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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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장바구니에 담은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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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07-19~2025-08-18
역사34%
문화 일반20%
문학/출판14%
인사일반14%
연극6%
미술3%
사회일반3%
종교3%
기타3%
  • “인류와 웃음을 사랑한 분”…전세계 문화예술인들, 교황선종 추모 물결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 시간) 선종하면서 국내외 문화예술계에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세계적인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모든 면에서 놀라운 사람”이라 표현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그는 “교황은 자기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분이었다. 지혜가 넘쳤고, 선함이 빛났다.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라며 ”세상에 닥친 상실은 실로 막대하다. 하지만 그분이 남기고 간 빛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신자인 스코세이지 감독은 영화 ‘사일런스’(2016년) 등 여러 작품에서 종교를 다뤄왔다.영화 ‘시스터 액트’로 잘 알려진 코미디언 겸 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23년 교황을 만난 사진과 함께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모두를 감싸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한, 오랜만에 등장한 교황”이라며 “인류와 웃음을 사랑한 교황 프란치스코, 평온히 항해하길”이라고 추모의 글을 올렸다. 영화 ‘글래디에이터’ 등으로 유명한 배우 러셀 크로는 2014년 교황을 만났던 일을 떠올리면서 X(옛 트위터)에 “로마의 아름다운 날이지만 신자들에게는 슬픈 날이다. 명복을 빈다”고 썼다.영화 ‘록키’, ‘람보’ 등으로 유명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은 과거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났을 때 찍은 사진을 올리고 “훌륭한, 훌륭한 사람(A wonderful, wonderful man)!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유명 TV 토크쇼 진행자 지미 팰런은 지난해 6월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났던 당시 사진을 X에 올리며 “교황님을 뵙게 돼 영광이었다. 웃음을 드릴 수 있어 기뻤고, 격려의 말씀에 감사했다. 평안히 쉬시길”이라고 전했다.국내 문화예술계에서도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2014년 교황 방한 당시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 공연을 한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낮은 곳,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다가가는 그분의 말씀이 세계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2023년 몽골에서 교황을 알현했던 팝페라 테너 임형주 씨도 인스타그램에 “가시는 날까지 세계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주셨던 분”이라며 “그 분 앞에서 노래했던 건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이라고 했다.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진 가수 바다(본명 최성희)는 “기도의 힘과 아이들의 순수함을 몸소 보여주신 아름다운 우리 교황님 가시는 길에 작은 축복의 기도를 올린다”는 글을 올렸다. 2022년 연극 ‘두 교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시절을 연기했던 연극 배우 남명렬은 “높은 자리에 계셨지만 시선은 늘 낮은 곳에 계셨다. 이런 분을 연기했다는 것은 분명 영광”이라고 돌이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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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순택 대주교 “늘 약자와 함께” 조계종 “인류의 큰 별 졌다”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소식에 국내외 주요 인사들의 애도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이날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는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전하며 깊은 슬픔 속에서 함께 기도한다”며 “신앙과 사랑의 길을 몸소 실천하며 우리 모두에게 깊은 영적 가르침을 주셨고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몸소 실천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복음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그분의 사랑과 자비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교황청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에게 보낸 조전에서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란 가르침을 통해 인류에게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셨고, 평화와 화해의 삶을 실천하시며 평생을 헌신하셨다”고 추모했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세계 가톨릭 신자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인류의 큰 별이 졌지만 교황께서 남기신 사랑과 헌신의 길은 모두의 마음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원불교도 애도문에서 “종교 간 경계를 넘어 상호 존중과 대화, 연대의 길을 열어주신 숭고한 행적은 세계 신앙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희망을 줬다”고 추모했다. 반(反)이민 정책을 두고 교황과 대척점에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교황과 그를 사랑한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함께하길 기도한다”고 썼다. 가톨릭 신자로 선종 전날 교황을 만난 J D 밴스 부통령은 X에 “어제 그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코로나19 초기에 그분이 전했던 강론을 기억할 것”이라고 썼다. 앞서 교황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 3월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주님께서는 우리를 폭풍에 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기도를 올렸다. 유럽 정상들도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9일 교황을 접견했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성하께서 생애와 사명 전체를 바쳐 섬기신 교회와 세상에 부활절 인사를 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무거운 마음에 다소 위로가 됐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교황은 교회가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하길 원했고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자연과도 연결되기를 바랐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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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궁궐과 서양식 건축물은 이렇게 만났다

    “비록 온돌은 아니나 상탑(침대)이 두껍고 높아 냉기가 조금도 없다.” 1896년 9월, 아관파천(俄館播遷)으로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던 고종 황제가 서양식 침실을 두고 한 말이다. 바닥을 데우는 온돌 대신 공기를 데우는 라디에이터(방열기)가 설치됐고 침대와 의자, 커튼 등 입식 생활을 위한 가구들이 사용됐다. 또한 고종은 “양옥은 구조가 넓고 높아 시원한 기운이 한번 들어오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면서 궁궐 내 서양식 건축물에 호의적 반응을 드러냈다. 1876년 개항 이후 궁궐에 건립된 서양식 건축물의 역할을 조명하는 특별전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洋館)―만나고, 간직하다’가 22일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당시 양관의 건축적 특징과 용도, 양관 건립에 따른 생활양식의 변화 등을 살펴본다. 황실 보물을 보관하는 장소로서 간직했던 국새, 어보 등 유물 110여 점도 전시된다. 외교 의례 공간인 폐현실(陛見室)을 대한제국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한 공간도 마련됐다. 일제강점기 변형된 정관헌(靜觀軒)은 원래 모습과 비슷하게 연출돼 눈길을 끈다. 정관헌은 전통 지붕에 서양식 기둥과 발코니형 난간, 기하학적 타일이 접목된 건물이다. 원래는 난간 안쪽이 벽으로 둘러막혀 있었으나, 덕수궁이 공원으로 개발되면서 1933년경 3개 면이 헐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벽을 설치해 변형 이전과 가까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홍현도 덕수궁관리소 학예연구사는 “정관헌은 ‘고종 황제가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던 장소’로 흔히 알려졌으나 실제로 그런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며 “왕의 초상화를 그리고 봉안했던 곳이자 황실 보물을 보관하던 곳임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 연출된 모습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7월 13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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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가장 도전적인 발레 2인무, 한국 팬들에 첫선 보이게 돼 기뻐”

