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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제재 정책이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언급은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북한이 무력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출구전략론’ 이긴 ‘대북압박론’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일(현지 시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장성명을 발표할 즈음부터 정부 내 외교안보 당국자들도 이른바 ‘천안함 출구전략’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일부 당국자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북한과 마냥 대치할 수는 없다”며 이른바 ‘전략적 관여(strategic engagement)’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남한이 주도적으로 북한과 대화해 문제를 풀기를 원하고 있다”는 전언도 들렸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정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북한을 조금만 더 조이면 변화시킬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더 압박해야 한다는 데 한미 양국의 견해가 일치한다”는 논리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2일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에서 대북 추가 금융제재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정권교체를 언급한 것은 이 같은 ‘대북압박론’에 한미 양국의 의견이 일치했음을 보여준다.한미 당국자들이 공유하는 대북정책 구상은 ‘북한에 대한 추가 금융제재와 군사적 압박→북한 지도부 내부 균열→김정일 정권의 몰락과 새 정권의 출현’이라는 그림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68세인 김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계속 나빠지는 가운데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이뤄질 취약한 내부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돈줄 죄기’로 자중지란 기대한미 양국은 2005년 9월 이후 대북 금융제재가 북한 지도부의 약화와 균열을 초래하는 데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북한의 외화난은 심각한 실정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대북 소식통은 “한 부서는 중국 파견 인력의 올해 달러 예산을 지난해의 20%로 줄였고 급기야 최근에는 조직과 인력을 모두 철수시켰다”고 말했다.김정은의 가정교사였던 군부 내 소장파인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은 지난해 당과 군의 대남 부서를 통폐합해 총국을 만들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를 명분으로 각종 이권사업과 외화벌이 조직을 정찰총국에 귀속해 달러 수입원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그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 군부 원로들의 이권사업을 빼앗으려 했다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한미가 이처럼 돈줄 죄기에 주력하는 것은 북한을 움직이고 지탱하는 경제적 기반이 사회주의 계획경제시스템이 아니라 특유의 ‘수령경제’이기 때문이다. 수령경제는 김 위원장이 광산채굴권과 무기 제조·판매권 등을 노동당과 군부에 나눠줘 충성심을 유지하고 이들이 벌어들인 외화의 일부를 환수해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외화수입이 줄어들면 김 위원장과 엘리트의 ‘호혜와 상납의 고리’가 교란된다는 것이 한미의 인식이다. ○ 무력도발 등 부작용 우려도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강도 높은 제재가 북한 강경파의 무력도발과 중국의 개입 등에 따른 한반도 긴장관계의 악순환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 과정에 쿠데타 등이 발생하면 북한에 내란이 발생하고 중국이 1961년 7월 체결된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에 규정된 ‘정치적 동란’이라고 주장하며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강력한 대북 압박이 북한 내 군부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켜 대외적인 추가 무력도발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4일 미국의 금융제재와 한미 연합훈련을 맹비난한 북한이 6자회담 개최 요구가 거절되면 3차 핵실험 등 추가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은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를 여는 남한에는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어뢰 한 방으로 6자회담의 5자 공조체제를 무너뜨렸다. 한국 정부가 현재의 북한 정권과는 영원히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처럼 시그널을 계속 주는 것보다는 북한이 대화에 다시 임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외교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며 “5자의 대북 공조 균열을 봉합하지 않으면 나중에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동영상=“천안함, 북한제 중어뢰 수중폭발로 침몰”}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응한 대규모 대북 무력시위 차원의 한미 연합해상훈련 ‘불굴의 의지’가 25일 시작됐다. 미 해군 항공모함 조지워싱턴과 한국 수송함 독도함 등 작전에 참여하는 한미 함정들은 이날 오전 7시 부산항과 진해항에서 출항해 동해로 이동했다. 미 7함대 소속 핵잠수함 등도 동해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28일까지 실시하는 이번 훈련에는 조지워싱턴을 비롯해 양국의 함정 20여 척이 참가했으며 처음으로 한반도에 투입된 최신예 전투기 F-22 4대를 비롯해 항공기 200여 대도 참여한다. 훈련지역으로 이동한 양군은 이날 항공모함 내 전폭기 이착륙 훈련 등을 하며, 26일에는 해상기동훈련을 벌인다. 공군은 별도로 공중급유훈련을 실시한다. 