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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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남북한 관계67%
칼럼23%
사회일반7%
경제일반3%
  • 로드먼 방북지원 도박업체 “후원 끊겠다”

    미국의 전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사진)의 방북을 후원해온 아일랜드 온라인 베팅업체 패디파워가 23일 돌연 후원 중단을 선언했다. 패디파워 측은 이날 e메일 성명을 통해 “상황 변화를 고려해 북한에서 로드먼이 추진해온 농구 대회 개최 계획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상황 변화’에 대해 “최근의 사건들 이전에는 없었던, 북한 정권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패디파워 창업자 데이비드 파워의 아들이자 패디파워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인 패디 파워는 이날 영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를 재검토한 결과 이번 건은 잘못 벌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앞으로 행사에서 우리 이름을 빼기로 했고, 로드먼 혼자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드먼 측은 “패디파워의 결정을 존중하며 지금까지 제공한 지원에 매우 감사하다”고 답했다. 패디파워는 내년 1월 8일 김정은 생일을 맞아 ‘평양 국제농구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로드먼 방북을 후원했다. 패디파워의 급작스러운 후원 중단은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고조된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패디파워는 자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세계적 화두가 된 로드먼의 방북을 후원해 왔다. 하지만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의 이미지가 ‘잔악무도한 독재자’로 굳어지자 그의 생일 기념 농구 경기 후원이 회사 브랜드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로드먼이 이번 방북 기간 김정은을 만나지 못한 것이 패디파워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번 방북에는 이전과는 달리 로리 스콧 패디파워 대변인도 동행했다. 스콧 대변인은 17일 방북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성택 숙청은 우리의 계획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북 기간 북한 당국으로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지 못하자 방북 직후 입장을 돌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패디파워의 후원 중단으로 내년 1월 8일 평양 농구대회의 정상적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로드먼이 혼자 유명 전직 농구선수들을 평양에 데려갈 수 있을지, 이를 위한 경비는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패디파워 대신 북한이 직접 후원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로드먼 측은 내년 1월 8일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며 이번 주 안에 방북단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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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애도 끝나자마자 숙청 피바람… 당간부 탈북시도 속출

    북한이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 행사가 끝나자마자 장성택 관련 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에 나섰다고 복수의 북한 관련 매체가 보도했다. 북한은 장성택 처형 직후 국방위원회, 노동당 조직지도부, 국가안전보위부 합동으로 ‘반(反)종파 정화조’를 조직해 전국적인 숙청을 시작했다고 탈북 지식인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전했다. ○ 숙청 선봉대 ‘반종파 정화조’ ‘반종파 정화조’는 “장성택 일당을 조직적으로 숙청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이 우리 당과 사회에 끼친 여독을 사상적으로 정화시키라”는 내용의 지시문을 15일 전국 당 위원회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이 지시문에는 “장성택과 연계된 자들을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모조리 찾아내 처벌하며 ‘악질적인 분자’는 처단과 종신 (정치범수용소에) 감금할 것”이란 내용이 들어 있다. ‘정화조’는 17일 김정일 추모 행사가 끝난 시점을 시작으로 전국의 지방 당 행정부를 해산시키고 장성택 연관자 색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 김정일이 ‘간첩, 파괴암해분자’를 적발한다는 구실로 ‘심화조’란 조직을 만들어 2만5000여 명을 숙청한 방식을 김정은 체제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장성택 소문 흘려 주민 증오심 유발” 18일 양강도에선 도 보위부 책임비서, 김정숙사범대 학장, 해당 도 주둔 12군단 참모장 등이 영문도 모른 채 체포됐다고 자유북한방송이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양강도 보위부 책임비서는 장성택과의 인연으로 책임비서 직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양강도는 평양에서 가장 거리가 멀어 장성택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지역”이라며 “평양과 평안남북도 지역에선 몇 배의 간부들이 체포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개혁방송도 “장성택 측근인 나선시 당 행정부장과 청진지구 철도보안서장이 이미 처형됐다”고 22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장성택 측근 제거 작업을 내년 4월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20일 전했다. 이 방송은 “11월 하순 노동당 행정부 이용하 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처형됐을 때 인민보안부 54국 원유국장과 국가계획위원회 원유국장 등 원유 수입에 관여했던 인물 3명도 함께 총살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숙청 작업과 동시에 장성택 측근들의 비리를 민간에 흘려 주민들의 증오심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포의 한 주민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이용하 1부부장의 집에서 수백만 달러가 발견됐으며 54국 원유국장은 부동산 투기 목적의 아파트 몇 채를 갖고 있었다”는 등의 소문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 처형 다음 날인 13일 그의 일가 수백 명이 모두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북한 전문 인터넷신문인 데일리NK는 20일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13일 오후 10시에 무장한 국가안전보위부 군인들이 평양에 사는 장 씨 친인척 집에 들이닥쳐 먼 친척까지 다 체포해 갔다”고 보도했다. 한밤중에 주민을 정치범수용소로 끌고 가는 것은 북한의 오래된 관례다.○ “탈북 시도하다 체포된 간부들 줄이어” 살벌한 숙청 바람 속에 간부들이 탈북을 시도하다 체포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북한방송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18일과 19일 사이 신의주에서 몰래 압록강을 넘으려던 당 간부 4명이 체포됐으며 압록강 인근의 혜산에서도 평양에서 탈출해 온 간부 한 명이 국경 마을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보위사령부 요원들을 국경 일대에 급파하고 국경 경비 인력을 2배로 증강시키는 한편 경비대 간부들을 초소에서 군인들과 함께 숙식시키며 탈북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경 주변 소학교 학생들에게까지 수상한 사람들을 신고하라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의 숙청 움직임에 대해 22일 정부 당국자는 “이용하 장수길 장성택 이외에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고 할 만한 내용이 없다”면서도 “추가 처형에 대한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차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인사들의 망명설이 잇따르면서 중국 베이징(北京)의 주중 한국대사관 앞에 공안 차량이 별도로 배속되고 정문 경비 경찰도 증강되는 등 중국 당국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의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도 기간에 노동당 39호실 인력들은 꾸준히 중국을 방문했는데 (장성택이 관리하던) 행정부 사람들은 자취를 감추었다”고 말했다.