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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을 날아다니는 기분이네요.” 가상현실(VR) 체험 기기인 고글을 쓰자 아파트 본보기집 내부가 펼쳐졌다. 서울시내 150m²(약 45평) 규모 아파트의 실제 거주 공간이 고스란히 가상공간으로 옮겨졌다. 조이스틱을 조작하자 방과 방을 넘나들면서 시선이 이동했다. 방을 옮겨 가며 벽지부터 베란다 밖 조망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안방을 수시로 드나들었지만 눈총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의 부동산 공간 스캐닝 업체 앳카르타 사무실. VR 영상을 체험하는 기자에게 이 회사 김수종 대표는 “기존 VR 영상은 제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가며 주변만 180도로 살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공간 안에서 이동하면서 둘러볼 수 있게 된 점이 새로운 변화”라고 설명했다. 앳카르타는 올해부터 미국 유수의 부동산 업체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진화하는 VR 기술 지금까진 주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활용되던 VR 기술의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부동산을 비롯해 관광 상품, 의료기기, 교육 교재 등으로 VR 기술이 접목되는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자동화 소프트웨어 제작 업체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정유화학 공장이나 발전소 등의 실제 플랜트 환경을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로 옮겨 놓았다. 이 회사가 플랜트 교육생을 대상으로 내놓은 ‘심싸이 아이심’라는 VR 조작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 플랜트 근무자들은 자신이 운영하게 될 공장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예비 근무자들은 VR 기기를 착용하고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구조를 익히고 기기도 가상 공간에서 조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관계자는 “어떻게 플랜트를 운영해야 효율적인지 미리 학습하고, 문제점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엔지니어와 오퍼레이터들이 환영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예비 근무자는 플랜트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기름이 유출될 경우 등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도 가상공간에서 훈련할 수 있다. 이런 위험 상황은 실제 환경에서 훈련하기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도 진화한 VR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업체인 SK텔레콤이 360 VR 생방송 서비스 ‘360 Live VR’를 선보였고, KT가 스포츠 생중계, 음악 전문 VR 서비스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향후 VR 산업은 관련 기기 보급도 차츰 늘어나고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산업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VR산업협회는 국내 VR 시장 규모가 지난해 1조3735억 원에서 2020년 5조7271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킬러 콘텐츠 확보해야” 이처럼 VR 기술은 다방면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여 주목받지만 여전히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VR 콘텐츠는 일반 콘텐츠에 비해 제작비가 2배 이상 더 드는 데다가,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등의 기술적 한계도 남아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2021년 VR 시장 규모가 250억 달러(약 29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 업체가 2015년 4월 보고서에서 내놓은 전망치인 300억 달러(약 34조 원)와 비교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콘텐츠 확보 문제와 기술적 한계 극복 문제를 반영한 예측 결과다. 이런 부정적인 전망에 대해 VR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술 완성도가 차츰 높아지고 있어 두통 등의 문제 등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VR를 활용하는 산업 영역도 커지고 올해부터 VR를 활용한 구체적인 사업 모델이 나오면 기술 적용과 접목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삼성SDS가 직접 개발한 채팅로봇(챗봇)을 공개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 가세했다. 챗봇은 인간과 대화를 주고받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일종의 상담원 로봇으로, 챗봇 시장은 AI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분야다. 삼성SDS는 27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행사장에서 AI 기술 기반의 매장관리용 챗봇 ‘넥스숍 트레이닝(Nexshop Training)’을 공개했다. 삼성SDS 측은 이번에 공개한 넥스숍 트레이닝이 도소매점에서 근무하는 매장 직원들의 교육용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응대 및 매장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일종의 인공지능 비서인 셈이다. 예를 들어 판매원이 매장에서 넥스숍 트레이닝이 설치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이번 달에 어떤 프로모션이 있지”라고 물으면 챗봇이 “3월에는 OO상품에 대해 10% 고객할인행사가 있습니다”라고 답변하는 식이다. 삼성SDS는 넥스숍 트레이닝이 직원 교육용이지만 음성 및 문자 분석기술이 향상될 경우 향후 현장 상담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날 삼성SDS 측은 “날로 발전하는 신기술을 솔루션에 접목할 것”이라고 밝혀 AI 기술 적용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챗봇은 AI 기술 중 실생활에 가장 빠르게 적용될 분야로 꼽히고 있어 이번 MWC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챗봇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가 열린 데 이어 내달 1일 기조연설 세션에선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챗봇 기술이 접목된 이른바 ‘대화형 커머스’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글로벌 경기 불황과 중국 회사의 저가 물량공세에도 태양광 글로벌 1위는 국내 기업인 한화큐셀이 놓치지 않고 있다. 시장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에 나선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화큐셀은 2016년 말 기준으로 5.7GW의 셀과 모듈 생산량 보유하고 있다. 셀 기준으로는 세계 1위, 모듈 기준으로는 세계 5위권에 드는 수준이다. 지역별로 한국공장이 셀(진천)과 모듈(음성) 각각 1.6GW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사이버자야 공장이 셀과 모듈 각 1.7GW, 그리고 중국 치둥 공장이 셀과 모듈 각 2.4GW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화큐셀은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1년 퀀텀기술로 다결정 셀효율 세계 1위 기록을 보유한 데 이어 2015년에는 다결정모듈 효율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태양광 시장에서 글로벌 1위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글로벌 불황이라는 난관도 겪었다. 