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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에서 15일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유럽 패싱’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영국이 EU 국가 지도자들에게 비판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2일(현지 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정부 관계자는 “유럽 지도자들로부터 나오는 ‘도움이 되지 않는 지속적인 공개 논평’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영국 측은 EU 지도자에게 자제를 요구하며 이들을 다독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헝가리를 제외한 EU 26개국은 ‘우크라이나에 관한 EU 정상들의 성명’을 발표해 독립·주권·영토 보전의 원칙을 비롯한 국제법을 존중하는 평화를 촉구했다. 그밖에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카야 칼라스 EU외교 안보 대표 등 유럽 고위급 인사들은 좀 더 직접적으로 유럽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이에 대해 영국 정부 관계자는 “유럽 동료들과 달리 우리는 공개적으로는 미국에 요구하지 않는다”며 “유럽인들의 많은 방식이 미국을 짜증나게 할 수 있고 레드라인을 넘으면 트럼프를 짜증나게 할 것”이라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텔레그래프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오래 전부터 이 같은 전략을 취해왔다고 전했다. 올해 2월 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했을 때 EU 지도자들은 앞다퉈 X 등에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그러나 스타머 총리는 대중을 향해 공개적인 지지 표명은 하지 않은 채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사이를 중재하려 연쇄 전화 통화에 나섰다. 또 이같은 스타머 총리의 당시 움직임은 어느 정도 효과를 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사슬이 여러분의 목소리를 막지 못하게 하십시오. 국경이 여러분을 가두지 못하게 하십시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숨진 알자지라방송의 아나스 알샤리프 기자(28)는 11일 X를 통해 공개된 생전 유언에서 이렇게 밝혔다. 가자지구 기아 사태에 이어 언론인 사망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알샤리프를 비롯해 자국 군대의 공습으로 숨진 언론인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투원이며 기자를 사칭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부지에서 알샤리프 등 알자지라방송 취재진 5명과 프리랜서 기자 1명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들은 전날 밤 이 병원 부지에 들어선 천막에 머물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 알샤리프는 2023년 11월부터 알자지라방송 가자지구 통신원으로 일했다. 이스라엘이 해외 언론의 가자 진입을 봉쇄한 상황에서 그는 기아 문제 등을 꾸준히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로이터통신에 사진 기사를 제공해 퓰리처상(속보 사진 부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작성한 유언에서 “나는 진실을 왜곡하거나 조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주저한 적이 없다”고 썼다. 네 살짜리 딸 샴과 한 살짜리 아들 살라 등 남겨진 가족을 부탁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가자지구를 잊지 말아 달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알샤리프가 하마스 세포조직의 수장으로 활동하면서 이스라엘과 민간인 군부대에 대한 로켓 공격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생전 알샤리프와 소속 언론사인 알자지라방송은 이스라엘의 이런 주장을 부인해 왔다. 영국 BBC는 “알샤리프가 전쟁(2023년 10월 7일 발발) 이전 하마스의 미디어팀에서 일했다”면서도 “국제법에 따라 합법적 표적은 현역 전투원뿐이다. 과거 하마스의 미디어팀에서 일했다고 해서 현역 전투원인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언론인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하며 두려움과 공격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일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제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186명의 언론인이 이곳을 취재하다 숨졌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사슬이 여러분의 목소리를 막지 못하게 하십시오. 국경이 여러분을 가두지 못하게 하십시오.”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숨진 알자지라방송의 아나스 알샤리프 기자(28)는 11일 X를 통해 공개된 생전 유언에서 이렇게 밝혔다. 가자지구 기아 사태에 이어 언론인 사망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알샤리프를 비롯해 자국 군대의 공습으로 숨진 숨진 언론인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투원이며 기자를 사칭했다고 주장했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부지에서 알샤리프 등 알자지라방송 취재진 5명과 프리랜서 기자 1명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들은 전날 밤 이 병원 부지에 들어선 천막에 머물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알샤리프는 2023년 11월부터 알자지라방송 가자지구 통신원으로 일했다. 이스라엘이 해외 언론의 가자 진입을 봉쇄한 상황에서 그는 기아 문제 등을 꾸준히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로이터통신에 사진 기사를 제공해 퓰리처상(속보 사진 부문)을 받기도 했다.그는 생전에 작성한 유언에서 “나는 진실을 왜곡하거나 조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주저한 적이 없다”고 썼다. 네 살짜리 딸 샴과 한 살 아들 살라 등 남겨진 가족을 부탁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가자지구를 잊지 말아 달라”며 글을 마무리했다.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알샤리프가 하마스 세포조직의 수장으로 활동하면서 이스라엘과 민간인 군부대에 대한 로켓 공격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생전 알샤리프와 소속 언론사인 알자지라방송은 이스라엘의 이런 주장을 부인해왔다. 영국 BBC는 “알샤리프가 전쟁(2023년 10월 7일 발발) 이전 하마스의 미디어팀에서 일했다”면서도 “국제법에 따라 합법적 표적은 현역 전투원뿐이다. 과거 하마스의 미디어팀에서 일했다고 해서 현역 전투원인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언론인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하며 두려움과 공격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일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제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186명의 언론인들이 이곳을 취재하다 숨졌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영국 왕실에서 독립한 해리 왕자 부부가 최근 넷플릭스와의 재계약에 성공했다. 앞서 계속된 흥행 부진으로 넷플릭스가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계약이 성사된 것.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간) 해리 부부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정확한 계약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달했던 2020년 첫 계약 당시보다는 금액이 줄었다고 전해졌다.첫 계약 당시 해리 왕자 부부가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를 독점으로 넷플릭스가 유통한다는 조건이었지만 이번 재계약에서 넷플릭스는 경쟁사들보다 먼저 해리 왕자 부부의 콘텐츠를 검토할 수 있는 권리만 갖게 됐다. 만약 넷플릭스가 해리 왕자 부부가 기획하는 콘텐츠가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넷플릭스가 지난 2022년 제작한 해리 부부의 6부작 다큐멘터리 ‘해리 & 메건’은 공개 나흘 만에 2340만 뷰를 기록했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이 겪은 인종차별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후 제작한 세 편의 다큐멘터리는 이전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해리 왕자가 제작, 지난해 12월 공개한 다큐멘터리 ‘폴로’는 누적 조회수 50만 뷰를 기록하는 등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메건은 성명을 통해 “넷플릭스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기업이 많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억만장자 수가 월가를 보유한 미국 최대 도시 뉴욕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헨리앤드파트너스’에 따르면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는 자산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가 82명 거주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 부자가 많은 뉴욕(66명)을 능가했다. 특히 최근 10년간 샌프란시스코의 억만장자 수는 두 배로 늘었지만 뉴욕은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거래된 2000만 달러(약 280억 원) 이상의 호화 주택 수 또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CNBC가 전했다.시장 조사 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세계 AI 업계에는 유니콘 기업, 즉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가 넘는 비상장 기업이 498개에 이른다. 이들의 총가치는 2조7000억 달러(약 3780조 원)에 달한다. AI 스타트업 ‘애니스피어’의 기업 가치는 최대 200억 달러(약 28조 원)로 추산된다. 이 회사의 25세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트루엘 또한 억만장자로 추정된다. 대표 AI 기업 ‘오픈AI’의 전 직원들이 만든 ‘앤트로픽’의 기업 가치는 1700억 달러(약 238조 원)에 이른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 그의 공동 창업자 6명도 억만장자일 것으로 CNBC는 추산했다. 역시 오픈AI 출신인 미라 무라티가 만든 AI 스타트업 ‘싱킹머신랩’의 기업 가치 또한 120억 달러(약 16조8000억 원)에 달했다. 무라티도 억만장자로 추정된다. 