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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는 성폭력 피해자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특별지원단은 지난달 나주에서 일어난 7세 여아 성폭행 사건처럼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기구다. 가칭 ‘전국 전문가 슈퍼비전단’으로 부르기로 했다. 소아정신과 소아외과 산부인과 등 의료진과 법률전문가 심리전문가 등 30∼50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하면 전국 현장에 파견돼 피해자를 집중 치료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특별지원단은 아동성폭력과 관련된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이 부족하거나 없는 지역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 운영된다. 대도시와는 달리 지방의 소도시에는 전문 의료진이 없어 피해자가 초기에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부는 외딴 지역에서 성폭력이 발생해 급한 도움이 필요할 땐 일단 지원단에 속해 있는 전문가들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전화상담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여성부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자 지원센터를 이용할 때 대중교통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원스톱지원센터와 해바라기아동센터는 센터별로 제각기 대중교통비나 식비 등을 제공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여성부 관계자는 “개별 기관이 센터 운영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교통비 등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센터가 피해자에게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도록 정부가 교통비를 별도로 지원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행에 대한 처벌이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하게 된다.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질러도 형량이 낮아지지 않는다. 또 성폭력 피해자는 기간이나 액수에 상관없이 정부로부터 의료비를 모두 지원받는다. 여성가족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포함한 성폭력 근절 대책을 10일 발표했다. 개정안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올해 안에 통과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성폭행 피해자가 19세 미만인 경우 가해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유사성폭행을 저지르면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강제추행을 저지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3000만∼5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현재는 13세 미만을 상대로 성폭행, 유사성폭행, 강제추행을 저지른 가해자만 엄하게 처벌한다. 가령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지만 피해자가 14∼19세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그친다. 여성부는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피해자의 연령기준을 19세 미만으로 높이기로 했다. 술을 마신 후의 성범죄도 형량이 높아진다. 이런 범죄에 대해서는 감형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개정안에서는 ‘적용하지 않는다’로 고치기로 했다.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공중밀집장소에서 추행하거나 통신매체를 이용해 음란행위를 하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한다. 지금은 아동·청소년을 노린 성폭행, 유사성폭행, 강제추행만 피해자의 의사 없이 처벌할 수 있다. 한편 여성부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관한 지침을 고쳐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기간이나 액수에 상관없이 의료비를 모두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는 지원한도(500만 원)를 넘으면 지방자치단체의 심의를 거쳐야 추가지원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이런 절차가 없어진다. 피해자의 연령과 관계없이 가족도 정서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모로코 출신들은 정비공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우리 고객은 모로코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와서 일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을 만드는 벨기에의 A회사는 2005년 이 같은 채용방침을 내세웠다가 소송을 당했다. 특정 국가 출신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는 행위는 차별이라고 ‘기회균등과 반인종주의 센터(CEOOR)’가 지적했지만 이에 따르지 않아서다. 유럽 사법재판소가 인종 차별이라고 2008년에 판결하자 이 회사는 문제가 된 방침을 철회됐다. 》벨기에의 한 식당도 비슷한 일로 곤욕을 치렀다. 다른 손님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며 2009년 입구에 ‘머리 보호기구(헤드기어)를 쓴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는 안내문을 써 붙여 놓은 뒤였다. 어느 날 여성이 식당에 들어오다가 안내문을 봤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져 머리에 보조기구를 쓴 여성이었다. 그는 CEOOR에 불만을 제기했다. 즉시 제거하라는 요구에 식당은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다 법정에 섰다. 지난해 벨기에의 법원은 “건강 상태로 사람을 차별할 수 없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안내문은 제거됐다. CEOOR는 출신 나이 종교 장애 경제력 건강 이념을 이유로 내세우는 모든 분야의 차별을 없애는 데 주력하는 기관이다. 이민자의 권리보호가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요제프 더 비터 센터 이사장은 “차별을 당했다는 민원이 매일 평균 10건 이상이다. 지난해에만 5185건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를 자세히 소개하기 전에 포스터를 가리켰다. 하나는 남자가, 다른 하나는 여자가 흰색 천으로 눈을 가린 모습이었다. 시각장애인을 차별하지 말자는 메시지다. CEOOR는 1993년 법에 따라 생겼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기관이다. 예산은 정부가 대지만 운영시스템에 공무원들이 관여할 수 없다. 직원들은 “정부기관과 비정부기구(NGO)의 중간 위치에 있는 특별한 기관”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이곳에는 법이나 인권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직원이 100여 명 근무한다. 민원을 검토하고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특정 기관이 차별을 한다는 내용이 접수되면 공문을 보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시정 또는 개선을 요구한다.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게 원칙이다. 대화로 해결되지 않거나 상해, 살인 같은 극단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법적 소송을 벌인다. 지난해 접수된 민원 5185건 가운데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는 16건에 그쳤다. 대부분은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됐다는 얘기다. 센터는 공공장소에 나가 차별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또 시민단체나 학교를 찾아다니며 교육도 한다. 