주성하 zsh75@donga.com·김철중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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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담배 브랜드, 담뱃갑 바닥에만 표시”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이 18일 담뱃갑 포장의 65%는 경고 문구와 흡연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진으로 채우고 담배 브랜드는 담뱃갑의 바닥에만 표시하도록 한 강력한 흡연규제 지침을 만들었다. 이번 흡연규제 지침은 유럽의회와 28개 회원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 2016년부터 시행된다. 지침에 따르면 청소년이 담배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담배에 박하, 바닐라, 딸기 향이나 색소 등을 첨가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만 박하 향 첨가 금지는 4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해 2020년부터 시행토록 했다. 한 갑에 20개비 미만이 들어가는 소형 팩 생산도 금지된다. 슬림형 담배 생산도 금지하려 했지만 담배회사의 로비에 밀려 무산됐다. 급격하게 소비가 증가하는 전자담배는 광고할 수 없으며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도 없다. 특히 앞으로 3개국 이상이 건강상 이유로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면 EU 전역에서 전자담배를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번 지침은 담뱃갑 전체를 흡연 경고 문구와 끔찍한 사진으로 채우고 담배 상표는 아예 표시하지 못하도록 요구한 보건 단체와 금연운동가들의 요구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이번 규제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로 확산돼 수입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필사적인 로비를 벌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는 EU 내에서 매년 70만 명이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며 이로 인한 치료비용이 250억 유로(약 3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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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택, 처형전 김정은-김경희 만나게 해달라 간청”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그를 제거하고 권력을 대신 차지하려는 간신들의 모함에 걸려 변명할 틈도 없이 전격적으로 처형됐다는 소문이 북한 간부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8일 전했다.이 방송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장 부위원장이 처형당하기 전 아주 중요한 사안이 있으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자신의 아내인 김경희를 개별적으로 만나게 해달라며 매일같이 간청했으나 이러한 요구가 끝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알려져 간부들 사이에 파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이 방송과 통화를 한 북한 간부는 “장성택은 ‘나의 모든 직책과 명예를 다 내려놓겠다’며 김정은에게 백기투항하고 처형을 면하려 했지만 측근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목숨조차 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도 “장성택은 앞서 처형된 이용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끝까지 보호하려 했다”며 “장성택은 두 측근에 대해 ‘법적 처벌은 해도 좋으니 사형은 하지 말라’고 완강히 반대했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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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김정일 2주기 추모대회]빨치산 1세대 황순희, 주석단에 등장

    올해도 김정일 사망 중앙추모대회 주석단에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 관장(94·여)이 가장 눈길을 끈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왼쪽 세 번째 자리에 앉았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총리 다음 자리였다.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지만 서열을 따졌을 때는 상위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박물관 관장인 황순희가 국가적 행사에 김정은의 지근거리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는 북한에 생존해 있는 빨치산 1세대 3명 중 한 명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는 김정일이 어렸을 때 ‘유모’처럼 돌본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김정은은 그를 주석단에 등장시킴으로써 ‘백두혈통’을 돌봐준 빨치산에 대해 보답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 셈이다. 황순희는 지난해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 행사 때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였다. 당시 휠체어에 앉아 있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다. 그랬던 그를 김정은이 대를 이어 챙기고 있음을 과시했다. 황순희 옆에는 역시 빨치산 동료인 김철만(95)이 앉았다. 지난해 주석단에 앉았던 빨치산 1세대 이을설 원수(92)는 올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황순희의 사위는 김창선 노동당 서기(비서)실 실장이다. 김정은 체제 이후 서기실은 단순 의전 업무에서 벗어나 김정은에게 직접 대면보고를 하고 각 부서 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권력의 핵심 부서로 떠올랐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도 서기실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순희의 남편 류경수도 빨치산 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서울에 처음 입성한 북한 105탱크여단 여단장이었다. 그는 군단장으로 재직하던 1958년 총기오발 사고로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 원장이 김정은의 오른쪽 첫 자리에 앉았다. 김정은이 부친의 유훈인 ‘인공위성’ 발사를 기어코 성공시킨 효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고 의도한 배치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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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김정일 2주기 추모대회]김경희, 추모대회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김정일 사망 2주기 행사의 최대 관심사였던 김경희 북한 노동당 비서(사진)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중앙추도대회행사 참석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그가 불참한 이유는 네 가지 유력한 시나리오로 분석해볼 수 있다.①시나리오 1: 너무 위독해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김경희의 건강 문제다. 그가 마지막으로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9월 초 북한 정권 창립 기념공연장에서다. 당시 기력이 없고 여윈 모습이었다. 김경희가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이 또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김경희가 조카의 권력 안정을 위해 남편의 숙청을 용인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경희의 건강이 남편의 처형을 막지 못할 정도로 악화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②시나리오 2: 조카가 괘씸해서? 남편을 처형한 조카를 괘씸하게 여긴 김경희가 자의적으로 추도식에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서 현재 자신의 의지대로 공식 행사에 불참할 수 있는 인물은 김경희가 유일하다. 김정일도 생전에 김경희의 고집은 이기지 못했다. 김정은의 모친 고영희도 김경희 앞에선 최대의 예의를 표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김정은이라도 고모가 불참하겠다고 작정했다면 이를 강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③시나리오 3: 민심 의식해서?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과 더불어 불만을 가진 북한 주민들로부터 가장 큰 비난을 받은 인물이 바로 김경희다. 