한미 양국 군은 이 훈련에 이어 9월 서해에서 고강도의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은 연말까지 매달 실시할 것”이라며 “특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는 대북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24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이 의도적으로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는 데 대응해 필요한 임의의 시기에 핵 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보복성전을 개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군과 전민에 비상경계 태세를 내렸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4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함경북도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각 군단과 특수병종, 기계화부대, 민간교도대까지 모두 군사훈련에 들어갔다”며 “군부는 전 부대에 ‘미제와 남조선이 동해에서 벌이는 군사훈련은 우리를 겨냥한 예비침략전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7월 1일부터 실시한 ‘하기훈련’이 이번 한미 군사훈련과 맞물리면서 북한군은 이미 훈련에 동원된 상태”라며 “총참모부에서 내려온 지시문에서는 ‘적들의 군사연습을 주의 깊게 주시하다가 만약 덤벼들면 단매에 쳐부숴야 한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625명의 행사 참가 이유통일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평화통일대행진’이 26일부터 31일까지 5박 6일 동안 휴전선 동부 및 서부전선 일대에서 진행된다. 6·25전쟁 발발 60년을 맞아 이뤄지는 이 행진에는 국내 중고생과 대학생 570여명, 해외 참전용사 후손 50여 명 등 모두 625명이 참가한다. 이들이 소중한 여름방학의 일부를 떼어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유는 뭘까.○ ‘분단의 현실’ 다른사람 보다 일찍 깨달아 “앞이 잘 안 보이는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이산가족상봉 신청서를 써드린 적이 있어요. 할아버지는 신청서를 품에 껴안고 들떠하셨는데 끝내 한 번도 당첨이 안 됐죠. TV로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보면서 할아버지도 저도 울었어요.”(박수명·19·여·부산대 1년) “저희 집은 3대가 군인입니다. 외할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하셨고 아버지는 해군 부사관, 작은 누나는 육군 중위입니다. 저도 해군 승조원으로 근무하고 올해 3월에 전역했어요. 군인 집안이라도 대북정책에 대해선 의견이 달라요. 세대 간 공감이 필요한 것 같아요.”(정우석·22·한국해양대 2년) 국내 참가자 가운데는 이들처럼 가족이 6·25전쟁에 참전했거나 이산가족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가족의 삶 속에서 남보다 일찍 분단의 현실을 깨달았고 평화와 통일에 대한 고민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이번 행사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다양한 생각 참가자들은 모두 통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고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를 바로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은영 씨(20·여·대구대 2년)는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알고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며 “행진 과정에 느낀 것을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필수 씨(25·대구대 4년)는 “통일은 언젠가 꼭 풀어야 할 민족의 과제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의 현실에 대한 의견은 저마다 다양했다. 학교신문사 편집국장인 김유민 양(14·여·언양중 2년)은 “친구의 학원 선생님이 ‘천암함 폭침사건은 미국 짓’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며 “평화통일을 추진하되 남북이 아직 휴전 상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우 양(15·여·충북청원고 1년)은 “지난 정부 때처럼 남북 간에 대화가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찰과 친교의 장 기대 이번 행사가 제공할 다양한 경험도 이들을 유혹했다. 성인우 양은 이미 제주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국토행진을 두 번이나 했다. 장차 기상학자가 되는 게 꿈인 그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이참에 비무장지대(DMZ)의 자연환경을 관찰하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조은영 씨는 “해발 1242m로 휴전선에서 가장 높다는 강원 양구의 가칠봉 관측초소(OP)에서 북쪽 땅을 볼 수 있어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외국어특기자로 참가하는 이다영 양(17·여·동일여고 2년)은 “외국인 친구를 만나 5박 6일간 우리나라를 멋지게 소개하고 싶다”며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박수명 씨도 “중고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에게 좋은 언니 역할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박민우 인턴기자 고려대 정외과 4학년이혜인 인턴기자 서강대 화학과 4학년}

당국의 허가 없이 방북해 40일 동안이나 북한에 머물고 있는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이 지난달 22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6·15(남북공동선언)를 파탄내고 오히려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자충수를 둔 이명박이야말로 천하보다 귀한 목숨, 천안함 희생 생명들의 살인 원흉”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가 22일 언론에 공개한 기자회견 전문에 따르면 한 씨는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이명박식 거짓말의 결정판이자 지방선거에 맞춘 모략과 조작이며 한미 공동 사기극”이라고 주장한 뒤 “어떻게 해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 진상은 밝혀져야 할 일이로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원천적인 책임은 이명박에게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또 “이명박 씨는 대운하를 4대강 사업으로 둔갑시켜 자연환경을 파괴해온 데다 북(한) 체제를 부정하고 남북교류까지 차단하는 등 6·15 부정 및 방해에 혈안이 돼 있다”고 발언했다. 또 “이명박 장로는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고 사랑과 통일 대신 미움과 분열의 삿된 길로 몰아왔다”고 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방했다. 