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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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익숙해질 때쯤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습니다.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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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미국/북미30%
국제일반22%
국제정세15%
인사일반10%
유럽/EU7%
아시아5%
일본5%
국제정치2%
러시아2%
중국2%
  • [책의 향기]우아한 곡선에 옥빛 살결… 천하제일 걸작의 탄생

    1123년 중국 북송의 외교사절로 고려에 온 서긍(1091∼1153)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고려청자에 대해 “근래에 더욱 세련되고 색이 가히 일품”이라고 평가했다. 남송의 태평노인이 쓴 고서 ‘수중금(袖中錦)’에는 “고려비색(高麗秘色)은 천하제일”이라는 문장이 남아 있다. 고려청자가 예술적 가치를 널리 인정받았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고려청자는 왜 비색을 띠고 있을까.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최경원 디자인연구소 대표는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의 비밀 우리 미술 이야기2’에서 고려시대 미술품을 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색과 조형의 완성도, 구도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을 통해 우리 문화재가 왜 아름다운지를 파고든다. 저자는 고려에서 비색을 표기할 때 옥색을 뜻하는 ‘翡(비취옥 비)’를 썼음에 주목한다. 중국의 은, 주나라 때 왕족 수의를 옥으로 만들 만큼 동아시아에서는 예부터 옥을 귀하게 여겼다. 하지만 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도자기 색으로 이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것이 고려에서 꽃을 피웠다는 것. 저자는 청자의 색뿐 아니라 조형적 아름다움도 포착해낸다. 매끄러운 곡선 몸통의 ‘청자상감 물가풍경 매화 대나무 무늬 주전자’는 주둥이와 손잡이의 날렵하고 우아한 곡선미가 돋보인다. 표주박 형태를 바탕으로 자연미를 강조해 인공물을 자연화하는 미학적 의도가 담겨 있다. 단순한 선과 터치만으로 버드나무와 새를 정확히 표현한 감각은 현대적이기까지 하다. 고려청자는 시각 언어로 은유적 표현을 담은 디자인도 엿보인다. ‘청자 연못 동자 무늬 꽃 모양 찻잔(완)’은 밑바닥에 물고기가, 안쪽에 연꽃 및 동자가 각각 그려져 있다. 이에 따라 찻잔 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연못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찻잔이라는 인공물이 자연의 연못 풍경으로 화(化)하는 셈이다. 이 책이 디자인 관점에서 우리 고미술품의 아름다움을 그렸다면 ‘고대 한국의 풍경’은 고고학 관점에서 고대 문화유산에 담긴 생활상을 다룬다. 고대벽화 연구 권위자인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고대 문화유산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신석기 토기의 경우 정착생활을 계기로 음식이나 물건을 담을 그릇이 필요해 만들어졌다는 것. 신석기 토기의 빗살무늬는 선사시대 농경문화와 관련돼 있다. 비를 닮은 평행 사선의 빗살무늬가 농사에 필요한 비를 기원하는 의식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석기시대 암각화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통해 이를 조성한 이들의 생활상을 분석한다. 암각화에는 고래 57마리와 배 여러 척이 새겨져 있다. 등에 작살이 꽂힌 고래는 고래 사냥의 흔적을 보여준다. 거대한 고래는 신석기인에게 중요한 식량이었다. 저자는 책에 “타임머신을 타듯 의식상으로나마 그 시대로 돌아가 눈에 들어오는 몇 가지라도 기억에 담고 돌아오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디자인 혹은 고고학 관점에서 문화유산을 각각 바라보더라도 그 끝은 통한다. 현재의 관점에서 옛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해보자는 것. 두 신간을 함께 읽으며 선인(先人)들의 풍류에 함께 동참해 보는 건 어떨까.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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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각계 공론장 통해 언론법 대안 마련해야”

    언론 및 시민 단체들이 여야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협의체 구성을 비판하면서 사회 각계가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에서 9일 열린 ‘언론·표현의 자유와 미디어 피해구제 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 모색’ 긴급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여야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한다고 해도 26일까지 시한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개정안 자구 수정만 놓고 토론하다 끝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최소 6개월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언론현업단체 등이 모두 참여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언론의 자율규제가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으니 최소한의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 분야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언론이 그동안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대중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 변호사는 “현재 언론이 보도 피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고 있다. 여기에 피해자의 피해 복구를 넘어 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까지 도입하는 것은 시민의 언론 피해를 구제한다는 입법 취지 주장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언론독재법 철폐투쟁을 위한 범국민 공동투쟁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중재법, 어떻게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철폐를 촉구했다. 유승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하는 변호사모임 인권위원장은 “개정안은 권력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보도 내용이 허위가 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검열에 해당한다”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도 말살될 것”이라고 비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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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월성, 삼국사기보다 250년 늦게 축조… ‘사람 제물’ 재확인