장성택 처형 사유는 ‘천하의 만고역적’이었다. 주석단에 ‘만고역적의 부인’이 버젓이 앉아 있으면 “다른 사람은 몇 대를 멸족시키면서 너무하지 않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생길 수도 있다. 김경희 불참은 주민들에게 자숙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④시나리오 4: 김정은의 권유로? 김정은이 고모의 불참을 권유했을 수도 있다.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이참에 주민들이 갖고 있는 “김정은은 장성택과 김경희의 섭정을 받는다”는 이미지를 없애고 자신이 유일한 절대 권력자임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주민들이 받들어야 할 유일한 ‘백두혈통’이 김정은임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을 수 있다. 김경희가 등장했을 경우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되는 것을 경계한 조치라는 관측도 있다. 김경희의 불참은 이런 네 가지 시나리오가 복합적으로 고려된 결과일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조합인지를 단정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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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김정은의 나홀로 도전

    북한은 전쟁터이자 사냥터이다. 그 땅에선 인민만 생존을 위해 ‘전투원’이 되는 것이 아니다. 고위층의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숙청이라는 ‘전투’를 주기적으로 치를 때마다 ‘전사’한 동료의 피는 낭자하다. 여느 전쟁보다 ‘전사자’ 비율은 낮지만 대신 전사하면 일가도 같이 멸족된다. 명예 같은 건 없다. 죽는 순간 시체는 햄스터처럼 동료들에게 뜯어 먹힌다. 2년 전 사령탑이 젊은 김정은으로 바뀐 뒤 고위층의 스트레스는 더욱 커졌다. 제일 먼저 찾아온 괴로움은 육체적 고통이었다. 늙고 병든 지도자일 땐 몰랐는데 젊은 김정은은 따라다니는 일부터 고역이었다. 김정은은 창전거리 아파트 건설장을 찾았을 때 계단을 두세 개씩 훌쩍훌쩍 걸어 올랐다. 군사분계선과 불과 350m 떨어진 해발 1242m의 까칠봉 초소도 단숨에 성큼성큼 올라갔다. 김정일이 아들에게 물려준 북한 지도부는 그런 김정은을 따르기엔 너무 늙고 병들었다. 2011년 김정일 사망 직후 노동당 정치국 위원 17명의 평균 나이는 78.5세였다. 북한의 평균수명은 세계 최하위권인데, 지도부는 최고령인 것이다. 80세 가까운 노인이 20대를 따라 걸으려면 죽기 살기로 걸어야 한다. 걸음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취향도 도저히 맞추기 힘들다. 북한이 지난해 7월 공개한 사진 한 장은 이를 잘 보여준다. 능라인민유원지를 방문한 김정은은 바이킹과 유사한 ‘회전매’라는 놀이기구를 탔다. 20대 김정은이 너무 즐거워할 때 그의 옆옆에 앉은 고모 김경희의 얼굴은 사색이 된 듯 보였다. 평생을 공주로 살았어도 생전 처음 타보았을 바이킹 위에선 김경희도 할머니였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김정은은 대외선전이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심혈관 질환이 심한 66세 고모를 무서운 놀이기구에 앉히고 좋아해야 했을까. 고모에게도 저럴진대 다른 연장자 간부에 대한 배려 따윈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어느 날 현지 지도에 나선 김정은은 숨이 턱에 걸려 따라오는 늙은 간부들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힘들면 따라다니지 말고 집에서 쉬시오.” 해직 통보는 그렇게 예고 없이 다가왔다. 이 말을 들은 간부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때부터 간부들은 처음으로 “원수님을 위해 늙은 우리가 이젠 물러서야겠다”는 말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 초 김정은은 “앞으로 나와 10년 이상 일할 수 있는 사람들만 간부사업(간부승진) 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이 말 한마디에 북한의 모든 인사이동이 중단됐다. 군부도 이젠 소장(한국군 준장) 이하 간부는 50세 미만만 선발한다. 50세가 넘도록 장성이 되지 못한 수많은 고위 군관은 이제 군복 벗는 일만 남았다. 젊고 의욕이 넘치는 김정은이 거동도 말투도 느릿느릿한 늙은 간부들이 마음에 들 리 없다. 이들은 육체만 늙은 것이 아니다. 나라와 인민을 위한 고민도, 진취도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이 자리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려는 이유는 오로지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가문을 위해서다. 권력이 있을 때 일가친척을 최대한 힘껏 밀어주어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는 것이다. 간혹 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있지만, 성공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둘째는 가족을 밀어줄 만큼 높이 올라간 뒤엔 내려오기가 겁나서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면 누가 와서 목덜미를 물어뜯을지 알 수가 없다. 은퇴한 자는 물론이고 1997년의 대규모 숙청 때처럼 13년 전 묻힌 김만금 전 농업담당비서 백골도 꺼내 부관참시하는 북한이다. 북한의 늙은 간부들에겐 전장에서 수십 년간 몸에 익힌 신조가 있으니 하나는 ‘아첨은 아무리 해도 모자란다’는 것이요, 또 하나는 ‘머리 쳐드는 자는 총에 맞을 확률이 높으니 최대한 몸을 낮춰 기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김정은의 말 한마디에 “백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라며 골백번 조아리고 충성 자금을 많이 걷는 일에 두 발 벗고 뛰어다닌다. 물론 많이 챙길수록 그들의 몫도 커진다. 김정은이 아첨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머리 쳐드는 자는…’ 하는 두 번째 신조를 싫어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사령관이 “앞으로”를 외쳤는데, 지금 북한에선 땅에 엎드린 늙은 부하들은 뛰어나가다 먼저 총에 맞지 않을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김정은이 나이 든 간부들에게 화를 내는 장면은 여러 번 목격됐다. 인민에게 보여줄 성과가 절실한 김정은에겐 참으로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하나는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핏줄 하나만 믿고 불쑥 튀어나온 자신이 지난 2년간 별 탈 없이 권력을 하나하나 장악한 데는 아버지의 유산인 ‘늙고 병든 지도부’가 일등공신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반항할 의지도, 행동할 힘도 없는 늙은 간부들은 하루라도 더 무사히 버틸 수 있다면 김정은의 발바닥도 핥을 준비가 돼 있다. 자녀들도 이미 충분히 기득권층에 포진시켜 놓은 이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무사히 은퇴하는 것뿐이다. 배부른 늙은 호랑이는 돼지를 사냥하는 일 따위엔 관심이 없다. 이제 김정은은 이들을 몰아내려 한다. 장성택 라인 숙청을 신호탄으로 내년에 대대적인 고령 간부 퇴진이 있을 예정이다. 김정은에겐 업적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 경제도 살리고 싶고, 인민들의 찬사도 받고 싶을 것이다. 김정은이 또 하나 알아야 할 것은 젊은 간부들은 늙은 호랑이들의 포식을 부럽게 바라보며 이를 갈았던 ‘굶주린 호랑이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열심히 뛰어다녀 더 많은 먹이를 물어올 수도 있지만, 개중엔 화가 나면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낼 야생성도 남아 있다. 잘 길들여졌던 늙은 호랑이들을 빠르지만 허기가 져 있는 젊은 호랑이들로 바꾸려는 혈기왕성한 신참 조련사 김정은의 나 홀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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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장성택 처형 이후]“北주민 한파속 공포의 행군, 이제 시작이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처형 소식은 북한 주민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겨 주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감수해야 할 진짜 ‘공포의 행군’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 16일 ‘광명성절(김정일 생일)’까지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각종 행사가 추운 날씨 속에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추모식은 시작일 뿐 북한은 17일인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맞아 애도 기간에 돌입한 상태다. 애도 기간은 24일경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애도 기간은 사실상 ‘비상계엄’ 기간과 같다. 모든 이동이 통제되고, 주민의 일거수일투족이 노동당과 보위부에 보고된다. 애도 기간엔 각종 추모 행사가 이어지며 집단 음주가무는 물론이고 사적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금지된다. 