한 씨는 귀국 후 사법처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는 이 길을 오기 전에 이미 유서를 써놓고 왔다”며 “일편단심 6·15를 살리고 평화 통일과 평화의 역사에 이 한 목숨을 이미 던지기로 한 이상 그 무엇이 두려우며 걸릴 게 있겠느냐”라고 말했다.정부는 한 씨가 당시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지난달 12일 평양 순안공항 성명과 23일 청년중앙회관 환영 군중집회 연설 등에서 북한을 찬양하고 한국 정부를 비방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라이트코리아 등 4개 보수단체는 22일 “한 씨가 무단으로 입북해 북한 체제를 찬양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이 7·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남한 내 일부 친북조직에 한나라당 패배를 위한 정치선전 및 여론선동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사진)은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민주당이 약진한 6·2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남한 내에 좌파 역량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남한 내 통일전선 역량을 더욱 확대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통전부 산하 225국은 지난달 일부 친북단체에 “7·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기기 위해 정치전선과 대중투쟁을 고조시키라”는 지령과 함께 △4대강 사업 반대 △천안함 사건 의혹 증폭 △한미 연합 군사훈련 반대 등 세부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방하면서 7·28 재·보선에서의 한나라당 패배를 선동하고 있다. 통전부 산하 민족화해협의회는 21일 담화를 내고 “남조선 인민들은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한 활동을 악랄하게 방해하는 이명박 패당을 강력히 규탄 단죄하며 ‘7·28 국회의원 보충선거’에서 역적무리에게 다시 한 번 대참패를 안기는 것으로 단호히 심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도 19일 같은 내용의 대변인 담화를 냈고, 노동신문과 평양방송, 조선중앙통신 등이 같은 주장을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북한 통전부가 남한의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패배를 기도한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은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남한 내 종교단체 등에 e메일과 팩스를 보내 천안함 폭침사건이 남측의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탈북자 출신 박사 1호’인 안찬일 씨(56)가 세계북한연구센터(WINK)를 설립하고 15일 소장에 취임했다. 그는 개소식에서 “북한의 체제전환과 개혁개방 이후 한반도 평화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 26일 우리 해군 장병 46명의 생명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대북 낙관론자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상태지만 그는 오히려 대북 낙관론의 전도사로 나선 듯하다. 이유가 뭘까. ‘신문기자 출신 북한학 박사 1호’인 신석호 정치부 차장이 그를 만났다. 인터뷰는 16일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동아미디어센터 11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북한은 올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 개최를 계기로 당의 역할과 기능을 정상화해 김정일의 1인 독재를 완화하고 장마당을 통한 시장경제 기능을 받아들여 중국식 개혁 개방의 길로 나갈 것입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의 ‘북한 미래 낙관론’은 이렇게 정리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한이 당의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것은 당을 3대 세습의 들러리로 사용하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안 소장에게 먼저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일리가 있는 비판입니다. 북한이 당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김정은으로 권력 세습을 하려니까 군대만으로는 안 되겠고 당의 세포조직을 이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경제도 당이 작동하지 않으면 살려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결국 당을 회복해 세습과 경제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입니다. 향후 김정일은 당 총비서 자리를 아들에게 주고 자기는 국방위원장과 당 중앙위 군사위원장 자리를 지키며 후견통치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 중국식 집단지도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적 지배에 의한 전통적 사회주의 지배체제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이 당을 통해 선군정치를 견제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만…. “같은 맥락입니다. 김정일이 지난해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국방위원에 임명한 것은 무인집단을 문민화시키고 군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군의 권력이 비대한 상태에서는 세습이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한 서방 소식통은 2008년 김정일 건강 이상 이후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김정일, 정은 부자와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반론을 폈는데요. “김정은은 어리지만 이미 당 조직지도부에 기반이 있습니다. 권력 세습은 총칼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군이 가진 총칼은 도구에 불과하고 진짜 힘은 붓대를 가진 당에 있습니다. 과거 봉건사회에서도 권력이양과 세습은 무인들이 아니라 펜을 쥔 문민이 주도했습니다. 북한에서도 정치의 핵심인 당이 나설 것입니다.”김정은 후계구도 펼치려면대외적으로 평화공세 필요남한도 대화기회 잘 살려야 ―권한을 회복한 당의 경제정책은 어떨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북한에서는 1990년대 경제난 이후 노동계층이 와해되고 장마당을 중심으로 상인계층이 두껍게 생성됐습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상태여서 북한 지도부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장마당에 의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중국처럼 당을 중심으로 개혁과 개방을 할 것입니다. 