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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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문학/출판74%
문화 일반7%
산업7%
생활/가정3%
국제사고3%
인사일반3%
사회일반3%
  • “너 탄핵 찬성이야, 반대야?” 교실서 묻는 요즘 아이들

    판서 소리뿐인 조용한 초등학교 교실. 앞문 틈으로 햄스터 한 마리가 들어온다. 한 아이가 뛰어나와 햄스터를 덥석 잡는다. 다른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절대 놓치지 마!” 교사도 흥분해서 햄스터를 가둘 도구를 찾는다. 햄스터를 잡아, 마침 눈에 띈 곤충채집통에 넣는다. 아무튼 그날 수업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이 창문가에 올려둔 햄스터, 그것만 쳐다볼 테니까. 도수영 작가의 신간 소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민음사)에 나오는 장면이다. 작고 귀여운 햄스터, 작고 귀여운 초등학생들…. 하지만 이들이 통제 가능하지 않다면 여전히 사랑스러울까? 초등교사로 15년간 일한 이력이 있는 도 작가는 소설에서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돌봄’의 선입견을 깬다. 그리고 작지도 않고 귀엽지도 않으며 통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진짜 돌봄의 이미지를 길어 올린다. 최근 전현직 교사들이 쓴 신간 3권이 잇달아 출간됐다. 그간 교육 현장에서 느낀 돌봄의 실상을 소설이나 인문교양서의 형태를 빌려 고백했다. 이들이 묘사하는 어린이들은 각자 자신의 기준과 생각에 따라 판단하고 욕망하고 행동하는 주체다.‘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에선 교사를 통제하길 원하는 학부모가 나온다. 소설에서 7년 차 초등교사로 재직 중인 ‘나’는 아동학대 조사관에게 아이들과 그 부모에 대해 진술한다. 이 교사의 진술은 교육 현장의 갈등이 곧장 법적 단계로 넘어가곤 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재작년 교실에서 안타깝게 돌아가신 젊은 선생님의 사건이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됐다”며 “현장의 많은 교사들이 짊어진 무력감을 조금이나마 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순수한 아이들’이란 통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인문교양서도 있다. 2013년부터 초등교사로 일하고 있는 오유신 작가의 ‘불순한 어린이들’(동녘)이다. 어린이에 대한 어른의 시선은 순수하고 무해한 어린이이거나 나쁘고 못된 ‘금쪽이’로 양분돼 있다. 하지만 오 작가는 “내가 본 어린이들은 순수함이나 ‘어린이다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며 “귀여워하거나 흐뭇해하는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어린이들의 진짜 얼굴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오 작가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은 교실에서 “너 탄핵 찬성이야, 반대야?”를 묻는다고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나 쓰는 용어를 쓰는 어린이도 있다. 어린이들은 사회의 어둠이나 병폐와 무관한 ‘무균실 속 존재’가 아니다. 그들이 생활하는 시공간 역시 어른과 다름없는 ‘지금 여기’이기 때문이다. 오 작가는 자신이 목격한 어린이들의 어두운 면을 생생히 보여주면서, 그것이 어른들이 만들고 유지해 온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짚는다. 청소년 소설 ‘열일곱의 사계’(자음과모음)를 통해 ‘선 밖’의 청소년들을 담아낸 설재인 작가 역시 5년 반 동안 고교 수학교사로 일한 이력이 있다.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은 쉽게 희망을 찾지 못한다. 설 작가는 “밝거나 희망찬 소설에서는 위안을 얻지 못해 어두운 서사만을 찾아 탐닉하던 어린 저를 닮은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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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캐드펠’이 수사가 된 이유 밝혀진다

    ‘장미의 이름’ 저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 작가”라고 상찬한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전 21권)가 완간됐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2세기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 추리소설이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에 번역 소개된 밀리언셀러로, 영국 BBC에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18년의 집필 끝에 1994년에 완성됐으며, 국내에선 1997년 처음 소개됐다. 시리즈는 고도의 지적 게임 같은 성격을 지니면서도 당대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과 내전을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까지, 중세 유럽의 사회적 배경과 정치적 갈등을 손에 잡힐 듯 섬세하게 담아낸 수작으로 이름났다. 특히 완간 3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인 이번 신간에는 국내 초역 단편 소설집인 ‘특이한 베네딕토회’가 추가로 포함됐다. 캐드펠이 어떻게 가톨릭 수사가 되었는지 의문을 풀어주는 단편소설 3편이 실렸다. 주인공이자 사건 해결을 주도하는 ‘탐정’ 캐드펠 수사는 완전무결한 순백의 성직자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갈등을 지닌 인물이다.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인 면모는 단순 사건 해결을 넘어 죄와 용서, 정의와 자비 등 삶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캐드펠 수사가 신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할 때마다 독자도 그 고뇌를 함께 느낄 수밖에 없다. 시리즈 12 ‘어둠 속의 갈까마귀’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서 가장 철학적이고 인간적인 미스터리를 담은 작품으로 꼽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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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적나라하게, 더 강렬하게… 더, 더, 더 나가고 싶었다”