특히 신시장인 태양광 사업은 2011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긴 침체기에 들어가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 흔들리기 쉬운 시기였지만 한화는 장기 안목을 바탕으로 과감한 지원과 투자에 나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태양광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던 2011년 10월, 한화그룹 창립기념일 기념사를 통해 “태양광과 같은 미래 신성장 사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하면서 그룹의 새 역사를 이끌 소중한 토대로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불확실한 사업환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한화큐셀은 2015년 1분기까지 지속된 글로벌 태양광시장의 불황을 극복하고, 2015년 2분기부터 본격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로는 연이어 흑자 행진을 보이면서 태양광 시장을 개척하는 글로벌 선도업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도 한화큐셀은 적극적인 글로벌 신흥시장 개척에 나설 방침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올해 급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터키 등 제3의 태양광 시장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올해 넥슨은 25종에 달하는 온라인, 모바일 게임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에선 다양하고 독창적인 장르 게임을, PC온라인 게임에선 자체 개발 신작을 내놓을 계획이다. 유행을 선도하는 넥슨만의 위상과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넥슨은 7종 내외의 PC 온라인 게임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 중 3∼4종을 올해에 공개할 예정이다. 넥슨코리아는 16일부터 PC 레이싱 게임 ‘니드포스피드 엣지’의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마지막 테스트에 들어갔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진행된 파이널 테스트 사전 등록에는 20만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세계적인 게임회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 개발자회사 스피어헤드가 개발한 니드포스피드 엣지는 유명 레이싱 게임 니드포스피드 시리즈의 최신작이기도 하다. 많은 신청자가 몰린 것과 관련해 이전 두 차례 비공개 시범 테스트에선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신규 콘텐츠를 추가한 점, 사전 등록한 모든 유저가 테스트에 참여 가능한 점 등이 성공적 모집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게임 속 차량은 실제 차량의 디자인과 성능, 엔진, 사운드 등에 기반해 사실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파이널 테스트에서는 지난 비공개 시범 테스트 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80여 종의 차량과 15종의 트랙이 공개됐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순위를 좌우하는 ‘노을진 해안’, 스릴 넘치는 점프가 가능한 ‘산림공원’, 앞 차량이 일으키는 먼지바람으로 인해 잦은 실수가 발생하는 ‘발전소’, 차량의 속도를 극한으로 즐길 수 있는 직선 고속도로 ‘자유로’ 등 새로운 코스가 공개됐다. 다양하고도 개성있는 차량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수집욕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3대 머슬카에 이름을 올린 차량으로 뛰어난 핸들링과 가속 성능을 보유한 ‘포드 머스탱 GT’부터 람보르기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 받는 ‘아벤타도르’, 제임스본드 차량으로도 유명한 ‘애스턴마틴 뱅퀴시’ 등 실제 차량의 디자인과 성능 등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양한 슈퍼카를 만나볼 수 있다. 모바일 게임에선 차별화된 게임성으로 승부한다. 옛 오락실 게임을 모바일 기기로 옮겨온 듯한 ‘이블팩토리’와 출시를 앞두고 있는 3D 퍼즐 어드벤처 장르의 유료 모바일게임 ‘애프터 디 엔드: 잊혀진 운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두 게임 모두 글로벌 유저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하기 위해 고유의 감성, 참신한 소재, 그리고 차별화된 게임성으로 무장했다. 넥슨 최초 유료 모바일게임 애프터 디 엔드: 잊혀진 운명은 올해 1분기 내 출격을 예고했다. 360도 회전 카메라를 이용해 즐기는 3D 퍼즐 어드벤처 장르로, 기존 게임들과는 달리 독특한 세계관, 서정적인 사운드와 그래픽 등으로 잔잔한 감성을 담았다. 유료 게임의 장점인 ‘엔딩’이 있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색다른 시도를 통해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평가다. ‘애프터 디 엔드’는 유료 패키지 게임으로, 스토리에 따른 엔딩 콘텐츠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잘 짜여진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통해 추가 결제 없이 한 번의 구매로 게임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게임 곳곳에 배치된 길과 숨겨진 요소를 통해 그 지형을 통과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서는 것도 이 게임의 핵심 요소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21일 치러진 ‘인간 대 인공지능(AI) 번역 대결’에 주최 측의 중대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인간의 승리’라는 판정 결과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주최 측의 실수로 인공지능의 번역 수준이 실제보다 크게 과소평가됐다. 네이버는 서울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열린 ‘인간 대 AI 번역 대결’에서 주최 측이 AI 번역 서비스 ‘파파고’에 원문을 200자씩 끊어 넣지 않았다고 23일 주장했다. 파파고는 현재 테스트 중인 베타버전으로 200자까지만 AI를 활용한 인공신경망 기술(NMT·Neural Machine Translation)을 통해 번역할 수 있는데 이런 사용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파파고는 200자가 넘는 텍스트는 기존 통계 기반 방식으로 번역한다. 이 방식은 단순한 매뉴얼조차도 30∼40%밖에 번역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23일 기자가 대결에 사용된 영문(비문학 2개, 문학 2개 지문)을 제대로 입력했더니 번역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 21일 지문으로 출제된 영문 수필의 한 대목(A pivotal junction in the history of technology and the world)을 인간 번역가는 ‘기술 발전의 역사와, 또한 세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순간’이라고 풀이한 반면 당시 파파고는 이를 어색하게 풀이(technology―과 세계의 역사에 있어 온 중추적인 접합)했다. 하지만 200자 이내로 끊어서 입력했더니 파파고는 ‘기술 혁신과 세계의 역사에 있어서 중대한 시발점’으로 매끄럽게 번역했다. 행사 당일 주최 측은 200자 이하로 나눠서 입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한국통역번역학회는 국문 지문의 문자 수를 각각 157자와 142자라고 밝혔는데 이는 문자 수가 아니라 단어 수였다. 실수는 또 있었다. 주최 측은 영문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문단 단위로 잘라서 입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문단도 200자만 넘기면 통계 기반 번역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놓친 것이다. 주최 측은 번역 문제가 현장에서 출제되면서 글자 수를 미리 고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파파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지만 ‘인간의 승리’라는 최종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날 인간은 60점 만점에 49점을 받았고, 구글 번역기는 28점, 네이버 파파고는 17점, 시스트란은 15점을 받았다. 