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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면 부인이나 여럿 얻어와.” 이슬람 신도가 인구의 90%인 이집트에 특파원으로 발령이 났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이런 농담을 많이 들었다. 법적으로 아내를 4명까지 둘 수 있는 일부다처제를 인정하는 이슬람 문화가 내심 부러웠던 건지 유독 유부남들이 이런 농을 했다. 카이로에 와 무슬림 남성들과 편하게 만나는 자리에서 일부다처제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이집트=남자의 천국’이라는 선입견은 완벽한 편견이었다. 기자가 만난 무슬림 남성들은 주로 30∼50대였는데, 하나같이 여러 아내를 두는 데 거부감을 드러냈다. 자기들 주변에도 일부다처로 살아가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했다. 둘 이상의 아내를 둔 유부남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법적으로 허용된 중혼(重婚)을 꺼리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결혼을 한 번 할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들고 부양 의무가 주어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중혼을 하면 아내마다 따로 집을 한 채씩 얻어줘야 하고, 생활비나 선물 같은 경제적 지원도 아내마다 동등하게 해줘야 한다. 그런 부담을 감수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50대 유부남 무슬림 마흐무드 씨는 “결혼을 두 명이랑 하느니 몰래 애인을 두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일부다처 가정은 부인이 각자 다른 집에 살고 남편이 정기적으로 집을 옮겨 다니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한 집에 여러 부인이 같이 사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한 건물에 살아도 각자 다른 층에 산다. 남편이 새 부인을 들이려면 본부인의 승낙을 받아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부인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남편의 결혼을 허락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부인끼리 사이가 좋을 리가 없다. 이슬람 가정 문화는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적 성향이 강하지만 가장의 권위가 유지되려면 생계를 보장해줘야 한다.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하는데 권위만 내세웠다간 이혼당하기 십상이다. 2011년 1월 시민혁명 이후 이어지는 사회 불안으로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이집트의 이혼율은 급상승하고 있다. 이집트의 이혼 건수는 2014년 18만244건에서 2015년 19만9867건으로 1년 만에 10.9%나 늘었다. 이혼 건수 중 67.6%가 여성이 먼저 이혼을 요구한 경우다. 기자가 만난 카이로 가정법원 판사는 요즘 여성이 이혼을 요구하는 사건의 70% 이상이 남편의 경제적 무능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여성이 먼저 이혼을 요구하면 혼전에 계약서로 약조한 위자료를 일절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생계조차 책임져주지 못하는 남편이 많아진 데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부인 주도 이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추락하면서 이집트 총각들의 혼인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모가 집을 사준다고 해도 인테리어 비용으로만 적어도 15만 이집트파운드(약 1100만 원)는 들어간다. 차량과 가전제품, 신부에게 줄 지참금과 예물까지 합치면 50만 이집트파운드(약 3700만 원)는 필요하다. 직장인 평균 월급이 30만 원 수준인 데다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는 이집트에선 엄청난 금액이다. 요즘 같은 때엔 일부다처는커녕 아내 한 명 데리고 살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이집트 정부가 자국 화폐가치를 48% 절하하고 정부보조금을 대거 삭감하는 조치를 단행했으니 앞으로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이집트의 고개 숙인 남자는 좀처럼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돈 못 벌어오는 가장은 집에서 기를 못 펴고 사는 건 이슬람 국가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조동주 카이로 특파원 djc@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1년 아일랜드 더블린 방문 때 공공연히 살해 위협을 했다가 체포됐던 아일랜드인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이라크 모술 인근에서 자살 폭탄테러로 생을 마감했다. 이슬람국가(IS)는 5일 테런스 켈리가 전날 모술 인근 그자옐 알 카비르 마을에서 폭탄이 가득 실린 트럭을 몰고 이라크군으로 돌진해 숨졌다고 밝혔다. IS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켈리가 수염을 길게 기르고 총을 들고 서 있는 사진과 함께 차량 자폭테러가 터지는 순간을 촬영한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IS는 그를 이슬람식 이름인 '아부 오사마 알 이를란디'라 칭하며 "켈리는 알라의 뜻에 따라 짐승 무리를 공격해 순교했다"고 주장했다. 켈리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가톨릭 신자로 자랐다. 1990년대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간호사로 일하다 밀주 제조 혐의로 체포됐다. 감옥에 4주간 갇혀 있으면서 영어로 된 꾸란을 읽고 이슬람으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우디 감옥에서 풀려난 뒤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점점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들었다. 2011년 더블린을 방문할 예정인 오바마 대통령을 죽이겠다고 공언했다가 체포돼 사흘 뒤 풀려났고, 이후 IS에 투신했다. 한편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지역 지도자인 파루끄 알 까흐타니가 지난달 23일 미군의 정밀 공습을 맞고 사망했다고 미 국방부가 5일 밝혔다. 미 국방부는 아프간 동부 쿠나르 지방에서 까흐타니를 공습해 사살했다며 그가 미국에 대한 공격을 계획한 고위층 배후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남아공도 비선실세 파문대통령 절친 재벌의 국정농단#. "굽타 형제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꼭 도와줘라"-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홍보수석에게 지시한 내용#.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비선실세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도계 재벌 굽타 가문 삼형제가 각종 이권사업 및 인사에 개입하고 국정을 농락해 시끄럽습니다. #. 굽타 일가는 인도 유명 컴퓨터회사 사하라 그룹의 후손들.1993년 인도에서 남아공으로 건너와 항공 광산 에너지 미디어 등 각종 사업에 손을 뻗었죠.주마 대통령의 부인, 딸, 아들은 한때 이들 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며 고액 연봉을 챙겼습니다.#. 2일 공개된 보고서에는 굽타 삼형제가 국정을 농락한 사례가 생생히 담겨있는데요."굽타 형제 중 한 명이 재무장관 직을 수락하면 500억 원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음세비시 요나스 전 재무차관의 폭로 #. "500억 원을 받는 대신 재무부 관료들을 물갈이하고 우리의 사업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 자리에 대통령의 아들도 있었다"-요나스 전 재무차관#. 굽타 형제는 자녀를 결혼시킬 때 대통령 전용 공군기지에 민간 비행기를 착륙시켰죠.하객들은 경찰 호위를 받고 식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수도 프리토리아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연일 주마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한창입니다."