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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외 직구(직접 구매) 규모가 47억 달러(약 6조2000억 원)를 넘어 역대 최대를 보였다. 중국에서 물건을 구매해 들여오는 비중이 가장 컸고, 40대 남성이 가장 많이 해외 직구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해외 직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 규모는 47억2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4% 늘어난 규모로 사상 최대다. 건수도 8.8% 증가한 9612만 건으로 가장 많았다. 관세청 관계자는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50억 달러, 1억 건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 해외 직구가 활발했다. 지난해 중국 해외 직구 건수는 전년보다 17% 늘어난 5541만7000건으로 전체 해외 직구의 57.7%를 차지했다. 중국 해외 직구 금액도 31.6% 증가한 17억1200만 달러였다. 중국 해외 직구는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처음 미국을 제치고 국가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또 해외 직구를 가장 많이 한 이들은 40대 남성으로 전체 해외 직구의 17.4%를 차지했다. 이들은 가전제품(23.8%)과 건강식품(10.6%)을 가장 많이 구매했다. 30대 여성이 15.4%로 뒤를 이었고, 건강식품(17.8%)과 의류(13.8%)를 주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까지는 여성의 해외 직구 비중이 더 컸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남성(52.1%)이 여성(47.9%)을 앞질렀다. 관세청이 2020∼2022년 환율에 따른 해외 직구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 해외 직구 건수는 0.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최고치로 치솟았던 지난해 10월에는 해외 직구 건수가 전년보다 1.8% 줄어들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해외 직구가 감소한 달은 10월뿐이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식품 업계에 올 상반기(1∼6월) 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올 1월에도 5% 넘는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주류 업계에 이어 식품 업계로도 압박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 장관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주요 식품 업체 대표들과 ‘물가 안정 간담회’를 열고 “올 상반기에는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최대한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의 식품 물가를 엄중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서민이 직접 몸으로 느끼는 식품 물가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정부와 식품 업계가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식품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라면, 식용유, 우유 등의 제품 가격을 인상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원재료 가격이 뛴 데다 물류비,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생산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 1월 식품 가격 등이 포함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1% 올라 전달(5.7%)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제과 등 12개 식품 업체 대표가 참석했다. 식품업계 A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부터 상승세여서 가격을 안 올리면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부가 회사 대표들을 소집까지 한 걸 보면 당분간 가격 올리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27일 공식적으로 “당분간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달 1일부터 생수 출고 가격을 5% 올릴 예정이었던 풀무원샘물도 당분간 가격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올해 1월 국세가 1년 전보다 7조 원 가까이 덜 걷혔다. 국세 수입이 같은 달 기준으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을 보이며 세수 진도율은 18년 만에 가장 낮았다. 국내 경기가 둔화 국면에 들어선 만큼 올해 ‘세수 펑크’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월 국세 수입은 42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6조8000억 원 줄어든 규모로, 1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납부를 연기해줬던 세금이 지난해 1월에 몰려 들어왔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1월 국세 수입은 1조5000억 원 줄었다. 1년간 걷으려고 목표로 잡은 전체 세금 중 실제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10.7%였다. 2005년 1월(10.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 평균 진도율과 비교해도 1.8%포인트 낮다. 주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의 진도율이 최근 5년 평균치를 밑돌았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올해는 작년, 재작년과 달리 세수 여건이 매우 빡빡한 상황”이라며 “1분기(1∼3월)에는 세수 흐름이 계속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부동산-증시 세금 2조 급감… 재정 빨간불 1월 국세 7조 덜 걷혀 1월 국세가 7조 원 가까이 덜 걷힌 데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관련 세금이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특히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양도소득세가 1년 전보다 1조5000억 원 감소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 역시 각각 4000억 원, 1000억 원 감소했다. 상속·증여세도 전년보다 3000억 원 줄었다. 자산 관련 세금 감소 폭만 총 2조3000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가 꺾이면서 부가가치세는 3조7000억 원 감소했다. 법인세와 소득세도 각각 7000억 원, 8000억 원 줄었다. 치솟은 기름값에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면서 교통세는 1년 전보다 1000억 원 감소했다. 소비 증가 등으로 주세만 모든 세목 중 유일하게 1000억 원 늘었다. 