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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음악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평론가인 팀 그리빙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스타워즈 음악을 만든 존 윌리엄스(1932~)를 두고 “영화음악을 고상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He elevated film music to a high art form)라는 평가를 내린다. 음표 두 개로도 상어가 다가오는 위협을 표현해내고(죠스), 대규모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악의 제국의 압도성을 표현한(스타워즈) 거장에 보내는 극찬이다.그런데 막상 그리빙과 만난 윌리엄스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다. “저 영화음악 별로 안 좋아해요” 이렇게도 덧붙인다. “영화음악이 좋다면, 그건 향수 어린 기억 때문일 겁니다.” 영화를 재밌게 봤으니 음악도 좋게 들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영국 매체 가디언이 소개한 일화다. 그리빙은 윌리엄스의 전기(John Williams: A Composer’s Life) 집필하기 위해 그를 인터뷰했다.윌리엄스는 음악이 영화의 감정과 분위기를 고조 시킨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콘서트에서 연주되는 클래식 넘버들과는 달리 따로 떼어놓고 감상할 만한 가치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래서야 윌리엄스 이전까지 단순히 영상을 보조하는 기능음에 불과하던 영화음악을 격상시켰다는 평가가 머쓱해진다.윌리엄스는 클래식 작곡가를 지망했지만, 젊은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영화사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다가 영화계로 흘러들어갔다. 영화음악은 생계를 고려한 선택이다. 영화음악을 하면서도 더 좋아하는 건 교향곡과 협주곡 클래식이라고도 수시로 밝혔다. 2020년 뉴요커에 소개된 인터뷰에선 이렇게 말한다. “영화음악을 하지 않고, 콘서트 연주용(클래식) 음악만 계속 했더라면 즐겁고 꽤 잘했을지도 모르죠.” 윌리엄스는 경력 초기엔 음악에 대해서라면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영화감독들 때문에 불평했다. 그러나 생계를 보장해주는 업계에 남았다. 아카데미상을 다섯 번이나 받아 이 분야에선 독보적이다. 마음이 가는 클래식 작곡은 계속 시도했고, 바라던 대로 무대에 올렸고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 거둔 명성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전문 영화음악 작곡가가 되겠다는 것도, 40년 동안 스타워즈 아홉 편 음악을 맡는 것도, 뜻한 바 있어 추구한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우연히 그렇게 된 거죠. 이 모든 것은 자비로운 우연(beneficent randomness)의 결과였습니다. 그 우연이 종종 인생에서 최고의 결과를 낳기도 하죠.” (뉴요커 2020년 7월 21일 인터뷰중)더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하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한다. 윌리엄스는 반례다. 명백히 덜 좋아하는 작업에서 더 큰 명성을 얻었다. 좋아하는 일이어야 행복한가? 그럴 가능성이 더 높지만, 모를 일이다. 윌리엄스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영화음악 선택이 최고의 결과로 이어졌다지 않나. 클래식 작곡만을 고수했더라면 받지 못했을 많은 기회도 얻었다. 처음엔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열정이란 자라나기도 하는 법이다. 윌리엄스는 ‘영혼의 단짝’이자 음악을 아는 스티븐 스필버그(어머니가 음악가였다)를 만나면서 작업에 보다 흥미를 붙인다. 너무 많은 자기 계발서나 유튜브의 자칭 멘토들이 너무 쉽게 “가슴이 뛰는 일을 하라” 식의 조언을 한다. 그러곤 성공한 사례들을 꼽지만, 거장들의 실제 삶도 봐야 한다. 애플 창립자로 이 분야 조언 원조격인 스티브 잡스도 그렇다. 고집불통 자연주의 히피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고, 명상원 대신 IT기업을 세웠다. 막상 자기 조언(“열정을 따르라”)대로 하지 않아서 성공한 사례로 해외 매체에서 주기적으로 언급되곤 한다. 영화감독이라는 꿈 대신 게임 개발로 방향을 틀어서 메탈기어 솔리드라는 걸작을 남긴 코지마 히데오는 어떤가. 그들을 보면, 한 분야에서 쌓은 취향이 견고하다면, 어느 분야이든 빛이 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개성이란 늘 묘한 설득력을 지닌다. 당신이 어디로 향하든, 무엇을 선택하든, 당신을 위한 무대는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일이 안 풀리면 가슴을 따르지 말고, 자비로운 우연이 우리 삶을 어디로 끌고 갈지 지켜보자. 나는 윌리엄스가 그런 조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계발서나 자칭 멘토 유튜버들은 보통 잘 안 하는 조언이다. 그런 조언은 대개 각 집안에서 엄마들이 한다.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예술가 지망생 등짝을 때리는 손바닥 소리. 짜짝짜짝짝. 그 리듬이 윌리엄스에 공명한다. 무엇이 두려우랴, 그대여. 거장의 음악을 들어라. [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종종 씁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에서 불법 체류 혐의 등으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 대부분은 같은 주에 위치한 포크스턴 구금소(Processing Center)에 구금됐다. 공장에서 약 170km,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곳이다. 이 구금소는 과거부터 열악한 환경과 안전 위반 행위로 자주 지적을 받아 왔다. 구금 기간이 길어질 경우 한국인 직원들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은 6일부터 구금자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구금소 측이 일부 구금자의 지병 약 반입을 거절하는 등 협조적이지 않아 현장 대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생 열악하고, 과거 치료 지연으로 숨진 구금자도 있어해당 시설은 미국의 민간 교도소 운영 기업인 지오(GEO)그룹이 미 전역에서 운영하는 20여 개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 중 하나다.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철망 벽이 건물을 둘러치고 있고, 그 위로 가시철조망이 덮고 있어 사실상 교도소 같은 모습이다. 구금소의 수용 인원은 1100여 명이지만 이미 이보다 많은 사람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소 밖에서는 이곳에 갇힌 한국인 직원들이 푸른색 수용복 하의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수감된 구역 바로 옆에서는 주황색 죄수복 차림의 수감자 또한 목격됐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2021년 11월 이 구금소에 대한 불시 검사를 실시했을 때 구금자의 건강, 안전, 각종 권리를 훼손하는 위반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 당시 검사 보고서는 “시설 내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 고인 물, 곰팡이, 낡은 샤워 시설, 벌레, 온수 부족, 변기 고장 등이 다수 발견되는 등 심각한 위생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 직원이 수감자를 위한 진료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은 상황도 적발됐다. 특히 지난해 4월 불법 입국 혐의로 포크스턴에 수감됐던 인도 국적 이민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치료 지연으로 숨졌다. 