남아공 전체가 굽타 마피아의 인질이 됐다. 대통령은 하야하라" -시위대#. 올해 3월 사저 개보수에 국고 166억 원을 쓴 혐의로 탄핵된 주마 대통령. 의회 표결에서 부결돼 간신히 자리를 지켰죠. 이 사태로 올해에만 두 번째 탄핵 심판을 받을 전망인데요.2019년까지의 임기를 지킬 지 미지수죠.#. 무능한 권력자, 부패한 측근이들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왜 이런 모습이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걸까요?원본| 조동주 특파원기획·제작|하정민 기자·조성진 인턴}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비선 실세’의 횡포가 드러났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사진)과 절친한 인도계 재벌이 장관과 국영기업 인사를 좌우하며 사업상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남아공판 최순실 사건’이다.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서는 2일 주마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날 남아공 법원은 툴리 마돈셀라 전 국민권익보호원장이 주마 대통령과 인도계 재벌인 ‘굽타 삼형제’의 유착과 부정부패 의혹에 대해 쓴 355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일 공개된 보고서에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굽타 삼형제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국정을 농락한 사례가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음세비시 요나스 남아공 재무차관은 “굽타 삼형제 중 한 명이 올해 초 ‘재무장관직을 수락하면 6억 랜드(약 506억 원)를 당신이 원하는 계좌에 꽂아주겠다’고 했다”며 “대신 장관이 되면 재무부 핵심 관료들을 물갈이하고 굽타 일가의 사업을 도와달라고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요나스 차관은 굽타 일가가 “가방을 가져오면 당장 현금으로 60만 랜드를 줄 수 있다”고 호언한 자리에 주마 대통령의 아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아들은 굽타 일가가 경영하는 여러 회사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가 올해 초 여론에 밀려 사임했다. 요나스 차관은 이 만남에서 굽타 삼형제가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국가사업을 통해 60억 랜드에 가까운 재산을 모았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요나스 차관이 제안을 거부하자 무명에 가까운 데스 판로옌 하원의원이 재무장관이 됐지만 남아공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4일 만에 물러났다. 보고서에는 “판로옌 전 장관은 임명되기 전날을 포함해 총 7차례나 굽타 일가의 집을 찾아간 증거가 있다”고 나온다. 주마 대통령이 템바 마세코 전 홍보수석에게 “굽타 형제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꼭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보고서에 담겼다. 이에 따르면 굽타 형제는 마세코 전 수석을 만나 ‘우리 가족이 만드는 신문에 광고를 꽂아 달라’고 부탁했다. 굽타 형제들은 2013년 조카딸 결혼식 하객 200여 명을 실은 전용기를 대통령 전용 공군기지에 착륙시키고 하객들이 결혼식이 열린 리조트로 갈 때 경찰의 호위를 받았다. 주마 대통령과 굽타 삼형제는 10년 전 형제가 운영하는 사하라 그룹의 연례행사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삼형제의 부모는 인도의 유명 컴퓨터회사인 사하라 그룹을 운영하는 재벌이다. 이들은 1993년 인도에서 남아공으로 건너와 항공 광산 에너지 미디어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치며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주마 대통령의 부인과 딸, 아들은 과거 굽타 일가의 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며 고액의 연봉을 챙겼다. 야당은 “나라가 마피아 같은 굽타 가족의 부패 카르텔에 붙잡힌 인질이 됐다”며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굽타 형제들은 여론이 악화되자 남아공 사업을 급하게 정리하고 있다. 임기가 2019년까지인 주마 대통령은 올해에만 두 번째 탄핵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3월 고향 사저 개보수에 국고 166억 원을 쏟아부은 혐의로 헌법재판소로부터 일부 금액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은 직후 탄핵됐지만 의회 표결에서 부결돼 간신히 자리를 지켰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라크군이 2년 5개월 전인 2014년 6월 이슬람국가(IS)에 빼앗겼던 제2도시 모술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17일 모술 진격을 선포한 지 15일 만인 1일 모술 땅을 밟는 데 성공하면서 함락은 이제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라크군 대테러 특수부대는 1일 모술 동부 외곽 고그잘리 구역으로 진격해 TV방송국을 장악한 데 이어 2일 모술 남동부 외곽 무프티 지역으로 발을 내디뎠다고 BBC가 보도했다. IS는 이라크 최후 근거지인 모술을 사수하려고 극렬히 저항했다. 이라크군 탱크가 진격하자 박격포로 맞섰고, 미군 주도 연합군이 공중 폭격을 퍼붓자 유전에 불을 지르며 검은 연기로 연막작전을 폈다. 이라크군은 올해 안에 모술을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모술 인근 IS 점령지에서는 IS 대원의 행동강령이 담긴 팸플릿이 잇따라 발견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수염을 기르고 면도를 금지하는 조항부터 여성 성노예를 다루는 방법까지 다양한 IS식 극단주의 철학이 깃든 행동강령이다. 이라크군이 발견한 32쪽짜리 IS 팸플릿에는 여성 포로를 다루는 방법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무슬림이 아닌 여성 포로는 첩으로 삼을 수 있다”거나 “IS 병사는 첩을 2명까지 둘 수 있고, 성관계는 그중 1명과만 해야 한다”고 돼 있다. IS 대원은 미성년 여성도 첩으로 삼을 수 있다. 팸플릿에는 “미성년자와는 직접적인 성관계를 제외한 다른 성적 유희를 모두 즐길 수 있다”고도 나온다. IS는 이처럼 명목상으론 미성년 여성과의 성관계를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야지디족 미성년 여성 등을 성노예로 부리고 있다. 아랍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성방송을 금지하는 20가지 이유를 적은 팸플릿도 눈길을 끈다. ‘나는 왜 위성을 파괴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팸플릿에는 “위성방송 프로그램에는 나체 여성과 부도덕한 언어가 난무한다” “남자를 나약하고 유치한 존재로 묘사한다” 등의 이유가 적혀 있다. IS 지배에서 벗어난 마을 주민들은 “이 법을 어긴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채찍질하거나 모술로 끌고 가 처형했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55만 유로를 들여 구입한 독일 헤센 주 슈미텐의 비덱 타우누스 호텔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새 집을 사들인 건 최 씨 가족이 키우던 개 10여 마리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 가족이 지난달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함께 데려온 개들을 호텔 뒤뜰에 풀어놨는데 밤낮없이 짖어대는 개 소리 때문에 이웃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바로 근처에 단독주택을 구입해 개들을 옮겼다는 것이다.지난해 11월 최 씨에게 호텔을 판 전 주인 에마 씨는 27일 독일 슈미텐의 최 씨 호텔 앞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이는 최 씨가 개를 위해 집을 따로 장만할 만큼 재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최 씨 호텔 바로 옆집에 사는 에마 씨는 "한국인 호텔 주인 가족이 최근 갑자기 호텔 문을 잠그고 사라지는 바람에 호텔 안에 있는 내 물건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며 "아침에 볼 때마다 인사를 건네곤 했는데 마지막으로 본 건 2주 전"이라고 말했다. 