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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cm, 88kg의 거구인 그가 달려가 어깨로 밀면 상대 공격수들은 ‘퍽’ 하고 튕겨 나간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졸전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축구대표팀에서 21세 ‘젊은 피’ 김민재(전북·사진)의 활약은 눈부셨다. 동료가 상대를 놓쳤을 때 빠른 커버 플레이로 실점을 막았다. 이란전에서 상대 선수의 발에 머리를 밟히기까지 했지만 온몸을 던져 상대 슈팅을 차단했다. 공격 본능도 발휘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따르면 김민재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73.8%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측면 공격수 이근호(55.6%)보다 높은 수치다. 승리를 못해 팬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최종예선 1∼8차전에서 10골을 내줬던 대표팀 수비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앙수비수 김민재의 맹활약이 있었다. 이란전이 첫 A매치였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노련했다. 김민재의 발견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둔 ‘신태용호’의 가장 큰 소득으로 꼽힌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최종 명단 발표 전에 전북 경기를 보러 간 것은 김민재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김민재를 주전 수비수로 기용하겠다고 마음먹은 뒤에 그의 파트너로 누구를 세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김민재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괴물 수비수’라는 별명답게 소감도 당찼다. 그는 “많은 관중 앞에서도 긴장되지 않았다. 자신 있게 플레이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의 작은 횟집 아들인 김민재는 학창 시절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와 육상 선수였던 어머니로부터 ‘운동 DNA’를 물려받았다. “아버지께는 골격을, 어머니께는 스피드를 물려받은 것 같다”는 김민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의 뒤를 이을 대형 수비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민재보다 17세 많은 이동국(38·전북)과 염기훈(34·수원), 이근호(32·강원) 등 K리그 베테랑 3인방의 활약도 빛났다. 선발 출전한 이근호는 경기 초반부터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후반 33분 이근호 대신 교체 투입된 이동국도 짧은 시간임에도 두 차례 위력적인 슈팅을 시도하며 후반 막판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왔다. 후반 19분 들어간 염기훈은 특유의 정확한 왼발 크로스로 공격수들의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영국 BBC는 6일 현재 본선에 진출한 8개국 주요 선수와 감독, 과거 전력 등을 소개한 기사에서 “월드컵 본선에서 이동국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어부지리’가 따로 없다. 한국 축구가 힘겹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에 이어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 중 6번째 대기록이지만 진출 과정은 깔끔하지 못했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밤 12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부뇻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전(10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수차례 상대 문전 앞까지 진격했지만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과 세밀한 패스 플레이의 실종으로 무득점에 그쳤다. 전날까지 최종예선 A조 2위였던 한국(승점 15)은 승점 1을 얻는데 그쳤지만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1위 이란이 3위였던 시리아와 2-2로 비겨준 덕분에 조 2위를 유지했다. 최종예선은 각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얻는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이날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원톱으로 놓고 좌우 날개에 손흥민(토트넘)과 이근호(강원)를 배치한 3-4-3 전술을 내세웠다. 좌우 윙백 미드필더로는 김민우(수원)와 고요한(FC서울)이 나섰다. 경기 초반 한국은 황희찬 등 공격수들이 전방부터 적극적인 압박 수비를 펼쳤다. 저돌적 돌파가 장기인 황희찬은 전반 2분 돌파에 이어 슈팅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우즈베키스탄은 풀백 카시모프를 앞세운 오른쪽 측면 공격으로 한국을 공략했다. 전반 8분 카시모프가 오른쪽 측면에서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렸지만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가 선방했다. 전반전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다. 전반 23분에는 하이다로프의 중거리 슈팅이 골포스트에 맞고 나왔다. 한국은 전반 44분 볼 경합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수비수 장현수(FC도쿄)가 미드필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로 교체됐다. 신 감독은 김민우와 고요한을 수비로 내려 포백 전술로 전환했다. 이 때부터 한국의 공격 전개가 활력을 띄기 시작했다. 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이 날린 슈팅은 골포스트를 맞았다. 후반전 들어 한국은 구자철의 게임 조율을 바탕으로 우즈베키스탄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골문 근처에서의 골 결정력 부족으로 고전했다. 후반 2분 이근호의 슈팅은 오른쪽 골포스트 옆으로 빠져 나갔다. 신 감독은 후반 32분 이동국(전북)을 투입해 공격력을 강화했다. 한국의 최전방은 이동국과 황희찬의 투톱 형태로 바뀌었다. 맹공을 펼치던 한국은 후반 36분 우즈베키스탄의 최전방 공격수 게인리흐에게 돌파를 허용했다. 게인리흐가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지만 김승규가 침착히 막아냈다. 역습 상황에서 이동국이 시도한 헤딩 슈팅은 원 바운드 된 뒤에 골 포스트에 맞아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 44분 이동국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손흥민의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다. 타슈켄트=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이번에는 축구화 5켤레를 챙겨 왔습니다.” 축구대표팀 수비수 고요한(29·FC서울·사진)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우즈베키스탄 원정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2년 9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파흐타코르 센트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를 앞두고 그는 국내에서 사용하던 짧은 스터드(축구화 밑창의 징)의 축구화만 챙겨 원정길에 올랐다. 큰 실수였다. 경기장 잔디가 미끄러웠던 탓에 수차례 넘어진 그는 상대에게 쉽게 역습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 대비해 스터드가 쇠로 된 것 등 여러 켤레의 축구화를 준비한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쇠 스터드나 길이가 긴 고무 스터드는 잔디에 깊숙이 박혀 선수의 몸을 지탱하는 힘이 강하다. 그라운드가 미끄럽거나 무를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이란전에 선발로 나섰던 측면 수비수 최철순(30·전북)은 경고 누적으로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올 수 없다. 이 때문에 오버래핑 능력이 뛰어난 고요한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높다. 