    ‘나비들은 이미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위장과 자궁, 혈관과 항문까지 번져가고 있어.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몰아낼 수 있지? 어떻게 해야 해? 또 약을 먹어야 할까.’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환각에 빠진 여성이 있다. 37세 박지수. 그가 삼킨 건 나비 날개를 닮은 다이어트약 펜터민. 이른바 ‘나비약’이다. 타고난 몸피를 벗어나려는 발버둥과 악다구니.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11일 장편소설 ‘치유의 빛’(은행나무)을 출간한 강화길 소설가(39)는 흔히 ‘한국형 여성 고딕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불린다. 2020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았던 ‘음복(飮福)’ 등을 통해 가부장제 부조리에 노출된 여성 서사를 고딕 호러 스타일로 풀어내 왔기 때문이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이전에 쓴 작품들도 ‘적나라하다’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은 편인데, 더 나가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들어갔던 것보다 더 들어가서 더 깊은 어둠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한계선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작고 마른 몸으로 존재감 없던 15세 박지수는 어느 날 살이 붙더니 급속도로 거대해졌다. 이후 거식과 폭식을 반복하며 키 176cm에 체중 50kg을 유지하는 게 그의 유일한 관심사가 된다. 강 작가는 “왜 저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수의 절박함은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고통을 해결하고 싶어서 애쓰는데 보편적인 방법들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 절망감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더, 더, 더 들어가려 했다”는 말마따나 작가는 집요하게 강박을 묘사한다. 체중 때문에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대목에선 과연 강박을 초래한 게 지수인가 타인인가 묻는다. 어쩌면 아이에게 쏟아진 타인의 시선이 ‘사회적 감옥’을 만든 게 아닌가 질문하게 한다. 강 작가는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이 점점 강화되고 세분화되는 것 같다”며 “지수가 조금 빗나간 행동을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게 인물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따라가는 것”이라 설명했다. “요즘 아이돌들, 너무 아름답죠. 하지만 아이돌 역시 산업의 일부라는 것, 전문가들이 정교하게 계산하고 자금을 투입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소설에서 지수는 어느 날 오른쪽 날개뼈 아래쪽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통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수 없다. 마침 부위도 ‘날개’여서 환상통을 의심하게 한다. 강 작가는 “통증을 날개뼈 아래로 설정한 것도 손이 잘 닿지 않는, 거울로 보려 해도 잘 안 보이는, 누군가 봐줘야만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루키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작가는 자유로울까. 강 작가는 자신은 “늦게 깨달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20대 때 스모키 화장을 좋아했어요. 근데 누구나 한마디씩 하는 거예요. 너무 진하다고. 사람들은 참 무관심한데 관심 있는 것 같은 말을 잘해요. 내가 나를 사랑해줘야 한다는 것. 그걸 저도 많이 늦게 깨달은 것 같아요. 일찍 깨닫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라는 생각도 들고요.” 소설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가혹한 묘사들이 적지 않다. 강 작가는 “어차피 모두에게 이해받을 순 없다”며 “누군가 지수의 절박함에 공명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모두가 다 좋아하는 건, 특히나 제 소설이 그러면 이상하지 않을까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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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고난 몸피를 벗어나려는 여성…절박함에 공감할 수 있나요

    ‘나비들은 이미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위장과 자궁, 혈관과 항문까지 번져가고 있어.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몰아낼 수 있지? 어떻게 해야 해? 또 약을 먹어야 할까.’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환각에 빠진 여성이 있다. 37살 박지수. 그가 삼킨 건 나비 날개를 닮은 다이어트약 펜터민. 이른바 ‘나비약’이다. 타고난 몸피를 벗어나려는 발버둥과 악다구니.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11일 장편소설 ‘치유의 빛’(은행나무)을 출간한 강화길 소설가(39)는 흔히 ‘한국형 여성고딕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불린다. 2020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은 ‘음복(飮福)’ 등을 통해 가부장제 부조리에 노출된 여성 서사를 고딕 호러 스타일로 풀어내왔기 때문이다.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이전에 쓴 작품들도 ‘적나라하다’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은 편인데, 더 나가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들어갔던 것보다 더 들어가서 더 깊은 어둠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한계선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작고 마른 몸으로 존재감 없던 15살 박지수는 어느 날 살이 붙더니 급속도로 거대해졌다. 이후 거식과 폭식을 반복하며 키 176㎝ 에 체중 50㎏을 유지하는 게 그의 유일한 관심사가 된다. 강 작가는 “왜 저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수의 절박함은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고통을 해결하고 싶어서 애쓰는데 보편적인 방법들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 절망감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더, 더, 더 들어가려 했다”는 말마따나 작가는 집요하게 강박을 묘사한다. 체중 때문에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대목에선 과연 강박을 초래한 게 지수인가 타인인가 묻는다. 어쩌면 아이에게 쏟아진 타인의 시선이 ‘사회적 감옥’을 만든 게 아닌가 질문하게 한다.강 작가는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이 점점 강화되고 세분화되는 것 같다”며 “지수가 조금 빗나간 행동을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게 인물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따라가는 것”이라 설명했다.“요즘 아이돌들, 너무 아름답죠. 하지만 아이돌 역시 산업의 일부라는 것, 전문가들이 정교하게 계산하고 자금을 투입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소설에서 지수는 어느 날 오른쪽 날개뼈 아래쪽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통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수 없다. 마침 부위도 ‘날개’여서 환상통을 의심하게 한다. 강 작가는 “통증을 날개뼈 아래로 설정한 것도 손이 잘 닿지 않는, 거울로 보려 해도 잘 안 보이는, 누군가 봐줘야만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렇다면 우리는 루키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작가는 자유로울까. 강 작가는 자신은 “늦게 깨달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20대 때 스모키 화장을 좋아했어요. 근데 누구나 한마디씩 하는 거예요. 너무 진하다고. 사람들은 참 무관심한데 관심 있는 것 같은 말을 잘해요. 내가 나를 사랑해줘야 한다는 것. 그걸 저도 많이 늦게 깨달은 것 같아요. 일찍 깨닫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라는 생각도 들고요.”소설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가혹한 묘사들이 적지 않다. 강 작가는 “어차피 모두에게 이해받을 순 없다”며 “누군가 지수의 절박함에 공명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모두가 다 좋아하는 건, 특히나 제 소설이 그러면 이상하지 않을까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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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사들 책 추천편지 37통… 공통점은 ‘다정하다’