    “실은 제 남편 다니엘이 한국인이에요. 서울에 살고 있는 다니엘의 가족 앞에서 춤출 수 있어 이번 공연이 더 기대됩니다.”(이자벨라 보일스턴)“한국 관객에게 ‘신디스’(The Cindies) 춤을 드디어 선보일 수 있어 기뻐요. K푸드를 맛볼 생각에 특히나 설레는 것일지도 몰라요. 부대찌개를 정말 좋아하거든요.”(제임스 화이트사이드) 세계 최고의 클래식 발레단으로 평가받는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가 24∼27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 ‘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를 갖는다. ABT ‘간판 무용수’로 세계적인 발레 스타인 이자벨라 보일스턴(39)과 제임스 화이트사이드(41)는 방한을 앞두고 18일 가진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화이트사이드가 언급한 ‘신디스’란 두 사람이 막역한 친구이자 최고의 파트너인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다. 발레계에서 두 무용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처럼 통용된다. 신디스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단막극 ‘네오(Neo)’로 첫 한국 무대를 선보인다.‘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는 ABT가 발레단 차원에서 13년 만에 가지는 내한 공연. 한국인 수석무용수 서희, 안주원 등을 포함한 무용수 약 70명이 나흘간 단막극 5편을 펼친다. ABT는 1939년 창립된 미 국립발레단으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등과 더불어 세계 최정상으로 꼽힌다. 보일스턴은 2006년 입단 뒤 2014년부터 수석무용수로 활동해 왔으며, 화이트사이드는 2012년 입단 후 이듬해 수석 무용수로 발탁됐다. 두 사람은 ‘백조의 호수’ 오데트 공주와 지크프리트 왕자, ‘호두까기 인형’ 소녀 클라라와 왕자 등 다수의 작품에서 합을 맞췄다. 보일스턴은 “제임스는 열정적이고 강렬한 춤을 보여준다. 객석에서도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며 “서로 말하지 않아도 타이밍을 읽을 수 있기에 즉흥적 표현이 가능하다”고 했다. 화이트사이드도 “무대 위에서도 밖에서도 의지가 된다”며 “모두의 인생에는 ‘신디’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했다.26일 공연되는 ‘네오’는 ABT 상주 안무가인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두 사람을 위해 창작한 9분 길이의 2인무. 팬데믹을 겪으며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던 신디스가 안무가에게 직접 작품을 의뢰해 탄생했다. 2021년 온라인으로 처음 공개된 뒤 지난해부터 정식 무대에 올랐다. 보일스턴은 “우리의 깊은 우정과 개성을 담아낸 작품이다. 때로는 서로 경쟁하고, 때로는 서로 지지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로맨틱한 느낌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일본 전통 현악기 ‘샤미센’의 신비로운 선율에 따라 두 무용수는 긴장감 높은 춤을 풀어낸다. 고전 발레의 흔한 서사도 마임도 없다. 보일스턴은 “복잡한 스텝과 고난도 테크닉으로 가득하다. 지금까지 해본 2인무 중 가장 도전적”이라고 평했다. 화이트사이드는 “애초에 영상 촬영을 염두에 두고 안무를 짜 숨 돌릴 틈이 없다. 안무가도 ‘그냥 편집하면 되지’ 생각했던 것(웃음)”이라며 “작품을 할 때마다 기절할 듯한 기분이 든다”고 고백했다. 보일스턴은 27일 단막극 ‘라 부티크’에도 출연한다. 20세기 러시아 안무가 레오니트 마신이 안무한 단막 발레 ‘라 부티크 판타스크’(1919년)를 ABT 무용수 출신 안무가인 제마 본드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그는 “어둡고 역동적인 분위기의 ‘네오’와 달리 로맨틱하고 따뜻하다”며 “평소 환상적이기보단 사실감 있도록 연기하는 편이다. 맡은 인물 안에서 진실성과 정직함을 추구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디스는 한국을 향한 각별한 관심도 드러냈다. 보일스턴은 2년 전 뉴욕 링컨센터에서 관람한 한국 무용을 떠올리며 “절제되고 아름다운 몸짓에서 한국 문화가 가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JbDubs’라는 예명의 가수로도 활동하는 화이트사이드는 스스로를 ‘K팝 팬’이라고 강조했다.“블랙핑크와 뉴진스, 르세라핌을 정말 좋아해요. 한국 걸그룹 춤을 안무할 기회가 온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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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순택 대주교 “늘 약자와 함께” 조계종 “인류의 큰 별이 졌다”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소식에 국내외 주요 인사들의 애도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이날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는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전하며 깊은 슬픔 속에서 함께 기도한다”며 “신앙과 사랑의 길을 몸소 실천하며 우리 모두에게 깊은 영적 가르침을 주셨고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몸소 실천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복음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그분의 사랑과 자비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교황청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에게 보낸 조전에서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란 가르침을 통해 인류에게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셨고, 평화와 화해의 삶을 실천하시며 평생을 헌신하셨다”고 추모했다.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세계 가톨릭 신자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인류의 큰 별이 졌지만 교황께서 남기신 사랑과 헌신의 길은 모두의 마음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원불교도 애도문에서 “종교 간 경계를 넘어 상호 존중과 대화, 연대의 길을 열어주신 숭고한 행적은 세계 신앙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희망을 줬다”고 추모했다.반(反)이민 정책을 두고 교황과 대척점에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교황과 그를 사랑한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고 썼다. 가톨릭 신자로 선종 전날 교황을 만난 J D 밴스 부통령은 X에 “어제 그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코로나19 초기에 그분이 전했던 강론을 기억할 것”이라고 썼다. 앞서 교황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 3월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주님께서는 우리를 폭풍에 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기도를 올렸다.유럽 정상들도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9일 교황을 접견했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성하께서 생애와 사명 전체를 바쳐 섬기신 교회와 세상에 부활절 인사를 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무거운 마음에 다소 위로가 됐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교황은 교회가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하길 원했고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자연과도 연결되기를 바랐다”며 애도를 표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차기 총리는 “첫 번째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으로서 그는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감동시켰고 종파의 경계를 넘어 큰 울림을 줬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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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푸드·K팝에 진심인 세계적 발레 듀오 ‘신디스’, 첫 한국 무대 선다

