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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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4-03-24~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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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전 ‘베를린에서 서울로: 지평선 넘어’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 작가 8인, 독일 작가 8인의 작품 86점을 선보이는 전시 ‘베를린에서 서울로: 지평선 넘어’가 서울 갤러리 3곳에서 나뉘어 열리고 있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의 베르벨 폰 룩스부르크 갤러리에서 열린 ‘베를린, 서울을 만나다’전을 국내에서 새롭게 기획한 전시로, 서울 종로구 초이앤초이 갤러리,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 및 아이프라운지에서 볼 수 있다.한국과 독일의 젊은 미술가들이 ‘정체성’과 ‘존재’라는 공통된 주제를 회화와 입체 설치 등 다양한 형식으로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데이비드 레만, 프릿츠 본슈틱, 헬레나 파라다 김, 레브 케신, 피터 헤르만, 로버트 판, 세바스티안 하이너, 수잔느 로텐바허, 정재호, 송지혜, 송지형, 남신오, 정소영, 이태수, 변웅필, 전원근이다.변웅필은 외모가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사회에 느끼는 회의를 인물화로 표현한다. 헬레나 파라다 김은 한복 시리즈를, 정재호는 근대화 시대의 건물을 회화로 그렸다. 정소영의 설치 작품은 생태계의 법칙에 인간성을 빗대어 표현한 개념미술을 선보인다. 피터 헤르만은 도시의 일상을, 프릿츠 본슈틱은 버려진 물건들을 재조명한다. 송지혜는 과장된 표현방식으로 평범하고 우스꽝스러운 현대인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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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에 대한 애정과 비판, 박수근과 통해”

    “박수근 화백(1914∼1965)이 가난했던 사람들의 선함과 진실에 천착했다면, 저는 그런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그리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박 화백의 형식적, 미학적 성취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깨달았습니다.”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13일 열린 제8회 박수근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노원희 작가(75)가 말했다. 그는 “박 화백이 작품을 그리던 1950, 60년대에는 찬란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 있었고 그 하늘을 마당 있는 집에서 바라봤다”며 “고르게 가난했지만 인간의 품위와 존엄을 지향했던 그 시절의 정신을 작품에 어떻게 살려야 할지 지금까지 고민해 왔고 앞으로도 고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화백의 예술혼을 기리는 뜻에서 제정된 박수근미술상은 동아일보와 양구군, 강원일보, 박수근미술관이 공동 주최한다. 이인범 박수근미술상 운영위원장은 “평생에 걸쳐 은유적, 서정적 감수성으로 일상과 현실에 대한 애정과 비판의식을 표현한 노 작가의 작품세계는 박 화백의 예술 정신과 맥이 통한다”고 했다. 박 화백의 장녀인 박인숙 박수근미술관 명예관장은 “아버지의 예술 세계는 가난 속에 핀 꽃”이라며 “아버지가 화가의 꿈을 키웠던 이곳에서 노원희, 차기율 작가(전년도 수상 작가)를 모실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노 작가는 올곧은 자세와 작품성을 지켜온 정신적 고결함이 박 화백의 삶의 태도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노 작가는 이날 박 화백의 작품 ‘아기 업은 소녀’(1963년)를 조각으로 만든 상패와 창작지원금 3000만 원을 받았다. 제7회 박수근미술상 수상 작가인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62)의 개인전도 이날 개막했다. 차 교수의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회화, 설치, 기록물 등 200여 점이 10월 15일까지 전시된다. 차 교수는 “고난을 이기고 우뚝 선 박 화백을 흠모해 왔다”며 “더 전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성실하고 뜨겁게 작업에 임하겠다”고 말했다.양구=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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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출신 시야오 왕, 국내 첫 개인전… 오일스틱-목탄 그림 8점 무료 전시

    흰 캔버스 위에 목탄으로 그어 내려간 선이 춤을 추듯 흐르고, 그 선의 끝에는 터진 폭죽처럼 색들이 매달려 있다. 오일스틱(막대 형태의 유화 물감)으로 그은 색과 목탄으로 그린 검은 선은 손끝으로 문질러 번지기도 해 움직임이 느껴진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작가 시야오 왕(31)의 작품들이 처음 한국을 찾았다. 서울 강남구 페로탕 도산파크는 4일부터 시야오 왕의 개인전 ‘알롱제’를 열고 있다. ‘알롱제’는 발레에서 동작의 시작이나 끝에 팔을 뻗어 몸을 길게 늘이는 것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동작이 흐트러지지 않고 완성될 수 있도록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상태인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순간이 캔버스 위에 선을 그리기 직전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신작 8점은 이렇게 마음을 집중하고 즉흥적으로 그린 추상화(사진)들이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명상을 하듯 떠오르는 생각을 흘려보내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며 선을 그린다고 한다. 감각을 더 예민하게 느끼기 위해 발레를 배우고 있다. 산등성이를 떠올리게도 하는 선의 모습에 대해 그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중국 충칭은 산이 많고 앞으로는 양쯔강이 흘렀다”며 어릴 적 성장 배경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정적이며 감각적인 작품으로 최근 미술 시장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영국 런던 마시모데카를로, 독일 베를린 쾨니히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페로탕 개인전은 프랑스 파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의 작업을 추천받은 페로탕 갤러리 설립자 에마뉘엘 페로탕이 베를린 작업실을 방문해 30분 만에 전시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8월 19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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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회 박수근미술상 노원희 작가

    화가 노원희 씨(75·사진)가 제8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10일 선정됐다.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강원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을 기리는 뜻에서 2016년 제정됐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노 작가는 1980년부터 민중미술을 이끈 ‘현실과 발언’ 창립 동인으로 활동했다. 구상 회화를 통해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정치 사회 역사 젠더 환경 등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현해 왔다. 심사단은 “노 작가는 일상과 현실에 대해 애정과 비판의식을 갖고 이를 서정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치열한 작가 정신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13일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 “사회사 없는 개인사 없어”… 40년간 화폭에 담은 ‘민중의 삶’ 엄혹한 1960년대 대학신문 기자시위대 취재하며 현실 문제 고민… 인권 변호사 조영래도 취재 “결핍 채우려 가정-작업활동 병행… ‘비판적 현실주의 작가’ 불렸으면” 노원희 작가(75)가 서울대 미대생이었던 1960년대. 당시 캠퍼스였던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위수령으로 군인이 늘 있었고 학교는 수시로 휴업했다. 서울대 대학신문 기자였던 그는 시위대를 따라다니며 현장을 취재하고 발언을 기록했다. 그런 그의 작품에는 일상에 숨은 공포와 폭력이 감돈다. 1980년 작품 ‘한길’은 어린이들이 노는 장면을 묘사했지만 먹구름이 잔뜩 꼈고, 한 아이가 굳은 표정으로 총구를 겨누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하이라이트’전에 미술관 대표 소장품으로 소개됐다. 서울 종로구의 자택에서 5일 만난 노 작가는 “사회사가 없는 개인사는 없다”며 “대학생 때 학보사 기자를 하며 자연스럽게 갖게 된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작품에서 현실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 가는 버스 안에서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은 그는 반나절 동안 시장을 거닐며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수상 전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걱정이 됐다는 것이다. 박수근의 작품 세계를 되짚어본 그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박수근이 독학으로 탄탄한 조형 세계를 구축한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가 활동했을 당시 서민은 공동체 구성원 전부였죠. 다 같이 가난한 보통 사람들의 선함과 진실을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거기서 근원적 정신성이 느껴졌습니다.” 박수근의 다음 세대인 자신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그로 인해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노 작가는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조영래 변호사가 대학 1학년일 때 그가 발언한 좌담회 현장을 취재했고, 1970년대 후반에는 야학운동가들과도 가깝게 교류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를 화폭에 담았다. 1980년부터 ‘현실과 발언’ 창립 동인으로 활동한 그는 민중미술가로도 불린다. 