최 씨 가족이 개를 풀어놓았다는 호텔 뒤뜰에 있는 지하 창고에는 파란색 뚜껑의 휴대용 개집이 있었다. 뒤뜰에서 바비큐 파티를 한 듯 바비큐 장비가 놓여 있고, 굳게 닫힌 창문을 통해 본 부엌에는 급하게 자리를 뜬 듯 자르다 만 파가 그릇에 담겨 있었다. 뒤뜰 테라스에는 말버러골드 담배꽁초 7개가 재떨이에 남아 있어 급하게 호텔을 비운 티가 역력했다. 최 씨 호텔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서는 즉석밥, 경기 이천산 쌀 포대, 종갓집 김치통, 짬뽕라면 봉지, 즉석 카레 빈 봉지, 여성용 생리대 포장지와 유아용 기저귀가 발견됐다. 근처 한인마트에서 장을 봐온 듯 한인마트 봉투도 눈에 띄었다. 독일 유명 관광지인 하이델베르크성 안내 자료와 애완동물 애호가를 위한 신문도 발견됐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최 씨 가족이 철저하게 현금만 사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된 영수증 3장은 모두 현금으로 결제했다. 가장 최근 영수증은 19일 오후 5시 10분 슈미텐의 뢰베라는 슈퍼마켓에서 생리대, 버터, 햄, 토스트 등을 38유로 어치를 50유로를 내고 구입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 9분에 결제한 슈미텐의 로스만이라는 잡화가게에선 향수 신문 양말 장바구니 생리대 등을 26.19유로 어치 구입했다. 최 씨 가족은 한적한 시골 마을인 슈미텐 생활이 지겨울 때면 인근으로 외식을 하러 나가기도 했다. 슈미텐에서 서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풀다의 LA로만티카라는 레스토랑에서 생맥주 2잔, 물 1잔과 음식 등 23.8유로 어치를 사용한 영수증이 남아있다. 이 역시 현금으로 계산했다. 최 씨가 현지에 법인을 14개 세웠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이 사건이 커지자 독일 현지 기자들도 잇따라 카메라를 들고 호텔을 찾았다. 헤센 주 지역방송국에서 나온 독일 기자는 "이 호텔이 한국 대통령이 연루된 범죄와 관련이 있다고 들었다.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snowball)처럼 커질 것 같아 취재하러 왔다"고 말했다. 최 씨는 현지 일부 교민의 도움을 받아 헤센 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숨어서 지내며 조만간 제3국으로 떠날 것이라는 얘기가 교민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최 씨가 세운 현지법인에 직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호텔에서 일해 온 40대 여성 교민 박모 씨는 최근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가족과 함께 살았다는 조선족 40대 여성은 지난달 초 최 씨 가족이 독일로 온 이후 가족의 식사를 담당하고 딸 정유라 씨가 낳은 돌배기 아들의 보모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슈미텐=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서남쪽으로 400km가량 떨어진 바하리야 사막마을은 서부 사막 투어의 관문으로 통한다. 이 마을의 유일한 한국인 주민인 이경미 씨(46·여)를 만나기 위해 11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복잡한 카이로 시내 도로를 빠져나오니 사막을 배경으로 쭉 뻗은 왕복 2차로 도로가 끝없이 이어졌다. 좁은 길을 오가는 건 화물 트럭 몇 대가 전부였다. 풍경이 너무 단조로워 이따금 나타나는 송신탑이 반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휴대전화 3G 통신망도 먹통이 됐다. 5시간을 달리니 벽돌과 흙으로 지은 집들이 듬성듬성 들어선 바하리야 마을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씨가 사는 집은 연보라색 문이 인상적인 2층 벽돌집이었다.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 그는 10년 전 사막 마을에 신접살림을 꾸리면서 전 재산을 털어 지은 집이라고 했다. 집 안을 둘러보는데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도마뱀이 벽을 타고 노닐고 있었다. 새끼 때부터 보아왔던 건데 파리 같은 벌레를 잡아먹어 줘서 내쫓지 않고 일부러 키우고 있는 거라고 했다. 사막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벽돌집에서 이 씨는 지난 10년의 삶을 풀어놓았다.차량 전복 사고로 만난 열 살 연하 남편 공무원이던 이 씨는 2003년 가을 휴가를 얻어 친구와 함께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했다. 은하수 서린 밤하늘에 별이 쏟아지는 장관이 멋지다기에 버스를 타고 바하리야 사막을 찾아갔다. 마을 버스정류장에 동양인들이 내리자 가이드들이 사막 투어를 시켜 주겠다며 몰려들었다. 이 씨 일행은 다른 여행객 2명과 합승해 사막 투어를 떠났다. 바하리야 사막은 원래 바다였지만 지각 변동으로 지표면이 솟아올라 육지가 된 곳이다. ‘바하’는 아랍어로 바다를 뜻한다. 수백만 년 동안 풍화 작용을 거친 석회암 지대는 기암괴석이 가득한 백사막으로 변했고,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굳어 흑사막이 생겨났다. 석영이 가득한 크리스털 사막도 자랑거리다. 사막 간 거리가 차편으로 2, 3시간씩 떨어져 있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가 지기 전에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가이드의 마음이 급해서였을까. 이 씨 일행을 태운 4륜 구동 차량은 해질 무렵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다가 전복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 채 눈을 떠 보니 바닥에 널브러진 운전사와 한국인 동행 3명은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당시 서른셋 처녀였던 이 씨는 어둠에 깔리던 사막 한복판의 뒤집힌 차 안에서 길지 않은 삶의 끝을 생각했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 씨는 “겨우 정신을 차려 보니 머리에선 피가 흐르는데 보이는 건 모래뿐이고 들리는 건 바람 소리가 전부였다”며 “그때는 ‘여기서 이대로 죽는 건가’ 했다”고 사고 순간을 떠올렸다. 일행 중 제일 먼저 깨어난 이 씨는 뒤집힌 차량에서 기름이 새어 나오는 걸 보고 차량이 폭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모래를 헤치고 차량을 빠져나와 일행을 꼬집고 때리며 깨웠다. 급한 마음에 10m 넘게 뛰쳐나왔는데 다행히 폭발은 없었다. 이 씨는 일행 모두 크게 다치진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목을 조르는 듯했던 긴장감에서 해방됐다. 사고를 낸 가이드가 마을에 있는 동료에게 전화로 구조를 요청했다. 두세 시간 떨어진 마을에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사막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봤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이라는 관용적 표현으로 설명하기엔 차고 넘칠 정도로 사막 하늘에 서린 은하수는 절경(絶景)이었다. 기자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이 씨는 “머리를 타고 얼굴로 피가 흘러내리는 걸 잊을 만큼 아름다웠다”며 웃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깜깜한 사막을 관통하는 빛 한 줄기가 이 씨 일행을 비췄다. 마을에서 먼 길을 뚫고 구조 차량이 도착한 것이다. 당시 스물세 살 청년이자 지금의 남편인 하마다 씨(36)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사막여우와 은하수가 일상인 ‘사막 새댁’ “e메일 주소 좀 알려주세요.” 하마다 씨는 다음 날 카이로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던 이 씨에게 용기를 내 말했다. 처음 만난 지 24시간이 채 안 됐지만 사막에서 나고 자란 순수 청년은 이미 사랑에 빠져 있었다. 열 살 어린 이집트 청년이 남자로 보이지 않았던 이 씨는 자신의 e메일 주소 대신 친구의 e메일 주소를 알려줬다. 그렇게 이 씨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모든 게 일상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마다 씨에게 알려준 e메일 주소를 사용하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얘, 그 이집트 남자가 매일 e메일 보내면서 지극정성인데 너도 읽어 보고 웬만하면 답장 한번 해줘라.” e메일은 어설픈 영어로 ‘그대와 함께 백마를 타고 사막을 달리고 싶어요’ 같은 ‘유치한’ 구애로 가득했다. 하지만 진정성은 있어 보였다. 