또 구금자에게 적법하지 않게 수갑을 채운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 또한 최근 비자 기한이 불과 3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당 구금소에 갇혔던 아일랜드 관광객의 사례를 보도했다. 그는 구금 기간 중 가족들과 거의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야외 활동은 1주일에 단 한 번만 허용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남동부의 조지아주는 현지에서 덥고 습한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 6일 포크스턴 일대의 최고 기온은 섭씨 33도까지 치솟았다. 구금자들이 습기 및 더위와도 싸워야 하는 셈이다.● 구금소 측은 약 반입도 거절6일 구금자 면담을 시작한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 측은 “대부분의 구금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다만 4, 5명의 수감자가 평소 지병 때문에 먹고 있는 약을 가져다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금소 측이 거부했다. 자체 의료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LG 관계자 수십 명 또한 같은 날 직원 면회를 위해 구금소를 찾았지만 허탕을 쳤다. 구금소 측이 대부분 허용해 주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구금자 가운데 조사를 마친 사람은 ‘A’로 시작되는 번호를 부여받았고, 이들에 한해서만 면회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소를 찾은 한 기업 관계자는 “만나야 할 직원이 많은데 1인당 1명만 면담을 허용해 누구부터 만나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구금소 내부에선 공용 전화기 사용에 필요한 30달러(약 4만2000원)를 마련하기 위해 영치금을 넣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직원이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 조지아주 인권단체 ‘정의 구현을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AAAJ)’은 5일 성명을 통해 이번 구금을 비판했다. 이어 “포크스턴 구금소는 비인도적인 환경 및 위법 행위와 관련된 많은 기록이 있는 시설”이라며 “구금된 한국인들은 모두 가족을 부양하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해외 주요 외신들은 미국 이민 당국의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한국인 직원들의 대규모 체포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불법 이민 단속을 넘어 미국 내 투자 여건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나아가 한미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 배터리 공장 이민 단속 뉴스를 전하면서 “한국에 외교적 경각심(diplomatic alarm)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미국에 배터리 제조 분야를 포함해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나왔다고 지적했다. NYT는 한 경영 컨설턴트를 인용해 “돈은 원하지만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는 상충된 메시지를 통해 아시아권 기업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다. WP는 이날 “한국은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를 강조하는 민감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현대·LG 등 한국 대기업이 투자 추진 역할을 맡았으나 이번 단속 조치로 관세 후속 협상과 대미 투자 향방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번 체포 사태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투자국인 한국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역시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대규모 대미 투자를 준비해 온 가운데 이번 현대차 공장 단속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수색은 미국 정부의 이민자 단속이 아시아계로도 확대되고, 외국계 기업 공장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에서 불법 체류 혐의 등으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 대부분은 같은 주에 위치한 포크스턴 구금소(Processing Center)에 구금됐다. 공장에서 약 170km,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곳이다.이 구금소는 현과거부터 열악한 환경과 안전 위반 행위로 자주 지적을 받아 왔다. 구금 기간이 길어질 경우 한국인 직원들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랜타 한국 총영사관은 6일부터 구금자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구금소 측이 일부 구금자의 지병약 반입을 거절하는 등 협조적이지 않아 현장 대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생 열악하고, 과거 치료 지연으로 숨진 구금자도 있어해당 시설은 미국의 민간 교도소 운영 기업인 지오(GEO) 그룹이 미 전역에서 운영하는 20여 개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 중 하나다.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철망 벽이 건물을 둘러치고 있고, 그 위로 가시 철조망이 덮고 있어 사실상 교도소 같은 모습이다. 구금소의 수용 인원은 1100여 명이지만 이미 이보다 많은 사람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구금소 밖에서는 이 곳에 갇힌 한국인 직원들은 푸른색 수용복 하의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이들이 수감된 구역 바로 옆에는 주황색 죄수복 차림의 수감자 또한 목격됐다.미국 국토안보부가 2021년 11월 이 구금소에 대한 불시 검사를 실시했을 때 구금자의 건강, 안전, 각종 권리를 훼손하는 위반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 당시 검사 보고서는 “시설 내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 고인 물, 곰팡이, 낡은 샤워 시설, 벌레, 온수 부족, 변기 고장 등이 다수 발견돼 심각한 위생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의료 직원이 수감자를 위한 진료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은 상황도 적발됐다. 특히 지난해 4월 불법 입국 혐의로 포크스턴에 수감됐던 인도 국적 이민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치료 지연으로 숨졌다. 또 구금자에게 적법하지 않게 수갑을 채운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영국 가디언 또한 최근 비자 기한이 불과 3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당 구금소에 갇혔던 아일랜드 관광객의 사례를 보도했다. 그는 구금 기간 중 가족들과 거의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야외 활동은 1주일에 단 한 번만 허용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미국 남동부의 조지아주는 현지에서 덥고 습한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 6일 포크스턴 일대의 최고 기온은 섭씨 33도까지 치솟았다. 구금자들이 습기 및 더위와도 싸워야 하는 셈이다.