다만 이들의 자산 대부분이 비상장 주식이어서 현금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과 주요 교역국의 무역 협상을 관장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사진)이 1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인터뷰에서 “미국으로 생산 거점이 돌아오면 (미국의) 수입량이 줄어 국제 (무역) 불균형이 시정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관세는 ‘각얼음’처럼 녹아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각국과 체결한 관세 협정을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대폭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관세 또한 낮춰 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구체적인 관세 인하 시점에 대해선 “예측하기 힘들다”고 했다. 상당한 규모의 무역적자가 해소되어야 관세 인하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관세 정책의 목적은 국제 수지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 자본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규제 완화와 감세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각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무역 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국가들과의 협상은 올 10월 말까지 대부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직까지 무역 합의를 맺지 못한 국가들에도 협상의 문은 일단 열어놓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중국, 인도, 캐나다, 멕시코 등 아직까지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반드시 10월 말까지는 합의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관세 협상의 가장 큰 초점은 중국과의 협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非)시장경제라는, 우리와 다른 목표를 가진 국가(중국)와 매우 어려운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타결이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했다. 다만 미중은 지난달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3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12일 종료되는 양국 간 ‘관세 휴전’을 연장하는 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휴전 연장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베선트 장관이 “10월 말까지 합의”를 언급한 것을 두고 관세 유예 연장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산 수입차에 대한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시점에 대해선 “영국의 경우 관세 인하 (결정)부터 실행까지 50일가량 걸렸다”면서 “50일보다 짧을 수 있고 길 수도 있지만, 영국 사례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지난달 22일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여기에 50일을 적용하면 다음 달 10일이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기록적인 속도로 억만장자를 양산해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경제매체 CNBC는 10일 AI 스타트업이 올해 수십 명의 억만장자를 탄생시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업가치 상위 1∼4위 비상장 AI 기업에서 최소 15명의 억만장자가 탄생했다고 올 3월 추산한 바 있다. 이들의 순자산 합계는 380억 달러(약 52조82000억 원)에 달했다. 엔비디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증시에 상장된 AI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AI 스타트업의 가치도 함께 치솟은 탓이다. 실제로 시장 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AI 산업에는 기업가치가 10억달러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은 총 498개, 이드 기업의 총 가치는 2조7000억 달러(약 3753조 원)에 달한다. 기업 가치가 1억 달러가 넘는 AI 스타트업만 1300개 이상이다. AI 스타트업 ‘애니스피어’의 기업 가치는 180억~200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CNBC는 이 회사의 25세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투루엘 역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오픈AI 출신 핵심 인력이 창업한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도 1700억 달러에 달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와 공동 창업자 6명 역시 억만장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오픈AI 출신인 미라 무라티가 2월 설립한 스타트업 ‘싱킹 머신 랩’ 역시 기업가치가 120억달러에 달했다. 다만 CNBC는 이들 대부분이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이뤄지고 있어 주주와 창업자들이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AI 스타트업 CEO들의 상당수는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한다. 그 결과 샌프란시스코는 금융계를 중심으로 전통적으로 억만장자가 많은 도시로 꼽히는 뉴욕보다 최근 더 많은 억만장자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헨리앤 파트너스’에 따르면 샌프란 시스코에는 현재 82명의 억만장자가 거주 중으로 뉴욕(66명) 보다 많다. 지난 10년 간 샌프란시스코의 억만장자 수는 두 배로 늘었지만 뉴욕은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CNBC는 지난해 샌프란 시스코에서 2000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 주택이 사상 최대로 많았다고 전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 도로는 보행자가 우선인 도로라고 보기 힘드네요. 다른 차로와 다를 바가 없어요.” 지난달 10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선릉로86길.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약 390m인 ‘보행자 우선도로’ 일대를 둘러보고 이같이 진단했다. 이곳은 2017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2년 12월 보행자 우선도로로 정식 지정됐다. 하지만 이날 보행자들은 차량을 피해 도로 양측 구석으로 몰려 걸었다. 도로 중앙을 차지한 건 주행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였다. 점심시간이 되면서 보행자가 많아지자, 곳곳에서 경적 소리가 들렸다. 보행자 앞에서 차가 급정차하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쉽게 목격됐다.● 보행자도 몰라, 설비만큼 홍보 시급 보행자 우선도로는 보행량이 많지만 보도블록이 없거나 한쪽에만 있어 위험한 이면도로 등에 지정한다. 2013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보행자에게 통행 우선권을 부여하는 보행자 우선도로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2022년 7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정식 시행에 들어갔다. 운전자는 시속 30km(필요시 20km) 이하로 주행하며 보행자와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속도를 높여 보행자를 추월하거나 경적을 울리면 범칙금이 부과된다. 보행자는 차량을 피하지 않고 도로 전 구간을 통행할 수 있다. 제한속도를 초과해 보행자를 추월하거나 경적을 울리며 보행자를 위협하면 범칙금 4만 원이 부과된다. 손해보험협회는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이 100% 과실 책임을 진다는 기준도 마련했다. 그런데도 이날 점검한 보행자 우선도로는 사실상 ‘자동차 우선도로’였다. 노면에 ‘보행자 우선도로’라는 표기가 있고, 다른 도로와 구별하기 위해 일부 구간에 아스팔트와 다른 바닥재를 사용했는데도 그랬다. 상당수 보행자도 이곳이 보행자 우선도로인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강남구 인근 직장인 김현지 씨(32)는 “사람이 많은 점심시간 외에는 차가 엄청 빨리 다닌다”고 말했다. 같은 날 송파구 백제고분로7길의 보행자 우선도로도 다르지 않았다. 보행자를 추월해 지나가는 오토바이가 1분에 1대꼴로 나타났다. 길가를 점거한 불법 주정차 차량도 보행을 방해했다. 원칙적으로 보행자 우선도로에는 주정차가 금지돼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 줄었는데 보행자 사망은 늘어각 지자체가 매년 보행자 우선도로 사업 대상지를 새로 지정하면서 시행 초 전국 21곳에서 2024년 기준으로 전국 269곳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서울만 해도 올해 2월 기준 133곳의 보행자 우선도로가 있다.하지만 보행 안전 지표는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2521명 가운데 보행자는 920명으로 그 비율이 36.5%였다. 2023년 34.7%에 비해 높아졌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4%)과 비교해도 약 2배로 높다. 특히 보행자에게 위험한 건 차로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은 좁은 길이다. 2019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보행 중 사망자의 74.9%가 인도·차로 혼용도로에서 발생했다. 또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매해 34명의 보행자가 인도·차로 혼용도로 가장자리에서 숨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 못지않게 제도를 알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면 포장 등 도로 정비에 보행자 우선도로 사업이 치중된 측면이 있다”며 “보행자 우선도로가 무엇인지, 제한속도는 시속 몇 km인지,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사고 시 과실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등 중요한 정보를 사회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자체 및 경찰 차원의 적극적인 계도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 수석연구원은 “기존 무인단속 카메라는 신호위반이나 불법 주정차는 적발해도 보행차 추월까지 단속하긴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속적인 계도 노력을 통해 보행자 우선도로에선 차량이 아닌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인식을 운전자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벤치-조경시설 등 감속 유도 시설 늘려야” 벤치나 조경시설 설치, 도로 폭 줄이기 등 차량의 통행을 어렵게 하는 노력들을 통해 불법 주정차나 과속을 실질적으로 막는 방법도 있다. 