네이버 파파고가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는 있었겠지만 인간의 점수를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AI 전문 업체인 솔트룩스의 신석환 부사장은 “이번 인간과 AI의 번역 대결이 주는 의의는 인간이 기계와 싸울 것이 아니라 기계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탁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데 있다”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올해 SK텔레콤은 뉴 정보통신기술(ICT)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지난달 뉴 ICT 산업 생태계 조성 및 육성을 위해 5조 원, 5G(5세대) 등 미래형 네트워크에 6조 원 등 3년간 총 11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것.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새로운 ICT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뉴 ICT 생태계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전면적 개방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SK텔레콤은 뉴 ICT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며 이를 위해 글로벌 사업자 및 벤처, 스타트업은 물론 경쟁사에도 협력의 문호를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투자와 지원을 통해 국내 ICT 생태계의 판을 키워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그리는 것이다. 뉴 ICT 생태계는 5G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연구개발의 초점을 5G 기술개발에 맞춘 가운데 차세대 통신 주도권을 쥐기 위한 노력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커넥티드카 분야다. 이달 초 SK텔레콤은 에릭슨BMW그룹 코리아와 세계 최대 규모 28GHz 기반 5G 시험망을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 구축한 뒤 시속 170km로 달리는 커넥티드카에서 3.6Gbps 속도로 통신하는 데 성공했다. 장애물을 피하면서 단말기 간에 전파를 송수신하는 기술이 가시화된 것이다. SK텔레콤은 5G 핵심 기술을 보다 발전시켜 5G 기술이 상용화되는 시기에 고객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5G 서비스들을 집중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5G 기술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7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5G 네트워크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 및 인공지능과 결합한 스마트홈 △증강현실, 가상현실 기술 기반 실감 미디어 △미래형 스마트 자동차 커넥티드카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5G 기반 커넥티드카 ‘T5’를 MWC 전시관에 직접 전시할 계획도 밝혔다. 전시관은 SK텔레콤의 앞선 5G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 플랫폼 등을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앞으로도 SK텔레콤은 글로벌 이동통신사, 장비 제조사 및 ICT 커뮤니티 등과 미래 비전 및 연구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면서 글로벌 미래 통신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국내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가 기술 플랫폼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11년부터 강화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차츰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는 가운데 추가 성장동력을 얻기 위한 과감한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승부를 걸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는 향후 5년간 국내 콘텐츠와 기술 분야에 5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년 동안 네이버가 같은 분야에 투자한 2000억 원의 2.5배 수준이다. 총 R&D 규모로 따지면 네이버는 매년 1조 원 이상을 꾸준하게 투자하고 있다. 네이버의 미래기술 투자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R&D 조직 네이버랩스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착수 단계를 넘어 고도화로 접어들었다는 뜻이어서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대중의 큰 이목을 끌었다. 기술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네이버는 특히 인지 기술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인지는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로, 도로 지도 및 물체를 인식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완성차 업체들은 고속도로 환경에서 차량의 안전을 위한 기술들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네이버는 보다 복잡한 환경, 즉 도심 환경에서 실제 돌아다니는 물체를 인식하고 회피하면서 다닐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네이버는 웹 브라우저도 개발 중이다. 네이버는 웹과 관련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웨일’ 브라우저를 만들고 있다.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기능, 편리성, 보안성 등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창을 따로 띄울 필요가 없고 검색을 따로 하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팝업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검색, 메모리 및 파워세이빙 기술, 보안 기술 등이 접목돼 있다. 특히 네이버의 통역 애플리케이션(앱) ‘파파고’와 연동될 전망이다. 파파고는 AI 기반의 새로운 기계 번역 기술인 인공신경망(NMT) 번역 방식이 적용돼 정확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NMT 방식은 문장 전체의 맥락에서 그 안의 구성 요소들을 변환하면서 해석한다. 문장 안에서 단어의 순서와 뜻, 문맥에서의 의미 차이 등을 반영해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번역 결과물을 내놓는다. 네이버 콘텐츠가 글로벌로 진출하면서 번역기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고품질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졌다. 네이버의 음성인식 AI 비서인 ‘아미카’도 조만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아미카는 상반기(1∼6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프로토타입의 경우 이르면 이달 중 시범 공개가 가능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음성을 활용한 콘텐츠에도 연간 100억 원가량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적극적인 R&D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검색과 포털이라는 핵심 플랫폼에 차세대 기술영역을 결합하는 작업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는 분위기 속에 과학과 교육 등 4차 산업혁명을 담당할 정부부처 개편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4차 산업혁명 논의를 주도할 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엔 전문가들도 동의했지만, 성급한 개편 논의에 앞서 냉철한 분석부터 하자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렸다. 정부조직 개편 논의와 관련해 과학기술정책 분야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고민하면서 무엇을 왜 바꿔야 하는지, 핵심 어젠다부터 분명히 하라”고 주문했다. 