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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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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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8~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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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빛 파도, 쓰레기 섬… 캔버스 속 ‘두 개의 바다’

    25m 길이 캔버스 천에 그려진 전남 신안 바다.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을 묘사한 듯한 작품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쓰레기로 점령된 해안가의 현실이 보인다. 비닐, 페트병, 폐그물, 부표가 뒤섞인 풍경. 바다는 더 이상 낭만적 기억이 아닌 지구적 위기의 현장임이 드러난다. 강홍구 작가의 개인전 ‘두 개의 바다’가 서울 종로구 전시 공간 공간풀숲에서 최근 개막했다. 전시는 바다 생태를 주제로 20여 년간 작품 활동을 이어온 강 작가의 회화 40점을 선보인다. 특히 전시장에선 작가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바다와 다시 마주한 현실 속 바다가 나란히 교차한다. 바다와 하늘을 웅장하게 담아낸 풍경 연작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닷가의 생명체와 해양 쓰레기가 한 화면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오늘날 바다 생태계를 담았다. 강 작가는 이번 전시의 중심 작품인 ‘25미터 신안 바다’에 대해 “해변이 거대한 쓰레기처리장처럼 보일 때가 있다”며 “폐어망과 플라스틱을 비롯해 세계 바다를 뒤덮은 해양 쓰레기 문제를 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안 어의도 출신인 강 작가는 2005년부터 고향과 바다를 오가며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도 ‘신안바다: 뻘, 모래, 바람’, ‘무인도와 유인도―신안바다 II’ 등의 전시를 통해 신안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다. 전시 공간인 공간풀숲은 환경·안전·보건 분야의 인재 양성과 문제 해결을 위해 2018년 설립된 비영리재단 ‘숲과나눔’이 운영한다. 숲과나눔이 만든 환경 분야 온라인 기록 시스템인 ‘환경아카이브풀숲’을 중심으로 환경 단체의 활동과 예술의 결합을 실험하고 있다. 7월 개관전으로 시민환경운동사를 담은 사진과 기록을 모은 ‘기록과 기억―함께사는길 30년’ 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10월 1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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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빛 파도, 쓰레기 섬…강홍구 개인전 ‘두 개의 바다’

    25m 길이 캔버스 천에 그려진 전남 신안 바다.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을 묘사한 듯한 작품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쓰레기로 점령된 해안가의 현실이 보인다. 비닐, 페트병, 폐그물, 부표가 뒤섞인 풍경. 바다는 더 이상 낭만적 기억이 아닌 지구적 위기의 현장임이 드러난다.강홍구 작가의 개인전 ‘두 개의 바다’가 서울 종로구 전시 공간 공간풀숲에서 최근 개막했다. 전시는 바다 생태를 주제로 20여 년간 작품 활동을 이어온 강 작가의 회화 40점을 선보인다. 특히 전시장에선 작가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바다와 다시 마주한 현실 속 바다가 나란히 교차한다. 바다와 하늘을 웅장하게 담아낸 풍경 연작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닷가의 생명체와 해양 쓰레기가 한 화면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오늘날 바다 생태계를 담았다. 강 작가는 이번 전시의 중심 작품인 ‘25미터 신안 바다’에 대해 “해변이 거대한 쓰레기처리장처럼 보일 때가 있다”며 “폐어망과 플라스틱을 비롯해 세계 바다를 뒤덮은 해양 쓰레기 문제를 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신안 어의도 출신인 강 작가는 2005년부터 고향과 바다를 오가며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도 ‘신안바다: 뻘, 모래, 바람’, ‘무인도와 유인도-신안바다 II’ 등의 전시를 통해 신안 프로젝트를 선보여왔다.전시 공간인 공간풀숲은 환경·안전·보건 분야의 인재 양성과 문제 해결을 위해 2018년 설립된 비영리재단 ‘숲과나눔’이 운영한다. 숲과나눔이 만든 환경 분야 온라인 기록 시스템인 ‘환경아카이브풀숲’을 중심으로 환경 단체의 활동과 예술의 결합을 실험하고 있다. 7월 개관전으로 시민환경운동사를 담은 사진과 기록을 모은 ‘기록과 기억-함께사는 30년’ 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10월 1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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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이후, 韓작품 옮길 훌륭한 번역가 정말 많아져”