이에 대해 그는 “민중미술가라고 하면 민중의 삶에 동화되어 살아가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살고 있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비판적 현실주의 작가라는 명칭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삶의 큰 변화가 생긴 계기로 결혼을 꼽은 그는 여성의 현실에 대해서도 다뤘다. 거리에 널브러진 조리 도구 앞에서 프라이팬을 든 여성들이 우뚝 서 있는 2018년 작품 ‘무기를 들고’는 40년간 주부로 살며, 살림살이하는 사람들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의식을 담았다. 노 작가는 “결혼 이후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업 활동을 못 하게 된 작가들은 항상 결핍을 느낀다”며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가정생활을 하면서도 근근이 작업 활동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피켓 시위하는 사람들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 문제를 여전히 다루는 그는 최근 산업 재해를 주제로 몇 편의 작업을 해왔고, 당분간은 이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2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 동의대 미술학과 교수를 지냈다. 제8회 박수근미술상은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인범 아이비리인스티튜트 대표)가 추천위원 5명을 위촉했고, 추천위원이 후보 11명을 선정해 심사위원회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김현숙 KISO 미술연구소장, 이준 삼성문화재단 자문위원, 윤동천 전 서울대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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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달새 10만명…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에 반했다

    국내 서양 미술 전시에서 르네상스 시대 회화는 만나기 쉽지 않다. 르네상스 시기인 15, 16세기 그려져 오래된 데다 초기에는 프레스코화처럼 벽에 그린 것이 많아, 작품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적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20세기 초 인상주의까지 폭넓게 다뤄 눈길을 끈다. 최근 10년간 국내 미술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시대를 아우르고 있어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일 개막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전이 10일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한다. 하루 평균 2600여 명이 찾는 이 전시는 사전 예약이 마감되어도 현장에서 표를 바로 구매해 관람할 수 있다. 전시를 보다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7일 선유이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에게 들었다.● 미술사로 이해하는 세계사이번 전시는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수집 정책 덕분에 가능했다. 내셔널갤러리는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시대순으로 중요한 작품을 골고루 수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전시 구상 단계에서부터 ‘작은 내셔널갤러리를 보여주겠다’는 콘셉트를 국립중앙박물관에 제안했다. 선 학예연구사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후기 인상주의까지 주요 작품이 다수 포함됐고,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뿐 아니라 네덜란드까지 다양한 국가의 명화들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이어 “르네상스 예술로 신항로 개척, 과학 발달 등 당시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듯이 긴 기간을 아우른 전시의 미술사를 통해 세계사를 익힐 수 있어 어린이 관객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성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은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이 자주 활용했던 선원근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하학적 건축물의 모양과 적절한 비율로 차분하게 그린 인물들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해부학, 기하학 등 과학의 발달이 바탕이 됐다. 빌럼 판더 펠더, 메인더르트 호베마 등 네덜란드 작가들이 그린 17세기 풍경화는 상업이 발달한 덕분에 탄생했다. 이 시기 네덜란드에서는 중산층도 그림을 구입하게 되면서 풍경이나 정물 등 대중적인 취향에 맞춘 작품들이 등장했다. 선 학예연구사는 “관객 중에서는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호베마의 작품이 왔다’며 감격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오랜 기간 다시 보기 어려울 작품들” 전시의 큰 주제는 미술의 관심이 ‘신과 종교’에서 ‘사람’으로 확장돼 가는 과정을 담았다. 선 학예연구사는 “메인 주제 외 작가의 개인사, 회화 기법, 미술관의 역할 등 여러 관람 포인트가 있다”고 했다. 작품 설명 옆 ‘추가 설명 카드’에는 도록이나 작품 설명에는 넣기 어렵지만, 특별히 알려주고 싶은 흥미로운 정보와 작품의 뒷이야기를 담았다. 귀도 레니의 ‘성 마리아 막달레나’ 옆에는 ‘성스러운 그림을 그린 세속적인 이유’라는 추가 설명 카드가 있다. 거액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잘 팔리는 소재인 종교를 다룬 작품 여러 개를 빨리 그려야 했던 레니의 아이러니한 인생사가 소개됐다. 관객에게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인 토머스 로런스의 ‘찰스 윌리엄 램턴(레드보이)’ 옆에는 이 작품을 세척하고 복원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선 학예연구사는 “카라바조, 모네, 렘브란트 등 거장의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로, 이번 전시가 끝나면 이들 작품은 오랜 기간 국내에서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9일까지. 7000∼1만8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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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써 10만 관객…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가 찾아왔다

    국내 서양 미술 전시에서 르네상스 시대 회화는 감상하기 쉽지 않다. 르네상스 시기인 15~16세기 그려져 오래된데다 초기작은 프레스코화 등 벽에 그려진 것이 많아, 보존 문제로 작품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적다. 이 때문에 국내 관객에게 인기 있는 인상주의나 현대미술, 바로크 시대까지 전시가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다.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가 이런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상주의까지 넓은 시기를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 미술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시대적 범위를 아우르며,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라는 평가도 나온다.지난달 2일 개막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전은 이번달 10일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하루 평균 2600명이 찾는 전시는 사전 예약이 마감되었더라도 현장 티켓 구매로 관람할 수 있다. 7일 선유이 학예연구사를 만나 전시를 더 알차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이번 전시가 가능했던 것은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수집 정책 덕분이다. 내셔널갤러리는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시대순으로 중요한 작품을 골고루 수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전시 구상 단계에서부터 ‘내셔널갤러리의 미니어처를 보여 주겠다’는 콘셉트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제안이 왔다.선 학예연구사는 “르네상스부터 후기 인상주의까지 주요 작품이 다수 포함됐고, 국가도 프랑스 이탈리아뿐 아니라 네덜란드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며 “‘사람을 향하다’라는 지금의 주제가 확정되기 전에는 ‘서양미술사 교과서 본 듯한 전시’라는 수식어를 고려했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그는 미술사는 단순히 작품을 넘어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테면 르네상스 예술을 통해 신항로 개척, 과학 발달을 이해할 수 있다”며 “지난 10년간 이뤄진 국내 서양미술 전시를 연구했는데, 이렇게 르네상스부터 미술사를 통사로 엮은 전시는 없었다”고 했다.대부분의 서양 미술전은 특정 시기나 사조에 국한되거나 작가, 장르에 집중했다. 이는 르네상스 작품이 대여가 어려운 이유도 있으며, 내셔널갤러리처럼 고른 소장품을 가진 기관이 많지 않기도 하다. 또 르네상스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항온 항습 등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전시장도 국내에는 제한적이다. ● 뒷이야기 담은 서브 패널 주목전시의 큰 주제는 미술사가 인간에 관한 관심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큰 흐름은 시대적 순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선 학예연구사는 “메인 주제 말고도 서양 미술사의 흐름 등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설명했다.그중 일반인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만한 부분은 작품 설명 옆에 보조로 달린 ‘서브 패널’이다. 여기에는 도록이나 캡션에는 넣기 어렵지만, 학예사가 특별히 설명하고 싶은 가벼운 정보와 작품에 관한 뒷이야기를 담았다.이를테면 귀도 레니의 작품 ‘성 마리아 막달레나’ 옆에는 ‘성스러운 그림을 그린 세속적인 이유’라는 패널이 붙어있다. 여기에는 도박으로 진 큰 빚을 갚기 위해 잘 팔리는 소재의 비슷한 작품 여러 개를 빨리 그려야만 했던 레니의 아이러니한 인생사가 소개되어 있다.선 학예연구사는 “이밖에 시대적 배경 등 여러 가지 텍스트가 준비되어 있다”며 “취향에 맞는 정보를 골라서 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7000∼1만8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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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음식 두고 쏜살같이 떠나는 라이더…‘고스트 워커’처럼 느껴졌어요”[영감 한 스푼]