조직 개편 논의와 관련해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는 “부처 신설·개편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차기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바뀔 것”이라며 “지속가능성과 미래지향성, 책임성을 갖춘 조직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의 일부 기능을 통합한 ‘국가혁신기획부’ 방안과 그 산하에 인재청을 두는 방안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최석준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부처를 분리하고 새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새로운 조직이 어떤 기능을 가질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부의 경우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는 기획 기능만 갖고 있었을 뿐 이에 따른 인력, 예산 편성 업무 기능이 제한적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주무 부처가 결정된다면 그 조직에 일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도 분명하게 주고 성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조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미디어본부장은 “조직 개편 논의에 앞서 기존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직 개편 논의에 앞서 합리적인 토론 과정과 기존 정책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지 않으면 실수가 반복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성장동력을 찾는 기능을 해야 하는 미래부가 제 역할을 못 했다면 왜 그랬는지 먼저 돌아보자는 설명이었다. 교육부도 최근 정부부처 개편 논의와 관련된 입장을 내놨다.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교육부에 대한 비판에 자성하고 있지만 국가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교육적 기능은 없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또 사교육, 청년실업 등 많은 문제는 교육부 한 부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고 종합적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는 기능이 국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조직 개편 방안과 관련된 정책 연구를 시행하기로 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교육부 폐지 후 교육지원처 설치 등에 대한 장단점 분석 등이 연구에 포함된다.유덕영 firedy@donga.com·임현석 기자}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우리 교육은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정책학회 주최, 동아일보와 채널A 후원으로 열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및 과학기술정책 탐색’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지금이 미래 교육의 방향을 정해야 할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정책학회 이용모 회장(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정책 변화가 그만큼 절실하다”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해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알파고 뜨면 AI에 투자하고, 포켓몬고 뜨면 증강현실(AR)에 투자하는 이런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예측 불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앞서가려면 교육도 과학도 혁명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짐작조차 못할 신직업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토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가장 큰 폭의 변화는 직업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대응하는 미래 교육의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아졌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학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이날 세미나에서 인용된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미래의 10대 유망직종’에는 인공 장기조직 개발자, 데이터 소거원, 오감 인식 기술자, 기억 대리인, 도시 대시보드(도시정보 통합 표시 장치) 개발자, 문화갈등 해결원 등 현재 이름도 생소한 직업이 포함돼 있다. 이날 세미나에선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기존 일자리 714만 개가 줄어든다는 통계도 소개됐다.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이러한 직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른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게 교육 현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기자나 과학자, 의사 등과 같은 직업(Job)은 의미가 없어지고 일(Work)로 교육의 개념이 옮겨가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보다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진다는 주장에 공감대가 모아졌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목격했듯이 지능정보 시대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다가온 현실”이라며 “기술혁명으로 인해 앞으로의 사회는 그동안 인간의 영역으로 여겼던 많은 부분이 기계로 대치되면서 단순 업무뿐 아니라 법률 의료 등 전문 분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 암기나 문제 풀이식 교육은 설 자리가 없다는 설명으로 교육혁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일정 부분 공감을 나타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불확실성”이라는 안 전 대표의 주장도 공감을 얻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다고 해서 허겁지겁 지금 뜨는 기술을 가르치는 건 짧은 생각이고 기업 경쟁에서도 영원히 추격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초등학생이 사회에 나올 즈음이면 이미 프로그래밍을 AI가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추격자가 아니라 선두에 서는 창의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방식으론 문제 해결 불가능” 참석자들은 현행 체제와 교육 방식으로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해결의 실마리로 독립적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제시한 여러 정책 대안 중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가장 중요한 대안으로 꼽았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을 할 수 없다는 것. 김 교수는 “학생과 학부모가 겪는 고통과 사회적 갈등은 거의 임계점에 왔고,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성희 위원은 교육의 목표가 일류대학 입학에 맞춰져 있는 현재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을 길러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정 위원은 “전문가와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우리 교육에 과도하게 침투한 이념의 문제를 걷어내고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교육 정책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울대를 대학원대학으로 전환시키자는 제안도 나왔다. 사교육, 대학 서열화 등 문제의 중심에 있는 서울대를 대학원대로 전환하고 학부 기능은 다른 국립대로 분산해 특성화하자는 것. 이를 제안한 오재록 전주대 교수는 “교수들도 세계적인 연구에 더욱 몰두할 수 있고 대학 입시 서열화 폐해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학의 학부 교육에서 융복합 과정을 늘려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동의했다. 전공별 칸막이 교육을 하는 대신 전공 간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연구 중심 대학과 교육 중심 대학 등으로 각 대학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 현재 대학들이 연구와 교육 등 모든 분야를 하느라 생기는 비효율을 없앨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앞으로 20년 안에 기존 일자리 중 상당수가 없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에 적합한 지식과 기술 습득을 위한 평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임현석 lhs@donga.com·유덕영 기자}