    신라 천년 왕성(王城)인 경주 월성(月城)이 4세기 중엽 처음 지어져 5세기 초 완공된 사실이 발굴 조사 결과 처음 확인됐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서기 101년(파사왕 22년)보다 약 250년 늦은 것으로, 신라의 고대국가 발전에 대한 역사해석에 파장이 예상된다. 월성 축조 단계에서 20여 명의 신라인이 ‘사람 제물’로 바쳐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흔적도 발견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월성 서쪽 성벽에서 출토된 유기물 40여 점에 대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결과 성벽 기초부가 4세기 중엽부터 조성됐으며, 보축을 거친 성벽이 5세기 초 완공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발굴단에 따르면 신라인들은 일종의 뼈대 역할을 한 기초부와 중심 토루(土壘·흙무더기)를 돌과 흙으로 쌓은 뒤 그 양옆으로 흙과 볏짚, 모래 등으로 구성된 성벽을 4차례에 걸쳐 덧대어 쌓았다. 지금까지 역사학계 일각에선 월성이 처음 지어진 시기를 3세기 말 혹은 5세기 후반으로 보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번 결과는 이 같은 연대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계는 4세기 중엽 월성이 처음 지어진 사실은 이 시기에 신라가 성읍국가에서 고대국가로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핵심 근거라고 보고 있다. 거대한 성벽을 축조하려면 막대한 노동력이 동원돼야 하는데 이는 강력한 왕권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신라는 3세기 이전까지는 사로국(斯盧國)으로 불리며 경상도 일대 소국들을 병합하는 성읍국가 단계를 거쳤다. 그러다 영토를 넓힌 4세기 마립간(신라왕의 옛 이름) 시대가 열리면서 왕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고대국가 체제가 형성된다. 이 시기는 대릉원 등 경주에 거대한 봉분의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들이 잇따라 조성된 시기이기도 하다. 현장을 둘러본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는 “월성이 초축된 4세기 중엽 신라에 결정적인 정치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로 신라의 고대국가 성립이 삼국 중 가장 늦었음이 확실해졌다. 백제의 경우 왕성인 서울 풍납토성을 3세기 후엽부터 쌓기 시작한 사실이 과거 발굴조사로 확인된 바 있다. 신라에 비해 약 반세기 앞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월성 초축 시기를 놓고 삼국사기와 발굴 조사 결과가 서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 학계 일각에선 신라가 삼국통일 후 사서 편찬 과정에서 삼국 중 가장 미약했던 과거를 감추기 위해 사실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쪽에선 파사왕대 별도의 소규모 토루를 지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김재홍 국민대 교수는 “월성이 지어지기 전 이곳에 살던 호공의 집을 탈해가 빼앗은 내용이 삼국사기에 나온다”며 “파사왕 당시 월성에 자연구릉을 이용한 토루를 지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월성 서쪽 성벽 토루 옆에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희(人身供犧)에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20대 여성 인골 1구가 발견된 것도 주목된다. 앞서 2017년에도 이 인골과 50cm가량 떨어진 곳에서 사람 제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50대 남녀 인골 2구가 발견됐다. 이를 인신공희로 보는 근거는 이들 인골이 토루 경계에 놓여 성벽 축조 방향과 일치하는 데다 인골 옆에서 동물 뼈, 토기 등 제의의 흔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발굴단은 성벽 축조 과정에서 액운을 막고 무사히 건립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사람 제물을 바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1985, 1990년에 이뤄진 월성 발굴 때 발견된 인골 20여 구도 인신공희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이들도 사람 제물이 맞다면 월성 서쪽 성벽을 세우면서 최소 27명이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재홍 교수는 “인신공희 인골들은 고대국가로 도약한 신라의 정치권력이 사람을 지배하게 됐음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경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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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조들의 공간, 디지털로 생생하게 구현해 낼것”

    93.28m²(약 28평) 크기의 어두운 방 좌우와 정면 세 벽이 금빛 진열장과 그 위에 놓인 명나라 도자기들로 가득 채워진다. 입체적인 영상은 마치 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독일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궁전의 도자기 방을 디지털로 구현한 것. 이 방은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1세(1657∼1713)의 왕비 소피 샤를로테(1668∼1705)가 명나라 도자기를 수집해 놓은 곳이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도자실에 있는 이곳은 17,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중국풍 디자인을 의미하는 ‘시누아즈리(Chinoiserie)’ 양식을 관람객이 실감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영상관이다. 영상관을 제작한 기업인 문화유산기술연구소의 김지교 대표(39)는 3일 화상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독일에 갈 수 없어 궁전에 협조를 구해 원격으로 도자기 방 사진 1만 장가량을 찍고 그걸 한데 모아 3D로 엮었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2009년부터 3D 스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보존·복원·복제하고 콘텐츠 개발과 전시를 해왔다. 국립경주박물관에도 성덕대왕 신종의 타종 소리를 실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 회사 직원의 평균 연령은 37세. 김 대표는 직원들이 젊어서 유연하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가령 터만 남아 있는 조선시대 이전의 건물을 복원하려면 당대 교류했던 일본 건물을 참고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기업들은 왜색 논란을 우려해 지붕의 단청이나 곡선을 현재 익숙하고 한국적이라 여겨지는 조선 양식으로 복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면 이 회사 직원들은 왜색 논란에 관계없이 복원한다. 김 대표는 “건물을 원래 모습과 최대한 가까이 복원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극사실적인 표현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2018년 문화재청 사업으로 석굴암 VR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유리벽 밖에서만 볼 수 있는 석굴암을 돌의 차가운 질감부터 어두운 조명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해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다. 그는 “불국사 스님들도 감탄했고 VR 기기를 벗기 싫어하신 관람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곧 미국으로 출국한다. 1910년 일제에 의해 팔렸다가 2012년 문화재청이 사들인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국내에 실감 체험관으로 구현하기 위해 현장을 둘러보러 가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개별 문화유산의 복원을 넘어 공간 자체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선조들이 살았던 과거의 공간을 디지털로 구현해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하려 한다”며 “모든 세대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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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대신 복수해드립니다, 합법적으로”

    늦은 밤 윗집의 쿵쿵대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을 것이다. 직접 찾아가 조심해달라고 부탁해도 소음이 줄어들지 않을 때, 한 번쯤은 복수를 꿈꾼다. 결국 소심하게 천장을 막대로 쿡쿡 찌르거나 베란다를 통해 윗집에 욕을 내뱉어본다. 효과가 없더라도 잠깐은 마음이 후련하다. 스웨덴 출신으로 베스트셀러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작가인 저자는 누구나 생각해본 복수를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저자 특유의 접근 방식이 이번 소설에서도 드러난다. 저자는 이웃과 갈등을 빚고 있는 친구의 복수 계획을 세워주다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소설은 광고회사에서 일하던 후고 함린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세우고 일어나는 일들을 풀어낸다. 이 회사는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자잘한 다툼들의 복수를 합법적 방식으로 대신해주며 수익을 올린다. 후고의 회사에 들어온 의뢰 중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것들이 많다. 미국으로 잠시 떠나 있는 열여섯 살 스웨덴 소녀의 택배를 맡아주지 않은 편의점 점장에 대한 복수, 훈련 중 껌을 씹었다는 이유로 아들에게 징계를 내린 축구팀 코치에 대한 복수 등을 유쾌하게 서술했다. 의뢰를 하나하나 처리해가던 후고의 회사에 케빈 음바티안과 옌뉘 알데르헤임이 찾아온다. 이들은 네오나치즘에 젖어 흑인과 유대인을 싫어하고, 상류층과의 교류를 위해 미술관에서 일하던 미술품 거래인 빅토르 알데르헤임에 대한 복수를 의뢰한다. 이들이 복수를 준비하며 발생하는 우여곡절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소설 속에는 흑인 모델을 개성 있게 묘사한 최초의 백인 화가라는 평가를 받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표현주의 화가 이르마 스턴(1894∼1966)의 작품 세계도 녹아 있다. 현대 예술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복수의 개념에는 유머러스한 요소도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창의적인 복수를 보며 웃고 있으면, 잠시나마 팬데믹으로 무기력한 일상을 잊을 수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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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의 전설’ 아바, 39년만에 돌아온다