이 씨가 카이로로 떠난 날부터 매일 한 통씩 꼬박 e메일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되자 조금씩 마음이 흔들렸다. e메일이 오갈수록 둘은 점점 가까워졌다. 수화기 너머 이틀에 한 번 통화하는 사이로 발전하면서 이 씨는 2004년 다시 카이로행 비행기를 탔다. 첫 여행 때 다치는 바람에 제대로 사막 관광을 하지 못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하마다 씨가 눈에 아른거렸다. 이 씨는 2005년에도 이집트를 찾았고, 연애 3년 만인 2006년 하마다 씨에게 전화로 청혼을 받았다. “전화를 받고 깜짝 놀라 일주일 동안 고민했는데, 결국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뭐…’ 싶더라고요.” 이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이집트 사막으로 시집간다니 대구 본가에선 극구 반대했다. 헤어질 사람은 헤어지고 만날 사람은 만난다고 했던가. 이 씨는 하마다 씨의 순정 하나만 믿고 이집트 남자의 신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사막에서의 신접살림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둘이 살 2층집을 짓느라 돈을 모두 쏟아부어 수중에 달랑 100이집트파운드(약 1만2700원)만 있던 적도 있었다. 사막은 물건이나 음식을 모두 도시에서 가져와야 해 물가가 15∼20% 더 비싸다. 상수도가 없어 지하수를 퍼서 물탱크에 저장해 두고 아껴 쓰고, 좋아하던 영화를 보려면 5시간 차를 타고 카이로로 나가야 했다. 바람이 몰아치는 날엔 전화나 인터넷이 끊기기 일쑤였다. 전력이 부족해 자주 정전됐다. 남편과 매일같이 찾는 사막이 모든 근심을 잊게 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사막에 바큇자국을 내며 달리면 마음이 뻥 뚫렸다. 사막 한가운데에 천막을 치고 불을 피워 고기를 구우면 냄새를 맡은 사막여우들이 옹기종기 몰려들었다. 밥을 지어 먹고 매트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면 크고 작은 별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렇게 사막에 빠져 일주일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기도 했다. 사막에 야영 갔다가 모래폭풍에 갇혀 고생한 적도 있었다. 바람이 심하게 불자 차 안으로 들어가 밤을 꼬박 새우면서도 남편은 1시간마다 밖으로 나가 타이어에 물을 부었다. 모래가 쌓여 바퀴가 묻히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날이 밝자 모래가 무릎 높이까지 쌓였지만 차바퀴만큼은 온전했다. 사막에서 나고 자란 남편의 지혜였다. 이 씨는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남편을 도와 사막 가이드 일을 시작했다. 남편이 마을 버스터미널에서 관광객을 기다리다가 만난 한국 여성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면서부터였다. 남편은 “우리 집에 한국인이 있다”며 그 여성에게 전화로 이 씨를 연결해 줬고, 교사였던 그 여성은 이 씨에게 “가이드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김밥 두 줄 달랑 싸들고 시작한 사막 가이드 생활은 그 교사가 귀국해 인터넷에 사막 여행기와 이 씨 전화번호를 올리면서 한국에 알려지게 됐다. 보라색 대문이 돋보이는 이 씨의 2층집은 입소문을 타고 사막과 별을 보려는 한국인들의 명소로 꽤 유명해졌다. 매일 관광객 10∼20명이 몰려들어 많을 때는 하루에 100만 원을 벌었다. 예능인 노홍철 씨는 지난해 방송을 쉬면서 유럽 여행 중 이 씨 집에 혼자 와 3일 동안 먹고 자며 사막여행을 했다. 이 씨는 “노 씨가 마을 결혼식장에 이집트 전통 의상을 입고 나타나 신나게 춤추면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개그맨 류담 씨는 무명 시절 혼자 사막에 놀러와 이 씨 집에 묵던 여행객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당시 무명 개그맨이던 그는 사람들에게 “어떡하면 뜰 수 있을까 고민하러 사막에 혼자 왔다”고 했다. 사막에서 고민한 덕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류 씨는 한국으로 돌아간 직후 유명 지상파 드라마에 캐스팅돼 소위 ‘빵’ 떴다.“끝까지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 쨍하고 해뜰 날만 계속될 것 같던 사막 생활에 위기가 찾아온 건 2011년이었다. 그해 1월부터 이집트를 강타한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이 무너진 뒤 치안이 불안해지자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들어선 무함마드 무르시 정부가 1년 만인 2013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되면서 관광 여건은 악화됐다. 사막마을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2014년 2월 이집트 타바에서 벌어진 버스 폭탄 테러로 한국인 4명이 사망하면서 더 줄었다. 사막마을은 관광 산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근근이 버티던 이 씨 부부는 결국 지난해부터 생계를 위해 따로 살고 있다. 이 씨는 사막에 남아 드문드문 찾아오는 관광객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고, 남편은 평생을 살아온 사막에서 400km 떨어진 카이로로 가서 중동판 우버 택시 서비스인 카림에서 운전사로 일하고 있다. 하마다 씨는 “외롭긴 하지만 요즘 이집트 경제가 워낙 나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랍의 봄 이전 매달 100만 명을 웃돌던 이집트 관광객은 최근 절반 남짓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여객기에 이어 올해 5월 이집트항공 여객기마저 추락한 영향도 크다. 국가의 중추인 관광 산업이 침체되자 경제는 추락했고 물가는 치솟았다. 이집트파운드는 공식 환율이 달러당 8.8파운드지만 암시장에선 15파운드에 거래된다. 사막 투어로 생계를 유지하던 마을 주민들은 속속 일자리를 찾아 카이로로 떠나갔다. 사막을 사랑하는 이 씨라도 남편과 떨어져 1년 넘게 혼자 지내고 있는 요즘에는 고국이 부쩍 그리워진다. 이 씨는 남편과 사막에 놀러 다닐 때 찍은 옛날 사진을 들춰 보며 “나도 많이 늙었네. 이제 내 인생 돌이킬 수도 없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사막에 온 이래 가장 암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씨는 요즘 매일같이 이 말을 주문처럼 되뇌고 있다. ‘끝까지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라고. 쨍하고 해뜰 날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 하나로 이 씨는 오늘도 사막 한가운데서 외롭게 버티고 있다.바하리야=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신흥시장 최대치인 175억 달러(19조6000억 원) 규모의 달러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며 국제 채권시장에 데뷔했다. 그만큼 석유 수입 감소로 인한 경제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는 19일 55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와 10년 만기 채권, 65억 달러 규모 30년 만기 채권 등 모두 175억 달러어치 달러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마이너스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사우디 국채에 아시아 투자자와 연금펀드 등이 대거 몰리면서 입찰액이 발행 규모의 4배에 가까운 670억 달러나 몰렸다. 사우디의 국제시장 판매 국채는 4월 165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 아르헨티나를 넘어서는 신흥국 사상 최대 규모다. 사정이 비슷한 인근 산유국 카타르가 올해 발행한 국채는 90억 달러어치였다. 국채수익률은 당초 예견됐던 것보다는 낮게 책정됐다. 5년물 금리는 2.58%, 10년물은 3.4%, 30년물은 4.62%다. JP모건 HSBC 씨티그룹 등 유수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국채 발행에 참여했다. 국가 재정의 75%를 석유 판매에 의존하는 사우디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가 지난해부터 하락해 올 초 30달러 아래로까지 떨어지면서 경제난을 겪어왔다. 지난해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역대 최대인 980억 달러를 기록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는 지난해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270억 달러 규모 지방채를 발행했고 올 4월에는 글로벌 은행들로부터 25년 만에 100억 달러를 대출받았다. 