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85

추천

여러분이 장바구니에 담은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leemail@donga.com

취재분야

2026-05-23~2026-06-22
문화 일반21%
인사일반21%
역사21%
미술19%
문학/출판8%
사회일반2%
종교2%
무용2%
금융2%
경제일반2%
  • ‘트럼프 이민정책’ 비판한 美영화 오스카 6관왕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이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 1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한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앤더슨 감독은 현재 혼란스러운 미국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한때 혁명가로 활동한 밥 퍼거슨(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이 백인 민족주의 권력으로 인해 위험에 빠진 딸을 구하는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속 극우 성향 군 장교가 반이민 선동과 백인우월주의 조직과 결탁해 권력을 얻는 모습 등이 반(反)이민주의, 소수자 배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서사로 풀이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늘날 독성처럼 퍼지는 트럼프주의 열광을 우스꽝스럽고 희극적인 저항으로 승화했다”고 평했다. 앤더슨 감독은 수상 무대에서 “아이들이 우리에게 다시 상식과 품위를 가져다줄 세대가 되길 바라는 격려의 뜻을 담았다”며 “다른 후보작 및 동료 감독들과 멋진 여정의 일부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도 했다.‘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작품상은 물론이고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편집상, 캐스팅상을 휩쓸며 올해 오스카의 주인공이 됐다. 다만 극 중 인종차별주의 군인을 연기한 배우 숀 펜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나, 시상식엔 불참했다. 영화 ‘씨너스: 죄인들’도 4관왕에 올랐다. 해당 작품은 오스카 사상 역대 최다 부문(16개)에 후보로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인종차별 문제를 뱀파이어물과 액션, 호러 등의 장르를 결합해 다뤘다. 작품을 연출하고 대본을 쓴 라이언 쿠글러 감독에게 각본상이 돌아갔으며, 일란성 쌍둥이 형제를 연기한 배우 마이클 B 조던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조던은 수상 소감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와 핼리 베리 등을 거론하면서 “나보다 먼저 길을 만든 사람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서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42cm ‘초대형 주먹찌르개’ 전곡선사박물관서 첫 공개

    지금으로부터 20만∼25만 년 전 한반도에는 ‘직립한 사람’을 뜻하는 호모에렉투스가 살았다. 이들은 오늘날의 한탄강 일대에서 본격적인 석기 문화를 꽃피웠다. 단단한 돌을 정교하게 깨고 다듬는 당대 ‘최신 기술’로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 날카로운 석기를 제작하다 보면 다치기 쉬웠다. 미국 고고학회에 따르면 이는 먹고살기 위해 “치명적 상처와 감염을 무릅쓴” 행위였다. 그런데 이들은 어느 날 어떤 이유에선지 길이 42cm, 무게 10kg에 이르는 초대형 석기를 만들었다. 보통 석기가 성인 손바닥 안팎 크기라는 점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한탄강 일대에서 구하기 쉬운 화강편마암으로 만들었는데, 윗부분이 좌우대칭을 이루도록 떼어낸 뒤 끝 날을 정제한 모양은 ‘주먹찌르개’에 가깝다. 경기 연천군 전곡선사박물관이 상설전시실 개편을 마치고 12일 재개관하면서 세계 최대 양면(兩面)석기를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2021년 아파트 건설 공사를 앞둔 전곡리 85-12번지 부지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곡리 유적 중 가장 오래된 20만여 년 전 지층에서 나왔다. 이 석기는 지금까지 국내외 학계에 보고된 양면석기 중 가장 크고 무거운 것으로 확인됐다. 양면석기에는 주먹도끼와 주먹찌르개, 주먹칼 등이 포함된다. 박물관 측은 이 주먹찌르개를 ‘고인류의 도구 제작 목적을 새롭게 해석할 단서’로 보고 있다. 통상 주먹찌르개는 가죽을 찢거나 나뭇가지를 자르는 등 생존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 이한용 박물관장은 “초대형 석기는 실용성이 떨어진다”며 “‘내가 이 정도의 석기를 만들 수 있다’는 힘과 능력을 과시하거나 의례, 장식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 목적 등에 관한 연구 결과는 5월 개막하는 ‘땅속의 땅, 전곡’ 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연천=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운4구역 허가 없이 시추” 유산청, SH공사 경찰 고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宗廟) 인근 세운4구역에서 허가 없이 공사를 벌인 혐의가 드러나 경찰에 고발됐다. 국가유산청은 16일 “SH공사가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매장유산이 있는 지역에서 11곳을 시추(지층 구조 등을 조사하려 구멍을 깊이 팜)한 사실을 11일 확인하고 관련 행위를 중단시킨 뒤 고발했다”고 밝혔다. 매장유산법에 따르면 매장유산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은 발굴 조사를 모두 마쳤다는 행정적 조치가 없으면 공사를 추진해선 안 된다. 세운4구역 일대는 2022∼2024년 조사에서 조선시대 도로 체계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을 비롯해 여러 건물터와 배수로 등이 확인됐다. 유산청은 세운4구역의 고층 개발과 관련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14일 전달받은 서한 내용도 공개했다. 유네스코 측은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이달 안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종묘를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공식 현장 실사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가유산청 “SH공사, 종묘 인근 11곳 무허가 시추” 고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宗廟) 인근 세운4구역에서 허가 없이 공사를 벌인 혐의가 드러나 경찰에 고발됐다.국가유산청은 16일 “SH공사가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매장유산이 있는 지역에서 11곳을 시추(지층 구조 등을 조사하려 구멍을 깊이 팜)한 사실을 11일 확인하고 관련 행위를 중단시킨 뒤 고발했다”고 밝혔다.매장유산법에 따르면 매장유산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은 발굴 조사를 모두 마쳤다는 행정적 조치가 없으면 공사를 추진해선 안 된다. 세운4구역 일대는 2022∼2024년 조사에서 조선시대 도로 체계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을 비롯해 여러 건물터와 배수로 등이 확인됐다. 유산청 허가 없이 토목 공사 등을 진행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유산청은 세운4구역의 고층개발과 관련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14일 전달받은 서한 내용도 공개했다. 유네스코 측은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이달 안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종묘를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공식 현장 실사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유산청과 서울시는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 등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6
    • 좋아요
    • 코멘트
  • 전곡선사박물관, 20만년 전 ‘세계 최대 주먹찌르개’ 첫 공개

