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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북한이 민족의 명절 추석 직후 이산가족의 부푼 마음에 못을 박았다. 북한이 25일로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을 불과 나흘 앞둔 21일 행사를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밝힌 것이다. 상봉 예정자들은 좌절했고, 개성공단의 재가동으로 고무됐던 남북 대화 모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 행사를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조평통은 이어 “우리를 모략중상하고 대결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미룬다는 것을 선포한다”고 덧붙였다. 추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련 회담의 날짜는 명시하지 않았다. 북한은 성명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구속 수사 등을 언급하며 ‘남조선 보수패당의 무분별하고 악랄한 대결 소동’을 상봉 연기 이유 중 하나로 내세웠다. 그러나 북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북한이 지지부진한 금강산관광과 6자회담 재개 등의 현안을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했다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를 개선했음에도 경제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인도주의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을 협상 카드로 쓰는 과거 행태를 다시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측이 민족의 가장 큰 아픔을 치유하는 일이자, 인도적 차원에서 준비해 온 이산가족 상봉을 불과 4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의도 대변인은 이어 “며칠 후면 헤어졌던 가족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200여 이산가족의 설렘과 소망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린 것이며 모든 이산가족과 우리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반인륜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북측이 이석기 사건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의 헌법을 무시한 반국가적 행위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건마저 남북 관계와 연결시키는 북측의 저의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 이산가족 볼모로 금강산관광-6자 재개 압박 ▼김 대변인은 “통일애국인사에 대한 탄압을 좌시하지 않겠다는데, 소위 애국인사를 남한에 두고 지령을 주면서 조종한다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며 “우리 정부와 국민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통일부는 20일 금강산에 도착한 우리 측 사전선발대 13명과 기존 지원인력 62명을 22일 오후 2시에 귀환시킬 예정이다. ○ 이산가족 때려 금강산 얻으려는 성동격서? 이날 북한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구속 수사와 관련해 “남한의 보수패당이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겠다는 심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정상적인 대화와 북남 관계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상봉 연기를 감행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북한은 이석기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이산가족 상봉 준비 과정에서 이 사안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아 왔다. 북한이 주장한 남쪽의 전쟁 도발 책동 역시 결정적인 이유로 보기 어렵다. 올해 8월 치러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 군사연습 기간에 북한은 예년과 달리 대남 비방을 자제했고 훈련 기간에도 남북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한 결정적 이유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을 연계하는 과정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높다. 북한은 이날 조평통 성명에서 “민족 공동의 사업인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는 ‘돈줄’이니 뭐니 중상모략한다”며 지지부진한 금강산관광 회담 문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실제 정부는 북한이 숙소를 문제 삼을 때부터 이를 빌미 삼아 막판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산될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이 사안에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을 이산가족 상봉단 숙소로 사용하자고 요구했지만 북측은 ‘사전 예약’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몽니를 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구슬려 왔는데 결국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 개선 등 노린 다목적 카드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이를 발판으로 기대했던 국제 관계 개선이 북한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8일 중국에서 열린 ‘6자회담 당사국들 간 1.5트랙 대화’에 김계관, 이용호, 최선희 등 북핵 라인을 총출동시키는 등 6자회담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도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성의 있는 사전 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북한의 기대를 꺾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의도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7일 통일부 대변인에 임명된 뒤 첫 대북성명을 발표한 김 대변인은 매우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압박했다. 