    세계적 미디어아트 어워드인 ‘2023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김아영 작가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최고상인 골든 니카상을 수상했습니다.오스트리아의 문화 교육 과학 재단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예술과 기술, 사회의 접점을 찾는 뉴 미디어 아티스트를 발굴·지원하고 있습니다. 1979년부터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1987년부터는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시상식을 운영하고 있죠.김아영 작가가 수상한 부문은 ‘뉴 애니메이션 아트’입니다. 전 세계 1116명이 지원한 가운데 최고상인 ‘골든 니카’ 상은 김아영 작가가, 또 2등상인 ‘특별상’은 상희 작가가 수상했습니다.최고상을 받은 김아영 작가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만나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얼굴 없는 ‘고스트 워커’, 배달 라이더의 삶김민(민): 수상작인 ‘딜리버리 댄서의 구’의 스토리는 어떻게 탄생했나요?김아영(영): 저는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현실의 이슈를 항상 지켜봅니다. 이번에는 팬데믹 시기 동안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라이더들의 삶이 궁금했어요.배달 음식을 문 앞에 두고 얼굴을 볼 기회도 없이 쏜살같이 도망치는 사람들이 ‘고스트 워커’처럼 느껴졌죠.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궁금했습니다.민: 그래서 직접 라이더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요.영: 여성 라이더를 수소문해 찾았어요. 며칠 전에도 그분을 만났는데. 우리나라 배달 플랫폼이 나오기 전부터 6년 동안 일한 베테랑이에요. 배달앱 작동 방식, 단가 책정, 알고리즘 작동법까지 배울 수 있었고, 그 친구 바이크 뒤에 타고 배달도 이틀 나가봤어요.민: 함께 나가보니 어떻던가요?영: 코로나가 심할 때 봄바람을 맞으며 서울을 질주하니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그 속에는 다양한 규칙과 프로토콜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특히 배달에서 한동안 굉장한 문제가 된 것이 ‘직선거리 ’알고리즘이에요.알고리즘은 픽업 장소부터 배달지까지 직선거리로 계산해서 배달료를 책정하는데, 그 사이에 고개를 넘을지 강을 넘을지 모르는 거잖아요. 거기에 불합리함이 있었고, 지금은 개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작동하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또 피크 타임을 비롯한 여러 할증 정책이 라이더를 능수능란하게 관리하죠. 이런 것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된다고는 하지만, 그걸 설계한 건 사람이잖아요. ‘긱 이코노미’의 단면을 볼 수가 있었죠.민: 처음에 해방감을 느꼈다고 해서 신기했어요.영: 네 그런데 몇 시간을 해보니 젊은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가 들수록 신체가 너무 피로하니 번 돈을 치료하는 데 쓰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배달로 돌아오는 사이클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예요. 젊음을 담보로 하는 노동이죠.민: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 저는 어떤 절망감이 느껴졌는데 그런 맥락일까요.영: 도시 안에서 작은 입자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이 라이더라면, 영상 속에서는 끊임없이 자기와 동일하게 생긴 타자를 만나요. 거기서 위안을 얻고 호감과 연대감, 사랑까지도 시사하게 되는데. 둘은 함께 있고 싶지만 계속 같이 있을 수는 없는 조건이에요.젊은 세대가 처한 문제가 가진 조건은 모두 다르지만, Z세대가 가진 문제는 돌파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고,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기에 자기 계발도 불가능한 처지에 내몰린 사람이 많아요.가상의 미래로 꿈꾸는 새로운 현실민: 사회적 문제에 관심 갖는 이유가 궁금해요. 예술가가 선택할 수 있는 소재가 다양하잖아요. 개인적 일상이나 삶부터 예쁘다고 느끼는 풍경이나 사물 등등. 그런데 그 중 사회적 문제를 출발점으로 삼는 계기가 있나요?영: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 활동가가 많은데, 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고. 할 수 있는 한에서 현실과 삶의 변하는 조건을 언급하고 싶어요. 그것이 나만이 만들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나 스토리텔링 방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허구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문화적 사조 중에 ‘아프로 퓨처리즘’과 ‘에스노 퓨처리즘’이 있어요. 미국의 디아스포라를 경험한 흑인들이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의 한계를 가상의 미래를 통해 뛰어넘는, 급진적인 방법론으로 나온 문학이에요.이를테면 우리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우주인인데 지구에 불시착했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고달픈 현실을 극복하는 거죠.민: 현실이 너무 힘드니, 상상으로라도 뛰어넘으려고 하는군요.영: 백인 주류와 달리 그들의 현실은 처절하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예를 들면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노예제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SF적으로 상상해요. 현실을 다른 방식으로 체득하는 길이었던 것 같아요.민: 그런 점에서 ‘딜리버리 댄서의 구’ 리서치 과정에 여성 라이더를 콕 집어 만났다는 이유가 궁금해지네요.영: 여성 라이더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보이지 않아요. 이들의 삶은 더 고달프겠구나 싶었어요. 제가 여성이니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도 했고요. 그 라이더를 만난 것은 ‘치맛바람 라이더스’라는 커뮤니티를 통해서예요. 여성 바이크 애호가의 커뮤니티인데, 서로 바이크 타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교류하는 곳이에요.민: 그런데 영상이나 설치 작업에서 심미적인 부분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영: 제가 가진 미적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있고, 놓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는 라이더 에른스트 모가 전사 같은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체적일 수 없는 조건에 빠져 있지만 그래도 강단 있는 모습이길 바랐어요. 배우가 원래 짧은 머리였는데, 여성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머리카락 연장을 했어요.싱글 채널 영상으로 최고상 수상민: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기술을 결합한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기관이잖아요. 인스타그램에서 수상 소감에 ‘싱글 채널 영상’인데 상을 받게 돼 의미 있다는 언급을 봤어요. 어떤 의미인가요.영: 출품작들이 VR, XR, 인터랙티브, AI 등 수많은 하드웨어 장비를 사용하는 것들이 있었어요. 또 실험실 단위로 지원하기도 하죠. 그런데 저는 그냥 영상 하나거든요. 그런 작품에 상을 줬다는 결정이 놀라웠어요. 게다가 제 작품은 기술에 대한 담론이 불거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민: 기술을 활용해서 라이더의 시선이라던가, 게임 속 플레이어로 인간을 전락시키는 플랫폼의 단면 등을 보여줬다는 걸 중요하게 본 것 아닐까요?영: 올해부터 기술이 전면화되는 작품보다 예술적 실험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고 들었어요. 그 부분에 저에게 좋게 작용을 한 것 같아요.민: AI 예술이 요즘 화제잖아요. 기술을 활용해 예술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요.영: 저는 AI가 번역한 책이나 쓴 문학 작품에는 감흥이 없었어요. 바젤에서 미술관에서 봐야 할 것들을 챗GPT에게 물어서 그걸로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그런 편한 점은 있죠. 그런데 제게 예술이 흥미로운 건 시의 문장이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아티스트가 했던 고민에 있거든요. AI에는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아요.예술가가 자기 바닥을 치고, 자기와 싸우면서 그 경험에서 나오는 언어와 미학, 이런 것들을 되짚으면서 저는 감동을 하거든요. 그런데 AI는 우발적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이죠.민: 이번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수상한 두 작가분이 모두 공교롭게도 공공 기관의 지원을 받아 작품을 제작했어요. 예술가로서 이런 부분에 장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영: 국공립 지원금이 없이는 지금까지 작업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지원금을 문예위나 서울문화재단 등에서 받았고, 이런 것들이 없으면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가 없어요.한국은 미술 시장이 널리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원하는 작품을 하면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잘 안 되어 있어요.그러나 우려하는 부분은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지원금에 완전히 의존하기도 한다는 점이에요. 이것을 벗어난 예술 세계 상상을 못 한다고 해야 할까요. 공공 지원금뿐 아니라 컬렉터를 비롯한 예술가를 위한 수익 체계가 다면화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민: 말씀 감사합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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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로 띄운 솜사탕 나무… “동심으로 전하는 위안”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그림 속에서 표현하기로 했어요. 그런 시간이 언젠간 올 수도 있다는 상상과 기다림을 담아 만든 작품들입니다.” 서울 강남구 갤러리나우에서 26일까지 개인전 ‘The Story of Wonderland’를 여는 동양화가 김인옥(68)이 말했다. 