    지금으로부터 20만~25만 년 전 한반도에는 ‘직립한 사람’을 뜻하는 호모에렉투스가 있었다. 이들은 오늘날의 한탄강 일대에 살면서 본격적인 석기 문화를 꽃피웠다. 단단한 돌을 정교하게 깨고 다듬는 당대 ‘최신 기술’로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 미국 고고학회에 따르면 석기 제작은 먹고살기 위해 “치명적 상처와 감염을 무릅쓴” 행위였다.그런데 하루는 어떤 이유에선지 길이 42cm, 무게 10kg에 달하는 초대형 석기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석기가 성인 손바닥 안팎 크기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한탄강 일대에서 구하기 쉬운 화강편마암으로 만들어졌는데, 윗부분이 좌우대칭을 이루도록 떼어낸 뒤 끝 날을 정제한 모양은 ‘주먹찌르개’에 가깝다. 경기 연천군 전곡선사박물관이 상설전시실 개편을 마치고 12일 재개관하면서 ‘역대 최대 크기’ 양면석기(兩面石器)를 처음 일반에 공개했다. 2021년 아파트 건설 공사를 앞둔 전곡리 85-12번지 부지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곡리 유적 중 가장 오래된 층위인 20만여 년 전 지층에서 발굴됐다.이는 지금까지 국내외 학계에 보고된 양면석기 중 가장 크고 무거운 것으로 확인된다. 양면석기에는 주먹도끼와 주먹찌르개, 주먹칼 등이 포함된다.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인 탄자니아 올두바이 고지(길이 31cm)나 프랑스 아라고 유적(길이 33cm)에서 나온 석기와 비교해도 길이가 길고, 무게는 2~3배에 달한다. 박물관 측은 이 주먹찌르개를 ‘고인류의 도구 제작 목적을 새롭게 해석할 단서’로 보고 있다. 통상 주먹찌르개는 가죽을 찢거나 나뭇가지를 자르는 등 생존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 이한용 박물관장은 “초대형 석기는 실용적 기능이 떨어진다”며 “‘내가 이 정도의 석기를 만들 수 있다’는 힘과 능력을 과시하거나 의례, 장식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 목적 등에 관한 연구 결과는 올 5월 개막하는 ‘땅속의 땅, 전곡’ 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개편된 전시실에는 초대형 석기와 같은 지층에서 출토된 가로날도끼, 주먹도끼 등 여러 석기가 함께 공개됐다. 전곡리 유적을 최초로 발견한 미국 군인 그렉 보웬(1950~2009)이 해외 학계에 보냈던 보고서와 학자들의 서신 원본도 전시됐다. 김소영 학예연구사는 “보웬이 강변의 토층(土層·지각 맨 윗부분 흙으로 된 층)에서 석기를 발견한 것과 달리, 이번 전시된 석기들은 과거 지층에서 출토돼 연대가 비교적 분명하다”며 “전곡리 유적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층을 규명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연천=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6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서구 시각으로 본 ‘성경 vs 코란’ 전쟁