    “실은 제 남편 다니엘이 한국인이에요. 서울에 살고 있는 다니엘의 가족 앞에서 춤출 수 있어 이번 공연이 더 기대됩니다.”(이자벨라 보일스턴)“한국 관객에게 ‘신디스’(The Cindies) 춤을 드디어 선보일 수 있어 기뻐요. K푸드를 맛볼 생각에 특히나 설레는 것일지도 몰라요. 부대찌개를 정말 좋아하거든요.”(제임스 화이트사이드)세계 최고의 클래식 발레단으로 평가받는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가 24∼27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 ‘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을 갖는다. ABT ‘간판 무용수’로 세계적인 발레 스타인 이자벨라 보일스턴(39)과 제임스 화이트사이드(41)는 방한을 앞두고 18일 가진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화이트사이드가 언급한 ‘신디스’란 두 사람이 막역한 친구이자 최고의 파트너인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다. 발레계에서 두 무용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처럼 통용된다. 신디스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단막극‘네오’(Neo)로 첫 한국 무대를 선보인다. ‘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는 ABT가 발레단 차원에서 13년 만에 가지는 내한 공연. 한국인 수석무용수 서희, 안주원 등을 포함한 무용수 약 70명이 나흘간 단막극 5편을 펼친다. ABT는 1939년 창립된 미 국립발레단으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등과 더불어 세계 최정상으로 꼽힌다. 보일스턴은 2006년 입단 뒤 2014년부터 수석무용수로 활동해 왔으며, 화이트사이드는 2012년 입단한 이듬해 수석 무용수로 발탁됐다.두 사람은 ‘백조의 호수’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 ‘호두까기 인형’ 소녀 클라라와 왕자 등 다수의 작품에서 합을 맞췄다. 보일스턴은 “제임스는 열정적이고 강렬한 춤을 보여준다. 객석에서도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며 “서로 말하지 않아도 타이밍을 읽을 수 있기에 즉흥적 표현이 가능하다”고 했다. 화이트사이드도 “무대 위에서도, 밖에서도 의지가 된다”며 “모두의 인생에는 ‘신디’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했다.26일 공연되는 ‘네오’는 ABT 상주 안무가인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두 사람을 위해 창작한 9분 길이의 2인무. 팬데믹을 겪으며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던 신디스가 안무가에게 직접 작품을 의뢰해 탄생했다. 2021년 온라인으로 처음 공개된 뒤 지난해부터 정식 무대에 올랐다. 보일스턴은 “우리의 깊은 우정과 개성을 담아낸 작품이다. 때로는 서로 경쟁하고, 때로는 서로 지지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로맨틱한 느낌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일본 전통 현악기 ‘샤미센’의 신비로운 선율에 따라 두 무용수는 긴장감 높은 춤을 풀어낸다. 고전 발레의 흔한 서사도, 마임도 없다. 보일스턴은 “복잡한 스텝과 고난도 테크닉으로 가득하다. 지금까지 해본 2인무 중 가장 도전적”이라고 평했다. 화이트사이드는 “애초에 영상 촬영을 염두에 두고 안무를 짜 숨 돌릴 틈이 없다. 안무가도 ‘그냥 편집하면 되지’ 생각했던 것(웃음)”이라며 “작품을 할 때마다 기절할 듯한 기분이 든다”고 고백했다. 보일스턴은 27일 단막극 ‘라 부티크’에도 출연한다. 20세기 러시아 안무가 레오나드 마신이 안무한 단막 발레 ‘라 부티크 판타스크’(1919년)를 ABT 무용수 출신 안무가인 젬마 본드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그는 “어둡고 역동적인 분위기의 ‘네오’와 달리 로맨틱하고 따뜻하다”며 “평소 환상적이기보단 사실감 있도록 연기하는 편이다. 맡은 인물 안에서 진실성과 정직함을 추구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신디스는 한국을 향한 각별한 관심도 드러냈다. 보일스턴은 2년 전 뉴욕 링컨센터에서 관람한 한국무용을 떠올리며 “절제되고 아름다운 몸짓에서 한국 문화가 가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JbDubs’라는 예명의 가수로도 활동하는 화이트사이드는 스스로를 ‘K팝 팬’이라고 강조했다. “블랙핑크와 뉴진스, 르세라핌을 정말 좋아해요. 한국 걸그룹 춤을 안무할 기회가 온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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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동물보호소에서는 안락사도 사치