● 구금소 측은 약 반입도 거절6일 구금자 면담을 시작한 주애틀란타 한국총영사관 측은 “대부분의 구금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다만 4, 5명의 수감자들이 평소 지병 때문에 먹고 있는 약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금소 측이 거부했다. 자체 의료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현대차, LG 관계자 수십 명 또한 같은 날 직원 면회를 위해 구금소를 찾았지만 허탕을 쳤다. 구금소 측이 대부분 허용해 주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구금자 가운데 조사를 마친 사람은 ‘A’로 시작되는 번호를 부여받았고, 이들에 한해서만 면회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소를 찾은 한 기업 관계자는 “만나야 할 직원이 많은데 1인당 1명만 면담을 허용해 누구부터 만나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구금소 내부에선 공용 전화기 사용에 필요한 30달러(약 4만2000원)를 마련하기 위해 영치금을 넣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직원이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조지아주 인권단체 ‘정의 구현을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AAAJ)’은 5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이번 구금을 비판했다. 이어 “포크스턴 구금소는 비인도적인 환경과 위법 행위와 관련된 많은 기록이 있는 시설”이라며 “구금된 한국인들은 모두 가족을 부양하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해외 주요 외신들은 미국 이민 당국의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한국인 직원들의 대규모 체포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불법 이민 단속을 넘어 미국 내 투자 여건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나아가 한미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현대·LG 합작 배터리 공장 이민 단속 뉴스를 전하면서 “한국에 외교적 경각심(diplomatic alarm)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미국에 배터리 제조 분야를 포함해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규모 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나왔다고 지적했다. NYT는 한 경영 컨설턴트를 인용해 “돈은 원하지만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는 상충된 메시지를 통해 아시아권 기업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워싱턴포스트(WP)도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다. WP는 이날 “한국은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를 강조하는 민감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현대·LG 등 한국 대기업이 투자 추진 역할을 맡았으나 이번 단속 조치로 관세 후속 협상과 대미 투자 향방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번 체포 사태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투자국 한국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일본 역시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대규모 대미 투자를 준비해 온 가운데 이번 현대차 공장 단속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수색은 미국 정부의 이민자 단속이 아시아계로도 확대되고, 외국계 기업 공장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3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시민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관광객이 즐겨 이용하는 명물 전차 ‘푸니쿨라’가 탈선해 건물을 들이받고 전복됐다. 이 사고로 4일 현재 최소 17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40대 한국 여성 1명도 포함됐다고 현지 매체 ‘SIC방송’이 보도했다. 이 여성의 구체적인 부상 상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이어서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상자의 신원, 국적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부상자 중에는 어린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는 퇴근길 무렵에 발생해 일대를 지나던 행인마저 숨질 정도로 사상자 수가 많았다. 이로 인해 포르투갈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고 리스본 시내의 다른 전차 운행도 전면 중단했다.● 케이블 파손에 취약… 제동장치 고장 정황이번 사고는 현지 시간 3일 오후 6시(한국 시간 4일 오전 2시) 리스본 중심가 헤스타우라도르스 광장 인근에서 일어났다. 사고 차량은 건물 사이의 가파른 언덕길 궤도에서 갑자기 이탈해 미끄러졌다. 인근 건물과 충돌한 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난 채 쓰러졌다. 목격자들은 해당 푸니쿨라가 언덕길을 통제 불능 상태로 질주하다 건물에 강하게 충돌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목격자는 BBC에 “전차가 최고 속도로 내려와 건물을 들이받았다. 마치 골판지 상자처럼 순식간에 박살 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전차가 브레이크를 잡지 못하고 통제불능 상태였다. 커브길에서 넘어져 건물을 들이받았다”고 상황을 전했다.현지 소셜미디어에는 노란색 푸니쿨라 한 대가 선로 옆으로 뒤집혀 잔해와 연기에 휩싸인 사진과 동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구조대원들이 사고 차량에서 승객들을 구조하고, 선로에 있던 다른 차량에서 승객들이 빠져나오는 장면도 포착됐다. 사고 원인으로는 케이블 파손, 제동장치 이상, 정비 불량 등이 거론된다. 당국은 사고 차량이 정원인 40명을 넘겨 운행했을 가능성 또한 살피고 있다. 마지막 정비 또한 지난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리스본 소방당국을 인용해 “푸니쿨라 구조물의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통제력을 잃었다”고 전했다. 푸니쿨라는 노면 궤도를 따라 언덕을 오르내리는 전차 두 대가 서로 줄로 연결돼 있다. 균형을 맞추면서 오르내리기 때문에 케이블이 부실할 경우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 140년 역사 관광 명물 상징성 커 연간 35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푸니쿨라는 2002년 국가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포르투갈의 자부심으로 꼽힌다. 언덕이 많은 리스본의 지형 특성상 고지대와 저지대를 잇는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자리했다. 사고 푸니쿨라는 1885년 개통된 ‘글로리아’ 노선을 운행했다. 이 노선은 헤스타우라도르스 광장과 바이루알투 언덕의 전망대를 오간다. 푸니쿨라 3개 노선 중 가장 긴 구간(275m)을 약 3분 만에 운행하므로 탑승객 또한 가장 많은 편이다. 이 노선은 2018년에도 바퀴 정비 부실로 탈선 사고를 겪었으나, 당시에는 부상자가 없었다. 마르셀루 헤벨루 드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은 “비극적인 사고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당국의 신속한 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카를루스 모에다스 리스본 시장 또한 “도시 역사상 전례 없는 비극”이라며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도 애도를 표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보유한 암호화폐 지분이 1일(현지 시간) 상장 직후 50억 달러(약 6조96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뛰어넘는 규모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이 분석했다. 