고요한은 “수비에 집중하면서도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공격하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과 일전을 벌일 타슈켄트의 부뇻코르 스타디움의 잔디 길이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훈련장으로 사용 중인 부뇻코르 아카데미필드와 부뇻코르 스타디움의 잔디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카데미필드와 부뇻코르 스타디움의 잔디는 외견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처럼 선수들이 발을 디딜 때 잔디가 움푹 꺼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잔디 길이가 예상보다 길었다. 협회 관계자는 “통상 대표팀이 안방경기를 치를 때는 잔디를 1.5cm 정도로 짧게 깎아 패스 축구에 적합하게 만든다. 하지만 부뇻코르 스타디움은 1.5cm보다 잔디가 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잔디가 길면 볼 스피드가 떨어지기 때문에 역습과 패스 플레이에 제약이 생긴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 잔디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또 한국 축구장 잔디가 위로 곧게 자라는 타입이라면 부뇻코르 스타디움 잔디는 둥글게 말리는 타입이라고 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잔디가 스터드에 꼬이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다행히 선수들이 큰 불편은 호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4일 우즈베키스탄 부뇻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의 마지막 훈련.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 손흥민(25·토트넘)은 굳은 표정으로 축구화 끈을 단단히 묶은 뒤 잠시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결연하고 진지한 자세로 훈련에 임했다. 손흥민은 “스스로도 최종예선에서의 활약이 부족했다고 느낀다.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선다면 팀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는 한국 축구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다. 그의 어깨 또한 무겁다. 그동안 대표팀 에이스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한 시즌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골 기록(21골)을 세웠던 손흥민이지만 대표팀에서는 골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3-2 한국 승)에서 1골을 넣은 이후 A매치 6경기 연속으로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플레잉타임으로 치면 471분간 무득점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말했던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태용호’의 주 공격 루트는 손흥민이 배치된 왼쪽 측면이지만 그가 2, 3명이 달라붙는 상대 수비에 고전하면서 팀 공격이 원활하게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팀 전체 유효슈팅이 0개(슈팅 8개)에 그친 이란과의 9차전에서 손흥민의 패스 정확도도 54.5%에 그쳤고 슈팅도 1개에 불과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손흥민의) 득점이 나오지 않는 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팀 전체가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개인기를 앞세운 돌파보다는 정확한 슈팅력이 장점인 선수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토트넘에서의 손흥민은 해리 케인 등 동료 공격수에게 수비가 집중된 틈을 이용해 중앙으로 파고들며 골을 터뜨린다. 대표팀도 공격수들 간의 동선이 겹치지 않는 세밀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전방과 우측 측면에 위치한 공격수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분산시켜야 손흥민이 슈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얘기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토트넘에는 움직임 좋은 공격수에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란 패스마스터가 있어 손흥민이 빛을 발한다. 한국도 손흥민을 활용하기 위해선 주변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동료들도 노력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부터 한방을 썼던 황희찬(21)이 손흥민과 전술 움직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장난도 치면서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전방 공격수인 황희찬과의 호흡에 따라 손흥민의 활약도 달라질 수 있다.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 이후 9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던 그가 득점포를 재가동한 상대가 우즈베키스탄이다. 손흥민은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2골을 넣었다.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테크니션 오딜 아흐메도프(상하이 상강·사진)를 봉쇄하라.’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명운이 걸린 우즈베키스탄전이 5일 밤 12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부뇻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10차전에서 패하는 팀은 월드컵 본선 직행(각 조 1, 2위)이 좌절되기에 혈투가 불가피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9위 한국은 우즈베키스탄(64위)과의 역대 전적에서 10승 3무 1패로 앞서 있다. 객관적 전력에서 이란(24위)보다는 못한 팀이지만 최종예선 4승 가운데 3승을 부뇻코르 스타디움에서 챙겼을 정도로 안방에서 강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린다. 삼벨 바바얀 우즈베키스탄 감독은 4일 “우즈베키스탄 축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런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무실점 승리가 목표”라며 수비 조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상대가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가진 팀이라 선제골을 내주면 경기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따르면 아흐메도프는 중앙과 측면 공격수에게 침투 패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빌드 업을 시작한다. 한국의 ‘패스 마스터’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비슷한 역할이다. 아흐메도프는 2009, 2011년 우즈베키스탄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실력파다. 우즈베키스탄이 승리를 거둔 최종예선 4경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선수가 아흐메도프로 4경기에서 모두 73%가 넘는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아흐메도프는 FIFA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경기는 (월드컵 진출의) 마지막 기회다. 한국을 꺾지 못하면 우리는 이 나라에서 축구를 끝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아흐메도프를 막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의 전담 마크를 지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몸싸움에 능한 장현수(FC 도쿄)가 아흐메도프 봉쇄의 특명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즈베키스탄의 약점은 중앙 수비진의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중앙 수비수 안주르 이스마일로프(창춘 야타이·190cm)와 예고르 크리메츠(베이징 궈안·192cm)는 키가 커 공중 볼 장악 능력이 좋지만 순발력이 떨어져 상대 공격수의 침투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돌파에 능한 황희찬(잘츠부르크)과 이근호(강원)를 각각 최전방과 우측에 배치해 상대 뒤 공간 침투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스마일로프와 크리메츠는 지난해 11월 한국과의 최종예선 5차전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후반에 급격한 체력 저하 현상을 보이며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196cm)이 투입된 한국에 고전했다. 