이외에도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지분을 매각하고 3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런 기세라면 2주 안에 모술에 도착해 두 달 내에 도시를 탈환할 수 있다.”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점령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를 축출하기 위해 진격 중인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군 사령관 시르완 바르자니 장군(준장)은 전투 이틀째인 18일 CNN에 이렇게 자신했다. 궂은 날씨와 복잡한 정치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지금 같은 진격 속도라면 연내에 모술을 IS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군과 쿠르드군 등 연합군 9만4000여 명은 전투 개시 이틀 만에 IS가 점령했던 모술 인근 마을 20여 곳을 수복하며 모술로부터 30∼40km 지점까지 진격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수도 바그다드에서 도로를 따라 모술을 향해 북상 중인 이라크군은 이날 모술에서 남동쪽으로 30km 떨어진 최대 기독교 도시 까라꼬시를 포위하고 공성전(攻城戰)을 펼치고 있다. IS로부터 되찾은 마을에서는 IS가 2014년 6월 모술 일대를 점령한 후 비밀 이동 경로로 써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땅굴이 여러 개 발견됐다. 폭격을 피하기 위한 지하 공간도 드러났다. 모술 남동부 마을 님루드에 있는 모스크 지하 공간에서는 침대와 음식, 지하 공간 거주자 명단 등이 발견됐다. 미군은 특수부대 12∼16개 팀과 공군 폭격기를 동원해 북진하는 이라크군과 서진하는 쿠르드군의 전장을 오가며 전투를 돕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모술 진격전은 IS 박멸을 위한 단계다. 어려운 전투가 되겠지만 IS는 모술에서 결국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IS는 이라크군과 쿠르드군이 진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로에 부비트랩과 차량 자살폭탄 대원을 배치해 저항하고 있다. 18일 까라꼬시에 진격하던 이라크군을 향해 IS가 차량폭탄 공격을 감행해 이라크 병사 1명이 숨졌다. 모술 탈환전이 본격화하면 최대 100만 명이 피란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모술 내 IS 패잔병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모술을 떠나려는 시민들에게 안전한 탈출 경로를 제공하겠다고 밝히자 인접국 시리아가 즉각 반발했다. 시리아는 “미국 연합군이 시민 탈출을 명분으로 모술의 IS 패잔병을 시리아 동부로 이동시켜 주고 새로운 전장을 만든 뒤 국경을 넘으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모술이 함락되면 유럽연합(EU) 출신 IS 병사가 본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테러를 감행할 수도 있다. IS 병사가 모술 난민을 가장해 유럽에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줄리언 킹 EU 안보집행위원장은 “EU 출신 IS 병사 2500명이 대대적으로 탈주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아무리 적은 수라도 IS 병사가 돌아오면 유럽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201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외곽 알 투마마 지역 사막 캠핑장에서 젊은 남성을 총으로 쏴 죽인 투르키 빈 아수드 알 카비르 왕자. 현장에서 체포돼 2014년 11월 사형이 확정됐던 그가 처형됐다고 사우디 내무부가 18일 밝혔다. 투르키 왕자는 경제적 보상을 해줄 테니 사형 선고를 요구하지 말아 달라고 사망자 가족에게 부탁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투르키 왕자는 올해 사우디에서 134번째로 처형된 죄수라고 AFP가 보도했다. 사우디 당국은 왕자가 어떤 방식으로 처형됐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사우디 사형수는 대부분 광장에서 공개 참수되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역시 참수됐을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의 한 왕자는 뉴욕타임스(NYT)와의 통화에서 “살만 국왕은 평소에도 ‘왕자라고 특혜는 없으며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말해 왔는데, 이번에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명확히 보여 줬다”고 말했다. 5000명 남짓한 사우디 로열패밀리의 핵심인 왕자가 처형된 건 41년 만이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201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외곽 알 투마마 지역 사막 캠핑장에서 젊은 남성을 총 쏴 죽인 투르키 빈 아수드 알 카비르 왕자. 현장에서 체포돼 2014년 11월 사형이 확정됐던 그가 처형됐다고 사우디 내무부가 18일 밝혔다. 투르키 왕자는 경제적 보상을 해줄 테니 사형 선고를 요구하지 말아달라고 사망자 가족에게 부탁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형장이 이슬로 사라졌다. 투르키 왕자는 올해 사우디에서 134번째로 처형된 죄수라고 AFP가 보도했다. 사우디 당국은 왕자가 어떤 방식으로 처형됐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사우디 사형수는 대부분 광장에서 공개 참수되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역시 참수됐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한 왕자는 뉴욕타임스(NYT)와의 통화에서 "왕은 평소에도 '왕자라고 특혜는 없으며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말해왔는데, 이번에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명확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5000여명 남짓한 사우디 로열패밀리의 핵심인 왕자가 처형된 건 41년 만이다. 1975년 파이살 빈 무사드 알 사우드 왕자가 삼촌인 파이살 국왕을 암살했다가 1만 명이 보는 가운데 광장에서 공개 참수됐다. 이로부터 몇 년 뒤 왕가에서 정해준 남자와의 결혼을 거부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미셸 공주가 총살되기도 했다. 공주와 결혼했던 남자 역시 참수됐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라크가 ‘이슬람국가(IS)’를 몰락으로 이끌 제2도시 모술 탈환전을 개시했다. IS의 이라크 내 마지막 거점 도시인 모술 탈환전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 이후 이라크 땅에서 벌어지는 가장 큰 전투가 될 것으로 보인다. IS가 모술 주민 70만∼150만 명을 볼모로 잡고 있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17일 새벽 국영방송을 통해 모술 탈환전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압바디 총리는 “승리의 순간이 다가왔다”며 “폭력적인 테러 단체 다에시(IS의 아랍어)로부터 모술의 자유를 되찾는 작전이 시작됐음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이라크군은 전날 모술의 주요 다리를 폭격해 끊어 놓았고, 15일 밤부터 모술 주민들에게 4쪽짜리 유인물 수천 장을 살포해 전투가 시작되면 집 안에 숨어 있으라고 당부했다. 이라크군이 주축인 이번 전투를 위해 쿠르드자치정부 군대 페슈메르가와 시아파 주도 민병대 등이 사방에서 진격을 개시했다. 병력은 2만5000∼3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BBC가 전했다. 모술 내 IS 병력은 3500∼8000명으로 이라크군의 12∼27% 수준이지만 주민 70만∼150만 명을 인간 방패 삼아 극렬히 저항할 것으로 보여 완전 탈환까지는 최소 수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CNN에 “IS를 최종적인 패배로 이끌 결정적 순간”이라면서도 “어려운 전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군은 주요 거점 도시인 라마디(2015년 12월)와 팔루자(2016년 6월)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지독한 난전을 겪은 경험을 토대로 수개월간 치밀하게 모술 탈환전을 준비해 왔다. 