    세계적인 스웨덴 팝 그룹 아바(ABBA)가 39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온다. 아바타를 내세운 공연도 한다. 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온라인 발표회에서 아바는 11월 5일 새 앨범 ‘아바 보이지(ABBA Voyage)’를 내고 내년 5월 27일부터 런던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아바타로 공연을 연다고 밝혔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이날 발표회에서 유니버설 뮤직 그룹은 아바의 신곡 10곡 중 ‘I Still Have Faith in You’와 ‘Don‘t Shut Me Down’을 공개했다. 이날 아바는 성명을 내고 “1982년 봄 활동을 중단했다. 40년이나 앨범을 내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하고 ‘The Visitors’(1981년)의 후속곡을 녹음했다”고 밝혔다. 발표회에 참여한 벤뉘 안데르손(75)과 비에른 울바에우스(76)는 “해체 후 39년이 흘렀지만 시간이 하나도 지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데르손은 “처음에는 두 곡을 발표하자고 제안했지만 다른 멤버들이 ‘몇 곡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예 앨범을 내는 건 어떻겠냐고 말했다”며 활동을 재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내년 공연은 런던 동부 퀸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에 설치되는 극장에서 열린다. 아바는 최전성기였던 1979년 모습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영화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커스 감독이 설립한 특수효과 전문회사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 매직모션’이 모션 캡처 기술을 이용해 멤버들을 아바타로 만든다. 아바는 1972년 비에른 울바에우스, 앙네타 펠트스코그(71), 벤뉘 안데르손, 안니프리드 륑스타드(76)가 결성한 혼성 그룹이다. ‘워털루’를 비롯해 ‘맘마미아’, ‘댄싱퀸’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두 쌍의 부부인 네 멤버가 각각 파경을 맞으며 1982년 활동을 중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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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코로나는 지나가고 영화는 계속될 것”

    “코로나는 지나가고 영화는 계속될 겁니다.” 1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개막한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봉준호 감독(52)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인이 세계 3대 영화제(베니스, 베를린,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봉 감독은 팬데믹이 영화계를 어렵게 했다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코로나로 세계의 영화 제작자들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팬데믹을 돌이켜보면 이 시기는 시험이었고, 영화의 생명력을 보여준 것 같다”며 “영화 제작자로서 영화와 그 역사가 쉽게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봉 감독은 “젊은 영화인들로부터 새로운 이탈리아 영화를 경험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감독 모두 그들만의 창조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고 모두 훌륭하다. 그들을 하나로 모아 폭발적인 효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 기준과 관련해 봉 감독은 “어떤 기준이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영화를 고르기 위해서는 모두 다를 수 있는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심사위원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했다. 1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에는 56개국 총 92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선정하는 경쟁 부문 초청작은 21편이다. 봉 감독은 폐막일에 황금사자상 발표를 진행한다. 한국 영화는 올해 초청작에 들지 못했다. 1932년 시작한 베니스 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영화제다. 1987년 배우 강수연(55)이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02년 이창동 감독(64)과 배우 문소리(47)가 영화 ‘오아시스’로 감독상과 신인여배우상을 수상했다. 고 김기덕 감독(1960∼2020)은 2004년 ‘빈집’으로 감독상을, 2012년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각각 수상했다. 심사위원으로는 2006년 박찬욱 감독(58), 2016년 문소리가 참여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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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세기 유럽 회계혁명보다 200여년 앞선 고려시대 ‘금융+회계’ 자본주의 문명 존재”