    “보호소에 들어간 길고양이 절반이 자연사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엔 잔혹한 사실이 숨겨져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보호소 고양이의 절반이 방치된 채 병들거나 또 다른 이유로 고통스럽게 죽는다는 것이다. 길고양이가 고통 없이 삶을 마치게 하려면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데, 5%만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안락사는 동물복지를 위해 필요한 도구”라며 “한국의 정책은 길고양이의 안락사나 입양을 배제하면서 부담을 회피하고 보호할 책임도 방기하고 있다”라고 했다. 수의사이자 사육 곰을 구조하고 돌보는 활동가인 저자가 동물이 처한 현실을 분석하고 오늘날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다. 동물 보호 운동이 다분히 인간 중심적이고, 객관적 연구보단 ‘불쌍하다’와 같은 감성에 의존하고 있다며 반기를 든다. 널리 사랑받는 개, 고양이부터 혐오 대상인 쥐, 비둘기, 관심조차 없는 야생동물까지 폭넓게 짚었다. 동물을 호칭하는 언어부터 감성으로 부풀려졌다고 책은 주장한다. ‘가축’이었던 개가 ‘애완견’으로, ‘반려동물’로, 이젠 ‘가족’으로 변하는 것은 “다른 동물 종과의 차이를 부각하고 특정 동물만 특별 취급하는 세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출현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동물의 생사가 오갔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남한에서 사실상 절멸한 여우도 그중 하나다. 1970년대 정부가 ‘전국 쥐잡기 운동’을 벌이면서 쥐가 주식인 여우가 모조리 죽었다. ‘쥐약 먹은 쥐’를 잡아먹은 탓이다. 저자는 “사회를 좀먹는 존재를 박멸해야 한다는 프로파간다를 위한 국가사업이었다. 그로 인해 쥐가 주식인 포식동물종 다수가 절멸했다”고 꼬집었다. 동물이 처한 현실을 여과 없이 포착한 사진을 곁들여 설득력을 높였다. 구조된 동물을 먹여 살릴 사료와 벌레를 죽일 끈끈이가 함께 놓인 선반은 ‘생명 존중’이 모든 동물에 다 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갓길에 쓰러진 고라니 등 가슴 아프지만 직시해야 할 사진들도 담겼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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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운동가 서영해 서신-소설 문화유산 등록 예고

    일제강점기 유럽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서영해 씨(1902∼?) 관련 자료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한다고 국가유산청이 17일 밝혔다. 서 씨는 1929년 프랑스 파리에 고려통신사를 설립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 특파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유럽 각국에 일제의 침략상을 고발한 인물이다. 이번에 등록 예고된 자료는 독립 선전 활동을 다룬 고려통신사 문서, 임정 요인들과 주고받은 서신, 서 씨가 쓴 소설 등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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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종묘 정전서 영조 증축때 상량문 나와

    종묘 정전(서울 종로구) 보수 공사 과정에서 1726년 조선 영조 때 정전을 증축하면서 적어 넣은 ‘상량문(上樑文)’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지난해 4월 19일 종묘 정전 건물을 이루는 19개의 방 가운데 11번째 칸의 목부재를 해체하던 중 상량문이 적힌 종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상량문은 전통 건축에서 종도리(목조 건물 최상부 부재)를 올릴 때 길한 날을 받아 제의를 지내면서 쓴 축문이다. 종묘 정전의 개수(改修) 과정을 기록한 ‘종묘개수도감의궤(宗廟改修都監儀軌)’에 따르면 이 상량문은 “엎드려 바라건대, 상량한 뒤에 국운이 더욱 창성하고 하늘의 아름다움이 더욱 이르소서(伏願上樑之後 寶籙愈昌 天休玆至).… 산과 강이 종묘를 부축하여 더욱 오래가고 해와 달이 사직과 함께 빛나소서(山河扶戶牖而悠久 日月并宗祀而光輝)”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이번 상량문은 종도리 근처에 홈을 파낸 뒤 별도 포장이나 보관함 없이 접어 보관돼 있었다. 최자형 궁능유적본부 사무관은 “상량문 내용이 ‘종묘개수도감의궤’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발견 즉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존 처리한 뒤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정전은 약 5년에 걸친 보수 공사를 마치고 이달 20일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종묘는 조선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국가 사당이다. 건물에 균열이 가거나 목재가 손상되고, 기와가 빠지는 등 문제가 이어지면서 2020년 6월 1991년 이후 29년 만의 대대적 보수 공사에 착수했다. 원래 2022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수리 범위가 넓어지면서 지체됐다. 막상 지붕을 해체해 보니 일부 목재에 충해, 세균 번식이 심했고 기울어지거나 어긋난 경우도 있었던 탓이다. 정전을 마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지붕이다. 기존에 사용됐던 공장제 기와는 모두 걷어내고 수제 기와로 바꿨다. 수제 기와는 공장제에 비해 가벼워 하중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색상도 자연스럽다. 화학 안료로 칠해졌던 외부 단청은 전통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새롭게 시공했다. 1928년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정전 앞 모르타르(시멘트에 모래를 섞고 물로 갠 것)는 떼어내고 전돌을 깔았다. 부식된 목재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조선 소나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육송(陸松)으로 교체됐다. 공사 과정에서 연대 조사를 통해 광해군 대(1608∼1623년)의 목재가 정전 건물에 사용됐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최 사무관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정전이 광해군 즉위 해에 다시 지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증 자료”라며 “그동안 문헌으로만 알려졌던 종묘의 건축사적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리 기간 창덕궁 옛 선원전에 임시로 봉안돼 있던 조선 왕들의 신주도 다시 종묘로 돌아온다. 이를 위한 의례인 환안제(還安祭)는 20일 오후 2시부터 열린다. 환안제가 거행되는 건 1870년 이후 155년 만이자 사상 4번째다. 총 923명, 말 7필, 가마 28기가 이루는 행렬이 창덕궁에서 광화문을 거쳐 종묘까지 약 3.5km 구간을 행진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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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이 궁궐의 주인이자 꽃”…궁중축전 개막제 연출 고선웅

    “옛날에는 궁궐의 주인이 왕이었지만, 지금은 국민이야말로 진정한 주인이자 ‘꽃’이지요.”올해로 11회째를 맞는 ‘궁중문화축전’이 이달 25일 개막제를 시작으로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5대 고궁과 종묘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인다. ‘2025 봄 궁중문화축전’ 개막제를 연출하는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사진)은 15일 “국민이자 인류를 상징하는 ‘꽃’이 역경을 거쳐 마침내 만개하는 과정을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할 생각”이라며 “평화롭고 공정한 세상을 꿈꾸는 노래가 경복궁에서 울려 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을 만든 스타 연출가로 유명한 고 단장이 궁궐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리는 개막제는 약 70분간 ‘꽃이다!’를 주제로 펼쳐지며 올해 궁중문화축전의 문을 연다. 이번 공연에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소리꾼 김준수, 국립국악원 및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 등이 출연한다. 김소현은 영화 ‘미션’의 배경음악(OST)로도 유명한 ‘넬라 판타지아’를 부를 예정이다. 고 단장은 “정치를 포함한 모든 것을 있게 한 존재가 국민임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개막제에 담겠다”고 전했다.궁중문화축전은 서울 5대 고궁과 종묘에서 조선 궁궐 문화에 관한 다양한 공연과 전시들로 구성된다. 관람객이 경복궁 일대에서 궁중병과를 만들고 궁중무용을 추는 ‘궁중새내기’, 조선 고종이 좋아했던 음악과 스포츠를 덕수궁에서 즐기는 ‘황실취미회’ 등 체험 프로그램들도 마련됐다. 밤의 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국악 명인 100명이 궁중음악을 연주하는 ‘고궁음악회―100인의 여민동락’,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및 이수자의 작품을 전시하는 ‘고궁만정’ 등도 개최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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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끼를 품은 석사자처럼… 유물-관람객 ‘소리없이’ 30년 지켰죠”