음성비서로 사업화에 성공하며 귀와 목소리를 얻은 인공지능의 다음 목표는 ‘이미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사물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미지를 해석하고 풀이하는 수준으로 도약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의 이미지 분석기술 개발소식이 벌써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구글의 AI기술 연구조직인 구글브레인이 딥러닝(Deep Learning·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을 통해 저화소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구글브레인은 8×8 화소로 이뤄진 저화질 이미지를 입력하더라도 이를 32×32 화소로 구체화해준다. 이를 화소수로 따지면 64개에서 1024개로 많아지는 것이다. 즉, 흐릿한 얼굴이나 저해상 이미지를 보고도 누군지 척척 알아맞히는 기술이다. 사진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은 저화질 사진에서 사람의 눈이나 입술에 해당하는 부위를 우선 찾아낸다. 그리고 화소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추론을 통해 각 부위별로 색이나 선을 추가로 입힌다. 이를테면, 인공지능이 붉은 점에 불과했던 사진 속 입술을 일반적인 입술의 형태를 참고해가며 구체화하는 것이다. 폐쇄영상 속 흐릿한 용의자 이미지가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아 구체화되는 SF영화 속 장면이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업체가 앞선 이미지 인식·분석 기술을 선보이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속속 AI를 활용한 이미지 분석 기술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와 11번가는 이미지 분석기술을 이미 쇼핑검색에 적용 중이다. 사진을 올리면 이미지 속 상품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이미지 검색’ 기술인데 이 역시 딥러닝 기술이 바탕이다. 사진을 올리면 AI가 자동으로 이미지를 학습한 뒤 자동으로 상품을 분류해준다. 영화를 보다가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찾고 싶을 때 유용하다. 내달 29일 공개가 예정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8’에 탑재되는 AI비서 ‘빅스비’에도 사물과 문자를 인식하는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다. 인공지능으로 입을 연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일이 점차 흔해지겠다. lhs@donga.com}

《 인공지능(AI)과 인간이 영문을 번역하는 대결을 펼쳐 인간이 정확한 번역으로 승리했다. 국제통역번역협회(IITA)와 세종대가 2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공동 주최한 ‘인간 대 기계의 번역 대결’에서 인간은 번역 정확도에서 AI를 능가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실력 또한 초벌번역 수준까진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공지능은 맥락을 읽고 음미하는 문학 감성은 떨어지고 무뚝뚝했지만 모든 번역을 1분 안팎에 끝내는 압도적인 속도를 자랑했다.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는 인공지능의 장점과 문맥을 파악하는 인간의 장점이 더해지면 더 큰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 “인공지능(AI)은 꼬아서 말하면 알아차리지 못하더군요. 문학적인 표현에서 한계가 드러났습니다.”(곽중철 한국외국어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AI 번역기와 인간 번역사의 영문 번역 대결은 인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정확성 면에서 AI 번역기가 전문 번역사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AI는 비유적인 표현에서 약점이 두드러졌다. 언어유희나 뉘앙스까지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다만 속도 면에서는 압도적이었다. 인간 번역사들이 50분간 번역한 글을 AI는 단 1분 만에 처리해 냈다. 막대한 양의 자료를 짧은 시간에 번역할 수 있는 AI 번역기가 다방면에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 장면이다.○ 인공지능, 문학 표현은 이해 못해 21일 국제통역번역협회(IITA)와 세종대 주최로 열린 ‘인간 대 기계의 번역 대결’엔 4명의 전문 번역사와 3종의 AI 기반 번역기가 참여했다. AI 측 대표로는 미국 구글, 한국의 네이버(파파고)와 시스트란 등 3개 회사가 만든 번역기가 나섰다. 인간과 AI 양쪽 진영은 즉석에서 문제를 받고 영문 번역을 시작했다. 영어로 된 문학 지문과 신문 기사 등 비(非)문학 지문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문제 2개, 한국어로 된 문학 지문과 비문학 지문을 영어로 번역하는 문제 2개가 출제됐다. AI는 비유적인 표현에 덜미를 잡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토머스 프리드먼의 수필 ‘Thank You for Being Late’에 나온 ‘App industry exploded’(애플리케이션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라는 문장이다. 인공지능은 ‘폭발’을 직역하는 데 그쳤다. ‘앱 산업은 폭발했습니다’(시스트란), ‘앱 산업 폭발했다’(네이버), ‘앱 산업이 폭발했다’(구글)처럼 조사만 다를 뿐 셋 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다. 채점 결과는 당연히 인간의 승리였다. 통역대학원을 나온 인간 번역사들은 국문→영문, 영문→국문에서 30점 만점에 각각 평균 24점, 25점을 받았다. 반면 AI 번역기의 평균점수는 두 부문에서 각각 9.3점(7∼13점), 10.6점(8∼15점)에 그쳤다. 곽 교수는 “AI의 문학 번역은 정확성이 크게 떨어져 전체의 90% 정도는 문장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평가는 양측의 번역 방식의 차이 때문에 AI는 단번에 번역을 끝낸 반면 인간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오류를 고칠 수 있는 환경에서 치러졌다. 대회를 주최한 IITA 측은 “실수를 하더라도 검토를 하면서 고칠 수 있는 것도 인간만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비문학 분야에선 수년 내 대부분의 의미 번역” AI 번역은 문법을 입력해 풀이하는 기계번역과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번역으로 진화했다. 약 3년 전에는 신경망 자동번역이 도입되면서 기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현재 기기 매뉴얼의 번역은 뜻이 80%가량 통하게 번역한다. 그러나 뉘앙스와 감정이 담긴 언어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AI 통·번역 기술 목표는 관광가이드 수준의 짧으면서도 실용적인 언어를 해석하는 것으로 프로 번역과는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의학처럼 전문 용어를 비유 없이 쓰는 영역에선 수년 안에 의미를 대부분 전달하는 수준까지 번역이 발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자의 의도까지 파악하는 수준은 아직 먼 미래다. 인공지능 전문 기업 솔트룩스의 신석환 부사장은 “AI가 저자의 의도까지 생각하며 번역하는 것은 미래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결을 본 학회 관계자들은 “바둑과 달리 번역은 인간과 기계가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고 규정했다. 번역가가 AI의 발전을 겁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AI는 많은 문장을 단시간에 번역할 수 있는 만큼 그것을 기초 삼아 매끄러운 번역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AI 번역 기술로도 영어 사교육 시장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번역 대결을 지켜본 유명 토익강사 김대균 세종사이버대 영어학과 교수는 “사교육 시장에서 문제풀이 위주의 대형 강의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항풀이 수준의 간단한 번역은 이미 AI 번역기로 혼자 공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이다.임현석 lhs@donga.com·김단비 기자}