집권 1기에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대대적인 친(親)암호화폐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사익 추구를 위해 암호화폐 규제를 완화한 것이 아니냐.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고 비판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 트럼프 주니어, 에릭, 배런이 세운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이 발행한 WLFI 코인은 이날부터 바이낸스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됐다. 트럼프 일가는 WLFI 코인 전체 발행량 1000억 개의 약 22.5%(225억 개)를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WLF의 명예 공동 창립자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 화폐가 미국 경제를 활성화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하면서부터 WLF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했다. 이날 WLFI 코인 가격은 개당 21∼24센트를 오갔다. 이에 따라 트럼프 일가가 보유한 WLFI 코인 가치는 한때 60억 달러까지 치솟은 후 이날 오후 5시경 50억 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NYT는 올 7월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보유한 주식, 채권, 현금 자산 가치가 최소 22억 달러(약 3조600억 원)라고 추산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유한 트루스소셜 운영사 트럼프미디어의 주식 1억1500만 주를 제외한 숫자다. 트럼프미디어의 지분 가치는 1일 종가 기준 26억3800만 달러(약 3조6600억 원)다. 이 밖에 부동산 자산은 최소 13억 달러(약 1조8000억 원)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일가의 부동산 자산 가치를 20억 달러(약 2조7800억 원)에 이른다고 보지만, 여전히 암호화폐 지분 가치엔 미치지 못한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보유한 암호화폐 지분이 1일(현지 시간) 상장 직후 50억 달러(약 6조96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뛰어넘는 규모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이 분석했다.집권 1기에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대대적인 친(親)암호화폐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사익 추구를 위해 암호화폐 규제를 완화한 것이 아니냐.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고 비판하고 있다.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 트럼프 주니어, 에릭, 배런이 세운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이 발행한 WLFI 코인은 이날부터 바이낸스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됐다. 트럼프 일가는 WLFI 코인 전체 발행량 1000억 개의 약 22.5%(225억 개)를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WLF의 명예 공동 창립자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 화폐가 미국 경제를 활성화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하면서부터 WLF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했다.이날 WLFI 코인 가격은 개당 21~24센트를 오갔다. 이에 따라 트럼프 일가가 보유한 WLFI 코인 가치는 한때 60억 달러까지 치솟은 후 이날 오후 5시경 50억 달러 선으로 내려왔다.NYT는 올 7월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보유한 주식, 채권, 현금 자산 가치가 최소 22억 달러(약 3조600억 원)라고 추산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유한 트루스소셜 운영사 트럼프미디어의 주식 1억1500만 주를 제외한 숫자다. 트럼프미디어 지분 가치는 1일 종가 기준 26억3800만 달러(약 3조6600억 원)다. 이 밖에 부동산 자산은 최소 13억 달러(약 1조8000억 원)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일가의 부동산 자산 가치를 20억 달러(약 2조7800억 원)에 이른다고 보지만, 여전히 암호화폐 지분 가치엔 미치지 못한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최소 10년간 신탁 통치하고 약 230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을 다른 국가로 이주시키거나 가자 내부의 제한 구역으로 이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WP는 ‘그레이트 트러스트(The GREAT Trust)’라는 이름이 붙은 38쪽 분량의 ‘전후(戰後) 가자지구 관리 계획’ 문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올 2월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미국이 ‘점령(take over)’한 후 지중해의 유명 휴양지 리비에라 같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문서에는 ‘돈’으로 이 구상을 한층 구체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주를 선택하는 가자 주민에게는 현금 5000달러(약 700만 원), 4년간 이주한 곳에서의 임차료 보조금, 1년 치 식량 등이 제공된다. 또 가자 내 토지 소유자는 토지 재개발권에 해당하는 ‘디지털 토큰’을 받는다. 다만 이슬람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2월 발언 때와 마찬가지로 “가자 주민이 원치 않는 강제 이주는 전쟁 범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구상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자발적 이주 위해 현금 지급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 회람된 이 보고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 관계자들이 기획했다. GHF는 현재 가자 내에서 식량 등을 배급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재무 분석 등을 담당했다. ‘GREAT’는 ‘가자 재건, 경제 가속, 전환(Gaza Reconstitution, Economic Acceleration and Transformation)’의 영어 앞 글자를 땄다. 또 ‘위대한’을 의미하는 영어와 동의어다. 가자 주민의 이주 구상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번 문건의 핵심은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가자 주민에게 ‘돈’을 줘서 이주를 독려한다는 것이다. 현금 등을 받은 가자 주민 1명이 이주할 때마다 2만3000달러(약 322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자 내 토지 소유자가 받을 ‘디지털 토큰’은 향후 가자에 들어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시티 내 아파트 분양권으로 교환 가능하다. 이주를 택한 주민을 일시 수용하기 위한 이른바 ‘인도적 환승 구역(Humanitarian Transit Areas)’ 또한 가자 안팎에 설치될 예정이다.