    “처음 (한국 소설) 번역 일을 시작할 때는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알린다는 마음을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훌륭한 번역가가 정말 많아졌어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2016년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 씨(38)가 화상 강연으로 한국 독자들을 만났다. 스미스 씨는 20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2025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행사에서 열린 강연 ‘한국 문학을 세계로 이끈 번역의 힘’에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생업에 대해 고민하던 중에, 영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언어를 배우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엔 한국어는 번역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국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스미스 씨는 런던 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면서 한강 작가의 작품을 번역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는 “사람들은 제가 한국 문학 수백 권을 읽은 뒤 한 작가의 작품을 골랐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은 두 번째로 읽은 책”이라며 “하지만 수백 권을 읽은 뒤였더라도 제 선택은 ‘채식주의자’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씨는 이날 한 작가의 작품 중에서 ‘소년이 온다’를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작품 속 몇 장면을 좋아하는 대목으로 꼽았다.“광주의 소년 ‘동호’가 양치질을 하거나 한옥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부분의 구체적인 묘사가 그 시대 소년의 평범한 삶을 보여줍니다. 그의 죽음을 통해 독자는 과거를 돌아보게 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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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감정-상식 없는 AI, 도덕적 판단 가능할까

    단순한 계산기에서 시작해 이제는 인간과 비슷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기까지 인공지능(AI)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AI는 정말로 창의성을 지닐 수 있고 도덕적인 판단마저 가능해질까. 우리의 일상에 빠른 속도로 스며들고 있는 AI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고 친근한 문체로 풀어낸 책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에서 AI를 연구하는 저자는 AI 분야에서 500편이 넘는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여러 국제 학술지의 편집장과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자동 추론, 제약 프로그래밍, 기계 학습 등 AI의 다양한 영역을 연구한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는 건 AI가 인간의 지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AI는 본질적으로 ‘인공적’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흉내내며 발전해 온 과정을 크게 두 가지 단계로 나눠 보여준다. 첫 번째는 ‘기호의 시대’로 AI가 단순한 계산을 하는 수준에서 시작해 스스로 사고하는 존재로 성장하는 초기의 여정을 말한다. 그다음 ‘학습의 시대’는 이른바 ‘딥러닝’이라고 불리는 시기. 컴퓨터가 인간처럼 무언가를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과정에 돌입한 걸 의미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AI가 감정이나 상식이 결여된 기계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그러면서도 이 기술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거대한 변혁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짚는다. AI 윤리 문제 등을 보다 진지하게 논의하고, 대중과 전문가에게 AI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할 의무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저자의 의도대로 책은 역사적인 사례와 실생활의 예시가 적절히 배치돼 있다. 독자가 AI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나 과도한 기대를 갖지 않도록 돕는다. 또 AI가 현재와 미래 사회에 미칠 긍정적 영향과 부작용을 모두 짚은 점도 인상적이다. 우리는 이제 AI와 관련된 윤리적·사회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니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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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인도’ ‘점’ 진품에 대한 엇갈린 판정… 유출의 진실은

    김상민 전 검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그림을 건네고 공천을 청탁한 혐의로 18일 구속됐다. 그가 전달한 그림은 이우환 화백(89)의 ‘점으로부터 No.800298’. 하지만 이 그림은 진위 여부가 계속 논란이 됐다.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에서는 위작으로, 진품 감정서를 발급했던 한국미술품감정센터는 진품으로 판단했기 때문. 같은 작품을 두고 왜 이렇게 판단이 엇갈린 걸까.최근 국내에선 미술품 진위 논란이 자주 주목받고 있다. 최근까지 법정 소송이 이어진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가 대표적 사례다. 미술계에서 작품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건 해외도 마찬가지. 한국도 감정이나 유통 측면에서 좀 더 투명한 시스템을 만들어 논란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엇갈린 판정’ 안목 감정의 한계 먼저 이 화백의 그림을 위작으로 판단한 이유를 보자.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가 가장 큰 문제로 본 대목은 ‘유통 과정’이다. 해당 작품이 대만 경매에서 3000만 원에 낙찰된 뒤 한국 갤러리에서 1억 원대에 거래되기까지의 과정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물감의 색이나 캔버스 재질이 오리지널과는 차이가 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반면 진품으로 본 한국미술품감정센터는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해당 작품을 어떻게 판단했는지는 물론이고 감정을 했는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두 기관의 감정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기관의 모체는 모두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감평원)이다. 2019년 감평원에서 1, 2대 주주가 나와서 만든 기관이 한국미술품감정센터이고, 같은 해 감평원이 문을 닫은 뒤 화랑협회는 자체적으로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감정 방식이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갤러리 대표나 딜러, 미술사 연구자나 평론가 등이 참여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안목 감정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때문에 어떤 작품이 갤러리에서 진품 감정서를 받더라도, 이를 100% 진품이라고 신뢰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작품을 거래하는 갤러리가 진품을 보증한다는 의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사동의 한 갤러리 대표 A 씨는 “이 화백의 작품은 작가가 살아 있는데, 이해 당사자인 딜러가 포함된 제3자가 진위를 보증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카탈로그 레조네’ 만들어야 결국 ‘점으로부터 No.800298’의 진위는 이 화백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확실한 결론을 내는 게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이 화백은 2016년 위작이 대량 유통되는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뒤 한국 미술계와 거의 교류를 끊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과거엔 이 화백도 한국 갤러리들이 요청하면 진위 여부를 확인해 주곤 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해외 갤러리하고만 전속 계약을 맺고 한국 갤러리엔 작품을 거의 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도 여전히 결론을 내기 어려운 상황. 2016년경 작가는 생존 당시 위작이라고 했는데, 검찰은 진품이라고 판단해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천 화백의 유족은 검찰을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4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다만 법원은 이 과정에서 작품의 진위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술품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위작 감정이나 유통에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오래전에 작고한 작가가 아니라면, 해외처럼 ‘카탈로그 레조네’(한 작가의 작품 전체를 기록한 도록)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한 미술계 전문가는 “결국은 작품 출처를 확실하게 만들고, 작가가 진품임을 보증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게 최선이다”라고 조언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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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데헌’ 누적 시청수 3억회 넘었다… 넷플릭스 최초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사진)가 넷플릭스 콘텐츠 가운데 처음으로 누적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했다. 17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케데헌의 누적 시청 수는 14일 기준 3억1420만 회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및 시리즈를 통틀어 최다로, 이 수치가 3억 회를 넘은 것은 케데헌이 처음이다. 6월 20일 공개된 케데헌은 13주 연속 영어 영화 10위 안에 올랐으며, 이달 8∼14일에도 시청 수 2260만 회를 기록해 주간 1위 자리를 지켰다. 넷플릭스 역대 전체 시청 수 2위는 ‘오징어 게임 시즌1’의 2억6520만 회다. 케데헌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은 ‘골든(Golden)’이 통산 5주째 정상을 차지하는 등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8곡이 10주 연속 동시 진입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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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의 얼굴… 섬세한 연출… 영화계 ‘내일’을 쐈다