모술 남부 60km 지점 전력 거점인 까이야라 등 주변 지역부터 차례로 점령하며 서서히 포위해 나갔고 모술을 점령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자 최후의 전투에 나섰다. IS는 14일 모술 북동부 유전에 불을 질러 최후 저지선을 만들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IS는 궁지에 몰린 일부 병사와 가족들이 15일 밤 버스를 타고 모술을 탈출하려다 붙잡히자 여자와 어린이까지 공개 처형했다. 수염이 없거나 복장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구금했던 일부 경범죄자들을 전투에 대비해 총알받이로 쓰려고 풀어주기도 했다. IS는 모술 외부와 연결된 수십 개 지하 터널로 부상당한 병사들을 IS의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로 빼돌리며 사실상 락까에서의 최후 항전까지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봉쇄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모술의 IS 병사들은 1만 달러를 건네면 주민의 피란을 눈감아줄 만큼 기강이 해이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번 전투로 최소 70만 명의 피란민이 생길 것으로 보고 모술 인근에 4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란민 캠프를 준비했다. 이달 말까지 비상 캠프 20곳을 증설하고 바로 천막을 칠 수 있는 비상 키트를 5만 개에서 8만 개로 늘리기로 했다. IS가 모술을 잃는다면 락까 외엔 주요 거점 도시가 사라져 사실상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IS가 사라진다고 이라크와 시리아에 평화가 찾아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동안 IS를 공동의 적으로 삼아 뭉쳐 왔던 미국과 러시아,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군, 쿠르드군, 시아파 민병대, 시리아 반군 등이 새로운 분쟁을 시작할 수 있다. 최근 쿠르드의 세력 확장을 막으려는 터키까지 수니파 보호를 명분으로 이라크 개입을 천명해 IS가 사라져도 혼란이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하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고 핵 차원의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 러시아의 유명 앵커로 사실상 정부 선전 역할을 하는 드미트리 키셀료프는 최근 TV에 나와 “지금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며 이렇게 엄포를 놨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15일 “4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1973년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모스크바에는 새로운 폭탄대피소를 건설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돈을 내라는 사기 포스터까지 붙을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말 러시아가 전쟁을 준비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달 3일 미국이 시리아 정전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다음 날 러시아가 16년 전 맺은 무기급 플루토늄 폐기 협정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요격미사일 S-300 공군 시스템을 배치하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틱 해에 배치하는 무력 도발을 이어갔다.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은 알레포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공습도 계속하고 있다. 무차별 폭격이 이어지면서 민간인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근 2주간 최소 376명이 숨지고 1266명이 다쳤다. 알레포 동부지역은 사방이 정부군에 포위돼 유엔과 국제적십자사의 구호물품 보급이 40일 넘게 끊긴 상태다. 전기와 수도는 일찌감치 끊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밀가루마저 바닥나 굶어죽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시리아 내전은 냉전보다 더한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분쟁으로 바뀌었다”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말처럼 러시아의 도발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서방세계와의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군사적 개입에 소극적이던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최근 “시리아 내전에 군사적 옵션을 고려해야 할 때”라며 “영국 의회의 분위기가 2013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는 이번 주 시리아 군사 작전에 참여하기 위해 유일한 항공모함을 영국해협을 지나도록 해 영국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가 러시아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을 취소했다. 러시아가 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미국 대선과 맞닿아 있다. 대선 전 혼란을 틈타 최대한 시리아의 지배력을 확보한 뒤 새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세를 보이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양국 간 긴장 관계는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민족주의자 정치인인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는 “힐러리가 당선되면 그건 전쟁”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시리아 사태보다 이슬람국가(IS) 문제가 우선”이라며 러시아와의 협조 관계를 강조한다. 그러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는 “러시아가 계속 시리아 공습에 관여한다면 (반군 편인) 미국은 아사드 정권의 군사적 목표를 응징해야 한다”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협상 중단을 선언한 지 12일 만인 15일 스위스 로잔에서 휴전 전제조건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케리 장관은 16일 런던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외교장관과 시리아를 장기적으로 ‘폭격 중단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17일 러시아와 협상을 재개한다.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제 경솔한 행동을 뉘우치며 다시는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겠습니다.” 최근 미국 10대 소녀와의 영상통화 비디오로 인기를 끌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부 신(가명·19) 군은 6일 유튜브에 올린 ‘반성문 동영상’에서 이렇게 고개를 숙였다. ‘이 없는 자’라는 뜻의 가명처럼 앞니가 벌어진 그는 지난달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크리스티나 크로킷 양과 유튜브 연계 인터넷방송에서 공개 영상통화를 하다가 종교적 가치를 훼손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체포 10일 만에 풀려나자마자 사죄 동영상을 올렸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징역 5년에 벌금 300만 리얄(약 9억 원)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고 사우디 매체 알 아라비야가 9일 보도했다. 그는 6분 30초 분량인 문제의 영상에서 크로킷 양을 향해 왼손 약지에 결혼반지를 끼우는 시늉을 하며 어설픈 영어로 “사랑한다” “결혼하자”고 외쳤다. 이에 크로킷 양은 왼손 약지에 검은 사인펜으로 결혼반지를 그린 뒤 보여주며 “나도 사랑해”라고 호응했다. 앳돼 보이는 그가 담배를 꺼내 물자 크로킷 양이 깜짝 놀라며 “너 몇 살이야?”라고 물었는데, 이를 알아듣지 못한 그가 호기롭게 거드름을 피우며 “위스키는 노! 담배는 굿!”이라고 동문서답하는 장면도 웃음을 샀다. 