    7세기 말에서 8세기 초 동로마제국은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주변국과 전쟁이 이어졌고, 종교적·사회적 분열은 심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15년 이슬람교도들이 ‘백향목의 땅’이라고 불린 레바논의 온 숲을 베어내 전함 수만 척을 건조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12만 명의 지하드(성전·聖戰) 전사가 말과 낙타를 이끌고 ‘끝장내러 온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717년, 이슬람제국은 실제로 ‘콘스탄티노플 포위전’을 시작했다. 7세기 아라비아 사막의 작은 종교로 출발한 이슬람교가 세력을 넓히며 기독교와 충돌한 격돌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미국 의회도서관 아프리카·중동 지역 전문연구원을 거쳐 현재 게이트스톤 연구소(Gatestone Institute) 소속 선임 펠로로 활동하는 역사가가 썼다. 책은 두 종교의 피비린내 나는 1400년 전쟁사 가운데 8개의 굵직한 전투를 꼽아 각각을 살핀다. 이슬람교가 기독교 세계를 강습한 636년 야르무크 전투부터 이슬람교가 서구에서 저문 기점이 되는 1683년 빈 포위전까지를 아우른다. 각 측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을 아랍어, 그리스어, 라틴어 등으로 쓰인 사료 및 논문으로 뒷받침했다. 영화를 보는 듯 묘사가 핍진하다. 저자는 이 같은 무력 충돌이 반복됐던 이유도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폭력은 신학적 논리로 합리화됐는데, 신앙심 이면엔 물질적 동기가 있었다. 책에 따르면 십자군 운동의 추동력은 ‘중세적이고 강건한 아가페적 사랑’이었고, 11세기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이교도들과 싸우라… 하느님의 군사가 되라”고 충돌을 부추겼다. 이슬람교 경전 ‘코란’은 “모든 전리품을 약속하며 추종자들을 전쟁으로 끌어들였다”고 말한다. 책은 표면적으로 중립적이지만, 서구 중심적 정서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저자는 “왜곡되고 악마화된 십자군의 이미지가 전파되고 오늘날까지도 따라다니고 있다. 반면 이슬람교도의 지속적 공격은 ‘보복’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소속된 게이트스톤 연구소는 ‘서구 문명의 위기를 프레임 삼아 반(反)이슬람 정서를 강화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는 점을 참고로 하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영상 예술 등 ‘뉴미디어 특화’ 공공미술관 오픈

    서울에서 첫 번째 ‘뉴미디어 특화’ 공공 미술관인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이하 서서울미술관)이 12일 문을 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남권 첫 공립 미술관이자 뉴미디어 예술에 특화된 8번째 신규 분관인 서서울미술관을 개관했다”고 이날 밝혔다. 서서울미술관은 금천·구로·영등포 등 서남권 지역 문화 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2015년 건립 준비가 시작됐다. 금천구 독산동에 총 3개 층, 연면적 7186㎡ 규모로 지어졌다. 서서울미술관은 뉴미디어 특화라는 취지에 맞게 영상·음향예술과 퍼포먼스, 디지털 미디어 예술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를 위해 가변형 전시실도 마련됐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합친 층고 높은 공간에 롤스크린을 내리면 화이트큐브 전시실로 바뀐다. 건물 1층 동쪽에는 뉴미디어 예술을 창작하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인 ‘미디어랩’이 있다. 개관을 기념해 특별전과 연계 프로그램을 7월까지 잇달아 연다. 먼저 다음 달 12일까지 한 달간 퍼포먼스 ‘호흡’이 진행된다. 공기 속에 공존하는 여러 존재의 삶과 죽음, 인간의 행위와 궤적을 신체 퍼포먼스로 풀어낸다. 미술관 측은 “향후 국립극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과 협력해 퍼포먼스 기반 예술가들의 창작 및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별전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부터’(3월 12일∼7월 12일)는 서서울미술관 건립 과정과 서남권 주민의 삶에 담긴 서사를 ‘기억의 기록’으로 조명하는 전시다. 뉴미디어 소장품전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5월 14일∼7월 26일)에선 미술관이 소장한 주요 대형 뉴미디어 작품 10여 점이 공개된다. 6월 7일까지 미술관 야외 잔디마당에서는 ‘세마프로젝트V_얄루’가 진행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예술의 새로운 매체와 언어로 인식하고 이를 실험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지역과 세대, 기술과 예술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그동안 시각예술이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겠다”고 다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 첫 뉴미디어 공공미술관 ‘서서울미술관’ 개관