한국은 김신욱이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결승골로 연결했다. 4일 ‘완전 정복―우즈베키스탄’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 신문선 명지대 교수 역시 “아흐메도프를 초반부터 집중적으로 견제해야 한다”면서 “최종예선 9경기를 분석해 보면 우즈베키스탄은 60분(후반 15분)을 전후로 큰 차이가 있다. 안방에서 3승 1패를 거두며 4골을 넣었는데 그중 3골이 60분 이후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의 사막성 건조기후 탓에 방문 팀이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간을 중심으로 교체 카드를 잘 활용해야 한다. 9경기에서 7골(한국은 10실점)만 내 줬을 정도로 수비가 강하기에 불필요한 드리블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실점은 패배라는 생각으로 전술을 짜야 한다. 이동국과 같이 큰 경기를 많이 치러 정신력이 강한 베테랑들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타슈켄트=정윤철 trigger@donga.com / 이승건 기자}

“절묘한 전술 등 경기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승점을 따 월드컵에 진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삼벨 바바얀 우즈베키스탄 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와 선수들은 여전히 월드컵에 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즈베키스탄의 사상 첫 월드컵 진출을 위해 한국전에서 총공세를 펴겠다는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9위 한국이 5일 밤 12시 방문경기로 치르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최종전 상대인 우즈베키스탄(FIFA 랭킹 64위).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진출의 명운이 갈리기 때문에 혈전이 예상된다. 우즈베키스탄은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해 훈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축구협회 측에서 훈련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준결승 맞대결에서 한국을 1-0으로 꺾은 이후 단 한 번도 한국을 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맞대결에서는 ‘지한파’를 앞세워 이변을 노리고 있다. 세르베르 제파로프(35·사진)는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K리그 FC서울(2010∼2011년), 성남(2013∼2014년), 울산(2015년)에서 뛴 그는 K리그 통산 110경기에 나서 20골 16도움을 기록했다. 중국과의 9차전에서 선발 출전한 제파로프는 78.3%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수원에서 한 시즌(2011)을 뛴 알렉산드르 게인리흐(33)도 개인기가 좋아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2일 한국 훈련장에서 만난 한 우즈베키스탄 기자는 “제파로프와 게인리흐가 동료들에게 한국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축구연맹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수비수들의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최근 중국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은 측면과 중앙에서 문전으로 침투하는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상황을 자주 노출했다. 볼 경합 상황에서의 승리 비율도 43.9%로 중국(56.1%)에 뒤졌다. 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이근호(32·강원)는 훈련에 앞서 장신 공격수 김신욱(29·전북·196cm)을 향해 천천히 손바닥을 마주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그러면서 공격 시 둘 간의 간격과 공격 방향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2012년 울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선수는 당시 ‘빅 앤드 스몰 콤비’로 불리며 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 옆에서는 대표팀 최고참 이동국(38·전북)이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었다. 후배들보다 오랫동안 몸을 푼 그는 패스 훈련이 시작되자 가장 큰 소리로 “어이”라며 기합을 넣거나 크게 박수를 치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 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부뇨드코르 아카데미필드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서 베테랑 콤비 이근호와 이동국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결전을 대비했다. 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 속한 다른 국가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본선 직행을 확정짓는 길은 5일 밤 12시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호국 콤비’(이근호+이동국)가 9차전 이란전(0-0 무)에서 ‘유효 슈팅 0개’를 기록한 대표팀의 무딘 공격력 문제를 해결할 창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국은 “우리 스스로 ‘이길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역대 대표팀 선수 중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가장 많은 골(4골)을 넣었고, 이근호는 2골을 넣었다. 둘이 함께 뛴 경기에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에 3승 1무를 거뒀다. 역대 전적은 10승 3무 1패로 한국의 우세. 저돌적인 돌파가 강점인 이근호는 “우즈베키스탄은 이란보다 수비가 거칠지 않다. 동국이형과 우즈베키스탄전의 좋은 추억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소속팀 강원에서의 활약(5골 4도움)을 바탕으로 대표팀에 승선한 그이지만 이란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우세한 전적을 의식해 자만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이란전에서 후반 44분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까지 5분여를 뛰는 데 그쳤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선발로 나오거나 좀 더 많이 뛸 가능성이 높다. 이동국은 큰 경기 경험이 많고 동료와 2 대 1 패스 등에 능하다. 이 때문에 그는 공격수들 간의 연계 플레이 부족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힌다. 이란전에서 한국은 롱볼(22회)이 가장 많은 공격 방식이었을 정도로 세밀한 플레이가 부족했다. 호국 콤비는 월드컵 본선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해 좌절했던 경험이 있다. 이동국은 2006 독일 월드컵을 3개월 앞두고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이근호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에서 맹활약하고도 유럽 진출 실패 등에 따른 경기력 저하로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동국과 이근호 등을 중심으로 ‘이란전은 빨리 잊자. 아직 우리에겐 한 경기가 남았다’는 얘기들이 오갔다”고 전했다. 대표팀 공격진의 ‘특급 도우미’로 꼽히는 미드필더 기성용(28·스완지시티)도 2일 대표팀 합류 후 처음으로 정상 훈련에 참가했다. 6월 무릎 수술을 받은 그는 국내 훈련 때는 러닝 등 개인 훈련을 했다. 