연초부터 세수가 큰 폭으로 줄면서 올해 국가 재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자산시장 위축이 지속되는 데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올해 들어올 법인세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0조 원가량 세수 펑크가 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올 2분기(4∼6월) 이후 세수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세수는 ‘상고하저’였는데 올해는 경기 흐름과 동일하게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올해 1월 국세가 1년 전보다 7조 원 가까이 덜 걷혔다. 국세 수입이 같은 달 기준으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을 보이며 세수 진도율은 18년 만에 가장 낮았다. 국내 경기가 둔화 국면에 들어선 만큼 올해 ‘세수 펑크’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월 국세수입은 42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6조8000억 원 줄어든 규모로, 1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납부를 연기해줬던 세금이 지난해 1월에 몰려 들어왔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1월 국세 수입은 1조5000억 원 줄었다. 올해 목표로 잡은 세금 총액 대비 실제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10.7%였다. 2005년 1월(10.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 평균 진도율과 비교해도 1.8%포인트 낮다. 주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의 진도율이 최근 5년 평균치를 밑돌았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올해는 작년, 재작년과 달리 세수 여건이 매우 빡빡한 상황”이라며 “1분기(1~3월)에는 세수 흐름이 계속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1월 국세가 7조 원 가까이 덜 걷힌 데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관련 세금이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특히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양도소득세가 1년 전보다 1조5000억 원 감소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 역시 각각 4000억 원, 1000억 원 감소했다. 상속증여세도 전년보다 3000억 원 줄었다. 자산 관련 세금 감소 폭만 총 2조3000억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가 꺾이면서 부가가치세는 3조7000억 원 감소했다. 법인세와 소득세도 각각 7000억 원, 8000억 원 줄었다. 치솟은 기름값에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면서 교통세는 1년 전보다 1000억 원 감소했다. 소비 증가 등으로 주세만 모든 세목 중 유일하게 1000억 원 늘었다. 연초부터 세수가 큰 폭으로 줄면서 올해 국가 재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자산시장 위축이 지속되는 데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올해 들어올 법인세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0조 원가량 세수 펑크가 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올 2분기(4~6월) 이후 세수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세수는 ‘상고하저’였는데 올해는 경기 흐름과 동일하게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지난해 해외 직구(직접 구매) 규모가 47억 달러(약 6조2000억 원)를 넘어 역대 최대를 보였다. 중국에서 물건을 구매해 들여오는 비중이 가장 컸고, 40대 남성이 가장 많이 해외 직구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28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해외직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규모는 47억2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4% 늘어난 규모로 사상 최대다. 건수도 8.8% 증가한 9612만 건으로 가장 많았다. 관세청 관계자는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50억 달러, 1억 건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특히 중국 해외직구가 활발했다. 지난해 중국 해외직구 건수는 전년보다 17% 늘어난 5541만7000건으로 전체 해외직구의 57.7%를 차지했다. 중국 해외직구 금액도 31.6% 증가한 17억1200만 달러였다. 중국 해외직구는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처음 미국을 제치고 국가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또 해외 직구를 가장 많이 한 이들은 40대 남성으로 전체 해외 직구의 17.4%를 차지했다. 이들은 가전제품(23.8%)과 건강식품(10.6%)을 가장 많이 구매했다. 30대 여성이 15.4%로 뒤를 이었고, 건강식품(17.8%)과 의류(13.8%)를 주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2020년~2022년 환율에 따른 해외 직구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 해외 직구 건수는 0.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최고치로 치솟았던 지난해 10월에는 해외직구 건수가 전년보다 1.8% 줄어들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해외 직구가 감소한 달은 10월뿐이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에 근무하던 공무원 A 씨는 2012년 1월 자신의 내연녀에게 탈세 제보 신고서를 국세청에 접수시키도록 했다. A 씨가 B 씨로부터 ‘C 씨와의 토지 분쟁을 해결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직접 작성한 신고서였다. A 씨는 C 씨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도 개입해 관할권이 없는 일선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실시하게 했다. 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해 오랜 기간 조사를 벌이며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7일 A 씨처럼 탈세 제보 포상금 제도(최대 40억 원)를 악용한 사례를 공개하며 “제도의 입법 취지와는 달리 원한이나 음해에 의한 허위, 추측 제보가 만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맹에 따르면 탈세 제보 건수는 매년 약 2만 건에 이른다. 연맹은 “한국의 탈세 제보 건수가 미국보다 2배가량 더 많은 이유는 미국은 탈세 제보 신고서에 ‘허위일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문구가 있지만 한국은 그런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돈을 뜯어내기 위해 거짓으로 탈세 제보를 한 사례도 확인됐다. 