    서울에서 첫 번째 ‘뉴미디어 특화’ 공공 미술관인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이하 서서울미술관)이 12일 문을 열었다.서울시립미술관은 “서남권 첫 공립 미술관이자 뉴미디어 예술에 특화된 8번째 신규 분관인 서서울미술관을 개관했다”고 이날 밝혔다. 서서울미술관은 금천·구로·영등포 등 서남권 지역 문화 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2015년 건립 준비가 시작됐다. 금천구 독산동에 총 3개 층, 연면적 7186㎡규모로 지어졌다. 서서울미술관은 뉴미디어 특화라는 취지에 맞게 영상·음향예술과 퍼포먼스, 디지털 미디어 예술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를 위해 가변형 전시실도 마련됐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합친 층고 높은 공간에 롤스크린을 내리면 화이트큐브 전시실로 바뀐다. 건물 1층 동쪽에는 뉴미디어 예술을 창작하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인 ‘미디어랩’이 있다. 개관을 기념해 특별전과 연계 프로그램을 7월까지 잇달아 연다. 먼저 다음 달 12일까지 한 달 간 퍼포먼스 ‘호흡’이 진행된다. 공기 속에 공존하는 여러 존재의 삶과 죽음, 인간의 행위와 궤적을 신체 퍼포먼스로 풀어낸다. 미술관 측은 “향후 국립극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과 협력해 퍼포먼스 기반 예술가들의 창작 및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특별전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부터’(3월 12일~7월 12일)는 서서울미술관 건립 과정과 서남권 주민의 삶에 담긴 서사를 ‘기억의 기록’으로 조명하는 전시다. 뉴미디어 소장품전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5월 14일~7월 26일)에선 미술관이 소장한 주요 대형 뉴미디어 작품 10여 점이 공개된다. 6월 7일까지 미술관 야외 잔디마당에서는 ‘세마프로젝트V_얄루’가 진행된다.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예술의 새로운 매체와 언어로 인식하고 이를 실험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지역과 세대, 기술과 예술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그동안 시각예술이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겠다”고 다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2
    • 좋아요
    • 코멘트
  • ‘전기톱을 든 할머니 조각가’ 김윤신, 깎고 다듬고… 나무와 하나된 70여년

    기골이 옹근 나뭇조각에서 꿈틀대는 자연의 파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진한 고동색 통나무를 전기톱으로 깎고 다듬어 하나의 뼈대에 기하학적 덩어리들을 붙인 모양새다. 못 하나 쓰지 않았으나, 나무가 땅에 뿌리내린 듯 단단해 보였다. 표면에선 날카로운 끌과 둔탁한 망치의 흔적, 나무 본연의 얼굴인 옹이와 껍질이 숨김 없이 드러났다.‘전기톱을 든 할머니 조각가’ 김윤신 작가(91)가 70여 년 예술 인생에서 “가장 정든 작품”으로 꼽은 ‘합이합일 분이분일 1987-88’(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소장). 17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회고전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 공개되는 이 작품을 김 작가는 1987년 완성했다. 그가 오직 나무만 보고 1983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지 4년이 지난 시점. 말도 거의 통하지 않는 이역만리에서 어렵게 구한 통나무 앞, 그는 전기톱을 단단히 쥐고서 숨을 골랐다. 11일 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이 작품을 만들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내가 나무가 되고, 나무가 내가 되는 순간을 기다렸어요. 그러다가 정신이 깨끗해진 때 톱을 들고 자르기 시작했죠. 이국의 나무는 톱이 튕길 정도로 단단했기에 나무와 톱, 내가 하나 돼야 뜻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작품과 재료가 하나 됨으로써 작품이라는 또 다른 하나가 탄생하는 과정’은 그의 작업 이념과 직결된다. 작품명이자 전시 부제인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 함축하고 있는 예술 세계의 근간인 셈. 김 작가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조각과 판화, 회화 등 그의 일생에 걸친 작품 약 1500점 중 175점을 엄선해 소개한다. 호암미술관이 개관한 1982년 이래 이곳에서 개인전을 여는 한국인 여성 작가는 그가 처음이다. 전시는 1960년대 프랑스 유학 시절의 석판화부터, 조각에 회화를 적극적으로 결합한 최근작까지를 아우른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를 오가며 작업한 각양각색의 나뭇조각과 오닉스(onyx·천연광물 ‘마노’의 일종) 조각은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동시에 묘하게 이국적인 인상을 풍긴다. 전시를 기획한 태현선 수석 큐레이터는 “김 작가는 한국적 감성과 동양적 사유를 토대로 남미의 자연과 문화를 흡수하며 독자적 세계를 구축했다”며 “톱질과 망치질로 가득한 그의 조각에서 ‘작가’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요즘의 미술에서 점점 귀해지는 경험”이라고 했다. 작가의 발이 묶였던 팬데믹 기간, 쓰다 남은 나뭇조각과 폐자재를 모아 만든 알록달록한 조각들은 하나로 줄지어 진열됐다. 전시의 대미는 장대하게 팔을 벌린 모양새와 푸르른 청록빛이 산세를 연상케 하는 최신작 ‘노래하는 나무’가 장식한다. 혼신을 담아 재료의 본연에 다가간 그의 작품들을 보노라면 절로 겸허해진다. 작업을 해야만 숨통이 트인다는 김 작가는 벌써 구순(九旬)을 넘겼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그가 주목받은 건 불과 3년 전 개인전을 열고 나서였다. “고국에 돌아와 지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하늘이 허락한 일입니다.” 6월 28일까지.용인=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BTS RM 기부금으로 해외 韓회화 정리한 도록 펴내