잉그리트 아엔덴봄 법률고문은 “사회 전반에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 이민자 지원은 투자” 한인학교 보조금 삭감 철회 ▼■ 네덜란드 로테르담市유럽 각국이 이민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별을 막고, 이들을 적극 돕는 이유는 보편적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소수자를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통합,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투자로 여길 정도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한인학교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학교는 한인 교민들이 1996년 만들었다. 처음에는 미국인학교 건물을 주말에 빌려서 운영했다. 교육 목표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자’. 매주 토요일이면 100여 명이 모여 한글, 한국 문화와 역사, 영어, 네덜란드어를 배웠다. 미국인학교에 지급하는 임차료는 연 4만 유로 정도. 개교 때부터 로테르담 시가 이를 전액 지원했다. 소수민족을 보호하고, 이들의 모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자는 취지에서였다. 2010년 말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시정부는 지원비를 절반(연간 2만 유로)으로 줄였다. 한인학교는 임차료를 내기 어렵게 됐다. 교민사회와 대사관, 한국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기철 주네덜란드 대사가 로테르담 투자청과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한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앞으로 많은 한국 기업이 유럽에 진출할 텐데 로테르담에 제대로 운영되는 한인학교가 없다면 다른 도시를 선택할지 모른다고 설명하기로 했다. 대사관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네덜란드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자료를 요청했다. 교육 문제로 로테르담 시를 떠나거나 투자를 기피하는 한국 기업이 전체의 20%라고 가정했을 때 시의 주민소득이 연간 1680만 유로가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이 대사는 자료를 들고 로테르담 투자청장을 만났다. 임차료 2만 유로를 아끼려다 1680만 유로를 손해 보겠냐고 물었다. 한인학교에 대한 보조금 삭감은 소탐대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완고했던 투자청장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협상은 6개월간 계속됐다. 그사이 이 대사는 미국인학교를 설득해 임차료를 연 2만9000유로로 낮췄다. 로테르담 투자청에 대해서는 “한인학교 임차료를 전액 지원해 달라”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투자청이 올 4월 공문을 보냈다. 한인학교 임차료를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교민들은 “이미 결정된 계획을 바꾼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라며 환호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난 김준영 씨는 로테르담 한인학교장으로 재임하던 2년 전을 회상하며 “예산삭감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막막했다. 하지만 한인학교에 대한 지원이 소중한 투자라는 사실을 로테르담 시가 알았기에 다시 도움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브뤼셀·헤이그=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공동기획: 사회통합위원회}

“남편은 ‘딸 바보’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뉴스를 보면 딸을 가질 엄두가 안 나요. 아이 낳기가 무섭습니다.”(신혼 주부 A 씨·29)“밝고 순수한 아이들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저 순진한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키려면 아직 많은 날이 남았는데….”(3세 딸을 둔 주부 B 씨)아동 성폭력 사건이 최근 잇달아 발생하면서 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아동 성폭력은 실제 발생한 아동 성폭력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아이들이 성에 대해 올바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성을 배울 수 있도록 집에서부터 가르치자. ○ 낯선 어른 응대 방법은 반복해야나이에 따라 알맞은 성교육을 실시하되 꾸준히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취학 아동에게는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다만 일회성 교육은 아이들에게 별 효과가 없다. 정기적으로 반복하면서 교육을 해야 확실하게 내용을 각인시킬 수 있다. 18개월∼3세 미만의 아이에겐 우선 신체 각 부위의 정확한 명칭부터 가르치자.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는 3∼5세의 아이에겐 자신의 몸이 소중하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아이의 몸을 만지려고 하면 “싫어요”라고 대답하라고 교육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다른 사람의 소중한 부위를 만지지 않아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소중한 부위를 만지게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5∼8세는 본격적으로 놀이터 등에서 뛰어놀기 시작하는 시기다. 집 밖에서 안전하게 노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밖에서 놀 때는 혼자 놀지 않게 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사소한 것이라도 받게 될 경우에는 사전에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해야 한다.부모의 휴대전화번호도 외우게 해야 한다. 엄마, 아빠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믿을 수 있는 다른 어른의 연락처도 두 명 정도는 외우게 하는 게 좋다. 집에 돌아올 때는 낯선 사람과 단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고 가르친다. 낯선 사람이 따라올 경우 계단을 혼자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자주 대화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아동이 나쁜 경험을 하게 될 경우엔 꼭 부모에게 이야기하라고 가르친다.아동은 되도록이면 집에 혼자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혼자 두게 되면 현관문을 꼭 잠그고 가족 이외의 사람에겐 함부로 문을 열어주지 않도록 하자. 택배 물건은 경비실에 놓고 가라고 한다. 부모님을 찾는 전화가 올 경우엔 “부모님이 안 계시다”라고 하지 말고 “지금은 부모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 전할 말을 남겨 달라”고 하도록 시키자.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평소 상황극으로 연습하도록 하자. 아이들은 실제 연습한 것을 더 잘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성가치관 심어줘야초등학교에 다니는 8∼12세 아이는 오락실, PC방 등 유흥시설에 본격적으로 노출되는 시기다. 조심해야 하는 장소를 알려주고 주의를 주는 게 좋다. 특히 주차장이나 주차된 차가 많은 길, 낙서와 쓰레기가 방치된 공원, 가로등이 많지 않아 어두운 길은 피하도록 한다. 외출할 때에는 어디로 가는지 부모에게 꼭 알리고, 가능한 한 혼자서 외출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낯선 사람의 차가 가장 위험하다는 걸 명심하자. 모르는 사람의 차에는 타지 말고, 아는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차에 타야 할 때는 부모의 허락을 먼저 받도록 해야 한다. 불법 주차 차량이 있는 경우에는 멀찍이 떨어져서 지나가고, 반드시 인도로 다니도록 한다. 어른이 부르면 팔 길이의 2배 이상 떨어져서 대답하고, 골목길 등 위험한 장소에서 부르면 무시하고 지나가도록 하자.낯선 사람이 아이를 꾈 때 빈번하게 하는 거짓말을 아이에게 알려줄 필요도 있다.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너를 데려오래”라는 거짓말에 넘어가지 않도록 “엄마, 아빠가 사고를 당해도 모르는 사람에게 널 데려오라고 하진 않을 거야”라고 얘기하자.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어른이 있다면 “다른 어른에게 물어 보세요”라고 대답하도록 교육하자. 잠은 늘 부모가 있는 집에서 자도록 해야 한다. 