그는 “모처럼의 대화 분위기를 다시 대결 상태로 몰아가는 행위이며 이를 통해 북측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이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 조치를 운운한 것은 또 다른 무력 도발을 하겠다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런 행위는 우리의 단호한 응징과 국제적 제재만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실망은 이해하지만 시간에 쫓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기존 원칙을 훼손하지는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무산되거나 연기되더라도 당장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경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일단 ‘무산’이 아닌 ‘연기’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면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할 경우 북한도 대외 관계를 살피며 밀고 당기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철중·이정은 기자 tnf@donga.com}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 ‘통일애국인사들에 대한 온갖 탄압’도 그 이유 중 하나로 내세웠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통일애국인사’라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내란음모 사건을 ‘모든 진보민주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마녀사냥극’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남한 내 공안사건을 남북관계에서 대남 압박카드로 내세운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석기 사건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사건과 북한의 연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뒤늦게 남한 내 자기네 편을 은근히 격려하고 고무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사건에 대한 북한의 그동안 태도는 ‘연관성 부인’에 초점이 있었다. 이달 6일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보인 첫 반응은 “괴뢰보수패당이 이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결부시켜 보려고 하는 것은 우리의 대화 평화 노력과 북남관계 개선에 참을 수 없는 모독이며 용납 못할 도발”이라는 주장이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남한 내 북한을 지지하는 세력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으니 북한으로서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도 “북한이 남한 내에서 활동하는 진보단체, 반미 반보수 단체들을 통일애국단체라고 하면서 지원 사격해 온 것은 맞다”며 “이석기 사건은 이들에 대한 탄압의 일환이며 결국 그런 정부의 태도는 반통일적이라고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이날 대변인 성명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는 표현을 포함시킨 이유도 북한의 저의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거 공안사건이 일어났을 때 북한은 ‘우리와 관계없다’며 무조건 꼬리 자르기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마냥 꼬리 자르기를 하다가는 추종세력들의 지지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의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 때도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사건을 조작해 남조선 각계의 통일애국인사들에 대한 일대 탄압소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진보세력들의 활동을 ‘친북’으로 몰아 말살해 보수 세력의 재집권을 실현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은 왕재산 사건을 비난했지만 이번처럼 대남 협상카드나 압박카드로 활용하지는 않았다고 정부의 다른 관계자가 전했다.이정은·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고향 방문요? 이미 충남 금산에 계신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매년 돌아오는 명절 한 번 거르는 것도 서운한데 60여 년을 기다려온 이산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할까요.” 16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만난 허정구 남북교류팀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뒤 평소 50일 이상 걸리던 상봉 준비를 한 달여 만에 진행하느라 주말도 반납한 채 강행군을 계속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은 이날 이산가족 상봉의 최종 명단을 교환했다. 적십자사는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과 통화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직원들이 북측에서 의뢰한 재남(在南) 가족 중 상봉 참석 인원을 확정하는 절차를 밟는 동안 각종 문의 전화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허 팀장은 “추석 당일만이라도 팀원들을 쉬게 해주고 싶지만 5명 정도의 직원이 일일이 전화를 돌려 절차를 안내하고 참석자를 확인하려면 빠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3년 만에 재개된 상봉 행사는 적십자사 직원들에게 이산가족 못지않게 반가운 일이다. 이산가족 업무를 담당하는 남북교류팀은 적십자 내에서 인기가 높은 부서다. 허 팀장은 “적십자사가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도주의적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산가족을 돕는 일은 유일하게 한반도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인 만큼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 상봉 준비에 참여한 송제원 담당은 명단 교환을 위해 직접 판문점을 다녀오기도 했다. 송 담당은 상봉 대상자 중 김세린 할아버지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나타냈다. “전화로 상담을 드렸는데 우편접수는 못 믿겠다고 본사까지 직접 오셨죠. 할아버지께서 ‘부모님은 돌아가셨겠지만 친척들 만나서 묘소에 대신 안부라도 전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북측에서 보내온 명단을 받아들자마자 김 할아버지 이름을 찾아보고 아이처럼 기뻐했어요.” 이산가족을 직접 응대하는 고충도 적지 않다. 직원들은 최종 상봉 명단에서 탈락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할 때면 미안함을 넘어 죄책감마저 든다고 했다. 송 담당은 “탈락한 어르신이 화부터 내시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니 처음에는 화가 났다. 하지만 애원하다가 체념하고 가시는 뒷모습을 보고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삼킨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 팀의 오상은 담당은 지난달 말 본사 민원실을 찾은 조장금 할머니가 1차 상봉 명단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앉아 오열할 때 할머니 곁을 끝까지 지켰다. 오 담당은 “어르신들의 애끊는 한탄을 끝까지 들어드리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남북교류팀은 이산가족들이 슬픔을 하소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이산가족 행사 준비를 맡아온 허 팀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인원이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진다고 털어놨다. “매년 찾아오시던 어르신이 문득 안 보이실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죠. ‘설마’하는 마음에 알아보면 역시나 세상을 떠나신 경우가 많거든요. 심지어 북쪽에서 찾는다는 연락이 왔는데 불과 몇 달 전에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죠. 