전시에선 그의 대표 시리즈인 ‘기다림’ 연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항금리 가는 길’과 ‘기다림’ 시리즈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두 주제를 통해 고향과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반추상 작업에 집중했던 작가는 1990년 작업실을 경기 양평군 강하면 항금리로 옮기면서 작업에도 변화를 맞았다. 작품 속에 솜사탕처럼 생긴 나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좌절했던 IMF 외환위기 시기에 어느 날 나무를 보니 답답하고 불쌍해 보였어요. ‘쟤는 저 자리를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늘로 띄워 보냈어요. 그다음엔 꿈을 담아서 그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초록색, 분홍색, 노란색을 더했죠.” 이 작품들의 특징은 동양화 기법으로 채색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홍익대 대학원을 다닐 때 조복순 교수께서 ‘색채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채색화를 하라고 권했다”며 “부전공으로 서양화를 했기 때문에 채색이 나에게 맞았다”고 설명했다. 동양화 채색은 종이 위에 아교 백반을 섞어 막을 한 번 입힌 뒤, 여러 색을 중첩하면서 원하는 색을 입힌다. 두께감이 생기면서 유화와는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김인옥은 복잡하고 고단한 현실을 떠나 피폐해진 영혼이 위안받을 수 있는 세계를 추구한다”며 “가는 연기를 내뿜으며 평원을 달리는 기차가 암시하는 기다림, 아련한 서정은 동심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평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자연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채색과 조형성으로 탄탄한 화면 구성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홍익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197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입선하고 1992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했다.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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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산 유년 기억이 내 작품의 원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살았던 유년 기억이 작품의 원천입니다. 힘든 시기를 거쳐 받은 박수근미술상은 제겐 영광이자 도약할 수 있는 힘입니다. 저처럼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분들께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해 제7회 박수근미술상 수상 작가로 선정된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62·사진)의 말이다. 그의 개인전이 13일부터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내 5개 전시관 중 현대미술관과 박수근파빌리온에서 열린다. 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회화, 설치, 기록물, 영상 등 2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현대미술관에서는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를 주제로 회화와 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대표작인 설치 작품 ‘고고학적 풍경-불의 만다라’(2023년)가 전시실 하나를 가득 채운다. 인간이 가진 유한함과 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행자로서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강가의 돌이나 나무줄기처럼 자연에서 구한 재료를 활용한 작업도 만날 수 있다. 작가에게 돌멩이는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깎이고 굴리고 다듬어지며 견뎌낸 긴 여정을 의미한다. 두 번째 주제는 파빌리온에서 전시되는 ‘도시 시굴-삶의 고고학’이다. 작가가 이어온 발굴 작업의 일환으로, 지표면을 발굴해 소시민들의 기억과 일상을 추적한다. 기왓장을 천장까지 이은 설치 작품, 사람이 살던 터, 땅속에 묻힌 동물 뼈와 과자봉지 등 시간 속에 있던 오브제를 통해 삶에 대해 질문한다. 복층으로 이어진 파빌리온의 3개 전시실에서는 설치 작품과 함께 발굴 일지, 발굴 기록을 디오라마(축소 모형)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 발굴을 시작하며 기록한 흔적 등을 통해 치열한 작가 정신을 보여준다. 제7회 박수근미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인범 아이비리인스티튜트 대표)는 차 작가에 대해 “미술계의 시류와 무관하게 동양 전통 철학에 기반한 주체와 타자론, 범신론, 샤머니즘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하고 다양한 매체 형식으로 작업해 왔다”고 밝혔다. 차 작가는 경기 화성의 갯벌을 끼고 있는 농촌에서 태어나 인천대 미술학과와 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단성갤러리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토탈미술관, 갤러리 쿤스트독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2년 미국 버몬트 스튜디오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박수근미술상은 2016년 시작됐다. 1회 수상작가 황재형을 필두로 김진열, 이재삼, 박미화, 임동식, 김주영 작가가 상을 받았다. 전시 개막식은 13일 박수근미술관 어린이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날 제8회 박수근미술상 시상식도 함께 개최된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3000∼6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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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소녀, 내일은 광대… 우리는 매일 다른 욕망속에 산다

    술잔을 앞에 두고 한 손에는 담배를 쥔 여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짧은 금발 머리 여자의 진한 눈 화장, 옷깃과 소매에 있는 호피 무늬는 그녀가 애타게 갈망했던 무언가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것이 무너진 듯 화장은 눈물로 다 번지고, 여자는 허탈하게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미국 예술가 신디 셔먼(69)을 세상에 알린 시리즈 ‘무제 필름 스틸’ 중 하나인 1979년 작 ‘무제(우는 여자)’ 이야기다. 이 작품을 비롯해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셔먼의 작품 1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9월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에스파스 루이비통에서 열리는 ‘온 스테이지-파트Ⅱ’전에선 현대 사진 예술을 대표하는 작가 셔먼의 초기작부터 루이비통 미술관에서 처음 공개되는 그의 최신작까지 골고루 만나 볼 수 있다. ● 오늘은 소녀, 내일은 광대전시의 문을 여는 작품 ‘무제’(1979년)를 비롯한 ‘무제 필름 스틸’(1977∼1980년) 시리즈는 1950, 6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 속 전형적인 여성상을 흑백 사진에 담고 있다. 셔먼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가발, 의상, 화장을 비롯해 공간 등 모든 것을 연출해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여러 작품 속에서 그녀는 주부, 비서 등 다양한 직업을 비롯해 눈물을 흘리고 거울을 보는 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셔먼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분장하는 것을 즐겼고, 대학교 재학 중에도 파티 때마다 분장을 하고 등장했다. 그의 연인이자 동료 작가인 로버트 롱고(70)가 이를 사진에 담아 보라고 조언했고, 그 결과 ‘무제 필름 스틸’ 시리즈가 탄생했다. 그 다음으로는 셔먼이 패션 화보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1982년 작품 ‘핑크 로브’는 셔먼이 누드모델을 연기한 모습을 담았다. 분홍색 담요를 끌어안고 있는 그는 연약한 소녀를 연상케 하지만, 2003년 작품 ‘광대’에서는 원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럽게 연출했다. 미술사 거장의 작품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을 패러디한 시리즈 ‘역사 인물화’(1989∼1990년)와 최신 시리즈인 ‘남성’(2019∼2020년) 연작 중 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욕망 속에 사는 현대인 단면 증언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수많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작업은 매일 다른 욕망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을 담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1970∼90년대 작업은 오늘날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전 세계 사람들의 자기 표현을 예고했다. 누구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식가, 여행자 등 자신의 다양한 면모를 뽐내는 시대를 앞서 보여준 것이다. 또 남성으로 분장하거나, 여성의 무수히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회적으로 규정된 남성성, 여성성을 해체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탐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의 ‘센터폴드’ 연작 중 한 작품인 ‘무제#96’은 2011년 경매에서 당시 사진 작품으로는 최고가인 389만 달러(약 51억 원)에 낙찰됐다. 2012년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2016년 로스앤젤레스 더 브로드 미술관, 2019년 영국 국립 초상화미술관과 밴쿠버 아트 갤러리에서는 그의 회고전이 각각 열렸다. 전시는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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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분해진 미술시장, 건전한 방향”…크리스티 스페셜리스트가 본 전망[영감 한 스푼]