    “이 편지에서만큼은 ‘비평가처럼’ 말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말해도 될지요?”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독립서점 ‘책발전소’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민음사)을 추천하면서, 늦깎이 아빠가 된 뒤 “어떤 작품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됐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몇 페이지에선 결국 울고 만다”는 대목을 읽을 때면 마치 신 평론가와 사석에서 대화하는 느낌도 든다. 17일 발간된 신간 ‘같이 읽자는 고백’(이야기장수)은 소설가 김연수 정세랑 김초엽과 가수 장기하 등 명사들이 독자에게 보낸 책 추천 편지 37통을 모았다. 책발전소는 매달 명사 한 명이 꼽은 ‘인생 책’에 추천 편지를 동봉해 보내는 구독 서비스를 2020년부터 운영해 왔다. 명사 추천과 서점 추천을 포함해 5년간 배송한 책만 도합 10만 권. 책발전소 구독자만으로도 적지 않은 판매량이 되다 보니 ‘책발전소 한정판’ 표지를 만드는 출판사가 생길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이번 신간은 그간 구독자에게만 공개했던 편지를 모아 엮은 것이다.소설가 박상영은 2022년 11월 5쪽짜리 편지에서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두부’를 “내 삶의 각도를 바꾼” 책으로 꼽았다. 2009년 대학생 신분으로 어느 문학상에 투고할 당시, 심사위원이던 박 작가와 짧은 대화를 나눈 일화도 털어 놓았다. “제 작품에 ‘첫 응답’을 해준 사람이 박완서 작가님”이라는 게 그의 고백이다. 그처럼 ‘같이 읽자는 고백’엔 그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대목에서 울고 웃었는지가 담겨 있다.책발전소의 김소영 대표(전 아나운서)는 22일 통화에서 “원고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다정하다’는 것”이라며 “정말 사적인 이야기를 써 주신 분도 있고, 책 설명 대신 왜 이 책을 사랑하는지를 얘기한 분도 많다. 구독자들과 많은 책을 같이 읽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필진은 신간의 인세를 가출 청소년 쉼터 등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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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역의무 마친 BTS, 하반기 완전체 활동할듯

    “다소 침체기를 맞은 K팝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영국 BBC방송) 그룹 방탄소년단(BTS·사진)이 21일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의 소집해제를 끝으로 7명 전원이 병역 의무를 마쳤다. 이르면 올 하반기 BTS ‘완전체’ 활동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해외 언론들도 BTS의 복귀에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2023년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시작했던 슈가의 소집해제로, 멤버 진이 2022년 12월 입대하며 생겼던 BTS의 ‘군 공백’이 약 2년 6개월 만에 끝났다. 진과 제이홉은 지난해 6월과 10월, RM과 뷔는 이달 10일, 지민과 정국은 11일 각각 만기 전역했다. BTS가 언제부터 완전체 활동에 나설지는 명확하지 않다. 음악계에선 BTS가 앨범보단 팬들과 직접 만나는 투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제대한 제이홉 역시 전역 뒤 첫 행보로 월드투어에 나섰다. 다만 슈가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복귀 시점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슈가는 지난해 8월 만취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타다 적발돼 벌금 15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슈가도 소집해제 당일 소통 플랫폼 위버스에 “작년 일로 실망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해외 언론들은 BTS의 완전체 활동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BBC는 “지난 2년 동안 K팝 산업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며 “많은 이들이 BTS의 복귀를 고대한 건 K팝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도 “21일은 BTS 팬들에게 기념비적 순간”이라며 “올해 안에 그룹으로 재결합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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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팝에 새 에너지”…BTS 완전체 복귀에 외신도 관심

    “다소 침체기를 맞은 K팝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영국 BBC방송)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의 소집해제를 끝으로 7명 전원이 병역 의무를 마쳤다. 이르면 올 하반기 BTS ‘완전체’ 활동이 재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해외 언론들도 BTS의 복귀에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2023년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시작했던 슈가의 소집해제로, BTS는 멤버 진이 2022년 12월 입대하며 생겼던 ‘군 공백’이 약 2년 6개월만에 끝났다. 진과 제이홉은 지난해 6월과 10월, RM과 뷔는 10일, 지민과 정국은 11일 각각 만기 전역했다.BTS가 언제부터 완전체 활동에 나설지는 명확하지 않다. 음악계에선 BTS가 앨범보단 팬들과 직접 만나는 투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제대한 제이홉 역시 전역 뒤 첫 행보로 월드투어에 나섰다.다만 슈가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복귀 시점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슈가는 지난해 8월 만취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타다 적발돼 벌금 15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슈가도 소집해제 당일 소통 플랫폼 위버스에 “작년 일로 실망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팬들의 마음을 다치게 해 속상했다. 마음이 무거웠을 멤버들에게도 미안했다”고 사과했다.해외 언론들은 BTS의 완전체 활동이 글로벌 음악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BBC는 “지난 2년 동안 K팝 산업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며 “많은 이들이 BTS의 복귀를 고대한 건 K팝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제시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도 “21일은 BTS 팬들에게 기념비적 순간”이라며 “올해 안에 그룹으로 재결합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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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사들의 편지 37통에 담긴 인생책 추천…‘같이 읽자는 고백’