    16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난 로버트 레드퍼드는 20세기 ‘할리우드의 전설’로 불린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 1960년대 베이비붐 세대와 맞물려 미 영화계에 등장한 사조인 ‘뉴 할리우드 시네마’를 대표하는 아이콘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나 버라이어티 등은 별세 직후 앞다퉈 ‘우리가 사랑했던 레드퍼드 필름’을 소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반향이 컸던 고인의 작품들을 골라봤다.● 사기꾼 & 열혈기자, 로맨틱가이레드퍼드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초기작은 역시 1969년 서부극 ‘내일을 향해 쏴라’다. 원제는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당시 국내에선 내수용으로 제목을 바꾼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한국 제목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레드퍼드는 11세 연상인 ‘당대의 스타’ 폴 뉴먼에게 밀리지 않는 근사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뉴먼과 다시 호흡을 맞춘 1973년작 ‘스팅’은 베트남전쟁 직후 혼란의 시기를 반영한 작품. 고인은 초짜 사기꾼 조니 후커 역을 맡아 영악하게 변해 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대공황이 배경인 범죄코미디지만, 사회 불안 등 1970년대 정신을 잘 담아낸 고전이다.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영화도 많다. 1976년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선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기자 밥 우드워드 역을 맡았다. 그가 “정치 스릴러의 아버지”(미 뉴욕타임스·NYT)로 불리는 결정적 계기였다. 1975년 ‘콘도르’도 냉전 시대 불신과 음모를 잘 담아냈다. 멜로 연기 역시 탁월했다. 1973년 영화 ‘추억(The Way We Were)’에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메릴 스트립과 아프리카의 서정적 로맨스를 그린 1985년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지금도 인생작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유부녀(데미 무어)를 유혹하는 억만장자로 나온 ‘은밀한 유혹’(1993년), 신입 방송인(미셸 파이퍼)을 이끄는 베테랑 앵커를 연기한 ‘업 클로즈 앤 퍼스널’(1996년)도 화제였다. ● 일흔 넘어도 도전적인 눈빛 1980년 감독 데뷔작 ‘보통 사람들’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명작. 가족의 상실과 회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이 컸다. 다만 함께 후보에 올랐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Raging Bull)’을 제친 건 “오스카 사상 최악의 선택”이란 논란도 상당했다. 1992년 브래드 피트가 출연해 낚시 붐을 일으켰던 ‘흐르는 강물처럼’과 1994년 오스카 작품상·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퀴즈 쇼’도 두고두고 회자된 작품. 특히 1998년 ‘호스 위스퍼러’는 고인이 감독이자 주연을 맡아 무르익은 연기력과 연출력을 보여줬단 극찬을 받았다. 말년의 대표작으론 2013년 ‘올 이즈 로스트(All Is Lost)’가 자주 언급된다. 대사가 거의 없는 1인극으로 “레드퍼드의 가장 끝내주고 도전적인(the finest and the bravest) 연기”(WP)로 평가받는다. 2018년 ‘미스터 스마일’은 노년의 갱스터를 연기하며 전설의 퇴장을 완성한 작품. 다만 스스로 “은퇴작”으로 공표했다가, 이후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에 출연하며 “섣부른 결정이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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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데헌’ 누적 시청수 3억회 넘었다…넷플릭스 최초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넷플릭스 콘텐츠 가운데 처음으로 누적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했다. 17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케데헌의 누적 시청수는 14일 기준 3억1420만 뷰를 기록했다. 6월 20일 공개된 후 약 석 달만의 기록이다. 이에 따라 케데헌은 지금까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 흥행작이 된 데 이어 첫 3억 회 시청 수를 돌파한 작품이 됐다.케데헌은 2주 전에 넷플릭스 역대 전체 시청수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오징어 게임 시즌1’의 2억6520만뷰다. 케데헌은 공개 후 13주 연속으로 영어 영화 10위 안에 올랐으며, 8~14일에도 시청수 2260만을 기록해 주간 1위 자리를 지켰다. 국가별로는 미국 영국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39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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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곡미술관 공간-시간의 기억을 예술로