당장 남북통일은 어렵더라도 상봉 행사만이라도 정례화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개성공단이 16일 재가동됐다. 북한의 일방적 출입제한 조치 때문에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한 지 166일 만이고, 북측 근로자의 전면 철수로 공단 기계가 멈춰선 지 160일 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에 공장 점검을 마치고 오후부터 전체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90개 업체가 시운전 및 재가동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됐던 50∼60%보다 많은 약 73%의 입주기업이 공장 가동에 나서 공단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은 지난 주말 전력공급량을 2만 kW에서 10만 kW로 확대하는 등 기반시설 정비를 마쳤다. 이날 오전 8시경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남측 입주기업 관계자 739명이 방북했다. 자재를 싣고 간 운전사 등 당일 귀환한 사람을 제외하고 459명이 개성공단에 남았다. 남북 합의에 따라 그동안 하루 4회로 제한됐던 개성공단 출입도 이날부터 21회로 크게 늘었다. 남측 인력뿐 아니라 북한 근로자들도 업무에 투입됐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는 16일 북한 근로자 약 3만2000명이 출근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근무하던 5만3000명의 60% 수준이다. 북한 근로자들은 남측 입주기업의 요청에 따라 업무에 투입된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이날 개성공단을 다녀온 섬유업체 서도산업의 한재권 대표는 “가동 중단 이전에 일했던 북측 근로자의 95%인 130명이 출근해 손수건과 스카프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했다”며 “곧 완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 수리를 마무리하지 못한 일부 업체는 북한 근로자들과 함께 막바지 보수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섬유업체 화인레나운의 박윤규 대표는 “공장 보일러와 미싱 등의 수리가 덜 끝나 북측 근로자 100명과 함께 설비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어 전자출입체계(RFID) 구축 방안과 일정, 출입체류 부속합의서 등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쟁점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공동위 사무처 개소를 위한 실무협의를 24일에 열고, 31일에는 개성공단에서 공동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김철중·김호경 기자 tnf@donga.com}

1950년 6·25전쟁이 터진 직후 황해북도 개성시에 살던 22세의 청년 박태복 씨는 북한군에 강제로 징집됐다. 수용소로 끌려가던 날 어머니는 급히 싼 도시락과 함께 당시 돈으로 1000원을 박 씨의 손에 몰래 쥐여주었다. “살아서 다시 만나자”던 어머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북한군에서 포탄 나르는 일을 하던 박 씨는 강화도까지 내려왔을 때 “이대로는 도저히 못 살겠다”며 탈출해 남한의 군인으로 전향했다. 이후 천신만고 끝에 북한에서 내려온 막내 남동생에게서 “어머니와 누이동생들이 강화도까지 왔다가 형이 북한으로 끌려간 줄 알고 다시 북쪽으로 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63년. 85세 할아버지가 된 박 씨는 25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단의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여동생 4명 중 2명은 살아 있고, 이 중 1명이 상봉 행사에 나오기로 했다는 연락이었다. 박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며 “어머니 묘소를 썼는지가 제일 궁금한데 ‘동생분’을 만나면 울음부터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의 더께 속에 멀어진 관계가 어색했는지 그는 동생들을 ‘그분들’이라고 불렀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최종 확정 남북한의 적십자사는 16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추석을 계기로 열리는 제19차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의 최종 명단을 교환했다. 남측 상봉단이 96명, 북측 상봉단이 100명으로 정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1차 명단 교환 시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한 남쪽 인원이 167명이었는데 북측 가족과 관계가 소원하거나 건강상 이유 등으로 상봉에 응하지 않겠다는 후보자들이 있었다”며 “안타깝지만 96명으로 최종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96명 중에서도 추가로 상봉행사를 포기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어 최종 상봉단 규모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남측 방문단은 25일부터 27일까지 재북(在北) 가족을, 북측 방문단 100명은 28∼30일 재남(在南) 가족을 금강산에서 만나게 된다. 남측 최고령자는 김성윤 할머니(95)로 북측의 동생 김석려 씨(80·여)를, 북측 최고령자인 권응렬 할아버지(87)는 남측의 동생 권경옥 씨(83·여), 권동렬 씨(72)와 상봉할 예정이다. 김 할머니의 아들 고정삼 씨는 “어머니가 아주 기뻐하신다. 건강 상태도 좋으시다”고 말했다.○ “수십 년을 기다려서 이제야…”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은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족들을 만난다는 설렘 속에 선물 구입 등 재회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1·4 후퇴 당시 월남하면서 이산가족이 된 박춘재 할아버지(72)는 만나고자 했던 동생은 이미 사망했고 그의 아들 2명이 있다는 소식을 통보받았다. 박 할아버지는 “조카들에게 화장품을 사다줄까 생각 중”이라며 “선물을 줘도 (북한 당국에) 바로 빼앗긴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래도 사가지고 가야지”라고 말했다. 2000년부터 상봉 신청을 했다는 그는 “조금만 일찍 행사가 열렸어도 동생을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북한의 동생들을 만난다는 허경옥 할머니(85)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뭘 선물로 갖고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달러를 가지고 가도 되느냐”고 되물었다. 김 할머니는 “1·4 후퇴 때 우리 영감이 먼저 북한에서 나오고 나는 이듬해에 아들 하나를 업고 강을 건너서 몰래 (남한으로) 왔다”며 “당시 시집살이를 하다 보니 친정에 있던 동생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는데 수십 년을 기다려 이제야 만나게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이정은·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태극기가 펄럭였다. 14일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역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김우식(수원시청)과 이영균(고양시청)이 남자 주니어 85kg급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냈다. 