제조업체 D사의 전무와 부장은 둘이 짜고 허위로 탈세 제보를 한 뒤 회사 대표를 협박했다. 대표는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전무와 부장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 이혼 후 전 배우자에게 탈세 제보를 하겠다며 협박하는 등 사적 복수 수단으로 탈세 제보를 활용하는 사례들도 있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지난해 전체 가계지출에서 세금과 이자 등으로 빠져나간 ‘비소비지출’의 비중이 27%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보였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세금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6.5%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0.4%포인트 증가한 규모로, 1인 가구를 포함해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높다. 비소비지출은 세금, 이자 등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지출이다.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어 5년 새 3.6%포인트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이 늘어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들어 가계의 소비 여력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항목별로는 이자 비용이 9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5.3% 급증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2021년 말 1.0%였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12월 3.25%까지 올랐다. 소득세와 재산세, 자동차세 등이 포함된 경상조세도 2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이 밖에 사회보험료(16만8000원)와 연금기여금(14만 원)이 각각 8.0%, 5.2% 늘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취득·등록세나 양도소득세가 포함된 비경상조세는 1년 전보다 31.9% 줄었다. 도시에 살면서 가구주가 근로자인 도시 근로자 가구의 소비 여력은 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비소비지출 비중은 29.1%에 달해 전체 가구 평균을 웃돌았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K칩스법’(반도체산업강화법)의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과 재정준칙 법제화는 결국 이달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 법안들”이라고 했던 법안들이다. 하지만 여야 대치가 이어지면서 관련 논의는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지만 아직 날짜도 잡지 못했다. 여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이들 법안 처리가 3월에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온다. 조특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된 데는 기재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 크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높이는 내용의 개정안을 이미 통과시켰다. 더 높이자는 여야의 주장에도 기재부가 “지금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지원 중”이라고 해 정부 뜻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 지원을 확대하라고 지시하면서 기재부는 세액공제율을 다시 15%로 상향하기로 했다. 국회 통과 11일 만에 또 법 개정을 들고나온 기재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야당은 여기다 또 다른 ‘부자 감세’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중소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도 25%로 현행보다 9%포인트 더 높이지만 대부분의 혜택은 일부 대기업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40조 원 이상 돈을 버는 기업을 왜 국민의 혈세로 지원해야 하느냐”며 “행정적 지원, 원스톱 서비스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세액공제율 상향으로 줄어드는 세수는 매년 1조3700억 원이다. 정부가 2월 통과를 낙관했던 재정준칙 법제화도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설 때는 적자 폭을 2% 이내로 유지해 관리를 강화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법제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5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에 신용평가사들을 만났을 때 연내에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올해 다시 만나 ‘왜 아직도 안 됐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재정준칙으로 국가 재정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조특법 개정안도 기업의 선택과 직결된다. 개정안이 올해 안에만 통과되면 기업들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연내에 통과되지 않을 확률이 1%라도 남아 있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기업이 선뜻 투자에 나서긴 쉽지 않다. 최근 정부는 공식적으로 우리 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인정했다. 적어도 국가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경제 법안들에 대해선 정치의 본질인 타협과 협력을 발휘하는 게 경기 둔화 속 국회의 역할이다.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지난해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한 달 평균 소득이 200만 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상위 0.1%에 속하는 한 명이 1년 동안 번 소득은 평균 18억 원이 넘었다. 26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월평균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19.77%로 집계됐다. 한 달 평균 소득이 100만 원이 안 되는 가구가 8.5%, 10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인 가구가 11.27%였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최저임금 안팎 또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벌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209시간 기준)이다. 월평균 소득 100만 원 미만인 가구는 60만9090원의 적자를 봤다. 처분가능소득은 48만3339원이었는데 소비지출은 그보다 많은 109만2429원이었다. 10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인 가구도 16만2333원 적자였다. 그러나 소득 상위 0.1%에 해당하는 ‘초부자’의 연평균 소득은 18억 원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통합소득 상위 0.1%의 연평균 소득은 18억4970만 원(2021년 기준)이었다. 통합소득은 사업소득, 금융소득, 임대소득을 합친 종합소득에다 근로소득을 더한 소득으로, 개인의 전체 소득으로 볼 수 있다. 소득 상위 0.1%의 통합소득은 2018년부터 매년 평균 1억2613만 원 늘었다. 이들이 통합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4.2%에서 2021년 4.8%로 증가했다.세종=박희창기자 ramblas@donga.com}