    1123년 북송의 외교사절로 고려에 온 서긍(1091∼1153)이 남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따르면, 서긍은 고려의 회계 단위를 보고 송 황제에게 “동문(同文·중국 문화권)의 중화(中華)를 이룬 곳이 바로 고려”라고 보고한다. 중국이 제일 우월하다는 중화사상을 가진 나라가 고려를 최고라며 극찬한 것. 고려의 회계 수준이 세계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달 10일 출간된 ‘개성자본회계론’(현북스)은 11, 12세기 고려에 자본주의 문명이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유럽보다 200여 년 앞선 것으로, 자본주의의 핵심 의사소통 언어인 회계가 고려에 이미 발달해 있었다. 책을 쓴 전성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59)는 31일 화상 인터뷰에서 “고려시대 금융제도와 회계제도를 결합한 방식을 ‘개성자본회계론’이라고 이름 지었다. 유럽의 15세기 회계혁명보다 2, 3세기 앞선 개성발 금융혁명이다”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13,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사용됐다고 알려진 복식부기보다 앞선 11세기경 고려에서 같은 원리로 회계장부를 기입한 방식이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복식부기는 회계장부를 기록할 때 모든 거래를 좌측 차변(借邊)과 우측 대변(貸邊)에 각각 기입하는 방식으로, 거래 활동이 복잡하고 정확한 거래 업적을 산출해야 하는 기업에서 쓰인다. 고려에서 복식부기를 사용했다는 실증 자료는 없지만, 전 교수는 2013년 발굴된 19세기 후반 개성상인의 회계장부를 비롯한 각종 문헌에서 사실상 복식부기 형태로 기입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복식부기 발달의 전제 조건도 찾았다. 전 교수는 “동국통보, 삼한통보 등 11세기에서 19세기까지 고려와 조선에서는 금속화폐 전(錢)과 그 단위로 액면가치인 문(文)을 사용했고 개성상인의 회계장부에서는 ‘문’을 중심으로 회계를 풀어냈다”며 “통화 단위와 회계 단위의 통합이라는 가장 중요한 조건을 충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제 조건인 국제 교역도 고려에서 활발히 이뤄졌다. 국제 무역을 할 때는 결제 수단으로 ‘환어음’을 사용하는데 환어음의 발행인, 수취인, 지급인과 채무 관계를 정확하게 기입하기 위해 복식부기가 발달했다. 1449년부터 2년간 편찬된 고려시대 역사서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11세기 강화도 북쪽의 항구 연미정(燕尾亭)에는 매일 무역선 1000척이 드나들었다. 1262년 관청 노비 지급 문서인 ‘상서도관첩(尙書都官貼)’은 19세기 개성상인 회계장부의 용어와 일치하는 회계용어가 쓰였다. 전 교수는 개성의 복식부기가 서구보다 우수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재료들이 균형을 이뤄 짜맞춰지는 한옥의 건축 양식처럼 고려 상인이 작성한 회계는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의 차액이 일치했다”며 “상인들은 정확하게 작성된 회계장부를 공유했고, 이는 각자의 신용을 보증했다”고 말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도 개성에 존재했다. 한 인삼가게의 1898년 9월 소득계산서에 따르면 가게 소유주는 소득계산서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다가 이익배당자 명단에 등장한다. 기업 소유주가 경영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전문경영인 제도’가 당시 개성에서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개성자본회계론이 우수한 우리 회계를 소개해 유럽 중심의 회계 질서에서 벗어나 균형 있는 사고를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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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후기 조각승 색난의 대표작 4건 보물된다

    문화재청은 조선 17세기 후반 조각승(彫刻僧) 색난(생몰 미상)이 남긴 ‘광주 덕림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등 대표작 4건을 31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들 4건은 주요 존상의 결손이나 변형이 적어 완전성이 뛰어나고 작품성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주 덕림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1680년(숙종 6년)에 제작돼 지금까지 알려진 색난의 작품 중 가장 시기가 빠르다. 총 26구로 구성된 대규모 불상으로, 넓고 낮은 무릎과 귀엽고 큰 얼굴에 코가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구례 화엄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은 1703년(숙종 29년)에 제작된 높이 3.3m의 대형 불상이다. 이 불상 조성은 숙종, 인현왕후, 연잉군(영조) 등 왕실 인사들이 참여한 최대의 왕실불사(佛事·사찰 건물 건설) 중 하나였다. 삼불좌상의 웅장하고 네모난 얼굴이 풍기는 압도적인 모습과 사보살상의 작은 크기가 대조를 이룬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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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임슬립 대비 조총 배우자?… ‘화력조선’ 엉뚱제목에 21만 낚였다

    1467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함경도 유력가의 무신 이시애(?∼1467)는 세조의 중앙집권체제 강화 정책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켰다. 여진족을 상대하기 위해 화력무기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던 이시애의 군대를 제압하고자 조정에서는 총통과 화차 등을 투입했다. 화력무기에 익숙한 반란군은 방패를 세 겹으로 둘러 화포 공격에 대비하면서 총통으로 관군을 공격했다. 치열한 전투는 관군이 화차로 이시애 군을 제압하며 마무리됐다. 기록으로 남은 조선 역사상 최초의 화력무기 전투 ‘만령전투’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립진주박물관은 한국 역사 속 화력무기와 이들이 사용된 전투를 소재로 한 시즌제 영상 콘텐츠 ‘화력조선’을 선보이고 있다. 밀리터리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과 함께 제작한 이 콘텐츠는 인기가 많아 지금까지 두 시즌을 진행했다. 만령전투 영상은 56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올렸다. 콘텐츠를 기획한 김명훈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31)는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미술관에서 데이트하는 경우는 많은데 박물관 데이트는 어색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온라인 전시 콘텐츠를 만들 기회가 생겨서 박물관에 거리감을 느끼는 젊은층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시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격전지인 진주성 내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은 조선시대에 사용된 총통과 화포 등 유물을 보유한 임진왜란 특성화 박물관이다. 2019년에는 조선시대의 소형화약무기 연구보고서도 발간했다. 박물관의 정체성에 따라 온라인 콘텐츠의 주제는 총통, 조총과 같은 조선의 소형화약무기로 정해졌다. 문제는 전달 방식이었다. 그는 “‘킹덤’, ‘명량’ 등 역사를 활용한 콘텐츠가 반응이 좋아서 이를 이용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에서 좀비 떼를 막고자 사용한 오연자포를 박물관이 소유한 실제 유물로 설명하는 영상은 조회 수가 30만 회가 넘었다. 영상에서는 드라마처럼 5연발 발사는 어려웠을 것이며, 조선 후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연자포는 16, 17세기가 배경인 킹덤과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화력조선의 성공에는 건들건들의 역할도 있었다. 지난달 16일 올린 영상의 제목은 ‘타임슬립 대비, 조총을 배우자’. 박물관의 진중한 느낌과 달리 엉뚱한 제목으로 궁금증을 자아낸 이 영상은 조회 수가 21만 회가 넘는다. 건들건들 채널을 제작한 우라웍스의 정경찬 작가(36)는 “박물관 사업에 이런 제목이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밌는 제목으로 많은 분들이 영상을 찾을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이들은 당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갑옷과 무기를 최대한 똑같이 구현했다. 정 작가는 “제대로 된 조선시대 찰갑(札甲·가죽 조각을 끈으로 엮어 만든 갑옷)이 없어 제가 꼬박 열흘 동안 직접 만들다 손가락 인대를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화력조선은 이달로 시즌2를 마무리한다. 시즌3는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여행하다 우연히 박물관이 있어서 방문하는 게 아니라 찾아가고 싶은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화력조선이 그런 역할을 해줄 거라고 믿어요. 시즌3를 기대해주세요.”(김 학예사) “영상 재생 시간이 한정돼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잘못 알려져 있는 역사적 사실을 시각화해서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게요.”(정 작가)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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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임슬립 대비해 조총 배우자”…MZ세대가 만든 박물관 콘텐츠