북한 관중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를 지켜봤다. 태극기를 응시하는 게 다소 어색한 듯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는 북한 관중의 모습이 외신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당초 85kg급에는 전체 참가국 선수 중에 이영균 혼자 출전하기로 돼 있었지만 77kg급이던 김우식이 체급을 올려 출전해 1등을 차지했다. 국제 역도 대회 관례상 한 체급에 2명 이상이 출전해야만 정식 시상식이 열린다. 주니어 남자 94kg급의 이재광(고양시청)과 여자 주니어 69kg급 권예빈(수원시청)도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어 총 세 차례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됐다. 이에 앞서 12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한국 선수단이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북한에서 열린 공식행사에서 태극기가 휘날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남측 선수단의 신변 안전 보장과 태극기 애국가 허용을 확인하는 공문을 대한역도연맹에 보내는 유화적인 자세를 보였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문화스포츠 교류에서도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유엔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측 인사들이 최근 공개석상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주도한 박도춘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는 9일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 기념 열병식을 주석단에서 지켜봤고 이 장면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됐다. 박 비서는 5월 노동절 행사에 나타난 이후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 열병식 등 주요 행사에 참석하지 않아 중병설 또는 경질설이 돌았다.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도 이달 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은하과학자거리 시찰을 수행하는 모습이 노동신문에 실렸다. 미사일 개발로 ‘김일성 훈장’을 받은 홍승무 당 기계공업부 부부장도 전승절 기념 은하수음악회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병진노선(경제건설·핵무력건설)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이 핵 개발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6자회담 재개에 소극적인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개성공단이 16일부터 재가동된다. 4월 3일 북한이 일방적인 출입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빚어진 지 166일 만이다. 남북은 10일 오전부터 11일 새벽까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제2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중 15일까지 시설 및 장비 점검을 끝낸 업체는 16일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예전처럼 개성공단 내에 체류할 수 있다. ○ 입주기업 보상 대책과 국제화 토대 마련 남북은 공단 중단 사태로 피해를 본 입주기업을 위해 2013년도 영업활동에 부과하는 재산세 기업소득세 등 6개 항목의 세금을 전액 면제해 주기로 했다. 최근 2년간 부과된 세금 총액은 연간 약 300만 달러(약 32억6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에는 개성공단 사태의 장기화 때문에 세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200만 달러(약 21억7000만 원) 안팎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산이 나온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개성공단 내 법인은 북한에 세금을 낸다. 정부가 입주기업들의 손실에 대한 북측의 성의 있는 태도를 요구했고, 북측이 이를 수용해 ‘올해 세금 면제’에 합의했다”며 북한의 변화된 자세를 평가했다. 올해 5월까지 내야 했던 2012년도 세금도 연말까지 걷지 않기로 했다. 또 공단이 멈춰선 4월부터 발생한 북측 근로자의 임금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협의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통행 방식이 크게 개선된다. 무선주파수인식(RFID) 체계를 도입해 남측 인력들의 일일 단위 상시통행을 실시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북측이 출입사무소(CIQ)에 사전 통보된 명단을 문서로 일일이 확인한 뒤 사람을 들여보내는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남측 인력이 예정된 시간에 CIQ에 도착하지 못하면 당일 공단에 들어갈 수 없고 다시 통행 계획을 북측에 통보해야 했다. 그 과정만 보통 사흘이 걸렸다. 그러나 RFID 체계를 구축하게 되면 그런 제한 없이 개성공단을 쉽게 오갈 수 있게 된다. 남북은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해 다음 달 개성공단에서 남한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과 상공인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김기웅 남측 공동위원장은 11일 오전 브리핑에서 “개성공단이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공단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단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의지가 중요하다. 합의서가 작성되기는 했지만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등을 빌미로 공단 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는 상황 등이 재연된다면 남북 간 합의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 입주기업들, “떠난 바이어부터 되찾아 오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16일부터 공단이 재가동된다는 소식을 환영하며 개성공단이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로 삼자는 의지를 밝혔다. 한재권 개성공단 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재가동 날짜가 정해졌으니 기업들은 열심히 생산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분주하게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 개발권자인 현대아산은 ‘남북경협 재개 추진 태스크포스(TF)’의 소속 직원 13명을 지난달 22일부터 공단에 매일 출퇴근시키며 개성공단 사업 재개 준비를 해 왔다. 유창근 비대위 대변인은 “개성공단 출입이 허용된 날(8월 22일)부터 매일 설비팀을 보내 현재 설비의 60%는 당장이라도 돌릴 수 있다”며 “바이어를 되찾아 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김철중·강유현 기자 tnf@donga.com}
