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착 환자 쫙 깔렸는데 진료받은 환자는 156명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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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집착하는 소아성애증, 7명만 병원 방문해 상담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제공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제공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행이나 ‘묻지 마 살인’과 같은 반인륜적 강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정신적 문제’가 있지만 병원을 거의 찾지 않는다.

특히 성폭행과 관련된, 이른바 성도착증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병원에서 성도착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전국을 통틀어 15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춘기 이전이나 사춘기 무렵의 소년 소녀를 특히 좋아하는 ‘소아성애증’ 환자는 7명에 불과했다.

소아성애증은 어린아이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도착증의 일종이다. 권용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소아성애증의 증상에 대해 “아동을 상대로 왜곡된 성적 상상을 하면서 흥분을 느끼며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소아성애증은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달리 평소에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본인이 자각하지 않으면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진 주변인이 알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미리 치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성도착증은 현재 정신과적 질환(질병코드 F65)으로 분류돼 있는 엄연한 질병이다. 소아성애증을 비롯해 노출증, 관음증, 여성물건애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른바 ‘바바리맨’도 여기에 포함되며, 자신의 성기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변태 증상이 노출증에 해당한다. 노출증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해 32명이었다. 전철 계단이나 화장실 등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찍고, 이를 돌려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증상은 관음증에 해당한다. 지난해 관음증 환자는 23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156명은 개선의 여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성적 문제점을 인정하고 병원을 찾는 것만으로도 문제점을 상당히 개선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성향이 심각한 수준인데도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다.

이와 관련된 통계도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서울대가 진행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성인 남녀 6022명 가운데 27.6%가 주요 정신질환을 앓은 바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15.3%만이 실제로 의료기관을 찾았다.

그렇다면 왜 나머지는 병원에 가지 않았을까. 그 이유를 묻자 가장 많은 82%(중복응답)가 “나는 정신질환이 없다”고 답했다. 77%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고, 50%는 “지금 문제가 있어도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대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성폭행 가해자의 일부에서는 성도착증 증상이 있는데도 방치된다는 것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2010년 8월∼2011년 5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의뢰를 받아 성폭력 가해자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8명(36.4%)이 성도착증 진단을 받았다. 이 가운데 5명(22.7%)이 소아성애증 환자였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소아성애증#성도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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