    미술관에서 눈에 띄는 곳을 그림으로 담거나, 그곳을 찾은 관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아예 전시 공간 전체를 캔버스 삼아 색을 칠해 커다란 설치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국내외 미술가 14인이 개관 30주년을 맞은 성곡미술관을 재료 삼아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을 모은 전시가 16일 개막했다. 성곡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미술관을 기록하다’다. 참여 작가의 면면은 30세인 송예환부터 78세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작가들은 2023년부터 미술관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관찰하며 작업을 구상해, 모두 신작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루스 작가는 미술관 2관 복층 구조인 전시장 벽면과 기둥에 색을 칠했다. 이 색 띠들은 작가가 표시해 놓은 공간에 서서 보면, 2차원의 납작한 직사각형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고 믿느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민재영 작가는 한지와 수묵을 이용해 미술관 주변을 산책하며 봤던 광경 중에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나 장소에 대한 기억과 정서를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미술관 관객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성지연 작가의 작품, 미술관 정원을 기록한 베로니크 엘레나와 윤정미 작가의 사진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 1995년 11월 개관한 성곡미술관은 성곡 김성곤(1913∼1975)의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곡미술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1980년대 한국에 공공 미술관이 부족하던 시절, 현대미술을 전시할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탄생한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 미술관 중 하나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은 “미술관은 ‘성곡내일의작가상’으로 젊은 작가를 지원했으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주제전이나 해외 교류전을 운영해 왔다”며 “앞으로도 예술가들이 창의적으로 실험하며 성장할 토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12월 7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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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관 30주년 성곡미술관, 그 자체가 ‘작품’이 되다

    미술관에서 눈에 띄는 곳을 그림으로 담거나, 그곳을 찾은 관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아예 전시 공간 전체를 캔버스 삼아 색을 칠해 커다란 설치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국내외 미술가 14인이 개관 30주년을 맞은 성곡미술관을 재료 삼아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을 모은 전시가 16일 개막했다. 성곡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미술관을 기록하다’다.참여 작가의 면면은 30세인 송예환부터 78세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작가들은 2023년부터 미술관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관찰하며 작업을 구상해, 모두 신작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루스 작가는 미술관 2관에 복층 구조인 전시장 벽면과 기둥에 색을 칠했다. 이 색 띠들은 작가가 표시해 놓은 공간에 서서 보면, 2차원의 납작한 직사각형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고 믿느냐?’라는 질문을 던진다.민재영 작가는 한지와 수묵을 이용해 미술관 주변을 산책하며 봤던 광경 중에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나 장소에 대한 기억과 정서를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미술관 관객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성지연 작가의 작품, 미술관 정원을 기록한 베로니카 엘레나와 윤정미 작가의 사진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1995년 11월 개관한 성곡미술관은 성곡 김성곤(1913~1975)의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곡미술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1980년대 한국에 공공미술관이 부족하던 시절, 현대미술을 전시할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탄생한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 중 하나다.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은 “미술관은 ‘성곡내일의작가상’으로 젊은 작가를 지원했으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주제전이나 해외 교류전을 운영해 왔다”며 “앞으로도 예술가들이 창의적으로 실험하며 성장할 토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12월 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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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 수 없는 광경을 그려 세계의 이면을 드러내다