단속과 규제가 아니라 운전자들이 자연스럽게 보행자 안전을 우선할 수 있도록 교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편으로, 유럽 및 미국 일부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시행돼 왔다. 다만 속도 저감시설 설치는 지자체 자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선도로 지정 시 노면 포장이 우선되고, 속도 저감시설 설치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날 이동민 교수 역시 방문한 2곳에 대해 “현실적으로 속도를 감속시킬 만한 장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 후 효과성 검증을 의무화하는 절차를 둔다면 노면 포장 외의 시설 설치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보행자가 주인공인 거리… 차를 ‘천천히’ 만드는 도시 설계차도 줄이고 속도 늦춰 보행안전 확보유럽 확산 ‘정온화’, 국내 도입 확대10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차도가 직선이 아닌 지그재그 형태로 굽어 있다. 차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이기 위한 설계다. 차도의 폭은 과거 10m에 달했던 때도 있지만 현재는 약 3m밖에 되지 않는다. 대신 보행자가 다니는 길이 크게 넓어졌다.이처럼 보행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물리적 시설을 설치해 자동차의 통행량과 속도를 낮추는 것을 ‘교통 정온화(靜穩化)’ 기법이라고 한다. 자동차 중심에서 벗어나 보행자 중심으로 도로를 재편하자는 철학이 들어 있다.세종시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회전교차로도 정온화의 대표 사례다. 교차로 중앙에 원형 교통섬을 두고 차량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유도해 속도를 자연스럽게 낮춘다. 보행자도 한 방향만 주의하며 건너도 무방하기에 더 안전하다. 고원식 횡단보도, 소형 회전교차로, 과속방지턱, 노면 요철 포장 등이 정온화의 대표적 사례다.교통 정온화는 1970년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2016년부터 ‘슈퍼블록(Superblock)’ 프로젝트를 시행하며 주목을 받았다. 여러 블록을 하나로 묶고, 그 내부의 차량 속도와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이다. 기존 차도는 폐쇄하거나 우회시키고, 내부 도로는 놀이터·벤치·카페 등 사람 중심 공간으로 전환했다. 차량 통행을 최소화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유럽에선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차량에 불편을 주는 도로 구조가 오히려 일반적이다. 프랑스에는 약 3만 개의 회전교차로가 설치돼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고, 영국에도 약 2만5000개가 있다.뉴욕 브로드웨이 역시 교통 정온화를 도입하여 도시 설계를 재편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08년부터 2년간 브로드웨이 미드타운 구간에 보행 공간이 조성됐다. 기존 4차로를 2차로로 줄이는 대신 마련된 공간이었다. 차도와 자전거 도로가 자연스럽게 분리되면서 자전거 이용자는 안전한 주행경로를 확보했고, 보행자 역시 쾌적하고 넓은 보도공간에서 쉴 수 있는 새로운 휴식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민형사 재판에 관련된 인물과 야당 민주당의 주요 인사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재집권 전부터 ‘정치 보복’ 가능성을 거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보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최근 뉴욕 북부 연방 지방검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그는 뉴욕에 기반을 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기업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사기 대출 의혹에 관한 재판 당시 민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원인 러티샤 총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관련 소송을 제기했고, 자신의 법적 권리 또한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총장은 2022년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은행 대출을 쉽게 받기 위해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자산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2월 1심 법원은 금융 사기 혐의를 인정해 트럼프 일가에 벌금 3억5500만 달러(약 4970억 원)를 선고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측은 항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팸 본디 법무장관은 최근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지시했다. 시프 의원이 지역구 캘리포니아주가 아닌 수도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에 주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대출을 받기 위해 관련 문서 및 재산 기록을 위조했다는 혐의다. 앞서 2일 공직윤리감찰기구(OSC)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퇴임 당시 기밀문서 불법 반출 사건 등을 조사했던 잭 스미스 전 연방 특별검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OSC 측은 스미스 전 특검이 당시 수사 과정에서 편파적으로 행동했고, 이는 연방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해치법’ 위반이라고 밝혔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는 물론이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양국 정상의 첫 대면 회담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공개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가능성에 대해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 매우 곧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또한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이 두 정상의 15일 회동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조건으로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보해야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매우 복잡하다”면서도 “일부(영토)는 돌려받을 것이고 일부는 교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이번 전쟁 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등을 모두 갖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이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야 휴전을 고려하겠단 입장이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 “어떤 영토도 내줄 수 없다”며 반발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관세 압박을 무기로 휴전을 강조하고 동시에 러시아에 넘겨주는 영토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 인도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역시 러시아 원유를 대거 사들이는 중국에도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美-러, 우크라 땅 주고받기로 휴전 접점 찾을듯… 우크라는 반발트럼프-푸틴 15일 ‘알래스카 회담’WP “푸틴, 남동부 4개 점령지역중… 2곳 합병, 2곳은 現전선 유지 원해”우크라-유럽 “수용 불가” 반발에도… “우크라 배제한 회담, 한계 분명” 지적푸틴, 10년 만에 美 영토 밟게 돼“크림반도와 돈바스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야 한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크라이나인은 땅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가운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푸틴 대통령은 2014년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을 영토로 합병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6일 러시아를 찾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에게도 우크라이나군이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주요국은 “휴전보다 먼저 영토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첨예한 양측의 차이를 어떻게 중재하고, 특히 러시아를 얼마나 강하게 압박하느냐에 따라 정상회담의 성과가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도네츠크-루한스크 완전 확보” 주장이번 정상회담은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태생적 한계가 분명하단 지적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 측은 줄곧 3자 회담을 원했지만 러시아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백악관은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고 NBC방송 등이 전했다.회담의 관건은 러시아가 대부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4개 주를 어떻게 할 것이냐다. 러시아는 현재 이들 지역의 약 60∼80%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도네츠크주의 통제권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전체 우크라이나 영토를 기준으로는 러시아가 전쟁 뒤 약 20%를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은 8일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일부(영토)를 돌려받고 일부는 교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6일 윗코프 특사에게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러시아가 갖되 헤르손과 자포리자는 현재 전선을 유지하는’ 휴전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3년 넘게 자유와 안보를 위해 싸워온 우크라이나인들을 배제한 채 결정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9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에 동조했다.