10일부터 남한 측 시설점검 인력이 개성공단에 체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재가동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오늘(10일)부터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한국전력, KT, 수자원공사 등 27명이 공단 내에 머물며 시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남측 인력이 개성공단 내에 머무는 것은 5월 3일 정부가 북한에 미수금을 지불하고 최후 관리인력 7명을 귀환시킨 이후 130일 만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3, 4일 머물 예정이지만 긴급보수가 아닌 공단의 전체 재가동을 위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남북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2차 회의를 열었다. 양측은 △출입 및 체류 △입주기업 피해 보전 △재가동 시점 △공단 국제화 등에 대해 밤늦게까지 논의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국군포로의 생존 사실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은 대한민국이 비겁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장으로서는 처음으로 9일 탈북 국군포로들을 만나 이렇게 고백하고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관련 정책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받고 있다. 남 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이제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국가답게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독자와 누리꾼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 남재준의 반성, 국군포로 정책 변화로 이어질까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남 원장의 의지가 대단히 확고하다”며 “앞으로 정책적 측면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참전 전사자들의 유해를 끝까지 찾아내 예우하는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9월 25일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북한과 합의했을 때 생사 확인 요청 대상 규모를 기존 200명에서 250명으로 늘려 잡았다. 이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50명 가까이 포함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1∼18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생사 확인 요청을 받으면 대상자 25명 중 1명꼴(약 4%)의 회신율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망한 국군포로 아버지의 유해를 북한에서 중국으로 반출한 뒤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한 탈북자 딸 손모 씨의 사례에 대해서도 지원 여부를 다각도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DNA) 감식 같은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이 유해를 국군포로로 인정해 예우할 수 있느냐가 1차 관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으로 송환된 12구의 유해에 대해 직접 서울공항에 나가 거수경례로 맞이하며 예우를 갖춘 전례가 있지만 이들 유해는 미군의 유해 발굴 과정에서 나온 한국인 전사자들이었다. 당시 한미 군사 당국의 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국군포로신고센터의 김현 센터장은 “군번 인식표와 가족의 증언, 유해 송환 과정의 전후 사정 등을 토대로 확인할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생존한 국군포로 및 사망자 유해 송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와 가족이 직접 어려움을 무릅쓰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라도 정식으로 문제 제기해야” 북한에는 500여 명의 국군포로 생존자가 있다는 것이 국방부의 추산이다. 평균 87세의 고령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그동안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2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공식 언급을 회피했다. 정부는 지금도 ‘전쟁 시기와 그 후에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공식으로 북한에 이 문제를 제기하고 적극적인 해결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서 국군포로 송환을 요청했지만 북한이 이들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이후 진전을 보지 못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있어 보이는 만큼 국군포로의 유해 송환 등을 국군포로 정책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정은·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이 8월 30일로 예정됐던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의 방북 초청을 철회한 것은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연습 기간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전례 없이 연속적으로 B-52H 전략폭격기를 조선반도 상공에 들이밀어 핵폭격 훈련을 벌이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고 모처럼 마련됐던 인도주의 대화 분위기를 한순간에 망쳐놓았다”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가 뉴욕 통로를 통해 (폭격기 문제를) 미국에 통보했음에도 미국이 (우리의 방북 초청 철회에 대해) ‘놀랍다’고 딴전을 피운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31일 성명에서 “북한의 초청 철회 결정이 놀랍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미국은 케네스 배(배준호) 씨의 건강을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킹 특사의 방북이 예정보다 늦게라도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킹 특사의 방북 초청을 철회한 이유로 미국의 전략폭격기 출격을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8월 19∼27일 진행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연습 기간에 전략폭격기 문제 등에 대해 특별한 비난 없이 사실상 침묵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배 씨의 석방 문제를 북-미대화나 6자회담과 연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자 북한은 배 씨의 석방으로 얻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킹 특사 방북 초청을 철회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철중 기자·워싱턴=정미경 특파원 tnf@donga.com}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면서 진보 진영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진당과 같이 엮였다가는 정치권에서 매장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 의원이 주도하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5·12 회합 녹취록을 통해 종북(從北) 세력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보의 영역에서 종북을 제외하고 ‘진짜 진보’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제기되고 있는 혐의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부정하였다는 것인데, 국민들은 헌법 밖의 진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존재하는 공당이고 그 소속원이라면 이번 수사에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진실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실체가 밝혀지도록 철저하고 엄중하게 수사되어야 한다.