만약 명절에 친척집에서 자야 할 경우에는 남아와 여아를 섞어서 재우지 말아야 한다. 엄마가 아이와 한방에서 자는 게 좋다. 13∼18세의 중고교생에게는 데이트할 때의 주의사항을 알려주자. 임신, 성병, 성폭력 등에 대해서도 가르쳐줘야 한다. 데이트 강간에 대해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적인 접촉을 가지려면 반드시 상대방의 허락을 얻어야 하며 서로의 연령대가 비슷해야 함을 가르치자.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성관계를 요구하더라도 싫으면 싫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라고 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애플리케이션은 설치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 앱을 통해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최근엔 청소년기에 첫 성경험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피임법도 알려줘야 한다. 성교육을 한다고 해서 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거나 성행위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바른 정보를 접하면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상과 달리 성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녀막에 대해 집착해선 안 된다. 처녀막은 자전거 타기 등 격렬한 운동으로도 손상될 수 있다. 게다가 처녀막을 강조하다간 처녀막이 한 번 손상된 아이가 ‘난 처녀막이 없어졌으니 막 살아도 되겠구나’라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도움말=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샘물 기자 evey@donga.com▲동영상=광주 여고생 성폭행 용의자 CCTV 공개}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행이나 ‘묻지 마 살인’과 같은 반인륜적 강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정신적 문제’가 있지만 병원을 거의 찾지 않는다. 특히 성폭행과 관련된, 이른바 성도착증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병원에서 성도착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전국을 통틀어 15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춘기 이전이나 사춘기 무렵의 소년 소녀를 특히 좋아하는 ‘소아성애증’ 환자는 7명에 불과했다. 소아성애증은 어린아이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도착증의 일종이다. 권용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소아성애증의 증상에 대해 “아동을 상대로 왜곡된 성적 상상을 하면서 흥분을 느끼며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소아성애증은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달리 평소에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본인이 자각하지 않으면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진 주변인이 알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미리 치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성도착증은 현재 정신과적 질환(질병코드 F65)으로 분류돼 있는 엄연한 질병이다. 소아성애증을 비롯해 노출증, 관음증, 여성물건애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른바 ‘바바리맨’도 여기에 포함되며, 자신의 성기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변태 증상이 노출증에 해당한다. 노출증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해 32명이었다. 전철 계단이나 화장실 등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찍고, 이를 돌려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증상은 관음증에 해당한다. 지난해 관음증 환자는 23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156명은 개선의 여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성적 문제점을 인정하고 병원을 찾는 것만으로도 문제점을 상당히 개선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성향이 심각한 수준인데도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다. 이와 관련된 통계도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서울대가 진행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성인 남녀 6022명 가운데 27.6%가 주요 정신질환을 앓은 바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15.3%만이 실제로 의료기관을 찾았다. 그렇다면 왜 나머지는 병원에 가지 않았을까. 그 이유를 묻자 가장 많은 82%(중복응답)가 “나는 정신질환이 없다”고 답했다. 77%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고, 50%는 “지금 문제가 있어도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대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성폭행 가해자의 일부에서는 성도착증 증상이 있는데도 방치된다는 것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2010년 8월∼2011년 5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의뢰를 받아 성폭력 가해자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8명(36.4%)이 성도착증 진단을 받았다. 이 가운데 5명(22.7%)이 소아성애증 환자였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우리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나 이들의 가족이 아닙니다. 모두의 문제라서 발 벗고 나선 겁니다.”네이버 카페 ‘발자국’의 운영자인 ‘토끼이모’(닉네임)는 34세 프리랜서다. 미혼 여성. ‘아동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모임, 발자국’을 이끈다.이 카페는 ‘토끼이모’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유엄마’(닉네임·35)가 만들었다. 4세 딸을 키우는 주부. 그를 움직인 건 신문에 나온 짤막한 기사였다. 7월 3일 경기 여주에서 4세 여아가 옆집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지유엄마는 기사를 보고 펑펑 울었다. 여성이자 주부이자 엄마로서 이 일이 같은 나이의 자기 아이에게 일어난 듯이 느껴졌기 때문이다.조두순 사건 당시 그랬듯이 여론은 잠시 들끓었다가 잠잠해졌다. 정부 대책은 밋밋했다. 지유엄마는 분노했다. 아동 성범죄를 공론화하고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로 했다. 용기를 내서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난생처음으로 청원을 올렸다.‘저는 4세 딸아이를 둔 평범한 시민입니다. 기사를 보고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이번 사건 그냥 넘어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4세이면 키가 1m도 안 됩니다. 대소변도 서툽니다. 신발 신을 때 왼발, 오른발도 종종 착각합니다. 정말…정말 아기입니다.’주부의 호소가 누리꾼의 마음을 움직였다.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해 달라는 청원에 2만8000여 명이 서명했다. 힘을 얻었다. 지유엄마는 1주일 후인 7월 31일 발자국 카페를 만들었다. ‘토끼이모’를 포함해 85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카페 운영진은 지난달 23일 경기 여주지법을 찾아갔다. 4세 여아 성폭행 사건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생면부지의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 아이의 아빠는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됐다. 엄마는 가게 문을 닫고 남편과 딸을 돌보고 있었다. 풍비박산 난 가족. 속이 쓰라렸다.피해 아동의 상태를 알고 나서는 가슴이 더 아팠다. 마냥 밝은 성격이었지만 악몽 같았던 그날 이후 두세 살 아이처럼 행동했다. 