    《깊은 흙과 바다에서 찾아낸, 혹은 이역만리에서 되찾은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들. 이 보물들이 박물관 등에서 우리와 만나기까진 여러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귀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을 돌보고 가꾸는 ‘지킴이’들을 격주마다 소개한다.》“다 괜찮다고, 조금만 더 버티라고…. 보살님이 다독이는 것 같았어요.”연꽃무늬 대좌(臺座) 위, 꽃장식 관을 쓴 보살. 그 오묘한 미소가 잔향을 남기는 국보 ‘구미 선산읍 금동보살입상.’ 1990년대 어느 날.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이 직장이던 한 30대 가장은 통로를 걷다 자주 넋을 잃곤 했다. 박물관이 소장한 이 신라시대 불상이 자꾸 말을 거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삶이 곤궁하던 시절, 오른쪽 무릎을 살짝 구부린 보살의 눈빛을 그는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강산이 3번 변하는 동안, 둘은 소중한 친구가 됐다. 2023년 국내에도 소개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웅진지식하우스)는 최근까지 20만 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 당연히 한국에도 전시관엔 경비원이 있다. 박물관의 안전과 질서를 관리하는 이들의 정식 명칭은 ‘방호관(防護官)’. 대구박물관의 권영일 방호주사보(59)는 올해 30년 근속을 맞는 최고참 방호관이다. 1994년 박물관 개관 뒤 이듬해 입사한 권 주사보는 신출내기 때만 해도 고민이 많았다. “혼자 벌어 본가와 처가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는 “퇴근 뒤 밤마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며 “하소연할 데가 없어 끙끙 앓을 때 금동보살이 위로해주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방호관 하면 침묵 속에서 일하는 이들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권 주사보도 초창기엔 “종일 그림자 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낮이고 밤이고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문화유산과 관람객의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다. 하지만 의외로 관람객과의 ‘접촉’도 적지 않다. “이 불상 어디 있어요?” “이거 진품 맞아요?” 등의 질문들이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권 주사보도 자연스레 문화유산 공부를 이어갔다. 행여나 위압적으로 보일까봐 사람들의 기분도 꼼꼼히 살폈다. 심심찮게 출몰하는 ‘빌런(악당)’을 응대하는 실력 역시 늘었다. 권 주사보는 “이유 없이 악을 쓰거나 주위에 시비를 거는 이들을 순식간에 잠재우는 비법은 바로 ‘토기’ 이야기”라고 했다. “후기 신라 토기는 가야 토기에 비해 굽는 온도가 100도 이상 높아요. 이는 훗날 신라가 가야를 정복하는 기술적 바탕이 됐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흥미롭고 숙연해서인지, 신기하게 행패를 부리다가도 조용히 경청해요.” 돌아보면 힘든 나날이 많았지만, 권 주사보에게 방호관은 “천운이자 천직”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동산 갈 형편이 못 됐던 젊은 시절. 대신 방방곡곡 ‘탑 구경’을 다니며 시름을 잊었다. 그 계기도, 대구박물관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보물 ‘의성 관덕동 석사자’였다. “삼층석탑 기단(基壇)의 일부인데, 통상 석물은 대리석을 쓰는데 이 석사자는 사암으로 만들어졌어요. 어찌 보면 특별할 게 없지만, 새끼를 품은 채 살아남은 모습이 저 같았어요. 원래 석사자가 있던 탑 터를 물어물어 찾아갖죠. 그때부터 가족이랑 탑만 150개 넘게 보러 다녔습니다.” 그런 열정이 일터에서도 통한 걸까. 권 주사보는 대구박물관에서 꽤나 유명인사다. 많은 아이들이 ‘박물관 아저씨’라 부르며 친근함을 표한다. 20여 년 전엔, 놀 곳이 마땅찮은 동네 아이들이 자주 박물관에 몰려와 우당탕탕 칼싸움을 했다고 한다. ‘박물관 아저씨’는 그때마다 소란스러운 아이들에게 책을 읽거나 문화유산을 공부하는 ‘벌’을 내렸다. 이제 그 아이들이 번듯한 어른이 돼 인사하러 온다. “100원짜리 자판기 코코아를 사줬던 꼬마가 얼마 전 ‘의사가 됐다’며 왔더라고요. ‘아저씨, 집에 온 것 같아요’라며 고급 커피를 건네는데, 마음이 뭉클했어요. 제 일이니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제가 되레 고맙지요. 그저 박물관엔 유물과 관람객들을 소리 없이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권 주사보는 내년 12월이면 정년퇴임을 맞는다. 그때면 30년 몸 담은 직장을 ‘손님’으로 찾게 될 터. 그때도 금동보살은 그에게 미소를 건넬 것이다. 수고했다고, 객이 아니라 ‘집’에 잘 돌아왔다고. 변함 없는 벗의 마음으로.대구=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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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기록물, 국가폭력-진실규명 담은 희귀자료”