중국을 따라가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9월 당 대표자회에서 이런 정책을 선언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 지배층은 개혁 개방을 두려워한다고 들었는데요. “군인들은 두려워하지만 당 관료와 내각의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군인들의 지위는 낮아졌지만 관료들은 자신들의 지배시장이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김정은도 서구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개혁 개방을 통해 관료들의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안 소장은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이어갔다. “긴장이 누적된 상황에서는 세습과 경제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남북관계도 개선하려고 할 것입니다. 당분간은 리더십 교체기이므로 남한이 바라는 것 같은 혁명적인 제안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 같은 모험주의도 없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당 기능 회복을 통한 군부 견제를 지난해부터 계획했다면 올해 천안함 폭침사건 같은 도발은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북한이 대남기구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오극렬(국방위 부위원장)과 장성택, 김영철(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등 이해관계가 다양한 권력자들 사이에 갈등과 모순이 있었고 그 과정에 사건이 난 것으로 보입니다.” 안 소장은 “김정은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의 대외적인 모양새를 위해서라도 북한은 9월 이후 적극적인 대남 평화공세를 펼칠 것”이라며 “정부는 북한이 개성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비료 지원 등을 요청하면 선별적으로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이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그 어떤 것도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일단 대화를 해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좀 더 현실적이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북 협상의 주도권을 쥐자는 것”이라고 제안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안 소장의 탈북과 그 이후… ▼‘김일성 주석’과 ‘이명박 사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의 개인사에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2명이다. 두 사람은 그가 1979년 북한을 탈출해 고려대 정외과 학부(1984년 입학)를 거쳐 북한 연구자가 되는 과정에서 전환점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안 소장은 “31년 전 탈북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탈북 과정에서 김 주석에게 편지를 썼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1979년 7월 27일 서부 군사분계선(MDL)을 넘을 당시 저는 휴전선을 지키는 인민군 부대의 부소대장(상사)이었습니다. 25세의 젊은 나이에 노동당원 신분일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제대 후 가장 끗발이 좋은 군관학교인 김일성정치대학에 지원했습니다.”“능력따라 일할 수 있도록…”김일성 앞 편지 써놓고 南行‘사장’ 이명박때 現代입사국정원서도 18년간 근무 그러나 당은 그를 일반사회대인 김일성종합대에 배정했다. 화가 난 그는 탈북 2주 전 휴가를 내 평양을 마지막으로 둘러봤다. 김일성 독재의 공고화와 함께 쇠락해가는 사회주의 조국을 확인하고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했다. “탈북 전날 김 총비서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총비서님, 능력에 따라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당의 정책이 잘 실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부디 시정해 주십시오’라고요. 다음 날 MDL 철책을 넘으면서 편지를 북측 철조망에 끼워 넣었습니다.” 그가 탈북에 성공한 이틀 뒤 가족들은 모두 요덕수용소로 이송됐다. 편지가 발견됐고 단순 탈북자가 아닌 정치범으로 낙인찍힌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가 탈북한 직후인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터져 한국사회는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졌다. 어수선한 시대에 우선 직장을 잡고 부족한 공부를 더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국가는 그에게 살 집과 함께 중동 특수를 타고 잘나가던 현대건설에서 근무할 기회를 줬다. 1981년 안 소장이 입사하던 날 당시 현대건설 사장인 이명박 대통령이 그를 불렀다. 이 사장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고 안 소장은 “기회가 되면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며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에 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를 들은 이 사장은 “이왕이면 내가 나온 고려대에 가라”고 추천했다. “1984년에 특례로 고려대 정외과 학부에 입학한 것은 오로지 이 사장의 조언 때문이었습니다. 성균관대로 갔다면 아마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일찍 만났겠죠? (웃음) 당시 젊은 사장으로 출세를 한 이 대통령을 인생의 역할모델로 생각했고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탈북자들의 역할모델이 되고 싶었지요.” 그는 학부 졸업 후 같은 과 석사과정에 들어가 북한군에 관한 논문을 써 석사학위를 받았다. 다음해인 1991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특채되는 동시에 건국대 대학원 정외과에 입학했다. 6년간의 노력 끝에 1997년 ‘북한의 통치이념에 관한 연구-전통사상의 수용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가 됐다. 