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이던 라면, 등장 때보다 가격 76배 올라…버스요금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7일 17시 13분


코멘트
광복 이후 70년간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급격한 변동을 겪었다. 이를 가장 잘 반영한 품목이 바로 라면이다. ‘제2의 주식(主食)’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라면을 한국 업체가 만들기 시작한 건 1963년 9월이었다.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인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온 삼양이 만든 삼양라면의 한 봉지 가격은 당시 10원. 1975년 농심 등 후발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라면시장은 1980년대 들어 황금기를 맞았다.

라면이 인기 있었던 건 맛도 맛이지만 저렴한 가격 덕분이었다. 정부가 물가 안정화 정책의 대표 품목으로 주목하는 바람에 삼양라면 값은 판매 30년 만인 1983년에야 봉지 당 100원을 넘어섰다. 당시 쌀 1포대(20kg) 평균 도매가격이 1만61265원, 시내버스 요금은 120원이었다. 1986년 아시아경기에서 육상 3관왕을 거머쥔 임춘애 선수가 “간식으로 라면을 즐겨 먹었다”고 한 뒤 라면은 인고의 세월을 버티게 하는 힘으로 상징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원료가 고급화하면서 라면 가격은 450원까지 높아졌다. 2015년 8월 현재 라면 한 봉지 가격은 760원(삼양라면 권장소비자가격 기준)이다. 여전히 한 끼 때우기 용으로는 싼 편이지만 50여 년 전인 1963년과 비교하면 76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물가를 기준(100)으로 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국 단위로 물가를 조사하기 시작한 1965년에 3.02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이 지수가 109.04로 49년 만에 약 36배가 됐다. 1965년에 1만 원이면 살 수 있었던 상품을 지금은 36만 원을 내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인 자장면 가격의 변화도 입이 딱 벌어지게 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자장면이 대중화하기 시작한 1963년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평균 25원이었다. 1960년대 초 서민의 곯은 배를 채워주던 5원짜리 ‘꿀꿀이죽’(먹다 남은 여러 음식을 섞어 끓인 죽)과 비교하면 몹시 비싼 음식이었다. 이런 자장면 값이 2000년에 2533원으로 오르더니 지금은 4591원이 됐다. 1963년에 비해 값이 약 184배로 올랐지만 한 끼 식사 값으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더 이상 보기 힘든 ‘추억의 물건’을 현재 물건 가격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1945년 광복을 기념해서 만든 국내 최초의 담배 ‘승리’의 출시 가격은 3원, 1965년 ‘아리랑’ 25원, 1985년 ‘솔’ 450원이었다. 올해 초 담뱃값 인상 이후 국산 담배 가격(4500원·에쎄 기준)과 비교하면 30년 동안 10배가 된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버스 토큰의 값은 1977년 12월 첫 도입 당시 현재 버스요금(1300원)의 2.3% 수준인 30원이었다.

세종=김철중기자 tnf@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