    《제주 4·3-산림녹화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제주 4·3 기록물’과 ‘산림 녹화 기록물’이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제주 4·3 기록물은 1947∼1954년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관련 기록물이며, 산림 녹화(綠化) 기록물은 6·25전쟁 뒤 황폐화된 국토의 녹지화에 대한 자료들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과 회복을 담은 2건의 기록물들이 인류가 함께 기억해야 할 유산으로 인정받았단 평가가 나온다. 이번 등재로 한국은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4·19혁명 기록물,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0건을 보유하게 됐다.》‘제주 4·3 기록물’과 ‘산림 녹화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됐다.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 등재로 첫발을 디딘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이제 20건으로 늘어났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10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제주 4·3 기록물’과 ‘산림 녹화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1992년부터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인류의 주요 기록들이 선정 대상이다. 책과 사진, 지도, 악보, 음성기록물 등을 포함한다. ‘제주 4·3 기록물’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기록물을 일컫는다. 당시 희생자와 유족의 피해신고서 및 구술 증언, 민간과 정부 기관의 진상 규명 과정 등 1만4673건을 아우른다. 정부와 미군, 봉기 세력 등 이해당사자들이 각자 생산한 기록물들도 포함됐다. 4·3 기록물은 냉전이 확산되면서 지역별로도 발생했던 당시 세계적인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로 평가됐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국가 폭력과 진실 규명, 역사적 화해의 과정을 담은 기록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회복이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가치 있는 기록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은 “4·3 영령과 희생자, 유족에게 기록물을 전달하고 싶다”며 “이번 등재를 계기로 상처가 조금은 아물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산림 녹화 기록물’은 6·25전쟁 이후 황폐화된 국토에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산림 녹화(綠化)에 나선 경험을 담은 자료다. 녹화 사업과 관련된 관보, 법령, 책자, 사진 등 9619점으로 이뤄졌다. ‘대규모 사방사업(砂防事業·황폐지 복구 예방 사업)’, ‘화전정리사업’ 등에 관한 기록물은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로 평가받았다. 국가유산청은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산림 녹화에도 성공한 거의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사막화 방지 등 국제적 이슈에도 본보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등재로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0건을 보유하게 됐다. ‘승정원일기’(2001년)와 ‘동의보감’(2009년) ‘5·18민주화운동 기록물’(2011년) ‘난중일기’(2013년) ‘4·19혁명 기록물’(2023년) 등이 등재돼 있다. 한편 이날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충북 단양지질공원과 경북 동해안지질공원, 북한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했다. 이로써 국내 세계지질공원은 강원 한탄강과 광주 무등산 등 7곳으로 늘었으며, 북한은 처음으로 세계지질공원을 보유하게 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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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빨리, 더 많이… ‘효율성 불도저’는 무엇을 밀어버렸나 [책의 향기]

    넷플릭스 ‘곤도 마리에’는 ‘곤도’라는 인물이 난장판으로 어질러진 집을 순식간에 정리하는 쇼 프로그램이다. 그는 “더 이상 마음이 동하지 않는 물건은 버리라”고 조언하고, 남은 건 수납함에 차곡차곡 넣는다. 집 정리를 의뢰한 사람의 표정이 한결 산뜻해진다. 단순한 콘셉트지만 2019년 첫 방송 이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 프로그램을 두고 “최적화를 추종하는 우리 시대의 산물이자 전형”이라며 “경제성이라는 커다란 공공선을 위해 개개인의 효율화가 기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남긴다”고 꼬집었다.집 정리부터 연애 상대 매칭, 농업 생산까지 ‘최적화’가 만능이라는 믿음의 이면을 까발리는 책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던 응용수학자가 썼다. 라틴어 ‘optimus’(최선)를 어원으로 둔 최적화의 정의부터 역사와 부작용까지 샅샅이 짚었다.20세기 미국에서는 적은 토지와 노동으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최적화’ 농업이 시작됐다. 인간이 아닌 기계가 수확하기에 더 쉬운 밀 품종을 개발했고, 값싸면서도 잡초와 병충해를 강력히 퇴치할 화학물질을 뿌려댔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논밭에서 흘러나와 수로로 들어간 화학물질은 멕시코만에 광활한 ‘데드 존’(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합성비료로는 토양의 자연적인 재생 능력을 대체하기도 어려웠다. 농부들은 고급 장비, 신품종 종자 구입 등에 드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 반면 대량 생산된 곡물 값은 내렸다. 한때 농경으로 결속됐던 지역사회는 서서히 무너졌다. 소비자에게도 여파는 어김없이 나타났다. 합성비료와 단일재배 등으로 곡물에서 영양소가 줄어들자 따로 영양제를 사 먹게 됐다.저자는 특히 최근 20년 새 수학적 연산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최적화 모델이 고도화, 대형화하면서 일상과 더 큰 괴리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효율화 모델로 생산성은 높였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에서 충격을 완화해줄 여분의 자원, 지역 공동체마다 고유하게 품고 있던 ‘장소적 감각’ 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신 “각종 계획위원회와 임상시험 등 미봉책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최근 화두인 기후 위기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에도 허점이 있다. 책에 따르면 연산력이 높아지면서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이 점점 복잡해진 만큼 그 해법 또한 복잡해졌다. 탄소세, 배출권 거래제, 그린뉴딜 등 정교하게 설계된 수학적 해법들이 쏟아졌다. 국가 간 조약과 기업 인센티브를 아우르는 거대 현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은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만 만들었을 뿐 실제론 현실을 거의 개선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에게 ‘개인은 아무리 노력해도 직접적으로 별 효과를 미칠 수 없다’는 무력감만 키웠다는 것이다.저자는 끝으로 끊임없는 최적화 대신 “만족스러운 최적값을 찾아 최적화를 멈출 타이밍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국 정치가 복잡한 국제 관계에서 한발 벗어나 내부 공동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은 부의 축적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각종 효율화 모델에 내재된 취약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적화의 여파로 이득을 봤거나 손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장감을 더했다. 다만 통계나 논문 자료 등 객관적 근거가 다소 빈약한 점은 아쉽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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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예박물관, 평안북도 지방관의 송덕을 기린 희귀 자수 병풍 공개

