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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賴淸德·사진)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 연설에서 주력 산업인 반도체를 앞세워 “세계는 대만이 필요하고, 대만 역시 세계가 필요하다”며 ‘중국의 합병 시도’에 맞선 세계의 지지를 호소했다. 14억 인구의 중국의 압력에 맞서 2400만 인구의 대만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비롯한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반도체 방패)’를 내세운 것이다. 라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만은 단순히 세계에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이미 세계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 속 대만 반도체 산업의 비중 때문에라도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자리한 대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특히 이날 취임사에선 인공지능(AI)의 폭발적 성장으로 TSMC를 보유한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대만은 첨단 반도체 제조와 AI 혁명의 중심”이라며 “글로벌 민주국가를 위한 공급망의 핵심이자 세계 경제 발전 및 인류 번영의 키”라고 말했다. 대만을 ‘실리콘 섬’이라 부르며 “향후 ‘AI 섬’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라이 총통은 “대만 기업들이 반도체와 AI, 군사, 보안, 차세대 통신 등 ‘5대 핵심 산업’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며 “해외로 나간 관련 기업들도 다시 돌아와 고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반중 성향이 강한 라이 총통은 이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직접 ‘독립’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양안(중국과 대만) 대화와 교류의 문은 열어두되, 중국에 흡수 통일되지 않도록 대만의 현 체제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일갈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에게 종속돼 있지 않습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20일 취임사에서 1947년 제정된 대만 헌법 1장을 읽어 내려갔다. “중화민국의 주권은 국민 전체에 있고, 중화민국 국적을 가진 자는 국민”이라고 힘줘 말하자 대만 총통부 앞에 모인 수천 명이 큰 박수로 화답했다. 라이 총통이 헌법 조항을 직접 읽은 건 대만이 이미 헌법과 법률, 군대를 가진 만큼 중국의 ‘92년 공식(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시하려는 의도였다. 중국을 더 자극하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직접 ‘독립’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을 향해 “대만에 대한 정치·군사적 위협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는 취임식 내내 대만이 세계를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 中 향해 “무력 도발 멈춰라” 라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한 우려부터 짚고 넘어갔다. 그는 “중국의 군사적 행동과 회색지대 전술(전쟁보다 낮은 수준의 정치적 도발)은 세계 평화와 안정에 최대의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을 합병하려는 중국의 야망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국을 방어하려는 결연한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해선 “굴복하지도 도발하지도 않겠다”면서 “대결 아닌 대화, 봉쇄보다는 교류를 선택하자”고 제안했다. 상호 관광 재개와 중국 학생의 대만 진학 등 우선 협의할 분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라이 총통은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의 첫 취임사와 마찬가지로 ‘독립’을 명시하지 않았다. 차이 전 총통은 당시 “1992년 양안 기구가 다양한 공감대를 갖고 합의를 이룬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언급한 반면에 라이 총통은 ‘하나의 중국’과 관련된 내용을 아예 넣지 않았다. 대신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31번이나 반복했으며, ‘중화민국 대만’도 3번 언급해 중국과의 차이를 부각시켰다. 중화민국은 차이 전 정부가 새로 채택한 국호로, 대만을 별도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극도로 싫어하는 표현이다. 중국은 라이 총통의 취임 연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일갈했고,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입장문에서 “대만 ‘독립 일꾼’의 본성을 충분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참석을 위해 카자흐스탄에 있던 왕이(王毅) 외교부장(장관)도 “독립 주장은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에 가장 위험한 변화”라고 쏘아붙였다. ● 3연속 집권 민진당, ‘차이 정부 계승’ 강조 집권당인 민진당은 대만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3번 연속 같은 당이 총통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번 취임식 초반에 공개된 기념 영상에는 왼쪽에는 차이 전 총통, 오른쪽에는 라이 총통의 모습을 편집해 함께 넣었다. 두 사람이 함께 걷거나 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 등도 보여주며 정권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차이 전 총통은 라이 총통 부부를 총독부로 맞이할 때부터 1시간가량 함께했다. 이후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도 모든 청중에게 중계됐다. 취임식 단상에 올라 전현직 총통들이 함께 환호를 받는 순간에 샤오메이친 부총통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 만찬엔 대만 가정식 요리와 대만에서 만들어 세계에서 유행한 버블 밀크티 등 8가지 메뉴가 제공됐다. 라이 총통이 고향인 타이난에서 즐겨 먹던 ‘고구마 금귤롤’과 대만 소수민족의 요리에서 착안한 소스가 가미된 요리도 마련됐다. AFP통신은 “중국 본토와 다른 대만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전했다. 이날 취임식엔 51개국의 대표단을 포함해 해외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미국은 브라이언 디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전직 관리로 대표단을 구성했고, 일본은 여야 의원 37명이 포함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보냈다. 한국은 이은호 주타이베이 대표부 대표가 참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취임식 직전 성명을 통해 “라이 총통과 정치 전반에서 협업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축하했으며,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대만 우정이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이 20일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광부 아들로 자수성가한 그는 스스로를 ‘독립 운동가’로 규정할 만큼 반(反)중국 성향이 강하다. 같은 집권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6년과 비교할 수 없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격화됐고, 이에 따른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도 고조된 환경에서 취임하는 것이다. 라이 당선인은 연일 군사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상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품은 반도체 업계도 지켜야 한다. 그는 이를 고려한 정책 방향을 주요 장관직 인사를 통해 제시했다. 경제 수장에는 첫 반도체 업계 출신을 선임해 주축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고, 외교안보에서는 중국의 대만 흡수 통일에 사실상 반대하는 ‘현상 유지’ 기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中, 총통 취임 앞 항공모함 항해로 위협 중국 국방부는 라이 당선인의 취임을 나흘 앞둔 17일 예사롭지 않은 군사 위협을 가했다. 항공모함 푸젠함의 시험 항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푸젠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해 건조한 최초의 전자식 사출형 항공모함이다. 갑판에서 전투기를 쏘아올리는 방식으로 더 많은 전투기를, 더 자주 날려 보낼 수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꼽힌다. 배 이름도 대만을 마주 보는 중국 남동부 푸젠성에서 땄다. 중국이 라이 당선인의 취임식 직전 푸젠함의 시험 운행 결과를 공개한 것은 대만은 물론 미국에도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푸젠함의 시험 운행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도 “항공 모함 건조는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 건군 100년 겸 자신의 세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 당선인 집권 기간 중에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AFP통신은 17일 “시 주석은 대만 점령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만과 미국 등 관련국들은 중국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TSMC 최대 협력사 CEO, 경제장관 발탁 새 내각 인선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던 경제부장(장관)에 지명된 궈즈후이(郭智輝·71)다. 그는 TSMC에 반도체 웨이퍼 등 각종 장비 및 소재를 납품하는 최대 협력사 충웨(崇越)그룹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업계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그의 지명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대만의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궈 지명자는 20대 시절 무역회사 직원으로 일했고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1980년대 대만 최고 부호로 꼽히는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의 일본 출장 당시 통역 겸 운전기사로 동행했다. 