이날 그는 차두리 코치와 ‘롱 패스’를 주고받거나 팀 동료들과 패스 게임을 했다. 신태용 감독은 “기성용의 출전 가능성은 50%다. 부상 재발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전술 훈련은 비공개로 하는 등 보안을 철저히 유지했다. 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를 앞둔 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부뇨드코르 스타디움(3만4000석).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매표소에는 50여 명의 우즈베키스탄 팬이 줄을 서 있었다. 한 팬은 “우즈베키스탄의 첫 월드컵 진출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에게 “표가 필요한가?”라고 물은 다른 팬은 표를 사재기한 뒤 되팔고 있었다. 그는 “이제 몇 장 안 남았다. 정상가는 3만5000숨(약 9000원) 정도다. (매진된) 그라운드 중앙 인근 자리는 10만 숨(약 2만6000원)이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는 우즈베키스탄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스포츠다. 우즈베키스탄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한 상태다. 100달러(약 11만2000원)를 환전했더니 수백 장의 숨이 ‘돈다발’로 건네졌다. 3일 기준으로 우즈베키스탄 은행과 호텔에서 공식 환율은 1달러에 4290숨이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암시장에서는 1달러에 8000숨까지도 교환을 해준다고 한다. 돈뭉치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식당마다 ‘지폐 계수기’가 있을 정도다. 타슈켄트 소재 호텔 직원 아지즈 씨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축구가 열리면 경기장은 가득 찬다.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이 한국을 안방에서 처음 꺾고 기쁨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일 부뇨드코르 스타디움 인근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명절을 맞아 풍습에 따라 양을 도축하면서 자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열성적인 우즈베키스탄 팬들의 돌출 행동을 우려해 ‘신태용호’는 1일 타슈켄트 공항에서 별도의 환영 행사도 치르지 않고 숙소로 향했다. 김도윤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52)은 “과거에 한국이 승리하면 우즈베키스탄 팬들이 우리 응원단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팬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민 600여 명은 경기장을 찾아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이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6만여 명이 ‘붉은 물결’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응원단보다는 물론 적겠지만 빨간 티를 맞춰 입고 태극전사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전과 같은 시간(5일 밤 12시·한국 시간)에 열리는 시리아-이란 경기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3일 현재 최종예선 A조 3위 시리아(승점 12·골득실 +1)가 이란을 꺾고, 2위 한국(승점 14·골득실 +1)과 4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골득실 ―1)이 비기면 시리아가 최종 2위로 본선 직행 티켓을 획득한다. 한국은 3위로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고 우즈베키스탄은 탈락이다. 한편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란전(0-0 무) 당시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같은 시간 진행되던 우즈베키스탄-중국의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공격수의 늦은 교체 투입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경기 막판 1골만 넣고 이겼어도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기 때문. 대표팀 관계자는 “마지막 경기는 경쟁 국가의 경기 결과도 중요하기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실시간으로 다른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6만여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하거나, 두 손에 든 빨간색 ‘클래퍼’(박수 소리가 나는 응원도구)를 흔들 때 관중석에는 ‘붉은 물결’이 일었다. 그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소리에 심판의 휘슬 소리와 작전을 지시하는 감독들의 날카로운 소리도 모두 묻혔다. 이란의 안방 구장 아자디 스타디움(7만8116석)이 ‘원정 팀의 무덤’이라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6만6704석)에 모인 한국 팬들은 경기장을 ‘이란의 무덤’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염원하는 6만3124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관중 수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역대 관중 9위에 해당한다. 이 경기 전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6만 관중을 넘긴 것은 18차례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로는 3번뿐이었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온 김진호 씨(23)는 “대표팀이 난적인 이란을 꺾고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명성을 되찾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며 웃었다. 대한축구협회가 배포한 빨간 티셔츠를 입고, ‘끝까지 함께’라고 적힌 응원 도구를 든 이들의 모습에 경기장을 들어서는 이란 선수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신태용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전광판에 나온 영상에서 “이란 원정 때는 아자디 스타디움의 ‘검은 물결’이 위협적이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상대를 놀라게 할 차례다. 웰컴 투 서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란 방문경기 당시에 이란 팬들은 이슬람 추모일을 맞아 검은 옷을 입고 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온라인으로 내놓은 입장권만 5만9000여 장이 판매됐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는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앞에서 ‘암표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암표상들은 5만 원짜리 1등석을 7만∼8만 원에 팔고 있었다. 한 암표상은 “평소에는 야구장 근처에서 (암표를) 팔았지만 오늘은 축구장이 ‘대목’이라 장소를 옮겼다. 30분이 지날 때마다 가격을 5000원씩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열광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0-0으로 비겼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란의 양쪽 풀백 모하마디와 레자이안의 오버래핑을 주의하라.’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명운을 건 이란전이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란 공격의 특징은 강한 압박과 간결한 볼 터치를 통한 빠른 역습이다. 특히 기동성을 앞세운 오버래핑이 장점이다. 포백 수비를 쓰는 이란 공격의 시발점은 양쪽 풀백이라고 할 수 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전의 경우 양쪽 풀백 말라드 모하마디와 라민 레자이안의 볼 터치가 전체 26%를 기록할 정도로 두 선수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두 선수는 경기당 평균 7번의 크로스를 기록했다. 4-2-3-1 포메이션을 쓰는 이란의 전방 공격수로는 레자 구차네자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016∼2017 네덜란드 리그 득점 2위(20골)를 기록한 구차네자드(SC 헤이렌베인)는 직접 드리블에 이은 슈팅 능력이 좋다. 