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공당,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로 임하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천호선 대표도 전날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 참석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진보정당에 대한 공안탄압으로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왜 이 시점에 공개수사를 하나”라며 의심을 던졌던 것에서 벗어나 주말을 기점으로 통진당과 분명한 선긋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특히 심 대표는 한때 이석기 의원 등과 통합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19대 총선을 같이 치른 사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종북’과 ‘진보’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왔다. 종북성향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통진당이 당명에 ‘진보’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옛 민주노동당 출신인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한국의 진보가 발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종북을 사상, 방법 등의 ‘작은 차이’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의 이론가로 평가받는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진보와 종북은 친일과 친미에 반대하면서 근본 가치관이나 역사관을 공유함으로써 북한에 우호적 태도를 취해왔다”며 “정통 진보진영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진화했지만 종북세력은 발달장애를 겪으며 옛날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 이후에도 진보 세력과 종북세력이 수구세력에 대항한다는 명분과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실리적 계산으로 연대의 틀을 유지하면서 종북세력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2008년 심상정 의원, 노회찬 전 의원이 ‘종북주의’를 문제삼아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을 창당해 떨어져나와 놓고도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통진당이란 간판으로 합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실적 이해 때문에 진보에서 종북의 꼬리를 떼어내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 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 내란음모 사건이 진보진영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상당수 진보 세력은 통진당과 선을 긋고 있다. 김 소장은 “종북세력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수십 년에 걸쳐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던 시대가 드디어 끝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정부와 주민을 대하는 진보 진영의 태도가 분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 여파로 이석기 의원 등과 갈라선 유시민 전 통진당 공동대표만 해도 “뉴스가 온통 이석기 의원…이 의원 쪽도, 국정원도 다 제정신 아닌 것 같네요. 말로 하는, 그것도 벌써 철 지난 병정놀이 하는 건데, 거기에다 내란음모죄를 씌우는 황당한 정치공작…자유당 시절 데자뷔!”(지난달 31일 트위터)라며 여전히 양비론을 펴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이석기 일당’과 선을 긋고 최악의 인권유린 상태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공표하는 것이 한국 진보가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길진균·김철중 기자 leon@donga.com}

“나 같은 외국인도 비무장지대(DMZ)를 지날 수 있는데 왜 한국인들은 안 되는지 아이러니하다.” 오토바이 탐험가인 개러스 모건 박사(60)는 29일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O)에서 기자들을 만나 “DMZ를 지날 때 경치가 매우 환상적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한 종단 여행에 나선 모건 박사 등 뉴질랜드인 5명은 이날 군사분계선(MDL)을 지나 북에서 남으로 넘어왔다. 외국인이 남북 당국의 승인을 받아 오토바이를 탄 채 DMZ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7월 말 러시아 마가단 주에서 출발해 이달 16일 두만강 철교를 넘어 북한에 들어갔다. 이후 백두산 함흥 원산 평양 등을 두루 누볐다. 모건 박사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북한에 대해 배고픔, 빈곤 등을 떠올렸지만 실제로 보니 매우 아름다웠다”며 “농촌 지역을 지날 때에는 마치 뉴질랜드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모건 박사는 지난해 평양을 방문해 북한 고위층 인사 3명과 이번 여행의 일정과 경로를 사전에 논의했다. 이번 북한 체류 기간에는 북한 측 방송국 관계자들이 따라 다니며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모건 박사는 ‘북한 주민들이 접촉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모두 친절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주민을) 더이상 우리와 다른 부류로 여기지 말고 단지 시스템이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으로 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모건 박사 일행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기원하고 분단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뜻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이번 여정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서울 속초 대전 완도 제주 등을 들른 뒤 다음 달 17일 부산에서 ‘오토바이 한반도 탐험’을 마무리 짓고 출국할 예정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우리가 대학 다니던 전두환 정권 때 정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며 혁명을 꿈꾸는 종북세력이다.” 