    방탄소년단(BTS) 리더 RM(본명 김남준·사진)의 기부금으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16∼20세기 한국 회화를 정리한 도록이 발간됐다.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해외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 소장된 한국 회화를 모아 정리한 도록 ‘ITS ____ HERE: 나라 밖 빛나는 한국 옛 그림’을 국내외 국공립도서관과 주요 연구기관에 배포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도록에는 미국 피보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림제설도(寒林霽雪圖)’ 등의 고해상도 도판과 설명이 실렸다. 재단 측은 “도록은 2022년 RM이 낸 기부금으로 제작됐다”며 “RM의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이 도록의 가치를 한층 더 높였다”고 설명했다. RM은 2021년과 이듬해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 보존 및 복원에 써 달라”며 각각 1억 원을 기부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기톱 든 91세 조각가’ 김윤신…“나와 재료 하나돼야 작품이란 또 하나가 탄생”

    기골이 옹근 나무 조각에서 꿈틀대는 자연의 파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진한 고동색 통나무를 전기톱으로 깎고 다듬어, 하나의 뼈대에 기하학적 덩어리들을 붙인 모양새다. 못 하나 쓰지 않았으나, 나무가 땅에 뿌리내린 듯 단단해 보였다. 표면에선 날카로운 끌과 둔탁한 망치의 흔적, 나무 본연의 얼굴인 옹이와 껍질이 숨김 없이 드러났다.‘전기톱을 든 할머니 조각가’ 김윤신 작가(91)가 70여 년 예술 인생에서 “가장 정든 작품”으로 꼽은 ‘합이합일 분이분일 1987-88’(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소장). 17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회고전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 공개되는 이 작품을 김 작가는 1987년 완성했다. 그가 오직 나무만 보고 1983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지 4년이 지난 시점. 말도 거의 통하지 않는 이역만리서 어렵게 구한 통나무 앞, 그는 전기톱을 단단히 쥐고서 숨을 골랐다.11일 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이 작품을 만들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내가 나무가 되고, 나무가 내가 되는 순간을 기다렸어요. 그러다가 정신이 깨끗해진 때 톱을 들고 자르기 시작했죠. 이국의 나무는 톱이 튕길 정도로 단단했기에 나무와 톱, 내가 하나 돼야 뜻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작품과 재료가 하나 됨으로써 작품이라는 또 다른 하나가 탄생하는 과정’은 그의 작업 이념과 직결된다. 작품명이자 전시 부제인 ‘합이합일 분이불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 함축하고 있는 예술 세계의 근간인 셈. 김 작가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조각과 판화, 회화 등 그의 일생에 걸친 작품 약 1500점 중 175점을 엄선해 소개한다. 호암미술관이 개관한 1982년 이래 이곳에서 개인전을 여는 한국인 여성 작가는 그가 처음이다.전시는 1960년대 프랑스 유학 시절의 석판화부터, 조각에 회화를 적극적으로 결합한 최근작까지를 아우른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를 오가며 작업한 각양각색의 나무 조각과 오닉스(onyx·천연광물 ‘마노’의 일종) 조각은,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동시에 묘하게 이국적인 인상을 풍긴다. 전시를 기획한 태현선 수석 큐레이터는 “김 작가는 한국적 감성과 동양적 사유를 토대로 남미의 자연과 문화를 흡수하며 독자적 세계를 구축했다”며 “톱질과 망치질로 가득한 그의 조각에서 ‘작가’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요즘의 미술에서 점점 귀해지는 경험”이라고 했다.작가의 발이 묶였던 팬데믹 기간, 쓰다 남은 나무 조각과 폐자재를 모아 만든 알록달록한 조각들은 하나로 줄지어 진열됐다. 전시의 대미는 장대하게 팔을 벌린 모양새와 푸르른 청록빛이 산세를 연상케 하는 최신작 ‘노래하는 나무’가 장식한다.혼신을 담아 재료의 본연에 다가간 그의 작품들을 보노라면 절로 겸허해진다. 작업을 해야만 숨통이 트인다는 김 작가는 벌써 구순(九旬)을 넘겼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그가 주목받은 건 불과 3년 전 개인전을 열고 나서였다. “고국에 돌아와 지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하늘이 허락한 일입니다.” 6월 28일까지.용인=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1
    • 좋아요
    • 코멘트
  • BTS RM 기부금으로 ‘나라 밖 빛나는 한국 옛 그림’ 도록 발간

    방탄소년단(BTS) 리더 RM(본명 김남준)의 기부금으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16~20세기 한국 회화를 정리한 도록이 발간됐다.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해외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 소장된 한국 회화를 모아 정리한 도록 ‘ITS ____ HERE : 나라 밖 빛나는 한국 옛 그림’을 국내외 국·공립 도서관과 주요 연구기관에 배포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도록에는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클리브랜드미술관 소장 ‘한림제설도(寒林霽雪圖)’ 등의 고해상도 도판과 설명이 실렸다.재단 측은 “도록은 2022년 RM이 낸 기부금으로 제작됐다”며 “RM의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이 도록의 가치를 한층 더 높였다”고 설명했다. RM은 2021년과 이듬해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 보존 및 복원에 써 달라”며 각각 1억 원씩 기부했다. 기부금은 미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이 소장한 왕실 의복인 ‘조선 활옷’ 보존 처리 등에도 쓰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1
    • 좋아요
    • 코멘트
  • 눈 뜬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 세계, 손끝으로 더듬으며 편견을 만지다