이란의 주포인 사르다르 아즈문은 경고 누적으로 이번 경기에 뛸 수 없다. 이 때문에 아즈문의 백업 선수로 활용돼 왔지만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수비 뒤 공간 침투 능력이 우수한 구차네자드가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풀백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와 이를 받은 구차네자드의 공격이 주 패턴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선 풀백의 오버래핑을 저지하거나 상대 풀백의 오버래핑에 의한 뒤 공간의 수비 공백을 노려 역습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란에 맞선 한국팀의 주 공격수로는 황희찬이나 이동국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황희찬은 최근 소속팀에서 잇달아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지만 무릎이 좋지 않은 것이 변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황희찬이 아니라면 이동국이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 뒤에는 장신(196cm)의 김신욱이 조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희찬은 돌파에 이은 슛동작, 이동국은 묵직한 자리싸움과 슈팅 능력이 장점이다. 김신욱은 압도적인 신장을 이용해 고공 크로스에 이은 헤딩슛 한방을 노릴 만하다. 한국이 이란의 수비진을 뚫기 위해서는 이란의 포백 수비 앞에 위치해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한편 볼 배급을 통한 공격 방향을 지휘하는 사이드 에자톨라히를 봉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구자철 권창훈이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원에서의 싸움도 승부의 주요 포인트다. 한국으로서는 기성용의 부상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국팀의 슈퍼스타인 손흥민이 부상으로 나서지 못할 경우에는 이근호가 대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근호는 빠른 스피드와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경기는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맞는 첫 번째 경기다. 짧은 시간 동안 얼마만큼 조직력을 갖추었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신 감독은 30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발 명단과 포메이션 등을 공개 못 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26명을 뽑았는데 엔트리에 포함될 23명조차 추려지지 않았다. 오늘 밤에 결정이 되면 그때부터 유니폼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최대한 전력 노출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신 감독과 한국 대표팀이 이란전을 맞는 분위기는 그만큼 신중했다.파주=이승건 why@donga.com·정윤철 기자}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대표팀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서 내 역할을 고민했다.” 28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도착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말이다. 유럽파인 그는 조기 소집된 K리그와 중국리그 선수들보다 일주일 늦게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신태용호 1기’의 색깔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신태용 감독님은 볼의 속도가 빠른 축구를 원하신다”고 말했다. 소속 팀 경기로 인해 대표팀에 늦게 합류한 유럽파들이 귀국길에서부터 ‘자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신 감독의 세심한 준비 덕분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조기 소집이 힘든 유럽파 등에게 ‘매뉴얼북’으로 볼 수 있는 전술 자료와 영상 등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매뉴얼북에는 선수가 팀에서 수행할 포지션과 역할, 상대 팀 분석 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매뉴얼북은 31일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둔 대표팀이 ‘완전체’로 훈련할 시간이 3일에 불과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관계자는 “유럽파에게 체력훈련 자료 등을 전달한 적은 있지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전술 자료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덧붙였다. 조기 소집된 K리거 등은 NFC에서 개인별 전술 자료를 받았다. 코칭스태프는 ‘심야 공부’를 하며 이것을 만들었다. 매일 오후 10시 30분이 되면 NFC 본관 4층 독서방에 불이 켜진다. 선수들이 잠을 청할 때 전경준, 김남일, 차두리 코치는 영상을 보며 전술 토론을 벌인다. 신 감독도 자신의 방에서 영상 분석을 한다. 상대 팀 영상뿐만 아니라 채봉주 비디오 분석관이 촬영한 대표팀 훈련 모습도 들어 있다. 채 분석관은 훈련 시간에 NFC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선수들을 촬영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채 분석관은 코치진이 놓친 선수들의 움직임과 실수를 파악한다. 대표팀의 ‘매의 눈’이다”고 말했다. 코치진은 다음 날 자신들이 만든 전술 자료를 신 감독에게 전달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독서방의 불은 오전 2시 30분까지도 꺼지지 않는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홀로 전술을 고민했지만 현 대표팀은 코칭스태프 간 분업과 토론을 통해 이란을 격파할 수 있는 전술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가장 수다스러운 사람들이 코칭스태프다”고 말했다. 훈련장에서도 디테일을 강조하는 신 감독의 노력이 보인다. NFC 훈련장 그라운드에는 4.5m 간격으로 12개의 흰색 선이 그어져 있다. 미식축구 경기장과 비슷한 모습이다. 신 감독은 “최종예선 1∼8차전을 분석한 결과, 수비와 미드필더 등의 라인 간격이 너무 넓은 탓에 실점(10실점)을 많이 했다는 것을 파악했다”면서 “간격 유지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에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훈련할 때 압박 지점과 상대의 동작에 따른 수비 자세 등을 꼼꼼히 지시하고 있다. 훈련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선수들은 훈련에 앞서 15분간 고무 밴드를 양쪽 다리에 걸고 걷기 등 11가지 동작을 한다. 이는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3년간 대표 선수들의 부상 기록을 분석해 만든 것으로, 상대와의 충돌이 아닌 상황에서 선수 스스로 근육 부상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부상 방지 프로그램이 국가대표팀에 도입된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란전을 앞둔 대표팀은 29일 결전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장현수(FC도쿄)는 “감독님과 선수들 모두 조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비디오 미팅 등을 통해 이란 선수 개개인의 경기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27)를 꺾고 금메달을 딴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1)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29일 “소트니코바가 올림픽 타이틀 방어에 나설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ESPN에 따르면 소트니코바의 코치 예브게니 플루셴코는 “소트니코바가 부상 때문에 이번 시즌에는 경기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플루셴코는 “부상이 빠르게 치료되기를 기대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소트니코바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태로 대회에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즌 대회 불참이 소트니코바의 은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소치 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판정 속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소트니코바는 올림픽 이후 아이스쇼와 TV프로그램 등 대외 활동에 집중해왔다. 