이 때문에 북한에선 애도기간과 생일이 겹친 사람은 동정의 대상이 된다. 애도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다른 행사들이 연말까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24일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할머니 김정숙의 생일이자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일이다. 북한은 해마다 이날을 맞아 한 달 전부터 작업단위별로 예술 공연을 준비해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 이후부터 애도 기간과 겹치면서 공연은 사라졌다. 이어 27일은 북한의 헌법절. 2년 전 12월 30일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에 취임하면서 북한 연말 달력에 최고사령관 취임기념일이란 새로운 행사가 하나 더 추가됐다. 북한은 주요 일정을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는 계기로 삼아 각종 행사를 열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주민들은 직장별로 김정은에 대한 충성 결의모임, 김정은에게 충성편지 쓰기, 장성택 처형 소감 발표 등 행사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김정일 사망일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기, 추도식, 김정일 혁명사상 학습 등의 행사가 벌어진다.○ 본격적 사상학습 및 숙청은 내년 초에? 12월이 각종 기념일을 계기로 한 행사 기간이라면 1월은 학습과 총화의 기간이다. 일단 김정일 사망일을 맞아 잠시 숨을 고른 ‘장성택 일당 숙청 바람’도 새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특정 정치적 사건에 대해선 고구마 줄기 캐듯 숙청을 진행해 왔다. 한 사람을 신문해 관련자가 나오면 그를 소환해 신문하는 방식이다. 1990년대 말 2만5000여 명을 숙청한 ‘심화조’ 사건 때에는 3년 넘게 숙청이 이어졌다. 지금 숙청 명단에 없다고 절대 안심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심화조 사건 때 숙청 인원이 많았던 것은 많은 간부들이 경쟁자를 날려 보낼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밀고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비슷한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장성택 계열과 관련이 없는 간부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월 8일은 김정은의 생일이다. 북한이 이날을 공식적인 기념일로 만들어 발표할지 주목된다. 이런 기류에서 주민들의 삶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북한 주민들은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못하고 김정은 신년사 암기에 매달렸다. 당시 한 북한 주민은 “과거엔 신년사나 공동사설이 나오면 일반 주민은 맥락만 학습하면 됐는데, 신년사를 전체 암송하라고 내리먹인(지시한) 일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올해보다 더 혹독한 사상 학습이 강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 학습이 마무리 단계이던 1월 말부터 준전시상태를 선포해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까지 계속 야간훈련, 비상대피훈련과 소개훈련을 지속했다. 내년에도 이에 못지않은 긴장 조성 카드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국태 사망도 충격적 김국태 노동당 검열위원장(89)의 사망 소식도 북한 주민들에겐 적잖은 충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처형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하루 만에 김국태가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주민들이 연이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국태의 사인을 급성심부전과 호흡부전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이 고위 간부들의 사망 소식을 발표할 때 통상 ‘오랜 기간의 지병’이라고 얼버무리던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 소식통은 “장성택 처형으로 충격을 받아 김국태가 숨을 못 쉬고 사망했다는 설이 북한 주민들의 공포감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국태의 사망은 현재 공포에 눌려 숨쉬기조차 힘든 북한의 심리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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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4년간 ‘쩐의 전쟁’ 끝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으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얻은 것은 권력의 공고화만이 아니다. 후계자 내정 때부터 지금까지 김정은의 권력 장악 과정은 ‘자금의 장악’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성택 숙청을 통해 북한의 모든 자금과 이권은 김정은을 중심으로 돌게 됐다. 1990년대 중반 북한 경제 붕괴를 계기로 시작된 ‘쩐(錢)의 춘추전국시대’는 2013년 김정은의 천하통일로 막을 내리게 된 셈이다.○ 심복 내세워 빼앗은 자금줄 2008년 여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은 깨어나자마자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군부 장악부터 맡겼다. 당시 북한에는 김정일의 자금인 ‘당 자금’과 노동당 작전부, 군부로 대변되는 3개의 큰 자금원이 존재했다. 김정은은 이 가운데 작전부 자금줄을 챙기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해외 공작을 위해 수많은 해외 기지를 두고 있던 작전부는 마약과 위조지폐, 무기 밀매로 막대한 불법 외화를 벌어들였다. 1억6000만 달러(약 1682억 원)어치의 마약이 적발돼 2006년 호주에서 억류된 ‘봉수호’ 사건도 작전부가 벌인 일이었다. 김정은은 노동당 작전부와 조사부(35실), 군 정찰국을 통합해 정찰총국을 만드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정찰총국장에 심복인 김영철 상장을 임명했다. 자연히 작전부 자금은 김정은의 손에 들어왔고 실세였던 오극렬 전 작전부장은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됐다. 2011년 김정일 사망으로 중앙당 38호, 39호실 등 전통적인 김정일 비자금은 자연스럽게 김정은에게 승계됐다. 김정은의 두 번째 칼날은 군부로 향했다. 2012년 4월 최룡해를 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한 뒤 군부의 모든 자금줄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선군정치를 내세운 김정일은 군부가 스스로 외화를 벌어 군을 유지하는 것을 용인했다. 이후 군부는 셀 수 없이 많은 ‘기지’라는 이름의 외화벌이 회사를 차려 수산물과 광물자원 등을 외국에 수출해 돈을 벌었다. 군단급 수산기지에는 50여 척의 선박이 소속돼 있을 정도였다. 최룡해는 총정치국 산하에 있는 모든 회사를 김정은에게 바쳐 솔선수범을 보였다.○ 숙청으로 챙긴 장성택의 자금줄 같은 기간 김정은의 후견인이던 장성택도 권력을 이용해 각종 이권을 빠르게 장악했다. 수도 건설을 책임진 장성택은 자금 마련 명목으로 건설자재 회사, 광물자원 회사 등에 심복을 심었다. 수출과 수입 시세 조작만으로도 얼마든지 큰돈을 빼돌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장성택 라인은 북한의 석유사업도 손에 넣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북한에서 석유 수입은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 처형된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이 석유사업 책임자였다. 그는 장성택의 핵심 비자금 관리인이기도 했다. 장성택은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을 끌어들여 매년 수억 달러의 수익이 창출되는 휴대전화 사업도 손에 넣었다. 행정부 산하 보위부와 보안서의 알짜 이권사업도 장 씨의 손에 넘어갔다. 이런 방식으로 장성택은 수십억 달러를 주무를 수 있는 건설, 통신, 광업, 해외자금 유치, 대중(對中) 교역 등 각종 이권사업을 손에 넣었다. 사업 명목은 당 자금이나 경제건설 자금 충당이었지만 실제 돈을 주무르는 사람들은 장성택의 심복들이었다. 장성택 숙청으로 그가 키워 온 이권사업도 일거에 김정은 수중에 들어가게 됐다. 북한이 발표한 장성택의 죄목에는 “장성택 일당은 교묘한 방법으로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주요한 몫을 담당한 부문과 단위들을 걷어쥐고 내각을 비롯한 경제 지도기관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국가재정 관리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라는 내용도 있다. 이번 숙청의 중요한 이유가 장성택 라인이 차지한 이권 때문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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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陽奉陰違-同床異夢