라이 당선인은 궈 지명자를 비롯해 경제 고위급 6명 중 5명을 정치 이력이 없는 산업계 출신, 학자 등으로 인선했다. 민진당 관계자는 대만중앙통신에 “1기 경제 내각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때 대만의 기본을 확고히 하고 새 국면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에 방점을 뒀다. 린자룽(林嘉龍) 외교부장 지명자는 미 예일대 박사 출신으로 민진당 핵심 인사로 꼽힌다. 미 오하이오대 박사 출신으로, 주미 대사관 격인 대만대표부 대표를 지낸 우자오셰(吳釗燮) 현 외교부장은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으로 이동한다. 구리슝(顧立雄) 국방부장 지명자는 과거 NSC 비서장 시절 강경한 반중 성향으로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이 20일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광부 아들로 자수성가한 그는 스스로를 ‘독립 운동가’로 규정할 만큼 반(反)중국 성향이 강하다. 같은 집권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첫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6년과 비교할 수 없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격화됐고, 이에 따른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긴장도 고조된 환경에서 취임하는 것이다. 라이 당선인은 연일 군사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상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품은 반도체 업계도 지켜야 한다. 그는 이를 고려한 정책 방향을 주요 장관직 인사를 통해 제시했다. 경제 수장에는 첫 반도체 업계 출신을 선임해 주축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고, 외교안보에서는 중국의 대만 흡수 통일에 사실상 반대하는 ‘현상 유지’ 기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中, 총통 취임 앞 항공모함 항해로 위협중국 국방부는 라이 당선인의 취임을 나흘 앞둔 17일 예사롭지 않은 군사 위협을 가했다. 항공모함 푸젠(福建)함의 시험 항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푸젠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해 건조한 최초의 전자식 사출형 항공모함이다. 갑판에서 전투기를 쏘아올리는 방식으로 더 많은 전투기를, 더 자주 날려 보낼 수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꼽힌다. 배 이름도 대만을 마주보는 중국 남동부 푸젠성에서 땄다. 중국이 라이 당선인의 취임식 직전 푸젠함의 시험 운행 결과를 공개한 것은 대만은 물론 미국에도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푸젠함이 대만 위협 등 특정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번 시험 항해 성공으로 양안 평화를 더욱 확실하게 했다”라고 과시했다. 미국 등 서방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 건군 100년 겸 자신의 세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 당선인 집권 기간 중에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AFP통신은 17일 “시 주석은 대만 점령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만과 미국 등 관련국들은 중국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TSMC 최대 협력사 CEO, 경제장관 발탁새 내각 인선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던 경제부장(장관)에 지명된 궈즈후이(郭智輝·71)다. 그는 TSMC에 반도체 웨이퍼 등 각종 장비 및 소재를 납품하는 최대 협력사 충웨(崇越)그룹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업계 경력만 30년을 넘는다. 그의 지명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대만의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궈 지명자는 20대 시절 무역회사 직원으로 일했고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1980년대 대만 최고 부호로 꼽히는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의 일본 출장 당시 통역 겸 운전기사로 동행했다. 라이 당선인은 궈 지명자를 비롯해 경제 고위급 6명 중 5명을 정치 이력이 없는 산업계 출신, 학자 등으로 인선했다. 민진당 관계자는 대만중앙통신에 “1기 경제 내각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때 대만의 기본을 확고히 하고 새 국면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에 방점을 뒀다.린자룽(林嘉龍) 외교부장 지명자는 미 예일대 박사 출신으로 민진당 핵심 인사로 꼽힌다. 미 오하이오대 박사 출신으로, 주미 대사관 격인 대만대표부 대표를 지낸 우자오셰(吳釗燮) 현 외교부장은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으로 이동한다. 구리슝(顧立雄) 국방부장 지명자는 과거 NSC 비서장 시절 강경한 반중 성향으로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방문 둘째날인 17일에 하얼빈을 찾아 양국의 경제·군사 협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미국은 “양손에 떡을 쥘 순 없다(can‘t have its cake and eat it too)”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과거 러시아의 조차지(租借地)였던 하얼빈은 러시아 양식 건물이 즐비하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헤이룽장성의 행정 수도로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곳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군사대학인 하얼빈공업대학(HIT)도 방문했다.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계2차대전 당시 중공군과 함께 싸우다 숨진 소련군 전사자 기념비에 헌화하며 하얼빈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제8회 ‘러시아-중국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그는 “참가자들은 양국의 막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서면 축사에서 “이 박람회는 양국 경제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화답했다.2004년 시작된 엑스포는 해마다 양국이 번갈아 개최해왔다. 올해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1400개 이상 기업이 참가했으며, 최근 러시아와 우르라이나 전쟁에서 주목받은 무인기(드론)도 전시됐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중러 과학자들이 개발한 소형 ‘나비’ 드론은 공중에 던지면 내부 칼날이 날개처럼 펼쳐지는 형태”라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서방 제재에 맞서 협력하고 있단 사실을 부각시켜 노력했다. 그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우리의 전략적 동맹이 계속 강화될 것을 확신한다”며 “러시아는 중국 기업과 도시에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미국은 양국의 협력 강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논평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도와) 유럽 안보 위협을 부추기면서, 유럽 등과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북한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중-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가 북한의 불안정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되레 한반도 긴장 고조를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같은 미국의 도발 탓으로 돌린 것이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관세 폭탄’ 등으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재를 겪고 있는 러시아의 정상은 이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국제사회에 밀착을 과시했다. 특히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미국에 맞설 안보협력체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냈다.● 習 “오랜 친구”, 푸틴 “우리 협력은 견고”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내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중국 국빈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러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며 “중국은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좋은 이웃, 친구, 동반자가 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은 기회주의적이지 않고, 누군가를 해하지도 않는다”고 화답했다. 미국이 패권을 추구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단어 7000개 분량의 공동성명에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바꾸려는 미국의 패권적 행위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략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하며 “남중국해의 안정 문제에 대한 역외 세력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 안보협력체에 맞서 새로운 안보협력체를 만들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에 대해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폐쇄적인 군사정치 동맹에 속하지 않는,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美 주도 제재에 맞서 ‘경제 연대’ 강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적 연대’에도 방점을 찍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자동차 생산 능력을 칭찬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밀어내기’식 헐값 수출을 문제 삼아 14일 중국산 전기차 등에 100%에 이르는 ‘관세 폭탄’을 부과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날 회담에도 외교·안보수장뿐 아니라 경제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드르 노바크 에너지·경제 지원·제재 부총리와 러시아 금융시장을 통제하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 등이 나왔고, 중국에서는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딩쉐샹(丁薛祥) 상무부총리 등이 함께했다. 