또한 발목 인대 부상으로 인해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했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 피겨 신동’으로 불리며 김연아의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던 율리야 리프니츠카야도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5위를 기록했던 리프니츠카야는 거식증에 시달리다가 19세의 나이에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이날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리프니츠카야의 어머니는 “딸이 유럽에서 3개월간 거식증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4월에 러시아빙상연맹에 은퇴 결정을 알렸다”고 전했다. 소치 올림픽 당시 리프니츠카야는 개인전 메달에는 실패했지만 단체전에서 러시아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지배하고 있는 코리아 군단이 장기 집권할 기세다. 최근 5연속 정상에 오른 한국 선수들은 대회 때마다 우승뿐 아니라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는 반면 대항마로 꼽을 만한 이렇다 할 견제세력은 눈에 띄고 있지 않다. 박성현의 캐나다퍼시픽여자오픈 우승으로 한국 선수는 이번 시즌 23개 대회에서 절반이 넘는 13승을 합작했다. 2015년 세운 최다승 기록(15승)을 깨뜨리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한국 선수들을 최강으로 이끈 배경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에 걸쳐 선수들의 기량을 꾸준히 성장시킨 국내 여자 골프 시스템이 있다. 박성현과 세계 1위 유소연, 전인지 등은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다. 1988년부터 시작된 국가대표 시스템은 한국 여자 골프의 ‘산파’ 역할을 했다.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은 “대표 선수들은 중고교 시절부터 국제 대회에 출전해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에 큰 무대에 강하다”고 말했다. 연간 합숙 훈련 기간만도 7∼9개월에 이른다. 별 따기에 비유되는 태극마크를 달게 된 여자 골프 대표 선수들은 여자 양궁이나 여자 쇼트트랙처럼 국제 무대에서 효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국제 대회 상위권 성적을 거둘 경우 명문대에 진학하거나 프로 전향 시 연간 수억 원에 이르는 스폰서 계약도 가능하다. 다른 종목에 비해 여자 골프에 우수한 신체 조건이나 자질을 지닌 스포츠 꿈나무가 몰리는 이유다. 선수들이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의 ‘생존 경쟁’을 통해 기량이 성장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난도 높은 코스 세팅 등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창기 전 KLPGA투어 경기위원장은 “국내 대회 코스 길이와 러프 상태, 그린 빠르기 등은 세계 어느 투어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미국 투어 선수들이 한국에 오면 우승하기가 어려울 정도다”고 말했다. 박성현과 김효주, 전인지 등은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LPGA투어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올 시즌 3승을 챙긴 김인경은 “LPGA투어에 수준급 한국 선수들이 워낙 많다 보니 선의의 경쟁 속에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맹활약하던 리디아 고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으며 대형 미국 선수들이 사라진 것도 한국 선수 독주를 부추기고 있다. LPGA투어의 남은 대회는 11개. 이 가운데 8개 대회는 지난해 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 미국 이외의 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열린다. 필드를 점령한 태극기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마음껏 넘어질 수 있어서 좋아요.”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점프 연습을 하다 넘어질 때가 많다.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을 때는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남자 싱글 이준형(21·단국대)은 요즘 빙판에 넘어지는 것도 좋다고 한다. 25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만난 그는 “허리 부상의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넘어져서 허리가 다시 아프면 어쩌나’라고 걱정했지만 요즘은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점프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부상을 털어낸 이준형은 지난달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대표 1차 선발전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이 대회 우승으로 그는 9월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호른 트로피에 출전해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도전한다. 네벨호른 트로피에는 6장의 올림픽 출전권이 달려 있다. 주니어 시절 이준형은 국내 최강자로 불렸다. 특히 2014년에 ISU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15년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이준형은 “신호 대기 중이던 우리 차를 뒤에서 다른 차가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허리디스크가 생겨 훈련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기량이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에 부상을 당한 그는 재활과 훈련을 병행해야 했고 국제 대회 성적도 떨어졌다. 그러는 사이 국내 최강자 자리는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장착한 ‘샛별’ 차준환(16·휘문고)이 차지했다. 이준형은 꾸준한 재활 끝에 올 시즌 몸 상태가 회복됐다. 올해 3월에 일찌감치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 덕분에 프로그램 완성도도 높일 수 있었다.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그는 4회전 점프를 시도하지 않았지만 예술 점수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3회전 점프의 실수를 줄여 우승할 수 있었다. 이준형은 “점프 능력은 (경쟁자들보다) 뒤지지만 프로그램과 음악에 대한 이해력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형은 자신의 표현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음악을 직접 고르는 등 예술 점수를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4회전 점프를 장착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준형은 “몸 상태도 좋아진 만큼 4회전 점프도 연습하고 있다. 올해 안에는 4회전 플립 점프를 성공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전을 앞두고 그는 매일 3시간 반씩 빙판 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준형은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반드시 출전권을 획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형이 평창 올림픽 무대를 밟기 위해서는 2차례 선발전을 더 치러야 한다. 1차 선발전 2위 김진서와 3위 차준환 등의 거센 추격이 예상된다. 