    북한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죄상을 나열하면서 사용한 ‘양봉음위(陽奉陰違)’라는 말은 남한에서는 생소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귀에 익은 말이다. 동상이몽(同床異夢)과 함께 주로 학교에서 ‘김일성에게 도전했던 반당반혁명종파분자(反黨反革命宗派分子)들의 말로(末路)’를 학습하면서 배우는 말이다. “한 이불 속에서 다른 꿈을 꾼다”는 동상이몽과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면서 속으론 딴마음을 품는다”는 양봉음위 모두 중학교 6년 과정은 물론이고 대학 4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의무적으로 배우는 ‘혁명 역사’ 교과서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과거 반당반혁명종파 사건의 대표적 사례는 1968년 당시 북한의 2인자였던 박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담당부위원장과 김도만 선전담당부위원장 등 갑산파(甲山派) 숙청이다. 1969년 김창봉 민족보위상 등 빨치산파 군부 인물들을 숙청할 때는 ‘반당반혁명종파분자’라는 죄명 외에도 ‘군벌주의자’라는 낙인도 함께 찍었다. 1956년 이른바 ‘8월 종파사건’으로 숙청된 소련파와 연안파의 죄상도 반당반혁명종파분자였다. 김정은의 장성택 숙청 과정은 방식과 죄명 나열에 있어서 김일성에게서 전수돼 60년간 이어져 내려온 북한의 전통적 반대파 숙청 방식의 판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당반혁명종파분자’라는 죄명이 김정일 통치 시대엔 거의 사용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외형만 할아버지 김일성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숙청방식까지도 김일성 시대를 따라 배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당반혁명종파분자 ::북한에서 노동당이 허용하지 않는 개인적 파벌을 형성해 당과 혁명을 반대했다는 사람에게 붙이는 죄명. 반당분자, 반혁명분자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함께 묶어 반당반혁명종파분자라고 쓴다. 북한에서 당은 곧 수령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런 낙인이 찍히면 ‘역적’으로 간주돼 본인 숙청뿐 아니라 일가가 멸족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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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張 40년 인맥 2만명 숙청 도미노… 사상최악 피바람 불듯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 발표는 북한에 다가올 핏빛 연말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 장 부위원장이 중앙당에 입성해 40년간 다져온 인맥을 고려할 때 숙청 규모는 사상 최대인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내부에서는 장 부위원장의 숙청을 김경희가 주도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악한 역적으로 규정 장 부위원장의 죄명인 ‘반당반혁명종파분자’는 북한 체제에서 ‘역적’ ‘역모’에 해당하는 것으로 친족은 8촌까지 멸족하는 최고의 중범죄다. 장 부위원장에 대해 ‘반국가적 반인민적 범죄행위’ ‘부화타락’ ‘부정부패’ 등 각종 엄중한 사유들도 추가로 나열됐다. 북한이 특정 인물을 이 정도로 매도하고, 체포 장면까지 공개한 전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장 부위원장은 정치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역적 중의 극악한 역적’으로 매도돼 사라진 것이다. 북한 발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장성택 일당’이란 단어가 7차례, ‘장성택과 그 추종자’들이란 단어가 각각 2차례 등장한 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성택 라인을 모두 숙청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장 부위원장이 최고의 ‘역적’으로 규정된 이상 그의 라인은 역적을 추종한 무리로 매도돼 대부분 숙청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장 부위원장은 김일성 일가 외에 북한에서 자기 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허용됐던 유일한 인물이다. 김정일도 이를 어느 정도 용인했다. 측근 그룹은 2004년 장 부위원장이 2년간 실각했을 때 함께 좌천됐지만 이후 복귀한 장 부위원장은 이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된 장 부위원장의 자기 사람 챙기기는 더욱 노골화됐다. 최근 급부상한 북한의 50, 60대 신진 간부그룹의 상당수가 장 부위원장 라인으로 분류된다. 대표적 인물은 이영수 노동당 근로단체부위원장,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위원장, 노두철 내각 부총리, 이종무 체육상, 오금철 인민군 부총참모장 등이다.○ 숙청 범위 최소 수만 명 될 듯 북한에서 특정 인물을 숙청할 때는 일가친척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연관된 인물들이 모두 숙청 리스트에 오른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한국으로 망명했을 때 황 전 비서와 연루돼 숙청된 인물은 2000여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학자로 살아온 황 전 비서와 권력의 중심부에서 의도적으로 측근을 챙겼던 장 부위원장의 위상을 비교해 본다면 이번 숙청 대상자는 2만 명이 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의 숙청 방식은 피라미드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경우 장 부위원장과 가까웠거나 그의 라인으로 승진한 인물을 숙청한 뒤 다시 그 사람과 가까웠던 사람을 조사해 또 숙청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숙청작업을 벌이면 대상자 범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더구나 북한은 반당반혁명종파 사건의 경우 일가족까지 모두 정치범수용소로 보내거나 깊은 산골로 추방하기 때문에 숙청 대상자는 셀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 장성택의 아내 김경희 어떻게 되나? 장 부위원장에게 씌워진 죄명으로 볼 때 아내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도 원칙적으론 숙청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김경희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이자 김씨 혈통의 어른이어서 함부로 숙청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장 부위원장과 이혼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경희가 장 부위원장 숙청 과정에서 조카의 손을 들어줬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기회를 통해 오히려 김경희의 위상이 높아질 수도 있다. 김경희는 1972년 장 부위원장과 결혼했지만 정상적인 결혼생활은 6년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1978년 장 부위원장이 젊은 여성들과 방탕한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김경희는 오빠인 김정일에게 부탁해 남편을 제철소 노동자로 혁명화 교육을 보낸 뒤 2년간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둘의 부부 관계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과거 숙청을 벌일 때에도 여성에게는 비교적 관대했다. 남편이 정치범으로 몰려 수용소에 끌려가도 아내를 이혼시켜 친정으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기도 했다. 자녀의 경우 수용소에는 아들만 함께 끌고 갔고, 결혼한 형제 중 여자 형제는 출가외인으로 간주해 연대 처벌을 하지는 않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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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제1야당의원 총사퇴… 총리는 국민투표 제안