두 정상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 다자기구들이 정치화됐다”면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김이 큰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비시장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외교무대에서 두 나라가 공조 강화를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7개월 만에 중국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현지 음식과 중국 전통주 등으로 극진하게 대접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는 베이징덕 오리구이, 전복 소스를 곁들인 야채, 농어를 넣은 새우죽 등이 나왔다. 또 중국 전통주인 마오타이주가 곁들여졌다. 만찬장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악대는 러시아 군가 등도 연주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북한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중-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가 북한의 불안정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되레 한반도 긴장 고조를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같은 미국의 도발 탓으로 돌린 것이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관세 폭탄’ 등으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재를 겪고 있는 러시아의 정상은 이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국제사회에 밀착을 과시했다. 특히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미국에 맞설 안보협력체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냈다.● 習 “오랜 친구”, 푸틴 “우리 협력은 견고”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내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중국 국빈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러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며 “중국은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좋은 이웃, 친구, 동반자가 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은 기회주의적이지 않고, 누군가를 해하지도 않는다”고 화답했다. 미국이 패권을 추구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단어 7000개 분량의 공동성명에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바꾸려는 미국의 패권적 행위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략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하며 “남중국해의 안정 문제에 대한 역외 세력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 안보협력체에 맞서 새로운 안보협력체를 만들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에 대해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폐쇄적인 군사정치 동맹에 속하지 않는,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美주도 제재에 맞서 ‘경제 연대’ 강조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적 연대’에도 방점을 찍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자동차 생산 능력을 칭찬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밀어내기’식 헐값 수출을 문제 삼아 14일 중국산 전기차 등에 100%에 이르는 ‘관세 폭탄’을 부과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이날 회담에도 외교·안보수장뿐 아니라 경제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경제 지원·제재 부총리과 러시아 금융시장을 통제하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 등이 나왔고, 중국에서는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딩쉐상(丁薛祥) 상무부총리 등이 함께 했다.두 정상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 다자기구들이 정치화됐다”면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맞게 개혁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김이 큰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비시장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외교무대에서 두 나라가 공조 강화를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7개월 만에 중국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현지 음식과 중국 전통주 등으로 극진하게 대접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는 베이징덕 오리구이, 전복 소스를 곁인 야채, 농어를 넣은 새우죽 등이 나왔다. 또 중국 전통주인 마오타이주가 곁들여졌다. 만찬장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악대는 러시아 군가 등도 연주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6, 17일 양일간 중국을 방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단독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중국을 추켜세웠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타국 이익을 해치는 신(新)식민지적 수법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역대 최고 수준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현명한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미국이 관세 인상 등 대(對)중국 무역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밀착해 이런 미국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7일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택한 것에 대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의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때문”이라며 “양국 수교 75주년이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인 올해는 양국 모두에 특별한 해”라고 밝혔다. 그는 “서방 국가는 누구와 친구가 되고 협력할 수 없는지를 결정할 권리를 스스로 부여했다”면서 “각국의 발전 모델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주권적 이익도 무시했다”며 미국에 날을 세웠다.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거짓, 위선, 조작에 기초해 현재 질서를 강요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이 중국 철학과 무술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자신의 가족이 중국에 매료돼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는 “러시아를 포함해 모든 분쟁 당사국의 이해관계가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향해 “러시아에는 1만6000건의 불법적인 제재를 부과하면서 우크라이나에는 자금과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맞섰다. 그는 러시아를 세계 4대 경제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공개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첫날인 16일 수교 75주년 기념 공연을 관람한 뒤 시 주석과 만찬을 포함한 비공개 회담을 갖기로 했다.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도 별도로 만나 경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對)중국 관세 인상 경쟁에 나서면서 전 세계 무역이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공약이 허술하다며 “내가 더 강도 높은 정책을 펼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중국은 맞보복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고, 이 같은 움직임이 유럽 등으로 번질 조짐도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14일(현지 시간) 중국산(産) 전기차, 범용 반도체, 배터리 등에 대한 관세를 최소 2∼4배 올리겠다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이 모든 제품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전 세계가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했다”며 “이는 ‘경쟁’이 아니라 ‘반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중국을 오랫동안 먹여 살렸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등에서 생산된 중국 제품이 무관세 혜택을 받고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까지 막겠다며 미국·멕시코·캐나다 3개국의 ‘자유무역협정(USMCA)’ 개정을 요구할 뜻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중국이 지금 미국의 ‘점심(lunch)’을 뺏어 먹고 있다”면서 “바이든은 전기차보다 더 많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재집권하면 중국의 무역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줄곧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15일 “세계에서 가장 전형적인 횡포이자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며 “미국의 일부 인사가 자기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이성을 잃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미국발(發) 관세 인상 움직임은 전 세계에 보호무역주의 ‘도미노’ 현상을 부를 수 있다. 