이준형은 “올림픽 출전권 획득과 태극마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측면 수비수들이 공격 진영으로 넘어와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아야 공격수들이 침투할 공간이 생기고 ‘돌려치기’(패스 축구를 뜻함)도 효과를 본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공격 철학을 이렇게 설명한다. 측면 수비수들이 수비에만 치중하지 말고 공격수와의 연계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올림픽(23세 이하)과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 때 신 감독은 측면 수비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해당 연령대 수비수들이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졌기 때문. 하지만 연령 제약이 없는 국가대표팀의 수장이 된 뒤에는 달랐다. 신 감독은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인 만큼 감독의 주문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1일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을 앞둔 대표팀 측면 수비수들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신 감독이 꺼내 들 수비 전형에 따라 주전과 벤치 멤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각각 2년, 3년 6개월 만에 대표팀에 뽑힌 김민우(수원)와 고요한(FC서울)은 스리백 수비를 염두에 둔 발탁으로 볼 수 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김민우는 수원의 스리백 전술에서 왼쪽 윙백으로 출전하고 있고, 고요한도 최용수 감독 시절 서울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변신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스리백 전술에서 좌우 미드필더는 수비수 역할을 병행한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있기 때문에 측면 자원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수 있다. 이 때문에 공격 성향이 짙은 측면 수비수들이 윙백으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김민우는 올 시즌 수원에서 6골을 터뜨렸다. 그는 “공격과 수비 포지션의 경험이 모두 있기 때문에 경쟁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고요한은 올 시즌에 공격 능력을 살려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나서고 있다. 신 감독이 포백 수비를 쓸 때는 전북의 좌우 수비수 김진수와 최철순을 중용할 가능성이 있다. 포백에서는 중앙 수비수 둘이 있어 측면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했을 때 반대쪽 측면 수비수가 수비 지역에 남아 수비수 수를 3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수비수들 간의 호흡이 중요한 전술이기 때문에 소속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진수와 최철순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전북은 스리백보다는 포백을 많이 활용한다. 김진수는 빠른 발을 앞세운 돌파로 대표팀 측면 공격에 힘을 보탤 수 있다. 그는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전술에 따라 포지션을 소화할 준비가 돼 있다. 왼쪽 측면 자리에서 공격력은 김민우가 우위지만 수비는 내가 좀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지 넘치는 수비가 강점인 최철순은 “동료들이 한 번이라도 더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뒤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측면 수비 자원들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이들의 크로스를 활용한 공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에서 치러진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전에서 대표팀의 크로스 정확도는 15.4%에 불과했다. 당시 가장 많은 크로스(4회)를 시도한 선수는 김진수였다. 장 해설위원은 “‘슈틸리케호’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정적이어서 측면에서 원활하게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못했다”면서 “신 감독은 선수들 간의 유기적 움직임을 통한 공간 창출 등을 강조하기 때문에 크로스를 통한 공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역대 최고 이적료(약 2952억 원)로 파리생제르맹(PSG·프랑스)의 유니폼을 입은 네이마르(25)가 친정팀 FC바르셀로나(바르사·스페인)와 소송전을 벌이게 됐다. 바르사는 22일 구단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서에서 “네이마르가 재계약 보너스를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장을 11일 바르셀로나 노동법원에 제출했으며 이 내용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프랑스 축구협회에도 전달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바르사는 지난해 네이마르와 5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재계약에 따른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르사는 네이마르가 3일 PSG로 이적하면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보너스를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르사는 네이마르에게 이미 지급한 보너스와 피해 보상금 850만 유로(약 113억 원) 외에 반납 연체에 따른 이자도 받기를 원하고 있다. 바르사는 성명서에서 “네이마르가 보너스를 돌려주지 못한다면 PSG가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언론은 바르사가 뒤늦게 소송 내용을 공개하면서 네이마르와 바르사 구단 간 ‘냉전’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네이마르는 PSG 이적 후 바르사 단장과 이사 등 수뇌부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은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이마르가 ‘바르사 수뇌부와 함께하는 것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들은 팀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비난한 뒤 바르사가 소송과 관련한 성명을 뒤늦게 발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과는 여전한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네이마르는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이상 바르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네이마르는 사진과 함께 ‘그리웠던 친구들’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인스타그램에 같은 사진을 올린 메시는 ‘그(네이마르)가 돌아왔다’는 말을 남겼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부) FC바르셀로나(바르사)의 2군 소속이었던 백승호(20·사진)가 스페인 히로나를 연고지로 하는 히로나FC로 이적했다. 히로나는 21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미드필더 백승호와 3년 계약을 맺었다. 백승호는 우선 페랄라다(히로나 2군)에서 뛰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히로나는 1부 리그인 프리메라리가에, 페랄라다는 3부 리그에 속해 있다. 스페인 언론 등에 따르면 백승호의 계약서에는 1년간 페랄라다에서 뛴 뒤 2018∼2019시즌부터 히로나에 합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사 2군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한 백승호는 출전 기회 확보와 경기력 유지를 위해 이적을 택했다. 백승호 측 관계자는 “선수 본인이 이제는 경기를 뛸 수 있는 곳에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전했다. 22일 백승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르사는 내 인생의 일부였다. 