그는 크로킷 양을 웃기기 위해 사우디 남성용 전통 의상을 우스꽝스럽게 입어 보이기도 했다. 둘은 이후에도 춤추는 영상을 주고받는 등 인터넷으로 종종 만나 친분을 쌓았고, 이들 방송은 조회수가 수십만 회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아부 신 군이 지난달 25일 비윤리적인 행위로 젊은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품위와 종교 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이들의 인연도 끝났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예멘 반군(叛軍)이 점령한 수도 사나에서 열린 반군 내무장관의 부친 장례식장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이 폭격을 가해 최소 155명이 죽고 525명이 다쳤다. 비무장 민간인이 모인 현장에 가해진 폭격으로 국제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은 예멘에서의 사우디 지원 전략을 전면 수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예멘 반군의 잘랄 알루웨이샨 내무장관 부친상이 치러진 사나의 마을회관에 8일 세 차례 폭탄이 투하돼 700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고 예멘 보건당국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유력 인사의 부친상으로 인파가 몰린 마을회관을 관통하는 폭탄이 두 차례 잇따라 떨어진 데 이어 1분 뒤 세 번째 폭탄이 투하돼 인명 피해가 컸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한 장소에 시차를 두고 다시 폭격해 피해를 극대화하는 ‘더블 탭’ 폭격을 우려해 한동안 내부 진입을 하지 않았다. 이번 폭격으로 알루웨이샨 장관은 중상을 입었고 사나의 시장을 포함한 관료 여럿이 사망했다. 폭격 직후 장례식장은 피바다로 변하고 조각난 시신이 흩뿌려져 대량 학살 현장을 방불케 했다고 생존자들이 전했다. 주말에 벌어진 참극으로 휴무였던 의사들이 모두 병원에 동원됐고 사나 병원 일대에선 수혈용 혈액이 모자라 시민들의 긴급 헌혈을 받고 있다. 국제적십자사는 심각한 부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시신 수습용 가방 300개를 준비했다. 후티 반군 대변인은 이번 폭격이 “사우디가 주도하는 동맹군의 학살”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유엔과 국제사회의 침묵은 학살자들에게 탄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핵심 일원인 미국은 즉각적인 진상 조사와 함께 사우디와의 군사 협력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사우디와의 안보협력은 백지수표가 아니다”라며 “예멘에서의 갈등을 끝내는 데 주력해온 미국은 사우디를 향한 지원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군은 “당시 우리 공군은 해당 지역 상공을 날지 않았다”며 폭격의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예멘 반군 점령 지역에 대한 폭격은 사실상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만이 할 수 있을뿐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우디 당국은 “미국 전문가들과 함께 진상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지난해 3월 예멘 정부군 편에 서서 반군을 겨냥한 공습을 개시했다. 이후 의료시설과 학교 공장 주택 등 민간 시설을 폭격해 1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만 명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전쟁을 잊으려고 책을 읽고 있어요.” 분홍색 리본을 머리에 꽂은 소녀가 아기 인형이 올려져 있는 책상에 그림책을 펴고 앉아 공부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적은 글이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은 크고 똘망하지만 한구석엔 슬픔이 어려 있다. 트윗의 주인공은 폭격이 비 내리듯 쏟아지는 시리아의 알레포에 사는 일곱 살 소녀 바나 알라베드다. 시리아 내전이 6년째 이어지고 있으니 알라베드는 한 살 때부터 줄곧 전쟁터에서 산 셈이다. 그가 지난달 24일 “평화가 필요해(I need peace)”라는 글을 올리며 처음 시작한 트윗 계정(@AlabedBana)은 지구촌 사람들의 감성을 적시는 글과 사진으로 열흘 만에 7000명의 팔로어가 몰려들었다고 BBC가 3일 보도했다. 알라베드의 트윗은 폭격이 일상인 알레포의 현실을 실시간으로 조명하고 있다. 폭격을 맞은 건물 잔해를 찍어 올리며 “여기 살던 친구가 죽었어요. 친구가 너무 그리워요”라고 덤덤하게 적은 트윗은 200회 넘게 리트윗(공유)됐다. 트위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폭격의 공포를 호소하는 글이 많아지고 있다. 2일 알라베드가 초록 옷을 입고 발코니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귀를 틀어막고 있는 모습을 올린 동영상에는 시커먼 밤에 울려 퍼지는 전투기 굉음과 폭격 소리가 생생히 담겨 있다. “지금 폭탄이 떨어지고 있어요. 오늘 밤에 죽을지도 모르겠어요. 제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줘요. 밤새 트위터 보고 있을게요.” 전쟁 중에도 트위터에 처참한 현실만 올라오는 건 아니다. 다섯 살 남동생 무함마드, 세 살 남동생 누르와 행복해하는 사진과 동영상에서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세 남매가 침대에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며 서로를 끌어안는 동영상에서는 “폭격이 오기 전에 동생들과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우리에겐 그림을 그릴 평화가 필요해요. 우린 평생 같이 살 거예요”라고 썼다. 동생들은 모두 전쟁 중에 태어나 한 번도 평온한 일상을 보내본 적이 없다. 알라베드는 영어 교사인 엄마의 도움을 받아 아랍어 대신 영어로 트윗을 올린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트윗을 보고 시리아 내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엄마 파테마흐 씨가 BBC에 전했다. 파테마흐 씨는 “딸이 네 살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엄마가 어린 딸을 정치 선전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알라베드가 ‘아사드(시리아 대통령)와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제발 폭격을 멈춰주세요’라고 쓰인 스케치북을 들고 “제발 우리를 그만 죽이세요”라고 호소하는 글은 일곱 살 소녀가 자발적으로 썼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 때문에 최근에는 엄마가 대신 쓰는 트윗에는 꼭 글 말미에 ‘파테마흐’라고 적고 있다. 알라베드는 엄마처럼 영어 교사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학교가 올여름 폭격으로 파괴되면서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 알레포는 새 학기를 맞았지만 학교 대부분이 파괴돼 어린이 10만 명 중 6%만 등교하고 있다고 어린이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추산했다. 파테마흐 씨는 “딸이 ‘엄마, 왜 아무도 우리를 안 도와줘?’라고 물을 때마다 할 말이 없다”며 “세계가 제발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113세 유대인 남성이 1차 세계대전 탓에 놓쳤던 유대교 성인식을 100년 만에 뒤늦게 치렀다. 1903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주인공 크리스탈 씨(사진)는 1일 오전 이스라엘 하이파 자택에서 딸과 가족, 친지 등 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성인식’을 치렀다고 CNN이 2일 보도했다. 유대인 남성이 13세에 치러야 하는 성인식 ‘바르 미츠바’를 100년 뒤에야 한 것이다. 크리스탈 씨가 13세였던 1916년에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라 놓쳤던 성인식을 뒤늦게나마 마련해준 건 재혼한 부인 사이에서 얻은 딸 슐리매스 씨였다. 슐리매스 씨는 “내 눈 앞에서 아버지의 성인식이 열리다니 기적 같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113세 유대인 남성이 1차 세계대전 탓에 놓쳤던 유대교 성인식을 100년 만에 뒤늦게 치렀다. 1903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주인공 크리스탈 씨는 1일 오전 이스라엘 하이파 자택에서 딸과 가족, 친지 등 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성인식'을 치렀다고 CNN이 2일 보도했다. 