전국 중고교생들의 경제 이해도가 평균 60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 10명 중 4명가량은 신용카드나 이자율 등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이들이 경제 지식을 얻는 수단은 주로 TV와 소셜미디어였다. 기획재정부가 23일 발표한 ‘2022년 초중고 학생 경제 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중학교 3학년생들의 평균 점수는 58.25점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생들도 56.71점으로 평균 60점을 밑돌았다. 초등학교 6학년생들은 평균 65.39점이었다. 2020년 첫 조사 때보다는 5∼8.41점씩 올랐지만 학생들의 경제 이해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회째를 맞은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11월 전국 초중고 학생 1만5000명(각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특히 경제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 등 경제 기초 지식이 부족했다. ‘신용카드’와 ‘이자율’에 대해 묻는 문제에서 정답을 맞힌 고교생은 각각 43.5%, 38%에 그쳤다. ‘경상수지’ 문항의 정답률은 24.7%였다. 중학생의 경우 ‘기회비용’ 문제의 정답률(30.4%)이 가장 낮았다. 반면 중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전자상거래’를 비롯해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문제들은 대체로 70% 넘게 정답을 맞혔다. 고등학생은 경제 지식을 학교 수업보다 다른 통로로 습득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 지식의 주된 취득 경로로 ‘뉴스 등 TV방송’을 꼽은 이들은 전체 고등학생의 47.1%(복수 응답)로 절반에 육박했다. ‘소셜미디어’가 45.6%로 뒤를 이었고, ‘학교 수업’은 44%에 그쳤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학교 수업’을 통해 경제 지식을 주로 얻는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 각각 51.5%, 52.2%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학교의 교사들 총 750명을 대상으로 한 경제 교육 실태 조사에선 절반이 넘는 교사들이 “학교 내 경제 교육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경제 수업 진도율이 높을수록 이해력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도 고등학교에서 진도를 모두 마친 경우는 30.7%에 불과했다. 경제 수업을 진행할 때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는 고등학교 교사 비율은 79.3%에 달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지난해 태어난 아기 수가 사상 최저를 보이며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0.7명대로 떨어졌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사망자 수는 역대 최대로 늘어 인구는 3년째 자연 감소를 이어갔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24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1500명(4.4%) 감소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규모로, 연간 출생아가 25만 명 아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세계에서 꼴찌인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사상 최저를 경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2020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6년부터 매년 뒷걸음질치고 있는 합계출산율은 2018년(0.98명) 처음으로 0명대로 내려갔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합계출산율(0.81명)은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2년 연속 최하위였다.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는 건 일과 육아를 함께 하기 어려운 환경과 더불어 만혼(晩婚), 혼인 건수 감소 등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사상 최저인 19만1697건으로 2년째 20만 건을 밑돌았다. 첫아이를 낳는 평균 연령도 지난해 33세로 OECD 평균(29.3세·2020년)보다 4세 가까이 많았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지난해 사망자 수(37만2800명)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인구는 12만3800명 자연 감소했다. 2020년(―3만2600명) 처음으로 자연 감소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가 186억 달러(약 24조1000억 원)를 넘어섰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의 39%에 달한다. 에너지 수입이 급증한 가운데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 수출은 계속 줄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186억39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9억8400만 달러)의 약 2.7배에 달한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4억6700만 달러)의 39%가 올 들어 51일 만에 쌓였다. 이달 1∼20일 무역적자도 59억87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18억3300만 달러)의 3배가 넘었다. 2월 월간으로도 무역수지가 적자면 지난해 3월부터 1년째 적자가 이어지는 것이다. 수출이 줄어든 가운데 수입은 늘면서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액은 335억4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조업일수로 따지면 일평균 수출액은 14.9% 줄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출은 지난달에도 1년 전보다 16.6% 줄었다. 반도체와 대중 수출이 나란히 부진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43.9% 줄어 지난달에 이어 또 40% 넘게 급감했다. 