하지만 이제 바르사를 떠나 히로나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됐다. 더 큰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동국이형. 파주 갈 때 추리닝 입어도 될까요?” “민재야. 대표팀 소집인데…. 청바지라도 입어라.” 21일 ‘신태용호 1기’의 조기 소집을 앞두고 대표팀 최고참 이동국(38)과 막내 김민재(21·이상 전북)가 나눈 대화다. 첫 대표팀 승선이 얼떨떨한 김민재에게 A매치 103경기를 뛴 이동국은 스승 같은 존재다. 이날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김민재는 “동국이 형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많이 배워야겠다”며 웃었다.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이동국 등 한동안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베테랑들을 과감히 발탁했다. 최종예선 A조 2위 한국(승점 13)은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승점 1이 앞서 있기 때문에 본선 직행 티켓 확보(각 조 1, 2위)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 감독은 “배고플 때 축구를 해본 노장들이 후배들에게 월드컵 본선 진출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염기훈(34)은 김민우(27·이상 수원)와 함께 NFC에 도착했다. 김민우는 “오랜만에 NFC에 온 기훈이 형이 ‘축구는 오래하고 봐야 한다’면서 몸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염기훈은 2년 2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했다. 염기훈은 “월드컵에 못 나가면 직격탄을 맞는 것이 K리그다. K리거들이 책임감을 갖고 경기를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표팀은 K리그와 중국 리그 등에서 뛰는 선수 16명이 조기 소집됐다. 2년 10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동국은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외부에서 봤을 때 대표팀에 ‘희생하는 선수’가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를 돋보이게 하다 보면 자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후배들에게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막내아들 시안 군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티셔츠에는 ‘할뚜이따아!’(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동국은 “9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았다. 이란전을 승리로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현 대표팀 선수 중 이란을 상대로 골 맛을 본 선수는 이동국이 유일하다. 신 감독은 “이동국이 ‘원팀’을 향한 희생을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마음으로 똘똘 뭉친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을 전술적으로 묶는 것은 신 감독의 몫이다. 신 감독은 “그동안 이란에 겪었던 수모를 한번에 갚고 싶지만 지금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다득점을 노리는) 공격 축구를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란전 4연패 중이다. 신 감독은 31일 이란전 킥오프 시간(오후 9시)에 대비해 평소 대표팀 훈련보다 늦은 오후 6시 30분에 훈련을 시작했다. 대표팀은 약 1시간 동안 미니 게임 등을 하면서 컨디션을 조율했다. 신 감독은 “조기 소집된 선수 중 수비수가 많기 때문에 수비 조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파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일 프랑스 리그1(1부) 디종과 스타드 렌의 경기가 열린 프랑스 렌의 로아존파르크. 디종이 0-2로 지고 있던 후반 5분. 권창훈(23·디종·사진)은 상대 문전으로 빠르게 쇄도했다. 디종 수비수 푸아드 샤피크의 발끝을 떠난 볼이 골키퍼의 손에 맞고 튀어 오르자 권창훈은 머리로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올해 1월 K리그 클래식(1부) 수원에서 디종으로 이적한 권창훈이 7개월 만에 리그1 데뷔 골을 터뜨린 순간이다. 팀은 2-2로 비겼지만 권창훈은 과거 수원 에이스로 활약할 때처럼 적극적 공격 가담과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줬다. 유럽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권창훈에게 팀 내 최고 평점인 7.7을 줬다. 디종 이적 후 첫 시즌에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권창훈은 올 시즌에는 개막 후 세 경기 연속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부상과 프랑스 리그 적응 문제 등으로 2016년 9월 이후 축구 국가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그는 소속팀에서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최근 대표팀에 재승선했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권창훈은 몸 상태가 좋고 내가 잘 알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뽑았다”고 말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권창훈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둔 ‘신태용호 1기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을 선수로 꼽힌다. 대표팀은 컨디션을 회복한 권창훈의 복귀로 미드필더들 간의 경쟁을 통한 경기력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권창훈은 2선에서 중앙으로 침투해 골을 노리는 능력이 뛰어난 데다 강력한 중거리 슛도 장착한 선수다. 남태희(26·알두하일SC),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 등과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선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창훈은 ‘신태용의 아이들’로 불리는 선수 중 하나다. 신 감독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본선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뛰었던 권창훈은 4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올림픽 대표팀의 8강을 이끌었다. 그는 현재 소속팀에서도 주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국가대표팀에서도 측면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그는 이재성(25·전북), 이근호(32·강원)와 주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왼발 킥이 정확한 권창훈은 대표팀의 세트피스 전담 키커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대표팀이 21일 조기 소집될 예정인 가운데 유럽파 권창훈은 소속팀의 27일 리그 경기를 소화한 뒤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보미(29·사진)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이보미는 20일 일본 가나가와현 다이하코네CC(파73)에서 끝난 JLPGA투어 CAT레이디스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 207타로 우승했다. 2라운드까지 배희경과 공동 선두였던 이보미는 3라운드에서 6번홀부터 9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이보미는 JLPGA투어 통산 21승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3년 연속 상금왕에 도전했던 이보미는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해 마음고생을 했지만 21일 생일을 앞두고 9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4일 개막하는 국내 투어 하이원리조트오픈 출전을 앞둔 그는 “올해는 우승을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우승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