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L 냉장고 < 3L 냉온정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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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주제는 ‘절전’]<138>전력 1.7배 먹는 ‘도둑’

직장인 허모 씨(35)는 요즘 주말마다 슈퍼마켓에서 생수를 사서 나르고 있다. 2년 넘게 집에서 써온 정수기의 대여 계약을 올해 초 해지했기 때문이다. 정수기가 있을 때엔 냉온수를 아무 때나 쓸 수 있었지만 이제 차 한 잔 마시려면 그때그때 전기 주전자로 물을 끓여야 한다. 하지만 한 달에 2만9000원씩 꼬박꼬박 내던 정수기 대여료를 내지 않는 데에 만족하고 있다.

허 씨는 최근 나온 6월 아파트관리비 고지서를 살피다가 새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정수기를 없앤 후 전기요금이 예년 같은 달보다 1만 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허 씨는 “전기요금이 다소 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절약돼 놀랐다”고 말했다.

냉장고처럼 항상 전원을 켜두는 정수기는 가정 내 전력 낭비의 ‘주범’ 중 하나라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용량 3L짜리 정수기가 소모하는 전력량은 900L 냉장고의 1.7배다. 공단 관계자는 “기종에 따라 차이는 있어도 정수기는 냉수와 온수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력을 소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수기는 사용되지 않는데도 켜져 있는 시간이 많다. 2013년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하루 평균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은 13시간이다. 13시간 동안 정수기(3L 기준)가 소모하는 전력은 한 달에 33.3kWh다.

최근 시행된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조치’ 이전의 요금체계에 따라 계산할 경우 일반적인 4인 가구(전용면적 85m² 아파트 기준)의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337kWh, 월평균 전기요금은 5만8760원이다. 13시간 동안 사용되지 않고 홀로 켜져 있는 정수기 때문에 낭비되는 전력사용량을 빼면 전기요금은 4만8220원(304kWh)으로 1만 원가량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온수 기능을 자주 쓰지 않는 여름철에는 정수기 전원을 꺼두라고 조언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정수기는 전원을 꺼도 정수 기능이 유지된다. 차가운 물을 마시기를 원하면 정수된 물을 통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자동타이머 전원차단 장치를 구입해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장치를 콘센트에 꽂고 정수기의 플러그를 연결해두면 정해진 시간에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된다. 사용자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필요한 만큼의 물만 걸러 냉수나 온수를 쓸 수 있도록 한 ‘직수형 정수기’를 선택하는 것도 전기를 아끼는 방법이다.

세종=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냉온정수기#냉장고#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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