1980년대 주체사상의 교본으로 쓰인 ‘강철서신’의 저자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사진)은 내란음모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1992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중앙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핵심간부였던 이 의원과 함께 활동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 의원에 대해 “1989년 반제청년동맹 조직을 할 때 처음 알게 됐다. 당시 그는 조직노선을 잘 따랐으며 조직장악력도 매우 높았다”고 기억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기동부연합 세력에 대해 “혁명을 꿈꾸는 비이념형 종북세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주체사상 등 이론을 연구하던 사람들이 주도했지만 지금은 반미활동을 하며 북한의 노선을 추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동부연합과 통합진보당의 성향을 비춰 봤을 때 내란모의를 할 만한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민혁당 활동을 할 당시에도 치밀하게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군대는 어떻게 하고 경찰은 어떻게’라는 식으로 우리끼리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보통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이런 얘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의원이 수백 명이 모인 자리에서 했다면 지나가는 말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이들을 내란음모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1980, 90년대에도 운동권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지만 내란으로 처벌된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물론 학생들이 한 얘기와 지금 사건을 똑같은 비중으로 다룰 순 없지만 주요 국가기관을 파괴하려고 했다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활동과 혐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김철중·이정은 기자 tnf@donga.com}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실상에 대해) 신뢰할 만한 반복적인 증언들이 나왔고 모든 결론이 한 방향으로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의 COI 위원은 18일 방한해 정부 당국과 탈북자들에게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의견을 수집했고 이날 기자회견을 끝으로 국내 조사활동을 마쳤다. 그는 “공청회에 참가한 증인들에게서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았다”며 “북한 내 여성 인신매매, 수용시설에서의 여성 학대, 국제 해적 행위 등 새로운 사실도 알았다”고 말했다. 커비 위원장은 북한에 대해 인권조사단의 방북을 허용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는 (우리에게) 직접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쌓인 증언에 대해 북측이 대답을 안 하면 결과는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인권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소동을 벌이는 것은 대화 분위기가 비위에 거슬리거나 그것을 깨기 위한 것”이라며 COI 활동을 비난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방한 중인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은 26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공허한 약속이나 거짓말에 대해 절대 인센티브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매케인 의원은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 초당적인 굳건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북한을 계속 압박해야 하고 6자회담도 재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케인 의원은 1박 2일의 짧은 방한 일정에도 탈북자 단체 대표들을 만나는 등 북한 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북한의 강제수용소를 겪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알았고, 우리가 그들을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매케인 의원과 함께 방한한 셸던 화이트하우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을 맺자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의 조치 없이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어렵고 더욱이 북한의 인권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너무 잔악하고 극악무도한 문제이며 이러한 과거의 아픈 기억에 대한 고통을 줄이는 일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이 평화헌법에 대한 해석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지금 현실은 일본의 평화헌법이 제정됐을 때와 다르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내비쳤다. 매케인 의원은 한일관계를 회복하고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김정은)는 핵무기 보유를 시도하고 있으며 중국은 동중국해 영토 분쟁 등에서 자기 목소리를 두드러지게 내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공통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미일 3국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각국이 상당히 힘겨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역사 문제로 한중일 3국이 마찰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역사를 어떻게 인식해야 미래 지향적인 선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아주 깊은 성찰과 국제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날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필요한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유엔은 내부적으로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법적 정치적 제도적 검토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남북한이 23일 열린 적십자 간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내달 25일 갖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날짜로 정해진 ‘9월 25일’이 당초 정부가 북측에 역(逆)제의한 금강산관광 관련 실무회담의 날짜와 같다는 점에서 이 시기를 전후한 양측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추석(9월 19일)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자”고 제의한 이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말도 반납한 채 준비를 서둘렀다. 반면 북한은 1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관련 접촉 하루 전에 금강산관광 회담을 갖자”며 두 사안을 연계하려 했다. 