대체하기만 해도 농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0%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짜왕 개발은 2013년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면) 열풍이 불던 때 시작됐다. 당시 농심 내부에도 ‘제 살 깎아먹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농심은 소비자들이 고급 짜장라면을 원하는 상황에서 신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다른 업체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개발을 강행했다. 그리고 단순한 짜장라면이 아닌 ‘중국집 간짜장’에 가까운 제품을 개발하기로 하고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특히 짜파구리는 짜장수프에 너구리의 매운 맛 수프를 넣었다는 점에 착안해 짜왕에도 은은한 매운 맛을 나게 했다. 윤상혁 스프개발팀장은 “양파 마늘 대파 등 매운 맛 채소를 이용해 중국집 간짜장의 불맛을 재현했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여기에 100개가 넘는 프라이팬을 폐기 처분해가며 ‘불맛’을 더했고 다시마 우린 물을 넣은, 쫄깃한 면발을 만들어냈다. 농심 관계자는 “짜왕은 기업의 힘은 혁신적 신제품에서 나온다는 점을 다시 알게 해준 제품”이라고 자평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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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우유 1년만에 中수출… 매일-연세-서울우유 6월중 재개

    국산 흰 우유가 1년 만에 중국에 다시 수출된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우유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 상하공장과 연세우유 아산공장, 서울우유 거창공장 등 국내 유제품 생산공장 3곳의 흰 우유(살균유) 제품이 2일 중국 국가인증인가감독관리국에 등록됐다. 이는 흰 우유의 중국 수출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국내산 우유의 중국 수출은 지난해 5월 이후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해외 유제품 생산업체(품목)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초고온 순간살균 방식(130∼150℃에서 0.5∼5초 살균)을 문제 삼았다. 국내 업체들은 수출용 포장지 제작과 생산일정 조정 등 사전 준비를 마친 후 이달 중으로 수출을 재개한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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