그후 북한학자이자 국정원 분석관으로 일하며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권력 승계, 1990년대 경제난과 ‘우리식 사회주의’ 등장, 1990년대 핵 위기를 거치면서 북한 체제가 양적, 질적으로 왜곡되고 나빠지는 퇴행의 과정을 지켜봤다. 정년을 2년 앞둔 2008년 불행이 닥쳐왔다. 국정원 직원 신분으로 언론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강제 해직된 것이다. “잘한 일은 아니지만 해임은 너무 부당했어요. 즉시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1, 2심에서 모두 패했고 지금은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안 소장은 해직 후 미국 버지니아대에 초빙교수로 체류하다 올해 귀국했다. 15일 열린 세계북한연구센터 사무실 개소식에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현인애 NK지식인연대 부대표, 채경희 전 통일부 직원 등 ‘후배’ 탈북자들이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안 원장은 탈북자 사회의 봉사하는 리더”라고 평가했다. 그는 겸연쩍어하면서도 “동료 탈북자들이 기다리는 자리는 어디라도 가려고 노력하고 그들을 형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모든 것을 단절해야 한다”며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낸 사람이 한국에 와서 화병을 얻어 건강을 해치는 이유는 아직도 자신이 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탈북자가 북한을 연구하고 가르칠 기회를 가졌으면 해요. 탈북자 2만 명 시대를 맞아 한국 정치에도 탈북자들이 진출하는 미래를 그립니다.” 그는 지금도 탈북자의 역할모델이라는 자신의 비전을 잊지 않고 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이 장맛비로 불어난 임진강 상류 댐의 물을 흘려보내겠다고 18일 우리 측에 사전 통보했다. 최근 천안함 폭침 사건의 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6자회담 재개 의지를 밝힌 북한이 남측에도 유화 제스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북측이 오후 2시경 경의선 군 통신선을 통해 ‘지금과 같이 비가 많이 내리게 되면 저녁 8시 이후 임진강 상류 댐의 물을 불가피하게 방류할 수 있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북한의 통보는 지난해 10월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에서의 남북 간 합의를 지킨 것이다. 당시 회담에서 남측은 불가피한 이유로 임진강 하류에 물을 흘릴 때는 사전에 방류 댐 이름, 방류량, 방류 이유 등을 통보해 달라고 요구했고 북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북한은 지난해 9월 6일 임진강 상류에 있는 황강댐 물을 예고 없이 방류해 임진강 유역에서 야영을 하던 우리 국민 6명이 사망했다. 북한 매체 등에 따르면 장마전선의 북상에 따라 17일 개성시 인근 장풍군에 143mm의 비가 내린 것을 비롯해 황해북도와 강원도 등의 북한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 지역에 이날까지 사흘째 비가 내렸다. 북한은 방류 사실을 사전 예고하면서 ‘임진강 상류’라고만 표현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느 지점에서 얼마만큼을 방류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북한의 방류 예고에도 불구하고 방류량 등 수문 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남한 측 임진강 수위가 어느 정도 올라갈지는 예측이 어려워 피해 대비에는 부족한 정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측의 통보 직후 경기도 제2청(도2청) 등 관련 기관들은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도2청과 한국수자원공사, 한강홍수통제소, 파주시, 연천군 등 관련 기관들은 비상연락망을 유지하면서 현장 점검 및 경보시스템을 확인했다. 특히 지난해 임진강 참사가 발생했던 연천군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말 홍수조절 기능을 갖춘 군남댐이 완공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수시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연천=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천안함 공격을 규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에 대해 “우리는 의장성명이 조선반도의 현안 문제들을 ‘적절한 통로들을 통한 직접대화와 협상을 재개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장려한다’고 한 데 유의한다”며 “평등한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천안함 침몰사건을 유엔 안보리에 상정시켰으나 이사회는 아무런 결의도 채택하지 못하고 똑똑한 판단이나 결론도 없는 의장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결속했다. 천안함 사건은 애초에 유엔에 갈 필요가 없이 북남 사이에 해결됐어야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그는 “조선반도에서의 충돌과 그의 확대를 방지할 데 대한 의장성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적대세력들이 그에 역행하여 무력시위, 제재와 같은 도발에 계속 매달린다면 우리의 강력한 물리적 대응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은 천안함 사건을 조기에 덮고 북핵 6자회담에서 기존의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하겠다는 북한 나름의 ‘천안함 출구전략’으로 풀이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안보리 의장성명이 공격 주체로 북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뒤 대화 국면으로 빠져나갈 출구를 제시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 국면을 종결하는 출구전략의 이니셔티브를 먼저 쥐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특히 북한은 안보리 의장성명 10항(안보리는…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에 대해 한국과는 전혀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한국은 ‘대화와 협상을 위해선 현안(천안함 사건)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해석하지만 북한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안보리 의장성명 10항에도 나타났듯이 대화와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북한이 한반도의 현안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분명히 사과하고 책임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북한은 