금강산 회담을 앞세우고 이산가족 상봉 날짜는 뒤로 미루려고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 양측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쟁점이 됐던 이산가족 상봉 장소와 규모뿐 아니라 시기에 대해서도 밀고 당기기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측은 금강산관광 회담 개최 가능성이 있는 9월 25일 이전에 상봉행사를 갖자고 요구하고, 북측은 금강산관광 회담 이후를 주장하다가 중간 지점에서 절충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금강산 관련 실무접촉을 8월 말 또는 9월 초로 당기자는 북한의 제의에 대해 이르면 이번 주초에 북측에 답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제의한 대로 25일로 회담 날짜를 재차 제의할 가능성이 크지만 일각에서는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회담 날짜를 당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요구대로 8월 말에 하는 방안이나 아예 25일 이후에 하는 것보다는 기존에 정부가 제시한 방안대로 25일 당일 혹은 다소 앞당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5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상회담을 통해서 남북 간에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이 많은 문제를 한 번에 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상들 간에 만나서 큰 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인식의 정상회담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어떤 의미에서는 정상들이 만나서 ‘아, 이런 문제 정도는 이제 좀 풀어야 되겠다’ 하는 그런 때가 있을 거라고 본다”며 회담 성사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류 장관은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에서 5·24조치가 해제 수순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개성공단 정상화가 5·24조치와 저촉되는 부분들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당연히 유념을 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북한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5·24조치를 조금 이완시키면 우리 국민 정서상 그걸 수용하기가 참 어렵다”고 덧붙였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제21회 한일포럼은 24일 폐막식에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식민지 침략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죄 표명)와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지향한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의의를 재확인해야 할 때”라는 내용의 한일공동의장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최근 한일 양국은 역사 인식의 정치적 쟁점화로 마찰을 빚고, 이에 민간교류 및 경제관계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양국은 역사로부터 비롯된 문제가 한일관계 전체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충분히 주의하여 대국적 견지에서 대처하여야 한다”며 “양국은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2015년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일포럼은 국제교류재단이 주관하는 연례행사로 22∼2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올해에는 양국의 정계 학계 재계 언론계 관계자 69명이 참가했다. 한일포럼은 폐막식에서 “양국이 다양한 레벨의 대화 채널을 강화하고, 나아가 양국 정상 간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22일 북한을 방문해 공단 설비를 점검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42개 입주기업 관계자 152명과 당국자 및 유관기관을 포함해 총 253명이 차량 134대에 나눠 타고 개성공단을 방문해 시설점검을 마치고 귀환했다. 이들의 방북은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한 뒤 처음이며, 지난달 19일 공단 설비 점검차 방북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기계 등의 상태를 살펴보고 돌아온 입주기업인들은 “설비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었다”며 안도했다. 김석철 소노쿠쿠진웨어 대표는 “한 달 전에 비해 상태가 크게 나쁘지 않았다”며 “오히려 공장 내 습기도 많이 빠졌고 바닥에 고인 물도 말라 있었다”고 전했다. 김학권 재영솔루텍 대표는 “이르면 하루 이틀 안에 설비를 복구하고 가동할 수 있는 업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공단이 하루빨리 재가동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철 제시콤 대표는 “공단 정상화가 결정되자 그 사이 아웃소싱을 맡아왔던 중국 업체가 곧 물량이 끊길 것으로 보고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걱정했다.김호경·김철중 기자 whalefisher@donga.com}

“최근 들어 한일 양국의 정상이 대화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러한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사진) 전 일본 총리는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막된 한일포럼 특별강연을 통해 “한일 양국은 중장기적으로 공통의 과제가 많다. 양국이 빨리 협력하지 않으면 우리 미래에 큰 화근을 남길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한일 간 불신의 고리를 끊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양국 국민의 내셔널리즘이 좁고 배타적인 방향을 향하려 할 때 이에 편승하고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강한 의지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교류해 왔고 언어적 공통점 등 너무 가까운 존재라 잘되면 거만해지고 잘 안 되면 상대를 비난한다”며 “양국의 리더십을 통해 이러한 유혹을 이겨내고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4일까지 열리는 한일포럼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일본국제교류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연례행사로 이번이 21회째다. 올해 한국 측 회장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일본 측 회장은 모기 유자부로(茂木友三郞) 기코망 사장이 맡았다. 한편 일본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방한해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했다. 이하라 국장은 조 본부장에게 “한일이 지금까지 그래왔듯 협력 정신을 토대로 북핵 문제 해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중·조숭호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