    세상은 한눈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갈수록 빨라지는 변화는 두 눈을 부릅떠도 포착하기 쉽지 않다. 실은 모두가 이런 망망대해에서 ‘눈먼 자’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지난달 25일부터 열리고 있는 엄정순 작가(사진)의 개인전 ‘보푸라기―촉각적 사건’은 “우리는 세상의 어느 일부분에 닿고 있는가”를 묻는다. 불교 경전 열반경 속 ‘맹인모상(盲人摸象·장님 코끼리 만지기)’ 이야기에서 착안해 코끼리를 주제로 한 조각과 회화 등 39점을 선보인다. 관람객은 작품을 자유롭게 손끝으로 더듬으면서 교감할 수 있다. 갤러리에서 만난 엄 작가는 “작가는 모든 감각을 다 써서 작품을 만들지만, 관람객이 이를 만지는 행위는 그동안 금기시됐다”며 “관람객 감상도 작품의 일부다. 눈으로만 판단해선 편견에 갇히기도 쉽다”고 했다. 전시는 ‘눈에만 의존해선 결코 세상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이어진다.전시장에서 시각과 촉각은 거의 동등한 위치에 놓인다. 조각상 ‘코 없는 코끼리 4’를 받치고 있는 뒤집힌 사다리꼴 모양의 대좌는 작품의 중요한 요소를 이룬다. 관람객이 코끼리 상 가까이 다가설 때 신발 앞코가 부딪히는 부분을 없애 접근 장벽을 허물었다. 작품을 만진 뒤에 남은 ‘흔적’은 다시 작품이 된다. 회화 연작 ‘무늬 없는 리듬’은 2023년 광주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들이 양모와 천으로 이뤄진 코끼리 설치물을 만지면서 생겨난 보푸라기를 핵심 재료로 활용했다. 엄 작가는 “당시 일주일도 안 돼서 작품 전체에 보푸라기가 생겼다. 문득 보푸라기가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닌, 사람의 체온이자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올 한 올 아껴 모은 보푸라기를 뭉치거나 엮어 재료로 썼다”고 설명했다. 점자책 1000여 권이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는 공간도 눈길을 끈다. 맹인모상 이야기를 작가가 각색해 점자로 쓰고, 바로 아래 같은 내용을 흑연을 사용해 손글씨로 썼다. 점자를 손으로 훑고 책장을 넘기는 동안 흑연은 뭉개지고 여백은 까매진다. 그러다 눈에 들어 오는 벼락같은 한 문장. “이제 책을 덮으시게나. 자네의 그 검게 얼룩진 손끝 속에 보이지 않는 코끼리가 서 있으니.”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안 만지고 보기만 하면 어찌 알겠나”…코없는 코끼리의 질문

    세상은 한눈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갈수록 빨라지는 변화는 두 눈을 부릅떠도 포착하기 힘들다. 사실은 모두가 이런 망망대해에서 ‘눈먼 자’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지난달 25일부터 열리고 있는 엄정순 작가의 개인전 ‘보푸라기-촉각적 사건’은 “우리는 세상의 어느 일부분에 닿고 있는가”를 묻는다. 불교 경전 ‘열반경’ 속 ‘맹인모상(盲人摸象·장님 코끼리 만지기)’ 이야기에서 착안해 코끼리를 주제로 한 조각과 회화 등 39점을 선보인다.관람객은 작품을 자유롭게 손끝으로 더듬으면서 교감할 수 있다. 갤러리에서 만난 엄 작가는 “작가는 모든 감각을 다 써서 작품을 만들지만, 관람객이 이를 만지는 행위는 그동안 금기시됐다”며 “관람객의 감상도 작품의 일부다. 눈으로만 판단해선 편견에 갇히기도 쉽다”고 말했다. 전시는 ‘눈에만 의존해선 결코 세상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이어진다.전시장에서 시각과 촉각은 거의 동등한 위치에 놓인다. 조각상 ‘코없는 코끼리 4’를 받치고 있는 뒤집힌 사다리꼴 모양의 대좌는 작품의 중요한 요소를 이룬다. 관람객이 코끼리 상 가까이 다가설 때 신발 앞코가 부딪히는 부분을 없애 접근 장벽을 허물었다.작품을 만진 뒤에 남은 ‘흔적’은 다시 작품이 된다. 회화 연작 ‘무늬 없는 리듬’은 2023년 광주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들이 양모와 천으로 이뤄진 코끼리 설치물을 만지면서 생겨난 보푸라기를 핵심 재료로 활용했다. 엄 작가는 “당시 일주일도 안 돼서 작품 전체에 보푸라기가 생겼다. 문득 보푸라기가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닌, 사람의 체온이자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올 한 올 아껴 모은 보푸라기를 뭉치거나 엮어 재료로 썼다”고 설명했다.점자책 1000여 권이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는 공간도 눈길을 끈다. 맹인모상 이야기를 작가가 각색해 점자로 쓰고, 바로 아래 같은 내용을 흑연을 사용해 손글씨로 썼다. 점자를 손으로 훑고 책장을 넘기는 동안 흑연은 뭉개지고 여백은 까매진다. 그러다 눈에 들어 오는 벼락같은 한 문장. “이제 책을 덮으시게나. 자네의 그 검게 얼룩진 손끝 속에 보이지 않는 코끼리가 서 있으니.”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09
    • 좋아요
    • 코멘트
  • 美-이스라엘-이란 등 공습… 그랜드 바자르-화이트시티 등 중동 문화유산 비상