● 사우디 살만 왕세자 등의 투자 기대 WP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의 기획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같은 거물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자 내에 건설될 고속도로에 그의 이름 영문 대문자를 딴 ‘MBS 고속도로’라는 이름도 붙였다. 또 가자지구 최남단에는 이집트, 사우디, 이스라엘 등과 연결되는 항구와 공항도 건설할 방침이다. 또 테슬라와 아마존 같은 미국 빅테크가 참여하는 스마트시티, 미국 유명 호텔 체인 등이 관여하는 초호화 리조트 건설 계획도 포함됐다. BCG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의 전쟁 발발 후 폐허로 변해 현재 가치가 ‘제로(0)’인 가자지구의 가치가 제대로 개발되면 최소 3240억 달러(약 453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미국이 가자지구 일대의 에너지 자원, 중요 광물 등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WP는 이번 제안이 ‘가자지구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또 가자지구 재건 과정에서 미국의 자금 지원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점 또한 미국 내에서 호의적인 여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강제 이주-팔 비자 거부에 대한 비판 고조 다만 가자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이주를 시킨다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은 여전하다. 미국 럿거스대의 분쟁법 전문가인 아딜 하크 교수는 “설령 가자 주민에게 현금을 지급한다 해도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거나 식량, 의료, 거처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모든 계획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여권 소지자에 대한 거의 모든 종류의 방문 비자 발급 또한 중단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같은 달 16일 가자 주민의 방문 비자 승인 절차를 일시 중단했고, 29일에는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PA 관계자들의 비자 발급 또한 거부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31일 안보 내각 회의를 열고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병합 방안을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어 서안마저 병합하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국제사회가 추구해 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이 벽에 부닥칠 수 있는 것이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네타냐후 내각은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 공세 확대와 서안 병합을 논의했다. 프랑스,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이스라엘이 대응책으로 서안 병합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분석된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담당장관이 프랑스 고위 관리를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경우 서안 지역의 60%에 해당하는 C구역 전체를 합병할 거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서안은 1995년 2차 오슬로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치안 등을 책임지는 A·B구역과, PA 자치는 인정하되 치안은 이스라엘이 맡는 C구역으로 나뉜다. 이스라엘이 C구역을 병합하면 다른 구역으로의 통행도 사실상 차단돼 팔레스타인이 실질적 자치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액시오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서안 병합 수준을 얼마나 용인할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생존 인질 중 10명을 먼저 석방하는 내용의 임시 휴전 협상안을 회의 의제에서 제외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0일 가자지구 가자시티 아파트 표적 공습으로 하마스 대변인 아부 오베이다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오베이다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 대변인으로 활동해 왔다. 복면을 쓰고 영상 연설을 발표하는 등 하마스 심리전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최소 10년간 직접 관리하는 신탁통치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달 31일 이른바 ‘그레이트 트러스트(GREAT Trust)’ 계획이 담긴 38쪽 분량의 문건을 입수했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가자 재구성, 경제 가속화 및 변환 트러스트(Gaza Reconstitution, Economic Acceleration and Transformation Trust)’로 명명된 이 계획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 후 행정권을 미국-이스라엘 양자협정에 따라 그레이트 트러스트에 이양하게 된다. 해당 문건은 신탁통치가 ‘개혁되고 탈급진화된 팔레스타인 정치체’가 준비될 때까지 지속되며, 이 기간이 약 10년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계획의 핵심은 가자지구 주민 약 200만 명을 재건 기간 동안 다른 국가로 이주시키거나 가자 내부의 제한구역으로 일시 이전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이 지역을 관광지 및 첨단 기술 산업 허브로 전면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이주를 선택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현금 5000달러와 4년간의 임대료 보조금, 1년치 식량이 제공된다. 토지 소유자들은 재개발 권리에 해당하는 디지털 토큰을 받게 되며, 이는 해외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향후 건설될 6∼8개 AI 기반 스마트시티 중 한 곳의 아파트 분양권으로 교환 가능하다. 트러스트 측 추산에 따르면 가자지구를 떠나는 주민이 많을수록 임시 수용시설 운영비를 절약할 수 있으며, 이는 1인당 2만3000달러에 해당한다. 또 해당 문건은 가자지구 안팎에는 대규모 임시 캠프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계획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후원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주도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 등 무장단체의 지원물자 가로채기를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유엔 주도 지원체계보다 GHF를 선호하고 있다. GHF는 기존 유엔 기관들을 배제하고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 배급을 담당해왔다. 자금조달 방식도 특이하다. 전기자동차 공장, 데이터센터, 해변 리조트, 고층 아파트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공공-민간 합동투자를 통해 총 1000억 달러를 조달하고, 10년 후 약 4배로 증가한 투자수익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문건은 기부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수익 창출 구조를 강조하며, 이것이 기존 가자지구 지원방식과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이 가자지구를 인수해 중동의 리비에라로 재건해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은 팔레스타인인들과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집단 강제이주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를 위험 전투 지역으로 선포하며 본격적인 군사작전 준비에 착수했다. 