    태국의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제1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총사퇴했다. 아피싯 웨차치와 민주당 대표는 “무책임한 잉락 친나왓 총리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당 소속 하원 의원 108명 전원이 즉각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잉락 총리는 이날 TV 연설을 통해 “시위의 장기화로 초래된 정치 위기를 해소하자”며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앞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는 7일 이틀 후인 9일을 ‘최후 결전의 날’로 선포했다. 그는 “9일 오전 열릴 시위에 시민이 많이 모이지 않으면 더는 시위를 벌이지 않겠다”고 7일 밝혔다. 수배 중인 트악수반 전 부총리는 “잉락 정부를 무너뜨리지 못하면 나를 비롯한 시위대 지도부가 정부 전복 혐의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 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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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TO협정 일부 타결… 한국 수출 호재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12년 만에 첫 결실을 봤다. 159개 WTO 회원국이 무역 원활화 등 일부 분야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1995년 WTO 출범 후 처음으로 범세계적인 무역협정이 타결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9차 WTO 각료회의’에서 무역 원활화, 농업 일부 분야 제도 개선, 개발도상국 우대 등 3개 분야로 구성된 ‘발리 패키지’가 타결됐다고 밝혔다. 발리 패키지는 2001년 협상이 시작된 DDA가 12년이 지나도록 회원국 간 이견으로 합의에 실패하자 타결 가능성이 높은 의제만을 골라 구성한 협정이다. WTO 159개 회원국이 모두 모여 협정 타결을 본 것은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발효로 WTO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발리 패키지를 통해 회원국들은 통관 절차를 개선해 비관세 교역장벽을 낮추도록 하는 내용의 ‘WTO 무역 원활화’ 협정에 합의했다. 무역 원활화 협정은 2015년 7월 31일까지 WTO 회원국의 동의 절차를 받게 되며 회원국 3분의 2 이상이 수락하면 해당 회원국에 한해 협정이 발효된다. 국제상업회의소(ICC)와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무역 원활화 협정으로 세계적으로 1조 달러 이상의 수출 증가와 200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이 협정으로 무역 비용이 10% 감소하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8.74%, 수출은 11.3% 늘어날 것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내다봤다. 농업 분야에서는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의 농산물에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초과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할당관세(TRQ)를 개발도상국에 더 유리하게 개선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3년 연속 TRQ 소진율이 65% 미만일 때는 TRQ 적용 방식을 선착순 방식으로 바꾸도록 했으나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은 이 의무를 면제받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협정이 발효되면 통관 절차가 크게 개선돼 한국 기업의 수출입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며 “최종 협정문에 한국에 유리한 조항이 다수 포함돼 전체적으로 잘된 협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WTO를 통한 다자간 무역협정에 대한 신뢰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무역 장벽을 낮추기 위한 DDA 협상이 계속 결렬되자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자 간 FTA에 집중해 왔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주성하 기자}

    •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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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아프리카共 유혈충돌 확산… 프랑스-AU 3900여명 추가파병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소말리아와 같은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연합(AU)은 7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파병군의 규모를 현재 2500명에서 6000여 명 규모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프랑스도 현재 1200여 명의 자국군이 배치된 중앙아프리카에 400여 명을 추가로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군과 AU 평화유지군의 목표는 이 나라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모든 세력의 무장을 해제하는 것.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3월 이슬람계 반군이 수도 방기를 점령하고 프랑수아 보지제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래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이런 혼란으로 인해 이슬람 무장조직과 기독교계 무장조직 사이에 서로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 벌어져 5일과 6일 이틀 동안에만 300명 이상이 숨졌다. 평균 기대수명이 48세에 불과하고, 전체 인구 500만 명 중 외과의사는 불과 7명밖에 없는 세계 최빈국 중앙아프리카에서는 ‘인종 청소’에 비견되는 대학살이 이슬람 반군에 의해 자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돼 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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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이 “장수” 당부했던 할머니, 몇달 뒤 세상 뜬 사연

    “할머니, 앓지 말고 건강하여 노동당 시대에 장수하십시오.” 지난해 9월 4일 평양 창전거리 종로동 1반 1현관 3층 1호를 찾은 김정은은 이 집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당부했다. 그는 이날 평양의 랜드마크로 우뚝 선 창전거리를 찾아 평양기계대학 교원 심동수의 가정을 방문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방석을 연세 많은 할머니에게 양보했고, 집 안 구석구석 살피며 물은 잘 나오는지,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자상하게 요해했다’고 전했다. 다음 날 한국 언론은 이 집 싱크대에서 컵을 닦는 이설주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어떻든 김정은이 “장수하라” 당부하고 떠난 지 불과 몇 달 뒤 할머니는 사망했다. 다름 아니라 난방이 안 되는 집에서 영하의 추위를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새로 건설된 창전거리는 평양에서도 매우 인기가 좋은 거주지역이다. 전기 사정이 열악한 겨울에도 보통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 오후 6시부터 11시 사이엔 불이 들어온다. 주택은 정전돼도 외부 장식등은 꺼지는 법이 없이 번쩍거린다. 수돗물도 하루 두세 번은 나온다. 문제는 난방이다. 작년 겨울에도 창전거리 아파트 입주자들은 추위로 크게 혼이 났다. 난방이 안 들어오기는 평양 대다수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아파트들은 심지어 난방관이 다 삭아 버렸다. 그래서 많은 집들은 집에 ‘무동력 난방장치’를 설치했다. 이는 부엌이나 베란다에 부뚜막을 쌓고 석탄으로 덥힌 물을 배관을 통해 방으로 보내는 ‘가정식 온수난방장치’이다. 이마저도 설치에 80∼100달러 정도, 석탄값도 한 해 40달러나 들어 중산층 이하는 설치할 엄두도 못 낸다. 또 연탄가스 중독 사망자가 적잖아 추워도 참는 집이 적지 않다. 창전거리 아파트 문제는 당에서 배려로 하사한 집이라며 개조를 못하게 한 때문이다. 돈이 있어도 무동력장치나 구들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김정은이 방문한 집은 혁명사적 주택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나마 평양의 물 사정은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당시 평양에 살았던 나는 아파트에선 추운 것보단 물이 없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체험했다. 추위는 방에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몇겹 이불 속에서 더운 물통을 안고 자면 괜찮다. 지금도 평양의 대표적 대규모 단지인 광복거리의 대다수 집은 그렇게 산다. 또 다른 대규모 단지인 통일거리는 다행히 동평양화력에서 온수를 보내줘 10∼15도는 보장된다. 고난의 행군 때에는 물을 긷기 위해 오전 4시부터 1층에 내려가 길게 줄을 서야 했다. 물을 담은 양동이 두 개를 들고, 흘린 물로 빙판이 된 계단을 20층쯤 오르면 쓰러질 정도다. 이렇게 고난을 헤치며 구한 물로 밥은 어쩔 수 없이 지어야 한다. 컵에 담은 물을 수건으로 적셔 얼굴을 닦는 것이 세수였다. 청소는 어림도 없거니와 물걸레로 닦아도 바로 언다. 그러나 이 모든 고통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는 생리상의 ‘큰 것’을 해결하는 일이다. 수세식 변기는 있어도 물이 없다. 그렇다고 배를 그러쥐고 몇십 층을 달려 내려갈 수도 없고. 그래서 종이에 ‘변’을 받았다가 밤에 슬그머니 버리는 집들이 많았다. 몇십 층 높이에서 버리는 바람에 가로등도 없는 밤거리를 걸어가다 오물 벼락을 맞는 사람들도 있어 이런 경우 “번개 맞았다”고 했다. 밖에다 버리지 말라고 아무리 감시를 해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선 소용없었다. 