    19세기 평안북도 지방관의 송덕을 색색깔 자수로 기린 20폭 병풍이 처음 공개됐다.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은 11일 박물관에서 개최한 언론공개회에서 약 2년 3개월에 걸쳐 보존처리를 마친 ‘행구성군수 오일영 자수 만민송덕 병풍’을 선보였다.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인 이 병풍은 1897년부터 약 3년간 평안북도 구성군수를 지낸 오일영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20폭 자수 병풍이다. 오일영은 백성의 세금 부담을 덜고, 장기간 해결되지 못한 송사를 공정하게 처리하면서 신뢰를 얻었다. 오문선 수집연구과장은 “군수의 선정에 감동한 구성군민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자수 병풍을 제작했다”며 “지방관의 송덕을 기리는 자료로는 송덕비(頌德碑) 등이 일반적이며, 병풍 형식으로 제작된 사례로는 유일하다”고 설명했다.병풍에는 이를 제작한 구성군민의 이름과 지역 경관, 지리 정보 등이 자수로 정교하게 표현됐다. 제1폭에는 당시 연호인 ‘광무 2년(1898)’과 제목이 붉은 실로 수놓였고, 제2, 3폭에는 병풍 제작 경위가 기록됐다. 이어지는 14폭의 화면에는 구성군민 2400여 명의 이름이 붉은색, 연녹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실로 남아있다. 마지막 4개 폭에는 구성군의 지도가 자세히 담겼다. 성문 5개와 성벽, 도로 등 주요 시설과 굴암산, 용담폭포를 포함한 구성 8경이 색색깔 실로 표현됐다. 이량미 학예연구사는 “실선으로 도로, 하천 등을 표시했고 군사시설, 종교시설 등도 기록됐다”며 “향후 상설전시실에 전시돼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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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녹화기록물’ ‘제주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산림녹화기록물’과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총 20건으로 늘었다.국가유산청은 “10일 오후 11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산림녹화기록물’과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고 11일 밝혔다. 1992년 설립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 영향력이 있는 인류의 중요한 기록을 대상으로 선정된다. 책, 사진, 지도, 악보, 음성기록물 등을 포함한다. 산림녹화기록물은 6·25 전쟁 이후 황폐화된 국토에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산림을 녹화(綠化·산이나 들에 나무나 화초를 심어 푸르게 함)한 경험이 담긴 자료다. 녹화 사업과 관련된 관보, 법령, 공문서, 책자, 사진 등으로 이뤄졌다. ‘대규모 사방사업(砂防事業)’, ‘화전정리사업’, ‘산림계의 자발적 연료림(땔감에 쓰일 목재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산림) 조성’ 등에 관한 기록물은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평가됐다.국가유산청은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하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며 “산림녹화기록물은 개발도상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산림 ODA(국제개발협력) 사업 등에서 참고할 수 있는 본보기”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사막화 등 환경 문제에 활용 가능하다는 점도 등재 결정에 고려됐다.‘제주4·3기록물’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기록물이다. 당시 희생자와 유족의 피해신고서 및 구술증언, 민간과 정부 기관의 진상 규명 과정 등을 아우른다. 정부, 미군, 봉기 세력 등 이해당사자들이 각자 생산한 기록물도 포함됐다.특히 세계적 냉전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고, 지역별로도 압축되는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사적으로 인권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제주도민들의 화해와 상생 정신을 통해 아픈 과거사를 해결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등재로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0건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앞서 훈민정음(1997), 조선왕조의궤(2007),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2007), 새마을운동기록물(2013), 국채보상운동기록물(2017) 등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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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40년 맞은 채시라, 57세에 무용수 변신

    데뷔 40주년을 맞은 배우 채시라(57)가 무용수로 정식 데뷔한다. 국립정동극장은 10일 “다음 달 8일부터 6월 28일까지 극장 개관 30주년을 맞아 공연되는 전통연희극 ‘단심(單沈)’에 채시라가 특별 출연한다”고 밝혔다. 정동극장 예술단의 창작 신작인 ‘단심’은 고전 설화인 ‘심청’을 주인공 심청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채시라는 해당 무용극에서 ‘용궁 여왕’ 역을 맡았다. 채시라는 평소 무용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 제45회 서울무용제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직접 무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식으로 무용 작품에 출연하는 건 ‘단심’이 처음이다. 1985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데뷔한 그는 1980년대 ‘책받침 여신’ 중 한 명으로 꼽히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아들과 딸’ ‘서울의 달’ 등에 출연하며 당대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았다. 채시라는 무용수 데뷔에 대해 “배우가 되기 전에 무용수를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며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를 꾸밀 생각에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은 2023년 미국 뉴욕에 진출한 한국무용 히트작 ‘일무’를 선보였던 정구호가 연출가로 참여한다. 안무는 서울시무용단장 출신인 정혜진이 맡았다. 정 연출가는 “(심청의) 스토리에 머무르지 않고 심청이란 인물 자체에 좀 더 집중했다”며 “심청의 내면 세계와 갈등을 잘 표현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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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7세 채시라, 무용수 정식 데뷔…전통연희극 ‘단심’ 특별출연

    데뷔 40주년을 맞은 배우 채시라(57)가 무용수로 정식 데뷔한다.국립정동극장은 10일 “다음 달 8일부터 6월 28일까지 극장 개관 30주년을 맞아 공연되는 전통연희극 ‘단심(單沈)’에 채시라가 특별출연한다”고 10일 밝혔다. 정동극장 예술단의 창작 신작인 ‘단심’은 고전 설화인 ‘심청’을 주인공 심청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채시라는 해당 무용극에서 ‘용궁 여왕’ 역을 맡았다.채시라는 평소 무용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 제45회 서울무용제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직접 무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식으로 무용 작품에 출연하는 건 ‘단심’이 처음이다.1985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데뷔한 그는 1980년대 ‘책받침 여신’ 중 한 명으로 꼽히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아들과 딸’ ‘서울의 달’ 등에 출연하며 당대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았다.채시라는 무용수 데뷔에 대해 “배우가 되기 전에 무용수를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며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를 꾸밀 생각에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이번 공연은 2023년 미국 뉴욕에 진출한 한국무용 히트작 ‘일무’를 선보였던 정구호가 연출가로 참여한다. 안무는 서울시무용단장 출신인 정혜진이 맡았다. 정 연출가는 “(심청의) 스토리에 머무르지 않고 심청이란 인물 자체에 좀 더 집중했다”며 “심청의 내면 세계와 갈등을 잘 표현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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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년前 침몰한 조선시대 조운선 ‘마도4호선’ 인양 착수