대중(對中) 수출액은 전년보다 22.7% 감소했다. 중국 경기 위축으로 대중 수출은 지난달까지 8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에너지를 중심으로 이달 1∼20일 수입액(395억3600만 달러)은 9.3% 늘었다. 가스 수입이 81.1% 급증했고 석탄(11.2%), 원유(7.6%)도 수입이 늘었다. 지난달 무역적자의 54.9%는 에너지 수입 때문으로 분석된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정부가 국내 경기 둔화를 공식화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는 데다 소비 위축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기 흐름이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판단을 담은 그린북에 ‘경기 흐름 둔화’가 담긴 것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6월 ‘경기 둔화 우려’를 처음 밝힌 정부는 7개월째 비슷한 평가를 내놓다가 지난달 ‘경기 둔화 우려 확대’로 표현을 바꾸며 경계감을 높였다. 이달에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이미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4%로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반 만에 역(逆)성장했다. 수출은 지난달 16.6% 줄어 무역적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126억9000만 달러)를 보였다. 고금리까지 겹친 상황에서 1월 소비자물가는 9개월째 5% 넘는 상승률을 이어가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두 달 만에 장중 1300원을 돌파했다.고물가속 수출-소비 동시 부진… 침체 골 깊어질 우려 “경기 둔화” 첫 공식화수출, 이달 들어서도 두자릿수 줄어소비도 고금리에 감소세 돌아서 정부가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인정한 건 고물가가 계속되는 가운데 수출과 소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1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하며 “수출이 굉장히 꺾이는 모습들이 지속됐고 최근에는 소비마저도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며 “지난해 하반기(7∼12월) 일정 시점부터 경기 둔화가 진행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월 감소세를 보인 수출은 이달 들어서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일평균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4.5% 줄었다.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이 기간 40.7%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49억7100만 달러 적자였다. 2월에도 월간 무역수지가 적자일 경우 지난해 3월부터 1년째 적자가 이어지는 셈이다. 소비 위축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4% 감소했다. 지난해 초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회복 흐름을 보이던 소비가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달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액도 1년 전보다 각각 3.7%, 2.8% 줄었다. 경기 위축이 고용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고용 없는 침체’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1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3만5000명 줄며 2021년 10월(―1만3000명) 이후 1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까지 오르며 경제에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며 “부동산 규제를 더 풀어 시장을 정상화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기자 rambla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1. 싱가포르는 전 세계 웨이퍼 생산량의 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글로벌파운드리도 올해 신규 공장 완공을 목표로 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도 진출해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향후 반도체 산업 유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베 스완 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장은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다른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높은 기술 수준과 칩 설계 역량을 자랑한다”면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 베트남 호찌민시는 최근 미국 인텔로부터 33억 달러(약 4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새로 유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시에서 섣불리 공식화했다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이 관련 투자를 실제 논의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인텔이 베트남에 적어도 10억 달러 이상의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중 패권 다툼으로 촉발된 반도체 지각 변동 속에서 전 세계 각국이 기회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본, 대만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까지 뛰어들어 풍부한 노동력, 공격적인 세제 혜택 등을 앞세워 ‘탈중국’을 노리는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 ‘노동력’과 ‘세제 혜택’ 내세운 동남아베트남은 젊은 노동인구가 많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에 중국을 대체할 새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본 법인세율이 20%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이테크 사업에 대해서는 4년간 법인세를 면제한다. 이후 9년까지는 50%를 감면해준다. 인텔은 2010년 자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패키징·테스트 공장을 베트남 남부에 완공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만 15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키징 회사 앰코테크놀로지도 2021년 16억 달러 투자 발표와 함께 공장을 짓기 시작해 올해 말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후공정 분야에서 13%의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반도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인텔은 베트남과 함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중 추가 투자 지역 후보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기본 법인세율이 17%로 한국(24%)보다 낮은 데다 기업의 투자 활동에 각종 세금 공제 및 보조금 혜택을 준다.