    “타임슬립에 대비해서 조총을 배워야 한다는 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타당한 주장이다.” 지난달 16일 국립진주박물관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타임슬립 대비, 조총을 배우자’는 영상의 시청자 댓글이다. 박물관이 풍기는 진중한 느낌과 달리 엉뚱한 제목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영상은 21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립진주박물관은 한국 역사 속 총통, 조총 등 화약무기와 그것이 사용된 전투를 소재로 한 시즌제 영상 콘텐츠 ‘화력조선’을 선보이고 있다. 밀리터리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과 함께 제작한 이 콘텐츠는 올해로 두 시즌을 진행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출연까지 한 김명훈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31)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진주박물관 일 잘 한다는 댓글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해오면서 그는 젊은 세대가 박물관에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 학예사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데이트하는 경우는 많은데 박물관 데이트는 어색하다”며 “전시를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 젊은 층에게 쉽게 알리고 싶다고 생각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던 지난해 팬데믹의 영향으로 온라인 전시 콘텐츠를 만들 기회가 찾아왔다.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이라는 국립진주박물관의 정체성에 따라 주제는 총통, 조총과 같은 조선의 소형화약무기로 정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의 전달방식이었다. 의외로 그는 답을 쉽게 찾았다. “킹덤, 명량 등 역사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가 호응이 좋은 것을 보면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결정했죠.” 그 자신을 포함한 젊은 층들에 익숙한 것을 고민하다보니 답이 저절로 떠오른 것. 하지만 화력조선의 성공에는 눈길 가는 제목으로 젊은 세대를 영상으로 이끈 건들건들의 역할도 있었다. 타임슬립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플레이어 분류 중 하나인 ‘원딜’을 제목으로 차용했다. 총이나 활 등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플레이어의 특성을 조총병과 엮은 것. 시청자들은 “원딜 두 글자만으로 영상에 들어올 가치가 생겼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들건들 채널을 제작한 우라웍스의 정경찬 작가(36)는 “박물관의 사업인데 이런 제목을 달아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젊은 세대들이 해당 게임을 즐기는 만큼 많은 분들이 영상을 찾을 거라고 믿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전투 장면들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갑옷과 무기를 최대한 똑같이 구현했다. 정 작가는 “제대로 된 조선시대 찰갑(札甲·가죽 조각을 끈으로 엮어 만든 갑옷)이 없어 제가 직접 꼬박 열흘을 만들었더니 손가락 인대를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들의 노력을 반영하듯 1467년 함경도 지역의 만령전투, 드라마 ‘킹덤’ 속 ‘오연자포’에 관한 영상은 각각 56만 회와 3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화력조선은 이달로 시즌2를 마무리한다. 두 시즌을 거치며 그들은 어떤 마음일까. “여행으로 들른 곳에 우연히 박물관이 있어서 방문하는 게 아니라 가고 싶어지는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화력조선이 그러한 역할을 해줄 거라고 믿어요. 내년 시즌 3를 기대해주세요.”(김 학예사) “한정된 영상 재생시간으로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앞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잘못 알려져 있는 역사들을 시각화해서 제대로 전달해드리기 위해 노력할게요.”(정 작가)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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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들, 與에 “국내외 언론 99%가 언론법 반대… 강행 이유 뭐냐”

    “(언론중재법에) 외신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본다.”(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답변과 반대다. 그렇게 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왜 월요일(30일)에 통과해야 하는지….”(일본 산케이신문 기자)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와 외신기자단의 간담회에선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외신 기자들의 우려와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폭주에 대해 비판이 잇따르자 “개정 취지를 제대로 알리겠다”며 민주당이 만든 자리다. 그러나 언론중재법에 대해 외신의 지적은 물론이고 여당 내 우려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여당 내 강경파 vs 온건파 입장차 여전외신 기자들은 강경파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당 미디어특위 의원들에게 “민주당에 비판적인 보수적인 언론사를 겨냥해 만든 법인가” “가짜뉴스는 1인 미디어로부터 더 많이 발생한다” “국내외 언론 매체들 99%가 반대하는 것 같은데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간담회에는 미국 NBC 방송, 일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 각국 언론인 30여 명이 참석했다. 강경파들이 여론전에 나선 것과 별도로 온건파 의원들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언론중재법 강행을 우려하는 장철민 오기형 이용우 의원 등은 이날 송영길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이달 중 성급히 처리할 게 아니라 의견 수렴을 더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언론중재법만 추진할 게 아니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포털과 1인 미디어 관련 법안도 패키지로 묶어 추진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 미디어특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연석회의를 열고 30일 오후 4시로 예정된 본회의 한 시간 전 의원총회를 열어 설명 자리를 갖기로 했다. 미디어특위 부위원장 김승원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석회의에서) 우려에 대해 더 논의하고 합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언급이 있었다”며 “의총에서 (처리) 과정과 내용을 설명하고 더 협의할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총이 본회의 직전에 열리고 토론보다는 설명에 초점을 맞춰 사실상 이탈 표를 막기 위한 내부 단속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시행 여부도 언론중재법의 8월 처리 여부를 가르는 변수다. 민주당 관계자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면 이달 안에 언론중재법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31일 밤 12시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경우 8월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서 언론중재법 처리는 9월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171석의 민주당이 열린민주당(3석) 등과 손잡고 재적 의원 5분의 3 의결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지만 “야당의 반론권마저 막았다”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이 여당의 고민이다. ○ 또 다른 독소조항, 언론중재위 확대안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확대된 언론중재위원회에 친여권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위원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90명인 언론중재위원 정원을 최대 120명까지 늘릴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법관, 변호사, 언론인 출신 이외의 기타 중재위원(최대 40%) 자격이다. 현행법에는 ‘언론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규정돼 있는데, 개정안에선 ‘언론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거나 독자 또는 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수정됐다. 개정안에 의해 구성되는 언론중재위원 120명 중 최대 48명(40%)을 언론 관련 시민단체 등 친여권 인사로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국가기구인 언론중재위 조직을 키우는 게 전체적으로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보도 내용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규제해야 하는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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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토록 중요한 공기, 몰라봐서 미안해