    2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 있는 ‘그랜드 바자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점포가 무너지는 등 여러 훼손을 당했다. 7세기부터 상업 활동이 이어져 온 이 대형 전통시장은 이란이 1977년 국가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다. 문화유산 피해는 이란뿐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화이트 시티’도 이란 공습의 희생양이 됐다. 20세기 초 바우하우스 양식 건축물이 밀집한 이곳은 미사일 공격으로 1930년대 건물 2채가 파괴됐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길어지며 해당 지역의 문화유산들이 위기에 빠졌다. 이미 여러 유적이 피해를 입었으며, 박물관 등은 소장품을 안전지역으로 옮기고 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네스코는 “모든 문화유산은 1954년 헤이그 협약과 1972년 세계유산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에 따라 보호된다”며 긴급 성명을 발표했으나, 사실상 강제력은 없다.● 중동 세계유산 1·2위 보유국들 이란은 중동 국가 가운데 세계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다.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인 ‘페르세폴리스’와 이슬람 건축 예술의 정수로 꼽히는 ‘이맘 광장’ 등 29개나 된다. 그중 하나인 ‘골레스탄 궁전’은 폭격 여파로 곳곳이 부서졌다. ‘이란의 베르사유 궁전’으로 불리는 이 궁전은 페르시아 전통과 서구 예술이 결합한 카자르 왕조 시대(1789∼1925년) 걸작. 페르시아식 스테인드글라스 ‘오르시(orsi)’가 산산조각 났으며, 정교한 거울 장식도 떨어져 나갔다.이스라엘도 2001년 등재된 고대 도시 ‘아크레 구시가지’ 등 세계유산만 9개다. 중동에서 두 번째로 많다. 피해를 입은 바우하우스 센터는 소셜미디어에서 “화이트 시티는 근대성과 희망, 재건의 상징”이라며 “그 소실을 애도한다”고 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사해 사본’ 등이 소장된 이스라엘국립박물관과 이란국립박물관, 페르세폴리스박물관 등은 현재 문을 닫고 소장품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중동 전체가 화약고가 될 위험이 커지며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비상이 걸렸다. 카타르국립박물관,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등이 잠정 폐관한 상태다.● “문화유산은 인류 공동 책임”그랜드 바자르 등이 타격을 입은 날, 유네스코는 성명을 발표해 문화유산 보호를 호소했다. 유네스코 측은 “잠재적 피해를 방지하고자 세계유산과 국가적인 유적의 지리 좌표를 모든 관계 당사자들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앞서 무함마드 사드 알 루마이히 카타르 국립박물관 최고경영자(CEO)도 “문화유산 보호는 법적 준수를 넘어선 공동의 도덕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헤이그 협약은 “종교, 예술, 과학, 자선 목적의 건물과 기념물 등은 가능한 한 공격하지 않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제27조)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 세계유산 전문가는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모두 헤이그 협약 당사국이지만 국제법 특성상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에서 군사 작전 중 고의적으로 파괴되거나 부수적으로 훼손되는 문화유산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카타르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무력 충돌 중 문화유산 보호 세미나’에서 사이드 빈 압둘라 알 수와이디 국제인도법 국가위원회 위원장은 “문화유산이 상대편에 대한 복수나 선전, 불법적 이득을 위한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중동 전문가인 이예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특임강의교수는 이러한 문화유산 공격에 대해 “공동체적 기억과 정체성을 약화하려는 상징적 메시지가 담긴 경우가 많다”며 “시리아 내전 당시 이슬람국가(IS)가 팔미라의 신전을 의도적으로 파괴한 사건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이어 “분쟁이 장기화되면 국가 통제력이 약해지고 무장 세력의 자금이 부족해져 문화유산 약탈 및 불법 거래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어린이 책]고백 전략 짜주는 AI, 사용하시겠습니까?