유럽 주요국은 설사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포기하더라도 ‘등가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토 포기 시 러시아가 강하게 반대하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같은 안전보장 장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옛 러 영토 알래스카도 주목두 정상의 만남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 6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 땅을 밟는 것은 2015년 9월 뉴욕 유엔 총회 참석 후 10년 만이다.이번 회담 장소가 제정 러시아의 영토였던 알래스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알래스카주는 러시아 영토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땅이다. 19세기 내내 대영제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재정난에 시달렸던 제정 러시아가 1868년 상대적으로 헐값으로 여겨지는 720만 달러에 미국에 판매했다.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줄곧 국제사회의 강한 비판을 받았던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현직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외교적 승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러시아가 헐값에 알래스카를 미국에 넘겨줬으니 미국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가져가는 것을 용인해달라는 식의 해석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샘 그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WP에 “알래스카 회담은 영토를 사고팔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끔찍한 상징성”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우크라이나를 위한 희망’의 유리 보예츠코 대표도 “트럼프와의 만남 자체로 푸틴은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진단했다.푸틴 대통령은 전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아동의 강제 납치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2023년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미국과 러시아는 ICC 당사국이 아니어서 두 나라 중 한 곳에서 회담을 열 수밖에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또한 러시아 대통령을 미국 땅으로 오도록 했다는 성과를 과시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1970년 달 착륙을 목적으로 발사됐던 미국 우주선 아폴로 13호의 선장 짐 러블이 7일(현지 시간) 미 일리노이주 레이크 포레스트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7세.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러블의 삶은 수백만 명에게 영감을 줬다. 그의 용기는 달과 그 너머를 향한 길을 닦는데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또 “아폴로 13호 선장이자 네 번의 우주 비행에 참여한 러블의 부고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1928년 3월 25일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러블은 미 해군사관학교를 거쳐 해군 테스트 파일럿으로 복무했다. 1962년에는 NASA 우주비행사로 처음 선발됐고, 1968년 12월 지구 밖 천체를 탐사한 최초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8호의 조종사였다. 초기 우주 탐사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명으로 여겨져 왔다.그가 유명세를 탄 핵심 배경으로는 아폴로 13호의 ‘기적의 생환’이 꼽힌다. 달 착륙을 목표로 했던 아폴로 13호는 발사 후 56시간 만에 산소탱크 폭발로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생전 러블은 당시를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보였다. 모든 일에서 가장 두려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두 대원과 좁은 달 착륙선을 임시 구명정으로 활용해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4일 넘게 부족한 전기·물·산소 등에 맞서 극한의 사투를 벌인 결과였다. 러블은 이 일로 의회의 우주 명예 훈장과 미국 대통령이 주는 자유훈장을 받았다. 그는 1994년 아폴로 13호의 귀환 과정을 담은 회고록 ‘잃어버린 달 : 아폴로 13호의 위험한 항해’를 출간했다. 이 책은 1995년 론 하워드 감독,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아폴로 13’으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NASA 본부(휴스턴에 자리잡고 있음)에 당시 상황을 알리던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라는 대사는 불후의 명대사 중 하나로 꼽힌다. 러블은 1973년 3월 1일 NASA에서 공식 은퇴했다. 러블이 4차례의 임무를 통해 우주에서 머문 시간은 총 715시간 4분 57초로 당시 세계 최장 기록이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사 재판에 관련된 인물들이 최근 줄줄이 법무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보복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뉴욕 북부 연방 지검으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제임스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기업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관련 사기 대출 의혹 사건 재판 당시 민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민권법 위반은, ‘특정 인물(인종, 성별, 정치적 입장 등)에 대한 차별’이나 ‘헌법이 보장한 권리(동등 보호, 자유, 공정한 재판 등)를 침해’했을 때 적용되는 법 조항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레티샤 총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의 법적 권리를 침해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제임스 총장은 2022년 트럼프와 대통령과 자녀들이 은행 대출을 쉽게 받기 위해 트럼프 그룹의 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등 금융 사기 혐의가 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2월 1심 법원은 이 혐의를 인정해 트럼프 일가에 벌금 3억5500만 달러를 선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또한 뉴욕 북부지검은 제임스 총장이 총기 로비 단체 전미총기협회(NRA)에 대한 해산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동기가 있었는지 여부도 들여다볼 계획으로 전해졌다.최근 팸 본디 법무장관은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프 의원은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온 정치인이다. 하원 의원 시절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연계 의혹을 조사한 정보위원회를 이끌었고, 2021년 1·6 연방의회 폭동 사태를 조사하는 특별위원회에도 참여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빠르면 다음 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6일 밝혔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보좌관 또한 7일 “실무자들이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3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러 혹은 미-러-우크라 정상회담이 열릴지와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및 종전 계기가 마련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휴전에 내내 미온적이던 푸틴 대통령의 태도가 바뀐 배경으로 미국이 6일 인도에 부과한 25%의 추가 관세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해 온 인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총 50%(상호관세 25%, 추가 관세 25%)의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계속될수록 푸틴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이 뭉치는 모습도 감지된다. 로이터통신은 모디 총리가 31일 중국 톈진에서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018년 이후 7년 만에 중국을 찾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푸틴과 조기에 만날 가능성 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을 언제 만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매우 조기에(very soon) 만날 가능성이 상당하다(good chance)”고 답했다. 그는 올 1월 재집권 후 푸틴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했지만 직접 만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3시간가량 푸틴 대통령을 만난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의 러시아 방문을 두고도 트루스소셜에 “매우 생산적이었다.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 주요국 정상과도 통화하며 3자 정상회담 계획안을 설명했다며 “모두가 이 전쟁이 반드시 종결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러시아가 좀 더 휴전에 의향을 보인 것 같다”고 했다. 우샤코프 보좌관 또한 “미국 측의 제안으로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회담 장소도 합의됐으며 조만간 알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촉박한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회담이 다음 주에 개최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NN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그렇게 빠른 시일 안에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브릭스 정상은 反트럼프 연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산유국인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도 인도와 중국에 대규모 원유를 판매하며 전쟁 자금을 충당하고 있으며, 이런 경제적 자신감이 러시아가 휴전에 소극적인 이유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8일까지 러시아가 휴전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의 상대 교역국에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특히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러시아 원유 수입을 이유로 중국에도 (인도처럼)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는 인도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다른 나라도 대상이 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중국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기 위해 인도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주요국이 ‘반(反)트럼프’ 전선을 구축하는 모습도 뚜렷하다. 