    로마 공화정을 무너뜨린 독재자의 말로는 비참했다. 기원전 44년 3월 15일, 원로원 회의실로 들어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년∼기원전 44년)는 60명의 암살자에게 둘러싸여 단도로 몸을 스물세 군데나 찔렸다. 죽기 직전 그가 내쉰 마지막 숨이 현재 우리가 숨쉬는 공기 속에 담겨 있다는 게 믿겨지는가. 물리학을 전공하고 베스트셀러 ‘사라진 스푼’을 쓴 저자는 역사 인물들의 마지막 숨이 분자로 쪼개져 현재까지 전해진다는 주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는 지구가 탄생한 이래 발생한 다양한 기체들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마취제는 웃음가스로 불린 일산화이질소에서 비롯됐다. 1844년 미국인 치과의사 호러스 웰스(1815∼1848)는 일산화이질소를 이용한 공연에서 이를 마시고 정신이 나간 채 친구와 함께 무대를 뛰어다녔다. 정신이 들 때쯤 친구의 다리는 피투성이가 돼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다친 걸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웰스는 자기 신체를 대상으로 일산화이질소를 실험했다. 이 기체를 마신 그가 정신을 잃은 동안 동료 의사는 그의 사랑니를 뽑았고, 웰스는 어떠한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마취제의 시작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비행은 난로 위에 널어놓은 빨래 덕에 가능했다. 조제프 몽골피에(1740∼1810)는 난롯불이 세질 때마다 빨래가 위로 떠오르는 걸 보고 공기자루로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온도 상승으로 팽창한 공기가 열기구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떠오르는 원리를 빨래를 통해 깨닫게 된 것. 몽골피에는 동생과 함께 열기구를 만들어 1783년 11월 21일 최초의 유인 비행에 성공한다. 저자는 “공기 없이 우리는 몇 분조차 살 수 없다. 하지만 여러분은 자신이 들이마시는 공기에 대해 거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 너무도 익숙해 평소 무관심했던 주변 사물들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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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판 기사마다 ‘입막음 소송’ 남발, 권력비리 보도 위축될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현장에 적용될 경우 ‘전략적 봉쇄 소송(SLAPP)’이 남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허위나 조작 보도의 개념을 모호하게 정의한 데다 언론사의 고의 및 중과실까지 추정할 수 있도록 한 탓에 비판 보도의 대상이 된 이들이 일단 소송으로 대응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일명 ‘입막음용 소송’이라 불리는 전략적 봉쇄 소송은 공적 의제에 관한 비판이나 반대 여론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애초에 소송의 주요 목적이 승소가 아니라 상대에게 비용 부담이나 정신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언론 보도를 대상으로 전략적 봉쇄 소송이 이어질 경우 기자와 언론사들이 법적 대응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되고 결과적으로 비리 의혹 제기나 비판적 보도, 취재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전략적 봉쇄 소송이 불러올 위축 효과를 훨씬 강하게 만들었다”며 “기자가 사실로 여겨 보도했더라도 만약 나중에 허위로 밝혀질 경우 언론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이 이뤄지고, 원고의 입증 책임이 사라지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기 쉬운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언론재갈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특히 권력과 재력을 가진 이들이 손쉽게 전략적 봉쇄 소송을 제기해 비판적 보도를 막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기존 언론 상대 소송에서도 일반인보다 공직자나 기업의 제소 비율이 더 높은 상황을 감안하면 언론중재법은 이 격차를 더 벌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언론중재위원회가 2019년 발간한 ‘언론 관련 판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언론 관련 소송 중 단체, 유명인, 공적 인물이 원고로 제기한 소송은 236건 중 162건으로 68.6%에 달했다. 반면 일반인이 소송을 제기한 비율은 31.4%에 그쳤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언론 관련 소송 제기는 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일반 국민을 위해 추진한다고 주장하는 언론중재법 개정 취지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법조계도 전략적 봉쇄 소송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소송이 헌법상 청원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9년 기준 29개 주가 ‘전략적 봉쇄 소송 방지법(Anti-SLAPP law)’을 두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목적의 소송을 법원이 조기에 각하하도록 하는 장치다. 앞서 올 2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 재판관 9명 중 위헌 의견을 낸 4명의 의견서를 보면 전략적 봉쇄 소송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의견서에는 “공적 인물과 공적 사안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보도를 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에 대해서도 형사절차가 개시되는 ‘전략적 봉쇄 소송’이 가능해졌고, 표현의 자유는 심대하게 위축됐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보도를 주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면서 “언론에 의한 피해는 언론에 의해 구제하는 게 원칙이다. 반론이나 잘못된 내용은 독자들이 지면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고 밝혔다.전략적 봉쇄 소송(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승소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나 감시를 막기 위해 하는 소송. 주로 기업, 정부, 공직자 등이 공적 관심사나 의제와 관련해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개인이나 조직, 단체를 대상으로 제기한다. 국민의 청원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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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 성산 낭산 기슭 황복사 터 ‘1000여년전 유물’들