네이버가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에서 시험주행에 나선다. 국내에서 정보기술(IT)업체가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교통부는 네이버의 기술연구개발 별도 법인인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임시운행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20일 밝혔다. 네이버의 임시운행 허가는 지난해 2월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 제도가 도입된 이래 13번째 사례이고, IT업계에선 최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계와 서울대 등 학계를 중심으로만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IT업계에선 네이버가 자율주행차 기술을 바탕으로 카셰어링(차량 대여 서비스)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초 네이버에서 분사한 네이버랩스가 회사 정관 사업 목적에 ‘자동차 부속품 및 관련 용품의 제조 임대 판매 서비스업’과 ‘카셰어링 및 관련 중개업’을 명시하기도 했다.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다음 달 개최되는 ‘서울모터쇼’에 참가하기로 했다. 네이버가 서울모터쇼에 독립적으로 부스를 마련하고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T업체의 자율주행차 도전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구글 등 IT업체가 나서는 해외에서처럼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접목이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내비게이션 등으로 사용하는 모바일 초고속 인터넷 통계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보급률 8위를 기록했다. 19일 OECD가 공개한 모바일 초고속 인터넷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한국의 모바일 보급률은 109%로 8위를 차지했다. 모바일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위 국가는 일본으로 146.4%였다. 핀란드(139.4%), 스웨덴(124.7%), 덴마크(123.9%), 미국(122.3%), 에스토니아(116.5%), 호주(116.4%)가 그 뒤를 이었다. 모바일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모바일 초고속 데이터 전용 서비스와 모바일 초고속 데이터·음성 결합 서비스를 합산해 산출한 것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스마트폰과 연계한 ‘데이터·음성 결합 서비스’(1인당 1.076 회선)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고, 태블릿PC나 내비게이션 등에 쓰이는 ‘데이터 전용 서비스’(1인당 0.015 회선)는 상대적으로 덜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데이터·음성 결합 서비스에선 통계가 있는 33개국 중 스웨덴(1인당 1.026 회선), 핀란드(1인당 1.011 회선), 덴마크(1인당 1.008 회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무섭게 성장 중인 온라인 동영상 광고시장에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 쏠림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등 국내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불거진 광고 독점 논란에서 이들 해외 사업자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19일 광고업계와 CJ E&M 소속 디지털 마케팅 전문 회사 메조미디어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영상 광고시장에서 유튜브가 1168억 원의 광고 수익을 거둬 1위를 기록했다. 유튜브에 이어 해외 사업자인 페이스북이 1016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업체인 네이버는 3위를 차지했으나 수입액은 456억 원으로 이들 해외 사업자와 비교해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340억 원), 곰TV(122억 원)가 뒤를 이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가 국내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메조미디어는 집행된 광고를 거꾸로 수집하는 방식으로 이들 업체의 수익을 추산했다. 메조미디어는 디지털 마케팅 전문 회사인 리서치애드가 정리한 분야별 광고 지출 규모 자료를 보고서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동영상 광고시장의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디지털 광고시장(검색 광고 제외)은 1조2184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 중 동영상 광고시장(3411억6500만 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8%였다. 검색 광고를 제외한 PC 광고(5140억2800만 원·42%)나 모바일 광고(3632억7800만 원·30%)에는 못 미치지만 이미 큰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특히 1월에 145억 원 규모이던 월별 광고액은 12월 들어서는 약 348억 원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업계에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동영상 광고시장에서 벌써부터 쏠림과 독점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내서 동영상 광고수입만 1000억 원을 넘기는 것으로 나타난 이들 해외 사업자가 국내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광고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국내 포털에 대한 규제 논의가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규제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이들 해외 사업자와 규제 형평성 문제도 함께 풀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온라인 광고시장 규제 연구에 착수한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역차별 논란과 상관없이 모든 회사에 적용될 수 있는 규제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사에서 주로 웹페이지 배너 광고인 PC 디스플레이 광고에서 네이버는 2322억 원, 모바일 디스플레이 광고에선 아담(카카오)이 1218억 원으로 각각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포켓몬 트레이너는 지난해 교육부가 조사한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 초등학생의 선망직업인 교사(1위), 운동선수(2위), 프로게이머(10위)를 합쳐놓은 듯한 직업이다. 육성과 포획이라는 업무 특성도 그렇거니와 게임 속 최고의 선망직업이라는 점도 그렇다. 1996년 2월 첫 출시된 포켓몬 게임 시리즈에서 주인공인 한지우(원작명 레드)는 10살, 꿈은 포켓몬 트레이너라고 밝히고 모험을 떠난다. 저 나이 때부터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걸 보면 어지간히 좋은 직업이려니 싶다. 최근 서울 강남·서초지역 초등 4~6학년 학생들 중 일부가 벌써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 포트폴리오 중심의 대입전형)을 위한 ‘스펙쌓기’를 시작하는 것과도 닮은꼴이다. 게임 속 포켓몬 트레이너는 고소득 전문직이라는 설정이 아닐까.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 속 이야기다. 현실에서도 포켓몬을 팔아 현금을 버는 사람들이 있지만 선망직업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오히려 이들은 해적이나 밀수업자에 더 가깝다. 최근 중고나라에는 매일 심심찮게 돈을 받고 포켓몬을 대신 잡아준다는 대리포획 글이 올라온다. 게임계정을 맡기고 돈을 주면 포켓몬도 대신 잡아주고, 레벨업도 대신 해준다는 설명이다. 흔히 ‘대리’라고 불리는 이들 프로 트레이너들은 다양한 제목으로 이목을 끈다. △매우 저렴하게 육성해 드립니다(보모형) △개체값 좋은 포켓몬 많습니다(마장동 우시장형) △알 부화 가능합니다(발명왕 에디슨형) 등 개성있는 트레이너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 대리게임은 당연히 정상적인 게임 운영과는 거리가 멀다. 