●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 갇힌 한국 반도체특별법반면 국내는 정치권이 정쟁으로 기업의 불확실성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4일 모여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해 대기업 공제율을 8%에서 15%로 늘리는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재벌 특혜’라는 야당 반발에 별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세제 혜택의 80%가 대기업에 가는 법”이라며 “기업들이 정말 투자를 늘릴지 검증할 수 있는 자료부터 달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고용진 의원은 “왜 15%로 올려야 한다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세액공제) 25%이기 때문에 따라가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여당과 정부가 중견·중소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가고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유인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설득에 나섰지만 15% 세율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 대책회의’에서 “한시가 시급해 2월 국회에서 꼭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반도체특별법은 단순히 한국 대기업 혜택만 따지며 좁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해외 소부장 업체들이 국내에 투자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생태계를 조성해야 산업 전체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인데 정치 논리에 가로막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를 둘러싸고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성수 에스엠 대표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그룹 에스파의 앨범 제작에 이 전 총괄이 과도하게 개입해 발매가 취소되는 등 문제가 많다고 폭로했다. 이 대표는 이 전 총괄의 처조카다. 이 대표는 에스엠 대표 그룹인 NCT 127이 적힌 옷을 입고 16일 개인 유튜브 채널에 28분 분량의 ‘1차 성명 발표’ 영상을 올렸다. 그는 “이수만이 2019년 홍콩에 개인 회사인 CTP를 설립해 에스엠과 해외 레이블사 간 정산 전에 해외 음반 매출액의 6%를 먼저 가져가고 있다”며 “이는 역외탈세가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CTP를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고 했다. 라이크기획은 이 전 총괄의 국내 개인 회사로, 에스엠에서 프로듀싱 명목으로 매년 200억 원가량을 받아 논란이 됐다. 이 전 총괄이 하이브에 지분 14.8%를 넘기며 ‘향후 3년간 해외에서만 프로듀싱할 수 있다’고 한 조항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하이브에 “CTP의 위법 요소를 알고도 묵인한 건가”라고 따졌다. 이 전 총괄이 강조하는 ‘나무 심기’도 비판했다. 이 대표는 “갑자기 나무 심기를 강조하고 페스티벌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면에는 이수만의 부동산 사업권 관련 욕망이 있다. 실제 어느 국가에서 부지 소유권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전 총괄이 이른바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에스파의 컴백 곡 가사에 ‘1도라도 낮출’ ‘상생’ ‘나무 심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에스파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초기 가사에는 ‘나무 심기’라는 단어가 나와 에스파 멤버들이 속상해하고 울컥해했다”며 “단어를 빼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발매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벌어진 일도 폭로했다. 이 대표는 “이수만은 아티스트·임직원에게 이수만이 필요하다고 선동하라고 했고, 이수만과 에스엠은 국내에서 임시 고문 계약을 맺자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해외 앨범과 아티스트 활동은 CTP와 계약하고, 이수만과 한국에서 제2의 프로듀싱 계약을 체결하라고 했다. 이수만 없는 회사의 매출액이 나오지 않도록 2, 3월 음반 발매 시기를 늦춰 1분기(1∼3월) 실적을 낮추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100억 원을 들여서라도 주총 대응팀을 만들라고 했고, 주총 대응팀은 이수만이 돌아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했다. 이 대표는 ‘SM 제국의 황제 이수만’, ‘이수만 일가를 위해 희생당한 자회사들’ 등 14개 목차를 공개하며 “추가 발표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괄 측근은 “일방적인 주장으로 사실과 다르다. 모든 책임을 이 전 총괄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총괄은 “착한 조카인데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 전 총괄의 역외탈세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한편 하이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전 총괄이 CTP를 소유하고 있고, CTP가 에스엠과 계약돼 있다는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며 “사실이 확인되면 CTP와 에스엠 간 계약을 종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전 총괄과 관련된 활동이 에스엠과 직접 연계되지 않는다면 관여할 이유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정부가 도로 통행료, 철도 요금 등의 공공요금을 올 상반기(1∼6월) 동결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방 공공요금 인상도 억제에 나서면서 서울시는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 인상을 연기했다. 