    온화한 표정의 부처가 양손을 펼쳐 보인다. 당장이라도 따뜻하게 반겨줄 것 같다. 오른손을 위로 들고 왼손을 아래로 내린 부처의 손 갖춤은 두려움을 없애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뜻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후 1000여 년의 세월이 흘러 금도금은 벗겨져 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약 15cm 크기의 금동불입상(金銅佛立像)은 표정부터 U자나 Y자 모양의 옷 주름까지 정교하게 표현돼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경내 수장고에서 진행하는 ‘전(傳) 황복사 터 출토 신자료’ 특별 공개전이 27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매장문화재 조사기관 성림문화재연구원이 신라시대 사찰 황복사(皇福寺) 터에서 발굴한 유물을 공개하는 자리다. 황복사 터 출토 유물이 전시로 공개되는 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6년부터 올해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발굴된 2700여 점의 황복사 터 유물 중 금동불입상 7점 등 총 32점을 선보인다. 황복사는 신라 승려 의상(625∼702)이 654년 출가한 절로 알려져 있다. 황복사 근처 낭산(사적 제163호)은 신라 성산(聖山)으로, 선덕여왕릉, 사천왕사 터, 능지탑 등 왕실 관련 유적이 산재해 있다. 낭산 동쪽 기슭의 황복사 터에서는 1928년 일본인 학자 노세 우시조(1889∼1954)에 의해 금당(金堂) 기단석(基壇石)의 십이지신상이 발굴됐다. 1942년 황복사 터 삼층석탑(국보 제37호) 해체 때 발견된 금동사리함 뚜껑에서 ‘종묘성령선원가람(宗廟聖靈禪院伽藍·죽은 왕의 신위를 모신 종묘의 신성한 영령을 위해 세운 가람)’이라는 글자가 나와 왕실 사찰로 추정된다. 전시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불교 조각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석조상을 감상할 수 있다. 석판에 조각된 석조상은 반쯤 파손됐지만, 갑옷을 입은 무장(武將)이 악귀 생령(生靈)을 깔고 앉은 모습이 묘사돼 있다. 무력으로 불법(佛法)을 지키는 신장(神將)상으로 추정된다. 통일신라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신장상은 입체적인 데다 사실적인 옷 주름이 더해 마치 신장이 돌에서 걸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성림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석탑 기단석일 가능성이 있으나 관련 부재들이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승려 신분증으로 추정되는 유물도 있다. 연못 터에서 발견된 목간(木簡·나무막대로 제작한 고대 문서)에는 ‘上早寺迎詔沙미卄一年’(상조사영조사미이십일년)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다. 글자 상태가 좋지 않아 이 중 조(早)와 조(詔)는 각각 군(軍)과 담(談)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발굴단은 상조사의 영조라는 스님이 황복사에서 열린 법회에 참석했을 때 신분을 증명한 표식으로 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유재상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경주는 발굴조사가 많지만 대중은 발굴의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 발굴 후 전시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한 이번 전시가 일반인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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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영길, 국경없는기자회 비판에 “뭣도 모르니까”

    국제 언론 감시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24일(현지 시간)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한 성명을 내고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라며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이 개정안을 부결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RSF는 성명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담긴 ‘허위·조작 보도’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해당하는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정의가 들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드리크 알비아니 RSF 동아시아국장은 “개정안은 자의적 해석의 문을 열 수 있고 언론에 압력을 가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폭주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송영길 대표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RSF의 이런 성명에 대해 “자기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 뭣도 모르니까”라고 말했다. 송 대표의 발언에 한국기자협회는 “여당 대표가 국제 언론단체의 우려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무시하는 발언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만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RSF는 전 세계 언론 자유 신장을 추구하고 투옥된 언론인들을 변호하는 단체로 뭣도 모르는 국제단체가 아니다”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관계자는 송 대표 발언에 대해 “‘뭐, 또 모르니까’라고 한 것을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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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언론법 더 개악… ‘명백한 고의-중과실’ 문구서 ‘명백한’ 삭제

    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수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 범위와 처벌 요건을 더 포괄적으로 만든 ‘누더기 악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그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를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주요 조항마다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자 면피성 수정을 거듭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법사위로 넘긴 개정안마저 급하게 문구를 변경했다.○ 독소조항 더 강화한 법사위 수정안 민주당은 법사위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을 규정한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라는 조문에서 ‘명백한’을 삭제했다.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등의 일부 문구도 없앴다. 이는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고 이중규제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해당 조항을 오히려 더 악화시킨 것이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명백한’을 뺀 것은 적용 대상이 더 포괄적으로 바뀌며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란 표현은 영미법 체계의 ‘악의성’ 요건을 비슷하게 도입해 언론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인데, 심지어 왜 여기서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법안을 확대 적용하면서 남용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필요에 따라 권력자들이 법 적용을 남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도 일부 변경됐다. 특히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는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로 수정됐다. 이 교수는 “‘보복’ ‘반복’ ‘피해 가중’ 문구 중 ‘피해 가중’만 뺐다. 이는 피해 가중도 따지지 않고 규정을 완화해 손쉽게 비판적인 보도를 못 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누더기 법안은 이미 정당성 상실” 민주당은 앞서 문체위에서 ‘고의·중과실 추정’의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둔 것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일자 추정의 주어로 ‘법원은’을 추가했다. 또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문구에서 ‘언론사의’만 제외했다. 이에 대해 언론학자와 법학자들은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미룬 문제의 본질은 전혀 바로잡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법사위까지 이어진 민주당의 수정 내용들은 위헌적 뼈대는 유지한 채 논란을 비켜 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사위의 수정안 역시 법안의 위헌적 본질이 달라진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민주당이 스스로 부실 법안이라는 것을 드러낸 일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4개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법사위 논의에서조차 의미 없거나 더 후퇴한 문구 수정에 나섰다”면서 “속도전에 골몰하다 정부 여당 안에서도 좌충우돌하며 누더기가 된 법안은 이미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본회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에서도 의견 충돌이 있는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법안인가”라고 지적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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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밀한 일상의 기록엔 역사책에 없는 ‘삶’이 꿈틀댄다