    팬데믹과 양적 완화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미술 시장의 분위기가 금리 인상과 함께 순식간에 차분해졌습니다. 국내 주요 경매사들의 1분기 낙찰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8% 감소했다고 하죠. 작품 관람이나 마케팅의 기회로 ‘프리즈 서울’은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올해 세일즈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크리스티 홍콩 봄 경매 현장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주요 경매사들은 홍콩에 자체 경매장을 마련하면서, 컨벤션센터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경매보다 소규모 상시 경매의 형태로 변화가 이뤄질 모양새였습니다.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에서 20·21세기 미술 데이 경매 헤드 및 스페셜리스트인 에이다 츄이 부사장을 만나 미술 시장 전망과 컬렉팅 팁을 위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질문 답변의 형태로 공유합니다.차분해진 시장, 달라진 타깃김민(민): 경제 상황이 급변한 현재 미술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에이다 츄이(에): 미술 경매가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기가 좋아야 경매 실적도 좋죠. 그런 상황에서 요즘은 세일즈와 관련해 최고가 작품들은 500~700만 달러(60~90억 원) 선을 겨냥합니다. 경매시장에서 1000만 달러(약 130억 원) 이상의 작품에는 고객들이 더 신중하기 때문이죠.이번 경매에서 제프 쿤스 작품을 놓고 그랬듯이 경합이 벌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적당한 수준이 500~700만 달러라는 거죠.민: 최상위층 컬렉터는 그 정도이고, 그 아래는 어떤가요?에: 그다음은 100만 달러(약 10억 원)대의 작품에서도 고객이 많습니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그 정도는 쓸 용의가 있는 컬렉터들이 있다는 것이죠. 다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관망하는 모습이고, 차분한 분위기입니다.민: 아시아 미술 시장은 어떤가요?에: 아시아 컬렉터들은 돈을 들고 있지만 어디에 써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 같아요. 2년 전에는 제 작품을 내놔도 100만 달러에 팔 수 있었을 거예요(웃음). 그 정도로 현금이 많았고 시장이 좋았죠. 그런데 지금은 한 푼 한 푼 신중하게 쓰려는 경향이 강해요.건강한 일이죠. 경기는 나쁘지만, 그 덕분에 컬렉터들이 좀 더 신중해졌고 그만큼 좋은 작품을 가려낼 여유를 갖게 됐어요.한 가지 다른 점은, 중국 시장은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다는 점이에요. 왜냐면 지난해 중국은 코로나19 록다운 때문에 시장이 죽어있었거든요. 상하이 국경이 열린 게 올해 초이니, 이번 봄 경매가 엔데믹 후 첫 중국 고객을 맞은 경매라고 보시면 됩니다.경매장에서 중국인 고객들을 정말 많이 만났고, 구매 추세도 회복되고 있어요.“5년 전 도록과 지금 도록을 비교”민: 아시아 컬렉터의 취향 변화가 있는지도 궁금해요.에: 제가 고객들에게 항상 말하는 게 있어요. 바로 5년 전 경매 도록과 현재 도록을 비교해보라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는 예술가들을 보라는 의미죠. 이름 목록만 봐도 누가 살아남았는지 알 수 있어요.그렇게 비교해보면 서양 예술가들의 비중이 좀 더 높아졌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경매는 어쨌든 2차 시장이니까 시장의 흐름을 반영할 수밖에 없죠. 경매 시장에 나오는 작품은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따라서 취향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신중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예술가들의 국적보다 이제는 퀄리티나 작품을 더 본다는 점이죠.민: 이번 경매에서 니콜라스 파티 작품도 경합이 있었어요. 그는 왜 인기가 있는지 궁금했어요.에: 우선 그가 재능있는 작가이기 때문이고, 오일이 아니라 파스텔을 사용해 자신만의 아이코닉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에요. 노래를 잘한다고 다 인기 있는 게 아니라 개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예술가도 마찬가지죠.그가 과일을 그리건, 풍경을 그리건, 정물을 그리건 누가 봐도 니콜라스 파티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그게 중요한 포인트이고. LACMA 같은 좋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것도 플러스 요소입니다.컬렉터가 물어야 할 세 가지 질문민: 이브닝 경매에서 활약상이 인상 깊었습니다. 고객들에게 컬렉팅 팁을 많이 알려주실 것 같은데 독자들에게도 공유해주세요.에: 물론이죠. 제가 새 고객을 만날 때 항상 보여주는 슬라이드가 있어요. 거기에 삼각형을 그리고 세 가지 질문을 적어 놓았어요. 컬렉팅을 시작할 때 이 질문들을 생각해보라고 조언합니다.첫 번째는 ‘나는 뭘 좋아하는가?’에요.컬렉팅의 목적에 오로지 투자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결국은 내가 좋아해야 하고, 10년이 지나도 좋아할 수 있어야 해요. 바스키아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쿠사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취향은 정말 다양하고 옳고 그름도 없어요. 새 고객이 와서 ‘뭘 사야 하냐?’’고 물어보면 저는 우선 이 질문을 해보라고 해요.그다음은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가?’입니다.예를 들어 작품을 사놓고 아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면, 돈을 좀 더 투자해 유행을 타지 않는 안정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살 수 있겠죠. 그게 아니라 활발하게 미술 씬에 참여하고 갤러리도 자주 가면서 보는 사람이라면 좀 더 짧은 주기를 택하겠죠.마지막은 ‘예산은 얼마인가?’입니다.100달러를 갖고 있다면 그걸 다 쓰지 말고, 내 취향과 시간에 맞춰서 얼마나 쓸 수 있는지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정해야 합니다.이걸 기준으로 저 역시 2차 시장에서 정말 많은 작품을 보고 경험했으니, 시장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각 컬렉터에게 맞는 조언을 드립니다.또 인터넷 검색에만 의존하지 말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민: 말씀 감사합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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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픔 너머 들여다보는 동네 의사 이야기

    제주도 어느 작은 동네 의원의 진료실을 지키는 의사가 쓴 에세이다. 저자는 절박한 사람들을 만난다. 일하다 밭에서 넘어졌다고 환자의 남편은 말하지만, 턱과 입술 눈두덩에 피멍이 든 여자는 절대 넘어져서 다친 게 아니다. 며칠 뒤 여자는 다시 병원을 찾아와 거처를 쉼터로 옮겼다며 가정 폭력을 당한 자초지종을 털어놓는다. 저자는 맞고 사는 수많은 여자들에 대해 생각한다. 일흔을 바라보는 어떤 할머니는 “남편이 제때 밥을 주지 않으면 때려서 빨리 가야 한다”며 제대로 치료받지 않는다. 가정 폭력은 범죄로 다스려지기보다는 ‘참고 살아야지’라는 말 앞에 사그라든다. ‘페미니즘’이 때로는 현실 속에 방치된 문제의 해결보다는 정치적 슬로건으로만 활용된다는 사실에 저자는 분노한다. 저자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아픔과 불편에 공감하고, 그것을 홀로 깊이 곱씹으며 글을 써내려간다. 의사의 역할은 통증의 의학적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지만, ‘인간’으로서 많은 고통이 사회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바다로 나가 뱃일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작업 중 밧줄에 배를 맞아 뼈가 부러지고 장이 파열되거나, 손가락에 갈치 낚시 바늘이 박히고, 생선 가시에 찔려 퉁퉁 부은 채로 그들은 병원에 오곤 한다. 거친 파도와 좁은 배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일은 극심한 스트레스도 동반한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밤바다 어선의 아름다운 불빛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 이 밖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할 때 동네 병원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절망하고, 신속항원검사가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불편해하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람은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직업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나아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선의를 가진 존재임을 돌아보게 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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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디자이너 헤더윅의 작품, 모형으로 만나요

    영국 출신 디자이너 겸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53)의 디자인과 건축물 모형을 볼 수 있는 전시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가 29일부터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다. 전시는 미국 뉴욕의 관광명소로 떠오른 전망대 ‘베슬’과 실리콘밸리의 구글 신사옥 ‘베이뷰 캠퍼스’ 등 헤더윅의 대표적 건축 프로젝트의 모형을 관련 영상과 함께 선보인다. ‘씨앗 대성당’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2010년 중국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2012년 런던 올림픽 개·폐막식에서 선보인 꽃잎 모양 성화대도 있다. 또 2015년부터 새롭게 선보인 영국의 빨간 이층버스는 실물 크기 모형 일부가 전시됐다. 이 전시는 올해 3월 17일부터 6월 4일까지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이 기획해 선보였던 것으로, 일본에서는 28개 프로젝트를 전시했는데 한국에서는 2개가 추가됐다. 추가된 것은 헤더윅이 한강 노들섬 디자인 국제공모에 출품한 ‘소리풍경 노들섬’과 강원도에서 설립을 추진 중인 미술관 ‘더 코어’다. 또 100년 넘은 건축물인 문화역서울284 공간에 맞춰 새롭게 구성됐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전시기획사 숨 프로젝트의 이지윤 대표는 “모리미술관에서는 1층의 작은 방을 활용했고, 서울 전시에선 공간이 2배 넘게 커졌기 때문에 더 많은 사진과 영상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28일 기자 간담회에서 헤더윅은 ‘소리풍경 노들섬’에 대해 “노들섬 주변에 공연장 등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기관이 있다”며 “그런 기관과 연계해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음악을 중심으로 한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에도 한국을 찾았던 그는 “한옥에 머물면서 미닫이문이나 천장에 매달 수 있는 창문의 모습에서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 인상 깊었다”며 “이와 더불어 자연의 풍경까지도 하나의 재료로 사용하는 한국의 건축을 좋아한다”고 했다. 또 “서울은 산들이 마치 형제자매처럼 감싸고 있어서, 도심 속에서도 자연 앞에서 겸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며 “훼손된 도시의 자연을 돌려놓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9월 6일까지. 5000∼2만 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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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노력하게 돼… 육아 피로는 발레로 풀죠”