편법 및 불법 운영으로 눈총의 대상이다. 최근 경찰청은 게임을 대신 해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는 이들 대리게임이 사이버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구글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 등을 알려줘야 하는 만큼 정보유출 가능성이 있고, 사기 피해를 당할 수 있다.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점도 대리가 눈총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대리들은 포켓몬을 빨리 잡기위해 각종 꼼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주로 GPS망 교란이나 ‘오토’(자동사냥 프로그램)과 같은 일종의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서 포켓몬을 잡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종 포켓몬마저 대리들이 이같은 편법으로 쉽게 채집하다 보니 게임의 묘미가 사라진다. 대리가 꼼수로 얻은 희귀종 포켓몬 ‘잠만보’와 ‘망나뇽’은 중고장터에서 현재 1000~3000원 정도로 거래된다. 누군가는 어렵게 발품을 팔아 간신히 얻는 이들 희귀종이 지하경제에선 ‘천하장사 소세지’나 ‘치킨마요’ 만큼의 고깃값으로 팔려나간다. 게임을 정직하게 이용한 사람만 허탈해진다. 심지어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것으로 간주돼 불법(게임법 46조)이다. 이는 게임 시스템 상에서도 강하게 규제하는 대상이어서 적발시 계정 영구정지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다. 게임 상에서 사형선고를 받을 만큼 중죄인 셈이다. 이처럼 대리게임과 불법사용에 눈총을 주고 규제하는데도 여전히 성행하는 이유가 뭘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게임은 현실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게임 캐릭터를 통한 상대적 비교와 경쟁심리, 과시욕구가 작용하는 겁니다. 좋은 아이템과 캐릭터이 이를 갖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거죠. 게임이라는 게 우리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겁니다.” 곽 교수는 현실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게임에선 받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된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대리게임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 결과조차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우리는 가상사회조차 누군가가 타인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사회’(김민섭 씨 책 제목)로 만든 셈이다. 왜 게임 속에선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토록 간단하다. 현실과 판박이니까. 특히 대리게임으로 몸살을 앓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지난해 약 2만 건의 대리게임을 적발했는데 상당수가 청소년층이라고 한다. 퍼즐을 푸는 과정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등급비교만 앞세우는 게임문화가 섬찟하게 느껴진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군대에서 배운 기술이 모두 기밀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이를 활용하는 능력은 개인의 자산이라고 가르칩니다.” 연간 1400여 개씩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수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는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성공 비결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많은 창업자가 군 경험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지난달 3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에 위치한 사이버 보안전문가 육성 기업 ‘팀8(Team8)’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나다브 자프리르 회장(47)도 예비역 준장 출신. 군에서 동료들과 협력하는 법과 정보기술(IT)을 배워 창업에 성공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의 오랜 분쟁과 테러 위기, 좁은 내수시장,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에 기업이 성장하기 불리한 환경일 것 같지만 오히려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내 창업국가로 불리고 있다. 군대가 인재를 길러내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맡고, 정부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스타트업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군 경험이 창업과 일자리 기회로 팀8의 자프리르 회장은 1980년대 말 여느 18세 이스라엘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의무복무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의무복무를 마친 뒤에는 이스라엘의 사이버 첩보부대인 8200부대에서 근무하면서 최정예 요원으로 중동과의 사이버전에 투입되기도 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전역한 편이지만 재취업 걱정은 없었다. 군에서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주저 없이 창업에 나섰기 때문. 팀8은 사이버 보안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이면서 동시에 이스라엘 전역 군인들이 창업하는 다른 사이버 보안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날 팀8 본사 건물에는 180여 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근무하고 있었다. 올해만 100여 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정보부대라는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 하데라 시에 위치한 사이버 보안 훈련장인 ‘사이버짐’도 군 경험을 토대로 2012년 창업한 기업이다. 사이버짐을 창업한 오피르 하손 사장 역시 이스라엘군 정보부대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사이버짐은 각종 금융기관이나 발전소 등 기간산업, 통신사업자 등이 운영 중인 시스템의 가상환경을 구현하고 있다. 여기서 실제로 어떤 해킹이 가능한지 공격팀과 방어팀으로 나눠 훈련이 가능하다. 사이버 보안 대책을 기업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고안한 모의훈련 프로그램인 셈이다. 하손 사장도 “군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사이버짐은 국가정보보안국(NISA)에서 근무했던 보안전문가들과 해커를 100명 가까이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군 경험이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에 녹아들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뿐더러 사이버 보안 특성화라는 이스라엘만의 산업 강점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 척박한 환경에서 경제 실마리 찾아 올해 현재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수는 6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기술인력만 약 28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양질의 일자리인 만큼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사이버 보안 등 하이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성공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과의 군사적 긴장 때문에 국방 관련 기술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보통신기술에 투자한 점이 주효했다. 