    《위아래가 거꾸로 뒤집힌 여성의 커다란 초상화. 그 옆에 나란히 놓인 그림에는 샤워를 하고 있는 여성이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뒤집힌 초상화는 독일 작가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회화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거울이 있는 그림은 한국 작가 정강자의 ‘울지 마’다. 두 작가는 위아래가 바뀐 형상, 거울 속 얼굴을 어루만지는 손짓 등 현실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을 표현해 자신이 본 세계의 모습을 드러낸다.》이처럼 ‘현실에 충격을 주는’ 형상을 담은 예술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 ‘형상 회로’가 최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관의 2025년 하반기 기획전인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형상’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논한다. 전시는 1970년대 단색화를 중심으로 조명된 추상회화와 민중미술 등 주요 사조에 속하지 않았던 회화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그 출발점이 되는 건 1978년 시작한 ‘동아미술제’다. 당시 동아미술제는 ‘새로운 형상성’을 화두로 개막했다. 동아미술제가 제시한 ‘형상’이란 용어를 일민미술관은 사실주의적 화법을 지칭하던 ‘구상’과 다른 것으로 해석했다. 이를테면, 기계 장치 같은 구조물에 기이한 오브제를 결합한 이승택의 대형 설치 작품은 산업사회의 잔해 위에 인간의 흔적이 화석처럼 얽힌 인상을 준다고 해석했다. 또 변종곤의 회화 작품은 그림 속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일부를 생략하는데, 이런 표현들이 현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고 봤다. 이렇게 전시엔 변종곤, 이승택, 박장년, 한운성, 곽정명 등 동아미술제 수상 작가를 중심으로 바젤리츠와 마르쿠스 뤼페르츠 등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 공성훈, 정석희, 이제, 박광수, 호상근, 김세은, 심현빈, 나디와 지와, 김현진 등 17명이 참가해 작품 98점을 선보인다. 동아미술제의 유산과 해외 작가, 그리고 최근 활동하는 작가들의 실험 정신이 맞닿는 지점을 부각하고자 했다. 전시가 조명하는 2000년대 이후 한국 미술에선 사진을 재구성하거나 내면의 심리, 동시대의 풍경을 결합하는 회화적 양식이 나타난다. 공성훈 작가의 ‘버드나무’, 이제의 ‘청계천 모뉴먼트’처럼 사진을 토대로 한 그림 작품부터 여러 형상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을 담은 박광수의 ‘집 유령 거미’ 등을 볼 수 있다. 전시 제목인 ‘형상 회로’는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현실에 빠르게 불을 밝히는 예술 작품의 모습, 각자가 지닌 저마다의 회로 내부에서 다른 빛을 발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포괄한다. 동아미술제는 1970년대 미술계 인사를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성격과 명칭을 정한 뒤 1978년 출범했다. 신진 작가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통로가 부족했던 실정에 맞춰, 장르 구분을 최소화하고 작품 규격 제한을 없앴다.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이르면 대안 공간, 비엔날레, 상업 갤러리들이 등장해 작가들의 활동 무대가 증가했다. 이에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동아미술제는 전시기획 공모로 전환해 운영됐다. 윤율리 일민미술관 학예팀장은 “권위 의식에 도전해 미답의 가치를 발굴한 동아미술제의 창설 정신과 시대 변화를 읽고 혁신에 매진한 진지함은 오늘날 일민미술관과 한국 미술의 정체성에도 계승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다음 달 26일까지 열린다. 매주 일요일 오후 3시엔 현장 신청자를 대상으로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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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자국부터 햇빛까지 컴퓨팅… 외계인의 시선으로 상상했죠”

    관객이 드나들어야 할 건물 입구는 흙더미로 가로막혀 있다. 대신 지하를 통해 내부로 들어서면 하얀 가벽은 모두 철거된 채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깨끗해야 할 미술관 바닥에 흙 언덕이 펼쳐진 가운데 ‘에이리언’이 떠오르는 기계 팔에 덮여 있는 세탁기만 조용히 돌아간다. 1995년 첫 전시 ‘싹’을 시작으로 30년간 운영된 미술관인 아트선재센터가 폐허가 된 듯했다. 이 생경한 광경은 3일 개막한 아르헨티나 출신 현대미술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첫 한국 개인전 ‘적군의 언어’가 빚어냈다. 미술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전체 건물을 재료 삼아 하나의 조각 작품을 만들 듯 독특한 공간이 조성됐다. 첫 한국 전시를 위해 내한한 로하스 작가를 지난달 29일 미술관에서 만났다. 사진 촬영을 하다가 작가에게 ‘흙 언덕 위에 올라갈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거절했다.“여기 발자국이나 모든 흔적은 컴퓨터로 정확하게 계산한 거라 밟으면 안 돼요. 아무렇게 쌓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의 말처럼 엉망처럼 보이는 전시장 속의 모든 요소는 계획된 것이다. 심지어 창문을 가린 천 틈새로 비치는 햇빛까지도. 작가는 지난해 미술관을 찾아 수개월간 직원이나 관객이 건물을 이용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후 작업실에 돌아가 공간을 구성했다.2층에 놓인 대형 조각은 ‘상상의 종말’ 연작 중 하나다. 작가가 개발한 디지털 시뮬레이션 도구인 ‘타임엔진’에서 그래픽으로 먼저 제작한 뒤 아날로그 조각으로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로하스는 ‘타임엔진’을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저는 마르셀 뒤샹 이후 현대미술이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이미 표현되거나, 이용되고, 미학적으로 해석돼 더 이상 쓸 것이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컴퓨터 기술의 힘을 빌려) 외계인이 된 것처럼 세상을 보고 싶었습니다. 편견도, 선입견도, 문화적 맥락도 모두 지우면 거기서 인간을 다시 사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로하스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의 목소리를 지우고 “누구의 것도 아닌 동시에 모두의 것인”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했다.“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또한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니죠. 인간과 비인간, 산 자와 죽은 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죠. 저는 조각을 만들 때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이나 변형을 가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럴 때 오히려 작품이 저를 벗어나 현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미술관을 뜯고 해체하고 재조립한 로하스 작가의 작품을 보고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원상 복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그중 하나였다. 작가는 “나도 미술관에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이번 작업의 결과물은 이미 건물과 하나가 됐거든요. 우리가 만든 조각은 미술관 건축물과 보존팀이 만들어준 온도, 습도, 보호 환경 속에 편안히 적응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전시장은 에어컨을 틀지 않고 있다.) 거미와 개미, 귀뚜라미 같은 생명체도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지요. 이 작품을 어떻게 해체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한 몸이 된’ 미술관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유일한 끝맺음일지도…?” 내년 2월 1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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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함께 뛰는 그들의 러닝, 연대를 배우는 ‘러닝’이었다