물건을 갑자기 집어 던지거나 엄마를 때리는 등 분노를 나타낸다는 말을 들었다. 네이버와 다음의 협조를 얻어 피해자를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1400여만 원이 모였다.카페 운영진은 아동 성범죄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반인륜적 성폭력에 △재미있겠다 △나도 이런 걸 보니 꼴×다(하고 싶다) △어릴수록 좋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유엄마는 이달 중순경 악플러를 공동 고발하기로 했다. 회원 1000여 명이 인터넷에서 증거물을 캡처해 제출했다. 어느 회원은 “남편이 변호사”라며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 조언을 받도록 도와줬다.발자국 카페 회원들은 요즘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여는 중이다. 폭우가 쏟아지던 4일 오후 7시에는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어린이를 지켜달라며 빗속에서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이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에 크게 실렸다.운영진과 회원들은 아동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근절 대책을 계속 촉구할 계획이다.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눈이 오든. 아동 성범죄가 사라질 때까지.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부산 금정구에 사는 박정순 씨(68)는 4월 남편(69)과 함께 서류 하나를 만들었다. 죽음을 앞뒀을 때 의료진과 가족이 부부의 의사를 존중해 수명 연장을 위한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서류다. 박 씨는 2005년 당시 폐암 말기였던 아버지(81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동생들은 치료 방법에 대한 모든 결정을 그에게 맡겼다. 어떤 식으로 치료하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평생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았다. 암 세포가 온몸에 퍼져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 아버지는 고통스럽게 투병하다 숨을 거뒀다. 박 씨는 “앞으로 내 아이들이 죄책감 없이 부모를 보내고, 나 자신도 편안하게 죽음을 맞으려면 연명치료에 대해 확실하게 의사를 밝혀놓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서류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 부부처럼 연명치료를 거절하겠다며 사전의료의향서라는 서류를 작성한 시민들이 2010년 12월 이후 5374명에 이른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거절, 시기, 작성자·증인 서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7일에는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사실모)이 정식 발족한다. 의료계, 법조계, 학계, 종교계, 비정부기구(NGO) 관계자가 두루 참여한다.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손명세 연세대 보건대학원장은 “우리가 평생 지출하는 의료비의 절반을 죽기 전 한달 동안, 25%를 죽기 전 3일 동안에 쓴다. 무의미한 생명 연장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품위 있게 죽음을 맞도록 하자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앞으로 사전의료의향서 홍보와 교육에 나서면서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웰 다잉’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전화(02-2228-2670)로 신청하면 서식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원본은 집에 보관하고 사본을 보내면 확인증 카드를 준다. 의료 현장에서는 사전의료의향서를 정식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가능한 존엄사가 아직은 아직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아서다. 연세대 의대의 이일학 교수(의료법윤리학과)는 “죽음이 불가피할 땐 자기결정권이 우선한다는 판례가 있으니까 앞으로는 사전의료의향서의 법적 효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엄사법은 18대 국회 때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김모 할머니에 대해 대법원이 2009년 5월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했다. 당시 김 할머니 가족들은 연명치료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김 할머니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09년 6월 인공호흡기가 제거됐고, 2010년 1월 숨졌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지적장애 3급인 A 씨(20)는 요즘 텔레비전을 보기가 겁난다. 통영과 나주에서 발생한 성폭행사건이 뉴스로 나올 때마다 호흡이 빨라진다. 잊고 싶은 과거. 성폭력을 당했던 그날이 떠오른다. 그는 종종 머리가 아프거나 불안하다고 주변 사람에게 호소한다. 방에서 혼자 잠을 자기도 두려워한다. 고교 3학년이던 2010년, 집에서 새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였다. 엄마는 “아빠가 감옥에 가면 생계가 막막해진다”며 신고하지 않았다. 결국 담임교사에게 털어놓고 집에서 몰래 나왔다. 요즘은 지방에 있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서 지낸다.성폭행 피해자 보호시설에 들어간 여성 중에는 A 씨처럼 가족에게 당한 경우가 적지 않다. 가해자가 가족이기에 돌아갈 집이 없다. 마음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피해자 보호시설의 소장 B 씨는 “심리적 상처가 너무 커서 상담과 치료를 받아도 쉽게 극복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3년간 보호시설에서 지내던 C 양(16)의 상처도 현재진행형이다. 여덟 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간 후 남동생(당시 6세), 아빠와 셋이 살았다. 아빠는 C 양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될 즈음부터 성폭행을 했다. 아빠는 강간을 ‘놀이’라고 말했다. C 양은 “다른 딸들도 아빠와 그렇게 노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야한 비디오를 보며 아빠와 따라한 적이 있을 정도다.몇 년이 지나서야 성폭력이란 걸 알게 됐다. 마음이 심란해 학교를 빠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말, C 양은 담임교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보호시설에 들어갔다. 아빠를 고소하지는 않았다. 아빠가 감옥에 가면 동생이 보육원에서 살까 봐 걱정해서다.C 양은 보호시설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사소한 다툼이 생길 때마다 “아빠한테 배웠다”며 물건으로 때리고 할퀴었다. 가해자인 아빠를 가끔 그리워하기도 했다. 가족으로서의 정을 완전히 잊기 힘들었다. “아빠 생각에 공부가 안 된다”고 상담교사에게 호소할 정도였다. 결국 상담교사는 두 사람을 앉혀놓고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이후 C 양은 상담을 꾸준히 하면서 음악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신경이 예민해져 보호시설에서 몰래 나간 적이 있다. 돌아온 뒤에는 도둑질과 폭식을 하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자퇴하겠다” “병원에 입원시켜 달라”면서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다른 보호시설로 옮겨야 했다.보호시설 소장 B 씨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전 생애에 걸쳐 후유증을 겪는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한편 피해자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시설은 전국에 21곳이 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의 피해자 중에서 장애인이 많은 점을 감안해 여성가족부는 이들을 위한 통합보호시설을 5일 지방에 새로 설립했다. 