    “바퀴 달린 차량이 없는 조선에는 자전거를 탈 만한 도로가 없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동대문으로 갈 때 사람들은 나를 보고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구한말 미국인 의료 선교사로 조선에 머문 호러스 알렌(1858∼1932)이 1896년 8월 남긴 개인 원고다. ‘조선에서의 자전거 경험’이라는 이 글에 따르면 당시 서울에 자전거는 14대밖에 없었고, 도로 곳곳에 배수로가 나 있어 자전거를 끌고 가야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 같은 알렌의 개인 원고를 포함해 공문, 지도 등 그가 1884년부터 1905년까지 남긴 3869건의 문서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10일 공개했다. 그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문서들은 구한말 조선사회를 엿볼 수 있는 자료다.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개인들의 미시 생활사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미시 생활사 연구란 개인의 행위와 동기에 집중해 그 속에 반영된 시대사를 탐구하는 것이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최근 고문서 1777종을 모아 ‘한국고전종합 DB’에 수록했는데, 이 중 미시사 자료인 개인문집은 1489종(84%)에 이른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정치와 경제라는 큰 흐름 속에서 개인의 활동을 조명한 게 미시사”라며 “미시사를 통해 역사 현장에서 개인들이 시대 흐름에 따라 어떻게 충돌하고 변화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역사학자들이 펴낸 책들에서도 이런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16일 출간된 ‘애거사 크리스티 읽기’(휴머니스트)는 영국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 추리소설에 담긴 20세기 영국 생활상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황폐한 저택 엔드하우스를 둘러싼 살인사건을 다룬 ‘엔드하우스의 비극’에서 저택을 상속받은 닉 버클리는 살해 위협에도 “나는 그 집을 사랑해요, 팔고 싶지 않아요”라며 집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여준다. 영국 정부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자를 위해 1930년대 중반 매년 35만 채의 주택을 지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크리스티도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런던에만 8채의 집을 소유했다. 영국 현대사를 전공한 저자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미시 생활사를 설명할 수 있는 단초들로 가득하다”며 “미시사에서는 일반적인 역사학에서 들을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출간된 ‘사랑에 밑줄 친 한국사’(뿌리와이파리)는 정사(正史)에선 파악할 수 없는 조선시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걸출한 예술가이자 학자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는 9년간의 제주도 귀양살이 동안 아내에게 반찬 투정과 어리광을 부리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신간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돌베개)은 가부장제를 고수한 조선시대에도 남자들이 집안 살림을 도맡은 이색적인 모습을 담았다. 예컨대 성리학 거학 퇴계 이황(1501∼1570)은 음식, 의복, 농사, 노비관리 등 집안 대소사를 자신이 직접 챙겼다. 미시 생활사는 방송, 영화 등 문화 콘텐츠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은 “문화 콘텐츠 산업 관점에서 한문 고전은 스토리텔링의 원천 소재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기록 유산은 중요한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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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색깔-무늬 어우러진 조선 카펫 ‘모담’

    조선 인조 때 형조판서를 지낸 조경(1586∼1669)의 초상화에는 관복을 갖춰 입은 그의 모습보다 더 눈길을 끄는 물건이 하나 있다. 그의 발밑에 깔린 조선시대 카펫 ‘모담(毛담)’이다. 붉은색 배경에 하얀 꽃과 초록색 팔각무늬가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모담은 근엄한 인물초상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 그림은 최근 개최된 국립대구박물관의 ‘실로 짠 그림―조선의 카펫, 모담’ 특별전에서 볼 수 있다. 주로 양털이나 염소털로 만든 실과 면실을 엮어 짜는 모담은 바닥의 찬기를 막아주고 집 안을 장식하는 기능을 했다. 직조 시 가로실(씨실)에 색깔이 있는 실을 사용해 다양한 색채와 무늬를 표현했다. 일종의 사치품이었던 모담은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실물이 거의 없다. 18세기부터 온돌이 널리 보급되면서 바닥에 모담을 깔 필요가 없어져서다. 박물관은 개인 수집가가 일본에서 구입한 모담 실물 10점을 확보해 사진 및 그림 20여 점과 함께 전시했다. 전시 유물 중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비와 박쥐무늬 모담’도 눈길을 끈다. 누런색 바탕에 회색 및 흑갈색의 박쥐 다섯 마리가 가운데 원 무늬를 둘러싸고 있다. 박쥐 위아래로는 회색, 흑갈색, 빨간색이 어우러진 나비 한 쌍이 마주 보고 있다. 복을 상징하는 나비와 박쥐를 통해 가정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다. 모담은 17세기 조선통신사를 통해 일본열도에 전해졌다. 당시 일본에서 ‘조선철’(朝鮮綴·조선의 직물)로 불리며 매년 7월 교토에서 열리는 ‘기온 마쓰리’ 축제에 사용되는 수레를 장식하는 데 쓰였다. 19세기 일본 측의 요청에 따라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섯 마리 학과 꽃무늬 모담’도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 모담은 문헌이나 초상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뿐 국내에 남아있는 실물이 거의 없어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전시된 모담 10점도 제작연도와 제작자가 확실하지 않다. 민보라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모담 무늬에 쓰인 간결한 선과 색감, 면의 분할과 비례감은 현대의 디자인 감각과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무료.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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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헌 요소 담은 언론법 통과땐 ‘언론 탄압국’ 낙인찍힐 것”

    “여당이 이번 개정안을 끝까지 밀어붙여 통과시키면 우리나라는 외국으로부터 언론 탄압국으로 낙인찍혀 국격이 매우 손상되는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85·사진)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추진을 반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허 교수는 개정안 조항 다수가 헌법에 위배되는 요소들을 담고 있으며, 개정 과정 또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해 “입법 독재”에 해당한다며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개정안이 규제하려는 대상부터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안의 ‘허위·조작 보도’에서 허위와 조작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입법의 기본 원칙인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는 법을 언론계가 따를 수 없으며, 애매모호한 개념을 사용하면 권력에 의해 법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허 교수는 언론사에 고의·중과실이 있다고 추정하고 입증 책임을 지운 것을 특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사법이나 형사법의 기본 원칙인 증거법에서 증거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허위·조작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것을 전가시켜서 허위·조작이라고 추정을 해놓고, 그 추정을 부인하려면 언론사 또는 언론인이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증거법과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민주당이 법안 수정 과정에서 고의·중과실 추정 주체를 법원으로 명시한 것을 두고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했다. 그는 “헌법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한 취지는 사법부가 정치권의 동향을 보면서 판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법원에서 언론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도록 한 것은 사법의 정치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헌법적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에 대해 허 교수는 “언론의 자유에는 국민의 언론 매체 접근권도 포함돼 있다. 기사 열람을 차단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적 인물 이론에 따라 공인은 일반인보다 비판을 더 많이 수용할 의무가 있고, 선진국에서는 공인 비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언론을 대하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특수성도 강조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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