    현재 세계 남자 마라톤 기록 상위 10명 가운데 절반은 에티오피아 출신이라고 한다. 또 올림픽 남자 1만 m 종목에서 케냐는 딱 1번 우승했지만, 에티오피아는 2025년 기준 여섯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사람들은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월등한 실력이 ‘유전자’나 ‘열악한 환경’ 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눈부신 기록 뒤엔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을 믿는 ‘집단적 신념’이 큰 역할을 했다. 공동체적 연대가 바탕이 된 고유의 탄탄한 훈련 시스템이 그들을 ‘달리기 강국’으로 만든 셈이다. 이 책은 영국 더럼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가 에티오피아로 직접 참여 관찰 연구를 떠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2시간 20분에 마라톤을 완주하는 엄청난 실력을 가진 저자는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뒤, 다음 날 무작정 밖으로 나가 러너들과 합류한다. 그렇게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15개월 동안 직접 달린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언덕을 달렸고, 하이에나를 쫓아간 적도 있다. 독창적이지만, 때로는 위험하기도 한 방식으로 달리는 에티오피아 러너들의 생생한 현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에티오피아 러너들은 GPS 시계나 데이터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곳에선 달리기가 수치가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자 생존의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만약 GPS 시계를 차더라도 그룹 중 한 명만 쓰거나, 서로 누가 더 느리게 달리는 지 실험하는 데 쓰기도 한다. 이는 무조건 빠른 기록을 세우는 것보다, 러닝이 몸에 주는 느낌과 서로의 호흡을 더 중시한다는 걸 보여준다. 재밌는 건 에티오피아에선 혼자 뛰는 걸 금기시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혼자 뛰는 러너는 ‘기록보다 건강을 위해 달리는 여행객’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에게도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뛰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함께 다양한 지형을 뛰면서, 빠른 페이스가 필요하거나 장애물이 있을 때 서로에게 신호를 주며 한 몸처럼 달린다. 책에는 걷기만 해도 숨이 차 뛰기 힘들 정도로 높은 지대에서 뛰는 러너들도 다뤘다. 이는 특별한 훈련법이라기보단, 고지대의 희박한 산소나 유칼립투스 나무가 가득한 숲 등 특정 장소에서 뛰면 ‘신비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늘 똑같은 조건의 트랙에서 뛰는 것보다 흙이 쌓인 숲이나 돌길 등 여러 곳에서 몸을 적응시키는 게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가 볼 땐, 희한한 ‘전통’도 존재했다. 훈련 중에 쓰러진 한 러너는 자신이 넘어진 이유가 “저주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료들은 그를 둘러싸고 퇴마 의식까지 치러준다. 하지만 이건 단순하게 미신으로 폄하할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오히려 이 러너가 자기에게 닥친 고통과 어려움, 압박 같은 불확실성을 ‘저주’로 받아들였단 점에 주목한다. 다른 이들과 힘을 합쳐 함께 어려움을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러닝을 위한 훈련법이나 심리적 성공담을 알려주진 않는다. 대신 저자의 전문성과 생생한 현장을 바탕으로 달리기의 참 의미를 찾는다. 어쩌면 달리기에는 인생과 문화, 공동체의 경험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도 ‘러닝 인구 1000만 명 시대’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달리기가 인기다. 달리기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전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을 통해 새로운 러닝의 매력을 얻을 수 있다. 또 자연환경의 마법적인 힘, 공동체와 연대, 실패와 희망의 인간적인 스토리에 깔린 인류 문화의 한 단면도 관찰할 수 있다. 인류학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마거릿 미드상’ 수상작.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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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신문협 “美, 외국언론인 비자 240일 제한 철회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 언론인의 비자(I 비자) 유효기간을 24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세계신문협회(WAN-IFRA)가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세계신문협회와 한국신문협회를 비롯한 국내외 언론단체들은 11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새 규정안은 외국 언론인의 주택 확보, 은행 계좌 개설 등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특파원의 활동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현재 미국의 외국 언론인 비자는 5년간 유효하지만 특정 조건을 준수하면 미국 근무 기간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 성명은 이어 “(비자 유효기간 단축은) 미국에서 보도되는 보도의 양과 질을 저하시키고, 개방성과 표현의 자유를 지지해 온 미국의 유산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세계 각국의 신문과 방송, 디지털미디어 및 언론단체 119곳이 참여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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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신문협회 “美, 외국언론인 비자 240일로 단축 철회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 언론인의 비자(I 비자) 유효기간을 24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세계 언론계가 철회를 촉구했다.세계신문협회(WAN-IFRA) 등은 11일(현지 시간)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새 규정안은 외국 언론인의 주택 확보, 은행 계좌 개설 등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특파원의 활동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현재 미국의 외국 언론인 비자는 5년간 유효하지만 특정 조건을 준수하면 미국 근무 기간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성명은 이어 “(비자 유효기간 단축은) 미국에서 보도되는 보도의 양과 질을 저하시키고, 개방성과 표현의 자유를 지지해 온 미국의 유산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한국신문협회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신문과 방송, 디지털미디어 및 언론단체 119곳이 참여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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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섭 ‘소와 아동’ 70년만에 경매 나온다…시작가 25억원