먼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 또는 잘못을 인정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며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최소한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 하며,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진정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6자회담을 열어 합의를 한다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정부는 당분간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되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유지한다는 기본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북한이 뉘우치면 전반적인 상황은 연착륙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껏 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시인하지 않은 북한이 사과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부의 딜레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비핵화와 천안함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자고 나올 경우 한국은 외교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몰릴 소지가 없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최근 북한 최고 실세로 부상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64)이 지난달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한 직후 신병 치료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1일 “장 부장이 지난달 중순 신병 치료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 고위 관리들이 통상 중국을 거쳐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만큼 유럽이나 동남아 국가에서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 등에서 전립샘암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 이번에도 암과 관련된 진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따라 나왔다가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뒤 이달 7일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대북 소식통은 “장 부장의 건강 상태가 향후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권력 구축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후견인 역할을 하는 장 부장마저 병으로 활동하지 못할 경우 군부세력이 김정은을 제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장 부장 외에도 대부분이 70, 80대의 고령인 김 위원장의 최측근 중에는 건강 이상으로 사실상 직무 수행이 어려운 이가 많아 ‘걸어 다니는 부상병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75)은 청력을 거의 잃어 보청기 없이는 주변 사람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1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그의 얼굴 사진에는 양쪽 귀에 낀 보청기가 분명히 보였다. 인민군 차수인 이용무 국방위 부위원장(80)도 몇 년 전 유럽의 한 국가에서 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14일 조선중앙통신에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모습이 공개된 이 부위원장은 목에 흰색 붕대를 대고 있어 후두암 수술을 받고 인공성대를 삽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해외공작 총책인 강관주 225국 국장(74)도 오랫동안 간염을 앓아오다 올봄 동남아 국가에서 내과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그가 전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경과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전병호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84)도 노안으로 실명 직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한 인사는 “전 비서가 그동안 해외에서 수차례 진료를 받았지만 눈이 계속 나빠져 지금은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사물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김국태 노동당 간부담당 비서(86) 역시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으로 10년 동안 치료받아 왔으나 병세가 악화돼 최근 유럽 국가에서 수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후계자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세대교체 대상이 될 처지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은 아버지의 나이 든 측근들을 매우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나이 든 간부들이 잦은 병치레 외유를 하며 아까운 달러를 소진하는 것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에 불법 입국한 혐의로 노동교화형 8년을 선고받고 억류 중인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30·사진)가 최근 자살을 기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그는 심한 죄책감과 구원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미국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절망감에 못 이겨 자살을 기도해 현재 병원에서 구급치료를 받고 있다”며 “미국의 이권을 대표하는 주조(주북) 스웨덴대사관이 병원에서 환자 상태를 료해(파악)했다”고 전했다. 곰즈 씨는 올해 1월 북-중 국경을 넘었다가 체포돼 4월 8년의 노동교화형과 북한 돈 7000만 원(우리 돈 약 1억3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통신은 이날 곰즈 씨가 ‘교화 중에 있다’고 전해 그가 자살기도 당시 노동교화소에 구금된 상태였음을 시사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요즘 한 달에 한두 번씩 꼭 문화예술 공연을 관람한다. 