약 350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1962년 국경 분쟁을 벌인 뒤 아직까지도 산발적인 교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디 총리가 중국 본토를 찾는 건 이례적이다. 푸틴 대통령 또한 올 연말 인도를 찾아 모디 총리와 회담하기로 했다고 인도 고위 관리가 7일 밝혔다. NYT는 “미국의 2차 관세가 중국 견제를 위해 손을 잡아 온 ‘미국-인도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으로부터 50%의 상호관세 폭탄을 맞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6일 로이터통신에 “대화할 뜻이 없는 미국 정상(트럼프)과 대화하는 건 굴욕”이라며 브릭스의 여러 지도자와 현 사태의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빠르면 다음 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6일 밝혔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보좌관 또한 7일 “실무자들이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3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러 혹은 미-러-우크라 정상회담이 열릴지 여부와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및 종전 계기가 마련될 지 관심이다.휴전에 내내 미온적이던 푸틴 대통령의 태도가 바뀐 배경으로 미국이 6일 인도에 부과한 25%의 추가 관세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해 온 인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총 50%(상호관세 25%, 추가 관세 25%)의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계속될수록 푸틴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이 뭉치는 모습도 감지된다. 로이터통신은 모디 총리가 31일 중국 톈진에서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018년 이후 7년 만에 중국을 찾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푸틴과 조기에 만날 가능성 커”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을 언제 만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매우 조기에(very soon) 만날 가능성이 상당하다(good chance)”고 답했다. 그는 올 1월 재집권 후 푸틴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했지만 직접 만나진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같은 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3시간가량 푸틴 대통령을 만난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의 러시아 방문을 두고도 “매우 생산적이었다.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 주요국 정상과도 통화하며 3자 정상회담 계획안을 설명했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모두가 이 전쟁이 반드시 종결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앞으로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그것(휴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러시아가 이제 좀 더 휴전에 의향을 보인 것 같다”고 밝혔다.우샤코프 보좌관 또한 “미국 측의 제안으로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회담 장소도 합의됐으며 조만간 알리겠다”고 밝혔다.다만 촉박한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회담이 다음 주에 개최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NN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그렇게 빠른 시일 안에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브릭스 정상은 反트럼프 연대트럼프 2기 행정부는 산유국인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도 인도와 중국에 대규모 원유를 판매하며 전쟁 자금을 충당하고 있으며, 이런 경제적 자신감이 러시아가 휴전에 소극적인 이유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8일까지 러시아가 휴전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의 상대 교역국에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특히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러시아 원유 수입을 이유로 중국에도 (인도처럼)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는 인도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다른 나라도 대상이 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중국일 수 있다”고 답했다.이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기 위해 인도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주요국이 ‘반(反)트럼프’ 전선을 구축하는 모습도 뚜렷하다. 약 350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1962년 국경 분쟁을 벌인 뒤 아직까지도 산발적인 교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디 총리가 중국 본토를 찾는 건 이례적이다. NYT는 “미국의 2차 관세가 중국 견제를 위해 손을 잡아 온 ‘미국-인도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미국으로부터 50%의 상호관세 폭탄을 맞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6일 로이터통신에 “대화할 뜻이 없는 미국 정상(트럼프)과 대화하는 건 굴욕”이라며 브릭스의 여러 지도자와 현 사태의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부터 미국 내 불법 체류 가능성이 높은 국가 출신들을 대상으로 인당 최대 1만5000달러(약 2085만 원)의 ‘비자 보증금’을 받겠다고 4일(현지 시간) 밝혔다. 체류 기한 내에 미국을 떠나면 이 돈을 돌려주지만 어기면 보증금을 국고에 귀속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돈’을 무기로 불법 체류를 사전 예방한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500만 달러(약 69억5000만 원)에 달하는 ‘골드카드(영주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각종 비자 수수료 또한 대폭 올렸다. 이 와중에 비자 보증금까지 받겠다고 하자 “노골적인 비자 장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관세에 이어 비자로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입을 올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험 국가 출신들 사업-관광 비자에 보증금 부과미 국무부는 이날 연방 관보를 통해 향후 1년간 ‘비자 보증금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사업(B-1)’ 또는 ‘관광(B-2)’ 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려 하는 일부 국가의 국민은 최소 5000달러에서 최대 1만5000달러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 부과 대상은 △비자 초과 체류 비율이 높은 국가 출신 △신원 확인 및 범죄 경력 조회 등 스크리닝이 미비한 국가 출신 △거주 없이 투자만으로 시민권을 부여해 신분 세탁을 위한 여권 발급 가능성이 있는 투자이민 국가(CBI) 출신으로 명시됐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영국, 이스라엘 등 미국과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맺은 42개 국가는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무부는 나라 이름은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은 채 “국토안보부의 비자 초과 체류 자료를 기준으로 부과 대상국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기준 차드(48.8%), 라오스(34.2%), 아이티(31.1%), 콩고민주공화국(29.4%), 버마(26.4%), 수단(25%), 예멘(19.3%) 등의 초과 체류 비율이 높았다. 국무부는 비자 심사 담당 영사의 판단에 따라 △5000달러(경제 곤란자 등) △1만 달러(기본) △1만5000달러(미국 내 친인척 존재 등 체류 위험 높을 시) 중 하나를 부과하도록 했다. 보증금을 부과받은 신청자는 이민 보증서를 작성하고 www.Pay.Gov 사이트에서 온라인 납부를 마쳐야 한다. 보증금을 낼 수 없는 신청자는 애초에 미 입국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들은 사전에 지정된 공항에서만 입출국을 할 수 있으며, 최대 30일까지만 체류가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 비자 이용한 수입 늘리기에 적극적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기존의 투자이민 제도 ‘EB-5 비자’를 없애고 500만 달러를 내면 살 수 있는 ‘골드카드’를 도입해 부유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250달러(약 34만7500원)의 ‘비자 건전성 수수료(visa integrity fee)’도 신설해 중국, 멕시코, 인도, 브라질 등에서 오는 비(非)이민 비자 여행객 등을 상대로 수수료 징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출입국 기록에 관한 ‘I-94’ 수수료 또한 기존 6달러에서 24달러(약 3만3360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중국인 비이민비자 갱신에 필요한 전자 비자 수수료도 8달러에서 최소 30달러(약 4만1700 원)로 오른다. 한국 등 비자 면제국 방문객이 발급받는 ‘전자여행허가시스템(ESTA)’ 수수료 또한 기존 21달러에서 34달러(약 4만7260 원)로 인상된다. 그간 한국은 미국의 비자 제한 등과 같은 조치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란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불법 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성공회 사제인 어머니를 따라 미국에 들어와 퍼듀대에 재학 중이던 한국인 고연수 씨(20)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붙잡혔다 풀려나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뉴욕 맨해튼에서 구금됐던 고 씨는 루이지애나주의 이민자 수용소로 옮겨졌다가 종교계의 탄원 등에 힘입어 4일 이례적으로 석방됐다. 