유대인 남성이 13세에 치러야 하는 성인식 '바르 미츠바'를 100년 뒤에야 한 것이다. 성인식에 모인 이들은 유대교식 기도와 함께 달콤한 인생을 상징하는 캔디를 크리스탈 씨에게 일제히 전해주며 축하를 건넸다. 크리스탈 씨는 초혼 당시 두 자녀가 있었지만 2차 세계대전 때 모두 죽었다. 그는 부인과 함께 유대인 집단학살 수용소인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가 부인마저 잃었다. 독일 나치군의 유대인 대량 학살극인 홀로코스트에서 홀로 살아남은 그는 1950년 재혼한 부인과 이스라엘로 건너가 빵집을 운영하며 정착했다. 크리스탈 씨가 13세였던 1916년에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라 놓쳤던 성인식을 뒤늦게나마 마련해준 건 재혼한 부인 사이에서 얻은 딸 슐리매스 씨였다. 아버지에게 100년 만의 성인식을 안겨준 슐리매스 씨는 "내 눈 앞에서 아버지의 성인식이 열리다니 기적 같다"며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아버지는 이 순간이 누구보다도 가슴 벅찰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 씨는 올 3월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독실한 유대교 신자인 그는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 모든 건 하늘의 뜻"이라며 "나보다 똑똑하고 강하고 잘생긴 남자는 많았지만 누구도 나보다 오래 살지 못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하얀 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간 구조대원 아부 키파 씨(22)가 생후 한 달 된 여자아이 마르툭을 안고 뛰쳐나오며 오열했다. 알레포 남서부 60km 지점 도시 이들리브에서다.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집중 공습에 파괴된 건물의 하얀 잔해 가루를 뒤집어 쓴 아기는 충격과 공포 때문인지 울음조차 터뜨리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카메라에 포착된 펑펑 우는 키파 씨와 눈만 동그랗게 뜬 아기의 대조적인 모습은 6년간 이어져 온 시리아 전쟁의 참상을 상징하면서 세계인들을 울렸다. 키파 씨는 2시간 동안 건물 잔해에 묻혀 있어 먼지와 피로 범벅이 된 아기 얼굴을 장갑으로 닦아 줬다. 아기가 칭얼대며 고사리 같은 손을 뻗자 “신이시여(Ya Allah)”를 반복했다. 그는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난 자녀가 없지만 이 아기는 진짜 내 딸”이라고 했다. “이번 일은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참상의 1%에 불과합니다. 서방이 시리아인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는 데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하얀 헬멧은 7일 발표되는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키파 씨처럼 포탄이 날아다니는 시리아에서 목숨을 건 구조대원 3000여 명으로 구성됐다. 2011년 이후 6만여 명의 생명을 구했고, 그 과정에서 145명 넘는 대원이 숨졌다. 하얀 헬멧의 헌신이 무색하게도 구조된 이들을 치료할 병원은 잇따라 파괴되고 있다.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1일 알레포 동부 반군(叛軍) 점령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인 M10에 최소 3차례 집중 폭격을 가해 병원을 마비시켰다. 이 병원은 폭격 잔해 속에서 구조돼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무표정한 사진으로 세계를 울린 10세 어린이 옴란 다끄니시가 치료를 받았던 곳이다.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한번 폭격한 곳에 구조대가 몰려들면 몇 분 뒤 다시 폭격하는 ‘더블 탭’ 폭격으로 피해를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미국 정부는 규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휴전 종료 후 어린이 106명을 포함해 338명이 숨졌다. 유엔이 파견한 구호단의 80%가 알레포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이 병원과 빵집 등을 집중 겨냥해 폭격하는 건 정부군이 알레포 동부 반군 점령 지역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초만 해도 알레포에서 정부군과 호각을 이루던 반군은 사방이 포위돼 물자난과 집중 포격에 시달리면서 전세(戰勢)가 기울고 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알레포에 다양한 공격이 거세게 몰아칠 것”이라며 “알레포가 곧 함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레포가 정부군에 완전히 탈환되면 6년 내전 사상 가장 큰 전환점이 된다.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이 인구 25만 명의 알레포 동부를 빼앗기면 사실상 전쟁에서 패배하는 셈이다. 러시아가 지원해 온 알 아사드 정권이 승기를 잡는다면 미국은 중동에서의 영향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군사 개입을 꺼려 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유엔은 정부군이 알레포에 지상군을 본격 투입하면 그동안의 공습과는 차원이 다른 민간인 희생자가 생길 것이며 도시 전체가 가루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군을 위시해 이란 혁명수비대, 헤즈볼라, 이라크 민병대, 아프가니스탄 용병 등 시아파 연합은 최후의 공격을 위한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집트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카나테르 교도소에 수감된 외국인 죄수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한국에서 온 천사’를 기다린다. 생면부지의 다양한 외국인 죄수를 돌아가면서 면회하는 미국 국적 한국인 김창민 선교사(60) 이야기다. 기자는 27일 김 씨의 옥중 면회에 동행해 외국인 수감자를 함께 만났다. 살인, 절도, 마약 밀반입 등 중범죄를 저지른 남성 400여 명, 여성 300여 명이 수감 중인 카나테르 교도소는 총을 든 군인이 삼엄한 표정으로 검은 철문을 지키고 있었다. 100명가량 수용 가능한 면회대기실에는 미국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적의 면회객이 모여들었다. 김 씨는 2년 동안 매주 화요일 교도소를 찾다 보니 면회객의 사연을 훤하게 꿰뚫고 있었다. 김 씨가 이날 면회한 수감자는 볼리비아 출신 40대 여성 마가레트와 사라(이상 가명)였다. 볼리비아에서 옷 장사를 하던 이들은 도매 거래처인 브라질에 갔다가 “이집트에 마약을 배달해주면 5000달러를 주겠다”는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가 이집트행 비행기를 탔다가 공항에서 체포됐다. 스페인어로 한창 근황을 나누던 마가레트는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 6장을 김 씨에게 건네며 고향의 가족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편지를 찍어 가족에게 보내주고, 답장이 오면 다음 면회 때 수감자에게 전해주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마가레트가 볼리비아에 있는 13세 딸에게 쓴 편지에는 색연필로 칠한 나비 그림에 ‘우리 공주님 ○○(딸 이름)에게’ ‘엄마는 우리 딸을 사랑해’ 등의 스페인어가 적혀 있었다. 마가레트의 딸은 엄마가 이집트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 마가레트는 유죄 확정 판결이 나면 딸에게 진실을 말해주려 했다. 하지만 스페인어 통역이 없어 재판 진행이 안 된다는 이유로 체포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 형 선고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김 씨가 주이집트 볼리비아대사관을 찾아가 이들의 사연을 설명하고 스페인어가 가능한 변호사 지원을 요청했지만 자국에 금전적 여유가 없어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집트는 마약 1kg 이상을 밀반입한 피고인이 제대로 된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30분 동안의 면회를 마치면서 마가레트와 사라는 김 씨와 기자의 손을 꼭 붙들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