가자시티 완전 장악을 위한 대규모 공세를 앞두고 주변 지역에서 정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예멘 친이란계 무장세력 후티 반군의 총리를 비롯한 다수의 핵심 인사들이 이스라엘군의 정밀 공습으로 대거 숨졌다고 양측이 지난달 30일 공식 확인했다. 후티가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면서 중동 정세 불안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 최고정치위원회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흐메드 알 라하위 총리와 내각 수반들이 같은 달 28일 수도 사나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라하위 총리는 지금까지 가자지구 전쟁 기간 이어진 공격으로 숨진 최고위급 인사다. 당시 이들은 후티 수장인 압둘말리크 알 후티의 연설을 듣기 위해 한 장소에 모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 국방군 역시 작전 성과를 인정하며 후티 반군 정치·군사 지도부의 주요 인물들이 제거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정보 당국 평가를 인용해 총리를 포함한 후티 내각 장관이 전원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라하위 총리는 지난해 8월 총리로 임명됐으나 실질적 권한은 없는 명목상 총리로 여겨져 왔다. 그는 예멘 남부 아브얀주 출신으로 후티가 장악하지 못한 해당 지역 민심을 얻고자 일종의 선전 장치로 활용됐다. 후티 반군 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무함마드 아흐메드 마프타 제1부총리가 총리 직무 대행으로 지명됐다. 후티 반군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공격 한 달 후인 11월부터 이스라엘과 해상 교통로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이 중 2024년 7월 텔아비브에서 민간인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는 공격이 있었고, 이로 인해 이스라엘이 1800km 떨어진 예멘 수도 사나 등 후티 본거지에 총 16차례 공습을 퍼부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8일 공습 작전으로 정부 내각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스라엘은 정보력을 재차 과시하게 됐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전례 없는 타격을 가한 이번 작전은 단지 서막에 불과하다”며 추가 공격 의지를 드러냈다. 후티 측 역시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측에 보복을 다짐했다.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보력을 기반으로 중동 내 작전을 갑작스럽게 전개하는 빈도가 잦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올해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지시 당시 중동 내 미국대사관들은 사전에 아무런 귀띔을 받지 못해 우호국들의 문의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하는 혼선을 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NSC) 대신 측근 그룹 조언만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55)가 유명 패션지 ‘배니티 페어’ 표지 모델로 검토됐으나 편집진의 내부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정치 성향에 따라 멜라니아 여사가 모델로 나오는 가상 표지 이미지를 게시해 지지를 밝히거나, 반대로 이를 조롱하고 비꼬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배니티 페어 수뇌부가 멜라니아 여사를 새 표지 모델로 검토했지만 상당수 직원이 반발해 성사되지 못했다. 해당 보도가 나온 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멜라니아 여사가 모델로 등장하는 가상의 배니티 페어 표지를 인용하고 게시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해당 표지의 이미지 출처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를 최초 공개하고 확산시킨 곳은 우익 성향 유튜브 채널 ‘더 넥스트 네트워크’로 파악된다. 해당 채널은 지난달 28일 이 이미지를 공개했다.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가상 표지 이미지엔 ‘미국의 여왕’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정책에서 충돌하고 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58)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패러디한 표지를 제작해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왕관을 쓴 뉴섬 주지사 밑에 ‘미국의 왕’이라는 문구가 달려 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항소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은 백악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의제의 상당 부분을 가로막을 수 있다.” 미국 워싱턴의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들어 올 4월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하자 워싱턴포스트(WP)가 내린 평가다. 이날 항소법원의 판결은 1심 격인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올 5월 ‘위법’ 판결을 내린 지 석 달 만에 나왔다. 항소법원에 따르면 원심이 CIT일 때 항소심 처리 기간은 통상 12개월에서 20.5개월. 그런데도 이번 판결은 이례적으로 빨랐다. 1심과 2심에 참여한 법관들이 상호 관세가 위법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지만 대법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트럼프 “판결 불구 관세 고수” 의지항소법원은 이날 IEEPA는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해 조치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거기에 ‘관세’까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명확한 한계를 담은 ‘절차적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부과한 직후 뉴욕주의 소규모 와인 수입업체 ‘VOS실렉션’ 등 5개 중소기업은 “관세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관세 철회 소송을 제기했다. 야당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오리건주 등 미국 12개 주 역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권한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있다”며 이 소송에 동참했다. 이후 CIT는 재판관 3인 전원 찬성으로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관세 정책을 펼치는 것은 IEEPA가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을 초과한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항소하자 이날 항소법원이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IEEPA의 제정 목적에 관세, 과세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거듭된 법원 판결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도 트루스소셜에 “법원이 관세를 승인한다면 미국에는 ‘역대 최고의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패소 시 ‘품목 관세’ 확대할 듯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진보 성향 3명으로 ‘보수 우위’다. 