전기, 가스요금은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해 완만하게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올해 첫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물가안정 및 가스·전기요금 등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도로, 철도, 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며 “지방정부도 민생 안정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자체가 버스·지하철 요금, 상하수도 요금, 택시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을 동결하면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맞춰 4월로 예정했던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을 올 하반기(7∼12월)로 연기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시기는 미뤘지만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300, 400원씩 인상하겠다는 방침은 여전하다. 정부는 서울시가 요구했던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 지원에 대해선 “지자체가 부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은 ‘난방비 폭탄’ 사태와 관련해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요금 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늦추는 동시에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19만 가구에는 도시가스 및 지역난방 이용자와 같은 수준인 최대 59만2000원의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간 등유와 LPG를 이용하는 취약계층은 지원 대상에 빠져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 동안 도시가스, 지역난방을 이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난방비를 최대 59만2000원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에게만 적용되는 요금 분할 납부도 한시적으로 소상공인 등으로 확대한다. 전기요금은 7월, 가스요금은 12월부터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정부는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올 상반기 중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를 내놓는 방안을 통신업계와 협의하기로 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정부가 올 상반기(1~6월) 도로 통행료, 철도 요금 등 중앙정부 차원의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시내버스, 지하철 요금을 비롯한 지방 공공요금 인상도 억제한다.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등 19만 가구에는 최대 59만2000원의 난방비를 지원한다. 정부는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올해 첫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물가안정 및 가스·전기요금, 통신비 등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며 “지방정부도 민생 안정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공공요금 동결과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전반적인 물가 상황이 상반기에 좀 더 어렵다고 본다”면서 “하반기엔 상황을 봐서 (인상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또 “지방정부 협력과 고통 부담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교부세 추가 지급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자체가 버스·지하철 요금, 상·하수도 요금, 택시요금, 쓰레기봉투 값 등을 동결하면 정부는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맞춰 4월로 예정했던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을 올 하반기(6~12월) 로 연기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시기는 미뤘지만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300, 400원씩 인상하겠다는 방침은 여전하다. 최근 ‘난방비 폭탄’ 대책으로 등유, LPG를 사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19만 가구에도 도시가스 및 지역난방 이용자와 같은 수준의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간 등유와 LPG를 이용하는 취약계층은 지원 대상에 빠져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 동안 도시가스, 지역난방을 이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겨울 난방비를 최대 59만2000원 지원하기로 했다. 전기, 가스요금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은 요금을 나눠 낼 수 있다. 정부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에만 적용되는 요금 분할 납부를 한시적으로 소상공인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요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해 전기요금은 7월, 가스요금은 12월부터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또 정부는 40~100GB(기가바이트) 등 현재 부족한 데이터 구간의 중간요금제가 상반기 중 출시될 수 있도록 통신사와 협의할 예정이다. 기존보다 가격은 낮추고 혜택은 높인 장년층 대상 전용 5G 요금제를 내놓고, 고령자 연령대별로 혜택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논의한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국회가 14일 ‘K칩스법’(반도체산업강화법)의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논의를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40여 일 만이다. 여야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어 2월 국회 내 처리 가능성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와 소위를 잇달아 열고 세액공제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의 조특법 정부안을 논의했다. 여야는 이날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추가 소위 일정을 잡아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은 조세소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과 합의해서 내일이라도 일정이 잡히면 반도체 관련 사안을 심사해서 의결하겠다”라고 밝혔다. 