    “항상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것을 채우려고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20일(현지 시간)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은 발레리나 강미선(40)은 자신의 성장 원동력으로 ‘부족함’을 꼽았다. 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무용수인 그는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상식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돼 가는데도 믿기지 않는다. 워낙 큰 상이다 보니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눈물을 훔쳤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제정한 상으로 해마다 모스크바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세계 톱클래스 공연 작품이 심사 대상으로, 최고 남녀 무용수상은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특히 이번 수상은 한국 창작 발레 ‘미리내길’로 받은 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김기민(2016년), 박세은(2018년)이 같은 상을 받았지만 고전 발레 작품이 아닌 한국 창작 발레 작품으로 수상한 것은 강미선이 처음이다. 강미선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과부를 연기했다. ‘미리내길’은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에 수록된 국악 크로스오버곡에 한국 무용의 색채를 녹여낸 작품이다. 유병헌 UBC 예술감독이 안무했다. 강미선은 “여덟 살 때부터 다니던 무용학원에서 6년간 한국 무용을 배웠다. 한국 무용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적인 춤사위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상식이 열린)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한국 발레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상을 받게 돼 더욱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4년 동료인 UBC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러시아)와 결혼해 2021년 10월 아들을 낳았다. 그는 “육아를 하며 쌓인 피로는 발레를 하며 풀기에 워킹맘 발레리나로서 힘든 점은 거의 없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에 있는 남편의 동료들이 ‘왜 남편이랑 같이 오지 않았느냐’고 많이 물었다. 안타깝게도 남편은 한국에서 독박 육아를 하느라 못 갔다”며 웃었다. 선화예중·고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를 거쳐 2002년 UBC에 입단한 그는 국내파 무용수다. 코르드발레(군무진)로 입단해 2005년 드미 솔리스트, 2006년 솔리스트, 2010년 시니어 솔리스트를 거쳐 2012년 수석무용수가 됐다. 국내 발레단에서 21년간 활동한 데 대해 그는 “발레를 시작할 때부터 UBC 입단이 꿈이었다. 여기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해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아직도 배워 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기에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고 해서 후회는 전혀 없다”고 했다. 그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사람들과 발레단에 갓 입단한 무용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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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소리 주제로 영화 보듯 감상하는 전시 만들 것”

    2024년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가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로 정해졌다.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니콜라 부리오(58)는 26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 한 장면을 재생했다. 소리꾼 송화(오정해)가 산을 바라보며 소리를 하는 30초 분량의 장면이 나온 뒤 그는 “이 영상이 다음 비엔날레의 주제와 형식을 보여준다”고 했다. 부리오 예술감독은 ‘공간’을 화두로 삼았다. 그는 기후 변화와 팬데믹 등 지구 전체에 일어난 공간의 변화를 소리의 개념으로 구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시장, 광장 등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적 장소인 ‘판’과 ‘소리’가 결합된 판소리가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판소리가 서사를 가진 구조라는 점도 고려됐다. 부리오는 “비엔날레가 작품을 나열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이야기가 있는 구조와 길을 따라가며 마치 영화를 보듯 감상하는 전시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전시를 구성할 3개 섹션은 ‘라르센 효과’ ‘다성 음악’ ‘태초의 소리’다. 라르센 효과는 여러 대의 스피커가 너무 가까이 있을 때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간 때문에 포화상태가 된 지구의 문제를 다룬다. 다성 음악은 서로 다른 소리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음악으로, 인간뿐 아니라 식물 동물 기계 등 경계를 넘나들며 여러 존재와 대화하는 예술가들의 시도를 보여준다. 태초의 소리는 단순하면서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프랑스 출신 큐레이터인 부리오는 ‘관계의 미학’(1998년), ‘포스트프로덕션’(2002년) 등 저서를 내며 현대미술 담론을 이끌어 온 인물 중 하나다. 1999∼2006년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 팔레 드 도쿄의 공동 디렉터를 맡았고, 세계 각국의 주요 비엔날레를 기획했다. 광주비엔날레에 요구하는 ‘광주 정신’에 대해서는 “명백한 방식보다 간접적 방식을 택할 것”이라며 “광주가 가진 역사적 상황과 기억, 흔적을 담는 과정에서 (광주 정신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내년 9월경 개최될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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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국 작가 키우는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전략[영감 한 스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의 개막을 맞아 1일 한국을 찾은 크리스틴 라이딩 내셔널갤러리 학예실장은 ‘전시작품 중 좋아하는 작품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난처한 듯 웃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시에 나온 작품 모두 중요한 것이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제가 개인적으로는 영국 미술 전문가이기 때문에 영국 작가 작품에 애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존 컨스터블(1776∼1837)의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이 아무래도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라파엘로, 카라바조, 마네 등의 대가를 제치고 컨스터블을 꼽은 그의 답변은 국가 미술 기관의 관리자로서 당연한 답변입니다. 그러나 컨스터블이 영국 미술 기관이 사랑하는 작가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생각하면 저에겐 인상 깊은 답변이었습니다. 그 사연을 보면 미술사가 미치는 영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프랑스에서 더 인기있던 작가컨스터블의 작품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은 그가 태어난 지역 공장의 풍경을 소박하게 담고 있습니다. 컨스터블은 자신이 나고 자란 서퍽 지역을 소재로 많은 풍경화를 그렸죠. 그런데 그가 작업을 한 무렵은 프랑스에서 바르비종 예술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이때 풍경화는 신화 속 이야기나 역사적인 사건을 담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컨스터블이 영향을 받았던 프랑스 화가 클로드 로랭의 ‘성 우르술라의 출항’도 종교적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성인들의 일생을 담은 13세기 책 ‘황금 전설’ 속 일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거든요. 컨스터블은 이런 대가들의 작품을 공부하다 그림을 보고 그리는 것은 ‘간접적 진실’임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직접 보고 체험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죠. 그러면서 주변에 있는 풍경으로 눈을 돌립니다. 신화 속, 책 속 저 먼 곳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있는 땅 영국의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821년 지금은 컨스터블의 대표작이 된 ‘건초 마차’가 로열 아카데미 연례전에 출품됩니다. 이 그림은 판매에 실패했지만, 프랑스 예술가들의 눈에 띄게 됩니다. 테오도르 제리코는 ‘건초 마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외젠 들라크루아에게 털어놓았고, 들라크루아는 컨스터블의 색을 보고 자신의 그림을 고쳤다고 일기에 적습니다. 그러나 역사도, 신화도 아닌 시골 풍경이 당시 영국인들의 눈에는 촌스럽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컨스터블은 영국에서 평생 단 20점의 그림을 팔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히려 프랑스에서는 몇 년 만에 20점도 넘는 그림을 팔았는데 말이죠. ‘건초 마차’는 후일 영국계 프랑스인 딜러가 구매해 1824년 파리 살롱에 전시했습니다. 