    “이 편지에서만큼은 ‘비평가처럼’ 말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말해도 될지요?”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독립서점 ‘책발전소’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민음사)을 추천하면서, 늦깎이 아빠가 된 뒤 “어떤 작품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됐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몇 페이지에선 결국 울고 만다”는 대목을 읽을 때면 마치 신 평론가와 사석에서 대화하는 느낌도 든다.17일 발간된 신간 ‘같이 읽자는 고백’(이야기장수)은 소설가 김연수 정세랑 김초엽과 가수 장기하 등 명사들이 독자에게 보낸 책 추천 편지 37통을 모았다. 책발전소는 매달 명사 한 명이 꼽은 ‘인생 책’에 추천 편지를 동봉해 보내는 구독 서비스를 2020년부터 운영해왔다. 명사 추천과 서점 추천을 포함해 5년간 배송한 책만 도합 10만 권. 책발전소 구독자만으로도 적지 않은 판매량이 되다보니 ‘책발전소 한정판’ 표지를 만드는 출판사가 생길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이번 신간은 그간 구독자에게만 공개했던 편지를 모아 엮은 것이다.소설가 박상영은 2022년 11월 5쪽짜리 편지에서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두부’를 “내 삶의 각도를 바꾼” 책으로 꼽았다. 2009년 대학생 신분으로 어느 문학상에 투고할 당시, 심사위원이던 박 작가와 짧은 대화를 나눈 일화도 털어놓았다. “제 작품에 ‘첫 응답’을 해준 사람이 박완서 작가님”이라는 게 그의 고백이다. 그처럼 ‘같이 읽자는 고백’엔 그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대목에서 울고 웃었는지가 담겨 있다.책발전소의 김소영 대표(전 아나운서)는 22일 전화 통화에서 “원고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다정하다’는 것”이라며 “정말 사적인 이야기를 써 주신 분도 있고, 책 설명 대신 왜 이 책을 사랑하는지를 얘기한 분도 많다. 구독자들과 많은 책을 같이 읽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필진들은 신간의 인세를 가출 청소년 쉼터 등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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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몸-사랑-죽음… SF 작가들을 빨아들인 ‘블랙홀’

    높이 20m 초거대 달팽이를 클라이밍으로 오르는 인간. 김혜윤 작가의 공상과학(SF) 단편소설 ‘오름의 말들’에 나오는 장면이다. 대체 무슨 조화일까. 4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에 이처럼 낯선 이미지들을 풀어놓았는데 어느새 세계관에 젖어 들게 된다. 18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매력적인 SF 소설집 두 권이 새로 나왔다. 김 작가를 비롯해 한국과학문학상 역대 수상자 5명이 참여한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와 한국·중국 작가 6명이 몸에 대한 사유를 펼친 ‘다시, 몸으로’다. 다시 달팽이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뚝 떨어졌다. 겉껍데기는 암석처럼 단단하고 속살은 부드러웠으며, 배를 밀어 하루 100m를 이동했다. 이 외계 생명체와 그나마 닮은 동물을 찾자니 달팽이였다. 초거대 달팽이의 몸 전면에는 따개비 같은 돌기 수백 개가 다닥다닥 달려 있었다. 정체 모를 외계 생명체와 대화하기 위해 언어학자, 암호학자가 총동원됐다. 이들은 돌기에 ‘손을 대면 1, 떼면 0’이란 식의 이진법 소통 방식을 고안하고 이진법 언어를 클라이밍과 접목했다. 로프를 매달고 달팽이를 타고 올라가 맨손으로 돌기에 손을 올렸다 떼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한 것. 어느새 달팽이와 정이 든 이들은 정부가 외계 생명체를 생체 실험하려고 하자 ‘지구를 떠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0m 높이 꼭대기에 오른다. 소설을 읽다 보면 때로 SF가 현실을 오히려 효과적으로 보여줄 때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인간이 까마득한 높이의 달팽이 암벽을 맨몸으로 오르는 모습은 현실의 고공 농성을 떠오르게 한다. 김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소설을 쓰는 내내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며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매번 압도된다”고 고백했다.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에는 김 작가 외에도 최근 SF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김초엽·천선란·청예·조서월 작가가 참여했다. 편집부는 이들에게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죽음과 사랑을 주제로 썼다. 천 작가는 ‘우리를 아십니까’에서 존엄사를 앞둔 주인공이 좀비에 물려 인간도 좀비도 아닌 존재로 깨어난 상황을 그린다. 오랜 혼수 끝에 눈을 뜬 주인공은 아내가 남긴 녹음기를 들으며 자신이 혼수상태일 때 홀로 남은 아내가 자신을 어떻게 보호했는지 알게 된다. 좀비들의 땅으로 변해버린 지구에 덩그러니 놓인 두 사람. 지극한 고독 속에서 사랑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한중 합작 앤솔로지 ‘다시, 몸으로’에는 김초엽·김청귤·천선란·저우원·청징보·왕칸위 작가가 참여했다. 제목이 암시하듯 몸이 주제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는 이야기가 그간 SF의 주된 흐름이었다면, 신간은 반대로 몸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김초엽 작가의 ‘달고 미지근한 슬픔’은 육체를 버리고 양자 큐비트의 세계로 이주한 신인류를 그린다. 무한정의 자유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던 인간들은 그러나 물리적 현실이 없는 세계란 근본적으로 거짓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허무에 빠진다. 허무에서 도망치기 위한 위장 행위로서 무언가에 몰두한다. 그렇다면 몰입이 깨진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우리가 몸을 가진 존재이기에 만끽하는 자유는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두 소설집의 필자들이 일부 겹치지만, 같은 SF여도 이렇게 색깔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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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SF 작가들의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책의 향기]