특히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발탁했다. 그럼에도 항소심 판결이 뒤집힐진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보수 성향이 강한 대법원이 반(反)이민, 정부 구조조정 등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정책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해왔다면서도 “오래된 법률을 확대 해석해 대통령에게 새로운 권한을 주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법원에서 승소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다수의 보수적인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무리한 시도였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대법원에서 패소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판결을 ‘우회’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IEEPA가 아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부과된 품목 관세 비중을 대폭 늘려 관세 정책를 고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가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응해 대통령에게 특정 국가에 일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무역법 122조’를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대 15% 관세를, 150일까지 부과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 시 그 실행 시기를 미루는 식으로 상호 관세의 실효성을 이어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항소심 과정에서도 “상호 관세가 무효화되더라도 그 실행 시기는 미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55)가 유명 패션지 ‘베니티 페어’ 표지모델로 검토됐으나 편집진의 내부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정치 성향에 따라 멜라니아 여사가 모델로 나오는 가상 표지 이미지를 게시해 지지를 밝히거나, 반대로 이를 조롱하고 비꼬는 밈(meme·온라인 유행 컨텐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베니티페어 수뇌부가 멜라니아 여사를 새 표지모델로 검토했지만 상당수 직원들이 반발해 성사되지 못했다. 일부 직원은 퇴사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도가 나온 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멜라니아 여사가 모델로 등장하는 가상의 베니티 페어 표지를 인용하고 게시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해당 표지 이미지 출처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를 최초 공개하고 확산시킨 곳은 우익 성향 유튜브 채널 ‘더 넥스트 네트워크’로 파악된다. 해당 채널은 지난달 28일 이 이미지를 공개했다. 인공지능(AI) 생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가상 표지 이미지엔 ‘미국의 여왕’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정책에서 충돌하고 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58)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패러디한 표지를 제작해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왕관을 쓴 뉴섬 주지사 밑에 ‘미국의 왕’이라는 문구가 달려 있다. 의회, 야당 등을 무시하고 관세, 반(反)이민 등 각종 정책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 국가의 선출 지도자가 아니라 전제군주처럼 행동한다는 점을 풍자한 것으로 풀이된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백악관의 신임 인사국장으로 댄 스캐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49·사진)이 내정됐다. 그는 10대 시절 당시 부동산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캐디를 했고 이후 내내 대통령을 보좌하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백악관 참모의 인선을 총괄하는 인사국장까지 오른 것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스캐비노 국장 내정자의 발탁 사실을 공개하며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배치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현 인사국장인 세르지오 고르는 앞서 22일 현재 공석인 주(駐)인도 미국 대사 겸 남아시아·중앙아시아 담당 대통령 특사로 내정됐다. 상원에서 대사직에 대한 인준 동의안이 통과될 때까지 국장으로 일할 예정이다. 스캐비노는 1976년 뉴욕주 요크타운에서 태어났다. CNN 등에 따르면 그는 1992년 여름 뉴욕주 허드슨밸리의 한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리무진을 타고 골프장에 온 부동산 사업가 트럼프 대통령이 스캐비노를 캐디로 지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운딩이 끝난 후 팁으로 100달러짜리 지폐 두 장을 건넸다. 그는 유명 사업가로부터 팁을 받았다는 점에 흥분했고, 아직까지 이 지폐를 간직하고 있다. 스캐비노는 플래츠버그 뉴욕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뒤 코카콜라 등에서 일하다 2004년 트럼프내셔널 골프클럽의 매니저로 채용됐다. 2008년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2016년 미 대선 때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당시 소셜미디어 관리 업무를 담당했고, 트위터(현 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을 여과 없이 공개하며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캠프에는 소셜미디어 담당자가 수십 명이지만 나는 댄 하나였다. 그리고 내가 이겼다”며 굳건한 신임을 보였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소셜미디어 관리 등 공보 업무를 맡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정책에 대한 여론 반응이 궁금할 때마다 그를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하루에 6번 부른 적도 있다고 한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의 희생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언론인 5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이들이 처한 위험과 가자지구의 열악한 환경이 재조명되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25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지역의 나세르병원 등을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21명이 숨졌고, 여기에는 AP통신 로이터통신 알자지라 등에 기사와 사진을 제공하던 현지 기자 5명도 포함돼 있었다. 