미주한인위원회(CKA)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약 1100만 명 중 한국계는 약 15만 명(1.4%)으로 추정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관세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에 상당한 수입을 안겨줘, 향후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일부 소비세를 포함한 미국의 관세 수입은 152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780억달러) 대비 2배에 달한다.NYT는 현재의 관세를 그대로 두면 향후 10년간 2조달러(약 2780조원)가 넘는 관세 수입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관세 수입을 포기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아오 고메스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이게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같은 부채와 적자 상황에서 수입원을 거부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NYT에 말했다.특히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더라도 새로운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필요한 자금을 관세 수입으로 충당하려고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어니 테데스키예일대 예산연구소 경제학 부문장은 미국의 미래 지도자들이 관세 철회가 국가 채무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될 경우 철회를 주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NYT는 “새로운 증세가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무역 정책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기존 관세를 유지하는 게 정치적으로 더 쉬운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일부 정치인들은 벌써부터 새로 들어온 관세 수입을 어디에 사용할지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 일부를 미국인들에게 환급할 가능성을 최근 언급했고,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전 국민에게 1인당 최소 600달러를 지급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충남 당진시 송악요금소 화물차 전용 게이트. 6월 11일 오후 이곳에 진입하던 한 화물차가 아찔할 정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코너를 돌았다. 적재함보다 20cm 높게 화물을 싣고 달리던 이 차량은 명백한 과적 상태였다. 현장 단속이 시작된 지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정해진 무게를 초과했거나 불법 개조(튜닝)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차들이 줄줄이 단속에 걸려들었다.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경찰과 국토교통부,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 등 4개 기관이 합동으로 진행한 단속 현장을 취재팀이 지켜본 결과, 총 20대의 화물차에서 29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과적 화물차는 화물 낙하나 차량 전복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고 발생 시 대형 참사로 번질 위험이 크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화물차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연평균 2만4000건 이상 발생했다. 해마다 600명 이상이 숨졌으며 부상자도 3만4000명에 달했다.● 덮개 올리고, 바퀴 빼고… 불법 튜닝 천태만상 단속 시작 10여 분 만에 2층 구조의 차량 탁송용 트럭이 적발됐다. 승용차 4대를 싣고 있었지만 규정상 이 차량은 2층에 2대, 1층에 1대만 실어야 한다. 탑재용 발판을 펼쳐 1대를 더 실은 불법 튜닝 상태였다. 박재웅 국토부 물류산업과 사무관은 “차량 탁송용 트럭은 운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 불법 튜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덮개를 위로 올려 개방한 채 달리던 ‘상승형 윙바디’ 트럭도 적발됐다. 상승형 윙바디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 차량은 적재함을 임의로 개조해 천장을 높인 경우로, 덮개를 나무 기둥으로 고정해 적재함 공간을 넓힌 상태였다. 이러면 무게중심이 높아져 주행 시 전복 위험이 커진다. 고정 불량 시 적재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 원래 4개의 복륜(이중 바퀴)을 장착해야 하는 차량에서 바퀴 2개를 제거한 경우도 있었다. 차량 총중량을 줄여 더 많은 짐을 실으려는 조치다. 무단 상향등 같은 등화장치를 과도하게 추가하거나, 측·후면 보호대를 설치하지 않은 차량도 있었다. 일부 운전자는 “야간 운행을 위해 등을 달았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마주 오는 차량의 시야를 방해하고 단속 장비 인식도 어렵게 만든다. 측·후면 보호대는 승용차가 충돌 시 차량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필수 장비다.● 사고 시 치명률 승용차의 2배화물차 사고는 승용차보다 치사율이 2배 이상으로 높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물차 교통사고 100건당 평균 사망률은 2.5%로, 승용차(1.0%)의 두 배를 넘는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100만4265건 중 화물차 사고는 12만6250건(12.6%)이지만 사망자 비중은 23.4%로 훨씬 높았다. 전문가들은 화물차 사고의 치명률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과적 등 법 위반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적 화물차는 하중이 늘어나면서 제동 거리가 증가하고 방향을 바꾸는 기능이 나빠져 회전 구간에서 전복할 위험이 있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굉장히 치명적”이라고 했다.경찰 소관인 도로교통법이나 국토부 소관인 도로법에 따라 과적으로 적발되는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토부의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과적 단속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일반국도에서는 3만4663건, 고속국도에서는 19만1581건이 과적으로 적발됐다. 경찰청의 적재중량·적재용량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766건이 단속돼 해마다 평균 500건 이상의 과적이 단속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측·후면 보호대 설치가 불량하거나 화물을 더 많이 실으려고 적재함을 추가하거나 공간을 넓히는 등 불법 튜닝과 안전기준 위반으로 단속된 건수가 지난해에만 2만1565건이었다.● 걸려도 과태료 500만 원뿐, 대개 운전자만 처벌 전문가들은 “화물차 운전자만 처벌받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도로법과 화물자동차법은 화주나 운송사가 과적을 지시하거나 화물의 무게를 다르게 통보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단속 과정에서는 운전자만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화물 운송 구조상 가장 약자인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이 쏠리는 건 불합리하다”며 “과적이 적발되면 화주·운송사·운전자 간 법적 책임 비율을 명확히 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렬 연구원도 “화주 책임을 명확히 해야 사고 예방에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율적인 단속을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물차 과적과 적재 불량, 불법 튜닝 단속은 경찰과 국토부,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각각의 소관 법에 따라 적발 가능 기준과 항목이 다르다. 이 연구원은 “기관별로 분리 운영되고 있는 단속 권한을 한 기관으로 이관하거나 공동으로 부여하는 것도 효용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속道에 드론 띄우고 AI까지 동원첨단기술로 화물차 단속과적 처분도 경찰이 직접경찰이 화물차 법규 위반사항 적발에 드론을 이용한 무인단속 장비를 활용하기로 했다. 치사율이 높은 화물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경찰이 국토교통부로부터 과적 차량 정보를 넘겨받아 직접 처분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과적이 확인돼도 처분은 어려웠던 법적 공백도 해소됐다.경찰은 경기남부·강원·충북 지역 고속도로순찰대를 대상으로 4월부터 7월 20일까지 약 3개월간 드론을 이용한 시범 단속을 운영했다. 드론으로 갓길 통행이나 지정차로 위반 등 법규 위반 여부를 촬영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받고,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현장 접근이 어려운 고속도로 등에서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경찰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화물차 법규 위반 단속 효과가 강화돼 과적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도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과적 단속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지난달 8일부터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시행돼 경찰이 국토부로부터 과적 차량 정보를 넘겨받아 직접 처분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현재 화물차 과적 단속 기준은 국토부 소관의 도로법과 경찰 소관의 도로교통법 두 가지가 있다. 도로법에선 총중량이 40t을 초과하는 차량만 단속 대상이지만, 도로교통법을 적용하면 최대 적재량의 110%를 넘길 경우 단속할 수 있어 범위가 더 넓다.8일 이전에는 국토부에서 직접 단속이나 고속도로 요금소에 설치된 과적차량 적발용 계근대 등을 통해 도로교통법에 저촉되는 차량의 정보를 확보하더라도 권한이 없어 처분할 수단이 없었다. 새 법령이 시행되면서 경찰이 도로교통법에 저촉되는 적재량 기준 위반 차량 정보를 국토부로부터 받아 처분 조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국토부 운행 제한 위반 차량 과태료 부과 시스템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기준을 위반한 과적 화물차는 지난해에만 9139대에 달했다. 도로교통법상 과적 위반에는 범칙금 5만 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누적 벌점 40점 이상이면 1점당 1일씩 면허가 정지된다. 1년간 121점 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된다. 경찰은 이러한 벌점 부과가 과적 억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 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으로 수감됐다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월가 유명 투자자 제프리 엡스타인(1953∼2019) 때문에 재집권 후 중대 위기를 맞았다. 