지난달에도 2일에는 제963군부대 예술선전대 공연을, 14일에는 군인가족들의 예술 공연을 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부쩍 공연 관람을 즐기는 것은 문화적 취향이 아니라 우울증을 치료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북 소식지인 열린북한통신은 9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공연 관람은 김정일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의료진이 아들 김정은에게 적극 건의해 만들어진 건강수칙”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건강 이상 이후 우울증이 악화돼 감정의 굴곡이 심한 상황이며 측근들에게 “나도 이전과는 좀 다르다”며 눈물을 자주 흘리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앉아서 공연을 보는 것도 힘들어 해 관계자들은 공연 중간에 쉬는 시간을 늘렸다. 내부 소식통은 “5월 김정일이 경희극(輕喜劇)인 ‘산울림’ 공연(1시간 40여 분짜리 연극)을 관람했는데 종전에 10분이었던 휴식 시간이 30분으로 늘었다”고 전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요즘 한 달에 한두 번씩 꼭 문화예술 공연을 관람한다. 지난달에도 2일에는 제963군부대 예술선전대 공연을, 14일에는 군인가족들의 예술 공연을 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부쩍 공연 관람을 즐기는 것은 문화적 취향이 아니라 우울증을 치료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북 소식지인 열린북한통신은 8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공연 관람은 김정일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질 것을 막기 위해 특수의료진이 아들 김정은에게 적극 건의해 만들어진 건강수칙"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건강 이상 이후 우울증이 악화돼 감정의 굴곡이 심한 상황이며 측근들에게 "나도 이전과는 좀 다르다"며 눈물을 자주 흘리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앉아서 공연을 보는 것도 힘들어 해 관계자들은 공연 중간에 쉬는 시간을 늘렸다. 내부 소식통은 "지난 5월 김정일이 경희극(輕喜劇)인 '산울림' 공연(1시간 40여 분짜리 연극)을 관람했는데 종전에 10분이었던 휴식 시간이 30분으로 늘었다"고 전했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
북한에 불법입국한 혐의로 노동교화형 8년을 선고받고 억류 중인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30)가 최근 자살을 기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그는 심한 죄책감과 구원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미국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절망감에 못 이겨 자살을 기도해 현재 병원에서 구급치료를 받고 있다"며 "미국의 이권을 대표하는 주조(주북) 스웨덴대사관이 병원에서 환자 상태를 료해(파악)했다"고 전했다. 곰즈 씨는 올해 1월 북-중 국경을 넘었다가 체포돼 4월 8년의 노동교화형과 북한 돈 7000만 원(한화 약 1억3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통신은 이날 곰즈 씨가 '교화 중에 있다'고 전해 그가 자살기도 당시 노동교화소에 구금된 상태였음을 시사했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
북한 지도부가 지난해 3월 각급 학교 교사들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후계자 지명 사실을 알렸으며 같은 해 5월에는 학생들에게 후계자 홍보 교육을 벌이도록 했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나왔다. 지난해 북한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다 탈출한 뒤 올해 입국해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장모 씨(여)는 8일 하나원 개원 1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 나와 “지난해 3월 학교 부교장이 교사들을 불러 ‘청년대장 김 대장 동지가 곧 지도자가 될 것 같다. 아직 학생들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어 “모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부터 김정은의 실명이 공개됐으며 ‘척척척’ 노래(‘발걸음’) 등이 퍼졌다”고 말했다. 장 씨는 또 “상부에서 A4용지 절반 크기에 50쪽 정도 되는 홍보자료가 내려와 학생들에 대한 교양사업에 활용됐다”며 “자료에는 김정은이 지난해 김일성 주석 생일 축포야회(불꽃놀이)와 150일 전투 등을 진두지휘했고 김정일의 현지지도 장소에 미리 가 안전을 점검하는데, 김정은이 나타나면 비가 멎었다는 등 ‘전설화’ 내용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종교인도지원위원회는 8일 “정부의 4대강 공사는 돌이킬 수 없는 공정을 보이고 있는 만큼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환경을 잘 보호할 수 있도록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위원회는 “현재 4대강 사업은 평균 21%의 공사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하면 더욱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더 큰 환경 재앙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민주평통 상임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10개의 전문 분과위 중 하나로 소속 상임위원 46명 가운데 41명이 이번 호소문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 개성공단 내에서 이달 초 북한 근로자를 태운 통근버스 2대가 부딪쳐 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7일 통일부에 따르면 2일 오후 7시 40분경 공단 내 교차로에서 북한 근로자를 태운 통근버스 1대가 다른 통근버스 옆 부분을 들이받아 두 버스에 타고 있던 북한 근로자 10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이번 사고는 비가 많이 내리고 안개가 낀 상태에서 운전사가 시야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2대의 사고 차량은 각각 전면 오른쪽과 왼쪽이 심하게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차량 2대는 각각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입주기업 명의의 남측 소유였다. 그러나 운전사와 탑승자 모두 북측 인원들로 남측의 인명피해는 없었다. 