이 작품은 샤를 10세 프랑스 국왕이 주는 금메달을 수상하기에 이릅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실과 일상의 정직한 아름다움을 그리고자 했던 그의 작품은 바르비종 예술과 19세기 인상파 작가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프랑스는 이때부터 세계 미술사의 주도권을 완전히 쥐게 됩니다.영국 미술사의 뒤늦은 인정영국 미술사가 놓친 거장은 컨스터블 말고도 또 있습니다. 바로 같은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윌리엄 터너(1775∼1851)입니다. 터너는 컨스터블과 달리 어린 나이에 인정받고, 아카데미 회원이 되어 생전에 존경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터너가 역사화를 그렸기 때문인데요. 중요한 변화는 터너의 말년에 일어납니다. 아카데미적 회화를 그리던 그는 마지막에는 거친 바다의 파도와 공기가 일으키는 빛의 효과를 주목한, 추상화에 가까운 작품을 그립니다.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상파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시도죠. 그런데 터너의 말년 그림은 역시 영국에서는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노망난(?) 화가의 이상한 그림 정도로 여겨졌죠. 그 대신 영국에서는 19세기 라파엘 전파의 회화를 중요한 것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때 인상파 작가들이 도시의 평범한 일상을 찬양하고 현실을 노래했다면, 라파엘 전파는 다시 종교와 문학 등 과거로 돌아가고자 했죠. 회화적 기교는 뛰어나지만 세계 미술사의 흐름과는 맞지 않는 시도였습니다. 만약 컨스터블과 터너를 알아보았다면, 영국에서도 인상파를 뛰어넘는 예술가가 나올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이런 패착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최근 10여 년간 영국 미술 기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부터 인상파까지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인 국립중앙박물관 ‘거장의 시선’전에서도 컨스터블과 터너 작품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죠. 라파엘 전파 작품은 존 싱어 사전트의 소품 한 점만 포함돼 있습니다. 2021년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선보인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에서도 터너와 컨스터블을 인상파 작품에 영향을 준 작가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미술 기관이 소장한 걸작들을 전시로 구성해 해외에서 수익을 내면서 자국 미술사를 선전하는 전략도 흥미롭습니다. 미술사를 쓰는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은 곧 자국 작가들을 성장하게 하며, 자국 예술의 가치도 높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죠. 세계적 맥락에서 한국 미술사는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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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폐’ 치부됐던 韓실험미술, 미술관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흰 상의를 입은 배우가 윤동주 김소월 나태주 모음 시집 ‘시로 배우는 예쁜 말’을 읽어 내려간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를 모은 이 책은 시 하나를 읽을 때마다 한 장씩 찢겨나가고, 찢어진 종이를 검은 양복을 입은 작가가 건네받아 흰 종이 위에 다시 쓴다. 퍼포먼스가 끝날 즈음이면 예쁜 말들은 찢어지고 구겨져서 사라지고, 텅 빈 종이는 새카맣게 차오른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로비에서 14일 재현된 김구림 작가(87)의 퍼포먼스 작품 ‘생성에서 소멸로’다. 김 작가가 2015년 중국 산시성 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선보였던 이 퍼포먼스는 흰색과 검은색, 시가 가득했다가 사라지는 시집, 비었다가 차오르는 종이 등 대비되는 이미지를 교차시킨다. 이를 통해 고정된 개념이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다.● 퇴폐로 치부됐던 젊은 작가들의 저항김구림,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등 1960, 70년대 한국 실험미술 주요 작가 29명의 작품 95점과 관련 자료 3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국 구겐하임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청년작가연립전, 제4집단, 아방가르드협회, ST(Space&Time) 학회, 대구현대미술제 등의 과거 주요 실험미술 전시와 작품을 아우른다. 전시장 초입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의 ‘투명 풍선과 누드’(1968년), 정강자의 ‘키스미’(1967년)에는 억눌렸던 욕망을 분출했던 젊은 예술가의 패기가 담겼다. ‘투명 풍선과 누드’는 1968년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존 케이지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퍼포먼스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누드 배제에 대한 항의로 기획됐다. 정찬승, 강국진이 정강자의 상의를 찢으면, 관객들이 그녀의 상반신에 투명 풍선을 붙인 후 터뜨렸다. 같은 해 예술가의 등용문인 국전 심사 비리가 터지자, 세 작가는 다시 제2한강교(양화대교) 아래에 모여 구덩이를 파고 스스로를 묻었다. 퍼포먼스 작품 ‘한강변의 타살’이다. 당시엔 이러한 파격적 퍼포먼스가 펼쳐지면 ‘퇴폐 미술’이라는 비난이 이어졌고, 작가가 체포되거나 작품이 철거되곤 했다. 미술사학자 김윤수는 1973년 동아일보에 ‘전위예술은 퇴폐가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논란이 됐던 실험미술은 반세기가 지나 미술관의 주인공이 됐다.● 구겐하임, 해머미술관 순회전시는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나’와 논리의 세계: ST’에서는 개념적 설치미술을 선보였던 ST 학회의 활동을 소개한다. 유신정권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며 전시장으로 매일 배달된 신문의 모든 기사를 면도칼로 오려낸 성능경의 ‘신문: 1974.6.1 이후’ 등 작품을 볼 수 있다. ‘청년의 선언과 시대 전환’에서는 1960년대 후반 젊은 작가들의 실험미술 양상을, ‘도심 속, 1/24초의 의미’에서는 김구림 주도로 연극, 음악, 영화, 패션, 종교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퍼포먼스를 벌였던 제4집단의 작품을 각각 소개한다. 이밖에도 1969년 창립한 한국아방가르드협회를 다루는 ‘전위의 깃발 아래―AG’, 전통 속 모티프를 차용한 이승택의 작품을 전시하는 ‘“거꾸로” 전통’, 국내외 비엔날레를 통해 선보인 실험미술 작품을 모은 ‘청년과 지구,촌 비엔날레’가 이어진다. 전시는 9월 1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내년 2월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해머미술관으로 순회한다. 김찬동 전 아르코미술관장은 “한국의 실험미술은 모더니즘에 반기를 든 세계 미술의 흐름과 맞닿았던 움직임”이라며 “단색화에 이어 한국 실험미술의 전모를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발판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7월 16일까지. 2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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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폐 미술로 불렸던 실험 미술, 미술관의 주인공 되다

    흰옷을 입은 배우가 윤동주 김소월 나태주 모음 시집 ‘시로 배우는 예쁜 말’을 읽어 내려간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를 모은 책은 시 하나를 읽을 때마다 한 장씩 찢겨나가고, 찢어진 종이는 검은 양복을 입은 작가가 건네받아 흰 종이 위에 다시 글씨로 쓴다. 시집 한 권이 끝나갈 즈음이면 예쁜 말들은 찢어지고 구겨져서 사라지고, 텅 빈 종이는 새카맣게 차오른다.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로비에서 14일 김구림 작가(87)의 퍼포먼스 작품 ‘생성에서 소멸로’가 재현됐다. 2015년 작가가 중국 산시성 미술관의 초청받아 선보였던 이 퍼포먼스는 흰색과 검은색, 시가 가득했다 사라지는 시집, 비었다가 차오르는 종이 등 반대되는 개념을 교차한다. 그러면서 정해진 개념이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 퇴폐 미술로 여겨졌던 젊은 저항김구림,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등 1960, 70년대 한국 실험미술 주요 작가 29명의 작품 약 95점, 자료 3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미국 구겐하임미술관과 공동 기획된 전시는 청년작가연립전, 제4집단, 아방가르드협회, ST 학회, 대구현대미술제 등 과거의 주요 전시와 작품을 아우른다.전시장 초입에서 볼 수 있는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의 ‘투명풍선과 누드’(1968년), 정강자의 ‘키스미’(1967년)는 억눌렸던 욕망을 분출했던 젊은 예술가들의 패기를 담고 있다. ‘투명풍선과 누드’는 1968년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존 케이지의 음악을 배경으로 이뤄진 퍼포먼스다. 정찬승, 강국진이 정강자의 상의를 찢으면, 관객들이 그녀의 상반신에 투명 풍선을 붙이고 다시 터뜨리는 순서였다.같은 해 예술가의 등용문이었던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심사 비리가 터지자, 세 작가는 다시 제2한강교(양화대교) 아래에 모여 구덩이를 파고 스스로를 묻었다. 퍼포먼스 작품 ‘한강변의 타살’이다. 문화 사기꾼(사이비 작가), 문화 기피자(문화 관념론자) 등이 젊은 작가를 죽이고 있다는 항변이었다. 이러한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실험 미술은 초기 ‘퇴폐 미술’로 타블로이드 신문에 보도되고, 작가가 체포되거나 작품이 철거되곤 했다. 그리고 약 반세기가 지나 미술관의 주인공이 됐다. ● 구겐하임, 해머미술관 순회전시는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첫 주제 ‘청년의 선언과 시대 전환’이 1960년대 후반 젊은 작가들의 실험미술 양상을 소개했다면, 그다음은 김구림과 제4집단을 소개한 ‘도심 속, 1/24초의 의미’, ‘전위의 깃발 아래 -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거꾸로” 전통’, ‘‘나’와 논리의 세계’, ‘청년과 지구,촌 비엔날레’ 등으로 이어진다.김구림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1969), ‘현상에서 흔적으로’(1969), 하종현의 ‘작품 73-13’(1973), 이승택의 ‘무제’(1963/2018), 이건용의 ‘신체항’(2023), 성능경의 ‘신문 1974.6.1. 이후’, 이강소의 ‘무제 75031’(1975) 등을 볼 수 있다. 