    이중섭 화백(1916~1956)의 1954년 작품 ‘소와 아동’이 70년 만에 경매 시장에 나온다. 케이옥션은 24일 열리는 9월 메이저 경매에 이 작품이 출품된다고 12일 밝혔다. 시작가는 25억 원이다.‘소와 아동’은 1955년 미도파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개인전에서 처음 공개된 후 한 개인 소장자가 70년간 줄곧 소장해 온 작품이다. 1972년 현대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유작전,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이중섭, 백 년의 신화’전에 출품된 바 있다. 케이옥션은 “이중섭의 ‘소’ 연작은 현재 10점가량만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상당수를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며 “경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이 드물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 다른 ‘소’ 작품이 세운 낙찰가 47억 원을 넘어서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이번 경매에는 박수근(1914~1965)이 1959년 그린 작품 ‘산’도 출품된다. 시작가 13억 원으로 나온 이 작품은 황갈색과 회백색을 중심으로 표현한 산의 풍경을 담고 있다. 이밖에 ‘물방울 작가’ 김창열(1929~2021)의 작품 5점 등 작품 총 126점이 경매에 나온다. 출품작은 13일부터 24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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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물방울은 마리아의 눈물같다”… 佛디자이너 손길로 살아난 김창열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의 회고전 ‘김창열’이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6전시실 지하 깊숙한 곳엔 사방이 검은색으로 연출된 방이 있다. 여기엔 김창열의 물방울 회화 2점만 걸려 있다. 이 어두침침한 공간에 비치는 한 줄기 조명. 마치 캔버스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분위기가 자못 극적이다. 이 공간 디자인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현대미술관이 처음으로 초청해 협업한 해외 전문가로, 프랑스 출신 전시 디자이너인 아드리앵 가르데르의 손길이 닿은 결과물이다. 11일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 응한 그는 “김창열의 물방울은 마리아의 눈물이 떠오른다”고 했다. 실제로 가르데르는 미술관과 만나 예수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마리아를 담은 종교화 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는 김창열 작품에서 ‘애도와 속죄’라는 키워드를 끌어냈던 설원지 학예연구사의 해석과도 맞닿는다. 이에 물방울 연작의 전시 공간은 어둡고 무겁게 연출됐다. 그와 함께 전시공간을 디자인한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디자인기획관은 “가르데르의 프랑스 루브르-랑스 박물관의 석상 전시실 디자인을 인상 깊게 봐 김창열 전시에 그를 초청했다”며 “김창열 작가가 파리에서도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프랑스인의 시선으로 해석하면 더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리라 기대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 김 기획관이 디자인적으로 주목해주길 바라는 공간이 하나 더 있다. 6전시실 계단으로 내려가 마주하는 지하 복도와 옆 전시실로 연결되는 동선이다.“이 복도엔 김창열이 가장 힘들고 주눅 들었던 시기인 뉴욕 시절 작품을 빽빽이 걸었습니다. 작가의 웅크린 마음과 새로운 것을 쥐어 짜내는 상황을 표현했죠. 복도 끝 넓은 전시실로 나가기 직전의 작은 벽엔 ‘밤에 생긴 일’을 배치했어요. 이 작품은 물방울 연작이 탄생하는 결정적 시기의 작품이거든요. 고뇌 끝에 물방울 회화가 탄생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동선을 짠 거죠.”(김 기획관)“이번 전시 디자인은 작품과 공간, 스토리텔링을 서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서두를 장식한 유리 물방울 조각 ‘의식’부터 프랑스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과 사색의 공간인 ‘현상’, 기념비적 작품인 ‘회귀’에 이르기까지 전시의 모든 요소를 관객들이 주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끔요.”‘김창열’전은 작가의 대표작과 초기작, 뉴욕 시기 등 미공개 작품 31점을 포함해 120여 점을 소개한다. 6, 7전시실은 작가의 작품을, 8전시실은 미공개 자료와 작품으로 구성한 ‘별책부록’ 성격의 공간이다. 12월 21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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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존 最古 ‘임진년 호작도’ 리움미술관 첫 공개