북측은 사고 직후 사상자를 모두 개성 시내로 후송했으며 남측 관계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있다고 통일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개성공단에는 4만4000여 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들의 통근을 위해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공단관리위 소속 버스 120여 대와 입주기업 소속 버스 100여 대가 운행되고 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 개성공단 내에서 이달 초 북한 근로자를 태운 통근버스 2대가 부딪혀 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7일 통일부에 따르면 2일 오후 7시 40분경 공단 내 교차로에서 북한 근로자를 태운 통근버스 1대가 다른 통근버스 옆 부분을 들이받아 두 버스에 타고 있던 북한 근로자 10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이번 사고는 공단에 비가 많이 내리고 안개가 낀 상태에서 운전자가 시야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2대의 사고 차량은 각각 전면 오른쪽과 왼쪽이 심하게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차량 2대는 각각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입주기업 명의의 남측 소유였다. 그러나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북측 인원들로 남측의 인명피해는 없었다. 북측은 사고 직후 사상자를 모두 개성 시내로 후송했으며 남측 관계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있다고 통일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개성공단에는 4만4000여 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들의 통근을 위해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공단관리위 소속 버스 120여 대와 입주기업 소속 버스 100여 대가 운행되고 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정운찬 국무총리는 5일 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에 대해 “비록 지금 정치권과 여론을 설득하지는 못했지만 후대의 역사는 우리의 행동을 한순간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한 충정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마지막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의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제기했던 문제의식은 순수하고 용기있는 것이었고 우리가 제시했던 해결책은 현실적이고 조화로운 대안이었기 때문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세종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우리 위원회의 임무는 일단 막을 내렸다고 보아야 한다”며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지만 최고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석구 민간위원장은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수정안이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되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고 참담했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략적 의도에 따른 포퓰리즘 앞에서 무력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수정안 반대로 당선된 도지사가 수정안을 전제로 세종시에 오려 했던 기업을 끌어가려는 모습은 한편의 희극 같고 측은하게 보였다”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행태를 비판했다.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해 지난해 11월 16일 첫 회의를 시작한 세종시 민간합동위는 이날 17차 회의를 끝으로 8개월여 만에 활동을 마쳤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이 지난달 말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한국 국적의 여성 탈북자 3명을 공개 총살했다고 대북 단파 라디오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이 4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날 “(총살당한 탈북자 3명이) 지난해 9월 한국에 입국한 후 금년 봄 중국에 갔다가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보위부의 체포조에 납치 북송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방송은 “중국 연길시 통신원이 지난달 말 북한을 탈출해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온성군 출신 탈북자의 말을 듣고 3일 이같이 전해왔다”며 “북한 보위부 체포조들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국적의 탈북자들은 중국 여행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탈북자 출신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통신원이 현재 구체적인 공개총살 날짜와 사형당한 여자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있다”며 “북한이 2월 28일 불법 입국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한국인 4명과는 다른 사람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이 9월에 개최하겠다고 밝힌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대외적으로 중국식 개혁 개방을 선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탈북자인 안찬일 미국 버지니아대 초빙연구원(정치학박사)은 4일 기자와 만나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정치 경제적 성과를 물려받으며 후계자가 됐지만 김정일에게서 물려받을 것이 없는 김정은은 정책 변화를 통한 국가의 재도약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정일도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을 역할모델로 생각해 왔으며 이제 실행에 돌입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노동당 총비서직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안 연구원은 북한의 9월 노동당 대표자회 소집에 대해서는 “북한이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30년 만에 당 대표자회를 열어 당 지배구조를 복구하고 젊은 지도자 김정은을 수반으로 다시 노동당 지배시대로 되돌아가려고 시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