집권 1기 때부터 “엡스타인의 타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련 문서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백악관 복귀 뒤 정보 공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그의 핵심 지지층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겸 강경 보수 유권자층을 뜻함)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반(反)트럼프 진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성에 타격을 줄 수 있을 사건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특히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과 보수 언론이 야당 민주당,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파, 진보 언론 못지않게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보수 성향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가까운 사이였고,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대거 올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접대 고객 명단인 이른바 ‘엡스타인 리스트’에 대통령이 포함됐을지 모른다는 의혹에 관한 보도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마가 진영은 줄곧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 불간섭 정책 등을 강하게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에 반하는 이란 본토에 대한 직접 공습을 단행했을 때도 예상보다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이런 마가 진영이 왜 6년 전 사망한 성범죄자와 관련된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지, 이번 사태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 봤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오랜 인연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가였던 1980년대 후반부터 엡스타인과 교류했다. 두 사람은 뉴욕 맨해튼, 플로리다주 팜비치 등에 호화 저택을 갖고 있고,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업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WP는 두 사람이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팜비치까지 비행기를 같이 타고 다녔고, 트럼프 대통령의 팜비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파티를 즐겼다고 전했다. 또 엡스타인의 맨해튼 저택에서도 두 사람이 식사를 같이 하는 사이였다.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매거진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을 “멋진 남자(terrific guy)이고 함께 있으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다만 “엡스타인은 나만큼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고 특히 ‘젊은 여자’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2004년 말 두 사람은 경매로 나온 팜비치의 호화 주택 ‘라메종드라미티에’(프랑스어로 ‘우정의 집’)을 서로 사들이기 위해 경쟁하면서 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저택을 4135만 달러(약 570억 원)에 매입했다. 이후 두 사람이 교류했다는 공개 기록은 거의 없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훗날 지인들에게 당시 엡스타인과 결별한 이유가 단지 부동산 때문만은 아니라고 털어놨다. 엡스타인이 마러라고 리조트 회원의 딸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그의 리조트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느꼈다는 것이다.실제로 2005년 팜비치 경찰은 엡스타인이 14세 소녀에게 마사지를 받고 돈을 지급했다는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엡스타인은 2006년 30여 명의 미성년자에 대한 의제강간, 성 매매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기소된 엡스타인은 거물 법조인으로 구성된 호화 변호인단을 고용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불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위증 사건을 조사한 전 연방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 등도 변호인단에 포함돼 있었다.하지만 엡스타인은 2008년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최고 종신형까지 예상했지만 일부 혐의를 인정하는 ‘사전형량조정제도(plea bargain)’를 통해 18개월의 형량을 선고받았다. ‘모범수’라는 명목으로 복역 시작 3개월 만에 낮에는 감옥 밖에서 생활하다가 밤에 감옥에 복귀하는 특혜도 누렸다. 출소 또한 3개월이 앞당겨져 그가 ‘무늬만 복역’을 한 건 고작 15개월이었다.다만 피해 여성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1983년∼2025년 4월)가 2015년 여러 피해자 중 최초로 얼굴을 드러내고 엡스타인의 알려지지 않은 성범죄를 폭로했다. 그는 자신이 한때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일했던 10대 시절부터 엡스타인의 회유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 같은 각국 유력 인사에게 성상납을 했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주프레가 마러라고 직원이었으며 엡스타인이 자신으로부터 ‘뺏어갔다’고 했다.엡스타인은 2019년 7월 뉴욕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에 또 체포됐다. 2002∼2005년 또 다른 20여 명의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한 달 후 엡스타인은 수감 중이던 뉴욕 맨해튼 남부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에서 침대 시트로 목을 맸다.2020년 7월에는 엡스타인의 옛 연인으로 그의 여러 성범죄에서 조력자 노릇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길레인 맥스웰이 체포됐다. 맥스웰은 2022년 6월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트럼프, 엡스타인 음모론 적극 활용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사망 직후부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트위터(현 X)에 “엡스타인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어 숨졌다”는 다른 이용자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공유했다. 또 2020년 8월 정치매체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의 사망 당시 교도소 내 감시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타살인지 자살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는 엡스타인의 죽음에 관한 음모론을 민주당을 공격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체가 불분명한 기득권 세력 ‘딥스테이트(deep state)’가 엡스타인의 사망 배후에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엡스타인의 성범죄에 연루됐기에 사망에 관한 명확한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자신이 재집권하면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이는 그의 핵심 지지층이 마가 중에서도 특히 음모론을 즐기는 성향의 ‘큐어논(QAnon)’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큐어논은 미국 엘리트 집단이 소아성애자, 미성년 성매매업자, 사탄 숭배자 등으로 구성됐다는 음모론을 추종하고 있다. 이들은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자 ‘대선은 사기였다’는 주장을 펴며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에 난입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큐어논은 트럼프 대통령을 딥스테이트에 맞서 자신들을 구원하려고 온 ‘영웅’ 겸 ‘구원자’로 본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소와 수사는 모두 ‘트럼프가 딥스테이트를 해체하려고 시도했기에 일어난 핍박과 박해’라고 생각한다. ‘엡스타인은 자살하지 않았다(Epstein didn’t kill himself)’ 같은 해시태그(#)를 적극 공유하고 이에 관한 물품도 판매하고 있다.큐어논은 2017년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포챈’(4chan)에 ‘큐(Q)’라는 이름의 사용자가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등장했다. 예일대 로스쿨을 나온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하버드대 등을 중퇴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의 기득권 세력이 딥스테이트의 일원으로 미국을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재집권 뒤에는 엡스타인 관련 자료 공개 거부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마틴 루서 킹 목사 등의 암살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면서도 엡스타인 관련 문서는 공개하지 않았다.이로 인한 마가 진영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대통령의 감세 정책 등을 두고 결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올 6월 5일 폭탄 발언을 내놓으면서 대통령과의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증폭됐다.당시 머스크는 “엡스타인 문건에 트럼프 이름이 있다. 이것이 그가 문건을 공개하지 않는 진짜 이유”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까지 거론했기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며칠 후 머스크는 “내가 지나쳤다”며 관련 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올 7월 7일 법무부가 “엡스타인에 관한 추가 자료 공개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자 이후 다시 “엡스타인 자료를 공개하라”는 글을 연달아 X에 올리며 대통령 측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공격에 앞장선 WSJ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연관성을 적극 보도하는 매체가 WSJ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WSJ는 지난달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두 사람이 아직 돈독한 관계였던 2003년 엡스타인의 50세 생일 때 여성 나체 그림을 배경으로 한 축하 편지를 그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6일 후에는 팸 본디 법무장관이 올 5월 대통령에게 “엡스타인 문건에 당신의 이름이 여러 번 나온다”는 점을 보고했다는 추가 보도도 냈다.