가해자가 찾아와 횡포를 부릴까 봐 위치는 공개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이용하려면 여성긴급전화(1366)에 물어보면 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국 남성의 절반 이상은 성매매를 전면 금지한 ‘성매매방지특별법’ 때문에 성범죄가 더 증가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 31일 이틀간 실시한 성범죄 관련 인식조사 결과다. 4일 한국갤럽의 발표에 따르면 ‘성매매방지법이 성범죄 증가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에 공감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성의 56%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반면 여성은 43%가 ‘공감하지 않는다’, 41%가 ‘공감한다’고 응답해 남성과의 인식 차를 드러냈다. 연령별로는 30대까지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0대 이후에는 ‘공감한다’는 응답이 각각 절반을 넘었다. 전체 응답자 중 98%가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은 1%에 불과했다. 화학적 거세에 대해서도 찬성(85%)이 반대(10%) 의견을 크게 앞질렀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도움이 된다’(67%)는 응답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29%)는 응답보다 많았다. ‘전자발찌가 (성폭력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46%)는 응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52%)는 응답보다 적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RDD 조사(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로 진행됐으며 19세 이상 성인 624명(남성 309명, 여성 315명)을 대상으로 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9%포인트였다.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고소득 직장인 4370명은 이달부터 건강보험료를 월 100만 원 이상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만 원 이상의 건보료를 내야 하는 직장인은 1840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급 외에 임대, 사업 등으로 연간 종합소득이 7200만 원 이상인 직장인에게 추가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31일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기존에 직장인의 건보료 상한액은 226만 원이었다. 그러나 고소득 직장인의 종합소득에 추가 보험료가 매겨짐에 따라 월 최고 452만 원의 건보료를 내는 직장인도 생기게 됐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만 18세 미만 청소년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면서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은 업소 48곳이 정부 합동점검을 통해 적발됐다. 이 업소들이 위반한 항목은 총 144건에 이른다. 여성가족부는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난달 24∼27일 서울·경기지역과 6대 광역시에 있는 음식점, PC방 등 232개 업소를 무작위로 점검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28일 밝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업소는 근로자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어긴 업소가 36곳이었다. 여성부 관계자는 “청소년은 아르바이트를 짧게 하는 경우가 많아 업주들이 근로계약서 작성을 번거로워하는 데다 청소년도 법 내용을 몰라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을 고용할 때는 부모 등 친권자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이들을 오후 10시 이후나 휴일에 근무시키려면 노동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13곳은 친권자의 동의서를 갖고 있지 않았으며 4곳은 노동청 인가 없이 야간이나 휴일에 일을 시켰다. 근로자 명부를 갖고 있지 않거나(28곳) 임금대장을 갖고 있지 않은 업소(13곳)도 적발됐다. 적발된 업소로는 소규모 일반음식점(56%)이 가장 많았다. 이어 피자집(9%), PC방(6%), 커피전문점(6%)의 순이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최저 임금을 업소 내에 게시하거나 근로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39곳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해당 업소에는 노동부가 1회 시정명령을 내린다. 그래도 시정하지 않으면 벌금이나 징역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여성부는 노동부에 업주교육과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연 2회 실시하는 합동점검을 분기별로 하자고 요청할 계획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피해학생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의사들이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 학교폭력에 관련한 학회 차원의 활동은 교육과 보건복지 분야에서 처음이다.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3800여 명 전원이 소속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학교폭력 징후를 찾아내기 위한 진단법을 개발하고, 학교 현장에서 예방과 치료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학회는 여기에 필요한 매뉴얼을 만들어 내년 봄 학기부터 활용할 계획이다. 학회는 우선 초중고생의 정신건강 상태를 세분하기로 했다. 폭력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학교를 미리 찾아가 학생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한 뒤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예를 들어 A등급은 양호하고, C등급은 상담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정리한다. 진단은 모든 학생에게 확대할 계획이다. 상담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1차로 학교 교사들이 학생과 상담을 한다. 학회는 여기에 필요한 교사용 상담 매뉴얼도 만들고 있다. 상담이 필요한 학생은 수십만 명 정도로 학회는 예상한다. 교사 상담을 통해서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맡는다. 학회가 여기에 참여할 의사를 모집했더니 현재까지 200여 명이 신청했다. 앞으로도 수백 명이 더 참여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의사와의 상담이 끝난 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은 상담센터나 의료기관으로 안내하기로 했다. 이 학회의 사공정규 특임이사는 “의사 상담비는 가급적 학교나 학생, 학부모가 부담하지 않도록 정부에 보조금을 요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학회는 의사들이 일선 학교와 일대일로 결연하고 학교폭력 문제를 돕도록 권장할 방침이다. 우선 10월부터는 결연한 학교에 의사가 정기적으로 찾아가 ‘정신건강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와 정신건강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학회는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사업을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8일 서울 영등포구 의원회관 신관에서 복지부, 교과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사공 이사는 “어른이 된 후에 정신건강을 챙기려면 늦다. 폭력도 마찬가지라서 예방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등산이나 농촌체험 등 야외활동에 나서는 사람도 늘었다. 수확을 앞두고 논밭일도 많아졌고 명절을 앞두고 벌초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9∼11월에 특히 감염병을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26일 쓰쓰가무시증, 신증후군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 가을철 야외 감염병 주의를 당부했다. 이런 질병은 언뜻 듣기엔 생소하지만 지난해에만 5151명이 쓰쓰가무시증에 걸렸다. 