일반병을 포함해 5000여 명이 근무하는 8200부대의 경우 전역한 후 해커병에서 기술 엔지니어로 나서는 사례가 많다. 1996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보안업체 체크포인트가 대표적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창업 육성 계획을 담당하는 경제부 산하 수석과학관실(OCS·Office of Chief Scientist)은 체크포인트 등 군부대 출신이 차린 보안업체만 400여 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서 근무하는 보안 일자리만 8000여 개에 이른다. 경제부 산하 수석과학관실은 박사급 기술가치 평가사, 해외 벤처캐피털 투자심사역 출신들이 모여 투자기업을 선별하고 이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점도 돋보인다. 수석과학관실 관계자는 “정부는 투자를 하지만 기업의 자율성을 철저하게 존중한다. 내수시장이 작은 이스라엘의 특성상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기업인이 창업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회사가 80여 개나 되는 배경이다.텔아비브=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우체국에서 기존의 예금과 보험 업무 외에도 증권 업무까지 가능해졌다. 우체국은 미래에셋대우 점포를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금융 복합 서비스의 첫발을 뗐다. 미래에셋대우와 우정사업본부는 13일 서울중앙우체국에 첫 금융복합점포를 열었다고 밝혔다. 우체국 금융복합점포는 서울중앙우체국 안에 미래에셋대우가 입점하는 ‘점포 내 점포’ 형태다. 금융복합점포는 주식과 채권, 펀드, 예금, 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미래에셋대우와 우정사업본부는 향후 협의를 통해 분당 등 수도권에 복합점포를 3곳 더 추가로 낼 계획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금융기관으로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우체국 금융복합점포를 열기로 하고 지난해 11월 공모를 통해 미래에셋대우를 협력업체로 선정했다. 전국적으로 최대 지점망을 갖춘 우체국과 금융 전문성을 갖춘 미래에셋대우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우정사업본부는 기대하고 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이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세계 모바일 회선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51%에 달하고, 선진국은 스마트폰 이용자 비율이 65%에 이른다고 밝힌 사실이 8일 확인됐다. 한국은 이미 스마트폰 보급률이 85%를 넘어서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늘어난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이동통신사의 가격 보조금 지원 정책과 프로모션, 동영상 등 각종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보급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에서도 데이터 요금제가 활성화되고 젊은층을 겨냥한 프로모션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스마트폰 보급률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신흥국의 스마트폰 보급에 힘입어 2020년에는 전체 모바일 사용자 3명 중 2명가량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지난해 47%에서 2020년 62%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GSMA는 2020년 이후 신흥시장의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세가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2020년 이후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SK텔레콤이 고속 주행 중인 커넥티드카(Connected Car·연결형 자동차)에서 초당 3.6Gbps(기가비트) 속도로 통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초고속 주행 환경에서 이뤄진 5세대(5G) 통신 중 세계 최고 속도다. 커넥티드카의 통신이 빨라지면 운전 중 다른 차량이나 도로 인프라와의 통신이 원활해지고 차량 안전성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7일 5G 시험망인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시속 170km로 달리는 커넥티드카가 28GHz 기반의 5G 시험망을 바탕으로 초당 3.6Gbps 속도로 통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BMW와 공동 개발한 커넥티드카를 처음 선보였다. 당시 시연과 비교하면 이번 실험에서 통신 속도가 2배 이상 향상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최초로 선보였던 커넥티드카가 대규모 5G 시험망과의 연결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초고속으로 달리는 커넥티드카에서 통신 속도를 높인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커넥티드카는 도로를 비롯한 주변 사물과 인터넷으로 연결돼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커넥티드카는 초고속 통신망 인프라를 바탕으로 빠른 통신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주변 차량뿐 아니라 신호등, 폐쇄회로(CC)TV 등과 대용량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5G 통신을 활용하면 초고화질 영상과, 3차원(3D) 입체 영상 등 미디어 주행 서비스 환경도 개선될 수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이 출연금을 집행하라며 네이버를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겪은 네이버가 소상공인을 위한 기금을 재단에 출연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어겼다는 주장이다. 네이버 측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재단의 비리 때문에 기금 출연 중단을 요청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6일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은 일간지 광고를 통해 네이버가 출연금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재단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재단 측은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한 교육 사업, 권역별 희망센터 구축, 소상공인 실태 조사 등 악조건 속에서 사업을 해왔지만 네이버가 약속했던 출연금을 내지 않으면서 기존 사업들이 무산될 위험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재단 측은 광고를 통해 인터넷 포털 광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네이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정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망재단은 2014년 3월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네이버가 검색광고 등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당국의 제재를 안 받는 조건으로 공익기금 5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는데, 이를 받아 운용한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희망재단은 네이버가 첫 100억 원 출연을 마치자마자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재단 임직원에 대한 보수 및 수당 과잉 지급, 법인카드 불법 사용, 휴가비 부당 수령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재단 감독과 감사 업무를 맡은 미래부는 재단 비리 문제를 들어 2015년 말부터 네이버 측에 기금 출연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면서 집행이 무기한 중단됐다. 미래부 당국자는 “재단 측에 출연기금 정상화 방안을 제출할 것을 1년 전에 요구했으나 여전히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미래부의 출연 재개 결정이 나오면 이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희망재단 측은 “비리로 문제가 된 임원을 내보냈고 출연기금 운영 계획은 임원진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제출이 늦어졌으나 새로운 임원진이 구성되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