2000년대 초반 나라 사정이 좀 나아지자 당국은 양수장 단독 전력선 공사와 수도관 보수를 우선적으로 했다. 지금은 저층은 일주일에 한두 번, 고층은 보름에 한 번 정도라도 수돗물 공급이 되니 많이 좋아진 것이다. 평양 아파트는 물과 엘리베이터 문제 때문에 대개 저층은 잘사는 집, 고층은 가난한 집이 산다. 특히 고층에 사는 노인들은 엘리베이터가 다니지 않으면 하루 종일 나가지도 못하고 집 안에서 떨어야 한다. 돈을 좀 벌면 웃돈을 주고 위에서 아래로 ‘신분 이동’을 하려 애쓴다. 하지만 요새 평양에는 전혀 딴 세상에서 사는 아파트들이 늘고 있다. 노동당 재정경리부가 직접 담당한 이른바 ‘선물아파트’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보통강구역 전승기념탑 옆의 30층 아파트이다. 항일 투사 유가족, 퇴직한 고위간부들이 산다. 1999년 스페인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마라톤 우승을 하고 “결승 지점에서 장군님이 어서 오라 불러주는 모습이 떠올라 끝까지 힘을 냈다”는 한마디로 단숨에 선군시대의 귀감으로 떠올라 인생 반전을 이뤄낸 정성옥도 이 아파트에 산다. 그밖에 중구역 동안동의 30층 예술인아파트, 대성구역 용흥동의 35층 은하수아파트와 그 맞은편에 36층과 44층짜리 김일성대 교원아파트도 지난해 이후 건설된 선물아파트다. 이 아파트들은 정전이 거의 없고 전기난방을 사용하며 엘리베이터가 항시 가동된다. 10월 말 김정은이 방문한 김일성대 교원아파트는 240m²의 면적에 방만 8개이며 가구까지 국가에서 마련해 주었다. 한국 기준으로도 고급 아파트다. 건설을 맡은 공병국 1여단 여단장이 “너무 많은 돈과 품이 들어 이런 집은 앞으로 더 짓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국은 인근 주민들의 거센 불만을 의식해 선물아파트엔 밤에 창가림을 치라는 지시까지 했다. 김정일 시대의 ‘선물정치’는 김정은 시대 들어 고가의 아파트로 계승 발전했다. 평양은 분명 특혜 받는 도시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 평양은 새로운 계층으로 다시 나뉘고 있다. 선물이란 이름으로 한정된 자원을 독점한 소수와 이를 빼앗긴 다수로. 어느 때보다 매서운 한파가 예고된 올겨울엔 빼앗긴 고통이 더욱 뼈저릴 것이다.(※추신-기사에 언급됐다는 이유만으로 심동수 가족이 억울한 화를 당할까 걱정하는 것이 북한에 대한 남쪽의 ‘상식’이다. 하지만 탈북자도 돌아오면 용서해 준다는 노동당이 설마 그렇게 옹졸할까 싶어 믿어보기로 했다. 그 가족은 정말 얼어 죽은 죄밖에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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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MD뚫는 신형 ICBM 22기 2014년 실전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MD)망을 뚫는 러시아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0여 기가 내년에 전략미사일군에 배치된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전략미사일군 발전문제 회의에 참석해 “올해 2개 미사일 연대가 새로운 이동식 미사일 시스템을 공급받았으며 내년에는 22기의 ICBM이 전략미사일군에 추가로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새 ICBM은 어떤 MD망도 뚫을 수 있는 첨단 무기라고 설명했으나 미사일의 종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군사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ICBM이 2010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되고 있는 신형 ‘RS-24(야르스)’ 미사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단일 탄두를 탑재한 토폴 미사일과 달리 개별 조종이 가능한 4개의 핵탄두가 한꺼번에 탑재돼 요격이 힘들며 최대 1만1000km를 비행해 목표물을 명중시킬 수 있다. 핵탄두 하나의 위력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 위력(15kt)의 10∼20배에 해당하는 150∼300k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보유한 핵미사일의 4분의 3 이상은 옛 소련 시절에 생산돼 유효 사용 기한을 넘겼다. 푸틴 대통령은 “핵전력 강화가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이날 회의에서 강조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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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다이제스트]파나마 “북 선원 32명 석방” 발표했다 번복

    파나마 당국이 불법 무기 적재 혐의로 4개월간 억류해 온 북한 화물선 청천강호와 선원 대다수를 석방한다고 27일 발표했다가 다시 선박만 풀어주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담당 검사는 이날 선장과 일등항해사 등 무기 밀매 혐의가 있는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 32명은 적재 화물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곧 석방하겠다고 발표했었다.}

    • 201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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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 기업, 평양에 속옷 450벌 뿌려

    스웨덴 속옷회사 ‘비에른 보리’가 누리꾼과의 약속대로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알려진 북한의 수도 평양에 속옷 450벌을 배포했다. 하지만 예고했던 공중 투하 방법이 아닌 직접 속옷을 들고 북한으로 들어가 평양의 호텔 등 여기저기에 몰래 뿌리는 방법으로 배포했다. 19일 비에른 보리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 대표는 속옷을 배포하기 위해 직접 관광비자로 평양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으로 위장해 들어간 그는 도착 즉시 안내원을 따라 관광 일정을 소화하면서 몰래 속옷을 뿌리느라 고생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속옷은 주로 호텔 로비와 복도, 침대 위에 놓고 왔으며 양각도 국제호텔의 룸에서 아래로 속옷을 던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북한에 들어갈 때 신분을 속이고 들어갔다. 그 때문에 홈페이지에 소개된 그의 여권에서 그의 이름이 지워져 있다. 이번 이벤트는 비에른 보리가 ‘거대한 유혹의 폭탄’이라는 이름으로 ‘사랑과 유혹의 대량무기’가 가장 필요한 도시를 고르겠다며 자사의 섹시한 속옷을 하늘에서 투하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를 뽑기 위해 지난달 인터넷 투표를 실시한 결과 평양이 최종 선정된 것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의 계획이 알려지자 11만 명이 넘는 한국 누리꾼들이 이 회사 웹사이트에 몰려가 평양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기상천외한 후보지 선정에 비에른 보리 측은 난색을 표명했고 누리꾼들은 과연 약속이 지켜질지에 관심을 쏟았다. 회사 측은 결국 나름대로의 색다른 방법으로 약속을 지키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대표는 홈페이지에서 10일간의 평양 체류 기간을 마치고 떠나는 날 매일 5곳 이상의 박물관 등을 들르느라 피곤한 시간을 보냈다며 하지만 기회가 있으면 다시 평양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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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군 총참모장이 연평도 포격부대 중대장 된 사연

    본보기를 만들고 따라 배우게 하는 것은 북한의 고전적 선전선동 방식이다. 북한군도 예외가 아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경기 파주시 진동면 맞은편 해발 200여 m의 ‘대덕산 초소’가 본보기가 됐다. 1963년 2월 이곳을 찾은 김일성은 한 명이 백 명을 당하라는 뜻으로 ‘일당백’이란 구호를 제시했다. ‘일당백’은 지금까지도 북한군의 훈련구호다. 김정일 시대에는 평양고사포병부대 122여단 산하의 대공포 중대가 ‘다박솔 초소’란 이름으로 시대의 상징이 됐다. 다박솔은 초소 주변에 작은 소나무가 우거졌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인데 이 소나무들은 김정일 시찰 몇 달 전 주변 군인들이 총동원돼 심은 것이다. 언 땅을 파고 큰 나무를 심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작은 소나무들을 심을 수밖에 없었다. 김정일은 1995년 설날 김일성 시대 매년 해오던 신년사를 하지 않고 이 초소를 찾았다. 북한은 이날을 선군정치의 시작일로 정하고 있는데, 사실 선군정치란 말은 2년 뒤부터 등장한다. 김정일 스스로도 “선군은 군사독재가 연상되기 때문에 쓰기를 망설였다”고 고백했다 한다. 김정은 시대에는 2010년 11월 연평도를 포격했던 무도(茂島)가 대덕산 초소와 다박솔 초소의 뒤를 이어 새로운 군 영도의 본보기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일당백이나 선군정치와 같은 용어가 나오진 않았지만, 머지않아 김정은이 허름한 목선을 타고 무도와 장재도를 방문했던 지난해 8월 17일이 상징적인 날로 지정될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은 올해 3월과 9월에도 이곳을 방문했다. 1년 남짓 기간에 세 번이나 찾은 것이다. 