발병 환자도 2003년(1415명)에 비해 4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신증후군출혈열도 매년 300명 이상 걸리는 질병. 렙토스피라증은 100명 내외로 발병하는 추세다. 쓰쓰가무시증은 이 병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렸을 때 감염된다. 잠복기는 8∼11일. 그 후 두통 구토 복통이 나타난다. 치사율이 30%에 이른다. 병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털진드기에 물리지 않아야 한다. 풀밭에 그대로 눕지 말고 풀밭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음식을 먹을 땐 반드시 돗자리를 이용해야 한다. 풀 속에서 작업을 해야 할 때는 긴팔과 긴바지를 착용해야 안전하다.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민 후 장화를 신는 게 좋다. 대소변이 마렵더라도 풀숲에서 용변을 보면 안 된다. 작업이 끝나면 샤워나 목욕을 해 진드기를 제거해야 한다. 신증후군출혈열은 쥐의 소변 대변 타액 등이 공기 중에서 건조돼 사람의 호흡기에 들어올 때 감염된다. 7∼21일의 잠복기간이 끝나면 열이 나기 시작한다. 치사율은 2∼7%다. 이 병을 예방하려면 들쥐의 대변이나 오줌이 있는 풀숲 같은 오염지역에서는 휴식 및 야영을 하지 말고 평소에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게 좋다. 풀밭이나 들에서 야영 및 작업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은 미리 예방접종을 받고 작업해야 한다. 렙토스피라증은 신증후군출혈열과 마찬가지로 동물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린 동물의 소변이 오염시킨 물이나 흙이 사람 피부의 상처에 닿을 경우 감염된다. 보통은 5∼7일의 잠복기간을 거친 후 가벼운 감기증상이 나타나면서 열이 난다.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에 치사율은 20∼30%에 이른다. 렙토스피라증을 예방하려면 논이나 고인 물에 들어갈 때 장화 및 고무장갑을 꼭 착용해야 한다. 만약 야외활동 후 열이 나거나 두통이 있으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유럽연합(EU)은 1990년대 후반부터 다문화 정책을 공동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민의 역사가 뿌리 깊어 불법 결혼과 노동착취, 난민과 망명 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기울였지만 이주민의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결과다. ‘달라도 다 함께’ 2부에서는 외국인의 비율이 한국보다 2, 3배 높은 EU의 고민과 해법을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와 함께 찾아본다. 품격 있는 다문화사회를 위해 애쓰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기업의 노력도 소개한다. 》 수많은 민족이 모여 사는 유럽. 이민자에 대해 유럽인은 열린 마음을 갖고 있을까.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롭 로젠부르크 EU 집행위원회 내무부 국제협력관의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유럽의 국가들은 각각의 이민정책을 갖고 있다.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 다를지 몰라도 공통점이 있다. 이민자와의 조화와 통합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직원은 덴마크 사례를 들려줬다. 덴마크가 2002년부터 시작한 ‘우리는 청소년 모두를 필요로 한다(We Need All Youngsters)’는 캠페인. 덴마크 이민자 출신 젊은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국적이나 인종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 했다. 이 캠페인에 자원봉사자 900여 명이 참여했다. 매주 이민 청소년 1600여 명의 숙제를 도왔다. 정부도 팔을 걷고 나서서 지원했다. 그 결과 도움을 받은 청소년의 44%가 ‘훌륭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 출신의 이민자 아니사 이세 씨는 이 캠페인의 수혜자였다. 그는 현재 건강관리 업종에 종사한다. 그는 “교육기관에서 배운 내용과 평소 집에서 해왔던 일을 접목해 소질을 계발할 수 있었다. 끝내 꿈을 이룰 수 있어서 기쁘다”며 감격해했다. 이 사례를 들려준 직원은 “2010년 EU가 발간한 ‘정책 입안자와 실행자를 위한 통합에 관한 핸드북’에도 실렸다”고 전언했다. 이 핸드북은 EU가 이민정책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우수한 점을 벤치마킹하라는 뜻에서 2004년부터 3년 주기로 발간한다. 일종의 ‘다문화정책 우수사례집’인 셈이다. ○ 이민자와의 조화와 통합 중시 이런 유럽이지만 최근에는 이민 문제가 새로운 사회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로젠부르크 국제협력관은 “15년 전쯤부터 이민자가 급증했다. 게다가 불법이민, 인신매매, 난민, 망명 문제까지 겹치고 있다. 이민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처리 방안을 놓고 고민하는 국가가 많다”고 말했다. EU는 1999년부터 공동 이민정책 방향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민정책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한 만큼 EU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져서다. EU 회원국 간에는 다른 회원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를 거부할 수 없다. 불법체류가 아닌 한 이민자는 모두 통합의 대상이라는 게 공통된 ‘철학’이다. 로젠부르크 국제협력관은 “EU는 각 나라의 이민정책에 대해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순 없지만 정책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정책 평가 결과를 EU 예산 배분에 반영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가령 스페인 평균 실업률이 20%인데 스페인 내 이민자의 실업률은 30%라면 이유를 함께 분석하는 식이다. 이를 토대로 이민자 교육이나 직업훈련에 예산을 더 지원한다. 그는 “처음 이민 온 세대는 빈곤에 빠지기 쉽다”며 “이민 1세대의 빈곤이 다음 세대에 전달되지 않게 교육과 직업 훈련에 투자하는 걸 우선순위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비교하면 얼마나 차이가 날까. 법무부에 따르면 2010년 한국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은 2.5%. 같은 해 EU 소속 27개 회원국의 평균 외국인 비율은 6.5%였다. 이 6.5% 중 EU 국가 출신이 2.5%, 나머지 국가 출신이 4%인 걸 보면 다른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이 훨씬 많은 걸 볼 수 있다. 전체 외국인 비율도 한국의 2.6배가 된다.○ 이민자 사회 통합 위해 기본원칙 채택 EU 이민정책의 핵심은 통합이다. 이민자들이 현지인과 통합하지 않으면 사회의 안정도,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2004년 11월 채택된 ‘이민자 통합정책을 위한 공동의 기본원칙’은 통합의 이념을 잘 담았다. 총 11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원칙은 이민자, 정부, 지역주민 모두의 소통을 강조한다. 또한 통합을 위해 고용과 교육 분야에서의 차별을 강력히 반대한다. 마리아 로페스 EU 집행위원회 내무부 국제협력과 정책사무관은 “사회통합 문제는 빈곤과 연결돼 있어 특히 고용 분야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민자에게 희망을 주는 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번듯한 직업을 가진 이민자가 많아질수록 다른 이민자의 빈곤 탈출에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EU는 2010년 세운 ‘유럽 2020 전략’에도 2020년까지 최소한 2000만 명이 가난에서 탈출하도록 돕겠다는 목표를 넣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2010년을 기준으로 20∼64세 평균 고용률은 68.6%였다. 그러나 이민자들의 평균 고용률은 58.5%에 불과했다. 10.1%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사회의 일원인 이민자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갖도록 해야 한다. EU는 ‘유럽사회기금(ESF)’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957년부터 운영돼온 ESF는 경제발전이 더딘 지역에 비용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특히 고용 지원에 중점을 두고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 ESF는 유럽 2020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50억 유로를 쓰기로 했다. 