올해 주요7개국(G7)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잔카를로 조르제티 경제장관은 14일 “유럽도 미국처럼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대중 관세를 높였기에 중국의 과잉 생산 제품이 유럽으로 더 많이 몰려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중 관세 인상으로 한국 수출이 일시적인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 중국산 저가 제품 범람 등 우려해야 할 요인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관세폭탄 나비효과… “美 못간 中저가품 밀려올것” 유럽도 인상 논의[美中 관세전쟁, 불확실성 시대로]바이든정부 “中 우회수출도 차단”… 트럼프 “中, 美의 점심 뺏어먹어”美대선 앞두고 ‘中 때리기’ 경쟁공급망 충격파… 美동맹국도 타격, 전세계 ‘보호무역 도미노’ 우려 11월 미국 대선 무대에서 벌어진 중국산(産)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 경쟁이 미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세계 무역이 다시 불확실성 시대로 접어들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관세 인상 대상으로 삼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은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들이다. 그런 만큼 미국의 관세 인상과 중국의 맞불 가능성으로 인한 충격파가 미국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당장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중국의 우회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미국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 조치까지 예고했다. 이번 관세 인상 움직임이 미국과 중국을 넘어 다른 국가들로도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中 우회수출도 막자’ 규제 예고, 동맹도 충격파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4일(현지 시간) 중국이 관세를 피해 우회 수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타이 대표는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중국) 제품의 수입은 걱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USTR은 현재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지켜보라(stay tuned)”며 우회 수출 차단 조치 발표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카라 모로 USTR 수석고문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USTR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줄이는 방안을 멕시코와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장벽과 수출 규제를 피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인 USMCA를 맺은 멕시코에 생산시설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멕시코가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 된 것 역시 이 같은 우회 수출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멕시코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바이든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 당일 멕시코시티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픽업트럭을 출시했다. BYD가 해외에서 신차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이번 관세 인상에 더해 중국의 우회 수출까지 차단하면 미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 참여해 대미 무역흑자가 급증한 국가들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중국산 쓰나미’ 될라, 관세 인상 도미노 조짐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면 이에 막힌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유럽 등 다른 시장으로 밀려들 수 있다.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헐값 수출로 ‘제2의 차이나 쇼크’ 비상이 걸린 가운데 주요국에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조치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지프 웹스터 선임연구원은 14일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상당한 양의 중국산 저가 제품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갈 수 있다”면서 “유럽연합(EU)이 신속하게 관세를 올리지 않으면 중국산 홍수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EU는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반(反)보조금 조사를 하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이르면 이달부터 예비 관세를 부과하고, 대다수 회원국의 참여가 필요한 영구 관세를 11월에 부과할 수 있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EU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15일 미국의 급격한 관세 인상에 대해 “이성을 잃었다”며 반발했다. 왕 부장은 “미국은 자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고 국제 산업·공급망의 정상적인 운영에 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중미 관계가 미국 국내 정치의 희생양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6, 17일 양일간 중국을 방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단독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중국을 추켜세웠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타국 이익을 해치는 신(新)식민지적 수법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역대 최고 수준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현명한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미국이 관세 인상 등 대(對)중국 무역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밀착해 이런 미국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7일 다섯번째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택한 것에 대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의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때문”이라며 “양국 수교 75주년이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인 올해는 양국 모두에 특별한 해”라고 밝혔다. 그는 “서방 국가는 누구와 친구가 되고 협력할 수 없는지를 결정할 권리를 스스로 부여했다”면서 “각국의 발전 모델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주권적 이익도 무시했다”며 미국에 날을 세웠다.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거짓, 위선, 조작에 기초해 현재 질서를 강요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자신이 중국 철학과 무술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자신의 가족이 중국에 매료돼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는 “러시아를 포함해 모든 분쟁 당사국의 이해관계가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향해 “러시아에는 1만6000건의 불법적인 제재를 부과하면서 우크라이나에는 자금과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맞섰다.그는 러시아를 세계 4대 경제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공개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첫날인 16일 수교 75주년 기념 공연을 관람한 뒤 시 주석과 만찬을 포함한 비공개 회담을 갖기로 했다.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도 별도로 만나 경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은 대만이나 북핵, 탈북민 강제 북송 등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선 여전히 인식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1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전날 회담에서 “중한(한중)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익 충돌이 없고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의 경지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내용은 전날 회담 이후 나온 우리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없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발언에 반발하는 등 우리 정부의 대만 문제 언급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왔다. 