성능경의 ‘신문 읽기’ 퍼포먼스도 21일 미술관 로비에서 열렸다. 28일 오후 2시에는 서울관 전시실6 앞에서 이건용의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가 진행된다.또 이 전시는 9월 1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내년 2월 11일에는 미국 LA 해머미술관으로 순회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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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컨스터블과 영국 미술기관의 전략[영감 한 스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전 개막을 맞아 1일 한국을 찾은 크리스틴 라이딩 내셔널갤러리 학예실장은 ‘전시작품 중 좋아하는 작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난처한 듯 웃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전시에 나온 작품 모두 중요한 것이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제가 개인적으로는 영국 미술 전문가이기 때문에 영국 작가 작품에 애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존 컨스터블(1776~1837년)의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이 아무래도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라파엘로, 카라바조, 마네 등 대가를 제치고 컨스터블을 꼽은 그의 답변은 영국 미술 기관의 관리자로서 당연한 답변입니다. 그러나 컨스터블이 영국 미술 기관이 사랑하는 작가가 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걸 생각하면 저에겐 인상 깊은 답변이었습니다. 그 사연을 보면 미술사가 미치는 영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프랑스에서 더 인기였던 작가컨스터블의 작품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은 그가 태어난 지역 공장의 풍경을 소박하게 담고 있습니다. 컨스터블은 자신이 나고 자란 서포크 지역을 소재로 많은 풍경화를 그렸죠. 그런데 그가 작업을 했던 무렵은 프랑스에서 바르비종 예술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기 직전이었습니다.이 때 풍경화는 신화 속 이야기나 역사적인 사건을 담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존 컨스터블이 영향을 받았던 프랑스 화가 클로드 로랭의 ‘성 우르술라의 출항’도 종교적 테마를 담고 있습니다. 성인들의 일생을 담은 13세기 책 ‘황금전설’ 속 일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거든요.컨스터블은 이런 대가들의 작품을 공부하다가, 그림을 보고 그리는 것은 ‘간접적 진실’임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직접 보고 체험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죠. 그러면서 나의 주변에 있는 풍경으로 눈을 돌립니다. 신화 속, 책 속 저 먼 곳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있는 땅 영국의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그리고 1821년 지금은 컨스터블의 대표작이 된 ‘건초 마차’가 로얄 아카데미 연례전에 출품됩니다. 이 그림은 판매에 실패했지만, 프랑스 예술가들의 눈에 띄게 됩니다. 테오도르 제리코는 ‘건초 마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으젠 들라크루아에게 털어 놓았고, 들라크루아는 컨스터블의 색을 보고 자신의 그림을 고쳤다고 일기에 적습니다.그러나 역사도, 신화도 아닌 시골 풍경이 당시 영국인들의 눈에는 촌스럽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컨스터블은 영국에서 평생 단 20점의 그림만을 팔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히려 프랑스에서는 단 몇 년 만에 20점도 넘는 그림을 팔았는데도 말이죠.‘건초 마차’는 후일 영국계 프랑스인 딜러가 구매해 1824년 파리 살롱에 전시 했습니다. 이 작품은 샤를 10세 프랑스 국왕이 주는 금메달을 수상하기에 이릅니다. 뿐만 아니라 현실과 일상의 정직한 아름다움을 그리고자 했던 그의 작품은 바르비종 예술과 19세기 인상파 작가들에게까지도 영향을 주고, 프랑스는 이 때부터 세계 미술사의 주도권을 완전히 쥐게 됩니다.영국 미술사의 뒤늦은 인정영국 미술사가 놓친 거장은 존 컨스터블 말고도 또 있습니다. 바로 같은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윌리엄 터너입니다. 터너는 컨스터블과 달리 어린 나이에 인정을 받고, 아카데미 회원이 되어 생전에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터너가 역사화를 그렸기 때문인데요.중요한 변화는 터너의 말년에 일어납니다. 아카데미적 회화를 그리던 그는 마지막에는 거친 바다의 파도와 공기가 일으키는 빛의 효과를 주목한, 추상화에 가까운 작품을 그립니다.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상파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시도죠. 그런데 터너의 말년 그림은 역시 영국에서는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노망난 화가의 이상한 그림 정도로 여겨졌죠.대신 영국에서는 19세기 라파엘 전파의 회화를 중요한 것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때 인상파 작가들은 도시의 평범한 일상을 찬양하고, 현실을 노래했다면 라파엘 전파는 다시 종교와 문학 등 과거로 돌아가고자 했죠. 회화적 기교는 뛰어나지만 세계 미술사의 흐름과는 맞지 않는 시도였습니다. 만약 컨스터블과 터너를 알아보았다면, 영국에서도 인상파를 뛰어넘는 예술가가 나올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이런 패착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최근 10여 년 간 영국 미술 기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부터 인상파까지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인 국립중앙박물관 ‘거장의 시선’전에서도 컨스터블과 터너 작품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죠. 라파엘 전파 작품은 존 싱어 사전트의 소품 한 점만 포함되어있습니다. 2021년 북서울미술관에서 선보인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에서도 터너와 컨스터블을 인상파 작품에 영향을 준 작가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이렇게 미술 기관이 소장한 걸작들을 전시로 구성해 수출하며 수익을 남기면서, 자국 미술사를 선전하는 전략도 흥미롭습니다. 미술사를 쓰는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은 곧 자국 작가들을 성장하게 하며, 자국 예술의 가치도 높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죠. 세계적 맥락에서 한국 미술사는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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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삶, 욕망, 죽음 담긴 꽃의 도상 펼쳐진다

    아기가 신는 타래버선과 꽃신에서 풍요를 기원하던 화조도, 태양왕의 권위를 뽐내는 태피스트리와 삶의 덧없음을 나타낸 사진까지. 탐스럽고 아름답지만 언젠가는 시들어 없어지기에 더 매력적인 꽃은 예술에서 다양한 도상으로 활용되어 왔다. 흔히 ‘꽃 그림’이라고 하면 시장에서 쉽게 팔기 위한 상투적인 도상이라는 오해도 받는다. 하지만 그만큼 눈길을 끌고 사랑을 받는 게 꽃이다. 전남 지역 문화재부터 프랑스의 가장 화려한 시절 태피스트리까지 여러 작품을 통해 꽃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영원, 낭만, 꽃’이 전남 광양시 전남도립미술관에서 20일 개막했다.● 루이 14세 찬양한 태피스트리이번 전시는 현대미술 작품뿐 아니라 공예품과 도자기, 불교미술까지 아우른다. 협력 기관의 면면을 봐도 갤러리·미술관은 물론이고 박물관과 사찰, 해외 기관까지 다양하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프랑스 모빌리에 나시오날이다. 모빌리에 나시오날은 루이 14세가 세운 왕립 가구관리소의 후신으로 가구 및 장식예술품 13만 점을 소장한 국립박물관이다. 지금도 프랑스 대통령, 장관, 외교관의 관저에 놓는 가구를 책임지고 있으며 베르사유, 퐁텐블로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궁궐과 기념 장소 복원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곳이 소장한 태피스트리, 원화 9점을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루이 14세 시대 궁정화가인 샤를 르브룅의 회화를 원작으로 한 태피스트리 ‘봄’도 포함됐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등장하는 신화 속 이야기를 모티프로 악기와 꽃의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20일 전시장에서 만난 아르노 드니 모빌리에 나시오날 컬렉션 담당자는 “당시 베르사유궁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빛이 닿는 부분은 금사로 표현한 아주 화려한 작품”이라며 “각 소재마다 전문 장인들이 협업해 수년에 걸쳐 제작된다”고 했다.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의 원화와 태피스트리, 모네의 ‘수련’을 원작으로 한 태피스트리도 선보인다.● 해남 대흥사 초의선사 불화 첫 외출전시는 총 5개 섹션, ‘연화화생, 재생의 염원’ ‘자유와 역동, 구체적 삶의 복귀’ ‘시대를 넘어서’ ‘미래로부터’ ‘삶의 확장, 가능성을 향해’로 구성된다. 이연우 학예연구사는 “꽃의 의미가 다양하듯 삶의 의미도 계속 변하는 가운데,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꿈과 감정에 충실한 태도를 ‘낭만’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전시는 꽃을 주제로 삶과 욕망, 염원, 죽음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비교해 보도록 한다. 그중 전시의 초입을 장식하는 것은 연꽃을 모티프로 한 전남 해남 대흥사의 소장품인 ‘십일면천수관음보살도’와 ‘준제관음보살도’다. 두 작품은 시서화와 다도에 능했으며, 소치 허련의 스승이었던 초의선사가 그린 것으로 전한다. 두 작품에서 연꽃은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청정한 꽃을 피워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불성을 의미한다. 대흥사 밖에서 두 불화가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서울공예박물관이 소장한 꽃신, 귀주머니, 보자기, 모란도와 미국 팝 아티스트인 제임스 로젠퀴스트, 여수의 동백꽃 작가 강종열과 김상돈 등 동시대 작가 작품도 볼 수 있다. 죽음과 파괴적 감성을 자아내는 미국 사진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 연작과 동전을 바닥에 흩뿌려 떨어진 꽃잎을 연상케 하는 박기원의 설치 작품 ‘대화’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11월 5일까지. 5000원.광양=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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