김정은은 무도 방어대에 영웅방어대라는 칭호도 내렸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우리 군은 강령군 개머리 진지에서 최초로 날아온 방사포탄이 무도에서 발사된 것으로 착각하고 이곳 해안포대에 포격을 퍼부었다. 공격을 받은 무도 해안포도 2차 포격에 참가했는데, 명중률이 보잘 것 없었던 방사포와는 달리 무도의 해안포대는 반세기 가까이 연평도와 대치해 온 ‘내공’ 덕분인지 비교적 포격이 정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투력과는 별개로 무도의 병사들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다. 김정은이 최초로 방문해 병사들과 찍은 기념사진에는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한 병사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요즘 북한군 전방부대는 물자공급이 제일 잘 되지 않아 가난한 노동자 농민의 자녀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섬을 방문한 김정은은 한심한 실태에 화가 나 그 자리에서 현영철 총참모장을 중대장으로, 전창복 후방총국장은 중대 사관장으로 한 달 동안 근무하라고 지시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체면을 봐줘서 대신 총정치국 부국장이 중대 정치지도원으로 한 달 근무했다. 우리 정보망에서 북한군 총참모장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했을 때 그는 전방 해안포 중대장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듬해 3월까지 무도와 장재도에는 군관들을 위한 현대적 주택들이 대거 건설돼 최영림 총리가 현지시찰까지 했다. 9월엔 김정은이 직접 방문해 새로 건설된 주택과 내무반을 둘러봤다. 병사들도 작년보다 살이 많이 쪘다. 김정은의 눈에 든 무도 방위대장은 대대장급에서 최소 중장급이 맡는 보직인 총정치국 부국장으로 벼락 승진했다. 2008년 8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깨어난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제일 먼저 넘겨준 것은 군(軍)이었다. 2009년 초부터 북한군엔 청년대장의 영군체계를 세우라는 지시가 하달됐고 김정은이 직접 군 업무를 맡았다. 다행이라면 김정은은 아버지처럼 현실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는 것 같다. 김정일 시대에는 군부대 시찰 시 영양실조 환자들과 건장한 병사들을 바꿔치기 하는 눈속임이 당연시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김정은은 며칠 시차를 두고 한 부대를 두 번 방문했다. 예고 없이 찾아간 두 번째 방문 때에는 앞선 시찰 때 건강한 병사들로 넘쳤던 내무반에 영양실조 환자들이 누워있었고, 식당에 가득했던 후방물자도 다 사라졌다. 김정일 시대처럼 여기고 김정은을 속이려던 간부들이 크게 혼이 났음은 물론이다. 식량난 탓에 최근 북한군 기강도 말이 아니다. 전방 부대의 경우 편제가 100명인 중대에서 70명만 유지하고 있어도 욕을 먹지 않는다. 없는 인원은 더러는 영양실조에 걸려 집에 치료받으러 갔고, 더러는 부대에 돈을 보내기로 하고 집에 가 있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그렇게 보내온 돈으로 군관들이 먹고살고 부대 식생활에 보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때 배후자 선호도가 상위권이던 군관들 인기도 말이 아니다. 요즘엔 군관 하겠다는 사람도 줄고, 그렇다 보니 제대도 잘 시켜주지 않는다. 김정은은 최근 1년 동안 물자 공급에 큰 관심을 돌리고 탈영 통제도 심하게 하고 있지만 밑에선 “옛날보다 더 못살게 군다”고 불만이 많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중대장, 정치지도원 대회도 땅바닥에 떨어진 초급 지휘관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내년부턴 군에 농장 경작지를 분양해 식량을 자급자족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화전농사에 내몰리던 군인들이 이제 전문 농사꾼이 되게 생겼다. 얼마 전 북한군 탱크부대 사관이 탈북한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읽다 웃은 적이 있다. 다섯 쪽의 편지에는 올해 농사는 잘됐다는 둥, 내년엔 비료를 어디서 얻어야 한다는 둥 처음부터 끝까지 농사 이야기만 하다 끝났다. 하긴 군에서 하는 일이 그것밖에 없으니 농사 빼곤 할 이야기도 없었을 것이다. 남쪽에선 북한과 전쟁하면 누가 이기느냐에 관심이 크다. 하지만 북한군의 처지에서 봤을 때 그들의 현실적 주적은 한국이 아니라 굶주림이다. 이미 많은 병사들이 먹질 못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하면’이라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을 때 북한군은 이미 생사를 걸고 기아와의 전쟁을 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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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한인 “20년 쌓은 생계터전 잃었다” 눈물

    슈퍼태풍 ‘하이옌(海燕)’이 필리핀을 강타한 지 7일째. 14일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타클로반은 점차 평온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구호품을 실은 군용트럭이 오가고 가구당 3kg씩 쌀도 배급됐다. 한국 정부의 수송기도 이날 오후 세부에 도착했다. 외교부는 이날까지 연락이 두절된 한국인이 총 17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 파도 덮치는 트럭 속에서 하루 버텨 타클로반에서 컴퓨터 가게 및 노래방기기 대여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한명학 씨(66)는 태풍이 덮칠 때 노래방에 남아 있다 해일을 맞았다. 그는 8일 아침 큰 파도에 휩쓸렸지만 극적으로 15t 덤프트럭을 붙잡았고 천신만고 끝에 운전석으로 기어 들어가 하루가량을 굶은 채 버텼다. 14일 기자와 만난 한 씨는 “5분에 한 번꼴로 집채 같은 파도가 밀려와 트럭이 뒤집힐 것 같았다. 당일 밤새 불안에 떨었다”고 회상했다.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이동수단을 찾지 못한 한 씨는 12일 오후 겨우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집에 도착했다. 그의 집은 폭우로 1층이 모두 침수됐다. 특히 1층에 있던 컴퓨터들이 몽땅 물에 잠겼다. 한 씨는 “20년 동안 필리핀에서 쌓은 생계 터전을 잃었다”며 망연자실했다. 한국에 시집온 필리핀 출신 H 씨(25)는 연락 두절로 생사가 파악되지 않았다. 그는 이날 타클로반 외곽 사마르 주 산타리타 마을에서 15개월 된 아들과 함께 외교부 신속대응팀을 만났다. 대전이 시댁인 H 씨는 원래 내년 1월 귀국하려 했다. 하지만 아이가 피부병을 앓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의 공군 수송기로 이르면 15일 한국에 올 예정이다. ○ 국제사회 지원 가속화 국방부는 외교부 등 관련 기관과의 회의를 통해 군 수송기를 준비했다. 1차로 14일 오전 6시 식품 텐트 담요 정수제 등의 구호물자 20t을 C-130 수송기 2대에 실어 타클로반으로 보냈으나 공항 사정이 여의치 않아 세부로 회항했다. 2차로 15일 오전 6시 C-130 수송기 3대가 해외긴급구호대 40명 및 구호물자 10t과 함께 필리핀으로 떠난다. 이미 수송기 4대를 투입한 미국은 이날 MC-130 수송기 8대, 신형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 등을 동원했다. 특히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이 이끄는 미 함정들도 이날 피해지역에 도착했다. 미국은 이번 주말까지 구호활동을 하는 미군 병력을 현재보다 3배가량 많은 1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도 타클로반 지역 이재민 1만 가구에 위생키트 등을 전달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역시 5만 명의 이재민에게 쌀 등 구호물자를 지원했다. 일본은 1000명 규모의 자위대원을 파견한다. 2005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의 925명 파견을 넘어서는 자위대 해외 긴급구호 활동 사상 최대 규모다. 일본 정부는 함정 3척과 수송기도 파견할 방침이다. 당초 1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해 ‘쥐꼬리 지원’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중국은 14일 지원 규모를 160만 달러(약 17억700만 원)로 늘린다고 밝혔다. 필리핀 외교부는 14일까지 세계 36개 국가와 기관들이 모두 8700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하이옌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13일 2300명을 넘어섰다고 공식 집계했다. 특히 타클로반 지역 방송 기자 등 최소 11명의 언론인도 숨지거나 실종됐다. 2300명은 베니그노 아키노 3세 대통령이 내놓은 최대 사망자 추정치 2500명에 근접하는 수치다. 아키노 대통령은 1만 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이라는 보도를 “과도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타클로반=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워싱턴=정미경 특파원 / 주성하 기자}

    • 20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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