왕 부장의 대만 관련 발언은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반하는 입장을 내지 말라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외교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회담에서 북한이 위협적 도발을 이어가고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또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지 않도록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도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보도자료에 이 내용은 넣지 않았다. 조 장관은 14일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 대응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이 과거보다 약해졌고 이로 인해 한국 정부가 중국에 거는 기대 수준도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기대하는 역할이 있는데 못 미치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을 얘기했고 왕 부장도 그 나름대로 논리를 갖고 설명했다. 동의는 서로 못 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과 관련해선 “양국 정상 간 상호 방문 필요성이 있다는 수준으로 언급했다”고 밝혔다. 한중 양국 모두 자료에 이를 담진 않았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중 관계에서) 난관이 있더라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도 “최근 중한(한중)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현저히 늘어난 건 쌍방의 공동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이 원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왕 부장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양국 수교의 초심과 선린·우호의 방향, 상호 협력의 목표를 견지하고, 간섭을 배제한 채 마주 보며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중 협력을 위해 미국 간섭을 배제하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한반도를 중심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강화되는 가운데, 한중 외교 수장은 이날 만나 양국 관계가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26, 27일 한중일 정상회의가 최종 조율되고 있는 만큼, 경색된 양국 관계가 이번 장관 회담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 장관은 이날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속해서 협력해가기로 했다. 한국 외교 수장의 베이징 방문은 2017년 11월 이후 6년 반 만이다.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지난 몇 년간 악화된 양 국민의 상호 인식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선 역지사지 자세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대외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하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한미, 한미일 관계가 강화된다고 한중 관계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또 조 장관은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협조도 요청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탈북민들을 대규모로 강제 북송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북한이 위협적 언사와 각종 도발을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우려를 표했다. 이에 왕 부장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조 장관은 이날 고위급을 포함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왕 부장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앞서 조 장관은 1월 취임 후 약 한 달 만인 2월 6일 상견례를 겸한 통화에서 왕 부장으로부터 방중 초청을 받은 바 있다. 왕 부장은 이번 조 장관의 초청에 대해선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했다.양국은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등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소통을 해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은 특히 우리 기업의 투자환경 보장 등 기업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중국의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분양사무소 개장 첫날부터 아파트가 200채나 계약됐습니다.” 12일 중국 베이징 남부 다싱(大興)구의 한 아파트 분양사무소. 주말을 맞아 아파트 매매 계약을 원하는 이들이 몰려들자 사무소 관계자는 신이 난 듯 성과를 자랑했다. 이달부터 베이징 외곽에 해당하는 5환 도로(도시순환도로) 지역 주택의 구매 조건이 완화되자 분양사무소들도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수 침체의 원흉으로 꼽혔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힘입어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의 30%나 차지해 여기서 돈이 돌아야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달 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부동산 경기 둔화의 해법을 ‘공급’이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언급하며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준 것으로 읽히고 있다. 다만 이달 들어 주택 판매 건수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본격적인 반등이라고 보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매 제한 풀리자 신규 아파트 계약 쇄도 이날 다싱구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 단지는 베이징 외곽에 들어선다. 대형 국영기업인 화룬즈디(華潤置地·CR Land)에서 공급하고, 지하철 베이선수(北神樹)역을 낀 ‘초역세권’ 아파트다. 쇼핑몰까지 함께 있다 보니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다. 이날 개장 시간 전부터 분양사무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133㎡ 짜리 1채(약 16억 원)를 계약한 50대 남성은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새 아파트에서는 우리 부부와 아이들만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판매 직원 쉬진링(徐金玲) 씨는 “오늘 계약한 고객은 대부분 베이징에 이미 집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당국은 2011년부터 베이징 후커우( 戶口·호적)를 보유한 기혼 가구에는 최대 2채, 독신 가구에는 최대 1채의 집만 사도록 규정했다. 중국 전역에서 베이징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국은 13년 동안 엄격히 유지했던 이 제도를 지난달 말 완화했다. 베이징 핵심은 아니지만 5환 도로 밖 주택에는 기혼과 독신 가구 모두 각각 1채 씩 추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다싱구, 창핑(昌平)구, 순이(順義)구 등 주요 외곽 지역에서는 부동산 매수 심리가 눈에 띄게 살아나고 있다. 항저우, 시안 등 일부 대도시는 아예 주택 구매 제한 규정을 모두 해제할 뜻을 밝혔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반등을 논의하긴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1∼5일 노동절 연휴 동안 평균 주택 판매 건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오히려 30% 줄었다. 전문가들은 매수 심리 회복을 위해 주택 구입 보조금 지급 등 추가 대책을 주문한다.● 中 CPI 3개월째 상승 중국 내수 시장도 서서히 기지개를 펼 조짐을 보인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올랐다. 2∼4월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종종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던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관영 중국증권보는 “당국이 올 2분기(4∼6월) 안에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지급준비율을 낮추면 시장에 돈이 풀려 경기 부양에 도움을 준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1조 위안(약 190조 원)의 장기 채권을 팔아 정부 지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4배인 10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미국, 한국,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먼저 무역장벽 높이기에 시동을 건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4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14일 예정된 대중 관세 발표에서 전기차 외 중국산 광물, 배터리,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 상향도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정책에 대해 수년간 검토한 뒤 내놓는 조정안이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崛起)’가 6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위협으로 부상하면서 더 확실한 견제책을 내놓으려는 의지로 보인다. ● 싸도 너무 싸다… 머스크도 경고 사실 중국 전기차는 아직 미국에 진출도 못 한 상태다.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수입차에 대한 관세 2.5%에 더해 중국 전기차에는 관세 25%가 별도로 붙기 때문이다. 2022년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중국에서 제조된 전기차뿐 아니라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약 102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도 못 받는다. 하지만 중국이 파격적 저가 전기차 생산에 나서자 미 자동차 업계 내 경고음이 커졌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중국 BYD의 소형 전기차 ‘시걸’의 가격은 1만 달러(약 1370만 원) 안팎이다. 