    ‘남사친’ 현호가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한 지온. 고백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거절당할까 봐 발만 동동 구른다. 그러던 중 고백의 성공 확률을 높여준다는 인공지능(AI) ‘고백 보험’ 광고를 마주하게 된다. 주저 없이 AI 보험 설계사 ‘아이라’와 계약을 체결한다. “이제 나만 믿고 따라와. 지온이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아이라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였다. 상대의 심리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고백 전략을 추천해 주고, ‘데이터 지우개’로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는 소문까지 삭제해 줬다. 심지어 고백이 실패해 어색한 사이가 돼버리면 기억까지 지워준다. 지온은 고백 보험에 의존해 현호에게 고백하고, 멀어지고, 기억 삭제하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깨닫는다. 누군가의 마음을 완전히 조작하거나 예측할 수 없으며, 나의 진심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다는 것. 10대의 풋풋한 사랑을 소재로 풀어냈지만, 여전히 거절이 쓰라린 어른에게도 생각거리를 준다. 고백 또는 제안의 진짜 가치는 성공 여부가 아니라, 끙끙 앓으며 내 마음을 다듬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에 있는지도 모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KBS노조 “수신료로 JTBC 도박빚 갚을 수 없다”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 진통

    JTBC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 이어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의 재판매를 놓고 벌이는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JTBC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열릴 모든 올림픽과 월드컵의 중계권을 사들였는데, 첫 중계인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은 저조한 시청률과 중계 파행으로 논란을 낳았다. JTBC는 6월 시작되는 북중미 월드컵의 중계권 재판매 협상을 위해 최근 지상파들을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JTBC 측은 6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를 찾아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일정이 연기됐다. 앞서 4일에는 MBC 측과 접촉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JTBC가 요구하는 중계권료와 지상파 측이 제시한 중계료 차이가 커서 협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상파 내부에서는 “JTBC가 재판매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S의 제3노조인 같이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계권 재판매 협상의) 본질은 한 유료 민영방송의 잘못된 경영 판단을 공적 재원, 시청자의 수신료로 메워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수신료로 JTBC의 ‘도박빚’을 갚을 순 없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JTBC가 사운을 건 도박을 했고, 이제 그 도박 빚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며 “중계권 재판매 협상은 한마디로 비싸게 계약한 중계권을 같이 떠안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우리는 JTBC의 들러리가 될 수 없다”는 성명을 내고 “사태의 근본 책임은 지상파 3사의 ‘코리아풀(Korea Pool)’ 공동협상 체계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린 JTBC에 있다”고 했다. 노조는 “중계권료를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심지어 패럴림픽 (중계권)은 구입조차 하지 않은 JTBC의 졸속 협상에 대해 냉정하고 엄중한 평가가 선행되지 않는 한 월드컵 중계 협상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밀라노 겨울올림픽은 중계 채널이 JTBC와 네이버 두 곳뿐이어서 시청자들이 주요 경기나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 선수 경기의 경우, 최 선수가 결선 1차 시기에서 넘어진 후 JTBC가 중계를 쇼트트랙 경기로 돌려 정작 시청자들은 최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된 3차 시기 연기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6-03-06
    • 좋아요
    • 코멘트
  • 홍현익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임명…외교안보 경력 주목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제22대 사무총장에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67)이 임명됐다고 6일 밝혔다. 임기는 4년. 홍 신임 사무총장은 제37대 국립외교원장과 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06
    • 좋아요
    • 코멘트
  • 신순심 무용가 향년 89세로 4일 별세

    어린이 무용수 육성에 힘쓴 신순심 무용가가 4일 별세했다. 향년 89세.이화여대에서 발레를 전공한 고인은 1962년 초·중등생으로 구성된 리틀엔젤스예술단을 창단하고 초대 단장을 맡아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등 무용계 인재를 배출했다. 1966년 미국 백악관 특별공연 ‘꼭두각시’를 포함해 여러 레퍼토리를 개발했다. 빈소는 이대서울병원, 발인은 7일 오전 5시. 02-6986-4440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05
    • 좋아요
    • 코멘트
  • 백건우 데뷔 70주년에 슈베르트 신보…“이젠 침묵 견딜수 있는 자신감”

    “지금의 내가 도달한 지점에서 이 음악들을 다시 바라보고, 진실에 더 가까이 가고자 앨범 ‘슈베르트’를 녹음하게 됐습니다.”‘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80)가 이달 26일 앨범 ‘슈베르트’를 선보인다. 올해로 데뷔 70주년을 맞는 그가 슈베르트 음반을 발매하는 건 13년 만이다. 백 씨는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음악이 스스로 노래하도록 두는 것과 그 침묵을 견딜 수 있는 자신감, 성실한 탐구 끝에 도달한 태도야말로 13년 전과 지금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서야 나는 무엇을 하려 애쓰기보다 ‘하지 않으려 해야 한다’는 깨달음에 이르렀다”고 전했다.이번 신보에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3번과 14번, 18번, 20번이 수록됐다. 13번은 밝고 목가적, 20번은 침잠하듯 평온한 분위기를 띤다. 백 씨는 “13번은 가장 이르게 배운 피아노 소나타 중 하나로써 늘 사랑해왔고, 20번은 오랫동안 답을 찾지 못해 남겨두었던 곡”이라고 했다. 백 씨는 10세에 해군교향악단(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주하면서 피아니스트 인생을 시작했다. 2023년 작고한 배우 윤정희 씨의 남편이기도 하다. 다음 달부턴 전국 12개 도시에서 리사이틀 투어가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05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