이 중 약 1.5%는 이민자가 일자리를 갖도록 돕는 데 투입한다. 로페스 정책사무관은 “이민자 중에서도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빨리 찾도록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브뤼셀=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서울성모병원에는 ‘폐기물 컨베이어 시스템’이 있다. 소각장으로 가는 폐기물을 바로 운반업체 차량으로 보내는 장치다. 피 묻은 거즈나 수술실 오물을 사람이 운반하다가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다수 병원에는 이 시스템이 없다. 설치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수술실이나 중환자실에 떠도는 공기에는 세균이 많다. 공기정화 필터를 설치하면 바깥의 깨끗한 공기가 오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기정화 필터를 설치한 병원은 별로 없다. 이 또한 돈이 많이 들어서다. 병원의 ‘실내오염’이 앞으로는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실내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병원에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고 인증마크를 부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병원분야 녹색경영 확산 지원사업’을 올 하반기부터 시작한다. 10개 병원을 우선 선정해 1억 원을 투입하는 시범사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벌인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정식으로 제도화한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이번에 병원 내 환경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했다. 이 지표는 △공기의 질 △폐기물 관리 △물 관리 △친환경 건축물 △친환경 식자재 사용 △녹지공간 확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적인 지표와 가중치는 대한병원협회와 협의해 확정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참여를 희망하는 병원에 한해 지원한다. 다음 달 병원 관계자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10월까지 신청서를 받기로 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감염되면 치사율이 20~30%에 이르는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국내 거의 모든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올해는 일본뇌염을 옮기는 모기 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주간 '건강과 질병' 최신호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담은 국립보건원의 '2011년도 국내 일본뇌염바이러스 활동' 보고서를 게재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7~10월 전국 8개 지역(충남·북, 전남·북, 경남·북, 제주, 강원)에서 돼지 혈청 2021건을 조사했다. 돼지는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몸속에서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숙주 역할을 한다. 감염된 돼지가 많으면 그만큼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많다는 뜻이다. 분석결과 돼지 혈청의 23.8%(481건)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다. 지역별로는 전남(109건) 경남(98건) 충북(69건) 충남(67건) 경북(62건) 전북(42건) 제주(32건) 강원(2건) 등이었다. 차이는 있지만 감염되지 않은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마산과 제주, 통영의 모기에서는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국내 전 지역이 일본뇌염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옮기는 '작은 빨간집모기'가 3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4~7월 채집된 작은빨간집모기는 188마리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635마리였다. 2007~2011년의 평균(1280마리)보다는 모기 채집 건수가 적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모기 발생 건수도 중요하지만 전국적으로 예외 없이 바이러스가 활동한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매년 4월부터 전국 10개 지역에서 모기를 채집해서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되면 일본뇌염주의보를 즉시 발령한다. 올해는 4월 26일에 주의보가 이미 발령됐다. 일본뇌염으로 확진된 환자는 아직까지 없다. 일본뇌염에 감염돼 뇌염으로 진행되면 치사율이 20~30%에 이른다. 지난해 일본뇌염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됐던 환자 540명 중 3명이 일본뇌염 환자로 확진된 바 있다. 일본뇌염은 백신을 맞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질병관리본부는 "모기는 주로 밤 10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 활동하니까 이 시간대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득이하게 밖에 나갈 때는 긴팔과 긴바지를 입는 게 좋다. 창문에 방충망을 설치하거나 잠을 잘 때 모기장을 설치해도 좋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여자 전공의들이 병원 내에서 폭력과 성추행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 문제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여자의사회는 여자 전공의들을 상대로 계속되는 병원 악습을 개선하기 위해 대형 공개토론회를 다음 달 8일 열기로 했다. 이 토론회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의료계와 과학계, 여성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김상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가 여자 전공의의 수련환경 실태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여자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별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서 그는 여성의 출산을 돕기 위한 제도가 의료계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은 임산부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 또는 휴일에 일을 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임신한 전공의에게는 유명무실하다. 근로기준법에는 아이를 낳기 전후로 90일 동안 출산휴가를 쓸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이 규정 또한 국내 병원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여의사회가 지난해 10∼12월 회원 191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47.7%)은 출산휴가가 2개월 미만이었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아이를 낳지 말 것을 은근히 강요받기도 했다. 같은 조사에서 26%가 “직장 내에서 일정 기간 출산하지 말 것을 권고받았다”고 응답했다. 발표될 연구결과에서는 여자 전공의들이 임신, 출산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대체의사가 고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악습이 나타난다고 분석됐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임신한 여자 전공의를 대체하는 의사에 대해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김 교수는 육아 문제 또는 병원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의료계를 떠난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들을 먼저 국공립 병원에서 대체인력으로 시범 고용해본 뒤 보완해 제도를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김 교수가 여성 전공의들을 만나 심층면접을 실시한 뒤 전공의협의회, 병원협회, 여자의사회 관계자들과 토론해 만들었다. 