반면 미국에서 가격대가 낮은 축인 제너럴모터스(GM)의 소형 전기차 ‘셰보레 볼트’는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아도 2만 달러(약 2740만 원)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월 실적 발표에서 “(중국과) 무역장벽을 세우지 않으면 전 세계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거의 무너뜨릴 것(demolish)”이라고 말했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CEO도 중국 저가 전기차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내수 부진 속에 전기차 수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미 산업계 우려를 키웠다. 웬디 커틀러 전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관세 인상과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바이든 행정부는 미 자동차 산업이 중국 공세에 사실상 멸종된 태양광 산업과 같은 운명을 겪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과 같은 고율 관세 정책을 검토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美 대선 앞 무역전쟁 확대 예고 미국은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시간주 등 경합주 표심을 고려해 중국과 전기차 무역전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중국 철강에 대한 고강도 관세를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내가 11월 대선에서 패배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이 ‘피바다’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의 무관세 적용을 받는 멕시코에서 제조되는 중국산 전기차에도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의 전기차 공세에 대한 대응에서만큼은 초당적 움직임인 셈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기’를 공약했지만 재집권하더라도 IRA에 따른 보조금 정책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 “IRA로 이미 미국인 10만 명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이런 규칙은 수정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보복’을 시사하며 반발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중국은 자국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2018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짐 어코스타 CNN 기자의 기자회견 설전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당시 어코스타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편한 기색을 역력하게 내비친 이민자 이슈를 끈질지게 질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만하면 됐다(That’s enough)” “앉으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다른 언론에 질문을 넘기려고 해도 개의치 않고 질문을 던졌다. 한 백악관 인턴은 마이크를 뺏으려고 시도했지만 그는 이를 저지하고 끝까지 말을 이어갔다.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선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한 질문이 각각 단 한 번씩만 나왔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였지만 추가 질문 기회도 없었다. 최근 불거진 ‘비선 논란’ 등은 아예 회견에서 언급도 안 됐다. 그 대신 4개의 카테고리(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안에서 질문들이 순서대로 백화점식으로 이어졌다. 이번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계기로 또다시 ‘맥 빠진’ 기자회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대통령 기자회견은 연례행사나 이벤트처럼 간헐적으로 열리는 만큼, 국민적 관심도와 무관하게 다양한 주제가 망라된다. 기자회견의 구조 자체가 대통령과 기자 간 설전(舌戰)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는 것. 그렇다 보니 매우 민감한 현안이라도 치열한 ‘티키타카’(말을 주고받기) 대신 대통령이 적당히 겉만 훑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이런 기자회견 관행은 사실 쭉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제라도 형식에 얽매이는 회견이 아닌, 국민을 대신한 기자들과 쌍방향 소통 기회가 보장되는 회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日, 예산 회견때 비자금 질문 세례… 佛선 국내외 이슈 난상토론 韓 대통령 회견 문제점대통령 동문서답에 추가 질문 못해 金여사-채 상병 궁금증 못풀어美선 핵심사안 끈질기게 문답연례 이벤트성 회견도 소통 한계9일 윤석열 대통령은 72분 동안 기자회견을 이어갔고, 총 20개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최근 가장 관심이 쏠린 정치 현안 관련 질문은 8개에 불과했다. 대통령실이 질문 분야를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4가지 카테고리로 기계적으로 나눈 뒤 시간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핵심 이슈였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선 직접적인 질문이 1개에 그쳤다. 그마저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대통령님께서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서 질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입장을 부탁드리겠다”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당시 채 일병 순직 사고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장관에게 질책을 했다”고만 했다. 이렇게 동문서답으로 들릴 법한 답변을 했지만 이를 물고 들어갈 질문 기회는 다시 없었다. 기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가야 하지만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중간에 흐름을 끊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김 여사 의혹 등에 궁금증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거의 지금 30분째 다 됐다”며 “외교안보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고 한 것. 이어 외신기자들로부터만 외교안보 관련 질문을 받았고, 결국 채 상병 의혹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의 시원한 답변을 들을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미일정상회담 기자회견서 ‘총기 규제’ 질문 쏟아져 이런 우리 기자회견 문화와 가장 대조적인 곳이 미국이다. 2022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의 경우 2시간가량 진행됐지만 질문은 당시 가장 큰 관심사인 고물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치솟는 물가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연방준비제도가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모두 발언까지 했지만 현장에선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등 질문이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위협이 나옴에도 아직 냉전이라 생각하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배제할 생각이냐” 등 전쟁 관련 질문을 번갈아가며 이어갔다. 2021년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총리가 대(對)중국 전략과 관련한 양국 합의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첫 질문자로 선정된 AP통신 기자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었던 ‘총기 규제의 진정성’에 대해 물었다. 산케이신문에 이어 세 번째 질의에 나선 로이터통신 역시 “이란과의 회담 추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했다. 일각에선 타국 정상을 옆에 세워 둔 채 미국 내정 관련 질문만 쏟아낸 것이 예의가 아니란 지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국민을 대신해 기자들이 관심사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백악관 역시 이런 자유로운 질문들을 제지하지도 회피하지도 않았다. 결국 우리 대통령도 설화(舌禍)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기자회견에 나서고, 질문 형식·분야도 최대한 국민적 관심사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맹탕’ 기자회견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질문에 대한 즉답 없이 회피하거나 초점이 다른 답변을 했다는 건 문제”라며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처럼 기자들이 추가 후속 질문을 할 기회가 한국 기자회견엔 없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연례행사처럼 이벤트성 기자회견… 소통 어려워 우리 대통령 기자회견이 언제 또 열릴지 모르는 이벤트처럼 되면서 쌓인 현안에 비해 한정된 시간 등으로 충분한 소통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기자회견이 연례행사처럼 열리면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참모를 통해 대부분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기자회견이 열리면 형식에 크게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한국보다 더 경직된 취재 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 총리 기자회견에선 국민적 관심사를 자유롭게 질문한다. 