    높이 20m 초거대 달팽이를 클라이밍으로 오르는 인간.김혜윤 작가의 공상과학(SF) 단편소설 ‘오름의 말들’에 나오는 장면이다. 대체 무슨 조화일까. 4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에 이처럼 낯선 이미지들을 풀어놓았는데 어느새 세계관에 젖어 들게 된다.18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매력적인 SF 소설집 두 권이 새로 나왔다. 김 작가를 비롯해 한국과학문학상 역대 수상자 5명이 참여한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와 한국·중국 작가 6명이 몸에 대한 사유를 펼친 ‘다시, 몸으로’다.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김초엽·천선란·김혜윤·청예·조서월 지음/324쪽·1만7000원·허블다시 달팽이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뚝 떨어졌다. 겉껍데기는 암석처럼 단단하고 속살은 부드러웠으며, 배를 밀어 하루 100m를 이동했다. 이 외계 생명체와 그나마 닮은 동물을 찾자니 달팽이였다.초거대 달팽이의 몸 전면에는 따개비 같은 돌기 수백 개가 다닥다닥 달려 있었다. 정체 모를 외계 생명체와 대화하기 위해 언어학자, 암호학자가 총동원됐다. 이들은 돌기에 ‘손을 대면 1, 떼면 0’이란 식의 이진법 소통 방식을 고안하고 이진법 언어를 클라이밍과 접목했다. 로프를 매달고 달팽이를 타고 올라가 맨손으로 돌기에 손을 올렸다 떼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한 것. 어느새 달팽이와 정이 든 이들은 정부가 외계 생명체를 생체 실험하려고 하자 ‘지구를 떠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0m 높이 꼭대기에 오른다.소설을 읽다 보면 때로 SF가 현실을 오히려 효과적으로 보여줄 때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인간이 까마득한 높이의 달팽이 암벽을 맨몸으로 오르는 모습은 현실의 고공 농성을 떠오르게 한다. 김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소설을 쓰는 내내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며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매번 압도된다”고 고백했다.‘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에는 김 작가 외에도 최근 SF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김초엽·천선란·청예·조서월 작가가 참여했다. 편집부는 이들에게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죽음과 사랑을 주제로 썼다. 천 작가는 ‘우리를 아십니까’에서 존엄사를 앞둔 주인공이 좀비에 물려 인간도 좀비도 아닌 존재로 깨어난 상황을 그린다. 오랜 혼수 끝에 눈을 뜬 주인공은 아내가 남긴 녹음기를 들으며 자신이 혼수상태일 때 홀로 남은 아내가 자신을 어떻게 보호했는지 알게 된다. 좀비들의 땅으로 변해버린 지구에 덩그러니 놓인 두 사람. 지극한 고독 속에서 사랑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다시, 몸으로◇김초엽·김청귤·천선란·저우원·청징보·왕칸위 지음/308쪽·1만7500원·래빗홀한중 합작 앤솔로지 ‘다시, 몸으로’에는 김초엽·김청귤·천선란·저우원·청징보·왕칸위 작가가 참여했다. 제목이 암시하듯 몸이 주제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는 이야기가 그간 SF의 주된 흐름이었다면, 신간은 반대로 몸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김초엽 작가의 ‘달고 미지근한 슬픔’은 육체를 버리고 양자 큐비트의 세계로 이주한 신인류를 그린다. 무한정의 자유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던 인간들은 그러나 물리적 현실이 없는 세계란 근본적으로 거짓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허무에 빠진다. 허무에서 도망치기 위한 위장 행위로서 무언가에 몰두한다. 그렇다면 몰입이 깨진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우리가 몸을 가진 존재이기에 만끽하는 자유는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두 소설집의 필자들이 일부 겹치지만, 같은 SF여도 이렇게 색깔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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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유의 타이완어로 정체성 찾는 글 쓸 것”

    “공부를 많이 할수록 모국어를 잊어버리게 되니 아이러니한 일이죠.” 19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대만 소설가 장자샹(32)의 말이다. 10일 국내 출간된 장편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민음사·사진)를 쓴 그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의 모국어는 ‘타이완어’다. 중국어 일종인 민남어에 네덜란드어와 일본어, 원주민 언어가 섞인 타이완 고유 언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타이완어를 썼지만, 학교에서 표준 중국어로 수업을 받으며 모국어를 잊어버렸다. 어느 날 고향에 돌아간 그는 사촌의 권유로 타이완어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타이완어로 글을 쓰고 타이완어로 노래하는 사람이 됐다.장 작가는 “대만에서는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자기 고향과 멀어지게 된다”며 “고향과 멀어진다는 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근본과 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우리의 정체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타이완어로 쓴 데뷔작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2023년 대만 문학상인 금전상을 받았다. 언어를 선택한 과정에서 드러나듯, 대만인으로서 ‘정체성 찾기’는 장 작가의 주된 관심사다. 소설 역시 대만 현대사의 비극으로 꼽히는 1947년 ‘2·28 사건’을 다뤘다. 장제스 국민당 정권의 폭압 정치에 반해 타이완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쟁으로, 약 2만8000명에 이르는 타이완인이 목숨을 잃었다. 장 작가는 “이 사건은 독립된 단일 사건이라기보다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대만인이 외부와 무엇이 다른지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찾아가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2·28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평범한 대만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2·28 사건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 작가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에 집에서 어른들이 이 이야기를 꺼린다”며 “저 역시 대학생이 돼서야 희생자의 손녀를 통해 자세히 접하게 됐다”고 했다.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가가 작품에서 기댄 통로는 ‘귀신’이었다. 소설에는 밤의 신이자 낮은 자들을 위한 신인 ‘야관(夜官)’을 비롯해 다양한 귀신이 등장한다. “2·28 당시 굉장히 많은 사람이 숨졌습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이들도 매우 많았죠. 1990년대에 익명의 시신들이 무더기로 매장된 무덤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어렸을 때 내가 본 환각과 귀신들을 생각하면서 이 사람들을 지키는 신을 상상하게 됐습니다.” 데뷔작으로 대만 양대 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30대 작가의 차기작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 대만 젊은이들에 대한 소설이다. 그 역시 대만 시골 자이현 민슝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땐 늘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던 소년이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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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작가 장자샹 “학교서 못 배우는 타이완어로 정체성 찾는 글 쓸것”