개선안은 다음 달 토론회를 마치고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여자 전공의를 포함해 전반적인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난민 알레 씨(50)가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온 건 2005년. 그러나 아직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취업도 못해 교회에서 종종 식량을 얻는다. 네 살 난 딸은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는 어린이집에 다닌다. 말리인 니오마 씨(34·여)는 2004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 고국에 내전이 벌어지는 바람에 돌아갈 수 없게 됐다. 그 역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여덟 살, 여섯 살 난 아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유치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는 “우리 부부는 라면만 먹고 살아도 된다. 아이들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난민 가족 40여 명이 11일 서울 광진구 뚝섬수영장에서 ‘조촐한’ 나들이를 했다. 행사는 대원외고 난민 동아리 ‘쉘터’가 주최했고 난민지원 NGO인 ‘피난처’가 이들을 초청했다. 남정우 쉘터 회장(17)을 비롯해 동아리 회원 30명이 행사를 진행했다. 난민들은 한국의 도움을 호소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3926명의 외국인이 난민 신청을 했다. 현재까지 260명만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난민협약상의 난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기간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는 제도도 있다. 이마저 허가받지 못한 난민이 1854명이다. 피난처의 윤지연 간사는 “난민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 10년 넘게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 체류비자를 계속 갱신하면서 지낸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난민 간천 씨(40)는 “일을 하기 어려운 것도 힘들지만 아이들 학교 문제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신무경 인턴기자 고려대 철학과 4학년 }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한모 씨(30)는 올해부터 아들(7)을 방과후 교실인 ‘다문화반’에 보낸다. 다문화가정 학생만 모아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곳이다. 문제가 생겼다. 다문화반에 다닌 후부터 아이들이 한 씨의 아들을 ‘다문화’라고 부른다. “쟤네 엄마 다문화래”라며 수군거리기도 한다. 한 씨는 “한국어를 배우면 한국어반이라고 하지, 왜 다문화반이라고 해 아이들에게 낙인을 찍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또 “보충학습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배우는 곳이 아닌가. 왜 아이들을 다문화란 이름으로 구분 짓고 장벽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결혼이주여성 홍모 씨(48)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13)에게 “넌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이다. 선생님이 다문화 누구냐고 물어봐도 대답하지 마라”라고 교육했다. 초등학교 때 아들에게 다문화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게 싫어서였다. 얼마 전 아들의 담임교사는 “다문화 프로그램을 소개해야 한다. 엄마가 외국에서 온 다문화가정 자녀는 손들어보라”고 했다. 아들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버렸다. 순식간에 시선이 집중됐다. 홍 씨는 “이때부터 아들이 따돌림을 당한다.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다문화반이나 다문화 프로그램 역시 많아졌다. 경기 부천시의 A초등학교 교사인 김모 씨(57·여)는 “최근엔 교육청이 다문화 거점학교나 글로벌 선도학교를 지정하면서 다문화반을 만드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문화라는 이름 때문에 예상치 못한 차별이 생긴다는 데 있다. 실제 일부 다문화가정 부모와 아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안모 씨(47)는 “자녀를 절대 다문화 프로그램에 안 보내는 친구도 있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어울리도록 하고 싶은데 다문화라고 따로 골라내는 게 싫어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다문화가정만 ‘콕’ 찍어 분리 교육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성숙한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공교육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통합을 우선시해야 할 학교가 아이들을 다문화라는 이유로 분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에서도 이주민공동체가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걸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학교가 학생들의 문화적인 배경에 따라 선을 긋고 교육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탈북 전문교육기관인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신현옥 소장은 “어떤 다문화가정 아이가 일반 아이들과 똑같이 어울리고 싶어 하는데 담임교사가 다문화가정 자녀니까 다문화반에 가라고 했다고 한다. 이 아이는 수치심을 느껴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분리 위주의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내의 다문화가정 어린이 10명 중 7명은 자신을 100%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다문화가정 아동·청소년의 발달 과정 추적을 위한 종단연구Ⅱ’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밝혔다. 조사는 지난해 8∼10월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아동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자신을 100%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1103명(73.4%)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절반씩 섞여 있다’는 응답은 323명(21.5%)이었고 외국인이라고 답한 사례는 45명(3%)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가정의 월평균 수입이 190만6000여 원 미만인 저소득층 다문화가정의 아동 618명을 따로 뽑아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저소득층 아동들과 심리발달 수준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했다. 그 결과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아동은 △학교 학습활동 △교우관계 △교사 관계 △자아 탄력성(스트레스 극복 역량) 등 4개 영역에서 4점 만점 중 2.86∼3.1점을 받았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같은 소득계층의 아동들보다 0.8∼1.3점 높은 수치다. 다문화가정 아동들의 심리 발달 수준은 여느 한국 아이들처럼 가정환경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학습활동, 성취동기, 자아 존중감의 수치가 어머니의 교육수준과 가정 소득에 비례해 높아진 것. 보고서를 작성한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수준에 따라 다문화가정 아동의 발달정도도 다양할 수 있다. 이들을 모두 하나의 집단으로 범주화해 부족하고 결핍된 존재로 인식하는 건 심각한 판단 오류”라며 “이들을 다른 사람으로 구분해 지원하는 대신 같은 이웃으로 통합하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