앞서 3월 28일 열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신년 예산안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기시다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기자회견의 주제에 맞춰 “30년 만에 디플레이션을 벗어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았다”며 장밋빛 경제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언론이 던진 질문 가운데 경제 관련은 3개밖에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 우선권을 가진 간사단도 두 번째 질문부터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참패가 예상된다”며 “자민당 내에서도 선거에서 지면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올 1월 언론인 약 400명을 엘리제궁으로 초대해 2시간 19분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엘리제궁은 기자회견에 앞서 국내 이슈와 정치 관련 이슈, 국제 이슈 등 3개 분야로 질문해 주길 권장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이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난상 토론’ 하듯 질문과 답이 오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5년 전의 무자비한 폭격을 잊지 않겠다. 역사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유럽 3개국(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 동유럽의 친(親)중국 국가 세르비아를 찾았다. 25년 전인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소속 미 공군기의 주세르비아 중국대사관 폭격 사건이 있었던 그날이다. 시 주석은 이날 현지 언론 ‘폴리티카’ 기고문을 통해 이 폭격 사건을 거론하며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의 과오를 끄집어내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유럽 각국을 향해 ‘미국 대신 중국과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세르비아는 중국과 러시아의 우방이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지난해 10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도 했다.● 25년 전 참사 거듭 거론 미 공군기의 주세르비아 중국대사관 폭격 사건은 1999년 코소보 전쟁 때 벌어졌다. 당시 세르비아는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등과 함께 옛 유고슬라비아에 속해 있었다. 유고슬라비아 내 다수 세력이던 세르비아계는 무슬림인 알바니아계가 많은 코소보의 자치권 요구를 무력 진압했다. 그러자 나토가 알바니아계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전쟁에 개입했다. 당시 미국 주도의 나토군이 유고슬라비아 전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중국대사관까지 피해를 당했다. 이 사고로 중국 언론인 3명이 죽고 세르비아인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국은 ‘오폭’이라고 했지만 중국은 ‘조준 폭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전역에서 반미 시위도 벌어졌다. 결국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이 ‘비극적 실수’라고 사과했다. 시 주석은 2016년 6월 세르비아를 방문했을 때 폭격을 당한 옛 중국대사관 터를 찾았다. 폭격 후 중국문화원 건물이 새로 들어섰고 추모비도 건립됐다. 당시만 해도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기 전이라 폭격 자체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고 “패권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도의 메시지만 냈다. 이번 방문을 앞두고는 현지 언론 기고를 통해 “노골적인 나토의 폭격”이라며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 또 “중국과 세르비아는 양국 인민의 피로 맺어진 우정을 갖고 있다”며 세르비아도 당시 나토군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화답하듯 8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25년 전 우리와 함께 있었고, 높은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나토에 ‘중국에 대한 역사적 빚’을 상기시키면서 더 이상 중국 문제에 개입하거나 아시아로 확장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으로 전 세계 안보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아닌 중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다극 질서’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다.● 대통령 영접-제트기 호위 ‘극진 대접’ 세르비아는 8년 만에 다시 자국을 찾은 시 주석을 극진히 대접했다. 7일 시 주석의 전용기가 영공 내에 진입하자 미그-29 제트기 편대가 전용기를 베오그라드 국제공항까지 호위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늦은 밤 공항에 직접 나가 활주로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영접했다. 베오그라드 시내 곳곳에는 오성홍기가 걸렸다. 부치치 대통령은 중국을 ‘세르비아의 강철 같은 친구’라고도 추켜세웠다. 현지 언론 노보스티에 따르면 부치치 대통령은 8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친구 그 이상이기 때문에 대만에 관해 질문을 받을 때 우리의 대답은 항상 간단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핵심 중 핵심 이익’이라고 말하는 대만 문제에서 ‘대만은 중국의 것’이라며 중국 친화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시 주석도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역사적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앞서 3월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된 정재호 주중국 대사에 대해 외교부가 징계할 사안은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7일 전해졌다. 대사관에 파견된 주재관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정 대사가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은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외교부는 정 대사에 대해 구두 주의 조치만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정 대사에 대한 자체 감사에 나선 결과, 정 대사는 주재관 교육 과정에서 “주재관들이 문제다. 사고만 안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대사관 현지 조사 등을 통해 이런 취지로 발언했다는 다수의 증언을 확보했다는 것. 다만 외교부는 정 대사가 말실수를 한 것으로, 발언 수위를 감안해도 징계 조치까지 취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는 감사에서 “협박성 발언을 한 적은 없고 주재관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제 마음과 달라 안타깝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외교부는 조만간 장관 명의로 정 대사에 대해 구두 주의 조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조치는 사안이 경미한 경우 내리는 것으로 인사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선 외교부가 자체 감사로 오히려 정 대사에게 면죄부만 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정 대사가 지난해 9월 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경일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홍보 부스 설치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는 제보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이번에 청탁금지법 위반은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져졌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홍보 비용을 내고 행사에 참여한 만큼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외교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사는 취임 이후 수차례 현지 특파원 등과의 관계에서 ‘불통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선 이번 감사 과정에서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는 2022년 8월 취임 이후 자신의 개인적인 발언을 실명 보도했다는 이유로 특파원 정례 간담회에서 1년 넘게 현장에선 질문을 받지 않은 바 있다. 또 ‘갑질 의혹’ 보도 한달 뒤인 지난달 29일에는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대사관 취재 시 24시간 전에 사전 허가를 받으라고 특파원단에 공지하기도 했다. 정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로,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현 정부 초대 주중 대사로 취임했다. 주중 대사는 미중일러 4강 대사 중 한 자리로, 과거 정치인이나 고위급 외교관들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학계에만 수십 년간 몸담았던 정 대사가 임명되자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 대사는 올 1월 휴가차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남을 갖기도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유럽은 중국 강대국 외교의 중요한 방향이자,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동반자다.” 5년 만에 유럽 3개국(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순방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국가인 프랑스를 찾아 내놓은 메시지다. 그는 6일(현지 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3자 회담을 시작하기 전 유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전략적 관점’, ‘전략적 교류’, ‘전략적 협력’ 등 ‘전략적’이란 표현을 다섯 차례 반복했다. 