이스라엘 측은 성명을 통해 해당 병원을 공습한 뒤 “하마스 전투원을 제거한다는 목표와 무관한 개인 피해가 발생한 점은 유감”이라며 “우리가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23년 10월 하마스의 도발로 가자전쟁이 발발한 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숨진 언론인이 247명에 달한다고 26일 보도했다. 같은 날 알자지라는 가자전쟁 중 사망한 언론인이 278명이라고 전했다. 가자전쟁 발발 뒤 매달 10명 넘게 언론인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브라운대의 왓슨 국제공공정책연구소는 올해 4월 기준 가자전쟁 중 사망한 언론인 수는 △제1, 2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사망한 언론인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분석했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언론인이 전하는 소식은 참혹한 전쟁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유일한 창구”라며 “이들은 안전은 물론 생존조차 보장되지 않는 위험천만한 환경에서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55‧사진)가 미 전역의 유치원·초·중·고교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AI) 활용 경진대회인 ‘AI 챌린지’ 개최를 직접 발표하며 홍보대사 역할에 나섰다.그는 백악관이 26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 등을 통해 공개한 1분 17초 분량 영상에서 “AI 챌린지는 다음 세대가 중요한 미래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행사 참여를 독려했다.최근 멜라니아 여사는 AI 관련 분야에서 적극적인 할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딥페이크와 디지털 포르노 같은 디지털 성착취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삭제하라(TAKE IT DOWN)’ 법안 입법 좌담회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백악관에 복귀한 뒤 멜라니아 여사의 첫 단독 행보였다. 또 올해 5월 자신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오디오북을 AI 음성을 통해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AI 챌린지 대회는 참가팀들이 AI 도구와 방법론을 활용해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해당 행사를 언급하며 아내를 극찬했다. 그는 “멜라니아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멜라니아가 마음먹은 일은 누구도 그보다 더 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인도 대법원이 아시아 최고 부호 아들이 설립한 동물보호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지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해당 시설은 야생동물 구조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그동안 불법 야생동물 밀수와 동물 학대 등 의혹이 제기돼 왔다. 또 부를 과시하기 위한 사설 동물원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았다. 문제가 된 시설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 자리한 반타라란 곳.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아난트 암바니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370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 사자 200마리, 표범 250마리, 악어 900마리 등 총 15만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을 수용하고 있다. 해당 시설 측은 코끼리 전용 병원과 재활시설도 갖췄다고 홍보한다.인도 동물보호 단체 등은 이곳이 보호기관임을 자처하지만, 실제로 구조한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반타라 측은 모든 동물을 합법적으로 확보했으며 구조와 치료가 목적이라고 해명하지만, 멸종 위기 종인 고릴라와 오랑우탄, 남미 특산 동물들까지 포함돼 있어 불법 거래 의혹을 키웠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서 수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이곳으로 들어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해당 시설은 구자라트주에서 암바니 소유 정유공장 옆에 세워져 있는데, 더운 기후인 곳인 데다가 화학 관련 시설 옆에 동물을 키우는 것을 두고서도 동물학대란 지적이 이어졌다.암바니는 석유화학 사업으로 1000억 달러(약 139 조원) 재산을 축적한 인도 최고 갑부다. 아들 아난트는 지난해 리한나, 저스틴 비버 등을 초청한 초호화 결혼식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이때 반타라도 행사장 중 하나로 활용됐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올해 3월 이 시설을 방문해 반타라가 동물 보호 기능을 충실히 다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 대법원은 그동안 불거진 의혹에 대해 은퇴한 판사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명령했으며, 오는 9월 12일까지 보고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의 명칭을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바꾸겠다는 뜻을 25일 밝혔다. 최근 수도 워싱턴, 2대 도시 로스앤젤레스 등에 치안 유지를 이유로 속속 주방위군을 투입하고 캐나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등을 호시탐탐 노리는 그가 ‘트럼프식 팽창주의’ 인식을 부처명에 반영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음 달 중국 견제에 중심을 둔 새로운 국방전략 발표를 앞두고 중국과의 군사 패권 경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도중 취재진으로부터 ‘주요 도시에 투입한 군 병력 배치를 확대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부처명 변경 발언을 꺼냈다. 그는 “우리가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을 땐 (국방부의 이름이) 전쟁부였다. 그것이 이 부처의 본질”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방어’만 하고 싶지 않다. ‘공격’도 원한다”며 “미국은 전쟁부라는 이름으로 찬란한 역사를 썼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줄곧 국방부 명칭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올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을 ‘전쟁장관’으로 불렀다. 국방장관을 전쟁장관으로 불러야 하는데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문화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쟁부는 건국 초기인 1789년부터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시절인 1947년까지 158년간 존속했다. 당시 트루먼 전 대통령은 그간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해군을 군 체계에 통합해 국방부라는 이름을 붙였다. 해군에 대한 연방정부의 장악력을 강화하고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평화 수호자’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국방부는 의회 제정 법률에 따라 설립됐다. 만약 전쟁부로 부처명을 변경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빠르면 1주일 안에 명칭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