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했다. 그는 WSJ를 ‘3류 신문’ ‘쓰레기 더미’ 등으로 비판하며 두 보도 모두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또 WSJ와 소유주 머독 등에게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 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WSJ의 행보를 두고 머독의 우선 순위가 ‘현직 대통령과의 친분’이 아니라 ‘미국 보수 여론의 충성심’을 유지하는 데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머독은 WSJ 외에 또 다른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대주주다. 자신을 ‘보수 진영의 수호자’로 여기는 머독이 마가 진영의 요구와 정반대로 행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전통적인 미국의 보수 진영은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활발한 대외 정책 개입을 주장했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에 불만이 쌓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WSJ는 전통적인 경제적 보수 가치를 추구하는데 미 경제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저임금 이민자들을 막고 교역을 축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순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WSJ가 ‘엡스타인으로 현직 대통령 또한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은 “보수 진영 내 파워 게임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내년 중간선거 영향 전망은 엇갈려이번 사태가 내년 미국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이 선거에서는 435명 하원의원 전원, 100명인 상원의원의 3분의 1을 뽑는다.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마가 진영 일부에서 대통령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들이 더 싫어하는 세력은 민주당이란 점에 주목한다. 결과적으로 선거에선 공화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백창재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의혹으론 엡스타인과 대통령의 불법적인 거래가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마가가 민주당에 투표할 만큼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마가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는 민주당을 견제할 대안이 없다고 본다. 내년 선거에서도 공화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일각에선 WSJ가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면서 오히려 마가 진영이 뭉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WSJ와 머독이야말로 ‘딥스테이트’이자 마가의 진정한 적”이라고 역공을 폈다.마가 진영 일각에서는 사건의 실체를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 맥스웰이라는 이유로 그의 사면을 주장한다. 맥스웰이 엡스타인의 성접대 고객 명단을 공개하면 ‘대통령의 결백’이 입증되고 딥스테이트 연관 세력의 ‘진짜 범죄’가 드러날 것이란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지난달 27일 “맥스웰의 사면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반면 로이터통신은 “공화당 내부에서 엡스타인에 대한 파문 때문에 내년 중간선거에서 의회 통제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보도했다. WP도 “엡스타인 사건이 더 주목받는다면 이미 지지율 내림세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내년 미국 경제의 상황도 중요하다. 서 교수는 “내년 미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면 이란 공습, 엡스타인 논란 등까지 마가 진영의 불만 요소들이 묶여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심판 정서’가 강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도 “저소득층, 노동자층이 마가의 주요 세력이기에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면 그간의 불만을 표출하는 계기가 돼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음모론 즐기던 트럼프, ‘자신의 덫’에 걸려”트럼프 대통령이 맞은 위기를 자초한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1년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케냐인 아버지를 둔 흑백 혼혈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출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하와이주에서 태어났다는 출생 증명서까지 공개했지만 “그가 미국 출생이 아니라는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2020년 대선 패배 후에는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적극 제기했다.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음모론을 적극 이용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그가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2016년 이후로 미국 정치가 음모론에 상당히 취약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재집권 전 엡스타인 음모론을 적극 이용하다 돌연 태도를 바꾼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는 마가에게 “신(神)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서 교수 또한 “트럼프라는 정치인의 등장 후 차분하게 대화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진짜 정치’가 사라지고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현상만 심해지면서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판치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백악관이 올 9월부터 6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8360m²(약 2530평)의 대형 연회장 ‘스테이트볼룸(state ballroom)’ 건설을 시작하기로 했다. 2억 달러(약 2780억 원)로 예상되는 건설 비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재 출연 등을 포함해 민간 기부금으로 충당할 뜻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관세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나와 다른 개인 기부자들이 (건설)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을 향해 연일 연준의 워싱턴 본사 청사의 리노베이션 공사비 증액을 문제 삼으며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랬던 그가 백악관에 호화 연회장을 건설하려는 것이 모순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제기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주요국 지도자를 환영하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려면 백악관 (내 공간 부족으로) 본관 출입구에서 약 100야드(약 92m) 떨어진 곳에 크고 보기 흉한 ‘텐트’를 설치해야 한다”며 연회장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백악관은 같은 날 ‘X’에 금색 장식, 크리스털 샹들리에, 높은 아치형 창문 등이 특징인 새 연회장의 투시도를 공개했다. 레빗 대변인은 또한 공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 전 완공될 것이라며 “최근 몇 주간 대통령이 여러 차례 관련 회의를 열었다”고 공개했다. 백악관 측은 수도 워싱턴에 본사를 둔 유명 건축회사 ‘매크러리건축’에 설계를 맡겼다. 시공은 ‘클라크건설’이 맡는다. 현재 공식 만찬 등이 열리는 백악관 내 이스트룸은 1902년 건축됐고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새 연회장은 백악관 방문자 출입구, 대통령 부인 사무실 등이 있는 ‘이스트윙(동관)’에 건설된다. 공사 기간 중 현재 이스트윙에 있는 백악관 군부대 사무실, 방문객 사무실,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집무실 등은 다른 곳으로 옮겨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연준 청사의 개보수 현장에 안전모를 쓰고 등장해 27억 달러(약 3조7530억 원)의 공사 비용이 31억 달러(약 4조3090억 원)로 늘었다며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같은 달 30일 CNBC방송에 출연해 “올해 말쯤 파월 의장의 후임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발언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끝난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산 쌀에 대한 한국 시장 개방을 두고 한국과 미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전 한국 대표와 만나 관세 합의에 도달했다. 한국은 ‘자동차와 쌀(autos and rice)’ 같은 미국 상품에 대한 ‘역사적인 시장 접근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설명과 대치되는 대목이다. 반면 방미 일정을 마치고 1일 귀국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에게 “쌀 시장 개방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같은 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또한 “우리는 이미 농축산물 시장의 99.7%를 개방한 상황이고 나머지 0.3%에 대해서는 더 개방한 것이 없다는 우리 측 의견이 맞다”며 “미국 측에서 오해가 조금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또한 하루 전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없다”고 했다. 다만 강 대변인은 사과 등 일부 과채류의 검역 절차를 완화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일부 과채류의) 검수, 검역 과정 같은 것들을 더 쉽게 하는 정도의 변화는 어쩌면 있을지 모른다”며 “(협상의) 상세 항목은 여전히 조율과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