    넷플릭스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등장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까치·호랑이의 그림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2일 개막했다. 이 가운데 1592년 제작된 ‘호작도’(사진)는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리움미술관은 M1 2층에서 열리는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호작(虎鵲)’에서 호랑이와 까치를 주제로 한 전통 회화와 민화 7점을 선보인다. 1592년 호작도는 그림 오른쪽 윗부분에 ‘임진년에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지금까지 알려진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민화가 아닌 정통 회화 형식으로 그려져, 중국 원나라에서 시작한 호작도 형식이 한국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호작도는 19세기 들어 민화로 그려지며 크게 유행했다. 이번 전시에는 단순하고 해학적인 화풍을 지녀 ‘피카소 호랑이’란 별명이 붙은 19세기 호작도도 전시된다. 이 그림의 호랑이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티프가 됐으며, 까치·호랑이 민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밖에도 1874년 신재현이 그린 ‘호작도’, 호피 무늬 장막을 그린 ‘호피장막도’,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송하맹호도’ 등도 만날 수 있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430여 년 전 호랑이가 오늘날 K컬처의 아이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11월 3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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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독 미디어 제국’ 장남이 승계, 상속분쟁 마무리

    미국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포스트 등 보수 성향 매체들을 보유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94) 가문이 수십 년에 걸친 상속 분쟁을 합의로 마무리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 시간) “머독 가문은 루퍼트 머독의 후계자인 장남 래클런이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갖는 대가로 다른 형제들에게 33억 달러(약 4조5751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합의로 머독 가문이 소유한 매체들이 보수적 성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래클런을 제외한 다른 세 자녀인 프루, 리즈, 제임스는 기존에 보유했던 가족 신탁 지분을 포기하는 대신에 각각 11억 달러를 받기로 했다. 루퍼트 머독은 미디어 기업 지분을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인 장남에게 몰아주려고 상속 계획 변경을 시도하다가, 다른 자녀들의 반발에 부딪혀 오랫동안 소송을 벌여 왔다. 래클런은 이번 합의를 통해 머독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가족 신탁은 2030년까지 유효해 루퍼트 머독이 그 전에 사망할 경우,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인 나머지 자녀들이 래클런의 지배권을 흔들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향후 가족 신탁은 이번 합의를 반영해 새로운 신탁으로 바뀌게 된다. 머독 가문이 소유한 언론 기업은 크게 폭스 코퍼레이션과 뉴스코프로 나뉜다. 폭스 코퍼레이션 산하에는 폭스 뉴스 미디어, 폭스 엔터테인먼트, 폭스 스포츠 등이 있다. 뉴스코프는 WSJ와 다우존스 간행물, 뉴욕포스트, 출판사 하퍼콜린스와 함께 영국 더타임스·선데이타임스·더선, 호주 오스트레일리안 등을 보유하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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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데헌 마스코트’ 까치와 호랑이, 조선시대 그림으로 본다

    넷플릭스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등장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까치·호랑이의 그림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2일 개막했다. 이 가운데 1592년 제작된 ‘호작도’는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리움미술관은 M1 2층에서 열리는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호작(虎鵲)’에서 호랑이와 까치를 주제로 한 전통 회화와 민화 7점을 선보인다.1592년 호작도는 그림 오른쪽 윗부분에 ‘임진년에 그렸다’는 기록에 남아 있어 지금까지 알려진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민화가 아닌 정통 회화 형식으로 그려져, 중국 원나라에서 시작한 호작도 형식이 한국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호작도는 19세기 들어 민화로 그려지며 크게 유행했다. 이번 전시에는 단순하고 해학적인 화풍을 지녀 ‘피카소 호랑이’란 별명이 붙은 19세기 호작도도 전시된다. 이 그림의 호랑이는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티프가 됐으며, 까치·호랑이 민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이밖에도 1874년 신재현이 그린 ‘호작도’, 호피무늬 장막을 그린 ‘호피장막도’,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송하맹호도’ 등도 만날 수 있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430년 전 호랑이가 오늘날 K컬처의 아이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11월 3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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