전체회의에서 “실제 효과를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며 반대 뜻을 나타냈던 민주당도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며 세액공제 효과에 대한 자료 제출을 기재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소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여야가 어느 정도 취지 자체는 공감한다”면서도 “세액공제로 발생되는 효과에 대한 자료나 4조 원 가까이 감세되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세수를 확보할지 검토가 필요하단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법은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설치, 공급망안정화기금 등을 통해 필수 물자의 조달 대응 체계를 갖추는 내용이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미국 경제가 침체나 둔화 없이 계속 고공 비행할 것이라는 ‘노 랜딩(No landing·무착륙)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용을 비롯한 여러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소프트 랜딩(연착륙)’이나 ‘하드 랜딩(경착륙)’이 아닌 제3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사실일 것 같지 않았던 ‘경제 호황(an economic growth upturn)’을 이제 몇몇 경제학자들이 제3의 시나리오로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서치 회사 르네상스 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노 랜딩 시나리오는 현실”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들은 경제가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는 ‘하드 랜딩’이나 완만히 경기가 둔화되는 ‘소프트 랜딩’이 아니라 경기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는 미국의 각종 지표에서 침체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취업자 증가 폭은 51만7000명(농업 제외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18만8000명)의 2.7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지난달 실업률도 전망치(3.6%)를 밑도는 3.4%로 1969년 5월 이후 5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소비를 비롯한 다른 지표들도 탄탄하다. 마스터카드는 지난달 자동차를 제외한 미국의 소매판매가 1년 전보다 8.8%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1월 미국 제조업 분야의 평균 주당 가동 시간도 1.2% 늘었다. 이에 따라 최근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앞으로 12개월 안에 불황에 빠질 확률을 35%에서 25%로 낮춰 잡았다. 다만 WSJ는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워낙 빠르게 금리를 올린 만큼 그 효과가 완전히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금리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올렸던 2006년의 경우 금리 인상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미국의 보험사 네이션와이드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캐시 보스챈식은 “기업들의 수익은 갈수록 줄고 있다”며 수익 하락이 고용 감소로 이어지면서 올 중반부터는 경기가 완만한 침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의 경기 상황을 감안해 연준이 긴축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지난해 12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국회의원들 입에 오르내렸다. 예산안 대치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며 나섰을 때였다. 야당 단독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면 정부가 국회에 보낸 예산안에서 감액만 가능했다. 흔히 ‘쪽지 예산’이라 불리며 의원 요구로 증액돼 온 지역 사업 예산은 넣을 수가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 추경이었다. 민주당 자체 수정안에 담지 못한 지역 사업 예산은 올해 초 추경을 통해 반영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관가에선 “국가재정법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왔다. 해가 바뀌어 2월이 돼도 국회에선 계속 추경이 거론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은 최근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친전을 보내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그는 “에너지 요금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 등 민생위기 극복 추경이 필요하다”며 “올해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재 예산은 시급히 수정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조 원의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경이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카드가 된 데에는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추경이 편성되지 않은 해는 딱 다섯 번뿐이다. 나머지 열여덟 해는 늘 추경이 편성됐다. 2020년에는 네 차례 편성되는 등 실제로 편성된 횟수를 세어 보면 23년 동안 추경은 스물다섯 번이나 이뤄졌다. 예외적인 상황에 짜도록 한 추경을 편성하지 않은 연도가 ‘예외적인 해’가 돼버린 것이다.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경우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일어났을 때 편성할 수 있다. 또 경기 침체와 대량 실업 등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도 편성 가능하다. 이들에 해당하는 경우가 2000년대 들어 스물다섯 번이나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요건에 맞지 않더라도 정치적 합의를 통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관가의 반응이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말일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추경 편성은 득보단 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은 지난달 사상 최초로 7차례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런 와중에 추경을 통해 또 시중에 돈을 풀면 물가 상승 압력은 커진다. 1월 물가는 1년 전보다 5.2% 뛰며 9개월째 5% 넘는 상승 폭을 이어갔다. 빚을 내 추경에 나서면 이미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채무 비율은 악화된다. 국내 경기 둔화가 더 또렷해지면 추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세계잉여금이 지난해 6조 원 발생하면서 정부의 부담도 줄었다. ‘난방비 폭탄’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해 지원을 늘렸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짠 예산이 효과적으로 쓰이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추경이라는 쉬운 선택만 다 같이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