중국과 유럽이 다른 체제로 갈등할 때도 있지만 서로의 이해에 맞게 전략적으로 손을 잡자는 ‘실용외교’를 주문한 셈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대중(對中) 제재망 흔들기에 본격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佛 드골 장군의 전략적 비전, 선견지명” 시 주석은 3자 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날의 세계는 새로운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유럽과 중국이 전 세계의 중요한 강대국으로 계속 함께 일하고 대화하고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신(新)냉전 구도에서 벗어나 유럽과는 우호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시 주석은 도착 첫날인 5일 프랑스 보수 일간지 르피가로에 기고를 통해서도 현대 프랑스의 국부(國父)로 평가받는 샤를 드골 초대 대통령의 ‘전략적 비전’을 추어올렸다. 그는 “60년 전 드골 장군은 전략적 비전을 갖고 신(新)중국과 수교를 결심했다. 선견지명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역사는 우리에게 최고의 스승”이라며 “평온과 거리가 먼 세계, 또다시 수많은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양국 수교를 이끈 정신으로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드골 장군이 냉전 시기에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지만 중국과 수교했듯, 프랑스와 유럽이 신냉전 속에서도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단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 기고에서 투자와 관련해 “중국의 일부 기업이 프랑스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며 “중국 정부는 더 많은 중국 기업의 프랑스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추가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 둔화로 투자가 목마른 유럽에 ‘당근’을 내놓은 것이다. 시 주석은 전날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하면서 이례적으로 ‘도착 연설문’을 서면으로 발표해 이번 순방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연설에선 “양국은 수교 이후 시종일관 상이한 사회 제도를 가진 국가가 평화공존·협력호혜하는 전범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중국도 이번 순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시 주석이 공항에서 영접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중국어 실력을 칭찬했고, 아탈 총리가 “1년간 중국어를 공부했다”고 답한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하며 양국의 유대를 드러냈다.● 정상회담 의제로 오른 ‘中 과잉생산’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는 앵발리드에서 의장대 사열, 중국 국가 연주 등 공식 환영 행사로 시 주석을 환대했다. 현지 언론들은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엘리제궁에서 만찬을 베푸는 등 나름대로 시 주석에 대한 최상급 환대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밀착에도 중국의 과잉생산과 보조금 살포에 따른 갈등을 비롯해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 앞에 놓인 주제는 만만찮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3자 회담 모두발언에서 회담의 주요 주제가 무역 갈등과 우크라이나 및 중동 사태 해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무역과 공정 경쟁의 조건, 투자, 조화로운 발전에 관해 논의하며 유럽과 중국 관계를 다룰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시 주석 앞에서 “유럽과 중국 간 실질적 경제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우리의 협력이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효과를 낳고 있다는 걸 입증하고자 한다”며 무역 갈등의 해결을 요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중국은 내수 부진으로 판매량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고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기차, 철강 등 보조금을 받는 중국산 제품의 과잉생산과 이로 인한 불공정 무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주중 한국대사관이 한국 언론 특파원을 대상으로 도입하려던 ‘취재 24시간 전 신청 및 허가제’를 철회하기로 했다. 정재호 주중 대사가 부하 직원에게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보도가 3월 나간 뒤 대사관이 해당 조치를 일방 통보하며 논란이 일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주중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6일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4시간 전 취재 신청을 요청한 조치는 철회한다”면서 “(정 대사가) 공관장 회의로 한국에 있느라 이번 건에 대해 상세히 챙기지 못해 혼란을 준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주중 대사관이 최상급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출입 시 사전 협의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3월 초 주중 대사관에 근무하던 한국인 주재관은 정 대사로부터 폭언을 당했다며 녹취 파일과 함께 외교부에 신고했다. 이에 외교부는 베이징에 조사팀을 보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중 대사관은 3월 28일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한 달 뒤인 4월 29일 ‘보안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대사관 취재 시 사전 허가를 받으라고 특파원단에 공지했다. 이를 두고 정 대사가 갑질 의혹과 관련해 언론을 피하기 위해 기자들의 대사관 출입 자체를 막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 대사는 갑질 의혹에 대해선 “폭언도, 욕설도 없었다”며 부인했지만 취재 제한 통보에 대해선 조치 철회 이후에도 공식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5일(현지 시간) 5년 만의 유럽 3개국(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순방을 시작했다. 미국이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은 데 이어 최근 과잉 생산을 문제 삼으며 관세 인상까지 압박하자 중국은 유럽을 적(敵)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중국 당국은 시 주석의 유럽 첫 순방국인 프랑스에서 6일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상 첫 대형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이를 외신기자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유럽과의 유화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미국이 유럽 국가들까지 끌어들여 서방의 대중(對中) 경제 제재망을 조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이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中 “우린 멀리 있어도 비슷” 佛에 구애“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작품에서 중국 문화가 당대 프랑스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3일 프랑스 좌파 운동의 아지트로 통하는 파리 ‘상호교류의 집’ 회의장. ‘중국과 프랑스 문명의 교류와 상호 풍요’ 학술회의 개막식에서 가오샹 중국사회과학원장이 양국의 친밀함을 강조했다. 중국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이 파리 도심에서 대형 학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사회과학원 측은 “양국은 민간 교류를 활성화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취지를 전했다.이른 아침부터 8시간 넘게 진행된 학회에선 참여자가 몰려 직원들이 의자와 자료를 추가로 조달하느라 바빴다. 주최 측은 중국 전통 간식을 곁들인 다과회도 열어 프랑스 참석자들을 환대했다. 10년간 중국 특파원으로 활동한 프랑스 원로 언론인은 “양국이 정치적 제약 속에서도 이런 학회를 열어서 놀랐다”고 했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친밀함을 부각시켰다. 홈페이지에는 ‘두 정상의 멋진 교류 순간’이란 제목으로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부터 지난해 4월 중국 광저우 정상회담까지 두 정상의 만남을 담은 영상 화보를 올렸다. 또 시 주석이 신년사를 발표할 때 배경으로 삼는 집무실 서가에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등 프랑스 고전을 소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中, 무역 갈등에 뿔난 유럽 달래기중국의 유럽 끌어안기는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며 코너에 몰린 중국이 유럽만은 ‘우군(友軍)’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지난해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올해 1월 중국의 프랑스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는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됐다.프랑스는 EU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편이라 시 주석으로선 마크롱 대통령의 마음을 사는 데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을 키워야 한다는 ‘전략적 자율성’을 주장하고 있어 미국의 대중 제재에서 느슨한 고리가 될 수 있다.마크롱 대통령도 프랑스를 찾는 시 주석을 자신의 할머니 집 근처인 프랑스 남서부 오트피레네 지역으로 초청해 개인적인 친밀함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프랑스 언론 프랑스24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 부친이 당 서기를 지낸 광둥성 광저우에 초청된 것에 대한 보답”이라며 “두 사람은 공식적 관계에 개인적 접촉을 더했다”고 보도했다.마크롱 대통령의 적극적 스킨십엔 프랑스 등 유럽이 한국처럼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상당하다는 현실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EU의 2위 무역 상대국이고, EU는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EU의 중국산 수입이 늘며 대중 무역적자는 2019년 1650억 유로(약 241조 원)에서 2023년 2910억 유로(약 425조 원)로 불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