    “공부를 많이 할수록 모국어를 잊어버리게 되니 아이러니한 일이죠.”19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대만 소설가 장자샹(32)의 말이다. 10일 국내 출간된 장편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민음사)를 쓴 그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그의 모국어는 ‘타이완어’다. 중국어 일종인 민남어에 네덜란드어와 일본어, 원주민 언어가 섞인 타이완 고유 언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타이완어를 썼지만, 학교에서 표준 중국어로 수업을 받으며 모국어를 잊어버렸다. 어느 날 고향에 돌아간 그는 사촌의 권유로 타이완어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타이완어로 글을 쓰고 타이완어로 노래하는 사람이 됐다.장 작가는 “대만에서는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자기 고향과 멀어지게 된다”며 “고향과 멀어진다는 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근본과 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우리의 정체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타이완어로 쓴 데뷔작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2023년 대만 문학상인 금전상을 받았다. 장 작가는 집필 활동과 별개로 인디밴드 ‘좡커런(촌사람)’의 리더로 동명 앨범을 작사·작곡하기도 했다.언어를 선택한 과정에서 드러나듯, 대만인으로서 ‘정체성 찾기’는 장 작가의 주된 관심사다. 소설 역시 대만 현대사의 비극으로 꼽히는 1947년 ‘2·28 사건’을 다뤘다. 장제스 국민당 정권의 폭압 정치에 반해 타이완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쟁으로, 약 2만8000명에 이르는 타이완인이 목숨을 잃었다.장 작가는 “이 사건은 독립된 단일 사건이라기보다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대만인이 외부와 무엇이 다른지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찾아가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2.28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현재 평범한 대만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2·28 사건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 작가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에 집에서 어른들이 이 이야기를 꺼린다”며 “저 역시 대학생이 돼서야 희생자의 손녀를 통해 자세히 접하게 됐다”고 했다.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가가 작품에서 기댄 통로는 ‘귀신’이었다. 소설에는 밤의 신이자 낮은 자들을 위한 신인 ‘야관(夜官)’을 비롯해 다양한 귀신이 등장한다.“2·28 당시 굉장히 많은 사람이 숨졌습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이들도 굉장히 많았죠. 1990년대에 익명의 시신들이 무더기로 매장된 무덤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어렸을 때 내가 본 환각과 귀신들을 생각하면서 이 사람들을 지키는 신을 상상하게 됐습니다.”데뷔작으로 대만 양대 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30대 작가의 차기작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 대만 젊은이들에 대한 소설이다. 그 역시 대만 시골 자이현 민슝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땐 늘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던 소년이었다.“떠난다고 해서 순조롭게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사실 이들은 도시에서 버티고 있는 것에 가까워요. 바로 이 버팀에 주목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귀신이 등장할 거예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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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질감 느껴” 서울국제도서전 첫날부터 ‘오픈런’

    18일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남아시아 전문 1인 출판사인 ‘소장각’ 부스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태국 문구(文具)들이 독자를 반겼다. 태국의 특색 있는 문방구를 소개하는 여행 에세이 ‘태국 문방구’를 전시하며 현지 연필과 클립, 형광펜 등을 진열해 둔 것. 노성일 대표는 “동남아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싶어 출판사를 차렸다”며 “온라인 서점에선 작은 섬네일로만 소개할 수 있는 반면에 현장에선 독자들이 책의 질감과 무게를 느낄 수 있어 3년째 서울도서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포함해 17개국 530여 개 출판사와 단체가 참여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이날부터 닷새 일정으로 개막했다. 부스를 낸 출판사들은 각자의 개성을 내세워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막식은 오전 10시 반에 열렸지만 오전 9시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독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컬트물 전문 1인 출판사인 ‘닷텍스트’는 “당신에게 딱 맞는 컬트물을 골라드린다”며 8가지 책을 추천했다. 워낙 소량으로 찍어 오프라인에서만 파는 책들이었다. 박정민 배우가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는 박 배우가 부스에서 손수 계산과 포장을 하는 서점지기로 나섰는데, 오전 한때 150여 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 일본인 그림책 작가 유키 마에다 씨(41)는 한국어 인사말이 적힌 노트를 쥔 채 “한국에서 책을 출판하고 싶어 도서전에 참석했다”고 했다. 대형 출판사 부스에도 독자들이 장사진을 쳤다. 문학과지성사 부스에서 만난 박만욱 씨(76)는 “경기 광주 집에서 오전 7시 반에 출발했다”며 “20년 전부터 거의 매년 도서전에 오는데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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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마 발레리나의 치열한 사랑-절망 버무렸어요”

    “예술가의 구원과 절망을 다 그려 넣었습니다.” 재미 소설가 김주혜(38)가 신간 ‘밤새들의 도시’(다산책방)를 펴냈다. 러시아와 프랑스를 배경으로 세계 최고 프리마 발레리나의 치열한 삶과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해 러시아 톨스토이문학상을 받은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책방) 이후 2년 만의 출간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신간은) 예술가와 예술 간의 사랑 이야기”라며 “개인적으로 느끼고 배운 점을 많이 반영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나타샤에게 자신이 얼마나 투영됐는지 묻자 그는 “나타샤의 예술에 관한 맹목적인 사랑과 열정이 저를 그대로 닮았다”고 했다. 소설 속 문체는 화려하고 대담하다. 머리칼 사이 반짝이는 흰머리를 “오 대 오 가르마를 탄 칠흑 같은 머리칼 사이로 가닥가닥 지나가는 별똥별”이라고 표현하고, 크루아상을 묘사할 때는 “살짝 손을 갖다 댔을 뿐인데 크루아상이 몸부림치듯 깨끗한 식탁보에 황금빛 부스러기 수백 개를 떨어낸다”고 표현한다. 아홉 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고 이번 책을 쓰면서도 발레를 많이 했다는 그는 “천성이 발레리나”라고 말했다. “발레를 할 때는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에 대한 비합리적인 희생과 열정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제 작품의 온도가 굉장히 뜨겁다고 느끼는데 그런 에너지와 영혼이 발레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지극한 미(美)와 사랑은 별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게 된 현대인도 다시 본질적인 것들을 믿게 해주는 게 발레”라며 “무대에서 초인적인 에너지와 열정을 퍼부어 우리에게 사랑을 믿을 수 있는 마음을 열어준다”고 했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이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발레로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인간적인 감정에 마음을 여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영혼을 바쳐서 다시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발레가 좋고, 또 그것과 비슷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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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라스칼라 예술감독 선임후 첫 국내 공연