    조선 초 세곡과 공납품을 실어 나르다가 침몰해 약 600년간 바닷속에 잠겨 있던 조운선 ‘마도4호선’이 인양된다.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충남 태안군 마도 인근 해역에서 마도4호선의 인양을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마도4호선은 2014년 우리 바다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조선시대 선박이다. 이듬해 발굴 조사에서 분청사기(사진)와 목간 등 유물이 다수 나왔다. 연구소 관계자는 “올해 발굴 10주년을 맞아 총 14차에 걸쳐 조사와 함께 선체 인양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양한 선체 조각은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보존 처리되며, 인양 뒤 주변도 추가 조사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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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부채의 마법… 나뭇잎 소리-난꽃향 살랑살랑

    부채에 그려진 댓잎이 부드러운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듯하다. 농담(濃淡)을 절묘히 오가는 청록빛은 청량한 느낌을 준다. 바스락대는 소리가 절로 날 것만 같은 부채 위쪽엔 짧은 묵서가 가지런히 적혔다. “여름날 더위를 식히는 데 사용하십시오.” 19세기 청나라 학자 섭지선(葉志詵)이 조선 정조의 사위였던 문인화가 해거재 홍현주(海居齋 洪顯周)에게 그려 선물한 부채 그림 ‘청죽(靑竹)’이다. 9일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선우풍월(扇友風月): 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미술관이 1977년 개관 6주년을 맞아 부채 소장품을 선보인 이후 48년 만에 ‘선면(扇面) 서화’를 한 데 모았다. 7일 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영욱 간송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조선 후기에 부채는 단순 소품이나 생활용품을 넘어 예술품으로 각광받았다”며 “문인들은 부채를 선물로 주고받으며 교류했고, ‘청죽’은 조선과 청나라의 문인 간에 교류가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18세기 이후 조선과 청나라의 선면서화 54건을 선보인다.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의 작품을 비롯해 오세창, 안중식, 조석진 등 널리 알려진 서화가들의 작품을 아우른다. 조선 화가 혜천 윤정(1809∼?)이 중국 강남 지방의 절경을 그린 ‘삼오팔경’ 등 23건도 최초로 공개된다. 특히 조선 후기 서화의 거장 추사 김정희(1786∼1856)와 관련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추사가 짙은 먹으로 투박하게 그린 버섯, 흐린 먹으로 날렵하게 그린 난꽃이 부채 한 폭에 어우러지는 ‘지란병분(芝蘭並芬)’ 등을 선보인다. 추사를 스승으로 모셨던 우봉 조희룡(1789∼1866)의 ‘난생유분(蘭生有芬)’과 ‘분분청란(芬芬靑蘭)’이 위아래로 함께 전시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김 팀장은 “추사로부터 배운 것이 고스란히 반영된 ‘난생유분’과 달리 추사와 엮여 덩달아 유배된 뒤 그린 ‘분분청란’은 스승의 화풍에서 탈피한 경향이 드러난다”며 “울분으로 인해 잡초처럼 어지러이 표현됐다”고 했다. 다음 달 25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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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 주고받으며 교류한 문인들… 그려놓은 ‘마음’이 바람타고 솔솔

    부채에 그려진 댓잎이 나직한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듯하다. 짙고 옅은 농담을 절묘히 오가는 청록빛은 청량한 느낌을 준다. 바스락대는 소리가 절로 날 것만 같은 부채 위쪽엔 짧은 묵서가 가지런히 적혔다. “여름날 더위를 식히는 데 사용하십시오”.19세기 청나라 학자 섭지선(葉志詵)이 조선 정조의 사위였던 문인화가 해거재(海居齋) 홍현주에게 선물한 부채 그림 ‘청죽(靑竹)’이다. 9일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선우풍월(扇友風月): 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1977년 미술관 개관 6주년을 맞아 부채 소장품을 선보인 이후 48년 만에 선면(扇面) 서화를 한 데 모았다.7일 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영욱 간송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조선 후기에 이르자 부채는 단순 소품이나 생활용품을 넘어 예술품으로 각광받았다”며 “문인들은 부채를 선물로 주고받으며 교류했고, 그 중 ‘청죽’은 조선 문인과 청나라 문사 간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라고 설명했다.이번 전시는 18세기 이후 조선과 중국 청나라의 선면서화 54건을 엄선해 선보인다. 우리나라 근대 미술계를 이끈 단원(檀園) 김홍도, 우봉(又峰) 조희룡의 작품부터 오세창, 안중식, 조석진 등 잘 알려진 서화가들의 작품까지 아우른다. 혜천(惠泉) 윤정이 중국 강남 지방의 절경을 그린 ‘삼오팔경’을 비롯해 총 23건이 최초로 공개된다.전시작 중에는 시와 서화에 능했던 조선 후기의 대문호이자 고유한 ‘추사체’로 유명한 추사(秋史) 김정희에 관련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추사가 짙은 먹으로 투박하게 그린 버섯, 흐린 먹으로 날렵하게 그린 난꽃이 부채 한 폭에 어우러지는 ‘지란병분’ 등이 전시됐다. 추사를 스승으로 삼았던 우봉 조희룡의 ‘난생유분’과 ‘분분청란’은 위아래로 함께 전시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김 팀장은 “추사에게 배운 내용이 고스란히 반영된 ‘난생유분’과 달리, 추사와 엮여 덩달아 유배된 뒤 그린 ‘분분청란’은 스승의 화풍에서 탈피한 경향이 드러난다”며 “울분으로 인해 잡초처럼 어지러이 표현됐다”고 했다. 다음 달 25일까지. 5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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