    지난달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예술 감독에 선임된 정명훈 감독(사진)이 선임 뒤 처음으로 국내 공연을 지휘한다. 16일 부산 콘서트홀에 따르면 정 감독은 27, 28일 부산 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의 폐막작인 ‘사랑으로 부르는 자유, 피델리오’를 지휘한다. 피델리오는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 작품으로, 사랑의 힘으로 감금과 억압을 이겨내고 정의를 회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테너 에릭 커틀러,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박소영, 바리톤 이동환 등 세계적 수준의 성악가들이 참여한다. 또한 일본 도쿄필하모닉과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적 교향악단과 국내 오케스트라의 전현직 단원이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모여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의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 콘서트홀은 20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11석 규모 대공연장과 400석 규모 소공연장 등으로 구성됐으며,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개관 뒤 8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선우예권, 오르가니스트 조재혁 등이 참여한다. 16일 현재 페스티벌 공연은 대부분 전석 매진된 상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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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였던 것들을 만드는 과정, 고객과 맞닿아 시너지”

    “어린 시절 평범하지 않은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때문에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7, 8세 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런던베이글뮤지엄, 아티스트베이커리, 레이어드…. 창업하는 브랜드마다 성공해 ‘금손’으로 불리는 브랜드 디렉터 ‘료’(본명 이효정·52)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료는 16일 첫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열림원) 출간 간담회에서 “답을 찾기 위해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고, 관찰하다 보니 누군가를 알게 됐고, 불특정 다수를 관찰하면서 저만의 데이터가 생기는 과정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신간은 화려한 성공담 뒤에 숨겨진 그의 마음에 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직접 그린 그림과 찍은 사진들이 배치돼 보는 재미가 있다. 료는 평소 ‘뭐든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불탄 나뭇가지 끝으로도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종이가 됐든 벽이 됐든 가리지 않고 아무 곳에나 기록한다. 료는 간담회 내내 “나 자신을 알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성격 자체가 정확하게 뭘 의도하는 편이 아니라 즉흥적”이라며 “런던베이글뮤지엄 역시 ‘이런 걸 만들어야지’라기보단 ‘너무나 저였던’ 것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고객과 맞닿아 시너지를 냈다”고 했다. “매일 뭘 먹고,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질문했고, 그걸 행동으로 옮긴 결과”라고 한다.48세에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창업한 료는 ‘나이=제약’이란 사회적 통념에 대해 ‘나이가 들며 오히려 안경을 벗게 된 지인’ 이야기를 들려줬다.“자기를 좀 더 아껴주고, 사용해주고, 들여다봐주면 사실은 더 감각적일 수 있어요. 본인을 생각해주는 시간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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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라 스칼라 예술감독 선임후 부산서 오페라 ‘피델리오’ 첫선

    지난달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예술 감독에 선임된 정명훈 감독이 선임 뒤 처음으로 국내 공연을 지휘한다.16일 부산 콘서트홀에 따르면 정 감독은 27, 28일 부산 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의 폐막작인 ‘사랑으로 부르는 자유, 피델리오’를 지휘한다. 피델리오는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 작품으로, 사랑의 힘으로 감금과 억압을 이겨내고 정의를 회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테너 에릭 커틀러,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박소영, 바리톤 이동환 등 세계적 수준의 성악가들이 참여한다. 또한 일본 도쿄필하모닉과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적 교향악단과 국내 오케스트라의 전·현직 단원이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모여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부산의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 콘서트홀은 20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11석 규모 대공연장과 400석 규모 소공연장 등으로 구성됐으며,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개관 뒤 8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선우예권, 오르가니스트 조재혁 등이 참여한다. 16일 현재 페스티벌 공연은 대부분 전석 매진된 상태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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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베이글 창업 비결은…“관찰과 기록으로 나만의 데이터 축적”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어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7, 8세 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런던베이글뮤지엄, 아티스트베이커리, 하이웨스트, 레이어드…. 창업하는 브랜드마다 성공한 ‘금손’ 브랜드 디렉터 ‘료’(이효정·52)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료 씨는 16일 첫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열림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가라앉은 어린이이자 많이 웃지 않는 어린이”였다고 회상하며 “답을 찾기 위해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고, 관찰하다 보니 누군가를 알게 됐고, 불특정다수를 관찰하면서 저만의 데이터가 생기는 과정이 반복됐다”고 했다.신간은 화려한 성공담 뒤에 숨겨진 마음의 기록이다. 료 씨가 직접 그린 그림, 찍은 사진이 곳곳에 배치돼 보는 재미가 있다. 그는 ‘뭐든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평소 숯으로도 그림을 그리고 불탄 나뭇가지 끝으로도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종이가 됐든 벽이 됐든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아무 곳에나 기록해요. 저의 특이점은 그것들을 빠짐없이 아카이브로 모아두는 습관이 있다는 거죠.”료 씨는 간담회 내내 “나 자신을 알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성공비결을 믿는 질문에 “성격 자체가 정확하게 뭘 의도하는 편이 아니라 즉흥적”이라며 “런던베이글뮤지엄 역시 ‘이런 걸 만들어야지’ 하고 했던 게 아니라 ‘너무나 저였던’ 것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여러분과 맞닿았을 때 시너지가 나서 큰 브랜드가 됐다”고 했다. “매일 내가 뭘 먹고,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고 하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 질문했고, 응당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결과물”이라는 것.48세에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창업한 그는 ‘나이=제약’이라는 통념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는 나이가 들며 오히려 안경을 벗게 된 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기를 좀 더 아껴주고, 사용해주고, 들여봐주면 사실은 더더더 감각적일 수 있다”며 “아이들 키워야 해서, 직장에서 책임을 다 해야 해서 등 연유로 자기를 돌볼 시간이 없는 것 때문에 자기가 무언가와 멀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본인을 생각해주시는 시간이 좀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저도 조심하려는 부분이기도 하고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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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로봇이 아이 돌보는 세상의 상상도

    “유토피아 소설은 재미없어요. 제가 유토피아를 믿지 않거든요.” 올 초 만났던 정보라 작가는 차기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언제나 현실에 발 딛고 있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때 얘기했던 작품이 나왔다. 약속을 지키듯 소설 속 사회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정확히는 유토피아를 만들려다가 실패한 사회다. 양육과 돌봄이란 시의적절한 문제를 건드려 생각해 볼 대목이 많다. 로봇과 인공자궁 연구가 조금 더 발달한 가까운 미래. 이 사회에는 ‘아이들의 집’이란 국립 보육시설이 있다. “모든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철학 아래 만들어진 시설이다.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곳에서 양육교사가 돌본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등하교도 도와주고 다쳤을 땐 병원에도 데려가 준다. 여기까지 읽으면 요즘 어린이집과 비슷하다 싶을 테지만 다른 점이 있다. 아이가 아이들의 집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부모가 강제로 데려갈 수 없다는 ‘대원칙’이다. 그런데 굳이 아이를 집에 데려가서 죽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가서.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이 사회에선 인간 양육교사 외에도 로봇이 돌봄에 주요 역할을 한다. 자폐가 있는 아이 역시 로봇이 더 잘 돌본다. 아이가 울자 로봇이 몸통에 설치된 화면에서 어둡고 부드러운 노란 불빛을 반짝이며 아이에게 다가간다. 로봇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진동이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하다. 인상적인 건 그럼에도 소설은 여전히 현실에 발 딛고 있다는 점이다. 등장인물 ‘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해외 어느 나라로 입양돼 성장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동성결혼을 금지하면서 양모들의 결혼이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혼인 관계 중 입양된 표의 신분도 불안정해진다. 게다가 표와 결혼해 거주권을 얻은 배우자의 신분마저 흔들린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가족이 서로에게 의지할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리는 순간.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대적인 이민자 추방이 떠오른다. 장르라는 외피 안에 현실의 심장이 뛰고 있는 작품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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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흘째 먹통 예스24… KISA 지원 거부해놓고 “기술 협력” 거짓말

    9일 랜섬웨어 해킹 공격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접속 불능이 나흘째 이어지며 고객들의 불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예스24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기술 지원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거짓 해명 논란에도 휩싸였다. 회원 개인정보 유출 여부도 사태 초기 “유출은 없다”고 공지했다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조사에 나서자 “유출 확인 시 개별 연락하겠다”는 추가 입장을 내놓았다.● “당국의 기술 지원에 협조하지 않아” 예스24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KISA와 협력해 원인 분석 및 복구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KISA는 12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며 공개 반박했다. KISA에 따르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10, 11일 예스24 본사로 사고 분석 전문 직원들을 두 차례 파견했지만, 간단한 구두 설명만 들었다. 예스24가 기술 지원을 받는 것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KISA 측은 “랜섬웨어 문제가 있다는 설명만 들었을 뿐, 서버 몇 대가 악성코드에 감염됐는지 피해 규모와 공격 유형 등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예스24는 KISA의 반박 이후에야 기술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KISA 관계자는 “예스24와 현장조사 일정 및 범위 등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당국의 복구 기술 지원을 받는 것이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지원을 거부하며 현장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던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예스24는 가입 회원이 2000만 명이 넘어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스24는 9일 해킹 이튿날인 10일 “내부 조사 결과 회원 개인정보는 유출 및 유실이 없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일 조사에 착수한 개인정보위는 “예스24가 랜섬웨어 공격을 인지한 뒤 조치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회원 정보 조회’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예스24는 12일 오전 홈페이지에 “현재까지 개인정보 외부 유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재차 밝히면서도 “향후 추가 조사 결과 개인정보 유출 확인 시 개별 연락을 드리겠다”는 안내문을 올렸다. 또 예스24나 금융기관을 사칭한 연락에 주의하고, 비밀번호가 다른 사이트와 동일한 경우 변경해 달라는 안내를 덧붙였다.● “백업 시스템까지 파괴됐을 수도” 사태가 커지자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예스24 사건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해킹범을 추적하기 위해 예스24 서버를 분석해 침입 경로와 해킹 수법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예스24의 피해 규모와 개인정보 유출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예스24 홈페이지와 앱은 12일 오후까지도 ‘먹통’인 상태다. 이에 전자책을 구매하거나 공연 콘서트 티켓을 예매한 회원을 중심으로 불편이 커지고 있다. 한 고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예매 내역서와 확인 메일이 없는데,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배우 박보검 팬미팅은 예매처가 예스24에서 놀(NOL)티켓으로 바뀌며 예매 시작일도 11일에서 19일로 변경됐다. 예스24 관계자는 “예매 고객들이 현장에 도착해 이름 등을 말하면 공연사가 입장시킬 수 있도록 현장 처리 시스템부터 먼저 복구했다”고 해명했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예스24의 복구 작업이 이렇게 더딘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에 백업 시스템까지 해킹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백업 시스템을 잘 구축해 가용 데이터를 즉시 복구하면 서비스 중단을 막을 수 있다”며 “예스24의 경우 나흘간 먹통인 걸 보면, 백업 시스템까지 파괴한 뒤 해커가 금전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예스24는 “늦어도 15일까진 시스템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를 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202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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